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수용소군도 1 열린책들 세계문학 258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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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은 광주민주화 운동과정에서 어쩌면 도시 하나를 깡그리 날려버리려고 한 건 아닐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나중에 재계 10위인 국제그룹도 날려버린 적이 있기도 했다. 당시 광주는 큰 도시지만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그리 큰 손실이 아닐 정도의 2% 정도의 인규 규모이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적 숫자는 75만으로 엄청난 숫자이며 그 하나하나의 삶은 너무 소중하다. 하지만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 정도 쯤은 " 같은 생각을 할 수 도 있다.

 구 소련의 절대적 독재자 스탈린도 더하면 더 했지 비슷했을 것이다. 스탈린이 숙청한 사람의 수는 정확하진 않지만 100만명 정도는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탈린은 인간 백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재임 기간 중 2차 대전과 각종 경제적 실패와 숙청과 탄압으로 죽은 사람의 숫자는 2천만에서 4천만으로 추정된다. 이 모든 건 소비에트 이상주의 사회건설이란 모토를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권력 유지에 불과했을 것이다. 

 책 수용소 군도는 혼란기 소련에서 이뤄졌던 마구잡이식 수용소 행에 대한 고발이다. 책에는 NKVD라는 용어가 자주 나오는데 이들은 내무인민위원회로 비밀경찰을 갖고 있었고,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숙청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이 잡혀가는 이유는 너무나도 어이없고 다양하다. 그 시기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부터 시작해서, 1차대전과 2차대전, 여러 소수민족 국가가 소련에 흡수되며 정치적 혼란이 극심한 시기 였다.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하나만 연루되면 바로 체포의 대상이었다. 

 일단 체포되면 모든 게 끝이었다. 체포된 후 신문을 받게 되는데 당연히 온갖 고문이 자행되었다. 신문관은 이미 답을 가지고 있었고, 피해자는 신문에 정해진 답을 해야했다. 답을 하다가 관련된 사람을 말하기라도 하면 그들도 바로 체포대상이 되었다. 증거는 당연히 필요 없었다. 고발과 의심, 그리고 과거의 약간의 경력이면 체포에 충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혼란기에 지금의 당과 다른 발언, 다른 편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혹은 소수 민족이란 이유로, 혹은 아주 약간이라도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혹은 내가 사는 지역에 체포인원이 할당되었다는 이유로, 혹은 내무위원회 사람에게 밑보였다는 이유로 혹은 일부 시기에 빠진 동료가 고발하기만 해도 체포되었다.

 가장 어이 없었던 것은 전쟁 포로에 대한 대우다. 소련에 전쟁 포로는 없었다. 포로가 되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은 무조건 스파이 취급을 받았으며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적군에 포위되었다 그것을 죽을힘을 다해 뚫도 돌아온 용사도 제때 퇴각하지 못했고 ,혹은 퇴각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 소련이 이처럼 포로를 취급하지 않아 소련 사람들은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을 때 다른 나라 포로들에 비해 최악의 취급을 받는다.

 수용소에 대한 형기는 대개 10년, 15년, 20년 정도로 정해졌다. 웬만하면 10년형인데, 그것이 가장 추운 시베리아의 수용소에서 온갖 굶주림과 폭행, 노역에 시달리며 보내는 10년이다. 사람들은 형편없는 식사에 굶주렸고, 추위와 폭행에 시달렸다. 그래서 10년형은 어떤 의미에서는 거의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지만 독재자 스탈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시 인구 1억 5천을 자랑하던 인구 대국 소련에서 이 정도의 정치적 숙청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책은 체포의 어이없음과 각종 말도 안되는 법조항, 수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체포되고 이후에 당하는 신문과정과 형편없는 수용소 처우에 대해 말한다. 총 5권인데 아마 2권부터 수용소의 실상이 자세히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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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수레바퀴 (한글판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부엉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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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로스 퀴블러라는 사람이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호스피스와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의학자였고, 영성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저자는 뇌졸중으로 60대 후반부터 고생을 하였는데 그 와중에 남긴 책이 이것이다. 책의 장은 총 4개로 4마리 동물의 이름으로 그것을 정했다. 생쥐, 곰, 들소, 독수리다. 보통 모든 것의 시작으로 얼음이 녹고 새싹이 자라나며 꽃이 피는 봄과 성숙한 여름, 수확이 있고 슬슬 노년이 보이는 가을, 모든 것이 다시 얼어붙고 사그라지느니 겨울을 인생에 많이 비유한다. 

