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팀 마샬은 지리의 힘 1권을 펴냈다. 이 책은 방송도 타고 책 자체도 훌륭하여 여러 지리책이 국내 출간되는데 힘을 보탰던 듯 하다. 그 덕에 오랜 인문학이자 사회과학의 선두주자였음에도 역사의 대중성에 눌려있던 지리가 모처럼 빛을 본 듯 하다. 이후, 좋은 지리 책들이 많이 나왔다. 가급적 놓치지 않고 보려 애썼다. 

 팀 마샬은 주요 선진국의 지리적 조건과 거기서 나오는 역사, 가능성, 그 한계를 다룬 '지리의 힘 1권' 이후 '장벽의 시대'도 펴냈다. 문을 걸어잠궜던 트럼프 시대에 발맞춘 책이었는데 흥미롭긴 했지만 사실 지리의 힘 만큼은 아니었다. '지리의 복수'는 지리가 가진 가능성과 그것이 제기하는 근원적 한계를 여러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러시아가 자연적 척박함으로 인한 폭력성과 전제정치에 대한 너그러움으로 민주주의가 어려운 것, 또한 광활하게 펼쳐졌음에도 자연 방어물이 없어 스스로의 보호를 위해 오히려 팽창하는 성향을 지닌 것, 인도가 자연지물의 한계로 세력이 중국처럼 통합되지 못한 것, 멕시코가 가까운 시일내에 미국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본 지점이 독특했다. '각자 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은 작년에 본 책으로 미중 전쟁으로 과거 미국이 제공하던 제1질서가 붕괴할 것으로 본다. 제1질서는 자유로운 교역과 이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으로 국제분업과 상호교류 및 유래없는 평화의 시대를 가져왔다. 하지만 미중전쟁으로 미국이 이 질서를 보장하기 힘들어짐에 따라 향후 교역로에 의존하지 않고 지리적으로 자급자족적 능력을 가진 국가들이 새로운 패권세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남미는 아르헨티나, 유럽은 터키나 프랑스, 오세아니아의 호주 등이 그러했다. 매우 좋은 책인데 좀 미국중심적이었다.

 지리의 힘 2권은 1권에 비해 기존의 논조를 따르면서도 좀더 주변적인 나라들에 초점을 둔 것이 좋았다. 덕분에 잘 모르던 나라들에 대해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고 마지막 장을 우주로 설정하여 지리학의 영역을 확장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1. 호주

 호주는 넓고 평평하며 몹시 건조한 평야가 국토의 대부분이다. 70%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인 outback이다. 그래서 그 넓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2천 6백만으로 한국의 절반에 불구하다. 인구는 시드니, 맬버른, 브리즈번, 3대 도시에  50%가 몰려있고 유일하게 쓸만한 머리-달링강 유역이다. 이곳은 토지가 비옥하여 강에 의지하며 사람들이 내륙으로 이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머리-달링강도 선박의 운행이 가능할만큼 깊지는 못하다. 

 우리는 흔히 호주의 원주민을 단일종족처럼 여기나 아메리카 토착민의 종족이 매우 다양한 것처럼 이들도 에오라족, 무리족, 능가족, 왈라족등 매우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1788년 이들의 수는 25만에서 50만이었지만 20세기의 영토전쟁으로 수만이 사망한다. 시드니 주변 백인 정착촌들은 점차 성장하여 개척 전쟁을 일으켰는데 2천의 식민지인과 그 수배에 달하는 원주민이 희생되었다. 1910년에 이르러서야 호주는 학살에서 벗어났지만 원주민 아이를 동화시킨다는 이유로 가족과 떨어지게 하여 백인 가정이나 국가시설에 위탁하였다. 이 정책은 1970년대가 되어서야 종료되었고 그 결과 10만의 가족과 과거 유산과 단절된 도둑맞은 세대가 탄생하였다. 2008년이 되어서야 호주 케빈 러드 총리가 일련의 원주민 탄압에 대해 사과하였고 현재 원주민의 수는 80만까지 성장하였지만 이미 과거의 언어와 문화를 많이 잃어버린 후였다. 

 호주는 지리적 제약으로 성장이 매우 늦었다. 미국은 동부에서 출발하여 서부로 갈수록 비옥한 토지들과 운송이 쉬운 강들이 등장하여 폭발적인 인구성장세와 확장을 이루었지만 호주는 해안 지역을 벗어날수 없어 그러지 못했다. 해안의 거점들은 공식적 교류가 없이 자체 경제, 정치제도를 이루고 있었고 교역도 상호가 없었다. 호주엔 마땅한 짐승도 없었기에 사람이 짐을 육상으로 날라야만 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철도가 부설되자 일부 해안도시들의 연결되었고 운송과 통신이 발전하며 연방형태로 여러 지역을 묶자는 생각이 탄생했다. 1889년 국민투표가 이뤄졌고 큰 반대속에 통과되었다. 1901년 6개의 영국령 식민지가 연합하여 호주 연방을 구성하였고 이것의 지금의 호주가 된다. 

 호주는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천연자원이 많고 양모, 양, 육류, 밀, 와인이 풍부하다. 또한 우라늄과 아연, 납은 세계적이며 철광석과 질좋은 석탄도 풍부하며, 금과 은, 텅스텐도 많다.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는데 바로 원유다. 때문에 호주는 중동에서의 원유 수송이 나라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교역료는 말라카, 순다, 듬복 해협을 지나는데 현재 적대적인 중국이 이를 봉쇄한다면 호주는 원유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호주의 국방력은 원유 수송선 호위를 위한 전함과 잠수함, 그리고 원거리 해상 초계기 확보가 급선무다. 

 호주는 중국과의 대결을 위해 남태평양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호주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지배하는 것은 어찌하지 못하나 남태평양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호주는 이미 이 지역에 가장 많은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섬 나라들은 과거 호주의 식민역사로 그 저의를 의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호주는 이들 국가들을 섬이 아닌 대양 국가로 인정하는 정책으로 호의를 사고 있다. 


2. 이란   

 이란인들은 자신의 나라를 즐겨 먹는 빵에 비유한다. 그 빵은 안은 평평하면서도 가장자리 껍질 부분이 두텁고 높은데 딱 자신들의 나라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 특징은 이란 요새로 만들어주는 이점을 지니면서도 나라의 통합과 발전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된다. 

 이란을 둘러싸고 있는 산맥은 자그로스 산맥이다. 서북쪽은 알부르즈 산맥이며 호르무즈 해협 부근은 샌트럴 마크란 산맥이다. 이라크와 접경지역인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가 만나는 샤트알아랍 부근이 유일인 저지대 접근로이지만 이 지역 역시 습지이고 돌파하더라고 바로 자그로스 산맥이 등장하기에 이란 침공을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점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미 알렉산드로스와 몽골, 티무르 제국이 이런 이란의 지리적 장벽을 돌파하고 이 지역을 접수한 전례가 있다. 이란의 이 지리적 장벽은 자신들을 보호하는 껍질이지만 스스로를 가두는 작용도 하는데 실제로 이란은 페르시아가 오래전 아랍 지역을 지배했던 적을 제외한다면 항상 이 틀안에 갇혀있었다. 

 대다수 이란 인구는 산악지대에 밀집해 거주하는데 둘러싼 산악 지대 안쪽의 평지가 모두 사막이기 때문이다. 카비르 사막과 투르 사막인데 그 넓이가 어마어마하다. 산악지대의 특성상 지리적 격리가 이뤄지고 그래서 이란인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어 서로간의 단결과 화합이 쉽지 않다. 언어도 매우 다양한데 공식어인 페르시아어를 구사하는 자가 60%정도에 불과하다. 거기에 16%의 아제리족, 10%의 쿠르드 족등 다양한 민족이 거주한다. 

 이란인들은 산비탈을 따라 건설한 도시에 거주하는데 카스피해-테헤란-샤트알아랍강 유역에 대부분이 거주한다. 건조지역이라 물이 부족해 도시는 산자락에 자리잡고 산비탈에 터널을 파서 작은 수로로 물을 끌어올린다. 국토의 1/10만 경작이 가능하고 이중 물을 댈수 있는 곳은 1/3에 불과하다. 

