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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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라면 내가 어렸을 적, 좀 살림이 나아진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이 신혼여행을 가던 곳. 그리고 값싸고 맛있는 귤이 마구 나는 곳, 하루방의 땅. 북한과 대비되어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과 백록담이 있는 곳이었다. 최근엔 제주가 유네스코 자연문화 유산에 등재되었고, 올레길도 유명해지고 제주자치도의 정책으로 중국인들의 부동산투자가 몰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등 여러모로 과거보다 느낌이 향상된 곳이다. 이젠 뭍사람들도 제주도에 한번 가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모기업은 본사를 십년정도 전에 제주로 옮기기도 했다.

 과거 교과서에서 여순사건과 함께 또 하나의 반란으로 배웠던 것이 제주 4.3이다. 이 두사건은 마치 샌드위치 같다.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사건이기도 했고, 한국전쟁과 일제강점기에서의 해방이라는 굵직한 사건 사이에 일어났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광주민주화운동이나 4.19혁명등의 굵직한 민주화운동에 비해 가치나 피해에 대한 인식도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제주4.3이 국가기념일로 인정된 2014년에 발행되었다. 인정받은 시기가 자못 의외인데(박통의 시기가 아닌가!) 인정은 했어도 제대로 된 지원은 없어서인지 제주일대에서 발굴중이던 4.3의 희생자 발굴은 국가 예산 지원이 중단되 10년째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정권이 제대로 돌아온 지금에야 다시 재개, 그리고 대통령은 노통에 이어 다시금 4.3에 대해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책 내용으로 돌아오면 4.3의 진행은 이렇다. 주지하다시피 해방정국에서 한국을 담당한 맥아더와 하지 중장은 남한을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점령한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미 일본으로부터 많은 실권을 넘겨받은 건국준비위원회가 있었는데 처음 미군정은 이들과 협력한다. 하지만 공산주의와의 대결이 본격화하면서 건준은 점차 친일파를 기반으로한 우파에 힘을 실어주는 미군정에 의해 차츰 무력화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배운 사람들의 입장에서였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일반 인민들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먹고 사는 것과 다시는 힘든 외세의 침입따윈 없었으면 하는 것, 그리고 우리민족의 자주 국가를 다시 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1947년 제주도에선 이 인민들의 바램과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당시 남한에서는 일본이나 해외에서 돌아온 동포들로 인해 인구가 전체적으로 급증했다. 반면 흉년으로 공급은 준데 비해 인구가 늘어 수요는 많아져 남한 전역에서의 전체적인 식량난이 일어나게 되는데 미군정은 이에 제주도에서 식량의 공출을 실행한 것이다. 제주라고 식량 사정이 좋을리는 없었고, 일본에서 돌아온 사람은 제주역시 많았기에 집단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제주사람들의 눈엔 미국의 공출 역시 지긋지긋한 일본의 공출과 비슷하네 느껴졌을 것이다. 거기에 남한 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한다는 이야기까지 돌자 47년 3월 1일을 맞이하여 제주 사람들은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허가 까지 미리 받은 이 시위에 관은 과잉대응하였고, 마치 광주의 일처럼 한 아이가 경찰의 말에 밟혀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에 대한 해당 경찰의 대응은 마치 뺑소니범과 같아서 격분한 제주사람들이 경찰을 공격하고, 다른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시작해 주민 6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격분한 제주 사람들은 그해 3월 10일 민관총파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끝까지 협상을 모르는 정부는 대규모 경찰병력을 뭍에서 파견하고 제주도지사까지 강경파로 바꾼다. 긴장이 완화되지 않은 체로 해는 1948년으로 넘어갔으며 심지어 취조를 받던 학생들이 경찰에 의해 고문치사하는 사건

이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마침내 제주 남로당을 중심으로 4.3일 무장봉기가 발생한다.

