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야심차게 나온 권력 시리즈 삼부작을 모두 읽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는데 내용은 생각보다 많이 무거웠고, 잘 모르는 부분에 있어 배운 것도 많았다. 사회 거의 전분야에 걸쳐 국정농단이 이루어지고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보니 이런 기획도 나온것 같다. 권력과 검찰 시리즈는 가장 어렵게 읽혔는데 아무래도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사법부를 함께 읽으며 조금 보충할 수 있었다. 권력과 검찰은 검찰청을 다루고, 사법부는 사법부를 다루는 만큼 권력및 자본과 결탁한 변호사집단에 대한 책이 아쉽다. 하나 나왔으면 한다.

 

권력과 언론은 예전부터 관심이 많은 부분이라 좀 더 재밌고 쉽게 읽혔다. 권력과 언론에서는 공영방송의 구조적 문제와 장악과정, 종편의 문제, 방송의 미래 부분을 잘 설명했다면 뉴스를 읽어드립니다는 아직 박근혜치하에서 나온 책으로 지상파와 종편문제를 재밌고 보다 심도있게 다루었다. 그리고 대학초년때 읽은 신문읽기의혁명은 한때 백분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던 손석춘씨가 쓴 것으로 신문과 권력의 결탁, 신문기사가 나오는 과정에서의 비민주성과 수직적 구조를 잘지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고 본격적으로 소개할 책이 권력과 교회다. 언론과 검찰에 비해 교회와 권력의 관계는 은근히 수면 아래에 있는 편이다. 검찰이 확실한 공권력이고 언론이 준 공권력이라면 교회는 민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민간의 영역이 공공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며 올바른 정치세력에 의한 견제와 개혁도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라 할 수 있다. 교회가 정치권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강한데 이미 대한민국의 대통령중 3명이 교회 장로였고(이승만, 김영상, 이명박), 국회의원 중 기독교신자 비율(가장 암울한 국회였던 19대는 무려 41.5%가 기독교 신자)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총인구의 20%를 밑도는 수치만이 기독교신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인구대비 기독교 출신의 정치권력층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90년대 중반까지 성장일로에 있었고, 미국등 서방세계의 종교라는 점에서 선진적인 종교로 여겨지기도 했다. 한때 그들은 지친 도시노동자의 쉼터이자 사회안정망이기도 했고, 심지어 민주화 운동을 돕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화를 잃은지 오래다. 각종 보수단체 집회에 적극 가담하거나 가담을 독려하는 노골적 설교를 하는 가 하면, 자신의 재산도 아닌 하느님의 재산인 교회를 과감히 친자에게 물려준다. 또한 세금납부를 거부하고 있으며 교회의 재정공개 및 조직의 모든 투명성을 거부한다. 그 결과 신도의 성장은 정체에 머무르고 있으며 사회적 신뢰도는 우리나라 3대종교중 압도적 꼴찌이다. 책은 교회의 이런 변질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시작은 거의 100여년 정도 전인 청일전쟁 러일전쟁시기이고 장소는 평안도다. 조선시대 평양감사 자리에 대한 선호가 컸던 만큼, 서북지역은 중국과의 주요 교역지로 물산이 풍부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하지만 그랬던 것이 홍경래의 난을 시작으로 이후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으로피폐화된다. 특히, 러일전쟁중 일본군의 진격로가 되면서 엄청난 수탈을 당한다. 당시 청일전쟁의 참상을 겪고 국가도 지켜지주 못하는 평안도 주민들에게 러일전쟁의 피난처가 되어준 것이 교회였다. 교회는 대부분 미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것으로 당시엔 대사관같은 역할을 해 일본군이라도 교회로 피신한 피난민을 함부로 건드릴 수 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회로 모여든 피난민들 사이에서 자연히 교회에 대한 신앙이 싹튼다. 서북지역의 교회는 미국인들이 세운 교회인데 문제는 이들이 근본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교회의 근본주의적 신앙은 초기 자본주의 시기에 급격한 도시화과정에 생성된 것이다. 미국의 도시노동자들은 도시화과정에서 굉장한 이질감과 폭력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신앙도 그렇게 된 것이다. 당시 미국노동자들의 삶과 서북의 조선인들이 처한 삶은 근본주의가 혹독한 현실과는 달리 절대적인 근본진리가 관철되는 세계에 대한 동경을 근본으로 하는 점에서 이들에게 호소력이 높았을 것이다. 서북지역은 경제력이 좋아 교육수준이 높은 지식인들도 많았는데 이들은 서북지역의 교회신앙이 근본주의적 성격을 띠자 회의를 느끼고 사회주의쪽으로 대거 선회하게 된다. 이들이 빠져나간 서북지역의 개신교는 더욱 근본주의적 성격을 띠게 된다.

  해방 이후, 남과 북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북지역의 개신교는 탄압을 받게 된다. 물론 북에서의 종교 탄압은 전방위적인 것이었고 개신교만이 그 대상은 아니었으나 이들이 다른 종교에 비해 다소 많은 탄압을 받았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근본주의적 성격에 많은 피해를 받았다고 여긴 이들 집단은 더욱 극단화한다. 그리고 이들은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이 적극 이용하기 시작한다. 당시 미군정과 이승만정권은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남한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주의 정권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군정은 남하한 개신교 목사에게 일본의 적산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불하하였고 이들은 이런 지원을 통해 강력한 우익, 반공, 친미세력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 유명한 백색테러단체인  서북청년단이 바로 이들의 지원을 통해 생겨난다. 청년단이 행한 학살과 만행은 실로 대단한데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50년 10월 북한 황해도 신천군에서 무려 3만5천의 민간인을 학살한 신천학살도 그 대표적 예다. 서북청년단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와 북한을 해방해야 한다는 종교적 정치적 사명감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중세의 십자군 같다고 해야 할까나.

