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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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예측들은 기계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 나타나는 현상과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학에 있어서 인간은 언제나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통제가 가능하며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로만 생각을 한다. 사실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동물이 아닌 자신의 감정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는 존재인데 말이다.. 

<36.5℃ 인간의 경제학>은 이렇게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닌 인간의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수중의 돈 1만원은 조리있게 쓰려고 하면서도 친구가 갚은 1만원은 공돈으로 생각하게 되는 현상은 심리적으로 두 돈에 대한 다른 회계장부를 쓰기 때문에 같은 1만원임에도 다르게 사용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이니 분명 그 돈도 내돈인데 "공돈"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른 회계장부를 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분명 이런 행동은 비합리적인 것인데.. 이제는 그러지말아야지 하면서도 이 책을 읽은 직후 친구가 갚은 돈을 또 다시 공돈으로 생각하며 선심쓰듯 커피값을 냈으니.. 쯧쯧.. 비합리적인 행동이긴 해도.. 그래도 친구와 맛난 커피를 기분좋게 마신것은 좋다며 위안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트에서 할인이벤트로 1개 ○○○원, 1인 몇개한정 혹은 한정판매라는 문구에 혹해 1개 필요한 것을 몇개씩 사재기를 하기도 하고, 1+1제품과 990원 가게에선 필요하지 않는 것도 싸다는 이유로 사게되는 것도 결국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모습에 기인한 마트의 상술이었다. 만약 몇개 한정이라는 말이 없다면, 혹은 한정판매라는 말이 없다면 필요한 만큼만 사게될 것을 소비자의심리를 자극하는 "한정판매"라는 말에 의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게되며, 몇개의 지나치게 저렴한 물건에 속아 그 마트의 다른 물건들도 싸다고 생각하며 물건을 사게되는 소비자의 모습과 그런 모습을 유도하는 마트의 상술은 뻔히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덫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 외에도 자동차의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하지만 옵션을 덧붙여 점점 가격을 올리는 자동차판매업소의 이야기, 이득을 본 주식은 재빨리 팔지만 손해를 본 주식은 계속해서 끌어안고 있는 투자자들의 이야기, 손님이 많은 날은 빨리 일을 끝내고 손님이 없는 날은 밤늦게까지 일하는 택시기사의 이야기 등 하나하나 공감이 되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모습들이었다.. 

알면서도 계속해서 해야만 하는 행동들이라니!! 그래도 이런 비합리적인 모습이 있으니 사람이지.. 언제나 이론에 의해 정확히 설명되고 예측된다면 인간의 삶은 지루하고 뻔한 것이 되어 재미가 없지 않을까라는 위안을 해보지만.. 그래도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손해를 보는 인간의 모습에 허탈한 웃음이 나면서도, 재미있게, 그리고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인간의 행태"를 다룬 경제학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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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교양강의 -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 돌베개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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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을 읽으며, 사마천의 <사기>나 허구맹랑한 <일본사기>는 믿으면서,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진실되지 못하다며 인정하지 않는, 결국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도움만 주고 있는 꼴인 식민사관에 빠져있는 우리나라의 역사가에 의해 엉망이 된 한국사를 보며 분통이 터졌다.. 

그런 상황에서 <사기교양강의>는 정말이지 읽고 싶지 않은 책 중의 하나가 되버렸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어떤 내용일지 기대하며,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역사도 제대로 모르면서, 딴 나라 역사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왕 사놓은 책이기도 하고, 역사이면서 소설같아 재미있다고도 하고, 또 <사기>라는 역사서가 잘못된게 아닌 우리나라의 역사학자들의 문제이니 그냥 한번쯤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옮긴이도 중국의 동북아공정과 티베트사건에 의해 안좋은 인식을 우려한 듯, 중국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첫머리에서 언급하고 있었다.. 수많은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에서, 우리나라가 통일되고, 조선족이 우리나라로 편입되면 그것에 영향을 받아 수많은 소수민족이 독립을 한다고 나서게되어 "중국"자체가 와해될까 두려워 고구려의 역사를 한나라의 변방으로 왜곡하는 정치적 사건이라는 말은 중국의 행동이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해가능한 이야기다.. 현재의 영토와 인구에서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독립을 해버린다면 중국이 정말로 와해될 수도 있으니 정치적 입장에선 어떻게든 역사를 위조해서라도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고 싶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첫 이야기인 진시황제편에서부터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한자오치가 자세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야기에서 빈정이 상한 것은 아니다. 단지, 단 한 장의 지도를 아무런 생각없이 올린 출판사와 옮긴이에게 기분이 나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만리장성을 한반도 내까지 연장해서 그린 31페이지의 지도와 36페이지 북한 평양시 청천강입구까지 만리장성을 축조하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303페이지의 지도였다..  

