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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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문장은 이 소설의 첫머리에 나온다. 강렬하다. 책을 평론한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곤 했는데 막상보니 진짜 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과 사건을 관통하는 것도 결국 이 문장일 것이고, 현재 우리 삶도 그러할 것이다. 역사책에는 온갖 사건과 문명의 흥망성쇄가 나오지만 그건 중심인물 위조로 쓴 몇 안되는 증거에 기반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역사는 그것에 의해 시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역사가의 어쩔수 없는 서술이 된다. 당대에 사람들은 그런 시대적 영향이 자신의 인생을 망쳐놨겠지만 그래도 생존을 위해 자식을 위해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았을 것이다. 

 파친코 1권은 1910년에서 1949년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작가 이민진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아버지는 함경도 출신,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갔다. 그리고 남편이 일본계 미국인으로 작가는 북한과 남한, 일본, 재일동포, 이민이라는 배경을 갖고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책으로 들어가보자.

 1910년 부산에 한 부부가 살았다. 자기 집 하나 없이 세를 얻어 살고 있지만 집은 14평이나 되었고 안에 방도 여러개가 있어 하숙집으로 운영했다. 남편은 고기를 잘 잡았고, 아내도 그러해 집엔 돼지가 서너마리 닭도 10마리 가량이 있는 알부자였다. 그런데 부부는 자식복이 없었다. 애가 좀처럼 생기지 않다가 간신히 훈이를 얻었다. 그런데 훈이는 언청이에 다리가 불편했다. 그런 훈이였지만 그는 힘이 셌고 성실했으며 착했다. 훈이가 27-8이 되자 중매쟁이가 찾아왔다. 마침 영도에 가난한 이가 살았는데 딸만 서넛이어서 생계가 곤란했다. 그 어부의 막내딸 양진이 그렇게 훈이의 배필이 됬다.

 장애를 가진 훈이는 아내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매우 기뻤다. 훈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훈은 아내에게 매우 잘해주었고 살림도 나쁘지 않았지만 훈이 역시 부모처럼 자식 복이 없었다. 첫째는 훈이처럼 언청이였고 얼마안가 죽었고 둘째는 소에 치여 죽었으며 셋째는 설사와 열병을 앓다 죽었다. 그러다 얻은게 넷째 선자였다. 훈이는 선자를 금지옥엽으로 키웠다. 자신과 다르게 정상으로 태어난게 기뻤고 그래서 무척 아꼈다. 하지만 훈이의 부모님은 모두 죽고, 훈이도 선자가 10살쯤 될 무렵 결핵으로 죽었다.

 그렇게 훈의 아내 양진은 훈이 물려준 하숙집을 운영하며 선자를 키워낸다. 선자는 작고 예쁘지 않았지만 튼튼하고 성실하며 매력이 있었다. 그런 선자를 눈여여 본게 한수였다. 한수는 조선인이었지만 부자였고 일본어에 능통했으며 매력이 있었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으로 선자 어미니 양진뻘이었다. 한수는 일본인 학생에게 곤욕을 치루던 선자를 구해주고 이를 계기로 가까워진다. 선자는 한수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그제서야 한수가 일본 오사카에 아내와 딸 셋을 가진 유부남이었음을 알게된다. 한수는 선자를 조선인 현지처로 거두고 보살피려 하지만 선자가 이를 거부한다. 

 그런 선자에게 손길을 내민건 양진의 하숙집에 기거하던 이삭이다. 이삭은 평양에서 내려온 목사로 약한 몸이었지만 형 요셉이 머무는 일본 오사카로 가려던 중 오래 여정으로 결핵에 걸려 양진의 하숙집에 머물고 있었다. 양진 모녀의 돌봄으로 병이 나은 그는 자신이 선자를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의 아이를 가진 선자와 결혼해 일본 오사카로 향한다.

