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왕자와 정직한 거지!!

왕자와 거지 ㅣ 펭귄클래식 55
마크 트웨인 지음, 남문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솔직히 이제껏 몇권안되는 펭귄클래식 책과 어릴 적 읽은 책들 중 몇몇권만 고전이라는 이름이 달린 책으로 어른이 되어서 읽었지만 항상 "새롭다"라는 느낌과 더불어 "이해가 안간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명작만화나 동화책에서 볼때면 정말 극적이고 엄청난 사건이 책에선 슬쩍 지나가는 듯한 느낌일 때도 있었고, 너무나도 낯선 외국의 동요덕에 반도 채 이해하지 못한 책(예를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있기도 하고, 아무튼 이래저래 새로움을 느끼는 책들이어서 솔직히 예전에 내가 읽은 책과 이 책이 같은 책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왕자와 거지>는 읽기 시작하자마자 "어,,, 이거 내가 읽었던 이야기랑 같은 느낌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점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거의 없는, 정말 어릴 적 동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고전에 비해 정말 빨리 읽히는 책이었다. 우연히 만난 왕자와 거지가 장난삼아 옷을 갈아입었는데 둘이 너무나도 닮아 진짜 왕자가 거지로 오인되어 쫓겨나고 겨우겨우 다시 왕자의 자리를 찾는 이야기라는 정말 기본적인 줄거리외엔 딱히 기억나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어릴 적읽은 책과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그 왕자의 이름이 에드워드 6세이고, 그의 아버지가 헨리 8세이며, 그와 노는 누이들이 피의 메리와 엘리자베스여왕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되는 것이었다. 무자비하고 왕비를 여러번 바꾸던 그 헨리8세가 왕자의 아버지이고, 왕자는 요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뒤를 이은 메리여왕과 엘리자베스여왕의 유명세에 살짝은 가려진 에드워드 6세라니!! 아무리 마크 트웨인이 에드워드 6세가 살던 16세기 중반의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제의 인물로 책을 썼다는게 놀라웠다. 

따리고 보면 <노서아가비>에서는 고종의 모습을, <미인도>라는 책에서는 신윤복과 김홍도를 이야기하는 등 과거의 인물을, 더불와 과거의 왕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한국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책에서도 쉽게 볼수 있긴하지만 그래도 예상치 못한 <왕자와 거지> 속의 에드워드 6세의 모습이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기억하지도 못한 사실을, 혹은 읽은 적도 없는 사실에 대해 알게되어서 정말 읽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한바가지였다.. 

바로 이래서 어릴 적 읽은 명작동화책들을 다시 읽게되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거나 어릴 적 읽은 느낌과 다른 분위기에 감탄하게 되거나, 이리 어려운 이야기였는지 미쳐몰랐다는 사실에 놀라게 하는 책들이 명작동화책의 이름을 달고 나왔던 고전이니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펭귄클래식이 좋아지고 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도 좋아하지만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한번도 읽지 않았던 고전들이고,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 역시 좋아하지만 처음 보는 제목의 책들이라 신기하며, 열린책들의 과거 자그만한 사이즈여서 더욱 좋아했던 Mr.Know시리즈의 이쁜 표지와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들이라 좋아하는 것과는 달리 펭귄 클래식의 책들은 이전에 읽었던 책들, 그것도 다른 문학전집에는 잘 없는 그런 책들이라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게되니 말이다.  

아직 펭귄클래식의 책을 몇권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아니 아직 가진 것도 채 못읽은 실정이지만 그래도 펭귄클래식에 더욱더 많은, 향수를 자극하는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서점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

명탐정 홈즈걸 3 : 사인회 편 - 완결 ㅣ 명탐정 홈즈걸 3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2월

