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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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두어풀 꺾이긴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계발서나 처세관련 책을 좋아한다. 읽기 쉽고 재밌으며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책을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책을 멀리하곤 한다. 뻔하고 오히려 무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도 내 여가시간에 책과 조금 더 함께하는 부류라 이런 책을 멀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게 된건 순전히 타인의 의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은 나중에 돌이켜보면 도움이 될 때도 많은데 이번에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무려 56가지의 대화법이 나온다. 책을 좀 더 빛내는 것은 56가지 처세술의 앞부분이나 제목을 유명한 언사들의 명언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게 무척 인상적이다. 표지는 얼룩말과 코끼리가 서로 마주하는데 이는 책의 주제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다. 책의 골자는 부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남의 입장에서 말하며,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인데 표지는 이를 잘 대변하는 것 같다.

 아마도 책을 읽는 독자는 코끼리와 얼룩말 중 코끼리 일 것이다. 이 코끼리는 얼룩말의 무늬를 입고 있는데 이게 아마도 얼룩말의 입장을 항상 생각하는 것, 즉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뜻 같다. 그리고 종이 다른 두 동물은 당연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텐데 대화를 나누는 타인과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차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니 대화는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둘은 적어도 물리적으론 가깝게 그려져있다. 사람들도 이처럼 올바른 대화법으로 가까워질수 있단 뜻이지 않을까.

 책에 나온 대화법들은 지극히 옳으면서도 엄청난 이성과 인내심, 소위 마음근육을 상당히 요구하는 것들이다. 내 주변의 인간들은 물론이고 나 역시 전혀 이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데, 짧았던 생을 돌아보니 이런 대화법을 내게 해주었던 인물이 하나 생각났다. 대충 10년정도 전 지금은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와 결혼을 슬슬 앞두고 있었다. 현재 장인이신 여친의 아버지는 결혼을 앞두고 내게 한 가지 요구를 했는데 성인남자라면 웬만하면 갖고 있을 운전면허증을 따라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난 이게 없었다. 차를 싫어하기도 하고 관심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군대시절 돈도 없고 마땅한 비전도 없으면서 그렇게 차를 탐내던 다른 녀석들이 난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쨌든 그래서 팔자에 없었을지도 모를 운전면허 학원을 다녔다. 부끄럼 없이 당연히 가장 손쉬운 2종보통을 선택했다. 웬만한 차가 오토인데 굳이 1종을 따려는 다른 사람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택배라도 할 요량일까. 막상 해보니 운전은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는데 워낙 적성이 없는지라 시험에서 신호위반으로 한방에 탈락하고 말았다. 애매한 황색신호에 교차로를 지난게 문제였다. 나랑 동승했던 여성이 운전은 나보다 못하고 자잘한 실수가 많았음에도 합격하고 난 잘하다가도 한방에 떨어지니 자못 억울했다.  불난데 기름을 부운 것은 감독관이었는데 사람을 신호위반으로 떨어뜨린 주제에 시험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인이 신호위반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억울함과 장인에 대한 분노, 그리고 별것 아닌 사람도 다 따는데 이걸 못한 서러움이 복잡하게 뒤얽혔다. 어쨌든 면허는 따야했기에 바로 재시험을 청구했는데 집에가서도 너무화가나 그 시험장에선 다신 시험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바로 취소신청 전화를 하며 나의 화를 애매한 사람에게 퍼부었는데 그의 응대가 자못놀라웠다. 같이 맞불을 놓을 만도 한데 매우 친절했고, 나의 처지도 이해해주고 억울하신 부분도 있었겠다고 하며 빠른 시일내에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적을 찾지 못한 화는 길을 잃고 사라졌다. 무안해졌고, 미안해졌다. 요구사항에 대한 조치가 빨랐던 것도 아니다. 그 시험관을 시험장에서 질책했는지도 알 수 없었고, 환불도 며칠이 걸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런걸로 화난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십여년 전의 그처럼 나도 평상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인생이 바뀔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듯하다. 수많은 탈락자를 응대해야 했던 그 시험장 직원은 어쩌면 매일 두들겨 맞아 자연스레 그런 대화법이 가장 덜 피곤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음을 자연스레 습득했을지도 모른다. 십년전 그사람을 떠올리며 책의 인상적인 말을 몇개 남겨 본다.

