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만든 세계사
함규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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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관련 이야기에선 벽의 유용성을 설명한다. 자연세계에선 맹수나 다른 인간 적이 많다. 때문에 인간은 정주이전부터 벽을 만들었는데 벽은 인간의 인지적 심리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탁트인 곳의 개방감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불안감도 많이 느낀다. 실제 사람은 탁트인 곳보다는 여러 방향이 막힌 곳이나 높은 곳을 선호하며 엘리베이터만 타면 벽쪽에 붙는다. 그리고 이건 사실 인간만의 성향도 아니다. 다른 동물역시 그러하다.

 이처럼 벽은 나를 또는 우리집단을 타자 혹은 외부집단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짓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사람은 아직까지도 기본적으로 이런 목적으로 벽을 짓는다. 이 책은 이런 벽의 역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짚었는데 하나하나 재밌는 요소가 많았다. 흥미있는 몇개를 살펴본다. 


1. 방어하는 벽 테오도시우스 삼중성벽

출처 네이버 블로그


위 그림은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 그리고 오래전 비잔틴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지도다. 이슬람 세력이 확장하며 도시는 무수한 침략을 받았는데 제국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적을 무찌른 철옹성이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3중인데 우선 제1장벽은 2m의 높이이고 앞에 20m 정도의 해자가 있다. 제1장벽 뒤에 10m 공간이 있고 높이 8m의 외성이 나타난다. 이 외성엔 망루가 있어 침투한 적에 화력을 집중한다. 외성 뒤에는 무려 20m 높이의 내성이 나타나는데 여기에도 망루가 있고 이 망루는 앞 외성 망루의 사이사이에 있다. 적입장에선 첩첩산중인 것이다. 

 이 3중성벽을 피한다면 위 지도처럼 바다밖에 없다. 아래 마르마라해는 워낙 물살이 거세고 폭풍우가 잦다. 이를 피해 상륙한다해도 삼중성벽만큼은 아니지만 성벽이 기다린다. 그나마 나은 곳이 위쪽 금각만이다. 여기를 방어하기 위해 비잔틴은 반대쪽 해안에 갈라타 요새를 만들고 만집입로에 강력한 쇄사슬을 설치한다. 또한 해안에도 역시 성벽이 있어 들어와도 역시 침투가 어렵다. 

 이런 콘스탄티노플도 결국 제국의 쇠락기에 무너지는데 상대는 오스만제국의 메흐메드2세였다. 그는 함대로 해안을 포위하고 포신 8m에 구경 75cm의 대포로 성벽을 무너뜨려간다. 하지만 성민들은 무너진 성벽을 목책과 진흙으로 재축하였고, 상황은 어려워지나 비잔틴의 구원을 끝끝내 외면한 기독교세력의 미지원, 그리고 기독교 세력의 지원을 기대하며 그들과 교세를 통합하자는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간의 내분, 마지막으로 갈라타 요새를 소유한 제노바에 대한 불신과 그럼에도 죽음을 다해 콘스탄티노플을 사수한 주스티나아니에 대한 불신이 패배를 좌초했다. 이런 많은 불안요소와 겨우 8천의 수비병으로 당대 최강의 군대를 오래도록 막아냈음은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방어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서구에선 사실상 방어수단으로서의 마지막 성벽으로 본다. 이후 화약이 발달하며 성벽을 한방에 날려보내는 작열탄이 등장하며 방어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2. 차별하는 방벽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방벽 

 유대인만 사는 지역을 의미하는 게토는 히틀러가 만든 것 같지만 사실 중세시대부터 연원을 찾을정도로 오래되었다. 2차대전 당시 폴란드에는 무려 40만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이 수는 독일 전체의 유대인 수를 상회할 정도로 많은 것이었다. 나치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유대인을 학살할 생각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유대인이 유럽인이 아니고 유럽을 더럽히는 존재이니 다른 지역으로 추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르샤바 한복판에 거대 게토를 만들었는데 크기가 3.4km2였다. 그런데 유대인의 수가 무려 40만이니 1.46m2당 7명이 1명을 수용하는 격이었다. 즉, 한방크기에 7명이 들어가는 셈이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니 초기부터 탈출시도가 많았고 이에 나치는 장벽을 세울 생각을 한다. 전쟁이 길어지며 식량배급이 열악해졌는데 유대인에 대한 식량배급은 독일인의 1/3수준이었다. 게토내에서도 소수의 부유한 유대인과 여유있는 중산층, 그리고 빈민층이 나뉘어 처우가 달라졌다. 부유층은 자신의 재산및 인맥을 동원해 식량을 얻어냈고 빈민층은 굶어죽었다. 장벽마다 약간의 틈이있어 빈민층의 어린 아이들이 바깥에 식량을 얻으러 나가곤 했는데 발각되면 독일군의 구타로 인해 죽곤했다. 

