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EBS에서 위대한 수업을 진행중이다. 세계 유명한 석학을 분야별로 모아 인터뷰한 프로그램인데 우연히 제프리 삭스 편을 보고 이번 책을 보게되었다. 작년엔 피터싱어를 보는 바람에 그의책실천윤리학과 동물해방을 보았는데 쉽지 않았었다. 제프리 삭스는 환경을 무척 강조하는데 그런 경향은 이번 책에서도 잘 드러났다.

 인류 역사를 쭉 나름의 관점으로 다룬 책들은 많다. 총균쇠, 사피엔스, 오리진, 악의 번영,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문명과 식량, 엔드오브타임, 마빈해리스인류3부작, 채사장의 지대넓얕 제로편, 남경태의 역사등 같은 책들이 그런 것들이다. 총균쇠는 지리적 우연으로 동서양의 지형차로 서양에 적절한 분열이 일어나 경쟁관계 및 수평적 정치체제가 등장했고, 유라시아의 연결성과 동서방향으로의 이동성 용이가 가축과, 식량의 전파를 낳아 돌이킬수 없는 차이를 아메리카와 벌여놓았음을 보여준다. 마빈해리스의 인류문명3부작도 총균쇠와 매우 비슷한다. 더 나은 논의를 미리 제시했다는 점에서 총균쇠의 아버지격인 책이다. 사피엔스는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사상과 종교등의 허구의 힘 그리고 지금은 이것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오리진은 우주에서부터 지구의 지질학적 변형, 그리고 인간진화와 사회전개를 보여준다. 악의 번영은 경제사적 관점에서 인류를 서술하고, 왜 서양이 지배한는가는 동서양의 최대도시의 인구차를 차례로 보여주며 이유보다는 다소 결과에 집중한다. 문명과 식량은 인류 문명이 기술발전으로 식량확보성을 늘리고 그 한계를 매번 돌파하여 계속 인구를 늘려 지금에 도달했음을, 채사장의 지대넓얕은 특이하게도 일원론과 이원론의 등장을 번갈아가며 전개하며 다시 일원론의 시대를 보여준다. 남경태의 종횡무진 역사는 서구에서 일어난 세계화가 지구를 한바퀴 돌아 전세계를 수백년간 휫쓸며 마지막 지역으로 서구와 가장 가까운 중동을 남겨두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관점의 이런 책들은 하나같이 재밌고 지성을 갖춘 인간으로 한번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들이다.

 제프리 삭스가 그의 책에서 주목한 것은 지리와 기술, 제도이며 이것을 축으로 7번의 전세계적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리는 자연지리로 가축이나 동식물, 질병, 지형, 토양, 에너지자원, 광물자원, 생명의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지구의 과정을 말한다. 기술은 우리의 생산체계와 관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이며 제도는 정치 법률 사회에 적용되는 문화적 사상과 실천이다. 이 지리 기술 제도가 서로 어우러지며 신축성과 가변성을 갖고 서로 강력하게 상호작용하여 시간과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낸다는게 삭스의 주장이다. 

 그가 이런 관점으로 정리한 일곱번의 세계화는 다음과 같다.

1.구석기 시대

 시기는 기원전 7만에서 1만년전으로 에너지로 인력과 해력을 쓰고 언어와 돌에 새기는 형태의 미디어를 쓴다. 수렵과 채집 사회고 석기를 쓰며 걷거나 카누, 뗏목으로 이동했다. 무기는 석기무기, 활, 화살이 있으며 씨족 정도의 행정체계를가졌다.


2. 신석기 시대

 기우너전 10만에서 3만년 전으로 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상형문자가 생겨났고 곡식과 목축을 개발했다. 청동을 사용했으며 해상에선 돛이 생겨났다. 무기는 청동무기이고 마을정도의 행정단위가 생겨났다.


3. 기마시대

기원전 3천년에서 1천년 정도의 시기다. 말을 가축화하여 사용했고 이로 인해 범위가 넓어져 이를 통솔할 초기문자와 체계, 석비등이 생겨났다. 쟁기를 사용했고 쇠, 바퀴, 수레등을 썼다. 말과 당나귀, 돛을 사용했고, 기병이 생겨났으며 국가의 시대를 열었다.


4. 고전시대

기원전 1천년에서 서기 1500년의 시기다. 풍차와 수차를 썼고, 알파벳과 책이 생겨났다. 대규모의 곡식 교역이 생겨 부족한 식량을 채웠고, 엔지니어링 기반시설이 있었다. 말과 도로망, 돛을 사용해 이동했고, 보병, 기병, 화약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나라가 매우 커져 제국이 생겨났다. 로마나 중국의 한나라, 알렉산더, 원제국등이다.


5. 해양시대

1500년에서 1800년의 시기다. 지금의 세계의 밑그림을 그린 시기다. 바다바람으로 이동했고 원양항해를 위한 범선이 생겨났다. 인쇄기가 생겨 사상이 폭발했고, 대양항해를 했고 곡물의 글로벌 교역이 촉진되었다. 대포와 머스킷을 무장해 세계를 정복해나갔고 그 결과 글로벌 제국이 탄생한다. 초기 포르투갈, 스페인제국이나 훗날의 대영제국이다. 


6. 산업시대

1800-2000년의 시기다. 화석연료, 석탄, 석유, 천연가스, 수력, 원자력을 사용한다. 전선과 전차, 방송등이 생겨났고 화학비료로 인구부양력이 크게 늘었다. 증기기관과, 직물, 쇠를 수용해고, 원양증기선과 철도가 생겼다. 기관총과 항공기, 탱크, 전투기등 무기의 개선되었고 글로벌 제국이 여전히 유지되었다. 그리고 입헌정부와 난만한 자본주이가 생겼다. 