 전쟁이후 남한의 개신교에서 이런 근본주의적 광풍은 부흥회로 변모하게 된다. 당시 남한은 사회기반시설의 붕괴와 국가의 사회안전망 체계 미비, 그리고 도시화로 수많은 도시 빈민들이 각종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치유와 기적을 행하는 부흥사의 부흥회는 실로 대단한 세력을 이루게 된다. 하지많 사회가 안정되어 감에 따라 이런 부흥회는 힘을 읽어갔고 부흥사들 중 일부는 대형교회를 이루어나가게 된다.

 한국교회는 당시 양적으로 매우 팽창해나갔는데 10년마다 신자의 수가 두배씩 증가할 정도로 엄청났다. 여기엔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교회의 경쟁력이 아무래도 타 종교에 비해 엄청나게 강했다는 것이 한몫하게 된다. 샤머니즘은 박정희의 탄압을 그리고 불교는 이승만의 정화운동으로 90년대 이전까지 사분오열된 상태였으며 천주교는 탄압은 없었으나 개신교에 비해 자본이 부족했다. 이에 비해 교회는 한국전쟁시기부터 국가가 외국단체로부터 받은 많은 후원금을 모으고 배분하는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타종교에 비해 많은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게 된다.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서 자원과점 집단으로 자리 매김한 순간이다.

 이후 한국교회는 산업화과정에서 지친 도시 빈민을 수용해나가고 부재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 급격한 성장을 해나간다. 여기엔 한국 개신교가 한국 근대화에 강력한 주체세력으로 도구적인 태도와 자본본위적이고 반인간적 태도를 견지해나간것도 한몫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많은 자본을 갖고 있었기에 엘리트 인재들이 교회에 의해 양상되었고, 또한 역으로 사회의 각 기관들은 교회출신 엘리트에게 상당히 의존하게 되면서 양자의 권력 밀월관계가 본격화 한다. 한편, 50년대부터 존재해온 부흥세력은 이 시기에도 존재했는데 이들은 주로 산기도원에 자리잡아 활동하지만 신도들의 의식이 성장하자 열광적이고 매우 근본주의적인 성격의 산기도원은 점차사라지게 된다. 이후 이들은 거리의 전도사로 활동하나 자신들의 가족에게도 버림받고 교회로부터도 수용되지 못하자 태극기 세력도 극우집단에 합류하게 된다.

 성장일로를 거듭하던 한국교회는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정체와 적자를 경험하게 된다. 기존의 신자들이 무비판적이고 매우 수용적이었다면 새로운 신자들은 목사의 설교와 스타일을 알아보고 교회를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주로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강남에 자리잡아 교육수준이 높고 지대 상승으로 재산을 형성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이 지역에 교회에 몰려들어 새로운 교회가 생겨나는데 일부 목사들이 이들의 이런 다소 합리적인 상향을 파악해 새로운 대형교회를 성장시켜 나가게 된다.

 이외에도 교회들은 신자가 더 성장하지 못하고 수평적 이동만 가능한 상황에서 더 많은 신자들은 이끌어내기 위해 청년 결혼 알선이나 단기해외 체험 활동등 여러가지 상품을 개발 해내 성장을 유지해나간다.

 이렇게 성장해온 한국교회들은 여러가지 문제를 갖는다. 우선 교회자체가 계층적 문화적 필터링을 한다는 것이다. 과거 빈민 계층까지 수용하던 교회는 대형화하고 위치의 지대가 상승하자 사회 중상위계층들만 자리하며 나머지 계층은 버텨나가지 못하는 구조가 생성된다. 또한 목사들의 보수성향도 문제다. 이들은 북한과 동성애에 대해 매우 극단적인데 이 과정에서 성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편집하여 이용하고 이를 절대화한다. 이들의 이런 행태는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내부의 비판 세력을 잠재우기 위해 외부의 적을 찾는 전략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이렇게 닫히고 왜곡된 교회에서 한국 정치권력자의 상당수가 배출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책은 교회의 개선 방법을 몇가지 제시힌다. 우선 수직적 권력구조를 깨는 것이다. 현행 교회는 목사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데 이들은 성서의 해석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으며 교회의 구조자체도 부채꼴로 목사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형태다. 이런 구조를수평적인 형태로개선하고 신자하나하나가 성서화화는 것이 수직적 권력구조를 깨는 방법이다. 또한 교회의 재분배적 기능을 강조한다. 한국 교회는 기복적 신앙으로 비판받지만 기복적 신앙은 종교라면 다 갖고 있는속성이며 복을 누구에게 분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교회는 복을 일부 권력자에게만 배분분하며 이 과정에서 재정도 불투명해진다. 이를 타파하고 일부 교회의 세습을 깨어나가고 사회의 다수 빈민 계층에게 분배하는 기능을 되찾아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사회에서의 비판도 필수적이지만 신자하나하나가 비판의식을 갖고 깨어있으며 질문하고 경쟁해야한다고 책을 말한다. 책을 통해 교회의 역사를 고찰해보는 것과 한국인의 무속신앙과 종교에 대한 의식의 관련성은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제목과는 다르게 좀더 역사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권력과의 밀월관계에 대한 분석은 좀 부차적인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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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1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1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1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 마음을 지배하는 공간의 비밀
콜린 엘러드 지음, 문희경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그동안 건축의 목표는 사람에게 미적인 즐거움과 편리함, 안전, 생활에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리학과 진화심리학이 발전하면서 건축과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연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건축도 그에 발맞추어 심리지리학이나 신경건축학 등의 학문이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 등장한 스마트 기기들은 이런 동향을 더욱 가속화했는데 사람들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특정 공간과 건물에 들어갔을때의 심리적 효과를 매우 간단히 측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건축의 특징과 발전 그리고 미래 동향을 매우 잘 보여준다.

