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0년 :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
이언 골딘 외 지음, 권태형 외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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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 기후, 도시화, 기술, 불평등, 지정학, 폭력, 인구, 이주, 식량, 건강, 교육, 문화는 인류가 앞으로의 100년, 그리고 그 이후를 영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다. 이 책은 이런 주제들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지도로 보여주며 그 추이와 심각성, 국제성, 해결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잘 드러낸다. 이런 지도는 구글링을 통해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들인데 그런 것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이 주는 혜안과 통찰력, 재미와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1. 세계화

 책의 세계화에 대한 어조는 긍정적인 편이다. 세계화는 전 세계 경제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분업화를 낳았고, 이를 통해 세계인은 평화와 저렴한 가격에 여러 자원과 재화를 소비할 수 있었다. 에너지와 운송비용의 큰 하락으로 시스템은 표준화되었고 제조업체들을 다양한 국가에 위탁 생산을 하였다. 그리고 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화는 이를 통해 유럽과 북미지역외에도 신흥 경제국가들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혼합도니 방식의 사고 통합으로 이어지리란 기대도 있었다. 미 당국자들은 이런 순진한 생각을 중국은 물론, 이라크, 아프간에도 기대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세계화는 민주주의 체제의 발전을 낳았다. 현재 민주주의와 독재정치의 비율은 2:1정도이며 과거엔 비슷했었다. 

 하지만 세계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 사고의 통합을 없었고 다름으로 인한 긴장이 여전하다. 또한 1970년대 이후 사실상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으며, 국가간 불균형은 크게 줄었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내 불평등 수준이 상당해져서 선진국내 외부이민자 집단에 대한 불만과 극우주의적 성향이 부활하는 조짐을 낳았다.

 더군다나 코로나 19로 인해 주각난 공급망과 3d 프린터, 로봇의 도입으로 다국적 기업의 생산시설은 다시 국내로 외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계화는 자금세탁, 세금탈루, 불법적인 자금송금의 증가를 낳았다. 인터넷은 세계화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그 확산을 낳았지만 가짜뉴스와 절도, 랜섬웨어, 극단적 사상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다크 웹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마약, 사이버, 아동성범죄를 조장하기도 했다. 현재 세계화로 인한 전체 무역의 0%가 불법거래 및 활동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계화의 길을 버려서는 안된다. 세계는 인구증가와 식량과 미중갈등, 다중체제, 기후위기등으로 국제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2. 기후 위기

 1950년대 이후로 히말라야 8000m 봉우리를 등반하다 사망한 사람이 무려 2만5천 이상이다. 히말라야의 얼음은 남극과 북극 다음의 규모로 엄청난 담수 저장고이다. 그리고 수십개의 강의 발원지이자 수십억 인구의 자양분이다. 그런데 이게 온난화로 녹고 있다. 네팔 지역에선 천 개의 새로운 빙하호가 고지대에 형성되었다. 지난 10년간 70%가 증가한 것이다. 지진이 빈번한 이 지역에서 이런 빙하호는 큰 재난을 일으키곤 한다. 

 지구기온이 2도 상승하면 빙하의 2/3이 사라진다. 히말라야 힌두쿠시로 이어지는 고산지대 2억 4천만의 사람에게 이는 재앙이다. 우선 축적된 물이 범람하여 홍수가 난다. 이후 하천 유량이 급감하고 수력발전도 할 수 없게 된다. 유량 고갈로 영세농업이 망하고 농업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집단이주가 일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게 된다.  

 현재 100개 기업에 세계 온실 가스의 70%이상을 배출한다. 그래서 뉴욕,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들과 미국의 일부지역은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과 그간의 혼란에 대해 정유와 가스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015년 네덜란드 국민은 정부에 비슷한 소송에서 승리하여 2021년 이전가지 온실가스 25%감축을 약속받았다. 

 2018년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이 320억톤이라면 산불은 370억톤을 배출했다. 미국에서만 연간 무려 10만건의 산불이 발생한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150만건의 산불 중 80%가 사람이 일으킨 것이다. 가스회사들은 주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부족하면 잉여 원유를 태워버린다. 이걸 가스 플레어링이라한다. 이들은 하루 25억 세제곱 피트의 석유를 소각하여 환경을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이게 비용상 이득이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광활한 원시림이 사라졌다. 주로 농축산업 때문이며 천연 자원의 채춰도 약간 관련한다. 삼림의 20-25%를 벌목할 경우 아마존은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상실하고 이후엔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지역으로 전환된다. 나무가 사라지면 지역이 머금고 있던 막대한 수분이 사라져 열대우림이 관목지역으로 변하는 다이백 현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가 온난화하면 빙하가 녹고 물의 부피가 증가하여 해수면이 상승한다. 문제는 위험 지역에 상당도시와 인구가 거주한다는 점이다. 위험범람원에 거주하는 아시아 인구는 2060년까지 2배로 증가할 예정이다. 북미의 경우 동부 해안과 걸프 연안 도시는 해수면 상승의 최전선이다. 그린란드 해빙과 대서양 해류의 약화로 더욱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90개 이상의 미국 해안도시가 만성적인 홍수를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3. 도시화