 선자는 거기서 요셉과 그의 아내 경희를 만난다. 선자는 자신과 이삭을 거두기 위해 입국허가증을 사느라 거액의 빚을 진 요셉을 위해 한수에게 받은 시계를 전당포에 판다. 그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일본에 적응해간다. 그리고 한수의 아이 노아를 낳고 이삭의 아이 모자수를 낳는다. 노아는 영특하고 공부를 잘했고, 모자수는 무척 귀여운 아이였다. 이런 아이들을 요셉도 무척 좋아했다. 

 행복은 잠시였다. 노아가 8세가 되던 해 이삭 교회 신자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이삭이 이를 옹호하다 수감된다. 2년의 수감기간 동안 옥바라지를 하느라 가세가 기울자 선자는 시장통에서 김치를 판매하고 김창호란 식당주인의 눈에 들어 경희와 함께 식당에 취직하게 된다. 경제문제는 해결되었지만 2년후 돌아온 이삭은 초주검상태였다. 죽을때가 되어서야 감옥에서 죽으면 곤란하니 풀어준다던 사람들의 말이 사실이었다. 이삭은 2년간 자라난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죽는다. 

 1944년이 되어 2차대전 말미로 식당의 요리도구까지 모조리 징발되어 식당이 문을 닫는다. 그런데 한수가 갑자기 나타난다. 사실 한수는 선자가 전당포에 자신의 시계를 파는 시점부터 선자가 오사카에 와 있음을 알아차렸다. 전당포도 한수의 세력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김창호가 운영하던 식당역시 한수의 것이었다. 사실 한수는 선자 모르게 선자와 아이를 돕고 있었다. 그런 한수는 일제의 패망을 예상하며 오사카는 폭격의 대상이 되어 위험하니 선자와 경희를 설득해 그 일가를 농촌으로 대피시킨다. 그리고 양진도 농장으로 데려오고 한수의 말처럼 일제를 패망한다. 

 일제의 패망후 선자나, 양진, 경희, 요셉은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한수는 만류한다. 양 세력으로 분단된 나라는 패전국 일본보다 훨씬 위험했다. 충돌이 뻔했다. 그러면서도 한수는 노아에게 조선어를 배우게 한다. 결국 조선이 독립했으니 언젠간 조선으로 돌아갈수도 있음을 직감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1편의 간략한 내용이다. 몇대에 걸치는 긴 서사에 다양한 사건과 전환되는 배경, 인물들의 운명이 아프게 느껴지지만 그걸 담백하게 서술해내어 상당히 흡입력이 있었다. 첫문장처럼 끔찍한 시대적 배경에도 조선인들은 일본에서 악착같이 살아낸다. 독립운동이든 친일이든 그건 그들의 일이 아니었다. 힘든 와중에도 어떻게든 살아내고 자식을 키우고, 사랑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던 것이다. 2권은 1953-1989년이 배경이다. 한국전은 어떻게 담아낼 것이며 해방한 조국에 한수와 노아, 경진, 선자, 모자수, 요셉이 어떻게 들어가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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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음 / 한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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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가장 후회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첫째 집값을 잡을 충분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과 둘째는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공을 들였던 북한과의 평화협상이 미국에 의해 깨진 후, 정권은 검찰개혁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청사진은 조국 법무장관 임명과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이다.

 당시만 해도 윤석열은 박근혜,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을 조사한 검사로 인상깊었다. 하지만 윤석열을 임명하는 시점에 이미 여권 내부에선 우려도 상당했다고 한다. 검찰주의자임이 이미 여러차례의 언행을 통해 판명나고 있었고, 과거 이명박 BK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검사로써 정의감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임명을 강했했고 조국 전 장관은 책을 통해 이 부분이 무척 휘회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조국이 책을 낸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자신이 법무부장관으로 지목되자 이미 낌새를 채고 있던 검찰은 전방위적인 수사를 해서 온가족을 그리고 관련 직장과 지인들을 압수수색했고, 거리낌없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심지어 검찰수사가 이뤄지기도전에 뉴스보다가 되는 공격을 감행했다. 검찰이 흘리고, 여론이 이를 받고, 정치권과 보수단체가 문제화하는 악순환 구조를 통해 조국관련 뉴스는 100만건을 넘어섰다.