 하지만 그는 바삐 정신없이 움직이는 청소년기를 생쥐, 태평하고 젊은 시절을 돌아볼 여유를 가진 성년기를 곰, 여유롭게 삶은 바라볼 수 있으나 아직은 힘든 짐을 짊어진 장년기를 들소, 마침내 세상위에 올라 모든 것을 관조할 수 있는 독수리를 노년기로 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스위스 사람으로 1928년 생이다. 당시엔 놀랍게도 세 쌍둥이로 태어났고 겨우 900g의 미숙아였다.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지금 태어나도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세쌍둥이 자매는 모두 살아남아 장성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부모님은 세 자매에게 항상 같은 옷과 같은 것을 먹이곤 했다. 엘리자베스는 이런 여파로 어릴 때부터 남과 다른 자신의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빠가 하나 있었다. 

 스위스의 대자연을 벗 삼아 자라났으며, 집에는 가축과 식량 작물들이 있었다. 토끼를 기른 기억이 있는데 토끼의 번식력이 엄청나다보니 가족들은 자란 토끼를 도살자에게 보내 고기로 먹곤 했다. 그러다 엘리자베스가 무척이나 마음을 준 블래키라는 토끼를 잡게 된 날을 엘리자베스는 평생 잊지 못한다. 아마 그 때 그가 평생을 고민한 죽음이라는 주제를 심각하게 접하게 된 게 아닐까 한다. 신해철의 노래 날아리 병아리가 떠오른 대목이었다. 어린 엘리자베스는 병약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아버지와 구경을 나갔다가 심취하여 하루 종일 축축한 바닥에 앉아있다 고열에 시달려 학교도 나가지 못할 정도로 몇 달을 고생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는 토끼 블래키 일도 그렇고 완고한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그리고 청년기에 고생을 한다. 아버지는 옛날 분들이 그렇듯 세 자매의 직업을 결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죽음에 대한 강렬한 경험으로 의사를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그녀가 자신의 회사에 나와 경리일을 보길 원했다. 장성한 엘리자베스는 화가나 그대로 집을 나가버려 가정부로 일한다. 주인여자는 매우 악독해 엘리자베스를 노예처럼 부려먹고 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나와버린 처지였기에 어쩔수 없었고 일 년을 더 버티다 집으로 돌아간다. 

 이 경험으로 아버지는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허용해주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는 간호사나 연구원으로 일하며 의대 입학을 준비한다. 그러다 2차 대전이 터졌다. 스위스는 그 전화를 피한 몇 안되는 나라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그녀는 폴란드를 비롯한 전쟁이 심한 나라에 국제자원봉사단으로 참여하며 참상을 경험한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게 부족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그는 의대 입학을 준비하면서도 틈만 나면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처음엔 동구권에 가는 것이 자유로워졌으나 철의 장막이 쳐지며 그것이 쉽지 않아졌다. 감시와 간섭이 심해져 자원봉사의 의미도 없었다. 그를 걱정한 아버지가 철의 장막에 가면 넌 내 딸이 아니다란 엄포를 놓치만 다시 한 번 폴란드에 방문했다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다.

 세월이 지나 엘리자베스는 의대에 입학한다. 거기서 남편이 될 미국 출신 베니를 만난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의외로 완고한 아버지도 베니만큼은 좋아했다. 둘은 졸업 전에 결혼하지만 먼저 결혼한 자매의 남편이 어린 나이에 위암으르 죽는다. 그는 약혼식까진 참석할수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먼저 의대를 졸업하고, 베니가 다음 해 졸업한다. 둘은 미국으로 향한다. 전후는 경제사정이 어려워 부부는 매일 장시간 일하고도 급여가 충분하지 못했다.

 부부는 아이를 원했지만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았고, 유산도 많았다. 4번의 유산을 겪었으나 그래도 부부는 케네스와 바버라 남매를 얻는다. 차차 의사의 처우가 과도하게 좋아지면서 둘은 부유해지고 유명건축가가 지은 집도 사게 된다. 베니는 신경병리학 쪽에 전문가가 되어갔고, 어릴 적부터 죽음에 민감했던 엘리자베스는 의사와 병원이 죽음을 앞둔 환자를 과도하게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처사에 분노하여 그 부분에 천착한다. 

 그 와중에 스위스의 아버지가 죽는다. 아버지가 위중하단 소식에 고작 3살인 케네스를 데리고 스위스로 간다. 아버진 팔꿈치 수술이 잘못된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른다. 아버진 온몸에 생긴 고름으로 인해 이런 저런 장치를 하고 병원에 있었는데 계속 집에 가길 원했다. 엘리자베스는 병원을 설득해 무리를 해서 아버지를 집으로 모신다. 엘리자베스는 어릴적 이상적인 죽음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이웃 과수원의 아저씨의 죽음이었다. 사람이 집에서 죽음을 맞던 시절 그는 집에서 자신과 유대관계를 맺은 이웃 및 친지, 가족들의 품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평생 자신이 일궈온 과수원의 곁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것은 무척 존엄하고 평온하고 고통이 덜한 죽음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도 그렇게 보내고 싶었고 그렇게 된다.