7. 디지털 시대

21세기다. 태양력과 풍력에 의존할 것으로 여겨지며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시대다. 정밀 농업으로 이전처럼 물과 비료를 낭비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이 좁을 땅에서 이뤄질 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로 서로 통신하고 가상공간이 생겨나며 전쟁은 사이버 전쟁의 형태를 띌 것이다. 글로벌 협치를 기대해보지만 가능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책에서 제프리 삭스는 이런 7차례의 세계화를 불러온 요인으로 지리 기술 제도의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 규모에 대해 설명한다. 규모는 인구가 많아져 생산력이 증가하고 경제규모와 교역의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규모가 확대되면 행정과 지정학의 성격마저 바꾸게 되는데 이 규모에는 자연지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인구가 늘어나기 어려운 기후라면 규모는 생겨나기 어려우며, 기후가 적당하더라도 상대편과의 교역이 용이한 강이나 해안, 혹은 평지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면 역시 규모의 상승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리적 요소는 고정되지 않고 시대 변화에 따른 기술발전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는 물질자원과 그 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석기, 신석기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석탄 석유는 현대시대에는 엄청난 의미릴 가지며, 말의 목축에 적합한 스텝지역은 기마시대에 엄청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런 지리상의 요건을 고려할 때 다른 사람들도 지적하는 것처럼 가장 유리한 지역은 유라시아다. 유라시아는 육지의 43%정도지만 인구는 무려 70%다. 식량의 생산과 목축에 유리한 온대기후지역이 유라시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동서방향으로 길게 발달하여 기술의 이동에 매우 유리했다. 또한 해안가가 많아 상호간의 이동 및 교역도 유리했으며 식량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만한 곡물과 가축이 많았던 점도 상당한 이점이었다. 반면 아메리카를 베링해가 생겨나며 오랜 기간 격리되었고 결정적으로 말이 멸종하여 이렇다할 견인력을 얻지 못했다. 사하라 이남은 광대한 사하라로 인해 유라시아와 분리되었고 풍토병이 많아 동물이 잘 견뎌내지 못했다. 오세아니아 역시 상당기간 격리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인 북미지역은 조금 다르다. 북미는 온대기후대이며 광대하고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고, 항행 가능한 하천이 많으며, 엄청난 광물과 교역과 방어에 유리한 긴 해안선, 막대한 에너지 매장량을 자랑한다. 물론 이것도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야 의미가 있기에 이지역에서 최강대국이 탄생한 것은 산업화 기술력을 가진 유럽 세력이 이지역을 차지하고 나서야 가능했다. 실제 유럽인의 이주 전 북미지역은 이렇다할 행정체계가 발달하지 못한 낙후된 기술지역이었다. 

 자연지리의 요소로 기후는 매우 결정적이다. 쾨펜 가이허 기후구분에 의하면 지구상 기후는 열대, 건조, 냉대, 한대, 고산기후로 나뉜다. 열대기후는 연간 높은 기온으로 사람과 가축의 신체에 엄청난 부담을 주어 장기적 경제발전이 어렵다. 그래서 한국 사장들이 동남아 인을 쓰면서 게으르다는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풍토병이 많아 인간과 가축에 질병이 전파되고 음식과 물에의해 병원균이 빠르게 전파된다. 거기에 열대토양 유기물은 아주 빠르게 부패하여 토양영양분이 신속히 고갈되어 농경에 부적합하다. 실제로 해양시대에 이르러서도 서구 세력은 열대에 좀처럼 침투하지 못하였고 거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하라 이남이 식민화된 것도 말라리아를 극본할 키니네가 칠레에서 발견된 이후였다. 열대는 이렇다할 문명이 건설되지 못했고 현대과학 기술이 도입되고 나서야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건조기후는 너무 건조해 곡식 생산이 적어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규모가 생기기 어렵단 뜻이다. 대부분 농업은 나일강 같은 하천 계곡지대를 제외하면 스텝이나 초지 같은 다소 습한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이 지역에서 가축이 이뤄지고 야생말의 고향이며 평평한 지역에선 실크로드 같은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나무가 잘 없어 지형만 평탄하다면 말에 의한 빠른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냉대기후는 여름이 짧고 겨울이 매우 춥다. 캐나다 러시아 지역이 냉대기후이며 일부 지역에서만 좋은 농업생산성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지역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농경에 적합치 않아 역시 인구밀도가 낮고 주로 벌목과 모피, 어업, 순록, 목축을 한다. 

 고산기후는 높은 지역의 기후로 일년내내 봄이라 하여 상춘기후라 하기도 한다. 커피나 차같은 특수작물이 잘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곡식생산 가능 지역 자체가 매우 좁다. 산지라 광물이 종종 풍부하며 역시 산지라 저지대로부터의 방어가 용이하다. 이로 인해 저지대에 통합되지 않아 강한 독립정신을 갖고 있으며 소규모 인구집단이고 언어가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다. 

 제프리 삭스는 이런 관점으로 일곱 번의 세계화 시대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다. 마지막 디지털 시대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면 지금 시대 세계의 내생적 성장의 중심지는 미국과 유럽 연합, 한중일의 동북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인구와 생산력, 특허등 기술적 조건에서 타 지역을 압도한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에는 세 가지 위험성이 상존하는데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글로벌 환경 위기의 심화, 전세계적 무장으로 인한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새로운 기술이 마구 등장하여 기술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계층과 쉽게 대체될 계층 간의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과거 산업화 시절에는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으로 경제규모와 기술을  늘려 선진사회를 따라잡는 공식이 어느정도 존재했지만 모든것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대체될 미래에는 이런 단순한 작업은 기계가 할 가능성이 높다. 즉, 개발도상국의 따라잡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세계적 격차를 더욱 벌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년간의 경제적 성장으로 인구는 10배, 1인당 GDP는 10배가 늘어났다. 즉 세계경제가 100배가 되었다는 의미이며 지구가 받는 부담도 100배가 되었다는 셈이다. 이는 이번 세기에도 지속될 것인데 다만 인간의 기술요소로 지구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나 육식위주의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개선된 건물디자인으로 건물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크게 낮추기, 정밀농업으로 물과 비료의 소모를 줄이는 것등이다. 

 UN은 이런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17가지를 제시하였는데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 환경적 목표이다. 경제적 목표는 극빈의 종식, 배고픔의 종식, 보편적 치료혜택, 학교교육,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 전기의 공급, 좋은 직장, 현대적 하부기간시설이다. 사회적 목표는 젠더 평등, 소득 불평등의 저감, 평화롭게 준법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다. 환경적 목표는 지속 가능한 도시, 시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기후 변화의 통제, 해양 생태계의 보호, 지상 생태계의 보호이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UN은 사실 매우 무력한 상태다. 미국은 이를 주도하여 설립했지만 이후 자신의 이익과 반할때마다 UN의 결정에 반대표를 행사해 무력해왔다. 

