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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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채사장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책을 일년에 한권씩 내는 것 같다. 지대넓얉 시리즈 1-2권, 시민의 교양, 열한 계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가 2014년부터 올 2018년까지 매해 차례로 한권씩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책 두께가 점차 얇아지고 있다. 책 크기도 좀 작아지는듯 한데 기분 탓일수도 있겠다. 또 하나가 있다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이지만 나-타인-세계의 단순한 체계가 있다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세계에서 나의 순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대넓얉과 시민의 교양이 주로 세계와 타인 같은 외부라면 열한계단과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주로 타인과 나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이것은 채사장 특유의 세계를 바라보는 생각 때문인데 바로 나 자신이 세계를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본론에서 좀 더 자세히)

 나는 이상하게도 채사장과 강신주가 자꾸 비교된다. 둘은 전공도 다르며 살아온 길과 성격도 매우 다르며 책도 다르지만 적어도 한국 출판시장에 인문학의 돌풍을 불러오고 일으켰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일단 2012년부터 2015년정도까지가 강신주의 시기였다면 그 이후로 지금까지는 채사장의 시기로 보인다. 적어도 인문학 열풍 시장에선 채사장이 강신주의 대체재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두 저자의 수준은 공통적으로 매우 높으면서도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입장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강신주는 책에서 대개 자신의 주체로서의 감정을 중시하고 그것을 억압하는 자본과 사회에 맞서 과감히 주체로서 다시 일어설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와 자본, 그리고 가족, 타인에 의해 자신이 억압당하고 진정 원하는 것을 행하지 못함을 솔직히 직시하고 변화해 나가는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서양 및 동양철학이나 불교, 인문고전 및 예술등 주로 철학적인 것들을 동원한다.

 반면 채사장은 지대넓얉이나 시민의 교양에서 볼수 있는 것 처럼 경제, 사회, 정치, 윤리, 역사, 과학 등 인문사회거의 분야를 보다 총체적으로 다루는 편이며 책 제목처럼 정말 넓고 쉽게 다룬다. 채사장은 사회와 국가차원에서는 결국 시민이 될 것을 그리고 개인과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변화하는 세계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 

 둘은 공통적이면서도 상당히 다른 편인데 강신주가 보다 어렵고 깊으며 직접적이고 불편하게 다가온다면 채사장은 보다 편하고 쉬워보이며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이런면이 지금의 흐름을 만든 것은 아닐런지.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차이가 두 훌륭하신 저자의 비교가 되지도 못한다. 그리고 난 두번 모두의 책을 매우 좋아한다. 

 어쨌든 쓸데없는 서론이 길었지만 이번 채사장의 책으로 돌아온다면 책은 매우 훌륭했다. 열한계단을 읽으면서 다음책을 더 보아야 할까 고민했었다면 이번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난다를 보면서는 다음책을 반드시 봐야겠다고 느낄 정도였다. 

 이 책은 타인-세계-도구-나의 순서로 이어지며 여기서 도구는 내가 세계 및 타인과 연결되는 방법이다. 이런 순서를 취하게 된 이유는 채사장은 세계의 존재와 나의 존재가 서로 무엇이 앞선다고 보기 어려운 동근원적 존재라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는 내가 인식하기에 비로소 존재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며 나에 앞서 실재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확신할수 없다. 세계는 나의 주관하에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는 앞도적이다. 나는 나의 의미를 찾기에 앞서 세계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것들에 앞도되어 나의 의미를 찾기 어렵고 나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은 본의 아니게 나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을 밖에서부터 하게 된다. 

 내가 바깥 세계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한데 책에서는 통증과 이야기, 언어를 들고 있다. 통증은 아픔을 느끼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과 몸의 아픔을 가장 강하게 느낀다. 나의 바깥으로 나아갈수록 다른 것들의 통증은 약하게 느껴진다. 그로 인해 인간은 다행히도 무한한 세계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며 자신에 집중하며 살수 있지만 결국 세계와 다른 사람들의 아픔으로 인한 문제는 둔감해진다. 그래서 넘치는 식량에도 세계의 다수는 굶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픔에 대한 통증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 바로 윤리와 관심, 책, 영화, 예술, 세계에 대한 관심을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확장시켜서 말이다. 

