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3
마빈 해리스 지음, 서진영 옮김 / 한길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 중 하나인 식인과 제왕을 읽었다. 얻는게 많은 책이었다. 총균쇠의 원전 같다는 느낌이었다. 1년만에 두번째 저서를 잡았다. 마빈 해리스의 책은 두께는 얇지만 판쇄가 오래되어 90년대 느낌으로 글자가 촘촘하다. 그리고 내용도 가독성은 있으면서도 쉽지 않아 항상 생각보다 완독에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의 두번째 책은 세계 각 문화에서 어떠한 고기를 먹고, 먹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1. 소고기

소고기의 금기 하면 단연 인도가 떠오른다. 좁은 대륙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길에 즐비한 소를 굳이 먹지 않는 인도는 당최 이해가 쉽게 되지 않으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가 처음주터 소를 먹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 오랜 인도의 기록엔 소를 먹는 장면이 충분히 자주 나오며 소고기를 금지하는 종교적 계율도 없었다.

 하지만 인구가 늘고 환경이 고갈되며 식량 부족의 압박을 겪게 되었고. 이쯤에 불교를 비롯한 살생을 금하는 종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인구가 늘기 시작하면서 동물성 식품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식물성 식품의 생산증대가 절박해졌고 여기에 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인도의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뚜렷이 나누어져 건기의 경우 굳고 거칠은 땅을 가는데 소의 힘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소고기는 종교적으로 금기시 되었다. 고기를 탐하는 평민층의 욕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데는 종교적 세뇌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배층도 이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소고기를 먹었으며 그들 역시 종교적 계율에선 자유로울수 없었기에 도살은 하층민에게 시켰다. 얄팍한 종교적 계율은 동물을 죽인 사람만 죄를 받지 죽은 동물을 먹는 것은 다른 문제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지배층은 죄를 하층민에게 전가시켰고 상당기간 동물성 식품을 즐겼다.

 

2. 돼지고기

돼지고기의 금기는 이슬람이다. 이들 역시 인구가 적고 환경이 보다 넉넉한 과거엔 역시 돼지고기를 즐겼다. 돼지는 열을 땀으로 배출하지 못해 늘 그늘이 필요하고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물을 주어야 한다. 돼지가 진창에 구르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숲이 풍부하면 도토리나 숲의 열매를 주식으로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인간이 먹는 곡식이나 다른 식물성 식품이 필요하다.

 이런 돼지의 특성으로 사막에서 돼지는 즉각 사치품이 된다. 숲이 필요한 돼지에게 태양이 너무 강하고 건조한 지역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슬람에선 돼지는 알라신이 유일하게 허용하지 않는 고기가 되고 만다. 소와 차이점은 있다면 그들은 소를 신성시했고 이슬람은 돼지를 반대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양자의 차이점 때문인데 고기로 하기가 어렵다는게 공통점이라면 소는 고기외에 여러모로 농사나 젖, 전쟁에 이용되는등 다른 측면에서 많은 유용성을 주기에 신성화에 어울렸고 돼지는 젖도 부족하고 쟁기도 끌지못하며 전쟁에도 사용될 수 없기에 아무런 효용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비하게도 돼지의 이런 사육한계는 이슬람의 지리적 한계와도 일치한다. 이슬람이 퍼진 지역은 돼지가 자라기 어려운 건조지역이며 돼지사육에 적합한 지역에선 이슬람은 더이상 뻗어나가지 못했다. 돼지 고기의 맛때문에 사람들은 이슬람은 거부한 것일까?

 

3. 말고기

말고기는 매우 붉은 색을 띠는데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늙어서도 고기가 연하고 순살코기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말은 식물을 고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굳이 뛰어나지 않은 소나 돼지보다는 훨씬 낮다. 말은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먹은 풀의 소화흡수가 떨어지고 거기에 신진대사까지 높아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말고기가 식용으로 권장되고 금기되는 것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말의 희소성과 관련한다. 말이 많아지고 다른 고기가 희소해지면 말의 소비가 권장되고 허용되었으며 말이 여러가지로 희귀해지면 고기 소비가 금기시되었다.