 때문에 제프리 삭스는 지금의 UN이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안전보장 이사회는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인데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은 2년임기고 아시아2, 라틴아메리카2, 아프리카3, 서유럽 및 기타지역2, 동유럽 1이다. 이는 인구와 국가가 많은 아시아의 비중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따라서 이사회국은 21개로 늘리고 아시아는 6석을 갖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 상임이사국이 6개국 더필요한데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독일, 나이지리아를 거론한다. 

 이런 제프리 삭스의 주장은 결국 디지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세계공동의 노력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주도할 만한 기구로 현실적으로 UN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이같은 노력의 성과가 얼마나 가시적인지가 이번 세기 인류의 성패의 핵심사안이 될듯 하다. 현재 세계는 서로 매우 의존하고 영햐력을 미치면서도 매우 각자도생이다. 서로를 확증파괴하기 위해 들이는 세계적 군사비는 엄청나지만 지구 전체를 지키기 위한 환경비나 혹은 소혹성 같은 것을 방어하기 위한 예산은 제로이거나 턱없이 적다. 정말 하나가 되기 위해 외계로부터의 위협이라도 일어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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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0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당선 정말 정말 축하드립니다 *^^*

닷슈 2022-02-11 00:5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2-10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2-02-11 00:59   좋아요 1 | URL
늘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2-10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닷슈 2022-02-11 00:5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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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등교육과정에서 한국인은 공리주의를 배운다. 창시자인 벤담과 그 제자인 밀에 대해서 배우는데 벤담은 양적 공리주의, 밀은 질적 공리주의로 유명하다.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표현이 그의 사상을 대표한다. 그런데 밀은 유명한 자유론도 썼다. 사실 난 좀 무지해서 둘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밀이란 이름 많지 않은가. 더군다나 영어권은 한자문화권처럼 이름을 짓는 것이 아니라 돌고도는 것중 고르니 말이다. 하여튼 밀이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는 평등과 더불어 두 개의 기둥이다. 자유에 대해선 나라를 막론하고 크게 두 전제가 적용된다. 하나는 개인은 자기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경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개인이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을 했을 때는 사회에 책임을 져야하고 사회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법적 처벌 부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 혹은 상당한 간접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개인은 자신의 행동에 스스에 대한 책임은 질지언정 다른 사람에 대해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범위안에서만 자유는 무한하다. 그리고 역시 자신의 자유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발생시키면 책임을 다해야하며 사회가 개인을 보호해야하는 경우 자유는 제한된다. 자살하거나 자해하려는 사람, 혹은 약물, 술 등에 대해 통제불능이 된 사람의 자유를 사회가 막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런 개념을 집대성한 것이 밀의 자유론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밀은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당대의 자유에 대한 개념을 집대성하고 이를 논증한 것으로 보인다. 밀의 사상의 근저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자리한다.

 우선 공리주의로 질적 공리주의자인 만큼 육체적 형태의 쾌락보다는 지적이도 도덕적 쾌락을 우선시한다. 그 결과 행복의 질을 구부하여 도덕적 규범과 의무를 질적으로 더 높은 것과 연결시켰다. 경제적 민주주의는 공리주의적 근거위에 국가의 경제개입을 지지하는 것이다. 밀은 매우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기업을 협동조합으로 대체해야한다고 보았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시민의 광범위한 참여와 통치를 찬성한다. 과거의 사람인만틈 대중을 무능하게 보고 엘리트에 의한 통치를 선호했지만 대중역시 지방자치를 통한 정치참여기회로 질적으로 발전할수 있다고 보았다. 밀은 노동자의 기술진보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무책임하게 아이를 많이 낳는 것에 반대했으며 이를 위해 인구조절정책을 중시했다. 마지막은 여성해방인데 밀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집에만 갇혀사는 살림하고 애만 낳는 것에 반대했다. 여성이 해방되어야 사회가 근본적으로 쇄신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상의 기반하에 밀은 인간에게 자유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거론했다. 공리주의자인 만큼 자유가 주는 효용에 주목했는데 인간이 자유가 있어야만 최대의 효용이 사회와 개인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는 자유가 주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로 인해 인류가 효용을 극대화하는 진리로 다가갈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개인의 개성의 발현으로 사회외 개인의 창의성과 생산성이 최대화로 다가갈수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각 개인이 진리에 도달하기는 매우 어려운데 여러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이에 대해 서로 토론해가면서 진리로 다가갈수 있게 된다. 이런면에서 진리는 매우 중요하며 당대에 매우 맞게 여겨지거나 매우 말이 안되는 의견도 결코 진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이에 대한 반박이나 억압은 금지된다. 개인의 개성도 마찬가지다. 개인에게 사상과 표현 그리고 행동의 자유가 없다면 개인이 타고난 적성을 발휘해 역량을 키워나갈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매우 유능한 여성이 굴레에 갇혀 사회에 나갈 기회가 박탈되거나 매우 뛰어난 문학가가 될 자질을 가진 사람이 하인계층으로 태어나 교육받지 못한다면 역시 그러한 기회는 상실된다. 

 밀의 이러한 생각은 현대민주국가의 자유개념에 많은 영향을 미쳐 지금 들어도 매우 상식적인 논리로 통용된다. 특히, 자유의 근거를 철학이나 도덕적 근거에서 찾기보다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인간은 자유를 인간의 특별한 권리로 느끼고 오랫동안 마땅히 주어져야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인간은 농경지배사회로 전환된 이후 자유가 거의 박탈된 사회에서 살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세, 근세의 농민은 직업의 자유, 이전의 자유,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등이 거의 박탈된채 살았다. 평생 자그마한 농지에 갇혀 수탈당했고, 툭하면 군역이나 요역에 동원되었으며 다른 지역으로 웬만하면 이주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은 아무래도 산업화와 근대화의 역할이 크다.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사상적 발전도 있었지만 시민 개개인을 교육하여 그 역량을 최대화하고 무엇보다 산업화로 수많은 사람들을 농지에 붙들어 놓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 사회적 상황이 자유의 허용과 매우 관련 깊다.   때문에 인간에게 자유가 지금 수준으로 허용된 것은 산업화,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서구 민주국가는 이런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생존력과 효용을 높이기 때문이라 할수 있다. 즉, 개개인에게 상당한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사회국가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즉 사회 전체의 생존력과 효용을 떨어뜨리면 개인의 자유는 쉽게 억압된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 그렇다. 국가사회의 생존 위기외 사회적 효용이 크게 떨어지자 시민 개인의 장사할 자유, 소비할 자유, 누군가를 만날 자유, 이동의 자유, 교육받을 자유, 혹은 백신을 안맞을 자유는 크게 억압되었다. 