 정작 조국 자신은 대부분의 사안이 무혐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먼지털이식 저인망수사에서 그의 동생과 아내, 딸이 희생되었다. 더군다나 최서원의 경우처럼 한국인 입시문제에 매우 민감하여 표창장 위조협의와 딸의 인턴과정참여여부, 봉사시간은 상당히 첨예한 문제가 되었다. 검찰은 이 혐의로 무려 7년을 구형했다. 당시 뉴스를 보며 형량에 적잖이 놀랐다. 이게 7년 구형할 일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살인죄의 경우 최소 5년인걸 감안하면 이는 가장 너그러운 살인의 경우보다 쎄게 형량을 때린 셈이다. 참고로 작년쯤 응급실로 향하던 사설 구급차를 한 택시기사가 자신의 운전을 방해했단 이유로 자기가 감히 책임지겠다며 그 길을 막은 적이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구형한 형량도 7년이다.

 하여튼 책을 통해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에 대한 충분한 소명과 자신과 가족을 향하던 검찰과 언론, 보수정당의 무자비한 공격에 대해 성토한다. 그 와중에서도 짧은 장관직을 수행하던 중 몇가지 개선사항도 제시했는데 심야수사와 포토라인, 피의사실 공표금지다. 이 세가지는 모두 피의자의 인권을 크게 침해하는 것으로 반면 검찰에겐 매우 유리한 사안이었다. 한국에서 검찰의 조사는 재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데 심야수사로 밤새 사람을 괴롭히고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을 통해 피의자를 범죄자로 기정사실화해버리고, 포토라인을 통해 전국민 앞에 세워 망신살을 뻗치게 하면 피의자를 대개 검사와의 대면과정에서 무너지게 된다. 이를 통해 검사는 유리하게 조서를 작성할수 있었고 놀랍게도 얼마전까지 검사앞에서 한 증언은 바로 증거가 되어버렸었다. 

 조국 전 장관은 윤석열을 필두로한 검찰개혁 반대를 처음엔 택군의 상황으로 보았다. 윤석렬과 보수정당, 보수언론은 검찰개혁을 앞둔 상황에서 총선 승리를 자신했다. 때문에 검찰개혁 반대를 통해 여당의 아픈 부분을 찌르며 총선 승리를 통해 대통령 탄핵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유시민 사건등 여러 사건의 정황상 이를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총선에서 야당이 참패하자 택군이 힘들어졌다. 그리고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힘을 되자 급기야는 킹메이커를 넘어서 자신이 킹이 되는 것까지 결심한 것으로 파악한다. 상당히 개연성이 있다.

 이는 설사 윤석렬이 정의롭다해도 매우 위험한 상황인데 책은 브라질의 예를 든다. 브라질은 룰라대통령과 그 후임대통령이 브라질 모루 검사에 의해 무너졌다. 무리한 기소와 정치적 수사를 했는데 룰라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처분을 받지만 이미 그의 정치적 기반은 무너졌다. 반면 모루와 검찰측은 정권을 잡았다. 수사를 할수 있는 권력을 통해 정권을 잡은 셈인데 우리나라 역시 윤석열이 집권한다면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것으로 책은 말한다. 

 책은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대해 강력 비판한다. 조국일가에 대해선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으면서도 학점이 최하점에서 최고등급으로 열차례나 상향된 나경원의 문제, 그리고 윤석열 자신의 처가 문제에 대해선 검찰이 이렇다할 수사조차 하지 않고 묻어버리는 것에 대해서다. 살아있는 권력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자신들을 옹호하고 출세의 밑거름이 되주면서도 적극적으로 권력 유지를 위해 검찰을 이용하는 보수정권에 대해서는 순응한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고 수사에 개입하지 않지만 검찰개혁을 하려고 하는 진보정권에 대해서는 살아있는 정권에 대해서 가혹하게 수사한다. 이러면서 검찰은 진보정권일때만 자신들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한다며 그 중립성을 방패로 내세워 검찰개혁에 저항한다. 상당히 편파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고 검찰을 망친 셈이다. 자신은 정치적 적과 방해세력에 대해 마음껏 수사를 할수 있으면서 자신들은 그로부터 안전하다면 이보다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 어디있을까. 책은 이런 점을 비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는 것 같다. 윤석열이든 혹은 보수정권의 누구든 조국만큼만 수사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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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1-08-04 1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닷슈님! 쓰신 글의 감상으로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뭔가 속시원한 느낌이 절로 들더군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닷슈 2021-08-05 09:11   좋아요 1 | URL
속시원하시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검찰개혁이 잘 이뤄지면 속 시원할듯 합니다.

