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듀 (2017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 지역교육을 위한 희망 로드맵
추창훈 지음 / 에듀니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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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교육은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지역교육은 학습의 주제와 소재로 학생의 삶을 다룬다. 학생이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자신의 삶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교육은 학생이 살고 있는 지역, 즉 그의 삶은 다루는 교육을 실행함으로서 학생으로 하여금 학습에 집중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며 그로 인해 학습의 주인이 되게 한다.

 그리고 지역 교육은 학교를 특색화한다. 여러 번 지적했지만 한국의 공교육은 학교별로 특색화하지 못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교원이 순환한다. 교원은 법적인 제약으로 한 학교에 오래 머물지 못하며 그 학교와 지역에 대해 알 만하면 떠나게 된다. 거기에 강력한 국가교육과정에 학교가 자신만의 특색을 갖는 것을 제약한다. 그렇기에 한국의 각 학교는 건물 모습에서 사용하는 교과서, 수업모습까지 천편일률적이다. 학생들이 전출과 전입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적어도 학교에선 친구들이 바뀌어서가 전부다. 수업방식이나 수업내용, 교재의 차이는 전혀 없다. 특색하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지역 교육은 해당 학교가 속한 동이나 면의 특성에 맞추어 교육을 특색화한다. 

 지역 교육은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한다. 지역 교육을 위해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해당 지역의 자원을 사용하게 된다. 학교의 교원은 교육전문가이지만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완전한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과 목공수업이나 국어에서의 연극수업, 미술에서의 도예수업 등이 그렇다. 이 경우 지역 전문가와의 협업이 중요한데 지역 교육이 활성화하면 지역에 숨겨진 이런 자원들이 학교 공교육으로 편입되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은 지역을 더 잘 알게 되며 각 지역 자원들에게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지역의 사회적 협동조합까지 구성하는 단계이 이른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또한 지역교육은 학교가 본업인 교육에 집중하게 하여 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 학교는 20여년전부터 교육법에도 있지 않은 방과후 학교와 돌봄 업무를 떠맡고 있다. 지역교육이 활성화하여 이를 담당하는 센터가 구성되면 이를 지자체나 지역의 센터에서 담당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학교의 교사는 교육 본업에 집중하고 아이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가질수 있으며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방과후나 돌봄자체도 더욱 훌륭해진다. 현재 각급 학교의 방과후는 외딴 지역의 경우 강사를 구하기 어렵고 매년 강좌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 연속성 있는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지역에서 담당하게 되면 일관성있는 교육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지역 교육은 교육의 거버넌스를 이룰수 있게 한다. 오랜 기간 학교교육은 학교교사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의해서 이뤄져왔다. 여기에 학생이나 학부모, 지역의 요구가 들어갈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지역 교육이 실현되면 학부모와 지역, 학생, 교사가 함께 학교교육을 만들어가게 된다. 즉, 교육 거버넌스가 이뤄지는 것이다. 

 책 로컬 에듀에는 현재는 교감이지만 과거에는 전북 완주군 교육청의 장학사였던 추창훈이 지역 교육의 실현을 위해 혁신교육특구 사업을 하면서 느낀 생각과 소회, 일추진 과정, 성과등이 잘 집대성되어 있다. 읽으면서 상당한 인상과 감동을 받았다. 거의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느낌인데 저자의 교육자로서의 역량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지역교육, 즉 마을교육이 이루 교육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여긴다. 지역교육은 혁신교육특구, 경기도로 치면 혁신교육지구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데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업으로 지역의 각급학교가 지역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된다. 지자체는 교육청과 비교할 때 선출권력으로 많은 권한을 갖는다. 예산과 조례지정권한, 인력, 프로그램, 시설, 네트워크가 그렇다. 이를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서로간의 협업이 요구되며 그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진게 혁신교육 특구다. 

 저자는 혁신교육특구 사업으로 학습 더딤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그려놓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학교는 많은 아이들에게 일정수준으로 같은 내용을 가르치므로 필연적으로 그 수준과 방법이 맞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습더딤이 일어난다. 해석주의 교육사회학에 의하면 학습더딤은 4가지 유형으로 처리되는데 제외하기, 포기하기, 숨죽이기, 낙인찍기다. 제외는 수업이 주로 중간수준으로 진행되기에 여기에 못미치는 학생이 교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포기는 수업에서 뒤쳐지는 학생을 따로 고려하여 지도하지 않는 것이고 숨죽이기는 원만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학습더딤학생에게 과제만을 부여하는 것이다. 낙인찍기는 방과후 등에 진행하며 나머지 공부등의 보충수업으로 부진을 중복 확인하는데 그치는 것을 말한다. 

 어느 순간부터 학교는 학습 더딤학습을 외부에 위탁하는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선생님들은 이런 아이들을 남겨서 가르치는 일도 많았는데 학교에 방과후나 돌봄, 정보화등 여러가지 업무가 폭증하게 되고 학습더딤에 대한 예산등이 마구잡이로 들어오게 되면서 외부강사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문제는 이들의 전문성 뿐 아니라 성공적으로 접근이 이루어져도 외부강사이기에 학생에 대한 형성된 지도방법과 역량이 그대로 외부로 유출되어 연계성 없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누적된 학습더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습더딤을 겪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생 개인별로 더딤의 원인이 어디서 오는지 관찰, 면담, 기록, 분석등으로 그 원인을 확인하고 그 원인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일부학교에서 보여주는 학습지원 교사제의 도입(정교사를 더 도입해 이들을 학급에서 학습더딤을 겪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로 활용)하거나 교육청이나 지역 풀뿌리 센터를 만들어 그곳의 고정된 인력이 오래도록 지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읽으며 지역 교육과 교육의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루는 저자의 시각과 노력이 매우 인상깊었다. 지역교육은 많은 것을 포괄한다. 학습 더딤학습에 대한 것, 진로교육, 체험학습장소, 학교의 돌봄과 방과후 해결, 교육과정의 강화, 교육 거버넌스의 확립등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학생 하나하나의 성장과 행복, 그리고 향후 지역사회의 자원으로 그들이 살아갈 지역과 인재를 키워주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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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의 다리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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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인 마커스 주삭이 누군지 몰랐지만 이번에 출간한 '클레이의 다리'는 전작으로부터 무려 13년의 시간차를 두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책을 읽으면서 마주친 지나친 두꺼움, 복잡한 구조, 수많은 비유들이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아....... 이걸 이렇게 하려니 이리 오랜 시간이 필요했구나" 라고. 

