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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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철수가 이루어졌다. 침공 20년만의 철수로 미국은 결국 유럽세력권이 아닌 지역에서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데 다시 실패했다. 아프간의 역사는 한국만큼 복잡하다. 아프간은 중국과 연결된 혹모양의 자연스럽지 못한 국경을 갖고 있는데 이는 영국과 러시아간의 그레이트게임의 흔적이다. 

 아프간은 20세기 초중반까지 왕정이었다. 이슬람이 주 종교였지만 사람들은 비교적 자유로웠고, 여성도 교육받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1972년 왕의 해외순방 중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 세력도 오래 못가 공화정이 들어선다. 공화정은 다시 사회주의 정권으로 교체되었고 이에 소련이 침공한다. 소련에 대항해 아프간내 여러 반군 세력이 일어났는데 그 중 하나가 탈레반이고 그들을 소련의 적인 미국이 지원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침내 소련이 아프간에서 물러나고 반군세력간의 내전 끝에 탈레반이 1995년 정권을 차지한다. 종교근본주의로 아프간 사람들의 자유는 사라지고 여성의 인권은 바닥을 쳤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났고, 알카에다의 중심으로 알려진 아프간은 미국의 침공을 받고 탈레반은 무너진다. 하지만 결국 미국은 아프간에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를 세운는데 실패하고 철수했으며 다시 탈레반이 돌아왔다. 지난 20년간의 절치부심으로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정받는 것의 필요성을 절감하는듯 하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기준에 얼마나 스스로를 맞추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기준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어려서 미국으로 건너간 아프가니스탄의 사람이 영어로 쓴 최초의 소설이다. 출간된지는 10여년이 흘렀지만 아프간의 복잡한 역사와 그 안에 휩쓸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배경으로 한 사람이 용기와 용서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다. 읽으면서 아프간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 사회적 배경등에 대해 알게되었는데 그져 가난한 불모지에 폐허, 이슬람 근본주의로만 상기되는 아프간의 이미지를 좀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는 카불인데 그곳에도 우리나라의 강남같은 부유층 거주지가 있었고 근사한 정원과 이층집을 가진 바바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바바는 명문가 출신으로 부유한 상인이면서 아프간의 왕정과도 인연 및 친분이 있었다. 바바의 집엔 4명이 살고 있는데 바바 본인과 그 아들인 아미르, 하인 알리와 알리의 아들 하산이었다. 아미르의 어머니는 아미르를 출산하면서 사망하였고, 하산의 어머니는 하산이 출생한 후 4개월이 지나지 않아 집을 나가버렸다. 

 아미르와 하산은 친구처럼 지내지만 아미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하산과 놀지 않는다. 바바와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주요계층은 파슈툰 족이지만 알리와 아산은 하자라족이기 때문이다. 하자르족은 몽골계출신으로 외향이 확연히 달랐고 시아파였다. 반면 파슈툰은 백인계였고, 다수이자 수니파였다. 하지만 아버지 바바는 알리와 하산을 무척 아꼈과, 아미르 역시 하산과 친하게 지낸다. 

 바바는 거친 남자이면서 주변 사람들을 많이 돕는 사람이었지만 유독 아미르에게 엄격했다. 반면 아미르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약했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이런 아미르를 이해해주는 것은 바바의 친구 라힘칸이었다. 아프간에서는 매년 겨울 연날리기 대회가 자주 열렸는데 여기서 우승하는 것은 소년들의 로망이자 집안의 자랑거리였다. 아미르가 바바에게 인정받을 만한 것은 이부분이 유일했는데 아미르는 연날리기엔 제법 소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미르는 하산과 더불어 마침내 가장 권위가 있는대회에서 우승한다. 연날리기 대회에서는 우승못지 않게 떨어진 연을 줍는 것도 중요한 성과였는데 이 부분에 일가견이 있던 하산은 지친 아미르를 대신해 마지막까지 아미르와 경쟁한 파란 연을 쫒는다. 

 아미르는 기력을 회복하고 하산을 찾는다. 하산은 푸른 연을 찾는데는 성공했지만 평소 아미르와 하산을 괴롭히던 아세프 무리에게 하산이 둘러쌓인걸 목격한다. 아세프는 하산에게 푸른연을 요구하지만 하산이 거부하자 아세프는 하산을 성폭행한다. 아미르는 이 모든 것을 목도하고도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모든 희생을 치루고 연을 가져온 하산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하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용기없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용서가 되지 않았던 것. 영문을 모르는 하산은 아미르가 자신을 피하자 괴로워하기 시작했고 둘은 서로를 피하기 시작한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아미르는 결국 자신이 받은 생일 선물들을 하산의 침대에 숨겨놓고, 결국 하산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아버지 바바는 하산에게 물건을 훔쳤나고 묻고 놀랍게도 하산은 자신의 행위가 아님에도 이를 인정한다. 더 놀랍게도 바바는 바로 용서를 하지만 하인 알리는 아미르의 소행임을 눈치채고 더이상 이집에 머무르게 어려움을 감지한다. 하인 알리는 아들 하산과 집을 떠나고 하자라족들이 모여사는 하자라자트로 가버린다. 바바는 친구 같던 알리의 떠남에 눈물로 만류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아프간의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소련군이 침공한다. 바바의 부는 무의미해졌고, 사람들은 서로간의 모함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위기를 느낀 바바는 모든걸 버리고 아들 아미르와 파키스탄을 거쳐 미국으로 도망간다. 바바와 아미르는 미국에서 처음부터 모든걸 다시 시작했고 부유하고 명망있던 바바를 한낮 주유소 직원으로 전락한다. 바바와 아미르는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떼고 팔아 부수입을 올리기 시작했고 형편이 조금 나아진다. 