 오늘날 도시는 세계 GDP의 80%이상을 차지한다. 지식 경제의 핵심으로 특허도 90%가 출원된다. 도시가 진정 중요한 이유는 민주주의 회복, 불평등 해소, 전염병 대비와 대응, 탄소제로 같은 적응에 있어 인류의 가장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분열되어가고 정체성이 와해된 국가와는 달리 도시는 부지런히 온실가스 감축과 새로운 거버넌스와 경제적 사고 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도시의 기준은 의외로 애매하지만 2018년 EU집행위원회는 도시화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고해상도 위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관측을 토대로 인구 5만 이상에 1km2당 인구밀도가 최소 1500명 이상 이면 도시 중심부이다. 그리고 인구 5천 이상에 같은 면적에 인구밀도가 300이상이면 도시 클러스터이며 그 기준 이하면 농촌이 된다. 

 메가리전은 최소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권이 2개 이상 인접한 것으로 경제생산량이 합계 3000억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메가리전은 전 세계 29개가 있다. 아시아 11개, 북미 10개, 유럽 6개, 남미 1개, 아프리카 1개다. 

 도시는 생각보다 취약하다. 높은 불평등과 빈곤 수준, 통제 없이 늘어나는 인구, 치솟는 실업률, 혼랍과 오염, 폭력 범죄, 자연 재해 같은 스트레스 요인 때문이다. 전체도시의 10%가 높은 취약성을 보였으며 20%미만의 도시 만이 낮은 취약성을 보였다. 아프리카 도시는 무려 90%가 높은 취약성과 중간 취약성정도를 보였다. 큰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 인프라 투자도 낮다. 더군다나 아프리카의 도시들은 향후 기후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4.불평등

 1930-1970년대는 정부가 부자 대상 증세를 하고 사회복지를 강화하여 불평등이 크게 감소한 시기였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시작되자 불평등은 다시 심화되었다. 이 시가 자유무역이 확대되고 세계화가 되며 국가간의 격차는 크게 줄었지만 개별 국가의 국내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특히, 최근 기술의 발달은 이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단순업무의 자동화와 비정규직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플랫폼이 부상하면서 생활수준의 예측이 불가능해졌고 고용안정성은 더욱 낮아졌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에 편중된 부의 상승과 저금리, 유동성의 강화는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다. 그 결과 원주민이자 빈민들은 도시에 거주지를 상실하게 되었다. 대중교통비마져 오르며 장거리 통근도 장점이 사라졌다.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실질임금은 1970년대 이래로 정체중인데 같은 긱간 국내총생산은 350%증가했다. 즉, 상승분은 부유층이 모조리 차지했다는 셈이된다.

 이런 극심한 불평등은 경제성장률을 침체시키고, 범죄율을 올리며 질병과 우울증이 증가하고 포퓰리즘과 보호무역주의, 극단주의적 정치를 강화시킨다. 


5. 지정학

세계는 미국 제일의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향하고 있다. 이번 세기는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인도 등의 다극체제로 갈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다극체제가 안정적이다. 하지만 다극체제는 여러 체제가 경쟁하는 만큼 힘의 균형이 무너져 파국으로 이를 경우 그 여파가 매우 큰데 2차대전이나 1차대전이 다극체제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다. 단극체제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우나 역사상 오래지속되지 못했다. 양극체제는 힘의 균형이 이뤄져 안정적이나 2인자가 1인자에 강하게 도전하는 형국에서는 매우 불안정해진다. 

 현재 전 세계는 경쟁주이다. 힘을 잃긴 했으나 미국은 지원을 명목으로 177개 국가 및 영토에 800개 이상의 기지를 갖고 있으며 병력만 20만을 배치해놓고 있다. 유지엔 연간 1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전 세계는 신 경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주요 광물의 매장량을 확보하려 혈안이다. 그리고 자유주의 질서는 힘을 잃고 있는데 국내 지지 하락이 원인이다. 민주주의는 신생국과 선진국에서 모두지지를 잃고 있다. 선출직들은 그간 국내 대중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부유층의 문제만 해결함으로써 신뢰를 잃었고 양극화의 주범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선출직을 믿지 않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정치는 더 격앙되고 급진화했다. 불평등과 어려움으로 집단 정체성이 가오하되었고 이는 민족, 인종, 종교, 성별 정체성 문제로 분출되고 있다. 

