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 태종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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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의 왕자의 난을 통해 이복동생의 죽음과 친형의 유배를 가져왔던 태종은 즉위전부터 피바람을 불러왔고, 즉위 후에도 많은 피바람을 일으켰다. 왕자의 난때 그 누구보다 자신을 도와주고, 힘이 되어주었던 중전을 왕이 되자마자 외척의 세력이 강화되는 것을 염려하며 중전의 오빠와 동생을 모두 처형했다. 공신이란 이름으로 무례하게 군 신하인 이숙번도 내치기는 했으나 죽이지 않은 것과는 달리 지나치게 중전의 가족에 대해서만은 엄했던 태종.. 작가님의 언급처럼 송강호 뺨치는 연기실력으로 자신의 진짜 의도를 몇년동안 숨기기도 하고, 사냥을 좋아하는 마음을 참지 못한채 며칠만에 다시 사냥을 나서기도 하고, 불교를 억압하면서도 중전이 아플때엔 불교에 의지하는 약간은 모순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론 현실적이며, 그 무엇보다도 왕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왕이었다.

그런 태종도 두차례의 선위파동을 일으킨 당사자였다.. 왕위에서 물러날 마음도 없으면서, 권력에 눈이 멀어 세자 또한 하나의 정적으로 보아 그저 세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몇번의 선위파동을 일으켰던 영조와는 달리 딱히 이유도 없이 선위를 선언하기도 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되었다.. 며칠을 옥새를 세자와 주고받기를 하고, 신하들의 만류를 즐기는 것처럼 계속해서 지내다 갑자기 선위를 취하했는데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나, 결국 중전의 형제들이 선위파동때에 남들이 슬퍼할때 기뻐하고, 기뻐할 때 슬퍼했다는 이유로 처형을 받은 것을 보면 모든 일을 계획하여 차근차근 시행했던 태종의 모습을 보면 혹시 이런 일이 생길줄 알고 미리 꾸민 짓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너무나도 정치적이고, 현실적이었던 태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기도 하고..  

