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당신의 문해력 (워크북 포함 한정판) - 공부의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힘 EBS 당신의 문해력 시리즈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 기획, 김윤정 글 / EBS BOOKS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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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세종대왕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두어 세계에서 유래없이 만든 이가 분명하고 가장 최신기술이 적용된 첨단 문자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문맹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며 알파벳이 적어 문자자체를 배우는데 걸리는 시간도 무척 짧다. 하지만 글을 단순히 기호로 읽을 수 없는 문맹과 그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문해력 차이의 간극은 크다. 특히, 우리는 한글이 배우기 쉽다는 점과 글을 읽는 것을 숭상하는 오랜 문화 속에 이 문해력이라는 부분을 많이 간과하며 살아왔다. 

 사실 냉정히 한국인의 문해력은 다른 여타 비슷한 수준의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한국의 기업 10곳 중 무려 6곳은 20-30대 젊은이들이 국어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보고서나 기획안등 문서능력이 가장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회의 및 토론, 발표능력은 낫다고 한다. OECE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한국의 문해력 점수는 2000년부터 하락하가 시작하였고 특히 최하위 문해력 수준의 아동비율은 2000년 5.9%에서 2018년 15.1%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국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진단평가 결과도 심각하다. 단지 36%만이 대학교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갖고 있었고 53%는 중고생 수준, 11%는 초등학교 수준이었다. 이중에는 무려 초등1학년 수준의 글쓰기 수준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의 문해력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2000년대 들어 디지털 강국인 만큼 통신망과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동영상 및 SNS의 사용량이 급증한 것과 관련한다. 실제로 10대의 일일 평균 동영상 시청시간은 2019년 151.5분에서 불과 1년 후인 2020년 189.1분으로 크게 늘어났다. 10대의 99.6%가 최근 1주일 유튜브를 시청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최초로 접촉하는 시기도 상당히 빠르다. 12개월 미만이 7.8% 만1세인 경우가 무려 45.1%에 달했다. 생후 1년만에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한국의 아이가 절반이 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며 영상이 중요한 시대다. 하지만 영상정보는 정보량이나 가치적인 측면 등 여러 면에서 문자에 비해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정보 역시 문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조사결과 한국학생의 사실과 의견 식별률은 25.6%였는데 OECD 평균은 47.4%였다. 문해력이 낮은 한국의 아이들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수록 문해력은 더욱 중요해지며 이에 세계 각국은 문해력을 상당히 중요한 역량으로 인식하고 공교육에서 책무교육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성인이 된 학생들이 자신들의 학창시절 공교육이 제대로 된 문해력 교육을 제공하지 않아 손해를 보았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놀랍게도 학생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미국 사회에 문해력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각인시킨 계기였다. 영국 역시 초1-2학년을 대상으로 문해력 교육을 강하게 실시하고 있으며 다른 유럽 각국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는 초2학년에 테스트 결과 문해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되면 리딩 리커버리를 실시한다. 매일 30분씩 1:1 개별화 수업으로 연간 90-120시간까지 문해력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시기 문해력 교육에 집중하는 것은 문해력이 다른 여타교육과와 관련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수학적 사고력이나 과학적 사고력, 혹은 예술 및 신체적 능력이 우수하더라도 교과에서 요구하는 설명이나 이론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면 해당 교과에서 부진할 수 밖에 없다. 분수의 나눗셈을 할 수 있더라도 그 문제가 분수의 나눗셈을 사용해야하는 것임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문제를 풀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기초 문해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빠르게 학습부진으로 빠져들며 자신감을 상실하고 뒤쳐지게 된다. 때문에 이 시기에 세계 각국은 공교육 차원에서 문해력을 다루는 것이다. 문해력은 놀랍게도 수명 및 소득과도 관련한다. 영국에서 문해력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평균수명이 무려 25세이상 벌어졌다. 또한 어릴적 문해력이 높은 집단은 그렇지 못한 집단에 비해 평균 연봉도 무려 200만원 이상 많았다. 문해력이 높아 학업성취도가 높고 그로 인해 좋은 직업과 좋은 소득을 갖게 되고 이것이 삶의 질과 건강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문해력을 키워주는 시기는 생각보다 무척 빠르다. 바로 신생아때다. 이 때부터 아이에게 부모가 소리를 내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어릴적부터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어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아이들은 문해력 차이를 보인다. 다음에는 생후 48개월 시기가 중요한데 이 시기 언어가 빠르게 발전하며 말문이 트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만 4세 무렵에는 자음과 모음을 소릿값으로 인식하고 조작하는 음운론적 인식을 갖춰주어야 한다. 이것이 어렵게 느껴져 아이가 글자를 통으로 접근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아이가 글자를 통으로 외우게 되어 가방의 가와 가게의 가 글자가 엄연히 같음에도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음운론적 인식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는 말놀이가 있다. 거꾸로 말하기 놀이가 있는데 거꾸로 말하며 머릿속에서 글자를 한자한자 뒤짚게 되므로 글자의 소리를 인식하게 된다. 잰말놀이는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을 말하는 것으로 간장공장공장장을 생각하면 된다. 의성어-의태어놀이는 소리를 말하고 그것을 맞추는 놀이다. 칙칙폭폭을 말하고 기차임을 맞추는 것이다. 

