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었던 남자 - 악몽 펭귄클래식 76
G. K. 체스터튼 지음, 김성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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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K. 체스터턴.. 이름도 모르던 작가의 <목요일이었던 남자>라는 책을 읽은 건 "애거서 크리스티, 어니스트 헤밍웨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등 현대의 대표 문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설의 거장 G. K. 체스터턴의 국내 초역 작품."라는 한줄의 소개글때문이었다.. 더욱이 펭귄클래식의 100권도서목록에서 "애드거 앨런 포, 아서 코난 도일과 함께 '가장 재미있는 추리소설 작가의 한사람으로서 G. K. 체스터턴'을 꼽게 되리라"라는 문장을 읽고나니 도무지 읽지 않곤 못베기게 되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미스 마플양과 에르퀼 푸아로를 창조해낸 애거서 크리스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것도, 사랑해 마지 않는 셜록 홈즈의 아버지 아서코난 도일과 함께 가장 재미있는 추리소설의 작가로 꼽게 될 것이라는 것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겐 정말 구미가 당기는 문구였다..  

그래서 여전히 읽지 못한 책이 수두룩하게 쌓여있으면서도, 읽다만 책이 3권(나는 고양이로소이다, 7인의 미치광이, 카프카의 성;;;)이나 있음에도 얇아서 더욱 부담이 적어보였던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두어시간동안 정말 스릴감을 느꼈고, 온몸의 감각이 곤두선 상태로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레고리란 이름의 한 남자가 자신은 무정부주의라며 주장하고, 그에 반박해 자신은 기차시간표를 읽는게 더 재밌다는 사임이라는 남자의 논쟁에서 시작되어 비밀회의에 참여하게 되고, 그리고 그 비밀회의에서 대표가 될 수 있던 그레고리 대신에 아무 상관도 없던 사임이 대표가 되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 대표의 이름이 "목요일"이며 일요일이란 사람을 기점으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인의 사람이 모여 프랑스 대통령을 죽이네 폭발물을 터뜨리네 하며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흡사 애거서 크리스티의 <세븐다이얼스 미스터리>에서 세븐다이얼스란 그룹이 1시니, 5시니 하는 시간으로 불리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월요일이니 목요일이니 하는 이름으로 서로를 칭하는 모습이 낯설지도 않았고, <세븐다이얼스 미스터리> 역시  어떤 비밀조직에 대해 파헤치기 위해 쉴새없이 뒤를 쫓던 젊은이들의 허탈한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던 터라 사임의 악몽과도 같은 며칠동안의 이야기의 끝이 당황스럽지가 않았다.. 솔직히 도무지 뭐가뭔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끝이 이 이야기의 묘미이기도 했다.. 

시인이었던 자가 경찰이 된 것도, 그가 경찰이 될 때 단지 어둠 속의 한 남자를 만나기만 하고 경찰이 된 것도 심상치가 않은데 무정부주의자들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잠입한 무정부주의자들의 단체에 경찰이 사임 단 한사람이 아니었다는 것도 심히 당황스러웠다.. 정말 무슨 조직이 7인으로밖에 구성되지 않았는데 스파이가 여럿이나 싶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서로 같은 편을 찾았다고 안도하면서 자기들 딴에는 나라를 구하겠다며 서로를 쫓고 쫓기는 모습이라니!! 처음 시작은 무의미한 논쟁으로 시작한 것 같은 이야기가 어느새  첩보물로 바뀌었고, 첩보물인가 싶던 이야기가 추격극으로 바뀌더닌 순식간에 기묘한 이야기로 바뀌어버려 있었다..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던 이야기는 결국 사임이란 한 남자의 기묘한 악몽과도 같은 현실같지 않은 현실로 되어버렸다..  

