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양장)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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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누구나 부모가 있거나 있었다. 형태는 다양하고 사연도 가지가지 겠지만 그렇다. 생물은 생물에게서만 생겨나니까. 적어도 한 두 세대에선 달걀이 닭보다 먼저 일순 없으니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를 천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하긴 그것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식보다야 조금더 선택권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들은 두 가지 가능성 밖에 없는 성별도 결정할 수 없으며 더 어려운 외모나 지능지수, 성격 등 그외 모든 걸 고르지 못한다. 바라는건 많지만 그저 얼마 안되는 자신들의 좋은 점만을 물려받기를 기원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부모가 자식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건 자식을 낳지 않아 부모가 안되기로 하는 것 뿐일 것이다. 

 이런 어떤 자의성과 선택권도 없이 그저 우연과 바램, 천명이라는 포장으로 부모 자식 관계가 형성된다. 이 관계 사이에선 무조건적 사랑이 전제된다. 물론 아름다워 보이는 이면 안엔 엄청나께 끔직한 일들과 다툼, 현실이 자리한다는걸 우린 잘 안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힘든 관계 속에 사랑과 아름다움이 자리하기도 한다. 희생과 헌신, 이해, 좋은 관계의 맺음, 배려 등등 이런게 있다는 것도 우린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그러하니까.

 책 페인트는 어쩌면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모자식관계를 순서를 뒤집음으로써 그것이 무엇인지 재조명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배경은 조금은 가까운 미래 한국이다. 저출산현상이 심화되어 사람들은 급기야 애를 거의 낳지 않기에 이른다. 남북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거대한 국방비를 돌릴 여지가 생긴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급기야는 태어난 아이들을 국가에서 키워주는 거대한 NC(Nation's children)센터를 전국 각지에 설립하기 이른다. 센터는 3단계로 아이들 연령대에 따라 퍼스터, 세컨드, 써드로 나뉜다. 아이들은 여기서 생활하며 학교도 다니고 운동도 하며 정서적, 인성적, 신체적으로 철저히 관리받는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가디언들이 존재하며 아이들 이름은 모두 제누301, 아키505식이다. 달 이름에서 따오는 것인데 1월생이면 젠뉴어리니 남자면 제누, 여자면 제니식이며 뒤에 식별 숫자가 붙는다. 가디언들은 아이들 관리 이외에 아이들 입양도 담당한다. 센터 바깥의 사람들은 센터안의 아이들을 입양할 수 있었는데 센터로 와서 입양하고 싶은 아이를 만나는 것은 parent's interview 즉 줄여서 책 제목 페인트라고 한다. 바깥의 부모들은 입양에 성공할 경우 정부로부터 제법 큰 보조금과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기에 은근히 입양은 인기가 있었다. 거기에 입양은 아동의 정서적 신체적 학대 방지를 위해 사춘기시기엔 13세이상, 즉, 써드센터부터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바깥의 부모들은 아이를 입양해도 힘든 유아기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입양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센터의 아이들 역시 사회적으로 센터 출신을 차별하는 풍조가 있어, 입양을 선호했다. 이런 배경속에서 주인공 제누301에게 페인트 기회가 디시 찾아온다. 제누301은 벌써 17살로 센터에서 머무를 나날이 길지 않았다. 

 책은 이런 제누와 페인트를 하는 부모, 제누의 친구들과 가디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면서 천명이기에 누구나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면서도 크게 고민하고 인생에 추억과 상처를 주는 부모자식관계에 대해 재조명한다. 책을 보면서 각자 내가 부모로서 어떤가 혹은 자식으로서 어떠했는가 그리고 다시 부모자식으로서는 어떤지를 생각해 본다. 이것 만큼 사람에게 큰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올바른 부모란 뭘까? 자식을 사랑으로 대하면서도 올바른 쪽으로 이끌어주고 그러면서도 그 녀석을 하나의 독립된 사람으로 존중해주고 나도 그녀석과 떨어져 살 수 있는 것일까? 사랑과 그로 인한 간섭과 다툼, 내 욕망의 투사, 그리고 자식이 자람에 따라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자식을 하나의 동등한 존재로서 인정해나가는 것. 이 모든 노력 과정이 올바른 부모자식간의 관계의 정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 천명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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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탐정 고민 상담소 1 - 자아는 가출 중 문학동네 청소년 44
이선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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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다. 제목도 그렇고, 표지그림도 조금 아이스러워 사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나중에 아이들에게 하나 추천해줄만한 책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느낌으로 접근한 것이 사실. 그런데 재밌었다. 생각할 거리도 많았고, 독특한 서술에 재밌고 개성있는 주인공의 말씨, 가상의 지역인 산이군이라는 해안마을 공간배경도 인상깊었다.