크리스티나 2021-08-04 1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국만큼 수사하면 남아있는 국회의원 고위권력자는 거의 없겠죠

닷슈 2021-08-05 09:1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여당관계자들 부동산가지고 공격하던 김현아가 4주택자로 밝혀지고 SH사장 낙마하는걸 보니 웃기더군요.
 
크리스털 세계 지구종말 시리즈 3
J. G. 밸러드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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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러드의 지구종말 시리즈 마지막이다. 물에빠진 세계는 지구가 온난화로 습해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세계 주요지역이 잠긴 후의 이야기이고, 불타버른 세계는 가뭄으로 해안으로 이동하고 거기서 10년, 그리고 이후의 시간이라면 크리스털 세계는 지구 종말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현재를 그린다. 

 시점은 좀 다르지만 공통점은 많다. 역시 세계가 멸망하고 이번에도 주인공이 박사이고 주인공 주변엔 사랑하는 여인이 항상 있으면서도 그녀는 많이 사랑하고 의존하지는 않으며 하나같이 주인공들이나 이야기의 뉘앙스는 세계가 멸망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뭔가 하나의 순리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그렇다. 

 그래서 멸망시리즈의 결말은 항상 주인공이 이 세계를 극복하기보다는 뭔가 순응해가며 멸망을 받아들이거나 인정하고 오히려 하나가 되어가는 방향으로 모호하게 난다. 이를 통해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것 같으면서도 항상 좀 아리송하다.

 앞의 두 작품은 하나는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극심화로 지구가 수몰되고, 다른 하나는 해양폐기물로 바다의 막이 생겨 비구름이 땅에 도달하지 않아 대 가뭄으로 지구가 망한다. 비교적 과학적이고 원인도 가능한지를 떠나서 분명한데 크리스털 세계는 좀 다르다. 전 우주적으로 발견되는 또 다른 세계의 등장으로 존재가 흔들리며 모든 것이 크리스털로 뒤덮이게 되는데 설명이 분명치 않고 잘 이해도 되지 않았다. 더 신비스러운 느낌인것 분명하다. 

 크리스털로 덮이는 지역인 미국 플로리다와 남미의 한 지역인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다. 하루에 30미터에서 하루 350미터로 그 범위가 급속히 늘어나다. 무기물 유기물을 가리지 않아 집이나 돌, 악어, 수풀, 강마저도 모두 크리스털 결정으로 뒤덮힌다. 사람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이아몬드나 보석류를 지니고 있으면 크리스털 결정이 생겨나지 않거나 생겨난 크리스털도 다시 용해되어 원래 모습으로 복구가 가능하다. 물론 횟수의 제한이 있다. 

