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우리 사회의 화두였던 혁신교육은 어느새 일반명사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교육감이 선출직으로 변경된 이후 진보교육은 대세로 자리 잡았고, 정확친 않지만 현재 전국 교육감 중 대구, 경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교육감이 진보교육정책을 펴고 있다. 진보교육감이 펴는 정책은 자세한 부분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혁신교육이다.

 그중 인구가 1300만으로 가장 많으며 민선교육감이 출범한 후 계속 진보교육감이 선출되 안정적으로 10여년간 혁신교육을 현장에 정착시킨 지역이 경기도다.(서울 역시 선도적이었지만 중간 교육감 고체로 맥이 다소 끊어지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역량중심교육과정인데 경기도는 이미 2012년 지역교육과정을 출범시키고 이를 역량중심교육과정으로 편성운영하였다. 여러가지 혁신정책을 선도하고 이슈화한 지역인데 그런 경기도의 혁신 발자취 10년을 담은 책이 이 책이다.

 지난 10년간 혁신학교, 고교 평준화, 민주시민교육과설치, 혁신교육지구, 9시등교, 상벌점제폐지, 마을교육공동체, 경기도교육과정,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꿈의 학교, 꿈의대학, 몽실학교등의 파급력 큰 정책이 경기도에서 시행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선도적이었고, 다른 지역과 교육외 분야로의 파급력도 컸다.(무상급식이 서울시장을 교체하는 사건의 단초였음을 기억하자)

 경기 혁신 교육은 김영상 정권 시절 5.31교육개혁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다. 5.31교육개혁은 창의성과 다양성, 자율성이 기치였으나 역으로 신자유주의로 인한 교육시장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이후 한국 교육은 경쟁터이자 교육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교사는 위에서 내려오는 여러가지 개혁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로 인한 교육현장의 피폐화를 막기 위해 경기혁신교육은 교육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민주성, 윤리성, 전문성, 창의성을 기본철학으로 혁신교육을 구현하였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1. 민주성-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

 [민주시민교육과 설치, 학교자치활성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학교문화 만들기 등]

교육의 주요 목적은 민주시민의 양성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이를 체험하고 체현하며 배워야할 학교 현장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사와 교육청 중심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지시와 명령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성장과정에서도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한 민주시민이 나올리 만무했다. 

 때문에 학교현장의 민주주의를 우선했다. 매년 학교의 민주주의지수를 조사하고(절대 이를 학교평가에 이용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이를 구성원들간에 공유하며,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기회를 갖게 했다. 이로 인해 매년 경기도교육현장의 민주주의 지수는 상승하고 있는 편이다. 물론 민주주의 지수에서 같은 항목을 두고도 학생과 교직원의 입장, 그리고 학부모와 교직원의 입장이 크게 다른 부분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음은 민주시민교육과의 설치다. 교육청 내에 민주시민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는 전국최초였다. 현장에 안착하여 민주시민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민주시민 교재를 개발하여 현장에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은 학교자치 활성화다. 학교의 주인은 엄연히 학생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학생에게 교육내용자체는은 그렇다쳐도 대부분의 행사와 학교운영이 그대로 주어지기만 했다. 민주시민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주인이 되기 만무한 상황. 학생자치에 힘을 싫기 위해 기존 교장이 배부하던 임명장 대신 학생이 스스로 조직한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어져 선거를 주재하고 이 단체가 당선자에게 당선증을 부여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나 각종 체험학습 위원회, 주요 학교교육행사 및 일정에 학생자치회가 참여하도록 하여 주인의식을 높여나갔다. 예산도 제법 많이 배부하여 내실있게 학생자치회를 운영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 윤리성-구성원간의 관계, 신뢰와 자존감회복

[학생인권조례, 상벌점폐지, 무상급식, 9시등교, 회복적생활교육, 아침맞이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인권을 학생에게도 부여하고자 했던 이 조례는 짧은 교복치마와 화장, 길고 염색한 머리등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로 뒤덮였지만 현장에 잘 안착되었다. 과거와 다르게 교사에 순종적이지 않고 반항적이며 다루기 힘들어진 요즘 학생들을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더욱 지도하기 힘들어졌다는 푸념도 있지만 이는 그만큼 이전에는 학생지도에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 주로 이용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물론 학생의 신장한 권리만큼 의무도 충분히 가져갔는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 하여튼 학생인권조례는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공부하는 기계로만 취급되었던 아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하나의 획기적 계기였다.

 무상급식은 하나의 보편적 복지로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우고 신체적 건강을 하나의 교육으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기존 아이들은 급식비를 내고 밥을 먹고 있었으며 학교현장에선 선별적 복지로 10%에 달하는 아이들이 급식비를 지원받고 있었다. 이를 모두 지원하여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급식의 질을 높인 것이 무상급식이었다. 유기농 급식으로 질적 상승까지 갖고와 학생의 건강한 신체발달과 기본체력과 체격향상, 수업에의 집중도 향상까지 노린 정책이었다.

 9시등교는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 정책 이후 연구에서 학생들은 수면시간과 아침식사 비율의 증가를 보였고, 지각생이 감소하고, 수업집중도도 향상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아침시간이 확보되어 학습에 대한 준비도가 증가하였으며 부모와의 대화시간도 증가하였다고 한다.