 주인공은 맹승지, 중1이고 탐정임을 자부한다. 하도 탐정탐정하니 주변사람들도 탐정으로 해주는 것 같지만 나름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옷을 맡긴 걸로 다둔 세탁소와 정육점의 일을 해결해 마을사람들에게 공인받는다. 그래서 탐정이긴 한데 골치거리가 좀 있다. 명탐정이고 싶은데 성이 맹가이니 맹탐정이 되어버려 역 마뜩치 않다. 거기에 책 제목처럼 탐정사무소에 사건 의뢰라는 것이 죄 고민상담이다. 누구도 범인을 잡거나 물건을 찾아달라 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하긴 시골 해안마을이니 당연한일일까.

 가사도 화목하지 않다. 이 시골바닥에서 서울대까지 나온 아버지는 자아를 찾는답시고 다 중년의 나이에 아이 셋과 아내 ,노모를 팽개치고 집을 떠난지 거진 10년이다. 집은 3층집으로 3층에 살고 2층은 세를 주었으며 1층에선 엄마가 마을의 사랑방격인 카페를 운영한다. 그나마 가족중에 마음에 드는 언니는 고등학생이 되어 인근 정주시로 나갔고, 남동생은 귀찮고 엄마는 자신을 구박하기만 한다.

 책에서 맹탐정이 받은 의뢰는 네 개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집착하여 10분마다 전화를 거는 엄마가 너무 부담스러워 일부러 전화기를 잃어버리는 윤미, 공부를 잘 하고 곧 고등학생이 되어 인근 정주시로 나아가 의대를 가고 싶은데 이를 반대하는 어머니와 갈등하는 영은 언니, 부모가 이혼하게 되었고 미국으로 곧 떠날 엄마와 남아있을 아버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자아가 이탈해버려 자아를 찾아달라는 인혜, 남모를 자신의 성적정체성을 고민하다 이를 엄마에게 들켜버렸다고 착각하는 용우. 맹탐정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아니 해결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스스로 보게해주고 자신도 성장해나갔다는게 정답일 것이다.

 이 책의 결말은 약간 열린 형태로 나아가는데 속편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며 사람들과 자신의 고민을 발견해나가고 성장하는 맹탐정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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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0-07-17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닷슈님 글 보면서 힐링합니다. 날도 더운데 건강도 챙기시면서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 ^^

닷슈 2020-07-19 09:16   좋아요 0 | URL
저도 라이프님 글 보며 힐링합니다.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
박성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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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이 발달하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21세기에는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렇다할 이익구조 없이 기대만으로 주식이 상장과 동시에 사나흘간 상한가를 치고, 현정부가 그린뉴딜을 발표한 것은 이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제약산업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데 이 책은 이런 약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들을 담았다.

 약의 역사는 매우 긴데 아마도 몸이 아픈 인간은 이것 저것을 먹어 보았을 것이고 거기서 효험을 본 것이 약으로 처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약효가 있는 경우는 대부분 없었고 자체의 영양성분이 높거나 약에 대한 믿음으로 인한 플라시보 효과정도 또는 면역력에 의한 치료효과를 약효로 착각하는 것이 처음엔 크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체액설에 기반한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이 주류로 자리 잡았고, 이들은 체액의 균형을 중시하였기에 환자가 아픈 경우 문제가 되는 체액을 고갈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체액이란것은 지금 의학에서는 오히려 아픈 경우 보충한다. 수혈이 그렇고 링겔을 맞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오히려 피를 빼내거나 체액을 고갈시켜니 이는 면역력을 약화시켜 병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체액설 의학은 기독교 신앙과 강하게 결합하여 이에 반하는 의학적 사례를 수용하지 않았다. 

 처음 변화가 생긴건 파라겔수스의 의학이다. 그는 금속을 이용한 치료를 중시했는데 아메리카를 다녀온 선원들과 전쟁에 매춘부를 동원하며 당시 유럽엔 매독이 매우 크게 퍼진 상태였다. 매독에 대한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수은의 증기를 이용한 치료법이 각광을 받았는데 수은의 증기를 환자에 몸에 쎄여 매독균을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독한 수은은 정상적인 조직도 공격해 치료 환자들은 상처자체에서도 고통을 받았지만 치료과정에서 무려 1.5L의 침을 쏟고, 간과 신장에 영구적 손상을 입고, 잇몸이 문드러져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빠지는등 치명적 부작용을 겪게 되었다. 당시 성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런 외모의 변화는 매독감염의 증표로 작용해 또 다른 낙인효과를 낳았다. 

