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독서본능>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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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독서"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조선시대의 책쟁이, 한국의 책쟁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책도 있었고,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처럼 한 개인의 독서에 관한 책들도 출간되고 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같은 경우에는 젊은 시절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책 14권에 대한 이야기라는데에 혹해 냉큼 읽었고, 후회없는 독서지만 솔직히 다른 사람들의 독서기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종류의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파란여우님께서 책을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은 작가밖에 없다고 하셨듯, 책이란 읽는 사람에게 각기 다른 느낌을 주고, 그 느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의해 쉽게 흔들려 변질되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유난히도 그러한 경향이 심하다. 난 표지와 제목, 그리고 작가와 베스트셀러 유무 등 한마디로 내 눈에 띄는 책을 그냥 사는 편이다. 줄거리도 모르고, 어떤 느낌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읽고, 너무나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을 때의 뿌듯함..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서점에 갔을 때에는 무작정 표지들만 둘러보고 다닌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살때에는 그런 방식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읽는다. 아니 리뷰자체를 읽기보단 평이 좋은지 나쁜지 별점만 본다.. 평균점수와 더불어 각각의 리뷰어들이 몇점을 주었는지를 본다. 그렇게 해서 "좋은 점수를 받은 책"을 읽었을 때가 문제다. 나는 그저 그랬는데.. 남들의 좋은 점수를 보며 나만 이상한가를 느끼고, 결국 다른 분의 리뷰를 읽으며 책에 대해 계속생각하다보면 그냥 좋았었다로 금세 느낌이 바뀌어버려 책을 읽은 느낌이 나의 것인지 남의 것인지 분간이 안된다. 그래서 그렇게 읽은 책들은 솔직히 쉽게 잊혀버렸다.  

그래서 이런 독서기책은 반갑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부러운 점도 있다. 유명 소설이나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 위주로 읽다보니 내가 읽는 책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독서기를 내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방대한 분야의 책을 너무나도 꼼꼼하게 읽었다는 것이다. 이 책만해도 서문을 읽어보니 총 86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 중에 내가 읽은 책은 단 9권,,9개의 분야 중에 4개의 분야에선 단 한권도 읽지 않은 처참한 독서였다. 나름 올 1년동안 약 100여권의 책은 훌쩍 넘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5년간 1000여권을 읽은 파란 여우님의 독서기와 비교해보니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 없을 뿐이었다. 그리고 파란 여우님의 서평을 보며, 그저 끄적거리는 낙서수준에 불과한 나의 서평, 아니 "리뷰"들이 조금 부끄러웠다(어쩐지 "서평"이라는 말은 평론가가 하는 조금은 질 좋은 평같고, 똑같은 평론이라는 뜻을 가졌음에도 "리뷰"라는 말은 "회상"하는 정도의 글, 그래서 이 생각 저생각 끄적거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파란 여우님께선 좋은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을 때 옆에 서평공책을 놓아두고, 좋은 글귀에 밑줄도 긋고, 앞에 나온 이야기와 부연 설명같은 것을 연결시키고, 출판사와 저자분의 인터뷰 등을 살펴 서평을 쓸 때 참고하신다고 했다. 반면 난 책을 읽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남들보단 조금 빠른 속도로, 세부적인 내용을 보기 보단 전체적인 책 느낌을 만나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배울게 많았던 경우 다시 꼼꼼히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평 역시 책을 더 많이 읽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은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헷갈리는 책들도 있고, 읽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도 있어 책을 읽은 직후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며, 책도 뒤적여보며, 느낀 점을 쓰고, 인상깊었던 부분을 찾아낸 끄적거려 놓은 기억의 보조수단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파란 여우님의 서평은 책제목 그대로 "깐깐"했고, 내가 보지 못한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기에 "내가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서는 너무나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유쾌한 소설로만 읽었고, 괴짜 아버지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던 <남쪽으로 튀어라>에 "국가와 개인"이라는 개념과 조지오웰의 <1984>를 덧붙이는 모습에 "그렇구나"라며 고개도 끄덕이게 되고, 병자호란의 모습을 그린 <남한산성>에서도 별재미를 못느꼈고, 요즘 <공무도하>를 중간쯤 읽다 포기해서인지 나하곤 김훈작가님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만할 때에 김훈작가님의 칼이라는 연필과 "낱말을 세워벼리는 문장"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며 미처 내가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에 다시 시도해봐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에 대한 서평을 보며 다시금 책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고..이래저래 다른 관점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책을 읽었던 기억도 나게한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읽지 않은 수많은 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좋은 책을 소개하는 글 치고는 너무 많은 책이 소개되고 있어 관심이 흐트러져버리고, 하나의 책에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글치고는 너무 짧아 미처 책의 매력에 빠지기전에 서평이 끝나버리니 말이다. 얼마전에 읽은 유시민님의 책처럼 "청춘에 있어 나침반이 되어준 책"이라는 큰 주제에 14~15권의 책만 소개해주었더라면 한 권 한 권의 책에 관심이 갔을텐데.. 이 책을 읽고 나에게 남은 건 수많은 책이 아니라, 이제껏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달려라 아비>와 이름은 들어본 듯 하지만 별 관심은 없던 성석제작가님의 <참말로 좋은 날>, 그리고 이름은 들어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책 표지에 반했었던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동물농장>과 <1984>의 조지 오웰의 작품들, 마지막으로 한국 미술에 관한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래도 86권의 책 중 읽은 9권의 책에 또 다른 재미를 주었고, 5권의 책에 관심이 생겼으며 추가적으로 한 명의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는 정도면 이 책도 책을 소개한 본연의 임무는 다 마친 것이 아닐까싶다.. 

