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 니체 : 철학자가 눈물을 흘릴 때 지식인마을 37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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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펜하우어는 진화론과 불교를 알았을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떠오른 질문이었다.

이 책은 지식인 마을 시리즈의 한 권이다. 총 40권인데 올초에 1권인 '진화론도 진화한다 다윈&페일리 편' 읽으며 그 존재를 알았다. 이 책은 37권이다. 꽤 괜찮은 프로젝트 같아서 책을 사고 싶었지만 보관할 공간도 없고 해서 직장내 도서로 다행히 구입이 되었다. 곧 직장을 옮길 예정이라 빨리 읽어야 하는데 읽어보니 역시 철학은 쉽지가 않았다. 다른책을 보며 무려 1주일 이상을 질질 잡고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어느정도 이해가 된 것 같지만 솔직히 니체는 아니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 밖에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유명한 인생론을 대학초년에 읽은 적이 있었다. 워낙 부정적이지만 그걸 부인할수 없어 우울하게 인상에 남았던 기억이 있다. 그 짧은 이해와 기억 탓에 그래도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자라고 하면 음 그래 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는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대표 저서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다.

 여기서 표상은 마음 또는 의식에 현전하는 것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칸트는 세계의 객관성을 부정하고 주관성을 강조하였는데 여기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보고 관찰하는 세계는 그 자체가 아닌 주관이 무척 들어간 표상인 것이며 인간종 전체가 같은 표상을 보는 것도 아니고 개개인마다 다른 표상이라고 한다. 실제로 인간종과 개가 파악하는 세계는 감각기관의 차이로 완전 다른 표상을 갖고 있으며 같은 인간이라도 색맹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표상은 완전히 다를수 밖에 없다.

 어쨌든 세계는 개개인의 주관에 따른 표상이고, 따라서 이 표상은 개개인의 이성적 인식이 아닌 직관에 의존한다. 그리고 직관이라는 것은 사람의 감각적 육체에 근거하는 것인데 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의지이다. 의지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직관적으로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이 표상이므로 표상은 곧 의지에 근거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표상들은 모두 의지의 객관화인 셈이다. 여기서부터 진화론 냄새가 좀 풀풀난다.

 의지는 세가지 동인을 갖고 있어 원인과 자극, 동기에 의해서 움직인다. 원인은 주로 무기물에 작용하고, 자극은 식물, 동기는 동물에 작용한다. 하지만 인간은 특별하니 3가지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동물이지 인간에게 있어 의지의 근본은 두 가지이다. 바로 욕구의 충족인데 이는 모두 개체를 유지하는 것, 종족을 번식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생존과 번식의 욕구가 의지인 셈인 것이다. 때문에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이란 자연이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걸어놓은 마법의 지배하에 있다고 말했다는데 마치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말하는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의지로 인해 인간은 한없이 고통받는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것은 결핍된 행성에 동물로 태어난 이상 한계가 있는 것일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결방법은 어처구니 없게도 정관이다. 세계는 의지와 표상의 산물이고 내가 이걸로 인한 고통과 번뇌는 모두 덧없는 것이라는 것을 한발 물러서서 파악하는 것이다. 마치 불교의 해탈같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 해결에서 더 나아가 동고란걸 주장한다. 자신이 이런 고통과 번민에서 벗어났음에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내가 해탈했어도 같이 사는 이웃이나 가족이 고통스럽다면 나의 해탈은 실로 무의미하고 이기적일수 밖에 없다. 이런점에서 주장하는 것이 다른사람의 고통도 이해하고 나와 같은 길로 이끌어가는 동고이다. 이 역시 상당히 불교적이다.

