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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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서강대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여튼 건명원이라는 곳에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모음집이다. 그래서 매우 잘 읽힌다. 좀 시간이 있다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흔히 모음글들을 엮은 책은 주제의 일관성에서 좀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책은 그런 면도 전혀 없다. 오히려 일관된 주제를 여러 용어로 약간의 차이나는 관점에서 계속 주장하는게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여러 용어와 다양한 삶의 이야기, 과거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하나 인것 같다. 바로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나 문화 등 세속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자존감과 자신의 속이 알찬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장자가 말하는 '진'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주장이 새롭진 않다. 내가 아주 어린 나이였던 90년대부터, 혹은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이전부터 그러한 담론은 있었으며 어느 정도 실천하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지금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경제, 사회, 문화 여러 측면에서 거의 지금의 시스템과 영토내에서의 한계점이 이르렀고, 과거의 독창적 철학자들 역시 주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철저히 철학의 수입국이라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단순히 공자나, 맹자의 동양철학과 데카르트, 칸트, 플라톤 등의 서양철학의 내용이 아니다. 바로 시대를 앞서 나가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꿰차서 설명하는 높은 시선에서의 전략적 차원의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지 못한 국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전략가가 짜놓은 장기판에서 놀아나는 전술가가 될수 밖에 없다. 장기판의 룰은 모두 전략가가 정하며 전술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그룰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의 강국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철학을 같고 있다. 중국의 동양철학, 일본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탈아입구, 영국은 언어철학과 논리실증주의, 프랑스는 실존주의, 독일은 관념론, 미국은 실용주의, 러시아의 사회주의가 그것들이다. 

 반면 한국은 철학의 수입국으로 과거에는 중국의 동양철학, 최근에는 서양철학과 미국의 실용주의들을 수입해서 따라가는데 급급한 형편이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새로운 판을 짜고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따라가기만 해서는 지금처럼 중진국정도에 도달하는 것이 한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평화상을 제외한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아직 없으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국인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외국의 시스템상에서 자라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저자는 남의 철학을 따라가기만 하는 자들을 그들의 세계에 종속된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왕조들이 중국철학을 주체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사대적으로 흐른 부분들 오늘날 미국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모습들은 이러한 부분을 매우 잘 보여준다. 이런 종속들은 물론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할 수 없듯이 새로운 철학적 시선을통한 창의력의 발산은 뭔가로 꽉 채워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 왕조들의 높은 수준의 문명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 그리고 지금 상당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현대국가로 거듭날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강력한 철학을 가진 문명국이 존재하고 이를 잘 수입하여 활용하였던 결과 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 것 같다.

 책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인 수준의 개인이 요구된다고 한다. 좀 돌려 말한다면 자본주의의 구조와, 여러 이념들, 사회 현상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눈으로 파악하고 판단 할 수 있는 진정한 시민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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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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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채사장 책을 이것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지대넓얕부터, 시민의 교양, 열한계단까지. 의도인듯 아닌듯은 잘 모르겠지만 이것들을 모두 읽고 보니 채사장은 독자인 우리에게 무언가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지대넓얕을 통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구조와 실체를 조망하는 눈을 가지라는 듯 하고, 시민의 교양에서는 자본주의 체제하의 국민에서 벗어나 시민이 되기를, 그리고 아직까지는 마지막인 열한계단에서는 더 나아가 이 우주속에서의 자기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파악하라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꽤 단계적인 지도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 열한계단은 채사장의 책들중에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채사장은 헤겔의 정반합의 변증법을 통하여 자신의 자아가 성장한 과정을 밝힌다. 문학과 기독교-불교-철학-과학-군대-자본주의-죽음의 경험-신비주의 등 채사장은 자신이 성장하면서 정신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열한계단으로 독자를 이끌어 나간다. 

 가끔 채사장은 자신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들과 대화를 한 것을 책에서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자기 자신이 재수생- 입대예정자 등으로 바뀌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책의 초반부에 채사장은 우리에게 여행을 떠날 것을 권한다. 이 여행은 어려운 여행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떨치고 새로운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편하고 익숙한 환경을 좋아하도록 진화했기에 새로운 자신에게서 낯선 것을 향해 떠나는 일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사람은 새로운 경험과 지식과 지혜, 무엇보다 새로운 자기 자신의 지평을 갖게 된다. 