 아미르는 전문대학에 진학해 문학을 전공하고 책도 쓰는 작가가 된다. 그리고 역시 미국으로 도망온 전직 장군의 딸 소라야와 결혼하게 된다. 아미르가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아 굳건하던 바바는 암으로 사망한다. 아미르와 소라야는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둘 사이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모든 인공수정시도도 실패로 돌아갔고 무엇보다도 둘 사이엔 의학적으로 불임의 원인도 없었다. 아이는 없었지만 아미르는 작가로서 책을 네권이나 내며 안정되어갔고 소라야도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아미르에게 아프간을 떠난지 20여년 만에 라힘칸에게서 연락이 온다. 라힘칸은 하산의 소식을 전하며 아미르가 아프간으로 와주기를 원한다. 바바는 아프간을 떠나며 친구 라힘칸에게 자신의 집을 맡겼다. 라힘칸은 큰 저택을 혼자 관리하는데 힘이 붙였고 이에 하자라자트로 가서 알리와 하산을 찾았다. 알리는 사망한상태였고 하산은 결혼하여 소랍이라는 아들을 두었다. 놀랍게도 어려서 하산을 버리고 도망간 하산의 어머니도 돌아온 상태였다. 젋어서 뭇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하산의 어머니는 세월의 고초를 심하게 겪어 모습이 많이 변한 상태였다. 

 하산을 설득한 라힘칸은 같이 카불로 돌아와 바바의 저택에 살게된다. 수년간 행복했고, 하산의 어머니는 소랍을 애지중지 키우다 소랍이 네살이 되던 해에 죽는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탈레반이 집권하자 모든게 급변한다. 하자라족이 대저택에 살던게 마음에 들지 않던 탈레반은 이를 빌미삼아 하산과 그 아내를 처형한다. 그리고 아들 소랍은 고아원으로 넘겨버린다. 이로 인해 라힘칸은 미국의 아미르를 찾는다. 하산의 아들 소랍을 아프간으로 와서 찾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아미르는 망설인다. 용서를 구하지도 못한 하산이 죽어버린 것은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아들까지 찾으라니. 하지만 아미르에게는 소랍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고 이는 아미르에게 무척 숙명적인 일이었다. 이후의 부분은 아미르가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 소랍을 찾는 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아미르는 스스로를 용서하게 되고 그럴만한 일도 용감하게 해낸다. 

 저자가 책을 쓴 시점은 2000년대 초반으로 탈레반 치하에서 아프간이 미국으로부터 해방되고 침공당한 시점이다. 그래서 탈레반 이후의 희망이 다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불과 십수년이 지나 다시 탈레반의 차지가 된 아프간을 보며 저자가 어떤 심경일지 고민된다. 아마도 무척 절망스러울 것이다. 미국의 현지 사회문화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미국이 세운 아프간 정부의 무능을 감안하더라도 그토록 탈레반의 치세가 가혹했다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탈레반이 정권을 되찾을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미국과 부패한 아프간 정부를 탈레반 보다 더 싫어한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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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 인지 과학이 밝힌 진보-보수 프레임의 실체
조지 레이코프 & 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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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정치, 사회, 문화, 인권, 교육 여러 면에서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 사이의 어느 스펙트럼에 위치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런 평소 성향, 그리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또는 다른 사람을 보수적 혹은 진보적이라고 칭한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진보와 보수적 성향이 왜 생겨나는 것일까? 

 인지과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제자인 엘리자베스 웨흘링과 대담하는 구조의 이 책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제시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모든 인간은 자신의 초기5년간 신체경험에서 비롯되는 경험을 통해 생성된 초기개념을 활용한 은유를 통해 다른 개념을 이해하며, 인간의 진보적, 보수적 성향은 어릴적 양육환경에서 얻은 개념을 이용한 은유에 기대어 형성된다는 것이다. 

 조지레이코프는 인간은 자신의 사고에 대해서 4가지 잘못된 가정을 범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자신의 사고가 의식적이라 가정하는 것이고, 둘째로 인간의 합리성은 신체와 독립적이라는 것이며 셋째는 추론은 보편적이라는 것이고 마지막은 인간은 사물을 존재하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인식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대부분의 사고(98%)를 무의식적으로 행하며, 합리성은 물리적 실체인 뇌와 자신의 신체에 기반하며, 추론은 개인의 성향 그리고 문화적,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사물은 은유에 기반하여 이해한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세계를 개념적 은유를 통해 이해한다. 은유에는 두 가지 영역이 필요한데 하나는 사유하고 이해하기 위한 인지영역이며 다른 하나는 그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내가 이미 경험을 통해 쉽게 이해하고 있는 영역이다. 전자를 목표영역이라고 하며 후자를 근원영역이라고 한다. 근원 영역은 대부분 어려서의 신체경험을 통해 형성되며 매우 구체적이다. 목표영억은 근원영역을 통한 은유를 통해 이해되며 보다 추상적인 영역이다. 