 다음 도구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세계와 나를 연결시켜주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과학이 말하는 이론이나 자본의 논리, 어느 정치의 논리, 과거로는 신화의 논리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나는 무한히 확장도 하지만 철저히 억압받고 제한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쨌든 어떠한 이야기를 통해 관계 맺건 나의 이야기는 철저히 나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를 보는 건 나이기 때문이다. 

 채사장은 두가지 이야기를 든다. 하나는 자본의 이야기, 하나는 믿음이다. 자본은 제법 많은 걸 준 이야기지만 우리에게서 생산자의 지위를 빼앗아갔다. 춤과 노래, 말과 대화, 사유와 지식이다. 자본은 춤과 노래에 대해선 셀럽들은 말과 대화에 대해선 토크쇼 진행자들을 사유와 지식에서는 채사장과 강신주 같은 사람들은 매체를 통해서 보여줌으로서 이것들을 생산하던 역할을 우리에게서 박탈했다고 말한다. 자본은 우리에게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서만 존재하는 것을 허용한다. 

 믿음은 진리에 관한 것이다. 어느날 전체에서 A라는 부분 집합이 생겼다. 이것은 유물론일수도 공산주의일수도 신자유주의일수도 있다. 그런데 A는 자신이 진리라고 곧 생각한다. 그리고 전체집합의 나머지들 역시 A 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A는 그날 이후 같이 있떤 BCD를 억압하고 회유하기 시작한다. 폭력도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정치판과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마지막 도구는 언어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채사장도 언어의 불완전함을 지적한다. 그로인해 우리는 의사소통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오해를 갖게 된다. 이런 언어의 불완전함을 해결하는 방안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언어의 양을 늘리는 것이고 하나는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말을 못알아듣는 사람에게는 더 자세히 설명하거나 아니면 다른 말을 쳐내고 핵심만 이야기한다.

 채사장은 언어의 양이 극단적으로 늘어난 것이 책이며, 가장 극단적으로 줄어든 것을 시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는 의사소통을 위해 불필요한 언어를 최대한 쳐낸 것으로 오려 가장 직접적이고 오해가 적은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시를 잘 이해한다고 한다.??? 반면 책은 언어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말만으로는 되지 않아 이해를 위해선 선이해가 필수적이다. 어릴적 읽었던 고전이 나이가 들었단 이유만으로 이해가 되는 것은 이래서이다. 그래서 채사장은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어릴적부터 고전을 강요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한다. 참 독특한 시각이다.

 사실 이 모든 말은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을 위해 다가가는 과정이었다. 마지막엔 채사장은 자신의 의미를 찾는데 집중한다. 물론 그건 쉽지 않다. 우리는 삶에 휩쓸려 살아가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사장은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죽더라도 의식은 남는다는 것이고 조건이 허락한다면 무수한 세월이 지나 다시 생명체로 나타나 사고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계속 반복된다. 그리고 거기서 삶을 바라보는 나는 결국 자신과 세계가 얽혀있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신비주의적이고 불교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결론이다. 불교에서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윤회한다. 또한 과학적 입장에서는 결국 내가 가진 에너지와 나의 몸을 형성하는 물질은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우연히 뭉치고 모이고 진화하여 나를 형성한 것이고 결국은 빌린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다시 흩어져 어디선가 다시 비슷한 일을 행할 것이다. 우주가 계속되는 한. 

 아마도 채사장의 다음 책은 이런 의미를 찾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많이 다룰것 같다. 그의 책은 계속해서 외부에서 시작해 종착에는 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책도 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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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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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은 태양계 내에서 화성이나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나 이오 같은 것들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알다시피 이들은 지구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있다. 지금은 좀 찬밥 신세지만 앞으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그렇고  인간이 가장 이용할 만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구의 유일한 위성 달이다. 바로 가깝기 때문이다. 

