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의 종말 - 평생 친구처럼 지내라는 당뇨의 거짓말
조엘 펄먼 지음, 강신원 옮김 / 사이몬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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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질병이다. 물론 영양이 넘치는 선진국에서만이다. 약 2600만의 미국인이 당뇨이고 당뇨전단계까지 포함시 무려 8000만이 해당한다. 이 추세면 2035년이면 미국인구의 1/3이 당뇨환자 예정이다. 이는 미국 사회에 정제탄수화물과 육류가 주 식단이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경우 칼로리의 62%를 가공식품에서 25.5%를 동물성 식품에서 얻는다. 90%의 열량을 가짜식품에서 얻는 셈이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혈당 및 당화혈색소 측정 및 관리와 이를 완화하는 약물치료에만 매진한다. 이는 치료가 아닌 조절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무리 조절을 해도 증상은 지속되므로 몸은 서서히 망가져간다. 노화가 촉진되고, 수명이 단축된다. 여기에 혈당을 낮추는 약물은 이미 기능이 저하된 췌장에 부담을 준다. 이는 당뇨를 더 악화시킨다. 그리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설포닐 우레이 같은 약물은 체중증가를 유발한다.  

 결국 해답은 적극적 치료다. 그리고 그 치료는 약물이나 수술이 아니다. 자연식사다. 저자는 해답으로 영양소는 높되 칼로리가 낮은 식단을 제시한다. 즉, 인간의 건강은 칼로리 대비 영양소가 높은 식단으로 결정되며 이것을 먹어야 신체 노화가 늦어지고 질병이 예방되며 치료능력이 향상되어 수명이 연장된다. 

 인체에 포도당은 필수적이다. 당뇨와 비만으로 인해 포도당이 적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당뇨는 포도당이 세포에 잘 전달되지 못하는 병이다. 그리고 당뇨는 다른 모든 질병의 시작이다. 당뇨환자는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일반인의 3배이며 각종 암의 주요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당뇨환자는 대장암 발병률이 30%나 더 높다. 알츠하이머는 이미 제3 당뇨라 불린다. 뇌속의 인슐린과 그 수용체는 학습과 기억력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뇌는 인슐린을 스스로 생성한다. 알츠하이머 환자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유도 단백질은 신경세포에 인슐린 저항성을 갖게 한다. 그래서 당뇨환자는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무려 65% 높다.

 결국 몸에 포도당이 잘 가지 않으면 탈이 난다. 심장세포에 포도당이 고갈되면 심부전이 오고, 신장세포에 포도당이 고갈되면 신부전이, 뇌세포에 포도당이 고갈되면 알츠하이머가 오는 것이다. 이 중요한 포도당은 반드시 단순당이 아닌 자연식물을 통한 복합당의 형태로 전달되어야 한다. 

 인간의 몸은 100조개의 세포로 이뤄진다. 세포가 기능하려면 포도당이 필요하다. 포도당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생성하는 인슐린을 통해서만 세포에 전달이 가능하다. 인슐린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거나 포도당이 인슐린을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하면 세포에 진입하지 못하고 혈액속을 멤돌게 된다. 그것이 당뇨인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심한 갈증을 느껴 물을 많이 섭취한다. 물로 과도한 혈액내 포도당을 희석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어린 시절 마시는 유유가 제1형 당뇨를 늘린다는 연구가 있다. 하루에 우유를 0.5L이상 마시면 1형 당뇨 위험이 5배나 증가한다. 연구원들은 과도한 단백질이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제2형 당뇨는 체내 지방이 세포막을 덮어 인슐린 기능을 방해하여 생긴다. 이에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는데 과도한 작업량에 부하가 와서 결국 혈액 내 포도당이 상승한다.  

 그래서 비만이 위험하다. 몸에 지방이 1-2kg만 증가해도 인슐린 능력을 현저히 저하한다. 만약 체중이 20kg정도 보통보다 더 나간다면 췌장에서 세포로의 포도당 전달을 위해 생성해야 하는 인슐린의 양은 무려 10배나 늘어난다. 이러니 췌장에 부하가 올 수 밖에 없고, 당뇨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지방세포는 그 자체로 문제다. 지방세포가 방출하는 유리지방산은 간과 근육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한다. 이 지방산은 지질에 독성이 있는 물질이다. 혈류 내에 떠도는 과잉 지방은 세포 외막에서 인슐린 결합을 차단한다. 정상적인 근육세포기능과 에너지 생산 기능이 방해된다. 유리지방산은 심장에 영향을 미쳐 부정맥을 유발하고, 심부전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지방세포는 인슐린 호르몬과 결합하여 그 활동을 차단하는 결합단백질을 생성한다. 

 높아진 인슐린 수치는 당뇨가 없는 환자에게서도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치료중인 당뇨환자 15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혈관질환은 인슐린 수치가 가장 높은 환자에게서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이는 인슐린이 혈관 벽세포로 콜레스트롤을 이동시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모든 것의 해법은 자연식이다. 자연식을 하면 몸은 복합탄수화물을 복합당인 글리코겐으로 전환하여 간과 근육에 저장한다. 정제음식의 단순당은 바로 흡수되므로 이 과정없이 바로 혈류로 직행해 췌장에 부담을 주고 과도해져 몸에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킨다. 서구식 식단은 대부분이 영양소는 없고 열량만 높은 가공식품과 육류, 유제품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섭취 시 활성산소와 최종당산화물이 축적되어 산화스트레스로 인한 염증, 세포손상, 죽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영양소는 다량영양소와 미량영양소로 구분된다. 다량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몸의 에너지와 구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미량영양소는 에너지와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는 것들로 비타민, 미네랄, 파이토케미컬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음식의 품질 기준은 3가지여야 한다. 칼로리당 미량영양소가 풍부해야 하고, 다량영양소는 지나치게 많지 않아야 하며, 독성물질이나 유해물질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칼로리당 미량 영양소 점수로 식품을 구분할 수 있는데 가장 높게 측정 되는 것은 녹색 채소, 콩, 색깔 채소, 베리류와 각종 과일 등이다. 때문에 식단의 20-70%를 생채소나 살짝 익힌 채소로 채우고, 과일이나 콩,뿌리 식품을 10-0% 보충하며, 생견과류나 씨앗류를 10-20% 먹는게 좋다. 그리고 생선이나 저지방우유는 2주에 1회 이하, 닭고기, 오리고기, 계란, 각종 오일은 1주에 1회 이하, 소고기, 빵과 과자를 비롯한 정제탄수화물을 매우 드물게 먹어야 한다.

 인체는 독성노폐물을 끊임없이 배출한다. 피부와 호흡, 소변을 통해서다. 해독활동은 주기적으로 변하는데 수면과 식사리듬과 일치한다. 이는 공복상태일때 가장 빨리 독성 노폐물을 배출하고 건강을 회복함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제탄수화물과 단당류를 경계하지만 단백질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인간에게 과도한 단백질도 독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채식동물에 가까운 잡식으로 단백질을 쉽게 처리하지 못한다. 단백질이 과도하게 들어오면 콜라겐 섬유로 전환한 다음 모세혈관 벽의 기저막에 저장된다. 이 기저막이 콜라겐 섬유로 막혀 인슐린 생성과 같은 중요한 기능이 억제된다. 즉, 단백질 섭취도 당뇨에 기여하는 것이다. 동물성 식품은 과잉섭취시 분자쇄아미노산이 과잉생산되어 인슐린 기능이 악화하고 당뇨가 생길 수 있다. 분자쇄아미노산은 발린, 듀신, 이소류신을 말하는 것으로 과잉생산이 되는 경우 생식기능이 악화하고, 남성정자의 질이 떨어진다. 