 수은은 중독성이 알려진 지금은 매우 위험한 물질로 여겨지지만 의학적 상식이 없던 과거는 아니었다. 수은은 진사화 같이 유명했는데 진사는 붉은 색으로 연소하면 수은으로 변한다. 진사의 붉은 색은 혈액처럼 여겨져 원기와 생명의 상징으로 수은의 회색은 정액을 연상시켜 생명의 씨앗과 부활로 여겨졌다. 때문에 둘은 생명과 부활, 즉 영생처럼 여겨졌기에 진시황은 이 무서운 두 물질을 같이 복용했다. 또한 수은은 피부에 잘 흡착하고, 혈관을 차단하여 피부를 미백시키는 효과가 강하여 화장품으로도 쓰였다.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은 수은 화장을 하고 그린 것이다. 

 현대 의학이 등장하고 화학이 발달하며 제약산업이 시작된다. 약은 수소와 산소, 탄소, 질소, 황의 5가지 구조가 주 뼈대다. 약의 화학식은 이중 수소를 제외하고 표현되는데 수소는 기본 뼈대보다는 다른 뼈대에 주변 환경의 산성도에 따라 붙고 떨어지는 정도기 때문이다. 나뭇잎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대 제약회사들은 약국에 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와 놀랍게도 화학회사로 시작했다. 화학기업은 바이엘과 화이자, 산도스로 염료공장이던 이들은 공정과정에서 찌꺼기인 대규모의 콜타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찌껴기에서 아닐린을 분리하고 아닐린에서 페놀이 분리되며 사정이 달라진다. 페놀은 약물을 대량합성하는데 필요한 시작물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약회사들이 주로 병을 치료하는 약을 생산한다 생각하지만 이들이 전념하는 신약은 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약들이다. 고혈압이나 당뇨약이 어디 치료하는거 보았는가 그날그날 증상을 그저 완화해줄뿐이다. 이들이 이런 약에 천착하는 것은 경제적 이윤때문이다. 질병 근원을 치료하는 약보다는 매일매일 자주 먹으로 약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대 제약회사들은 수요가 작은 희귀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는다. 2003년엔 상당수 회사들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 제약회사들은 20세기 중반들어 위생의 개선과 의학의 발달로 약 수요의 감소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들이 위기를 타개한 방법은 매우 창의적인데 바로 정신의학분야에 간섭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이 애매한 정신장애를 제약의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로비하였고, 이후 수많은 정신의약품을 개발하여 이윤을 누리기 사작한다. 이 약 역시 정신질환을 전혀 치료하지는 못하며 꾸준히 복용하며 약간의 개선만을 시켜주는 정도다. 우울증 약으로 유명한 프로작은 4천만이 복용하여 4만이 자살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오늘날 유명한 약으로 자리잡았다. 