 문해력이 떨어지고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의 경우 책 읽기를 매우 어려워한다. 이 경우 읽어주는 방법으로는 흥미를 일으켜주는 방법이 있다. 책의 제목이나 표지의 그림을 보고 내용을 유추해보고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는 방법이다. 다음은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와 책을 읽으며 대부분 무엇을 가르쳐주는 교수적 발화를 많이 한다. 하지만 답이 없는 질문을 던져 아이와 의사소통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글보다는 그림에 집중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어줄때 부모는 글을 보지만 아이는 그림을 본다. 이것이 반복되어 아이가 그림책에 충분히 익숙해지면 그제서야 글을 보며 소리를 인식한다. 

 초등1년이 되어도 소릿값을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글자를 음절로 분절하는 것이다. 정을 저와 c 으로 그리고 다시 붙이기를 하면서 소릿값을 익히는 것이다. 첫소리가 같은 글자 찾기도 좋다. 가구, 가방, 가게 등이다. 글자수 확인하기도 있다. 2음절부터 시작해 학교면 박수를 두 번, 골짜기면 세번이다. 마지막은 글자의 소릿값을 확인하는 것으로 글자마다 소릿값을 확실히 익히는 것이다. 

 기초문해력은 다섯가지 요소가 있다. 소릿값의 이해, 소릿값과 철자를 연결하는 파닉스 익히기, 어휘력, 유창성, 독해능력이다. 그리고 이중 문해력과 가장 연관이 깊은 것이 어휘력이다. 때문에 어휘학습법이 중요하다 어휘학습법으로는 문장의 빈칸에 적절한 단어를 넣어보기, 배운 단어를 활용한 한 문장 쓰기 연습, 학습에 꼭 필요한 학습도구어의 공부, 유의어 반의어를 활용해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있다. 

 이처럼 문해력은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문해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런 저런 다른 것에 판단을 맡길 가능성이 높기에 더욱 중요해진다. 공교육과 각 가정에서 문해력에 관심을 갖고 주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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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리커버 특별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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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편모음집이면서도 그렇지가 않다. 이유는 매 단편마다 공통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고 그가 하는 짓도 매우 일관되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사건전개와 결말마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인 신경정신의학과 의사인 이라부다. 이라부가 근무하는 병원 이름도 이라부 병원인데 이라부의 아버지가 아무래도 병원장인 듯하다. 이렇게 금수저인 이라부는 무려 100kg에 달하는 거구고 마유미라는 야시시한 의상을 자랑하는 간호사를 데리고 있다. 이 간호사는 주사를 무척 아프게 놓는데 맞는 환자가 남자인 경우 그의 복장에 얼이 빠져 통증도 있고 맞고만 만다. 

 이라부자체도 매우 이상한 성격이다. 모든 환자에게 비타민 주사를 맞추려하고 그걸 보며 쾌감을 느낀다. 거기에 환자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다. 환자들은 하나같이 마지못해 이라부에 휘둘려 그걸 해준다. 심지어 프로야구 선수가 일개 의사와 캐치볼을 해준다. 이라부의 성격은 매우 이상하고 제멋대로인데 사람들은 이런 이라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나같이 그의 의도대로 놀아난다. 이라부는 묘한 성격고 간혹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으로 사람을 조종한다.