 유럽에서 말고기가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은 남부유럽의 경우 말의 서식지인 초지 부족이 주이유였다. 다른 유럽지역에선 말의 높은 가치 때문이었는데 우선 말은 전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동물이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말은 그 농업적 가치 역시 인정받았는데 유럽 북부의 경우 젖은 토양이었으므로 농사에 소보다는 말이 보다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4. 곤충

곤충은 제법 영양가가 높은 동물이지만 오랜 시간 인간에겐 주식이라기 보다는 간식거리였다. 곤충 하나하나는 잡은 것도 매우 쉽고 단위 무게당 비교적 높은 열량과 단백질을 제공하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 큰 동물을 먹는것에 비해 효용이 매우 떨어진다. 하루종일 파리를 쫓아다니며 백여마리를 잡아 먹는 것과, 토끼 한마리를 사냥한 것과 비교해보라. 

 때문에 곤충은 큰 동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로 고기로 이용된다. 곤충을 고기로 이용하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수는 무척이나 많고 잡기도 쉽지만 이들이 너무 산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주로 떼로 몰려 다니는 곤충이 주로 식량으로 채택된다. 메뚜기들이 대표적 예이다.

 정리하면 곤충의 식량화는 큰 동물이 부족하면서 곤충을 떼로 사냥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지역은 지구상에 아마존이나 아프리카 열대밀림지역이다. 정반대의 곳은 유럽이나 캐나다로 이런 지역에서 곤충혐오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먹지 못하는 곤충을 혐오하는 것은 당연하다. 곤충이 식량으로 유용하지 않다면 인간에게 마땅한 효용을 주는 측면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로 인간의 식량을 축내기도 하며 물고 괴롭히며 전염병을 옮기기도 한다. 이러니 곤충이 식량이 아닌 지역에선 곤충혐오가 일어나는 것이다.

 

5. 애완동물

애완동물의 전제조건은 일단 이녀석들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먹기에 적합한 동물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효용성으로 인해 애완동물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애완동물인 개나 고양이등을 봐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완동물이 효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효용성이 없었다면 인간은 그들을 가축화하고 기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며 그러면 애완동물화 하는 일도 일어나기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개나 고양이 말등은 사냥이나 재산의 보호 쥐잡기, 수송, 전쟁등 적지 않은 이득을 인간에게 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애완동물이 주는 가장 큰 효용은 바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는 물론 과거에도 기능했던 것이지만 현대사회는 의식주와 여러 건강문제를 해결했음에도 인간 상호간의 높은 사회적 유대 관계를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부족사회나 농경사회에선 인간은 서로간에 강한 사회적 유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끊어졌으며 이를 오늘날의 애완동물이 대신하고 있다. 이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이유다.

 

6. 식인

인간이 인간을 먹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효율적인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단백질을 구축하려면 다른 단백질을 분해해 우리 몸에 맞는 단백질로 재구축을 해야하기 때문인데 인간단백질을 섭취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 사냥은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다른 동물을 사냥한다면 적은 인원으로 떼로 몰아 대량으로 사냥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간과는 전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냥꾼 자기 자신이 크게 다치거나 오히려 쉽게 사냥감이 될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거 소규모 부족 사회시절 인간은 쉽게 식인을 했다. 사로 잡은 적들을 자신들의 부족사회 구성원으로 만다는 정치적 기술이 부족했고, 전쟁 후 손쉽게 식량을 확보하는 방안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사회가 등장하며 이 관계는 역전된다. 발달한 국가는 정복지와 정복민을 흡수할만한 정치체계를 보유했고, 이들을 생산자로 둔갑시켜 더 높은 식량생산을 이룰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이 잉여물을 착취할 세금체계와 군사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포로를 먹지 않고 잡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 때문에 국가의 등장이후 인류문명은 식인 문화를 금기시하게 된다.