 유럽 전역에서 암과 영양소의 관계 연구에서 38094명의 식단을 분석한 결과 동물성 단백질 섭취시 칼로리가 5%증가할 때마다 당뇨 위험이 30%나 증가했다. 반면 자연식물식으로 식단 전환시 심장 관상동맥으로 가는 혈류가 40%나 증가했다. 고지방, 고단백 식단은 신장 결석 위험을 높여 신장에 상처를 남긴다.

 사실 단백질은 육류외에도 채소와 곡물섭취로 충분하다. 사실 우리가 먹는 모든 단백질의 근원은 결국 식물이다. 채소와 곡물에는 8가지 필수 아미노산과 12가지 비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있다. 당뇨환자는 동물성 단백질은 조금만 먹어도 인슐린 유사성장인자 호르몬이 생성된다. 어린아이에게 이는 성장과 발달에 매우 유용한 것으로 성장판을 자극하고 근육 성장 및 세포 증식에 필요한 것이다. 간에서 만들어져 뇌하수체 성장호르몬에 의해 촉진되는데 성인의 경우 이 호르몬은 과잉단백질을 생성한다. 이 호르몬은 수치가 낮은 수록 엄청난 수명연장효과가 있다. 그리고 암과의 연관성도 높다. 파이토 케미컬이 풍부한 식단은 염증과 산화스트레스, 인슐린유사성장호르몬 수치를 낮춘다. 

 식이섬유는 3정류가 있다. 수용섬 섬유질, 불수용성 섬유질, 저항성 전분이다. 수용성 섬유질은 물에 잘 녹아 젤형태가 되어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킨다. 열량이 거의 없고, 사과아 오트밀, 콩이 여기에 해당한다. 불수용성 섬유질은 물에 녹지 않고 소화관을 통과하여 변비예방, 장운동촉진, 포만감을 준다. 저항성 전분은 위산과 소화효소에 저항성이 있는 전분으로 소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고 대장에서 발효한다. 대장 박테리아가 분해하여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부산물로 남긴다. 이 저항성 전분은 특히 콩류에 많다. 

 저항성 전분은 대상에서 장내 박테리아가 식량으로 사용하고 단쇄지방산으로 분해한다. 부르티산도 부산물로 남기는데 이는 칼슘, 마그네슘 같은 유익한 미네랄 흡수를 향상시킨다. 저항성 전분은 간에서 당을 분해하는 과정을 늦춰 공복감을 지연한다. 

 콩은 저항성 전분의 좋은 공급원으로 다른 채소에 부족한 아미노산을 많이 갖고 있다. 여기에 영양소 밀도 점수도 매우 좋은 편이다. 붉은 콩과 검은 콩은 항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이 상당량 함유되어 있어 대장암 세포를 사멸시키기도 한다. 

 식단엔 적절량의 지방도 중요하다. 다만 이 지방을 육류나 기름이 아닌 견과류나 씨앗에서 섭취하는게 좋다. 이들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고, 심장질환에 강력한 예방, 치료효과가 있으며, 총콜레스트롤을 줄인다. 호두는 엘라지탄닌이라는 폴리페놀이 풍부한데 이는 강력한 항산화제이자 암예방효과가 있다. 혈관의 플라크 부착물을 감소시키고, 혈관의 내피기능을 개선한다. 매일 30g의 견과류를 섭취하면 심장병 위험이 30%나 감소하고, 항부정맥 및 항경련효과가 있다. 이는 돌연사 예방에 효과적이란 의미다. 

 자연식단은 지방이 부족하기 쉬운데 여기에 견과류나 씨앗 드레싱을 첨가하면 지방 흡수는 물론이고 영양소 흡수율도 좋아진다. 이는 지용성 비타민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이들을 섭취할 때는 살짝 볶는게 좋은데 그러면 갈색으로 변하며 항암효과가 있는 아크릴아마이드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친 열조리는 주요 영양소와 비타민을 파괴하기에 삼가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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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죽음은 있는가 -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는 일주일 동안의 사색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이소온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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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 이틀째다. 요즘처럼 자극적인 쇼츠가 범람해 긴 글을 읽기 힘들어진 현대의 젊은 세대들에게 독서는 고역일 것이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독서는 인간의 좋은 휴식 행위 중 하나다. 물론 매우 읽기 어렵고 거기에 두껍기까지 한 벽돌 책을 본다면 그건 휴식이라고 보기 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가벼운 소설이나 약간의 지적 즐거움이나 감동을 주는 책을 보는 것이라면 그건 분명 휴식일 것이다. 

 책 '식물에 죽음은 있는가'는 가벼운 지적 즐거움을 주는 책에 속하는 것 같다. 책의 두께가 얇고, 식물에 대한 잘 모를만한 상식이 가볍고도 깊게 들어가 있다. 저자는 식물학자로 제자의 터무니 없으면서 깊은 질문에 대해 매요일 답하는 형식으로 책을 썼다. 하루 한 장씩 요일에 맞춰 읽는 재미도 있겠다.

 과거 생물을 단순히 동물과 식물, 균류로 구분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충 5계설이다. 동물, 식물, 버섯 같은 다세포 균류, 대장균 같은 단세포 진핵생물, 박테리아 같은 원핵 생물이다. 지구에는 산소가 상당량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산소는 27억년 전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단세포 생물이 생겨나고 그들이 대량 번식하면서 생겨났다. 그런 환경에서 대부분의 생물이 진화해 산소가 생명의 필수요소 같지만 사실상 산소는 맹독에 가깝다. 반응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깎아놓은 사과가 금새 갈변하고, 금속이 쉽게 녹슬고, 모든 것들이 잘 산화하여 망가지는 것을 보면 이 기체의 독성이란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우리도 건강상 그 활성산소란걸 매우 두려워하지 않는가. 

 실제 산소가 대량 발생하고 나서 많은 단세포 생물들이 사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 깊은 곳이나 해저 깊은 곳의 무산소 환경에서나 과거이 일부 생물들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산소는 반응성이 큰 만큼 폭발적 에너지를 주는 장점이 있었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낸 후대들이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호흡이란 것을 개발해내어 단세포를 넘어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가 이어진 것이다.

 식물을 동물과 달리 움직이지 않는다. 당연해 보이지만 움직이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 있기에 이걸 포기한 것이 이상스레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움직이는데는 상당한 비용과 완전히 다른 신체구조, 신경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이 움직이는 이유는 다른 것을 잡아먹는 종속영양을 하기에 움직이고 또 도망가야 하기 때문이다. 식물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식물은 자세히 살펴보면 광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잎의 각도를 지속적으로 조절한다. 그리고 소크테리아 엑소리아라는 식물은 뿌리를 문어의 다리처럼 사용해 빛이 닿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다만 1년에 겨우 수십센티를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식물은 세포에 동물과 다르게 세포벽이 있다. 단세포 생물은 세포가 작은 것이 오히려 났다. 움직이기에는 세포가 작은 것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물세포는 엽록체가 생겨난 이래로 더 많은 엽록체가 세포 안에 있는 것이 유리하기에 세포가 커졌다. 세포가 안정적으로 커지려면 경계가 튼튼해야 했다. 그리고 다세포로 진화하면서 키가 커지게 되었는데 동물과는 다르게 뼈대가 없으므로 세포를 쌓아 올리려면 무게를 견디기 위해 세포층이 단단해야 했다. 그래서 세포벽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동물 중에도 놀랍게도 광합성을 하는 것들이 있다. 바다민달팽이는 광합성을 한다. 이들은 해조류를 먹는데 해조류 안에 있는 엽록체를 소화시키지 않고 체내로 흡수하여 광합성에 활용한다. 그래서 먹이가 없어도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녹색아메바도 그렇다. 동물이지만 클로렐라라는 해조류의 엽록체로 광합성을 한다.