 매화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강박증이 있다. 하긴 그러니 신경정신과를 찾아가겠지. 첫 장의 환자는 야쿠자인데 어느 날 날카로운 물건을 두려워하게 되어 고민한다. 야쿠자는 자신이 칼을 쓰거나 칼을 쓰는 상대를 반드시 만나게 되니 낭패가 아닐수 없다. 이라부는 날카로움을 두려워하는 야쿠자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마구잡이로 주사를 놓는다. 적응시킨다는 이유라나. 그는 항상 칼을 갖고 다니는 경쟁야쿠자와 갈등을 빚게 되는데 이라부가 진단해보니 그 야쿠자는 칼이 없으면 불안한 강박증환자였다. 

 이라부의 친구인 다쓰로는 같은 의사다. 문제는 다쓰로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의국의장이자 장인인 노무라의 존재다.  그는 가발로 대머리를 숨기고 있는데 누가봐도 티가 난다. 문제는 이걸 본인만 모른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다쓰로는 이 범접할수 없는 존재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 참을수가 없어진다. 

 한 서커스단의 고참은 공연의 대가다. 무엇하나 못하는게 없는 그는 언젠가터 가장 쉬운 공중그네를 할 수 없게 된다. 파트너가 바뀌고서 부터인데 그녀석이 자신의 위치를 시기해 일부러 잡지 않는 것이란 생각에 주먹으로 때리게 된다. 

 여성 소설가도 나온다. 그녀는 날카로운 연애심리를 문장으로 잘 드러내 인기를 끈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오랜 기간 준비해서 쓴 역작이 고작 3만부밖에 팔리지 않자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누가봐도 잘 쓴 작품이었고 평단에서도 호평을 얻었지만 그 실패 이후 작가는 구토증세마저 나타난다. 

 한 프로야구 선수는 3루수인데 갑자기 공을 못던지게 된다. 뛰어난 신인이 등장하고서부터인데 그는 그 풋내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을 못던지는건 점점 심해져 이젠 기본적인 송구마저 폭투로 이어지게 된다. 

 이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마음이 약하고 이로 인해 강박이 생겨난다. 인습이나 전통으로 인해 고통받기도 하고 경쟁자가 나타나 그렇게 되기도 한다. 이라부는 이런 모습을 정확히 잡아내고 그만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치유로 유도한다. 물론 이라부가 그리 전문적이진 않다. 간혹 날카로운 말을 하긴 하지만 그보단 이라부는 오히려 의뢰인의 직업세계에 빠지는걸 즐긴다. 야구선수가 오자 갑자기 야구를 하려하고 서커스 단원이 오자 공중그네를 타려하며 소설가가 오자 등단하려는 등의 행동이다. 사람들은 이런 이라부에 휘둘리며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동참하기도 하고 이라부의 말을 들으며 알면서도 다루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기도 한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매우 유쾌한다. 전적으로 이라부라는 캐릭터, 그리고 환자들이 그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개연성이 없기도 한데. 그리 큰 흠은 아니며 재밌게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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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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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모를만하다. 물론 성체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사람이 비하면 훨씬 짧겠지만 그 생체시계가 생물마다 다를뿐더러, 무려 아가미호흡을 하는 수생생물에서 육상생활이 가능한 폐호흡을 하는 양서류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사람은 슥 보면 단지 그냥 커지기만 하는 것이기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어른이 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고 나의 뇌가 학습과 경험, 호르몬으로 인해 엄청나게 변화하는 만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며 반드시 잊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아동시절, 그 기억과 감정에서 멀어지고 만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어린 시절 이해할수 없었던 어른들의 언행은 기억난다. 자신들도 얼마전까지 만해도 어린이였으면서 어째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토록 모르고 이해하지 못할까, 다 바보가 아닐까, 어른이 되서 더 어려진거 아니야? 분명해 보이는데 어떻게 저렇게 더 나쁜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지 등등.......아마 내주변의 아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어른인 나를 바라보았을 뜻 한데, 그걸 생각하면 기분이 착잡해진다.

