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언어
장한업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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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 나가있는 한국인의 수는 얼마나 될까? 무려 750만이다. 이는 남북한의 인구를 합친 것의 무려 10%에 달한다. 참고로 전세계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중국인도 전인구의 단 4%만이, 그리고 일본은 전인구의 1.5%정도만이 해외에 살고 있다. 

 이처럼 생각외로 한국인이 이렇게 전세계를 떠돌게 된 것은 구한말의 아픈역사와 관련이 깊다. 19세기 말 북부 지역에 수해가 심해지며 중국 동북부로의 이주가 시작되었다. 일제강점후에는 일본의 토지조사사업으로 농민들이 생활기반을 잃게 되자 그 쪽으로의 이주가 더욱 많아지게 되었고 이들의 수는 1945년말 무려 145만에 달했다. 

 일본으로의 이주도 많았다. 1915년 불과 3917명이던 것이 1920년에는 3만으로 증가했다. 이는 조선의 경제는 매우 취약했고, 일본은 1차대전후 활황을 맞으면서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던 것과 관련한다. 중일전쟁이후에는 강제로 이주가 이루어지며 해방당시에는 무려 236만이 일본에 머무르고 있었다. 

 한편 19세기 말부터 하와이와 멕시코, 쿠바등의 농장으로의 이주가 있었고, 스탈린에 의한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1960년대 서독으로의 간호사 광부파견, 한국전쟁이후 해외로의 꾸준한 이민도 있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은 사실상 디아스포라의 나라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이렇게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겪고 있는 나라가 해외에서 들어온 이주민들에 대해 매우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에서 많이 쓰는 우리와 국민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과거 울타리에서 유래된 말로 내집단을 강하게 지칭하는 언어이며 국민이라는 용어는 한국 혹은 일본정도에서만 쓰는 매우 국가주의적 단어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로 여기는 것이 상식이라 보면 한국의 이런 민족적이고 국가주의적 단어사용은 우리의 매우 편협한 시각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애국가에는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보전하세라는 가사가 나오는 전세계 국가중 이렇게 대한민족과 대한민국인을 강조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이런 가사를 부르며 공감할만한 외국인이 얼마나 될까라고 책은 자문한다. 

 한국인은 자신들을 제외한 외국인들을 '놈'이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물론 선진국일수록 절 덜하기 하지만 양놈도 자주 쓰이는 용어임을 감안하면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특히 주로 놈으로 지칭되는 것은 왜놈과 떼놈이다. 왜는 일본을 지칭하는 말로, 왜소하다는 뜻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 한자는 왜나라 왜자다. 떼놈은 중국인들이 한국전쟁 중 떼거지로 몰려와서라던가, 혹은 중국인이 잘 씻지 않아서 그 더러움을 칭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떼놈의 어원은 되놈으로 되는 한국어에서 북쪽을 뜻하며 과거 여진족을 칭하여 되놈이라 불렀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하지만 명이 망하고 여진족의 청이 들어서며 되놈이라는 말은 중국인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변형하였고 오늘날의 떼놈이 된 것이다. 

 한국인은 화교도 매우 탄압하였는데 중국에서 들어온 화상이 근원인 그들은 임오군란때 군인들과 함께 들어왔다. 화상은 그 수가 1884년 588명이던 것이 1923년엔 3만3천에 달할정도로 활발했다. 하지만 일제가 언론조작한 1931년의 완바오산 한중농민 갈등보도로 국내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중감정이 커졌고 이로인해 국내 화상 증가가 줄어들게 된다. 1945년 6만2천에 달하던 화교는 한국전쟁이 일어나며 근거지인 서울과 인천이 대대적인 파괴와 이승만정권이 수입허가제를 도입해 한국무역상에게만 유리한 법령을 마련함으로써 대대적으로 쇠퇴한다. 1961년엔 외국인토지소유금지령까지 도입되어 화교는 농업, 제조업등에 종사가 어려워진다. 화교가 중국집만을 거의 운영하고 한번 생긴 중국집이 좀처럼 이사가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한국에는 많은 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와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상 직업선택의 자유가 없다. 1980년대 후반 노동운동의 성과로 국내노동자의 임금이 증가하자 정부는 1988년 올림픽과 발맞추어 외국인의 입국비자조건을 크게 완화함으로써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들어오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도 모자라자 1991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한다. 이 제도가 많은 문제를 일으키자 2004년에 들어서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 하지만 이 고용허가제도 3년 체류 후, 일년 간 출국 후 다시 입국을 허용하는 제도이며, 3년 체류기간중 고용자의 허가를 얻어야만 최대 3번 사업장을 옮길수 있다는 면에서 사실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크게 침해하는 제도다. 

