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리의 힘에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지리적 이점에 대해 나와있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중요한 경제적 지대(유럽과 아시아)로 나아갈 수 있는 두대양을 모두 접하고 있다. 또한 양방향으로 진출하는데 중간에 대륙이나 큰 섬도 없어 이렇다할 걸림돌도 없으며 양 대양은 미국의 동과 서의 자연적인 방어막이 되주기도 한다. 남과 북(멕시코와 캐나다)에는 매우 미국에 우호적이면서도 적이 될만한 국력과 의지를 가진 나라가 없다. 방어적인 면에서 완벽한 것이다. 그리고 국토가 대부분 냉대와 열대의 사이인 온대지역에 위치해 농업 및 거주에 적합하며 영토가 드넓고 평야지역과 큰 산맥이 모두 있어 식량과 광물자원이 모두 풍부하다.

 거기에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미국은 3억 5천에 달하는 인구를 가져서 세계 3위의 광대한 영토를 가졌음에도 전국토가 고루 개발되고 연결되는 이점도 갖고 있다(반면 러시아, 호주, 캐나다는 특정지역의 인구밀집과 텅빈 국토로 인해 이게 고민이다.) 이민층에는 적극적으로 아이를 낳는 계층도 상당하여 미국은 무려 6만달러의 인당 경제소득을 자랑하는 오래된 선진국이면서도 미래의 공통적 문제인 고령화 문제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기까지 하다. 끝없는 이런 미국의 이점을 생각한다면 오늘날 미국에 견줄만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은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며 그들의 이런 지배는 끝이 없을 것만 같기도 하다.(공룡때처럼 인근 유카탄 반도에 소행성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모를까) 

하지만 이런 미국이 이미 망조에 접었다고 주장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이번에 읽은 책 '미국의 미래'다. 미국은 상당한 문제를 앓고 있는데 마약과 도박, 사디즘, 실업, 증오, 자유의 문제가 그것들이다. 이것들은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세계 어느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사회파괴적인 요소가 중첩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사회파괴적인 문제들은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공통의 분모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는데 바로 경제적 실패와 이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이다. 미국은 개척시대의 놀라운 성장과 공산주의와의 패권싸움으로 인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서방의 선진국들 중 가장 친기업적이며 친 자본적인 나라가 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와 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선진국들에 비해 사회의 경제적 공공성이 매우 낮다. 여기에 미국이 공산주의라는 브레이크가 붕괴하자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더욱 강하게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안그래도 부족한 공공성을 더욱 가차없이 파괴해 자국의 중산층을 현저히 몰락시켰다.

사실 이 결과는 좀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는데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 미국전체의 부는 매우 크게 성장했지만 분배면에서 미국 최상위계층에게만 부가 집중되었다. 이는 자본의 이득 극대화를 위한 아웃소싱의 결과로 착취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신흥국의 중상층으로 부와 지식이 이동했고 그 결과 미국의 제조업 기반과 이에 종사하던 중산층이 몰락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사실 자본의 이익 추구와 착취에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조차 적용되지 않으니 이는 어찌보면 예측하지 못한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이런 아웃소싱과 미래의 자동화가 가져올 부 및 지식의 이동에 대해서는 소득의 미래에 자세히 나와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몰락한 미국의 중산층이 의지하고 향한 곳이 바로 마약과 도박, 증오, 사디즘, 자유의 위협인데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리나라도 몇몇 연예인과 사회부유층들이 의사의 협조하에 프로포폴을 복용해 마약의 길로 들어서곤 하는데 미국은 이 문제가 비교도 되지 않게 심각하다. 오피오이드라는 의약용 마약이 있는데 미국, 캐나다, 서유럽이 전세계 오피오이드의 83%를 소비한다. 50대 이하 미국인의 주요사망원인이 오피오이디 과다 복용때문이며 2016년 한 해만 6만명 가량이 이것으로 사망했다. 비슷한 것으로 옥시코돈이란 것도 있는데 미국은 전세계 옥시코돈의 무려99%를 소비한다. 미국의 비양심적 의사들은 옥시코돈 및 오피오이디 제약회사들의 후원과 대접을 받으며 통증클리닉을 열어 공범자로써 미국인들에게 이걸 사탕처럼 팔았다. 옥시코돈이나 오피오이드는 결국 처방전료가 필요하기에 많은 돈이 들고 이약물로 마약의 길로 들어선 이들의 종착점은 결국 헤로인이다. 헤로인에 중독된 이들은 정신을 차리고 약을 끊으려는 무수한 시도에도 결국 다시 시작하게 되며, 약값을 벌기 위해 매춘이나 범죄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미국의 마약치료프로그램은 대부분 공공성이 없어 한 번 입소에 수만달러의 돈을 요구해 일회성 효과로 끝난다. 미국당국은 마약으로 인해 50여년 이상을 골머리를 썩여왔음에도 해결을 위한 이렇다할 정치적 수단을 강구하지 않는다. 마치 상당수의 국민이 마약에 빠지길 원하는 것만 같다.

 도박도 심각하다. 2017년 기준 미국엔 무려 900개의 카지노가 있다. 카지노는 연간 370억달러를 벌어들이는데 이는 음악산업(68억달러)과 영화산업(108억달러)의 규모를 모두 합친것 보다도 많다. 미국의 4대스포츠리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178억달러이니 도박이 미국인들의 돈을 얼마나 빨아들이는지 쉽게 알수 있다. 도박장은 고객의 돈을 쉽게 빨아들이게 구성되어 있다. 마치 우연에 맡기는 것 같은 슬롯모신은 레버를 당기기전부터 이미 내장된 컴퓨터 칩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어 있으며 마치 곧 잭팟이 터질것 같은 그림들이 나오게 조작되어 있어 사람을 더욱 몰두하게 만든다. 카지고 안은 창문도 문도 시계도 없어 사람이 공간감을 잃게 만들면서도 음악과 색의 조정으로 현란하면서도 안도감을 느끼는 장치로 구성되 사람이 쉽사리 떠나질 못하게 한다. 거기에 고객별로 포인트를 줍다시고 카드를 발급해 그들의 도박패턴과 재산등을 추정해 개개인별로 긇어낼수 있는 돈을 분포곡선처럼 그려놓고 관리한다고 하니 착취도 이런 착뒤가 없다. 마약의 경우처럼 중앙정부나 주정부도 도박에 대한 해결의지가 전혀 없는데 이는 도박산업이 막대한 규모의 세수를 내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법인세가 감소하자 카지노가 있는 미국 43개주중 11개 주에서 도박산업이 내는 세수가 법인세를 능가하고 말았다. 미국의 도박산업은 자기들끼리의 과잉경쟁으로 일부 몰락한 곳도 있긴 한데 현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여러개의 카지노를 갖고 무리한 경영으로 실패해놓고 자기만 돈을 챙기고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방법으로 살아남았다. 물론 수십명의 호화 변호인이 그를 호위했음이다.