광화문의 교보문고처럼 커다란 서점을 다니다 보니 그 곳에 몇명의 서점직원이 있는지도 모르고, 도서검색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컴퓨터덕에 누가 일하는지도 모른다. 카운터의 직원이나 검색을 하고서도 도저히 보이지 않는 책을 찾을 때에나 겨우 도움을 청하는 직원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보면 되겠지만.. 솔직히 별로 보고싶은 생각도 안들고, 보고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인상깊은 직원이 없는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속의 직원들인 쿄코와  다에의 모습에, 그리고 서점직원들과 친근한 모습의 손님들을 볼 때면 조금은 샘이 나기도 한다. 우리 동네에 세후도서점같은 조금은 작으면서도, 참고서가 아닌 다양한 책을 구비한 서점이 있다면.. 쿄코와 다에와 같은 서점직원들을 찾으려 노력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다보니 이 책속의 이야기와 연관된 사람들을 보면 질투도 났지만, 솔직히 <이상한 주문>이나 <사인회는 어떠세요?>에서 벌어진 서점 속의 일이야 서점의 단골이 될지라도 모를 수 있을테니 조금은 다행이랄까 싶은 안도감도 느꼈다. 첫번째 이야기인 <이상한 주문>은 품절된 책을 다른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로 주문하는 사람으로 인해 서점에 비상이 걸렸던 이야기고, 네번째 이야기인 <사인회는 어떠세요?>는 세후도에서 처음으로 사인회를 개최하기 위해 그 작가의 요구대로 수수께끼를 푸는 이야기다보니 그냥 서점에 놀러가고, 책을 사러가는 손님의 입장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서점점원들사이의 이야기다 보니 다른 손님들이야 알턱이 없는 이야기일테고, 인터넷으로 품절된 책을 예약하고 결제를 해야만 책을 구매할 수 있다보니 <이상한 주문>속 사건처럼 한 사람이 여러명의 이름으로 장난을 칠수도 없을테고, 이런 이야기들이 서점에서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사건은 아닐테니 다른 사람들도 처음 보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왠지 다행스럽다라는 안도감을 느낀 나자체가 이상한거긴 하겠지만.. 그래도 정말 안도감을 느꼈다.   

중간중간 그런 안도감을 느꼈기에 나머지 세 이야기를 읽으면 느낀 질투심을 겨우 억누를 수도 있었다. 사회견학이란 입장에서 친구들과 단체로 서점을 방문한 일도 없었고, 커다란 사전을 한 손으로 들어올려야되는 일이라는 결코 없으며, 서점에서 첫사랑을 발견한 적도 그와 얽힌 서점 속 이야기도 없고, 동요에 담긴 이야기와 연관된 책을 본적도 없어서인지 정말정말 서점에서 일하는 쿄코와 다에가 부러웠고, 그런 그녀들을 알고 있는 손님들도 부러웠다.  

나 역시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대전에 있는, 교보처럼 엄청 크지도 학교앞서점처럼 작지도 않은 딱 세후도같은 느낌의 서점을 간적도 있지만 정말 평범한 손님처럼 책만 사고 나왔고, 서점에 얽힌 사건보다는 한권한권의 책을 만나게 된 일이 더욱 뜻깊은 적이 많아서인지 <염소 씨가 잃어버린 물건> 속 할아버지처럼 점원 누군가를 만나러 서점에 간다는 일은 낯선 일이었다.  

그래서 더욱 샘이 났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보기 드문 그런 규모의 서점일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점으로 아침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는 세상이라 조금이라도 더 싼,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책을 미리보기로 확인하는 세상에 새삼 서점을 더욱더 안가게 되다보니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지금의 나와는 더욱 괴리감이 느껴져서.. 그래도 이런 책을 통해 서점의 이야기들을 듣을 수라도 있었는데, 이게 마지막 이야기라서.. 그래서 더더욱 이번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더욱 샘이 났다.. 

언젠가 나도 여유롭게 살 수 있을 때, 세후도처럼 안락한 서점은 아닐지라도 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보고 싶을 뿐이다..

출구를 통해 또 다른 세계로..

1Q84 3 - 10月-12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1Q84>가 처음 일본에 출간된것을 뉴스로 본 뒤부터, 나와 1Q84는 기다림의 이야기였다. 마음급한 한국독자들을 위해서인지 문학동네에서는 1권을 먼저 출간하고, 그리고 한 보름후에 2권을 출간했다. 나 역시 마음급한 독자중의 한명이어서인지 출간되자마자 1권을 냉큼 사고서는 또 다시 2권을 기다렸다. 1권을 너무도 오래 기다렸다는 생각때문이었는지 아무 생각없이 샀던 1권은 또 다시 나에게 기나긴 기다림을 주었다. 책 1권을 읽는데야 아무리 오래걸려도 3일도 안걸렸기때문에, 1Q84 1권을 손에 넣자마자 읽는 것은 결국 2권을 기다리는 더욱더 큰 고통이 될 걸 알았기에 정말 인내하며 2권을 기다렸고, 정말 정성껏 읽었었다.  