 결국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고통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불교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셈인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보기에......) 그래서인지 쇼펜하우어가 불교와 진화론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불교는 확실하진 않지만 알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진화론 같은 경우 다윈이 종의기원을 발표하기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가 나왔으므로 가능성이 없었다. 물론 다윈이 그 저서를 만들어놓고도 거의 10년이상을 썩힌 만큼 다윈과 친분이 있었다면 알았을수도 있겠지만 국적이 다른 만큼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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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6-2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윈이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을 1871년에 냈죠. 멘델이 유전법칙을 1865~1866년 사이 냈지요. 멘델의 유전 법칙을 알았다면 다윈이 그런 식으로 유전(부모 형질의 융합)을 말할 수 없었죠. 그 이론에 따르면 돌연변이 등을 설명할 수 없었다는. 물론 멘델의 법칙이 수학공식에 가까워 수학을 잘 몰랐던 다윈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란 추측도 있지만요^^;
많은 이론들을 보며 ‘그가 이걸 알았다면‘ 싶은 게 많아 저도 생각을 덧붙여 보았어요^^

닷슈 2017-06-22 16:3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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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도서 분야는?

자신은 없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의 수험서적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1위는 소설, 2위는 여러 종류의 감성 에세이들 그리고 3위는 여행도서라고 생각한다.(아마 4,5위는 각종 투자서적과 아직 위력이 좀 남아 있는 자기계발서적이 아닐런지)

 그러나 이들 셋은 불행히도 내가 가장 기피하는 도서종류이기도 하다. 정말 인생과 세계를 잘 바라보고 담아낸 소수의 것들이 아니라면 대개 일시적인 감정소비나 고양정도로 끝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때론 인생에 강제라는 것이 부여되는 일이 있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강제가 항상 나쁜 결과만을 불러오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인생은 이상하다.

 여행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여행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작스레 휴가가 생긴다면 누군가는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 떠나겠지만 난 집에서 책을 보거나 게임할 확률이 대단히 높은 인간이다. 물론 세계와 다른 지역에 호기심은 왕성하다. 타고난 문과체질에 학생시절 잠 안오면 보는게 세계지리부도였고 수능때 선택한 사회과목도 세계지리였다. 웬만한 지리와 나라 문화는 적당히 알고 있으니 백문이불여일견이 아닌 정말 백문만 하는 사람인 셈이다.

 그럼에도 작가 김민철의 여행 책은 내 마음에 어느정도 훅 들어왔다. 이름이 저래서 믿기 힘들겠지만 자꾸 남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이 분은 여자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일단 시작은 마음에 안들었다. 다들 그러하듯 유럽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나 역시 유럽을 무척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주구장창 유럽만 가는게 웬지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웬지 그네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이미지에 농락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대주의 같기도 하고, 엄청난 돈이 드는데 그만한 가치는 정말 있는지 의아하기 때문이다.(더욱 이상한 것은 한국인들은 유럽은 많이 가면서 미국관광은 좀체 가질 않는다. 그리고 관광은 많이 가면서 좀처럼 유럽에 이민은 많이 안간다. 그러면서 미국엔 많이들 살러간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사진들이 이상했다. 대개 여행책들에는 유럽의 유명건물들과 명소,맛집들이 즐비한데 책의 사진들은 마치 한국의 뒷골목 사진같은게 대개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유럽에서는 비교적 가난한 편인 포르투갈의 사진이  많아 그러한 느낌이 더욱 강했다. 책에서 작가는 남들의 별점이 가득한 그러한 여행이 아닌 자신만의 별을 만드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사람은 여행지에서 평소 바쁜 생활에 치여 느끼지 못한 사람냄새와 평안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고 한다. 처음엔 여느 사람들 처럼 이곳저곳 명소를 찾아다니고 맛도 제대로 못보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패키지 여행처럼 이러저리 스스로를 끌고다녔다고 한다. 비싼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한 여행이니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오랜 여행의 내공은 작가가 여행지에서 일상을 찾게 만들었다. 때문에 이 책에서는 유럽의 명소나 좋은 곳에 대한 정보는 전혀 얻을수 없다. 대신에 진정한 여행의 마음가짐을 엿보게 되는 것 같다. 때문에 여행책은 어이없게도 한국 망원동에서 마무리된다. 작가가 살고 있는 곳인데 가장 사람냄새 나는 일상이 살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여행지에서 가장 용이하게 써먹은 말은 그 나라 인사법도 문화에 대한 이해도 아닌, "What's your favorite?"이었단다. 뭔가 갈만한 장소를 물을때, 그리고 뭔가 먹을 만한 곳을 고를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매우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주었다고 한다. 단순한 질문에서 어찌보면 그 사람의 삶을 파고들어 가치를 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도 외국인이 식당을 물을때 그렇게 물어본다면 정말 진지하게 최선을 다할 것 같다.