 아침맞이는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을 교문앞에서는 학교장이 각 교실에선 담임교사가 학생을 맞이하는 활동이다. 어제 있었던 일이나, 간단한 기본 표시 및 공유, 교사와 서로 간단한 스킨쉽, 산책하기등 다양한 활동으로 학습을 위한 정서적 준비와 안정을 가져왔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기존 처벌 위주였던 학생의 잘못된 행동 변화를 조정과 화해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다. 사회에 비교하자면 범죄자를 교도소에 보내 응보적 정의를 실현하기보다는 북유럽형태로 교화에 가까운 형태로 다루는 형식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문화를 평화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생활 교육 패러다임으로 생활지도에서 생활교육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3. 전문성-개인을 넘어 공동의 성장과 학교역량신장

[전문적학습공동체,  교원업무정상화, 승진체계개편 등]

교원은 마땅히 전문직임에도 오랜 시간 위로부터 내려오는 소모적인 지시와 비민주적이고 자율성이 허용되지 않는 학교현장과 교육방침으로 전문성을 펼치지 못하고 소모되어왔다. 우선 교원들은 너무 많은 수업과 교육이외의 일을 해오고 있었는데 교사업무유형을 살펴보면 수업이 33% 학급운영이 11% 생활 지도 및 상담이 15%, 교무행정업무가 26%, 일반행정업무가 15%로 거의 절반 가까이를 교육 이외 업무수행에 이용하고 있었다. 실제 한국 학교의 교직원 인적구성을 살펴보면 수업교사는 학생 1000명당 OECD평균이 72.9인데 반해 한국은 42.4명, 보조교사는  OECD평균이 4명인데 한국은 0명, 비교수 인력은  OECD평균이  6.8인데 한국은 0.8명에 불과했다. 즉, 정부가 학교운영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제공치 않음으로써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교육업무에 충실치 못하고 다른 업무에 소모되어 왔다는 것이다.

 교원업무 정상화는 교사가 가르치는일에 전념할수 있도록 학교환경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학교교육력을 높이는게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교무업무를 보조한 행정실무사 인력을 학교에 투입하였으며 각 학교는 교육환경 중심의 환경을 구성하도록 업무를 조정하게 하였다.

 다음은 전문적 학습공동체다. 그동안 교사연수는 교육청과 교육부중심으로 정책에 대한 연수를 주로 시행해왔다. 거기에 연수주체도 대부분 교장이나 교수, 장학사들로 현장에 대한 거리고 있거나 교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있어 전문성과 공감이 부족했다. 또한 내부연수가 부족하여 단위학교자체의 문화와 문제를 해결할 역량배양역시 미흡하였다.

 이에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조직하여 개별학교의 교육활동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를 학교안에서 교사들이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여 성장하고 학교문화를 바꾸는 시도를 시작하였다. 외부강사보다는 자체학습을 중시하였고, 토론을 중시하여 역동성을 높였다. 또한 연수의 관점을 개별교사의 역량신장보다는 학교공동체의 역량배양에 초점을 두었다.

 다음은 승진체계 개편이다. 교원의 승진률은 3%로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한 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감, 교장으로 승진한 교원들의 역량이 낮다는 것이 문제였다. 때문에 오랜시간 승진체계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쉽지 않았다. 우선 교원이 국가직이다 보니 교육감이 의지를 갖고 있어도 교육부와의 협의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교육부나 교육청은 자신들이 밀어붙이는 정책에 대한 승진가산점을 부여해 사실상 승진을 원하는 교원의 역량을 배양하기보다는 정책도구로만 활용해왔다.(학교폭력가산점이란 놀라운게 있다) 또한 기존승진체계에 대한 신뢰도 문제였다. 개혁을 하려고 해도 기존체제에서 승진점수를 쌓아온 사람들의 반발이 클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은 승진가산점을 개편하면 개편하기 어려운 다른 승진가산점이 변별력을 갖게 되는 왜곡의 문제였다.

 때문에 승진체계의 개편은 보다 민주적인 리더쉽을 갖고 역량과 비전을 갖춘 인물이 학교장으로 활약할 수 있게끔하는 것이 주요골자였다. 승진과정에서 대상자가 몸담았던 학교교직원으로부터의 온라인 평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무자격자의 공모제나, 학교장아카데미, 교장보직선출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4.창의성-학습자의 선택과 협력적 활동기회 제공,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편성운영

[혁신학교, 혁신지구사업, 꿈의 학교, 몽실학교, 경기도교육과정]

경기도교육과정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학습자가 교과내용 지식의 습득을 넘어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거나 구체적인 문제해결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동원하고 사용할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즉, 학생의 창의성과 이를 통한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는 교육과정인 것이다. 그간 국가교육과정은 총론 수준에서는 제법 그럴싸한 내용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각 교과의 각론이 그저 지식위주로만 채워져 총론과 각론이 따로노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량중심교육과정임에도 각 교과의 지식만 목표로 삼는 성취기준이 많다. 주로 수학과 과학이 그렇다] 반면 경기도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의 재구성과 재해석이라는 용어로 국가교육과정의 약점을 각 지역과 단위학교가 폭넓게 변용하도록 허용하였다. 지금은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디자인이 일상화 되었지만 10년전만 해도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다.

 다음은 혁신학교와 혁신지구사업이다. 혁신학교는 민주적 학교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윤리적 생활공동체와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삶의 역량을 기르는 학교다. 이는 매우 많은 혁신과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교실혁신에서 학교혁신으로 발전하면서 더 넓고 확장된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때문에 혁신학교가 학교를 단위로 하는 정책이었다면 학교를 넘어 지역단위로 확장된 교육개혁 정책이 필요하였는데 이것이 혁신지구사업이다.

 몽실학교는 청소년이 주인인 교육시설이다.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로 운영되며 모든 프로젝트는 무학년제를 기본으로 하며 5-20명의 학생이 연간 48-72시간을 운영한다. 몽실학교는 프로젝트 중 정책마켓이라는 것을 히트시켰는데 정책을 상거래처럼 구매의향자에게 판매하는 것이었다. 제1회 정책박람회에서는 학생부기록간소화, 청소년 알바 부당대우금지, 100만원으로 대학다니기, 제2회에서는 성중립화장실, 교복인가? 고복인가? 등의  정책이 주목을 받았다. 몽실학교는 학교, 교사중심 교육과정에서 벗어났고, 지역사회 교육자원봉사자의 교육기부 활성화,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자발적 배움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꿈의 학교는 학교와 마을이 연계한 마을교육공동체 주체들이 참여하며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바타응로 학생 스스로 기획, 운영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꿈이 실현되도록 돕는 학교다. 꿈의 대학은 경기도교육청 소속 고등학생이 경기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기관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특별 개설한 강좌를 희망에 따라 수강하여 융합적 사고력과 진로개척 역량을 신장시키는 학생중심 프로그램의 학교이다.

