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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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표지에 실린 말인 "조선의 왕비는 권력과 부귀영화를 모두 쥔 최고의 여성, 조선의 신데렐라였다." 에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왕비가 물질적으로 풍요를 느끼긴 했지만 일부 왕비의 경우에만 권력을 쥘 수 있었고, 몇몇 왕비를 제외하곤 명문가의 자녀로 왕비로 간택되었으니 신데렐라라기보단 정략결혼이 더 맞지 않을까?  

그리고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모진 구박을 당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왕자를 만나 그 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삶을 산 것과는 달리 만약 조선의 왕비들이 왕비가 되지않았더라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녀들의 삶은 바람앞의 등불이었고, 언제나 자신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만 했으며, 신데렐라의 왕자님처럼 왕들이 그녀들을 언제나 사랑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7명의 왕비들 역시 그러했다. 향처인 한씨가 죽은 뒤 이성계가 왕이 되어, 경처에서 왕비의 자리로 오른 신덕왕후 강씨의 경우 인생역전을 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남편의 사랑도 듬뿍받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훗날 왕이 될 수있도록 세자의 자리에도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생사새옹지마라고 살아있는 동안 충분히 행복을 누렸다면, 그녀는 죽은 뒤 온갖 수모를 당했다. 자신의 아들인 방번과 방석은 왕자의 난으로 목숨을 잃고, 자신의 능 또한 도성밖으로 옮겨졌으며 신주 또한 종묘에 올리지 못한, 왕비의 자리에 있었지만 태종에 의해 후궁으로 기록되어 오랫동안 잊혀져야만 했다. 

그리고 두번의 왕자의 난을 통해 겨우 왕이 된 태종의 부인이었던 원경왕후 민씨 역시 남편이 왕이 됨으로써 권력을 손아귀에 넣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잃은 채 왕비의 자리에서 폐위될 뻔도 했었다(이 사실은 처음 알았다.. 태종이 점점 원경왕후 민씨를 좋아하지 않게되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폐위도 시킬뻔했었다니!! 그래도 자신을 도와 여러모로 노력한 조강지처이자 자신의 참모이고 협력자인데.. 조금 너무했다..). 거기다 자신의 오빠와 동생들이 태종에 의해 목숨을 잃는 수모까지 겪었으니.. 왕비의 자리에 앉아있다하지만 그로 인한 행복보단 가족을 잃고, 사랑을 잃은 고통에 더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남편을 일찍 잃고, 자신의 며느리를 내쫓았으며, 결국엔 손자에 의해 큰 봉변을 당하고 죽은 인수대비나 어린 나이 나이많은 임금에게 시집을 와 왕비의 자리에 올랐으나 세자에게 믿음을 주지않던 선조와 적자인 자신의 아들 영창대군에 의해 폐위되기도 하고, 아들도 잃은 인목왕후 김씨, 자신의 가문에 의해 남편이 세자의 자리에서 뒤주안에서 죽는 비참한 몰락을 보았던 혜경궁 홍씨와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정치적인 대립을 하며 권력을 잡았지만 일본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명성황후 민씨의 모습까지 그녀들은 신데렐라가 아닌 왕비가 됨으로써 수많은 고통을 겪어야했던 여인들이었다.  

만약 그녀들이 왕비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느지막히 태어난 이쁜 고명딸로, 명석한 두뇌를 지녀 할아버지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만드는 그런 영특하기도 하고 이쁘기도 한 딸이며 손녀로 이쁨을 받으며 살다 좋은 집안으로 시집을 가서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긴.. 조선시대엔 역모누명에 의해 사사당한 사람도 많고 정치적 싸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도 많으니 어쩌면 집안이 몰락했을 수도, 혹은 남편의 수많은 첩들에 의해 고통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왕비의 자리에 있는동안의 고통보다는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전에 읽은 <조선왕비독살사건>과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이란 책을 읽을 때에도 느꼈지만 정말이지 조선시대의 왕비는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권력욕에 의해 한때는 왕비로 높은 지위를 지니고 있다가도 한순간에 몰락할 수 밖에 없던 존재이고, 조선시대에 있어 여성의 지위론 가장 높은 직위인 왕비일지라도 결국엔 여자로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뿐이었다.  