 이란은 페르시아의 영광이후 긴 침묵을 겪는다. 알렉산드로스의 침략으로 제국이 붕괴했고 이후 페르시아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아랍에게 상실한다. 몽골 침략 이후 사파비 왕조가 등장하는데 이 때 시아파가 국교가 된다. 사파비는 수니파인 오스만에 대항하기 위해 시아파를 정략적으로 선택했다. 사파비 이후 200년간 혼란이 지속되고 서구 열강이 들어온다. 영국은 유전이 있는 페르시아를 보호국으로 하려 애썼는데 1921년 레자 칸이 정권을 탈취하여 팔레비 왕조를 만든다. 그는 강한 페르시아의 부활을 선언하고 여러 종족을 통합하기 위해 페르시아 대신 이란이라는 국호를 사용한다. 그는 친서방 정책을 펼쳤지만 1951년 국유화 지지자인 모하마르 모사데그가 총리가 되자 서방의 반발로 이란은 국제적 제재를 받게 된다. 호메이니는 샤에 대한 비판으로 이라크로 추방된 뒤 프랑스에 거주했는데 1978년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가 샤가 1979년 해외로 망명하자 들어아 집권한다.

 당시 이란내에서는 세속주의적 지식인들이 종교적 환멸에도 불구하고 국왕축출을 위해 호메이니를 지지했다. 하지만 호메이니는 이슬람 공포정치를 시작했고 소수파 종교, 공산주의자들이 고문과 처형 실종되었다. 반혁명의 씨를 말려버리기 위해 이란혁명 수비대를 창설했고 이들은 가장 위압적 군사조직이 되어 나라의 여러 사업도 장악한다. 현재 이란의 젊은이나 자유주의자들은 이 집단을 싫어하지만 거꾸로 많은 부를 제공하는 이들 대기업에 가장 취직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3. 사우디 아라비아

 사우디는 인구 3500만으로 인구 대부분이 제다, 메카, 메디나 인근에 거줗나다. 사우디는 주변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같은 아랍 형제라는 말이 무색하고 민족, 종교, 성향이 달라 늘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744년 종교학자 무함마드 이븐 압둘 와하브는 무함마드 이븐 사우드에 충성을 맹세하고 두 집단은 연합한다. 정치는 사우드가 종교는 와하브가 차지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사우디 중앙의 황폐한 네지드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세력 확장 중 오스만 제국에 진압당해 사우드는 이스탄불로 끌려가 참수당한다. 

 일족은 이 비참한 실패에도 살아남아 1824년 사우드 가문은 네지드의 중심지 리야드를 수복한다. 북쪽의 샴마르를 지배하던 라시드 가문과 다시 갈등이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도 패배해 사우드는 쿠웨이트로 도주한다. 1901년이 되어서야 20대 중반의 이븐 사우드가 사우드 왕조의 수장이 된다. 그는 1902년 네지드로 침투해 과감히 라시드 총독으 암살하고 1914년에는 네지드 상당부분을 회복한다. 여기에 뜨는 해 영국과 연합해 지는해 오스만과 라시드를 공격하여 1920년 라시드를 제압하고 1925년 메카, 메디나가 있느 헤자르 왕국을 제압한다. 1927년엔 영국과 협정을 맺어 영국은 사우드를 네지드와 헤자르의 왕으로 인정하고 대신 사우드는 요르단에 헤자르 북부를 양도한다. 

 마침내 1932년 사우디 아라비아가 건국된다. 그는 통합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고려태조 왕건처럼 자신이 굴복시킨 부족 및 고위 성직자 딸들과 결혼하여 20명의 부인과 100명이 넘는 자손을 탄생시켰다. 현재 사우디를 지배하는 가족 네트워크의 시작엔 셈이다. 지금과는 다르게 20세기 초반만 해도 사우디엔 석유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1935년 시추를 시작해 1938년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다. 사우디는 1945년 루스벨트와 협상해 미국에 원유접근권을 제공하는 대신 사우디의 안전보장을 확약받는다. 사우디로서는 오랜 숙적 하심가문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있기에 이 같은 보장이 매우 중요했다. 

 사우디를 일으킨 이븐 사우드가 죽자 그 계승자는 사치와 향략을 일삼아 1964년 실각한다. 이복동생인 파이샬이 즉위했는데 국유화로 석유 수입이 1600%가 증가했다. 이 돈으로 그는 통신 및 운송망을 건설하고 후한 복지제도를 수립한다. 이런 부로 인해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게 된다. 이들이 저렴한 임금으로 노동을 하기에 오늘날의 사우디는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매우 높고 상당히 낭비가 심하다. 사우디는 적은 인구에도 세계에서 6번째로 원유 소비가 많으며 발생 전력의 70%를 냉방에 사용한다. 부족한 물 역시 담수화 시설을 통해 가정과 농가에 보급하는데 수많은 보조금으로 가격을 낮추기에 이 역시 아까지 않는다. 젊은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과 경쟁력 확보, 에너지의 절약이 향후 사우디의 과제다.

 하여튼 파이샬 지위 기간은 1965년 TV방송이 이뤄졌고 이에 대해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시위를 벌인다. 파이샬은 이들을 달래기 위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귀국시키고 교육기회까지 부여하는데 이것이 향후 독이 된다. 1975년 파이샬은 암살되고 할리드가 즉위한다. 1979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메카에 침입해 테러를 일으킨다. 이 사건으로 국왕은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게되고 사우디 왕가는 그간 추진해오던 국가 현대화에 제동을 걸게 된다. 오히려 이슬람에 기대 시대를 역행하게 되는데 극장이 폐쇄되고 공교육에서 종교시간이 늘어나고, 학교와 대학은 이슬람 성직자를 더 많이 고용하는등 제대로 시대를 역행한다. 

 한편 이라크 전쟁으로 왕국이 위협을 받자 사우디는 빈라덴의 요청을 거부하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미군을 주둔시킨다. 미군은 승리하고 왕국은 보호받았으나 극단주의자들은 이 현실이 매우 불편했다. 결국 이들은 사우디 내에서 테러를 자행하여 외국인 거주지와 미영사관등을 공격해 100명 이상이 사망한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사우디내 외국인 고급 인력의 20%가 위협을 느껴 떠나게 된다. 

 2017년 MBS, 모하메드 빈 살만이 왕세자로 올라선다. 그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외교정책과 개혁을 실시한다. 여성에 운전을 허용하고 영화관을 열고 종교적 판결을 현대화하고 시장주의를 강화했다. 한편으로는 각국의 외교를 조종하고 급기야는 자신을 비판한 언론인을 살해하기도 해 국제적 비판을 받았다. 그는 새로운 사회계야긍ㄹ 제시하는데 국민은 덜 부패하고 덜 관료적이며 석유시대 이후에도 살아남을 국가의 건설이다. 하지만 이 국가에서 국민들은 지금의 고복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더 일하고 대신 더 큰 자유를 얻어야한다. 그에게 걸림돌은 오랫동안 같이 해온 와하브 극단주의자들이다.  


4. 그리스

 이 나라는 국토의 4/5가 산맥이다. 본토의 중심부에 핀토스 산맥이 남북으로 자리한다. 동쪽의 테살리아, 마케도니아에서만 경작이 가능하다. 때문에 그리스는 세력을 뻗어나가기 힘들고 인구부양이 어렵다. 지형으로 인해 연결도 안되고, 상호교류는 물론, 인구증가와 중앙집중도 어렵다. 때문에 현재도 식량 수입이 많고 도로, 철도 부설이 어려우며 뱃길로 쓸만한 강도 딱히 없다. 이런 황폐함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해상교역이 발달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고대에 문화를 꽃 피운다.

 그리스는 아테네-페르시아-아테네-스파르타-로마-비잔틴으로 역사가 이동한다. 비잔틴은 1453년 멸망하는데 1800년이 되어서야 제국이 약화되 그리스 봉기가 가능했다. 1832년 열강에게 주권을 인정받으니 그리스인은 정작 협상에서 배제되었고 그 결과 그리스 인구의 1/3만이 새로운 그리스 국경에 포함되었다. 그리스인들은 과거 비잔틴 제국 수준의 부활을 염원했지만 열강은 그리스를 군주국가로 만들고 덴마크 빌헬름 왕가의 요르요스 1세로 등극시킨다. 그리스인에게는 좀 실망스러운 혈통이었지만 왕은 러시아 영국 왕가와의 친분을 이용 더 많은 영토를 얻어낸다. 테살리아를 병합하고 그 그세로 1600년만에 1896년 1회 올림픽도 개최한다. 

영국은 러시아의 지중해 진출을 막고자 그리스를 보호국화하려 한다. 1912년 1차 발칸 전쟁이 일어났고 그리스, 세르비아, 불가리아 대 오스만이 대결했다. 여기서 그리스가 이겨 테살로니키 항구를 획득한다. 2차 발칸 전쟁에서는 불가리아가 그리스 세르비아를 공격했다고 패해 영토를 상실한다. 그리스는 이 두 차례 전쟁으로 영토가 70%늘어나고 인구도 480만까지 증가한다. 