 바르샤바 게토의 상황은 겨울에 최악이었다. 물이 얼어 사람들은 배변을 바깥 공간에 버리게 되었고 이에 장티푸스등의 전염병이 창궐했다. 굶주림과 추위도 엄청났고 식량은 더욱 부족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으로 1942년 말이 되자 불과 수용 2년만에 40만 중 8만이 사망한다. 또한 전쟁이 길어지며 유대인의 이주 및 관리비용이 증가하자 나치는 마침내 이주를 시킨다는 거짓말로 이들을 기차에 태워 집단학살장으로 보낸다. 수용소의 열악한 상황에서 탈출한다는 생각에 게토를 관리하던 유대인인 유덴라트들을 동족을 기꺼이 기차로 실어날랐다. 게토에 남은 유대인들과 유덴라트들이 그 참상을 알아챘을때는 이미 30만이 죽은 상황이었다.

 이에 남은 바르샤뱌 게토 유대인이 소수의 폴란드인들과 봉기를 일으킨다. 하지만 워낙 소수였고, 연합군에 대한 지원요청도 묵살되었으며 내부에서도 좌파와 우파가 갈려 진압된다. 이 봉기로 남은 이중 1만3천이 죽고, 남은 이들중 3만은 가스실로 향한다. 이 지옥에서 굶어죽지 않고, 가스실로 가지 않고, 봉기에서도 살아남은 이는 매우 소수였다. 


3. 갈라놓은 장벽 휴전선

 휴전협상은 전후 1년인 1951년에 시작된다. 양측의 입장이 달랐는데 UN군은 현 시점영토로의 휴전을 북한군은 전쟁이전 38선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면서도 개성지역을 요청하는 형태였다. 협상은 당연히 결렬되는데 38선으로 회귀하면 황해도의 옹진반도 남단은 북측이 언제든 차지할수 있는 형국이었고 동부의 알짜배기 지역인 철원, 양양, 속초가 북의 수중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51년 UN군이 동부전선 양구지역을 점령하며 공산지역의 기가 꺽인다. 또한 휴전협상의 내용을 알게된 이승만정권과 한국군, 한국민이 분노하면서 시위가 일어났고, 이에 이승만이 반공포로를 일방적으로 풀어줌으로써 협상자체가 엎어지게 된다. 그 결과 미국은 이승만이 원하는대로 현재의 영토로 휴전할 것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다.

 휴전선은 대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렇다할 경계없이 말뚝을 몇개 박아 놓은 게 처음이었다. 이 군사분계선에서 양측은 서로 2km씩 물러나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을 설정한다. 이 총 4km의 구간이 비무장지대가 되는데 서로를 못믿어서인지 그 안에 GP를 설치했고 밖에는 GOP를 설치한다. 또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비무장지대의 기지에 군이 들어갈수 없으니 일본 자위대마냥 북은 민경대란 이름으로 무려 1만의 병력을 남은 민정경찰이란 이름으로 2천의 병력을 배치하는 촌극을 벌였다. 거기에 남한의 경우 미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남방한계선에서 5-20km를 민간인 통제구역인 민통선으로 설정해버린다. 

 미군의 짓거리는 이게 끝이 아니다. 휴전회담엔 남한군 대표가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육상의 한계는 잘 구분짓고도 해상의 경계를 설정하지 못하는 실수가 벌어졌다. 당시 북한군에 이렇다할 해군이 없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이후 서로 해군이 생겨나며 UN에서는 뒤늦게 북방한계선 MLL을 해상에 선포하고 북에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이후 NLL은 당연히 남과 북사이에 갈등거리가 되었으며 남한에서는 북한적대로 먹고사는 세력의 주 안주감이 되고 만다. 


 책에는 다양한 장벽의 세계사가 등장한다. 만리장성도 하드리아누스 장벽,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끼장벽, 이스라엘의 장벽, 트럼프의 장벽등이 말이다. 과거 방어와 구분의 역할을 하던 장벽이 방어역할을 상실하며 차별의 장벽으로 넘어갔고, 이후 구분과 차별의 역할로 최근 넘어가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유럽연합의 난민 장벽들이 그렇다. 장벽은 결국 스스로를 가두는 행위임을 깨달을 날이 와야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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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7-04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 색깔은 정말 단호하게 벽치는 느낌으로 잘 골랐네요...무슨 필터낀 줄 알고 한참 새로고침 누름..,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김성우.엄기호 지음 / 따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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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고를땐 아무래도 기사를 고를때처럼 헤드에 해당하는 책 제목과 표지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물론 톱밥처럼 작게쓰인 저자도 간혹 보긴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목이 좀더 절대적인 선택기준이다. 문제는 제목이 배신을 때릴 때가 간혹 있다는 것인데, 이 책 역시 그러했다. 책 제목만 보면 한창 인기가 좋은 유튜브와 책을 비교하고, 유튜브가 대세가 된다던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시대는 여전할 것이라든지 하는 뻔한 의견이 나온 책 같았다. 물론 다 읽어보니 이건 어느정도 맞는 말이었는데 내용이 훨씬 깊고 생각치 못했던 것들이 많아 얻는게 많았다. 나름 즐거운 배신이었던 셈인데,  자세히 보니 톱밥글씨중 하나는 좋은 책을 여러번 써주신 엄기호님이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유튜브도 책도 아닌 '리터러시'다. 과거 문자의 해득능력 정도로 사용되던 리터러시는 전세계 많은 인구가 문자해득력이 생겨나며 그 의미가 많이 확장되었다. 리터러시는 문자언어의 습득과 이를 통한 지식과 정보에의 접근 그리고 이에 기반한 문제해결력을 의미한다. 상당히 복합적인 능력인 셈이다. 유네스코는 리터러시를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능력이라 하였다. 정리하면 리터러시는 문자해득력을 바탕으로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생활의 문제를 맥락을 고려하여 해결하는 역량이라 할 수 있겠다.