 식물은 바다에서 육지로 오면서 이끼같은 존재였다. 그러다 고생대, 중생대를 거치며 거대한 양치식물로 진화한다. 나무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풀에서 나무로 진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풀이 가장 최근 진화한 버전이다. 겉씨 식물은 밑씨가 겉에 노출된다. 성숙한 밑씨를 비 바람에 노출시키면 위험하기에 꽃가루가 날아와 닿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밑씨를 성숙시켜 수정을 준비한다. 이방식은 매우 느리다. 꽃가루가 닿아 수정하기까지 몇 달에서 1년이상 걸린다.

 속씨식물은 밑씨를 씨방안에 지키고 화분이 오기전 미리 성숙시켜 놓았다가 꽃가루가 날아오면 바로 수정시켜 씨앗을 생성한다. 이 방식은 수 시간에서 수 일이면 수정이 된다. 혁명적 속도 개선이다. 이는 진화의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속씨 식물이 진화한 것은 백악기 말기로 당시는 지각변동이 심해 기후가 급변한 시기다. 기후가 안정적이지 않으니 빠른 진화가 선호된 것이다. 속씨식물은 꽃을 진화시켜 수분의 정확도를 높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풀을 진화시켰다. 풀은 나무와 다르게 1년만에 자손을 남겨 진화의 속도를 높인다. 결국 풀은 긴 수명대신 빠른 진화와 번식을 선택한 것이다. 

 인간 입장에서 나무를 번식시키면 두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우선 종자를 심으면 번듯한 나무로 성장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종자를 심으면 그 종자가 부모와 비슷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식물의 일부를 번식시키는 영양번식이다. 삽목과 접목이다. 삽목은 식물의 가지를 땅에 묻는 식으로 번식시키는 것이다. 접목은 서로 다른 식물들을 합치는 방법이다. 

 지베렐린이라는 식물 호르몬은 화분의 움직임을 막고 과실의 비대화를 촉진한다. 그래서 포도송이를 지베렐린에 담그면 씨없는 포도가 된다. 생물은 대부분 2배체다. 염색체가 두 쌍이라서다. 두 쌍인 이유는 생식시 감수분열을 하기 위해서다. 씨없는 수박은 감수분열을 막아서 만든 것이다. 그러면 두 배체가 수정하여 4배체가 된다. 그러면 이 4배체가 평범한 2배체랑 교배하면 3배체가 탄생한다. 이 3배체는 염색체가 3개가 한세트이므로 반으로 쪼개지는 감수분열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화분이나 밑씨가 없는 씨없는 수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바나나는 바로 3배체라 씨가 없다. 씨없는 수박도 사실 바나나에서 착안한 것이다. 3배체는 돌연변이로 보통 자연계에서 발생하면 자손을 남기지 못하기에 사라진다. 다만 식물은 종속번식외에도 영양번식을 하기에 이는 남아서 번식할수 있다. 마치 바나나가 그런것처럼 말이다.

 살아있는 나무는 놀랍게도 대부분의 세포가 죽은 세포다. 나무의 살아있는 부분은 겉부분 뿐이다. 겉부분에만 부드러운 세포가 있고 여기만 살아있다. 살아있는 세포가 세포분열을 거듭하여 줄기를두껍게 하고 안쪽의 세포는 죽어간다. 나무의 나이테는 세포들이 살아간 흔적이다. 사실 인간의 몸에도 죽은 세포는 있다. 손톱, 머리카락, 피부의 각질층이 죽은 세포다. 

 거의 모든 생물은 죽음을 맞이하고, 우리는 죽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최근 발달한 과학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죽음은 생물이 진화과정에서 최근 발명한 것이다. 불로불사가 생명의 원래 모습인 것이다. 단세포 생물이 계속 분열하며 죽음을 맞지 않는 것. 이것이 생명의 본래 모습에 가깝다. 하지만 생명이 복잡해질수록 이 분열은 한계를 명백히 보인다. 짚신 벌레의 경우, 분열의 한계에 도달하면 다른 개체의 근처로가서 유전자를 교환하고 죽는다. 

 생물이 죽는 이유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한 개체가 무한히 살아가면 좋지만 돌연변이를 통한 진화로 환경에 대응하는 방법이 사라진다. 이를 위해서는 개체가 죽고 다음개체에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죽음인 것이다. 

 다세포 생물은 진화하며 겉은 바깥 환경에 노출되고, 내부는 편해졌다. 그러다보니 내부는 바깥에 영양을 공급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화했다. 역할분담과 더불어 세포간의 물질을 주고 받는 신호전달도 발달했다. 이것이 고도로 복잡해지자 세포분열만 반복하면 몸이 비대해지기만 하고 새로운 개체로 증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다세포 생물은 세포분열을 하면 낡은 세포가 죽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다만 이 시스템은 워낙 분열과정이 많아 고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것이 암이다. 

 식물세포는 분자전능성을 유지한다. 어느 세포든 심으면 온전한 개체로 자라나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세포는 분자전능성을 어느 순간 상실했다. 아마도 몸전체의 질서유지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위기의 순간 어느 부분이라도 살아남아 땅에 닿아서라도 생존해야 했기에 분자전능성 유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식물의 접목기능도 놀라운 기능이다. 서로 다른 개체가 서로 붙어서 하나가 되어 생존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움직이지 못하기에 생존을 위해 남겨진 기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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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제국: 권력, 자본, 노동 - 샘 올트먼과 오픈AI의 빛과 그림자
카렌 하오 지음, 임보영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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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의 초입에 살고 있다.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처럼 인공지능 시대는 인류 역사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 사건으로 먼 훗날 역사가들에게 평가 받을 것이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서 일반 대중은 주도적 역할을 했을지도 그냥 휩쓸렸을지도 아니면 뭔가 큰 변화가 온다는 것을 크게 감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는 다르다. 이것은 갑작스럽게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 오고 있고, 우리는 이것을 분명히 감지하고 있으며 정치적 선택이라는 것을 통해 변화를 주는 선택이란 걸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공지능이란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만들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드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무엇보다 그것을 잘 드러낸다. 인공지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금은 좀 밀려나긴 했지만 오픈AI 의 챗GPT다. 

 오픈AI는 비영리기업으로 시작했다. 그것은 애당초 단순한 연구소나 기업이 목표가 아니었다. 오픈AI의 목표는 AGI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당연히 엄청난 것이어서 일반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아닌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발한다는 몹시도 평화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오픈AI를 그래서 비영리단체로 설립했다. 영리단체는 이런 목표를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머스크를 운영비로 10억$를 약속했다. 돈이 있어야 위 목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올트먼도 가능한 많은 연구를 공개하고 다른 기관도 폭넓게 협력한다고 약속했다. 열린 태도와 민주적 참여가 핵심이기에 이 단체의 이름도 오픈AI가 된 것이다.

 그런데 창립 1년 만에 이 같은 이상주의적 공약은 퇴색한다. 이는 인공지능의 개발에 생각보다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이고 초반의 독주와는 다르게 경쟁이 엄청나게 붙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트먼과 머스크는 의장직을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 경쟁에서 올트먼이 승리하자 머스크는 조직을 떠나버렸고 약속했던 10억달러 투자도 공중분해되었다. 결국 올트먼은 오픈AI의 지배구조를 재편한다. 비영리 연구재단 내부에 영리조직인 오픈AI LP를 설립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오픈AI를 다른 기업처럼 자본조달, 제품 상업화, 투자와 수익 추구가 가능해지게 되었다. 