 초기 전투가 빈발했지만 제9연대장 김익렬과 무장대 지위관 김달삼의 노력으로 평화 협상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불과 닷새만에 오라리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나면서 전투는 재개된다. 48년은 이승만정권에 의한 남한 단독정부를 구성하는 시기로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는데 제주는 4.3사건으로 국회의원 선거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그래서 애초 200명으로 계획했던 우리나라 제헌국회는 198명으로 시작한다) 때문에 미국과 이승만은 제주 사건에 민감하고 강경하게 반응하게 된다.

 전투 재개후, 파견된 지휘관 송요찬은 초법적인 지시를 내리는데 제주 해안선 5km 이상 지역에 통행금지를 내리고 이를 어길시 이유불문하고 총살에 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무장대가 산간을 근거지로 했기 때문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제주에는 많은 중산간 마을이 있었다. 그리고 이 명령은 중산간지역을 기반으로 수많은 학살이 일어나는 근원이 되고 많다. 제주민들 역시 이 명령에 따르기 어려웠는데 가축이나 논밭등 생업이 있는 마을을 떠나기 어려운 면도 있었고, 명령을 따랐음에도 학살당하는 경우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군경에는 친일 부역자가 많아서였는지 그들의 학살과정은 일제의 그것과 유사했으면 상당히 잔혹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남자면 위험인자로 간주하여 학살하였고, 마을이나 집에 남자가 없으면 무장대에 합류한 것으로 간주해 집안 사람들을 학살했다. 끌고간 이들은 무장대에 협력한 사람으로 간주해 사라진 가족의 행방이나 무장대에 협력한 사람을 말할때까지 잔혹하게 고문했다. 이 고문에 죽어나가거나 불구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고문에 못이겨 아무 이름이나 말한 경우도 많았다.

 중산간 사람들은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굴에 숨기 시작했다. 굴에 숨은 사람들은 토벌대에 발각될까 깊이 숨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막다가 아이가 질식사하기도 했고, 토벌대가 굴을 찾아내면 더 깊이 들어갔다 길을 잃어 죽기도 했다. 토벌대는 사람들이 나오도록 굴에 불을 피웠고, 사람들은 질식사하거나 나와서 학살당했다. 학살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아, 학살당한 시체사이에서 나온 한살 배기 아이의 다리를 잡고 현무암덩어리에 패대기 치기도 했으며 임산부를 죽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끔찍한 학살은 49년이 되어서야 잦아들기 시작했고, 국회의원 두명이 선출되면서 끝을 보게 된다. 하지만 살아남은 수많은 사람들은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관련자로 지목된 사람은 한국전쟁 동란중 관리대상으로 다시 학살되었다. 학살기간중 상당수가 기껏 탈출했던 일본으로 다시 밀항하였는데 학살의 정도가 어느정도였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관련자로 연좌되거나 찍힌 제주청년들이 살기위해 한국전쟁 기간 중 그 어느지역보다 자원입대 성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바에 강제로 한쪽으로 찍혀 학살당하기보단 차라리 군인이 되는 것이 가족과 자신에게 더욱 안전한 것임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관광지인 한라산은 48년이후 금산조치 되었다가 6년후인 54년에야 다시 입산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4.3은 이승만이 쫓겨난 1960년에야 다시 회자되었다가 박정희와 군사정권에 의해 1987년이 후까지 기나긴 침묵을 맡게 된다. 물론 몇몇 사람들이 일본에서 책을 내고, 용기있게 소설을 내기도 했다.(그 대가로 안기부에 끌려가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 이와 같은 책은 그 분들의 소산일 것이다.

 책 말미에는 제주4.3과 관련한 제주관광루트가 나온다. 아름다운 제주를 방문하여 이런 루트로 관광해보는 것오 아픈 역사를 잊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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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 값싼 음식의 가격표에 가려진 자연, 사람, 문화의 값비싼 희생
마이클 캐롤런 지음, 배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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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과 대부분의 중진국이상에서 유통되는 곡물과 육류의 가격은 그들의 소득에 비해 매우 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전자 조작과, 환경오염, 동물들에 대한 항생제 투여와 복지를 생각치 않는 잔인성은 큰 문제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문제로 지금과 같은 산업적 곡물축산체계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에게서도 한가지 난제가 있다. 이런것들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면 지금과 같은 싼 곡물 육류가격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다. 저가의 파괴는 지금의 가격도 버거워하는 개도국이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올께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공격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이런 시각을 비판하기 위해 나왔다.