덧) 원래 리뷰를 쓸때마다 너무나도 잘 쓴 다른 리뷰를 보며 부끄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처럼 부끄럽고, 쓰기가 민망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좋은 서평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셨음에도 여전히 내 마음대로 리뷰를 쓰니, 파란 여우님의 "깐깐"한 서평에 그저 읽은 느낌만 주절주절대는 "어설픈" 나의 리뷰가 되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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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메 2009-12-20 20: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푸른 여우님이 아니라 파란 여우님 입니다.^^ 몽자&콩자님의 리뷰를 읽다가 발견해서 댓글로 남깁니다.

몽자&콩자 2009-12-20 20:55   좋아요 0 | URL
ㅎㅎ 중간에 실수를 했네요.. 파란여우라고도 했다, 푸른 여우라고 했다.. 수정했습니다^^

우메메 2009-12-20 21:0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몽자&콩자님 훌륭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파란여우님의 의도는 책읽기는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져 달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86편의 서평을 통해 책의 지도를 그리라는 뜻도 이 책에 숨어있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미학 오디세이 3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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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의 주된 이야기는 이데아라 불리는 원상과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 "복제", 그리고 현실을 그린, 복제를 복제한 "시뮬라크르"였다. 예전의 미술이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을 모사하는 것이었다면, 현대에는 앤디워홀과 같은 대량복제 미술도 나타나고, 더 이상 모방하는 것을 그만둔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다. 현대작품을 보며 "무엇을 그린 그림이에요?"라는 말처럼 무식한 말도 없다지만, 도무지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먹을 수 없는 그림들과 도대체 이게 작품이긴 한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과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그림들이 비평가들에 의해 추앙받고 있다. 더 이상 그림들은 복제를 하는 것이 아닌, 복제라는 것에서 벗어나 '존재'를 그리고 있는 현대 미술에 대해 피라네시의 현실같으면서도 환상인 동판화들과 함께, 그리고 한참을 만나왔던 아리스토텔레스와 대화를 나누던 플라톤과는 이별하고, 디오게네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1권 에셔와 2권 마그리트가 이름은 들어본적 없어도, 몇 점의 그림은 본 적이 있는, 약간의 안면이 있는 화가들이었다면 3권을 함께하는 피라네시는 처음 만나는 화가였다. 로마의 유적을 보고, 로마건축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판화를 만들었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한 감옥과 탑, 폐허를 표현했다. 얼핏보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인 그림이었지만, 진중권교수님의 말ㅆㅁ처럼 자세히 보다보면 뭔가 어색한 듯한 그림들!! 솔직히 판화하면 뒤러라고 생각했고, 피라네시의 그림을 보고 있을 때에도 뒤러의 그림이 좀 더 정감이 갔지만, 피라네시의 그림 역시 하나같이 인상깊었다.  