 하지만 국가체제가 있었음에도 식인이 계속된 문화가 있으니 바로 아즈텍이다. 그들의 피라미드 제단과 해골거치대의 규모를 분석해보면 당시 무려 16만개 이상의 해골을 거치대에 전시했음을 알 수 있다. 아즈텍의 식인 문화는 그들의 자연과 관련하는데 그 지역은 반추동물 가축과 돼지가 없으며 개나 칠면조 정도가 유일한 동물성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짐을 들거나 농사에 활용할 만한 큰 초식동물 가축도 없어 포로는 식량생산자로서도 의미가 없었다. 이런 자연적 한계와 동물성 식품의 부족은 아즈텍이 강력한 정치체계를 갖추었음에도 식인문화가 유지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시리즈는 볼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 일년후 쯤 마지막 권을 보게 될 듯하다. 이 시리즈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에 나온 것인데 이렇게 오래되었음에도 그럴듯 하기에 대단한 책이란 생각이다. 음식문화의 수수께기는 식인과 제왕에 비해 깊이는 부족했지만 먹을 거리에 대한 통찰을 주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먹을 순 있지만 모든 것을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연적 한계와 이를 금기시하는 여러 장치들, 문화가 어우려져 작용한다. 그리고 이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책이 주는 통찰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8-12-07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관심 있는 주제가 ‘식인’인데,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원래 이 책 대신에 <식인과 제왕>을 읽으려고 했어요.

닷슈 2018-12-07 13:48   좋아요 1 | URL
제목과 다르게 식인과 제왕은 식인을 많이다루진 않습니다 식인이라면 이녀석이 조금더 좋습니다
 
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당선, 합격, 계급'에서는 여러 문학상의 대상 수상작은 단행본으로 출간된다고 했다. 그리고 책의 판매량과 상관없이 상금을 주므로 이 수상작 출간에 대한 인세는 대개 없다고 했다. 책 알제리의 유령은 문학동네 대상작으로 아마 이렇게 출간되었을 것이다. 대상수상작이라 뒷편에 여러 소설가들의 평론이 짤막히 들어있고 그걸 보면서 작가 황여정이 황석영의 딸이란걸 알았다. 그리고 보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책엔 네명의 사람이 표지에 등장하는데 마치 마그리티 처럼 여러 겹을 짤라서 나온다. 뭔가 서로 얽히면서도 다른 층위에 있는 느낌이고 책을 읽으면 표지가 왜 이랬는지 감이온다.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서로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징과 율(두개다 본명이 아니었는듯.)이란 청년이 있는데 둘은 어려서도 알고 이성적 호감을 느끼며 항상 그리워하나 내색하지 않는 사이다. 마치 친한 남자친구 둘이 자주 서로를 그리워하고 오랫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연락은 10년만에 하는 그런 경우와 흡사하다.

 하여튼 둘은 그런 오묘한 관계인데 문제는 둘의 부모역시 서로 얽힌 사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연극이란 공통분모가 있었고, 80년대 학번으로 학생운동을 했었으며 책엔 마르크스가 지은 것으로 나오는 '알제리의 유령'이란 극본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극단을 한 오수란 인물이 나오며 그를 흠모하며 연극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철수란 인물도 나온다. 4개의 장 중 첫장은 율과 징의 이야기를 둘째 장은 철수가 오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셋째 장에서는 철수와 오수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 장은 알제리의 유령 극본의 탄생과정과 이것이 어떻게 한국으로 넘어와 부모세대들이 공유하게 되었는지가 나온다.

 처음엔 연애소설처럼 읽히지만 부모들의 이야기가 나오며 이야기를 성격이 많이 바뀐다. 재밌는 구성이었는데 처음엔 관계들이 어떻게 얽히는 것인지 헛갈리기도 했다. 재밌는 구성과 시도였고 무딘 내가 보기에도 문장이 예뻤다. 볼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92년에 성립한 조선을 가장 크게 뒤흔든 사건은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조선을 임진왜란 이전과 이후로 나누곤 한다. 그리고 그 임진왜란의 한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이순신이다. 어려서 누구나 이순신 전기를 한번쯤 읽었을 것이고 그를 다룬 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을 깊이 있게 다룬 책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깊게 다가가지 않는 느낌이랄까. 

 

 이순신을 다룬 책 중 내가 처음 본 제대로 된 책은 바로 이 책이다. 지금은 어느새 나온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고전이지만 군대에서 무척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있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의 백의종군 후 명량해전을 다룬 책이며, 오래된 기억이지만 음식을 먹는 장면과 음식의 묘사, 그리고 이순신의 인간미와 고뇌, 명량해전의 대단함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교과서엔 고작 12척의 배로 적선 133척을 물리친 것으로 나오지만 이 건조한 문장만으론 그 싸움의 비장함과 대단함을 느끼긴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본 책은 징비록이다. 이순신을 천거하여 선조로 하여금 신의 한수를 두게 만든 서애 유성룡의 저작이다. 징비록은 사실상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문서였음에도 이후에 일본과 중국으로 넘어갔고, 그 덕에 임진왜란의 주인공이 일본과 중국이라고만 생각했던 양국에게 조선이 전란의 중심국 역할을 당연히 했음을 주지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한 책이다. 징비록을 보면 전란의 참혹함이 느껴지며 이순신의 제외한 거의 모든 장수와 대신들이 유성룡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는다. 선조도 욕하고 싶지만 주상이므로 애써 참는 모습이 애처롭다.