 결국 오픈AI는 창립 의도 및 이름과는 다르게 매우 폐쇄적이고 은밀한 조직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연구의 비공개 및 기업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다. 회사의 창립 의도를 지키고 싶었던 일부 집단은 올트먼을 축출하는 이벤터를 벌였는데 이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AI권력자를 가장 잘 묘사한 비유는 사실상 제국이다. 현대의 AI제국은 AI개발을 위해 타인의 글, 예술품, 경험, 공유물을 마구 잡이로 착취한다. 여기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수퍼 컴퓨터를 가동하기 위해 땅과 전력, 막대한 수자원을 역시 강탈하고 추출한다. 그리고 좋은 데이터의 정화, 정리, 준비를 위해 세계인의 노동을 착취하며 인공지능의 개발비용이 엄청나기에 자신들 기업 내의 자원을 재배치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해고와 기업 내의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축소된다.

 올트먼은 피터틸과 그레이엄에게 경영철학을 배웠다. 기업의 규모 그리고 정부보다 자본주의가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배웠다. 2019년 그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거의 언제나 도덕적으로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틸의 독점 전략을 수용했다. 경쟁은 패배자들의 것이었다. 피터틸은 독점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을 가능하게 하고 자본이 늘고 무엇보다 정말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었음을 의미한다는 징후라고 파악했다. 독점을 구축하려면 독자적 기술,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강한 브랜드가 필요했다. 

 오픈AI는 2016년 당시 실리콘 밸리의 기술지상주의와 당시 부상하던 양심주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되자 좌파 성향의 테크들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AI연구자들은 자신들이 기술을 지나치게 빠르며 기업의 이윤에 종속시킨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실제 자동화 SW는 인종, 성별, 계급차별을 고착화했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 잘못된 정보와 극단주의, 대선개입, 미얀마 인종청소에 영향을 주었다. 민간투자의 주된 대안인 정부지원금 역시 윤리적 함정이었다. 구글이 미 국방부와 맺은 메이븐 프로젝트는 자율무기 시스템 개발의 기반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의 등장은 제3의 길처럼 보였다. 

 수츠케버는 AI모델을 인간 두뇌 수준으로 훈련시킬 만큼 연산 자원의 규모를 늘리는게 가능하다면 분명 AGI 같은 급진적인 결과가 나타나리라 믿었다. 연산자원의 규모는 개별 컴퓨터 칩의 처리 능력, 즉 초당 처리할 수 있는 연상량, 사용가능한 CPU칩의 총 갯수, 그리고 CPU칩이 연산을 처리하는 데 할당 받은 시간 등 3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그런데 칩의 처리 능력은 무어의 법칙을 다른다. 그래서 발전에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오픈AI는 빠른 시간안에 해결할 수 있는 칩의 총 갯수로 승부를 보기로 한다. 2017년 기준 엔베디아의 GPU는 최고사용 8개가 들어간 서버 1개당 가격이 15만 달러였다. 큰 자금이 필요해진 오픈AI 경영진은 영리기업으로의 전환을 검토한다. 올트먼은 오픈AI가 머스크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될 재정적 대안을 찾기 위해 새로운 암호화폐의 발행도 검토한다. 

 오픈AI는 내부에 영리기업 합자회사를 만들고 MS의 투자를 이끌어낸다. MS는 오픈AI를 통해 SW, HW 양 부분에서 구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공지능 분야의 리더로 발돋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MS는 GPT-2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2019년 7월 22일 MS는 오픈AI에 1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한다. MS는 오픈AI의 개발기술 우선 사용화 권한을 얻고 자신들의 클라우딩 컴퓨팅 애저를 오픈AI의 독점적인 클라우드 제공자로 지정한다.오픈AI의 과제는 모든 인류가 경제적 자유를 누리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AGI를 만드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일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기술발전을 추동하는 힘은 그것이 모두에게 번영을 준다는 신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 그렇게 되려면 사회적 격변이나 강력한 조직적 저항 같은 거대한 힘이 필요하다. 역사상 기술 혁명은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약속하지만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을 오히려 후퇴시켰다. 인공지능 혁명도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다트머스 회의 후 인공지능 진영은 양분되었다. 기초주의와 연결주의다. 기초주의는 지능은 지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의 구축은 세상의 지식을 기초로 변환하여 기계에 주입하는 것이다. 즉, 이론 또는 전문가 시스템이다. 연결주의는 지능은 학습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의 개발은 뇌가 신호의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모방하는 것이다. 인공신경망의 기반이 된 사고다. 

 초기 득세한 것은 기초주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스템의 규모를 확장할수록 모든 규칙을 수동으로 인코딩해야 하는 한계로 인해 진척이 더뎌졌다. 특히 언어의 모호성의 벽이 컸다. 속어, 반어법, 비유, 문법의 예외 등 미묘한 것들을 코딩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결국 인공지능의 겨울이라는 실존적 위기가 도래했다. 

 반면 연결주의는 초기의 실패가 연결망 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했기 때문이었다고 이미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는 사고의 실패라기 보다는 시대적 한계가 갖는 문제였다. 1980년대 이미 다층처리구조라는 아이디어는 실재했으나 그것을 구현할 CPU가 존재하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야 CPU가 향상되고 인터넷으로 이것을 학습시킬 빅데이터가 형성되고 나서야 비로소 원하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업화에도 기초주의보다 연결주의가 적합하다. 구글은 2010년 초반기에 연결주의 신경망을 이용하여 구글 음성 서비스와 번역기능, 자율주행기능을 향상시키기 시작했다. 딥러닝으로 사용자의 취향을 알아내는 감시자본주의도 등장했다. 2023-2022년 AI 관련 기업의 주가는 146억 달러에서 2350억 달러로 폭증했다. 모든 분야의 인재가 신경망 분야로 집중했다. 그 결과 다른 학문 분야는 황폐화 했다. 한편 딥러닝은 한계도 뚜렸했다. 딥러닝 절대주의자들은 학습 데이터만 충분히 커지면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격차는 거의 사라질 것이라 보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충분히 학습했어도 인공지능은 데이터와 다른 돌발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구글은 2017년 8월 트랜스포머를 개발했다. 이전 것들은 앞 뒤 주변 단어만 보고 판단하는 단거리 패턴인 반면 트랜퍼 포머는 매우 긴 글도 소화했다. 오픈AI의 수츠캐버는 트랜스포머가 단순하고 확장가능한 신경망에 적확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트랜스포머를 이용해 2018년 GPT-1을 발표한다. 그것을 쓸만했으나 발표할 만한 것을 아니었고 대중성이 있었던 것은 GPT-2였다. 그것은 제법 쓸만한 긴글을 생성했다. 하지만 위험한 인종차별적 언어와 위험한 말을 생성해 이것도 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내부적으로 언어능력의 지속적 확장이 AGI로 향하는 길인지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한편 오픈AI는 GPT-3를 개발하는데 데이터가 부족해 직원들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데이터는 마구잡이로 긁어모았다. 트위트 공유링크를 스크랩하고, 유튜브 공유영상을 텍스트 변환하고, 블로그 등 거의 모든 것을 동원했다. 결국 2020년 1월 브로크만은 GPT-3  API 코드를 개발한다. 이것을 제공하면 접근권을 선별적으로 부여하고, 사람들이 어떨 때 지피티를 쓰고 남용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익이 생겼다. 지피티 3의 안전을 꾸준히 우려하던 다리오 아모데이는 상업적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발표된 것에 불만을 품고 오픈AI를 퇴사한다. 2021년 5월 그는 앤트로픽을 창업한다. 이 기업도 지금은 결국 오픈AI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되고 오픈AI를 지금은 넘어선 클로드를 만들어낸다.