 소설을 읽으면 지식책들에 비해 묘한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그 책의 작가들만이 내뿜는 호흡과 문체, 세계관, 서사의 구조에 젖어드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그리 높은 허들은 아니며 그 약간의 장애물만 넘어간다면 이후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작가가 유도한 감정만이 느껴지기에 어느 정도 기분 좋은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근데 '클레이의 다리'는 이게 좀 많이 높았다. 이 책을 그만 읽을까 고민하며 무려 100-150쪽 정도 읽기 시작했을때서야 그 허들 위로 간신히 머리 정도를 내밀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인데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주는 감정과 생각등은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었지만 온전히 다 본것 같은 기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언젠가 한 번 더 읽어봐야하지 않을까나.

 책은 거대한 서사도 그리고 한 개인만에 국한된 세세함도 아닌 중간 정도다. 던바라는 성을 가진 집안을 다루면서도 아버지 마이클 던바와 그 아들 클레이 던바까지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복사판 처럼 닮아있다. 외모도 그러하고 여자 팔자도 그렇고, 그 기묘한 성격과 매력에 육체적 강인함, 그리고 공사장에서의 솜씨까지 그러했다. 마치 영화 대부가 생각나는 장면인데 영화 대부2는 아들 대부인 마이클 콜레오네와 그의 아버지 비토의 삶은 평행선처럼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 클레이의 다리도 딱 그러하다.

 책의 구조는 시간순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시간순을 따르지만 사실 앞부분이 가장 최근이라 할 수 있고, 점점 과거의 사건이 드러난다. 처음엔 아버지 던바, 그리고 아들 던바, 결국 합쳐지며 마무리다. 아버지 마이클 던바는 시골 출신이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인 애비가 있었고, 애비도 마이클을 좋아한다. 마이클은 자신이 사랑하던 개가 뱀에게 물려죽자 개와 뱀을 모두 앞마당에 묻는다. 그리고 애비에게 고백을 하고 개가 사라지자 자신이라는 묘한 기분나쁨과 함께 마이클과 함께 한다. 둘은 시골에서 공부를 잘해 대학에 진학한다. 애비는 경영쪽, 마이클은 미술쪽이었다. 마이클은 이상하게도 아름다운 애비를 더욱 아름답게 그리는 것 외에는 딱히 재주가 없었다. 둘은 결혼하지만 이런 마이클의 전공에서의 실패와 애비의 전공에서의 성공은 둘의 처지를 점점 갈라놓게 된다. 그리고 둘은 헤어진다.

 마이클이 다음에 만난 여자는 페넬로피로 클레이 던바의 어머니다. 페넬로피는 아마 폴란드인 것 같은데 하여튼 동유럽 출신으로 피아니스트다. 동구권이 무너질 무렵 직업이 그렇다 보니 페넬로피는 서유럽 여기저기로 공연을 다녔다. 늘 돌아왔기에 아마 당국의 의심도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 모든게 페넬로피 아버지의 포석이었다. 아버진 페넬로피조차 모르게 그녀를 빈으로 보내며 탈출을 지시한다. 그리고 딸은 탈출했고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이었다.

 괜찮은 피아니스트였지만 영어와 자본주의를 모르는 페넬로피에게 주어진 일은 청소였다. 그리고 그 일로 돈을 모아 페넬로피는 피아노를 산다. 근데 그 피아노가 잘못 배달되는데 하필이면 마이클 던바의 집이었다. 후일 둘은 결혼하여 합치며 그 피아노가 결국은 잘못 배송된게 아니었음을 언급하며 즐거워한다. 하여튼 이 오배송사건을 계기로 둘을 서로를 알게되고 끌리며 사귀고 결혼하게 된다. 집을 샀고 그게 던바가의 아처스트리트 18번가다. 집은 경마장 인근으로 시끄러워서 인기가 없었는데 페넬로피는 오히려 그걸 좋아했다. 

 페넬로피 네 아들을 낳는다. 매슈, 로리, 클레이, 헨리다. 그리고 이 책의 화자가 고교시절부터 글좀 쓰던 매슈다. 로리는 타고난 싸움꾼으로 괴력에 그 힘에 걸맞게 성질도 사납다. 클레이는 주 400미터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준족에 묘한 매력을 지녔고 헨리는 집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평범하다. 페넬로피는 영어가 익숙해지자 교사가 되었다. 정말 힘든 네 아들은 페넬로피가 잘 키워내고 심지어 피아노마저 가르친다. 학교에서도 특유의 뚝심으로 문제아들을 지도하여 명망있는 교사가 된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암에 걸린다. 의사의 예상보다 몇년을 더 살았지만 결국 죽고 아버지 마이클 던바는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집을 나가 버린다. 그리고 그 후로 매슈는 아버지 던바에게 살인범이라는 별칭을 붙인다. 아직 고교도 졸업하지 못한 자신들을 건사하지 않고 나가버려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래고 아버지 없이 아이들은 자랐고 클레이는 묘하게 엇나가는 자신의 집안처럼 기수만 꾸준히 나오는 숙명을 가진 집안의 여자애를 만나게 된다. 

 케리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기수였고 유일하게 묘하고 이상한 클레이를 담아낼 수 있는 아이였다. 케리는 집안의 반대에도 기수가 될정도로 의지가 강했고 능력도 있었지만 결국 낙마하여 사망한다. 클레이의 운명도 이런 면에서 아버지 던바와 많이 닮았다. 아버지 던바는 이런 클레이에게 함께 공사장에서 다리를 만들자고 한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클레이의 다리인 셈인데 클레이는 이걸 허락한다. 그 다리는 오래전 강가에 있었지만 유독 비가 많이 오던날 쓸려내려갔고 이제 보수를 하는 참이다. 

 그리고 함께 다리를 완성해가며 클레이와 아버지 마이클은 뭔가를 해낸 느낌을 갖게 된다. 지독한 숙명 같은걸 다리로 털어냈다고 해야할까. 책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이후에 이야기도 다루는데 형제 매슈, 로리, 헨리의 이야기 그리고 클레이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 형제들은 매일 서로 죽일 듯 싸우면서도 묘하게 의리가 있는데 형 매슈는 로리가 학교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알게된 여교사와 사귀게 되고 슬하에 딸을 둘 갖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혼을 미루는데 그게 클레이가 없어서다. 우애가 이 정도다.