 그래도 희망스럽게 모든 어른이 망각의 늪에 빠지는건 아니다. 어린이라는 세계의 저자 김소영은 대단하게도 자신이 어렸을 때의 기억을 갖고 아이들을 대하며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덩달아 나 자신도 수면아래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아이의 마음을 약간 되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책의 위력일 것이다. 

 모든 장이 하나하나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작음을 언급하면서 아이는 어른보다 두 눈사이가 좁아 크기를 어른 만큼 잘 인지하지 못하기에 세상을 보는 시선과 크기 감각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어린이가 작기도 하지만 뭐든 상당히 커보이고 기묘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작은 곳을 찾아 도무지 못들어 갈만한데도 기어이 들어가 숨는다. 그리고 그런 감각이기에 여기저기 잘 부딪히고 사고도 잘친다. 우린 이런걸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노키즈존에도 분노했다. 물론 영업장소에서 아이들은 떠들수 있고 이걸 제대로 제지 하지 않는 몰지각한 부모들이 있다. 그리고 영업장 사장에게 이는 장사에 분명 방해가 되는 행동일 것이다. 사장은 이해하더라도 다른 손님은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과 그 부모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돈을 받는 장소에서조차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일반식당에서 고성방가를 하는 다른 어른들에 대한 제지는 좀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걸 차별행위라 생각한다.

 어린이 날에 대한 생각은 학교현장과 정부관계자가 귀담아 들을 말이라 생각한다. 방정환은 어린이날을 제정하며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게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초기 어린이날은 그 해방의 뜻을 기려 노동자의 해방날이 노동절과 같은 5월1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진정 해방되고 대접받고 무엇보다 즐기는지 의문이다. 그저 선물 한 두개와 약간의 행사, 그리고 사정이 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자신의 자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할 뿐이다. 의외로 공공이 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저자는 몇가지 제안을 한다. 먼저 어런이들이 어린이날 마음껏 즐길수 있게 전국의 모든 놀이시설점검을 3월에 끝마치고 4월에 보수한다. 모든 지자체는 어린이가 즐길 축제나 공연의 장을 마련한다. 반응이 매우 좋고 성공적인 것은 전국구화한다. 방송에서는 하루종일 어린이 중심의 방송을 한다. 만화 몇개 틀어주는 걸러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도 모두 어린이 중심, 그리고 뉴스마저도 어린이 중심의 기사와 어린이가 쓰는 풀어주는 용어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어린이날엔 모든 사람이 국가에서 준비한 어린이날 기념 뱃지를 단다. 어린이날을 축하해주고 모든 어른이 만나는 어린이를 대접해주자는 뜻이다. 더불어 어린이 중심의 행사를 하다보면 노인정처럼 어린이회관 같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의외로 어린이만을 위한 장소를 한국에 별로 없다. 

 어린이들은 재밌고 엉뚱하다. 목이 버섯을 모기버섯으로 알아들어 이름만큼 끔찍하고 생긴 것도 별로라 안 먹는 아이, 학교급식으로 나온 곤드레나물을 드래곤 나물로 기억하는 아이, 참그래커의 의 아래아자를 착각해 촘크래커로 알고 있는 아이, 흑설탕이 흙으로 만든 설탕인줄 알고 안먹는 아이도 있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사회가 어린이를 존중하고 대접하며 정말 해방시켰는지 의문이 드는 면이 많다. 저자는 이렇게 아이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출산율을 늘리고자 하는 행위자체가 모순된다고 말한다. 크게 공감하는 말이며 주변의 어린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고 자신 안에 아직 숨어 있을 어린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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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6 15: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21년 서재의 달인 추카 합니다 ^ㅅ^

그레이스 2021-12-16 15:28   좋아요 2 | URL
닷슈님
저도 축하드려요 ~!

닷슈 2021-12-16 18:11   좋아요 1 | URL
감사하고 역시 축하드립니다.

쎄인트saint 2021-12-16 15: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12-16 18:12   좋아요 1 | URL
쎄인트님도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1-12-16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21 서재의 달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12-16 18:12   좋아요 1 | URL
역시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1-12-16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무지 축하드립니다 ~

이하라 2021-12-16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연말 되세요^^

닷슈 2021-12-16 18: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님도 축하드립니다.