확실히 목요일이었던 남자의 "악몽"이란 부제와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에, 그리고 쉴새없이 이목을 잡아끄는 사건의 연속에 반해버리고야 말았다!! "애드거 앨런 포, 아서 코난 도일과 함께 '가장 재미있는 추리소설 작가의 한사람으로서 G. K. 체스터턴'을 꼽게 되리라"라는 추천글이 아깝지 않은, 정말 걸작이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순전히 추리물이라는 체스터턴의 브라운신부시리즈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처럼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성찰력을 가진 브라운신부란 사람은 과연 어떠한 사람일지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읽고나니 더더욱 궁금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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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5
앙드레 지드 지음, 이혜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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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이 목에 목걸이를 차고 있는 표지 사진은 기드 모파상의 목걸이를 떠올리게 했다. <목걸이>라는 단편 뿐만 아니라 기드 모파상이란 작가에게도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의외의 연상이긴 했지만, 그러고 보면 목걸이를 보고 <목걸이>를 떠올린 지극히 단순한 연상이기도 했다. 너무나도 단순한 연상이었지만 결국 이 이야기 자체도 목걸이에 너무나도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 목걸이를 표지에 실은걸 보면 단순한 연상이었지만 지극히 타당한 연상인 것 같기도 하다.. 

기드 모파상의 <목걸이>의 간략한 줄거리를 보면, 한 허영심 많은 여자가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를 잃어버리곤 잃어버렸다고 말하기보단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돌려주었고, 그로 인해 10여년의 고생을 겪었지만 친구가 그게 가짜라고 말해 허영심많은 여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이야기라고 한다. (줄거리를 읽고나니 기억이 어렴풋이 나긴 하는 이야기다..) 이렇듯 허영심 많은 여자의 모습을 목걸이라는 소재로 표현한 것이 기드 모파상이었다면, <좁은문>의 목걸이는 한 여자의 마음을 보여주었다.. 어린 나이긴 하지만, 사촌이어서 자주 보았고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사랑에 빠진 제롬과 알리사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엔 서로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야기에서 그런 변화를 가져온건 결국 알리사의 마음이었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느라, 무심코 던진 말 속에 두려움을 느껴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알리사는 목걸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고, 그 마음으로 인해 세 명의 사람이 결국 불행해지지 않았나 싶다.. 기독교니 천주교의 차이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나로써는 성경이니 누가복음의 구절을 들며 마음을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작품해설을 읽고서야 알리사의 마음이 그렇게도 극적으로 변하게 된 이유를 겨우 깨우칠 뿐이었다. 그래서 알리사의 심정의 변화며 태도의 변화에 나역시 제롬과 같이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은 어린 한 남자, 아니 소년이 같은 여자인 나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하디 복잡한 알리사의 마음을 어떻게 깨달을 꺼며, 알리사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줄리에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챌까.. 그게 비극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오랜 시간을 서로 사랑했지만, 서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 서로를 더깊이 이해하지 못해 결국은 알리사의 변화는 제롬에겐 결국 이해할 수 없는 벽이 되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좁은 문>에 대한 그 시대의 평이 하느님의 절대적 사랑의 추구이든 종교적 교리의 허무함이든, 나에겐 <좁은문>이란 결국 서로를 향한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제롬과 알리사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인 이야기였다..서로 같은 곳을 향하고, 서로의 마음을 자기만의 방식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을 하였더라면 제롬과 알리사는 그들의 사랑에 의해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라는 뻔한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는 삶을 서로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다른 관점에 의해 어긋나버린 사랑에 의해 모두 불행해진 쓸쓸하디 쓸쓸한 삶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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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시월의 밤
로저 젤라즈니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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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과연 이 책을 처음부터 읽긴한건지, 과연 이 이야기가 끝난건지, 내가 중간에 빼먹은건 아닌지..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쉬엄쉬엄 읽긴 했지만 그래도 삼일에 걸쳐 틈틈히 다 읽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어디에선가 끈을 놓쳐버린 듯 뭔가 아리송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스너프와 옆집 고양이 그레이모크, 그리고 다람쥐와 뱀, 부엉이를 키우는 주인들이 어떤 게임에 참여했고, 누군가는 죽고, 그걸 덮으려는 사람과 파헤치려는 사람, 그리고 비밀투성이인 사람들이 한 가지 결말을 위해 끊임없이 찾고, 해결하고, 숨기려고 하는 이야기 속에 사소한 웃음도 혐오스러움과 괴기스러움 모두 어우러져 계속해서 읽을 수 밖에 없던 책이었지만 분명 난 어디에선가 이야기의 끈을 놓친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클라이막스에 도달해 멋지게 끝나는 이야기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수가 없었다. 처음 스너프와 잭이 어둠이 밀려온 후, 재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찰스 디킨스의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를 떠올리며 당연히 묘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묘지에서 비밀스런 재료를 찾듯, 고블린처럼 어떤 악마를 만나거나 유령을 만나거나, 아무튼 기괴한 현상에 말려들 것이라고만 생각을 하며, 잭과 스너프가 집에 가둬둔 정체모를 것들에 대해서는 해리포터 속 자신이 무서워하는 상상의 것으로 변하던 서랍안의 생물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비슷한 이야기일 것이려니 생각을 했었던게 실수였다.. 