 소설 아르테미스는 달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아르테미스는 지구의 여신이름이기도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달에 건설한 인간 거주 기지의 이름이다. 그리고 작가는 영화로 크게 성공한 마션의 작가이다. 아르테미스는 이 사람의 후속작이다. 전작의 성공으로 이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축하할 일이다.  

 아르테미스는 인간이 달위에 건설한 나름 거대한 기지이고 당연히 돔의 형태이며 통로를 두고 다른 여러개의 위성 기지들이 있다. 각각 이름이 있는데 다 합쳐서 아르테미스라 한다. 이런 거대한 기지를 만드는 재료는 당연히 달에서 얻었다. 달의 돌들에서 알루미늄을 채취해 건설한 것이다. 기지는 외벽과 암석층 내벽의 3중구조로 외벽과 내벽은 무려 두께 1.5m의 알루미늄이고 암석층의 두께 역시 6m나 된다. 달에 대기가 없어 계속해서 무언가가 우주로부터 날아들고, 강력한 태양광선이 여과없이 들어온다는걸 생각하면 이정도 두께는 필요할 것 같다.

 필요한 에너지로 태양에너지를 사용할 것 같은데 의외로 원자력을 사용하고 있으며 무식하게도 도시와 매우 가까이에 원자로가 위치한다. 안전장치로 아르테미스와 원자로 사이엔 거대한 토벽을 만들었으며 원자로에서 생성하는 전기는 대부분 달의 암석에서 알루미늄을 제련하는데 쓰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산소가 발생하는데 아르테미스에서 사용하는 산소는 여기서 공급되며 그래서 양도 매우 많다.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이 없으미 발열패널을 사용하는 것도 재밌는 설정.

 아르테미스의 경제는 대부분 관광으로 운영된다. 아직 이렇다할 산업이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달의 중력이 지구의 1/6수준에 불과해 재밌는 설정도 일어난다. 우선 며칠만에 발에 각질이 사라진다. 거기에 관절염인이나 디스크등 각종 중력관련 병도 크게 완화된다. 섹스에도 영향을 미쳐 지구 사람이 달에오면 약한 중력으로 인해 섹스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구의 노년층이 이런저런 목적으로 달에 오기도 한다.

 기지가 좁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코딱지 만한 방에 거주한다. 자기 자신만의 샤워실이나 화장실을 갖는 경우는 상당한 부자에 속한다. 거기에 음식은 겅크라는 재배한 해초를 주로 먹으며 기타 다른 음식이나 술등은 환원식으로 맛이 떨어진다. 담배를 피우거나 화기의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는데 그도 그럴것이 대기가 순수 산소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런 아르테미스를 배경으로 주인공 재즈 바사라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를다룬다. 재즈 바사라는 사우디아라비아계 여성으로 그나라가 주는 통념과는 다르게 무슬림도 아니며 매우 성적으로 자유분방한게 오히려 미국인의 통념에 가깝다. 이야기와 사건은 매우 재밌게 연결되며 달기지라는 곳을 배경으로 삼기위해 저자가 만들어놓은 여러가지 과학적 설정이 이론적이든 아니든 재밌게 다가온다.

 이 소설도 아마 영화화 될지 않을 런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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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01-16 14:2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실제 소설속주인공도 달을떠나지도 못하면서도비싼돈주고 달에관광오는 사람들을 이해못합니다
 
빅뱅에서 인류의 미래까지 빅 히스토리
이언 크로프턴 & 제러미 블랙 지음, 이정민 옮김 / 생각정거장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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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인간이 어디서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관심이 있기에 이런 류의 책은 항상 끌린다. 대개 이런 류의 책은 두꺼운 편인데 이 책은 원제가 'the little book of big history'이기에 두께가 얉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보기가 편하고 빠르고 쉽게 흝어 볼수 있지만 역시 깊이는 많이 기대하기 어렵웠다. 보면서 몇몇 잘 모르던 사실이나 연구에 대해서 알게 된것 그래도 좋은 점이었다. 그런 부분 위주로 간단히 발췌해봤다.


p16. 