 

p270

했던 일에 대한후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진다.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는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한다. -시드니 해리스

 

p263

외적인 사건으로 괴롭다면 그 고통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당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언제나 당신 스스로 뒤집을 수 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p195

분노의 대부분은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울부짖음이다.

 

p132

모두가 세상의 변화를 꿈꾼다. 하지만 자신의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레프 톨스토이

 

p95

참된 교사는 자기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에 불을 붙여야 한다.

-프레드릭 로버트슨

 

p79

최고의 지적 능력은 동시에 반대되는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된다.

-스콧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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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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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표지는 아름답다. 넓은 모래사장에 멀찍이 파도와 수평선도 보이고 누군지 모를 사람이 둘 서있다. 하늘도 푸르다. 계절은 알 수 없지만 이걸 이번 겨울에 읽었다. 정미경이란 분의 소설은 처음인데 이 책이 유작이다. 책의 뒷부분에 작가 남편의 서평이 나오는데 이 책을 고인의 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본인이 출간할 생각이 없었던 작품인 듯해 고민하다 결국 출판사에 넘겼다고 한다. 그래서 빛을 보게 된 책이다.

 책에는 동년배 3명이 등장한다. 책 제목은 섬인데 이들의 고향은 항구다. 물론 앞바다에 섬은 있는 것 같다. 정모와 연수, 태원이 그들이다. 정모와 태원은 둘다 연수를 좋아한듯 한데 결국 태원과 연수가 어린날 사귀었다. 하지만 태원의 아버지 영모가 죽어라고 반대했다. 연수의 아버지가 영모란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둘은 헤어지고 연수는 스무살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고 고향을 떠난다. 공부를 잘했던 정모는 대학에 붙었고 태원도 재수했지만 결국 대학에 간다.

 셋 중 고향에 가장 먼저 돌아온 것은 정모였다. 서울생활을 하며 눈이 침침해졌는데 날이 어두우면 눈앞에 커튼이라도 쳐진것 같았다. 병원에 가니 시신경이 죽어간다고 했다. 길어야 암흑까지 5-6년이라나? 자외선은 눈에 좋지 않다는 의사에 말에도 이상스레 정모를 일조량이 좋은 고향으로 향한다. 그래야 마음도 편하고 눈도 잘보일것 같았다.

 태원도 고향으로 돌아온다. 지역의 유지인 아버지 덕에 대학도 나오고 미국유학도 다녀왔으나 하는 것마다 말아먹었다. 결국 돌아온게 고향이며 아버지의 기반업인 생선경매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그저 잠시 머무르려 했으나 생각보다 오래도록 여기에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연수대신 그녀의 딸인 이수가 엄마의 고향으로 온다. 연수는 이제 갓 스물남짓한 이아이를 무책임하게도 정모에게 보낸다. 정모는 이수를 떠맡고 이수는 바닷사람들과 함께 항구에 적응해간다.

 그런데 정모는 태원에게 놀리고 있는 소금창고하나를 빌려달라고 한다. 웬지 그곳에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진 것이다. 제법 인맥이 있는 정모는 여러사람에게 책 기부를 부탁하고 그들은 도움을 준다. 소금창고의 외형을 남기면서 그걸 도서관으로 만드는데는 생각보다 돈과 품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완성해가는 도서관을 보고 갑작스레 태원의 아버지 영모는 도서관을 비롯한 자신의 사업을 정리할 것을 태원에게 통보한다.

 원수같은 아버지지만 그의 모든 재산은 결국 세월이 가면 자신의 것이 될거라 믿었던 태원에게 아버지 영모가 재산을 자신의 재단으로 귀속시키는 작업은 영 불편했다. 그리고 소금창고를 정리하면 친구 정모에게도 영 면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정모를 이수가 임신했다는 걸 알아챈다. 오토바이를 갖이 타다 죽은 태이라는 녀석의 아이다. 이에 무책임한 연수도 고향으로 내려온다. 이수의 임신보단 정모가 내려오지 않으면 아이를 올려보내겠다는 통보때문이었다. 이 모든게 얽혀 도서관의 개막일이 다가온다.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불편함을 느낄때가 있다. 등장인물 소개도 분명치 않고 성격 파악도 안되서 누가 무슨말을 하는지 모를때다. 거기에 인물의 말을 불쑥 나오고 뒷 내용을 통해 누가한말인지 알아내야 하는 경우다. 이런경우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이 책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런 난데 없음과 불친절함도 책이 훌륭하면 매력으로 작용하며 이 책은 그런경우였다. 짧지만 묘한 분위기와 나름 인물들과 배경이 갖춘 서사가 잘 어우려지면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유작이라는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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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19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미경 소설 읽고 싶네요