 그래서 드는 또 다른 무서운 생각은 시민 개개인이 지금처럼 자유를 누리지 않는 사회나 국가가 가장 강력해지는 체제로 입증이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떠올려지는 것은 당연히 중국이다. 미국이나 한국인은 자신들이 그런 것처럼 적당한 산업화가 이뤄져 경제수준이 올라가면 민주화는 자연히 따라오는 것으로 전제한다. 하지만 미국이 침공 후 돈을 퍼준 아프간과 이라크가 그렇지 못했고 일인당 소득수준이 16000달러에 달하는 중국 역시 민주화가 요원해보인다. 게다가 그 중국은 그런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로 세계패권국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중요한 미래사회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이용할 수 있는 인구대국이면서 독재국가인 중국이 매우 유리하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은 딥러닝으로 학습하는데 15억에 가까운 인구의 양질의 데이터를 일관적으로 수집하여 이용할수 있다면 여러 면에서 인공지능 개발에 상당히 유리할 것이다. 빅데이터도 그렇다. 특정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데이터 혹은 마케팅이나 여러가지 패턴을 찾기 위한 데이터를 무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상당히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서구국가와 미국, 그리고 한국과는 다르게 개인의 자유를 상당히 허용하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산업화를 이루지않고서도 국가사회가 상당한 경쟁력과 생존력을 보일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체제가 더 나은 것으로 판명되어 중국이 패권국이 되고 자신들의 체제를 미국이하는 것처럼 전 세계에 퍼뜨리려한다면 그 때서도 지금처럼 자유가 광범위하게 보장될지 의문이다. 한국과 서구 미국의 민주주의는 패배의 여파로 크게 흔들릴 것이고 따라가는 다른 나라들 역시 중국의 체제를 따르려할 공산이 커질 것이다.  

 자유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솔직히 책 자체에서 건질만한 것은 많지 않다. 지금의 자유에 대한 통념적 사고 그 이상을 책은 보여주지 못한다. 200년전 책이나 당연할 것이다. 때문에 자유에 대한 자신의 사고를 더 확실히 하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을 볼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전이니 그 맛을 보고 싶다면 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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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에는 총 110권의 책을 읽었다. 제프리 삭스의 지리, 기술, 제도를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 살 더 먹어야 완독하게 될 듯 하다. 늘 골고루 읽으려 하지만 나의 취향과 개인적 상황으로 편식은 있는 편이다. 올해 편독한 책은 교육 분야다. 교육분야를 작년에 비해 올해도 많이 읽었다. 최근 교육과정 개정과 공간혁신, 그리고 에듀테크가 부상하며 유독 그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상반기엔 문학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하반기에 많이 읽었다. 문학은 특히, 상대적으로 책이 읽기 힘든 여름에 집중해서 읽는 편이다. 그래서 7-8월이 포함된 후반기에 아무래도 많이 읽게 된다. 미래 관련해서는 메타버스 책을 좀 읽었다. 알뜻 말뜻해서 좀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경영투자 책을 별로 보지 않았다. 나오는 책도 좀 뜸하고 아무래도 양적완화로 풀린 불경기 자산상승의 꼭지가 느껴진듯 하다. 어차피 하지도 않을 투자 읽어서 무엇하랴. 과학은 좀 아쉽다. 20권 정도는 항상 보려하는데 아무래도 어렵고 손이 잘 안가다보니 11권만 읽고 말았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힘이 나고 여유가 있는 1월에 진화심리학 핸드북 1-2권을 완독한 것에 만족한다.


2021 독서 목록


교육(28권) : 블렌디드, 우리반 연극 수업 어떻게 할까? 로컬이 미래다. 구글클래스룸수업, 고학년을 위한 교육 연극 수업 이야기, 구글 클래스룸 수업 레시피, 온작품을 만났다 낭독극이 피었다. 사시사철생태놀이,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 AI 교육혁명, 최고의 교실, 블렌디드 러닝 온라인 수업도구 싹스리, 잠자는 거인을 깨워라, 학습자주도성 미래교육의 거대한 착각, 학교자치스쿨퍼실리테이션, 수업방해, 혁신교육 미래를 말한다.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교실, 공부머리독서법, 2030대한민국 미래교육보고서, 메타버스 for 에듀테크, 학교자치, 인공지능 for 클래스룸, 우리 아이AI, 교사를 위한 미래교육 안내서, 마을로 걸어간 교사들 마을 교육과정을 그리다, 어린이라는 세계, 당신의 문해력


예술건축(11권) : 1페이지 미술365,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공간 혁신, 학교공간 이렇게 바꿨어요, 우리가 학교를 바꿨어요. 함께 만드는 학교 공간 이야기, 클림트,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뭉크, 내가 사랑한 화가들, 기묘한 미술관, 교실 한 구석에서 시작하는 학교공간혁신, 


경영투자(3권) : 나는 배당투자로 한달에 두번 월급을 받는다. 서울아파트 황금지도, 앞으로 5년 집을 사고 팔 타이밍은 정해져 있다, 


경제(3권) : 부의 대이동, 악의 번영,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


과학(11권) : 진화심리학 핸드북 1-2권, 유감스러운 생물 수컷, 울트라 소셜, 바디, 공감의 배신, 노화의 종말, 휴먼카인드, 엔드 오브 타임,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신호와 소음


역사(6권) : 가루 전쟁, 인삼의 세계사, 12전환점으로 본 제2차 세계대전,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한중일의 갈림길 나가사키


인문(11권) : 나는 말하듯이 쓴다. 아리스토텔레스, 작가수업, 청춘의 독서, 다시보는 5만년의 역사, 서점일기,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실천윤리학, 동물해방, 신 만들어진 위험, 나의 비거니즘 만화