우리 은하에는 1-4천억개의 별이 있으며 은하수의 지름은 10만 광년에 달한다. 우주에는 최소 1천억개의 은하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관측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930억 광년이다.

 [우주의 나이가 대충 138억년 정도인데 지름이 930억년이란 점은 역시 물체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해도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는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움직이는 것보다 빠르게 팽창할수 있다니.]


p82

문화적 진화로 인해 연약한 개인들도 살아남아 자연선택의 여파가 줄고 결과적으로 물리적 진화의 속도가 느려졌다.

[확실히 그렇다. 몇몇 학자들은 세계의 인종이 격리된체 시간이 좀더  흘렀다면 다른 종으로 분화되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정말  환경 압박에 의한 생물학적 진화는 거의 종친걸로 보인다. 만화 건담처럼 우주로 진출한다면 진화가 가능할까]


p97

대부분의 언어권에서는 엄마를 뜻하는 단어는 '마마'와 비슷하게 발음되는데 이는 아기가 엄마의 젖꼭지를 찾을 때의 입술 모양의 소리가 마마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p123

기마부대는 전차부대보다 활용이 용이했다. 기마부대는 전차부대보다 수를 더 많이 모을 수 있었고, 험한 길도 쉽게 다니는게 가능했다. 거기에 품종개량으로 말이 커지면서 등자와 안장이 등장하며 기마부대가 더욱 활성화되었다.

[어렸을 적 벤허 같은 영화에 나오는 전차부대가 신기했다. 얼핏 전차가 더 최신기술 같은데 오히려 훗날엔 전차가 아닌 그냥 기마대인 것이 의아했다. 지금 생각하면 전차는 일단 말이 더 많이 필요하고, 더 느리며 이동에도 제한이 많이 따르고 관리도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니 사라진게 당연하지 않을 런지.]


p130

바퀴와 차축은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다른 책들을 보면 어처구니 없게 장난감에는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는 바퀴와 차축을 개발할만한 문명 수준임에도 다른 요인으로 사용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 책을 보니 당시 아메리카 대륙엔 바퀴와 수레를 끌만한한 가축이 없었다는데 그게 주 요인일 듯 하다. 남미의 라마는 너무 약했으며 북미의 소는 너무 사나와 가축화에 실패한다. 거기에 말은 바퀴에 대한 발상이 떠오르기 한참 전인 1만 2천년전에 아메리카에선서는 멸종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책은 인류 역사를 잘 요약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부분이 더 재밌고, 모르는 내용도 많았다. 뒤는 좀더 문명사가 많이 요약된 느낌. 그래도 일독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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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리 음식의 언어 - 국어학자가 차려낸 밥상 인문학 음식의 언어
한성우 지음 / 어크로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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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여름에 식탁위의 한국사란 책을 읽었다. 그 책이 우리 음식의 변천과 역사에 대한 부분을 짚었다면 이 책 우리 음식의 언어는 우리 음식의 이름들에 대한 책이다. 당연하게 부르는 그것들의 언어적 기원과 변화, 그리고 의미에 대해서 언어적 문화적으로 살피는 것이다. 식탁위의 한국사와 다소중복되는 면도 있지만 두 책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준다는 느낌이다. 같이 보면 좋을 것이다. 부작용은 배가 매우매우 고파지거나 술이 땡길 거라는 점이다. '우리 음식의 언어'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1. 곡식

+쌀 

쌀의 앞에는 유독 'ㅂ'받침의 앞글자가 많다. 찹쌀, 멥쌀 등이 그것인데, 저자는 이유를 중세에 고려를 방문한 사신 손음에게서 찾는다. 고려말에 관심이 많던 손음은 고려말을 발음나는대로 한자로 기록했는데 다른것은 괜찮은데 유독 쌀만 '보살'이라 기록해 놓았다. 당시 쌀의 첫 자음이 'ㅆ'이 아니라 'ㅄ' 이었을 거라는 근거다. 그래서 ㅂ의 흔적이 남아 그렇다라는 것이다. 