 책은 마약류에 대해서도 다룬다. 인류는 고통의 경감, 종교적 영성, 각성, 평안을 위해 각종 각성물질과 평온을 주는 물질을 찾아 활용해 왔다. 아편, 카페인, 알코올 등이 그것들이다. 지금은 카페인과 술만이 허용되며 마약류는 모두 터부시되지만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여년 전만 해도 이들은 폭넓게 허용되었다. 의외로 중독성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간은 거의 6천년간 마약을 복용해왔는데 중독 문제는 거의 없었다. 이는 마약을 주로 먹었기 때문이다. 마약을 먹으면 소화기관과 간을 거쳐 양자체가 반감되고 독성도 상당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반면 주사로 혈액에 직접 공급하거나 흡입으로 폐를 통해 바로 혈관으로 도달하는 경우 약효가 강하게 나타나 중독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마약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대마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별 노력없이 쉽게 자라는 식물이다. 꽃이 양귀비이고 그 열매의 과즙을 굳혀 검고 딱딱하게 만든게 아편이다. 대마로 우리 조상들은 줄기와 꽃을 이용해 아편을 만들어 가정 상비약으로 사용하고,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종이를 얻었고, 씨앗에서 기름을 얻었다. 씨앗을 그 유명한 헴프씨드다. 이 대마의 아편에서 모르핀이 추출되고 화학식을 약간 변화해 약효를 8배이상 높인게 헤로인이다. 마약류를 불법화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골머리를 앓던 70년대 반전운동에 앞장서던 히피와 흑인 집단을 공격한다. 흑인은 헤로인을 히피는 대마를 사용했는데 이를 불법화하고 미디어를 이용해 타락하고 중독성을 강조하며 불법화한다. 더불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거의 모든 마약을 불법화하였는데 이는 과거 알카포네같은 마피아를 키운 금주령처럼 마약을 고가화하였고 이로 인해 불법조직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지금의 작태를 낳게 만들게 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독재정권은 독재에 반대하는 이장희, 신중현등의 포크가수들에게 문화처럼 퍼지던 대마를 전격적으로 불법화하고 미국처럼 공격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각 가정에서 유용하게 기르던 대마는 차차 사라지고 우리 인식속에서 모든 마약류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에 미국을 비롯한 거대제약회사들은 세계적으로 마약류를 불법화해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제약개발에 대마등을 이용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대마는 상당히 효용이 높다.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마약류 엑스터시는 강렬한 최음제나 환각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실제로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크며 실제로 외상후장애증후군의 치료에 사용된다. 역시 상당히 위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LSD역시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사람에게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사유를 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LSD는 오히려 복용후 이런 강한 정신작용으로 피로감이 높아 불법화하기 전에도 예술가나 문인들이 한달에 한번 정도만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대마는 소아뇌전증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책을 보며 마약류에 대한 오해, 거대 제약회사들의 태동과 못된 작태들, 약을 허용하고 하지 않는 모호성과 그것에 관여하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민낯, 그리고 약의 발달과 재밌는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었다.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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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필립 바구스 &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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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우리나라 경제가 가장 좋았던 것은 90년대 초중반이라 생각한다. 후반부에는 경제위기전이라도 어려움이 느껴졌고, 이후엔 빈부격차가 매우 심해졌으며 고용안정성이라는 것이 사라졌다. 물론 그때보다 많은게 좋아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도 생겼고, 각종 전자제품과 컴퓨터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좋아졌지만 가격은 오히려 내려가거나 싸졌다. 집들도 좋아졌고, 자동차도 그렇다. 나라도 당시는 준선진국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확실히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런데도 그 때가 더 좋게 느껴진다. 모두의 고용이 안정돼 있었고, 물가도 많이 올랐지만 월급도 꾸준히 오르고 있었고, 취직도 쉬웠고, 비교적 고르게 잘살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저축했고, 부동산 투기가 있었지만 지금정도는 아니었으며 오늘날처럼 갖가지 투자기법에 관심을 갖거나 그럴 필요도 없었다. 집값 역시 지금정도의 지역적 격차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지방과 강남이 수십배의 수준차지만 당시는 많아야 2-3배차이였다. 이처럼 오히려 더 잘살게 된게 분명해보이는 지금이 더 암울해보이는 것은 상대적 격차의 확대때문이다. 

 그럼 이런 상대적 격차는 왜 이렇게 심해지는 걸까? 20년전 150원이던 부라보콘이 2000원이 되어도 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왜 우리는 이런 격차의 확대와 큰 물가상승과 자산의 지역적 계층적 격차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이유는 뭘까? 이런 해답을 제시한 책이 이 책 '왜 그들만 부자만 되는가' 이다. 솔직히 경제, 경영투자책들의 상당부분은 지금의 통화정책과 물가의 상승, 빈부격차를 부작용이긴 하지만 어쩔수 없는 경제성장과 자본주의 운영의 결과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즉,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통화정책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기반한 이 책은 이 모든걸 부정한다. 경제성장과 자본주의는 지금과 같은 빈부격차와 통화정책 없이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논지를 따라가본다.


1. 불행의 시작 왜 너희만 화폐발행을 독점하는가?

 역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여기는 부분이지만 각 국가의 화폐 발행의 독점권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쥐고 있다. 명목상 중앙은행은 정부와 독립된 기관이지만 사실상 정부 정책을 거진 그대로 수행하는 시녀에 가깝다. 중앙은행이 대통령이나 각 정권실세의 뜻과 정반대로 움직이는걸 본적이 없다. 고작 금리를 0.2%까지 내려야하는데 0.15%만 내렸다고 아웅다웅하는정도가 다다. 이로써 사실상 현재의 통화발행시스템에선 정부-중앙은행-각 상업은행이 이해와 입지를 같이한다고 볼수 있다.