 한편 구글은 매우 놀란다. 오픈AI가 자신들이 만든  트랜스포머를 이용해 자신들을 제쳤기 때문이다. 구글은 딥마인드와 구글 브레인을 통합하여 구글딥마인드를 만들고 여기서 제미나이가 탄생한다. 신경망 훈련은 1회가 아니고 여러분하면서 최적화를 이뤄내기에 이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인공지능 이전 빅테크들은 탄소배출 제로에 매우 신경을 썼지만 이것은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구글 윤리팀의 게브루는 LLM의 개발과 배포의 사회적 부정영향 논문을 썼다. 논문의 요지는 4가지다. 1. 기후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남반구에. 2. 데이터 수요폭증으로 기업이 유해하고 차별적 데이터를 은연코 수집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취약 집단이 큰 피해를 입는다. 3. 수집 데이터 규모가 매우 방대해 데이터의 삭제와 검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4. 모델이 내놓은 답은 확률에 볼과함에도 사람들은 이를 의식이 있는 존재로 혼동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구글은 이 논문의 철회를 요구한다. 당시 구글은 오픈AI에 큰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게브루는 결국 해고된다. 이 문제가 언론에 알려지고 항의 서명이 잇다르자 구글 CEO순다르가 결국 사과 서한을 쓰게 된다. 

 자동화 필터를 만들기 위해 오픈AI는 먼저 모델이 생성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은 콘텐츠의 사례 수십만건을 검토하고 분류할 인간 노동자가 필요했다. 반년 간의 검토 끝에 오픈AI는 사마라는 회사와 계약한다. 오픈AI는 수십 명의 케냐 노동자에 일을 할당한다. 케냐가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케나는 착취와 경제적 위기에서 시민을 보호할 제도가 미비한 국가다. 케냐 정부는 실리콘 벨리가 저임금 노동자를 구하자 반색했다. 이로 인해 케냐 노동자들은 장시간 자살이나 참수등 잔인하고 충격적인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정신적으로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18세 미만 미성년의 성행위, 친족간 성행위, 수간, 강간, 성매매, 성노예 등의 콘텐츠에도 노출되었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황폐해져 가정을 잃게 되거나 이혼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오픈AI는 자신들이 개발한 AI 안전 기법인 인간 피드백 강화 학습으로 모델을 가다듬기 위해 미국과 전세계에서 1천명 이상의 계약직을 추가로 고용했다. 오픈AI는 인간 피드백 강화학습을 LLM에 적용하기로 한다. 장기적인 AI안전과 품질개선을 위해 GPT-3를 정렬시켜야 했다. 스케일 AI가 이를 담당했다. 이후 이 기법은 오픈AI모델의 환각을 줄이기 위해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신경망에 인코딩하고 그 정보를 제대로 불러오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확산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훈련시켜도 모델을 결국 확률에 따라 움직이므로 추측을 하게 되어 오류는 결국 발생했다. 

 2022년 오픈AI는 텍스트-이미지 변환모델을 가지고 달리2를 출시한다. 달리2는 AI의 또 다른 흐름인 멀티모달의 결과다. 멀티모달은 텍스트, 이미지, 음향, 영상처럼 서로 다른 2가지 이상의 모달리티를 결합한 것이다. 만약 언어만으로 인간 수준의 지능이 생성되지 않는다면 시각이 그 두번째 가능성이라는 가설에 기반한 것이다. 오픈AI는 모델의 확장성 유지를 위해 트랜스포머를 계속 사용한다. 구글이 2020년 출시한 비전 트랜스포머를 이미지 적용한 것이다. 

 이 시기 확산으로 알려진 기법이 등장한다. 이는 방대한 양의 이미지 집합에서 픽셀간 상관관계를 잘 학습하게 돕는 것이다. 오픈AI 외부 연구자들은 잠재 확산 기법을 사용해 이를 더욱 개량했다. 달리 2와 3은 이를 나중에서야 도입하게 되어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에 비해 달리시리즈는 막대한 연산비용을 소모하게 된다. 

 이 시기 이미지 생성프로그램은 이미지를 조작하거나 성적 이미지 생성의 문제가 있었다. 달리2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연구진은 초반엔 그런 오염 학습 데이터를 걸러내려 하였으나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걸러내는 것이 가능해도 인공지능이 아동이 이미지와 포르노의 이미지를 양자 결합하는 조합적 상상으로 생성한느 것이 가능했다. 개발진은 모델 오남용 예방시스템으로 이를 처리했다. 콘텐츠 모더레이션 필터와 사용자 행동감시 플랫폼으로 나아간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반복적 위반 행위와 계정 자동 정지 시스템이 그것이다. 

 오픈AI내부에서는 달리2를 두고 안전파와 응용파의 갈등이 극에 달한다. 달리2는 출시와 동시에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이 바로 등장했고 시장을 바로 빼았겼다. 이들은 달리 2와 다르게 사람 얼굴 생성 및 이미지 수정에 대한 안전 제한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픈AI의 응용파는 달리 2의 안전장치가 수익을 제한했다  생각하게 된다. 

 한편 오픈AI의 인공지능 개발이 강력해질 수록 지구자원에 미치는 해악도 커져만 갔다. 2030년이면 데이터 센터는 미국 전체 전력소비의 8%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담수소비는 2030년이면 6조4천억 리터를 필요로 한다. 지구 온난화로 가뭄을 겪는 지역에서도 데이터 센터는 물을 빨아들인다. 

 한편 데이터와 연산자원의 소진으로 LLM의 발전이 한계에 다다르자 업계는 AI 에이전트로 선회한다. 다음 단계로 현실세계에서 행동을 취하고 주변환경에서 피드백을 수집하는 에이전트를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오픈AI도 채팅보다는 이메일을 보내고 코드를 짜고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AI 어시스턴트가 상업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오픈AI의 길이다. 오픈AI는 처음의 방향과는 다르게 상업화의 길로 철저히 들어섰으며 더 이상은 돌이킬수 없다. 회사에 남은 마지막 안전파는 올트먼 해임의 길로 나아갔고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실패하여 올트먼은 돌아왔고 그들은 패배했다. 

 LLM은 언어의 소멸을 가속화한다. 이들이 지원하는 언어가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이터를 식민주의의 최전선이다. 그들은 데이터는 무료로 가져가면서 그것을 이용한 서비스를 돈을 받고 팔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개발은 그래서 공동체의 주도로 상호합의 하에 지역적 맥락과 역사를 존중하고 기술을 사회적으로 소외된 집단에 힘을 실어주는데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 거버넌스가 포용적이고 민주적일 수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제국을 무너뜨릴 방법을 제시한다.

 1. 지식을 재분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식의 생산이 제국밖에서 이뤄지도록 자금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특정기업에 의존하지 않게 된다.