 

1. 한국 사회 리터러시의 문제점

 한국사회에 크게 리터러시와 관련해 3개의 집단이 있다. 하나는 60-70년대 이후 다양한 책을 접하며 자라난 텍스트 중심의 문해력을 지닌 집단, 하나는 그 이전 세대로 텍스트를 좀처럼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해 문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집단, 나머지 하나는 최근 세대로 영상을 바탕으로 한 리터러시를 가진 집단이다. 이 중 기득권을 가진 것은 텍스트 중심의 리터러시를 가진 집단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리터러시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리터러시를 모두 문제 삼는다는 점이다. 이들 입장에선 나이든 세대나 젊은 세대 모두 제대로 된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한 집단이 된다. 나이든 세대는 다양한 지식과 교양, 세태에 대한 식견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영상 중심의 젊은 세대는 가볍기만 하고 깊은 사유가 없음을 지적한다. 

 책의 저자들은 자신의 리터러시는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으며 진정한 리터러시는 서로에게 다가가 타인의 경험과 생각에 대한 이해가 있고, 시대에 대한 사유가 있는 삶에 대한 기록과 숙고가 목표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잘못된 접근이 된다. 

 한국사회에 최근 드러나는 또 다른 리터러시 문제는 '동질화'다. 최근 매우 다양한 리터러시가 드러나고 있으메도 역설적으로 동질적인 리터러시를 가진 사람과만 만나고 그들 끼리만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영역이 게토화된 사회가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내가 읽는 방식으로 읽지 않으면 '너는 문맹이야, 난독증이야.'라는 지적이 서슴없이 웹상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관계를 맺기는 커녕 상대를 모욕하고 비인간화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윤리의식이나 책임의식은 거의 없고 오히려 강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의 호응을 얻는다. 또한 상대의 의견이 듣기 싫으면 끊어버린다는 태도가 널리 퍼져있다. 자신의 리터러시만을 강조하며 가르치려는 태도도 문제지만 가르치려들지 말라는 것과 함게 가르치려는 사람에게 적대적이 되고 끊어버리려는 반지성주의적 태도가 만연해지는 것도 문제라 할수 있겠다. 


2. 영상 리터러시와 텍스트 리터러시

 텍스트는 생겨나며 문명과 역사를 이루는 기반이 되었지만 필연적으로 공동체적이었던 구술문화를 파괴하여 개인을 출현시켰다. 읽기 시작하며 오래전엔 모닥불앞에서 옛 선인의 이야기를 듣던 인류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정체성에 대한 질문 또한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 자신을 대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면이 형성되고 개인이 탄생한다. 

 텍스트는 독톡한 세 개의 성격을 갖는데 유연함과 검색 및 인용의 유연함, 고도의 추상성이다. 텍스트는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들의 거의 무한하게 어떤 식으로든 기호화 하여 표현이 가능하다. 이것이 유연함인데 소리나 영상은 이런 것에 상당한 제약을 갖는다. 스타워즈를 책으로 써내는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나 영화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검색 및 인용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찾거나 연구를 해나가며 다른 지식을 찾고 재구조화하고 붙이는 등의 인용을 텍스트가 편하다. 대부분의 연구나 학술논문이 이런 방식에 의존하는데 영상이나 다른 매체에서 이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영상검색도 결국 텍스트로 하지 않는가, 마지막은 추상성이다. 텍스트는 다양한 수준에서 세계를 이론화 하는게 가능하다. 세계의 추상화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갖은 개념, 추상적 기호로 드러난다. 