 병원에서 호스피스에 관심을 보이고 노력하던 그는 우연히 영성을 접하게 된다. 한 부부를 만나고 그들이 채널링이란걸 통해 과거의 영을 불러내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스는 죽음이 끝이 아니란 생각에 이 부분에 매료된다. 그리고 이 시점에 병원도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과학자이자 의학자이던 매니는 이런 엘리자베스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던 부부는 바빠서 이미 애정을 잃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매니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매니의 입장이 워낙 단호해 이혼하게 된다.

 그 후의 인생에서 그녀는 영성에 관한 경험, 사후 체험에 대한 경험,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일과 강의에 전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채널링을 벌였던 부부의 행위 중 일부가 사기극이란걸 알게 되었고, 에이즈에 대한 오해가 심하던 시절 에이지에 걸린 어린 환자를 센터를 지어 돌보려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한 지역에 만든 시설이 반발하는 외부인에 불타 모든 기록과 자료들을 상실하고 재산상 손실도 컸던 일은 그녀에게 큰 타격이었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도 죽는다. 해외 일정에 지쳤던 엘리자베스가 두 자녀와 더불어 어머니와 스위스 여행을 하였는데 건강했던 어머니는 무슨일인지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이 건강이 나빠지면 인생을 마감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후 며칠되지 않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그녀의 어머니는 괜찮은 요양원으로 가게 되지만 4년을 앓다가 죽게된다.

 그리고 60대에 접어든 그녀도 건강이 악화된다. 아무래도 중년 이후, 이혼과 부모님의 죽음, 영성과 관련한 사건들, 돌봄 센터에 대한 지역의 반발, 그리고 자신의 이론을 알리기 위한 강의와 해외 일정 등이 건강에 많은 무리를 끼쳤던 거 같다. 그녀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상태가 안좋아졌다 좋아지기를 반복하고 이 책을 마무리 하고 74세의 나이에 죽는다.

 엘리자베스 로스 퀴블러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어릴 적 경험한 대자연과 죽음, 그리고 가족이 아닐까 한다. 그녀의 인생은 죽음을 막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다가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그것이 결국 끝이 아니고 다른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영성이나 내세를 전혀 믿지 않는 독자의 입장에서 영성에 매몰되는 책의 후반부 부분은 좀 어이없기도 했지만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냥 그럴수 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 하지만 그 외에 그가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생각과 정서, 서사는 그냥 그 자체로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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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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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수렵채집 경제의 영역을 넓혀왔다. 이 시기는 풍족한 시기로 인간은 위험하긴 했지만 적게 노동하고, 영양상태가 좋았고, 서로 평등했으며, 감염병으로부터도 안전했다. 그러다 정착을 먼저 하게 되었고, 농경이 시작되었다. 농경은 처음 효과가 매우 좋았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첫 농경이 시작된 비옥한 초승달지대는 농경을 하는 경우 같은 넓이의 토양에서의 수렵채집보다 100배의 인구부양효과를 나타냈다. 

 잉여식량은 초과 인구를 만든다. 하지만 초과 인구는 잉여식량을 빠르게 소모하고 곧 기근과 약해진 몸에 의해 질병에 쇠약해져 사망률이 올라간다. 그렇게 인구는 다시 감소한다. 이것을 멜서스 효과라고 하며 이는 농업 이후 산업화 이전까지 인류의 역사를 규정하는 공식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에 도달하며 이 공식은 깨진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크게 상승했으며 소득도 수십배 높아졌다.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기술수준은 엄청나게 올라갔다. 저자는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게 인쇄술의 발달과 교육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1장인데 비교적 평범한 내용서술인 편이며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2장이다. 그리고 2장의 내용은 왜 인류가 같은 종임에도 지역마다 국가마다 산업화에 다다른 속도가 다르게 현재 불평등한가이다.

 

1. 국제무역 때문

 우선 국제무역을 이유로 꼽는다. 19세기부터 본격화한 국제무역은 1800년 겨우 세계 GDP의 2%수준이었다가 1870년 10%, 1900년 17%, 1913년 21%로 올라간다. 서유럽의 성장은 사실상 그들이 식민지의 자원, 원주민, 노예를 부리고 무역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국민소득 가운데 국제무역에서 얻은 것이 178년대 10%에서 20세기 초반엔 51%로 상승할 정도였다. 