 한국은 문화를 수입하는데서도 매우 차별적이다. 보통 문화나 가치의 중심이되는 사물이나 개념에 먼저 명칭이 붙고 대비되거나 새로운 것은 뭔가를 앞에 붙여 명명되기 마련이다. 영어는 북쪽에서 생긴 언어이니 북극(arctic)이 먼저가 남극은 그 반대의 의미로(antarctic)이 된게 그 예다. 하지만 한국은 신기하게도 자신의 문화에 한복, 한식, 한의사등의 '한' 명칭을 붙인다. 본디라면 옷, 음식, 의사로 끝나야하는 명칭이지만 과거 개화기에 서구의 것에 양자를 붙이며 그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렇게 되었다. 매우 이상한 형태다. 한국인은 특이하게도 한복을 전혀 입지않으며 결혼식에서도 여성만이 한복을 입게 한다. 여기서도 왜곡이 느껴진다. 또한 한국인은 이탈리아 국수인 스파게나 파스타, 피자등에는 그들의 용어를 그대로 수입해 쓴다. 국내에 대체할만한 충분한 용어가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베트남 쌀국수는 퍼라는 고유용어가 있음에도 쌀국수라는 명칭을 굳이 사용한다. 베트남이 유럽국가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문화의 수용에는 6단계가 있다고 한다. 

1단계는 차이를 거부하고 자기문화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단계. 

2단계는 문화적 차이를 방어하며 우리문화만이 최고이고 다른 문화는 무시하는 단계

3단계는 최소화로 문화적 차이를 사소한 것으로 여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부분만을 강조해 차이를 신경쓰지 않는 단계다. 

 여기까지가 민족중심적인 수준의 단계로 한국은 2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4단계는 수용의 단계로 자신의 문화를 여러문화중 하나로 생각하고 다른 문화에 큰 관심을 갖는 단계이다.

5단계는 적응의 단계로, 다른문화에 감정이입하여 다른문화의 관점을 수용하고 그 문화권에서 그 문화에 맞게 올바르게 행동하는 단계다.

6단계는 통합으로 주어진 상황에 따라 여러 문화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늘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가질수 있는 단계다. 

 한국의 다문화교육은 사실상 2단계에 해당하는 교육이다. 국내에 들어온 여러나라의 문화를 대등하게 여기기보다는 한국문화와 언어로의 적응을 돕는, 즉, 통합시키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문화상황에서는 자국문화도 다문화의 하나로 여겨져야하지만 한국의 다문화교육에서는 명백히 한국의 문화와 언어가 지배적인 것으로 습득하고 받아들여져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주민의 그것과 평등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미 유럽국가들은 상호문화교육이라는 명칭으로 한국다문화교육 스타일의 언어교수와 적응위주의 교육을 버리고 상호문화적 태도로 대등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에는 상호문화도시 프로그램이란게 있다. 상호문화도시는 상이한 국적, 출신, 언어, 종교,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 이루어지며, 이 도시의 정치지도자와 시민들은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그것을 자원으로 여겨야한다. 상호문화도시로 선정되려면 엄격한 지표를 통과해야하는데 도시에 다른 문화, 민족, 소수자 배경의 학부모를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지,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장려하는지, 이들에게 행정서비스면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헌장이나 문서가 있는지, 선출된 정치인의 민족적 배경이 도시의 인구구성을 반영하는지 등이다. 대부분 유럽국가의 도시가 선정되나 일본도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이에 해당할만한 도시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제도시인 서울이나 외국인이 많이 사는 안산이 해당될만하지만 그저 외국인 수만 많은게 아닐까 싶다. 다문화의 정의와 한국인의 인식수준까지 모두 되짚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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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0-11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제시대 해외 이주민 숫자를 보면 정말 놀라워요. 그만큼 살기 힘들었다는 얘기겠죠. 식민지 시절을 겪었고, 군사독재 시절을 겪으면서 무조건 단결 문화를 강조해서인지 민족주의에 대한 신념이 너무 강한게 우리나라죠. 여기엔 역사교육의 책임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고요. 한국이 세계 속에서 차지한 위치나 지금의 시대를 생각한다면 이런 의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렇게 많이 되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갈길이 머네요.