 1차대전에서 그리스는 상황을 관망하다 연합국에 참전하여 터키 이즈미르를 포함하여 오스만의 영토를 획득한다. 하지만 1922년 무스타파 케말의 터키군에 패해 비잔틴 제국의 재건 야망이 수포로 돌아간다. 이로 인해 양국에 살던 그리스 터키인들이 서로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터키에서 그리스로 돌아간 그리스인이 무려 150만 반대 상황의 터키인이 40만이었다. 150만의 난민은 새로 획득한 테살로니키로 주로 유입되었는데 이로 인해 지역이 황폐화하고 유대인으로 불똥이 튀어 반 유대주의 정서가 강화한다. 이 배경에서 공산당이 지지를 얻자 그 혼란으로 군사정변과 권위주의 정권이 출현한다. 

 그리스는 독재자 이오안니스 메탁시스의 지휘아래 2차대전에 참전했다 이탈리아에 패해 독일에 항복한다. 산악지형을 이용해 게릴라가 항전했으나 적군의 식량 징발로 수만명이 아사하고 7만이 처형되었으며 수백곳의 마을이 파괴되었다. 여기에 6만의 그리스계 유대인이 나치에 의해 희생되었다. 해방 후엔 내전이 일어났다. 공산주의 세력이 득세하자 미국이 그리스 군대를 지원하였고 그리스 반군은 알바니아로 퇴각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5만이 사망하고 50만의 이재민이 생겨났다.

 그리스는 이후에도 군부독재를 겪다 1974년에야 민주화가 되었다. 현재 그리스는 경제위기를 겪고 난민의 통로로 고통받으면서도 터키와 대결하고 있다. 그리스는 인구의 1/3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섬에는 고작 수십만만 거주한다. 섬은 무려 6천여개에 달하는데 터키-그리스 사이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극히 유리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거주하지 않고 그 수가 워낙 방대하여 방어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최근 지중해 동부에서 거대 가스전이 발견디었는데 이로 인해 그리스 터키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자국수역에 에너지가 없는 터키는 사이프러스, 그리스 영해를 탐색하고 터키-사이프러스-리비아를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강제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물론 이 지역은 사이프러스와 그리스의 영해를 포함한다. 또한 러시아는 서유럽이 가스를 자국에 의존하는 현상황을 유지하고 싶어 이 상황에 터키의 편에서서 초조히 지켜보고 있다. 그리스는 이집트,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이탈리아, 요르단과 함께 동지중해 가스포럼을 형성했다. 이 기구는 에너지와 안보기능을 같이 한다. 

 그리스는 미국에 전략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크레타섬의 수다만에 미군해군 기지를 유치했다. 2020년 그리스는 미국에 군사훈련, 급유, 응급상황시 그리스의 군부대 접근권까지 부여했다. 이들은 미국의 믿을 만한 동맹이 되어가고 있다. 


5. 에디오피아 

 에디오피아는 지리적 이점과 많은 인구, 풍부한 수자원으로 이 지역의 잠재적 패권국이다. 이 나라는 무려 12개의 커다란 호수와 9개의 큰 강을 갖고 있어 유독 수자원이 풍부해 이를 다른 나라에 제공해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다. 이 담수는 멀리는 중동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를 이용해 홍해로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 

 에디오피아는 동아프리카 지구대가 나라를 관통한다. 산맥과 계곡이 6400km나 이어지며 나라는 동서로 갈라놓는다. 지구대의 서쪽이 인구 밀집 지역인데 다수의 커피 농장이 있다. 숲이 울창한 삼림에서 강물이 솟아나고 그물이 지대를 빙빙돌아 폭포가 되어 비옥한 평야로 흐른다. 하지만 가파른 협곡과 폭포는 역시 장거리 운항을 방해한다. 

 핵심지인 아디스 아바바는 주변 낮은 완충지대로 둘러쌓여 난공불락이다. 에디오피아는 인구가 1억1천이며 향후 10년간 1억3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나라는 드물게 에너지와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하지만 농업은 물이 풍부함에도 주기적 가뭄과 삼림남벌, 과도한 방복, 군사독재, 빈약한 인프라로 휘청거린다. 이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수백만의 인파가 인도적 손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에디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식민지배를 당한 경험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아프리카국가처럼 종족 문제를 겪는다. 9개의 주요 부족이 국가내 존재하고 이들의 분포에 맞게 9개의 행정구역이 있으며 4개의 주요언어가 있다. 오모로족이 35%로 가장 많고, 암하라족이 27%, 티그리에족이 6%, 소말리족이 역시6 %이다. 에디오피아의 중앙지형은 이들 부족들을 지역적으로 격리시키고 통합을 어렵게 한다. 

 에디오피아는 유구한 역사처럼 건국전설이 있다. 고대의 시바여왕이 이스라엘 솔로몬 왕과 정을 나누어 메넬리크라는 아들을 낳았다. 이 메넬리크는 성장하여 아버지 솔로몬을 찾아가 모세의 십계명이 있는 언약궤를 가지고오는데 이것이 현재 악숨에 보관되어 있다. 메넬리크부터 시작된 왕좌를 1970년까지 이어진다. 

 에디오피아는 악숨제국때 강성하였고 이집트 남쪽과 홍해, 예멘을 지배했다. 300년 기독교가 전파되었고 이집트 곱트파와 함께하면서 서방 교회와 단절된다. 1500년 세력을 확장한 오스만이 침공하지만 포르투갈 상인들이 무기를 제공하고 훈련을 도와 막아낸다. 에디오피아 인구의 상당수는 카톨릭이지만 1/2은 무슬림이며 이들은 외곽지역인 동부저지대에 거주한다. 이 지역에도 최근 이슬람 근본주의가 침투하여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1855년 현대 에디오피아가 탄생한다. 국왕 테오도르스 2세가 여러 왕국을 강제통합하였고 군대를 재편성하고 신식 무기로 무장하고 유럽 기술자들이 상인에 활력을 넣는 기술을 전수해주었다. 이집트와 이탈리아와 침공도 방어해냈고 수도를 아디스 아바바로 옮겼고 수도와 지부티 항구, 홍해를 잇는 철도를 부설한다. 1930년에 하일레 셀라시에 1세가 즉위하여 경제를 현대화하여 국제연맹에 가입한다. 하지만 2차대전에 참전했다 무솔리에 패배하여 점령당하는데 해방후 황제는 미국 루스벨트를 설득하여 이탈리아에서 해방된 에리트리아를 획득한다.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이를 승인하는데 1960년 에리트리아가 봉기하고 1974년 멩기스투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다.

 그는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하고 공포정치를 시행한다. 이에 경제가 무너지고 기근이 발생하였으며 에리트리아에도 패배한다. 멩기스투는 구소련이 붕괴하자 짐바브웨로 도주한다. 새정부는 티그레이 출신의 멜레스 제나위가 이끌었다. 그는 각 지역에 독립을 도무할 권한을 주었고 이에 에리트리아가 독립한다. 2018 아비 아미르가 총리에 선출되고 그는 최초의 오모로족 출신으로 반대파와 언론인 수천명을 석방하고 에리트리아와도 화해한다. 

 이런 일련의 시도에도 종족간 긴장은 여전한데 오로모는 무슬림으로 가장 수가 많음에도 이제서야 처음으로 권력을 잡을 만큼 그간 소외되어왔다. 암하라는 기독교이며 오랜 지배역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고, 티그레이는 수가 적음에도 최근 나라를 지배한 것에 대한 향수가 여전하다. 그리고 다른 소수민족들은 이들을 두려워하며 다시 전제적 지배를 당할가 걱정한다. 

 에디오피아는 내륙국으로 홍해연안에 접근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지역의 지정학이 난리다. 2017년 사우디와 UAE는 테러지원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절한다. 터키는 카타르 편을 들고 이로 인해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UAE는 소말리아가 터키와 손을 잡자 바로 투자자금을 소말릴랜드와 푼틀란드로 돌려 군사기지와 항만을 건설했다. 이지역의 오랜 후원국인 터키는 소말리야 쪽의 주요항구와 항만을 지배하는데 인근 아랍국들은 이것을 터키의 신 오스만 주의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에디오피아는 중립을 견지하고 있지만 지속되는 것이 쉽지 않아보인다.