그런 태종의 아들로 약간은 막나갔던 양녕대군을 조금씩 충동하며, 세자가 아닌 왕자로 조용히 지내야할 때에 약간의 튀는 행동을 했던 충녕대군의 모습은 조금은 색다른 시선의 역사였다. 어리라는 남의 첩에 눈이 멀어 왕이 반대했음에도 몇번을 다시 만나 결국 애까지 낳았던 양녕대군의 모습에 실망하여, 술도 마시지 못하며 스스로 왕의 자리에 관심없음을 표시한 효녕대군보단 술도 적당히 할 줄 알고 똑똑하여 결국 세자로 책봉되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충녕대군의 튀는 행동이 왕에게 눈에 띄어 세자책봉과정에 유리하게 반영되었다고 보는 역사 또한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계획적이고 도전적인 행동을 가능한 그런 왕자였기에 세자기간이 짧았음에도 성군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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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 태조.정종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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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이성계가 공양왕에게 왕위를 받았다면, 2권에서는 국호를 조선이라 바꾸고, 조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던 태조와 정도전의 이야기와,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아직 2권이지만 서서히 내가 알고있는 역사와 다른 역사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큰 줄거리로 말하면 고려의 왕족이었던 "왕씨"를 이성계가 몰살시켰다는 것으론 동일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역사는 조선이 세워지면서 고려의 왕족인 왕씨를 모두 살려주겠다는 태조의 어명으로 왕씨를 모두 배에 태워 다른 섬으로 이동하는 척하다 배를 침몰시켜 왕씨를 죽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한 명의 신하가 점쟁이에게 왕씨의 운명과 이씨의 운명을 점쳤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 알려졌고, 놀랍게도 잘짜여진 사기극 각본과 같은 그런 사건을 통해 왕씨들이 모두 몰살당했다는것이 실제 역사였다.. 이 책에서 내가 알고 있는 역사가 야사에서 언급되는 것이라고 보충설명까지 해줘 이제껏 내가 알던 역사가  완전히 허구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객관성이 떨어지는 야사라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수업을 받으며 야사보단 정사를 더 많이 접했을텐데 어떻게 기억하는 것은 야사이니 말이다.. 아무래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하게 꾸며진 듯한 정사보다는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야사가 더 기억에 남게되어 그런 것 같긴하지만 어쩐지 역사에 너무나도 무지한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러워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개국이란 커다란 일을 성취했고, 불안정한 시국에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을까, 혹시 국내에서 또 다른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을까를 염려하며 왕과 함께 국가를 안정시켜나갔던 최고의 사상가이자 개혁 정치가였던 정도전이 이방원뿐만 아니라 명의 홍무제에게도 위협이었단 역사를 새롭게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조선을 변방의 작은 나라이며, 자신들을 모시는 나라라고만 여기던 명도 국방을 지키기 위해 병력을 증진하고, 사병제도를 하나의 단일 병사제도로 정렬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정도전을 보며 혹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까 두려워하며 계속해서 조선을 괴롭혔다는 사실은 조금은 뿌듯하게도 느껴졌다.. 베트남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겼듯, 혹시 정도전이 조금만 남들과 융화되어, 조금만 이방원과 손을 잡고, 계속해서 자신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면 고구려의 찬란한 역사를 잇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생긴다..(매번 역사를 알게되면 만약에라는 가정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르게 된다.. 만약은 일어날 수 없지만 만약에 그렇게 했었더라면 지금 우리나라가 더욱 넓은 영토를 지닌 강대한 국가가 되지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그리고 제일 놀랐던 사실 한가지는 왕의 정식 호칭이었다.. 우리가 쉽게 광개토대왕이라 부르지만 실제 묘호는 국강상 광개토경 평안호태왕인것처럼, 태조, 정조, 태종이라 쉽게 부르던 조선왕들의 정식 호칭또한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태조의 경우 묘호인 태조, 명나라가 내린 시호인 강헌, 정종이 올린 존호인 지인계운, 신하들이 올린시호인 성문시무, 숙종이 올린 존호인 정의광덕이 붙어 "태조강헌지인계운성문신무정의광덕대왕"이란  기다란 이름이었다. 물론 정조의 경우, 세종에게도 왕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오래도록 공정왕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는 했지만, 왕들은 시호와 묘호, 존호에 의해 기다란 이름을 가진다는 사실은 처음 아는 사실이었기에, 어째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어질 3권에선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아니면 모르고 있던 어떤 역사이야기가 나올지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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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개국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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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만화책을 죽어도 사주시지 않던 부모님이 처음으로 사주신 만화책이 웅진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의 역사"였다. 지금은 그리스 로마신화도 삼국지도 다양한 출판사에서 만화책으로 나오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단연 으뜸은 "한국의 역사"였다. 유일하게 그림으로 된 책이다 보니 매일밤 자기전 한두번씩 읽고, 초등학교때 학급문고에 책을 제출하라고 해서 1~2권을 냈다가 누군가 훔쳐가서 엄마한테 혼나기도 하고, 중학교 국사시간 거란족이 선물한 동물이 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거침없이 "낙타"라고 대답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책이었다.. 그렇게 한국의 역사를 만화로 쉽게 접했기때문인지, 국사시간 죽어라 외우게 시키는 역사이야기는 기억도 나지않으면서 만화책에서 읽은 공민왕이 노국공주를 생각하며 울던 장면은 여전히 기억에 남으니 어릴 적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어른이 된 요즘.,. 여전히 역사서를 읽고는 있다. 