닷슈 2021-10-12 21:34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으로 많이 공감합니다. 교육이 중요하고, 현재 산업화 이후 한국의 경제력과 문화적 파급력이 정점에 달한 지금일수록 상호문화교육이 중요하단 생각입니다.
 
교사교육과정 - 교육과정 개발자로서 교사
교사교육과정연구회 지음 / 기역(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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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먼 과거에 교사에게 수업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맡은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기도 했고 국가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교과서로 잘 전달하고 암기시키는게 중요임무였다. 그래서 당시 교사들은 수업을 재밌게 잘 하기보다는 학습내용을 잘 정리해서 제시하거나 그 결과로 아이들이 시험점수를 잘 받는걸 중요시했다. 과거 선생님들이 이렇다할 설명없이 교과서 내용을 정리한 걸 잔뜩 판서한 후 아이들이 노트에 베껴쓰게 하거나 자신이 직접 제작한 궤도 같은 걸 보여주며 수업하는게 그 예다. 

 시간이 좀 지나 90년대 정도 들어서면서 열린교육의 등장과 함께 수업을 재밌게 하는것이 중시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설명이라걸 좀 하기 시작했고, 재미를 위해 다양한 동기유발 게임이나 노래, 영상등이 마구 등장했다. 하지만 수업은 여전히 교과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식도 여전히 주입식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교과서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등장한다. 교과서 재구성이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교사들은 인디스쿨등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교과서를 재구성한 학습자료를 공유활용하기 시작한다. 교과서의 재미없는 활동을 더 재미난 학습지와 활동으로 대체하고 교과서내용도 바꿔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국가에서 제시하는 교육과정 자체를 넘어서진 못했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 혁신교육의 등장과 함께 국가교육과정을 넘어서고, 지역과 학교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 디자인 또는 재구성의 붐이 일게 된다. 교사는 이제 지식의 전달자에서 수업을 재밌게 하는 사람, 그리고 교과서를 재구성하는 자를 넘어 교육과정을 만드는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아직 모든 교과가 국가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으로 묶여있지만 그래도 교사에게 교육전권이 주어지는 부분도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경기도교육청에서 올해부터 실시한 학교자율과정이다. 학교자율과정은 교과의 20%시수정도를 교사가 아이들과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제시한 장치다. 창의적 체험활동과는 달리 교과교육과정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교사를 교육과정의 제작자로 인정하고 그 시작을 연 시도로 매우 의미있는 시도다.

 이처럼 미래에 한국의 교사들은 각자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해야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사회에서는 학생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시되고 그 배양을 위해서는 단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의거한 지식전달보다는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이나 시도로 실제 역량을 배양하는 수준으로 교육과정을 기획해야하기 때문이다. 미래사회에서는 교육이 다양화하고 개별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시일내에 거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육용 인공지능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고 학생들이 이를 통해 교과지식을 개별적으로 수준에 따라 습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식전달자로서 매우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한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칠수 밖에 없고, 시간 투여도 매우 적을수밖에 없는 지금의 교사중심지식전달 수업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경쟁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미래 교사역할은 무엇일까? 지식전달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교사는 보다 고급지식을 구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인공지능에 따른 학생의 지식습득정도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지식을 습득한 정도를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혹은 모둠별로 역량을 배양할수 있는 실제적 문제해결과정을 갖는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지역과 학교의 특성, 그리고 학생의 특성과 흥미,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교사별 교육과정이 될 것이다. 

 교사가 교사별교육과정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는 3가지 고려요소가 있다. 

하나는 출발점, 하나는 크기, 하나는 행위다. 출발점은 환경과 내용, 학생이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구성함에 있어 주변환경(아마도 지역적 특성이나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게 되고, 국가수준에서 제공하는 성취기준이라는 교육내용도 고려한다. 그리고 이 내용이 학생의 흥미와 적성, 그리고 학생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고려하게 된다. 이게 출발점이다.

