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블레의 아이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라블레의 아이들 - 천재들의 식탁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양경미 옮김 / 빨간머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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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는 내내 요모타 이누히코란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유명 작가의 책 속에 자주 등장하는 요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고, 유명한 감독이나 평론가의 음식에 대해 알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대단한 것은 자신이 쓰는 음식에 대해 자신이 직접 만들었건, 어느 레스토랑에 부탁했던건간에 "직접 맛보았다"는 것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인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양파밥이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감잎초밥과 같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를 비롯해서, 앤디워홀의 캠벨 수프와 사이토 모키치의 장어통조림을 사서 맛보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름이 달린 케익과 권터 그라스의 양철북에 나온 엄마를 기절하게 만든 장어요리,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던 오즈 야스지로의 카레전골 등등 정말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이 책을 썼다는 것이 대단했다.  

나는 편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보는 재료들을 꺼려해서 절대 안먹는 경향이 있다. 오리고기보단 익숙한 닭고기가 좋고, 연어회와 참치회보단 평범한 광어회가 좋고, 아무리 맛있어보여도 생햄인 하몽은 손도 대지 않는 그런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의 수프에서, 옛날 마녀라 몰렸던 가난한 농부 아낙들이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아닌 개구리로 만든 수프를 직접 만들어 맛보고, 절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장어(안그래도 장어는 별로 안좋아한다..)와 우유, 그리고 밥의 조합(우유에 밥말아 먹는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조차 없는 일인데..)을 맛있다고 하는 것이나 거북이의 머리가 그대로 보이는 거북스프, 장어가 징그러운 상태로 그대로 보이는 장어감자수프(내 생각엔 양철북에서 엄마가 기절할만 한 것같은 요리였다..), 새끼돼지를 통째로 구워 뭔가 불쌍해보이는 애저통구이까지.. 

실제 사진이 없이, 묘사로만 이루어진 책을 통해 만날 때엔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요리들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 사진으로 만나니 나는 절대 못 먹을 것 같은 음식들이 한 가득이었기때문에 이 모든 음식을 맛보았다는 점이 정말로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물론 그 많은 음식의 레시피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 최대한 그 작가가, 그 소설에서, 그 영화감독이 먹었을 때의 맛을 최대한 내려고 한 노력이 더욱 대단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독특하다면 독특할 수 있는 그런 요리들에서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흥미로웠던 책이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첫번째론, 작가가 "지은이의 글"에선 언급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사람이 너무 없어 아쉬웠다. 앤디 워홀이나 권터 그라스, 마리 앙투아네트와 찰스 디킨스를 제외하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거기다 일본작가이기때문에 일본인이 너무 많은 것도 그렇고.. 초기의 컨셉대로 18~19세기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더라면 내가 아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번째론, 간간히 보이는 오타다. 다른 분의 리뷰에는 어떤 게 있나 찾아보다 우연히 번역자님의 글을 보게 되었다. 번역자님도 말씀하셨든 서너개의 오타가(83페이지 "맛차"는 말차의 오타인듯..).. 물론 많은 것은 아니기에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이런 오타에 더불어 사진이 잘못나온 부분이 있어 정말 아쉬웠다. 다름아닌 239쪽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양파밥을 만드는 조리순서를 보면3,4,5,6번 사진이 모두 똑같다. 오타는 눈에 안띌 수도 있다지만, 이 정도 실수는 편집하면서 눈에 들어왔을 것 같은데.. 양파밥의 최종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실망감에 정말 이 실수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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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사라지는 숲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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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책을 읽는 이 순간에도, 나는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전자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지만,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것도 아니고, 전자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종이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보니 아직까지 전자책이라는 것을 사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모름지기 독서라면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새책이면 새책, 헌책이면 헌책 나름대로 풍기는 책향기를 맡으며 독서를 해야 독서하는 느낌이 나서 종이책으로 책을 읽는다. 그나마 책은 소장하고, 여러번 반복해서 보고 가족들과 함께 보니 종이를 낭비한다는 생각이 덜든다.  