덧) 이 책을 받자마자 든 느낌이지만 정말로 누구인지 책 디자인한번 잘했다 싶다.. 겉은 한지느낌이 드는 표지이다 보니 역사서의 느낌과 잘어울리지만(물론!! 코팅표지에 비해 책모서리가 쉽게 닳고, 때도 쉽게 묻는 단점이 있지만..), 왜 하필이면 페이지모서리(이걸 뭐라 불러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오른쪽페이지엔 오른쪽, 왼쪽 페이지엔 왼쪽에 색깔을 넣은 건데.. )마다 자주색을 물들여놓았는지.. 그리고 그 자주색이란게 프린터에서 사용되는 "마젠타"색상이라 눈이 아프다. 그나마 페이지모서리마다 있는 것은 양호하다.. 장을 구별할 때마다 전체 페이지를 물들인 마젠타색에 정말이지 토나올뻔 했다. 그리고 다른 문집에 씌여있는 내용을 인용할 때도 마젠타색의 글씨를 사용하다니.. 정말이지 책읽는 사람은 생각도 하지않고, 아무 색깔이나 사용한 느낌이다.. 조금만 연한 색을 사용하고, 페이지모서리에 색을 넣지 않았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태종을 강씨의 하수인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아무리봐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태종과 강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정몽주를 죽이자고 의논했다고 하는 부분을 보며,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모습이기에 재미있었다. 이제까지 정몽주를 죽인 것은 이방원이 독자적으로 꾸민일로 보았기때문에 계모와 아들이 협력했다는 관점은 새로울 수밖에.. 근데 "하수인"이라는 표현은 조금 눈에 거슬린다. 하수인이란 "남의 밑에서 졸개 노릇을 하는 사람"이란 뜻인데 그럼 이방원은 아무 생각도 없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강씨의 명령을 따랐다는 것인데.. 아무리봐도 강씨와 태종은 손을 잡은 것일 뿐 누가 누구의 위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하수인이라는 말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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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2010-01-04 19:2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읍니다.

앞으로 협력하여 미력이나마 일조를 다해보겠읍니다.
 
<한국의 책쟁이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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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 비해 나름 책을 많이 읽고, 책도 많이 사보며, 도서관도 자주 이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속의 책쟁이들을 보니 나는 책읽는다고 명함도 못내밀 수준이다.. 

 기껏해야 내가 하는 독서는 좋아하는 일본작가의 작품을 위주로, 틈틈이 올라오는 신간베스트셀러와 아직 안읽은 스테디셀러를 중심으로 한 소설을 바탕으로 한국역사와 독서에 대한 책 몇권을 읽는 것이 전부이고, 얼마안되는 책들도 틈틈이 알라딘의 중고샵을 통해 처분하니 우리집 책장은 터질 듯이 가득찼다가도 얼마 후엔 홀쭉이가 되어있기도 하는데...  

