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버드의 어리석음 -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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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 세사람 이야기라는 말처럼 이 책속의 인물들은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했지만 그들은 한 때 세상을 뒤흔들었었고 지금은 잊혀져버렸다....  

처음 책을 읽기 전 목차를 보며, 그래도 한 두사람은 알겠지 하는 생각은 여지없이 깨졌을 정도로 이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단 한명 이름이 익숙했던 딜리아 베이컨도 프란시스 베이컨이란 아주 유명한 철학자(윤리시간에 "우상"이라는 단어로 인간의 특징을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로 표현했던 사람정도로만 기억할 뿐이다..)의 이름때문에 익숙했을 뿐 그와는 아무 관련이 없던 사람이었다.. 

정말이지 이 책속의 13인은 아주 철저히 잊혀져 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평범하게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이 사는 시대에 잠깐이나마 세상을 뒤흔들었으나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철저하게 버림받았던 사람들이었다. 

첫번째 인물인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는 아버지를 기쁘게하기위해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위조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바보취급하는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위해 오래된 종이와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잉크를 사용하여, 여러날 글씨를 연습하여 위조작품을 만들고, 그 문서를 보고 기뻐하던 아버지를 위해 계속해서 위조를 하던 바보같으면서도 똑똑했던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위조작품을 사려고도 했고, 결국엔 위조작품을 위조하기까지 했던 이야기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번째 인물은 윌리엄 헨리가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사기를 쳤던 것과는 달리 철저히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유럽인들이 잘모르는 곳에서 온 사람이라 속였던, 사기꾼 조지 살마나자르였다. 수사회소속 대학을 다녔으나 수업에 흥미를 잃고 결국 대학에서 쫓겨나 부랑자처럼 다니다 자신이 만든 언어로 이야기를 하며, 결국엔 모든 사람을 상대로 포모사에서 온 사람이라 속이며 다녔던 사기꾼.. 결국 사기임이 밝혀지고 다시 여기저기를 방황하며 살다 회고록을 내어 모든 비밀을 밝히지만 결국 자신의 본명은 밝히지 않았던 살마나자르의 인생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어서 만난 사람은 앞의 두명처럼 사기꾼은 아니었다. 다만 시대를 잘못만난 예술가 존 밴버드였다. 그는 3마일에 이르는 엄청나게 긴 미시시피강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에 장치를 하여 움직이는 파노라마를 만들어 정말 많은 돈을 벌었고, "밴버드의 어리석음"이라 불리던 웅장한 성을 지어 호화롭게도 살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모방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떠나갔으며, 결국 그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의 작품마저 어디 다른 집의 방열재로 쓰였는지 어딘가에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채 사라져버린 불운의 예술가였다. 만약 그의 작품을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방하는 것을 막았더라면 움직이는 파노라마의 시초로 기나긴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 외에도 지구안이 텅 비었다고 주장하며, 북극인가 남극에 지구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있다고 주장했던 심스나 프랑스 최고의 과학자로 퀴리부인이 방사선을 발견하였던 것처럼 N선이라는 방사선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르네 블롱들로, 악기만 있으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솔레솔언어를 만들었던 프랑수아 수드르, 웰치스에 밀려 이름을 알리진 못했지만 미국에 콩코드포도라는 것을 보급하였던 이프레임 불, 아무도 모르게 뉴욕시에 땅을 파서 시청앞에까지 이르는 기압지하철을 만들었던 엘프리드 엘리 비치,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박은 옷을 입고다니며 지금은 익숙하나 그 당시엔 낯설었던 연기를 하였던 로버트 코츠와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병에 효험이 있는 파란 빛을 주장하였던 오커스터스 J. 플리즌턴 등등 시대를 앞서갔고, 자신이 발견한 것을 지나치게 믿음으로써 이론까지 발표하였던 한때에는 과학자였고 한때엔 유명한 예술가들이었다.  