 

1. 건축의 시작과 공간에 대한 본능

저자는 건축의 시작은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인식한 것 때문이라고 본다. 건축은 이런 인간의 유한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고 이런 원시 건축물은 죽음에 대한 원초적 투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의 건축은 죽음을 외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된다. 그리고 건축은 흔히 정착 이후 생겨났다고 보지만 종교가 농경 이전인 만큼 건축 역시 정착 이전에 시작되었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초기건축에서 벽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다. 현대 건축에서 벽은 어쩔수 없는 차악이거나 가급적 없애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벽은 사람의 이동을 막고 서로의 시야를 가려 사생활과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이향하고 주변의 낯선 사람이 매우 많아졌는데 벽의 존재는 이런 잠재적 위협인 타인을 일일히 감시해야 하는 인지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주거지로 비슷한 장소를 선호한다. 바로 자신의 생존력을 높여주는 장소가 그곳인데 주로 언덕 꼭대기나 드넓은 바다를 마주보는 절벽의 양 옆이다. 이 장소들은 매우 좋은 조망권을 주는 동시에 자신은 은폐시켜주는 곳으로 조망과 피신의 원리에 매우 부합하는 장소다. 이는 현재에도 마찬가지여서 이런 입지를 가진 부동산은 가치가 높다. 오래된 광장을 관찰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주로 한 가운데자리보다는 가장자리부터 차지하는데 이 역시 조망과 피신의 원리가 발현된 사례라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엠티라도 갈면 항상 방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를 먼저 차지하곤 했다.) 

 

2. 집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오랜 진화끝에 특정공간에 대한 선호를 갖게 되었으며 이곳이 자신의 생존력을 높여주기에 편안함을 느낀다. 집은 사람이 항상 머무는 곳이기에 이런 경향성이 가장 잘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 책에서 밝힌 집에 대한 사람의 심리원리는 다음의 세가지다.

 첫째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요소와 특정형태와 색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생활을 보장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는 곳을 선호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년기의 경험과 그 경험이 일어난 장소를 더욱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돼 보이는 결과는 집에 대한 한 실험에서 얻어진 것이다. 실험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세 가지의 집을 경험하게 하였다. 하나는 로버트 라이트의 낙수장 같은 자연과 어우러진 집이며 다른 하나는 위의 첫번 째와 두번째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키면서도 미학적, 기능적으로도 매우 탁월하게 지어진 집이며 마지막은 그냥 우리가 쉽게 살고 경험하는 평범한 집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첫번째와 두번째 집에 쏠렸으며 특히, 두번째 집에 대한 선호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위의 세 집중 구매하고 싶은 집이 어느 집이냐는 매우 실질적인 물음에서는 모순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번째의 평범한 집을 골랐던 것이다.

 이는 결국 사람이 진화를 통해 형성된 자신의 생존가능성을 높여주는 공간과 건축에 끌리면서도 결국 추후에 형성된 인생초기의 경험에 의해 선호가 뒤바뀜을 의미한다. 이는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데 진화의 원리상 생존을 위해 초기에 설정된 심리적 선호는 경험에 의해 바뀌는 것이 더욱 생존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젊고 매우 신선한 건축이 좀처럼 발전하지 못하고 상자같은 집들만 양산되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경향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이런 집들이 많아져 상자같은 집에서 인생초기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상자같은 집에 대한 선호도 높아질 것이므로 이는 자기충족적이기 까지 하다. 나오지 못할 쳇바퀴같다고나 할까.

 

3. 테마파크와 쇼핑몰, 카지노

사람은 안정적인 생활을 중시하면서도 일탈을 꿈꾼다. 이는 인간의 호기심에서 비롯되는데 주변의 세계에 대한 적당한 호기심은 인간의 생존에 매우 유리한 만큼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테마파크를 찾는다. 권태로운 일상에 충분한 호기심과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마파크라고 해서 항상 자극만 주는 것은 아니다. 테마파크의 중앙에는 보통 메인 스트리트가 있는데 이곳은 과거의 즐겁고 평온한 분위기를 주는 조형물과 거리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롯데월드나 서울랜드도 그렇다) 이런 자극과 다소 자극에 지친 나에게 평온을 주는 테마파크에서 사람은 자연히 오래 머물며 즐기게 된다.

 카지노의 목적은 사람들이 돈을 잃으면서도 따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며 이를 위해 그들이 도박장안에 충분히 오랜 시간동안 머물도록 하는데 있다. 인간은 직선이나 날카로운 것 보다는 곡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카지노의 공간은 곡선으로 대개 설계된다. 카지노에서 과거 슬롯머신은 도박장내에서도 루저들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그 수익성이 주목받으면서 이젠 메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슬롯머신의 위치도 매우 중요해졌는데 슬롯머신은 조망과 피신의 원리에 따라 역시 중앙공간보다는 좁은 구역을 빙둘러서 소규모로 군집배치된다.