*밀

 밀은 과거 한국에선 매우 찬밥이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쌀이 밀보다 기후에 적합하고 생산량이 높기에 쌀과 재배 주기가 겹치는 밀은 선호작물이 아닐수 밖에 없던 것이다. 그래서 과거 한국에서는 쌀보단 보리가 훨씬 중요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여서 중국은 아예 밀을 작은 보리인 소맥으로 표기한다. 그래서 과자나 국수 원재료에 소맥분이 항상 표기되어 있는 것이다. 소맥분은 당연히 밀가루다. 


*메밀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재배가 가능하면서도 어디서든 쉽게 재배할수 있는 메밀이 상대적으로 인기였다. 거기에 밀이 먹기위해선 가루를 내어 가공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반면 메밀은 껍질을 벗기는 것 없이 통으로 쉽게 가공하는 편이었다. 메밀로 만든 막국수는 글자그대로 거칠게 만들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외

콩의 일종인 숙주를 기른 것이 숙주나물이다.(몰랐다.)

보통짜장은 재료에 물과 전분을 넣은 물짜장이나 물을 안넣고 볶은게 간짜장이다. 따라서 간짜장의 간은 마르다는 뜻이다.(이거 얼마전 런닝맨에 퀴즈로 나왔다.)


2. 과일과 채소

*참외

외는 본래 오이란 뜻이다. 참외는 진짜 외란 뜻으로 본래 있던 오이와 구분하기 위해 생겨난듯하다. 


*총각김치가 총각김치인 이유

총각김치는 무의 모양이 남성의 성기와 비슷해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는 야릇한 설이 있지만 실제론 위의 무청 때문이다. 위에 달린 무청의 모양이 과거 결혼안한 남자의 모리와 비슷하여 그렇게 이름붙여진 것이다. 


*복숭아

복숭아는 과거 부터 인기였지만 여성의 성적인 신체부분을 연상시켜서인지 꽃과 과일이 성적인 비유에 다소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도화살이 있는데 도화는 복숭아 꽃으로 도화살은 여자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사별하거나 뭇남자와 상관지어지는 살이란 뜻이다. 그리고 복숭아의 색은 도색은 남여 사이의 색정적인 일을 의미한다. 도색잡지란 표현이 그 뜻이다. 


*사과

사과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임에도 의외로 19세기나 되어서야 국내로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과거 차례상엔 이상하게도 사과에 대한 배치가 좀처럼 없다. 물론 사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있던 것은 사과의 야생종이라 할 수 있는 능금으로 능금은 흔히 아는 것처럼 사과의 개량종이 아니라 토종 야생종에 가깝다. 포도 대신 머루, 키위 대신 다래가 있던 것 처럼 말이다.


*참과 개, 돌

우리 말에 참과 개는 진짜와 가짜,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표현이다. 참외나 참나물, 참새, 참나무, 개나리, 개살구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앞에 돌이 붙는 경우가 있는데 돌은 맛이 다소 떨어지거나 야생종을 의미한다. 돌배와 돌미나리가 그렇다. 그리고 어른들이 아이를 쥐어박으며 꿀밤을 준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게 왜 꿀밤인지 도통이상했다. 꿀밤은 도토리의 사투리로 모양이 뾰족하니 달지도 않다. 이러니 주먹질이 꿀밤이 되는 것이다. 


3. 물고기

사냥과 짐승은 고유어 같지만 한자어에서 변화한 것이다. 사냥은 산행, 짐승은 놀랍게도 중생이다. 이처럼 육고기는 생명체인 중생이라 표현하면서 물에 사는 것들은 철저히 음식을 의미하는 물고기이다.