닷슈 2018-12-19 09:08   좋아요 1 | URL
저도 읽고 그런생각을 했 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9 09:12   좋아요 1 | URL
특유의 분위기, 문체, 날카로움, 섬세함, 감성 등 사색할 꺼리가 많은 이야기인데, 고인이 되셨다는 이야길 최근에 들었네요 안타깝습니다 ~닷슈님 글보고 희망도서 신청 직행했네요 ㅎㅎ

서니데이 2018-12-1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닷슈 2018-12-19 21:23   좋아요 1 | URL
올해도 이걸 하시는군요 감사하고 대단하십니다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마시멜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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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뻬씨는 프랑스에 사는 정신과 의사다. 나이는 40대 후반으로 이미 장성한 아이둘을 두고 있으며 자세히 나오진 않으나 자식들은 부모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문제는 아내와의 관계다. 아내 클라라를 사랑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녀는 몇년전 자신의 경력을 위해 뉴욕에 가서 일하고 있다. 그녀가 버는 돈만으로 연명하며 꾸뻬씨가 뉴욕으로 가 사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는 웬지 프랑스에서의 자기경력을 버리고 깊진 않았다.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자신의 정신과 의사 직업을 잡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도록 둘은 서로를 그다지 그리워하지도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한채 지낸다. 남의 정신적 문제를 잘 직시하게 도와주는 꾸뻬씨도 자신의 이런 문제는 직시하면서도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계가 찾아온다. 두 부부는 이대로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겁많은 꾸뻬씨보다 더 직선적인 클라라가 말을 꺼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말을 마무리 하지 못한 꾸뻬씨는 클라라와 담판을 지으로 뉴욕으로 가기로 한다.

 하지만 바로 대면하기엔 자신이 없기에 도중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친구 셋을 찾아 조언을 구하기로 한다. 첫 행선지는 한창 내전중인 곳에서 평화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친구 장-미셸이 있는 미얀마이다. 거기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 두번째는 아프리카나 아마 카리브해 연안인것 같기도 한 무척 가난한 나라에 머무르는 에두아르다. 에두아르는 과거엔 수도승 같았는데 어느 덧 그의 삶에 걸맞게 인생을 즐기고 있었고 거대한 연구사업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꾸뻬씨는 이상하게 인가기 있어 두 나라 모두에게서 젊은 여성들의 유혹도 받는다. 물론 클라라 생각에 어떻게든 버텨내긴 하지만.

 마지막은 클라라가 있는 미국이다. 물론 이지역은 서부지역으로 만난 사람은 아녜스다. 그리고 그녀는 한때 꾸뻬의 연인이기도 했다. 꾸뻬씨의 여행엔 제랄딘이란 젊은 언론종사자가 함께다. 그녀는 꾸뻬씨와 한 tv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게 된걸 계기로 그에게 관심을 갖고 그의 생각을 책으로 출판하기로 한다. 그녀의 집년음 제법 대단해 꾸뻬씨의 여행지마다 따라다니며 만남을 같이하기도 한다.

 꾸뻬가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남김 목록이 책엔 수록되는데 책 제목처럼 각각의 것들이 모두 핑크색 안경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본다는게 꾸뻬의 지론이고 그에게 치료란 사람에게 잘못된 안경은 벗기고 자신의 상황에 알맞은 안경을 씌워주는 것이다.

 책은 내용도 크게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재밌는 소설도 아니지만 이런 애매한 성격때문인지 잘 읽히질 않는다. 꾸뻬씨가 클라라와 만나 내리는 결론은 좀 예상외지만 특별하다. 책을 보는 유일한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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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까페 2018-12-18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읽고 있어요^^

닷슈 2018-12-18 15:52   좋아요 0 | URL
재밌게 보세요 근데 이상하게 생각만큼진도가 안나갑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9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9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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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2014년부터 봤던 것 같다. 첨엔 무척 신선했지만 연차행사처럼 매년 초나 말에 보던 것에 사실 조금 질려버린 면이 있었다. 아무리 급변하는 사회라지만 일년단위론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아 용어만 조금 바꾼 것이지 대동소이한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을 건너뛰었다. 이 시리즈의 2018을 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2019를 잡았으며 느낌이나 만족도는 훨씬 좋았다. 다시 신선함을 느꼈달까?  매년 고생하는 저자진에겐 무척 미안하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격년제로 보는게 낫단 판단이다. 게다가 이 책은 친절하게도 전년도의 경향을 책의 1/3정도 할애해서 분석해준다. 굳이 매년 볼필요 없는 이유가 하나더 추가된다.