 먼저 산업화한 서유럽은 국제무역에서 주로 공산품을 판매했다. 그렇기에 이런 국제무역의 확대는 서유럽에서 숙련노동의 필요를 더욱 부채질 했고 교육이 강화되어 생산에 대한 전문화를 촉진하고 생산성과 기술은 더욱 향상되었다. 반면 식민지 국가들은 주로 원료와 식량을 판매했으며 이는 저숙련 노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육이 미 발전하게 되고 저숙련 노동이 많이 필요하니 수입이 인구증가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선진국과 후진국의 기술과 교육격차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1인당 산업생산지수는 서유럽의 경우 19세기 내내 상승한 반면 후진국은 19세기에 오히려 내려가다가 20세기 후반이나 되어서야 상승하기 시작한다. 


2. 제도 때문

 지배층이 권력을 독점하고 불평등을 영속화하려 하면 착취적 제도 이며 정치권력을 분산하고 재산권을 보호하여 민간기업과 사회적 이동성을 장려하면 포용적 제도다. 영국은 1689년 명예혁명으로 입헌군주국이 된다. 의회는 부상하는 상인계급과 광범위한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고 민간기업을 장려하며 기회의 평등과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독점폐지에도 주력하여 대서양무역의 광범위한 이득이 상인계급에 고루 나뉘어져 산업자본이 성장하였다. 그리고 주식거래, 중앙은행 등 네덜란드의 선진 금융기법도 도입한다.  

 이는 기업가의 신용을 올렸고, 정부 역시 절제 있는 행동으로 조세와 지출의 균형을 이룬다. 의회가 강력한 국채발행 감독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한 행동으로 보이나 다른 절대왕정국가의 왕들의 전비나, 사치스러운 예산 사용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 결과 영국은 국제 신용시장에서 신용도가 높아 낮음 금리로 차입을 할 수 있었다. 

 흑사병 이후 영국은 인구가 격감하여 봉건제에 치명타를 입는다. 그래서 포용성을 늘리고 착취를 줄이고 임금을 늘리는 등 정치체제를 바꾼다. 하지만 동유럽은 흑사병 이후 오히려 착취가 강화된다. 이는 도시화율이 낮아 농노가 선택권이 없었고, 봉건질서가 더욱 강했고, 서유럽으로 농산물을 수출하는 경제때문이었다. 

 그리고 영국은 유럽 대륙 국가에 비해 길드가 강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단점이었지만 신기술 도입에 유리했다. 실제 유럽의 한 길드는 인쇄기의 도입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100년 가까이 막아내었다. 영국은 이런 저항이 적었기에 산업가가 새로운 기술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었다.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대개 지배국의 법 체계를 상속한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영국식 보통법 체계를 따랐다. 반면 스페인,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 아릇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은 다양한 형태의 시민법을 따랐다. 그리고 보통법이 투자자와 재산권을 더 강력히 보호한다. 


3. 농경과 토지소유 때문

 지금이야 북미가 황금지대이고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지만 17-18세기만 해도 농업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그냥 얼어붙은 땅에 불과했다. 각광받던 지역은 중미의 플랜테이션 지대였다. 중미와 열대는 플랜테이션 농업에 적합했다. 그 결과 중미와 열대 지역은 토지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이는 커다란 부의 불평등을 낳았고 노예제가 고착화했고 성장을 방해했다. 사람들이 농토에 붙잡혀 도시화가 낮았고, 교육 수준도 높아질 이유가 없었다.

 반면 북미 지역은 농경과 축산에 적합했다. 연결된 소규모 가족 농장이 적합했고 넓은 토지를 평등하게 많은 사람이 나눠가졌다. 부의 분배가 평등했고 장기적 번영에 도움이 되는 민주주의와 법압의 평등, 재산권등이 보장되었다. 향후 도시화율도 높아져, 교육수준도 높아졌다. 

 산업화 시기 산업 자본 세력은 공장 노동이 숙련 노동자를 요구함에 따라 공교육을 국가에 요구하게 된다. 노동자의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주 세력은 산업화 시기 공교육에 반대한다. 그들의 농업노동에 교육에 굳이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많이 아는 것은 반란의 불씨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4. 지리적 요인

 이는 총균쇠와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중국과 유럽의 지리적 비교다. 유럽은 중국과 달리 오랜 기간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분열되었다. 물론 일시적 통일은 있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거의 2천년 이상 광대한 지역이 하나의 체제로 통합되었고 유지되었다. 

 우선 수력가설 때문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몬순지역으로 벼를 재배하며 여기엔 많은 집중된 노동력과 관개가 필요하다. 때문에 환경자체가 강력한 중앙집권을 요구한다. 반면 서유럽의 밀은 그런 체제가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개인의 노동으로 재배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중국은 이렇다할 지리적 장벽이 없는 반면 유럽은 피레네, 알프스 산맥, 해협, 반도 등 지리적 격리가 많아 하나로 통합되기 어려웠다. 또한 중국의 해안선은 단조로운 반면 유럽의 해안선은 복잡하고 만이 많으며 반도가 많다. 이는 방어에 유리하고 전시에도 해안이 열려 보급이 용이하다. 동아시아에 이런 해안 지형은 한반도가 유일한데 그래서 한국이 독자적 문명을 유지하는지도 모른다.

