천사들의 제국 -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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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결국 인간은 600점을 달성하여 인간들 사이에서 깨달음을 얻은 자로 환생을 하거나 인간으로서의 환생을 벗어나 한단계 높은 존재인 천사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천사가 된 인간들은 또 다시 자신이 맡은 인간들을 환생의 길에서 벗어나게 하여 또 다시 한 단계 높은 존재가 되던지 천사들 사이에서 깨달음을 얻은 천사로 지내는 것이 목표였다..  

세계최초의 타나토노트로 세계에 혼란을 가져왔던 미카엘 팽송 역시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고, 천국에 대해 많은 것을 퍼뜨렸다는 죄로 600점을 달성했는지 여부는 제치고 다시 환생을 할 뻔 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아망딘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됐던 여인 로즈를 먼저 환생의 길로 보낸 뒤 자신의 수호천사인 에밀 졸라의 덕택으로 겨우겨우 천사가 됐던 팽송.. 인간으로 살 때에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하던 라울의 꼬드김 반 자신의 호기심 반으로 타나토노트라는 실험을 했던 것처럼, 천국에 와서도 팽송은 자신이 모르는 세계를 위해, 자신이 천사로써의 임무를 완수하였을 때 무엇이 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또 한번 모험을 시작했다.. 

천사가 된 지 얼마안 되었을 때의 팽송은 지도천사에게 천사의 일을 배워가며 자신이 선택한 자신의 의뢰인들이 600점을 달성하여 환생의 순환에서 벗어나 천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 인간 의뢰인을 보살피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라는 것을 깨우치며 천사로써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인간세상에서 위험한 일인 타나토노트라는 실험에 자신을 끌어들였던 라울과의 만남으로 팽송은 자신의 의무보단 호기심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수호천사인 자신이 인간에게 꿈과 징표, 고양이와 영매를 통해 자신의 의뢰인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고, 도와줄 수도 있지만 그보단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스스로 선택하기에, 천사라곤 해도 자신의 뜻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뒤,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길을 선택하는 팽송의 모습에 책임이라곤 없어보이며, 인간을 위해 도움을 주지 않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신과 천사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꿈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긴 하지만 간절하게 미카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조차 보여줄 수 없었으니 잘못된 선택을 하고, 삐뚤어진 길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물론 인간의 자유의지로 자신의 힘이 절대적이지 못하며, 자신의 도움으로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인간이 드물다는 점때문에 회의에 빠진 천사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의무보단 호기심을 더 중시하며 새로운 세상, 또 다른 천국을 향해, 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살고 있는 행성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모습에 존경심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전생에서도 힘겨운 삶을 산 이고르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카엘에게 배신감을 느낄 뿐이었다..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천사의 일이기에 올바른 길로 인간을 이끄는 것이 힘들었을 수도 있고, 이고르의 운명이 원래 거기까지 였을 수도 있고, 결국 비너스와 자크에 대해서는 임무를 어느정도 완수했으니 60%가 넘는 목표달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힘겨운 삶을 산 이고르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그래서 미카엘에게 많은 배신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한 단계 높은 존재가 무엇인지를 알기위해 지도천사들이 싫어하고, 허용치 않는 방법으로 또 다른 세상을 발견했지만 자신이 호기심이 가져올 위험을 바라보고 올바른 길을 선택하게 된 미카엘의 모습에 타나토노트 못지 않은 재미를 느꼈던 <천사들의 제국>..또 다신 한단계 높은 존재로 올라간 미카엘이 어떤 모험과 어떤 세상을 겪게 될지 <신> 역시 너무 기대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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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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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의 결혼을 하고, 그 결혼을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을 했고,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성공을 이루었다는 점에선 그의 삶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삶과는 다르다고도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누렸고, 사회적 통념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결혼과 이혼을 겪었으니 특별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그는 부모님 밑에서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을 했고, 자신의 가족을 이루었으며,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다. 

어릴 적 죽음을 목격하기도 했고, 그 스스로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몇번의 수술을 경험하면서 죽음에 맞닥뜨리기도 하고, 부모님과 친한 사람들의 죽음을 겪기도 하며, 때론 열정적인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실수를 모른채 인생에 있어 커다란 실수를 하기도 하며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산 사람이었다. 자신이 실수를 했을 때엔 그것이 실수인조차 몰랐지만 자신의 아이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의 부인이 자신을 피하는 것을 보며 그 실수를 만회하겠다며 더 큰 실수를 하던 평범한 사람.. 우리도 그처럼 그렇게 실패를 하기도 하고, 사랑을 만나기도 하고, 행복과 슬픔을 누리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때에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나싶다.. 