 크기는 그 교육과정의 크기다. 만약 교사가 학생의 흥미 그리고 주변환경, 교육내용을 모두 고려해 학생이 거주하며 맞닥뜨리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을 얼마나 오랫동안 운영하도록 기획하는지가 크기다. 이 프로젝트는 일주일이 될 수도 있고 일개월 혹은 한학기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은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교사의 행위다. 교사는 구성한 교육과정의 의도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조직해야하는데 여기서 선택, 조정, 창조를 할수 있다. 선택은 기존에 교사커뮤니티나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장학자료중 적합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고, 조정은 기존의 자료를 학생과 학교. 지역, 교사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변형하는 것이며 창조는 자료를 교사가 새로 개발해내는 것이다. 

 교사가 스스로 구성한 교사교육과정개발은 이런 출발점과 크기, 행위로 구성된 3차원 입방체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 위에서 언급한 마을의 문제해결 프로젝트는 출발점이 환경이고 ,크기는 이 개월이며, 학습내용을 교사가 새로 만들었다면 창조에 해당한다. 책에는 이런 관점에서 초등교사들이 다양한 크기와 출발점, 행위로 실천한 교사교육과정의 예가 실려있다. 예가 너무많다보니 이론적 내용이 좀 적다는게 이 책의 단점이다. 물론 구체적 예를 더 많이 원한다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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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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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정말 대단했고, 이후에 나온 종의 기원은 좀 아쉬웠다. 그리고 완전한 행복이다. 이 책은 아마도 한국사회를 경악시켰던 고유정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하다. 살해방법이나 사건등은 다르지만 여러모로 비슷한 느낌이다.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죽인 방법이나 새엄마가 살해범이라는 점등에서 그렇다.

 책은 500쪽 가깝게 되지만 만 하루 만에 빠져들어 읽었다. 어제밤과 오늘 오후에 나누어 읽었는데 분위기가 제법 무서워 책을 읽던 어젯밤에는 밤이 더 무서워지기전에 책을 덮어야 했다. 하여튼 난 겁이 많다. 

 이야기는 두 이혼남녀가 러시아에서 만나며 시작된다. 차은호는 고교 생물교사로 최근 이혼했다. 아들 노아가 있는데 전처는 아들마저 내버려두고 다른 나라로 떠나버렸다. 그는 마음을 추스리고자 러시아 여행을 계획했고 바이칼호로 친구 진우와 같이 향한다. 그 바이칼에서 유나를 만난다. 공교롭게도 그녀역시 이혼녀였고 이제 경우 1주일이 지난 상태였다. 은호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고 한국에 돌아와 유나와 결혼한다.

 유나에겐 지유란 딸이 있었다. 은호는 아내가 사랑스러웠지만 아내는 가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무척 신경질적이 되었고 남편인 자신을 폭행하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아내를 사랑했고 무엇보다도 두번째 결혼마저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 노아를 돌봐주던 어머니가 노아의 양육을 자신들에게 넘기며 사단이 난다. 아내는 그걸 원치 않았고, 노아는 천식이 심했으며 아픈 몸에도 축구를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였다. 

 어머니와 노아, 그리고 지유, 아내 유나와 타운하우스인 집에서 모두 잠든 다음 날, 은호는 깨면서 노아를 발견하고 아들이 죽어있음을 알게 된다. 모두가 슬퍼하지만 은호는 살인의혹을 받게 된다.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깔려죽어 질식사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잠자리가 그토록 민감하던 은호는 유독 아들 노아가 죽던 날 밤은 그 난리가 나는 상황이었음에도 쥐죽은듯 잠만잤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리고 은호는 과거 유나의 남편이었던 준영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준영의 여동생인 민영을 통해 알게 된다. 거기에 놀랍게도 준영은 아내 유나의 언니인 재인과 오래도록 아는 사이였다. 그리고 아내 유나의 충격적인 과거도 알게된다. 아내의 과거 남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변을 당했던 것. 여기에 유나의 언니 재인도 민영 및 은호의 친구 진우와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이상했던 기억들이 하나하나 맞춰지게 된다. 이는 매우 끔찍한 일이었다. 