 예를 들어 양과 수직성을 은유한다. 인간은 어려서 물이 차오르거등 무언가 많아지는 것을 높이로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세계공통적으로 양과 수직성이 은유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다는 표현, 주식이 오르거나 내리는 표현, 성적이 오르거나 내리는 표현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실제 양과 수직성은 뇌의 다른 영역에서 다루며 논리적으로도 상관이 없다. 많음은 반드시 수직성과 연결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를 온도와 은유것도 그렇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랑이 식었다던가 관계가 차가워졌다 등의 은유를 사용하며 반대로 사랑이 불타오른다던가 등의 식으로 관계와 온도를 은유한다. 이는 어려서 부모나 보호자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과정에서 밀접한 신체접촉이 이루어지고 자연히 따스함을 느끼면서 생겨나는 은유이다. 

 이처럼 은유는 사람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은유의 기반은 근원영역이 의지하여 목표영역을 이해하므로 근원영역은 사실상 목표영역에 어떤 윤곽을 부여할 수 있으며 목표영역에 내재하는 것을 감추거나 부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어떤 은유적 사상이 더 자주 사용되고 공적일수록 이러한 은유는 강화되어 사람을 특정한 성향이나 이해로 몰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 과정은 무의식적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적인 토의와 정책결정의 기반이 되는 이런 은유적 구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인간은 근원영역을 형성하는 경험을 대부분 어린 시절 가정에서 하게 된다. 때문에 유년기 가정에서의 경험은 향후 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이해틀이 되는 은유구조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개인은 국가를 이해하고 바라보는데 있어 국가-가정 은유를 사용한다. 모국이나 조국이라는 표현, 국가의 아들딸, 건국의 아버지 같은 은유는 이러한 반증이다. 진보적 보수적 성향에 대한 레이코프의 생각도 여기에 착안했다.

 레이코프가 보기에 보수 혹은 진보의 주장은 도무지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 보수는 미국에서 낙태를 반대하고, 자유경제를 옹호하며, 세금감면에 찬성하고, 총기사용에 찬성하며, 인종차별적이며, 성적소수자를 비정상으로 보고, 복지에 전체적으로 반대하고 범죄에 대해 징벌적이다. 반면 진보는 낙태에 찬성하고, 수정 및 관리되는 경제를 옹호하며, 부자에 대한 세금증세에 찬성하고, 총기사용에 반대하며, 인종평등적이고, 성적 소수자를 인정옹호하며, 복지에 찬성하고, 범죄에 대해 교화적이다. 이런 입장을 우린 평소 당연히 일관되게 접해서 논리적 일관성이 있다고 착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낙태의 반대와 자유경제는 무슨 상관이며, 복지에 대한 반대와 범죄에 대한 징벌은 대체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접점을 찾기 어렵다.

 이에 대해 레이코파가 알아낸 해법은 이러한 보수, 진보적 성향이 이럴적 가정양육환경에서 형성된 근원영역에 대한 은유라는 것이다. 레이코프의 의하면 인간의 가정양육환경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유형이다. 

 엄격한 아버지 모형은 보수로 은유되는 가정양육환경이다. 이 모형에서 아버지는 가정의 수장으로 합법적 권위를 가지며 권위에 대한 도전을 허락치 않는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권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존재에 불과하다. 아버지에게 이런 도덕적 권위가 허락되는건 이 세계가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가정을 제외한 다른 세계를 악으로 가득찬 세계이며 아버지는 악에 대항해 가정을 보호한다. 세계는 경쟁적이며 선악 이분법적으로 구분된다. 아버지와 가정의 역할을 이런 위험한 세계에 대응하여 자녀가 세상과 경쟁할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녀는 절제를 해야하며 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고 역량과 자제력을 배양하기 위해 상벌제도를 강요한다. 자녀 자체도 악하게 태어나기에 상벌로 옳고 그럼을 가르쳐야 하며 상보다 벌을 더 강조한다. 이를 통해 자녀는 자신만의 힘을 길러 세계와 싸워 이기는 힘인 절제를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보수는 절제로 누구나 세상에서 승리하고 성공할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그러므로 성공은 개인의 노력에 달린 것이고 실패하는 사람의 책임은 개인의 절제력 부족으로 귀결된다. 때문에 보수에게 빈곤은 악이며 빈곤에 처한 자는 게으른 사람이 된다. 보수가 복지에 반대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절제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오히려 절제력을 발휘해 마땅한 성공을 거둔 사람의 부를 빼앗게 되는 것이고 퍼주기로 인해 빈곤한 사람이 더욱 절제력이 없는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범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역시 절제력이 없는 사람이므로 징벌이 마땅해진다. 시장에 대해서도 여기에 함부러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절제력을 발휘해 성공을 이룬 기업가를 방해하는 행위가 된다. 법인세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다. 총기 역시 세계는 위험한 곳이기에 우리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필요한 것이 된다.