 공허한 미국인들은 섹스에도 빠져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섹스자체가 아니라 포르노다. 전세계 포르노 산업은 960억달러인데 미국은 이중 130달러의 규모를 차지한다. 포르노 인터넷 페이지수만 현재 4억 2천만개에 달하며 웹사이트는 420만개로 추정된다. 문제는 포르노가 영상이나 가상세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 윤간 같은 성폭력의 증가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이는 포르노의 자극적인 성행위로의 서로 간의 극단적 경쟁이 현실세계로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포르노의 증가는 인신매매와도 밀접히 관련한다. 국제노동기구에 의하면 세계경제에서 여러형태의 강제노동의 규모는 연간 1500억 달러에 달하며 이중 성착취는 무려 990억 달러에 달한다. 인신매매에 의한 강제성노동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강제노동인구 2100만 가량중 절반이 인신매매로 팔려온 소녀와 여성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상당수는 가난한 제 3세계 국가출신이다. 인신매매업자들은 선택권이 없는 가난한 제 3세계 여성들에게 합법적이고 수익이 좋은 일자리를 알선한다고 속이고 데려와 여권과 서류를 빼앗고, 각종 빌미(여행비, 숙박비, 생활비등등)를 말도 안되게 붙여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빠뜨린다. 거기에 최종적으로 마약에 중독시켜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여성매춘업계에 이런 여성이 빠져드는 나이는 평균 12-16세에 불과하며 이들의 평균사망나이는 고작 34세다. 한명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3만 5천달러이니 인신매매범들이 취하는 이득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악조건의 일을 합법적 노동이라보기도 하며, 독일과 네덜란드 같은 국가는 성매매를 실제로 합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합법화 이후에 오히려 인신매매가 늘어나고 아동성매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측면에서 성매매는 허용적이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미국민의 가슴과 머리엔 증오의 논리에도 쉽게 자리잡았다. 성차별,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 백인 남성우월주의, 종교근본주의  같은게 그것들이다. 이런 논리에 빠져들면 과거 자신들의 국가성립과정과 운영에서 한 행위(원주민 학살, 흑인 노예)는 잊고 자신들의 현재의 고통의 원인을 엉뚱한 다른 사람에게서 찾게 된다. 사실 이런 일은 미국만에 국한된 일이 아닌데 전세계 수억의 사람들이 세계자본주의와 근대성으로 인해 자신들이 뿌리 내린 공동체 뿐만 아니라 전통, 신념, 의식에서 단절되었다. 이들은 세계자본주의로부터 잉여취급받게 되었고 과거 좋았던 적을 기억하며 초남성성, 폭력, 쇼비니즘을 찬양하고 신화적 과거로의 회귀를 약속하는 극우세력을 지지하게 된다. 유럽 각국의 우파와 미국에서 트럼프의 집권, 일본 아베의 장기집권은 이런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병리현상 마지막은 자유의 위협이다. 미국은 노동과 정치권, 자본간의 힘의 균형으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내에 자유주의 제도와 공공기관(언론, 노조, 제3정당, 시민과 교회의 그룹, 공영방송, 재원이 충분한 주립공공대학, 민주당의 자유주의 진영)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불안요소를 절대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었지만 오랜시간 불안요소를 완화시켜 자본에 의한 완전한 공공성과 중산층의 파괴를 막아왔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자국내 노동의 필요성이 현저히 줄어든 기업권력의 끊임없는 공격에 무너졌다. 이런 파괴로 미국인의 자유와 경제적 안정은 상당히 위협받게 되었으며 이들의 불만을 통제하기 위해 기업친향적인 경찰권력과 통제권력이 강화된다. 미국경찰은 법의 개악으로 군대수준의 물리력 행사권을 갖게 되었으며 실제로 총기사용국가임을 감안하덜라도 서유럽이나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해 상당수의 시민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 또한 사회적 불만의 표출로 인해 감옥에도 매우 쉽게 수감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의 재소자는 무려 230만에 달하며 이중 100만이 정부산업을 위해 일하고 있다. 재소자의 수가 무려 국민 1.5%에 달하는 것이다. 역설적인 것인 이 재소자가 미국 기업권력이 원하는 이상적 고용인아라는 점이다. 이들에겐 어떤 수당도 연금도 초과수당도 보험적용도 없으며, 급여는 시간당 1달러도 되지 않는다. 노동조합이나 파업도 물론 허용되지 않는다. 중산층의 경제파탄으로 세수가 줄어든 주 정부는 기업권력의 노동자 착취에 협조하게 되는데 재소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이 무려 착취액의 40%를 리베이트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재소자는 감옥안에서도 착취받는데 지난 2-30년간 노동의 대가는 1.5배정도 오른 반면 교도소내 물가는 300%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미국의 이런 사회파괴적 멸망요소는 미국자본주의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기업과 자본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자국의 제조업을 해외로 아웃소싱했고, 자국내에서도 이익극대화를 위해 사회의 공영성을 무너뜨렸다. 그결과 아웃소싱으로 직장을 잃고 경제적 파탄위기에 놓은 미국 중산층은 몰락하고 이들이 대안으로 찾은 것은 마약과 도박, 포르노, 기업이 아닌 다른 약자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판단은 중산층으로 하여금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낳게 하였고, 이는 극우세력이나 망국적 세력의 집권으로 이어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국은 스스로를 멸망의 위기로 빠드린 셈인데, 역사적으로 보아도 잘나가던 제국의 멸망은 집권층의 지나친 탐욕과 이에 따른 일반 백성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순이다. 거기에 항상 시대정신마냥 제국의 말기엔 암군이 집권한다. 이를 우연이라 할수 있을까?