 서평은 시간 순으로 했지만 책의 내용은 비선형적이며 매우 복잡한다. 한장은 현재를 다루고 다음장은 과거를 다룬다. 비유적 표현이 상당히 많으며 책은 무척 두껍지만 한 절 한 절은 생각보다 무척 짧다. 상당히 독특한 감성과 느낌을 주는 책으로 오래도록 기억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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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4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작가의 책도둑과 메신저를 꽤 재밌게 읽었던거 같은데 오랫만에 신작이 나왔네요.

닷슈 2022-01-25 20:05   좋아요 0 | URL
저는 전작들은 보지 못해서 이번 작품과 느낌이 비슷한지 궁금하군요.

mini74 2022-02-10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축하드립니다 👍

그레이스 2022-02-10 18:08   좋아요 2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닷슈님!

이하라 2022-02-10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2-02-11 01: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하라님.

서니데이 2022-02-10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강나루 2022-02-11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 축하해요^^

닷슈 2022-02-11 14:5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당첨축하드려요
 
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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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부터 방영하는 EBS 위대한 수업을 가끔 본다. 매일 감질나게 찔끔 보기보다는 토요일 오전에 하는 재방에서 한 학자 분을 모두 몰아주는걸 한 방에 보는 걸 선호한다. 아무래도 옛날 사람인듯 하다. 나에게 한 텀이란 5분 10분보다는 한 시간이다. 그래도 위대한 수업은 요즘 젊은 사람들 특색에 맞게 15분 분량 정도로 한 강씩 잘라서 방영한다. 그러고보니 알라딘에서도 관련 저자 책들을 모아놓은 이벤트가 있다. 

 지난 번 본 사람은 폴 너스였다. 그래서 그의 책을 찾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책 제목이었다. 슈뢰딩거가 오래 전 같은 제목으로 책을 썼는데 폴 너스 역시 그를 기리고 자신이 생물학의 연구자인 만큼 평생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책을 써나갔다. 그래서인지 책은 얇은데 읽는 것이 녹록치 않았다.

 생명이 역사가 겨우 50억년에 불과한 이 지구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자생설도 있고, 생명이 이렇게 고도로 발달하기엔 역사가 너무 짧아 외계에서 도입되는다는 설도 있다. 외계 도입도 거의 완전한 생명이 들어오거나 혹은 상당히 생명에 가까워진 유기물질이 들어온게 아닌가로 갈리는 듯 하다. 폴 너스는 책의 서론에서 생명의 요건으로 3가지를 주목한다. 번식이 가능하고, 유전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유전체계가 다양성을 드러내고 이것이 대물림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계를 지닌 물리적 실체로서 생명은 진화를 하며 화학적, 물리적, 정보적 기계로 작동한다. 때문에 생명이 위와 같은 작동을 하려면 경계로써의 세포막과 유전물질, 대사작용이 이뤄져야 한다. 

 하여튼 많은 학자들은 초기 생명이 발생한 곳으로 지구 심해의 열수공을 지목한다. 이곳은 지금도 고세균 같은 혐기성 생물이 많이 모여사는데 생명이 발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우선 열수공 암석 곳곳에 구멍이 있어 뭔가 물질들이 농축되어 모여들면서도 보호받기에 좋다. 세포막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즉, 폴 너스가 언급한 경계를 어느 정도 지니게 해준다. 세포막은 지질구조로 분자 두 개정도의 두께를 갖고 있지만 생명과 환경을 분리해준다. 세포막의 재료인 지질구조를 물속에 넣으면 놀랍게도 이들은 서로 모이고 뭉쳐 속이 빈 공모양, 즉 마치 세포같은 모습을 형성한다. 지질구조가 적당히 모여있으면 저절로 세포막 같은 걸 형성한다는 것이다. 세포막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명의 발생에 매우 중요하다. 생명은 고도의 질서를 지닌 존재로 우주가 생성된 이래로 존재하는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된다. 경계가 없는 곳에서는 항상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엔트로피가 점점 커지며 무질서해지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엔드 오브 타임에서 브라이언 그린이 말한 것처럼 생명체는 자신의 질서를 고도로 유지하는 대신에 열이나 다른 형태의 무질서한 에너지를 그 이상으로 방출해 엔트로피를 자신이 낮춘 것 이상으로 높이므로 열역학 제 2법칙을 국소적으로는 위배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위배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RNA다. RNA를 초기생명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정보저장 및 복제와 대사작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RNA는 아마도 열수공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이들이 인근 열수공에서 고농도로 농축되고 압력이 높고 열을 충분히 받으며 여러 화학작용이 이뤄지기 용이한 조건에서 우연히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RNA는 그 자체로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선 세포핵에서 나온 RNA를 통해 리보솜이 유전물질을 읽고 그대로 단백질을 생성한다. 그리고 RNA는 효소만큼은 아니짐나 특정한 화학반응의 촉매역할을 한다. 즉, RNA는 대사와 유전을 동시에 진행한 셈이다. 그리고 이 RNA가 열수공 밖에 혹은 안에서 지질막이 형성된 막안에 들어가게 되면 최초의 원시세포가 탄생하게 된다. 생명의 탄생인 것이다. 폴 너스는 이런 생명의 개관 외에도 생명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핀다. 

 

1. 세포

 세포는 생물의 구조적 기본 단위이자 생명의 기능적 기본 단위다. 이런 세포들이 조금씩 모여 다세포 생물을 이루고 이것들이 서로 따로 작동하는 것 같으면서도 놀랍게도 일사분란하게 생존과 번식을 위한 거대한 화학, 물리, 정보기계를 이루는 것이 생명이다. 때문에 세포가 늘어나는 것은 모든 생물의 성장과 발달의 토대다. 크기와 복잡성에 상관없이 모든 생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물도 단 한번의 세포발생에서 시작했다. 이 말이 근거를 갖는 이유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막론하고 세포의 형태와 그 기능이 같기 때문이다. 

 모든 세포는 내면 상태와 주변 환경과 긴밀이 시통하고 생존과 번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내부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 없이 활동한다. 세포의 존재의 핵심에는 유전자가 있다. 유전자는 각 세포가 스스로를 만들고 조직할 때 사용하는 명령문을 담고 있다. 생물의 평생에 걸쳐 유전자는 세포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세포에 제공한다. 

 유전자는 세포에게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지시하는데 세포안의 일어나는 일을 모두 이 단백질이 수행하기에 이 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단백질은 4개의 염기만을 사용하는 유전자에 비해 훨씬 복잡한 문자체계를 사용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20가지 기본 구성단위들이 한 줄로 이어져서 만들어진다. DNA의 네 문자(ATCG)는 DNA사다리에 3개씩 모여 한 단어를 이루는 방식으로 배열된다. 그리고 이 짧은 3문자는 아미노산과 일대일 대응한다. 예를 들어 CGT는 알라닌, TGT는 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을 이룬다. 그래서 메타글로빈이라는 인간 유전자는 147*3개로 147개의 아미노산을 번역한 것이 된다. 