 마무리하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관광을 와서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이상하다. 가장 비싼 택시를 타기 일쑤이며, 가장 맛없으면서도 비싼 식당에가고, 영화나 드라나 촬영지에나 가며, 가이드에게 이러저리 끌려 별로 대단치도 않은 곳에서 돈만 많이 쓰고 무던히 보기 위해 기다리다 돌아간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외국에서 하는 관광일 것이다.

 한국에 대해 잘아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관광을 한 사람이 한국에 대해 정말 맛을 보고 갔다고 할 수 없다. 재래시장도 가보고 이런 저런 싼 한국음식을 먹어보고, 되지도 않는 한국어로 심지어 주인과 가격흥정도 해보고, 관광객인 좀처럼 찾지 않는 골목의 숙소에 머물며, 한국인의 일상을 엿보고, 그 동네의 술집도 가보고, 어쩌다 그 주인집에 초대도 받아보는게 진정 그 나라를 어느정도 맛본걸 것이다. 작가가 한 것이 바로 이런 여행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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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7-06-20 01:19   좋아요 0 | URL
역시그렇죠

오거서 2017-06-20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을 마구 다니고 비싼 택시를 타고 비싼 식당에 가고 핫 플레이스 탐방 등,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닷슈 2017-06-20 08: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cyrus 2017-06-2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지인들은 여행 경비가 싸다해서 일본을 자주 가요.

닷슈 2017-06-20 08:58   좋아요 0 | URL
부산살면 대마도는 쉽게 갈수있을거같습니다 대마도방언으로 바지가 우리말바지더군요
 
SF의 힘 - 미래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대담한 통찰 10
고장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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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나에게 SF는 그저 어릴적 재밌게 본 공상과학 만화영화정도, 그리고 인터스텔라 같은 최근에 본 몇몇 영화가 생각나는 정도였다. 동심을 잃은 어른에게 SF는 그저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함일 것이다. 마치 잃어버린 산타할아버지 같다고 할까. 책을 다 읽고 보니 생각보다 SF가 내 삶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다스베이더도 실은 SF다. 정말 좋아하는 에일리언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SF책은 거의 보지 않았는데 책 SF의 힘에는 정말로 많은 SF책이 등장한다. 어찌 이리 한권도 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몇년 전에 한권본게 생각난다. 제목이 '멀리가는 이야기'였는데 몇개의 재밌는 단편이 모인 책이었다. 함께 읽고 이야기한 지인은 그 상상력에 놀라면서도 문학적 가치는 부족하다고 평했다. 그에 동의했지만 SF는 SF나름의 독특한 가치가 있는게 아닐까. 책'SF의 힘'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

 책은 무려 10가지 주제를 다룬다. 모두 미래과학기술과 관련한 것이어서 어찌보면 이 책은 SF를 빌려 미래를 논하는 책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세계화, 유전공학, 세계의 멸망, 인간수명의 연장, 우주개발, 외계인, 초능력 등이다. 가장 재밌게 본 부분은 외계인 부분이다. 생각할 거리를 제법 던져주었다. 재밌는 부분은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대응방식, 외계인의 모습, 외계인은 사실상 이방인이라는 것이다. 모두 외계인이라는 주제와는 다르게 인간중심적인 면을 느낄수 있었다.

 책에 의하면 외계인이 등장하는 SF에서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대응은 4가지로 분류한다.