딱딱한 역사보다는 "조선왕독살사건"과 같이 학교에서 배우지않았던 왕들의 죽음에 대해, <사도세자의 고백>과 같이 소설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책이나,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연애사건>과 같은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과 쉬운 역사를 주로 읽고 있다.. 중고등학교 그렇게도 달달외던 연도와 기관의 명칭에서 벗어나 조금은 재미있는 역사에 대해 읽으면서도 계속해서 무시해왔던 책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었다. 이 나이가 돼서 무슨 역사를 만화책으로 읽나싶었다..  

어릴적 읽은 한국의 역사가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책이었으니 이 책 역시 어린이를 위한 책이거니 생각하며 계속해서 눈에 밟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시하며 다른 책을 읽을 뿐이었다..그러다 어릴 적 추억도 살릴 겸 만화로 한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로 된 신화이야기를 읽고 또 읽다보니 그림만 보고도 제우스인지 헤르메스인지 다 분간하고, 그들에 얽힌 이야기도 다 기억하는데 어쩜 이 책을 통해 나도 그림만 보고 누가 태종인지 태조인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다 기억하게 될수도 있지 않을까 무리한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했다(물론 이건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흥미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른과는 달리 모든지 암기해버리는 신통한 능력이 있으니 말이다..TV를 보면 한자신동도 있고, 공룡신동도 있고, 나라와 국기를 모두 다 외워버리는 신동도 있지만 결국 크면 다 똑같이 되는 것처럼 어릴 때의 능력인 것 같으니 말이다^^).    

1편 조선의 개국에 관한 이야기는 흔히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된 "위화도회군"부터가 아닌 이성계의 고조부가 원나라의 위세가 대단하였을 때 몽고에 항복하였고, 고려의 도망자에서 원제국의 관리자가 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어떻게 고려를 버리고 몽고에 항복하는 그런 사람이 조선의 건국한 이성계의 고조할아버지라고 할 수 있나 싶다가도 재치있게 오늘날의 기준으로 옛날 일을 평가하지 말라는 작가님의 이야기에 그럴수도 있구나라며 수긍함과 동시에 원나라를 버리고 고려의 밀명을 받아 동북면지역을 되찾는 이야기를 보며 역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탄 일가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어떻게되었든 강성했던 원시절엔 적당히 그 비위를 맞춰주며 지내다 조금 약해진 틈을 타 결국 애국을 하게되었으니 말이다..  

그 일을 바탕으로 고려에서 신임을 받기 시작한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을 시작으로 잦은 원과의 싸움에서 큰 활약을 하며, 결국엔 고려말 엄청난 힘을 지니게 되었고, 서서히 피를 부르지 않는 조용한 역성혁명을 꾀하기 시작한 이성계였다.. 물론 나라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나라자체를 바꿀 필요는 없다는 반대파였던 일편단심 정몽주의 죽음을 보긴 했지만.. 조선시대 반정이 일어날 때 수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사화때마다 수많은 선비들이 죽은 것과는 달리 그래도 깔끔한 역성혁명이 이룩하였다.. 이제 조선의 이야기가 시작하려 하며 1권은 끝맺음되었다..  

오랜만에 읽는 만화로 읽는 역사서는 조금은 무시하는 마음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다른 역사서를 읽을 때보다 쉽게, 그러면서도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는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틈틈이 언급되는 유머아닌 유머에 피식웃게도 되고 아무튼 어릴 적 기억도 나고, 역사도 배울 수 있고, 재미도 있고 일석 삼조의 역사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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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조영남 지음 / 한길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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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도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다 발견한 책이 조영남씨의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란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제목의 미술책이었다. 가수이자 방송인인 조영남씨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림에 대한 책을 썼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 책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에 관한 것이며, 가끔씩 등장하는 조영남씨의 그림에 당황하지만 현대미술에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에 끌려 두말않고 읽게된 책이었다.  