 

5. 미래지향적 사고

 미래지향적 사고는 산업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사고는 지역별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놀랍게도 해당 지역의 농업과 관련이 깊다. 파종에 대한 잠재 산출률이 큰 경우 해당 지역에서는 농산물을 바로 소비하기 돕다는 미래를 위해 종자로 저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지역일수록 미래지향적 사고가 크다. 반대의 경우는 바로 소비하는 것이 이득이기에 미래지향적 사고가 적다. 


6. 성평등적 문화

 이것도 놀랍게도 농경과 관련한다. 농사를 짓는 도구는 크게 쟁기와 괭이다. 이는 토질과 작물에 따라 달라지는데 쟁기가 훨씬 더 많은 힘을 요구한다. 그래서 쟁기는 가축이 끌며 가축이 끄는 경우에도 이를 통제할 강한 상체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쟁기를 주로 사용하는 지역의 경우 남성이 농사일을 전념하게 되고 상체힘이 부족한 여자는 거의 철저히 가사에 종사한다. 반면 괭이를 사용하는 지역은 가사를 여성이 주로 전담하지만 농사에도 상당부분 관여를 한다. 

 이런 부분이 평등적 문화에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친다. 쟁기 지역일수록 남여 분업이 확실한 성차별적이며, 괭이 지역일수록 성평등적이다. 


7. 인구 다양성

 인구 다양성은 양면적이다. 적절하면 사회의 다양성으로 기회를 확산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다양한 문제에 저항력을 높인다. 반면 어느 수준은 넘어서면 사회가 쉽게 통합되지 않아 갈등을 낳고 분열하여 오히려 퇴보한다. 

 이는 과거나 현재도 마찬가지인데 과거나 근세 이전에는 동아시아 정도의 인구 다양성 수준이 사회발전에 최적이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더 많은 다양성이 요구되었고 식민지 개척 및 다양한 교류로 사회내 다양성이 확보된 유럽 지역이 다양성 부분에서 최적인 지역으로 부상하였다.

 오늘날에는 산업 선진 지역은 과거 식민지 경험과 높은 수준으로 인해 각지에서 밀려드는 인재로 상당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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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 부패의 역설이 완성한 중국의 도금 시대
위엔위엔 앙 지음, 양영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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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시진핑은 10여년 전 집권했을 때 중국의 반부패 척결을 강하게 내세웠다. 물론 이 반부패는 자신의 정적 제거에 주로 쓰인 듯 하며, 그의 권력 기반 강화의 수단에 불과했다는게 중평이다. 사실 중국의 역사는 부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대한 영토를 하나의 중앙정부가 통치하게 되면 지역에 많은 위임이 이뤄질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엔 부패가 빠질 수가 없다. 그 부패가 심하여 불평등이 심해지면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부패를 척결하고 평등지수를 높이고, 다시 부패해며 흥망성쇠하는게 적어도 근대 이전의 중국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부패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수많은 후진국, 중진국과는 다르게 중국은 부패했음에도 세계 2위의 경제국으로 성장하여 미국과 정면대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중국의 부패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 듯 하다. 

 저자는 부패를 일단 4종류로 나눈다. 중국은 한국인구 만큼인 5천만의 공무원과 50만 정도의 상급공무원이 있다. 이들을 엘리트와 비엘리트로 나눈다. 그리고 이들이 받는 부패에 따라 받기만 하면 도둑질, 뭔가 이권이나 공적 편익을 봐주면 교환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하위 공무원이 하는 받는 행위는 바늘도둑, 고위는 소도둑이 된다. 그리고 교환성격의 부패는 하위 공무원의 것은 급행료, 고위 공무원의 것은 인허가료다. 교환은 시간 단축을 원하는 것으로 여권을 발부받거나, 면허증, 개인의 집을 준공완료 받는 정도가 된다. 반면 인허가료는 큰 규모의 것으로 각 지방의 토지개발권이나 사업허가권등의 행위가 된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먼저 중국과 다른 나라의 부패를 비교한다. 우선 러시아인데 러시아는 소련의 붕괴과정에서 정치과 경제를 같이 개혁하면서 사실상 중앙정부가 무너졌다. 이로 인해 모든 형태의 부패가 만연했고,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패가 많았다. 인도는 빈국이지만 민주주의 국가다. 반면 중국은 중앙집권 국가로 지방의 엘리트가 많은 권한을 갖는다. 그렇기에 인도에서는 급행료수준의 부패가 성행하며 중국은 인허가료가 많다. 