지금 당장에야 나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 나의 삶의 모습에 대해 하나하나 곰곰히 생각하며, 판단을 내릴 순간이 있겠지만, 그 순간을 알지 못한 채 불현듯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죽음의 순간 얼마나 큰 후회가 밀려올지.. 그는 자신의 죽음도 인지하지 못한 채 마취도중 죽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한 채 자신의 죽음을 마지막 순간을 알지 않았을까?  

죽음이란 누구나 어느 순간 맞이하지만, 죽음에 맞닥뜨린 순간 우리는 무엇을 경험할 지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렇기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 순간을 탐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타나토노트>를 썼고, 필립 로스는 한 사람의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았나 싶다.. 아직은 나에게 죽음이란 너무나도 먼 곳에 있는 것이고, 아직은 무서운 것이며, 나의 삶의 실수를 반성하기엔 너무나 이른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불현듯 찾아올 죽음을 서서히 대비하며, 더 이상 인생에 있어 커다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나에게 있어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지 않도록 좀 더 삶을 조심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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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주홍색 연구 펭귄클래식 5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에드 글리네르트 주해, 이언 싱클레어 작품해설, 남명성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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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때문에 끌리긴 했지만, "셜록홈즈"라는 이름과 "주홍색 연구"라는 제목덕택에 이 책은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었다. 황금가지의 <셜록 홈즈 전집>을 끔찍히 사랑하기 때문에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었고, "셜록홈즈단편집"이란 이름에 속아 다른 식으로 엮어놓은 단편도 여러권읽었고, 아서 코난 도일의 아들과 존 딕슨 카가 함께 쓴 <셜록홈즈 미공개 사건집>도 읽었다. 언제나 또 다른 셜록홈즈의 활약상이 담긴 이야기는 없나 기대를 했지만,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이 나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이제는 체념아닌 체념을 했기에, 그리고 이 책 역시 표지만 다를 뿐 이미 여러번 출간되었고, 황금가지의 셜록홈즈 전집에서도 1번이었던 이야기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굳이 읽으려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이 책을 갖게 되었고, 이왕 갖게 된김에 번역자에 따른 차이나 느껴보자 싶어 다시 읽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이없게 생각할 지는 몰라도 사건해결을 위해 담뱃재를 연구하고, 시체를 때려 쓸모있는 지식을 쌓으려 하며, 독한 담배를 피우며 생활습관은 엉망진창인 매부리코의 신경질적인 탐정 홈즈는 한 번만 봐도 다른 사람의 직업에 대해 알아맞추는 실력을 발휘하며, 친절하게 사건에 대해 힌트를 주기보단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탐정이기에 몇 번을 읽어 홈즈의 사건 해결방식도 알고, 셜록 홈즈의 친구이자 콤비인 왓슨이 처음 홈즈를 알게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지만, 여전히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는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전의 황금가지의 책과는 달리 펭귄클래식의 다른 책이 그러했듯 각주가 달려있어 이제껏 모르던 사실들에 대해, 그냥 넘어갔던 이야기들에 대해 알 수 있어 읽는 보람이 있었다. 존 페리어가 만난 모르몬교도의 기원과 창시자의 이름에 하나하나 주석이 딸려있었고, 홈즈가 인용하는 말과 왓슨이 홈즈를 평가한 점수에도 하나같이 주석이 딸려있어 몇번을 읽었어도 홈즈의 단편적인 사건해결에만 관심을 두었던 내가 모르던 것을 하나하나 배우게 되었다. 

특히, 살인이 발생하고 처음 홈즈가 사건의 인상착의를 묘사할 때 "젊은 청년"이라는 말에 대해 홈즈가 범한 몇 안되는 실수라는 설명을 보며 황금가지의 책에선 어떻나 싶어 찾아보았더니 "중년의 사내"로 묘사된 것을 보며 정말 기쁘다는 생각뿐이었다. 모르몬교도의 창시자에 대한 설명이나 홈즈가 칼라일을 모른다고 했지만 후에 칼라일의 말을 응용했다는 것들도 모르던 사실에 대해 배우는 것 같아 좋았지만 "홈즈의 실수"를 찾은 것만큼 기쁘지는 않았다.. 내용은 똑같고, 번역상의 약간의 차이의 매력은 느끼지는 못하는 이야기였지만, 홈즈의 실수에 대해 알게 해주고, 다른 사람의 해설까지 실려있어 너무나 흐뭇하고, 만족스러울 뿐이었다. 