 결국 강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내부의 혼란과 외부의 혼란을 잘 조절하는 것이 이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6. 우주

 지금까지의 지구지배는 지상군과 해군을 전략적 위치에 배치하고 해상항로와 요충지의 출입을 저지하고 여기에 공군력을 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주시대가 다가오자 저궤도에 자리를 선점하고 자산을 배치하는 것이 새로우 지구 지배 전략을 대두하고 있다. 

 우주는 3개의 범주로 구성된다. 우선 테라인데 지구와 그 영공 비행체가 연료 재공급 없이 지구 주위의 궤도로 갈수 있는 한계거리다. 지구우주는 최저 지구궤도에서 지구자전과 궤를 같이 하는 지구 정지궤도까지이다. 달우주는 여기서 달 궤도까지를 의미한다. 이중 향후 수십년간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우주로 거대한 군사적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지구가까이에는 5개의 칭동점이 있다. 이곳은 지구와 달의 중력효과가 서로 상쇄되어 정박한 물체가 연료소모없이 머무는게 가능한 황금포인트다. 이 중 하나는 위성들이 있는 벨트를 내려다볼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거대한 조망권을 제공한다. 가장 값진 곳이다. 다른 하나는 달의 뒤편에 존재하는데 지구와는 멀지만 향후 우주범위가 더 넓어지면 중요해 질 지역이며 때문인지 중국이 달 뒤편에 진출했다. 

 이런 흐름속에 미국은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한다. 세계 각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데 이 미사일은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다르게 포물선 비행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방향과 고도변환이 가능해 타격지점과 요격 좌표를 계산하지 못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미사일을 방어할 수단이 우주에서의 레이져 요격이다. 

 최근 위성은 통신기술의 발달로 그나라의 통신과 정찰의 최첨단 장비다. 때문에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정보와 감시활동을 위성에 의지한다. 따라서 그 나라의 위성 파괴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나 다름이 없어진다. 러시아, 중국, 미국, 인도, 이스라엘은 이런 중요성 때문에 위성을 공격하는 킬러위성 시스템을 개발했다. 레이저로 위성을 파괴하는 방법, 위성교란 통신 기술, 위성 충돌 기술등이 그것들이다. 

 인류는 남극의 경우처럼 아직 우주에 대해서 이렇다할 평화적 이용 협약이 없다. 물론 남극 조약역시 이를 거부하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극 인접 지역 국가들이 적지 않다. 아마 지구와 가까운 우주도 그리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지구권 국가들인 지리라는 요소의 가능성과 한계에 갇혀있지만 우주에서는 새로운 지리적 조건과 지정학이 등장할 것이다. 이에 발빠르게 다가갈 필요가 있으며 세계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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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카인드
잉그리드 뉴커크.진 스톤 지음, 김성한 옮김 / 리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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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우주를 연구하고 다양한 과학기술의 연구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정작 지구 자체와 인간 자신,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종에 대한 연구는 완벽하지 않다. 지구상엔 약 900만종의 생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간은 그 중 15%정도만을 알고 있다. 인간의 환경파괴로 생물들은 꾸준히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이 발견도 하지 못한 생물종을 이미 절멸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책 애니멀 카인드는 크게 두 부분을 나뉜다. 앞부분은 동물의 갖고 있는 놀라운 능력에 대한 설명이다. 그들이 진화과정에서 갖게됨 다양한 능력을 이해함으로써 경이로운 대상이자 동등한 존재로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시도같다. 뒷부분은 동물에 대해 인간이 하고 있는 행위다. 그것이 얼마나 굳이 필요없고, 쓸모가 없으면서도 매우 잔학한 행위임을 보여줌으로써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용과 학대를 멈추려는 시도다. 

 인간은 새를 멍청이 취급한다. 그들의 뇌가 작고 지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는 뇌는 비교적 작으나 지적능력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들은 뇌가 작은 대신 무게당 뇌세포 수가 대부분의 포유동물보다 높으며 문제해결력이 영장류의 유사한 수준이다. 새는 뼈가 비어있고 그 안에 심지어 산소를 받아들이는 공기주머니까지 있다. 깃털이 있어 공기가 날개의 위보다는 아래로 더 빠르게 흘러 양력이 형성되어 새는 쉽게 떠오를 수 있다. 여기에 새가 날개를 아래로 펄럭이면 날개 아래의 고압의 공기가 날개 위의 저압의 공기로 이동해 상승기류가 생겨난다. 이래저래 날기 좋기 위해 진화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새들은 집단적으로 날면서 편대를 이룬다. 사람도 올림픽에서 달리기를 하면 앞사람이 공기저항을 받게 되는데 새는 이 공기저항을 잘 흐트려 뒷 부분의 새들은 이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때문에 일부 새들은 제대로 된 날개짓 하나 없이 상당히 먼 거리를 날아가는게 가능하다. 

 제왕나비의 진화는 무척 신비롭다. 이들은 이주하면 살아가는데 그것이 무려 4세대에 걸쳐 이뤄진다. 1세대 제왕나비들은 3-4월에 탄생한다. 2-6주간 살아 번식한다. 2세대 제왕나비들은 5-6월에 탄생하고 역시 2-6주 살아 번식한다. 3세대 제왕나비들은 7-8월에 태어나고 역시 2-6주 살아 번식한다. 9-10월 탄생하는 개체들이 대단한데 이들은 무려 6-8개월을 생존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지역을 찾아 무려 4000km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동부에서 일어나는 이동도 신비롭다. 아프리카 동부해안에서는 매년 대 이주가 일어난다. 매년 누 150만 마리, 얼룩말 20만 마리, 가젤 40만 마리가 아프리카 응고롱고에서 케냐 마사이마로 이동한다. 누는 1-2월 탄자니아에서 몇 주간 35만 마리의 새끼가 일거에 태어난다. 포식자들로썬 파티인 셈인데 누들이 한꺼번에 새끼를 낳기에 생각만큼 많이 먹지 못한다. 새끼를 살리려는 누 집단의 행동인 셈이다. 새끼누는 3월이면 가뭄이 시작되므로 바로 이동한다. 6월에 이동해 8월이면 케냐에 도착하고, 기력을 회복한 후 10월에 다사 돌아가서 번식을 준비한다. 

 동물은 기억력도 인상적이다. 자연환경에서 닭은 쪼는 서열이라는 복잡한 계층을 형성한다. 그래서 모든 닭은 무려 100마리 이상의 다른 닭의 얼굴과 서열을 기억한다. 이를 통해 사회 위계질서 속에서 자기 위치를 파악한다. 닭은 30가지 이상의 발성 방법ㅇ로 육지나 상공에서의 위협도 구분한다. 고래는 인간처럼 일정한 공통의 지적능력이 있다. 그들은 수생 포유류 중 뇌 대 신체비율이 가장 크며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식한다. 일부 돌고래는 도구를 이용해 사냥하며 돌고래는 매우 사회적이라 12마리가 소집단을 이룬다. 돌고래는 피부가 민감해 수중 음파를 탐지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울음소리를 낸다. 돌고래는 무려 20년전에 한 번 들은 다른 돌고래의 휘파람까지 기억한다. 이는 인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사회적 기억이다. 연구에 의하면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생각보다 인간의 발화패턴과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큰 귀박쥐, 십자매, 돌고래의 울음소리가 그러하다. 어쩌면 소음 같은 동물의 소리는 사실 무한정 복잡한 언어일 가능성도 있다. 

 동물의 성생활도 인간과 유사하다. 새들은 일부일처가 많은데 조류의 90%이상이 일부일처제다. 고니는 평생 같이 하는 비율이 무려 95%이고 비둘기도 평생 짝을 바꾸지 않는다. 거대새 알바트로스는 알을 하나낳고 새끼의 성숙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인지 그들 역시 일부일처제를 강하게 고수한다. 설치류중 드물게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건 프레리들쥐다. 이들은 새끼를 낳은 후 열성적으로 지키고 서로 긴장의 순간에 파트너에게 위안을 준다. 이 쥐들은 배우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들 특유의 키스와 포옹으로 위안을 준다. 설치류는 단 3%만이 일부일처다. 자연속엔 동성애도 나타난다. 일본 눈 흰 원숭이, 수컷 초파리, 알바트로스, 침팬지, 보노보가 동성애를 보인다. 이들은 서로간의 유희와 친밀감 향상을 위해 동성애를 즐긴다.