 물론 이런 현상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병리현상이 더욱 극적으로 중첩되어서 그렇지 유럽도 한국도, 일본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같은 경우도 암군인 아베가 사상최장으로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으니 말이다.(개인적으로 일본만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만화에서 상당한 이상기류가 느껴지는데 '이 세계로'라는 제목의 만화가 폭발적으로 최근 몇년간 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복사품마냥 현재의 일본세계에 불만을 가진 개인이 죽거나 하는 형태로 환상의 세계로 전생해 마법사나 최고의 용사등으로 활약하는 내용을 갖는데, 일본사회에 대한 잠재된 불만이 상당히 반영된 걸로 보인다.) 그나마 한국은 집권세력이 바뀌고 그들이 꾸준히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어 어찌보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소득의 미래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본소득이나 다른 형태의 도입으로 새로운 질서가 필요한 상황이 도래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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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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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한때 제법 인기있던 음식프렌차이즈점과 같아 눈을 끌었다. 책도 얇고 문장이 다듬어진 느낌은 좀 적지만 소재가 독특해서 볼만했다. 여러개 단편 모음집인데  그중 하나가 재밌었다. 주인공은 갑자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처음엔 자신만 그런줄 알았는데 바깥에 나와보니 자기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모두 이 불행이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알고 잠시 기뻐한다. 불행은 역시 다 같이 겪어야 한다.

 그런데 사태가 조금더 지나고 보니 깨달을 일이 더 남았다. 소리가 안나는 지역은 오직 마포구와 서대문구 뿐이었던 것. 그리고 재밌게도 지상 1000km와 지하1000km까지만 그런 현상의 지배를 받았다. 서울에서도 유명한 대학들이 즐비하고, 상권도 강하며 한강변을 낀 나름 축복받은 이 지역은 순간 저주받은 지역으로 바뀐다. 일단 대학들은 사태 10일만에 휴교에 들어간다. 방송국들도 이 안에 제법 있었는데 재밌는게 이 지역에서 방송을 하면 자신들이 소리를 못듣지만 다른 지역에선 정상적으로 소리가 들린 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이어끼고 자기 소리 들으면 하는 방송에서 소리를 못들으니 정상적인 방송이 가능할리 만무했다.

 부동산 가격도 폭락한다. 상권은 비어가고, 한강변을 둘러싼 아파트도 저렴해진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서도 그렇지만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아진 사람들이 있다. 청각장애인들이다. 청각장애인들과 소음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이 지역은 천국이 된다. 들리지 않는 다는게 더이상 불편하지 않은 지역일 뿐더라 좋은 집과 상가가 매우 저렴한 가격에 나오게 된 것. 주인공은 우연히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가게되고 주인이 맘에 들어 수화도 배우게 된다. 주인공은 수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작은 몸짓으로 여러 말이 갈리는 것을 보고 매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날 일상이 돌아온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단편 모음집은 많은 작품이 있진 않지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을 살짝 뒤틀어 재밌게 구성한게 많다. 그런게 묘미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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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의 미래 - 앞으로 10년, 일과 소득의 질서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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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저자의 뭔가 야심만만해 보이는 표지사진과 책 제목만 본다면 이건 투자책 같았다. 소득의 미래라니까 주식이 어디로 움직이고 부동산은 어찌되니 그걸 미리 사라는 그런 책들 말이다.(사실 난 그런책도 무척 좋아한다. 실천은 하지 않지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기본소득을 하자고 주장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논거로 자본주의가 발달하며 사람들의 소득이란 것이 어떻게 변해왔고 규정되었는지, 앞으로는 이렇게 될것이 자명하니 기본소득 이외엔 체제유지의 답이 없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생각보다 많이 재밌었으며 배울점도 많았다.

 

1.소득의 탄생

 우리는 보통 월급제로 받는 소득을 매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나의 능력에 따라 일한 만큼 받는 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이는 매우 합당한 것이기 폭넓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소득이라는 것은 지극히 최근에 생겨난 개념이다. 자본주의 태동전엔 대부분이 농민으로 자급자족을 하였고, 잉여물을 팔거나 교환을 통해 거둔 이익도 그리 크지 않았고 지극히 일부만 누릴수 있었다. 자본주의가 유럽에서 태동해서도 노동자의 확보방안으로 초기엔 소득이 아닌  노예제로 시작한다. 노예에게 소득이란게 있을리 만무했다. 노예가 아닌 자국민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가두어놓고 최저의 생계유지만을 지원하는 사실상 인신구속의 형태로 나아갔기에 소득이란 개념은 희박했다.

  자본주의 초기 무렵 농민들은 쉽사리 노동자가 되지 않았다. 자본가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가 공장에서 하루종일 열심히 일해주기를 원했지만 필요할때만 일하고  원할때는 쉬는 오래된 농부의 일상사이클이 이를 허락치 않았다. 공장의 갖은 구애에도 농민들은 공장에 쉽게 정착하지 못했다. 이에 국가와 자본이 결탁한다. 영국같은 경우 인클로저운동이 일어나 사실상 농민들에게 생계수단을 박탈해  공장으로 몰아넣었고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수단을 동원했다. 또한 초기 공장은 가내수공업 제품에 비해 큰 경쟁력이 없었다. 품질도 비슷했고 생산성도 낮았다. 하지만 기술개발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하여 마침내 가내수공업 제품을 품질과 가격에서 압도하게 되고 노동자를 공장에 유치하기 위해 가내수공업 요소의 공장도입과 익숙한 환경의 제공으로 점차 노동자들을 공장에 발을 붙이게 된다.

 노동자의 초기 근로조건은 매우 열악했다. 급여는 매우 적었고, 상대적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이 공장에 구속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낮은 급여와 혜택에로 자본가는 초기자본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생계수단을 공장에 의지하게 된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근로조건 향상 요구를 시작해다. 시대는 새로운 힘의 균형을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복지다. 자본가는 노동력을 확보하고 꾸준히 재생산내기 위해 적지 않은 급여에 평생고용을 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아는 4대보험이라는 것도 시작되었다. 제대로된 급여를 받는 소득이라는 것이 시작된게 사실상 이 시점이다.

 

2. 세계화의 시작, 선진국 중산층의 붕괴

코끼리 곡선이란게 있다. 지난 20년간 전세계 소득 분위별 1인당 실질소득증가율을 나타낸 곡선인데 그 생김새가 마치 코끼리 같기 때문이다. 곡선에선 세 집단이 두드러지는데 개발도상국의 신흥중산층과 선진국의 중하위노동자, 전세계 최상위 1%집단이다. 지난 20년간 이 셋중 가장 큰 승자는 개발도상국의 신흥중산층이고, 다음 수혜자는 1%집단이다. 그리고 가장 큰 손실을 본 집단이 바로 선진국 중하위층 노동자다.