지금은 잊혀진 기압 지하철이고, 수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교통수단의 개발이라는 점에선 엘프리드 엘리 비치는 크게 기여를 했고, 수화처럼 배운 사람들 사이에서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악기를 통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솔레솔 언어를 만들었던 프랑수아 수드르도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개발권이 보호되는 시대에 살았더라면 이프레임 불은 여전히 기억되는 사람일테고, 부정부패한 정치가만 없었더라면 실제 도입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기압지하철이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다른 의견들에 밀려, 그리고 시대의 불운함에 의해 완전히 잊혀져 그저 평범한 사람 아니 실패자로만 기억되는 몰락을 겪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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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무덤은 구름속에>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아네트 비비오르카 지음, 최용찬 옮김 / 난장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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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듯, 그 무렵 나치에 의해 유대인들은 수도 없이 죽었다. 수용소로 보내졌다, 일할 능력이 없거나 혹은 너무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버티는 사람들을 가스로 독살하고, 구덩이 곁에 세워둔 채 총살하고, 포로들을 상대로 인체실험을 행했다.  

인간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잔혹한 일을 한 독일과 일본.. 그 두나라는 전쟁이란 이름하에, 하나의 집단이란 이름하에 너무나도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겼고, 사람이 할 수 없는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 두나라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태도가 너무나도 다르기로 유명하다. 자신들의 일이 저지른 일을 반성하고, 그런 역사를 잊지않기 위해 수용소를 보존하는 독일과 다른 사람들보다 앞장서서 그런 끔찍한 일을 행했고, 전범재판소를 통해 처벌을 받은 그런 사람을 신사에 모셔놓고 숭배하는 일본.. 

우리나라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지녔고, 자신들의 태도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더욱 나쁜 나라라고만 생각했다. 유대인의 학살은 히틀러와 나치에 의해 저질러진 것일뿐, 대다수의 독일인과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을 남김없이 부서뜨렸다. 

이미 수십년을 그 나라에 정착해서 살았고, 유대인이기에 유대교를 믿기보단 가톨릭교로 개종한 사람들도 많았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혼혈이었던 유대인들은 그저 유대인이기에 잡혀왔다. 그리고 문서로 남겨지진않았지만 철저히 죽임을 당했다. 전쟁에 지기 직전 히틀러는 그래도 유대인들이 많이 사라진 것에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보며 순수혈통을 강조하고, 자신들만이 잘난 줄 아는 나치들에 의해서만 그런 일이 자행되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과 같이 살던 독일인도, 폴란드인도 유대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진 않았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는지오히려 그들이 나치에 의해 사라지는 것을 더 반기기도 했댄데.. 그리고 전쟁에만 참여했을 뿐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던 독일군들 역시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수감되어있는 유대인들을 조롱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망명오는 유대인을 전부 수용할 마음도 없었고, 암암리에 나치들이 유대인에게 행하는 악행을 알면서도 전쟁에 이기기만 하면 다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 채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던 수많은 나라들.. 책장으로 가리워진 다락방에서 다른 가족들과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살았던 안네도 수용소에서 자신의 아들만은 살리기 위해 그 곳에서의 삶마저 놀이처럼 만들었던 <인생의 아름다워>의 아버지도, 단지 나치에 의해서만 희생된 것이 아닌, 그저 유대인이라는 이름만으로 전 세계의 무관심하에서 죽어갔다.  

예전에 안네의 일기에서 그녀가 죽은 뒤 얼마지나지 않아 유엔군이 승리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의 빠른 죽음이 안타깝기만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만난 유엔군을 보면, 그들이 한없이 정의의 편만은 아니었다. 유대인들이 도로를 닦는 모습을 보며 웃는 군인하며, 무덤덤하게 유대인시체를 바라보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한시라도 빨리 구출하기보단 그저 바라만 보았던 방관자들.. 

나치의 독일인 학살은 나치 독일만의 잘못도 아니었고, 독일만이 반성하며 기억해야하는 역사가 아니다.. 그런 잔인한 학살을 보면서도 잠시 방관했던 수많은 나라들과 나치 독일의 학살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수많은 나라의 국민 모두 잊지 말아야하며, 항상 반성해야 하는 역사였다. 

그런데 엄마, 독일인들이 모두 죽이려고 달려들 만큼 유대인들이 무슨 짓을 한 건가요?