이 책속의 책쟁이들은 건축업자를 불러 책무게에 의해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점검을 받고, 헌책방을 제집 드나들듯이 드나들며 책을 모으고, 외국에 나가서도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책을 찾고, 트럭 여러대분의 책을 기증하고도 집에 책이 넘쳐나는 그런 사람들이었기에 처음 읽는 순간부터 기가 죽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랜 기간동안 책을 모아야  수천권에 달하는 책을 모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책을 모으면서 가장 큰 문제인 보관이란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을텐데 이사할 때마다 그 책들을 이고다녔다는 사실이 존경스러웠다. 거기다 인터넷 서점에서 클릭 몇번으로 신간책을 사는 나와는 달리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한권한권 절판된 책을 구하고, 헌책방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결코 1~2년의 내공만으론 따라할 수 없는 그런 포스가 느껴지기도 했다.(나는 헌책방을 가봐야 기껏해야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일 뿐 진짜 헌책방은 가득히 쌓인 책의 무게에 눌려 감히 들어가볼 엄두도 못내는데...정말 엄청난 내공이 쌓인 분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속의 책쟁이들은 감히 따라할 수도 없는 그런 책쟁이들의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알라딘블로거들만 봐도 다양한 책을 읽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반짝이는 리뷰를 쓰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의 블로거를 모두 찾아다니며 읽지 못해도, 관심가는 책이 있을 때엔 리뷰를 통해 읽을지말지를 결정하기도 하고, 전혀 모르던 작가의 책들에 대해서도 배우기도 한다. 오히려 이 책 속의 책쟁이들의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모습보단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독서에서 많은 것을 공감하고,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책을 사랑하고 수집한 책쟁이들의 모습과 더불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소한 독서가들의 이야기도 담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다락방"님의 구매자 40자평을 읽고나서 책을 읽게되었는데.. 정말 100%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덧) 자신이 수집한 장서를 박물관을 만들어 국가에서 관리를 했으면 한다는 화봉책박물관 관장 여승구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여승구님은 도서관에서 읽는 책도 아니고, 박물관에서 소장해야할 국보급 보물같은 책도 아니지만 문학을 연구하는데 있어 기초되는 서적들을 모아 책박물관을 만들어달라고 장관에게도 부탁해보았지만 결국 중앙도서관에나 기부하라는 말을 듣고 포기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여승구님의 말씀처럼 문화재는 아니지만 그래도 보관하고 연구해야하는 책들을 단순하게만 읽는 "책" 정도로만 생각하고 다루는 현실을 어떻게 바꾸긴 해야할텐데.. 이건 앞으로의 책쟁이들이 차차 해결해가야만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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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자&콩자 2009-10-16 13:56   좋아요 0 | URL
어쩌다 잘못 눌렸나보다.. 다음 View추천인에 내가 내글을 추천한 것으로 되어있는 걸 보면.. 쫌 많이 창피하다..
 
맛있는 그림 - 혀끝으로 읽는 미술 이야기
미야시타 기쿠로 지음, 이연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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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리코타 치즈를 먹는 사람들>로 표지를 해서인지 <맛있는 그림>이란 책제목을 보며, 이 그림처럼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포착한 그림들을 위주로 다루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전반적인 먹을 것을 그린 그림을 다루고 있었다.  

정물화로만 생각했던 과일그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 종교화로만 생각했던 그리스도와 열두제자가 식사를 하는 <최후의 만찬>도 음식의 초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예술과 상업주의를 결합한 팝아트의 창시자인 앤디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도 일상적인 음식에서 바라보며, 점잖은 신사들이 풀밭위에서 벌거벗은 여자와 앉아있어 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 역시 음식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음식을 통해 처음 만나본 그림은 그리스도와 열두제자의 모습이 담긴 <최후의 만찬>이었다. 그리스도와 열두제자의 마지막 식사장면에 등장하는 포도주와 빵이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의미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식탁엔 빵과 포도주 이외에 생선요리 또는 고기요리가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생선요리가 '하느님의 아들이자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수도'를 가리키는 암호이며 새끼양은 그리스도의 희생을 뜻하기도 하지만 빵이 중요할 뿐 어느 고기이든 부수적인 모습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흠.. 원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물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생선요리냐 고기요리냐에 따라 유대교인지 그리스도교인지를 의미하는 바가 달라진다니.. 역시 그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것 같다.. 