 이처럼 우리는 언어를 매개로 세계를 로딩하고 편집하고 그걸 통해서 지식을 만들고 우리가 경험한 것을 성찰하고 나눈다. 아직 영상은 이것이 어렵다. 또한 영상은 기본적으로 지각의 매체다. 영상을 보며 사람은 언어와 소리와 이미지를 그대로 인지한다. 하지만 텍스트는 그자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내 몸에 이걸 시뮬레이션 한다. 곱씹어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디오 북은 글자나 소리그대로 인지되는 쉬운 장르가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곱씹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튼 지금은 영상의 시대다. 미디어가 바뀐다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 세계를 만나는 감각과 방식, 그리고 의미를 구성하고 대하는 방식 자체가 바뀜을 의미한다. 매체가 달라지면 우리 뇌의 활성화 패턴이 달라지는데 뇌가 달라진다는 것은 우리 몸의 습속 자체가 바뀜을 의미한다. 그래서 영상 리터러시 시대에 우리는 보는 양은 많아졌지만 호흡은 무척 짧아졌다. 거기에 우리가 접하는 영상은 호흡의 짧음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편집된 영상이다. 때문에 나는 매우 빨리 알려주고 흥미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며 다른 것은 지루해진다. 이로 인해 미디어 편식이 이루어져 몸은 점점 특정 길이와 형식에 그리고 특정 내용에만 익숙해지게 된다. 다른 리터러시를 접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3. 올바른 리터러시로 가는 길

 한국은 리터러시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리터러시의 문제는 사회적 역량의 문제라고 말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리터러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바른 사회적 리터러시의 생성문제는 결국 교육의 문제로 향한다. 우리 학교교육은 지식을 얼마나 암기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진정한 리터러시를 배양하는 능력인 읽고 쓰고 이를 활용하고, 지식을 다루는 역량을 강조하지 않는다. 공정성이나 진정한 구인타당성보다는 공공성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상황인 것이다. 경쟁의 심화로 인한 공공성의 과도한 중시는 경쟁과 서열화를 위한 필연적으로 방대한 양의 어렵지만 가벼운 내용적 지식만을 다루게 되며 이는 짧은 호흡의 교육이 이루어지게 만든다.

 때문에 교육현장엔 긴 호흡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리터러시가 길러지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리터러시는 사회와 연결되어야 하는데 지역 사회나 학교의 문제를 학생이 발굴하여 이를 연구하고, 관련 문서를 읽거나 보고, 사람을 찾아가는 등의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업이 필요하다. 이처럼 사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검토하면 수업의 호흡은 길어지게된다. 

 그리고 서로 다른 미디어 간의 교육도 중요하다.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것을 이야기로 바꾸어 보고 반대로 서사가 강한 이야기를 분석적으로 바꾸어 보는 것이다. 또한 텍스트를 영상으로 바꾸어보고 영상을 텍스트로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은 시도다. 이런 시대를 통해 학생은 다양한 리터러시의 장점와 특성을 알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리터러시를 익히게 된다. 영상시대를 무조건 비판하기 보다는 이처럼 영상과 텍스트간의 가교를 놓는 것이 좋은 교육적 시도가 될 것이다.

 저자들은 결론적으로 좋은 리터러시는 일상을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세계에서 이 다양한 것들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조망하는 힘이 있고, 그것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관계를 구축해낼수 있는 윤리적 주체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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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7-02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사람들의 리터러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알라딘도 예외가 아니죠.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알라딘 서재 내의 리터러시 문화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댓글을 통해 교류를 하다 보니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외면하거나 무시해요.

닷슈 2020-07-02 10:50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이전에도 누군가 지적하셨지만 그런의미에서 알라딘에 공감시스템만 있는건 좀 문제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알라딘 내에서도 대단하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생각이 다르다 판단되면 돌아서는 친구분들도 많더군요. 갈길이 멀단 생각입니다. 책의 저자들은 외국에선 생각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싸우고, 남의 리터러시를 함부로 문제삼는 경우는 경험한 적이 없다더군요. 물론 한국은 말이 안되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긴 합니다만 문제란 생각입니다.
 