 문제는 이 화폐발행의 독점이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우선 전세계가 사용하는 화폐가 악화라는 점에서 논의가 출발한다. 과거는 금본위제로 기축통화로 지정된 통화는 반드시 그걸 금으로 태환할수 있었다. 금 1온스당 35달러를 바꿔준다가 이것이다. 금이 각국에서 오래된 통화로 인정된데는 여러 까닭이 있다. 금은 일단 그 자체가 귀중품으로 가치가 있다.(우리의 지폐 혹은 디지털 숫자는 아무 가치가 없다) 또한 균질적이며 순도식별이 매우 용이하고(깨물어보면 된다), 녹슬지 않고 견고하며,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운반이 가능하고 나누기도 좋다. 거기에 귀중품이기에 사람들이 꾸준히 원하는 강한 수요가 뒷받침된다. 하지만 틍화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생산량이 매우 일정하고 작다는 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금의 증가량은 1-2%정도다. 즉, 가치가 매우 안정적으로 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아직까지도 금태환 지폐를 사용하였다면 부라보콘은 2000원이 아닌 300원정도가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베트남전쟁에서의 무리한 재정지출로 이 금태환을 71년에 포기한다. 이제 달러는 미국이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 외에는 어떤 물질적 근거도 갖지 못하는 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다른 나라의 화폐 역시 마찬가지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는 금 없이도 화폐를 무한히 발행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 금태환지폐라면 금 생산량의 증가분 만큼만 달러를 더 찍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문제삼는 지금의 정책은 무에서 화폐를 창출하는 지금의 시스템이다. 과거 은행이 생겨나기전 사람들은 금을 집에 갖고 있었다. 하지만 보관이 위험했고, 매번 거래마다 금을 들고다니는 것도 위험하고 불편했다. 그런데 누군가 금을 보관해주기 시작했다. 그는 큰 금고와 막강한 경비병들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금을 맡기기 시작했고, 그 대가로 약간 금덩어리를 떼어받았으며 금을 맡고 있다는 증표로 사람들에게 종이증서를 주었다. '금 500돈' 이런 식으로 말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물건을 살때 맡겼던 금을 일부 찾아가 지불했다. 그런데 불편했다. 누군가 생각했다. 금 종이증서를 그냥 주면 되지 않을까 하고. 500돈을 빼서 다 주느니 종이증서를 주느니 결과는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점 금을 맡기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금을 정작 찾아가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종이증서가 지불수단으로 사실상 금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고 아니 은행의 운영자는 쌓여가는 금을 보며 생각했다. 어차피 다 안찾아가는데 지금 이 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업을 하면 어떨까하고. 그래서 그는 몰래 돈이 필요한 사업가에게 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매우 불법적인 행위이자 사기행위였다. 그런데 이 사기 행위가 놀라운 기적을 불러온다. 원래 한 마을에서 돌고 있던 전체 금이 100돈이었다. 즉, 전체 통화량이 100돈이었단 이야기인데 은행가가 보관하고 있던 100돈중 몰래 30돈을 한 사업가에게 빌려주었다. 그러면 아무런 실질적 생산없이 그 사회의 통화량은 130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통화정책의 시작이다. 우리가 아는 양적완화는 모두 이런식이다. 이렇게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기능을 독점한게 화폐 발행권을 가진 국가가 된다. 이는 매우 큰 빈부격차를 불러오게되는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살펴보자.