2. 유전

 돌연변이는 유전자의 DNA서열이 바뀌거나 재배치되어 일어난다. 원인은 자외선이나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또는 세포분열과정에서의 오류산물이다. 세포는 이런 오류를 대개 수선하므로 한 번 분열할때 3개의 미세돌연변이만이 발생한다. 이는 DNA분자 10억개당 1개 정도의 오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미세돌연변이 중 일부는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어 혁신의 원천이 된다. 

 모든 생물은 부모에게는 없는 무작위로 생기는 소수의 유전체 변이를 갖고 태어난다. 유전자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보전할 필요성과 변화하여 발전할 능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오류율이 너무 높다면 유전체에 저장된 정보가 퇴화하여 애써 지금껏 쌓아온 것이 무의미해지며 오류율이 너무 낮다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진행생물은 유성생식 과정에서 추가로 다양성을 획득한다. 생식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 염색체의 일부가 뒤섞여 재편되기 때문이다. 같은 부모를 둔 형제자매가 모두 다른 이유다. 


3. 화학으로서의 생명

 우주는 생성된 이래로 물질이 퍼져나갔고 별이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고 모여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는 여러 과정을 거쳐 다양한 원소를 생성해냈다. 그리고 이 원소들은 왜 인지 서로 안정적이지 못해 안정을 찾을 때 까지 결합을 하거나 분해하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화학반응이며 사실상 생명 현상의 근원이다. 물질이 없으면 화학반응도 없었을 것이고 화학반응이 없었다면 무언가 모여 자신을 존속하고자 하는 행위를 하는 무언가가 아예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물질과 에너지가 무질서하게 퍼지는 열역학 2법칙이 적용되는 우주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여튼 이 화학반응엔 촉매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원소들은 항상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쉽게 화학반응이 어디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이 적잖이 모여 있어야 하고 온도가 높아야하거나 압력이 높아야 하거나 산성이거나 염기여야 하는 다양한 조건이 각각의 화학반응엔 필요하다. 하지만 촉매가 있어면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 촉매는 평범한 조건에서도 화학반응을 놀랍게 촉진하며 우리몸의 세포에서 지금도 이런 화학반응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대부분 낮은 온도와 온화한 조건에서도 발생하는데 촉매 작용을 하는 효소 때문이다 효소는 대부분 단백질로 이뤄지는데 단백질은 세포가 만들어내는 중합체라는 긴사슬을 가진 분자다. 중합체 구조는 지구의 생명에 매우 중요한데 대부분의 효소와 단백질, 세포막 지질,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DNA, RNA가 모두 중합체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합체는 5가지 원소인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으로만 구성된다. 이중 탄소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 탄소원자는 다른 원소와는 다르게 4개의 원자와 결합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합체는 탄소와 다른 원자 다시 탄소와 다른 원자 식의 결합을 이루며 이런 식으로 매우 긴 거대 분자가 생성이 가능하다. 이래서 지구의 생물이 탄소기반 생물로 불리는 것이다. 

 생명은 딱 20가지의 아미노산만 사용한다. 각 아미노산은 주된 중합체 사슬로부터 옆으로 뻗어나가는 곁가지를 지닌다. 이런 곁가지 때문에 각 단백질은 화학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된다. 어떤 아미노산은 다른 분자와 쉽게 결합하고 어떤 건 그렇기 않게 도니다. 각각 다른 곁가지를 지닌 분자를 지닌 아미노산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사슬을 만듦으로써 세포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중합체 형성이 가능해진다. 이 선형 단백질 중합체는 일단 조립되면 접히고 꼬이며 자체 결합하여 3차원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데 긴 투명테이프가 서로 엉겨붙어 3차원의 공모양을 형성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이 3차원 도약으로 각 단백질은 독특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갖게 된다. 

 효소는 세포대사의 토대를 이루는 거의 모든 화학반응을 실행한다 다른 분자를 만들고 분해하며 품질을 유지하고 세포의 영역들 사이 성분과 메시지의 운반을 하기도 한다. 침입자가 있는지 감시하고 세포를 방어하고 몸을 질병에서 보호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한다. 효소라는 촉매 덕에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환경에 무관하게 쉽게 일어난다. 세포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들의 상당수가 당연히 서로 분리되어 일어나야하므로 구획화가 일어나며 세포는 여러 층위에 걸쳐 구획을 한다. 그리고 효소들은 서로 협력하여 한 반응의 산물이 곧바로 다음 반응의 기질이 일어나게 할수 있다.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드는 기구다. 새로운 단백질 분자를 만들려면 리보솜은 특정한 유전암호를 읽고서 그것을 단백질의 아미노산 문자 20개로 번역한다. RNA가 이를 위해 리보솜으로 이동하고 리보솜이 이것을 읽고 유전자의 저정 순서에 따라 아미노산을 한 줄로 이어 붙인다. 리보솜 1개가 1분에 무려 아미노산 300개 규모의 단백질을 합성한다. 

 모든 생물은 이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동물에게 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제공하는 기관은 세포내의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전자를 잃어 양전하를 띤 수소이온의 양성자를 미토콘드리아 중앙에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중막 사이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내부보다 안쪽막 바깥에 양성자가 점점 쌓이고 지름이 1만분의 1mm에 불과한 통로로 양성자가 다시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들어오며 마치 댐의 물이 떨어지며 터빈을 돌리듯 미토콘드리아 내의 매우 작은 분자 회전 날개를 돌린다. 그리고 이 날개가 회전하면서 화학결합을 일으켜 ATP를 생성한다. 이 반응은 초당 150회의 속도이며 이 ATP가 생명의 보편적 에너지원이다. ATP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미세한 배터리 역할을 하는데 세포내 어떤 화학반응이 에너지를 요구하면 세포는 ATP의 고에너지 결합을 끊어 아데노신이인산으로 전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고 그것을 이용해 세포가 화학반응이나 분자모터가 취하는 물리적 단계를 일으킨다. 


4. 정보로서의 생명

생물이 복잡하고 조직된 계로서 효과적으로 행동하려면 자신이 사는 바깥 세계와 자기 내면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세포의 모임으로서 생물은 자신의 안에서도 상당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이를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진화때문인데 생물은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미리 이상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기에 가장 효율적이거나 가장 수월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눈이나 어이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이상한 턱 부분의 신경구조를 보면 그렇다. 이 모든 복잡성과 중복성 때문에 생물학적 신호 전달망과 정보의 흐름의 분석은 매우 어렵다. 