 놀랍우면서도 당연하게 젊은 층일수록 민주주의에 회의적이다. 유럽은 정당가입자수, 노조가입자수, 종교인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집단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이런 정체성, 특히 정당의 쇠락은 민주주의를 쇠퇴시킨다. 


6. 이주자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사와 국가는 이주자 비율이 높았다. 이는 그 도시와 국가가 그들을 수용할만큼 강한 국력과 개방성 및 역동성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국경을 봉쇄하고 이민자는 탄압하는 단일민족 국가는 쇠퇴하고 뒤쳐졌는데 레콩키스타 이후의 스페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주자는 공공서비스와 예산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국가와 도시에서 경제적 번영을 일으키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주자는 대개 생산 가능 연령인 경우가 많기에 고령화에 시달리는 선진 도시와 국가에 보탬이 된다. 또한 그들은 원주민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경향이 있으며 피 부양자가 대개 본국에 남아 있기에 보다 많이 소비하기도 한다. 이주자는 원주민보다 장기근속하며 선진사회의 돌봄일을 맡는 경우도 많아 원주민들의 고용을 촉진하기도 한다. 이주자는 당연히 보장된 커리어를 갖고 있지 못하므로 안정적 정규직 취업보다는 창업을 많이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주자의 특허 신청 비율이 원주민의 3배다로 전체 특허의 40%다.

 사람들은 이주자의 수를 과다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대부분의 이주자나 난민이 북미나 서유럽으로 편입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주자들은 대개 자기 나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으며 문화적으로 비슷한 국가를 선호한다. 때문에 터키370만, 파키스탄 140만, 우간다에 120만에 난민이 있다. 


7. 식량

 팜유는 지구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물성 기름이다. 빵, 쵸콜릿, 땅콩버터, 샴푸, 화장품, 세정제등 거의 안 사용하는 곳이 없다. 이 팜유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90%를 생산하며 콜롬비아와 에콰도르가 뒤를 따른다.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이들 국가는 토착삼림을 파괴하고 플랜테이션을 한다. 

 우리의 식단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온실가스의 1/3이 여기서 배출되고 담수의 75%를 식량생산에 쓰기 때문이다. 식량의 이동은 지난 20년간 가속화했다. 세계는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지만 사실 식량을 충분하다. 이를 해결할 정부와 국제기구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굶주린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은 8억 2천만이고 건강하지 않은 비만 식단으로 조기사망하는 사람이 20%에 달한다. 영양불량으로 신체적 정신적 발달 장애를 겪는 어린이는 1억 5천만 이상이다. 세계 20억 인구가 철분, 비타민, 미네랄등 미량 영양소 결핍으로 건강에 문제를 겪는다. 

 반면 1975년 이후 비만 인구는 3배가 늘었다. 미국, 쿠웨이트, 사우디, 카리브제도 국가는 1/3이상이 비만인구다. 호주, 아르헨티나, 멕시코 인구의 25%가 비만이고, 이집트, 알제리는 30%가 넘는다. 

 현재 농경지는 한계에 다다랐다. 인간은 사실상 경작 가능한 거의 모든 토지를 식량 생산에 사용한다. 인구는 계속 늘어날 예정인데 지구온난화와 담수의 부족으로 식량생산성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농경지의 80%는 가축 사육에 이용된다. 중국인은 연간 62kg의 육류를 소비하는데 이는 미국인의 두배 수치다. 

 모든 해상 어획량의 1/3이 동물 사료로 이용된다. 작은 치어와 플랑크톤이 이들인데 아시아는 가장많은 선단을 보유하고 물고기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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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0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과제를 지도로 확인하는 책 좋네요. 닷슈님 글보고 어떤 책인가 싶어 검색해보고 왔습니다. 지도 보는거 좋아하는 제가 딱 좋아할 책인듯해서 오늘도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닷슈 2022-10-11 09:11   좋아요 1 | URL
저도 지도를 좋아해서 이 책 보면서 좋았습니다. 지도 좋아하신다면 만족하실 겁니다.
그리고 책이 제법 두꺼운데 사실 지도가 반입니다.

서니데이 2022-11-09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이하라 2022-11-09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기쁜 날들 보내세요.^^

닷슈 2022-11-10 21: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thkang1001 2022-11-09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강나루 2022-11-10 0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닷슈 2022-11-10 21: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역시 축하드립니다.
 