 카지노는 매우 자극적인 공간이기에 사람이 쉽게 지칠 수 있다. 이에 최근 카지노들은 세계 유명랜드마크를 대규모로 시뮬레이션 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장면과 소리를 제시하여 사람들의 기분을 고양하는 건물과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오는 장소의 제공으로 사람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요량인 것이다.

 쇼핑몰의 목적도 카지노, 테마파크와 대동소이하다. 최대한 사람이 오래머물러 그들의 가처분 소득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쇼핑몰은 기본적인 특징이 있는데 양끝에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주요 세입자가 자리하고 그 사이로는 대규모 소규모 특별매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코트에서는 사람들은 식사를 즐기는데 쇼핑에 시간을 쏟아야 하므로 패스트푸드위주이며 최대한 짧게 머무르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4. 거대한 공간에 대한 경외감

경외감은 인간에게서만 볼수 있는 정서로 그 때문에 이것이 정서에 속하는지 인지에 속하는지 분명히 구분이 안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개 정서로 불 수 있으며 경외감은 관대함과 순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관대함은 물리적 크기든 지식이나 정신적 깊이든 어떤 크기에 대한 집착이며 순응은 경외감이 일으키는 자극에 반응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아인슈타인의 지식의 깊이에 경외감을 일으키고 그가 주창한 상대성 원리에 조응해 그동안 갖고 있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수정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이런 광대한에 대한 순종적인 감각은 사실 동물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보다 작은 개체가 큰 개체에게 싸움을 걸지 않고 순응하는 것이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이 느끼는 경외감이란 그 이상의 것이지만.

 광대한 경관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감을 일으켜 권력관계와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성베드로 성당처럼 권력과 관계 깊은 종교집단이나 정치권력층의 건축물이 유독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큰 건축물이 인간에게 주는 경외감은 다른 측면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건축물을 보면서 지배권력에 순종하기도 하지만 더 큰 감각을 느끼곤 하는데 이로 인해 시간과 공간이 해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죽음을 맞딱뜨리는 방법중 우리가 육체에 갇힌 것보다 더 큰 존재의 일부(가령 우주 같은 것?)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방법과 맞닿아 있다.

 

5. 건축의 미래, 가상공간과 디지털 시티

인간에게 있어 자기 방어와 생존을 위한 기능중 가장 기본적인 것중 하나는 자신과 외부를 구분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신경계와 뇌의 작용은 이를 절묘하게 해내지만 뇌의 가소성으로 인해 이런 구분이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은 쉽게 자신의 신체와 비슷해보이거나 연장된 부분을 신체의 일부로 인지하며 사라진 부분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가상공간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이런 자신과 외부의 구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세계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 그리고 물리적 공간 모두에 해당된다. 가상세계에 들어가 다른 역할과 정체성을 경험한 사람은 실제로 현실세계에서도 그 영향을 받아서 행동의 변화를 나타내게 되며 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당연히 있다. 가상세계에서 경험한 비현실적인 물리법칙이나 여러 공간에 대한 경험도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역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다.

 현실공간에서도 디지털 시티가 들이 닥친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결합은 사람들에게 어느 공간에서든 집처럼 편하게 느끼는 공간과 경로를 제공한다. 나의 성향에 맞추어 도시를 거니는 나의 경로는 최적으로 설계 및 제공되며 각 장소에서 겪는 경험도 마찬가지다. 이런 맞춤형 장소 및 공간과 그에 따른 경험은 엄청난 장점과 효율성 및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인간의 주체성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주체성에는 의도도 포함되지만 우연도 들어간다. 가령 내가 도서관을 방문하는 경우, 디지털 시티의 기계장치와 내몸에 부착된 웨어러블 기기들은 나의 디지털 흔적을 파악해 최적의 경로로 내가 가장 선호할 만한 도서로 향하는 길을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만족도는 분명 높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도서관에 가면서 예가치 못한 책을 간혹 마주하고 예상 못한 높은 만족도와 경험을 누리기도 한다. 디지털 시티가 이런 것도 예측할 수 있을까?

 이처럼 미래 건축은 각종 센서를 부착한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이 공간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반응을 낱낱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편의를 제공해 나갈 것이며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건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주는 엄청난 경험과 편의성을 분명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이로 인한 자의식과 주체성 우연성의 상실도 경고한다. 깊에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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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언론 - 기레기 저널리즘의 시대 대한민국 권력 비판 3부작
박성제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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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레기는 기자+쓰레기의 합성어로 정치권력과 자본에 굴종한 기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젠 너무 일상화되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이 기레기란 말은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세월호 사건 이후인데, 당시 언론의 총체적 오보와 부실로 많은 시민들에게 언론에 대한 불신과 충격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책은 언론이 지금 이렇게 된 과정과 미래에 대해 주요 언론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인터뷰한 책이다. 조금더 아는 사람이 많고 내부사정도 좀 더 알려진 편이어서 같은 권력시리즈인 권력과 검찰보다는 더 읽기 쉬웠고, 재미도 있는 편이었다.

 

1. 출입처와 어뷰징

 기레기가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 우선 책은 출입처 시스템을 다룬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드러나듯 기사에 있어선 팩트체크가 필수적인데, 기자들은 초년생부터 소위 출입처를 드나드게 된다. 청와대나 각 정당, 기업들에서 기자의 취재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출입처인데 그곳을 드나들고 그 쪽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게 되면서 기자가 자연스레 편향성을 지니게 된 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과거만 해도 기자가 출입처를 관리하는 사람들과 식사도 하고 심지어 용돈요구까지 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기자실을 없앴것도 이때문.