 

이처럼 경기교육 10년은 많은 개혁과 정책을 이루고 안착시켜왔다. 하지만 그림자도 많다. 우선 교사나 학교, 지역간 혁신교육의 실천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양적발전을 꾀하도보니 질적인 발전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혁신교육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 지역의 이해도가 천차만별이었다(아직도 교육현장엔 혁신교육에 대한 이해도와 반감이 많은 교직원이 많다) 이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경기혁신교육의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고 정책을 실천하기보다는 기존처럼 위에서 주어지는 혁신정책을 추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 경기혁신 교육3.0은 다음과 같다.

학생은 교육이 삶과 연계되고, 독창성과 창의적 교육, 꿈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교육, 예체능 교육활성화, 소통과 존중이 있는 관계,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민주적인 학교를 갖게하는게 목표다.

교사는 자발성을 촉진하고, 기본에 충실한 책무성, 학생자치, 민주적인 교육과정 거버넌스 구축, 교사의 교육환경개선, 교육청 개혁이 목표다.

학부모나 시민단체는 지역별 교육의 이형화, 혁신교육의 기본 지키기,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혁신 추진, 학부모거버넌스구축, 성찰에 기반한 문제해결이 목표다.

다음 혁신교육정책도 기대해보며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교육문제가 해결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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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의 배신 - 길들이기, 정착생활, 국가의 기원에 관한 대항서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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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스도 그렇게 했지만 단선적인 역사관이 지배적이다. 사용하는 도구라면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의 형태, 그리고 경제체제라면 수렵채집-농경-산업형태다. 실제로 이런 라인을 따르지 못하거나 늦었던 민족, 사회, 국가의 운명이 지난 백여년간 어떠했는가를 잘 알고 체험했기에 이 같은 단선적 역사관은 쉽게 옹호되고 받아들여지는 편이다.

 책은 이런 단선적 역사관 중 특히, 농경에 대해 시비를 건다. 사람들이 수렵채집 형태의 생활을 영위하다 가축과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정착하고 국가를 이루어 발전했다는 이야기에 대한 시비다. 물론 농경이 현대 문명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국가의 시초이긴 하지만 그 국가 소속 개별 인간에게 생각보다 많은 악영향을 준 것은 최근 잘 알려져있는 편이다.(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영양실조와 굶주림, 작아진 체격, 농경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구조로 여러가지 농경후유증, 충치와 전염병, 신분사회와 가혹한 착취 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렵채집의 더 나은 다음 단계가 농경이고, 발전과 생존을 위해 이렇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사고가 지배적인데 책은 이를 하나하나 따져본다.

 

1. 착각들 

 우선 지적하는 점은 농경 및 가축의 시작과 도시국가의 탄생에는 생각보다 커다란 시간차가 난다는 것이다. 보통 농경 및 가축의 시작과 정착사회의 탄생을 거의 같은 시점으로 생각하지만 최초의 농경과 초기도시국가와는 무려 4천년의 시간차가 난다. 더 웃긴 것은 농경과 가축  이전에도 도시국가정도의 수준은 아니자민 유의미한 규모의 정착생활은 이미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가축과 농경의 시작이 반드시 대규모 도시국가 형성으로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며, 가축과 농경전에도 정착사회가 있었던 만큼 둘은 항상 병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두번째 편견은 초기국가문명이 매우 풍요로운 지역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기 국가에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수만명의 사람이 몰렸고, 좁은 지역에 갇혀사는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선 당연히 지역이 어느 정도 풍요로워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국가와 풍요로운 지역은 반비례관계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초기 국가가 형성된 지역은 대개 지금은 건조지역인데 초기 정착이 시작되었을 무렵 이 지역은 지금보다 해수면이 높았고 대개 습지지역이었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유속이 느려져 강하구에 삼각주나 거대습지가 많이 형성되었고 사람들은 대개 이지역에 일부 정착했다. 습지지역은 동물과 식물식량이 풍부했고, 생태적 다양성으로 꾸준히 먹을거리가 교체되어 매우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국가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한군데 잡아놓고, 세금을 징수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먹이사슬이 매우 단순하고 영양적으로 빈곤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양한 먹을 거리는 무엇을 징수해야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되며, 영양적 풍부함은 굳이 국가사회에 개인이 속박되는데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세번째는 농경을 하는 도시국가와 여러 제국 및 강력한 나라들이 등장했음에도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인류의 또 하나의 생활방식(사실 원래 생활방식이 맞다)으로 수렵채집이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농경사회는 스스로를 문명사회로 칭하고 이들을 야만인으로 대접했다. 실제로 수많은 농경국가들은 이들 수렵채집, 유목사회와 오랜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 우리로 생각하면 북방민족들이 그렇다고 할수 있다. 이들은 인구수는 적었지만 무력이 강했고, 하나로 세력이 통합될 경우 농경국가를 무너뜨릴만큼 충분히 강력했다. 흉노나 몽골 및 만주족, 게르만족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만 봐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는 면이다. 농경국가가 이들을 완전히 제압하고 세력권하에 두게 된 것은 1600년 경으로 화약제국의 완성으로 기마병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부터이다.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지금의 영토국가들이 세계의 나머지 부분들을 세력권하에 두기 시작한 시점과 대개 일치한다. 하지만 이들 수렵채집, 유목사회가 농경국가들과 항상 대치했던 것만은 아니다. 농경국가들은 강유역의 농경에 유리하며 부양력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곳에 대개 위치했으므로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목재나, 모피, 귀금속 등의 산물이 항상 부족했다. 농경국가들에 이런 천연자원들을 교역한 것이 수렵, 유목민족들이다. 이들은  식량 및 가축, 문화재 등의 물품을 받아가고 이런 천연자원들을 농경국가에 전달했다. 전쟁보다는 이런 교역의 역사가 훨씬 컸을 것이다. 실제로 수렵채집, 유목민족들도 한번에 모든 것을 털어가는 약탈과 파괴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이득을 주는 교역을 선호했을 것이다.