2. 무제한 화폐발행이 불러온 불행들

 우선 빈부격차다. 이는 화폐발행의 효과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데서 비롯되는데 살펴보자. 한 나라의 국왕이 화폐발행권을 갖고 있다. 이 나라의 통화량은 원래 10000돈이었는데 국왕은 사치를 일삼았고 전쟁을 좋아해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세금은 일년에 1000돈이 걷히는데 연간 필요한 돈이 2000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세금을 늘리자니 백성의 원성이 무서워 골머리를 앓던 그는 한 신하의 생각으로 화퍠 발행을 그냥 1000돈 늘려버려 빚을 갚기로 한다. 큰 혜택을 본 것이다. 왕이 무료로 빚을 탕감하는 가장 큰 혜택을 보자 통화량이 불법적으로 증가한 것을 본 신하들은 당장 시중의 재물과 집들을 사들인다. 물론 통화량이 막 방출된 상태니 물가는 아직 오르지 않은 생태다. 이들은 물가상승전 바겐세일을 한 셈인 것이다. 곧 시중에 막대한 통화가 퍼지고 물가가 본격 오르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월급은 그대로였는데 물가와 집값은 올라갔다. 즉, 이들 대부분의 백성은 재산상의 손실을 보게된다. 결론적으로 왕과 주변의 신하들은 통화를 무에서 창출해 자신들의 빚을 탕감하고 재산상의 이득을 본 셈이며, 뒤늦에 이 효과를 겪게된 이들은 재산상의 손해를 보게 되는것이다. 즉, 통화발행으로 사실상 백성들의 부를 빼앗아 온것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사회전 전통의 파괴다. 왕과 신하들의 통화방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달콤한 재미를 어찌 한번 만 보겠는가 그들은 사치와 향락을 즐기며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고 그 때마다 통화를 불법적으로 찍어내는 형태로 이를 막아왔다. 때문에 이 나라는 실제적 경제성장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시중에 도는 통화량을 십년 사이에 수배에 이르게 된다. 150원 부라보콘이 600원이 되고 만것이다. 이런 경제적 변화는 사람들의 태도 변화도 가져온다. 원래 이 나라 사람들은 열심히 저축하고, 근면하게 일했으며 고용이 안정되 있었다. 빚도 거의 지지 않았는데 통화가 안정되어 있고 경제는 견실하게 성장헤 물가가 작지만 꾸준히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장기하락하는데 굳이 물건을 무리하게 살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물가가 하락하는데 당장 빚을 내는건 큰 손해였기에 크고 확실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외에는 은행에서 불필한 대출을 하지 않았다. 집값을 비롯한 자산 역시 가치가 안정되어 있고 장기 하락하기에 무리해서 사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여유로웠고, 근면성실했으며 다양한 협력적 삶과 취미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통화량이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팽창하자 상황은 변한다. 물가가 올라 무리해서 당장 소비를 하는게 많아졌고, 은행 금리 역시 형편없이 낮아져 저축이 무의미해졌다. 돈의 가치가 떨어져 평생 저축을 견실하게 한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되었고, 시중에 도는 통화량이 많아져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집은 지역적으로 편차를 보이기 시작해 교통이나 무역이 편리하거나 왕궁근처등으로 중심으로 폭등해서 이 지역에 부동산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벼락부자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 지역을 추가 매수하기 시작해 가격은 더욱 폭등했다. 집이나 물건을 미리 사기 위해 사람들은 마구 잡이로 대출을 하기 시작했으며 그로 인해 통화량은 더욱 증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변화에 견실하게 일하거나 저축하지 않기 시작했으며 여유를 상실했고, 모두가 투기꾼이 되어 대출하고 투자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마을에 여유는 사라졌으며 모두가 바빠지고 빈부격차는 심해졌다. 이기심이 폭등했고 물질만능주이가 시작된다. 돈이 모든걸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통화량의 팽창은 실물경제도 파괴했다. 통화량 팽창전에는 금리가 높고, 대출이 많지 않았다. 시중금리가 15%정도였으므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15% 이상의 사업이익이 생겨야만 했다. 하지만 통화팽창으로 금리가 5%떨어지자 이사업 저사업이 사업성이 생겨나버렸다. 누구나 쉽게 사업에 뛰어들게 되니 원자재 및 사회적 자원이 급격히 고갈되기 시작했다. 이전엔 사업이 적고 확실한 사업이 시작되어 사회적 자원이 최적화되어 알맞게 배분되었지만 이젠 낭비적 사업도 이윤을 갖게 되어 여기저기서 원자재 및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가를 견인할 꼭 필요한 사업에 자원이 배분되지 않아 오히려 성장히 저해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로 인해 경기사이클이란 이상한게 생겨났다. 금리가 내려가자 여기저기서 사업을 무리하게 시작했다. 그러자 고용이 창출되고 사업체가 많이 생겨나고 이로 인해 단기적 성장률이 올라가고 통화량이 증가하자 경제가 빠르게 활성화되었다. 사람들은 호황에 흥분해 주식에 투자하고 빚을 내어 부동산을 구매했다. 이로 인해 양자의 가격이 빠르게 올라간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곧 무리한 사업체들이 사업성을 상실하게 되었고 이자를 연체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이를 감지한 대출은행들은 대출을 받은 업체를 시찰한 후 이자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대출을 거두어 들이게 된다. 이런 업체가 하나둘 많아지게 되자 임금이 삭감되고 해고가 이루어졌으며 사업체가 문을 닫게 되었다. 무리한 대출을 감행했던 은행은 위험하게 되었고 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이쯤되니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도 어려워졌다. 해고가 되거나 임금이 삭감되어 이자를 내기 어려워졌다. 은행은 이들이 이자를 내지 못하자 집을 압류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해서 산 집을 헐값에 내놓기 시작하며 자산가격이 폭락한다. 경기 불황인 것이다. 즉, 통화의 확장은 어쩌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존재하지 않았을 경기사이클을 만들어낸다. 모두가 싫어하는 이것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것이다.