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 장애공감 2080
이봉 루아 지음, 김현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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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우영우나, 굿 닥터 처럼 자폐인을 다룬 인기작들을 보면 심경이 복잡해진다. 그 숫자에 비해 사회에서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자폐인을 조명해준다는 매우 긍정적인 점이 있지만 자폐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 때문이다. 물론 자폐인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기에 우영우나 굿 닥터 같은 자폐인이 어딘가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폐인은 그들처럼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기보다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부가하는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본 자폐에 관한 책은 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라는 책이다. 프랑스 책인듯 한데 확실치는 않다. 책의 시작에선 늘 그렇듯 젊고 매력적인 남여의 만남이다. 그들은 아이를 낳기로 하고 결혼도 한다. 아이는 남자아이로 이름은 올리비에다. 사랑스러운 아기였지만 슬슬 말을 다른 아이들만큼 하지 못하는 것을 부부는 눈치챈다. 결국 검사를 받고 아이는 자폐 판정을 받는다. 

 엄마도 엄마지만 아빠의 충격이 매우 컸다. 작중엔 그의 세계관이 아니 세상이 무너져내리고 그 충격으로 아빠가 검은 새처럼 변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그 새는 엄마와 다투고 가정은 무너진다. 이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혼한 엄마는 엄마대로 성실히 아이를 챙기고 이혼한 아빠와 협력하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운다. 이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이라면 가능할까. 하여튼 아이는 아빠가 챙긴다. 엄마는 부유한 남자를 만나서인지 아니면 직업이 좋아서인지 아빠보다 부유했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 멀리 이사간다. 그렇다고 아이를 보는 것에 소홀하진 않다.

 그래서 자폐 올리비에와 싸우고 생활해나가는 것은 아빠의 몫이 된다.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규칙에 맞는 생활과, 짜여진 일과, 그리고 각종 치료를 추천한다. 하지만 아빠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은 말이 안된다. 세상은 규칙적으로 짜여진대로만 살수는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독재자 푸틴이나 시진핑도 그렇게 살진 못할 것이다. 아빠는 아들이 잠이 들면 그래서 매일 가구의 위치를 바꾸며 노는 것도 하루의 일과도 조금씩 달리한다. 아들을 현실에 적응시키기 위해 자극을 계속주어 둔감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올리비에는 아빠의 이런 노력으로 서서히 눈맞춤도 되어가고 어느새 말도 하게 된다. 여전히 자폐이고 남들이 보기엔 이상하지만 아빠의 노력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갖고 있으며 약을 먹게 된 후로는 정규학교수업도 받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빠의 노력은 눈물겹다. 계속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하며 남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아들을 바깥에서 교육적으로 대한다. 매번 아빠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남겨두었던 무수한 아들을 삭제한다. 정상적으로 태어나 자기와 책을 읽고 스포츠를 즐기고 상호작용하는 아들을 말이다. 

 책의 마지막은 어느 덧 많이 자란 올리비에게 자신의 선생님에게 아빠를 남성으로서 소개하고 추천하는 장면이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물론 애초에 올리비에는 그 정도까지는 갈수 있는 자폐인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자폐 부모들이 갖은 노력에도 평생 자신의 아이와 제대로된 의사소통 한번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올리비에와 아빠의 노력을 평가절하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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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09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비에를 저정도까지 오게 하기까지 정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로 사는건 몇배나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의 환경이 그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그런면에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거 같고요. 제도적인 면은 그래도 많이 좋아진거 같은데 장애에 대한 우리나라사람들의 인식은 어째 갈수록 더 퇴보하는거 같은 느낌이에요.

닷슈 2022-10-10 12:30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인식이나 지원이 퇴보하는 건 중산층이 살 여유란게 많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그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미래교육 디자인 시리즈 6
마크 프렌스키 지음, 정현선.이원미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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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프랜스키의 미래교육을 설계하다를 보고 인상이 깊어 그의 다른 책을 찾아봤다. 미래교육을 설계하다에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주장했다면 이번엔 파트너 맺기 교육 방법을 제안한다. 그리고 교사의 교육 파트너는 당연히 학생이다. 

 현재 학생은 교실에서 고통 받고 있다. 자신들의 열정 관심과 무관하고, 방법도 일방적이며, 시대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실생활과 무관한 교육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강의가 싫고, 존중과 신뢰, 자신의 의견이 소중히 여겨지기를 원한다. 자신의 관심과 열정을 품고, 시대의 도구를 이용하여 창조하고 싶어한다. 동료화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싶어하나 무임승차나 게으른 녀석들은 싫다. 결정을 내리고 통제권을 나누기를 원하고 동료와 학습성과와 과정을 공유하고 연결하고 싶어한다. 협업과 경쟁을 적절히 원하고 단순 교육이 아닌 실재적 교육을 원한다.