 자애로운 부모 유형은 진보로 은유되는 가정양육환경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감정이입하고 자애롭게 베풀며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모두 강조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며 자애로운 태도를 보이고 이를 통해 자녀를 자애로운 사람으로 양육한다. 부모는 특정 성공을 강조하기 보다는 자녀게 스스로의 꿈을 쫓도록 권한을 위임한다. 성공보다는 개인적 탁월함에 대한 강조다. 타인과의 관계도 경쟁보다 협동을 중시하며 타인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타인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역량을 갖게 한다. 위계적 의사소통이 없으며 자녀의 눈높이에 맞춘 열린 의사소통을 한다. 이를 통해 자녀는 부모에 대해 사랑과 존경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진보는 세계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시각을 갖게 된다. 세계는 경쟁해서 성공해야하는 곳이기 보다는 서로 협력해야하는 세계이며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곳이다. 때문에 복지가 필요하다. 사람의 실패는 그사람의 귀책이라기보다는 개인의 환경, 사회적 상황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이는 다양한 사람과 사회에 의존한 것이므로 오로지 그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부자증세와 법인세등으로 빈곤층을 부양하는 사회복지에 찬성하게 된다. 성소수자나 다른 인종 및 종교에 대해서도 관용적이게 되며 범죄자에게도 징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두게 된다. 총기는 나와 우리, 그리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규제되어야 한다. 

 이처럼 엄격한 부모유형과 자애로운 부모유형을 근원 영역으로 보고 사람들의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을 은유하면 완벽에 가깝게 들어맞는다. 책은 중도는 없다고 말하는데 사람은 누구나 엄격한 부모유형과 자애로운 부모유형을 갖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이용하여 정치사회문제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책은 미국에서 보수가 강한 이유로 보수가 도덕성이나 자유 등의 여러 주요 가치를 선점하고 이를 자신들의 가치를 설파하는데 이용하기 때문으로 본다. 예를 들어 자유시장경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데 보수는 자유시장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진보의 시장정책은 규제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씌움으로써 싸움에서 불리하게 만든다. 때문에 진보와 보수라는 두 이해의 템플릿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이중개념자들에게 보수가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게 된다고 주장한다. 진보는 보수가 짜놓은 프레임이 흔들리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보수성과 진보성에 대해 설명한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고, 설득력이 있었다. 레이코프는 인지과학자로 탁월한 통찰로 은유개념을 통해 인간의 진보성과 보수성의 근원영역으로 가정양육환경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더 근원적으로 인간의 가정양육환경이 어째서 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유형으로 크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고찰이 아쉽다. 이는 필경 진화심리학에 의지해야하는 부분인데 이에 대한 접근은 책에 없었다. 있었다면 더 깊이 있지 않았을까. 두 유형이 나타난건 생각해보면 매우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생명체 본연의 목적인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세계는 개인에게 맞서 싸워 버텨내야하는 곳이다. 이런 위험한 곳을 악으로 생각하는 관념과 이겨내기 위한 노력과 절제력 획득을 위한 엄격함은 반드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반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개인적 경쟁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은 같은 종 심지어 다른 종과도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협력을 한다. 협력이 생존가능성을 크게 높여주기 때문이다. 협력을 위해선 다른 개체를 이해하고, 감정이입해야하며 서로 믿고 도와야 한다. 때문에 이런 감정이입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협력을 역시 반드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실 때문에 개인을 키우는 부모의 가정양육형태는 양방향으로 다소의 치우침과 적절한 섞임속에 나타날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이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으로 은유되는 것도 나타날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이것에 대한 부작용을 줄이자면 책에서 레이코프가 언급한 것처럼 자신이 이런 은유에 의지해 세상을 인식함을 인지하고, 자신도 모르게 남이 짜놓은 프레임에 휘둘리기 보다는 사실에 집중하여 사안을 이해하고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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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전쟁 - 나도 크리에이터가 될 거야!, 1인 미디어 세상 작은 씨앗 큰 나눔
양은진 지음, 류한서 그림 / 엠앤키즈(M&Kids)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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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초등학생 직업 1위는 유튜버다. 한 십년전엔 드라마의 영향으로 파티쉐가 많았는데 이젠 유튜버가 단연 대세다. 그래서 이렇게 유튜브를 소재로 한 아동도서도 나왔다. 아이들이 관심이 많고, 영향도 많이 받으며 실제 유튜버로 활동도 하는 만큼 시의적절한 도서다.

 주인공은 마리라는 아이로 초등 5학년이다. 엄마가 돌아가셨고, 병치레가 길어서 아버진 병원비를 갚느라 밤낮없이 일한다. 외동인 마리는 집에서 늘 홀로 지낸다. 친구도 딱히 없다. 그져 유튜브를 보는 것과 얼마전 외진 동네골목에서 발견한 길고양이 츄츄를 돌보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게 삶의 전부다.

 그러다 전교부회장 유진과 알게된다. 유진은 마리의 유튜브를 우연히 보게되어 마리와 친해진다. 그리고 유진은 호진이란 이란성 남자 쌍둥이 동생이 있다. 호진은 유튜브가 무척 되고 싶어하는데 자신이 콘텐츠를 만들고 마리가 편집을 해주면 유튜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리는 탐탁치 않지만 호진을 돕기로 한다.