문학(22권) : 니클의 소년들, 물에 잠긴 세계, 불타버린 세계, 크리스털 세계, 파친코1-2권, 진홍빛 하늘아래, 유튜브 전쟁, 연을 쫓는 아이, 사자와 수다, 아처, 헬프1-2권, 지구 끝의 온실, 완전한 행복, 대불호텔의 유령, 다시 만날 때까지, 내 이름은 빨강1-2권,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전에, 공중그네


지리(2권) : 풍운의 도시 난징, 각자 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사회(9권) : 인구의 힘, 갈등도시, 70년대생이 운다. 조국의 시간. 중국의 선택, 차별의 언어, 지구인의 도시 사용법, 팬데믹 제2국면,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미래(4권) :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 미래직업 다이어리1-2권,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


2021 올해의 책 10권


10.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지구 상의 인간의 수는 많고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더욱 잘 살게 되면서 지구를 이용하는 행위도 늘어났다. 대규모의 곡식 재배와 육지에서의 목축과 바다에서의 양식, 에너지의 사용, 그리고 이로 인한 환경오염이 그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태어난 1968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우린 풍요로워졌지만 이 지구는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담담함 수치로 표현하는데 그게 자못 충격적이다. 책을 얇지만 무거웠고 잔잔한 큰 충격을 주는 책이다.



9.실천윤리학

공리주의자 피터싱어가 쓴 책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존을 위한 협력 도구이며 상당히 상호호혜적인 것으로 그렇기에 상당부분 계산적이다. 피터싱어는 윤리의 대상은 인간을 넘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감각적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주요 윤리적 문제인 안락사와 임신중절, 동물해방등에 대해서 다룬다. 이 책을 읽고 동물해방과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연달아 읽었는데 내가 플렉시테리언으로 어느 정도 변화하는데 크게 일조한 책이다. 물론 책은 쉽지 않다. 피터싱어의 책을 보기를 원한다면 동물해방을 더 추천한다. 


8.중국의 선택

중국에 대해 저명한 국내 저자가 쓴 책이다. 중국의 특색 사회주의와 시진핑의 전략을 잘 설명한다. 미국과의 대결로 중국의 정책은 외부와 내부를 모두 견인하는 쌍순환 정책, 그리고 외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일대일로정책, 창의력과 기술력을 견인하고자 하는 정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내 외부의 경쟁력을 모두 갖추어 미국과의 장기전에서 승리할 심산이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결국 창의성을 말살하는 독재정치에제에서 창의력이 나올 것인지와 내부의 자원 부족 문제, 역시 내부의 민족 문제들이다. 좋은 싫든 중국은 한국의 중요국가이고 막강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이런 이들에 대해서라면 무조건 잘, 많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이 만한 책이 없다.


7.엔드 오브 타임

믿고 보는 브라이언 그린의 책이다. 우주의 시작과 끝을 엔트로피라는 개념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며 새로운 시도였다. 우주는 이 법칙에 의해 빅뱅이후 항상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존재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행성은 이 법칙에 반한다. 하지만 이런 존재로 인해 오히려 전체적인 엔트로피 수치는 커지게 되므로 사실 법칙 위반이 아니다. 인간존재가 자신이 생존하려고 매우 엔트로피가 큰 열을 계속 방출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사고하는 존재 역시 우주의 엔트로피가 계속 커지며 결국 사라지게 되는데 지성과 우주의 종말이 같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어째서 우주는 매우 낮은 엔트로피에서 매우 커진 상태로 나아가는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우주의 시작과 끝임은 분명해 보인다.


6.공감의 배신

공감도덕은 지금의 주류 도덕이다. 하지만 저자는 공감에 기반한 도덕을 비판한다. 감정적 소모가 크고, 매우 편향적인 도덕적 판단을 하게 하며, 도덕적 판단의 대상을 좁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린 매일 죽어가는 6-7명의 한국 노동자에는 거의 공감하진 않지만 그보단 훨씬 적은 비율로 학대당해 죽는 한국의 아동에게 엄청나게 공감한다. 어떤 것이 더 주목해야할 문제일까. 계산상으로는 분명하다. 그래서 저자는 몰입하는 공감의 도덕보다는 이성 및 연민에 의한 도덕을 주장한다. 공리주의적 성향도 좀 보인다. 하여튼 여러 면에서 신선한 책이었다.


5.노화의 종말

생물은 반드시 죽지만 사실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이전 개체가 죽어야만 이후 세대를 위한 생물학적 공간이 생겨나고, 유전자가 분열되어 돌연변이를 해야만 진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여튼 생물은 죽고 그 원인은 노화지만 저자는 그 노화의 매커니즘을 밝혀낸다. 인간의 유전자는 보통 손상을 입고 수리를 받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기능이 떨어진다. 다만 환경이 좋지 못하면 번식하지 못한 시기라 판단하고 이 유전자가 복구에 집중하는데 이것이 노화를 늦춘다. 안좋은 환경이란 식량의 부족, 추위, 극심한 체력소모같은 것들이다. 즉, 적게 먹고 운동하고 좀 춥게 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도 있다. NMN이나 레스베라트롤등이다. 책을 읽고 아버지께 NMN을 사드렸다. 효과가 있는 듯 하다.


4.악의 번영

경제 책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류의 세계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꿰뚫어보는 종류의 책이었다. 정주 이후 농업의 생성과 인구증가 발전, 그리고 오랫동안 멜서스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계를 다룬다. 산업화 이후 제조업이 등장하며 인류는 비로소 규모불변의 법칙에서 벗어나 멜서스의 덫에서 탈출해 본격적 인구성장과 발전을 이룩해낸다. 하지만 악은 여전하다. 대규모 환경파괴와, 폭력들, 불평등이다. 그리고 이는 저성장이 지속될수록 서로 시너지를 내며 확장된다. 책은 그런 우려들로 가득찼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되가고 있어 무척 걱정이다.