 폴너스는 생명을 정보라고 보는 관점에 함축된 의미로 세포너머로까지의 확장, 분자상호작용, 효소활성, 물리적 매커니즘이 어떻게 정보를 생산, 전달, 수선하고 저장, 처리하는지를 이해할 방법을 찾아내면 생물학의 모든 분야는 진정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세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이 어떻게 기관을 만들고, 이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고 협력하여 온전한 기능을 하는 생물을 만드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종내, 종간, 생태계 전체까지 확장하는게 앞으로 생물학이 나가야 할 길이라고 보고 있다. 

 생물학은 물리나 화학처럼 전체를 설명하는 어떤 법칙같은 것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정보로써의 생명관을 토대로 한 생물학은 장래에 생물학 내에서도 이런 깔끔하고 전체에 적용될 원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폴 너스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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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22 : 메타 사피엔스가 온다 - 세계적인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2022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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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코리아처럼 4차산업혁명의 낌새가 감지될 무렵부터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도 꾸준히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중반 나 역시 낌새를 맡고 이런 류의 책을 많이 보다가 매년 동어 반복이 되는 것처럼 느껴져 한동안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시금 흐름의 변화가 느껴져 보게 되었고 역시나 흐름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미래는 예상하기 어려운 법이니 당연하다. 

 이번 2022버전에서 앞으로의 메가 트렌드로 잡은 것은 여섯 가지로 우주시대, 로봇과의 동거, 메타버스, 노화의 종말, 기후 위기의 극복, ESG다. 책은 먼저 2040년의 지구를 예측한다. 그 때의 지구는 시민의식이 변화해 개인의 정보 및 사생활보호보다는 이를 자발적으로 정부나 기업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권리, 복지수당,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도 그러니 충분히 그럴만해 보인다. 그리고 환경악화와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체외 인공자궁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무려 2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사실 출산은 존귀한 행위로 여겨지지만 매우 위험하며 여성에게 많은 신체적 변화와 높은 성인병유병, 건강상의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 물론 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긴 하겠지만 이런게 가능하다면 일반화되지 않을까한다. 더 이상 임신 출산으로 인한 신체적 불편으로 육아휴직이나 경력단절은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대 수명이 늘어난다. 150세 이상이다. 수명이 늘어나고 신기술로 대량의 실직과 기회가 발생하니 평생교육 시대가 열린다. 그리고 인구의 증가로 환경오염이 심화된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웬만한 직업은 자동화되어 버린다. 이로 인해 일자리가 크게 감소한다. 기본소득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다. 실업률이 매우 높은 상태가 만연해 영구실직자가 50%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유권은 대부분의 물건이 공유경제화하여 큰 의미가 없어진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가격이 더 이상 오를 가능성이 사라져 기업이나 정부가 대부분 소유하고 임대만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다. 도심항공교통이나 하이퍼루프, 자율주행차의 공유로 차량자체 절대수의 큰 감소, 그리고 메타버스에서의 근무가 이뤄지면 지금과 같은 직주근접의 이득은 크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물가가 비싸고 환경이 좋지 않은 도심에서만 사는 것을 선호할지 두고볼일이다. 마지막은 암호화 자산의 증가다. 이제 6가지 트렌드를 살펴보겠다.


1. 우주시대

 그 동안 우주는 정부, 특히 미국과 러시아의 정부주도로 이뤄져왔다. 당연한 것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면서도 이렇다할 경제적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간의 주도경쟁도 체제경쟁이 적어지며 오랜기간 멈춰져있었다. 하지만 이젠 우주의 주도권이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경제성이란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그중에서도 선두주자다. 그는 스타링크 사업을 시도중이다. 지구 저궤도에 소형 위성은 2만에서 3만개를 띄우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전 세계에 매우 빠른 속도의 초고속 인터넷 망을 구축하게 된다. 현재 지구의 인터넷 보급률은 55%인데 이런 위성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100%가 가능해지며 시장성이 개도국을 중심으로 매우 크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이 위성망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적지 않은 위성이 지구상공의 상당 부분을 가려 기후변화를 촉진할수 있다는 점, 그리고 수명이 다한 위성이 지구로 추락하여 또 다른 우주쓰레기를 양산할수 있다는 점, 위성이 천문관측과 라디오 방송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우주자원 채취도 또 다른 시도다. 달에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헬륨 3가 있다. 지구상엔 존재하지 않아 원자로에서만 만들어지는데 그 가격이 리터당 236만원으로 매우 고가다. 그럴만한 것이 헬륨3 1g이 석탄 40톤에 달하는 에너지를 만들기에 때문이다. 달에는 이 헬륨3가 무려 100만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원은 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소행성 벨트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소행성들이 지구와 같은 분화과정을 겪지 않아 금, 백금, 니켈, 마그네슘, 이리듐등 다양한 희귀금속이 철과 결합해 매우 높은 함량으로 존재한다. 2015년 지구에 근접했던 2011-uw158 소행성에는 백금이 무려 1억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각국은 이 소행성에 접근하여 자원을 채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비판도 많다. 달이나 소행성에 폭파의 형태로 자원 채굴을 시도하다 소행성위 궤도 변경, 달의 파편이 지구로 추락해 대형참사를 일으킬 영화같은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우주쓰레기 사업도 예상된다. 우주시대의 선두주자들은 기술적 한계가 있었겠지만 우주로 뭔가를 쏘아올리기만 했을 뿐 수명이 다한 위성과 부서진 로켓들의 파편을 전혀 치우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9천톤의 우주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지름10cm이상은 2만6천개 1cm는 50만개, 1mm는 1억개로 추산된다. 너무 작아 치우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이것들이 총알의 10배속도로 움직이니 더 문제다. 치우는 방법은 작은 끈적이는 물체나 포획그물같은 장치를 둔 작은 위성을 쏘아올려 우주쓰레기를 많이 포집한 후 지구궤도로 떨어뜨려 같이 태워제거하는 방법, 그리고 레이져로 겨눈후 쏘아서 지구궤도 바깥으로 날려버리는 방법등이 연구중이다.