 

2. 도무스의 탄생과 도시국가의 탄생

 도무스는 가구를 뜻하는 라틴어로 경작지, 씨앗과 곡식저장고, 사람들과 사육되는 동물들이 전례없이 좁은 한 곳에 집중된 득특한 장소다. 말이 어렵지 농사짓고, 가축치는 농가하나를 생각하면 된다. 인간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변 경관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인위적으로 불을 질러 다른 잡목을 제거한 후, 식량이 될만한 식물자원의 씨앗을 심어 수확하는 등의 행위다.

도무스는 이처럼 주로 불등을 이용하여 주변 경관을 정리하여 생존에 적합한 동물과 식물을 자신의 주변 근거지에 배치하기를 원하는 인간의 오랜작업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후기 신석기 사회에 등장한 도무스는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생태실험장이된다. 자연상태에서 동식물종은 도무스처럼 좁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경관하에 집중된 적이 없다. 농경과 가축을 위해 땅을 정리한 결과 토양은 해가 더 많이 비치고 외부에 많이 노출되게 된다. 이로 인해 토양안에 새로운 생태질서가 자리잡게 되며 기존의 동식물과, 기생충, 곤충등은 일종의 교란상태에 빠지게 된다. 생물종이 집중하면서 좁은 자리에 오물이 집중적으로 쌓이게 되며 이는 기생생물의 대량발생으로 이어진다. 질병의 주 매개체인 모기와 절지동물이 이 오물을 번식과 섭식에 용이한 장소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이 가축과 장시간 밀접접촉하게 되면서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창궐하게 된다. 인간은 가금류와는 26가지, 쥐 및 생쥐와는 32가지, 말과는 35가지, 돼지와는 42가지, 염소 및 양과는 46가지, 소와는 50가지, 개와는 무려 60가지의 전염병을 공유한다. 유명한 홍역은 양과 염소의 우역바이러스에서 천연두는 낙타와 소의 설치류 조상에게서, 인플루엔자는 조류에게서 유래했다.

 이 같은 도무스는 동일작물재배의 취약성과 가축 및 인간에 대한 기생생물과 곤충, 전염병의 공격으로 취약하고 생산성이 높지 않았다. 때문에 인간은 앞서 말한 것처럼 도무스를 생성했음에도 오랜 기간 도무스의 자급능력부족으로 수렵채집사회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대규모 정주생활인 도시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마땅한 설명은 없지만 현재까지의 가장 그럴듯한 대답은 광역혁명이다. 말이 혁명이지, 쉽게 말해 영양의 하향평준화라 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아마도 남획으로 고영양의 동물식품이 줄어들었다. 이에 인간은 대안으로 하위 영양수준(그러니까 더 작고 영양가가 적은 동물)에서  더욱 다양한 생계자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것이다. 이로 인해 수렵채집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도무스에 보다 의존하게 되었으며 정착생활은 자연스레 더 높은 출산률로 이어지게 되었다. 즉, 정착과 도무스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광역혁명결과 인간은 땅을 일구어 농사짓고, 가축을 가르는 부단하고 반복되는 고역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영양은 취약해졌고, 건강이 악화되어 사망률은 높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정착으로 인해 국가에 속박되기 시작한다.

 

3. 국가의 시작과 통제도구들

 국가는 보통 노동의 분업이 이루어진 상당히 복잡하고 계층화된 위계적 사회에서 행정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행정력이 미치는 범위가 중요한데 보통 그것이 국가의 영토다. 과거 초기 도시국가는 행정력이 미약했기에 그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았다. 최초의 도시 국가가 형성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기원전 3500-2500년 정도에 해수면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유프라테스 강의 유량이 줄어들었다. 기후가 건조해졌고 강물이 줄어 들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영양을 제공하던 습지가 사라지고 강의 본류만이 남게 된다. 줄어든 강물 탓에 토양이 염류호하여 경작 가능한 땅이 줄었고, 사람들을 부양할 만한 땅 역시 줄어들게 되었다. 이렇게 맞이 한 광역혁명의 결과로 사람들은 더욱 좁은 땅에 노동집약적으로 일하게 되었고, 건조함으로 인해 관개사업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곡물과 인력이 소수의 경작가능한 땅으로 집중하자 전유, 계층화 불평등이 발생한다. 국가의 본격 시작인 것이다.

 국가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면도 있었지만 좁은 지역에서 사람들을 가둬놓고 착취하는 가혹한 것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국가에 얽메이면서도 벗어나기를 희망하며 역으로 국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강하게 통제한다. 국가가 자신을 유지하고 사람들을 통제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성벽과 세금징수, 글이다.