 2. 기업이 보유한 훈련 데이터의 핵심 내용과 모델 및 수퍼컴픃터의 기술사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3. 인공지능에 대한 폭넓은 교육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의 작동방식, 강점과 약점, 개발방향, 개발자들에 대한 세계관, 그리고 인공지능이 틀릴 가능성 등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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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국에 투자하라 - 코스피 1만, 새로운 부의 법칙
나탈리 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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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시장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주식 시장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한국의 경제도 국방력도, 나라의 문화적 수준도 다소 얕잡아 본다. 사실 그럴만하다. 한국의 주변이 너무 강하기에 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변엔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등 세계 4강이 자리한다. 그러니 자연 눈이 높아진다. 대만이 한국을 라이벌로 여기지만 한국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눈여겨 보지 조차 않는 것도 이런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객관적 위상은 상당하다. 지금은 AI 시대인데, 미국과 일본은 제외한다면 사실상 AI 3위에 해당하는 국가는 한국이다. 물론 1-2위와 격차는 상당하지만 말이다. 과거와 달리 한국은 1위 상품이 많다. 반도체, 게임, 콘텐츠가 우수하고, 자동차, 방위산업, 선박, 식품산업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는다.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국가로 우리는 이런 것을 매우 당연히 여기지만 이런 것이 가능한 나라는 전 세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공지능 시대에 한국 주식시장은 매우 유망하다. 미국을 제외하면 거의 유일한 투자국으로 한국만이 남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공지능에 상당한 유망 투자처지만 미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규제로 위험성이 있고, 투자자금 회수 리스크가 상당하다. 일본은 니케이 지수가 이미 5만에 달해 상당한 고점에 도달해있고, 인공지능과 관련한다면 이렇다할 기업조차 없다. 대만은 TSMC 한 기업에 몰빵되어 있고, 중국과의 갈등이 심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매우 높다. 유럽은 기술력이 매우 높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매우 뒤쳐져 있고. 이렇다할 인공지능 기업이 없고 확장성이 없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를 직접 만들고, 인공지능 인프라를 깔고, 인공지능을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고, 전력망도 가능하며, 피지컬 인공지능도 유망한, 사실상 인공지능 풀패키지를 갖춘 거의 유일한 국가다. 때문에 서구 진영의 투자자 입장에선 인공지능 시대에 사실상 유일한 투자처가 될 수 밖에 없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주주환원(37%), 재무적 특성(36%), 거시경제(13%)다. 주주환원은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다. 재무적 특성은 기업의 실적, 거시경제는 환율과 금리, 유동성이다. 따라서 주가 상승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주환원이며 새 정부의 상법개정과 세재개편, 배당증가, 소액주주보호저액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확장 재정과 기업실적 개선, 그리고 미국의 관세와 연준의 금리인하가 같이 작용하면 주가 상승의 3박자가 갖춰지는 셈이다. 

 한국은 투자자들이 그 동안 미국 주식에 집중 투자해왔다. 하지만 이제 귀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요인은 3가지다. 우선 환율 환경이다. 향후 원화 강세가 될 경우 환차익이 줄어들게 되어 국내 유입요인이 커진다. 두 번째는 국내시장 벨류에이션 매력이다. 코스피는 크게 오르긴 했지만 아직 선진 시장 대비 저평가 상태다. 마지막은 정책 드라이브다. 새 정부의 증시 부양정책이 일관되게 게 지속되면 투자 요인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한국 주식 시장의 약점은 다른 주요국과는 다르게 제조업 편중이 심하다는 점이다. 이는 2가지 구조적 리스크를 불러온다. 하나는 수출 제조업 특히 소수 대기업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만증시 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의 경우 삼전과  SK하이닉스가 증시의 40%를 차지한다. 양 제조 기업의 실적이 증시의 운명을 좌우한다. 두번째는 국내 투자자가 증시를 오랫동안 외면하다보니 외국인 수급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점은 배당에도 약점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배당은 실적 연동형이고 단기적이며, 불규칙하고, 사내유보를 선호하며, 연지급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기업이 제조업 위주인 것과 관련이 깊다. 실적이 안정적이지 않기에 배당이 실적과 관련하고, 단기적일 수 있으며 불규칙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한국과 매우 유사한 대만은 오히려 TSMC 몰빵 증시 구조임에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훨씬 선호받는 시장이다. 한국과 대만은 둘다 수출주도형 경제이고, IT중심 산업 구조이며,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서 공통적이다. 대만은 2025년 TSMC가 시총의 무려 40%를 차지했다. 이렇게 편중이 심함에도 외국인은 한국증시보다 대만 증시를 선호한다. 이는 대만 증시가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고, 배당성향이 확실하며, TSMC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의 핵심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만이 미중 갈등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매우 고조되었음을 감안한다면 한국 증시가 저평가 된 이유로 북한을 거론하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한류는 이미 주류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미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상품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것과 다르다. 그래서 종목을 선정할 때는 미국 매출 비중이 높고, 한류 수혜를 보는 기업이 유망하다. 

 한국인은 미국 주식을 마음 껏 살수 있지만 놀랍게도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개별적으로 살 수 없다. 한국 주식시장이 외국인이 좌지 우지 아는 것 같지만 이들은 외국인 기관일 뿐이다. 그래서 외국인은 한국시장 전체를 담은 ETF인 아이셰어의 EWY를 주로 산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가 24%, SK하이닉스가 12%를 차지한다. 

 최근 인공지능 효율이 높아지는 기술이 소개되며 반도체 주가가 흔들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착시일 뿐이다. 제임스 번의 역설이 있다. 19세기 영국 경제학자로 석탄 효율이 개선될수록 오히려 석탄 소비가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관찰한 바 있다. 실제로 LED의 경우 개발되어 효율이 높아지고 가격이 내려가자 전등 수요를 크게 늘린바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도 반도체 효율이 높아지면 수요가 높아지고 수요도 구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많은 전력을 요구한다. 미국의 낡은 송전망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장거리 전송하는 경우 큰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데이터 센터 인근에서 발전가능한 태양광, 연료전지, 소규모 원전같은 분산형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전력 구매계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전력구매계약은 저장, 송배전 기술까지 포함한 통합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태양광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태양광은 가격이 저렴하고 초기 비용이 싸며, 유지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낮에만 가능하여 저장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최소 데이터 센터에는 12시간 이상 저장기술이 필요하다. 

 저자는 한국 엔터주는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실력이 특정 앨범, 드라마, 투어의 흥행여부에 크게 좌우되고, 중국의 한한령, 해외 판권, 저작권 규제 등의 변수가 심하고, 여기에 SM인수전, 하이브 내분사태, 방시혁 의장의 사모펀드 사태등 오너 및 인수와 관련한 불투명이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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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안목 서양 건축사 - 낯선 시대와 공간을 들여다보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
구니히로 조지 지음, 민성휘 옮김 / 북스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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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예술이나 건축은 동양과 다르게 흐름이 느껴져서 나름의 재미가 있다. 이번 책도 그런 일련의 흐름으로 보았고, 일본인이 쓴 것으로 비교적 쉬웠다. 건축은 건축가의 생각외에도 시대에 따른 정치와 경제 그리고 지배자나 권력자의 존재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건축이란 건축가와 사회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역사상 최초의 건축가는 아마 알수 없겠으나 저술로 파악한다면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기의 비트루비우스가 될 것이다. 그는 세계최초 건축 전문서 건축 십서를 저술했다. 10권으로 건축의 원리와 역사, 신전, 극장, 목욕탕 가옥 등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었다. 책은 무려 15-16세기 다빈치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영향력을 오래도록 미쳤다. 그는 책에서 건축의 3원칙을 제시했는데 기능, 구조, 미학이다 이중 기능과 구조는 시대에 따라 큰 변화가 없을지 모르나 미학은 시대에 따라 무척 다르게 정의된다. 

 동양건축은 나무 중심이다. 나무는 자연 친화적 재료지만 내구성이 약해 아주 오래가진 못한다. 나무는 자연과 순환 개념을 가진 재료로 자연과의 공생을 지향한다. 그래서 동양의 목조 주택은 툇마루가 있어 안과 밖을 연결한다. 즉, 외부가 내부로 스며들고, 내부가 외부로 확장하는 구조다. 반면 서양의 건축 재료는 돌이다. 이는 외부와 내부를 차단하는 것으로 외부를 위협으로 여기는 세계관이다. 이는 유럽의 혹독한 기후와 풍토에서 기원한 것으로 이런 건축문화는 유럽의 인간중심주의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리스는 이오니아식 신전을 만들었다. 기둥이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으로 발전했으며 세 형태 모두 오더형식이다. 오더는 원주와 이를 받치는 기단, 기둥위에 놓은 들보와 지붕을 포함한 각 부분의 형태와 치수의 균형을 의미한다. 파르테논 신전은 도리아식이다. 신들의 조각가라 불린 페이디아시의 지도하에 건축가 익티노스가 설계했다. 기원전 438년 오나성했다. 폭30m, 길이70m로 기둥이 양쪽끝에서 중앙으로 갈수록 부풀어 오르는 엔티시스 형태다. 