3. 국가가 경제에 이처럼 개입하는게 올바른가

 이처럼 국가는 화폐 발행의 독점권을 갖고 많은 정책을 만들어낸다. 정책엔 돈이 많이 들고 화폐를 발행할 권리를 갖는다면 정책에 필요한 돈의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저자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아내는 복지국가를 비판하는데 이는 바로 현대복지국가가 국가의 화폐독점에서 비롯되는 화폐시스템과 매우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정부들은 선출직으로 구성되기에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지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국가재정은 뒷전인데 국가재정을 생각하며 긴축을 하거나 복지를 덜하는 집단이 선출되기 만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의 이런 공약들이 국민 세금만으로는 충당이 어렵기에 당연히 오래전부터 부채로 이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가는 부채를 상환하기 보다는 대놓고 국채를 발행해 이를 해결한다. 국가가 국채를 발행하면 시중은행이 이를 매입하고 이를 중앙은행에 담보로 맡겨 그 대가로 새롭게 돈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로 오늘날 복지를 일찍부터 시작한 서구 유럽의 선진국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2013년 독일의 국가부채는 무려 2조 유로에 달하며 같은해 미국은 17조 달러였다. 아마 지금은 2-3배 더 늘었을 것이다. 

 하여튼 국가는 돈을 마구 잡이로 발행하며 이는 필연적인 물가상승을 불러온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도 알수 있다시피 큰 물가상승은 시민들의 재산하락을 불러와 거센 저항에 직면한다. 국가는 이를 은폐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 통계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가는 많은 돈을 들여 통계청을 만들며 가장 주목받는 일을 그들이 매년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이다. 하지만 이 물가상승률은 시민들의 실제 체감과 한번도 일치하는 일이 없다. 통계청의 물가상승률에는 우선 화폐팽창으로 주로 가치가 상승하는 부동산이나 주식등의 가격이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에 이게 반영된다면 디플레 운운하는 이야기는 쏙 들어갔을 것이다. 또한 물가상승률에는 상품의 질적인 개선이 반영된다. 가령 컴퓨터의 가격이 두배올랐지만 성능향상도 두배였다면 상승이 없는 걸로 반영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컴퓨터 성능이 두배가 되었다고 해서 이전의 컴퓨터를 파는 기업은 없다. 이전 버전의 휴대폰을 파는 것 보았는가? 

 그리고 국가는 자신들의 재정지출을 세금으로 충당하지 않으면서도 세금은 엄청나게 늘려왔다. 독일의 경우 1960년에 6만유로를 벌어야 최고세율 적용대상이었지만 화폐가치가 폭등한 지금은 5만5천유로만 벌어도 최고세율적용대상이다. 

 이처럼 국가의 화폐제도와 통화량 정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큰 빈부경차를 불러온다. 이는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부자인 사람은 더 부자로 만드는데 국가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근본 원인인 통화정책은 건드리지 않고 부자에게 세금을 더욱 거두어 이를 가난한자에게 재배분한다. 수많은 사회복지사와 각종 사회지원금 정책은 이렇게 생겨나며 이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더욱 많은 부채를 화폐정책으로 생성하고 이는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한다. 즉,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양산하는 정책을 땜질식으로 계속 떼워만 가는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부의 복지시스템은 가족을 파괴한다. 과거 화폐정책 이전에는 한 사람의 수입과 꾸준한 정책으로도 고용과 물가가 안정되어 가정의 한 사람이 가정의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둘이 다 벌어야 하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자녀를 부모가 양육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가족은 해체되고 노부도 봉양을 하지 않게 되었으며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다. 서구화와 개인화로인해 가족이 해체된건만은 아닌 셈이다. 국가는 가난한 사람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데 이것도 문제다. 최저임금이 시장의 임금보다 높아지면 사람들은 휴식대신 초과근무를 선택하고 동시에 비싸진 노동에 대해 수요가 급감하며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4. 해결책은

책에 제시하는 해결책은 결국 예전처럼 태환되는 좋은 화폐로의 회귀, 그리고 사유재산과 개인의 자유의 보장이다. 화폐시스템은 결국 복지국가 건설로 막대한 부채의 생성과 전통적인 가족과 사회적 유대를 파괴했다. 또한 궁극적으로 화폐에 의해 개인의 자유가 위축되었고 사람들은 물질적 사회로 인해 부채에 의존하고 단기적 소비문화와 투기에 전념하게 되었다.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이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핸 재정정책으로 인한 통화팽창은 또 빈부격차를 불러오는 쳇바퀴다. 그리고 금융기관과 국가의 이런 화폐정책으로 실물경제는 성장하지 않고 쇠퇴한다. 