잠든 사이 월급 버는 미국 배당주 투자 - 안정된 수익 내는 배당투자의 나침반
소수몽키(홍승초).베가스풍류객(임성준).윤재홍 지음 / 베가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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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은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들의 기업을 쪼개서 파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을 가진 주주는 작게나가 기업의 주인이 된다. 따라서 기업은 성장하고 이익을 거두면 마땅히 주인인 주주와 이익을 나누어야 한다. 이 방법은 두가지인데 직접 당해년 거둔 이익중 일부를 배당금으로 주는 것이고 다른 것은 그런 것은 하지 않되 기업이 성장해 주가가 올라가 차익을 거둘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 두가지 방법중 배당이 매우 약하다. 한국의 기업은 고속성장기 주로 부채에 의존해 성장해 이익을 거두어도 이를 부채상환에 이용해았다. 거기에 경기변동에 민감한 산업이 많고 국제경기로 인한 채찍효과로 주주환원정책이 취약하다. 또한 대기업들이 대부분 소유주 중심으로 돌아가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가지 전문경영인에 의한 주주이익실현중심의 기업문화가 전혀 자리 잡지 않았다. 거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및 주가 조작세력의 음해, 그리고 기업의 불투명성과 회계조작,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한국주식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미국주식 투자가 대세로 떠오른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차익실현보다는 배당투자를 주장한 책이다. 그것도 미국배당주다. 그럼 왜 미국일까? 우선 미국 기업은 언급한 것처럼 한국기업에 비해 주주자본주의가 정착되어 있다. 기업가의 마음에는 항상 주주의 이익실현이 우선적으로 자리 잡으며 이것을 잘해야 실력을 인정받고 기업도 안정적인 흐름에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한국과는 천양지차다. 둘째는 기축통화국의 위치때문이다. 미국주식의 투자는 곧 달러투자와 같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오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주식이 하락하는데 환율도 오르게된다. 즉,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주식을 갖고 있다면 주가가 하락하지만 미국주식을 보유한 경우 주가는 하락했지만 달러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해 손실이 어느정도 보전된다. 셋째는 주주친화적 성향이다. 한국은 배당성향이 매우 낮아 15%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52%다. 사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의 배당성향도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미국의 주식은 성장한다. 또한 배당도 한국기업이 일년에 한번 하는게 고작이지만 미국 기업은 대부분 분기별로 하거나 월별 배당을 하는 기업이 대다수다. 월세개념의 수익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은 한국의 정치, 경제, 지리적 리스크때문이다. 미국은 그런게 없다. 

 그렇다면 배당투자여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배당은 현금이다. 미국은 주주우선주의로 배당에 충실하고 배당금은 현금으로 내야하기에 회계조작이나 부정행위가 어렵다. 배당의 증감은 적어도 미국에선 그 기업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바로미터가 된다. 그리고 배당은 인플레이션을 헷지한다. 배당금은 꾸준히 증액되기 때문이다. 또한 배당은 변동성 대처에 도움을 준다. 배당주는 이미 충분히 성장한 기업으로 대개 경제불황등의 변동성위기에 강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배당이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안정적 수익인 셈이다. 

 이 책에는 이런 관점에서 미국배당주에 투자한 고수들의 방법과 추천 기업, 그리고 이런 기업들을 하나하나 고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펀드종류도 다양하게 알려준다. 가독성 높고 읽기 쉬워 몇시간 투자면 완독이 가능하다. 책을 보고 배당에 대한 한미간의 차이에 적잖게 놀랐고, 한국도 투자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주주이익주의를 실현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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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전부터 연말연초엔 그 해 읽은 책을 정리하고 있다. 훌륭하신 분들의 작업을 보고 따라하는 셈인데 나 자신의 일년을 돌아보는 거 같기도 해서 좋았지만 작업이 제법 힘들었다. 반씩 나누면 좀 나을듯 해 상반기 목록을 정리해본다. 이번 상반기는 코로나로 인해 책을 읽은 시간이 많아지면서도 줄어들었다. 쓸데없는 외출과 모임이 줄었고, 직장에서도 업무수행시간이 비대면으로 인해 조금 줄어든 반면 직장에서 코로나로 인해 없던 일이 생겨나고 증폭되었으며 집에 아이들이 오래 머물게 되면서 나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애매한데 연간 목표인 100권의 절반인 53권 채운걸 보면 나름 실패는 아닌 듯 하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인의 독서량이 늘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기사가 하나 나올법도 한데, 없다. 영상매체의 시청시간과 가입률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사람들은 영상으로 향한듯 하다.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가 확실하다. 항상 균형있게 읽으려하지만 상황에 따른 선호는 분명하다. 교육분야 책을 많이 보았다. 전문성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문학(8권)- 우리와 당신들, 숨,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페스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1, 2권, 사자와 생쥐가 생각 못한 것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교육(15권) - 혁신교육정책 피디아, 미래학교, 교실 속 마을 활동, 교육정책 스포트라이트, 메이커교육사용설명서, 역량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설계,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경기혁신교육10년, 새로운 학교 학생을 날게 하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사의 말공부, 학교내부자들, 교실 속을 간 이해중심교육과정, 교사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학교, 이렇게 바꾼다,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다


인문(5권)- 강원국의 글쓰기, 한국인의 탄생, 농경의 배신, 피싱,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


사회(7권) -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미국의 미래, 컬쳐 엔지니어링, 포르노랜드, 착취도시 서울, 정치적 부족주의, 유튜부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


경제(4권) - 소득의 미래, 21세기 자본, 디플레전쟁, 한권으로 읽는 디지털 경제 


경영투자(4권) - 서울 부동산 경험치 못한 위기가 온다. 내일의 부 알파, 내일의 부 오메가, 미국배당주투자


과학(4권) - 만화로 보는 의학의 역사,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인간이 되었나,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예술(5권) - 세한도, 추사 김정희, 옛 그림 읽는 법, 안목, 옛 그림을 보는 법


종교철학(1권) - 신 없음의 과학


이 중 가장 흔들렸던 책 10권을 꼽아봤다.