얄라알라 2021-12-16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황금 메달,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12-16 18:13   좋아요 1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12-16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과 좋은 하루 되세요.^^

닷슈 2021-12-17 09:51   좋아요 1 | URL
서니님 축하드려요

곰탱이 2021-12-16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서재의 달인 대박 ㅎㅎ

닷슈 2021-12-16 18: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강나루 2021-12-16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서재의 달인 축하해요^^

닷슈 2021-12-17 09: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축하드려요

크리스티나 2021-12-16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thkang1001 2021-12-16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21 서재의 달인!‘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scott 2022-01-07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ㅅ^

닷슈 2022-01-07 17:49   좋아요 2 | URL
감사하고 저도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2-01-07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저도 축하드립니다 ~

닷슈 2022-01-07 17:49   좋아요 2 | URL
항상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01-07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새해 기쁘게 시작하시고 즐거운 주말되세요^^

닷슈 2022-01-07 22:3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2-01-07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닷슈님

닷슈 2022-01-07 22: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1-07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닷슈 2022-01-07 22:3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1-07 2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닷슈 2022-01-07 22: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1-08 0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을로 걸어간 교사들, 마을교육과정을 그리다 - 혁신교육에서 미래교육까지
백윤애 외 지음 / 살림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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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개정교육과정 총론이 내년 고시된다. 얼개는 이미 나와서 돌고 있는데 이번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7차교육과정 이후 전면개정 형태가 지양되고 부분 개정을 하는 수시개정형태로 변모하였는데 노무현 정권 말기 2007개정 교육과정이 탄생했다. 이걸 이명박이 정권을 바꾸자마자 갈아엎은 것이 2009개정교육과정이고, 박근혜정권이 만든게 2015개정교육과정이다. 그리고 또 정권이 바뀌어 2022개정교육과정이 나온다. 2007에서 2009로의 급작스런 변경만 아니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최소 적용선은 지킨 셈이다. 초등6년 중고등6년을 그래도 운이 좋다면 한 교육과정으로 쭉 밟긴하기 때문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방점은 학생의 주도성과 개별성, 다양화, 그리고 전격적인 디지털 전환이다. 더이상 국가에서 주어지는 대로 교과서를 짚고나가는 진도빼기식 교육은 강력히 지양되며 학교와 지역의 특색을 살린 학교별 특색교육, 그리고 학생의 개별성과 주도성을 고려한 프로젝트 교육, 교육전반에서 디지털 소양을 갖춰나가는 교육이 강조된다. 특색과 학생의 주도성 개별성을 모두 살리는 구체적 방편으로 교사교육과정과 학교교과가 신설되며 중등의 자유학기가 초등6학년에게까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적 상황으로 보았을때 마을교육은 다음교육과정에서 더욱 중시될 것으로 생각된다. 해당학교만의 특색을 살리면서 학생의 교육이 그의 삶과 연결되고 주도성과 개별성을 모두 갖출 수 있는 방안이 마을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현장은 학교의 교육과정의 온전한 운영만으로도 힘들어 마을교육에 거의 손을 못대고 있지만 교원업무가 정상화되고 현장의 인식이 바뀌어나갈수록 마을교육은 활성화 될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시흥의 장곡중은 2010년 혁신교육 초반기에 학생중심의 교육을 실천해나가면서 마을교육과정은 자연시 시행하게 되었다. 학생중심교육에 그들의 삶의 현장인 마을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을은 자기가 살아가는 곳인 만큼 배움과 삶이 직결되고, 문제해결의 경험이 바로 이루어질수 있으며 앞으로 해당지역에서 살아갈 민주시민으로 키워지는데 필수적 그릇이다. 