*치

물고기 이름엔 뒤자에 주로 어와 치가 붙는다. 어는 한자어로 어가 붙는 녀석들은 보다 진귀하게 취급하는데 비해 치가 붙는 녀석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치로 끝나는 생선은 제사상엔 잘 올리지 않는다고 하며 심지어 치는 사람을 얕잡아 보거나 비방하는데도 쓰인다. 장시치나 양아치가 그 예다.


*젓갈과 과메기

젓갈의 이름은 발효시킨 생선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어리굴젓의 이름이 좀 이상하다. 어리는 소금을 살짝 뿌리다란 뜻의 얼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액젓은 곰삭은 젓갈에서 물만 따라 추출해서 쓰는 것이다. 그리고 과메기는 지금은 꽁치가 주로 쓰이나 과거 청어가 주 재료였다. 먹고 남은 청어를 부엌의 막대기에 눈을 꿴채로 말린 관목청어란 말이 조금씩 과메기로 변한 것으로 추정한다.


4. 술

* 소주

 소주의 소자는 소각하다의 소자로 불태우다는 뜻이다. 곡식으로 빚어낸 술은 맛과 향이 좋으나 알코올 도수를 높일 수 없고 잡성분이 많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가열하고 증류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잡성분과 잡내를 제거한 술이 소주다. 

 지금과는 다르게 소주는 과거에 대단한 사치품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기본적으로 술의 재료는 곡식이었고, 거기에 맛을 내기 위해 곡식을 상당부분 깎아내기 까지 했다. 소주는 거기에 증류과정에서 버리는 술이 많아지다 보니 더욱 사치품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증류법이 발달하여 순수 알콜인 주정이 오히려 화학적으로 먼저 만들어지고 여기에 물과 맛과 향을 가미하는 화학적 방법으로 소주가 만들어진다. 과거와는 의미도 만들어지는 방법도 역순인 것이다. 


*폭탄주

폭탄주는 기본적으로 높은 도수의 술과 낮은 도수의 술을 섞는 것이다. 기원은 제정러시아 시절 추운 시베리아 벌목공들이 보드카와 맥주를 섞어 먹은 것이라고 한다. 영어로도 번역에 충실하게 bomb sho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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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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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에 있는 녀석의 얼굴은 이상하다. 무표정하고 약간 사람을 내려다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저런 얼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다지 호감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비호일 것이다. 문제는 주인공이 평생 이런 얼굴이라는 것이다. 어떤 녀석이 나를 모멸하는 말을 하여도, 엄마와 할멈이 생일축하파티를 해주어도 그렇다. 그리고 녀석의 이름은 윤재다.

 윤재가 저런 얼굴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편도체가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작기 때문이다. 편도체 기능 저하로 윤재는 다른 사람의 감정 파악을 물론이고 자기 자신까지 이렇다 할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공포감도 기쁨도, 즉 희노애락애오욕이 없는 것이다. 편도체가 아몬드를 닮았기에 윤재의 엄마는 윤재의 증상을 알고서는 아몬드를 매일 먹였다. 동종동식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윤재는 엄마와 할멈과 함께 산다. 할멈은 엄마의 엄마다. 두여자는 매우 박복한데, 할멈은 남편이 젊어서 암으로 갔고, 할멈이 노점을 하며 기껏 대학까지 보내 놓은 윤재의 엄마는 하필 학교앞 노점상과 눈이 맞는다. 할멈은 기가차 배가 불러온 윤재 엄마와 절연하지만 엄마의 노점상 남편은 하필 도로를 덮친 오토바이에 부딪혀 죽는다. 

 거기에 태어난 윤재는 감정불감자니 이로 인해 두 박복한 여자는 절연한지 7-8년만에 다시 같이 살게된다. 할멈은 윤재를 예쁜 괴물이라고 불렀다. 세 식구는 나름 행복하게 헌책방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매년 사진도 찍는다. 윤재눈엔 아름다운 엄마와 기골이 장대한 할멈은 늘 그대로이고 자신만 변해간다. 그러다 어쩌다 청계천에서 맞이한 성탄절이 문제였다. 한 정신나간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 망치와 칼을 휘둘러 그날 만난 행복해 보이는 불특정 다수를 공격한다. 불행이도 거기에 할멈과 윤재의 엄마가 있었다. 범인은 자신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할멈은 죽고 엄마는 살았다. 하지만 엄마의 뇌가 죽었다. 식물인간이 된 것이다. 