하지만 왠걸!!1,2권을 읽고나서도 뭔가 모자랐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었을 때처럼, <태엽감는 새>를 읽었을 때처럼, 하루키의 새로운 이야기를 읽었다는데에 뿌듯함은 있었지만 이야기자체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웠던 이야기..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3권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루키자신도 뭔가 이야기의 끝이 아쉬웠다고 했던가 아니면 부족했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래서 3권을 집필중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결국 난 또다시 1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예약주문을 하기시작한 때 다시 처음부터 1Q84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이야기는 기억났지만, 다시 읽는 이야기는 약간은 새로웠다. 아마 3권이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벌써 1번은 더 읽었을 것 같은 이야기를 1년이나 덮어두어서인지  아니면 3권을 드디어 읽는다는 생각에 들떠서인지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욱 흥미로웠다.  

공기번데기의 모습과 그 이야기를 쓴 독특한 말투의 후카에리, 성질급한 다카쓰와 그의 부탁에 의해 공기번데기를 리라이팅하는 덴고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 사연있는 사람을 죽이는 독특한 킬러의 모습인 아오마메와 이상한 단체인듯한 선구와 1984년과 1Q84년..  환상세계로 넘어간 소년과 소녀가 힘이 세고, 멋진 모습으로 변하여 그 세계를 구하여야 하는것과는 달리 아오마메는 그저 경찰제복이 바뀐 것을 보고 겨우 눈치채고, 하늘에 뜬 2개의 달을 보고서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 1984년에서 1Q84년으로 넘어간 것을 알게되는 것도 그 누구도 자신들이 아오마메와 다른 세계의 것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때 두개의 달을 본 덴고와 이시카와만이 어렴풋이 느끼는 것 등등..어쩌면 내가 지독히도 하루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캐릭터와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의 입에서 조그만한 것들이 나와 사람키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리틀피플의 모습에선 <해변의 카프카> 속 나카다의 입에서 나오던 하얀 색 뱀같은 물체가, 소녀가 벌을 받게된 이유인 죽은 눈먼 양의 모습에선 <양을 쫓는 모험>의 몸에 별모양이 있는 양이, <태엽감는 새> 속의 우물은 아오마메가 내려가야했던 비상계단을 떠올리게 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런 것이었지만 그래도 아오마메와 덴고가 겪는 일상아닌 일상의 이야기는 그것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고 할까? 

호랑이의 얼굴이 반대편을 쳐다보는 달이 하나인 세계가 원래의 세계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결국 밝혀지지않은 덴고가족의 비밀이나 자신들의 통로를 잃어버린 리틀피플이 그래서 결국 뭘 어떻게 하는지 등등 그런 것이 밝혀지지 않은채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어도 좋았다. 결국 덴고와 아오마메는 만났고, 둘이 어디론가 갔으니까..그리고 그들을 쫓은 자들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까.  

근데 2권을 읽었을 때처럼 뭔가 불안하다. 왜 <end>가 아닌 <BOOK3 끝>이라고 되어있는 건지..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뭐 4월부터 12월까지라 1~3월이 빠진 것 역시 4권이 출간될 거라는 단서로 보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거야 이야기의 특징상 4~12월까지의 이야기만일 수도 있으니 별 신경안쓴다. 아오마메의 뱃속아기가 진짜 덴고의 아이인지 등등 밝혀지지않은 9개의 비밀에 대해 해명이 안되었다는 점도, 모든 책들에서 모든 비밀을 까발리는 것은 아니니까 이 책 역시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면 문제될 것도 없다.  