분명 축조방식이 달라, 한반도 내에 있는 성과 만리장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역사를 위해 한반도, 그것도 북한 평양시 청천강입구까지 연장해서 만리장성을 그려놓은 내용은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중국인의 입장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의 학자가 한국에서의 출판을 위해 번역한만큼, 만리장성이 연장된 지도나 저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할 지라도 역자의 주석을 달아서라도 시정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대해선 친히 변명까지 해주시면서, 정작 잘못된 지도에 대해서는 그냥 원서 내용 그대로를 사실인마냥 언급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싶다..(물론 자그만한 꼬투리를 잡고, 책 전체의 내용을 보기보단 사소한 것에 집착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바로 엊그제 한국사의 왜곡된 모습을 보고나니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이런 사소한 문제를 빼곤 <사기교양강의>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다. 만리장성을 쌓았고, 분서갱유를 통해 책을 모두 태워버렸으며,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를 시작으로, 어릴 적 초한지를 통해 알게 되었던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사마천과 한무제의 이야기를 제외하곤 나머지 6명의 인물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었다.  

솔직히 조선사를 제외한 고려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에 대해서도 학교를 다니며 배웠던 얄팍한 지식외엔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니 진시황제를 도와 진나라를 건국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계략가 이사나 유방의 아내로 권력을 마음껏 휘둘렀던 여후, 유방을 도와 한나라의 건국에 도움이 되었지만 결국 죄도 없이 처형되었던 한신과 미리 그런 음모를 짐작하고 몸을 사려 살아난 장량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 낯선 세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역사서라고는 해도 딱딱하게 실제 일어났던 사건만을 언급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로 치면 "야사"에나 존재할 법한 이야기를 같이 언급함으로써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예를 들면, 두영과 관부를 살해한 전분이 괴질에 걸려 시도때도 없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를때, 무당이 무고하게 죽은 두영과 관부의 귀신이 전분을 몽둥이로 매질을 한다고 이야기하는 역사는 솔직히 사실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역사지만, 전분의 잘못에 대해 사마천이 감정적으로 표현했다고 저자가 설명하고 있었다. 권력을 위해 누가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모함에 빠트리고, 어디에서 누구와 전쟁을 벌이냐라는 역사도 중요하지만, 그런 역사의 이면에 실제 그가 죄를 지었는지 아니면 무고한지, 혹은 사마천이 언급하는 인물이 어떠했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사마천의 필력에 의해 그 인물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인물별로 역사를 언급하고 있기에,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유방과 항우, 그리고 유방과 한신, 유방과 여후 등등 모두 서로 연관있는 인물이다 보니 같은 사건을 같이 겪은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개개인의 설명에서 같은 이야기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차이는 누구의 측면에서 역사를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기에 같은 이야기이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일관되게 노론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 아닌 소론이나 남인, 북인이 쓴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도록, 그리고 사관에 의한 기록만이 아닌 야사를 통해 전해오는 이야기들도 모두 한 권의 실록을 남겼더라면 조금은 재미있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어쨋든.. 재미있게 책을 통독을 했다. 한자오치의 강의에 의해 인물간의 관계나 큼지막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충 맥을 잡았지만, 아직은 사마천의 뜻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정독을 하기엔 부족한 실력이다. 오죽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유비와 조조를 보며 "혹시 삼국지에 나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다 유비가 자살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책을 읽다말고 삼국지연의니 삼국지니 찾으면서도 시대적인 구분을 하지 못하니.. 정말 이 책을 도입서로 삼아 사기와 삼국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어떻게 이어져있는지를 연관지어가며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역사서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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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교양강의 -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 돌베개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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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기다리거나 관망하는 자는 기회를 놓칩니다. 큰일을 하거나 대성할 사람은 일단 기회를 포착하면 악랄할 정도로 인정사정없이 강수를 둡니다."-51쪽