 주인공은 나병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인데 크리스털 발생지역으로 가게 되어 한 여인을 두고 다투는 두 남자사이에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종말 시리즈 3부작은 적어도 두 작품은 환경오염이 종말의 원인으로 환경파괴를 경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종말을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성향으로 볼때 더욱 환경을 강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 작품은 배경과 주인공은 모두 다르지만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다. 인물들의 행동이 잘 이해가 가지 않고 성격이 분명치 않고 모호하다느 것도 그렇다. 책을 읽기 힘든 여름날 올림픽과 함께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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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뛰어난 두뇌는 만드는 주체조차도 이것이 허상인지 실상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가상의 세계를 이미 하나 만들어냈다. 바로 꿈이다. 꿈은 가끔 끔찍하니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상당히 매력적인경우가 많다. 평소 소망하던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이상향이나 이상형이 나오기도 하며, 정말 현실같기도 하고, 완전히 엉뚱한 상상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런 꿈이 왜 있는지는 아직도 연구대상이다. 프로이드는 무의식의 반영이라 보았는데 그런면도 분명 있어보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우린 거의 매일 꿈을 꾸는데 제대로 수면단계를 밟는 경우엔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꿈은 간혹 너무 매력적이기에 깨어나서도 다시 그 꿈을 꾸기 위해 잠들고 싶은 경우도 있고, 여운이 강하게 남는 경우도 있으며, 현실세계의 나를 공포에 빠뜨릴 정도로 끔찍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꿈같은 세계를 우리가 완전하게 의지를 갖고 창조해내고 원해는데로 조정하며 즐길수만 있다면 어떨까? 최근 가장 가까운 답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글자그대로 현실의 세계를 뛰어넘는 완전한 가상의 세계 또는 현실을 증강시킨 세계를 말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타버스가 구현된 영화도 제법있는데 우선 '레디플레이어 원'이 있다.

 영화는 가상의 세계 '오아시스'를 마치 스티브잡스 같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발명해내고 전세계 사람들이 이 메타버스에 완전히 빠져사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사람들은 항상  VR기기를 가정과 바깥에서 착용하고 다니며 메타버스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 실제 걷거나 뛰는 느낌을 주는 트레드밀같은 장치와 촉감과 통증은 주는 장갑과 슈트를 착용한다. 영화는 이런 오아시스를 장악해서 전세계를 장악하려는 악덕기업과 오아이스를 사랑하고 즐기려는 주인공과의 대결을 그린다.

 

 메타버스가 구현된 또 다른 예도 있다. 영화 '써로게이트'와 '매트릭스'다. 써로게이트에서는 인간들이 자신의 실제 안드로이드 아바타에 접속해 자신들은 집안의 조종장치 안에서만 생활한다. 실제 직업활동 및 사회활동은 자신을 이상화한 안드로이드 아바타가 대신한다. 경찰활동도, 연애도 심지어 부부간의 결혼생활도 그렇다. 사람들은 실제 늙고 추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겁내하며 사회가 위험하기에 안드로이드를 대신 출근시킨다.

 매트릭스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전쟁 끝에 인간을 지배하게 된 인공지능들은 기계가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지구의 하늘을 EMP구름으로 뒤덮자 정복한 인간의 생체에너지를 배터리로 쓰기시작한다. 인간이 가축처럼 얌전할수는 없기에 인공지능은 인간들을 모조리 태어나자마자 재우고 에너지를 뽑아먹으며 그들이 얌전히 자도록 가상의 세계를 실제세계로 착각하며 살게 만든다. 이것이 매트릭스다. 

 영화가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일본에서 만든 드래곤퀘스트 유어 스토리도 메타버스를 소재로 한다. 유명한 드래곤 퀘스트5의 게임을 실제 세계의 사람이 자신의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진행해나간다. 물론 유저는 게임중 자신이 실제 세계의 사람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완전히 게임의 주인공으로 태어나 게임에 몰두한다. 이런 게임의 중독성은 대체 어느정도일까?

 

메타버스에 대해 최근 많은 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엔 본 책은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이다. 메타버스의 최근 동향과 주요 기업, 특징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다. 

 메타버스는 7가지 핵심 요소가 있는데 

1.상시 인터넷 연결을 기반으로 하고

2. 현실과 연결된 디지털 구현 무한세계이므로 가상과 물리적 현실세계의 경계가 무척 혼재되며

3.유저들과 공유되는 가상의 컨텍스트가 있어 그 안에서 유저가 상호작용하며

4.멀티 아이덴터티를 통한 멀티 프레즌스가 가능하고

5.물리적으로 멈추지 않는 시간계가 있고 자체적인 주기에 따라 시간이 흐르며 지속되는 공간이며

6.멀티입력, 출력장치로 구성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세계이고

7. 디지털 가상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다중 평행세계라는 것이다. 