1. ET의 경우처럼 평화롭게 잘 지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고, 외계인이 평화적이어도 인간의 호전성으로 분쟁이 나는 경우가 SF의 대부분이다.)

2. 갈등이 일어나지만 결국 인간이 승리한다.

(가장 많은 경우인것 같다. 대부분의 SF에서 고전하지만 결국 인간이 승리한다. 아마도 인간본성이 가장 바라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겨서 여전히 최상위포식자로 다른종을 지배하는 것. 이 경우 대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경우가 절대다수인데 상대편이 지구로 이동할수 있고, 우리는 갈수 없다는 측면에서 사실 게임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이기곤 하는데, 우리의 바이러스에 외계인이 당하거나 심지어 우리의 형편없는 기술수준에서의 컴퓨터 바이러스등에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총균쇠에서 보았듯 상대지역으로 갈수 있음과 없음으로 인한 현격한 과학기술의 차, 그리고 더 발달한 문명이 바이러스도 더 셀수 밖에 없다는건 이미 역사에서 경험한바 있다.)

3. 갈등이 일어나지만 외계인이 승리한다.

(가장 현실적이지만 우리가 싫어하는 결론이므로 거의 없다)

4. 서로 철저히 무관심하거나 아예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어쩌면 실제적으로 이게 더욱 현실적일 수 있다. 너무 다르게 진화한 존재이니 아예 의사소통이 불가능 한것이다. 또한 서로의 존재방식이 너무달라 아예 파악하지 못할수도 있다.)


 예전부터 느끼는 바이지만 책은 외계인의 외양도 지적한다. 지나치게 지구적이거나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의 외계생물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참신하다 생각했지만 실상 아바타에 외계생물들은 매우 친구생물과 유사하다. 색만 푸른색이고 눈이나 뿔정도가 몇개 더 있을뿐 상당히 비슷하다. 제법 살벌한 외계인으로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 같은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이녀석들도 상당히 인간과 유사하게 생겼다. 실제로 이 시리즈의 초기물은 인형에 사람이 들어가 연기했다. 얼마나 인간친화적인가. SF의 외계생물이 지구 생물과 유사한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지구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이고, 지나치게 지구적이지 않은 외계인이 SF에 등장할 경우 독자들이 이해자체를 못하기 때문이다. 책에는 암컷수컷으로 성이 고작 2개인 지구생물에 비해 성이 6개인 외계인을 다룬 SF를 소개하는데 이런걸 우리가 이해할수 있을리 없다.

 실제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우리와 매우 다를 것이다. 칼세이건은 기체행성인 목성에서 대기를 유영하는 마치 해라피 같은 녀석들을 상상했었다. 책에는 우리가 탄소기반 생물인데 반해, 다른 항성계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원소를 중심으로 한 생물이 발생 할수 있다고 본다. 거기서 나오는 외양은 정말 천양지차일 것이다.


 다음은 이방인을 투영한 외계인이다. 공교롭게도 외계인과 이방인을 뜻하는 영어단어는 모두 에일리언으로 같다. 같은 직장내 원어민의 서류를 처리해주다 에일리언으로 신분이 표시된걸 봤는데 이게 정말 맞는 표현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자신들 이외의 외부인을 뜻하던 단어로서의 에일리언이 원조이고 외계인이라는 지극히 최근의 개념이 생겨나며 이 이방인의 뜻이 외계인으로까지 확장되었을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오히려 원조의 뜻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왔으니 이상한 일이다.

 책에서는 인간사회가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현실에 이용한 사례를 3가지로 분류한다.

1. 정치와 사회를 풍자하기 위한 상징으로서의 외계인

2. 종교적 시각에서 본 외계인

3. 인종주의 혹은 패권주의적 시각에서 본 외계인이다.