 그런데 호진이 만드는 영상이 하나같이 재미가 없다. 그러자 호진은 다른 못된 어른 유튜버들처럼 재미만 있고 악한 화제성 동영상을 찍기로 한다. 그리고 며칠후 반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한 아이의 급식 미역국에서 벌레가 나온 것이다. 아이와 담임선생님은 놀랐지만 급식선생님이 확인해보니 이건 장난감 벌레였다. 그리고 진이라는 아이가 갑자기 괴로워하며 울면서 교실을 뛰쳐나가는 일이 생긴다. 악담을 퍼붓는 편지를 받은 것이다.

 이 모든 일은 호진이 벌인 일이었다. 호진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마리에게 편집을 부탁하지만 마리는 이를 거절한다. 그러자 호진은 츄츄가 있는 외진 골목의 영상을 함부러 찍어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다. 츄츄는 최근 여러마리의 새끼를 낳은 터라 마리는 무척 걱정이되었다. 가보니 이미 츄츄와 새끼들은 사라졌다. 며칠 뒤 츄츄는 쥐약을 먹어 죽은체로 발견되고 새끼한마리만은 간신히 찾아낼수 있었다.

 이 일로 호진은 자신의 행위를 크게 반성한다. 호진은 급식건으로 크게 혼나고 진이에 대해서는 진이 부모님께 호진의 부모님이 사과를 드려야만했다. 그리고 마리는 츄츄의 새끼고양이를 키우기로 한다. 그리고 마리의 삶은 외톨이에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책은 초등4학년 정도에 적합해보이는 책으로 내용이 단순하고 무척 쉽다. 거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의 위험성에 대해 잘 다룬다. 유튜브를 많이 사용하고 유튜버로 활동하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한 번 읽어보며 자신의 행위와 받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는 책으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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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빛 하늘 아래
마크 설리번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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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는 승자의 기록만 남긴다. 승자가 쓸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2차대전의 최대 승자는 미국이고, 그들은 세계를 지배하고 영화라는 막강한 미디어까지 장악했기에 이전의 승자보다 역사를 쓸 권한을 더 크게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린 2차대전에서 큰 피해를 입고, 전쟁의 향방을 좌우하고 크게 승리한 것을 미국이라 생각하지만 2차대전에서 미국의 참전시기는 짧고, 전사자는 생각보다 적다. 최대 전사자는 소련이 기록했고 그 수는 미국의 무려 50배에 달한다. 

 같은 승자도 이럴진데 패자는 어떨까. 물론 그들은 침략을 당한 패자도 아닌, 침략을 감행한 패자였기에 더욱 역사를 쓸 권리를 박탈당했다. 패자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다. 그래도 독일과 일본은 강력했던 패자들이기에 승자에 의해 많이 가해자로 다뤄지기도 하며 자신들도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던 이탈리아는 언급되지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2차대전 하면 무솔리니와 너무 무기력해서 히틀러를 짜증나게 했던 나약한 이탈리아군대만이 생각날 뿐이다. 

 그런 2차대전에서의 이탈리아의 모습을 소설 '진홍빛 하늘 아래'에서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패전국 이탈리아 사람들은 2차대전에서 나치에 적극 협력하는 파시스트들, 어쩔 수 없이 전쟁에 휘말려가며 협조해야했던 대다수의 대중들, 그리고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게릴라들로 나뉘어졌다. 전쟁은 독일이 일으킨 만큼 이탈리아의 대중들은 전쟁에 상당히 소극적이고 반감을 갖는 모습도 많이 그려졌는데 이것이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다수의 모습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전황이 불리하게 바뀌어가고 고통이 가중됨에 따라 긍정적 태도에서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로 바뀌어나가지 않았을까?

 소설의 주인공은 피노렐라다. 때는 1943년으로 사실상 전쟁막바지의 시점으로 전황이 뒤집히는 시점이었다. 공세였던 독일은 동서 양방향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프라카전선에서도 독일과 이탈리아는 물러났는데 이탈리아는 독일의 남부지역 방어선으로서 그리고 인력과 병참기지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 유명한 피아트가 이때도 있어서 독일에게 전투기와 탱크등을 제조해 공급하고 있었다. 

 피노렐라가 사는 지역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로 아름다운 코모호수가 있는 곳이다. 피아트 공장도 있고, 패션도 유명했다. 피노의 부모님은 밀라노에서 가죽 공예품을 가는 가게를 운영한다. 1943년 피노렐라는 키도 185에 달할 정도로 컸지만 불과 18세로 아직 철없는 어린아이였다. 피노는 친구들 그리고 동생 미모와 밀라노 시내에 나갔다가 안나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접근해 저녁 영화를 같이 보기로 한다. 신이 난 피노는 저녁에 동생 미모와 함께 안나를 보러 나가지만 결국 바람맞았고 하필 그날 최초로 밀라노에 연합군의 폭격이 시작된다. 극장도 폭격을 당했고 집에 돌아와 보니 부모님의 가게도 폭격을 당했다. 

 가게가 무너져 모든 걸 잃은 피노의 부모는 절망하나 곧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스위스 국경 인근 알프스의 카사 알피나로 보낸다. 카사 알피나에서 피노는 레 신부를 만났고, 카사 알피나로 가는 길에 장래 레이서가 꿈인 알베르토 아스카리도 만난다. 카사 알피나에서 레 신부는 이상하게도 피노에게 매일 산행을 시킨다. 산을 타는 요령도 이상하다.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게이며, 체력과 자신감이 찰 때만 특별하고 위험한 코스를 등산시켰다. 수개월후 피노가 알프스의 카사 알피나에서 알프스로 넘어가는 여러 코스를 숙달한 후 레 신부는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는다. 레 신부는 그간 밀라노의 슈스터추기경과 결탁하여 유대인들을 피신시키고 있었고 카사알피노로 온 유대인들을 스위스로 대피시키고 있었다. 