 보통 사람들은 성벽을 도시국가를 같은 외부의 도시국가나 수렵유목민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 실제로 성벽의 존재는 외부로부터 보호해야 할 소중한 것들이 존재함을 의미하며 이는 주로 백성들로부터 징수한 것들이다. 즉 성벽은 영속적 경작과 식량저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으로 성벽은 도시국가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성문은 주로 낮에만 개방되고 밤에는 차단되었으며 항상 문지기가 있어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다. 또한 대개의 지역민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통제되었다. 과연 성벽이 방어만을 위한 목적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다음은 세금이다. 국가의 유지와 존속에 가장 필요한 것이며 형태를 달리할 뿐 오늘날까지 존속하는 것이다. 세금은 지금은 화폐로 징수하지만 인류역사상 대부분 곡물의 형태로 징수했다. 곡물과 국가사이에는 생각보다 단단한 결합이 있는데 이는 과거에는 오로지 곡물만이 조세의 형태로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곡물은 쉽게 눈으로 볼 수 있고, 낟알이 작아 아주 작은 단위로 균일하게 나눌수 있으며 가치 산정이 가능하다. 또한 운송이 쉽고, 배급도 용이하다. 게다가 땅위에서 자라나 눈에 보이는 형태로 거의 동시에 심어 동시에 수확하니 일시에 세금징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장점이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한번 고구마를 생각해보자. 고구마는 땅속에서 자라나니 정확한 수량을 알 수 없고, 주인이 기습적으로 수확하거나 수확량을 얼마든지 속이기에 용이하다. 또한 지금처럼 저울이 일반화되지 않은 과거에는 이를 정확한 수량으로 나누어 주기가 어렵고 단위부피당 무게도 무거워 운송도 쉽지 않다. 도시국가들에서 곡물만을 선호한 이유이며 이런 이유로 카사바나 얌, 고구마 등이 주식인 지여게서 도시국가가 자라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은 글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한글을 개발했다는 이유는 매우 낭만적이지만 실제 인류문명사회에서 글의 발명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글은 국가형성기에 등장한 것으로 정주 사회의 형성 및 국가의 기원, 운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앞서 말한 세금의 징수와 인력의 관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초기 도시 국가들은 고유의 문자를 발명하고 사용했지만 매우 소수의 집권층들만 이를 사용했기에 흔적이 얼마 남지 않았고 도시 국가의 명멸과 동시에 글도 대부분 사라졌다. 중국의 진의 경우 통일을 하고나서 지역마다 다른 독특한 측정관행을 없애고 모든 것을 통일하고자 하였는데 이는 재산과 물산, 인력을 모두 통제하고 징수하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국가 통치유지를 위한 징수와 착취의 도구로서의 글에 대한 정체성은 피지배민들의 가슴속에도 어렴풋이 이해되었던 것으로 보이다. 농민반란이나 노예들의 반란에서 일번으로 태워졌던 것이 바로 그들의 신분과 재산을 나타내는 문서였으니 말이다.

 

4.초기 국가의 약점들

역사상 농경을 바탕으로 한 왕조들은 그 수명이 그리 길지 못한다. 한국의 왕조들은 갑작스런 백두산 분출과 말갈의 대두라는 진퇴양난으로 200년만에 망한 발해를 제외한다면 세계사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정도로 그 수명이 길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농경왕조들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 길어야 2-3백여년 수준이다. 이는 농경국가가 가진 내재적 취약성 때문인데 책은 3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식량으로 1년에 1번 수확하는 1-2가지의 주요 곡물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런 단일작물재배는 언급한 것처럼 세금징수와 유통, 관리, 배급에 매우 유용하나 가뭄과 홍수, 병충해에 취약하다. 다음은 도무스 형성과 인구과밀로 인한 전염병 취약성, 마지막은 잉여생산물이 운송체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런 미묘한 균형에 약간이나마 균열이 생길 경우 농경왕조는 크게 흔들렸다.

 여기에 외부적 위기도 있다. 바로 환경파괴와 침략이다. 초기국가는 상당한 양의 목재를 소모했다. 작물경작과 가축방목을 위한 토지정리, 조리, 난방, 가마, 주거지 건축, 금속야금, 선박건조, 기념비 및 종교건축, 철제련, 벽돌제조 등. 이 모든 활동엔 열에너지가 필요하고 그것은 과거에 바로 목재를 의미했다. 때문에 초기 국가는 일단 주변의 목재를 빠르게 소모한 후, 자신들이 위치한 강 상류지역의 벌채를 시작한다. 목재는 무겁기에 운송이 간편한 강유역부터 빠르게 목재가 소모된다.

 하지만 대가는 크다. 강유역의 삼림파괴로 하천 유역의 비가 더 빨리 흘러내리고 토사가 빨리 운반되어 격렬한 홍수가 발생한다. 토사가 축적 및 퇴적하면 자연제방이 생기고 장벽이 생겨나 강의 흐름이 이전에 비해 막히고 역류하여 습지가 생기기 쉬운 여건이 된다. 그리고 이런 습지는 모기가 대량발생하기 쉬워 도시에 말라리아를 가져온다. 또한 물의 부족으로 관개농업을 지속할수록 토양엔 염류가 쌓이게 된다. 염류의 제거를 위해 계속 토양에 물을 공급하게 되면 결국 지하수면이 높아져 염분이 있는 물이 작물의 뿌리에 닿게 되어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식량부족이 발생하는 것이다.

 침략 역시 위기를 가져온다. 도시 국가는 아주 풍요로운 지역엔 적합하지 않아도 인구 부양을 위해 적절히 풍요로운 지역이 필요하다. 주로 강하구인데 문제는 이지역이 교통의 요지로 방어엔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방어를 위해 중심지를 풍요롭지 못한 곳에 두는 경우가 있다. 고구려 역시 초기 도읍이 졸본이었고, 발해 역시 그러했다. 양국 역시 힘을 키워 방어에 자신이 생긴후에야 풍요로운 곳으로 중심지를 이전했다. 이런 생산성의 부족은 국가의 태생부터 위기를 가져온다.