 학생들은 이런 특성을 갖기에 다음과 같은 일을 잘 한다.

 열정을 찾고 좇기, 사용가능한 기술을 무엇이든 활용하기, 정보를 조사하고 찾기, 질문에 답하고 생각과 의견 공유하기, 적절한 동기부여 때 실행하기, 글과 멀티미디어로 발표하기이다. 그리고 이런 학생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교사는 적절하게 질문을 만들고 던지며, 학생에게 안내 및 제공을 하고, 학습자료를 각각 부여하고, 1:1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마크프랜시키가 제시하는 파트너 관계 맺기 교육에서 학생과 교사의 역할이 당연히 변해야한다. 학생이 맡아야 하는 역할은 스스로 탐구하고 평가 공유하는 연구자, 기술 이용자이자 전문가, 생각과 논리를 만드는 사람,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 스스로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교사는 안내자이자 코치이고, 교육의 맥락을 제공하며, 엄격한 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교육의 품질을 보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파트너 맺기 교육에서 교사는 학생의 열정을 불러일으켜 스스로 탐구하고 성장하게 하기 위해 적절한 질문을 해야한다. 나쁜 질문은 학생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지 않는 질문으로 다음과 같다. 쉽게 정답이 나오는 질문, 학생이 탐구할 복합적인 해답과 하위질문이 나오지 않는 질문, 정해진 시간에 답을 하기가 적당하지 않은 질문, 표현이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전문용어가 과다한 질문, 답과 관련한 어떠한 요구도 없으며 질문의 답이 학생의 행동을 유도하지 않는 질문이다.

 반면 좋은 질문을 학생을 움직인다. 복합적인 해답을 요구하며 간단하게 답이 도출되지 않는 질문, 지역적 세계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는 질문, 실제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질문이다. 더 좋은 질문도 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질문에 좋아요라고 반응하는 질문, 다양한 학생들의 흥미와 열정에 적용될 수 있는 질문, 학생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이다. 

 파트너 맺기 교육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 프랜스키는 책에서 현재의 강의식 교육에서 파트너 맺기 교육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제시했는데 학생과 교사라면 이를 보면서 자신이 어느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가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선 교사다.

0단계 : 모든 수업이 강의다. 활동에 언제나 활동지를 활용한다.

1단계 : 강의에 동영상 같은 다른 방법이 추가된다. 여전히 활동지를 많이 쓴다.

2단계 : 교사가 전자 화이트 보드나 파워포인트, 동영상을 사용한다. 활동지 외에도 컴퓨터나 검색엔진을 사용한다. 수업을 교실뿐만 아니라 컴실에서도 이뤄진다.

3단계 : 강의시간이 크게 줄고, 학생은 교실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대부분 컴퓨터를 쓴다.

4단계 : 학습주제와 관련하여 파트너 관계 맺기의 날이 있다. 학생은 학습을 안내하는 질문을 받고 발표, 토론으로 스스로 학습한다. 학습지는 일부만 사용한다.

5단계 : 모든 수업이 파트너 맺기다. 교사는 지도시 설명과 강의를 전혀 하지 않는다. 학생은 스스로 그룹을 형성하여 학습을 하고 목표를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이를 달성한다. 또한 참여자로 토론과 비평에 적극적이다.


다음은 학생의 단계다.

0단계 : 듣기, 말하기, 쓰기, 필기, 과제, 시험통과가 과업이다. 

1단계 :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에서 다소 벗어나 과업에 참여한다.

2단계 : 학습을 안내하는 질문과 목표를 스스로 찾고 교사가 제공한 목록을 보고 학습활동을 선택하는 등 파트너 기반 활동에 주어진 시간의 절반정도를 사용한다.

3단계 : 2단계에서의 활동 이외에도 수업에 대해 교사와 토론하고 학습안내 질문을 만들 때 도움을 준다. 학습활동과 도구를 제안하고 자신만의 연구를 수행한다. 여전히 일부 수업에 필기와 강의가 있다.

4단계 : 학생 스스로 안내하는 질문을 찾고 만들고 연구하여 발표한다. 필요한 경우 스스로 기준을 형성하고 자기가 설계한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비평과 토론에 참여하고 이에 도달할 것을 기대받으며 역할을 수행한다.

5단계 : 4단계를 수행하고, 교사의 수업설계에 최대한 개입하고 협력하며 새롭게 학습한다.