거친 듯, 암울한 듯한 그림들 속에 정교함과 따스함이 숨어있는 듯한 느낌.. 조영남의 말처럼 "현대인도 못알아먹는 현대미술"에 대해 설명하는데 있어 진중권교수님의 설명과 함께, 너무 어려운 이야기들이 아리스토텔레스와 디오게네스의 대화와 함께 피라네시의 그림에 의해 설명되고 있기 때문인지 한없이 정이 가기도 한다. 아직은 그래도 현대미술작품을 보면 도대체 뭔 뜻일지 알 수도 없을테고, 무식하게도 무엇을 그렸는지 궁금해하겠지만, "현대미술"이 나타난 배경과 현대미술의 의의정도는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아직은 미술에 대해 여전히 많이 모른다. 하지만 진중권교수님의 미학오디세이의 도움으로, 그리고 서양미술사와 독창적인 그림읽기 푼크툼에 의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느껴진다.. 아리스토켈레스와 플라톤의 대화처럼, 아리스와 디오게네스의 대화처럼 누군가에게 미술에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그렇게 되기 위해 열심히 미술에 대해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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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2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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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에셔와 함께하는 미학이야기였다면 2권은 마그리트와 함께하고 있었다. 물론 마그리트만큼 에셔의 그림도 많이 나오고, 마지막엔 마그리트의 그림과 에셔의 그림의 결정적인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서인지 줄곧 "에셔와 마그리트"와 함께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1권에 비해 한층 더 어려워진듯한 느낌이.. 아무래도 현대로 오면 올수록 미술 자체가 이미지를 나타내기보단 작가의 내면을 그린 추상화들이 늘어나고, 추상화가 아니더라도 빛을 그리거나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그림을 그리는 여러 파가 생겨서 그것에 대한 설명을 하다보니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읽는 내내 도무지 뭐라고 하는지 한마디도 이해할 수조차 없는 부분도 있었다.  

물론, 이 책이 어렵게 쓰인 책은 아니었지만, 철학자들의 논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말장난에 놀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너무나 생소한 단어들의 사용으로 머리가 핑핑돌아 이해하기를 포기한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포기했다고 해서 그 내용들을 모른 채 넘어가도록 놓아주지 않았다. 1권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대담이 재미있기도 하고, 약간의 보충설명도 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2권에서는 그 역할이 더욱 강해져,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다보면 앞에서 이해하기를 포기했던 문장들이 새록새록 기억나고,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그리고 원론적인 이야기 후엔 마그리트의 그림과 에셔의 그림, 그리고 수많은 그림들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주니 어느 것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만들어 주었다. 거기다 틈틈이 섞인 농담까지.. 확실히 이 책이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정확히 말하자면 15년이란 긴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이유를 알 것 같다.  

고대 벽화에서 시작하여 바로크양식으로 끝난 1권과, 2권 세잔의 두제자 마티스와 피카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현대미술까지 2500년의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단 2권의 책으로 소화하고 있기에, 가끔은 조금만 자세히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너무 많은 내용을 이야기 하고 있어 조금은 헷갈릴때도 있었지만 조금은 특이한 화가 에셔와 마그리트, 그리고 두명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함께 했기에 조금도 힘들지 않았던 미술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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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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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진중권교수님의 강연을 들으며,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샀던 책인데 이제서야 비닐포장을 뜯었다. 살 때 마음과는 달리 어차피 이제 내책이니 조금 나중에 읽어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서평단 도서를 읽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고, 내가 산 책들도 읽다보니 1달하고도 열흘동안이나 비닐포장 그대로 침대 옆에 놓여있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포장도 뜯지않은 책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다 드디어 오늘 포장을 뜯고 읽기 시작했다.  