 공포스릴러 장르 작가인 정유정 작가의 신작인 만큼 매우 전개가 빠르게 재미났다. 7년의 밤만큼은 아니지만 전작 종의 기원보다 확실히 나은 작품이며 상당히 흡인력이 있고 공포스러우며, 악한 인간에 대한 묘사가 잘 이루어진듯 하다. 다만 악한 인간이 지나친 사이코패스이다보니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건 좀 아쉬운 대목이다. 사이코패스를 악한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딱히 이유가 필요치 않고, 악함을 마음껏 발산할수 있다는 면에선 좋지만 그 악함이 공감이 되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약점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좋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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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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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늘 아쉬웠다. 액션 장면이 뭔가 좀 아쉽고, 컴퓨터 그래픽도 그렇고, 돈이 없는 건 알겠지만 규모의 힘도 부족했다.(일단 단위가 다르다. 미국은 블록버스터라 하면 천에서 이천억을, 한국은 같은 개념에 백억에서 이백억을 쓴다) 자동차를 시원하게 터뜨리고 박살내야하는데 그냥 크게 찌그러뜨리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킹덤과 오징어 게임을 보며 그런 불식이 사라졌다. 킹덤 같은 경우 그냥 헐리우드에서 만든 것 같아서 그쪽 기술진과 제작진이 상당부분 투입된줄 알았다. 알고보니 킹덤도 그렇고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넷플릭스는 돈만 댔다고 한다. 그렇다. 어설펐던건 실력이 아니라 제작비였던 것이다.

 넷플릭스가 3-4년전부터 아시아시장의 교두보로 한국을 지목하고 제작비를 대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들의 안목은 상당히 정확했는데 한국에서 투자하는 것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대박을 치니 웃음이 아마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내년에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데 그래서 한국 지상파방송사와 대형영화사 및 기획사들은 자칫하면 한국이 하청업체로 전락할까 상당히 긴장하는 느낌이다. 실제 그들은 돈만 대주고 제작비만 줄뿐 저작권과 관련 수입을 모두 가져간다. 새롭고 적절한 균형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문화가 퍼지는데 더 큰 순풍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김초엽의 이 책을 보면서 이걸 넷플릭스가 영화화하면 참 잘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처럼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도 어설프게 영화로 만들면 안타까워진다. 하여튼 그만큼 이 책은 소재도 재밌고 흡입력이 있었다.

 과학소설 장르 작가인만큼 이번에도 그러한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22세기의 한국이고 재건 60주년을 맞은 시점이다. 재건이라함은 전세계적 재앙이 과거에 있었다는 것인데 '더스트 폴'이란 재앙이 21세기 중반에 일어났다. 21세기 중반 온난화로 인한 지구위기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소에서는 마치 영화 트랜센던스에 나오는 것처럼 자가증식 나노로봇을 이용해 지구 환경을 치유할 연구를 하고 있었다. 자가증식 로봇의 크기를 줄이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 이 로봇들이 통제를 벗어나자 마치 세월호의 선원들처럼 연구원들은 이성을 잃고 안전장치도 하지 않은체 자리를 이탈하고 많다. 그 덕에 이 자가증식 나노봇이 전세계로 퍼진다. 이게 마치 극도로 독한 초미세먼지같은 역할을 했고 그래서 더스트 폴이란 명칭이 붙었다.

 더스트 폴 이후 불과 몇 달만에 전세계가 더스트로 뒤덮인다. 인간은 물론 모두 동식물이 죽음을 맞는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발빠르게 거주지를 돔으로 덮기 시작했다. 견고한 돔을 씌운 도시는 오래 버틸수 있었고, 어설픈 돔만 있었던 공동체들을 멸망한다. 그리고 인간중 이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사람들도 발견된다. 이들은 실험대상이 되기도 하고, 공포의 대상이기도 해 탄압받고 포획의 대상이 된다. 