 세계화의 초기에 많은 학자들과 진보층들은 세계화의 결과로 부익부빈익빈이 심화하여 자본주의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 생각은 실제로 맞아 세계화의 결과 전세계적으로 빈부격차는 매우 심화되었다. 하지만 국제적으론 나라별로 좀 양상이 달랐는데 선진국 클럽들이 후진국 클럽들과의 격차를 더 벌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과는 달리 개발도상국들이 더 크게 부를 늘려나갔던 것이다. 세계화가 본격화할 무렵인 1993년 G7의 세계경제비중은 무려 67%에 달했다. 하지만 세계화가 꾸준히 진행된 2014년 그 비중은 46%까지 줄어들었다. 그 비중만큼의 부를 개발도상국들이 차지한 것이다. 

 이는 세계화의 3가지 기술때문인데 바로 상품이동비용의 감소와 지식 이동비용의 감소, 사람의 이동비용의 감소다. 세계화의 초기까지만 해도 이 셋 중 상품이동비용만 낮아지는 상황이었기에 생산지와 소비지만 분리되었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지역에 생산기지를 두는 비교우위론의 시대였다. 하지만 전화와 전신정도에만 의존하는 지식의 이동비용은 전혀 줄지 않았기에 혁신은 주로 고급인력이 모인 곳에서 일어났고 따라서 생산기지도 몰려있는 소위 클러스트의 시대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인터넷과 무선통신의 보습이로 지식의 이동비용이 급감하며 상황은 변화한다. 이때부터 클러스터가 붕괴한다. 지식의 외주화가 가능해지면서 개발도상국으로 생산기지가 본격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지식을 얻기 어려워 선진국을 따라가기 매우 어려웠지만 지식의 외주화가 이루어지며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체화할수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선진국 내 생산클러스터에 종사하던 중하위 노동자들은 소득기반을 잃고 붕괴하기 시작했고 그 부를 고스란히 개도국 중산층 노동자들이 차지한다. 트럼프를 당선시키고 유럽각지의 극우파의 정치적 기반은 바로 이들의 분노에 기반한다.

 하여튼 이 시기 국제적 큰 수혜자가 한국과 중국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에서 회복한 이후 가격경쟁력은 중국등의 개도국에 뒤지고 품질 및 기술에서는 일본 미국 유럽에 뒤진다는 소위 샌드위치 위기론에 시달렸기에 무척 의외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시기 한국은 20여년간 국민소득은 무려 3배 이상 끌어올렸으며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가진 기업들을 갖게 되었다. 사실 샌드위치론은 강점이었는데 가격은 선진국의 그것보다 싸면서 개발도상국들보다는 훨씬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시기 선진국들은 많은 제조업 기반을 아웃소싱한데 비해 한국은 제조업 기반을 대부분은 국내에 유지하고 있으면서 지식외주화를 통한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압축성장해나갔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빈부격차가 심화하는문제가 있었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당히 향상되었다.

 

3. 자동화의 시작

세계화가 계속 무르익을 무렵 4차산업혁명이 시작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로봇을 필두로 하는 이 혁명은 제조업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많은 로봇과 시스템의 도입으로 자본이 초창기부터 그토록 목말라하던 노동에 대한 필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제 자본은 생산성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노동을 밀어내고 자동화를 택하고 있다. 특히 임금이 상당히 상승된 지역일수록 이런 혁신이 먼저 일어나는데 자본이 노동임금에 대한 부담으로 이런 혁신기술을 보다 빨리 도입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한국내 유독 키오스크가 많아 지기 시작한 것도 이런 흐름에 해당한다 볼 수 있다. 

  한국의 자동화 위험별 취업현황을 살펴보면 고위험에 43% 중위험에 39% 저위험군에 18%의 취업자가 종사하고 있어 매우 취약한 상태다. 물론 4차산업혁명의 결과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난다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까지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새로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아직은 미약한 인공지능과 고도의 시스템을 양산 관리하는 직종인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수도 적지 않다. 이런 고도의 새로운 일자리에는 재숙련을 통한 재취업도 쉽지 않다. 과거 직장을 잃은 마부가 자동차 공장에 취직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4차산업혁명의 결과로 직장을 잃은 택시기사가 드론시스템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하여튼 자동화는 고숙련이나 저숙련의 일자리보다는 중숙련의 일자리를 빠르게 밀어내고 있다. 고숙력의 경우 아직 자동화로부터 안전한 직종인 경우가 많고 저숙련의 경우 자동화 시스템과 기기를 도입하는 것보다 아직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숙련 노동자가 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가 많고 이들이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중간정도의 학력으로 3-4인 가구를 부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4. 해법은 기본소득

 이런 산업변화의 흐름은 피할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노동에 대해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정부의 해결책은 보통 두 가지이다. 먼저 고용주 찾기다. 많은 일자리가 외주화에 외주화를 거치다보니 고용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외주화의 금지로 이를 해결하려 들지만 지식과 사람의 이동비용이 매우 낮아졌고, 플랫폼에 의해 자유롭게 노동하는 형태가 많아진 지금 이는 시기를 놓친 적합하지 않은 해결책이 되어버렸다.(개인적으로는 세계화초기 즉 10여년 전에 했으면 효과를 보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해결책은 자격제한이다. 고용주 찾기 대신 노동자를 사업자로 간주사고 장벽을 쳐주는 것이다. 택시면허 제한 같은 게 그런 것인데 이 역시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거나 폐쇄성이 문제가 된다.(타다사태를 보자)