 실제로 지식수준이나 쓸데 없는 한국의 학력과 관계없이 우린 주변에서 그저 나이만 먹은 사람과 정말 나이를 드신 분들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매일 단순히 평생을 같은 방법으로 아무 생각없이 노를 젓는 사공과, 다양한 노젓는 방법 및 심지어 노의 재질과 모양을 강구하며, 거기에 배의 모양과 재질 모양도 강구하고, 강물의 흐름과 기상까지 고려해나가며 평생을 노를 저은 뱃사공의 말년은 매우 크게 다를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은 마지막 부분이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데 채사장은 신비주의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한다. 상당히 현실을 강조하는 느낌이 드는 저자이기에 다소 의외인 부분이기도 한데, 채사장은 실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러한 것들이지만 사람들이 현실에 눌려있고, 관심이 많아 듣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거란다. 신비에 관심을 갖게 된것은 죽음에 가까운 경험때문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교통사고로 벨트까지 안한 상태에서 거의 죽을 뻔했으며 이를 계기로 인간의 삶에 대해 더 깊은 지혜를 얻게 된다. 이러한 성찰은 자아와 우주와의 관계, 나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 우주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대답과 질문으로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열한계단은 이전의 채사장들의 책처럼 편안한 안내라던가 뭔가 답을 주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물론 전의 것들도 그런 성격이 강한 건 아니지만. 채사장의 변증법적 성장과정은 공감이 가능 부분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그 방향성이 정 반대이거나 그 일부만 따라간 경우도 있고, 아주 다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비교해보며 자신을 반추해보는 것도 책의 하나의 재미 일수 있다. 또한 중간중간 종교나, 윤리적문제, 우주에 관한 생각, 자본주의에 관한 생각, 남자라면 군대가 파괴한 나의 정신 등에대해서 생각해보고 공감하는 것도 이책을 보는 재미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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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대통령(박근혜) 탄핵 결정문 알라딘 싱글즈 특별 기획 2
헌법재판소 지음 / 알라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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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선고 기일을 앞두고 직장에서 여럿에게

10일이 닭잡는 날이라고 이야기했다.

거의 장난으로 물어본 것인데


본의 아니게 우리 직장사람들의 정치적 수준과 스펙틀럼까지 쓸데 없이 조사하게 되는 

바로미터가 되고 말았다.

바로 알아듣고 크게 공감하는 사람

처음엔 잘 못 알아들었으나 약간의 힌트로 닭이 누구인지 바로 캣치한 사람

전혀 이해 못하는 사람

전혀 이해하지 못해 설명을 듣고 기분이 표정이 좀 언짢은 사람


이렇게 4그룹이었다. 

정말 적은 표본인데 희안하게 현재 한국의 정치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듯했다.

20%는 아직도 닭을 지지한다.

그래서일까나. 직장내 최고 지위자는 탄핵선고후 낮의 햇살을 마주하며

다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게 다 최순실때문이야라고했고.

두번째 상급자는 탄핵을 마지못해 긍정하면서도 

이야 국민이 대통령을 잡네라며 탄식과 놀라움 신기함을 보였다. 


어쨌든. 밤늦게 알라딘을 살피다 이 책을 보고 말았다.

책이라고 하기엔 무척 짧은 길이고, 본방을 사수하지 못한지라 방금 봤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세계일보에 대한 개입. 세월호사건, 미르재단 이 4가지가 관건인데

놀랍게도 앞의 3개를 탄핵사유로 잡지 않았다.

생방 본사람들이 과히 심장이 쫄깃했을듯하다.

막판 한가지만 잡았는데 이것만 보아도 현 헌법재판관들이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면서

무리하지 않고 법리만 가지고 판단했다는 생각이든다.


보수정권 10년이고 그 치하에서 임용된 사람들이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이 멤버들이 통진당위헌판결도 내렸다. 

그리고 그럼에도 닭이 잡혔다는 것은 그만큼 닭의 실정이 대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뉴스에서 세월호 분들의 눈물을 다시 보았다.

온국민이 축제 분위기엔데 그 분들만 웃지 못한다. 이런 배려도좀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알라딘 별점 사상 이렇게 압도적으로 별 10개만 찍는 책이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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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1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7-03-11 01:03   좋아요 2 | URL
그렇죠 우린 부역자처벌의역사가너무 부재합니다 부역자들은 벌써처벌이 통합의저해 또는 반민주적인것으로 몰아가고있더군요

yureka01 2017-03-11 0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닭시켜 먹었습니다.ㄷㄷㄷ

닷슈 2017-03-11 01:12   좋아요 3 | URL
저는 못먹을까봐 예약해서 먹었습니다 우리직장내 외국인이 왜 닭먹는지 알고포복절도하더군요 미국도입이 필요하답니다

낭자 2017-03-11 1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닭˝ 소리 밖에 못하는 사람이 남의 ˝정치수준˝을 평가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죠.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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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미래에 대해서 사람들은 얼마나 낙관적일까? 지식수준이나 성향, 사는 나라 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분명히 낙관론자에 속한다. 과학기술과 미래에 대한 서적에 관심이 많고 그것들이 그려내는 걱정스럽지만 장및빛 미래를 믿고 있는 편이다. 요즘 같이 후쿠시마 원전 붕괴나 북핵문제, 중국의 미친듯한 환경오염, 남극 중요 빙붕의 붕괴, 어리석은 지도자를 뽑아내고 있는 더 어리석은 각국의 시민들을 보면 함부로 낙관적이기 힘들지만 그래도 낙관적이다. 무신론자이면서도 은근 내세를 기대하는 그런 묘한 심리이다. 