 곡물과 육류의 표면가격은 싸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저가 식품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며 그것들을 저가로 만들기 위해 실제로 많은 비용이 사회화 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로 인해 저가식품의 실제 가격은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데 그 비용을 떠안아 피해를 본 사람들은 각국의 소규모 자영농과 개도국들, 환경, 동물, 미래세대, 농촌, 납세자, 그리고 바라 우리 소비자들이다.

 책은 개도국의 농업파괴부터 시작한다. 그 시작은 미국의 과잉생산이었다. 2차세계대전이후 미국은 천혜의 환경에서 과다하게 생산한 곡물들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에 팔거나 지원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공산주의를 막기 위함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국가들의 자신들의 농업을 곧 재건하자 판로를 잃은 미국의 곡물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미국의 정치권은 법안을 개정하여 이 재고량을 처리하는데 바로 제3세계의 가난한 국가들에 원조형태로 식량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공산주의의 발흥도 막고 재고도 처리하는 이 일석이조의 정책은 사실 일석 삼조의 정책이 된다. 값싼 외국싼 곡물에 의지하기 시작한 개도국의 농촌이 붕괴하여 원조 이후엔 충실한 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값싼 외국 곡물이 들어오자 개도국의 농촌 빈민들은 자신들이 식량으로 재배하던 곡물을 포기하였고, 상품작물인 열대과일이나 면화류, 커피등의 재비로 작품을 전환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소농이나 빈농은 도시근로자가 되는데 이 역시 저렴한 급여에도 외국산 곡물을 싸게 살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상품작물은 산업의 발달로 잠시의 재미만 보고 곧 잠식되었으며 자생력없는 농촌을 갖춘 개도국이나 후진국의 농업은 미국이나 유럽등의 식량생산국가의 밥이 되고 만다.

 많은 연구들이 개도국이나 가난한 나라의 소농이 발전하면 그 나라가 보다 부강해지고 건강해지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이들은 저가 음식의 희생자다.

 개도국의 농업 희생엔 선진국의 보조금도 한몫을 한다. 본디 저렴한 노동력을 가진 개도국의 농산물은 선진국의 그것보다 가격경쟁력이 있기 마련이다.하지만 미국의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세계무역기구의 느슨한 견제를 피해 자국의 농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퍼붓는다. 이를 통해 미국와 유럽 연합의 곡물들은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얻게 되며 흉작이나 세계적 곡물가격의 하락에도 버틸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개도국의 농민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런 농업보조금은 선진국 자체내에서도 문제인데 그 혜택이 소농에게 돌아가기 보다는 대규모 곡물회사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축산업이다. 원래 인류는 자신들이 식량으로 삼을 수 없는 섬유소를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은 이를 단백질은 고기로 전환함으로써 인류의 식량사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금의 가축들은 인간의 식량인 곡물을 먹고 있는 것이 문제다. 거기에 그 효율은 극도로 낮다. 가금류는 곡물대비 고기 생산량이 2:1인 반면, 돼지는 3:1, 육우는 무려 16:1이다. 즉,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고기를 먹는 것은 어찌보면 극도의 사치이자 낭비인 셈이다. 실제로 전세계 곡물생산량중 소, 돼지, 가금류가 먹어대는 총량은 전세계 밀의 50%, 옥수수의 90%, 대두의 93%에 달한다. 사실상 우리는 고기를 먹기 위해 농사를 지은 셈이 되는 것이다.

 축사환경이 열악하다보니 항상 항생제가 문제가 된다. 가축에게 먹인 항생제는 축사주변으로 퍼져 자연으로 스며들어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균을 만들며, 알레르기 반응에, 항생제끼리 결합한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만든다. 덕분에 현재 구제역의 전염력은 인간 천연두의 20배에 달한다고 한다. 수많은 가축은 인간의 공장이상의 오염원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동물의 배설물은 매년 약 400만톤이며 이는 중국산업폐기물 총량의 4배다. 이들 가축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20%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동물이다 보니 물소비량도 엄청나다. 미국인이 한해 2000세제곱미터의 물이 지금의 생활을유지하기 위해 필요한데 이 양의 삼분의 이가 소고기를 먹기 위해 필요하다. 즉, 가축의 사육에 필요하다는 셈이다.