 결국 과거 소득을 만들어낸 국가와 자본이 새로운 지향점을 찾을 때가 되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 핵심은 정규고용의 틀밖에 있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사회정책을 기획하는 것으로 이는 기본소득제도와 국가에 의한 완전고용제다. 기업은 이에 반발할수 있겠지만 기업이 결코 국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도 이에 마땅히 따라야한다고 저자는 본다. 근거는 두가지로 우선 기업이 만들어내고 이용하고 있는 산업기반과 혁신기술이 실제론 정부에 의존했다는 점과 데이터기술시대 데이터의 소유가 기업에 독점될수 없다는 것이다. 예로 애플이 만들어낸 아이폰의 혁신적 기술은 모두 애플과 스티브잡스가 만들어냈다고 생각되지만 인터넷 기술은 미국방성, 개인서비스 시리는 미방귀고등연구계획국이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테슬라의 전기차기술은 나사가, 미국바이오산업의 신물질과 신약의 75%는 미국립보건원 연구실에서 나온 것이다. 데이터의 경우도 플랫폼 기업시대에 매우 중요해져 데이터를 차지한 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 하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데어터 생산과 제공을 노동으로 볼 수 있으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한 부 역시 공유하는 공공의 부가 되어야 한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불특정다수로 생산하는 것을 플랫폼이란 길목을 만들어냈다는 이유로 특정기업이 모두 독차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불특정다수고 고루 나누어 갖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계약이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우리 사회가 벌어들이는 상당액이 앞서 말한 것처럼 공공의 자원을 사용하는 정부의 기술에서 나오고 데이터 역시 공공재의 성격이 하다는 점에서 생성된다. 또한 사람들의 고용은 점점 불안해지고 있으며 결국 국가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의 경우 사람들에게 안정성을 높여 위험을 감수하게 하므로 혁신성을 높여 4차산업에 적합한 인재나 기업이 생성되는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점이 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의 방식은 어떤게 적합할까. 저자는 현금지급, 개인지급, 보편지급, 정기지급, 구직조건에 무관한 지급을 주장한다. 현금으로 지급해야 보다 넓은 선택권을 주고 물품으로 지급시 하자와 공정성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개인지급은 가짜로 가구를 만드는 폐해를 방지하는 면이 있으며 보편지급은 선별지급이 불러일으키는 상대적 박탈감과 낙인효과, 그리고 선별을 위한 행정비용의 낭비를 막는다. 정기지급은 최소생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매달 지급해야 함을 의미하며 목돈 지급의 경우 개인의 무모한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기 지급이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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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 인간과 바다 그리고 물고기
브라이언 M. 페이건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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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는 사람이 육식을 시작한 이후 가장 오랫동안 먹은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바다는 아니어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호수, 습지, 웅덩이, 강이 있고, 그곳엔 비교적 잡기 쉬운 물고기와 조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매우 많았었고 어떤 경우엔 거의 줍다시피 잡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러 가축과 곡물류에 비해 인류 역사에서 물고기는 식량으로써 상대적으로 매우 소홀히 다뤄져왔다. 물고기가 주식인 집단이 적고, 물고기가 문명의 기반인 적도 없으며 이렇다할 고고학적 증거도 별로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싱'의 저자 브라이언 페이건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물고기가 인류 초기 문명의 발흥에 상당한 역할을 했고, 세계사적으로도 중요한 일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물고기가 남획의 결과 위기에 이르렀고, 인류의 식량자원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점이 다가옴으로써 환경은 물론이고 인간자체도 위기에 빠졌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1.기회주의적 어업과 초기문명

 책은 제법 두꺼운데 절반 이상을 세계의 과거 문명들이 물고기 잡이를 했고, 물고기가 주요 식량이자 급여로서 문명을 지탱했다는 주장을 하는데 할애한다. 인류의 초기 식량획득 방법은 수렵, 채집, 어로인데 이중 어로만이 아직까지 유의미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어로방법은 현대 문명의 이기에 따라 많이 현대화했지만 놀랍게도 초기의 여러 방법이 원시적 형태로 그대로 남아있다.(낚시나, 그물이 그렇다)

 인류는 초기 고기잡이는 기회주의적이다. 이는 큰 목표를 갖고 대량으로 잡아들이기보다는 강의 범람 후 말라가는 웅덩이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녀석들을 잡거나 산란기에 강에 들끓을때 손쉽게 잡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초기 인류 문명은 고기잡이에 많이 의지했는데 물고기는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고, 샤냥이나 채집에 비해 어획량이 어느정도 예측가능해 안정성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개 같은 연체류는 더욱 그런 성질이 강했는데 그래서 고대 인류 정착지엔 그토록 많은 조개무지가 남아있다. 물고기가 식량의 하나로서가 아니라 주요 식량원으로 자리잡은 사회도 제법 있었는데 농경이 부족합한 북유럽사회나 앤초비에 의지한 페루지역 등 여러 곳이다. 물고기 잡이는 방하기가 끝나가며 더욱 중요해졌는데 기온이 상승하고, 빙하가 감소하고 따라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대형동물이 감소 및 멸종했고, 어장은 오히려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초기 문명에 물고기 잡이는 단지 식량의 하나로써만 기여한 것이 아니다.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문명에서는 정착사회가 커지면서 중심지에 군사나, 인부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먹여살릴 식량이 당연히 필요한데 물고기가 지급식량으로 이용된 것이다. 식량으로 지급되기 위해서는 쉽게 상하지 않고, 정량화되어 있으며, 운반가능해야만 하는데 물고기는 이를 모두 충족시킨다. 물고기를 잡아, 머리를 쳐내고, 반으로 갈라 내장과 등뼈를 제거하고 나비모양으로 말리면 되는데 이  말린 물고기가 가볍고, 상하지 않고 오래가며 운반이 쉽고 규격화되어 있어 지급식량으로써의 조건이 매우 훌륭했던 것이다.  

 또한 물고기는 문명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정착사회가 초기 국가로 발전하려면 체계적인 사회구조가 필요하다. 보통 농경이나 가축을 통해 식량이 충분히 생산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다. 오히려 수렵, 채집을 통해 사회가 체계화 된 상태에서 정착사회가 더 체계적으로 촉진되기도 한다. 어로사회도 마찬가지. 물고기가 사회 주식일 경우 사회는 상당한 분업체계를 갖게 된다. 대량으로 잡은 물고기는 빨리 부패하여 먹을 수 없게 되기에 빠른 해체 및 처리와 건조 및 염장처리 유통이 필요하다. 즉, 물고기를 잡는 집단과, 잡은 물고기를 즉시 몽둥이로 머리를 쳐서 죽인 후 내장 및 머리와 뼈를 처리하는 집단, 처리한 물고기를 염장하거나 말리는 집단, 염장이나 말린 물고기를 다른 사회와 유통 및 교역하는 집단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리더도 마땅히 필요했을 것이나 물고기를 대량으로 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상당히 체계적이었을 것이고 이런 사회가 곡물이나 가축을 하게 되면서 초기문명 정착사회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저자의 설득력 있는 생각이다.  

 

2. 중세유럽과 물고기잡이

고대로마인들 역시 물고기를 많이 먹었다. 로마의 유명한 소스인 가룸은 생선소스로 물고기를 잡고 남은 피와 내장을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었다. 소스의 품질은 생선부위에 따라 달랐는데 참치를 쓴 경우가 최상, 잡어인 경우 하품이었다. 당시 기술이 열악해 해안가 사람이나 어부가 아니면 매우 고위층만 생물 생선을 즐길수 있었다. 로마의 귀족들은 자기 과시를 위해 저택내에 대규모 양어지를 만들어 손님에게 진귀한 생물생선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런 생선사람은 로마의 멸망후에도 이어진다.