 윤재는 매일 병원에 엄마를 찾아간다. 그리고 엄마의 헌책방도 이어받아 운영해나간다. 건물주이자 위층에서 빵집을 하는 심박사는 엄마와 친했었는지 자신에게 경제적 그리고 사회생활적 자문도 준다. 그러다 엄마 병원을 드나들며 알게된 윤교수란 사람이 자신에게 부탁을 한다. 자신의 아내가 곧 죽게생겼는데 최근 어릴적 잃어버린 아들을 찾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 아들을 보여줄수 없게 되었으니  윤재가 대신 아들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대본과 상황은 보다 윤교수가 만들어주었다. 윤재는 성공적으로 그 역할을 한다. 평생 연기만 하고 살았으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자신이 연기한 녀석이 며칠전 우리반으로 전학온 곤이란 녀석이라는 점이다.

 곤이는 원래 엘리트로 자라날 녀석이었다. 엄마는 유명 언론사 기자에 아빠는 해외 유학파 대학교수다. 그런데 어릴적 모처럼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 시간을 낸 엄마가 놀이공원을 같이 간게 화근이었다. 잠시 전화를 받는새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곤이는 입양과 파양, 소년원을 전전하며 거칠게 자라난다. 

 자신을 대신한게 같은 반 윤재란걸 안 곤이가 보일 반응은 뻔했다. 시비를 거는 것이다. 그런데 이녀석이 어떤 욕과 험악한 짓거리에도 반응이 없다. 곤이의 욕과 폭력은 더욱 심해져간다. 이런 녀석은 정말 처음 인 것이다. 쫄지도 않고 적개심을 보이지 않는다. 다급해진진 곤은 급기야 윤재에게 린치를 가한다. 그런데 남자는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이상스레 그 사건 이후 곤은 윤재의 상태를 알게되면서 윤재의 헌책방을 매일 같이 찾아간다.

 어찌보면 둘은 극과 극이다. 윤재는 감정이 없으며 곤은 폭발하는 활화산 같다. 윤재가 반응없이 본질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를 던지니 곤은 쓸데없는 민감함과 폭력으로 자신을 감추지 않게 되었고, 이런 활화산 같은 곤으로 인해 사막같던 윤재의 마음도 변화가 시작된다.

 소설은 뒷부분에 더 윤재와 곤의 이야기를 더 남겨둔다. 여자애도 하나 등장한다. 그부분 역시 재밌으며 결말은 뻔한 것 같지만 그래서 극적이다. 

 작가는 후기에 자신이 워낙 평탄하고 결핍없이 사랑받고 자라나 글을 쓰기 힘들었고 했다. 잘생기고 이쁜 개그맨들이 갖는 고민이다. 난 왜 못생기지 않았는가 하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작품을 써냈고, 자신도 이젠 더이상 그런게 컴플렉스가 될수 없음을 안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알려지고 한정되어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입문하고 상을 받은 계기일뿐이다. 읽으면서 청소년 소설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른을 위한 소설이다. 일독을 권한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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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8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01-18 08:17   좋아요 1 | URL
네 많이 재밌습니다 시간도 오래안걸려요강추입니다

taegeol90 2023-01-2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담비 얼굴에 댄디컷 한 과민성 생각이 많은 남자아이. 보는거 같음. 그리고 지 처럼 세상이 불필요한 걱정과 고민 그리고 잡생각 많게되길 바라는거 같은 사람.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할거 같은 사람. 아니면 손담비 얼굴에 댄디컷 한 사람 바닷가도시에서 평생 바람이나 쐬고나 있어야 치료가 될 병자 같은 느낌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