 또한, 동물은 도축과 수출, 수입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발생은 물론이요, 동물자체의 손실도 엄청나다. 매년 미국에서 8만마리의 돼지가 수송중에 죽는다고 하며 소의 경우 죽는 경우는 돼지 보다 드물긴하나 수송과정에서의 외상으로 손실액만 1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가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난데 전세계적으로 가축의 개체수는 무려 560억마리에 달한다. 인간의 8배인 셈이다.

 저가 음식은 막대한 음식물 쓰레기도 발생시킨다. 음식이 글자 그대로 저가이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이유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는데 우선 미감때문이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감의 이유로 수많은 빵의 끄뜨머리가 버려지고 있으며 채소류도 크기가 작은 것이나 상처를 입은 것은 역시 버려진다. 영양가나 실제 사용가치에서 전혀 하자가 없는데도 말이다. 시장에서 이런 영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실제로 이는 엄청난 사치다.

 음식물 쓰레기는 또한 슈퍼마켓 체인의 집중화로도 발생한다. 대개의 농산물 거래에서 공급자보다는 구매자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데 이들은 항상 대량거래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과잉생산이 판매량 감소로 인한 손실보다 이득이므로 이들은 항상 과잉생산을 유도하며 이는 자연스레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저가 농업은 대규모 환경파괴도 일으킨다. 저가 농업을 위해 막대한 비료가 매번 사용되는데 이것들이 토양이나 하천으로 흘러들어 하천과 인근 해역에 대규모 부영양화를 발생시킨다. 그 결과 조류의 대량발생으로 산소가 없는 데드존이 발생하며 물고기의 대량 폐사를 낳는다.

 또한 매년 세계적으로 10억kg의 농약이 사용되는데 농약을 쓸수록 해충의 내성도 강해져 농약이 더욱 강력해지고 살포량도 많아지는 쳇바퀴 게임이 현재 진행중이다. 이 농약은 농산물을 통해 그리고 토양과 해양을 통해 소비자인 일반인에게 흡수되며 농약을 직접 살포하는 농민들의 건강에도 치명상을 않긴다. 2003년 인도에서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서 EU표준치의 무려 24배에 달하는 농약이 검출될 정도였다.

 저가 농업은 생물학적, 문화적, 맛의 단작을 낳는다. 현재 농업에 사용하는 작물은 총 사용가능한 25만종의 작물중 겨우 3%에 불과하다. 산업을 위해 효율의 잣대로만 선정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농장에서 100년전에는 100가지의 생산물이 있었다면 현재는 불과 20개 정도에 불과하다. 생물학적 단작인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문화적 단작으로도 이어져 먹을 거리와 관련한 수많은 문화들이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문화적 단작이다. 맛의 단작 역사 이로 인해 생긴다. 생산품의 종류가 줄고, 인스턴트 음식과 대량재배된 소품종의 음식만 먹게 되어 입맛 역시 단작 되는 것이다.

 마지막은 바로 모두에게 손해인 듯한 이 저가제품의 수혜자이다. 그들은 다국적 농축산기업들이다. 최근의 국제정세는 이들에게 매우 유리했는데 2차세계대전이후 세계적인 높은 인구증가률과 도시화로 저가 곡물에 의지해야 하는 많은 인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발맞추어 선진국들의 농업보조금이 이들에게로 향했다.