 우주엔터테인먼트도 시도된다. 우주관광은 물론이고 우주기지와 달기지가 건설되면 여기에서 사람이 숙박하는 형태다. 그리고 이곳에서 영화촬영도 시도된다. 우주영화를 드디어 진짜 우주에서 찍게되는 것이다. 구독자를 많이 확보한 유튜버들도 자신의 우주생활을 라이프로깅할 것이다. 그야말로 우주엔터 산업의 시작이다.


2. 로봇과의 동거

 최근 탈중앙화장치의 하나로 소피아 DAO가 개발되었다. 소피아 DAO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인센티브 매커니즘을 변경하여 경영진, 아시화 구성원, 소규모 그룹, 단체가 조직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을 방지한다. 소피아 DAO는 이것의 성장과 성공에 관심이 있는 모든 회원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회원들은 소피아 DAO를 육성하고 지원하고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서로 협력하고 돌보는 관계를 지향한다. 즉, 소피아 DAO는 앞으로 있을 메타버스나 가상세계안에서 사람들이 가중치를 두는 여러가지 규칙이나 법칙등을 통해 이를 학습하여 만들어지는 인공지능로봇이며 중앙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 탈중앙장치이지만 모든이의 감시와 간섭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메타버스는 초기에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온갖 불법과 사기가 판치는 형태가 될수 있다. 뒤늪은 중앙이 개입하기 전 소피아 DAO는 메타버스내 규율을 만들고 관리하며 자체적으로 정체할 탈중앙형 리더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소피아 DAO는 3단계로 작동하는데 1단계는 부분 분산화의 단계로 거버넌스가 보호자, 아카데미 및 소피아 친구및 일반대중이다. 2단계는 소피아 DAO가 탈중앙화단계로 인간 구성원의 민주적 투표에 의해 제어되는 형태다. 3단계는 소피아 DAO가 구조상 완전 분산단계로 소피아가 자신의 마음과 몸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고 인간은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단계다.

 미래학자 이안 피어슨은 2050년이면 인간과 인간간의 성관계보다 인간과 로봇과의 성관계가 더 많아 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도 섹스테크 산업은 무려 300억 달러 규모로 만만치 않은 수준인데 2026년에는 52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사회는 언택트 문화가 강화될 것인데 사람들간의 미접촉으로 개개인은 더욱 고립감과 섹스기회가 줄어들 것이고 때문에 사람들은 섹스로봇에 성욕구를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래의 섹스로봇은 더욱 매력적으로 변화하고 인간에게서는 얻기 힘든 강력한 성적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지금의 포로느가 실제 일반인의 섹스와는 매우 멀이지고 강력한 자극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일반인과의 섹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인간간의 섹스를 더욱 드물게 할 수도 있다. 섹스로봇은 변태적 성행위나 불법인 소아성행위의 형태로 이뤄질수도 있다. 이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될 것이다. 하지만 섹스 로봇은 혼자사는 고령인구 장애인등 혼자서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어려운 계층에게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며 부부간의 성적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주는 장점도 갖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예술도 하게 된다. 이미 인공지능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이야기를 창작하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작품을 구별하지 못할 것이고 인공지능의 창작물에서 더 큰 감동과 재미, 경제적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거기에 인공지능 예술은 인간보다 더 빠른 시간안에 더 잘 창조하여 효율성과 경제성면에서 월등하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딥러닝형태로 과거 인간의 창작물의 패턴을 찾아내거나 많은 자료를 학습하여 작품을 구성해낸다. 이를 순수한 창작물로 볼지 논의가 있을 수 있는데 최근 개발된 인공지능 예술가들은 인간 자료의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여기에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패턴을 출력해내는 형태로 창조를 진행한다고 한다. 기존의 작품을 충분히 답습하고 학습한 후 여기에 자기만의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이 인간의 창조행위인데 매우 유사해보인다. 

 로봇은 큰 것만 있는게 아니라 작은 것도 있다. 나노로봇이다. 나나이트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매우 작아 까다롭고 복잡한 작업 수행에 최적화되어 있다. 물, 공기, 음식, 몸속, 소대변속 등 어디에나 존재가 가능하다. 이들은 환경청소, 3D프린팅, 질병치료, 다른 행성 탐험, 날씨 제어등에 사용될수 있다. 특히, 의료분야에 가능성이 높다. 인체에 들어가 표적부분에 약물을 분사하거나 공격하는 형태로 질병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봇정치인도 등장한다. 지금의 대의 정치는 과업수행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사람이 하는 것이고 이들 정치인들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 외부 압력, 기득권자와의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람 정치인에게 다른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객관적이고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입안하는 인공지능 정치인이 등장할 수 있다. 이들은 현대사회처럼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복잡한 정보를 바탕으로 여론의 수렴이 가능하고 계산할 수 있다. 

 인공지능자산 관리사인 로보어드바이저도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미 실행중으로 미국 주식시장 전체거래량의 85%가 알고리즘으로 거래되었다. 2000년 골드만 삭스는 무려 600명의 인간 트레이더를 보유했지만 지금은 단지 2명만이 남아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의 투자규모, 성향등을 고려해 수백가지의 맞춤형 최적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손쉬운 클릭만으로 자산포트폴리오를 즉사 바꿀수 있고 손실을 기민히 회피한다. 게다가 각종 주가 환율등 데이터를 종합하고 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물론 개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채권이나 부동산 유동화증권등을 분석하여 분산 투자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 로보어드바이저는 시공간을 초월하고 수수료도 저렴하다. 합리적 투자 전략을 추천하며 인간처럼 감정에 휩쓸린 위험한 투자도 차단한다. 


3. 노화의 종말

평균적으로 하나의 신약을 출시하는데 1천명의 인력과 13-15년의 시간, 16억 달러의 자금이 소요된다. 하지만 신약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수명연장관련해서는 줄기세포와 유전자 편집가위인 크리스퍼 관련 산업이 기대된다. 

 엑소좀은 소변이나 혈액 등 다양한 체액에 존재하는 30-100나노미터 크기의 소포체다. 세포간 정보전달 및 교환을 위해 분비되는 물질인데 여기에 함유된 마이크로 RNA가 다양한 질병과 연관되어 있는것으로 알려지면서 질환의 예측에 활용되게 되었다. 

 인간은 가상세계에서도 죽음을 피할 수 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은 BCI가 있다. 인간의 뇌가 가상세계와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인데 영화 매트릭스를 생각하면 상상이 쉽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감정을 제어해 슬픔이나 두려움이 사라지고 엄청난 정보 분석력으로 1초에 책 1천권을 읽게 되고 타인과 텔레파시로 통신하며 인공지능로봇도 제어한다. BCI가 도입되면 인간에게 더 이상 지식, 정보를 전수할 필요가 사라진다. 교사 교수의 역할이 멘트, 가이드, 동업, 협업의 관계로 변화할 것이다. 