인사동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화랑에서, 수많은 전시회를 하고 있지만 그 전시회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보단 기름에 튀긴 호떡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서론에 동감할 뿐이었다. 끝도 없이 줄을 선 호떡집과는 달리 화랑들은 텅텅 비어있고, 나 역시 그런 화랑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동생이 관심이 간다며 같이 가자고 할 경우 몇번을 제외하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림, 나도 그릴 것 같은 그런 그림을 보며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루벤스가 그린 수많은 신화이야기와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나 비너스의 탄생을 보며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는 반면 잭슨 폴록의 물감흩뿌리기나 미술책에서 수도 없이 본 칸딘스키그림은 도무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뭘 그린 것인지조차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왜 현대미술을 못 알아먹고 있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중, 고등학교 미술시간 선생님께서 그렇게 이야기하시던 야수파니 인상파니, 입체파니 등등의 분류를 매번 들으면서도 도무지 어떤 그림인지 분간도 못한채 그저 달달 암기만 해왔던 것이 바로 현대미술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질 못해서 그런 것이었다. 화가 자신이 내 그림은 입체파다라고 말하며 그림을 그리지 않듯, 후대의 평론가에 의해 그림이 분류되고 그 분류를 몇개의 특징을 바탕으로 암기만 해왔으니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도 정확히 야수파니 인상파니 하는 그림을 정확히 분류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현대미술의 아버지가 피카소, 세잔, 마네이며, 고흐, 피카소 등 현대미술화가가 입체파인지, 야수파인지, 표현파 중 어느 것에 속하기 보단 여러 분야에 속해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현대미술에 대해 눈꼽만큼도 알지 못하던 나조차도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현대미술에 관한 책!! 조영남씨의 에세이같은 느낌의 편한 말투로 여러 예술주의를 조근조근 설명해주니 더 이상 현대미술은 현대인이 못 알아먹을 것 같은 미술이 아니었다. 그저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과는 다른 방법으로 감상해야하는 그런 장르일 뿐..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음악과는 달리 그림은 직접 그 그림이 있는 장소에 가야하는 번거로움과 대작들은 한국에 초청되기전까지는 쉽게 보지 못한다는 불편함에 의해 음악보다 미술이 조금은 더 멀리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미술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느껴보기위해 이번주엔 그나마 가장 가까운 인사동의 화랑에서 다양한 미술세계를 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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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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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조각품이나 회화작품을 보다보면, 신화나 성서에 관련된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처음엔 작품의 모티브가 뭐가 됐든간에 그저 작품을 보고, 교감만 이뤄지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신화나 성서에 대해 알 지 못한채 그저 작품만을 본다면, 과연 그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작품과의 교감이겠지만, 그 교감이 이뤄지기 위해선 그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성서와 그리스 로마신화는 하나의 공부해야할 주제가 되었다. 기독교신자가 아닌 내가 무작정 성서를 접한다고 이해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런 점에서 성서보단 그리스 로마신화부터 제대로 이해하자는 생각에서 접하게 된 것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였다.. 1편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에서 12가지 상징물 속에 담긴 신화이야기를, 2편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에서 수소를 사랑한 파시파에서부터 자신을 사랑한 나르키소스, 오이디푸스컴플렉스와 엘렉트라컴플렉스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그리고 한동안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가 4권까지 나온지도 모르고 한참을 지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전 애거서 크리스티전집의 <헤라클레스의 과업>이란 책을 보며, 에르퀼 푸아로가 12가지 과업에 맞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도 엉성하게 12가지 과업에 대해 알고있는 것이 부끄러워 조만간 헤라클레스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 예술작품과 더불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해 알기 쉽게 쓰여있던 전작들의 내용에 너무나도 만족했던 터라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4권을 선택하게 되었다.. 3권을 읽지 않은데서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지만, 헤라클레스에 관한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에 4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헤라클레스는 바람둥이이자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이였다. 