 중세엔 물고기 수요가 폭증하는데 여기엔 종교가 한몫을 한다. 교회는 예수의 고통을 함께하고자 육식을 금하는 시기를 늘렸는데 이 기간엔 곡물과 과일 물고기를 먹는 것만이 허용되었다. 이 금식 기간이 제법 길었기에(일년의 40%에 달하기도 했따) 물고기 수요가 당연히 많아졌다. 또한 중세엔 온난기가 찾아오면서 식량생산이 늘어 인구가 폭증한다. 먹는 입이 늘어나니 물고기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식량수요가 더 늘어난 점도 한몫하게 된다. 이래저래 물고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니 물고기를 잡는 사람도 많아질수 밖에 없었다. 민물고기 중 뱀장어를 많이 먹었는데 구하기가 무척 쉽고 높은 열로 훈제하면 딱딱한 막대기처럼 단단하게 변해 보관기관이 무척 길었기 때문이다. 보관과 이동이 어찌나 용이한지 지역화폐처럼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높은 수요로 연어나 철갑상어등 민물고기가 금방 동이났기에 사람들은 두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하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양식과 바다물고기 잡이다. 우선 양식이 시작되었다. 물레방아 기술이 발달하면서 내륙사람들은 특권층을 노려 양식을 시작했다. 14세기 중반엔 잉어가 대량으로 양식되었는데, 좁은 데서도 잘 살고, 더러운 물에 강하며 번식력이 뛰어난 잉어의 특성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잉어는 매우 비쌌는데 1kg당 소고기9kg 빵 12덩이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잉어양식장은 기술의 발달로 바다물고기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자 사양세로 접어든다. 거기에 종교적 금식기가 느슨해지기 시작하고 잉어의 질퍽한 맛이 바다물고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어 15세기 이후엔 프랑스에선 잉어양어장이 모두 사라지고 만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바다물고기는 청어였다. 청어는 수가 많고 북해에 무척 많았다. 하지만 기름이 많은 생선이었기에 잡은 후 빨리 부패하는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 특히, 북해는 바람이 춥고 습시가 많이 청어의 건조가 불가능해 염장으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북해는 소금이 부족하고 질도 낮아 당연히 염장청어의 질도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보관기간도 2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13-14세기 들어 어부들이 청어의 대가리 뒷부분의 아가미를 제거한 후, 바로 그 부분에 소금을 뿌리는 염장방법을 터득하면서 상황이 개선된다. 소금이 피를 타고 내장부위까지 염장하게 되면서 보관기관이 크게 늘었던 것. 이후 통속절임법은 청어잡이를 산업의 길로 이끈다. 통속절임법은 내장을 제거한 청어를 목재의 큰통에 빈틈없이 채우고, 사이사이에 소금을 채우는 형태였다. 소금이 청어의 수분을 흡수하면 청어를 새소금물에 담아 염장했는데 보관기간이 무려 2년에 달했다. 소금한통으로 무려 117kg의 청어통 3개의 처리가 가능해 장거리 교역이 가능해졌고, 품질또한 상당히 균일했다. 통속절임 전반 해도 고기잡이가 주식인 지역을 제외하면 본업이라기보다는 농민들이 농한기에 부업으로 하는 수준이었는데 통속절임법 이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이는 어업산업으로 본격 발전한다.

 하지만 청어가 산업화 되고 남획되면서 청어는 사양길로 접어든다. 또한 1520년경 소빙기가 찾아오자 찬물에 민감한 청어가 사라지게 된다. 이에 유럽인이 뒤늦게 주목한 생선은 대구였다. 대구는 자라면 큰 것은 무려 2m의 길이에 무게는 90kg대까지 나가는 거대한 생선이었다. 또한 살이 희고 단단하며 기름기가 적어 추운 북부에서도 쉽게 건조할수 있었고, 건조한 대구 역시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매우 쉽게 잡을 수 있고 개체수 역시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대구는 책 '대구'에도 나오듯 삼각무역을 가능케했다. 유럽인들은 북미의 뉴잉글랜드 어장에서 대구를 잡아들인 후, 상품의 대구는 유럽에 수출하고, 하품의 대구는 카리브해의 노예의 식량으로 팔아치웠다. 그리고 카리브해에서 번 돈으로 그 지역의 럼주와 설탕을 구매해 그것을 유럽에 팔고 그돈으로 남아프리카의 노예를 사서 북미에 판매하는 형태였다. 이처럼 대구는 세계사적 악명높은 삼각무역을 가능케했다. 북해의 대구 역시 금방 남획되고 유럽인들은 어장을 옮겨간다. 1412년엔 아이슬란드 수역이었고, 1497년엔 뉴펀들랜드 어장이었다. 대구 남획은 계속되어 18세기부터 그 영향이 가시화 된다.

 

3. 어업의 현대화와 어장 황폐화

대충 2차세계대전 이후 어업은 본격적으로 현대화의 길로 향한다. 여기엔 당연히 과학기술의 힘이 컸다. 먼저 증기어업선이 개발되었다. 증기어업선 이전까지 어업의 한계는 명확했는데 바람이 시속48km이상으로 부는 해역에선 위험으로 조업이 거의 없었고, 조업시간과 공간도 상당히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증기어업선은 거친 환경의 극복을 가능케했다. 수심400m이상의 바다에서도 조업이 가능했고 시간도 길어졌으며 어장도 넓어졌다. 물고기에게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디젤엔진의 개발은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 석유가 석탄보다 부피가 적기에 내연기관인 디젤엔진의 어업선은 진출범위가 더욱 넓어져 대서양 전역이 어장이 되고 만다. 거기에 배가 커져 잡은 물고기를 바로 처리하고 냉동하거나 어분으로 만드는 배마져 등장한다. 물고기를 에워싼 다음 그물 아래쪽 테두리의 줄을 당겨 자루 모양으로 어획하는 건착망도 이때 등장한다. 오랜 역사의 저인망 어업도 디젤엔진의 강력한 힘으로 더욱 본격화한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로 어업에 본격화 하자 어장은 더욱 황폐화된다. 사람들은 바다는 넓고 물고기는 무한하다는 착각에 빠져있었으며 기존 어장이 황폐화 되면 새로운 어장을 찾아 황폐화 시키는 일을 계속해나갔다. 인간이 조업을 한 일이 거의 없는 남극어장의 경우 발견 후 겨우 15년만에 어획량이 80%감소했다. 또한 유럽인들이 처음 발견하고 대구 밭이라고 까지 생각했던 뉴펀들랜드의 어장의 어획량은 1992년 전성기의 1%까지 추락해 폐쇠되고 만다. 2차대전후 전세계적으로물고기를 대량으로 잡아들인 나라는 일본이며,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인구를 지닌 아시아의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다른 해역의 어획에 나서게 된다. 이에 1970년대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해안선에서 200해리를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선포해 자국의 어업자원 보호에 나서게 된다.