조금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읽는데에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모든 내용을 한 번에 읽고 이해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책 전반에서 소개하는 작가 "에셔"의 기묘한 작품에 현혹되고,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란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줄로만 알았던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대화가 간간히 등장하여 읽는 재미를 줬다. 그리고 <서양미술사>에서 접했던 그리스와 이집트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한번 반복되다보니 이젠 확실히 이집트와 그리스 미술의 차이에 대해 알 것 같았다(누구나가 피라미드에 그려진 벽화와 그리스의 조각상과 도자기 속의 그림을 보면 확연히 다른 화풍을 알아볼 수 있겠지만...). 

고대 동굴벽화에서 시작하여 이집트와 그리스의 미술과 신화, 중세시대 종교와 미술에 이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의 그림에서 나타난 르네상스를 거쳐 루벤스라는 거장이 나은 바로크양식까지!!! 때론 그 당시의 철학을 이야기 하며, 때로는 거장의 그림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미술이야기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진중권교수님이 서문에서도 말하셨듯 구어를 닮은 문체로 서술되어있어 읽기에도 편하고, 가끔씩 교수님 특유의 유머로 웃으며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그림이었다. 에셔의 그림은 처음보는 것들이 만하 좀 더 큰 도판이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들고, 일부 그림은 원래 그림이 그런지 이미지화질이 안좋아서인지 입자가 거칠어 잘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고.. 원래 직접 보는 그림과는 달리 책으로 만나는 그림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책 한면을 가득 채우는 크기의 그림들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그림들이 너무 많아 아쉽다.  

벌써 출간된지 15년이란 시간이 흐른 책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이유를 알겠다. 명화를 바탕으로 그림을 설명하는 책과 "색", "미각" 과 같은 한가지 주제나 키워드로 그림을 설명하는 책을 여러권 읽어왔지만 이렇게 시간이라는 큰 흐름으로 읽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웠던 르네상스와 바로크, 야수파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고, 처음보는 수많은 그림에 감탄하며 읽었다.  

이제 겨우 1권을 읽은 상태라 이 책의 매력을 완벽히 느끼지 못했지만, 앞으로 또 어떤 내용을 이야기 해줄지  2,3권이 점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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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 외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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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찾아도 번역자가 없다. 스콧 버거슨과 그의 친구들이 쓴 책이라면, 딱봐도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의 책이라면 당연히 번역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한편으론 더욱 기대도 되었다. 번역자가 없이도, 한글로 책을 출간할 정도로 능숙한 한글사용자이기에 한국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일이 없을테니 스콧 버거슨이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이 명확히 그려질테니 말이다.   

