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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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뻔뻔한 딕&제인에서 딕과 제인은 스타벅스에 무장한채 들어가 무지방우유를 리필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은행강도도 한다는 점에서는 빵가게 재습격과는 다르지만,,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삼십개를, 그러나 콜라값은 지불하는모습에서는 왠지 딕과 제인이 생각났다..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빵가게재습격!! 그 중에맘에 드는 단편은 <빵가게 재습격>과 <코끼리의 소멸>이었다!!다른 단편도 맘에 들지 않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고나서도 여운을 주는 것은 이 두편이었다. <빵가게 재습격>의 경우 극심한 허기에 빵가게를 습격하지만빵가게주인이 클래식을 듣고나면 원하는 만큼 빵을 가져가라고 해서 물물거래가 되어버린 습격의 여운이 문제였다.. 습격이었다면 원래목적의 달성이었겠지만 물물거래가 되어버리니 왠지 모를 그런 느낌에 결국 차츰차츰 성격도 변한 주인공의 모습은 뭔가 묘하면서도 금새 수긍되는 모습이었다. 왠지 나도 매우 허기진 밤에는 맥도날드를 갈까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ㅋㅋ

그리고 <코끼리의 소멸>!! 이 이야기는 담담히 코끼리의 소멸사건을 다룬다.,. 우연히도 코끼리가 소멸되기 전날 아마도 가장 마지막까지 코끼리를 본 듯한 남자의 이야기,.. 코끼리와 사육사의 크기의 균형에 의문을 품지만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누군가 얼핏 보기는 했지만 누구도 그 진실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보니 나 역시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

너무 짧은 이야기인탓도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소설인 해변의 카프카와는 다른 느낌의 소설이라는 점도 6개의 단편 모두 재미있게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2개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보니 나름 만족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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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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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그런 프로그램을 하는 채널일진 몰라도 일본라멘집과 도쿄의 아름다운 즐길거리이야기와 드라마 아츠히메와 진이 하는 "채널J"에 푹빠져 살고있다. 어떻게 된게 일본프로는 한 회가 20~30분정도밖에 안되는지 몰라도 일본에 다시가면 저길 꼭가야지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보게된다. 며칠전에도 무심코 "채널J"를 틀었는데 그러다 흥미진진한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하는 것의 한 장면을 보았다. 꼭 살아남으라는거 뭐고, 미친듯이 도망치는 모습과 폭발하는 장면에 터널같은 곳을 뛰어가는 모습의 짧은 영상은 그게 드라마이건 영화이건 안보면 후회할 것같이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영상의 끝에 새겨진 글자가 "골든슬럼버"였다. 

불과 하룬가 이틀전, 알라딘의 문학이벤트를 보다 어떤 영화의 시사회의 티켓을 주느니 마느니 했던 그 "골든 슬럼버"였다. 그 때만해도 <골든 슬럼버>라는 책에 흥미도 없어서인지 이벤트 페이지에 있던 동영상은 보지도 않았는데... TV를 통해 본 영화의 예고편은 꼭 한 번 보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개봉일이 8월 10일부근이어도 영화를 봤을텐데.. 개봉일이 너무 오래남아 있어 그 전에 책이나 읽어볼까 싶었다. 이시카 고타로의 책으로 <칠드런>과 <중력 삐에로>를 읽긴했지만 너무 예전이라 기억은 거의 안난다고 해도 좋은 상태여서인지, <골든 슬럼버>에는 정말 기대가 컸다. 