 책에는 장곡중학교의 선생님들이 펼친 마을교육의 구체적 예가 나와있는데 하나하나 모두 매우 훌륭하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초등과 다르게 주제를 정해 교과통합수업을 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 성취기준과 목표가 다른 제각각의 교과들이 하나로 묶여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점은 초등과 같지만 중등의 경우 각 교과의 선생님들이 다르다는 현실적 문제가 자리한다. 초등의 경우 교사 1인이 마음만 먹으면 본인의 학급단위만으로는 교과통합수업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중등은 수명의 생각이 다른 교사를 설득해야 한다. 이후에도 문제다. 각각의 수업을 따로 해야하는 것이다. 환경관련 프로젝트 수업을 이틀에 걸쳐한다면 5-6명의 선생님들이 매시간마다 따로 들어가야한다. 일관성 있는 수업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장곡중에서는 마을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의 마을의 역사를 공부하며 지역의 오랜 우물에 주목했는데 해당 우물은 과거 마을주민들의 젖줄기 같은 역할을 했지만 근대화 이후 상수도가 보급되며 기능을 상실한 터였다. 이에 철거가 이뤄질뻔했는데 마을주민들의 반대로 남게 된것이다. 학생들은 그 역사를 조사하기도 하고 역사수업과 관련하여 마을 우물과 관련한 설화를 짓기도 하였다. 

 환경수업도 인상적이었다. 제품에는 가상수와 물발자국 개념이 있다. 가상수는 해당제품을 만드는데 소모된 물의 총량을 물발자국은 해당제품을 취득하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물의 총량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우리가 일생생활에서 얻는 여러 제품의 가상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일개 햄버거에 무려 25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단걸 알게 된다. 때문에 가상수가 적게들어가는 햄버거를 만들고 이를 시식하는 행사까지 가졌다. 미술과 연계해서는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제품별 가상수의 인포그램을 만들었다.

 마을행사도 훌륭했다. 각 학교는 학예회나 운동회 혹은 학술제나 축제를 갖고 있는 편이며 마을자체에도 여러 지자체 행사나 축제가 있다. 이를 하나로 통합해 마을의 축제로 만드는 것이다. 같은 마을의 초중고가 연합하고 지자체와 마을이 같이 한다. 마을의 자원들이 부스를 차려 학생들을 위한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은 평소 갈고 닦은 악기 연주 행사를 진행하며, 평소 마을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이 마을행사는 매우 힘든일임에도 무려 2015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이어져오고 있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해야 제대로 이어질수 있는 것이며 그래서 이들을 교육3주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교육3주체의 공통분모는 학교이며 그리고 그 학교가 소재한 마을이다. 때문에 진정한 지역의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은 마을이라는 그릇과 함께가야한다. 다음교육과정의 핵심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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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진화하면서 주변환경을 단순화하고 거기서 규칙을 찾도록 적응했다. 이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여 기회를 잡고 위험을 회피하는등 인간의 생존력을 상당히 올려주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간은 이로 인해 혼돈에 빠지기도 한다. 주변의 정보가 너무나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어지러운 상황에서 규칙을 찾는 것은 쉽지 않으며 오히려 잘못된 규칙을 찾아 낭패를 보기도 쉽상이 되었다.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며 정보의 양은 엄청나졌지만 이중 의미를 갖는, 즉 상관성이나 인과관계를 갖는 정보는 매우 소수다. 실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보는 대부분 일상의 사진이나, 영상등인데 하나하나는 모두 쓸모없는 정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사진과 영상중 앞으로의 사회를 예측할만한 경향이나 트렌드도 있긴 할것이다. 그리고 이는 무척 소수다.

 책은 여러 분야를 살피며 여러 소음들 중 제대로 된 정보인 신호를 찾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뭔가 대단한 규칙을 설파할 것 같았지만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것은 없었다. 그래서 책은 좀 중구난방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 대한 통계적 분석과 신호를 찾았던 저자의 과정을 따라가보는 것은 제법 재밌기도 했다. 여기에는 도박, 야구, 지진, 주식, 지구 온난화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한다. 

 미국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제대로 한번 망한다. 당시에는 여러 파생상품이 등장했는데 서브프라임은 B+ 등급으로 지급불응확률이 무려 20%이상에 달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수치인데 이런데도 투자를 하기 위해 미국의 금융권은 이를 쪼개는 짓거리를 감행한다. 서브프라임의 위험수치가 0.2이므로 이런 서브프라임 상품 5개를 쪼개 하나로 묶는다. 그러면 서브프라임 5개가 모두 지급불능이 되어야 이 상품이 지급불능이 되므로 위험수치는 0.2를 다섯번 곱한 수치가 되어 그 위험도가 통계적으로는 인상적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서브프라임 상품 5개가 모두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 부동산관련으로 매우 상관관계가 높았다. 때문에 통계적 수치와 다르게 이 상품은 매우 위험했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바와 같다. 거기에 당시 미국의 주택 매매는 총 1.7조달러라 주식시장 매매금액 40조달러에 비해 무척 작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주택을 담보로 하는 MBS거래가 무려 80조원이었다. 레버리지가 무척 컸던 셈이다. 이렇게 레버리지가 크면 아주 작은 수치의 하락에도 전체자산이 매우 위험에 빠진다. 이 두가지 요소의 신호를 읽지 못한 미국의 금융계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붕괴한다. 