그래서 또 다른 사건에선 셜록홈즈가 어떤 실수를 하고,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홈즈를 탄생시키는데 있어 또 어떤 실수를 할 지 펭귄클래식에서 셜록홈즈 시리즈의 또 다른 이야기를 출간은 할지, 출간을 하면 언제쯤 할지 너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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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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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유시민전장관님의 <청춘의 독서>라는 책을 통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알게되었다. 노무현전대통령에 대한 사건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2PM의 박재범 탈퇴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언론의 어마어마한 힘과 악기능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 꼭 한번쯤은 읽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참을 미루다 드디어 오늘에서야 읽게 되었다. 이미 <청춘의 독서>를 통해 줄거리를 모두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는 내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카타리나 블룸이 파티에서 한 남자를 알게되고, 그 남자가 하필이면 탈영병에 은행강도였으며, 그로 인해 카타리나가 조사를 받게 되고, 그녀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를 하는 <차이퉁>이란 신문에 대한 이야기 모두 <청춘의 독서>에서 이야기 해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읽는 내내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악의적인 보도를 직접 읽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한 사람들의 반응과 카타리나가 겪었을 고통에 대해 직접 눈으로 보게되다보니 오히려 읽는 내내 더욱 흥분하게 되었다. 황우석박사의 전국민대상 사기사건때 모든 언론에서 신처럼 떠받들였기에 오히려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 PD수첩이 폐지직전까지 갔던 것과는 달리 2PM의 박재범사건에 대해 제대로된 확인도 없이 일파만파로 기사를 날랐던 인터넷신문사들에겐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노무현전대통령에 대한 사건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 사건에 대해선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언론이란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그 목적이라 생각한다. 시민들이 국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스스로 알아내기란 어려우니 언론이 그러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시민들이 국가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의견을 낼 수 있게, 국가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론은 정보전달이라는 순기능만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쉽게 정보를 접하는 수단이라는 특성을 악용하여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자신들의 의도가 가득담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며, 카타리나 블룸을 끝없는 나락으로 빠트리것처럼 박재범도 더 이상 한국에 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 

분명 탈옥병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경찰이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으면서도 자신의 집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카타리나 블룸에게도 잘못은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노골적으로 언급할 필요도 없고, 그녀의 이름을 드러낼 필요도 없으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수정할 권리란 더더욱이나 없었음에도 <차이퉁>의 기자는 사람들을 자극하기 위해, 자신들의 신문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만 노출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소명과 의무감이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그렇게도 당당하게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전혀 생각지도 못하며 카타리나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한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을텐데... 

그런 저질 신문을 통해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카타리나를 대하는 모습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래도 그런 선입견대로 드러내고 사람을 무시하는 모습에 과연 카타리나는 언론에 의해 명예만 잃었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한낱 명예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도, 사생활이 보호될 의무도 깡그리 무시되어야만 했던 카타리나의 마지막 선택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깨우치게 만들었지않나 싶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한 현실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도피를 하는 것과는 달리 그러한 현실을 만든 장본인에 대해 과감히 복수함으로써 벌을 받게되었지만 그마저도 행복하게 여기던 카타리나.. 그녀의 모습에 황색언론에 대해, 왜곡된 보도의 어마어마한 파장력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며, 대부분의 언론이 올바른 보도를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보는 <차이퉁>의 왜곡된 보도에 사람들이 더 많은 동요를 보이는 것처럼 나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더 많이 보는 언론의 이야기에 좌지우지 되면서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낄 뿐이다..   