10. 혁신교육 정책피디아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의 모든 병폐의 근원엔 교육이 자리한다고 생각한다. 입시위주로 시작된 교육, 그 과정에서 경쟁과 학생서열화, 이후 이 바늘틈을 통과한 사람들에 대한 평생의 과도한 특혜와 나머지의 도태, 그리고 정작 바늘틈을 통과한 사람의 구인타당도가 떨어진다는 면은 우리 사회의 온갖 부작용을 만든다. 이를 타개하고자 등장한게 혁신교육이다. 이 책은 중앙집권화된 그리고 경쟁적인 우리교육을 혁신교육과 정책으로 바꾸자는 책이다. 그 과정엔 교육청의 권한 덜기, 교원업무정상화, 학교민주화, 혁신학교 및 혁신지구의 확산이 자리한다. 이 책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한국인은 교육이 아닌 자신과 자손의 교육승리에만 관심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9. 우리와 당신들

상당히 두꺼웠지만 재밌는 인물들과 지역사회의 폐쇄성과 경제적 한계,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들과 부부, 가족, 친구간의 갈등, 성폭행과 동성애,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대리만족을 주는 스포츠 아이스하키. 이 모든걸 배경으로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무척 재밌고, 가독성 있다. 스포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8. 21세기 자본

피케티의 오랜 책을 쟁여놓다 이제야 읽었다. 우리 집엔 이런 쟁여놓은 인테리어 역할의 책이 많다. 간신히 잡아 보았다.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심화하여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생각하지만 피케티는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의 자료를 놓고 분석하여 그것이 아님을 보인다. 오히려 1,2차대전 이전의 유럽은 지금보다 훨씬 빈부격차가 컸고, 세계대전이라는 큰 혼란과 파괴가 세계를 평준화 시켰다. 이후, 다시 자본주의가 가동되며 19세기에 다소 못미치는 불평등이 진행되는데 여기엔 성장률의 둔화가 기저로 자리한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자본소득이 이를 상회하게 되고 이는 영구적 불평등으로 자리잡게 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7. 포르노랜드

포르노는 이제 그 스타가 감히 대중매체 및 유튜브에 등장하고, 긍정적 효과가 쉽게 논의될 정도로 대중화되어버렸다. 이런 긍정적 포장하에 그늘을 숨기고 우리의 성생활과 인식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그 검은 그림자를 드러낸게 이 책이다. 포르노가 창시되고 어떻게 공범들과 함께 세력을 확장해왔으며 어떻게 여성을 비하하고 특히 유색인종 여성을 더욱 차별하고 비하하며 남성 및 여성의 성인식이 안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잘 풀어놓았다. 강추다. 


6. 미국의 미래

인구 3억5천에 세계제1의 공업국이자, 농업국이며, 군사대국이자, 경제대국인 미국 . 심지어 미래 혁신기술에서도 앞서나가고 있고 고령화에서도 자유로워 도무지 해가 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나라가 곧 망할지도 모른다며 그 환부를 드러낸 책이다. 미국의 위기엔 자국 아니 자기의 이익을 위해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기업인들이 있다. 신자유주의 결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과 신흥공업국은 이득을 보았지만 이들에 일자리를 아웃소싱당한 미국의 중산층이 붕괴했다. 그들은 마약 도박, 혐오, 포르노에 빠져들었고 공교롭게도 이런 분노로 등장한 정권과 그들 자신의 모습이 무엇보다 소중한 자유를 파괴하는 형국이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란게 문제다.


5. 피싱

현재 사람의 몸은 반 정도는 옥수수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직접 먹진 않아도 옥수수로 만든 고기와 가공식품을 다량 먹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전인류가 그동안 먹은걸로 몸을 구성한다면 물고기가 팔하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물고기는 농경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지만 잡기의 편리성, 그리고 가공했을 경우 규격화되고 운송이 쉬워 교역 및 급여로 쓰기 용이하다는 점 그리고 물고기 처리과정의 복잡성과 협력성이 높은 사회조직을 요구하기에 피싱은 인류 문명 초기 생성에 크게 공헌했다. 또한 물고기는 이후 삼각무역등에서 국제교역에도 공헌하는데 이런 물고기와 인류문명의 발달, 그리고 남획으로 인한 지금의 처참한 상황을 잘 조명한 책이다. 물짐승을 다룬 책은 항상 흥미롭고 재밌다.