아무 짓도 안했단다. 어떤 사람이 희생될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이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질문을 하곤 하지. 이로써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했음에 틀림없다고 사람들은 간주하는 거지. 그리고 희생자 자신이 아무런 한 일이 없는데도 마치 책임이 있는 양 느끼게 되는 묘한 경우도 종종 있단다. 성폭행의 희생자가 된 여성의 경우에 그런 경향이 곧잘 나타나지. 어떤 이들은 그들에게 닥친 일에 대해서 그들 자신도 다소간 책임이 있다고 믿거든. 그러나 나치들은 실제로 유대인이 비난 받을 짓을 해서 비난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저 유대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였어. – 107 ~108쪽

 그저 유대인이기때문에 죽음을 당해야 했던, 무덤조차 남기지 못했던 그들.. 표지 속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소년 소녀를 보면, 그런 역사에 더욱 가슴 아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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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from 날아라! 도야지 2009-11-01 22:43 
    그들의 무덤은 구름속에 지은이 아네트 비비오르카 상세보기 ‘지롱드 주의 경찰 총서기로서 보르도로부터 유대인을 강제 이송하는 법령에 서명했던 모리스 파퐁에 대한 재판에서 사람들은 ‘행정 범죄’라는 말을 했단다. 업무상 자신의 상관에게 복종하는 행정 관료의 간단한 서명이 특정 상황 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어.‘-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중에서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면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가..
조선 왕 독살사건 2 - 효종에서 고종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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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조선 왕 독살사건>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엔 그저 표지만 바뀐거겠지라는 생각외엔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우리집에 있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커다란 갈색 책 <향수>가 요즘엔 하얗고 조그만한 양장본으로 출간되는 것처럼 그냥 표지만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이 2권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을 듣게된 뒤 이 책마저 출판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 이전의 책이 다른 책에 비해 두꺼운 편이긴하지만 2권으로 나누기엔 뭔가 애매한 양이라 어떻게 수작을 부렸나 싶었는데....

정말 나의 착각이였다!!!! 2권으로 늘어난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기존의 조선왕 독살사건이 8명의 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이번 개정판에선 1권에서 7명, 2권에서 7명, 그렇게 총 14명의 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총 6명의 이야기가 늘어났으니 1권으론 해결할 수 없어, 이렇게 분권으로 출간되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가 50%정도를 차지하다보니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시 읽는다는 느낌보단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 기분이 더 컸다. 

특히 1권의 경우, 이야기의 시작이 이번에 처음 다룬 문종과 단종, 그리고 예종과 연산군을 다루고 있었기에 후반부를 읽기전까진 완전히 새로운 책을 읽는 것이었다. 문종과 단종, 그리고 세조의 이야기는 친숙한 반면, 세조와 성종사이의 왕으로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했던 예종에 대해 새로운 면모를 보며 즐거워하고, 연산군마저 독살된 것은 아닐까라는 이야기에 씁쓸해하며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좋아하던 1권과는 달리 2권의 경우 이전 책에서 이미 읽은 효종, 현종, 경종과 정조의 이야기로 시작하다보니 조금은 지루했다.. 워낙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라 읽은지 조금 오래되긴 했어도 많은 부분을 기억하고 있기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2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권에서 새로 다룬 이야기는 사도세자의 아들들인 은언군과 은신군, 은전군, 그리고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의 이야기였다. 정조의 형제들이며 왕이 아니었던 은언군, 은신군, 은전군의 죽음은 내내 영조와 정조, 사도세자와 노론의 갈등과 그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관심의 초점이 사도세자의 서자로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곤 조금은 익숙한 이야기들이었다.  

반면 순조의 아들이었던 효명세자는 조선말 외척들이 득세하는 조정에서, 왕은 그저 허수아비라고만 생각되던 때에 마지막 조선의 불꽃처럼 왕권을 잠시나마 강화시켰지만, 결국은 급사한 또 다른 독살사건의 피해자였다. 정조이후의 왕인 순조, 헌종, 철종시대는 그냥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의 시대로 탐관오리들이 판을 치고, 백성들은 점점 살기 어려워지며 나라가 망할 징조가 보이는 시대라고만 여겨왔던 것과는 달리 이 때에도 왕권을 다시 한번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던 세자가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만약 효명세자가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상상을 하며 그에 의해 망해가던 조선이 바로잡아지지 않았을까라는 헛된 희망을 갖게 만들던 그런 세자를 지금에서야 처음 알게되었고, "효명세자"의 존재는 2권에 걸쳐 출간된 개정판 속 이야기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덧) 중간에 다른 오타도 발견하긴 했었는데 그 정도야 이해할 수 있다며 그냥 넘어갔다.. 근데 2권 195페이지 첫째줄의 은전군은 아무리봐도 은신군을 잘못 쓴것 같은데..  