 정치평론가나 전문가들도 매우 형편없는 예측을 한다. 터틀록이 15년간 조사한 바로는 정치전문가들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라고 공언한 사건의 15%가 실제 발생했다. 그리고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 사건은 25%가 발생하지 않았다. 상당히 엉터리인 셈이다. 전문가에는 두 유형이 있는데 고슴도치형과 여우형이다. 고슴도치형은 비장한 생각을 하고 세상에 대한 지배적 원칙을 선호하며 고집스럽고 질서정연한 것을 선호한다. 이들은 자신만만하지만 실제적으론 더 못한 예측을 한다. 여유형은 사소한 생각을 하고 문제해결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한다. 자기비판적이고 경험적이고 조심스럽지만 이로 인해 더 나은 예측을 많이한다. 하지만 불행이도 우리가 많이 접하고 방송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단연 고슴도치형이다. 과감하고 선정적이며 확실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여우형들은 공부를 많이 하여 학위가 높고 정보량이 많을 수록 더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고슴도치형은 정반대로가 된다. 그들은 자기 편견이 강해 정보와 학위가 강해질수록 스스로의 편견을 오히려 강화하기 때문이다. 

 기상예보도 무척 예측이 어려운 분야다. 예측이 어려운 것은 초기조건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예측 범위가 다양하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기상조건은 선형적이지 않고 지수연상으로 계산되는 항목이다. 때문에 초기 조건이 잘못되면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덧셈의 경우 1만큼 잘못 기입하면 답이 겨우 하나차이지만 지수연산의 경우는 수배, 혹은 수십배의 차이가 만들어진다. 거기에 예측해줘야하는 지역이 너무 광범위하다. 각 지역은 하나하나의 그리드로 쪼갤수 있는데 이 또한 3차원이다. 가로, 세로에 높이까지다. 해당 지역의 지형차이까지 고려하면 변수는 정말 상당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상예보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1980년대만 해도 허리케인의 상륙반경은 560km 범위로 예보되었지만 지금은 160km정도다. 때문에 경보도 더욱 빠르게 내릴수 있다. 이처럼 태풍의 이동경로는 좀 상세해졌지만 그 강도의 예측은 아직도 쉽지 않다. 

 지진의 예측은 더욱 어렵다. 그래도 기상은 육안으로 볼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땅속은 전혀 그렇지 않다. 측정할수 있는건 막상 지진이 났을때 뿐이다. 지열이나 마그마의 이동 혹은 단층의 이동등 여러가지 수치가 측정이 매우 어렵고 마땅한 방법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진이 판들의 경계 부분에서 주로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지진의 빈도와 규모의 상관관계가 반대라는 것이다. 지진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발생 빈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진도가 1커질때마다 발생건수는 1/10씩 감소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진도 7-8까지의 지진은 제법 그럴듯한 예측 곡선이 그려진다. 하지만 진도 9이상의 지진이 문제다.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진 진도 9이상의 지진을 매우 적다. 때문에 곡선이 9부분에서 급감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잘못된 신호다. 9이상의 지진도 이어지는 곡선으로 그려야한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경기예측도 어렵다. 1993년에서 2010년까지 18년간 전문가 예측 GDP성장률은 표준편차를 적용해 90%의 예측구간을 고려하여 적용하여도 무려 6번이 이 수치를 벗어났다. 그리고 이 90%예측 구간은 수치로 GDP 6.4%다. 성장률 0에서 6.4%는 대단한 불황과 큰 호황의 차이에 달한다. 경제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우선 경제통계자료만으로 인과관계 결정이 매우 어렵고, 경제는 항상 움직이므로 지금 유효한 것이 향후 쓸모없는 자료로 바꾸기 일쑤이며, 경제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예측 자료가 형편없이 그것을 활용한 예측 역시 쓸모없어진다는 점에 있다. 