 마크 프랜스키가 제안한 내용을 한국 교육에 비춰 생각하면 교사입장에서 0-1단계는 90년대까지의 모습이다. 교사 중심 설명에 인터넷이 도입되어 변화가 시작되고 수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된 시기다. 2단계는 2000년대 3단계는 2010년대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수업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정보화 기기의 사용이 많이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대부분 교사는 2단계에 머물고 일부가 3단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4-5단계는 일부 학생중심 교육 및 혁신교육의 실현자가 구현한 단계다. 교육과정을 만지작 거리고 설계하는 단계인데 여기에 도달한 것은 극소수로 보인다. 

 마크 프랜스키는 이 책에서 디지털 도구를 적극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것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파트너 맺기 교육에 적합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전작과 내용이 비슷한 부분이 다소 있어 충격을 좀 덜했으나 다시금 그의 교육철학을 정리할 수 있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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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
YTN 사이언스 지음 / 다온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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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 관련된 책으로 YTN에서 다큐로 방영한 내용을 책으로 낸 것 같다. 국내 전문가 이야기가 많은 것이 다른 책과의 다른 점이다. 몇 가지 기술을 정리해보았다.


1. 5G

 5G가 나온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다. 5G는 최대전송속도 20gbps로 4G의 4배빠르기다. 그리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1/10으로 줄고, 연결기기수도 10배 이상인 100만대에 달한다. 5G는 빠른 전송속도의 초저지연성이 장점이다. 

 5G는 고주파대로 좁은 지역에만 서비스가 된다. 그래서 좀처럼 퍼지지 않는 것인데 데이터 전송거리를 단축하고 초고속, 초저지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모바일 엣지 컴퓨팅 기술이 중요하다. 이 기술은 한대의 중앙 컴퓨터로 모든 것 처리한 과거와 달리 사용자와 가까운데 위치한 서버가 이를 분산처리하는 구조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중앙까지 데이터가 갈 필요가 없어 교환국 단위의 처리로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메타버스 기반기술은 AR/VR로 이 기술은 지연없는 빠른 서비스가 중요하다. VR게임에 5G기술이 적요되면 지연이나 끊임없이 광활한 공간과 화려한 그래픽 속에서 네트워크로 대전하는 게임 콘텐체들이 대량활성화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게임들이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으로도 이용이 가능해진다. 


2.스마트팩토리

스마트 팩토리는 수요, 생산, 재고, 유통 등 생산의 전 과정을 정보통신기술로 통합하여 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자동화된 공장이다. 공장 운영에서 데이터가 쌓을 수록 더 정확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단순 반복 업무가 줄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직원들이 보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전북 전주에는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가르쳐주는 스마트 공장 배움터가 있다. 스마트 공장에는 공급기업과 도입기업이 있는데 공급기업은 스마트 공장의 운영 기반을 책임지는 시스템 및 소프트 웨어 업체이고 도입 기업은 이를 구축하려는 업체다. 

 스마트 고장은 4단계가 있다. 1단계는 바코드를 활용한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관리다. 2단계는 스마트 센서를 활용한 설비로 데이터를 자동 수집 및 불량원인을 분석한다. 3단계는 유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동제어이며 4단계는 지능화된 설비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의 자율적 판단 생산이다. 


3.SOC 디지털화

 디지털 변환시대에는 사회기반 시설도 디지털화 된다. 디지털 댐은 물을 가득 가두어 놓듯 데이터를 모아놓고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개념이다.

 사회기반 시설의 디지털화는 교통에 필요하다. 효율적인 교통망의 구축을 위해 차량간, 차량도로간 인프라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여 안전한 도로망을 구축한다. 도로, 철도, 항만등에도 디지털 관리체계가 도입된다. 디지털 트윈은 국토와 시설 관리를 위해 도로나 지하공간 등을 실물과 쌍둥이처럼 닮은 가상의 존재를 정밀 도로 지도로 구축하여 활용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재난대응을 위해서도 사회기반 시설의 디지털화가 추구된다. 재해 고 위험 지역에 실시간 재난 감지 시스템을 실시하고 효율적인 활동을 위해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한국은 산이 많아 도로면에 산비탈이 많으며 이로 인한 낙석문제가 꾸준히 발생한다. 비탈면은 사물인테넷 작동센서로 상시관리 하는게 디지털 대비책이다. 