 책 문명의 붕괴는 정말 대단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시리즈 3권의 하나다. 총균쇠와 어제까지의 세계를 정말 재미나게 보았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었다. 책은 제러드가 세심하게 쓴 만큼 다른 두시리즈 처럼 상당히 두껍지만 역시 가독성이 좋다는 장점을 확실히 지녔다. 

 사람들은 환경문제에 관해 비관론자이건 낙관론자이건 간에 과거 문명들의 환경파괴 문제에 대해 좀 경시하는 느낌이 있다. 그것은 과거의 환경파괴가 비관론자들이 보기엔 지금과 비교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낙관로자들이 보기엔 오늘날과 같은 과학기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비극정도로만 여겨지기 때문일 수 도 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과거의 환경파괴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문명의 붕괴에서 제러드가 제시하는 한 사회의 몰락 원인은 다섯 가지이다. 인간에 의한 환경의 파괴, 기후의 변화, 적대적 이웃의 존재, 우호적 무역 상대의 존재, 환경파괴시 그것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대처 반응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다섯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붕괴를 맞게된 문명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이스터 섬과 태평양의 핏케언 섬과 헨더슨 섬, 중앙아메리카의 아나사지 문명과 마야 문명, 바이킹이 세운 유럽의 그린란드가 그것들이다. 

 이스터섬은 인간의 한계선까지의 성장과 발전으로 인한 환경파괴,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섬의 지리적 경계성의 약화로 환경파괴가 극단까지 치달았다. 이에 대한 대처 역시 미흡하여 위기시 이스터 섬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세력을 자랑하는 상징인 모아이 석상의 크기를 더욱 크게 만들어 나감으로서 파국을 맞았다. 

 태평양의 핏케언 섬과 헨더슨 섬은 교역에 의한 파국이었다. 인구를 부양할 자생력이 없던 두 섬은 외부 섬들과의 교역에만 의존하였고, 외부섬들이 핏케인과 헨더슨에서는 전혀 알수 없는 위기에 봉착하여 교역이 중단되자 자연스럽게 파국을 맞았다. 

 아나사지와 마야 문명은 위의 문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발전하여 붕괴가 다소 복합적이다 우선 이들은 역시 환경적으로 적합한 지역에서 문명을 시작하였고 자연스레 문명이 성장하며 인구 부양이 가능한 한계지까지 경작범위와 세력범위를 넓혀나갔다. 하지만 이런 한계상태에서 약간의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량의 감소, 이로 인한 주변세력들과의 전쟁 또한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지도창의 무능으로 사회가 붕괴한다.

 바이킹의 그린란드 역시 마찬가지. 비교적 기후가 온화한 시기에 살기 좋은 곳에 자리 잡았으나 실상 그곳은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자연히 간신히 빚어놓은 풀과 숲을 바이킹은 빠른 속도로 잠식해내갔다. 실상 그린란드의 자연은 유럽식 낙농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고수하였으며 주변에 성공적인 정착민인 이누이트로부터의 기술교류역시 거부하였다. 양자는 적대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후가 한랭해지자 그린란드는 버티지 못하였고 적대적인 이웃인 이누이트들에 의해 붕괴되었다. 

 이처럼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과거 무너진 문명들을 상황마다 제시하였지만 그들의 붕괴는 상당한 공통점을 보인다. 우선은 비교적 환경이 좋은 곳에 자리잡는다. 그리고 좋은 환경을 이용하여 인구의 성장을 거의 최대치까지 이루어낸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을 자리잡은 좋은 환경이 사실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이로 인해 한계치까지 성장한 문명은 기후의 악화나 교역상의 문제, 혹은 적의 등장으로 인한 위기에 상당히 크게 흔들리게 되며, 이를 수습하지 못한 무능한 대처로 파국을 맞게된다는 것이다. 

 제러드는 과거의 위기 뿐만 아니라 호주의 환경문제, 중국의 환경문제, 아이티와 도미니키 공화국의 예, 르완다 내전등을 환경으로 인한 문명의 주요 위기로 제시한다. 르완다 내전을 후투족과 투치족의 다툼, 그리고 그들을 한데 묶은 유럽식민주의자들의 탓으로만 생각해왔던 나에게는 내전의 원인으로서 환경문제의 지적은 상당히 색다른 시야였다. 그 광활한 영토에도 고작 2000만정도의 인구만을 부양하는 호주의 심각한 자연환경, 그리고 같은 섬에 존재하면서도 사회구성원의 정책방향에 따라 서로 완전히 다른 현재를 걷고 있는 아이티와 도미니카의 예도 흥미로웠다.