구성이야 사건과 관련없는 장면에서 사건의 시작, 그리고 사건의 20년 후, 그 다음에야나 사건이 등장했다. 앞 부분에 그 장면에서 등장하는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있긴 하지만 처음 얼마간은 계속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해가며 읽기 시작했다. 사건의 당사자이고 죽을 것 같은 사투를 벌이는 아오야기가 처음부터 그의 시점으로 혹은 그를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보는 시점이 아닌 총리암살이 일어난 순간 TV를 보는 히루코의 이야기와 정말 중간부분에 이르기까진 그 사람들은 왜나왔는지 싶었던 병상의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인지 처음엔 별 재미가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TV에서 본 폭발장면과 동굴에서 걷는 주인공의 모습이 진작에 등장할 거라고 생각했어서인지 괜히 밋밋한 시작이라는 흠을 잡아 재미가 없다고 생각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아오야기의 입장이 되어 그와 함께 뛰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던 사이 총리 암살범이 되어있고, 자신은 간적이 없는 가게의 CCTV에 모습이 찍혀있질 않나, 자신에게 도망치라고 했던 친구는 폭발로 죽질 않나!! 단 한번의 해명의 순간도 없이 무작정 그에게 총을 쏘는 경찰과 경찰처럼 행동은 하지만 경찰이 아닌듯 한 검은 옷의 사나이들에게 쫓기고 또 쫓기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를 테러범이라 생각지 않으며 도와주는 친구들과 처음 봤음에도 그를 믿어준 사람, 그리고 정말 연쇄살인범일 수도 있지만 아오야기를 물심양면 도와주던 미우라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과연 그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싶었다. 그래도 단한가지 평범한 택배기사에서 일본총리암살범이 되어, 단 하루만에 용의자로 온 국민에 공개되었음에도 열심히 도망쳤으니 진실은 밝혀질거란 생각을 했다. 뻔한 이야기가 될진 몰라도 그 진상을 공개하여 그런 일을 꾸민 자들을 실체가 조금은 드러나야 되는 것은 당연한거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운명은 아오야기의 편이 아니었다. 그가 목숨을 잃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든 진실을 아오야기의 편이었던 몇몇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알지 못했고, 결국 승리한 것은 아오야기를 괴롭힌 사람들이었으니 그런 운명에 휘말린 아오야기가 너무나도 불쌍했다. 

그리고 그런 결말이 뭔가 찜찜했다. 아오야기가 어느 정도의 진실을 밝히고 멋지게 죽던지 아니면 멋지게 복수를 하던지 했었거나 아니면 모호하긴해도 흥미진진한 결말을 만들어놨어야지.. 어떻게 이렇게 맥없이 끊나나 싶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결말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너무나도 아쉬운 결말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영화는 보고싶다. 아오야기의 모험을, 그의 눈물겨운 사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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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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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전이라는 것이 읽지 않았어도 어디선가 주워들은 덕에 대충은 알고있는 이야기들이다. 어릴적 많은 부분을 잘라낸 요약집이라 볼 수 있는 동화책을 통해서, 아니면 TV에서 해주었던 명작동화였는지 명작만화였는지라는 제목의 만화를 통해서, 그리고 고전 속의 매력적인 주인공을 그려낸 영화를 통해서 등등 기타의 방법으로 많은 고전의 이야기를 알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붐이 되어버린 드라큘라 혹은 뱀파이어시리즈, 비싸서 많이는 못보지만 매년 오픈하는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 어릴 적 재미나게 보았던 톰 소여의 모험, 디즈니의 수많은 만화영화 중의 하나였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처음으로 가진 세계문학전집에서 재미나게 읽었던 셜록홈즈까지 몇 년전까지만 해도 원작은 한 번도 읽은 적은 없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뭐하러읽나라는 생각에 원작을 읽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고, 어쩌다 한 시도는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특히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된다고 하여 얼마나 기대를 하고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데, 어릴 적 재미있게 보았고 어려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그런 이야기였는데 열린책들에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며 얼마나 좌절을 했던가!! 루이스 캐럴이 지네 나라말로 지네 나라 유머감각을 가지고 말장난을 한 것을 내가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만화 속 혹은 영화 속 흥미진진한 장면은 어쩌면 이렇게 밋밋해보이던지..그래서 여전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면 내 머릿 속엔 원작 속의 이야기보단 디즈니 만화영화의 장면과 이야기가 남아있다.   

이렇듯 흥미진진했던 모습이 밋밋해보여도,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는 달리 사족(원래의 내가 알고 있던 압축된 이야기의 관점에서 보면!!)이라는 것이 수두룩하게 달려있고, 우리나라의 정서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잔뜩 나와 내 지식으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도 여전히 고전을 보면 한 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을 점차 시도를 하고 있고, 그런 시도로 읽은 이번 책이 <지킬박사와 하이드>다.  