은전군은 이미 사망했으므로 대상은 은언군 아니면 은전군 뿐이었다.. 

이 문장이 바로 이상한 부분이다.. 바로 앞의 장을 보면 은신군의 죽음으로 은언군이 졸지에 혜택을 입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은전군은 그 뒤에 죽은 것으로 나오니 앞의 은전군이 은신군으로 바뀌어야 맞는 것 같은데.. 다들 은○군이다보니 오타가 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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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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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고난 뒤엔 권력이고 돈이고 다 부질없는 것임에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권력이란 자신의 제외한 모든 사람, 심지어는 가족마저도 믿지 못하게 만들며, 그것에 집착하게 만들고,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잔혹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힘인것 같다.. 조선의 왕이라하면 그래도 한나라의 왕으로 조선이란 나라에서 가장 높은 권력을 지닌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권력에 의해 3명 중 1명꼴로 독살을 당했을 것이라는 의문을 가질정도로 급사를 한 경우도 많았다.  

이번 개정판이 나오기전에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청나라의 신임을 받는 소현세자가 자신의 왕의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 아버지 인조가 아들을 독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표독스런 왕후로 기억되는 문정왕후가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인종을 독살했을 것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인조반정을 일으킨 것에 타당성을 만들기 위해 광해군이 선조를 독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한 나라의 최고권력을 지닌 왕도, 다수의 신하에 의해 폐위될 수도 있으며 한 아들의 아버지여도 권력을 앞에두곤 인정사정없어진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었다. 그리고 왕으로서 권력을 마음대로 사용했던 사람이 단 한명, 연산군이라는 사실에 어쩐지 씁쓸함을 느끼기조차 했었다.,. 희대의 폭군이라 불리우는 연산군을 빼곤, 조선의 모든 왕이 최고의 권력을 지녔음에도 자신의 마음대로 뭐 하나 할 수 없던 현실에 말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판을 보니 연산군도 왕의 자리에선 모든 것을 자신의 마음대로 했을지는 모르지만, 반정으로 인해 폐위가 된 후엔 독살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읽게되었다. 폭군이긴 했어도, 반정으로 왕위를 빼앗기긴 했어도 그만은 천수를 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정직전까지 연산군에 총애를 받았음에도, 반정을 일으키고 모든 잘못을 연산군에 뒤집어씌운 공신들과 폐위 후 천수를 누린 것이 아닌 그런 공신들에 의해 독살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연산군의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한켠이 쓸쓸해진다..  