 피노는 이 위험한 일을 수락한다. 그리고 수 개월간 피노는 수십에서 수백의 유대인들과 함께 산을 넘는다. 다들 피노처럼 산행에 익숙치 않았고 노인에 임산부, 아이들까지 있어 매우 위험했지만 단 한번의 실패도 없었다. 이 일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곧 유대인들이 몰리게 되었고 이에 레신부는 다른 아이들까지 훈련을 시켜 피노의 일에 동참시켰다. 한편 피노는 산행과 더불어 쉬는 날이거나 휴일 혹은 돌아오는 길에 알베르토 아스카리에에게 운전을 배웠다. 그는 운전 실력이 매우 뛰어났고, 자동차에 대해서 잘 알았다.

 수개월이 흘러 피노의 부모가 피노는 밀라노로 불러낸다. 피노는 자신의 일을 더이상 하지 못하는게 아쉬웠지만 부모의 편지 내용이 너무나도 단호해 돌아갈수 밖에 없었다. 밀라노에서 부모를 만난 피노는 더이상 철부지 소년이 아니었다. 수개월간 피노는 체력이 매우 강해졌고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으며,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린 사람이었다. 부모가 피노를 부른 이유는 피노가 나이가차 곧 징집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고심끝에 피노의 부모와 외삼촌은 그를 독일군에 입대시키기로 한다. 단 손을 써서 밀라노에 주둔하는 비전투부대에 배치시키기로 한다. 전방으로의 입대는 당시 전황으로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피노는 자신이 하던 일과 정반대의, 적의 일을 하게 되어 탐탁치 않았지만 부모의 단호한 설득에 어쩔수가 없었다. 특히나 게릴라 활동을 하는 외삼촌마저 그리 주장하니 딱히 답이 없었다. 피노는 밀라노의 기차역에 주둔하다 폭격을 당한다. 운이 좋게 살아남았지만 손가락 두개가 거의 절단당할 뻔한 위기였다. 그러다 곧 독일군 장군 레이어스의 눈에 들게된다. 피노의 뛰어난 운전실력과 자동차정비능력,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인근 지역의 지리를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어스 장군은 이탈리아 지역의 군수담당이었는데 이탈리아의 고딕 방어선을 구축하고, 지원하며 독일전방으로 군수지원을 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때문에 피노는 그와 같이 돌아다니며 독일군의 대비태세와 주요 병참계획, 방어지역, 이동계획등을 자연히 사전에 알게된다. 그리고 이는 피노의 외삼촌을 통해 게릴라와 연합군으로 넘어가게 된다. 피노는 겉으론 나치였지만 어느새 연합군 첩자노릇을 하게 된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피노는 꿈에 그리던 안나를 만나게 된다. 아직도 어리지만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피노를 안나는 처음에 알아보지 못한다. 안나는 레이어서장군의 정부의 가정부였다. 둘은 서로 친해지고 안나는 피노가 첩자 노릇까지 하는 것을 알게되며 그를 좋아하게 된다. 

 한편 피노는 레이어스를 따라다니며 온갖 악행을 보게 된다. 놀랍게도 무솔리니를 만나기도 했고, 게릴라 이탈리아인과 유대인들을 온갖 토목공사에서 노예처럼 부리는 광경도 보게 된다. 나치는 그들에게 이렇다할 물과 음식도 제공하지 않으며 일을 시켰다. 나치가 구축한 방어선과 온갖 기지는 모두 이들이 만든 것이었다. 거기에 잡힌 유대인들을 집단처형시키고, 유개화차에 아이들과 부모들을 싫어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장면도 목도한다. 레이어스는 보통 기계처럼 잔혹하고 자신의 임무에만 철저했지만 간혹 끔찍한 장면을 보기 힘들어하기도 하고, 한번은 이상하게도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아이들중 몇몇을 구해 손수 스위스 국경에 풀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구해준 것이 자신임을 몇번이고 강조하며 아이들의 뇌리에 새기는걸 잊지 않기도 했다. 아마도 패전을 직감한 레이어스가 보험을 들어둔 것이리라.

 마침내 1945년이 다가왔고, 로마에 이어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도 연합군에 점령된다. 피노는 게릴라들의 요청으로 레이어스를 손수 체포하여 넘겼는데 이로 인해 제시간에 스위스 인스부르크로 대피하지 못한 레이어스의 정부와 안나가 성난 대중들에 붙잡히기 만다. 나치의 치하에서 벗어난 밀라노는 격노에 휩싸였는데 파시스트와 그 부역자들의 숙청되었다. 나치와 놀아났던 여자들은 모두 속옷차림에 머리를 밀어버리고 우스꽝스럽게 립스틱을 바르고 이마에 창녀라는 글자를 새겨넣은후 조롱하다 처형시켰다. 그 와중에 안나도 휩쓸려 희생된다. 피노는 그 과정을 목도하고 아무런 저항도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후회한다. 하지만 피노 자신의 목숨도 위험했다. 연합군 주요인사나 게릴라 주요인사들은 피노가 첩자란걸 알지만 일반 대중은 그렇지 않았다. 약간의 의심만으로도 사람들은 특정인을 파시스트나 부역자로 몰았고 쉽게 희생되었다. 