얼마전 읽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 속 주인공인 도리언과 함께 영화 젠틀맨리그의 주인공 중의 한명이었던 지킬박사의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지킬박사라는 게 전형적인 영국의 신사이자 귀족의 모습을 했다고 보면 되니 조금은 마르고, 조금은 키가 크며, 멋진 검정 모자와 지팡이를 든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되는 하지만, 그런 전체적인 실루엣이 아닌 얼굴은 이렇다할 특징이 없다. 하지만 그런 지킬박사가 약을 먹고 변한 하이드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지킬의 모습이 모두 사라진 채, 그의 내면 속에 숨겨진 악이 똘똘 뭉쳐 나타난 흉악한 모습에, 난폭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보니 그의 생김새는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다만, 이제까지 내가 생각하던 하이드란 지킬보다 더욱 큰 키에 더욱 큰 체격을 지녔기에, 한 노인을 한 번의 지팡이질로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원래의 하이드는 조그만 했다.  

하지만 하이드의 체구가 더 작은 탓에 그의 난폭한 성격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았다. 말쑥한 지킬의 모습과는 달리 작은 체구에 굽은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하게 강한 힘.. 그리고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마음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하이드의 모습은 이전에 내가 보았던 헐크하이드보다 더욱 강한 내면의 악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지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자신이 만든 약과 그 약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일탈을 꿈꾸었던게 다인데 지킬은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게되었고, 그로인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만약 그가 단 한번만 그 약을 시험해보았더라면, 아니 자신이 점점 위험해지는 모습에 놀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약을 다 없애버렸더라면 쓸쓸한 죽음에 이르진 않았을텐데..  

그러고 보면 악은 이세상의 그 어떤 선보다 사람을 현혹시키는 존재인가 보다. 한 번 맛보면 그 즐거움과 짜릿함에 쉽게 내던져버릴 수 없고, 그 위험을 겨우 깨우쳤을 때엔 너무 늦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함에 따라 더욱 더 악의 즐거움을 누리며, 겉으로는 성인군자처럼 행동한 지킬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악에 대해 관심을 갖고있는지 알겠다. 나 역시 누군가가 보지 않고, 들키지 않는다면 세상의 모든 부를 갖고 싶기도 하고, 내 능력보다 과장되게 꾸미어 다른 사람들을 속이기도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한 욕구를 숨기고 악보단 선을 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인간은 누구나가 악에 의해 자신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아서가 아닐까? 

이 책 속의 또다른 단편이었던 <시체도둑>속의 페츠 역시 악에 깊숙히 물든 맥팔레인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그 일에 관여하지 않으며, 평생을 죄책감에 사는 건, 자신이 조금이나마 행했던 악과 그 악에 자신을 물들게한 사람이 얼마나 위험하며, 또 얼마나 불쌍한지를 알아서가 아니까 싶다. 행하기 쉽지만, 그로 인해 든 죄책감에 의해 평생을 시달리는 건, 악한 일을 할 때의 짜릿함과 즐거움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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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팥쥐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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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이 책을 밤에 읽은 건 실수였다. 이야기들이 잠을 못 잘정도로 소름이 끼치지는 않았지만, 전래동화의 이야기를 현재로 옮겨 놓아서인지 자꾸 상상이 되었다. 특히 <죽이거나 살리거나>의 경우, 우리집 주변의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 혹은 손자옷이라며 건네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 좋을 정도의 확률이다보니 그 옷에 관한 이야기가 소름끼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옷을 입고 죽었던 손자가 아파트에서 밤에 자살을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안그래도 앞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소름이 끼친 상황에서 아파트에서 자살을 한 아이의 이야기를 보니 갑자기 내 방의 창밖이 무서워졌다. 그래서 거실로 나왔더니 방보다는 더욱 큰 창문들에 밖이 어찌나 잘보이던지, 그리고 방과 거실, 주방에는 모두 창문이 있다보니 피할 곳은 화장실밖에 없는데 화장실 역시 괴담의 주요 발생장소다 보니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결코 내리지 않던 블라인드를 바닥까지 내려놓고는 금방 잠이 들기도 섬뜩해 결국은 책을 다 읽고야 말았다. 어차피 <죽이거나 살리거나> 뒤에는 <지팡이>밖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야심한 밤에 이 책을 전부 읽고 만 내가 자랑스러웠다.  

