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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유명한 조각품이나 회화작품을 보다보면, 신화나 성서에 관련된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처음엔 작품의 모티브가 뭐가 됐든간에 그저 작품을 보고, 교감만 이뤄지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신화나 성서에 대해 알 지 못한채 그저 작품만을 본다면, 과연 그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작품과의 교감이겠지만, 그 교감이 이뤄지기 위해선 그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성서와 그리스 로마신화는 하나의 공부해야할 주제가 되었다. 기독교신자가 아닌 내가 무작정 성서를 접한다고 이해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런 점에서 성서보단 그리스 로마신화부터 제대로 이해하자는 생각에서 접하게 된 것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였다.. 1편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에서 12가지 상징물 속에 담긴 신화이야기를, 2편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에서 수소를 사랑한 파시파에서부터 자신을 사랑한 나르키소스, 오이디푸스컴플렉스와 엘렉트라컴플렉스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그리고 한동안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가 4권까지 나온지도 모르고 한참을 지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전 애거서 크리스티전집의 <헤라클레스의 과업>이란 책을 보며, 에르퀼 푸아로가 12가지 과업에 맞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도 엉성하게 12가지 과업에 대해 알고있는 것이 부끄러워 조만간 헤라클레스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 예술작품과 더불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해 알기 쉽게 쓰여있던 전작들의 내용에 너무나도 만족했던 터라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4권을 선택하게 되었다.. 3권을 읽지 않은데서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지만, 헤라클레스에 관한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에 4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헤라클레스는 바람둥이이자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이였다. 당연히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가 질투하여 많은 고난을 겪긴 하지만, 신과 인간의 아이이다 보니 여느 인간과는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직은 갓난아기일때 헤라가 보낸 두 마리의 뱀을 잡아죽일 정도로 힘이 장사였던 헤라클레스.. 그러고보면 헤라클레스란 이름도 참 아이러니하다.. 헤라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헤라의 영광"이란 헤라클레스란 이름을 사용하니 말이다. 워낙 헤라클레스가 유명하다보니, 헤라클레스의 이름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헤라클레서는 암피트뤼온과 알크메네의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중의 첫째아들 "알케이데스"였다. 쌍둥이라곤 하지만 알케이데스, 즉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이고, 둘째인 이피클레스는 암피튀루온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원래 제우스가 이쁜 여자만 보면 소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자신이 변신하여 다가가기도 하지만 어째 승전을 알리기위해 돌아오는 왕을 기다리는 왕비를 탐하고, 그 왕과 자신의 아이가 쌍둥이로 자라도록 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파렴치하지않나 싶다.. 자신의 아내인 헤라가 투기가 심하여, (아니 투기라기 보단 제우스와 같이 살다보면 어떤 여자라도 마음고생이 심하여 헤라처럼 될 것같기는 하지만..) 자신의 애인과 애인에게서 낳은 자신의 아이들을 고생시킨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번 반복하는 것을 보면 정말인지 못말리는 신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그래도 헤라클레스는 장성할 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아직은 알케이데스라 불리우며, 별 문제도 만들지 않으며 살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놈의 술이 웬수지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모두 죽인 뒤 자신의 목숨으로 그 복수를 하려했으나 자결하는 대신 원래는 암피트뤼온이 계승했어야 할, 그리고 언젠가는 헤라클레스가 계승했을 아르고스와 왕 에우뤼스테우스가 시키는 12가지 과업을 통해 죄를 씻는 방법을 택하였다. 겁쟁이 에우뤼스테우스왕은 청동항아리에 들어가 헤라클레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칼로도 그 가죽을 뚫을 수 없던 네메아의 사자, 머리를 자르면 잘린 자리에서 2개의 머리가 자라는 휘드라, 아르테미스 여신의 뿔 달린 암사슴, 아르테미스여신의 거룩한 산인 에뤼만토스에 살고 있는 멧돼지, 수십년을 치우지 않은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 아레스신의 스튐팔로스의 새떼, 인육을 먹고 자란 디오메데스의 암말,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섬 에뤼테이아의 게뤼오네스의 붉은 소떼, 헤라여신의 황금사과, 케르베로스를 지상으로 데리고 오는 것과 같이 인간으로선 수행하지 못할, 어쩌면 신에게 모욕을 줄 수도 있는 그런 위험한 12가지 과업을 지시하였고, 헤라클레스는 당당히 12가지 과업을 모두 수행하였다.. 그런 과업을 이룩하는 동안 자신에게 품삯을 주지않는 다른 이유로 아우게이아스왕일가를 죽이기도 하고, 인육을 먹이며 키운 암말에게 그의 주인인 디오메데스의 시체를 주기도 하며, 자신과 사랑을 나누던 아마존 여왕을 죽이기도하는 등 정말 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12가지 과업의 완성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씻게되었다..
하나 의문인 것은 사람들을 해치던 네메아의 사자나 휘드라 같은 괴물의 죽임은 그렇다하더라도 조금은 나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나라의 왕인 사람들을 그렇게 죽였는데 그것은 죄가 되지않나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윤리적 기준으로 신들과 영웅들의 행동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살인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나그네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엄했던 그 당시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준 나그네를 실수로 죽인 벌로 또 다른 3가지 임무를 했던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보며, 우연히 나그네도 아니고 자신이 혈육도 아닌 다른 사람을 죽인 경우엔 어떤 죄도 받지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살인에 대해서도 신들의 미움을 받았다면, 헤라클레스는 죽을 때까지 인간이 하기엔 어려운 그런 과업들을 해결하며 살았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