이런 그리스도교의 최후의 만찬이 일본 미술 속에서도 등장을 하였다. 비록 빵과 포도주, 그리고 생선요리가 밥과 국으로 바뀌어 나타나긴 했지만 에도시대 박해를 받으면서도 믿음을 지켜가기 위해 그렇게 변형하여 간직했다는 그림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색다른 느낌의 만찬이었다. 일본에서도 박해를 받으면서도 의미를 간직하기 위해 변형을 했던 그림인데 우리나라엔 그런 그림이 없을까? 우리나라에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일본인이 쓴 책이다 보니 일본 작품만 첨부되어 있어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다..(그러고보면 <무서운 그림>을 읽을 때에도 저자가 일본인이라 한국인의 정서에 안맞는 부분을 보며 조금씩 아쉬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탕자이야기"에 담긴 연회장면 역시 인상깊은 식사이야기였다. 수많은 작가들이 탕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겼고 나 역시 다른 책들에서 소개하는 탕자이야기를 여러번 보았다. 대부분의 탕자이야기는 노름에 빠져있거나 여색을 즐기며, 결국엔 타락하여 늙은 노파와 결혼하고 감옥에도 갇히는 모습을 그렸던 것 같은데.. 탕자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화가들의 입장에선 반성하는 아들에게 열어주는 연회보단 호화찬란하며 악과 색의 유혹으로 넘치는 방황하는 탕아의 모습이 더 매력적인 소재이기에 주로 그려졌다는 이야기에 금새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며 위안을 삼았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과 도축된 고기들이 걸려있는 푸줏간, 수많은 음식재료들이 즐비한 시장의 모습과 사육제와 사순절을 준비하는 모습, 사튀로스가 자신의 아이를 잡아먹거나 극한 상황에서 인육을 먹는 사람의 모습, 심지어 페미니즘적 입장에서의 음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미로서의 음식을 바탕으로 그림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음식 그리고 식사장면에 대해 그린 그림이 정말 많다. 아담과 이브의 그림엔 선악과인 사과가 들려있기도 하고, 그리스 로마신화 이야기 중엔 사과를 들고 있는 파리스도 있고, 단순히 고단한 농민들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게 만들던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도 결국은 "음식과 식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그림이고..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연회 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그림들도 많고,, 하나의 상징물로서 사과만을 바라보고, 고흐의 작품으로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음식"이라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던 그림들 역시 "음식"이라는 입장에서 처음 보니 그 느낌 또한 새로운 것 같다.. 역시 그림이란 한 가지 의미로만 해석되는 것이 아닌 여러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고, 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림읽기 방법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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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 - 효종.현종실록 - 군약신강의 나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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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효종하면 북벌, 그리고 현종하면 예송논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른 역사서를 통해 배운 내용대로라면 병자호란을 겪고, 소현세자가 친청정책을 통해 발전된 청나라의 문물을 배워오려고 했다면 같이 인질생활을 했던 효종은 북벌을 주장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했던 아버지 인조에 의해 소현세자는 독살당했을 수도 있고, 효종은 왕이 되어 북벌정책을 추진하다 사림세력에 의해 독살되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깊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비록 진짜 북벌정책을 시행해 청나라를 무찌르지 못했을지라도 북벌정책을 통해 임금의 힘을 더 강하게 기를 수도 있었을테고 역사도 바뀌지 않았을까하는 마음에 효종독살설에 안타까움을 느꼈었다..  

그런데.. 북벌정책을 도우는 것 같지만 어쩌면 효종은 북벌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북벌을 추진하는 척하며, 왕위계승의 정통성에 대한 문제를 잠재우려한 것은 아닐까라는 박시백님의 의견에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서 인질생활을 하며 청나라의 강함을 체험도 했을테고, 청나라에서 조선의 상황을 감시하며 자그만한 일에도 트집잡으며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했던 모습을 보니 확실히 북벌을 정말로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효종은 "북벌"을 추진한 왕이라는 시각과 실제로는 "북벌"이란 이름으로 왕위계승의 정통성을 입증하려고 한 왕이라고 보는 시각 모두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효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현종"의 경우 예송논쟁이라는 소모적인 논쟁만한 왕이라는 인식이 강한 왕이었다. 하지만 무능력하고 주자보다도 주자의 이론을 받아들이는 송시열을 지나치게 신격화하여 받아들이는 산림들의 지지를 받아들이기위해 예송논쟁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효종의 왕위계승에 적통성이 없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산당을 견지하면서도 남인이 산당과 견제할 수 있는 당으로 만들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던 왕이었다.  