 스마트 시티는 안전하고 편리한 국민생활을 위해 통합 플랫폼을 연계, 구축하고 스마트 시티 솔루션 및 시범도시 조성사업을 한다. 지능형 cctv는 영상전체를 보여주는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영상을 실시간 분석하여 관계자에게 유효한 영상만을 선별해주는 서비스다. cctv자료 전체를 살핌으로써 드는 막대한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워터 시티는 물을 공급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량과 수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수요를 예측하여 수돗물을 공급하는 등 스므트 물 관리 체계가 구현된 물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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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앤 넌센스 - 20세기를 뒤흔든 진화론의 핵심을 망라한 세계적 권위의 교과서
케빈 랠런드 & 길리언 브라운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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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은 다윈에서 시작해 다섯 갈래의 분파를 이뤘다. 인간사회생물학, 인간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문화진화론,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이다. 책 센스앤 넌센스는 이 다섯가지를 살핀다. 이들은 유전자, 발달, 학습, 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다른 개념을 제시한다. 따라서 상당히 다른 듯 하지만 사실 중첩적인 부분이 많고 상호보완적이기까지하다. 특히, 강성한 진화론으로 보이는 이들도 문화의 영향을 부정하지 않는데 즉, 유전자 결정론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1. 인간행동생태학

 인간행동생태학의 전제조건은 인간의 행동전략은 광범위한 생태적, 사회적 조건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행동생태학의 관심사는 생활환경이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개인이 채택한 행동전략이 문화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인간행동생태학의 목표는 최적성과 적응 극대화 모델이 개인차를 제대로 설명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인간행동의 차이를 해명하는 것이다. 

 인간행동생태학은 인간은 환경조건에 대응하여 행동을 유연하게 바꾸어 일생동안을 생식 성공률을 최적화하도록 진화했다고 본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이 특정 사회적, 생태적 자원에 대응하여 수시로 변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과거의 선택이 누적되어 특정한 환경에서 이익과 비용의 차이를 최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능력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즉, 적응성이란 하나의 생물종이 광범위한 환경에서 생존하여 성공적으로 번식하는 정도를 말한다. 

 동물은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여러 절충의 문제를 겪는다. 신체적 노력과 번식 노력간의 절충, 직접 번식과 간접 번식간의 절충, 짝짓기와 양육투자간의 절충, 새끼의 수와 질의 절충이다. 그래서 인간행동생태학의 관점에서 인간 남녀는 배우자 관계의 지속기간, 가족의 규모, 양육투자의 수준등을 놓고 갈등을 겪는다. 


2. 진화심리학

 진화심리학이 보기엔 인간의 적응 중 상당수는 과거 세계에 대한 적응이지 현재에 적응적인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적응과 적응적 행동을 구분한다. 적응은 특정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자연선택의 관문을 넘어선 형질이다. 반면 적응적 형질은 자연선택을 아직 넘진 못했으나 현재 생식성공률을 증가시키는 기능적 행동이다. 그래서 적응은 4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적응이면서 현재도 적응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현재의 적응이다. 그리고 적응이지만 현재는 적응적이지 않은 것은 과거의 적응이다. 반면 적응은 아니지만 현재 적응적인 것은 굴절 적응이고, 적응도 아니고 현재도 적응적이지 않은 것은 기능장애 부산물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 근간을 이루는 적응은 심리적 수준에서 발견되며 행동을 제어하는 인지기구로 기능한다. 때문에 적응은 행동이 아닌 심리에서 찾아야한다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자연선택은 행동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다고 본다. 단지 행동을 뒷받침할 행동규제기구(아마도 뇌구조나 신경, 호르몬 일듯 하다)에 작용한다고 본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과거에 놓였던 진화적 적응환경에 집중한다. 이 시기는 석기시대로 수렵채집인으로 인간이 활동한 플라이스토세환경이다. 진화심리학은 이 시기에 형성된 적응으로써 진화된 인간의 심리적 매커니즘에 초점을 둔다. 조상이 직면한 적응의 문제를 재구축하기 위해 과거시대를 활용하며 조상들이 적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한 영역 특이적 정신기관이나 모듈을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인간의 진화가 문명화로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식의 모듈성은 감소하고 모듈간의 정보 교환 및 의사소통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듈은 영역 특이성을 유지하지만 상호간에 개방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자들은 생물학적 진화가 매우 늦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있지만 인간이 농작물과 가축에게 그러했던 인간 자신도 상당히 빠른 진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당수 인간 유전자가 문명화의 영향을 받았고 최근 선택되었다. 이들은 주로 뇌에 발현된 유전자다. 