 또한 국가는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식량생산에 투입해야 할 인력의 상당부분을 항상 방어에 투입했다. 이는 생산력의 저하를 가져오며 초기 국가가 인적자원에 매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도 인구는 매우 중요하지만 과거엔 인적자원의 확보가 국가의 성패에 매우 중요했다. 지금의 통념과는 다르게 전쟁 승리의 대가로 상대방의 영토를 취하기 보다는 그곳을 황폐화시키고 인적자원을 노예로 수탈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자신들의 인구로 편입하기 위해 아동이나 인구 생산이 가능한 여성노예를 선호했다. 남성노예는 체제 편입의 어려움과 호전성으로 주로 중심지 외곽에 노예로 생산활동에 이용했다.

 게다가 초기국가는 행정력이 미약하여 영향력이 잘 미치지 못하고 조세의 운송이 어려운 외곽지역에서 세금을 잘 징수하지 못했다.(과거 고려와 조선도 북방지역의 세금은 운송의 어려움으로 자체국방예산으로 사용하게 했다) 때문에 초기국가의 수취는 주로 중심지에 집중되었다. 이에 중심지의 사람들은 착취에 시달렸고, 항상 탈출을 염원하거나 체제에 불만을 갖게 된다. 도시 반란이 잦았던 이유다.

 

이처럼 책은 농경이 자연스레 정착과 도시문명으로 우리를 이끌었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농경과 정착간에는 전후로 생각보다 오랜 시간 간극이 있었으며 도시문명이 시작 된 이후에도 세계의 상당부분은 인류 본래적 생활방식인 수렵채집, 유목이 계속되었다. 이 생활은 농경에 비해 인구를 적정히 유지하고 풍족하고 생각보다 안정적이었기에 도무스의 발명이후에도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다. 도시문명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쉽사리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며 도시문명이후에도 1600년까지는 수렵채집, 유목사회가 이들과의 교역을 담당하고 보다 강력한 무력으로 우위를 점하기도 했었다.

 도시문명은 탄생 이후에도 전염병과, 식량위기 및 부족, 외부침략, 환경파괴, 내부갈등으로 상당히 자주 명멸했으며 도시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성벽과 세금징수, 인구자원의 수탈과 확보를 해나갔다. 때문에 인류역사를 농경에서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단선적 세계관과 도시문명에 대한 낭만적이고 당위적 서사를 지적하는게 이 책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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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xing 2020-04-08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한권을 다 읽은 느낌이네요. 깔끔한 요약 감사드립니다!

닷슈 2020-04-08 17: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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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제법 인기가 있었다. 인터넷 상의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해서 인상적인 글을 남기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구매도 했고, 기대가 컸지만 막상 보니 솔직히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그의 다른 소설도 보아야 겠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하며 보았던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이 더 인상적인 느낌이다. 하여튼 기대가 너무 컸었나 보다.

 종이 동물원처럼 이 책도 단편집 모음이었다. 작가는 이 책을 내기전에 상당히 긴 호흡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는데 테드 창에 대해 워낙 몰라 이유는 잘 모르겠다. 창작의 고통은 역시나 엄청난듯하다. 종이동물원은 정작 종이동물원이 가장 별로였는데 숨에서는 숨이 제법 괜찮았다. 학자들은 우리와 여러가지 우주상수나 물리법칙이 다른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숨에나오는 우주가 그런 우주같았다. 우리 우주에서는 큰 질량을 가장 물질들이 생겨나 고온고압의 상태에서 빅뱅으로 짧은 시간내에 전우주가 퍼저나갔다. 숨에서는 이 물질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공기의 흐름 기압차이다. 여기선 웬 로봇 같은 녀석들이 등장하는데 죽을 일이 거의 없지만 이상하게도 시스템 오작동이나 사고로 다시 부팅하면 기억이 모두 사라지며 녀석들은 이걸 죽음으로 생각한다. 한 개체가 자신의 뇌를 직접 해부해보며 공기의 흐름으로 인해 자신들의 기억이 구성되고 언젠가 전우주로 공기가 퍼져나가 압력이 같아지면 공기의 흐름이 사라져 결국 자신들이 모두 죽을 수 밖에 없고 이 우주도 끝장난다는 우주의 비밀을 밝혀낸다. 그래서 제목이 숨이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란 단편에선 역시 좀 비슷하게 평행우주 개념이 등장한다. 이 세계에선 프리즘이란 장치가 발명되는데 이 장치는 다른 평행우주를 서로 연결해서 통신이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양자역학에 의해 여러 우주로 분기되어 평행우주가 생성된다는 아이디어를 이용한 작품인데 이 프리즘은 통해서 다른 평행우주에 있는 자기 자신과 주변인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심지어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하지만 데이터에 큰 한계가 있어 프리즘은 오래사용하지 못해 사람들은 간헐적으로 사용하거나 문자적도만 주고 받는다.

 이게 나오니 이상스레 불행해지는 사람이 많았다. 평행우주의 다른 자기 자아가 선택한 것이 지금의 나의 선택보다 나은 경우가 많았던 것. 그 때 그 연인과 헤어진 것, 직장을 그만둔것 혹은 그만두지 않은 것, 혹은 도전을 한거과 하지 않은 것등, 분기상 만들어진 많은 다른 우주의 결과를 보며 현세계의 인간들은 절망한다. 이 프리즘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까지 생겨날 정도다.

 또다른 인상적인 단편은 '소프트 객체의 생애주기'다. 가장 긴 분량이어서 좀 짧게 나오면 한권으로도 가능한 분량의 소설이었다. 근미래인데 가상세계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지구의 모습과 환경이 구축된다. 사람들의 일상은 양분화해 실제세계와 가상세계에서의 삶이 비슷한 수준으로 어우러진다. 한 회사가 이 데이터 어스라는 가상세계 플랫폼에 애완동물을 출범한다. 이 녀석들은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객체로 매우 귀여운 외모로 만들어졌고, 마치 애완동물을 키우는 듯 주인이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여러방향으로 자라나는 다양성을 지녔다.