하지만 컴퓨터와 프린터가 일상화된 요즘 과제물을 제출할 때에 꼭 출력해서 내고, 인터넷 자료는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굳이 출력을 해서 읽는 것을 생각하면.. 나도 숲이 사라지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딴에는 분리수거도 꼬박꼬박해서, 이면지에 인쇄를 하거나 이면지를 연습장처럼 사용해서 종이를 상당히 절약하고, 재활용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프린터용지, 팜플렛, 상자를 "종이"라는 커다란 이름하나만으로만 분리수거하니 아까운 고급용지가 두루마리 휴지 또는 포장용 상자로밖에 재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니 말이다.  

게다가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리는 종이때문에 수많은 나무들이 불법으로 벌목되고, 합법적으로 나무농장에서 자라 베어지고 있다. 단순히 종이의 사용량이 많아지면 벌목되는 나무가 많아져,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원시림이 사라져 이산화탄소를 분해하지 못하고, 산소를 발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무의 벌목으로 인한 숲의 훼손은 일차적인 문제일 뿐이었다. 숲이 사라져 그 숲에서 사는 동물들의 생존터전이 사라지고, 인공적으로 조성된 나무농장은 유독한 화학물질을 배출할 뿐만 아니라 획일화된 구성으로 실질적으로 생물들에게 도움되지도 못하는 상태이다. 거기다 하얀 종이를 만들때 사용하는 유독물질로 강과 바다가 오염되는 사태라니..  

우리가 쉽게 쓰는 종이 한장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지구를 병들게 만들고 있었다. 아주 작은 시도지만 종이컵대신 개인용 컵을 사용하고, 처녀지 대신 재활용지를 사용하며, 이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종이로 인해 발생되는 수많은 환경오염과 문제들이 줄어들텐데..  

한 장의 종이 사용을 줄이려고 책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재생용지로 만든 책을, 기왕이면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읽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달 수많은 쓸모없는 전단지를 포함한 종이명세서들부터 전자명세서로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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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 읽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읽기 - 쇼펜하우어의 재발견
랄프 비너 지음, 최흥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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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의 철학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염세주의자니 욕쟁이니 라는 별칭도 처음 들어보고, 그의 대표작이라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도 모르는 채 그의 철학에 대해 읽기 시작했다. 첫장을 읽자마자부터 쇼펜하우어의 성격이 대강은 알 것 같았다. "지독히도 다른 사람들을 비평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무한한 사랑을 가진 사람.." 그의 철학에 얼마나 염세주의적이고, 얼마나 철학적인지 몰라도, 그는 모든 것에 대해 비판을 했고, 자신에 대해서는 무한한 사랑을 했다.  

쇼펜하우어보단 더 익숙한 이름의 헤겔의 철학을 허풍이라 비웃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심지어는 보기만 해도 더러워지는 느낌을 주는 얼굴들도 있다"라는 말로 헤겔의 외모조차 비판하고, 로시니의 음악은 사랑하지만 자신의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바그너의 오페라는 끔찍이도 싫어하며, 절대자와 유뮬론에 대해서 신랄한 조소를 퍼부으며, 순수자연과학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며, 영혼과 육체, 정신과 물질의 구분을 비판하고, 철학계의 세 거성인 피히테, 셸링, 헤겔을 비웃는, 자신 외에 다른 것에 대해 전혀 우호적이지 못한 사람이 바로 쇼펜하우어였다. 원래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철학자들과 대립을 하고, 끝없이 설전을 벌이는 것이 철학자의 모습이긴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모든게 다 불평불만투성이니, 세상사는데 하나 심심하지 않았을 것같다. 

누군가 인기를 얻는 작가가 나오면, 그 작가의 문제점을 찾아야되고, 자신보다 인기가 있는 철학자의 이론을 하나하나 비판해야하며, 그 철학자들을 좋아하는 독일사람들까지 싸잡아 우매한 사람들이라 쏘아붙이고, 자신의 책을 출판하려는데 미적거리는 출판사들에게 따끔한 한마디까지 해야했으니 심심할 틈이 없었겠다.. 물론, 그의 비판이 단순히 "싫어"가 아닌,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비판을 하니 단순한 투덜쟁이가 아닌, 염세주의철학을 낳은 위대한 철학자로 기억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염세주의자로 불릴만큼 그는 수많은 불평들을 했다. 하지만 그의 수많은 불평들이 옳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전부 기억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상적인 비판, 그리고 가장 공감하는 비판은 '언어규칙의 위반"에 대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때론 너무 길다는 이유로 얼토당토 않게 언어를 변화시키는 것이 언어에 있어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비판을 이유였는데,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인터넷에서 쓰이는 축약어와 신조어들이 난무하는 요즘, 정말 몇십년이 흐른 뒤 어법에도 맞지 않는 이상한 말들이 표준어가 될 수도 있는 걱정도 되고,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이 무참히도 변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어처구니없는 언어규칙 위반의 위협성을 깨닫고, 누구보다도 그런 현실을 비판했던 쇼펜하우어가 있었음에도 새로운 단어들이 표준어로 인정되었던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그런 일을 겪지않기 위해선 청소년이 보는 오락방송에서도 그런 신조어나 축약어의 사용은 자제해야할텐데.. 정말 걱정이 되는 현실이다..