 물론 중국도 과거엔 통행료나 바늘도둑, 소도둑 수준의 부패가 많았다. 하지만 인허가료 쪽으로 부패가 많아지게 된 것은 중국의 독특한 정치체제와 경제 정책 때문이다. 중국인 일견 상당한 중앙집권적 일당독재로 보이며 그것이 맞지만 내면을 살피면 다층적 정치체제를 갖는다. 특히 지방은 상당한 자율권을 갖는다. 중앙정부가 비전과 광범위한 정책을 제시하면 지방정부는 그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 발전 계획을 직접 실행한다. 

 중국은 대개의 후진국이 그러하듯 자원이 부족해 공무원에게 충분한 급여를 제공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한국 역시 과거 공무원의 급여가 지금도 적지만 무척 적었기에 각종 수당으로 벌충해주거나 사소한 부패가 만연했다. 중국도 그러하다. 하위 중국 공무원의 월 소득 중 공식적 급여는 고작 24%에 불과하다. 그외 부가적 보상이 76%이다. 이 부가적 보상은 자신이 소속된 지자체의 예산에서 받는 수당과 자신이 소속한 부서가 받는 수수료, 벌금, 사용료, 보조서비스 중의 일부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예산이 부족하기에 중앙정부는 각 개별부서의 수수료, 벌금부여권리, 그 수입을 소비할 권리를 놀랍게도 부여한다. 이는 일정 정도의 부패를 감수하고서라도 지방 부서의 자력갱생을 위한 조치며 공무원들의 부족한 소득중 상당수는 여기서 벌충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은 자신이 소속한 지자체가 어디이며 자신의 부서가 어디냐에 따라 또 천차만별이다. 중국 변방 위구르 자치구에 교통과에 소속된 공무원과 상하이의 건설과에 소속된 공무원의 소득은 아마 수십배에 달할지도 모른다. 

 이런 부패에도 중국이 발전하는 것은 엘리트, 비엘리트들의 소득이 이런 부패 외에도 자신들의 지역의 성장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각 지역의 경제 성장을 성과로 경쟁시키고 엘리트의 경우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는 여기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했다. 지방 공무원의 소득은 엘리트이건 비엘리트이건 무척 적기에 자신의 지역의 경제적 성장과 개발은 그 자체로 공무원의 소득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패한 중국이 그럼에도 발전하는 이유로 이런 독특한 부패 시스템은 제시한다. 우선 부패가 인허가료 위주라는 점이다. 이는 특정 기업과 정실주의로 흐르지만 사업을 위한 많은 방벽을 빠르게 제거한다. 또한 이익 공유 정치 시스템이다. 인허가료로 지역의 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발전하면 그 이익은 공무원과 지역기업이 공유한다. 그리고 부패의 폐해 억제다. 고위공무원은 지역의 경제개발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을 불러 옴을 알기에 개발을 방해하고 사업의 자유를 억압하는 통행료같은 부정적 부패는 제거한다. 마지막은 지역간 발전적 경제체제다.

 이런 독특한 부패로 성장한 중국에 언급한 시진핑의 반부패 정치가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회주의적 자본가가 더 이상 법을 우회하거나 특권을 얻기 위해 후견인에 의존한 기존의 비즈니스 활용을 피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은 상당히 엄격하다. 지난 10년 간 많은 수의 관료가 조사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이 있었던 기업인들은 연루되어 수감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공직 사회의 경직이다. 과거엔 개발 이익을 공유했기에 이런 부패에 적극적이었고 이는 자신의 정치적 성공으로 가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엄격한 부패 단속은 관료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이로 인해 개발이나 사업에 대한 인허가도 소극적이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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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회주택 - 당신의 주거권은 안녕하십니까?
최경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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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지난 반 세기 동안 근대화와 더불어 엄청난 도시화를 이뤄냈다. 가족은 핵가족화 되었고, 대개 가장이 제조업에서 일을 했으며, 직장과 산업장이 분리되는 구조였다. 현재 한국의 자가주택거주비율은 55-60%다. 한국정부는 한 때 이를 100으로 만드려 했으나 전 세계 어디에도 그런 나라는 없다. 일단 집값은 차이는 크지만 어느 나라나 비싸다. 땅과 막대한 건축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자가를 가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경제적 이유로 혹은 자신의 생각에 의해 임차를 선택한다. 

 한국은 주거 형태가 또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1995년 자가거주는 53.5%였으나 2019년에는 58%로 늘었다. 하지만 전세는 29.7%에 달하던 것이 15.1%로 크게 줄었고 월세는 14.5%였던 것이 23%로 늘었다. 자가 비율을 조금 늘어나가 전세가 월세로 크게 전환한 것이다. 