줄이고 싶으면 필히 먼저 늘려라. 약하게 만들려면 필히 먼저 강하게 해주어라. 망하게 하려면 필히 먼저 흥하게 하라. 빼앗고 싶으면 필히 먼저 주어라.-86쪽

"말을 타고 천하를 얻으셨다고 말 위에서 다스리시렵니까. 상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도 무력으로 천하를 얻었으나, 천하를 다스릴 때는 민심에 순응해 어질고 의로운 정치를 했지요. 그러므로 문무의 병행이 국가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운영하는 묘책입니다."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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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0권 세트 - 전10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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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의 최대 장점은 만화다 보니 쉽게 역사를 배울 수 있고, 그림이다 보니 그 사람의 성격을 얼굴을 통해 느낄 수도 있으며, 성인판 책이라곤 하지만 웅진에서 나오는 "한국의 역사"처럼 초등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점이다.. 물론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그림이다 보니 얍삽한 사람은 조금은 얍삽한 외모로, 충직하고 듬직한 사람들은 외모부터 듬직하고, 호남형으로 그려져있어 실제 인물의 모습과는 다를지도 모르고, 사극을 통해 만난 인물들과는 조금은 차이나는 그림에 처음엔 어색했지만 읽다보면 인물의 성격과 외모가 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에, 박시백님의 그림에 반하게 될 뿐이었다.. 그리고 만화라곤 하지만 역사를 이야기하다 보니 일반 만화에 비해 지문도 많고, 가끔은 반페이지에 가득히 편지같은 글도 실려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역사서에 비해 가독성이 매우 높은 책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조선역사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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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 - 선조실록 - 조선엔 이순신이 있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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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형을 제치고, 재치있는 답변으로 명조의 마음에 들어 왕위를 물려받게 된 것과는 달리 선조의 업적은 별개 없는것 같다. 오히려 "선조=임진왜란"이란 공식만이 떠오르는 왕이며, 백성들을 너무나도 힘들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이번 조선왕조실록 선조편에서는 그런 선조의 모습을 낯낯이 볼 수 있었다. 붕당정치를 경계하며 올바른 말만 하는 이이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지 않다가 동인들이 득세할 것 같으니 이이를 밀어주고, 신성군을 마음에 들어하며 그렇게도 미뤄오던 세자책봉을 임진왜란이 일어나니 냉큼 광해군에게 세자자리를 주고, 전쟁이 끝나고 한양으로 돌아온 뒤엔 조선을 지킨 수많은 의병장들을 치하하기 보단 자신을 쫓아 도망이나 다니던 대신들에게 공신책봉을 하는 어이없는 일을 하는가 하면, 나라의 존폐가 달린 전쟁때에 신하들과 선위소동만 일으킨 왕이었다...  

어쩌면 그는 불운한 왕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조선의 대신들이야 예전부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거짓밀고도 서슴지않았으며, 자신과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배척을 하며, 정작 왜구침략이 있을때엔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만 치던 사람들이니, 선조때가 아니더라도 군을 정비한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였더라면 어느 왕조때이던간에 피해가 극심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임진왜란의 잘못을 모두 선조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태종이나 세조가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를 차지한 뒤,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물론 도와주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힘이 되어줄 것같은 사람들에게 공신직함을 준 것과는 달리 선조는 힘이 되어준 사람에겐 인색하고, 오히려 이런 사태를 유도했을지도 모르는 대신들에겐 너무나도 후했다..  

거기다 전쟁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는 백성들보단, 파병만 왔을 뿐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 강화를 맺으려고만 하던 명나라 신하들을 대접하느라 국고를 사용하고, 전쟁 중에 사실여부는 판단하지 않고, 자신보다 잘나고 싸움에서 승전하는 다른 장수를 모함한 신하의 말만 들은 채 사형을 시키다니.. 정말이지 한 나라의 왕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만약 정탁이 간곡히 이순신을 죽이지 말라고 하지 않은 채, 선조가 이순신장군을 죽였더라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역사다.. 오로지 자신들의 공을 높이느라 바쁠 뿐 실제 전쟁에는 관심도 없던 무능력한 장수들에 의해 제대로 된 장수들이 사라지던 때라니..  정말 선조때에 조선이 멸망하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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