그리고 이번 책에 새로 추가된 문종과 단종의 독살같은 경우, 문종의 독살의문같은 경우는 워낙 다른 책에서 문종이 병약했으며, 종기에 의해 항상 고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읽었기때문에, 그리고 단종의 경우 삼촌인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불운한 왕이라는 인식이 강했기때문에 딱히 독살사건이라는 생각보단 세조의 치밀함을 볼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자신의 형이 왕위에 있을 때부터 자신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던 모습, 그리고 조선의 왕들중 존재감이 너무나도 희박하다고 느껴졌단 세조의 아들 예종이 보여준 의외의 모습에 놀라게 되는 이야기였다. 짧은 재위기간으로 인해 남이 옥사사건을 제외하곤 별다른 사건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기억되던 왕이, 권력을 휘어잡아 신하들을 철저히 다스리려다 오히려 독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또 다른 역사를 만난 듯한 재미를 느끼게되던 부분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이덕일선생님의 조선왕독살사건을 읽다보니 얼마전 박시백선생님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 든다. 그때는 광해군이 지나친 공사로 인해 민심을 잃게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믿도끝도없이 광해군을 옹호하던 의견이 조금은 바뀌었었는데.. 다시 이 책을 읽으니 광해군을 옹호할 수 밖에 없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고.. 정말 역사는 역사가의 사관에 의해 읽는 것이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매번 다른 입장의 책을 읽을 때마다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떤 것이 가장 진실과 근접한지도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워낙 이덕일선생님의 책을 인상깊게 읽어서 기본적인 생각이 바뀌진않지만.. 그래도 다른 역사가의 의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니 말이다.. 그냥 한 명의 왕에 대해 다수의 입장을 가진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한권에 몰아서 출판하면, 역사가의 이야기에 따라 흔들리지 않은 채 다양한 의견을 접할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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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신 - 일본서기에서 신영성운동까지
이찬수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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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를 보고, 일본노래를 들으며, 일본만화와 일본소설을 읽는 것이 일상화된 요즘 가끔씩 드는 의문은.. 일본인은 왜 집안에 불단이 있을까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나 명탐정 코난을 읽을 때엔 살인사건이 있은 뒤 피해자의 집에 방문한 형사들이 먼저 집에 있는 불단을 찾으며 향을 올리고, 식탐정을 보면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매일 불단의 음식을 정성스레 바꿔올리는 모습이 어느새부터인가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일본여행을 하며 느낀, 가정집 옆에 있는 묘지들의 모습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종가집을 보면 위폐를 모셔놓는 사당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 가정의 이야기이고, 집에 불단이 있기보단 납골당이나 묘지를 직접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만약 가정집 주변에 묘로 빽빽히 들어찬 묘지가 있다면, 대번에 집값이 떨어진다며 집을 사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 집을 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분명 일본은 우리나라를 통해 불교가 전파되었고, 그리스도교는 똑같이 억압을 받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우리나라와 많은 것이 비슷하다고 하는 일본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너무나도 다른 모습의 나라였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엔 그리스도교가 얼마 없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온갖 박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교가 널리 전파되어 동네마다 여러개의 교회와 지역마다 여러개의 성당이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민족 종교인 불교를 이용하여 철저히 억압 1%에 미치지 못하는 소수자들만 그리스도교를 믿고 있는다고 하였다.. 

두번째 차이점은 무교든 불교든, 그리스도교든 한 가지 종교를 가지며 그 종교에 맞는 방법으로 살아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사람들은 딱히 불교를 믿는 사람도, 유교를 믿는 사람도 없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정월초하루엔 신사에 가서 일년의 복을 빌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휴일이 아닌 크리스마스에 케익의 초에 불을 붙이고, 캐롤을 들으며, 결혼식은 교회의 예배당에서 하며, 죽어서는 사찰을 향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딱히 그리스도교가 아니어도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산에 올라서는 사찰을 구경은 하지만, 그리스도교가 아닌 사람이 성당이나 교회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종교와 상관없이 사찰에서 장례를 지내는 것이 아닌 종교에 따라 장례방식도 달라지기에 일본인의 모습은 조금 신기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 일본인의 종교이면에 신도와 융합된 불교가 있으며, 조상을 숭배하는 유교정신과 "도"를 중시하는 사무라이 정신이 융합된 독특한 세계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근대화문물을 받아들이며 전통을 무시했던 것과는 달리 전통을 중시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습관에 의해 형성된 일본인의 정신세계.. 이렇게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이다 보니 50여년 동안 일본을 종식하고 있던 자민당이 민주당에 참패했던 것이 큰 이슈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한권을 통해 일본인의 정신을 완전히 이해했다고도 못하겠고, 일본을 안다는 말도 아직은 못하겠지만 은 다른 것은 몰라도 전통을 중시하고 새로운 것을 융화시키려 했던 그런 정신은 배워야할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이야 전통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은 전통보단 신문물에 열광을 하며 전통을 소홀히하고, 잃어버린 전통을 나중에가서야 후회하니 말이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표지는 좀 촌스럽다.. 아무리 일본정신이라곤 해도빨간 표지에 사무라이만 그려놓을 것 까지야.. 촌스럽기도 하고 부담없이 집기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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