 다음은 어뷰징이다. 어뷰징은 자신이 작성한 기사를 제목이나 핵심어만 살짝 바꾸어 계속 웹상에 업로드하는 것으로 조회수를 높여 광고를 따내는게 목적이다. 과거에는 언론사가 몇개 없었고, 기자의 수도 많지 않아 이럴 필요가 없었지만 매체가 다변화 하고 언론사도 넘쳐나는 지금 시기에 서로간의 생존경쟁으로 이런 일이 자행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대개 직급이 낮은 기자가 수행을 하며 선배나 윗선에서의 압력에 의해 대부분 일어난다.

 

2.MBC와 KBS

이명박 정권이 가장 먼저 장악한 것은 두 개의 공영방송사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 거의 무한한 자유를 누려왔지만 정권차원에선 언론에 자유를 주면 알아서 정화되어 저널리즘이 잘 정착되리라 본것 같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장악에서 볼수 있듯, 저널리즘을 누렸던 사람들 중에서는 권력이 그리웠던 언론인도 상당했던 것 같다.

 두 방송사는 이사회가 사장을 선임하는데 이사회의 수를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인사를 정하나 여당수가 to 가 많으므로 늘 정권의 입맛에 좌지우지되는 사장을 선임하게 된다. 책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독일처럼 시청자위원회 50명중 추천된 10인이 사장을 선임하는 방식을 채택하거나 여당과 야당의 to 를 7대6으로 개선하고 사장선임같은 결정에선 삼분의 이 찬성방식을 도입할 것을 권장한다.

 책에서는 kbs의 문제를 더욱 지적하는데 kbs의 경우 지배구조가 형식상은 이사 10인이 사장을 대통령에 추천하나 결국은 정당의 입김이 작용하는 점. 그리고 kbs를 공영방송이 아닌 국영방송처럼 생각한다는 점. 그리고 위계적으로 편성된 조직구조를 그 예로 든다.

 

3.종합편성채널

종편은 언론장악에 나선 이명박정부가 승인한 것이다. 이들의 특혜는 엄청나서 다른 채널의 경우 유선사업자가 채널을 결정하는데 비해 종편만큼은 10번대에 자리한다. 또한 이들은 종편임에도 중간광고가 편성되고, 언론발전기금마저 오랜 기간 면제받는 특혜를 누렸다. 하지만 책무는 다하지 못해 jtbc를 제외한 tv조선, 채널a는 콘텐츠의 부족과 제작 역량강화의 부족으로 드라마나 각종 예능프로그램, 시사프로그램의 제작에서 기대치에 현저히 못미치고 있다.

 이 두채널은 선정적인 뉴스와 저렴한 시사토크쇼로 버티고 있는데 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퍼뜨리는데 가장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특히, tv 조선의 경우는 사업자재선정 심사에서 기준치인 650점에 미달하는 625점을 받아 방송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지만 지나친 봐주기로 재심으로 살아남았다.

 종편이 지켜야 하는 조건들은 5가지 정도로

가. 오보, 막말, 편파의 제재건수가 연간 4건이하

나. 뉴스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을 합산 32.6%이내로 편성

다. 자신들이 제시한 콘텐츠 투자금액 준수

라. 직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기구 운영

마. 진행자나 출연자로 인해 법적제재를 받을 경우 해당자 출연금지

들이 그것들이다.

 이 중, 가와 나의 경우가 심각한데 종편채널에서 진행자의 편향성과 막말을 상당한 경우이며, 책은 이들이 종이신문에서 해도 되는 어조를 방송에서 그대로 진행하면서 생기는 문제로 보고 있다. 종편은 가성비 좋은 저렴한 시사토크쇼를 다량으로 만들어 진행하는데 출연진도 대개 비슷해 같은 출연진이 각 종편의 성향을 고려해 발언의 수위도 정한다고 한다. 가령, tv 조선의 경우는 원색적, ytn은 점잖게, mbn은 약간 코믹하게 란다.

 종편의 경우 적자라고 난리치지만 설립 이후로 경영수지가 꾸준히 개선되고 매출인 신장하고 있으며, 자사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회사인 미디어 렙을 이요하여 자사의 방송을 미끼로 한 강매등의 편법을 써서 수익을 더욱 신장시키고 있다.

 

4. 방송의 미래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우리나라는 방송과 통신을 묶어 법도 방통법이고 위원회도 방통위다. 하지만 책에서는 방송은 공공성이 중요하고 통신은 산업진흥이 중요한 만큼 양자를 묶어서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심지어 이로 인해 자본의 논리로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통신은 국토교통부가 관장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흥미로웠다.

 또한 미래의 방송이 점차 파편화되고 수요자 중심이 되며 방법이 매우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의 방송이 이를 잘 따라가지 못함을 지적했다. 가령 종편의 경우도 종이신문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고 방송사를 설립한 부분은 시대를 따라 간 것이지만 실상의 운영에서는 종이신문 출신들이 대세라는 것이다. 종이신문사 출신들이 엘리트이자 사실상의 성골이라면 디지털이나 다른 미디어들은 같은 계열이지만 육두품이나 진골취급이라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종이신문의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 디지털 부분을 운영하면서 방송의 공공성도 훼손되고 경쟁력도 약화되는 문제가 전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받을 만한 선진국의 예로 영국의 BBC 같은 경우 우리는 그저 영국의 공영방송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BBC는 1,2,3,4로 쪼개지며 1은 잉글랜드 방송 2는 스코틀랜드 3은 20대 4는 10대를 위한 방송으로 운영된다. 방송사는 서로 연결되지 않고 서로의 시장과 수요에 맞춰 따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KBS가 1과 2로 쪼개지나 사실상 역할 구분은 미약한 형국이다.