 내년은 돼지의 해다. 어느 덧 또 다른 십이지가 거의 한번 돈 셈인데 색은 핑크색으로 잡으면서도 암울한 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채도를 좀 떨구었다. 그래서 분홍이란 느낌은 책 표지상 많이 들지 않는다. 이번에도 영어로 타이틀을 잡았는데 PIGGY DREAM 이다.

 하나씩 풀면 '컨셉을 연출하라' '세포마켓' '뉴트로' '필환경시대' '감정대리인' '데이터 인텔리젼스' '카멜레존' '밀레니얼 가족' '나나랜드' '매너소비자' 의 열가지이다. 이 갖은 트렌드엔 아무래도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 사회와 소비의 주체로 등장하는 배경이 깔려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2000년대 출생한 세대로 비교적 풍족한 대한민국에서 많지 않은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라난 이들이다. 이들은 디지털과 모바일을 태어나면서 혹은 늦어도 민감하고 적응력이 아직 뛰어난 10대시절에 경험하며 자라났으며 부모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에 비해 사회진출과 가정을 구성하는게 매우 힘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부모세대들과 다르게 세상을 굳이 바꾸려 들지도 않고 뭔가 대단한 것이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이 약하고 개성이 강하며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전체적으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가치관을 가지면서도 실리적이고 이기적인 측면이 강하며 가치상대주의적이다.

 z세대라고 하는 '플로팅 세대'도 나오는데 이들은 1995-2010년 사이 출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자식뻘이다. 이들은 태어나면서 모바일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자라난 이들로 이로 인해 하나의 콘텐츠에 길게 집중하지 못하면서도 여러가지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는 멀티태스킹 세대다. 이는 콘텐츠 뿐만은 아니어서 이들은 직장과 거주지마저도 마치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곤 한다. 웹상의 짤이나 단편적인 영상의 유행과 집에 대한 소유개념의 사라짐은 바로 이들의 대두로 인해서다.

 이런 두 세대의 등장으로 우선 공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위에 '컨셉을 연출하라'와 '카멜레존'이 그것들이다. 컨셉을 연출하는 것은 공간에 다양한 스토리나 새로운 개념을 입히는 것이고 카멜레존은 이와 비슷하게 기존의 공장이나 흉물스런 건물들도 오히려 도서관이나 예술작업공간등으로 다개념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온라인의 등장으로 오프라인은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의 압도하는 규모를 갖고 있으며 인간이 동물인만큼 실제적인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오프라인의 가치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는게 책의 설명이다. 물론 위와 같은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쫓거나 선도할때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마음의 변호도 나타난다. 이는 '감정대리인' '밀레니얼 가족' '나나랜드' '매너소비자'이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관계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으며 상업적이고 비인간적인 갑질 등으로 인해 감정의 홍수를 겪고 있기도 하다. 처리할 감정은 크게 늘어난 반면 밀레니얼 세대와 플로팅세대는 그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된 감정근육을 단련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에겐 자신의 감정을 대신 처리할 감정대행인과 감정대변인, 감정관리자가 필요해진다.

 반면 자기 주체성은 확실해져 기존의 사회적 성공의식이나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갖눈 나나랜드적 성향도 많아진다. 또한 갑질에 지친 나머지 매너소비자로서의 역할도 눈에 띄게 강조된다. 90년대 생겨난 손님은 왕이다. 에서 이젠 손님은 손님일 뿐이다.로 빠르게 의식 전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갑질을 당해본 사람은 거의 전부인 반면 역시 거의 전부가 자신이  을이라고만 생각해 가해자로서의 인식보다는 피해자로서의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세포마켓'과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이런 개인화에 발맞추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발달이 결부된 결과다. 세포마켓은 그야말로 개개인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해 세포수준까지 맞춤형 수요를 찾아내 제공한다는 것이고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많은 양의 빅데이터를 알고리즘이 분석해 개인에게 합당한 의사결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많은 양의 데이터만이 좋은 것은 아니고 스몰데이터도 상황에 따라 의미있는 경우가 많으며 데이터를 통한 독재와 감시역시 책은 우려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 화웨이를 통한 5g 통신망구축은 걱정된다. )