다 읽고나서도 창문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게 만들었던 이 책은 6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었다. 팥쥐전을 모티브로 한 <서리, 박지>와 여우누이전을 떠오르게 하던 <자개함>, 그리고 우렁각시이야기인 <시시>와 개나리꽃을 모티브로한 <개나리꽃>,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인 <죽이거나 살리거나>, 그리고 십년간 지팡이를 휘두른 사람을 변형한 <지팡이>로, 여우누이전과 개나리꽃을 빼곤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전래동화들을 모티브로 하여 변형시킨 이야기들에서 그 이야기들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서리,박지>의 경우 홀아비가 딸을 데리고 딸을 가진 홀어미와 결혼한다는 것과, 콩쥐 즉 홀아비의 딸은 원래 이쁘고, 홀어미가 데리고 온 팥쥐는 못생겼다는 것은 똑같았지만 계모가 콩주쥐를 엄청 미워하며 구박하면서 온갖일을 다 시키던 것과는 달리 박지의 엄마는 박지보단 서리를 이뻐했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듯 했다. 콩쥐가 원님인가 원님의 아들을 만나 역경과 시련이 멈춘것과는 달리 죽은 남자친구를 어떻게든 영혼결혼식을 시키지 않으려하면서 서리의 시련은 시작되었고, 점점 낌새가 이상하더니 결국 박지의 엄마는 박지의 편이며, 정말로 무서운 방법을 통해 서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보다보니 무섭기보단 화가 났었다. 어릴 적 읽은 전래동화에서는 알지 못했던 "팥쥐를 젓갈로 담아 팥쥐어미에게 준 일"을 보며 조금은 소름이 끼쳤지만 역시 착한 사람에게 복이 와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생각과는 전혀 반대인 결과였다.  

그리고 <자개함>의 경우엔 조금 황당한 느낌이었달까? 어린 마음에 여우누이전 속의 가족을 잡아먹는 여우누이동생의 모습에 소름끼치고, 그런 여우누이를 물리친 오빠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더라면, 이 이야기에서는 그저 늙지 않는 엄마가 그리고 그 엄마가 아무렇지도 않다가 갑자기 초인적인 능력을 보이는 모습에 황당함을 느꼈다. 처음부터 늙지 않는 것 외에 다른 점을 인식시켜주었더라면 좋았을 것같았다.  

세번째 이야기인 <시시>의 경우엔 우렁각시와는 다른, <죽이거나 살리거나>에서는 선녀와 나무꾼이야기와는 달리 섬뜩함이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아무리 어릴 적 읽은 이야기를 되새겨봐도 우렁각시는 참한 이미지에, 원님에 눈에 들어 남편을 조금 힘들게는 하였지만 결국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이고, 선녀와 나무꾼 역시 나무꾼에 의해 옷을 뺏긴 선녀가 여러 아이를 낳고 살았고, 결국 옷을 되찾아 하늘로 가지만 선녀를 그리워하던 아이와 나무꾼 역시 하늘나라에서 같이 살게된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와 달리 "시시"는 조금은 무서운 듯한 신비로운 존재로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내가 그렇게 무서워하던 이야기인 <죽이거나 살리거나>에서 옷은 아내를 못 떠나게 하는 선녀의 옷이 아니라 죽은 아이가 입고 있었고 불에 타지도 않는 끔찍한 옷이었다.   