 이 모든 것의 해결책은 결국 과거 통화정책으로의 회귀다. 경제성장이 줄어들고 투자가 위축되냐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주식시장에서 고품격으로 보이기 위해 코스피를 70에서 기준을 그냥 700으로 바꾸는 것처럼 현재의 통화도 금에 맞추어 적정수준으로 줄이면 된다. 5만원이 다 같이 500원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게 가능할지 또 올바른 결과를 불러올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폭탄돌리기식의 실물경제와 유리된 화폐정책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더이상 내릴 금리도 없어 앞으로 문제가 더 생겨난다면 대책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늘날 경제를 비판하고 잘 주목받지 못한 오스트리아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기반하여 문제점을 잘 드러낸 책이다. 지금 같은 묻지마 자산 폭등시기에 필독서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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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 - 부동산 절대 기준 빠숑의 특급 가이드
김학렬 지음 / 에프엔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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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렬씨 책을 생각보다 많이 봤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분들인 뭔가 다른 이름이 많아도 아마도 자신이 인기를 끌게 된 블로그나 사이트, 유튜브, 개인방송등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인듯하다. 이분은 빠숑이다. 

 그 동안의 책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이번 책은 아니었다. 수도권 재개발 투자리스트가 들어간 부록 정도의 의미를 제외한다면 그간 나온 책에 비해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전 책들에 비해 서술과는 많이 상관은 없어보이는 데이터가 많았다.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그래도 이전책이나 다른 책들에 비해 독특한 점은 저자는 우선 서울을 투자나 투기의 시장이 아니라고 보는 점이다. 서울은 적어도 나머지 8개노선의 지하철이 모두 연결된 2000년대 이후부터는 모두 직주근접성이 전 지역이 크게 이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 모든 것, 특히 일자리가 집중된 만큼 서울의 수요는 전국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에 서울부동산은 항상 수요가 뒷받침되는 탄탄한 시장이라는게 주장이다. 서울은 과거 70-80년대에 아파트 공급이 대규모로 이어졌는데 1기 신도시가 만들어질 무렵 서울아파트는 오래된 노후주거지였다. 또한 교통망도 부족한 곳이 많아 당시 사람들은 오히려 신도시를 더 선호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도시들이 노후화되었고, 서울의 아파트들은 재건축 및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곳이 많아 서울에 주목할 시기라고 한다. 특히, 서울을 공급이 부족한다. 여기서 공급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즉, 빌라나 다세대주택, 단독주택이 아닌 신축한 아파트를 의미한다. 정치권에서는 전자의 것들도 모두 공급으로 보지만 실제 시장의 수요는 후자를 원하기에 공급이 매우 부족하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물론 이는 앞의 말과 맞지 않는다. 정부의 규제가 많아지긴 했지만 서울의 아파트들은 재건축연한을 앞둬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이 이뤄지는게 눈앞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디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도 신축아파트를 그리 많이 공급하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1320세대의 서울 한지역 재개발은 조합원 분량을 제외하고 남은게 고작 63가구였으며, 9510세대의 초 대규모 단지에서도 일반분양의 몫은 겨우 1558가구였다. 재개발을 통해 용적률을 크게 높여 층을 올렸음에도 일반구가 분량이 턱없이 예상보다 낮은데 이는 과거보다 아파트의 면적이 커졌고, 주변 서비스 공간을 구성하는데 땅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니 재개발로 층이 10층 높여져도 막상 일반분양가구수는 크게 모자라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의 시장에서는 서울에서 청약을 받을 수 있는 계층과 부동산폭락고 크게 관련이 없는 수요가 탄탄한 지역의 대출없는 집을 보유한 사람이 승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부동산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의 정부처럼 이 대책 저 대책을 내세우는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으로 수요층이 자발적으로 타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 지역에 기반시설 및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다들 아는 답인데 쉽지가 않다. 박정희가 죽기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수도를 대전으로 이전하는 것과 행정수도 이전이 기득권 세력에 막히거나 어이없는 헌재결정같은게 없이 더 잘 추진되었으면 조금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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