아무리 속으로 잠깐 생각했었더라도 결국은 책을 읽는 내내 거기에 얽매여서는 이 이야기에만 온전히 빠져들지 못하다보니, 옮긴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백작이 ooo이자나,,,라고 할 때까지 생각도 못했었다.. 그러고보니.. 그랬다.. 너무나도 뻔하고, 알기쉽게 특징을 그렇게나 많이 보여주고 있음에도, 난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미리 "젤라즈니의 장기인 아름다운 문장과 정교한 플롯에다 온갖 상상계의 스타들,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 설정"라는 소개글을 읽거나 누군가의 리뷰를 읽은 뒤 책을 읽었더라면 처음부터 스너프니 잭이니 질이니 백작이니 하는 등장인물들이 어떤 상상계의 스타이려나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을뿐만 아니라 옮긴이의 글을 읽기전에 등장인물이 누군지 알아채곤 뿌듯했을텐데.. 이렇게도 뻔한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데에 내가 이렇게나 책을 대충읽었나 싶어 큰 상처를 받았다.. 

그래도 백작의 모습이 수상하다긴 하지만, 목사라면서 점점 더 사탄스러워지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목사와 그 집에 감금된 소녀, 그리고 그레이모크가 염탐짓을 통해 알아내던 사실과 스너프가 숨긴 시체에 대해서만 집중하다보니 그랬다고 위안을 삼을수도 있었지만 그로인해 중간중간 실마리를 너무나도 많이 놓쳐버렸으니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아리송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는 거였다.. 진작에 꼼꼼히 문장하나하나를 새기며 정독할 걸 싶었지만 그래도 벌써 통독을 해버렸으니 이 책의 느낌은 끝까지 아리송한 이야기라고 남을 것 같다...

그래도 신기한 건,.. 실마리를 그렇게나 많이 놓쳤음에도 책을 읽는 속도가 더뎌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리송한 기분에 다시 처음부터 책을 읽긴 했지만, 그전에도 이야기는 물흐르듯 흘러, 결말을 향해 순식간에 도달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더더욱 중간에 놓친 실마리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짠"하고 끝나버렸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었더라면 책소개의 말처럼 "'고딕소설, 탐정소설, 판타지의 절묘한 배합"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술술흘러가 모든 비밀들이 집결하여 10월의 마지막 날 사건이 벌어지고, 잠잠해지는 모습에 나 역시 그런 분위기에 휩싸였다는 점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소소한 점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운 점을 빼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은, 쉬운 듯 쉽지 않은 뭔가 아리송하면서도 알것같은 그런 묘한 이야기에 정말 오랜만에 뿌듯함을 느끼는 책이었다.. 이 여세를 이어 다음번엔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나 <앰버연대기>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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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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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08년말에 이 책을 읽었느니 다시 읽기까지 2년이나 걸렸다. 보통 좋아하는 책은 자주 읽게 되는데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었는지 집에 책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끌리는 책도 아니었는지 기억에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어지간한 책은 줄거리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반면 <동급생>의 경우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 중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방과후>와 한참을 헷갈려했으니 정말 인상이 옅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사서, 다시 읽기 전까진 이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으니.. 