 로마에서는 5현제 중 하나인 하드리아누스가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브라타니아에 118km짜리 하드리아누스 방벽을 건설했고, 여러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하드리아노폴리스를 8개 건설했다. 아테네를 재건해서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을 완공했다. 그는 118-133년까지 로마 북동쪽 티볼리라는 도시에 광대한 별장인 빌라 아드리아나를 건설했다. 여기에 로마 속령의 매력적인 건물 30개 이상을 재현했다. 그는 로마의 판테온을 설계했다. 아우구스투스 시절의 것을 재현한 것으로 8개의 원주가 삼각형 지붕을 받친 입구는 파르테논 신전의 느낌이며 원형홀은 천장이 반구형 돔으로 중앙에 구멍이 있어 안으로 빛이 쏟아진다. 

 로마의 콜로세움은 4층 원형 경기장이다. 1층 기둥은 도리아식, 2층은 이오니아식 3층은 코린트식으로 위로 갈수록 기둥이 가늘어져 시대상과 건축원리를 반영한다. 

 로마는 395년 동서로 분리했다. 로마 기독교 교회는 바실라카식 기독교 교회 형태를 채택했다. 이는 라틴 십자가 형태다. 동로마 비잔틴 교회는 비살리카 평면위에 반구형 돔을 얹은 양식이 주류다 수평적이고 일방적인 바실리카와 달리 중앙공간을 기준으로 대칭을 이룬다. 

 아야 소피아는 360년 콘스탄티누스 1세가 건축했다.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1세때 반구형 돔을 덮었고 직사각형 평면 위에 돔을 얹는 것이 어려워 당시 평면을 정사각형으로 하였다. 153년 오스만투르크가 비잔틴제국을 멸망시키자 아야소피아는 모스크로 용도변경한다. 원래 모스크는 긴 복도를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아야소피아는 무슬림의 마음을 변화시켜서 이 때부터 다른 모스크들도 둥근 양식이 생겨나게 된다. 1617년 술탄아흐메드 모스크가 대표적인데 53m높이의 돔에 64m 미나레드가 4개나 된다. 기둥만으로는 돔의 무게 지탱이 어려워 여러 크기의 돔을 조합한 후 커다란 돔을 얹는 구조를 택했다. 

 11-12세기 서유럽에서는 로마네스크라는 건축 양식이 탄생했다. 로마건축을의 회귀 움직임이다. 특지은 두꺼운 벽과 반원형 아치, 볼트라고 불리는 반원형의 노출된 천장이다. 대표적인 건물이 피사 대성당이다. 로마네스크에서 고딕 건축으로 발전하며 한 가지 기술적 변화가 일어난다. 로마네스크 양식에서는 측랑의 지붕을 아치 아래 숨겨두었는데 고딕 건축은 이를 측랑의 지붕보다 더 높은 위치로 옮긴 뒤 플라잉 비트레스라는 아치를 설치해 외벽을 보강하였다. 이로 인해 고딕 양식 때는 로마네스크 시기 보다 훨씬 높은 천장 건설이 가능해졌다. 벽에 대한 하중부담도 적어져 벽이 얇아져 창문 설치가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스테인 글라스가 등장했다.

 이로 인해 고딕성당이 탄생한다. 고딕 성당은 높은 천장으로 인해 거기서 쏟아지는 햇빛이 장엄함을 연출했고, 종교화가 그려진 스테인 글라스의 환상적인 색채, 그리고 높은 천장이 주는 공간감에서 울려퍼지는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함이 결합하여 신자로 하여금 강력한 신성을 경험하게 하였다. 대표적 고딕 성당이 노트르담 대성당,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샤르트르 대성당, 퀼른 대성당이다. 

 14세기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된다. 로마 붕괴 이후 이탈리아는 통일 왕조가 없었다. 도시 국가로 분열되어 있어 강력한 중앙의 간섭을 받지 않아 새로운 문화 혁신이 오히려 유리했다. 도시 국가의 귀족이 무역과 상업으로 얻은 부로 예술가와 지식인을 후원하여 기독교 중심의 중세와 다른 문화적 기반을 생성했다. 르네상스 건축의 선구자는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다. 그는 3차원의 입체건물을 2차원의 평면에 그리는 투시도법을 창안했다. 

 바티칸 시국에는 성베드로 성당이 있다. 이 역시 아야소피아 처럼 여러번 개축한 것이다. 콘스탄티누스1세가 324년 창건했고 당시엔 돔이 없었고 바실리카의 전통형태였다.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1626년으로 당시 이탈리아 대표 유명 건축가들이 모여 만들었다. 15세가 교황 티콜라이 5세가 대성당의 재건을 처음 계획했다. 1505년 교황 율리오 2세가 개축을 다시 시작했고 수석건축가를 공모하여 브라만테가 선발되었다. 그는 중앙에 커다란 돔을 배치한 그리스식 십자형의 평면을 구상했다. 하지만 둘다 꿈을 실현 못하고 죽고, 계획은 좌초하다가 72세의 나이에 수석건축가가 된 미켈란젤로가 이를 실현한다. 그는 브라만테의 집중식 평면을 구현하고, 88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돔의 하부구조를 완성한다. 

 200년이 지나 17세기가 되자 이탈리아 건축은 쇠퇴한다. 이탈리아는 도시 국가로 로마교황을 중심으로 종교적 권위가 건축을 주도했다. 하지만 주도권이 프랑스로 넘어갔고, 여기는 절대왕정의 군주가 건축의 중심이 되고 바로크가 새로운 사조가 된다. 그래서 궁정이 건축의 중심으로 자리한다. 아르두앙 방사르는 베르사유 궁전 건설에 참여했고 블루아 성을 설계한다. 건물의 모서리가 곡면으로 처리되고 내부 공간이 타원형이 사용되는등 바로크의 영향이 뚜렸했다.  

 바로크에 이어 로코코도 시작된다. 로코코는 프랑스어로 바위를 뜻하는 로카유에서 유래한 말이다. 바로크 시대 정원에서 바위를 조합해 만든 장식을 로카유 방식으로 불렀으며 시간이 지난 후에는 복잡한 실내 장식을 의미하는 언어로 사용되었다. 로코코는 지나치게 장식적인 다지인으로 후대인에게 퇴폐적 느김을 주었고 실내 장식에 치중하였기에 건축사조로 보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

 건축의 배경에는 사회적 가치관이 자리한다. 르네상스가 근대 과학의 문을 열었다면 산업혁명은 공학의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1851년 영국에서 세계최초 세계 박람회가 개최된다. 하이드 파크에 조셉팩스턴이 철과 유리로 길이 560미터 폭 120미터의 거대 건축물을 10개월만에 완성한다. 30만장의 유리를 사용한 크리스털 팰리스다. 전체적인 평면구조는 라틴십자가형이다. 수정궁은 박람회 후, 런던 교외로 옮겨져 오락시설로 사용되다 1936년 화재로 소실되고 복원되지 않았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1875년 완성되었다. 코린트식 장식과 아치의 고전적 요소가 있고, 철골을 사용해 기둥이 가늘고 가벼운 느낌이 있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는 이탈리아 밀라노 쇼핑아케이드 두오모 광장에 있다. 일류브랜드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명소다. 고전양식과 중세느낌이지만 천장에 유리와 철로만든 볼트를 통해 빛이 스며들며 38미터에 달하는 유리돔이 있다.