 현재의 바다는 매우 참혹한 상황으로 해양 여기저기에 무차별적으로 그물이 처져 있으며 저인망 어업은 계속되고 있다. 길이 100km에 3만개의 낚시바늘이 달린 지옥의 주낙도 있다고 한다. 어획이 줄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저인망어업과 남획을 계속하는 악순환은 어획의 극적 감소를 낳아 1996년 8600만 톤으로 정점을 찍었던 어획량은 2010년 7100만톤으로 줄어들고 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재미로 하는 낚시도 문제다 산업적 어업은 어획량의 급적 감소후 점차 사양세로 접어들고 있으나 취미 낚시는 그렇지 않다. 생업을 위한 개발도상국들의 가내 어업이나 취미 낚시는 어획량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산업적 어업만큼은 아니지만 신경써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취미 낚시는 규모가 생각보다 엄청난데 인구만 세계적으로 무려 6000만에 달하고 연간 4000억 달러의 수익과 100만개의 일자리가 이와 관련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어획의 감소에 인간이 찾은 해결책 중 하나는 양식이다. 2014년엔 처음으로 양식의 비중이 자연산 어획의 비중을 넘어설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은 먹기만 했지 물고기의 생태에 무지한 편이라 양식은 아직 상당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편이다. 다른 해결책은 어장관리를 통한 회복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이 주요 어장을 중심으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참혹한 남획으로 어장을 잃은 유럽 각국은 20세기 후반부터 어장 관리에 들어가 어느정도 어획량의 회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아시아의 어려나라들은 인구가 많은 것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물고기 소비량의 상당부분을 양식에 의존하는 반면 유럽은 양식비중이 18%에 불과하다.

 또한 기후변화라는 위가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각 수역의 온도와 산도가 급변하고 있는데 물고기는 물속에 사는 만큼 산도와 온도에 무척 민감하다. 어장에 닥치고 있고 닥칠 또 다른 위기 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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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이나 올해초에 올렸어야 할 2019년 정리를 지금에서야 한다. 직장생활이 너무 번잡해서 연말연초에 마음이 잡히질 않았다. 100권 목표도 실패했고, 하지만 그래도 남겨본다.

 2019년엔 총 95권의 책을 읽었다. 역시 직장핑계에 100권에 다섯권이 모자랐다. 늘 그렇듯 분야는 가급적 가리지 않고 읽으려 한다. 과학분야에 항상 많이 보려고 의식하지만 읽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잘 보질 못한 점이 아쉽다. 모처럼 교육책을 많이 봤다.

 

철학종교[4권] -세상을 뒤흔든 사상, 만들어진 신, 의심의 철학, 불교를 철학하다

 

문학[22권]- 버림받은 마녀, 11문자 살인사건, 오직 두사람, 히가시노게이고의 무한도전, 디디의 우산, 작별, 킨, 수짱의 연애, 미스손탁, 어느날 우리반에 공룡이 전학왔다, 소년이 온다, 종이동물원, 인생우화, 괴물이란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 잠1,2권,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혼자가는 먼집, 1984, 루거총을 든 할머니

 

경영투자[7권]-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서울 부동산의 미래,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 부자가 된 짠돌이

 

경제학[2권]- 땅과 집값의 경제학,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인문[5권]- 문화의 수수께끼, 세상을 바꾼 다섯가지 상품 이야기, 국화와 칼, 불안의 책, 소셜애니멀

 

사회[11권]- 전환의 시대, 고기로 태어나서, 백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심야인권식당, 예정된 전쟁, 버려진 노동, 아픔이 길이 되려면, 평균의 종말, 포노사피엔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90년생이 온다

 

미래[4권]-'통계학, 빅데이터를 잡다', 초예측, 세계미래보고서2019, 2020트렌드 노트

 

예술건축[2권]- 방구석 미술관, 도둑의 도시 가이드

 

역사[7권]- 여섯도읍 이야기, 우린 너무 몰랐다,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강인욱의 고고학여행, 기억전쟁, 최진기의 전쟁사1-2

 

교육[19권]- 교육과정문해력, 교육과정문해력 배움을 디자인하다, 과정중심평가, 공부의 미래, 교사불신, 학생자치를 말하다, 배움이 없는 학교 프레임을 바꿔라, 수업은 기획이다, 미래교육을 디자인하는 학교교육과정, 과정중심평가, 과정중심평가란 무엇인가, 덴마크행복교육, 수행평가란 무엇인가, 미래형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학교공간 어떻게 바꿀수 있을까?, 교육과정을 뒤집다, 토토사회놀이터세트,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 리질리언스

 

과학[9권] -진화한 마음, 진화, 10대의 뇌, 인류의 미래,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호킹의 빅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만화로 보는 공룡이 생태, 도덕의 기원, 얼굴은 어떻게 인간을 진화시켰는가?,

 

지리[2권]- 지정한 지금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대변동,

 

이제 2019년의 책 10권이다.

10. 불안의 책[페르난두 페소아]

매년 나의 영역을 넘어서 좀처럼 소화가 안된 책이 한두권은 있기 마련인데 이게 바로 그 책이다. 개성이 강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그런 사람의 설명없는 독백을 이해하는 것은 힘든일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매력을 느끼는 문장과 사고가 있었다. 한번 도전해 보시라.

 

 

 

 

 

 

 

 

 

 

9.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폴 콜린보]

이 책이 출간된지 40년이 지났다는 것 쉽게 믿기 어려웠다. 이기적 유전자 만큼의 세월을 갔고도 오늘날의 과학상식을 가지고 보아도 상당히 신선했기 때문이다. 진화가 철저히 그지역 환경의 지역적 수용성이란 개념으로 작동할 수 밖에 없다는 점. 그 법칙을 깬것이 인간이라는 점(완전히는 아니다). 등이 신선했다. 동물이 덩치가 커지기 어려운 이유, 보기 좋은 파란호수와 물이사실은 영양이 없다는 것, 바다의 생물량이 육지만 못하다는 것도 새롭게 안사실이다. 쉽고 재밌는 과학상식과 이론으로 가득찬 책이다.