4. 농경의 배신

농경은 인류문명발달상 수렵채집의 다음이자 산업화의 이전에로 단선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농경은 오랜기간동안 수렵채집에 비교우위를 차지 하지 못했고, 수렵채집 유목집단은 농경사회를 군사적으로 괴롭혔고 교역의 상대로 오랫동안 존속시켰다. 농경은 의외로 초기에 풍요롭지 못한 지역에서 이루어졌고, 초기 농경국가는 자연파괴와 생산성의 한계, 외침, 내분으로 인해 매우 쉽게 붕괴하였다. 또한 도무스라는 좁은 생태장을 만들어 코로나 같은 지금의 인수공통감염병과 취약한 단순한 식물생태를 탄생시켰다. 이런 농경의 문제점과 광역혁명으로 어쩔수 없이 인류가 선택하게 된 초기농경국가의 한계와 발전 모습을 드러낸 책이다.


3. 유투브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

오늘날 리터러시는 문자 및 매체를 습득하고 알며 이를 지식정보를 얻는데 활용하고 문제해결까지 가능한 능력을 말한다. 과거 문자중심의 리터러시와 영상중심의 지금의 리터러시가 충돌하는데 문자중심의 세대가 중심에서 영상세대와 과거 문자리터러시 조차 도달하지 못한 세대에 대한 편견과 비판을 행함을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리터러시는 양극화되어 서로의 리터러시를 바라보지 못하고 서로를 혐오와 극단화의 대상으로만 판단하고 바라본다. 이 해결을 위해 다양한 매체를 다루고 어려 사람에게 다가가는 리터러시 교육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인상깊은 책이다.


2. 한국인의 탄생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구한말 일제강점기에서 근대인으로서 한국인의 탄생을 연구한 책이다. 마땅한 사료가 없어 당시 민중과 사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료라 볼수 있는 문학을 연구도구로 삼았다. 과거 홍길동전에서 비롯된 근대이전 소설에선 개인과 내면이 없었다. 하지만 근대소설이 등장하며 서구사회처럼 공동체사회의 붕괴로 한국에서도 내면을 가진 개인이 탄생한다. 다만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이 등장한 한국인은 힘없고 피해자이며 주체성이 없는 한국인이다. 이후 민족개념이 탄생하며 소설엔 민족주의자 한국인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식민지를 극복하기 위해 강한 조선인과 한국인 상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상당히 재밌는 접근과 독특한 방식의 책으로 후편인 한국인의 발견도 기대된다.


1.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인 지식 제로편

채사장은 정말 많은 책을 냈지만 채사장 책 중 단연 최고를 꼽으라면 이 책을 쉽게 꼽겠다. 심지어 그의 나머지 책은 이 책을 내기 위한 밑밥이 아니었을깔나 생각마져 든다. 물론 다른 책을 쓰면서 이 책으로 생각이 완성되어 가기도 했을 것이다. 인류, 특히 서구과학문명은 인간과 세계를 구분하는 이분법에 익숙하다. 하지만 축의시대 인류가 수가 많아지며 생존을 위한 경쟁과 갈등이 생기며 인류의 오랜스승들은 일원론적 사고를 개발해낸다. 이는 구닥다리 생각으로 여겨졌지만 양자역학과 지금의 서구과학기술문명의 발달은 오히려 답이 일원론으로 향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여정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 선인들의 사상과 의미를 찾는데 읽으며 호모데우스를 읽었을때 정도의 떨림이 느껴졌다. 최고의 책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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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01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대넓얕 제로편> 넘 좋죠, 말씀에 공감합니다. ^^
<한국인의 탄생>은 저도 작년 사 놓았는데, 빨리 읽어 봐야겠습니다.
작년 하반기 추천해 주신 <기억전쟁>도 넘 좋았습니다. 특히 ‘탈영병 기념비’는 충격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닷슈 2020-07-01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인의 탄생 괜찮습니다. 저도 후속편 한국인의 발견을 빨리 보려구요.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다! - 선거, 혐오, 미디어... 학교가 실천해야 할 시민교육의 거의 모든 것, 2021 세종도서 학술도서 선정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시민모임 지음 / 맘에드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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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이다. 각 교과는 그 자체의 전문가 양성과 과목 자체의 실제적 필요성 때문에 존재하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결국 민주시민이 갖춰야할 하나하나의 소양이라 할 수 있다. 국어과는 올바른 의사소통능력을 위해 수학과는 데이터 해석과 분석, 과학과는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소양 같은 게 이런 식이다. 하지만 정작 학교현장에서 민주시민이 잘 양성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학교현장은 민주시민의 양성 및 등장과 괴리가 있고, 오히려 사회에 나와서야 이리저리 부딪히며 소수만이 민주시민이 되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 대다수가 진정한 시민으로 거듭하는 건 요원해 보인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1.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 교육이 어려운 이유.