그래서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서장의 심장병이 있는 동생 하루미의 이야기를 보며 언젠가 읽은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고, 유키코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야 예전에 내가 이 책을 읽었었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임신한 여고생이 산부인과 앞에서 선생님들에 쫓겨 도망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건의 장면까지만.. 딱 사건의 시작까지만 기억이 나고, 그 이후에 의심을 받는 니시하라의 모습과 경찰의 수사에서 도무지 누가 범인인지, 어떤 트릭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났다. 어떻게 된게 "눈이 안그려져서 그런가 표지 느낌이 섬뜩하네.."라는 느낌은 처음 책을 본 때와 지금이나 똑같이 느끼는데 제일 기억에 남을 범인이 기억이 안나는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경찰의 말에 의해 자꾸 함정에 빠져버렸다. 경찰이 압박 테이프를 찾으면 "맞다맞다!!니시하라의 짓이었지"라는 생각을 하게되니.. 그리고 따른 증거를 찾으면, "니시하라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에 생각의 반복을 하다보니 결국은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까먹게 되었다.. 그래도 니시하라가 애인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자신을 좋아하던 유키코의 사망소식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모습과 그에 반해  친구들에게 까지 유키코와의 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이 책을 계속해서 읽게하는 힘이 있던 것 같다..  

책 전체의 이야기인 니시하라고 경찰에 살인용의자로 의심을 사며, 그에 반박하는 증거를 모으기 위해 노력을 한 것보단, 자신의 체면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누군가에게 유키코와의 모습을 다정스레 보여줄지 고민하며, 그런 고민에 자학하는 니시하라의 속모습이 진정한 이야기 내용이었고, 그런 모습이 나도 저또래였다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기에, 니시하라의 모습이야말로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책읽는 중간 중간 "1. 솔직히 요즘 세상에 결혼 전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하는 일도 많고, 그로 인해 낙태도 하는 세상에(지금은 불법이라 대놓고 낙태하진 못하지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낙태했다는 애도 있었다..), 부모 몰래 아이를 낳고 유기 또는 살인하는 여고생도 있는 마당에 단지 임신을 해서 병원을 다니던 여고생이 선생님을 피해 도망가다 교통사고를 당한게 그렇게 숨길 일인가....2. 병원에서 나오던 학생이 교사를 보고 도망가다 교통사고로 죽은 거야 어쨌든 사고로 일어난 건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여교사나 그 여교사에게 유키코를 죽였다며 따지는건지.. "라고 느낀 부분이야말로 내가 어른, 그것도 아직 어른의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한 어중간한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였다..

그 지역에서 잘나가는 이른바 명문학교의 입장에서야 자기네 학교에 그런 탈선을 저지르는 학생의 이야기로 사람들에 입에 오르내리는게 달갑지 않은 이야기이고,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딸이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임신한 것이 부끄럽고 남에게 드러내지 못할 이야기인데.. 그리고 아무리 사고로 죽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선생님이 쫓아와서 사고가 났다는 학생들의 주장도 그럴 수 있는 건데 그 둘다 이해할 수 없는 어중간한 어른..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는 나에겐 희미한 이야기 일 수 밖에 없다.... 