3.각자 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국가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와 지속성이 필수다. 쓸모있는 토지, 안정적 식량 공급, 방어가 용이한 지형, 지속가능한 인구, 현대적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자원에 대한 안정적 접근이다. 현재 전세계는 미국이 만든 제1질서에 의해 이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대결에 몰리면서 이 제1질서는 급격히 와해되고 있다. 서로간의 동맹으로 쪼개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는 1질서가 붕괴되 모든 것을 어느정도 알아서해야하는 각자도생의 새로운 세계로 돌입하고 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세계 각 지역과 주요 나라를 분석하고 스스로 위 4가지 요소를 갖춘 나라를 높게 평가한다. 역시 미국과, 유럽의 프랑스, 영국, 일본,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호주다. 현재 세계가 한국의 요소수 사태에서 볼수 있듯 코로나와 미중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며 국제 분업체계가 붕괴하고 안보의 관점에서 어느정도의 자생대체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시기로 치닫고 있다. 현재의 맥을 잘 짚은 책이란 생각이다. 물론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 관점을 고수하고 있기는 하다. 


2.휴먼 카인드

인간은 스스로를 대단하다 여기면서도 의외로 도덕성 면에서는 자신들을 악하다고 여긴다. 성악설에 무게가 많이 실려있다. 물론 도덕성이 있고 협력적이지만 어려운 상황에선 누구나 이기적이며 기본 본성은 이기심이 앞선다는게 통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걸 뒤집는다. 인간은 기본 본성이 선하며 협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이기심을 증명한 스탠퍼드 실험이나 교도소 실험등 각종 실험의 설계상의 약점을 드러낸다. 이렇게 선한 인간이 악해지기 시작한 것은 수직사회의 등장때문이다. 일부 지배자들 때문에 인간은 신분사회에 종속되었고 전쟁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결과 악을 행하게 되었는데 이는 그럼에도 인간 본성과 멀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현대에서도 이런 면이 계속되어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교육은 모두 인간의 악한 본성을 상정하고 작동한다. 저자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연민에 의한 도덕, 서로 다른 집단의 상대와의 오랜 접촉등을 제시한다. 인간 본성을 다시 보게 만든 매우 좋은 책이었다.


1.진화심리학 핸드북1-2권

인간 진화심리학을 총 망라한 책이다. 핸드북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각 권이 내용만 1000쪽이고 참고문헌까지 하면 1200-1300에 달한다. 각 권을 1주에 걸쳐 읽었다. 1권은 번식 패턴이나 성경쟁, 공격성등 인간 개체에 초점을 두었고 2권은 도덕과 종교, 문화, 정치, 예술등 인간의 문화적 면에 관련한 진화심리학을 다루었다. 진화심리학 최첨단의 여러 학자들이 참여한 작업이라 최신 흐름을 알수 있어 좋았다. 다음버전이 빨리 나와 인간에 대해 더 잘 알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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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0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 발암물질에서 방사능까지, 당신의 집이 위험하다!
최병성 지음 / 이상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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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건축물은 철큰 콘크리트 방식으로 짓는다. 튼튼하고 싸며 계절변화에도 강해 도시의 높고 좁은 고층건물을 짓기에 무척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콘크리트의 주재료는 시멘트다. 다행히 한국은 석회석이 많아 시멘트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 시멘트에 문제가 많다면 어떨까. 사실 시멘트가 좋지 않다는 소문은 널리 퍼져있다. 그래서 신축 아파트들은 반드시 베이킹을 실시하며, 요즘 유행하는 전원주택들은 목조로 짓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시멘트의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진 못했는데 책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을 보며 이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우선 시멘트는 그 자체로 좋지 않다. 생쥐실험에서 같은 규격의 상자를 각각 콘크리트, 금속, 나무로 만든 후 여기에 생쥐를 20일간 가두었다. 모든 조건이 동일했는데 콘크리트에서는 7%만이 생존했고, 금속은 41%, 나무는 85%가 생존했다. 황토 상자와 시멘트 상자에도 암수 각각 5마리의 생쥐를 넣고 4주간 관찰하였는데 황토에서는 모든 생쥐가 생존하고 심지어 수컷은 54%, 암컷은 56%나 몸무게가 증가했다. 하지만 시멘트 상자의 생쥐는 수컷은 한마리가 폐사하고 나머지 4마리도 고작 0.14% 무게가 증가했으며, 암컷은 모조리 폐사했다. 금붕어 실험도 있었는데 두 어항에 각각 금붕어 10마리를 넣고 한 어항엔 황토벽돌, 다른 하나엔 시멘트 벽돌을 넣었다. 황토가 들어간 어항은 금붕어가 1마리만 폐사하고 66일간 모두 나머지 모두가 생존한 반면, 시멘트가 들어간 어항에선 3일만에 10마리가 모두 폐사했다. 즉, 시멘트는 자연상태에서도 생물의 거주지로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자연적으로도 좋지 못한 석회석 덩어리 시멘트에 온갖 쓰레기가 섞여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원래 시멘트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섞어 유연탄으로 소성로에서 1400도까지 가열하여 고온에 태워만든다. 이때 클링커라는 검은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곱게 갈아 가공한 것이 시멘트다. 그런데 여기에 석회석은 그대로지만 철광석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철로 바뀌고 연료가 되는 유연탄 대신 열을 내는 온갖 폐유나 폐타이어등을 가연물질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기분이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시멘트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시멘트는 만드는 소성로에는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등의 가연성 쓰레기와 소각재, 하수슬러지, 공장의 슬러지, 제철소 슬러그 등의 비가연성 쓰레기가 석회석과 같이 태워진다. 살짝만 생각해봐도 비상식적인 이런 일이 합법이 된데는 환경부의 역할이 컸다. 1999년 외환위기로 기존 많은 기업이 휘청거렸고 시멘트 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환경부는 언급한 이런 산업쓰레기들을시멘트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주었다.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탄생이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은 이 행위가 양자 모두에게 큰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가능했다. 시멘트 업계입장에서는 매우 손쉽게 원래는 돈주고 구입했어야 할 철광석과 유연탄을 대신해 열량을 내줄 쓰레기를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업계들을 산업폐기물처리법에 의거해 엄격히 큰돈을 주고 처리해야 할 이런 폐기물들을 저렴한 돈에 시멘트 업체에 넘길수 있으니 이득이었다. 즉, 쓰레기 시멘트 업체들은 돈을 받고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시멘트를 제조해 판매함으로써 이중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환경부의 이득은 손쉬운 전국의 골치아픈 폐기물의 처리였다. 이를 시멘트 업체의 소성로에 태워 처리함으로써 난제가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시멘트가 다른 무엇도 아닌 한국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건축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대충 2000년대 이후 지어진 신축 건물에 이런 쓰레기 시멘트가 사용되었을 것인데 2010년에서 2015년 5년 간 186만 가구의 아파트가 건축되었다. 아마 쓰레기 시멘트가 사용된 건축물은 그 이상으로 상당한 비중을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같은 기간 한국인의 아토피 유병률은 무려 13배가 증가했다. 신축 건물을 베이킹을 해야하느니, 방사능 라돈을 측정해야하느니의 난리가 난 것도 이시기다. 