 이런 메타버스는 활성화 될 것이 분명한데 인간에게 줄 영향이 상당하다. 주로 가상세계만을 생각하지만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혼재될 것이 분명한데 소매업의 경우도 많은 영향을 줄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쇼핑시대에도 사람드이 물리적 쇼핑센터를 찾는 것은 실제 물성을 가진 제품을 체험하는 것과 화면상의 경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쇼핑몰은 실제세계의 쇼핑몰보다 월등한 체험을 제공한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같은 아바타로 순식간에 매장안의 다양한 옷을 입어 볼수 있고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스토어 내비게이션과 고객 참여도 극대화된다. 이는 증강현실인데 이를 통해 실제 매장에 방문해 넓은 지역에서도 실시간으로 원하는 제품이 있는 목적지로의 내비 기능과 쇼핑플래너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실시간으로 각종 설문과 이벤트 참여도 가능해지고 매장에 숨겨진 쿠폰이나 이벤트찾기등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완전 가상세계에서도 가능하다.

 그리고 경험비즈니스도 제공한다. 최근 소비는 직접체험하고 즐기는 것이 중요해지는데 증강가상현실은 이에 매우 적합하며 체험에 비용과 위험도 없다. 

 메타버스가 미칠 영향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저널리즘의 경우 공간과 시간에 담긴 스토리를 중시하는 스페이스 저널리즘이 현실화한다. 단순 자료화면으로 사고현장이나 축제현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로 구현된 체험형 저널리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금 한창인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구현된 메타버스로 선수단의 하나로 같이 입장하며 즐기거나 vip석을 차지해 스가 총리 옆에서 보는 것도 가능하고, 심지어 개막식을 진행하는 스태프의 입장에서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지구촌의 각종 축제나 사고현장에 직접 가 있는 느낌을 주는 뉴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잘 만들어진 영화를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영화에 한 인물로써 혹은 실제 같은 몰입감으로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영화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거나 전쟁을 치루는 영화라면 이것이 게임과 뭐가 다를까. 여기에 라이브 VR 스포츠 중계, 영화, 드라마, 오락등도 가능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며 몰입감을 엄청날 것이고 참여형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부방이나 직장도 메타버스에 생겨날 것이다. 사람들은 공부하면서 카페를 가고 한다. 커피향과 쾌적한 자리와 좋은 경치, 약간의 소음이 공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메타버스에 구현한다면 어떨까. 실제 세계의 나는 독서를 하고 싶지만 도서관은 가기 멀고, 자리도 좋지 못하다. 그런데 메타버스의 나의 독서공간은 울창하고 시원한 숲속 나무위의 한적한 오두막이다. 바깥은 눈이 내리고 안에는 모닥불이 있으며 커피가 있다. 여기서 책을 읽게 될 것이다. 공부방도 마찬가지고 직장도 마찬가지다. 가상에 만들어진 더 편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효율이 높다면 그것을 택할 것이다. 