 이들은 선진국내에서도 농민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농축산물의 생산자들이 약자의 위치게 있기 때문이다. 우선 축산업자의 경우, 가축을 팔기 위한 최적의 무게와 시기가 있어 협상에 있어 탄력적이기 어려우며, 유제품의 경우 보관할 수 있는 탱크 이외의 양은 무조건 빨리 처분해야 한다. 또한 동물을 멀리 이동시키기도 어려우며, 곡물을 재배하는 경우도 시장 상황에 따라 작물을 전환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업들은 두세개정도로 압축되어 있어 생산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매처를 찾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저가식품에 있어 생산자는 매우 약자이고 구매자가 절대 유리한 지형이 여러가지 요건으로 인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종자에 있어서도 특허권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 변형을 통해 씨앗이 없는 품종을 도입하기 까지 해 농부들은 완전 종속시키려 하고 있다. 이들의 단가 후려치기로 대부분의 농민들은 이미 생산원가와 판매가가 비슷한 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기업들은 그 수익을 자신들만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이처럼 저가 식품은 싼 것이 아니며 막대한 환경비용과 개도국과 농업의 붕괴, 환경의 파괴, 납세자의 세금이 기업으로 향하는등 실제 식품 가격이 사회화를 통해 농축산 기업의 배만 불리는 형태로 숨겨져 있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매우 재밌고 신선했으며 이 분야에 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생각보다 책은 얇지만 읽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번역이 다소 매끄럽지 않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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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4-02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저렴한 소고기 가격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아마 미국에서 생산된 고기 자체에
대해 혐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전부터 계속해서 경고장이 나붙는데
애써 외면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신자유주의 시대, 값싸고 질 좋은 물건
사서 쓰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불편하고 비싼 윤리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닷슈 2018-04-02 00:13   좋아요 1 | URL
책은 그것도 실상은 싼게 아니고 많은 비용이 몇몇기업의 이익아래에 숨겨져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비싼윤리적소비가 더늦기전에필요할듯합니다

2018-04-02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04-02 10:37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AgalmA 2018-04-06 0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퍼센트는 가축 사육으로 인한 것이며 이는 전체 운송 산업에서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다˝
ㅡ <세계미래보고서 2018> 에서 인용
축산업의 비인간성, 비효율, 환경파괴, 질병과 같은 많은 문제들 생각할 때 인공배양육 개발이 어서 실현됐으면 좋겠어요. 문제는 이러면 축산업 종사자들의 일대 몰락이 예견되죠. 뭘 하든 기술 개발은 현재 상황과 충돌하는 어려움이...

닷슈 2018-04-06 07:22   좋아요 1 | URL
오염원2위더군요 가축사육이
배양육은 되면 참좋겠지만 책이나온 10년전엔 100g에 억소리가 나더군요 지금은 좀났겠죠

2018-04-0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04-06 11:44   좋아요 1 | URL
채식위주던 한국이 오히려 육식중심이죠 과거 고기를 너무 못먹어서 그런것같기도합니다
당장채식주의자가되려해도 식당부터급식까지 어려움이 너무많죠
 
과학이라는 헛소리 -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 유사과학 과학이라는 헛소리 1
박재용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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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핸드폰 케이스를 샀는데 그 안에는 필름과 더불어 전자파를 막아준다는 안드로보이가 있었다. 흐뭇해하며 핸드폰에 부착했다. 순금도금에 100%막아준단다. 아내를 따라갔던 산부인과에는 수소수 정수기가 있었다. 몸에 좋다고 생각하고 여러번 마셨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그랬다. 몸을 알칼리로 바꿔준다는데 어릴적 산성체질이면 쉽게 비만해진단 이야길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이 마셨다. 전자렌지를 돌릴때면 아직도 안의 뻘건 전파가 무서워 좀 떨어져있는데 우리 아이도 못보게 한다. 눈도 멀수 있다고 들은 것 같다.

 내가 일상에서 경험한 이 같은 일들. 그리고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사실 유사과학이다. 과학이 아니라는 것으로 책 과학이라는 헛소리는 이런 유사과학의 여러 사례와 위험성, 그리고 올바로 과학하는 자세를 알려준다.