 사실 쓰레기 시멘트를 쓰지 않는 것은 개인에게도 손쉬운 문제다. 의외로 아파트 분양가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분양면적 105.6제곱미터당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의 가격은 총 1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쓰레기가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시멘트로 바꾸어도 가격은 17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베이킹에, 방사능이 적다는데 본인과 가족,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이정도를 마다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40만원 정도의 가격 상승은 지금의 아파트 분양가를 생각한다면 0.1%정도밖에 안되는 부담수준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곳곳에서 쓰레기를 집어오는데 면면이 하나같이 놀라웠다. 제철소에선 고철을 녹여 철을 만들고 바닥에 남은 슬래그와 분진을 집진한 더스트라는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고철자체가 방사능에 오염된 경우 이 두 쓰레기에도 방사능이 잔류한다. 그리고 이걸로 시멘트를 만들면 그 시멘트가 방사능 시멘트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른 나라들은 일본산 고철을 수입금지했는데 유독 한국 시멘트 업계에서만 이를 잔뜩 수입했다.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꼼수를 부려 방사능 검사기가 없는 전북 군산항을 이용해 일본산 고철을 수입했다고 한다.

 반도체 공장의 슬러지도 가져온다. 그리고 반도체 공장은 온갖 화합물이 가득한 곳으로 실제 많은 근로자들이 시력을 잃거나 백혈병, 뇌종양으로 산업재해를 당한 곳이다. 폐타이어도 가져오는데 폐타이어는 열량이 높아 유연탄을 대체하는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타이어는 그 자체가 고온 고압의 환경을 견디기 위해 온갖 화학물질이 첨가된 것이다. 폐타이어를 소각하면 아연, 납, 구리, 카드뮴이 검출되는데 이게 시멘트에 들어가는 것이다. 

 석탄재도 가져오는데 이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때고 남은것으로 화력발전소마다 처리에 골치를 앓는 물질이다. 당연히 이도 일본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다. 이 석탄재 안에는 상당량의 우라늄, 토륨, 라돈 같은 방사성 원소가 포함된다. 비소와 셀레늄등의 중금속과 다환방향족 화합물이 섞여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쓰레기 시멘트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한다. 우선 한국에 유통되는 국산 시멘트가 쓰레기 시멘트임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시멘트 등급제의 실시다. 주거용 건축에 쓰레기 시멘트 사용을 금지하는 것, 시멘트 제품에 원산지와 성분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일개 목사로 어쩌다 국산 쓰레기 시멘트의 위해성을 알게되었고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지식도 없는 상태로 해외 자료를 찾아 논문을 읽고 공부하고 시멘트 업체에 잠입하고 관계자를 만나고, 쓰레기가 수입되는 장면을 적발하고 촬영하고, 환경부와 시멘트 연합에 반발하고 장관과 국회의원 기자까지 만나게 되며 이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였다. 행동하는 양심이 무엇인지 보여준 셈이다. 책은 7년전에 나온 것으로 2000년대 후반 저자의 활동과 여러사람의 노력으로 시멘트 문제가 크게 다뤄졌었다. 지금은 얼마나 해결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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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12-31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환경부가 아닌 국가 전체가 기업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ㅎㅎ
내년에도 좋은 글과 좋은 책 소개 많이 부탁드립니다. ^^

닷슈 2021-12-31 15:15   좋아요 0 | URL
고용노동부와 환경부가 특히 그런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처럼 구색은 갖춰서 존재하되 기업이 활동하는데 있어 고용부분과 환경부분의 편의를 봐주는 조직 같다는 생각 많이합니다.

닷슈 2021-12-31 15:15   좋아요 0 | URL
그리고 좋은 글과 좋은 책 소개는 제가 더 부탁드립니다.
 
교실 한구석에서 시작하는 학교 공간혁신 - 학교, 삶과 배움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디자인하다
한현미 지음 / 맘에드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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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당연하게도 교육의 방향은 점점 학생이 중심이 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배움중심수업과 학생중심교육과정, 성장중심평가가 이미 많이 논의되었고, 이제 공간도 다루기 시작했다. 공간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생은 학교교육이 학생을 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인이 아니었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건물은 공공기관중 그 건축비가 교도소보다도 낮은 가장 적은 축에 속했으며 구조는 판옵티콘을 빼박았다. 천편일률적인 사각형 건물에 좁고 긴 복도, 가운데 큰 중앙현관은 출입이 금지되거나 상패, 쓸데없는 역대 교장들의 사진이 자리했다. 쉼의 공간은 없었고, 배움과 놀이의 공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학교공간에 공간주권을 주자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공간주권은 학생들이 학교공간안에서 자신들이 그 공간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며 공간을 주도적으로 구성 및 변화시킬 수 있는 권리다. 단순한 공간 사용자가 아니라 공간의 생산자로의 도약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학교에서 불고 있는 사용자 중심 설계가 이런 예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수업과 교육과정에만 주목하지만 공간이 가진 교육효과도 놀랍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회색의 차가운 벽에 차디찬 의자와 불편한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과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이고 바깥엔 자연이 보이는 고급 카페에서 학습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를 불러온다. 그래서 카공족이란 것도 생겨난 걸지도 모른다. 집이나 독서실보다 훨씬 편안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영국 34개 학교 학생 75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학교공간의 디자인은 학습진도에 영향을 미쳤다. 색상, 선택권, 복잡성, 유연성, 조명, 연결성등의 변수가 학습에 영향을 끼쳤다. 대충 25%정도 학습진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가장 뛰어난 디자인의 학교교실과 가장 엉망인 디자인의 학교공간에서는 학습진도차가 무려 1년치에 달했다. 