어른들이 읽는 그림동화에서 내가 알고 있던 백설공주이야기가 아닌 무서운 백설공주를 읽었을 때에는 그래도 전체적인 줄거리는 똑같고 자세한 사항이 달랐던 건데, 이 책의 전래동화들은 그저 중요한 소재인 옷 또는 시시와 같이 비슷한 사람만이 등장할 뿐 <모던팥쥐전>이란 제목답게 새로운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비슷한 것은 조금밖에 없는 이야기들에 삽화가 더해져 더더욱 상상하게 만들고, 시대도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모습과 똑같다보니 무서운 그림동화와는 차원이 다른 무서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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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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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젠틀맨 리그라는 영화를 통해 도리언 그레이를 알게되었다.. 뱀파이어, 투명인간, 지킬박사, 톰소여, 네모선장, 그리고 도리언까지!! 각기 다른 명작의 주인공이 한 영화에 등장했고 그 중 처음 만난 도리언 그레이의 존재는 새롭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미모를 영원히 갖는대신 초상화 속의 자신이 나이를 먹게된 도리언..솔직히 영화 속의 도리언은 이 책 속의 영원히 소년같은 모습의 도리언과는 달랐다. 멋있고, 초상화 속의 그림과는 달리 젊긴 하지만 소년이라기 보단 아무리 봐도 서른초반정도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나이를 대신 먹어가고, 도리언이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추악한 얼굴로 변하던 초상화를 가끔씩 바라보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방에 보라빛인가 빨간빛의 덮개를 씌어놓던 책속의 도리언과는 달리 영화속의 도리언은 절대 자신의 초상화를 보지 않고, 덮개를 열지조차 않았으며, 초상화를 보더라도 변하지 않던 책속의 도리언과는 달리 영화속의 도리언은 결국 자신의 초상화를 보곤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그대로 얻게되어 먼지로 변하게 되었다. 

이러한 차이점을 보면 불사신에 초상화를 보지 않던 영화 속 도리언과는 달리 늙지는 않지만 초상화를 보며 베인에 의해 죽을 뻔한 위기에 두려워하던 책 속의 도리언이 조금더 사람다웠다. 자신이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조금씩 겉모습이 변하는 것에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외모에 모든 것을 걸고 계속해서 나쁜 짓을 하는 도리언 그레이와 조그만 실수를 깨우치지 않고 붙잡힐까 걱정하면서도 계속해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닮아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모습조차도 지극히 현실다웠다. 만화 심슨에서 보면, 호머심슨이 도넛하나때문에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장면처럼 도리언 그레이가 자신의 영혼을 팔 때에는 한 밤에 악마가 직접 등장하여 계약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도리언 그레이가 영혼을 파는 장면은 밋밋하기 그지없고, 누구나가 한 번쯤은 했을 말이기도 했다. 한낮에 자신의 친구들과 있으며 진담으로 자신이 초상화처럼 늙지않으면 좋겠다고, 그렇게만 된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좋다는 언급에 의해 어느새 악마에게 영혼을 팔게되다니..  

도리언이  헨리경을 만나 조금씩 겉모습만을 중시하는,,그런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완성되어있던 초상화는 아무 변화가 없고,, 그렇다고 영혼을 파는 장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짧게 지나갔던 언급이 영혼을 파는 장면이었다니!! 그리고 도리언의 첫사랑 시빌 베인이 자살을 하면서 도리언의 초상화는 조금씩조금씩 변하게 되는 것도, 나이를 들어 변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저지른 흉악한 일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인상이 변하는 것이었다.. 

조금씩 타락한 일을 저지르다 사교계에서도 점차 거부당하고, 점잖은 여성이나 남성들이 그를 거부하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초상화 속의 얼굴도 점점 흉악하게 변했고. 결국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자신을 고통에 빠트렸다고 생각하여 바질 홀워드까지 죽이게 된 도리언이었다..  

그 후에도 악한 짓을 하며 평소의 삶을 유지하던 도리언이 자신의 초상화를 찢으려다 자신이 죽게됨으로써 이야기는 끝이났다..정말이지 내가 영화속에서 보았던 결말이 아니었다!!나는 영화만을 보고 자신의 초상화를 보면죽는 도리언의 모습만을 생각했는데.. 책 속의 도리언은 틈틈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괴로워하고 약간의 선행이 조금은 초상화를 변화시키지않았을지 궁금해하며 혼자서 초상화를 확인하니.. 내 생각대로 초상화를 보는 순간 초상화의 나이와 모습이 본인이 갖게되게되었다면..도리언은 시빌의 죽음이후에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것 같은데..  

영화로 처음만난 도리언의 이야기와는 다른 듯 같은 이야기였지만, 생각만큼 매우 재미있게 읽지못했다. 너무나도 자극적인 이야기에 물들어있다보니 이 정도의 이야기에 스릴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서 그렇겠지만 뭐니뭐니해도 행복한 왕자의 따스한 이야기의 오스카 와일드가 이런 작품도 쓰다니!!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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