 동물은 자신의 감정 뿐만 아니라 상대의 고통을 느끼는 공감 능력도 있다. 개의 2/3은 친구의 사망 이후 식욕저하, 집착, 무기력증 등 사람이나 보일 법한 슬픔의 징후를 보인다. 무려 60%의 개와 63%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낮잠을 자던 장소를 다시 계속 차즌다. 개들은 연구결과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 보다는 슬피 우는 사람에게 더 많이 접근하였는데 이는 그들의 선천적 고통 이해능력을 보여주는 결과다. 1959년 러셀 처치는 레버를 누르면 인접 우리의 쥐가 전기 충격을 받는 실험을 설계하였는데 이 사실을 깨달은 다른 우리의 쥐들은 더 이상 레버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1962년 아그네스 스콧갈리의 연구원은 쥐가 벨트를 내리는 레버를 작동시켜 인접 방의 다른 쥐들을 풀어주려 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한 연구에서 붉은 털 원숭이는 친구를 감전시키면 음식을 얻을수 있는 실험에서 차라리 11일간 단식하는 것을 선택했다. 또한 쥐들은 다른 쥐가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면 향후 상당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은 놀이를 한다. 놀이는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자 학습 및 인지를 강화한다. 놀이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뇌의 뉴런 연결을 강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다. 즉, 놀이는 진화상 강한 이점이 있는 것이다. 영장류를 혼자 공 같은 것을 가지고 즐겨 노는데 이런 비사회적 놀이는 도구사용법과 창의성을 강화한다. 같이 하는 놀이는 사회의 위계질서를 탐색하는데 활용되는 속임수 같은 복잡한 행동과 연관이 있다. 영장류들은 놀이를 같이 하면 할수록 피질-소뇌 시스템의 크기가 커진다. 이 부분은 감각 정보로 공유기억을 발달시키는 학습 영역으로 놀이를 통해 개체를 더욱 똑똑하게 만든다. 개는 놀이를 통해 몸쓰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먹이를 찾고 자신의 방어법을 배운다. 고양이는 포식자 본능 놀이를 하는데 어려서부터 설치류 잡기를 흉내내어 형제의 목덜미를 무는 놀이를 한다. 고양이는 성체가 되어서도 놀이를 하는데 이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억눌린 에너지를 방출한다. 고양이는 잡은 먹이를 가지고 노는데 얼핏 잔인해 보이는 이 행동은 고양이의 신체구조와 관련한다.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주둥이가 짧다. 때문에 먹이의 힘을 충분히 빼놓지 않는 경우 눈을 포함한 얼굴 주변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고양이는 포식전 안전해질때까지 먹잇감의 힘을 충분히 빼어놓는 것이다. 

 문어도 놀이 행동을 보인다. 문어는 매우 영리하며 미로를 잘 통과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모양과 무늬도 구별한다. 관찰을 통한 학습도 가능하다. 일부 문어는 심지어 서로의 안면도 인식한다. 문어는 피부세포의 색과 패턴 변화로 의사소통을 한다. 이런 대단한 문어는 뇌라고 할만것이 없다. 다만 신경계가 사방으로 퍼져있을 뿐이며 뉴런의 2/3이 몸과 다리의 신경절에 분포한다. 때문에 문어의 다리를 산채로 자르는 것은 상당한 고통을 가하는 일이 된다. 문어는 무척추 동물중 뇌대 신체질량 비율이 가장 높으며 일부 척추동물을 능가하기도 한다. 

  

 이런 놀라운 동물을 인간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필요이상으로 잔학하게 남용하며 살해한다.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동물실험, 의류 및 상품 제작, 의약품 및 화장품의 임상 실험, 먹이로의 이용등이다. 

 의학의 발전 이후로 동물은 꾸준히 의학 실험에 사용되어 왔다. 수술의 대상, 새로운 처치의 대상, 장기 이식의 대상, 약물의 대상 등등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7만 마리의 영장류가 연구에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좁고 고립된 작은 우리에 수용된다. 또한 연간 6만 마리의 개가 실험에 사용된다. 쥐는 무려 수천만 마리다. 현재 미국법은 화장품 동물 실험을 요구하지 않으나 금지는 하지 않으므로 많은 회사들이 이를 실행한다. 

 영국은 최초로 동물 보호법을 만들었다. 3R로 대표되는데 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로 대체, 감소, 개선을 의미한다. 이는 이후 세계적으로 채택되었다. 최근 인간 대상 임상 실험 기술의 발달로 보건상의 발전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동물 연구는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 투여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신약실패가 일어나고 있다. 효용이 있는지 의문이다. 

 동물은 인간의 오랜 의류였다. 밍크는 작은 우리에 갇혀 살며, 밍크의 생가죽을 최대한 깨끗이 얻기 위해 업자들은 밍크가 있는채로 우리를 고압 세척한다. 밍크는 일산화탄소가 가득한 통으로 들어가 질식사하며, 운이 좋게 살아있다면 다시 탱크행이거나 아니면 목을 부러뜨린후 가죽을 벗긴다. 물론 산채로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소는 고기와 우유를 위해 사육되나 가죽 제공도 적지 않게 한다. 자동차나 소파등 큰 제품에 소가죽이 흔히 사용된다. 2015년 세계 3대륙에 26개 공장을 보유한 JBS는 세계 최대 가죽 생산업체로 천만개 소가죽을 자동차 업체에 공급했다. 타조도 가죽이 이용되는데 의식이 있는체로 거꾸로 매달라 전기로 기절시킨 후 목을 베고 가죽을 얻는다. 물론 그전에 산채로 깃털부터 뽑아낸다. 악어도 가죽으로 이용되는데 배설물이 넘쳐나는 콘크리트 우리에 갇혀 있다. 등 윗 부분이 칼로 베어지고 업자들이 척추에 쇠막대기를 박아넣어 도살한다. 가죽손상을 없게 하기 위함인데 다수의 악어가 이 과정에도 살아남아 상당기간 의식을 유지하다 죽는다. 

 양은 인간에 의해 교배되어 털이 무한정 자라난다. 양털깎기는 수익성을 위해 빠른 시간안에 이뤄진다. 때문에 양을 매우 폭력적으로 다뤄지고 상처를 입는다. 심지어 털을 깎기 수일전부터 음식과 물을 주지 않는데 겁먹은 양이 배설물을 지려 털이 오염되는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양은 어릴때 털을 위해 뮬싱을 당한다. 양은 배설하면 항문 주의 털이 오염되고 여기에 파리가 알을 낳아 양의 털과 해당부위가 손상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때문에 새끼때 마취없이 해당 부분을 도려내는 뮬싱을 행한다. 

 다운은 거위의 털로 구스다운으로 잘 알려져있다. 점퍼와 이불에 많이 사용된다. 다운은 일반 털이 아니라 새들의 두꺼운 외부 깃털 안에 있는 단열 기능의 부드러운 깃털이다. 보통은 새가 털갈이를 할때 이 부분이 드러나 채취하곤 하는데 때로는 그냥 뽑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새는 엄청난 공포와 고통을 느끼게 된다. 한 농장에 연간 구스다운은 15톤 생산하는데 거위 한 마리당 57g미만이 나오므로 25만번의 채취가 행해져야 가능한 수치가 된다. 

 견직물은 곤충을 향해 행해지는 행위이므로 의외로 비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역시 잔인하다. 견직물을 얻으려면 고치 안의 누에를 산 채로 삶아 죽이고 견사를 감아내야 한다. 450g의 견직물을 얻는데 누에가 무려 3천마리 필요하다. 옷 한벌이라면 누에게 무려 5만 마리 산채로 삶아져야 한다는 말이다. 

 동물은 유희거리이기도 하다. 동물원이 대표적인데 동물원은 그 서식지를 아무리 훌륭하고 넓게 꾸밈에도 절대 원래의 서식지 기능을 하지 못한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은 자유롭게 놀거나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원하는 짝과 짝짓기도 하지 못하며, 대개 자기가 낳은 새끼를 바로 빼앗긴다. 코끼리는 자연수명이 56세 정도이지만 동물원에서 자라날 경우 17세 정도까지 밖에 살지 못한다. 경마는 평생에 걸쳐 말을 학대하는 행위다. 말은 뼈가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을 투여해가며 경주에 참여한다. 그 결과 평생에 걸쳐 부상, 긴장, 스트레스에 시달리가 결국은 대부분 뼈가 부러져 사망하게 된다. 북미에서는 매일 3마리의 말이, 연간 수백마리의 말이 이 과정을 통해 죽는다. 살아남아도 그 말은 대개 5세면 퇴물이 되고 이후 도살장으로 향하여 말고기가 되고 만다.