 필터버블 개념도 재밌었다. 필터버블은 사람들이 SNS 같은 투명한 비누방울에 갇혀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개념이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SNS나 매체만을 선호하고 거기서 생산되는 자기 입맛에 맞는 뉴스에 함몰되어 전체적인 상황 파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진보층은 자신의 구독하는 채널이나 SNS 상에서 그 어떤 트럼프의 지지자도 찾지 못하겠지만 전체적인 미국인의 지지는 트럼프였다. 이런 필터버블은 가짜뉴스가 판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인터넷과 SNS를 더욱 구조화하기 때문이다. 책은 저널리즘과 팩트체크만으로는 가짜뉴스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 대응하기 힘들며 이 경우 저널리즘과 팩트체크를 넘어선 새로운 프레임짜기로 대응해야 할 것을 주문한다. 실제로 JTBC가 최순실 테블릿 PC 조작 음모설에 대해 수차례 팩트체크로 대응했음에도 효과는 없었던게 사실이다.  

 

권력과 검찰에 이어 본 권력 시리즈로 언론의 여러면을 보고 배울수 있었다. 다음 시리즈인 권력과 교회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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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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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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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자치 - 어린이들이 만들어가는 학교 민주주의
이영근 지음 / 에듀니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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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 기억속에 학생자치는 너무나도 뻔하다. 학급엔 반장 부반장이 있다. 간혹 반장은 하나에 남여 부반장이 있거나 남여 반장 남여 부반장, 혹은 반장 하나에 부반장 하나만 있는 등의 수적 경우의 수는 다양했으나 진정한 의미의 차이는 없었다. 게다가 이들은 공부를 잘 해야만 임원선거에 입후보 할 수 있었고 이들이 진행하는 회의는 거의 무의미 했으며 학급운영에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들은 교사의 심부름꾼이자 역할 보조 정도였으며 학생의 대표란 느낌은 사실상 부족했다.

 전교 임원도 마찬가지다. 학급임원들이 된 학생들이 입후보 했고 대개 모범생이었으며 회의란것도 몇차례 했지만 학교 운영에 반영되는건 전무했다. 전교임원 자식을 둔 부모는 학교에 뭔가 해야하는 분위기였고, 이들 역시 학생의 대표란 느낌은 부재했다.

 이 책의 저자 이영근 선생님은 이런 초등자치를 진정한 자치로 실현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물로 담아낸 것이 이 책이다. 초등이등 중등이든 각 학교급에서 자치는 중요한데 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이 몸담은 사회에 주인의식을 갖고 어른이 되어서도 올바른 정치력을 행사하고 판단하는 민주시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학생시절 그런 경험의 기회를 박탈하고서 민주시민이 좀처럼 되지 못하는 젊은이를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인데 앞 장은 학급과 전교 임원을 뽑는 과정, 그리고 뒷 장은 이렇게 뽑힌 임원들이 펼쳐나가는 진정한 초등자치이다. 앞부분은 절차적 과정이 지리하게 나와 좀 지루한 맛이 있는데 인상적인 부분은 후보자간 토론회를 벌인다는 점이었다. 대개의 학교선거에선 입후보자가 벽보를 만들고, 자신의 선거운동원을 확보해 유세를 벌인 후, 간단한 공약 발표후 선거에 임하는 형태였다. 이 책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후보자 토론회를 벌인다. 토론회를 통해 학생후보들은 전세를 뒤집을 수 도 있고, 다른 학생들도 좀더 옥석을 가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 책의 백미는 뒷장인데 정말 다양한 자치활동이 나온다. 아무리 성공적으로 전교임원이나 학급임원을 구성한다 해도 이들에게 자치할만한 역량을 키울 기회와 적절한 돈, 지원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야먈로 도루묵이다. 이영근 선생님은 처음 한 두차례 자신이 기획한 행사를 학생들이 진행하게 한 후, 이후에는 거의 전권을 학생자치회에 위임한다. 아이들은 교사 이상의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내는데 교내 벼룩시장, 장기자랑 대회, 보이는 라이오, 찾아가는 산타, 교내 보물찾기들이다. 장기자랑 대회는 심지어 예선을 거쳐 본선을 진행하기 까지 했으며 보이는 라디오는 평소 학생자치위에서 진행하는 교내 방송을 공개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찾아가는 산타는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자치위원들이 각 교실과 학교의 행정실 급식실등을 차례로 방문하여 노래하고 간단한 선물을 하는 위문활동이다.

 이런 자치활동 사례를 제법 대단하지만 여기에는 자치회에 뜻을 갖고 열심히 추진한 교사와 이를 허락하고 지원한 교장과 다른 교사들의 힘이 컸단 생각이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이런 자치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나라도 더 나라다워지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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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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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주변국 지식인이 쓴 反중국역사
양하이잉 지음, 우상규 옮김 / 살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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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인 양하이잉은 북방계 유목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중국 오르무스 출신이다. 지역 이름 처럼 이곳은 중국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며 거주인들은 몽골계기 다수다. 종교도 다양해서 티베트 불교와 이슬람교, 심지어 기독교가 병존한다. 민족도 마찬가지여서 간혹 위구르게 백인종도 눈에 띈다. 이런 곳에서 자란 저자라 한족 중심의 중국사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펴낸것이 이 책이다. 일본에서 유학해서인지 저자의 반중국역사의 이론적 근간은 일본인 스승이 자리한다.