 

 

 

 

 

8.불교를 철학하다[이진경]

 현대과학은 많은 종교를 곤란에 빠뜨렸다. 종교의 대응은 두 가지인데 말도 안되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서 신을 내세우며 전혀 논중하지 않고 우기는 것과, 현대 과학에 애써 억지로 자신들의 교의나 교리를 꿰어맞추는 것이다(창조과학, 빅뱅처럼) 그런데 그런 노력이 전혀 필요치 않은 종교가 있으니 불교다. 불교의 연기론과 공사상은 현대 양자역학과 물질의 생성과 상당히 합치한다. 이런 불교 이론을 재밌고 쉽게 쓴 책이다. 강추다.

 

 

 

 

 

7.세상을 바꾼 다섯가지 상품이야기[홍익희]

국내 저자가 이런 책을 냈다는 것에 놀랍다. 이런 류의 책은 주로 재밌고 유익하면 외국 저자인데 국내저자다.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를 주제로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이 5가지 자원이 세계역사를 움직이고 흥망성쇠를 일으킨 것을 잘 다룬다. 특히 석유부분은 상당한 국제적 음모론 및 현대와도 여전히 매우 관련있어 인상 깊었다. 얇지만 얕볼 수 없는 책.

 

 

 

 

 

 

 

6.종이동물원[켄 리우]

인터넷의 평만큼 정말 재밌는 책이었다. 중국계 미국인기에 근대 동아시아의 아픈 역사와 현대과학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의 미래적모습이 저자에게 모두 담겨져 이와 같은 띵작이 나왔다. 상당히 두꺼운 책으로 단편 모음인데 타이틀인 종이호랑이는 생각보다 비중이 약하고 나머지 단편들이 훨씬 재밌고, 내용도 길다. 가끔 역사적으로 헛소리를 하는 일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그들의 꿈에 과거 조상의 만행을 재생시킨다던가 타임머신 같은게 있으면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흔한 생각은 나만하는게 아닌지라 저자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데 우익은 거기서도 변명을 한다. 재밌다.

 

 

 

 

5.소셜 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은 부인할수 없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에 대한 연구와 무의식의 발견 및 연구로 마치 인간이 모든 것이 정해진듯하고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없다는 충격적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책을 보면 좀 위안이 된다.

 이 책역시 인간 판단의 대부분은 무의식이고 인간은 그런 형태로 진화했으며 타고난 유전자 역시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 개체는 역시 환경에 적응해야 생존력이 높아지기에 후천적인 변화 요소도 적지 않게 남겨 놓았다. 인간의 판단과 생각엔 무의식이 절대적이지만 이 무의식이 형성되는 것은 주변 사람과 환경, 교육에 의해서다. 때문에 가족의 온화함과 주변의 훌륭한 어른, 동기, 경쟁, 친구들은 사람을 형성하는데 역시 중요하다. 이를 다시 소설처럼 말해주는 책이다. 전문책인듯 문학책은듯 애매하다.

 

4.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가축을 시작한 이후로 돼지, 개, 소, 닭, 염소, 양 등의 가축들은 인간의 의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되었다. 그 어느때보다 공짜로 음식을 얻고 포식으로부터 안전하게 된 덕에 개체수도 많아졌지만, 본능을 충족시킬수 업속,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행복을 전혀 누리지 못하면서 철저히 이용당하며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데 저자가 직접 양계장과 개 사육장, 돼지 사육장, 소 사육장에서 일하며 르포느낌이 나게 이를 담아낸다. 매년 이런 책을 한권씩은 보는데 육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유기농과 동물에 행복을 주는 방목형태, 장기적으로는 배양육이 해결책이 아닐런지.

 

 

 

3.도덕의 기원[마이클 토마셀로]

인간의 도덕이 생존을 위해 진화과정에서 생겨났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도덕의 발생을 사회집단적 상황에서 파악하는 것으로 대형유인원서부터, 상호간, 집단간으로 개체규모가 커지면서 도덕성이 발달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설명한다. 책은 읽기 쉽진 않았는데 도덕의 발달을 설명하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저자의 다른 책 생각의 기원과 세트로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생각의 기원이 먼저 일 것이다.

 

 

 

 

 

 

 

2.국화와 칼

흔한 표현이나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이 나라의 갈지자 행보를 잘 설명한 책이다. 책이 나온지 반세기가 넘었음에도 오늘날에도 설득력을 갔는 것은 그만큼 일본이란 사회의 본질을 잘 파악하기 때문이 아닐런지. 일본인의 도덕은 절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황윤리적이다. 또한 그들은 사회계층에서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중시하며 이를 상당히 안정화하는데 주력한다. 남에게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절대 주지 않으려 한다. 이는 아마도 섬이란 특수한 환경과 잦은 재해로 인한 불안함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이로 인해 일본은 사회체제에 대한 극도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갖는다. 이러니 민주주의는 요원할수 밖에. 하여튼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책이다.

 

 

1.기억전쟁[임지현]

가해의 역사와 피해의 역사에서 분명 일어난 사실은 같다. 하지만 가해자는 가해자 나름대로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서로 알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달라진다. 거기에 피해자와 가해자는 깔끔히 분리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주로 피해자나 간혹 가해자인 경우가 있었고, 가해자는 대개 가해자지만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복잡성가 국가민족적 이해관계로 인해 같은 사실에 대한 기억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2차대전을 두고 폴란드, 독일, 일본, 러시아, 한국의 기억은 모두 다른데 그 이면을 잘 파헤친 책이다. 기억을 왜곡한 것을 때론 공산주의나 민족주의, 산업자본주의, 냉전등이었다. 그런것이 사라져 다시 기억이 올라왔을때 오래된 세월과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기억이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기억은 민족이나 인종, 계급, 젠더, 세대등 특정 이념에서 벗어나고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게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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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3-31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화와 칼>은 오래 전에 읽은 책이고

<종이 동물원과 <불안의 책>은 사서 쟁여
두기만 한 책이네요.

저도 백권 이백권 읽는 책의 수량에
연연하긴 하지만, 연말에 가면 역시나
역부족이라...

절절하게 공감합니다.

닷슈 2020-03-31 16:18   좋아요 0 | URL
많이 보는 분들이 많아 항상 불안합니다 그것도 가정직장다있는분들이

북다이제스터 2020-03-31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년 백권 이상을 목표로 잡는데, 평생 딱 두 해만 이뤄봤습니다. ㅠ
정말 쉽지 않은 목표인 것 같습니다.
좋은 책들 추천 감사합니다.
특히, <기억의 전쟁>은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

닷슈 2020-03-31 19:19   좋아요 1 | URL
북다님이 보시는 책을 제가 본다면 연간 50권도 어려울 겁니다 쉬운걸 많이봐서 그렇죠 기억전쟁은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