다음은 이순신의 7년이다. 소설인데 이순신의 전공이외에도 의병장이나 다른 전투들도 다루어서 임진왜란을 총체적으로 느낄수 있다. 전체적으로 재밌지만 이순신을 다루지 않은 다른 부분들은 좀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통제사와 다른 휘하 장수들이 사투리를 쓰는게 재밌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것이 바로 이순신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난중일기다. 난중일기를 읽기전 전쟁을 직접 지휘한 이순신의 생동감 넘치는 전쟁묘사를 기대했건만 큰 오산이었다. 이순신의 전과가 집중된 임진년의 전투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순신의 전과가 임진년에 집중되어 있기에 이는 몹시 안타까운 일이었는데 계속된 패전에 임진년 이후 왜군은 수군전력에 한하여 매우 수세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순신의 3대첩중 오직 명량해전만이 난중일기에 수록되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한창 전쟁을 치루느라 여러가지를 관리하고 전략에 골몰하고 있는 이순신이 일기까지 남긴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중일기에 수록되지 않았음에도 이순신의 전과나 전투장면은 매우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아무래도 이순신이 전투 후 올린 장계가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중일기엔 주로 이순신의 일과 생활이 등장한다. 그리고 무척이나 많은 관직과 인물들이 등장하며 의외로 이들의 교체는 전시임에도 무척이나 잦았다. 전시였으므로 전사나 질병으로 인함도 있었지만 이보다는 주로 중앙에서 내려온 어사나 선전관 등에 의해서 징계를 받거나 압송당해 교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시였음에도 중앙에서의 중상모략과 세력다툼이 계속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순신 자체도 이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오랜 전우인 권준이나 신호등이 파직되었을땐 특히 그러했다.

 장수들은 통제사인 이순신을 무척이나 자주 방문했다. 그리고 이순신도 부하 장수들의 진영을 자주 방문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인간관계는 중요한 법이니  그렇다.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도 무척이나 많은데 통제사는 많이 받기도 하였으며 그만큼 많이 주기도 하였다. 서로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잦았고, 활쏘기로 내기를 하거나 종정도 놀이를 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다소 의외인 부분은 이순신이 무척이나 많은 형벌과 처형을 명했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순신의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미화하다보니 이런 부분이 의외로 느껴지는 것인데 1만이 넘는 군사를 책임지는 자리다 보니 형벌도 많아짐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전란 1-2년차에 목을 베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초기 왜군의 우세로 도망병이 많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항복한 왜군들 중 순순히 투항하지 않거나 거짓을 일사는 경우에 목을 베는 일이 많았으며 부하장수들중 죄가 중하면 목을 베기도 하였다. 곤장을 치는 일도 많았는데 부하 장수가 죄를 짓거나 군기 관리가 헤이하면 군장을 치곤 했으며 재밌는 부분은 직급이 높은 장수가 잘못을 하면 그 부하는 곤장을 치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공무를 했다는 기록을 많이 남겼는데 이 공무를 쉬는 날도 의외로 적지 않았다. 이는 조선의 법도 때문이었는데 역대 왕들의 제삿날은 공무를 쉬는 날이었다. 또한 이순신 자신의 가족 제삿날에도 공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월 1일과 보름에는 망궐례를 하였는데 이는 중앙의 임금에 인사의 예를 올리는 것으로 법적으로 정해진 것 같았다.