 메타버스의 경제는 반드시 현실 세계와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안에서도 여러 직업이 생겨나고 메타버스를 참여하는 사람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바타가 생겨날 것이며 그 안의 다양한 아이템이나 재화자체가 돈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실세계와 혼재될것인 만큼 이 경제가 현실경제와 통합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메타버스에 사용되는 버츄얼 커런시는 네가지 타입이 있다. 우선 표준형인데 단순한 포인트다. 가상세계에서만 획득 사용이 가능하다. 유저간 교환도 없고 실제 화폐 교환도 없다. 다음은 프리미엄형으로 표준형과 같지만 실제 화폐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아이템형은 실제 화폐로 가상화폐를 구입하기도 하고 판매나 교환이 모두 가능한 백화점 상품 같은 형이다. 마지막 화폐형은 최종형으로 기존 암호화폐처럼 네트워크 내외부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환전, 교환이 가능한 형태다. 아무래도 화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가 생겨나면 인간이 어찌될지 고민해 본다.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즐기며 현실세계에서 얻기 어려운 작업 효율성과 학습효율성을 얻기도 하고, 역시 현실에서 어려운 스포츠나 드라마, 오락, 정치참여를 즐기면서 현실은 더욱 아름답고 강하게 하는 보완재로 메타버스를 즐긴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강한 중독성에 모두가 빠져 메타버스를 현실보다 중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실이 어려운 이는 메타버스에서 살아가기를 택할수도 있을 것이고, 메타버스에서의 실패로 좌절해 현실에서 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며 메타버스상에서의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메타버스 미래가 올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나이든 세대든 자신의 문화감수성이 가장 예민했떤 10대20대시절을 그리워한다. 그걸 메타버스로 구현하면 참 재미날것 같다. 20-30년후에 과거 BTS의 노래가 유행하고 들리던 그 시절 한국의 거리를 메타버스로 구현한 세계를 살아간다면 재밌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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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생이 운다 - 꼰대의 길목에 선 리더를 향한 위로와 공감 EBS CLASS ⓔ
박중근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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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작년에 인기가 좋았다. 한창 인기가 좋을 때 읽었는데 시대가 만들어낸 90년생의 주요 특징과 그것을 받아 줄 수 있는 사회적 주문과 성숙도가 골자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그러면 그 90년생을 받아주는 세대에 대해서도 다뤄야 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이었다. 70년생은 자신들의 생각을 했을 것이고 이제 슬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60년생도 아마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저자는 90년생과 가장 부딪히는게 70년대 생이라 생각한 것 같다. 그럴만한 것이 80년대 생은 아직 관리직에 이르지 못하고, 90년대생과 문화적 격차도 아주 크진 않을 것이고 60년대생은 임원직 이상이거나 퇴임을 앞둔 사람들로 직접 90년대생과 대면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무래도 남는건 70년대생 뿐이다. 한창 부장이나 팀장급의 직위일 것이고 그룹의 리더로 실무자인 그들을 관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90년대생에겐 한창 꼰대로 보이겠지만 사실 70년대생은 한국 역사상 최초로 X세대라고 명명된 신세대였다. 압구정 오렌지족에 배꼽티, 댄스음악과 레게에 열광하고, 질투나, 파일럿, 마지막 승부같은 드렌디 드라마와 농구를 좋아했다. 당시 독재정권에서 벗어나 대학가엔 시대적 과제해결로 낭만과 소비문화가 팽배했다. 사회전반적으로도 소득이 크게 향상되어 무척이나 트렌드한 분위기였다. 

 책은 그런 그들이 50년대생과 부딪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IMF라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자신들의 자유분방함을 꺽고 사회에 순응할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사실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그런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70년대생은 자유분방함이나 개인주의가 90년대생보다 훨씬 약했다는게 정답일 것이다. 90년대생은 대부분 고향이 대도시이고 선진사회에서 도시문화 속에서 자라났으며 부모역시 대부분 도시 출신이다. 하지만 70년대생은 어려선 군사정권 그리고 가난한 나라 혹은 농촌에서 태어났다. 도시로 왔어도 농촌에서 자라나다 이전한 경우이고, 부모세대는 거의 확실히 농경문화에서 자라난 사람들이었다. 즉, 70년대생은 한국최초로 도시문화를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거의 반 이상은 농경문화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 때문에 완전한 도시세대인 90년대생들과는 다르게 보다 유교적이고 집단적인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에 진출했을 때 개성을 발휘하며 저항하기보다는 사회에 녹아드는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보는게 더 타당해 보인다.

 책이 조금더 아쉬웠던 점은 70년대생들의 특징을 충분히 설명하기보다는 90년대생들에게 맞추기 위해 더 나은 리더로 거듭나라는 주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도 해결책이겠지만 90년대생들도 70년대생의 특징을 잘 분석한 책을 보고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책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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