 양하이잉이 비판하고 싶은 것은 지나친 한족 중심의 중화사상이다. 중국의 역대 왕조는 대개 하-은-주-춘추전국시대-진-한-위진남북조-수-당-송-원-명-청 이다. 저자는 이 연보 자체가 중국중심이라 비판한다. 이중에 순수 한족이 세운 나라는 진,한,송,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보자.

 

1. 중화사상

 중화사상은 고대 화북지역의 지나 중심국가에서 생겨난 원중화사상이 중심이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개방되어 있다보니 항상 이민족의 위협에 시달렸고, 높은 성벽을 구축하여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배경을 지녔다. 그러다 보니 성벽의 안쪽은 천하이자 세계이고, 외부는 비문명, 비문화의 야만인 지역으로 구분된다. 전세계의 차이나 타운은 결국 이 성벽도시 국가의 현대판의 불과하다는게 저자의 통찰이다. 이 중화사상은 후에 유목민족 및 서구, 일본의 침략을 당하면서 더욱 폐쇄적인 왜곡된 콤플렉스로의 중화사상으로 발전한다. 이 사상은 매우 자기중심적이어서 자신들 영역의 무한 확장은 허용하고 윤리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침략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중국이 일본의 침략과 서양의 침략에 매우 분개하면서도 자신들의 침략과 현재의 확장을 당연시하는 모순을 보이는 것은 이것에 기인한다.

 

2. 우메사오의 이론

우메사오는 세계를 제 1지역과 2지역으로 나누었다.

제1지역은 일본과 서유럽으로 풍부한 지역으로 중위도 온대기후, 적당한 강우와 높은 생산력을 지닌 지역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변방에 속해 중앙아시아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반전을 위한 힘을 구축할 수 있기도 했다.

 

제2지역은 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로 기후적으로 중앙에 거대한 건조지대가 자리한다. 고대문명은 대개 그 건조지대나 주변 사바나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지리상 중앙의 건조지대와 가까워 유목민을 주류로 한 파괴집단의 위협에 늘 노출되었다. 그래서 이 지역의 역사는 농경지역의 문명건설과 유목민의 파괴 및 대체가 무한 반복되었으며 이는 근대화를 통해 힘의 무게추가 농경지역으로 완전히 이전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중국의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3. 유목민의 파워

유목민 하면 문명은 떨어지나 말을 활용한 강력한 군사력과 약탈 착취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는 편견이다. 유목민의 파워는 군사력 뿐만 아니라 정보력과 유동성, 높은 사회적 개방 조직이다. 유목민은 광대한 지역을 유목을 위해 이동하는 만큼 다양한 집단과 땅을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정보력이 높았다. 세계의 상당수 기술이 북방을 통해 이동했음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다른 민족과 자주 접하는 만큼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개방조직을 갖출 수 밖에 없었다. 중국에 세워진 유목민 국가들이 높은 수준의 민족적 다양성과 종교적 개방성과 사회조직을 갖춘 것은 바로 이에 기인한다.

 

4. 유목민과 중국의 초기역사

저자 양하이잉은 중국은 중국이라 부르지 않고 책에선 지나라 표현한다. 현재의 중국엔 다양한 민족 집단과 종교가 강제로 통합되어 있고, 한인 중심주의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하이잉은 순수한 한족 집단과 그 국가를 지나로 칭한다.

 저자는 본격적 서술에 앞서 한인개념을 비판한다. 대개 다른 나라들은 자신들의 민족이 설정되어 있는 반면 중국인 한인개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한족 보다는 한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란 개념이다. 하지만 한자가 단일민족에 의해 생성된게 아니므로 한인이라는 개념은 애초부터 오류투성이가 된다. 1919년 중화민국에 의해 현대 중국어가 지나중심으로 자리잡기 이전 중국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었다. 또한 중국은 고대 한자 생성시기 양쯔강을 경계로 북방과 남방이 구분되는데 이들의 언어가 매우 다르다. 북방인은 유목민은 알타이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n.l.r의 구분이 가능한 반면 남방계인은 그렇지 않다. 북방계는 강을 칭함에 있어 허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는 북방계은 흔적이며 남방계는 강은 지앙으로 발음하고 강으로 칭한다. 그래서 황하는 황허이고 양자강은 양쯔강인 셈이다.

 중국에는 동남아계 한인인 하인이 처음 들어서고 기원전 13세기 경 만주 동북면에서 은인이 그리서 서쪽에서 유목민이 주인이 들어서서 차차 왕조를 바꾸어간다. 그들은 점차 한인으로 정체성을 잡아가며 주변 이민족을 야만시했는데 동이와 , 북적, 남만, 서융이 그것이다. 초기 지나의 영역은 지금에 비해 매우 좁아 동이는 오늘날의 산둥성 부근, 북적은 만리장성의 산시성, 남쪽은 양쯔강이었다. 한인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영역을 확장되어 가는데 북 , 동, 서는 그대로면서 남으로의 경계만 확장된다. 이는 동, 북, 서에 강력한 유목민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역사는 고대에 남쪽으로 주로 확장된다.