 우선 학교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점이다. 우리학교교육은 교육과정상 분명 민주시민의 양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학교생활에 있어 타인과 협동하고 문제를 해결할 만한 어울릴 시간을 전혀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 비민주성만 양성한다. 또한 경쟁도 문제다. 경쟁은 선발의 기능을 하기에 다양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하나의 기준만으로 다양성을 말살한다. 이런 경쟁적 분위기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동과 숙의의 경험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학교는 학생을 사회에서 격리시킨다. 교육에서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의 경험을 통해 학생의 삶과 교육현장을 연결해야 하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은 이를 허용치 않는다. 학생은 그저 지역 및 자신의 삶과 유리된체 민주주의의 원리만을 간신히 배운다. 머리로만 민주주의를 아는 셈이다. 

 민주시민교육자체도 문제가 있다. 우선 체계적이지 않다. 교육과정의 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이지만 각 교과는 이와는 별도로 완전히 따로 논다. 또한 민주시민 교육은 정식 교과로 편성되어 있지 않기에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다른 교과 영역내에 조각조각 산재해 있으며 이로 인해 체계화된 교육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이렇다할 자료도 부족하다. 

 마지막은 교사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중립성을 강하게 표방하다보니 교사가 시민 교육을 위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것을 요구 받는다. 하지만 대다수 교육선진국에서는 교사가 입장을 갖고 현실 정치를 직접 다루는 것을 실행하고 있고 권장하고 있으며 이런 방식이 가장 교육효과가 높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으로 묶이다보니 교사가 현실자료도 사용하지 못하며 지식 위주의 교육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해진다. 머리로만 교육하게 되는 것이다.  


2. 민주시민 교육 실천사례

 독일은 과거 시민들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으로 두 차례의 전쟁범죄와 그 과정에서 끔찍한 인종청소를 단행했다. 전후 독일은 반성의 의미에서 역사교육을 크게 강화하고 민주시민교육에 앞장 섰는데 그로 인해 현재 매우 인상적인 민주시민교육방식을 갖고 있다. 독일은 전후 민주시민교육원리로 보이텔스바흐의 세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교조적 주입금지와 논쟁의 지속, 정치상황의 분석, 문제해결 및 관철의 원칙이다. 

 이것의 실현을 위해 독일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모든 것이 연합되고 연결되는데 학교의 학생자치대표들이 무려 마을단위에서 하나의 연합을 이룬다. 또한 더 나아가 각 마을의 대표단이 모여 주정부 단위의 연합을 이루고 그들이 다시 모여 전국단위의 연합을 이룬다. 마치 잘 짜여진 축구하부리그와 상부리그의 연결같은데 하여튼 이렇게 학교의 자치활동은 자연스레 현실사회정치로 연결된다. 민주시민 교육이 학교에서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학교현장에서도 실천되며 더 나아가 자기 삶인 지역의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에도 단기성이지만 인상적인 사례가 책에 실려있다. EBS다큐프라임 학교의 고백 5부 정치교실편이다. 여기선 정당만들기가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우선 행복한 학교 만들기나 어떤 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신의 의견을 쓴다. 행복한 학교 만들기라면 폭력없는 학교, 자유로운 학교 이런 식이다. 브레인 라이팅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소개하고 비슷한 의견을 모은다. 그러면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당을 구성하게 된다. 나머지 소수 의견들은 모두 중립으로 편성된다. 그리고 당원들간 의견을 좀 더 심화해 3:3 토론이 벌이지며 토론결과에 따라 중립층은 마음에 드는 당으로 갈 수 있다. 

 다음은 정당활동인데 당대표, 대변인등 기본조직을 정비한다. 그리고 정당주장 정리 및 정당활동을 진행하며 공약도 만든다. 이 때 공약은 구체적이고 책임지고 실천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은 정책토론회다. 당별 발언 2분에 , 반론 2분, 전략토의 5분, 재반론2분이다. 중도층 및 정당원들은 이때도 이동이 가능하다. 이후 최종유세 및 선거가 이루어지며 선거에서 가장 많이 득표하는 정당이 집권정당이 된다.

 정당을 구성하는 원리를 체험하는 수업인데 실제 학생자치에서도 정당활동이 있으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나의 집단에서 실제적으로 권한을 갖고 운영되는 자치회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에서 녹록친 않지만 해보면 좋겠단 생각이다. 학교 운영에 대한 정당을 만들고 학생들로부터 권력을 얻고 그에 걸맞는 학생자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물론 실패하면 다음번 선거에선 권력을 잃는다. 현재 우리학교에서는 단발성으로 후보들이 나오고 선출되는 형식인데 정당을 구성하고 정당원으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는다면 연계성도 있고 더 역량을 갖춘 학생후보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책은 어려운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한 사례들이 잘 나와있다. 어떤 부분은 인권, 어떤 부분은 성, 어떤 부분은 통일에 관해서 고민하고 실천했다. 다양한 사례가 있고 깊이가 있어 좋긴했는데 다 따로 쓰신듯해 일관된 체계가 좀 부족해 보이고 그러다 보니 각 장마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게 좀 흠이라겠다. 하여튼 좋은 책이며 교육현장에서부터 실제로 민주시민이 양성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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