분명 나도 겪고 지나온 질풍노도의 시기이지만 벌써 오래 전의 이야기이고, 아직은 학생이다 보니 세상의 더러움을 잘 몰라서인지 선생님과 학생, 그 둘의 편도 들지 못하는 오히려 가오루의 계획에 장난반진심반으로 참여했던 학생 또는 살해당한 미사키선생님의 장례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죽으니 불쌍하게 여기던 학생들의 모습에 더 가깝다보니, 희미한 이야기로 남는가 보다.. 멋진 탐정의 모습이나 애절한 마음의 범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조금은 허전한 느낌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번에 다시 한번 읽어 범인도, 트릭도, 니시하라와 친구들의 고민도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 희미하디 희미한 이야기로만은 남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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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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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방학을 했다!! 방학이라고 해서 학교를 안가는 것도 아니고, 학기중보다 공부할 꺼 없는 것도 아니다보니 정말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변명이라면 변명일 수도 있지만.. 입학을 앞두고 시간이 남아돌던 작년처럼 무작정 책을 읽는게 소원이면서도 정말 책을 가까이 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방학이 되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명, 아니 재미있을 꺼라고 맹신하는 작가 중의 한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진도가 안나간다.. 두권이어서 그런 것도 같고, 읽으면서 점점 냉소적이어져서 그런 것도 같고.. 그래서 그냥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추리소설을 읽어버리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긴다이치 쿄스케시리즈의 요코미조 세이시작가의 신작이 나온터라 아무 망설임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은 몇권 안된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옥문도>, <이누가미 일족> 정도니 딱 5권을 읽었을 뿐이다. 하지만 단 5권밖에 되지 않지만 실망도 많이 했다. 이전에 쓴 리뷰를 보니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를 읽을 때에는 홈즈나 푸아로와 같이 매력있지 못한 쿄스케의 모습에 실망을 했고,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의 모습에 실망도 했고, <팔묘촌>의 경우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이미 본 듯한 내용과 어쩐지 적극적이지 못한 쿄스케에 다시 한번 실망을 했으니 이미 오래전 난 긴다이치 쿄스케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옥문도>에서도 계속해서 탐정역을 하는 긴다이치 쿄스케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걸보면, 딱히 난 긴다이치 쿄스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요번에도 어째서인지 난 긴다이치 쿄스케의 시리즈를 좋아한다 생각하고 책을 산 걸 보면.. 정말 순식간에 책 내용을 잊었나보다.. 

그리고 내가 더이상 김전일의 할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긴다이치 쿄스케를 좋아하지 않을 꺼라는게 이번 책으로 확실해졌다. 이번 <삼수탑> 역시 긴다이치 쿄스케의 활약이라곤 느껴지지도 않았고, 이전의 시리즈가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추리소설의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추리소설이란 느낌보단 풍속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어 더욱 실망을 하게 되었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과도기에 썼던 이야기들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일컫어지고 있는 것이 <삼수탑>이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하는 소설이라는 데도 이 책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어서인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여성 1인칭 시점에서 씌어진게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이고, 그 여자가 사건을 그저 관찰하는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 사건에 깊숙히 관여하여 도망을 다니는 점이나 머리가 세 개 들어있는 삼수탑이라 불리는 탑과 그에 얽힌 사연으로는 충분히 섬뜩하면서도 뭔가 사건을 풀이해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같았다.. <이누가미 일족>에서도 유산과 관련하여 더 많은 유산을 위해 친족들이 죽어나가던 것처럼 <삼수탑>에서도 오토네와 관련하여 겐조라는 친척의 유산의 상속과 관련하여 그 친척들이 죽어나가니 어쩐지 전형적인 돈과 관련한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점은 없어도, 그만큼 익숙한 이야기다보니 이번엔 어떤 트릭으로 사건을 꾸미나 기대했었다.. 