 돔으로 쌓인 대도시는 모든 물자가 부족했기에 돔의 사람들은 사냥꾼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폐허가 된 도시에서 물건을 약탈했다. 더스트가 미생물마져 사멸시켰는지 죽은 사람과 동식물의 사체는 좀처럼 부패하지 않았다. 강한 내성으로 인한 연구소에 갇혀 모진 생체실험을 당하던 아마라와 나오미 남매는 연구소가 공격 받는 틈을 타서 탈출한다. 연구소의 호버크래프트를 하나 탈취해 여기저기 떠돌던 그들은 마을에서 물자를 얻고 교환하고, 가장 허름한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사람이 머물면 반드시 티가 나기에 한 곳에서 열흘이상 머무르지 않았다.

 이 같은 긴장된 떠돌이 생활에 신물이 난 그들은 프림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더스트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돔없이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것. 동생 나오미는 더스트 내성이 강했지만 내성이 미약한 언니 아마라 때문이라도 그들은 프림이 필요했다. 프림을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그들은 마을에 자리한 온실에 놀란다. 온실에서는 레이첼이란 과학자가 온갖 식물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놀랍게도 이미 절멸한 과거의 식물들도 재배시킬수 있었으며 그녀가 프림을 둘러싼 숲을 조성한 덕에 마을을 더스트로부터 안전했다. 레이첼은 더스트 분해제도 제조할수 있었으며 이런 레이첼과는 지수라는 정비공만이 교류하고 물자를 얻어냈다. 

 아마라와 나오미는 프림에서 몇년간 안정과 평화를 얻지만 곧 프림의 존재도 외부에 알려지고 침입자들이 침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스트 폭풍이 프림을 덮친다. 이 더스트 폭풍은 매우 강력해 견고한 돔을 갖고 있던 도시들도 이것에 의해 수차례 붕괴된바가 있었다. 지수는 이 더스트를 막기 위해 레이첼로부터 한 식물을 얻어낸다. 레이첼이 만들어낸 식물 모스바나다. 잡초류를 섞어 만들어낸 이 모스바나는 더스트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었고 잡초답게 순식간에 무성하게 자라났다. 마침 모든 생명체가 절멸하고 썩지도 않은 상황이라 모스바나는 심자마자 수일만에 마을전체를 뒤덮을 만큼 무성하게 자라나 더스트 폭풍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낸다. 

 하지만 모스바나는 역으로 마을 토양에 침투해 농작물의 생장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런 불안과 모스바나의 등장은 마을사람들에게 변화를 야기한다. 모스바나의 더스트 제거 효과를 목도한 이들은 이걸 돔 사람들과 교환하고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부는 경험적으로 그들은 그걸 약탈만 하고 이곳을 결국 파괴할 거라고 말한다. 결국 사냥꾼들의 대규모 침공이 시작되고 프림은 붕괴된다. 지수는 미리 준비한 분해제와 모스바나및 여러 식물의 씨앗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드론이 대신 싸워주는 동안 모두는 탈주한다.

 그리고 디스어셈블러라는 장치가 만들어져 더스트는 제거되고 세계는 평화를 찾는다. 한국의 식물연구소원 아영은 해월이라는 도시에서 모스바나가 이상 번식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더스트시대 무성했지만 지금은 경쟁에 밀려 그냥 평범한 식물이 된 모스바나의 이상 번식은 의례적이었다. 거기에 그곳의 모스바나에선 푸른 빛이 띄었다고 한다. 아영은 이를 어릴적 본적이 있었다. 이상한 기분으로 아영이 해월로 향하면 비로소 과거의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없다면 처럼 이 책 역시 매우 재미나고 상상력이 기발했다. 오히려 전작보다 좀더 지구배경으로 펼쳐져 현실성이 있었다. 다음작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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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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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구석 미술관이 시리즈가 생각보다 크게 성공해서인지 비슷한 책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도 그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예술전문가가 자기 나름대로 범주를 분류해서 관심있거나 재밌어 보이는 작가의 작품 일부를 소개하는 형식이다. 그러면서 역사적 배경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 예술적 사조와, 예술 기법등이 약간 소개되는 정도다. 가볍게 읽기 좋은 수준이다.