 초기 큰 인기를 누리던 녀석들은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시점이 다가왔고, 개발사는 문을 닫게 된다. 세월이 오래지나 데이터 어스도 차기 플랫폼에 대체되었고, 오래전 만들어진 이 애완동물 녀석들은 차기 플랫폼으로 호환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다. 무한히 광활한 가상의 지구에 몇몇 자신과 비슷한 개체와 주인들만 남게 된 것.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해간다.

 다양한 상상이 나온다. 이 애완동물들이 학습해나아가 직업을 갖게 되거나 수익성을 갖게 되는 것, 그래서 법인으로까지 인정이 되는 문제, 그리고 인간과의 섹스가 가능해지는 것 까지 말이다. 이 애완동물 프로그램들은 소설안에서 로봇으로도 이동이 가능해 물리적 세계에서도 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본인들은 오히려 갇힌 기분을 갖고 싫어하긴 했지만.

 다양한 상상과 과학이 가득한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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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2
솔르다드 브라비.도로테 베르네르 지음, 맹슬기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아주 짧고 간략한 한 권의 만화지만 역사상 여성의 지위변화와 성차별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담아냈다. 때문에 아주 많은 내용을 상세히 알 순없지만 그래도 제법 충격적인 사실들이 상당히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여성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지위 획득은 서구권에서 노예가 얻어낸 것보다 늦었다. 아주 오래전에 본 '컬러 퍼플' 이란 영화는 백인에게서 차별받는 흑인사회내부에서도 따로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것을 잘 드러낸 인상적인 영화였다. 

 책 내용은 선사시대부터 시작하는데 여성은 생리를 한다. 강하게 풍기는 피냄새에 사냥감 동물을 자극할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남성이 사냥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역사적으로 공인된 바와 같이 사냥은 성공률이 적어 전체 식량의 대부분은 여성이 채집했고 가족들은 그것에 거의 의지했다. 하지만 지방과 단백질을 대규모로 제공하는 남성의 사냥이 간헐적이었지만 보상효과와 임팩트가 압도적이었다. 고기는 주로 남성이 먹었고 그래서 남성이 더 커졌으며 사냥에도 더 적합해졌다고 나온다. 책에서 가장 동의가 안되는 부분이었는데 뭐 하여튼 그렇단다.

 중세가 가장 기가 막히는데 종교는 왜인지 여성을 탄압했다. 남성성직자로만 구성된 카톨릭에서 여성의 득세는 좀 부담스러웠나보다. 아닌척 하지만 종교는 분명 상당히 남성중심적 집단이다. 여성집단인 수녀가 아무런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함이 증거고 이는 불교집단 역시 마찬가지이며 기독교도 마친가지다. 좀처럼 여성 목사를 본적이 없으며 비구니가 이렇다할 권력을 가진걸 본적이 없다.

 하여튼 중세엔 출산마저 부정히 여겨 출산후 여성은 무려 40일간 교회출입금지였다. 그리고 귀족여성도 그리 대단하지 않아 남편이 전쟁이나 출타중일 경우 영주의 성 탑안에 갇혀 지내야 했다. 그래서 유독 중세유럽 배경의 동화에 등장하는 공주나 왕비가 성탑안에 무척이나 자주 있었나 보다. 중세 영주는 영지내 일반 평민이 막결혼한 경우라도 그 여성을 첫날밤에 먼적 강간할수 있었다. 예전 멜깁슨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잉글랜드 귀족들이 스코틀랜드 평민들을 향해 이런 짓을 저지르는 장면이 있었다.  

 중세에 여성을 가장 손쉽게 제압하는 방법은 바로 마녀사냥이었다. 마녀는 표본이 있었는데 머리가 적갈색이고, 지식이 많으며, 28세 이상의 나이가 많은 여자, 사회체제에 불만이 있는 여성들이 그것이었다. 생리통이 심하면 역시 악마가 깃들었다고 믿었으니 많은 여성이 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마녀 감별법이란게 있는데 기가 막힌다. 당시엔 물이 악을 밀어내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인지 영화 검은사제들에 보면 막판 악마를 제거하려면 악마를 검은 돼지에 넣고 큰 강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마녀로 추정되는 여성을 꽁꽁 묶어 물에 빠드렸다. 이는 무조건 죽이는 방식이었는데 떠오르면 물이 밀어낸 것이니 악한 마녀로 입증되어 건져서 화형에 처했고, 떠오르지 않으면 마녀는 아니지만 거의 그 사이에 익사하는 셈에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서도 여성의 지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19세기의 나폴레옹 헌법은 근대적인 법으로 전체적으로 추앙받지만 여성에 관해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 법에선 여성의 낙태가 금지였고 전체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많이 깎았다. 그 법에 의하면 여성은 아버지의  승낙이 있어얌나 결혼이 가능했고, 남편에게 복종해야 했으며 재산도 없고, 직업도 남편의 동의를 얻어 가질수 있었다. 또한 직업이 있었어도 급여는 남편이 받았으며 이동의 자유도 없었고, 자신의 앞으로 편지가 와도 남편이 먼저 본후에야만 읽을 수 있었다.

 이러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데는 아이러니하게도 두차례의 전쟁이 큰 역할을 한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겪으면서 수천만명의 젊은 남자들이 징집되어 갈려나갔고, 남겨진 여성들이 평소라면 절대주어지지 않았을 직업활동을 대신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지어 전쟁보조역할과 지원 및 군수물자의 생산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영국에선 1918년에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고 1928년엔 모든 여성에 선거권이 주어졌다.