 지나는 자신들의 지도자를 황제로 칭한다. 황제는 곧 천자라는 말로 권위가 강화되는데 사실 지나의 고대종교는 제왕신앙으로 제왕은 신이나 하늘과는 무관했다. 하늘과 연결되는 것은 유목민인 지닌 배천신앙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저자는 중앙아시아에 있는 무수히 많은 배천신앙 문화인 황금기둥을 그 예로 든다.

 

5. 유목민들이 세운 나라

유목민들은 지나 초기 역사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일부는 지나화하기도 하고, 일부는 침략과 적대를 하기도 했다. 동쪽에서는 흉노가 등장했는데 이들이 활약한 시기는 기원전 318년부터 기원후 415년정도 까지이며 흉노는 사실상 서구로 진출한 훈족과 같다. 흉노는 멸망후 서하라는 대국을 세웠으며 몽골인들은 현대까지도 자신들의 흉노의 후손이라 생각한다.

 지나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이 시기에 5대 10국으로 통하는 남북조시대를 연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받은 것이 역시 선비, 탁발계가 세운 수와 당이다. 당은 지나가 자랑하는 나라지만 선비탁발계의 나라이며 이들은 높은 국제성과 관용성을 바탕으로 번성한다. 실제 당의 안녹산은 유목민 출신이며 유명한 고선지도 고구려계다. 이는 유목민 사회가 실력사회인 평등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이들은 지도자도 왕국이 성립하기 전에는 선거로 선출했다.

 한편 동서양 최초의 충돌로 알려진 탈라스전투에서 당이 패하면서 중앙아시아 지역은 6세기에서 10세기에 걸쳐 이슬람이 침투한다. 이 시기에 경교나 마나교 조로아스터교등 다양한 종교가 침투하며 이슬람도 침투한다. 또한 투르크화도 진행된다. 투르크화는 이란 출신 유목민들로 그들의 언어와 문화가 침투한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중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슬람을 믿고 국호가 -탄으로 끝나는 것은 이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종교가 매우 다양함에도 그 근저에 투르크계라는 근원의식이 깔려 있어 단결력이 강하다때문에 이란과 터키가 이들 나라에 갖는 영향력 역시 제법지대하다.

 유목민의 왕조는 이후 동북지역에 대키타이국인 거란을 세우며, 후에는 금국 이이서 원으로 이어진다. 거란과, 금은 모두 대제국이며 그나마 남아있던 작은 지나의 나라를 사실상 속국으로 삼았지만 지나의 역사의 정식계보엔 포함되지 못한다. 금은 남송을 더욱 압박하기 위해 수도를 베이징에서 송의 수도였던 카이펑으로 옮기지만 지나친 남방정책은 북방에 대한 틈을 보여 원에 의해 멸명한다. 원은 대제국으로 칭키즈칸 사후 높은 관용성으로 정복집단의 사람들은 관료로 적극등용한다. 종교에도 매우 관용적이어서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도교의 4개 일파가 모여 토론을 벌인일도 유명하며 4개의 칸국의 칸들도 모두 이슬람으로 개종한다. 하지만 이러한 원도 점자 지나화하여 백련교도의 난으로 명이 등장한다.

 명은 매우 작은 왕조로 국제적으로 힘을 떨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폐쇄적 중화주의로 정화의 원정이후 해금정책으로 일관한다. 정화의 원정 역시 정화 자체가 유목민이고 원제국이 세웠던 도시들은 예방하는 수준이었다. 원대 이후로 중국을 차지한 황제들은 옥새를 갖고 있었는데 명의 황제는 북원에서 옥새를 갖고 있었고 이를 무력으로 차지하지 못해 스스로 옥새를 위조하고 정당화하는 촌극을 벌인다. 이 옥새를 다시 차지하고 진정한 제국의 주인이 된것은 역시 유목민 왕조인 청이다.

 현대 중국은 청에 많은 빚을 지고 있으면서도 적대하는데 이민족이 세웠고 결국 그들이 압도적 무력과 관용성으로 현대 중국의 국경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청은 만주에서 발원했는데 만주라는 지역명은 문수보살에 대한 신앙에서 유래된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6. 반종교적 반민족적 중국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결국 현대 중국은 복수를 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종교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에도 종교가 매우 미진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중국의 종교는 유교와 도교로 볼수 있는데 유교는 학식층의 전유물이며 도교가 사실상 서민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중국인의 도교는 왜곡되어 매우 현세적으로 내세에 대한 관심이 적다. 도교는 천제사상을 지녀 중국인의 황제를 정당화하는 역할도 있다. 중국인이 종교에 적대적인 것은 서양과 다른 지역의 종교들이 이 천제개념을 대체할 것으로 우려하하는 것이며 그들의 왕조가 멸망할시 종교반란에 의한 민란이 빈번했기 때문으로 저자는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의 생각은 중국이 그 발전과정에서 상당히 유목민과 다른 종교의 영향과 기여를 많이 받았음에도 왜곡된 중화컴플렉스로 이를 적대시하고 억누르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전체적으로 재미난 책이었지만 일본저자들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부분, 그리고 유목민들의 문화적 측면에 치중해서 서술되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무력적인 부분역시 많이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 한국은 유목민이 중심세력으로 자리한 적도 있고, 그들과의 깊은 관계를 맺으며 성장과 반목을 거듭한 나라다. 저자에게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될마도 한데 책에서는 거의 서술이 없었다. 이런 부분이 보충되며 더욱 균형있고 재미난 책이 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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