 기묘한 미술관이라는 책에서는 범주로 취향, 지식, 아름다움, 죽음, 비밀을 다룬다. 새롭게 알게 된 점과 특이한 점을 소개한다. 모나리자는 매우 유명한 그림이고 루브르에서도 이걸 아주 짧은 시간을 보기 위해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상상이지만 만약 지금 경매에 나온다면 그 가치를 무려 40조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그림이 처음부터 인기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모나리자가 유명해진 것은 도난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건으로 그림은 무려 2년을 떠돌아다닌다. 그리고 지금은 상상할수 없지만 과거 모나리자는 외국에 순방전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한번은 염산테러 마지막인 1974년 일본에서는 붉은 물감 테러가 있었다. 이런 기묘한 사건들이 중첩되 노이즈 마케팅을 일으켰고 그림 자체의 가치와 더불어 가치가 크게 선순환해 상승한게 지금의 모나리자다. 

 조토 디본도네라는 작가는 르네상스를 이끈 화가로 유명하다. 그는 어떤 감정이나 표정도 없던 과거의 종교화와 역사화에 감정과 표현 행동을 강하게 불어넣어 차별성을 두었다. 그의 작품 '통곡'에는 예수의 죽음에 주변 인물들과 하늘의 천사들이 오열하고 절망하는 표정이 잘 나타난다. 재밌는 이야기로 조토가 살아가던 당시 파란색은 금보다도 비싼 색이었다. 과거 종교화에서는 성인의 아우라를 나타내기 위해 금동전을 얇게 두드려 직접 입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 가격의 절반 가량이 금값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빛의 색을 금색에서 파란색으로 인식변화가 일어나게 되었고, 파란색이 아프간 지역에서만 채취되는 울트라마린이란 돌에서만 나왔기에 파란색이 무척 비싸졌다. 왕가, 종교, 귀족가문의 푸른색 경쟁이 붙어 당시 울트라 마린은 금값보다 비싸졌다.

 렘브란트는 젊어서 무척 성공한 화가였는데 자화상을 많이 그린 그의 젊어서 자화상에서 이런 모습이 매우 잘 느껴찐다. 하지만 우리에게 유명한 그의 '야경' 그림 때문에 렘브란트의 팔자가 뒤바뀐다. 야경을 의뢰한 사람들은 마치 저녁같은 그림 풍경에 비겁한 기습을 연상했고, 그림에 나타난 인물의 하이라이트와 크기에 불만이 많았다. 결국 이 일로 램브렌트의 평판이 크게 하락했고 이러한 쓸쓸한 말년은 역시 그의 늙어서의 자화상에 잘 드러난다. 렘브판트는 특이하게도 도살한 소의 사체를 그렸는데 역시나 빛과 어둠이 대비된 이 그림은 그의 쓸쓸한 말년 심정이 반영될 결과라는게 저자의 해석이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는 고대부터 중세까지의 대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 여성이 한명 있다. 최초의 여성철학자 히파티아다. 히파티아는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아버지에게 어려서부터 가르침을 받았고, 수학과 신플라톤주의에 뛰어났다. 미모도 대단해 뭇 남성들에게 청혼도 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거주하던 알렉산드리아에 기독교 열풍이 불어닥치고 현실적이던 행정관과 주교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다. 행정관에 주로 조언을 하던 히파티아에 불만을 가진 주교는 히파티아를 광신도 무리와 함께 죽인다. 조개껍데기로 살을 찢고 화형시켰으니 증오가 엄청났었던듯 하다. 히파티아를 악의무리나 마녀취급했던게 아닐런지.

 고야는 '악마의 연희' '수프를 먹는 두 노인', '자기 아들을 먹는 사투르누스'등의 그렸다. 그의 작품은 이런 끔찍한 그림과 왕가와 귀족을 그린 그림, 마지막으로 사회와 전쟁을 비판하는 그림으로 나뉜다. 이렇게 범주가 극단적인 것은 그의 삶때문이다. 고야는 궁정화가였고 그렇게 오래 생활했기에 왕가와 귀족의 그림이 많다. 하지만 나이들어 왕가가 몰락한 후 사회에 나와 사회 비판적은 그림과 침략을 비판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끔찍한 그림들은 그의 집에 젋어서부터 오랬동안 그의 방안을 둘러싸 매일 보며 보관한 것이다. 고야는 자신의 이중적 생활과 내면을 이런 끔찍한 그림으로 반영한게 아닌가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엔 다양한 주제와 재밌는 그림, 화가들로 가득찼다. 힐링하면서 가볍게 볼수 있고, 지식도 적잖게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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