 한편 산업화에 따른 대량생산에 대한 반발로 중세 고딕 양식의 부활을 주장하는 라파엘 전파가 탄생한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트앤 크래프트 운동이다. 모리스가 주도했고, 미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훗날 아르누보라는 국제적인 미술운동에 영향을 미친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으로 파리세계박람회가 열리고 획기적 건축물로 에펠탑이 건설된다. 그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미 워싱턴 기념탑으로 167미터였다. 에펠탑은 이를 아득이 넘어서는 300미터였다. 에펠탑은 연철로 만든 것으로 철은 주철, 연철, 강철 순으로 발달했는데 당시는 연철의 시대였다. 그리고 높은 건물이었기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고 당시 엘리베이터는 수압식이었다. 

 19세기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골드러시로 신도시였다. 캘리포니아는 골드러시 이전만 해도 인구 200명에 불과한 무법지대였다. 하지만 골드러시와 아메리카 대륙횡단철도의 개통 이후 인구가 15만으로 폭증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인구가 폭증하며 도시계획을 했고 골든게이트 공원은 1871년 조성한다. 거리가 이 공원을 중심으로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을 정비하여 주택을 분양한다. 당시 주택은 빅토리아 양식의 목조주택으로 무려 4만호가 건설되었고, 일부는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미국 시카고는 미시간 호수와 대서양이 운하로 연결되는 곳이다. 상품거래소가 있어 미국 전역의 농산물이 모인다. 시카고는 1880년대 교외에 풀먼 공업도시가 개발된다. 무려 6000개의 회사 직원과 가족이 거주가능한 도시였다.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서 이 도시가 큰 주목을 받았고, 3년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도시로 국제적 표창을 받는다. 하지만 1890년대 금융 대공황 이후 직원 처우를 두고 파업과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기업이 거주민의 삶을 정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일어난다. 결국 1898년 일리노이 법원이 기업이 도시 건설 권리가 없다고 판결하며 1909년 매각되며 역사로 사라진다. 

 시카고는 1871년 대화재가 일어나며 도시가 재정비된다. 경제 발전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사무실 수가 증가하며 고층빌딩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었는데 화재로 인해 시카고는 10층 이상의 고층 빌딩으로 재편된다. 당시 뉴욕조차 5층 빌딩이 대세였다. 이는 철골구조와 엘리베이터로 가능했다.당시 14층의 릴라이언스 빌딩이 유명하다.

 아르누보 양식의 대표자는 알폰스 무하다. 현재 파리의 거리에는 아르누보의 흔적이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있으며 벨기에의 타셀저택과 오르타 저택도 이 양식이다. 안토니오 가우디도 아르누보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 그가 설계한 카사 밀라는 직선이 거의 없고, 유기적이며 뼈처럼 보이는 기둥과 식물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다. 미완의 걸작인 사그리아 파밀리아 성당도 마찬가지다. 고딕 양식과 아르누보의 곡선을 결합했다. 

 빈의 아돌프 로스는 빈 분리파의 장식성을 비판했다. 그는 자서전 장식과 범죄에서 장식을 범죄라고 말한다. 이는 20세기 건축의 주류 모더니즘의 탄생을 알리는 발언이었다. 그는 3년 후 자신의 주장을 로스 하우스로 구현했는데 이 건물은 장식이 전혀 없고, 기하학적 직선으로만 구성되었다. 카사밀라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20세기 모더니즘 시대에 들어서며 근대 건축의 4대 거장이 나타나서 모더니즘 건축이 꽃을 피운다. 첫번 째 주자는 르코르뷔지에다. 그는 도미노 시스템이라는 철근 콘트리트 주택 건설 방식을 발표한다. 바닥과 기둥, 계단이 건축의 핵심이다. 이 개념이 혁신적인 이유는 외벽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전통 건축은 기둥이 외벽과 결합해 전면에 돌출된다. 도미노 시스템에서는 기둥이 내부에 위치해 보이지 않는 외벽이 된다. 그래서 이런 외벽을 커튼 월이라 한다. 르코르뷔지에는 근대 건축의 5원칙을 주창한다.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수평 창문, 자유로운 입면이다. 그리고 이를 종합 구현한 것이 1931년 완성한 사보아 저택이다. 

 두번째 주자는 그로피우스다. 그는 바우하우스의 교장으로 바우하우스는 종합예술을 교육하는 모더니즘의 최전선이었다. 보수적인 바이에른에 있어서 데사우로 쫓겨나는데 건물을 새로지을 때 설계한사람이 그로피우스다. 그는 건물을 커튼 월로 지었다. 

 세번째 주자는 미스 반데로어다. 그는 정규 건축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어려서부터 목조 건축 현장에서 일하며 건축의 감을 키운다. 그는 Less is more를 자장한다. 1929년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에서 독일관을 만들었고,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구축한다. 이는 1986년 복원된다. 그는 1938년 미국으로 망명하여 시카고 일리노이 공과대학 건축학과 주임교사가 된다. 그는 판스워스 하우스는 만드는데 연인관계인 정신과 의사 에디스를 위해 만들었다. 지역이 간혹 침수되어 바닥이 들려 있고, 모든 내벽이 천장과 맞닿지 않았고, 외벽이 유리로 개방되었다. 집은 매우 미학적이었지만 건축비가 매우 비쌌고 불편하여 에디스가 불만이 많아. 이를 계기로 파탄이 이르며 소송까지 치닫는다.

 마지막 주자는 프랭크 로버트 라이트다. 그는 일본의 제국호텔을 설계할만큼 일본과 인연이 있다. 그는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다가 해고되어 일본에 머문 적이 있고, 미국에 돌아와 1910년까지 200채의 주택을 설계한다. 당시 미국 중서부 평원과 조화를 이루는 수평적 구조의 프레리 스타일 주택을 지어 당시 미국에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건축과 대비를 이뤘다. 라이트는 건축주의 아내와 불륜을 일으키고, 유럽으로 불륜녀와 도피했으나 하인이 불륜녀와 가족을 모두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실의의 빠졌으나 일본에서 제국호텔 의뢰가 들어와 이를 수행한다.

 라이트의 최고 걸작은 유명한 낙수장이다. 폭포위에 지상3층 지하 1층 건물을 짓고, 실내계단으로 물가로 내려가게 설계되었다. 1959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도 그의 작품이다.

 1928년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며 근대 사회에 적합한 건물을 구현하려는 건축가들의 모임 CIAM이 발족한다. 그리고 미 건축계에는 아르데코 양식이 유행한다. 이는 기계를 연상시키는 직선과 기하학적 디자인이 중심을 이루는 형태로 모더니즘과 주화를 이뤘다. CIAM은 1959년 해체하다. 그리고 7년 후 미국의 건축가 로버트 벤추리는 모더니즘을 비판하며 Less is bore를 외치며 모더니즘을 비판한다. 포스트 모던의 등장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가는 마이클 그레이브스다. 1982년 포틀랜드 빌딩은 정면에 고대신전 같은 돌출물이 있고, 측면에 기하학적 양식이 있으며, 서로 다른 크기의 창문, 여기에 갈색 계열의 채색이 있었다. 

 포스터 모더니즘 이후에는 해체주의가 등장한다. 건축은 벽이 뒤틀리고, 건물이 기울거나 부서지는듯 비정형으로 기운다. 프랭크 게리나, 스위스의 추미가 대표적이다. 해체주의는 로코코, 아르누보, 포스트모더니즘처럼 일시적 유행에 그친다. 2005년에 이르러 힘을 잃기 시작했고 모더니즘 같은 확고함이 없었다. 건축 사조를 보면 오래 간 것들은 시대의 힘과 같이 한 것들이었다. 모더니즘은 산업과 로마네스크나 고딕은 르네상스가 있었다. 

 현재 세걔 건축은 포스트 모던과 해체주의 이후 다음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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