이러한 언어규칙의 위반에 대한 비판을 포함해 수많은 비판을 했지만,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사전을 찾아보면 염세주의는 "세계나 인생을 불행하고 비참한 것으로 보며, 개혁이나 진보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경향이나 태도", 염세주의자는 '세상을 괴롭고 귀찮은 것으로 여겨 비관하는 생각이나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던데, 쇼펜하우어는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기는 했지만, 인생자체를 불행하고 비참하다고 생각한 것 같지는 않다. 자신에 대해 사랑하는 것을 보면, 그는 논리적인 사고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불평을 하던 투덜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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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5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5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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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이란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방송이 책으로 나오게 되었고, 벌써 5권이 출간되었다. 5분이란 짧은 방송시간덕에, 그리고 자주 보는 방송사가 아닌 EBS방송에서 하는 방송이다 보니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행복해하면서 읽기시작했고, 이젠 다음 책이 언제나오나 항상 기다리게 되는 책 중의 한권이다. 이전 시리즈들이 40개의 이야기들을 몇개의 소주제로 묶어서 냈었다면, 이번 이야기는 단 20편의 이야기만이 실려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와 다른 듯, 연관된 사람들의 인터뷰가 열몇편 실려있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용산 철거민의 이야기와 함께 11명의 사람을 구한 4명의 몽골인 이야기가, 매년 오르는 대학등록금에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들의 이야기와 함께 학원광고를 찍어 한때 욕을 많이 먹은 신해철의 이야기, 에디슨과 테슬라의 직류와 교류의 경쟁이야기와 함께 친환경에너지를 연구하는 황성순씨의 이야기, 일본에서 소외되는 조선인의 이야기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차별이야기를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의 경험으로, 스페인의 프랑코정권에 저항했던 연주자의 이야기에 딸린 김제동과 윤도현이 정치에 의해 배제되는 모습.. 때론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때론 전혀 다른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분명 칩코의 여인들에 의해 자연이 보호되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불모의 사막에서 여러사람들이 힘을 모아 희망을 만들어낸 가비오따스의 이야기도 실려있었지만 인권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너무 인상적이어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불법체류자의 입장에서 11명의 사람을 구하곤 강제추방을 당할까 치료를 받아야함에도 그냥 사라졌던 몽골인들에게 1년간의 체류기간을 허락해주었던 것처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철거민들도 생각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우리나라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용산참사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낙후된 지역에 재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제대로 보상조차 해주지 않은 채 무조건 시행하고, 조합원들의 횡포에 의해 피해를 입는 재개발지역사람들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조합만 설치하고, 일정 비율이상의 사람들이 동의만 한다면, 재건축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해놓은 법에 의해, 자신의 재산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곳이 현재의 한국이다. 가끔은 용산참사가 위험하게 망루를 설치하고, 저항을 하던 철거민에 의해 사망사고로 이어졌다고도 생각을 한다. 만약 그 분들이 그렇게까지 위험하게 시위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하지만.. 그분들도 자신의 생존권이 달려있기에 그렇게 절절하게 매달린 것인데, 그곳에 무리하게 강압적으로 진압하는 모습은 인권이라곤 없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백인 외국인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면서,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일을 하고, 농촌으로 시집을 오는 많은 아시아인들을 무시하는 한국의 모습은 너무나 부끄러웠다. 분명 버스에서 노골적으로 모욕을 한 것은 한국인인데, 경찰서에서 존중받는 것은 가해자이고 피해자에겐 오히려 반말을 해대는 경찰이라니.. 결국 우리도 유색인종이고, 다른 나라에 가면 차별을 받으면서,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모습에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족도, 재일한국인도 모두 한국인임에도 결국은 한국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 이해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한국에서 사는 서민들의 인권도, 한국에서 일을 하는 외국인의 인권도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 너무나도 부끄러운 현실에, 그리고 아직은 변화해야할 것이 많은 한국의 모습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이번 지식 e.. 다음번엔 또 어떠한 이야기로 한국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 줄지 기대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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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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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하면 2003년 봄, 건축수업과제로 북촌 한옥마을에 갔던 것이 기억난다. 서울에 올라온지 1년, 멋모르고 학교를 다닌지 벌써 1년.. 1학년때에는 제대로 서울구경 한적 없었는데 전통건축물에 대해 사진을 찍어오라는 과제덕택에 처음으로 서울 속에 남겨진 한옥마을과 조선의 궁궐 경복궁에 가게 되었다. 하얀 벽에 까만 기와로 이루어진 한옥들이 가득 있는 한옥마을과 경복궁을 8~9시간 돌아다닌 탓에 힘들었다는 기억외엔 별달리 남아있는 것이 없는 북촌이다. 단 하나 기억이 남는 것이라면 한옥의 창호문을 여름엔 천장에 매달아 놓아 선풍기나 에어컨과 같은 다른 냉방기구가 없이도 시원하게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뿐이었다. 