많은 SF에서 외계인은 괴물로 나오거나 불순한 세력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그 사회 외부의 적을 외계인으로 투영한 경우가 많다. 과거 70-80년데 스타워즈의 제국세력이 공산주의 세력처럼 느껴진 것은 이때문이다. 스타워즈의 제국세력의 특징은 독재의 정치체제, 붉은 색 계열의 광섬검과 블라스트 사용, 검은색의 복장 등으로 사실상 공산주의를 연상케한다. 반면 연합군은 민주주의, 파란색과 녹색 계열의 무기사용, 자유의 가치 옹호, 그리고 최후의 승리자라는 면에서 자본주의 진영을 상징한다. 일본 만화 건담 역시 그러하다. 연방군은 당연히 자본주의 세력, 지온세력은 공산주의 세력을 투영했다. 무기나 제복역시 건담은 푸른색 계열, 지온은 붉은 색이었다.


 책은 SF장르는 어떤 매체 형식에 담기건 해당사회의 역사적 고정관념과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SF는 사회의 내부, 그리고 외부세력에 대한 반응의 건강함을 읽어내는 하나의 유용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SF는 열린 문학이라고 하였다. 아직 현실성이 없는 첨단과학을 다루고, 배경이 현실이 아니기에 이를 이용해 현실을 투영하여 다양하게 비판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SF를 통해 언젠가 다가올수 있는 미래사회의 여러 미래문제에 대해 검토할 기회를 갖고 대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또한 SF의 가치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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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1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FO를 심취한 사람들을 보면, ‘외계생명체’보다 ‘외계인’을 더 많이 씁니다. ‘외계인’이라는 단어가 ‘외계에 사는 인간’의 의미로 볼 수 있어서 ‘인간의 특성을 닮은 외계생명체’를 있을 거라는 상상력과 기대감을 가지기 쉬워요.

닷슈 2017-06-16 11:42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AgalmA 2017-06-2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과학하고 앉아있네>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요. 외계인이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건 나름 근거가 있더군요. 지구상 생물 중 인간이 지능이 가장 뛰어난데 우주의 원소는 알려진대로 동일하게 분포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능이 뛰어나다면 인간과 비슷한 진화를 거쳤을테니 외양도 비슷하겠지 않나 하는...

닷슈 2017-06-22 16:52   좋아요 0 | URL
그런이야기도있더군요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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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가볍게 볼수 있는 역사만화. 글은 김진명이 썼다. 쉽게 볼 수 있고 2시간 이내에 다 볼 수 있지만 내용이 가볍지는 않다. 얼마나 믿어야 할지에 대해 판단이 쉽게 서진 않지만 일단 주요한 역사사건에 대해서 그간 루머로 취급되거나 인정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직접 발로 뛰고 생각하며 밝혀낸 부분을 다루었다.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대한민국의 국호의 중심에 있는 '한'자에 대한 기원

2. 광개토태왕비의 임나일본부설

3. 명성황후의 죽음

4. 박정희 죽음의 진실

5. 김정은의 실체

6. 함흥차사의 실체

7. 한자의 기원


주제1에서는 한민족이라고 부르는 우리 국호 중심에 자리한 한의 기원에 대해 살핀다. 한의 기원은 주로 삼한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대학에서 한 역사 교수님은 한은 남한 중심이므로 남한에서 국호로 사용하고 조선은 북한 중심이므로 북한은 조선을 국호로 쓴다고 하셨다. 이런면에서 북한에서는 한국인을 한민족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드물것 같다. 없을수도 있다.

 어쨌든 김진명은 이 '한'의 근원을 중국문헌에서 찾고 이 '한'은 과거 전국시대 소국이었던 한나라가 아니라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그 이전 시대에 주나라의 왕을 한의 후가 방문했었다는데서 기록이 있는데 그곳에서 한의 기원을 찾는다. 한후는 나라가 망한 후, 한반도쪽으로 이주했다는 것이 책의 주장. 그렇다면 한민족의 한의 기원은 삼한이 아닌 중국의 주나라 시절 존재했던 '한'에서 찾아야한다는 셈이다.