 도망다니던 피노는 미군으로부터 특별임무를 부여받는다. 놀랍게도 레이어스장군을 스위스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독일의 항복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와의 인접지역엔 아직 잔존세력의 저항에 계속되고 있어 매우 위험한 임무였다. 히틀러이전에도, 히틀러시대에도, 히틀러 이후에도 자신은 잘 살아남을거라던 레이어스는 아마도 패전을 직감하고 연합군에 일종의 보험을 넣어둔 것이 분명했다. 연합군에 레이어스 장군은 영웅취급을 받고 있었고 그의 신병은 중요했다. 심지어 레이어스는 피노의 암호명인 관찰자라는 칭호마저 알고 있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피노는 레이어스 호송 임무에 착수한다.

 이 소설은 무려 650페이지에 달한다. 많이 두껍지만 가독성이 높았다. 향후 영화로도 제작된다니 재미는 보장된 책이다. 저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책을 썼는데 그래서 마지막 십여페이지에 걸쳐 소설의 주요인물들이 전쟁 종료 후 어떻게 인생을 살아갔는지가 서술된다. 마치 밴드오브 브라더스나 실제 전쟁영화 마지막 무렵 주인공들의 이후 삶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책을 보면서 2차 대전이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고,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패자, 특히, 전쟁을 일으킨 패자의 입장에서 전쟁을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혹은 저항을 하지 못해서 일어난 전쟁에 휩쓸려 피해를 보게된 패전국 다수 일반사람들의 고통을 그들의 시선을 통해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된다. 그래야 전쟁의 참상을 계혹 기억하고 전쟁에 반대할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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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8 15: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 축하 합니다

주말 멋지게 보내세요. ^ㅅ^

닷슈 2021-10-11 15: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스콧님도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1-10-08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불금 즐겁게 보내세요 ~~

닷슈 2021-10-11 15:01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10-08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닷슈님

닷슈 2021-10-11 15:01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당선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강나루 2021-10-08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쇼님 당선 축하합니다.^^

닷슈 2021-10-11 15:02   좋아요 1 | URL
이번엔 리뷰일등하셨군요. 알라딘에선 공식 발표는 안하지만 아무래도 게시는 순번대로인듯합니다.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10-08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닷슈 2021-10-11 15:02   좋아요 1 | URL
늘 감사드립니다. 글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이하라 2021-10-08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닷슈 2021-10-11 15: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님. 역시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초딩 2021-10-13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선정 축하드려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닷슈 2021-10-13 10: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
최승필 지음 / 책구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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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익부 빈익빈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성경에 나오는 마태효과가 있다. 이는 교육학에도 인용되는데 바로 모국어에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어가 되는데 국어를 모르면 당연히 다른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져 모든 교과에서 학습부진에 빠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자연 다른 과목을 학습하는데도 도움이 되어 성적이 올라가기 쉬워진다. 그야말로 교육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교과인셈이다.

 그런가하면 국어는 정반대의 성질도 같고 있다. 만점을 바라는 우등생에게는 항상 고득점을 취하거나 성적 향상이 매우 부담스러운 교과인 반면 공부를 놔버린 학생에게는 별다른 노력없이도 50점가까운 고득점을 보장하는 마법의 교과인 것이다. 이는 국어교과가 언어능력을 측정하는 교과이며 이 언어능력이라는 것이 다른 교과처럼 단순 암기나 개념이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열등생은 공부를 안할 뿐이지 늘 일정수준의 언어사용을 하고 심지어 언어능력도 다른 교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기에 어느정도 점수가 나와준다. 

 이런 언어능력을 올리는 방법으론 누구나 알고 있는 독서가 있다. 기본적으로 많이 읽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문학도 좋지만 지식도서도 중요하고, 학습만화의 사용도 많이 권장된다. 하지만 독서를 통한 언어능력의 향상, 더나아가 학업성취도 전반의 향상에 대한 책은 거의 본적이 없는데 책 공부머리 독서법이 이를 정리해놓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 뻔한 내용이 아닐까라고 지레짐작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교육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된 책이었다. 저자는 논술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자신이 얻은 경험, 그리고 학창시절 독서를 통해 성적을 향상시켰던 경험을 통해 책을 썼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을 항상 언어능력테스트를 하였는데 고등학생에게는 수능 언어시험을 그대로 치루었고, 초등생이나 중등생에게는 어려운 고대어 부분이나 고교수준의 지문 부분을 제외하고 적용하였다. 이는 수능언어영역 시험이 언어능력의 다양한 부분을 점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양상을 드러내었는데 예상대로 학업성취도가 우수하면서도 언어능력이 부진한 아이들 그리고 학업성취도는 낮지만 언어능력이 높게 나타난 아이들이 독특했다. 전자의 학생들은 대개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업성취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자신감을 잃었으며 반대의 아이들은 학업성취도가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향상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언어능력의 차이로 설명한다. 