당연히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가 질투하여 많은 고난을 겪긴 하지만, 신과 인간의 아이이다 보니 여느 인간과는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직은 갓난아기일때 헤라가 보낸 두 마리의 뱀을 잡아죽일 정도로 힘이 장사였던 헤라클레스.. 그러고보면 헤라클레스란 이름도 참 아이러니하다.. 헤라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헤라의 영광"이란 헤라클레스란 이름을 사용하니 말이다. 워낙 헤라클레스가 유명하다보니, 헤라클레스의 이름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헤라클레서는 암피트뤼온과 알크메네의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중의 첫째아들 "알케이데스"였다. 쌍둥이라곤 하지만 알케이데스, 즉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이고, 둘째인 이피클레스는 암피튀루온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원래 제우스가 이쁜 여자만 보면 소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자신이 변신하여 다가가기도 하지만 어째 승전을 알리기위해 돌아오는 왕을 기다리는 왕비를 탐하고, 그 왕과 자신의 아이가 쌍둥이로 자라도록 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파렴치하지않나 싶다.. 자신의 아내인 헤라가 투기가 심하여, (아니 투기라기 보단 제우스와 같이 살다보면 어떤 여자라도 마음고생이 심하여 헤라처럼 될 것같기는 하지만..) 자신의 애인과 애인에게서 낳은 자신의 아이들을 고생시킨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번 반복하는 것을 보면 정말인지 못말리는 신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그래도 헤라클레스는 장성할 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아직은 알케이데스라 불리우며, 별 문제도 만들지 않으며 살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놈의 술이 웬수지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모두 죽인 뒤 자신의 목숨으로 그 복수를 하려했으나 자결하는 대신 원래는 암피트뤼온이 계승했어야 할, 그리고 언젠가는 헤라클레스가 계승했을 아르고스와 왕 에우뤼스테우스가 시키는 12가지 과업을 통해 죄를 씻는 방법을 택하였다. 겁쟁이 에우뤼스테우스왕은 청동항아리에 들어가 헤라클레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칼로도 그 가죽을 뚫을 수 없던 네메아의 사자, 머리를 자르면 잘린 자리에서 2개의 머리가 자라는 휘드라, 아르테미스 여신의 뿔 달린 암사슴, 아르테미스여신의 거룩한 산인 에뤼만토스에 살고 있는 멧돼지, 수십년을 치우지 않은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 아레스신의 스튐팔로스의 새떼, 인육을 먹고 자란 디오메데스의 암말,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섬 에뤼테이아의 게뤼오네스의 붉은 소떼, 헤라여신의 황금사과, 케르베로스를 지상으로 데리고 오는 것과 같이 인간으로선 수행하지 못할, 어쩌면 신에게 모욕을 줄 수도 있는 그런 위험한 12가지 과업을 지시하였고, 헤라클레스는 당당히 12가지 과업을 모두 수행하였다.. 그런 과업을 이룩하는 동안 자신에게 품삯을 주지않는 다른 이유로 아우게이아스왕일가를 죽이기도 하고, 인육을 먹이며 키운 암말에게 그의 주인인 디오메데스의 시체를 주기도 하며, 자신과 사랑을 나누던 아마존 여왕을 죽이기도하는 등 정말 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12가지 과업의 완성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씻게되었다..  

하나 의문인 것은 사람들을 해치던 네메아의 사자나 휘드라 같은 괴물의 죽임은 그렇다하더라도 조금은 나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나라의 왕인 사람들을 그렇게 죽였는데 그것은 죄가 되지않나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윤리적 기준으로 신들과 영웅들의 행동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살인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나그네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엄했던 그 당시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준 나그네를 실수로 죽인 벌로 또 다른 3가지 임무를 했던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보며, 우연히 나그네도 아니고 자신이 혈육도 아닌 다른 사람을 죽인 경우엔 어떤 죄도 받지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살인에 대해서도 신들의 미움을 받았다면, 헤라클레스는 죽을 때까지 인간이 하기엔 어려운 그런 과업들을 해결하며 살았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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