 여기엔 도시화율이 크게 관여한다. 도시화율이 증가하면 농민이 도시로 모여들며 신규 주택이 대규모로 필요해진다. 주택 수요도 늘고 건축이 이뤄지는데 다주택자들이 신규주택을 대거 매입하며 이를 세입자에게 공급한다. 하지만 도시화율이 정체하면 신규 주택 건설이 잦아들며, 이 순환이 깨어지게 된다. 

 한국의 전세는 거의 한국만의 유일한 제도다. 한국에 전세가 정착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강제 저축 효과다. 전세 기간이 짧고, 전세 보증금의 상승에 거의 제한이 없었기에 세입자는 전세 기간중 저축을 많이했다. 또한 전세 보증금 자체도 저축이라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주택의 품질이다. 도시화로 신규주택이 계속 공급되고 다주택자들은 이를 사면서 자금의 상당부분을 전세로 충당했기에 전세 주택은 대개 신규인 경우가 많았다. 다음은 안정성이다. 전세는 사실 상당한 금액을 채무로 내주는 것이지만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한 과거에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마지막은 사회적 인식이다. 신혼부부가 흔히 특히, 남자가 많이 듣는 말은 자네 전세집이라도 있는가였다. 즉, 한국인은 월세보다는 전세를 갖고 있는 것을 주거면에서 더 좋게 인식했다.

 하지만 이런 전세 시장은 한계를 맞고 있다. 한국민 상당 수가 주거를 전세에 의존하다보니 정부는 1900년대 부터 전세자금보증대출을 시작했다. 이후로 전세자금보증대출이 크게 증가해왔는데 2021년에 이르러서는 그 금액이 180조에 이르렀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와 반전세의 보증금 총액은 1056조다. 180조가 공적자금인 셈이므로 17%에 해당하는데 이 정도의 금액이 우리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서민을 위한 공적 주거 안정자금이 실상은 집주인과 투기자를 배불리는 금액으로 자산시장을 고가로 형성하게 이바지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전세에 대한 대안으로 3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기존의 전세 보증금은 내리도록 임대인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반면 월세로 전환되는 세입자들에 대해서는 월세 보조를 확대하여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이자와 월세가 비슷하게 만들어 자연스레 월세 전환을 유리하게 여기게 하는 것이다. 비슷하다면 전세는 항상 보증금에 대한 위험이 따르기에 세입자들은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 그리고 집주인들에겐 전세자금 목돈 대신 비교적 저리로 대출을 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방안은 환매보증부 지분 공유형 주택의 확대다. 공급자나 공공이 지분의 50% 임차인이 50%를 소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세가 집값의 50%를 넘어가므로 세입자는 자기 집을 전세보다 싸게 마련할 수 있다. 지분획득은 수년에 걸쳐 분할납부하게 되면 자금이 안정적 일 수 있고,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이미 세입자가 지분을 소유하기에 이것을 같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은 사회주택으로 이 책의 주제다. 사회주택이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관련 사회적 경제적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등을 말한다. 사회주택은 유형이 한국의 경우 매우 다양하다. 전대형은 타인의 건물을 전체 임대한 후 개조하여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도시에 버려진 호텔이나 낡은 고시원을 리모델링하여 임대하는 방식이 그렇다. 위탁운영형은 공공주택의 운영관리 업무를 위탁하는 것이다. 토지임대부형은 토지 개발은 공공소유고 건물지분은 사업자가 소유하는 것이다. 공동출자형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분리하지 않고 그 지분은 공공과 사업자가 같이 소유하는 것이다. 자체소유형은 모든 사회주택 사업자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사회 주택의 선진국은 유럽의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가 있다. 네덜란드는 약 300개의 주택협회들이 사회 주택을 무려 240만호를 공급했다. 이는 비율 상은 세계1위에 해당하고, 절대량으로도 3위다. 네덜란드의 인구가 1700만인 것은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네덜란드는 수도 암스테르담에 전체주택의 40%인 19만호를 사회적 주택으로 공급했다. 이런 주요 도시의 사회주택 공급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계층 분리와 슬럼화를 방지해 사회 통합의 주요 물리적 조건이 된다. 오스트리아는 사회 주택이 92만 3천호로 전체 주택의 17%다. 역시 수도 비엔나에 43%의 비중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했다. 덴마크는 임대자 전체의 43%이데 그 중 절반이 사회주택을 임대한다. 특이한 점은 임차인이 임차주택을 재임대하는게 제한적 조건하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세 나라는 사회주택과 사회 통합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세 나라는 임대료 체계도 매우 단순한데 주택의 품질이 비례하여 임대료를 책정한다. 물론 좋은 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높아지므로 이에 대한 주거 보조비를 나라가 지급한다. 사회 주택의 공급자도 매우 다양하고, 여러 수요를 만족시키면서도 접근이 쉽고 단순하다. 반면 한국은 공급자가 지방 공기업이나 LH 로 매우 소수이지만 임대료 체계와 입주 조건과 시기가 매우 제각각이다.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도 누가 언제 어디에 입주하느냐에 따라 주거비와 장소, 기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단점이 있다. 