 이렇게 공간이 학생의 학습에 중요하기에 미래사회 학교공간은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우선 학교공간은 아이들의 삶을 담아내고 풍요롭게 해야 한다. 단지 학습 공간이 아니라 동아리실, 명상실, 다락방, 알코트, 작업공간, 신체활동공간, 가상체험공간, 중정, 노작공간 등 다양하고 개별적인 학생의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은 다양한 배움활동이 가능한 유연한 공간이어야 한다.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유연하게 공간을 구성해야한다는 것이다. 교육이 매우 가변적이기에 필요한 사안이다. 공간은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미래 사회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공간을 재구조화하면 흔히 물리적 공간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공간의 색상도 매우 중요하다. 학교의 색은 대개 무채색에 천편일률적이다. 거기에 조명마져 모두 같다. 빨간색은 정열의 색이지만 교육엔 좋지 못하다. 빨간색에 노출된 사람들은 뇌에서 감정활동, 기피활동을 하는 우축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그 결과 긴장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교육은 녹색이나 다소 차가운 색이 좋다. 특히, 진하고 어두운 색에 비해 엷고 밝은 연한 색은 인지력이나 운동능력을 섬세하게 해주고 긴장을 떨궈준다. 담록색이나 청록색, 복숭아색이 그렇다. 분홍색은 심장박동을 늦추고 맥박을 낮추며 혈압을 내리고 공격성도 줄여준다. 녹황색, 오렌지색, 하늘색은 학습에 유익하다. 오렌지색은 문제행동의 개선과 사회적 기술을 향상시키며, 파란색은 상상의 세계로 삶을 이끌어 창의성과 상상력에 도움이 된다. 다만 색은 사용자 설계에 있어 비전문가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생각하고 적용하기 쉽지 않다. 집을 지을때만 봐도 벽의 채색이나 벽지선택에서 작은 조각만을 본 것과 넓은 면을 실제 칠한것은 커다란 차이를 불러온다. 대문에 색의 적용엔 전문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 공간엔 자연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 사람은 가정에서도 누구나 넓은 강과 산세, 혹은 바다나 호수가 보이는 곳이 선호된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에도 이것이 반영된다. 반면 학교건물엔 좀처럼 자연이 없다. 이런 학교공간에 자연을 들이는 방법으로 일단 채 나눔이 있다. 학교 건물은 굳이 규정이 있지 않음에도 건폐율이 낮다. 즉, 넓은 대지를 가짐에도 건물이 적단 이야기다. 넓은 대지를 자연이나 정원,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면 모르겠지만 그저 넓은 운동장로 방치할 뿐이다.게다가 그 운동장의 활용도도 그리 높지 않다. 채나눔은 건물을 단층으로 여러개를 지어 건물 상호간의 이동상황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연접근성을 높이는 개념이다. 

 자연을 들이는 다른 방법으론 창문이 있다. 학교의 창문은 역시 어디나 천편일률적이다. 창문은 햇살과 바람을 들이는 것으로 심리적 편안함을 준다.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큰 대형소제창을 폴딩도어 형태로 여러 건물에 설치하면 공간의 다양함은 물론 개방성을 높여준다. 특히 건물 한 면 전체를 투명한 창으로 구성하면 답답함이 크게 줄어들고 채광이 좋아진다. 

 테라스나 베란다 등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교의 중앙현관은 앞으로 돌출되었는데 그 위의 넓은 공간이 항상 죽어있다. 중앙현관과 연결된 2층 벽면을 터서 이곳을 베란다로 만들면 매우 좋은 휴식 공간이 된다. 또한 1층의 교실이 한 벽면이 폴딩도어로 되면 야외 운동장이나 정원과 바로 연결되어 자연을 끌어들이고 학교공간을 가변적으로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학교의 복도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복도는 매우 좁고 길어 수업으로 지친 아이들이 머물만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 너무 좁아 다른 사람의 통로를 막기 쉽기 때문이다. 미래학교의 복도는 단순한 이동기능을 넘어서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뛰놀며 쉬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층마다 공간을 다양한 컨셉으로 다양하게 하기도 하고 신축이라면 복도공간을 넓게 해서 다양하게 구성할수도 있다. 

 한국 학교의 놀이터는 3S로 대표된다. seesaw. slide, swing, 즉, 시소, 미끌럼틀, 그네다. 한국은 유독 안전에 유난을 떠는 편이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작은 위험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땅에 붙어있는 1층 정자에서도 아이들이 떨어질 수 있다고 안전조치를 하라고 난리치는게 한국의 부모다. 하지만 유럽의 좋은 놀이터는 그렇지 않다. 적절히 위험하고 무정형이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새롭게 창의적인 놀이를 하며 도전하는게 그들의 놀이터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그들은 그런 놀이터가 안전하다고 말하며 실제 안전사고 발생비율도 낮다. 

 좋은 놀이터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놀고 싶은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지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찾는 이에게 완전 개방된 곳, 인식 제어 조종할 수 있는 적절한 위험이 있는 곳, 다양한 분위기, 관심, 욕구에 맞춰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곳이다. 때문에 새로운 학교의 놀이터는 이런 요소를 갖춘 무정형이면서도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고 개방적이며 다소의 위험요소를 갖춘 곳이 좋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학교 공간을 혁신하는 절차다.

1. 설문조사하기

 공간 사용자를 대상으로 공간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생각이 드는지 설문조사한다. 공간에 대한 이아들의 감정, 느낌 정도를 미리 파악해두어 공간혁신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2. 공간 관찰하기

실제 활동 모습을 보며 불편한 사항, 자주가는 공간을 관찰하는 것이다.


3. 바꾸고 싶은 공간 결정하기

4. 공간 체험하기

 이 단계에서는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실제 공간 혁신이 이뤄진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다. 공간재구조화를 실시한 학교뿐만 아니라 인근의 잘 디자이된 상가나 건물, 도서관, 카페등을 방문하여 영감을 얻는 단계다.


5. 상상하고 표현하기

6. 설계 및 시공하기

7. 이름 짓기과 규칙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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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5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크리스마스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닷슈 2021-12-25 12:17   좋아요 1 | URL
스콧님 성탄절 잘 보내세요. 저는 어제 밤늦게 혼자 모지스 할머니 책을 봤네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책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