 유사과학에 관한 책은 너무나도 많은데 정작 그것을 비판하는 책은 드물다는 점에서 책은 가치가 있었다. 저자는 과학으로서 인정받으려면 우선 자신의 연구를 학회지나 논문을 통해 발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동료와 그 분야의 전문에게 검증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과학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그냥 책으로 내거나 언론에 발표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은 유사과학일 가능성이 크다. 검증비판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몇몇 제품들에는 연구기관에 의해 인증받았음이 표기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유사과학일 가능성이크다. 그 연구기관이라는 것들이 대개 그 회사의 기관일 가능성이 크며 그렇지 않더라도 과학자가 연구비를 받아 올바른 연구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유사과학의 사례도 재밌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상당히 찔리는 것이 많았다. 요즘 효소가 들어간 건강제품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효소라는 것은 단백질의 형태를 갖고 있으므로 먹어서 흡수하면 강력한 소화력을 가진 우리 소화기관에서 아미노산단위까지 분해된다. 결국 고기를 먹는 것과 다를바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제품들이 효소가 몸에 도달하여 작용하는 것처럼 설명한다. 유사과학이다.

 콜라겐도 그렇다. 콜라겐도 단백질인데 그 분자결합이 매우 강하여 먹어도 잘 소화가 되지 않는다. 90%정도가 소화되지 못하고 몸밖으로 그냥 배설되므로 콜라겐은 많이 먹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게다가 역시 소화되는 10%역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므로 결국 콜라겐은 아닌 셈이다. 피부에 바르는 것은 더욱 기가막힌데 콜라겐의 분자가 커 피부를 침투하는 건 불가능하다. 콜라겐 정도에 뚫린 피부라면 우린 이미 세균 감염에 속수무책인 셈이다.

 얼마전 나왔던 글루텐의 공포도 지적한다. 글루텐의 함량에 따라 밀가루는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누는데 함량이 많을 수록 끈기가 있고 잘 끊어지지 않는다. 글루텐이 몸에 매우 부정적인 것처럼 몇몇 언론이 다루었지만 글루텐에 알러지 반응이 있지 않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 거기에 글루텐은 보리, 다른 채소류에도 들었다고 한다.

 전자기파도 지적한다. 일단 올바른 용어는 전자파가 아니라 전자기파가 맞다. 전자기파는 진동수가 높고 에너지가 클수록 침투력이 좋은데 그래서 감마선은 우리 몸을 아예 투과해버리고 엑스선은 뼈를 제외하고 투과한다. 몇몇 전자제품에 전자기파를 막아주는 물질이 있다고 하는데 만약 그런 물질이 실제로 전자기파를 차단 및 흡수한다면 그 전자제품은 작동자체가 잘 되지 않게 된다. 특히 스마트폰은 완전히 먹통이 된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의 전자기파는 인체의 이렇다할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하지 않다고 한다.

 유사과학은 과거에도 맹위를 떨쳤는데 충격적인 사건은 동성애자에게 가했던 폭력이었다. 불과 20세기 초중반까지도 사람들은 동성애자나 소수성애자를 비정상으로 취급했다. 그래서 강제로 감금하여 성적지향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여러시도가 있었는데 그 방법이 가히 충격적이다. 자궁절제술, 난소절제술, 음핵절제술, 거세, 정관수술등 갖은 외과적 방법에 자행되었다. 특히, 레즈비언에게는 교정강간까지 행해졌는데 강제로 남자와 성관계를 맺게하면 성적지향이 남성지향적으로 바뀔것이라는 헛된 망상에 시행된 것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유사과학도 대단하여 상당수 국가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사회진화론적 관점에서 장애인을 제거 대상으로 삼거나 혹은 후손을 남겨서는 안되는 도태된 존재로 생각했다. 일본에서는 무려 1990년대까지 장애인을 이렇게 대하는 법이 남아있었다고 하니 가히 야만의 역사다.

 책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유사과학이 사례가 나온다. 살펴보며 재미를 느끼고 반성하는 경험이 좋았다. 쉽게 써서 재밌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창조론이나 지적설계론에 대한 비판, 백신을 맞지 않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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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2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2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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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전작인 공생멸종진화를 작년에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음작인 이 책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다. 전작과 좀 다른 점이 많았는데, 전작이 비교적 과학에 집중한다면 이번 작은 과학을 어느 정도 토대로하고 사회와 인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모았다는 점이다. 아마 이 책은 어딘가에 수록한 글들을 모은 책인 듯 하다.