 동물은 인간의 식량이기도 하다. 단백질과 지방이 인간에게 준 진화상의 혜택은 상당히 클 것이다. 하지만 산업과 기술이 발달한 지금 인간은 이 모든걸 식물에게서 얻어낼 수 있다. 게다가 인간은 잡식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채식동물이다. 육식동물을 먹이를 통째로 삼키고 강한 산성으로 살코기를 분해 살균하며 장이 짧아 신속히 소화가 이뤄진다. 이는 고기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은 영장류처럼 길고 구불구불한 내장을 가졌다. 이는 과일과 채소의 소화에 적합한데 실제 침팬지는 식단에서 3%만이 육식이다. 인간은 위산이 충분히 강하지 않기에 고기의 살균이 충분치 않다. 또한 고기가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 이로 인해 장안에서 부패하여 감염과 대장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억 마리, 전세계로는 연간 500억 마리 동물이 인간의 먹이로 희생된다. 지난 세기 공장식 축산과 저가 동물 제품은 크게 성장해는데 이는 사실 거짓 가격으로 보조금에 의한 것이다. 미 정부는 육식을 줄이라고 하면서도 육류와 유제품 업체에 매년 380억 달러의 보조금을 사용한다. 이는 낙농가 수익의 73%에 달하는 수준이다. 어류의 사육도 문제인데 어류는 양식장에서 과밀, 부상, 굶주림,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기생충과 부딪힘도 상당하다. 양식장은 폐기물과 살충제, 기타 화학물질 배출로 주변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환경 부담도 큰데 양식장에서 물고기 1t 사육을 위해 8t의 물이 필요하다. 새우 사육에는 무려 80t이 필요하다. 

 책은 동물실험, 동물포식, 동물의류, 동물학대 및 유희를 모두 반대하며 이것을 자행하는 업체를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대체할만한 충분한 수단과 방법을 제공한다. 사람들에게 의지만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방법도 알려주는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동물을 생존을 위해 쓸수 있는 수준을 오래전에 넘어섰다. 그리고 이는 동물의 행복 및 살아갈 권리와 인간 자신의 생존, 그리고 지구환경을 위해 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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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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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참여정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이 대선 참패 이후 이명박의 집권을 바라보며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 펴낸 첫 번째 책인듯하다. 이후 헌정질서 유린의 9년간 유시민은 참 좋은 책을 많이 펴냈다. 정말 야인 초기 시절이라고 느껴지는게 책에선 아직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고 살아있다. 가까운 시일내에 일어날 참극을 아직 모르는 저자를, 독자인 나는 그 사실은 안 채로 책에서 만나니 가슴이 좀 먹먹했다.

 책 제목인 후불제 민주주의를 보고서는 선분양 아파트, 후분양 아파트 같은 개념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린 늘 정치인을 선거때의 유세와 그 소임을 맡기전 이미지, 그리고 소속 정당만 보고 막연히 뽑았다 그 부실에 대한 대가를 혹독히 치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시민이 아마도 이런 선분양 정치인을 비난하고 후분양식의 어떤 정치나 선거체계를 제시하지 않을까나 싶었다.

 물론 예상은 늘 빗나간다. 책에선 말하는 후불제 민주주의는 사실 시민사회의 미성숙도와 그 궁극적 원인인 시민 개개인의 정치적 미숙과 자각, 앎의 부족에 대한 지적이다. 한국은 미군의 점령으로 인한 미국법의 도입, 그리고 독일의 첨단 법을 베낀 일본의 법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어떤 역사적 기반도 없이 상당히 선진적인 법체계를 광복후 도입했다. 그래서 수십년이 흐른후 한국의 선진적인 노동법이 현실에서는 하나도 적용되지 않음을 깨달은 전태일은 분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명시적인 법이었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완성된 법상으로만의 선진적 민주주의 였기에 한국 시민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뤄냈다. 4.19 혁명과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월항쟁, 2017년의 촛불혁명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불제 민주주의가 된다. 민주적 법의 실제 실천을 위해 시민사회가 뒤늦게 막대한 비용을 치루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지불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서구 사회에서 경제적 선진화와 상당 수준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나라로 꼽히지만 갈 길이 멀다. 이번 대선에서 대결했던 두 후보는 대장동 사건과 고발사주라는 큰 두 개의 아킬레스 건을 갖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양자는 비슷한 수준의 논란이 될만한 문제라고 본다. 하나는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부패를 다른 하나역시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정치적 부패였다. 하지만 시민 사회의 반응은 일방적으로 전자에 집중되었다. 물론 여기엔 보수 언론과 지난 정권에 대한 실망, 그리고 목도한 집값폭등이란 절망감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양자를 비슷한 수준으로 보지 못하는 오히려 정치적 부패를 더욱 심각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시민 개개인의 미성숙이 더 근본적으로 자리한다. 

 대선과 총선, 지선을 대하는 한국민의 자세에서도 지불이 끝나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한국인은 거의 동등한 세 가지 선거에 대해 대선과 총선, 지선의 순으로 관심을 가지며 실제 그 반영인 투표율도 딱 그 순서대로이다. 하지만 실제 나의 삶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치자면 지선, 총선, 대선의 순이 맞다. 대통령은 막강하고 큰 것을 정하지만 그가 대단한 독재자라도 되지 않는한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거주하는 마을의 구청장, 시장, 지역의원이 미치는 영향은 나의 삶에 매우 직접적이다. 선진사회로 갈수록 시민 개개인의 자각수준이 높아질수록 관심사는 이렇게 가야한다.

 유시민은 책에서 후불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한국의 헌법 가치 하나하나를 제시하며 그것의 완성을 위한 노력과 이를 파괴하는 보수세력을 비판한다.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허가제로 바꾼 것, 직무상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할 수 있게끔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아야 할 공무원들에게 그것을 꺼꾸로 의무로 바꾸어 버린 것, 사실상 많은 것을 할 수 없는 대통령이 마치 메시아라도 되는 것처럼 그가 모든 것을 바꿀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태도, 진정한 애국이 국가라는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 헌법가치를 수호해야한 다는 것 등이다. 

 법치주의는 부패세력이 행하는 것처럼 나의 반대자나 지배하려고 하는 집단을 억누르기 위해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은 이 같은 자의적인 권력행사와 공평하지 못한 법집행을 금지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본질이다.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무너지면 법치주의가 설곳이 없어진다. 이 원리가 무너지면 법률은 큰 고기는 정작 모두 빠져나갈수 있음면서도 약자만 잡아내는 촘촘한 그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무려 13년전에 펴낸 책의 이 구절은 안타깝게도 지금도 유효하다. 역사는 앞서가나 뒤쳐지거나 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만 때론 정말 뒤로만 가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유시민은 책에서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경쟁력과 수준은 해당 국가 시민의 그것은 넘지 못하며 권력의 도덕과 능력도 장기적으로 대중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는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며 시민들은 자신들의 평균적 수준 정도의 정치집단과 정부를 소유할 수 있다. 더 나은 집단을 선택하여 이들을 도태시키는 안목과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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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력과 경쟁은 오랜 생존원리다. 인간사회와 문명은 양 요소를 모두 갖고 있으며 시대나 상황에 따라 강조하는 부분이 달라진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 이후 협력보다는 적자생존의 논리로 경쟁이 보다 우선시되어왔다.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 자유시장의 맹신, 정부무용론, 다인구 집단의 소인구 집단에 대한 열등 평가 근거, 그리고 그 평가가 일으키는 참혹한 학살과 차별에 대한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다윈은 자연에서 친절과 협력을 끊임없이 관찰해내었고 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윈은 자상한 구성우너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말했다. 즉, 협력은 적응력을 높이는 행위라는 것이다. 공격성은 생존에 유리한 면도 있지만 불리한 면도 상당하다. 우선 항상 싸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비용이 높다. 행위 자체도 비용이 높을 뿐더러 이기든 지든 개체는 죽거나 부상당할수 있다. 여기에 항시 나를 노리는 타개체로 인해 사회적 스트레스가 크고, 이로 인한 에너지의 고갈과 면역력의 약화를 불러온다.   

 때문에 다정함은 집단생활을 하는 많은 생물들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실제 다정함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는 종은 자연계에서 상당히 많이 관찰되며 우리 인간도 예외가 이나다. 이처럼 협력은 생존의 핵심이다. 