 책의 결론은 모두가 신중한 낙관론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우리의 과학기술은 상당히 성장하였고, 많은 문제에 대해 대처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환경파괴와 문명붕괴에 대한 파국적 힘도 같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세계화로 모두가 연결되어 과거 혼자 망했던 문명은 물귀신 처럼 다른 문명에도 큰 악영향을 끼치는 세상에 이르렀다. 때문에 제러드는 지구는 네덜란드의 개척지인 폴더처럼 하나로 연결된 것이며 환경문제에 관해 그런 식으로 연계된 접근을 강조한다. 

 과거의 작은 문명들은 그다지 좋지 못한 환경에, 그 한계를 겉으로 볼수는 없어서 한계까지 인구를 성장시켰고, 그 결과 약간의 기후나 외부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붕괴하였다. 이것을 제러드는 지구전체로 확장시킨다. 지구역시 얼핏 환경이 매우 좋아보이나 그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며 인간 문명은 상당히 한계치까지 인구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환경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변하고 있으며 지구의 부족함을 채워줄 외계 교역망을 전혀 없고 다행히 적도 없다. 그러므로 남은 변수는 구성원들의 대처인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강조하고 신중하게 기대하는 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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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산다는 것 - 삶의 끝에서 헤닝 만켈이 던진 마지막 질문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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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문학에 관심이 크게 없는지라 저자인 헤닝 만켈이란 사람을 처음 알았다. 처음 만난 작가의 책이 유작이라니 기분이 묘해지는 시점이다. 작가는 폐암에 걸렸다. 그리고 이 책은 폐암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쓴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지금의 나의 상황이 인생에서 제법 힘든 순간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나름 노력해서 세운 2년간의 사업을 송두리째 남에게 빼앗겼다. 다행히 직업이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직업이라 내년엔 반드시 옮길 생각이지만 적어도 올 한해는 나의 사업을 빼앗아간 도둑놈과, 그것을 승인한 상관도둑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 

 남들은 인생 길게 봐야 할 일이다. 사회생활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남의 인생이기 때문에 쉽게 해줄수 있는 말이다.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리고 이상하게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명히 인식하는 동료들도 그들의 사회생활때문에 도덕적으로는 잠시 혐오할 그 가해자와 역시 웃으며 같이 잘도 지낸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인생이란 참. 

 책 내용으로 돌아오면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자신의 인생을 구성했던 순간순간을 의미담아 엮었다. 때문에 글은 삶에 대한 유한성, 사랑, 인류애, 자신의 성장과정과 경험, 위기의 순간들, 타인의 죽음에 대한 경험등 다채로우면서도 진중한 장면들로 구성된다. 

 저자는 작가로 활동하고 또한 극단의 운영자로도 활동하였으며 상당히 자유로운 삶을 살았기에 고향인 스웨덴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지역을 다녔으며 그로 인한 경험도 풍부하다. 그래서 인지 작가의 글에는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과 독특한 경험이 많다. 

 많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지만 무척이나 당연히 책을 좋아했을 작가가 자신의 서재에서 더이상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암판정을 받고 아직 항암치료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전. 치료가 먹혀서 좀더 연명하거나 살수 있을지 아니면 시한부 판정을 받을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작가는 더이상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과거 책들은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 그 책들이 작가에겐 상황이 상황인지라 새롭게 다가온다. 결국 항암치료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작가는 다시 새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인생의 햇빛도 다시 찾아들었다고 말한다. 인생에게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려면 삶이 보장되어야 했던 것이다. 

 많은 여운과 복잡한 마음에 위로를 해준 책이었다. 아직은 심경이 복잡하지만. 아래는 책을 읽으면 귀찮게 폰카메라를 찍을 정도를 감수할 만큼 마음에 든 구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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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에 죽기 직전 병실에 누운 상황이 온다면, 그래도 책을 읽고 싶군요. 마지막이 다가오는 시간을 아무 것도 안 하거나 못한다는 건 불행해요.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

닷슈 2017-02-27 17:45   좋아요 0 | URL
제 지인도암걸린상태에서 끝까지 독서하다갔습니다 아직도 병실에수북히 쌓인책이 생각나는군요

yureka01 2017-02-2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앞에두고 무기력에 빠지거든요.그런데 작가는 위대했습니다..글을 썼거든요....그런데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 모두는 죽음을 앞에 예정하고 있거든요. 책이라도 읽고 리뷰라도 남겨 볼 일입니다~~~가치란 무기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무기가 아닐런지요..

닷슈 2017-02-27 17:45   좋아요 0 | URL
그런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