"북촌"이라는 제목을 달고있는 만큼, 내가 아는 일부분의 북촌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고, 미쳐 가보지 못한 곳들까지 그곳의 매력을 한껏 품은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기대만큼 너무나도 훌륭한 책이었다.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고, 너무 좁은 골목길이라는 이유로 보존해야 할 한옥을 없애고 길을 넓혀 옛 정취가 많이 사라진 북촌의 모습과 여전히 인정이 넘치는 듯하면서 옛모습이 남아있는 북촌의 모습은 과제때문에 한번 갔던 북촌 한옥마을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내가 알고 있는 북촌 한옥마을은 북촌의 너무나도 일부분일 뿐이었다.  

솔직히 한옥마을을 보며 옛 한옥이 그대로 남아있기보단 인위적인 복원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한옥의 고즈넉한 외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온돌대신 보일러를 설치하면서도 윗목과 아랫목을 만들고, 마을의 좁은 공공공간에 피마자나무를 심어 낚시찌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만들어주는 변한 것 같으면서도 옛 모습을 지닌 북촌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인위적인 복원이 아닌, 북촌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보존되고 있는, 나도 나이가 들어 한적한 곳, 북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보존을 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상업시설이 많이 들어와 많이 시끄러워졌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서울의 그 어느 곳보다 따스한 느낌이 드는 북촌.. 세월이 흐름에 따라 기술이 발전하고, 서울이란 좁은 땅에 더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그 비싼 땅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고층건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북촌만큼은 더 이상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어느 곳을 가도 서울처럼 천편일률적인 고층 건물로만 이루어진 도시는 없다. 고층건물로 이루어진 비지니스구역도 있지만, 예전의 건축물을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더 많다. 유명한 성당이 아니어도, 커다란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멋스러움이 남아있는 유럽과는 달리 조금이라도 비어있는 곳엔 아파트를 짓고, 도심내엔 고층건물을 짓기 위해 애를 쓰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한번쯤은 찾아오는 피맛골도 고층건물을 지으려는 계획에 의해 사라지고, 한국이 멋이 담긴 세종문화회관도 건축주의 욕심에 의해 변하고, 옛 성곽을 따라 도는 성돌이를 할 때에도 개발에 의해 곳곳이 끊겨 흔적을 찾기 힘든 성곽에, 도로에 의해 몇미터나 뒤로 물러난 덕수궁과 이제서야 겨우 자기 자리를 찾는 광화문, 그리고 어떤 망나니같은 사람에 의해 소실되어 조금씩 복구되어가는 남대문..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고 문화이지만, 우리에 의해 사라지고 망가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에 그리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너무 북촌이라는 곳에 대해, 아니 서울이라는 곳에 대해 몰랐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경복궁, 덕수궁과 같은 궁궐과 아름다운 골목길이 어우러진 서울..

동대문이 동대문구가 아닌 종로구에 있다고 주소를 바꿔야한다는 무의미한 싸움을 하기보단, 아름다운 서울이 천편일률적인 빌딩에 뒤덮이기전에 아름다운 우리의 도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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