 책이 제시하는 언어능력이 낮은 학생을 위한 처방은 이야기책 읽기다. 이야기책을 재미있게 읽으면 주요장면과 줄거리, 인물과의 관계 같은 정보가 하나의 집처럼 머릿속에 구축이 된다. 물론 처음엔 이렇게 하는 것도 상당히 힘이들지만 일단 서너권이 이야기책을 위 과정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읽으면 이런 작업이 향후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이는 이야기들이 모두 상황제시-갈등시작-갈등의 고조-갈등해소의 단계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 수준으로 책을 읽어내면 이런 단계파악이 가능해 다른 이야기책도 쉽게 빠져들고 이해할수 있게 된다. 

 수능같은 시험을 보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에겐 다른 언어테스트 방법이 있다. 초등1년 수준의 책을 읽힌 후, 줄거리를 물어본다. 학생이 줄거리를 상세하고 정확히 알고 있다면 1학년 우수 수준이고 단순하게만 안다면 평균, 줄거리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평균 이하가 된다. 여기서 평균, 평균 이하 학생에게 다시 대략 줄거리 관련 문항 10개를 내서 모두 맞춘다면 역시 평균수준, 그리고 3개이상틀리면 평균 이하, 그리고 5개 이상 틀리면 읽기 열등상태로 판별한다. 

 초등 읽기 열등상태의 학생에게는 간단한 이야기책이라도 읽기가 매우 힘든 상태이므로 초반 1/3을 반복적으로 읽어주는 활동을 해야 한다. 초반 1/3은 이야기의 도입부로 이야기가 본격시작되고 주인공에게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이다. 여기를 잘 넘겨야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수 있으므로 도입부를 반복적으로 읽어주어 고비를 넘겨주고, 이해시켜주면 이후 부분에 대한 자발적 독서가 가능해진다. 

 독서지도에서는 명심해야 할 7가지 있다.

1.재미있는 독서가 좋은 독서다.

2.독서시간을 정해 매일 읽는다.

3.지식 독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4.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간다.

5.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늦게 접할수록 좋다.

6.학습만화는 금물이다.

7.천천히, 많이 생각하며 읽을수록 똑똑해진다. 이다. 

 한국은 조기교육 열풍으로 어린 나이부터 학습을 강조한다. 때문에 아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어려운 용어나 지식을 알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뇌의 성장과 사고력의 성장, 언어능력의 성장을 방해한다. 인간의 뇌는 적어도 7-8세까지는 지식 학습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시기다. 때문에 유아동기에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이시기는 대뇌변연계가 발달하는데 부모의 품에 안겨 책을 읽고, 부모의 과정된 연기와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연기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부모의 사랑을 느낄수 있는 경험을 갖는게 중요하다.

 핀란드는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전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교의 사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좋은 책을 고르는 법, 책을 재미있게 읽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핀란드의 학교는 지식 위주의 시험을 보지 않고 독서능력진단검사만을 시행하며 이를 매우 중요시한다. 즉, 학생이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읽는냐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핀란드는 교과서를 읽은 후 연관된 과제를 부여하고 그 과제를 지식도서를 읽으며 해결하는 수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지식의 나무를 머릿속에 심게 되고 이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룬다.

 반면 한국의 독서지도는 상당히 실패하고 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량이 급감하는 경향이 현저하고, 독서량을 유지한다해도 속독하는 아이들이 많으며, 아이의 책을 부모가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독서지도의 종착이 학습만화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 그리고 심지어 아이조차 독서를 지식의 축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식도서는 방대한 분량의 지식이해, 상호개념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처리전송망을 형성한다. 때문에 하나의 양질의 지식도서를 여러차례 읽어 완전히 소화한 학생의 언어능력과 학습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한다. 실제로 지식도서다독가들은 이러한 능력이 발현되어 소수의 도서를 계속 보기보다는 여러 책을 다양하게 보는 편이다. 이는 이들이 지식도서의 다독으로 폭넓고 탄탄한 기초지식,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 지식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향이 매일 새로운 지식을 자양분으로 삼아야만 살아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런 지식도서 다독가는 4가지 유형이 있는데 활자중독형, 탐구형, 마니아형, 활용형이다. 활자중독형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싶은 욕구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며, 탐구형은 한 부분에 호기심을 갖고 계속해서 탐구하며 책을 읽는 사람들이고, 마니아형은 열광하는 분야의 책을 보는 사람들이며, 활용형은 현재 직면하거나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의 책을 지속적으로 읽어나가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단기간에 언어능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방법이 나온다. 슬로리딩, 반복독서, 필사, 초록이다. 슬로리딩은 책을 오래도록 읽어나가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책에 대한 이해도를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이다. 반복 독서는 자신의 언어수준을 넘어서는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으며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필사는 책을 베껴쓰는 것으로 기계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문장구조와 개념이해까지 충실히 느끼며 저자가 왜 이렇게 책을 썼는지까지 느껴가며 쓰는 것이다. 전체를 쓰기보다는 도입부를 중심으로 필사한다. 초록은 책의 주요부분을 요약정리한는 것이다. 책의 주요개념과 줄기를 잡아나갈수 있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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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9-0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록도 도움이 되는군요. ^^

닷슈 2021-09-01 14:35   좋아요 1 | URL
초록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