 주거권의 기본 요소로는 안정적 거주 기간과 부담 가능한 거주비가 있다. 사회 주택은 2015년 도입 당시 2년 단위 계약 갱신이 4회까지 가능해 최대 10년의 거주가 가능하다. 또한 2년 갱신마다 최대 5%이내의 임대료 인상이 가능해 예측 가능하면서도 부담이 가능한 거주비를 확보했다. 사회 주택은 계속 거주 뿐만 아니라 적시 이주도 가능해야 하고 안전하고 최소한의 면적과 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사회주택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주체가 건물의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향후 운영까지 책임지게 되면 매우 다양한 형태의 건물과 운영 방식이 조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 과거 한국은 1980년 재정한 택재개발촉진법에 의해 중앙에 의해 대규모 그리고 천편일률적 주택 공급을 단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화율이 정체되고 1인가구와 고령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여 매우 다양한 형태의 주거형태가 요구된다. 때문에 사회주택은 도시와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물리적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의 사회 주택은 단순 주상 복합에서 벗어나 주거와 카페, 오피스 기능과 역할을 결합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유기적 연계와 통합도 같이 하고 있다. 사회 주택은 주거민들 간의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 경우가 많다. 가장 단순한 것은 부엌과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이나 최근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커뮤니티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 주체가 제공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공동체들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사회 주택 내 공동체가 활성화 하면 운영 사업자 입장에서도 운영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줄고, 만족도가 높아 공실이 줄며, 주택 관리 비용이 줄고, 주택의 품질이 잘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사회 주택의 한 예로 유니버셜 하우징이 있다. 이는 성별, 나이, 장애, 국적에 관계 없이 모두가 차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택을 이용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현관, 복도, 엘리베이터, 복도에 이르기까지 휠체어 이용자가 가능한 설계를 한다. 한국은 현재 등록 장애인이 전국민의 5%이며 거동이 불편해지는 75세 이상 고령자가 10%이다. 양자를 합치면 15%에 달하고 양자는 점차 늘어나는 경향이 크기에 유니버셜 디자인은 점점 보편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저런 시설로 인해 주거 면적이 줄어들게 되므로 양자를 적절히 조화하는게 사업성의 핵심이다.

 2022년 10월 건립한 은평구의 다다름하우스는 성인 발달 장애인을 위한 사회 주택이다. 성인 발달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과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보통의 성인 발달 장애인은 부모에 의지하거나 장애인 거주 시설에 입소한다. 하지만 2019년 기준 서울시의 발달 장애인 수는 약 2만인데 비해 그들을 수용할 시설은 182개소로 720명만 가능하다. 96%가 가족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 주택에는 중간 집도 있다. 중간 집은 병원에선 퇴원했으나 아직 가정에서 정상 생활은 무리 인 사람들이 단기간 거주하는 집이다.

 사회 주택은 도시 재생과 딱 어울린다. 과거 급격한 도시화에 생선된 주택은 천편일률적이고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들은 재개발의 시기가 도래했는데 과거 처럼 재개발은 더 이상 경제적 수익이 나질 않는다. 때문에 대규모이든 소규모이든 다른 형태의 재생이 필요하며 사회주택은 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살기 좋은 도시는 다양성과 선택권이 보장되고 편의시설이 구축되어 구성원들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경제, 사회적으로 다양한 주민이 살아야 상권이 건강하게 활성화하고 각종 서비스도 다양하게 제공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도움이 된다. 

 사회경제적 기반의 미래도시는 공동체와 건물, 도시의 3요소다. 공동체는 사람, 건물은 하드웬어, 도시는 철학에 해당한다. 녹색탈탄소로 사람은 지역워킹그룹, 제로웨이스트, 다운 에너지가 필요하며, 건물은 에너지 전환(수소), 친환경공법, 스마트시키가 필요하다. 공동체 관계의 철학으로 사람은 주택협동조합 공동체와 지역 그룹, 돌봄과 세대 간 연결이 건물은 연결의 건축, 돌봄, 제로 에너지 발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경제에서 사람은 청년 스타트업, 마을기업, 소셜섹터(공유)가, 건물은 공유(교통공간), 유통(도농 1인가구), 금융의료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런 미래 도시를 충족시키는 형태가 사회 주택이다. 즉, 사회주택의 미래 사회의 변화로의 대응(인구나 산업, 문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그리고 끝없이 안정되기를 바라면서도 올라야만 유지되는 집값의 상승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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