 이런 점 때문에 이정모 저자의 전작을 재밌게 보고 비슷한 것을 기대한 사람은 조금 실망할 수 도 있을 것 같고, 반면에 이 책으로 처음 이정모 저자를 만난다면 오히려 접근 장벽이 낮아 더 나을 수 도 있겠다.

 나는 비교적 전자인 편이라 책이 그리 재밌진 않았는데, 그래도 몇가지 재밌는 과학 상식을 건질 수 있었다. 저자는 강연을 갈때마다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방귀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이유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라는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방귀이야기만 나오면 재밌어 하고 강연에 집중한다고 한다. 사람은 하루에 14-25번 정도 방귀를 뀌는데 산에 올라가면 유독 방귀가 잦아진다고 한다. 산에거의 가지 않아 잘 몰랐던 사실인데, 이는 대기압의 변화와 관련한다. 산에 오르면 기압이 낮아지고 대장에 대한 기압도 약해져 대장이 내부의 가스로 인해 팽창하고 이로 인해 방귀가 잦아진다는 것이다.

 지저분한 방귀 이야기 다음으로는 꽃이 재밌었다. 꽃들은 크기도 하고 작기도하는데 저자는 작은 꽃의 생존전략을 말한다. 대개 곤충입장에선 작은 꽃보다는 꿀이 보다 많고 발견하기도 쉬운 큰 꽃이 보다 탐스러울 것이다. 이렇기에 작은 꽃이 세운 전략은 두가지다. 하나는 대규모로 군락을 이루어 함께 꽃을 피우는 것이다. 큰 과일 하나와 작은 과일 수십개가 대결하는 셈이다. 다른 전략은 큰 꽃과 개화시기를 달리하는 것이다. 겨울을 난 상태에서 작은 꽃들은 새잎파리를 내기도 전에 온몸을 꽃으로 먼저 뒤덮는다. 개나리나 벚꽃 등이 그러한 예일 듯 하다.

 마지막은 모기였다. 자연을 사랑하는 저자지만 모기로 인해 한해 전세계 80만의 인구가 운명하기에 감히 모기의 존재를 긍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모기의 입장을 살피는데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빠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8-10초 정도란다. 인간입장에선 모기를 알아차리고 죽이는데 짧은 시간일 수 있으나 모기 입장에서는 목숨을 건 그야말로 지옥같이 긴 시간이다. 모기는 살기위해 마취제도 살포하고, 공기중에 노출된 혈액이 응고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히루딘이란 응고억제제를 분비한다. 하지만 사람몸 역시 이런 모기의 존재를 본체에 알리기 위해 히루딘이 몸에 들어오면 여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을 분비한다고 한다.

 알레르기 반응물질이니 몸은 자연스레 부어오르고 간지러워진다. 통념과는 다르게 모기로 인한 것이긴 하나 물린 부위기 부어오르는 것은 사실 사람 몸에서 만든 물질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에는 다른 과학적 이야기. 그리고 관련한 사회 이야기, 정치에 대한 비판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난 좀 그랬지만 이런 부분에 재미를 느낄분도 많을 것이란 생각이다. 자연사박물관장 답게 자연사 박물관에 대한 소신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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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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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말한 대로 검사는 애증의 대상이다. 아내의 사촌이 검사가 되어 결혼을 하였는데 그의 아내될 사람 역시 변호사였다. 폼나게 법원에서 결혼을 하였는데 주례를 맡은 로스쿨 법대교수의 주례사도 인상적이었다. 두사람다 법조인으로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쉽게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며 겸손하게 살라는 것이었다. 여러 주례를 들어봤지만 너무 잘난걸 티내지 말라는 주례는 처음이어서 색달랐다. 그만큼 법조인 특히 검사는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검사는 의외로 사실 공무원인데 일반 행정적과는 다르게 급수가 없다. 공무원들 중에는 이렇게 급수가 없는 공무원이 좀 있는 편인데 검사의 경우는 책을 보니 무려 3급공무원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공립학교의 평교사들이 7급 정도의 대우를 그리고 지역의 면장이 5급인걸 생각한다면 상당한 대우다. 하지만 권력이 강하면 부패도 일어나는지라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재벌이나 정권과 결탁하여 떡검소리를 듣는 것도 검사다.