 3D 프린팅도 건강과 관련 깊다. 각종 치아나 뼈 장기등을 출력하는 것 외에도 개인의 영양, 체질, 음식 선호도를 분석하고 이에 맞춰 음식을 출력 제공한다. 개인의 상태에 최적화된 음식을 제공해 건강관리를 하고 수명을 늘리며 버려지는 음식을 최소화해 환경에도 기여한다. 


4. 기후 위기의 극복

기후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태양광과 풍력이 중심이 되겠지만 조력도 중요하다. 조력은 태양광 풍력과는 다르게 날씨의 제약이 없으며 늘 일정하게 발생한다. 태풍이 불면 오히려 발전량이 좋아진다. 해안선 1당 평균 5개 가구가 사용할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수소도 중요한 에너지인데 수소는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전기분해하여 대규모 저장이 가능하다. 즉, 재생에너지로 발생한 전기로 수소를 전기분해하여 보관한 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수소는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될수 있는데 송전선보다 1/8가격으로 10배의 에너지 전송이 가능하다. 

 SWB는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의 약자다. 2010년 이후 태양광은 발전비용이 80%, 풍력은 45%, 배터리는 용량비용이 90%나 저렴해졌다. SWB가 기술발전으로 한계비용이 거의 0까지 수렴할 경우 에너지과잉으로 많은 혜택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 운송, 식품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세계온실가스의 상당부분을 방출한다. 이중 축산업은 물, 토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세포배양육이 상용화하면 그 사용량이 90%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배양육은 2030년이면 기존 고기보다 가격이 5배나 싸질 것으로 예상되며 2035년이면 10배나 싸질 것으로 보인다. 축산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퇴출 될 것으로 보이며 전통 농업도 마찬가지다. 수직농업이나 공장식 농업은 넓은 땅과 비료, 농약이 필요치 않다. 적은 토지안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경작이 이뤄질 것이다. 농토와 축산업이 차지하던 넓은 땅은 다시 숲으로 조성되어 생태계 복원 및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이다. 


5. ESG

 ESG는 환경, 사회적 기여, 거버넌스의 약자다. 현세대가 미래 세대의 경제, 사회, 환경자원을 낭비 고갈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노력으로 최근 무척 중요시되고 있다. 환경 관련으로는 탄소 국경세의 도입이 있다. 유럽연합은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함량을 분석조사하여 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높으면 2026년부터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 민주당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도 2025년부터 자산 2조 이상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이면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ESG공시를 의무화한다. 한국은 ESG국제기업 평가에 불리한데 산업이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인구대비 오염물질 발생량은 중국에 앞서지만 그린에너지 연구개발 투자금액은 유럽연합보다 적다. 

 한국은 그래도 ESG중 환경과 사회적 기여에는 신경을 조금씩 쓰는 형편이지만 거버넌스에 무관심하다. 하지만 전 세계는 거버넌스를 같은 비중으로 중시한다. 거버넌스를 아무래도 경영투명성 및 민주적 소유구조등과 관련짓는데 족벌적 가족 소유기업인 한국기업들이 이를 등한시하는건 자신들의 생리와 맞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글로벌 연기금은 네거티브 스크리닝으로 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ESG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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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2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2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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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연초에 읽었다. 이번엔 2022년이고 올해가 호랑이 해인 만큼 그것에 맞게 키워드를 선정했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을 중점적으로 풀어냈는데 올해의 키워드는 10개로 나노사회, 머니러시, 특템력, 러스틱 라이프, 헬시플레저, 엑스틴 이즈 백, 바른 생활 루틴이, 실재재감테크, 라이크커머스, 내러티브 자본이다. 


1. 나노 사회

 나노는 10억분의 1로 원자 수준의 크기다. 하지만 책에선 각자 도생의 사회에 처한 원자화된 개인을 말한다. 자본주의가 심화되고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고 각자도생의 길에 몰리게 되었다. 1인가구의 증가가 나노사회에 대표적인 예인데 한국의 2020년 1인가구는 무려 664만 가구로 전체가구의 31%에 달한다. 

 나노 사회의 한국인은 과거같은 집단정체성이 매우 흐릿하고 취향이나 선호에 따라 모인다. 때문에 우선 조각조각 흩어졌다가 비슷한 선호를 가진 끼리끼리 모이고 이들이 서로 메아리치며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낸다. 이런 취향공동체를 칭하는 용어로는 해시태그와 커뮤니티의 합성어인 태그니티가 있다. 

 나노사회의 한국인은 능력주의의 강화로 인해 지나친 성취와 경쟁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경제적 불안이 증폭되어 스스로를 더욱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공동체가 붕괴하여 사회-가족-개인으로 책임이 좁혀지면서 개인의 생존전략은 더욱 치열해진다. 이 상황에서 사회는 공정성을 담보해주지 않기에 개인은 더욱 치열해지고 무기력해진다.  

 나노사회에서는 노동은 매우 플랫폼화하는데 개인들은 평생 직장의 상실과 상대적 여유시간의 확보로 긱 워커로 전락한다. 긱 워커는 단기적인 계약을 디지털 플랫폼등을 통해 얻고 일회성 초 단기 노동을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이렇게 복잡해지면서 과거 회사대 사원의 이원적 관계가 크게 복잡해지고 다양한 직종에 따른 서로의 욕구가 상이해져 구성원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이로 인해 사회 결속력이 크게 약화한다. 

 이런 나노사회의 해결방안으로 우선 공감력 키우기, 그리고 우연한 발견에 대한 재미 깨닫기가 있다. 원자화한 개인은 같은 취향의 사람하고만 소통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력이 크게 부족해진다. 때문에 세계시민의식을 갖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져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각 개인은 취향별로 모이고 알고리즘에 의해 같은 것을 추천받아 한 방향으로만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것을 깨주는 것이 우연한 발견에 대한 재미깨닫기다. 


2. 머니러시

 각 개인의 돈에 대한 집착은 엄청나졌다. 희소성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 투자대상이 되었고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다. 초기 투자금액이 부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플랫폼이 그 지분을 조각조각 쪼개어 판매하는 방식이 그렇다. 이를 통해 적은 돈으로도 유명 미술품이나 강남의 건물주가 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올해는 금리인상이 예고되어 있어 무리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젊은 층의 주의가 필요하다.