주제2에서는 광개토태왕비에 일본이 식민지 경영을 위한 정당화로 가상의 임나를 만들고 태왕비의 중요한 부분의 두글자에 이를 채워넣는 형이었다. 과거 태왕비를 일본군이 조작했다는 설이 있었는데 저자는 이것이 신빙성이 없다고 본다. 과거 중국한자가 땅에 오랜세월 묻혀있던 태왕비가 거센비로 지표에 드러나자 이를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 뒤덮힌 이끼를 불로 태우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과정에서 태왕비가 많이 훼손되었는데 이를 염려하여 태우기전 글자하나하나를 필사했는데 이를 저본이라 한다. 이 저본이 중국한자의 기록에 남아 있어, 이를 확인하니 두 글자중 첫자가 동이었다. 이것이 사실이면 주어는 백제가 되어 임나가 백제와 신라를 정벌하여 속국으로 삼았다고 아닌 백제가 신라를 정벌하여 속국으로 삼았다가 되고 이것이 역사적 상황에 부합한다.


주제3에서는 명성황후의 시해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미우라 공사를 감시하던 일본관료가 본국에 보낸 편지를 찾아낸다. 여기서 시해과정에 살아있는 상태에서 황후를 국부검사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황후의 살해과정에 시간이나 성폭행에 상응하는 행위가 있었음을 추론한다.


주제4에서는 박정희 죽음의 실체다. 의혹이 가득한 이 죽음에서 김재규가 사실 미국과 내통하고 있었음이 아닌가를 의심하고 있으며 미군의 철수상황에 대해 핵으로 대응하고자 했던 박정희를 미국의 추인하에 김재규가 제거한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주제5에서는 젊고 어림에도 상당한 잔혹성과 권력장악력을 보이는 김정은에 대한 의심이다. 어린 나이이고 기반이 없는채 갑작스레 후계자로 지목되 승계한 김정은의 리더십이 이 정도일리 없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김정은은 든든한 지원세력인 고모부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제거하였는데 이는 장성택을 제거하고자하는 북한내 행정지도부 세력이 김정은을 위협해 이루어 진것이고 그로 인해 지금의 북한 정권은 사실살 행정지도부에 이해 운영되고 김정은은 바지 사장 정도로 본다. 과거 왕조시절 쿠데타 세력들이 실권을 장악하면서도 명분으로 인해 왕은 쉽사리 갈아치우지 않고 조종만 하는 형국과 비슷한 셈이다.


주제6은 가장 재밌었다. 들어본적이 없는 주장이어서인데, 함흥차사가 사실 이성계의 분노표시가 아닌 이방원에 의한 유폐였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외롭고 힘이 필요한 이성계가 자신의 중신이었던 신하들을 죽일리 만무했었다는데어 의심을 가졌으며 역사상 함흥차사에서 죽임을 당했다는 중신의 기록이 없다는 점등을 들어 함흥차사를 사실상의 귀양조치로 보고 있다.


주제7은 한자를 만든 주제가 동이족이라는 주장이다. 은허에서의 갑골문 발굴과 동시에 유골 발굴도 이루어졌는데 당시 유골의 매장방식이 동이족의 것이었다. 이에 한자와 은나라 문명의 주체가 동이족이라는 주장이다. 후에 한족인 주에 의해 은이 멸망하고 동이족은 본거지인 요하문명권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자의 발명주체는 동이족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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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낮은산 키큰나무 14
김중미 지음 / 낮은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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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나 이외에 다른 것을 챙기는데 무관심하고, 다른 것에 감정적으로 잘 의지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게으르다. 종교에서 자유로울수 있고, 동물도 키울수 없는 결정적 이유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의 발달상 이유로 선생님께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권유하셨다. 진짜 싫어서 엄청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아들을 위한건데......귀차니즘을 뛰어넘을만한 동인이었다. 마침 직장 동료들이 적잖이 개를 많이 키우고 있어 물어봤다. 나같은 사람이 감당할 일이 맞는지.