하지만.. 작가의 인터뷰에서 넌지시 암시했다니, 아니 그보다 <end>가 아닌 <BOOK3 끝>일까? 1권에선 <BOOK2로 이러집니다>이러고 BOOK2에선 아무런 표시도 없더니.. 왜 하필 3권에서만 <BOOK3 끝>일까 싶다. 정말 4권이 나오는 걸까? 그럼 난 또 다시 <1Q84>를 기다려야 되나보다. 더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도 난 괜찮은데.. 아오마메가 다마루가 준 총을 사용했는지 사용하지 않았는지, 결국 죽었는지 않죽었는지도 모르게 하던 2권의 결말보단 정말 만족하는 이야기인데.. 아무튼 이제 잠시 1Q84에 대한 생각은 그만 해야겠다. 어차피 책이 나올거면 내년쯤에나 다시 나올테고 그때 또 대대적인 홍보를 할테니 우선은 덴고와 아오마메의 꼭 잡은 두 손처럼 그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고 믿을 수 밖에..

5가지 단편의 색다른 매력..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게된, <노르웨이의 숲>이란 제목보단 <상실의 시대>의 모태가 되는 <개똥벌레>가 수록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을 읽게되었다. 약간 심오한 의미가 있던 <상실의 시대>는 한번의 독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기에, 단편으로 읽으면 간략하나마 그 글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개똥벌레라는 작품 외엔 별다른 관심없이 읽은 책이었는데 다 읽고나니 개똥벌레보단 다른 이야기가 더욱 탐이 나는 책이었다. 

아마도 <상실의 시대>의 모태이며 단편소설이기에 이미 <상실의 시대>에서 읽었던 내용이 그대로, 조금은 변형되어, 간략하게 쓰여진 느낌이었기에 다른 작품에 비해 임팩트가 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아무 이유없이 다른 사람의 헛간을 태우고, 그 사람이 헛간을 태웠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깅코스를 바꾸어 달리는 사람의 이야기인 <헛간을 태우다>나 한마리의 코끼리를 분해하여 5마리의 코끼리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꿈에서 만난 춤추는 난쟁이에 의해 매력적인 여성을 유혹하고 결국엔 경찰에 쫓기는 <춤추는 난쟁이>는 소재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진행자체도 조금은 독특한 느낌이었다.  

확실한 결말도 아닌 두리뭉실한 결말에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또한 이러한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귀가 잘 들리지않는 사촌동생과 병원에 같이 가면서 대화를 하는 평범한 이야기에 장님 버드나무와 작은 파리에 대한 이야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저 병원에서 나와 버스를 타려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짓기에 뭔가 허한 느낌이 들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단 한편, <세가지의 독일환상>은 잘 이해가 되지않는다.. 공중에 15cm 떠 있는 공중정원과 헤르만 괴링의 거대한 요새, 섹스박물관에 대해 이야기는 하는데 전혀 연결이 되지않고, 도무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해가 되지않는 유일한 작품이랄까? 이 이야기마저 제대로 이해를 했다면 아주 깔끔하게 하루키의 단편 5가지를 내것으로 만들 수 있었을텐데.. 어쩐지 다 읽었음에도 아직 책의 일부를 읽지않은 듯한 찝찝함을 남길 뿐이다.. 지금 당장 한번 더 읽어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니.. 아무래도 다른 하루키의 책을 통해 내공을 쌓은 후, 마지막 단편만 다시 읽어봐야겠다..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이 단편소설집은 소설이 아닌 그냥 에세이같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등장인물로 다른 사람이 겪은 일을 듣고 적은 형식의 이야기여서인것도 같지만..뭐랄까 지극히 평범한 일상속에 문득 일어난 사건이나 생각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되서인것같기도 하고..아무튼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꾸 소설이란 생각보단 어딘가에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고..언젠가는 만날것같다.. 꼭 그림에서 본 택시안의 남자를 우연히 동석한 택시에서 만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인 해변의 카프카와는 다른 느낌의 단편집이고, 약간 엽기적인,,혹은 기발한 상상력이 들어있던 도쿄기담집이나 빵가게재습격과 같은 단편집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일상적인 느낌이 드는 단편집이여서 그런지 별로 기억에 남지않는 이야기들인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 분명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듯 전혀 기억이 나질 않으니.. 기억에 남지않는다해도 안좋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그냥 은은한..그리고 곧 다가올 나의 서른에 대해 미리 고민을 하게끔 만들어준 책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