3.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이는 문화진화론과 진화심리학의 이종교배에 수학적 엄밀성이 더해진 결과다. 유전자와 문화 양자를 강조한 것으로 생물학적 필요성에 의해 문화가 형성되고, 동시에 문화혁신에 대한 반응으로 유전적 진화에 의해 싱물학적 형질이 바뀐다는 럼즈든과 윌슨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은 유전적으로 정해진 후성규칙과 사회적 학습의 조합이 개인의 문화유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즉, 진화된 유전적 편향이 문화정보의 채택에 영향을 미치고, 약한 유전적 편향도 행동의 순응에 따라 증폭될 수 있으며 집단의 성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문화는 유전적 변화의 속도를 지연 또는 가속화하는게 가능한 셈이다.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다룬다. 우선 유전자가 문화의 성격을 제한하고 기술하는가, 인간의 협동과 갈등의 밑바탕에는 어떠한 과정이 있는가, 문화는 어떻게 진화했으며 인간의 혈통이 진화하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실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이 입장을 증거로 강력 지지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입장과는 다르게 최근 인간이 빠르게 진화했음을 암시하는 방대한 증거를 제시하는데 최근 인간에게 일어난 자연선택의 10%가 지난 5만년간의 유전자변이체로 나타났다. 이들 유전자 변이는 아무래도 농경이나 동물가축화등 인간의 문화활동으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인간은 면역에 관한 유전자, 식생활 변화에 대응하는 유전자, 신경계와 뇌에 발달하는 유전자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로 인해 인간은 ADHD, 자폐증, 조현병, 알코올 중독 같은 장애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가령 FOXP2는 언어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이고 MYH16은 아래턱에 발현되는 유전자로 최근 삭제되었는데 이는 요리가 등장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문화는 적소구축을 일으킨다. 적소구축은 유기체가 국지적 환경의 요인과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둥지를 만들거나, 굴을 파고, 거미가 줄을 치는 행위가 그러하다. 그리고 인간의 적소구축은 다른 동물과 그 차원을 달리한다. 우리가 이룩한 메가시티들은 모두 적소구축이라 볼 수 있다. 적소구축은 자연선택을 완화한다. 즉, 자연상태에서 도태될만한 개체를 살리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적소구축은 유해한 대립유전자를 고정시킬 수 있고, 멸종을 초래할만한 환경에서도 유기체를 존립시킨다. 때문에 문화적 과정을 바탕으로 하는 적소구축은 유전자를 바탕으로 하는 적소구축보다 강력하다. 새의 동지와 인간의 의료기술 및 도시문명은 비교가 되질 않는다.

 때문에 문화는 자연선택을 완화한다. 이로 인해 인간은 대립유전자를 많이 보유하게 되었고 국지적 환경압력에서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때문에 인간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종말을 맞이한게 아니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문화적 압력에 의한 진화를 계속 될 것이다.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은 집단선택의 문제도 해결한다. 집단선택은 매우 매력적인 개념이고 그럴듯하지만 실패했다. 자연선택으로의 집단선택은 여러 문제를 갖는데 우선 집단선택이 있으려면 집단간 다른 적응에 의한 유전적 차이가 있고 이것이 이어져야하는데 인간의 집단은 개인간의 이동으로 이런 유전적 차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한 집단이 이타성을 발현시키고, 다른 집단이 이기심을 발현시켰어도 상호간의 혈연적 교류로 이 차이가 무색해진다는 점이다. 다른 문제는 집단의 이타성이란게 사기꾼에 의해 쉽게 붕괴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은 문화적 변이로 집단선택을 설득력있게 바꾸었다.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이 말하는 집단선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순응이 집단의 차이를 유지시킨다. 문화적인 것이니 혈연적 섞임은 문제가 되질 않는다. 실제 다른 계통의 사람이 이민을 와도 그 자손은 손쉽게 그 지역에 문화적으로 순응한다. 그리고 집단 수준에서는 문화적 변이의 선택이 자연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또한 집단에는 언어나 깃발, 아이콘등 다양한 상징시스템이 있어 다른 문화의 침투로 인한 동질화를 방어한다. 

 최근 연구결과 약 4-5만년전에 도파민 D4수용체가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진기한 것을 추구하는 행동과 관련하는데 실제 이 수용체의 발달시기는 인간의 전세계로 뻗어나간 시기와 일치한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는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의 중심부에 위치한 유전자보다는 가장자리 유전자가 더욱 급속히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가장자리 유전자는 신경전달물질 수용체나 전달체 분자등을 코딩하는 유전자로 이것을 변화시키면 변화가 어려운 뇌기능 자체의 변화를 이끌지 않으면서도 유기체의 행동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즉, 손쉬운 진화방안인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최근 진화의 정수같지만 벌써 나온지 10년이 넘은 책이다. 그 사이 여러 진화책을 읽어 책에 나온 내용 중 여러 연구성과를 이미 접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었으며 진화론의 각 갈래의 특징와 설명하고 이들의 상호보완성과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것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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