 이로 인해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점차 향상되었지만 갈길은 여전히 멀었다.  프랑스에선 1965년이 되어서야 여성이 자기 이름으로 은행계좌를 가질수 있었다. 1967년에야 1920년에 법으로 금지왼 피임이 합법화하였고, 1975년에 이르러서야 이혼이 자유롭게 허용되었다. 프랑스는 지금은 낙태가 합법이고 심지어 낙태비용도 국가가 모두 지원한다고 한다.

 많은 것이 여성의 지위와 권한이 남성과 비슷해진 현대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책에 나온 자료에 의하면 대기업 사장중 89%가 남성이고 일부 유럽의 선진국의 경우 국회의원들의 성비를 동등하게 강제하는 동수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의 33%만이 여성이다. 매년 58만명의 여성이 성범죄에 노출되고 이중 무려 90%가 여러가지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는다. 신고를 해도 처벌되는 경우는 10% 불과하다니 그럴만하다. 어느 정도 범위의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123명의 여성이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살해당하고 6만 2천명이 강간을 당한다. 또한 영화감독중 여성은 단지 20%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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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음의 과학 - 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김명주 옮김,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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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 샘 해리스, 대니얼 데닛 4명의 무신론자가 종교에 대해 논한 책이다. 무신론에 상당히 강경한 사람과 좀 유연한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종교에 반대한다는 점은 같다. 책은 이들을 판타스틱 4라고 하거나 어벤져스라 하기도 하는데 재밌다. 하여튼 최근 책같지만 대담자체도 2007년으로 오래되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2011년 돌아가셨으니 더 오래된 책이다. 전지구적으로 종교의 여러 폐해와 해결방안을 찾는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종교는 상당한 특권을 가지고 있다.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시스템과 교육시스템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마비되었음에도 종교시스템은 지속 운영된다. 자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이들 역시 이 나라와 사회의 소속임에도 그렇다. 이 책에서 4명의 저자들은 종교가 역사상 어느 순간 그러한 특권을 얻었다고 본다.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새긴 것 말이다. 문제는 이들이 이걸 절대시한다는 점인데 사실 절대시되는 법이란 없다. 거의 모든 법의 국가와 사회자체 및 그 구성원들의 수호를 위한 것이고 이것에 어긋난다면 법은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물론 법이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은 좀 다른문제지만.

 재밌는 점은 중앙집권적 형태를 지닌 천주교나 불교의 경우 비교적 상당히 통제가 잘되고 국가사회에 협조적인 반면 각각 사실상 교주가 따로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당수 교회나 여타 종교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이 좀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권이 여당이었어도 지금처럼 행동했을지 상당히 궁금한 일이다.

  종교의 특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책에서도 지적하지만 우리는 어릴적부터 아이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교육하는데 상당한 망설임과 가치중립적인 태도를 취한다. 아이는 생존을 위한 진화적 특성으로 주변 어른으로부터 부여되는 가치와 학습내용을 상당기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내면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교적 사회적으로 확실히 동의되는 우리의 전통가치나 민주주의 가치, 도덕성을 제외한다면 다른 것들은 주입이 상당히 금기시되며, 공인된 앞의 것들도 가르치는 방식에 있어서 일방적 주입을 지양하는 편이다. 하지만 종교는 그렇지 않다. 향후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아이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함에도 부모에 의한 혹은 주변인에 의한 종교적 세뇌를 축복인것 처럼 허용한다.

 포교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종교의 자유로 허락하는 것인데, 포교를 원하지 않는 상당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형태로 진행된다.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길거리에서 수차례 붙잡혀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남을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착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의미없는 행동에 수십분의 시간을 혹은 수시간을 빼앗기는 혹독한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포교하는 그 사람들도 다른 포교꾼에게 당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서로는 서로를 알아보았을까나.

 종교의 또 다른 문제는 잘못된 지식과 가치를 전파한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대부분의 지식의 근거를 전문가로부터 얻는다. 이전문가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부모님이기도, 주변의 어른이나 언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몇가진 잘못전해지기도 하지만 그 근거의 근원은 전문가들로부터 온다. 이들이 이를 우리 사회와 인간을 대표해 검증하고 증명하고 비판한다. 사실 엄청나게 철저한 검증을 받은 것들이라 할 수있다. 하지만 종교지도자로부터의 지식과 가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근거는 대개 그들의 경전이나 그것에 대한 개인적 해석에 불과할 뿐이다. 때문에 개별 신도들과 달리 종교적 지식과 가치에 대해 입증책임이 있는 종교지도자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보다 무게와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다음은 종교에 내재한 절대주의다. 네 사람이 본 종교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는 인간이 궁금해하고 우주에 만연해 있는 여러가지 들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답이 인간이 우주와 지구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고대에 정해졌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이 답은 현대과학문명에 걸맞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자체가 질문과 도전을 금기시하고 절대적이고 영원하며 도전할 수 없는 권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종교에는 기본적으로 전체주의가 내재되었다고 본다. 실제 역사적으로 종교가 득세한 현실 사회의 정치권은 절대주의와 매우 유사한 형태였다. 현대의 이슬람 정권국가들이 대개 그러하며 2차대전 당시 유럽 파시즘과 가톨릭의 연합이 그렇다.

 책에서 한 가지 재밌던 점은 종교가 우리가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지 않냐고 한명에 제안했던 것이다. 실제로 현대과학기술이 이룩한 몇몇 파괴적인 그림자들이 드리운 기술에는 차라리 그길을 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가 싶은 것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일정한 합리적 기준도 없이 여러가지의 것을 알고자 하는 욕구와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금기한다면 그것 역시 정체된 끔찍한 정체된 사회가 아닐런지. 하여튼 다른 세명도 반대했지만 나 역시 동의하기 어려운 생각이었다.

 책은 두껍지 않고 대담이기에 네명 저자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비판적인 이야기나 심도 있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진 않았다. 좀 실망스러운 부분인데 차라리 네 저자 각각의 책을 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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