3. 득템력

 사람은 과거부터 다른 사람에 대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물품으로 몸을 치장해왔다. 과거 세습시대에는 교양이나 고급 물품이 그러한 역할을 했고 산업화가 되어서는 값비싼 명품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SNS와 대중화가 발달한 지금은 가격이 비싼 한정판의 물건을 얻는 득템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불능력을 뛰어넘는 것으로 돈 이외에도 오래 기다리거나 매장직원과 관계를 잘 유지한다던지 등의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득템력으로 이를 얻어낸 개인은 이를 자신의 SNS에 올려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한 껏 누리게 된다. 

 이런 사회현상으로 각 기업은 한정된 물량만을 판매하는 행거마케팅이나 수량이 한정된 제품에 대한 구매자격을 무작위로 부여하는 래플등의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4.러스틱라이프

 각자 도생의 사회에서 사람은 지친다. 그래서 도시를 떠나 나만의 여유를 추구하는 러스틱 라이프가 등장했다. 오도이촌이나 삼도사촌 식으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제법 길게 머무른다. 이들은 수려한 풍경을 가진 곳을 찾는 것이 아니다. 이른 바 3멍이라고 풀멍, 불멍, 물멍처럼 그저 고민없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추어 일부 기업들은 워케이션 개념을 채택하기도 한다. 이른바 휴가지에서 근무를 하는 것으로 평균 생산성이 무려 20% 상승하면서 스트레스는 37%감소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경남하동의 워케이션 오롯이 하동은 고유오피스와 숙소차량, 빔프로젝트, 피크닉 세트까지 제공한다. 그저 몸만 오면 되는 것이다. 

 듀얼라이프는 도심과 시골 두 가지 생활을 모두 즐기는 것으로 농막을 이용하고나 세컨드 하우스를 지방에 만들어 휴양시즌에 거주하거나 주말에 머무르는 방식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친지나 지인들끼리 공동으로 집을 구매하거나 전세하여 서로 기간을 나누어 머무르기도 한다. 


5.헬시플레저 

 건강관리는 필수지만 무척 힘들다. 힘든 운동과 식단관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시플레저는 이를 즐겁게 하자는 것이다. 건강한 동시에 맛도 있는 음식을 먹고, 피로관리 헬시 플레저, 멘탈관리 헬시 플레저등의 방법이 있다. 


6.엑스틴 이즈 백

 엑스틴은 90년대 10대를 보낸 X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당시 매우 혁신적이고 개인적이며 창의적이었지만 의외로 조용히 사회에 흡수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사회에 발을 들일 무렵 외환위기가 있었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무렵 2008 경제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목소리를 내기보단 조용히 적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상 가장 개성적이고 개인적이며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세대다. 때문에 이들이 윗세대와 아래세대에서 끼인체로 머물기보다는 양자를 조율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대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현재 40대에서 50대로 소비력이 정점에 이르렀고 유일하고 부모세대보다 재산이 많은 세대다. 또한 과거세대가 가족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반면 이 세대는 소비에 있어 자신의 개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사실상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자식 세대와 소통할수 있고 공감력이 높고 디지털에 대한 활용도 가능한 이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7.바른 생활 루틴이

루틴은 매일 혹은 규칙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이지만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습관과 다르다. 좋은 루틴을 가지려는 것은 아무래도 각자도생의 사회와 관련 깊다. 좋은 루틴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개인이 좋은 루틴은 갖게 돕는 앱이나 플랫폼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기업도 회사가 목표를 정하면 각 직원인 자발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정하는 시스템으로 좋은 루틴을 만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8.실재재감테크

메타버스를 생각하면 된다. 실재감 테크에는 다중감각과 동시성 체험성이 중요하다. 실재감 테크는 교육과 소비, 마케팅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러 제약을 이겨내고 감각과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면 현실에서 결핍한 정체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여나노 사회의 고립감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9.라이크커머스

소비자의 좋아요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좋아요를 바탕으로 강한 수요가 모이기에 과거엔 사업을 위해서는 10만의 팔로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확실한 수요이기에 1천명의 팔로워면 사업에 충분하다. 

 소비자 선호기반 사업유형은 세 가지다. 우선 개별 크리에어터가 좋아요를 기반으로 수요를 확보한 후 제조 전문업체에 제품 생산을 의뢰하고 이를 물류 전문업체를 활용해 유통하는 것이다. 둘째는 제조업체가 소비자의 좋아요수요를 예측하는 데이터를 확보한 후 직접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새로운 온라인 유통사들이 개별 소비자 수요를 집결시켜 공동구매 선주문 방식으로 생산단가를 낮추고 재고부담도 덜어내는 방식이다. 

 이런 라이크 커머스를 고객의 선호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온라인 소매 방식이다. 라이크 커머시에서는 소비자의 상품 선택의 핵심이 과거 더 나음과 남과 다름이 아닌 '나 다움'이다. 물건의 더 나음이나 남보다 더 비싼 것이 중심이 아니라 나의 선호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상품 구매의 주요 요소라는 것이다.


10.내러티브 자본

 요즘 기업의 가치는 과거처럼 단순한 영업이익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회사의 경영자나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내러티브가 기업의 가치를 측정한다.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인데 테슬라의 주가는 PER이 무려 1000에 달한다. 그 회사가 벌어들이는 연간이익의 1000배 정도의 주가를 자랑하는 셈이다. 이는 테슬라 자체가 갖고 있는 현재의 사업성보다는 전기차에 대한 비전, 그리고 우주관광 및 우주산업, 비트코인등 전반적 미래 디지털 생태계에 대해 보이는 회사의 내러티브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의 쿠팡도 마찬가지다. 쿠팡의 만성 적자 상태고 여러 문제가 많지만 디지털 생태계에 대해 보여주는 여러 전략들이 내러티브로 크게 평가받아 미국에서 상장에 성공했다. 

 이런 내러티브를 갖눈 전략은 단순히 논리, 합리성보다는 감정과 상징에 호소하는 방법, 그리고 독창성을 갖기 위해 고객 공동체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법, 또는 마블 유니버스처럼 또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있다. BTS의 경우도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낸 내러티브 자본을 갖고 있다고 볼수 있는데 그들의 뮤비나 여러 에세이 등에서 나오는 단서들의 조합, 그리고 꾸준히 노래에 담겨있는 메시지들이 그러한 내러티브를 창조한 자산이다. 

 때문에 앞으로의 기업가치는 유일무이한 비즈니스 모델인지 창조적인 창업자 정신이 있는지, 현재가 아닌 미래의 비전을 뚜렷이 보여주는 내러티브 자본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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