하지만 범인이 범인인 만큼 왠지 트릭이 특별할 것도 없었다. 다만 오토네와 함께 상속을 받는 친척들의 추악함을 보여주기 위해 스트립쇼극장같은 곳에 가질 않나, 봉봉클럽? 아무튼 그런 이름의 싸구려 윤락가같은 곳을 가질 않나, 그리고 그런 추악한 사람들의 곁에서 상속을 받는 사람에게 들러붙기 위해 상속녀들의 주변에 있는 남자들도 하나같이 여자를 꼬시기 위해, 여자를 지배하기위해 옆에서 그녀들을 조종하는 정도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질안나.. 솔직히 살인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싸구려 소설이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니 제목이 <삼수탑>이면 삼수탑이 이야기 전체의 구심점이 되어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고, 사건이 해결되는 곳이어야 하지 않나? 분명 내용 전체에 있어 삼수탑은 오토네가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이고, 그곳에 사건의 실마리가 있음은 이야기 시작에서부터 강조하고 있었는데 막상 삼수탑은 이미 알려진 것을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대단한!! 역할을 해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삼수탑의 존재는 미미했다. 그리고 긴다이치 쿄스케의 모습도.. 

언제나 탐정은 사건이 발생한 뒤, 범인을 밝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건 알고 있다.. 홈즈처럼 사건을 의뢰받아 발생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사건을 막을 때도 있지만, 보통의 추리소설에선 어느 누군가가 죽어야지만 탐정이 등장하다보니 약간은 뒷북을 치듯 범인의 이야기를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전력질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긴다이치 쿄스케시리즈에서 계속해서 느끼는 건, 탐정이라는 직업의 한계에 의해 범인의 뒤를 쫓아 마지막에서야 겨우겨우 사건을 해결하는 다른 탐정들과는 달리 쿄스케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나 이번 이야기에서는 더더욱 그의 역할이 적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년탐정 김전일의 "김전일"만 해도 범인의 마음을 돌리려고도 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할아버지란 긴다이치 쿄스케는 "이미 거의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좀 더 기다려서 사건이 끝나기만을 기다린 거야"라는 식의 모습이니..   

내가 긴다이치 쿄스케를 싫어하는 것과 더불어 이런 풍속소설같은 느낌의 이야기를 싫어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디스트적이고 마조히스트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과 더불어 전혀 유쾌하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이야기에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은 것과는 상반되게 딱히 좋은 인상의 책은 아니었다. 솔직히 이 책을 새벽 1시 반쯤 읽기 시작해서 4시쯤 다읽었으니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엄청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그런 흡입력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용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고 싶은 심정이다. 

이부분은 이래서 어떻고, 저부분은 이래서 어떻다고 마구 꼬투리를 잡아주어야, 이 책을 읽음으로써 느낀 허무함을 조금은 풀 수 있지 않을까했다.. 예를 들면 오토네가 아가씨로 자랐고, 숙녀로 자라서 의문의 남자에게 몸을 빼앗긴 것에 대해 누군가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솔직히 그게 자신이 살인자로 오해받는 것보다 더욱 수치스러울까 싶다.. 분명 지금과는 다른 시대라곤 하지만 그래도 말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남자가 그렇게도 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그걸 다른 사람이 모를까 싶었다.. 아무리 변장을 한다고 해도, 오토네의 말처럼 변장실력이 특출난다고 해도 약간은 수상쩍은 사람을 매일같이 보면서 의심하지 않는 비밀숙소의 고용인들도 그렇고, 자기네 가게에 자주온다고 하면서도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파악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도 그랬다..  

그리고.. 갑자기 현실 속의 이야기 속에 비현실적인 모습이 나오는 건 또 뭐람.. 이야기 전체에서 누군가 트릭으로 초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어낸거라면 그 트릭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할 텐데 이건 뭐 그렇지도 않고, 조금은 뜬금없는 설정이지 않은가 싶었다.. 

진짜.. 긴다이치 쿄스케도 그렇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이제껏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쿄스케시리즈와는 조금 다른 많이 다른 풍속느낌의 소설일지라도 새로움으로 받아들여도 되지만 오랜만에 읽은 책이어서인지 예전과는 다르게 그냥 내가 싫어하는 점이 유난히도 많이 느껴진다..  

예전처럼 무분별하게 마구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일주일에 3~4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아마 이 책도 그리 나쁘지 않은 책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지금의 느낌으로는 조금 많이 안타깝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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