 또한 이순신은 무척이나 자주 아팠다. 생각보다 몸이 건강하지 않은듯 한데 적어도 2-3달에 한번은 몸이 아팠으며 일단 아프면 1주일 이상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50대로 당시론 고령이었고, 전쟁 초기에 어깨에 총을 맞았기 때문일수도 있다. 또한 난중일기에 보면 남해안은 무척이나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이 거센 날이 많았는데 이 역시 이순신의 건강에 좋지 못한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여러 사람에 대한 평을 남겼는데 가장 많은 평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원균이었다. 원균에 대한 이순신의 감정은 매우 좋지 못한데 원균과 함께 전쟁을 치루거나 통제사로 근무하면서 같이 있었던 몇년간은 거의 2-3일에 한번 꼴로 원균에 대한 비난이 수록되었을 정도다. 원균에 대한 이순신의 평은 대개 '가소롭다' '우습다' '흉악하다' '괴이하다' 등이다. 초기엔 원수사나 원공으로 불러주기도 했지만 부정적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땐 '원흉'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오래 함께한 전우인 권준이나 신호, 이영남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지만 이들 역시 잘못을 저지르면 비판하는 공정한 모습도 보인다. 부하들 중에는 원균의 수하였던 남해현련 기효근을 무척 싫어한듯 하다.

 이순신의 일기이니 난중일기에선 그의 인간적인 면도 느낄수 있었는데 비교적 냉정하고 차분한 그의 글에서도 감정이 복받쳐 오른 부분은 1597년 정유년이었다. 그 해는 이순신에겐 최악의 해라 말할 수 있는 해로 파직당해 백의중군을 당했고 원균의 미숙함으로 7년간 육성한 군의 대부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이순신의 어머니가 죽고, 왜군에 의해 아들 면이 전사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아들 면의 죽음에서 이순신은 슬픈 감정을 숨기지 않고 토로한다.

 책 난중일기는 사실 재미난 책이라곤 말하기 어렵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날씨에 대한 묘사 많은 등장인물과 이해하기 어려운 관직등이 열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 이순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호가 대체 뭘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봤다. 0호는 다름 아닌 신문인데 애초에 출간할 생각도 없이 기획만 하고 있으니 0호다. 1호가 나올수 없으니 말이다. 이런 기가 막힌 계획을 한 사람은 시메이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의 주인공 콜론나를 이 계획에 끌어들인다. 콜론나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독일어를 어려서 배워 번역일을 시작해 각종 지방의 일간지 작업이나 대필을 주로 해온 사람이었다. 그는 한때 작가가 되려고도 노력해왔지만 대필작가로서의 능력을 탁월했으나 왜인지 자신이 스스로 작가는 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웬일인지 이런 별볼일 없는 경력에 나이가 50이 다된 콜론나지만 시메이는 만들생각이 없는 신문의 데스크로 그가 적격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유를 궁금해하는 그에게 이 신문은 자신에게 돈을 대는 한 사람을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적을 공격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유리하게 다지기 위함이다. 콜론나에게 지불할 거부할수 없는 거액도 그런 과정에서 마련할 것이라고 시메이는 말한다.

 그렇게 시작한 지저분한 일에 6명의 기자가 모여든다. 게중엔 제법 진지하게 기자생활의 전기를 마련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늘 그렇듯 밥벌이를 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모여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라곤 제대로  된 사회기사를 쓰기보단 평범할수도 혹은 하급잡지나 다룰만한 가십성 기사라도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들은 그런 회의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콜론나에게 이탈리아 파시스트 무솔리니와 교황바오로 1세에 대한 음모를 매일 같이 이야기하던 기자 브라가도초가 갑작스레 살해된다. 경찰이 사무실을 들이닥치고 시메이는 브라가도초가 제기한 음모가 상류층의 누군가를 건드렸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시메이의 윗선도 이미 더 이상의 신문제작중지를 지시한 상황. 콜론나는 위기를 느끼며 사태 수습에 고심한다.

 책은 이런 줄거리를 갖고 있으며 대부분의 장면이 언급한 회의 장면이다. 회의에서 서로가 하는 말은 상당히 긴편인데 이걸 다 읽기가 좀 힘들었다. 거기에 친숙하지 않은 이탈리아의 배경과 용어들은 더 힘든 부분이었다. 오래전 에코의 가재 걸음을 본적이 있는데 그 책 역시 무척 읽기가 힘들었던 생각이 난다. 에코와는 잘 안맞는듯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은까페 2018-11-2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움베르토 에코 괜찮은데^^

닷슈 2018-11-22 22:0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