 협력의 역사는 어쩌면 경쟁만큼 오래되었을지 모른다. 지구상 동식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소는 협력의 가장 오랜 증거다. 우리 몸의 미생물 군집, 개화식물과 곤충, 그리고 거대 개미군이보여주는 양태들은 모두 협력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이 협력은 인간이 공존했던 다른 사람종을 제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인간은 최소 4종 이상의 다른 사람종과 공존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사람종이 네안데르 탈이다. 이들은 인간보다 두뇌가 더 컸으며 근육질이었고 생존력이 강했으며 도구를 다루고 서로를 돌보기도 했으며 동굴벽화를 그리고 언어를 아마도 사용했을 빙하기의 지배자였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은 강력한 힘에도 불구하고 사냥방식때문에 중간포식자의 역할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들과 비슷한 위치이던 인간은 5만년전 역전을 시작했다. 인간은 네안데르탈의 나무창을 강력한 투창기로 발전시켰는데 시속 160km 속도에 사거리가 1km나되는 무기였다. 이를 통해 위험하고 크고 강력한 동물들을 안전하게 사냥할수 있었고 마침내 최상위포식자로 등극하게 된다. 2만5천년전이 되자 인간은 마침내 대세가 되었는데 책은 그 이유로 초강력 인지기능인 협력적 의사소통인 친화력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친화력을 바탕으로 인간은 전혀 모르는 인간과도 하나의 목표를 위하여 협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친화력은 타인과 마음을 연결하고 지식의 세대물림을 가능하게 한다. 복잡한 언어 발달의 배경이자 모든 형태의 문화와 학습의 기반이 되며 뛰어난 기술의 발명을 가져온다. 

 책은 이 친화력을 인간종이 스스로 자기 가축화를 통해 실현하여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형질이 획득되려면 당연히 더 친화적인 사람 개체가 후손을 얻는데 더욱 성공적이었어야만 한다. 또한 이 친화력의 전제조건은 상당히 고강도의 자제력이다. 한 실험에서 여성들에게 제법 무시무시한 환경에서 놀람 반응을 일으킨 후, 그 반응의 정도에 따라 게임을 해서 승자가 패자에게 벌칙을 주느냐 마느냐의 결과를 살폈다. 자제력과 관련하여 놀람에 격한 반응을 보인 집단 일수록 공감반응의 부위가 덜 활성화 되었으며 놀람에 약한 반응을 보인 집단 일수록 공감 반응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인데 고도의 자제력은 상대방에 대한 관용과 이해라는 친화력을 발휘하는데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해 친화적이기 위해서는 낯선 믿을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공포과 경계심을 억누르는게 필요하다. 또한 그와 관계를 맺음에 있어 눈앞의 단기적 이익을 탐하지 않고 참아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같은 능력이 없다면 낯선 타인 개체와의 관계는 당연히 망가질수밖에 없다. 즉, 친화력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자제력이 필수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자제력은 뇌에서 전전두엽피질이 담당한다. 이 부분의 뇌의 경영관리부로 도박을 하라고 꼬드기는 측좌핵과 무모한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편도체의 활성화를 제어한다. 실제 투명원통막 먹이 실험에서는 뇌가 작은 동물일수록 자제력이 떨어졌으며 뇌가 큰 동물일수록 높은 자제력을 보였다. 하지만 뇌가 크다고 해서 모두 우수한 것은 아니다. 실제 인간은 뇌자체도 상당히 큰 편이지만 동물중 네 번째 정도의 뇌 크기를 가졌고, 신체 뇌 비율에서도 의외로 다섯 번째다. 크기 뿐만 아니라 효율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뇌가 커질수록 신경세포수는 많아지나 그 밀도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영장류는 이 신경세포를 더욱 과다하게 증가시키는 쪽으로 진화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영장류의 다른 비슷한 뇌 크기를 가진 동물에 비해 신경세포가 6배나 된다. 그리고 인간은 그 영장류보다 2-3배 더 큰 뇌를 갖는다. 자제력을 발휘하기에 좋은 조건인 셈이다.

 이렇게 고도의 자제력을 갖춘 상태에서 인간의 친화력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동물은 자기가축화를 통해 신체의 변형을 보인다. 러시아의 여우 가축화 실험에서 여우들은 가축화하며 탈색이 되고 머리는 작아졌으며 주둥이가 짧아지고, 송곳니가 작아지며 꼬리는 위로 말리고 뼈대가 가늘어지며, 펄럭이는 귀를 갖고 사시사철 짝짓기를 하는 형태로 변화가 일어났다. 호르몬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보통 여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 스테로이드가 생후 2-4개월 사이 증가해 생후 8개월이면 성체가 된다. 하지만 가축화한 여우는 코르티코 스테로이드의 증가기간이 지연되어 진화할 수록 그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즉, 포식성과 방어적 호전성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세로토닌은 무려 5배나 증가했다. 

 인간도 해부학적 변화가 일어났다. 두개골 분석 결과 인간이 친화력을 획득해 대세가 된 시점으로 판단되는 플라이스토세(3만 8천년-1만년전)에서는 눈썹활 높이가 이전보다 무려 40%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은 얼굴 길이와 눈썹활의 돌출 정도를 조절하는데 이 호르몬이 사춘기에 만이 분비될수록 눈썹활이 두드러지고 얼굴이 길어진다.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으로 호전성과 공격성을 나타내는 호르몬이다. 즉, 이 시기 공격성의 호르몬이 줄어들고 해부학적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현대수렵채집인 농경민에 이를 수록 더욱 인간의 얼굴은 동안으로 변화했다. 또한 인간은 네안데르탈에 비해 검지 약지 비율이 가장 여성적이다. 검지 약지 비율 역시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약지 비율이 클수록 남성적이고 공격적이며 약지 비율이 클수록 관대하고 친화적이다. 인간의 뇌의 크기 역시 지난 2만년에 걸쳐 5%가 줄어들었으며 여기엔 세로토닌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세로토닌은 뇌의 크기를 줄이기 때문이다. 이 결과 네안데르 탈의 두개골은 미식축구공 모양인데 반해 현생 인류는 지금 같은 풍선형의 구형의 머리를 갖게 되었다.영장류중 유일한 하얀 공막도 친화성 진화의 해부학적 증거다. 오직 인간만이 눈을 통해 서로의 감정과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인간의 뇌에는 눈을 볼때의 반응만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이 기능은 생후 초기부터 발달해 고작 4개월만 되어도 상대의 눈을 보고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동반자 개 역시 인간에게 본격적으로 길들여지기 전 자기가축화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우실험 결과 가축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10세대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늑대는 매우 크고 위협적이며 호전적인 동물로 인간만의 힘으로 가축화가 일어나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늑대의 개로의 가축화는 늑대 자신의 자기가축화와 인간에 의한 자기가축화가 같이 일어나며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렵채집인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배변이 시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늑대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것으로 지금도 개는 배변을 섭취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나 인간은 요리를 하는 동물로 그 배변과 음식물 쓰레기는 맛과 영양이 야생의 것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 인간에 대한 공포심을 억누를수 있는 비교적 친화적인 개체들이 인간의 부락에 자주 어슬렁 거렸을 것이고 이런 행위들을 할 수 있는 친화적 개체간에 교배가 자연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세대가 거듭되어 이들이 더욱 친화적이 되고 거둘수 있을 만한 시점에 인간에게 길들여져 본격적인 가축화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여우, 개, 인간처럼 자기 가축화하여 형질변화가 일어나는데는 신경능서세포의 역할이 크다. 신경능선세포는 모든 척추동물의 배아에 잠깐 나타난다. 이후 이 세포들은 신경관 표피에서 떨어져나가 독립세포집단을 형성한다. 여기서 뇌와 척수가 형성된다. 신경능선세포는 줄기세포로 다양한 분화가 가능하며 이동 능력이 있어 목적에 따라 전신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신경능선 세포는 부신 수질 발달에 관여하는데 부신수질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데 부신수질을 작게함면 분비를 줄여 공격성과 두려움을 완화할수 있다. 신경능선세포는 귀를 움직이는 이개연골, 주둥이, 뼈, 치아, 피부에 관여한다. 즉, 가축화로 드러나는 모든 형질에 관여가 가능한 것이다. 