한 사람의 목숨을 너무나도 쉽게 앗아가면서도 그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 역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아니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언론이 제대로 되야할텐데.. 카타리나 블룸처럼 또 다시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정치와 돈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그런 언론에 의해 세상 사람들이 정말 제대로된 사실을 접할 수 있는 현실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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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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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작가님을 처음 만난 건 중학교 3학년쯤 부모님이 사주신 동아출판사(그 당시엔 두산 동아가 아니었다..)의 "한국소설작가대계"라는 이른바 한국소설전집이란 책의 58권에서였다. 1권 신소설(이 분은 정말 낯선 분이었다..)에서 시작하여 유명한 한국근대소설작가인이 이광수와 염상섭, 현진건, 김유정 등등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수없이 작품을 접했던 분들로 대부분 구성되어있는 전집을 결국 난 다 읽지 못했다.. 60권이란 어마어마한 분량도 그렇지만, 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작품들이어서인지 도통 재미가 없었고, 중3이라고 해봐야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사주신 것이라 학교를 다니느라 읽을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첫 포부는 대단했었다.. 1권부터 시작하는 것은 재미가 없으니까 60권부터 거꾸로 읽어서 1권에 도달하자고 마음먹었고, 60권 윤흥길작가님의 책으로 시작하여 딱 58권 최인호 작가님에 도달할 때까진 정말 잘 읽었다.. 하지만 그 세권이 문제였다.. 차라리 익숙한 작품을 읽었더라면 나았을텐데.. 낯선 이야기들을 읽으며 진을 빼서인지 결국 무영탑과 심훈의 상록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단편만 읽은 채 그렇게 덮어버린 기억이 있다.. 그래도 처음 읽은 세 권의 책 중 최인호작가님의 책은 열심히 읽긴 읽었었나 보다.. 대학을 다닐 때 아버지가 사신 <달콤한 인생>이란 최인호 작가님의 책을 보고 재밌을까 싶어 읽었는데 어쩐지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알고보니 몇년전에 전집에서 읽은 그 이야기였었다는 것에 놀라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인호작가님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그 후론 최인호작가님의 책이나 짧은 단편을 얼핏이라도 본 적이 없었다. 얼마전 뉴스를 보며 최인호작가님이 암투병으로 인해 몇십년을 집필해온 <가족>의 연재를 그만두신다는 것을 알게된 후에야 다시 한번 작가님의 이야기들을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집은 책이 바로 <최인호의 인연>이다. 만약 1권부터 읽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인 작가님이 최인호작가님이고, 만약 며칠전 뉴스를 보지 않았더라면 다시 읽어보려는 마음도 생기지 않았을테니 이 책과 내가 만난 것도 인연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물과의 만남도 인간의 삶에 있어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본다면 내가 수많은 책들 중에 이 책을 읽게된 것은 정말 깊은 인연이 아닌가 싶었다. 최인호작가님처럼 버려진 난초 한그루, 집 뜰에 심어진 나무 한그루와 같은 인연은 나에겐 없는 것 같지만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었으니 나의 인연도 행복한 인연이란 생각을 하며 한 편한편 이야기들이 줄어드는 것을 슬퍼하며, 작가님의 행복한 또 다른 인연이야기가 궁금하여 한장만 더 한장만 더 그러며 결국엔 앉은 자리에서 반넘게를 읽게되버리는 책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첫눈에 반하고, 결국 그 아내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에서부터 어릴 적 나이가 많으신 어머니를 부끄러워했지만 어머니의 살갗을 손에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와 비루한 난과의 인연에 이르는 이야기까지 하나같이 행복하고, 하나같이 잔잔한 이야기들이었다.. 요즘과는 달리 고즈넉한 삶의 모습과 가난하지만 많은 식구들이 오순도순사는 옛 시절의 모습이 보이는 이야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다.. 더욱이 그런 이야기에 질세라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담아낸 사진에 다시 한번 편안해지며 아무런 이야기가 쓰여져 있지않음에도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인연을 아름답게 여기고, 인생을 수많은 연습을 통해 이별이 아닌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을 배워나가는 훈련이라 표현하던 최인호 작가님의 삶을 바라보며 난 언제쯤 저렇게 평온하고, 한적한 삶을 살며 인생을 되돌아보게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위해 인연을 아름답게 여기며 소중히 하기보단 한 명의 경쟁상대, 나에겐 쓸모없는 것이란 이름으로 인연을 가리운 채 각박하게 살고 있는 나이여서인지, 아직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채 인연이라 느끼기도 전에 헤어져버리며, 그 헤어짐도 쉽게 잊어버리게 되기에 더더욱 최인호작가님의 삶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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