 저자는 이런 본인의 검사생활을 썼다. 읽다보니 검사생활에 대해 좀더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평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으로 이어지는 라인이나 지청 등의 개념도 알게 되었다. 그들이 겨우 2년마다 자리를 옮겨야 하고 그로인해 그 빈큼이 수사 공백으로 이어지거나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들의 케이스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악랄한 범죄자들의 수법은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어이가 없었는데 이런 이들의 생태와 정신세계를 여러 가지 비유로 재밌게 표현하는 서술의 이 책의 독특한 재미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났다면 이 책 역시 그저 사회적으로 관심받는 직종세계를 표현한 여느 평범한 드라마들과 차별성이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의 차별성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법조계의 근원적 문제점을 잘 드러낸 점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지나친 고소인 중심의 법체계다. 주진우 기자도 그의 책 사법활극에서 지적했듯 사람이 마음 먹고 다른 사람을 고소하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괴롭히기 쉽다. 고소는 자유롭고 그들의 고소할 권리는 무한정 보장되는 반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의 권리는 크게 보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균형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법체계에서 가해자의 권리는 상당히 보장하는 한편 피해자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비교적 당연하게 생각하는 형법의 경우도 그렇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피해자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보복할, 혹은 응징할 자신의 권리가 모두 국가에 위임된채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그 회복과정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적극 참여시킨다고 한다.

 이처럼 가해자나 고소인 중심의 체계는 과거 국가권력이 지나치게 강대하여 생겨난 부작용인데 세월이 충분히 지났고, 어느 정도 민주사회가 성숙한 만큼 돌이켜볼 제도인 듯 하다.

 또 다른 것은 사법부의 비 민주성이다. 민주국가는 삼권분리의 체제로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로 구성된다. 행정부의 최고 수반인 대통령과 각 지자체의 단체장, 그리고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과 지자체 의원은 모두 국민의 손으로 뽑히며 견제된다. 반면 사법부는 전혀 국민의 손을 거치지 않고 시험을 통해 선발된다. 김웅검사는 이것의 비민주성을 지적한다. 이런 부분을 오랫동안 당연히 생각해 와서 읽으면서 무척 부끄러웠고 깨달음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판사의 80%가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행정권력인 검사를 판사가 견제하며 사법 권력인 이 판사를 국민인 배심원이 견제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뒤늦게나마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했지만 판사가 배심원들의 판결을 거부할수 있다는 점에서 큰 한계가 있다.

 마지막 하나는 국민의 재판을 결과에 불복할 권리다. 우리나라의 재판은 행정은 2심 일반 민사나 형사는 3심제다. 물론 재판이 3심까지 갖어도 재판에서 판결의 근거가 된 증인이나 증거에 대한 재판을 새롭게 걸수는 있다.(이런 식이면 사실 무한의 게임인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 3심재판이면 사실상 개인이 더 나아가기는 힘든 형국인데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재판결과에 대하여 헌재에 불복소원을 할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재판결과가 헌법재판소의 소관이 아닌데 이 것이 결정된 것도 87년체제에서 전두환의 잔당인 민정당이 한 짓이라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검사의 생활과 기가 막힌 범좌자들 우리나라의 비균형적인 가해자 중심과 고소인 중심의 법체계, 그리고 사법체계 자체의 비민주적 요소를 많이 깨달을 수 있었다. 문체도 상당히 재밌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김웅검사는 진화론과 행동경제학, 그리고 여러 사회과학 및 철학적 인용을 본문에서 많이 한다.)이 드러나 있어 책이 더욱 깊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을 접하다보니 인간에 대한 깊은 호기심과 통찰력이 그를 다양한 독서의 길로 이끈 것 같다. 물론 본문을 보면 어릴적부터 책 귀신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유익한 책이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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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2018-03-18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