하지만 스콧 버거슨과 그의 친구들이 바라본 한국의 모습은 너무나도 일그러져있었다. 번역의 문제도 아니고, 정말 그들이 겪은 일이니 우리 현실이 그럴수도 있었지만.. 너무 단편적인 모습만 부각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창가에서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호객행위를 했다는 분의 이야기를 보면, 한국 남성에게도 무자비할 정도로 호객행위를 한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여성이 가면? 욕한다. 대학시절 청량리역 주변의 현황조사를 하느라, 이미 많이 쇠퇴한 그 곳의 건물들을 살피고 있었을 때, 포주분이 당당히도 뭐라 했었다. 남자나 와야지 여자가 여길 왜 오냐며, 재수없다고.. 분명 성매매가 금지된 상황임에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고, 호객행위는 그대로이며, 경찰들이 순찰을 하면서도 잡아가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 분이 겪은 호객행위가 너무나도 진절머리가 나고, 자신의 집 앞이다 보니 더 겪하게 반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외국인이한테만 징글맞을 정도로 호객행위를 하는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가 딸린 것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재혼한 여자와 결혼한 외국인 이야기를 보면, 그건 정말 재수 없게 걸린 것이라고 하고 싶다. 한국인사이에서도 혼인빙자간음(물론 지금은 위헌판결이 나서, 어이없게도 혼인빙자라는 것 자체가 없는 상태지만..)이 존재하고 결혼사기가 존재하니 말이다. 전남편에게 험한 꼴을 당하고도, 결혼식 후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결혼을 유지하는 만큼, 그래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일텐데 그의 모습에서 미국에서 살때의 모습을 꿈꾼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한국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거기다 자신이 바람피웠음에도 엉뚱한 사람과의 만남으로 가정이 파탄났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불성설이 아닐까? 농담이라곤 전혀 모르는 아내라는 것을 알면서, 그리고 단순히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한 상태에서, 자신이 불륜을 저지른 여자들의 사진을 갖고있다 발각되어 이혼당하게 된 것에 그렇게 서글플까 싶었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유난히도 유령을 많이 본다는 이야기는 조금은 과장된 일반화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거기다 원조해주러 간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었다고 불평하던 외국인은 정말 자신의 잘못을 모를까 싶다. 뒤에서 누구를 욕하든 그것은 자유지만, 뻔히 간부들이 있는 앞에서 그 나라의 원수를 모욕했는데 참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나라도 그렇고 옛소련도 그렇고, 국민들일지라도, 그리고 뒤에서 욕을 했을지라도 밀고를 통해 처벌받았던 시절이 있는데.. 북한에 대한 이해는 없이 그저 하소연만 하는 것같은 느낌이다..

같은 외국인이어서인지 클럽에서 꼬신 한국 여성들을 한명한명 섭렵해가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도 이해가 되고,(내 생각엔 이건 한국여성도 문제가 있고, 외국남성도 문제가 있는 사태이다..), 좋은 일보단 나쁜일이 더 기억에 남기때문에 외국인이 본 한국의 모습이 부정적인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하는 행동은 생각도 안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서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건 한국에서 사는 백인들의 이야기다. 물론 전부다 백인은 아니고, 혼혈도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에 점점 늘어가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시집온 신부들이나 외국인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한 마디도 씌여져있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에서 살아갈 때에 인종차별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하고, 문화가 비슷하기도 하고 많은 부분이 다르기도 하다보니 할 이야기가 많을 텐데.. 스콧 버거슨이란 미국인의 친구들이 대다수가 캐나다와 호주, 그리고 영국과 같은 나라에 국한되어있고, 요가강사와 살사에 반한 사람, 펑크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일반적이기 보단 특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기에 너무 한정된 사람들의 한정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한국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약간은 부정적인, 그리고 너무나 한정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다보니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가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스콧 버거슨의 의견인 4장, 그 중에서도 "종로의 이방인"이었다. 나 역시 이명박의 팬도 아니고, 한나라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 미국산 쇠고기파문 촛불시위는 너무나도 무서웠고, 전혀 공감되지 않았었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이란 측면에서 안전하지 못한 먹거리이기 때문에 수입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시위대의 모습은 너무나도 위험해 보였고,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 여름 땡볕에 아이들을 볼모삼아 유모차에 태우고 시위를 하지 않나, 자신들과 반대하는 의견의 사람들을 몰아세우지 않나, 전경들을 마구 때리지 않나(전경도 시민들을 때리기도 했고, 시위참여자를 잡는다고 무고한 사람들도 여럿 경찰서로 연행하기도 했으니 피장파장인 것도 같지만..).. 그 무렵 나는 광화문엔 발걸음도 하지 않았고, 광화문에서 일을 하던 친구는 아홉시가 넘어 집에 갈때엔 꼭 나한테 전화를 했었다. 시위대와 전경사이에서 어디로 끌려갈까 두렵고, 뭔일이 생길까 두렵다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지만, 그 만큼 많은 사람들도 촛불시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시위에 대한 뉴스만 매일 보도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시위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하지조차 못했었는데.. 스콧 버거슨이 미국인이기에 자신들의 나라에 협조적이지 못해서 시위를 나쁘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속시원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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