 마냥 즐겁게만 키우는줄 알았는데 다들 의외로 고충이 많았다. 돈은 사람새끼 키우는 것과 거의 매한가지로 든다. 많은 노력이 든다. 애초에 시작을 한하는게 낫다 등등. 결정적으로 날 돌려세운 한마디는 이거였다. "애는 10년 키우면 집 나가지만, 개는 그대로 집에 있다." 아....... 강력했다. 그길로 애완견 입양은 포기했다. 이것도 이거지만 집을 일년에 몇달간 비우는일도 잦아 난감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나와는 상당히 반대의 사람들이 나온다. 이들은 모두 크게 결핍되었다. 정서적으로. 그래서인지 애완동물 특히,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고 아낀다. 주인공 고양이는 총 3마리가 나온다. 모리, 크레마, 마루다. 모리는 눈치챘다시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따온 제목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집의 아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라 그리 붙였다 한다.

 고양이들의 삶은 기구하다. 모리는 곧 재개발 되는 시장에서 1살이 채 안된채 독립하여 출산을 하고, 어지러운 틈바구니 속에 새끼들을 모두 잃어 버렸다. 그리고 아사직전에 발견되어 입양된다. 크레마는 글자그대로 커피색이라 크레마인데, 주인아주머니와 딸을 괴롭히는 주인아저씨에게 맞서다 실명하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가 입양된다. 원래 이름은 나비였다. 마루는 사람과 무려 8년을 살았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을 모른다. 즉, 야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인이 가난했다. 월세방에서 나오고 고시원까지 밀려나자 어쩔수 없이 마루를 내보낸다. 즉, 고양이들도 크게 상처받으며 자란 결핍된 존재들인 것이다.

 주인들의 삶도 고양이 못지 않다. 사실상 사람 주인공인 연우는 엄마가 죽었다. 사회복지사였던 엄마는 격무끝에 심장마비로 죽었으며 쓰러진지 무려 30분 만에 발견되었다. 연우의 아버지는 아내를 죽인 국가를 상대로 업무상순직처리를 받기 위해 애쓰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연우의 아버지는 가족없이 힘들게 자라서인지 애완동물을 보고는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모리, 크레마, 마루는 차례로 연우집에 살게 된다.  

 소설에는 사회적 아픔도 자리한다. 앞서 말한 연우네 집은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을 지적하고, 크레마의 본래 주인은 잘 나가는 중국집을 하다 재개발이 시작되고 이를 반대하다 가정이 파탄난다. 그리고 마루이 주인은 돈이 없어 대학을 무려 6년째 다니고 있고 월세보증금마져 모조리 까먹어 고시원으로 밀려나는 지금 시대의 아픈 젊은이다.

 이처럼 사람과 고양이들은 모두 서로 결핍된 존재이기에 서로를 찾는다. 그리고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과정은 물론 쉽지 않다. 상처 치유의 마지막은 소설 말미에 입양된 고양이 레오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레오 역시 버려진 고양이지만 어려서부터 연우집에 세고양이와 자라난 끝에 사랑받으며 구김없이 자라난다. 사람과 고양이들 모두 어려서부터 그리고 성장과정이 그러했다면 모두 레오같았을 것이다.

 책에는 그런 장면과 생각을 이처럼 묘사했다.

"매사에 당당하고 자유로운 레오를 보면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된다."

 "그들은 나를 떠난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다시 사랑할 새로운 존재, 다시 맺어야 할 새로운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 장면들이 소설의 주제이다. 사람은 오랜시간 동물과 함께 해왔다. 처음에 학자들은 사람들이 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을 일종의 사치로 생각했고, 최초의 동물과 함께하는 것은 철저히 가축화를 통한 실용적 목적으로 봤었다. 하지만 생활의 여유가 없는 원시사회에서도 동물이 사람과 함께하는 형태의 유골들이 발견되고 이러한 생각은 뒤집어 졌다. 서로 결핍된 존재들을 오랜 시간동안 서로를 채워주며 살아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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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8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물, 특히 개가 사람의 표정만 보고도 감정 상태를 알아채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닷슈 2017-06-08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라운데요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동물간 그런관계가 만들어지진않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