 결국 인간은 뇌의 발달로 획득한 고도의 자제력을 바탕으로 친화력까지 얻어 높은 인구밀도와 하나의 목표를 위한 집단을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문화와 학습, 기술의 지수적 증가가 이뤄져 지구의 지배자가 될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친화력에는 적잖은 부작용도 있다. 바로 타집단에 대한 강한 공격성이다. 인간은 어찌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관대하면서도 가장 잔인한 동물이다. 인간의 사회적 범주 진화에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관여하는데 옥시토신은 세로토닌을 활성화하고 공감능력을 높인다. 하지만 역으로 공격성도 증가시키는데 바로 자신과 가족, 내집단을 위협하는 타인에 대한 것이다. 실제 갖 아기곰을 낳은 엄마곰은 옥시토신 분비가 매우 왕성하다. 그는 자신의 아기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사랑이 넘치지만 접근해오는 칩임자에겐 그 어느때보다 위험하다. 바로 옥시토신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이론은 발달하며 친화성을 만들어내었지만 동시에 이 특별한 능력을 둔화시키는 능력도 같이 만들어낸것으로 보인다. 타인을 비인격, 비인간화하는 능력이다. 옥시토신을 흡입한 한 민족 집단은 다른 민족집단 구성원이 드러내는 얼굴의 공포나 고통에 대한 공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질적으로 민족갈등이 있는 지역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높은 옥시토신 수치를 보이며 상대 민족 집단에 대해 거의 공감하지 않았다. 

 크레일리는 연구에서 미국인이 다른 민족 집단에 대해 얼마나 사람으로 느끼는지를 수치화하였는데 미국인들은 유럽인은 100 일본인은 98 중국인과 한국인은 90대 중반으로 본 반면 무슬림은느 90정도로 파악했다. 또한 사회지배성향이 높은 대안 우파는 페미니스트와 언론인, 민주당 지지자를 영장류에 가까운 수준으로 평가했다. 백인과, 아시아인, 흑인, 라틴 그룹 모두 미국내에서 무슬림을 가장 비인간화했다. 서로를 증오하는 백인과 흑인은 서로를 비인간화하였는데 이를 보복성 비인간화라 한다. 

 책은 이런 비인간화에 대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선 교육공간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초반 교육에서의 흑백분리를 철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한 철폐이후 소수의 흑인들은 백인 학생들에게 무시받거나 차별받았다. 그들을 같은 그룹으로 편성하여 서로 의지하게 하는 직소모형의 수업을 도입하고나서야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처럼 잘 설계한 교육공간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우호적인 접촉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상적인 공간이 된다. 의외로 군대 같은 공간도 미국에서는 인종적 편견을 감소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하였다.

 평화적 시위도 좋은 방법이다. 1900년이래로 정권교체 시도에서 평화시위의 성공률은 무력 시위에 비해 2배나 된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폭력에 의한 국가정권 교체는 그 체제가 다시 붕괴할 가능성이 무려 4배나 되었다는 것이다. 폭력 시위는 성공해도 다시 폭력적 징후를 불러왔으며 평화시위는 성공하면 대개 민주적 체제를 성립해 다시 내전으로 치닫는 경우가 드물었다. 여기에 평화적 시위는 공개적이고 다수가 참여하는 반면 폭력적 시위는 당연히 은폐되고 소수가 참여하며 많은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도시의 공감을 잘 짜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은 다양한 국가와 민족, 인종, 성정체성이 섞인 활기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다. 이런 도시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볼수 있는 12층 이하의 건물로 도시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공간에서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다양성이 생겨나고 이는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켜 혁신과 경제성장을 일으키고 사회적 관용을 상승시킨다. 반면 고층건물로 이뤄진 도시는 서로간의 접촉을 차단한다. 적대적 건축은 경사진 창턱, 날카로운 쇠붙이, 경계석등으로 구성되어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여 적대성을 높인다.  

 책은 서두에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예를 든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원들은 서로 친했다고 한다. 그들은 같은 동네인 워싱턴에 거주하며 아이들을 같은 학교에 보내고 테니스등 비슷한 취미생활을 공유했다. 의회에서 불같이 토론하고서도 같이 술을 마시고 공감하며 교류했다. 때문에 미국은 치열한 양당제임에도 당시까지 사회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치적 시도가 이뤄질수 있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지속적으로 열세에 놓이자 깅리치란 자가 등장한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민주당 의원을 증오할 것을 요청했고 그러지 않으면 배신자 취급을 했다. 또한 공화당 의원들을 지역으로 이주시켜 지역을 살피게하여 민주당 의원들과의 교류를 차단했다. 이에 민주당도 맞불을 놓아 이후의 모습은 지금의 강대강 국면이다.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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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1~2 세트 - 전2권 (스페셜 에디션) - 고흐의 시선과 열정을 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박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 예술가는 아마도 거의 반고흐일 것이다. 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마 안되는 예술가와 그 자품 목록 에 가장 먼저 고흐의 이름과 작품들이 떠오르는 건 확실하다. 이는 어른들 뿐만 아니고 학생들도 대개 마찬가지인데 특별히 여러 다른 예술가나 그들의 작품들을 언급해주지 않으면 각종 감상 미술 과제에서 반고흐는 손쉬운 선정 대상이 된다.

 그는 귀를 자르고 친했던 고갱과 결별했으며 워낙 평생 불우하게 살아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해바라기' 등이 유명하고 그의 괴팍한 얼굴을 더욱 괴팍하게 그린 자화상도 못지 않게 유명하다. 이런 괴팍함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본 두 책은 반고흐가 동생 테오 그리고 같은 예술가 친구인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이다. 1권은 동생 테오에게 보낸 것이라 십년 정도의 기간이 수록되어 있고 2권은 라파르트에게 보낸 것이라 5년정도만 수록되어 있다. 테오에게 보낸 편지가 끝난 것은 반고흐가 의문이 많은 자살을 해서이고,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가 끝는 것은 둘의 우정이 사실상 끝나서였다. 

 편지를 보면 보면 고흐는 상당히 예민하고 감수성이 높으며,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을 꾸준히 실천해나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사는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는 수준이다. 37세까지 밖에 살지 못했지만 처음엔 집안 전통처럼 화상으로 출발했다, 목사가 되었다가, 대학에 다녔다가 아카데미를 잠시 다녔다가 결국 화가가 되었다. 집안에 사정도 순탄치 못했다. 이리저리 방황하는 고흐를 그의 아버지는 현실감각 없는 철부지로 취급했던 것 같으며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집안에 다시 들어와서도 누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다리 다친 어머니를 돌보고서야 겨우 밥값을 했다는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동생 테오에게 만큼음 달랐다. 테오는 평생 고흐를 돌보고 그의 그림을 팔았으며 경제적 지원을 해주었다. 형제간 우애가 남달라서인지 테오는 고흐가 죽자 반년도 안되어 31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고흐는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어지간한 고백은 모조리 거절당했고 고흐의 마음을 받아준 것은 남자에게 임신한체로 버림 받은 매춘부와 10살 이상의 연상녀뿐이었다. 그나마도 오래가지 못했다. 매춘부 여성은 2년가까이 지났지만 결국 고흐와 멀어졌고 10살 이상의 연상녀는 가족들의 반대로 맺어지지 못했다. 고흐의 또래나 일반적 여성은 고흐의 고백에 모조리 퇴짜를 놓았는데 그는 괴팍하고 외모도 준수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했기에 그리된게 아닌가 싶다.

 고흐는 예술에 대한 비타협성과 성격의 괴팍함으로 여러 예술가들과도 오랜 관계를 지속하지 못했다. 고흐는 그들에게 자주 화를 냈고 폴고갱과는 잠시 동거하기도 했지만 서로의 견해차이로 헤어진다. 책에는 고흐가 길에서 반난 고갱에게 화를 내며 면도칼을 들이댔다는데 맨정신에 할일이 아니다. 하여튼 2권에서 이런 고흐를 길게 견뎌내준 라파르트와도 결국 결별한다. 고흐가 죽자 라파르트는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성격이 그런 고흐란도 예술가로써 인정할 만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보면 그림과 그의 기괴한 성격으로 인한 사건으로만 알려진 인간 고흐에 대해 잘 살펴볼수 있다. 항상 경제적으로 곤궁함을 고민하며, 동생에게 신세짐을 미안해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여성에게 차일때마다 고민하는 그의 모습이다. 예술가로써 자연과 일반인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사랑, 인상을 그려내고자 고민한다. 색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느껴지는데 밝은 색채, 그리고 이를 돋보이게하기 위해 푸른 계통의 대비를 주는 그의 특유의 그림은 이런 마음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고흐는 그 기괴함에도 편지에선 상당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하긴 글은 순간적인 감정이나 행위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그리고 부치기 전까지도 고민하며 고쳐나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 책에 나오는 고흐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괜찮다. 유명한 작품 외에도 스케치와 석판작품, 수채화 작품도 많이 남겼으며 유명한 그의 말년 작품들과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처럼 계절이 좋은 날에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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