 감염병 예측도 어렵다. 미국은 신종플루 발병 시점 그 위험도를 과다 예측하여 지나친 준비를 하는 바람에 낭패를 본적 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에서는 정반대의 예측을 해 역시 낭패를 보고 있다. 질병의 확산을 예측하는데 가장 유용한 수치는 기본감염재생산지수다. 이것이 1이 넘으면 이론적으로 전개체군이 모두 감염된다. 스페인 독감은 이 수치가 3, 천연두는 6, 홍역은 무려 15이며 말라리아는 150이나 된다. 문제는 이 재생산지수에 대한 믿을 만한 추정치가 나오는 시점이면 그 감염병이 그 지역을 이미 휩쓸고 지나가버려 관련 통계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할만한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변수가 많고 쓸데없는 소음이 많은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쓸만한 신호 찾기 방법으로 저자는 행위자 기반 모델과 베이즈정리를 제시한다. 행위자 기반 모델은 한 국가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하는 방법이다. 지수방정식 계산과 그 계산을 수행할 수퍼 컴퓨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구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데 그러므로 이 방법은 설문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 그러나 인간은 특정행위에 대해 자기충족, 부정적 예언에 잘 빠져들고 언론 보도등의 홍보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현재로썬 그 이용과 검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훗날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아는 개인별 인공지능이 보급되고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빅데이터로 통합되며 이를 분석하는 인공지능과 전문가가 협업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면 큰 의미가 있어질수 도 있는 기법이겠다.

 베이즈 정리는 합리성을 확률의 문제로 본다. 베이즈 정리는 알려진 3개의 변수와 알려지지 않은 1개 변수가 동원된 대수적 표현이다. 베이즈 정리는 조건부확률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전제아래 이론이나 가설이 참이냐 거짓이냐를 확률적으로 따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여자가 자신의 남편의 소지품에서 여자의 속옷을 발견했다. 여자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를 베이즈 정리로 따지면 다음과 같다. 

[사전확률]

남편이 바람을 피울 확률의 초기 추정치로 x 다.     4%

[새로운 사건 발생]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조건아래에서 속옷이 등장했을 확률  Y 50%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는 조건아래에서 속옷이 등장했을 확률 Z 5%

[사후확률]

여자가 속옷을 발견했다는 조건 아래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을 가능성에 대한 추정치로

xy/[xy+z(1-x)]로 29%다.


베이즈 정리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 공식을 좌우하는 것은 사실상 X 로 남편이 바람을 피울 확률의 초기 추정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위의 예에서는 4%로 매우 낮은데 이는 평소 남편이 매우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실제 믿을 만한 남편의 소지품에서 다른 여자의 속옷이 나오는 것은 의심스러운 행위지만 실제 그가 바람을 폈을 확률을 낮춘다. 하지만 평소 품행이 단정치 못한 남편이었다면 초기 추정치는 매우 높아지고 그렇다면 사후확률 값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즉, 베이즈정리가 유효하려면 오랜 경험과 통찰, 그리고 신호를 잘 파악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역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결합으로 데이터 분석능력이 뛰어난 인공지능이 초기 추정치를 잘 잡는다면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 될 듯하다. 인간이 초기 추정치를 결정해야 하는 지금은 상당한 전문가가 아니면 어려운 방법이라 생각된다.

 이 책 '신호와 소음' 은 최근 개정판이 나왔다. 책 자체가 10년 전 책이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부분이 좀 있는데 패턴찾기에 대한 기술적 발전과 시대적 변화 부분이 잘 반영되지 않았을까싶다. 빅데이터로 무척이나 많아진 소음속에서 신호를 찾는 과정은 인간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앞으로도 개인에게나 사회에게 무척 중요할 것이다. 다만 신호를 찾는 공식이나 인공지능 과정도 오염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에 이에 대한 주의도 많이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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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12-2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처럼 베이즈 정리, 즉 조건부 확률은 초기 추정치(x)가 매우 중요한 듯합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결과는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원인 때문에 일어난다는 아주 단순하고 명백한 원리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