물론 왕가식구들의 부정부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백성들이 고통을 겪게 만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군사훈련에도 앞장서고, 편을 가르는 상소를 올리는 신하들에게 벌을 내리기도 하고, 송시열을 충분히 견지할 수 있는 왕권을 다진 것처럼 보였을 때 세상을 떠나버리고야 말았다. 만약 현종이 그의 뜻대로 산당과 남인의 힘을 적절히 균형을 이루도록 만들었더라면.. 당쟁을 통해 자신들만의 입장을 견고히 하려는 신하들이 소모적인 싸움을 하는 조선후기의 우리나라의 역사가 조금은 좋은 쪽으로 바뀌진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덧>> 정말 우리나라의 사대부들을 정확히도 표현하는 문구를 발견했다..  

그러나 조선은 여전히 유자의 나라. 50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두 번의 왜란과 두 번의 호란을 겪으면서 무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유자들이다. 그들이 이룩해놓은 체제는 허약했고, 대응력은 없었으며, 뻔뻔했다. 그래놓고도 그들은 과거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대신에 과거의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길로 나아갔다. 힘이 약해 금수와도 같은 오랑캐들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정신만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자위했다.   - 50~51쪽

대응력은 없으면서도 뻔뻔하고, 왕에게 올리는 상소는 비현실적인 정세판단에 책상앞에서 나온 관념적인 대책들 혹은 뻔한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는 정확한 표현인 듯!! 이런 사람들로 가득찼던 시대이니 왜란을 겪고서도 배운 것이 없어 또 다시 호란을 겪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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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중 잔혹사 - 나라를 뒤흔든 궁중여걸의 대중 역사서
김영진 지음 / 웅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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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장 안 읽고 포기하게 되는 책이다.. 재미가 없거나 이미 아는 내용이어서가 아니라 첫장에서부터 등장하는 오류때문에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p. 9 이성계의 향처였던 한씨는 원래 황해도 곡산사람으로 그의 아버지 강윤성은 부근에서 알아주는 대부호였다.

→ 한씨의 아버지가 어떻게 강씨가 될까? 이성계의 향처가 한씨는 맞는데.. 아버지가 강윤성인 사람은 경처인 강씨인데.. 오타라고 하기엔 너무 큰 실수이고.. 어떻게 출간 직전 거의 첫장에 등장하는, 전공자도 아니고 역사에 박식한 것도 아닌 나조차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던 이런 잘못을 눈치조차 못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p. 9  이성계는 임금이 되자 강씨를 절비라고 부르며 왕비 대접을 해주고 신의왕후라는 시호를 내려주었다.

→ 이것도 강씨가 아닌 한씨의 이야기다.. 강씨는 후에 신덕왕후로 추존되고, 태조가 임금이 되기전 세상을 떠나 신의왕후라는 시호를 받은 사람은 한씨였다.. 그러고보면 7페이지 "신의왕후 강 씨"라고 표시된 것도 잘못된건데.. 어이가 없다.. 

그리고 "함흥차사"라 하는 것은 조선의 야사이고 실제 기록에는 태조가 사신들을 죽였다는 기록도, 박순이라는 사신이 마지막 함흥차사로 어명에 의해 죽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 책 속에선 "야사'라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실제 역사처럼 씌여져있다.물론 "대중 역사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야사에 대한 소개도 가능하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야사라는 언급없이 실제 역사인냥 서술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p. 51 그로부터 2년 후에 숙의로 있던 윤씨가 왕비로 승차했으니 그가 정현왕후이며 넉 달 후에 원자를 낳았다. 

→ 윤씨의 폐위로 세번째 왕비가 된 것이 정현왕후이다.근데 전혀 다른 사람인 윤씨를 정현왕후로 표기했으니.. 정말 이 책을 검토하기나 한 것일까?  

그래도 어찌어찌 참고 2장을 읽으려고 했는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안그래도 역사를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이런 어이없는 책을 읽어 이미 알고 있는 내용까지 뒤틀리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이런 어이없는 역사책은 처음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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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0-14 23:50   좋아요 0 | URL
이런 책도 있다니..ㅜㅜ

몽자&콩자 2009-10-15 00:0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정말 이런 책은 난생 처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