 '뉴트로'와 '필환경시대'에서 뉴트로는 단순히 옛것의 복원이 아닌 그것에 새로움이 첨가되고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열광한다는 점에서 레트로와 차별된다. '필환경시대'는 올해 미세플라스틱 공포로부터 시작한 여러가지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각과 친환경적 소비다. 앞으로 모든 다국적 기업에 환경과 동물에 관련한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강요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지 못해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격년으로 읽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보다 재밌었다. 내년도 건너고 격년으로 볼 생각이지만 내년은 또 2020년이라는 새로운 10년의 시작이니 뭔가 특별한게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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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12-11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2019년이 2016년 즈음부터 시작된 변화가 자리잡아 꽃 필 때라 그런지 와닿는 이야기도 많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도 많더라구요. (작년 꺼.. 좀 재미없었어요^^;;) 새롭게 오는 한 해 또 두 팔 벌려 맞아줘야겠죠?^^

닷슈 2018-12-11 22:2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다소 실망해도 다시 생각나는게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인것 같습니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3
마빈 해리스 지음, 서진영 옮김 / 한길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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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 중 하나인 식인과 제왕을 읽었다. 얻는게 많은 책이었다. 총균쇠의 원전 같다는 느낌이었다. 1년만에 두번째 저서를 잡았다. 마빈 해리스의 책은 두께는 얇지만 판쇄가 오래되어 90년대 느낌으로 글자가 촘촘하다. 그리고 내용도 가독성은 있으면서도 쉽지 않아 항상 생각보다 완독에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의 두번째 책은 세계 각 문화에서 어떠한 고기를 먹고, 먹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1. 소고기

소고기의 금기 하면 단연 인도가 떠오른다. 좁은 대륙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길에 즐비한 소를 굳이 먹지 않는 인도는 당최 이해가 쉽게 되지 않으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가 처음주터 소를 먹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 오랜 인도의 기록엔 소를 먹는 장면이 충분히 자주 나오며 소고기를 금지하는 종교적 계율도 없었다.

 하지만 인구가 늘고 환경이 고갈되며 식량 부족의 압박을 겪게 되었고. 이쯤에 불교를 비롯한 살생을 금하는 종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인구가 늘기 시작하면서 동물성 식품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식물성 식품의 생산증대가 절박해졌고 여기에 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인도의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뚜렷이 나누어져 건기의 경우 굳고 거칠은 땅을 가는데 소의 힘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소고기는 종교적으로 금기시 되었다. 고기를 탐하는 평민층의 욕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데는 종교적 세뇌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배층도 이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소고기를 먹었으며 그들 역시 종교적 계율에선 자유로울수 없었기에 도살은 하층민에게 시켰다. 얄팍한 종교적 계율은 동물을 죽인 사람만 죄를 받지 죽은 동물을 먹는 것은 다른 문제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지배층은 죄를 하층민에게 전가시켰고 상당기간 동물성 식품을 즐겼다.

 

2. 돼지고기

돼지고기의 금기는 이슬람이다. 이들 역시 인구가 적고 환경이 보다 넉넉한 과거엔 역시 돼지고기를 즐겼다. 돼지는 열을 땀으로 배출하지 못해 늘 그늘이 필요하고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물을 주어야 한다. 돼지가 진창에 구르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숲이 풍부하면 도토리나 숲의 열매를 주식으로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인간이 먹는 곡식이나 다른 식물성 식품이 필요하다.

 이런 돼지의 특성으로 사막에서 돼지는 즉각 사치품이 된다. 숲이 필요한 돼지에게 태양이 너무 강하고 건조한 지역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슬람에선 돼지는 알라신이 유일하게 허용하지 않는 고기가 되고 만다. 소와 차이점은 있다면 그들은 소를 신성시했고 이슬람은 돼지를 반대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양자의 차이점 때문인데 고기로 하기가 어렵다는게 공통점이라면 소는 고기외에 여러모로 농사나 젖, 전쟁에 이용되는등 다른 측면에서 많은 유용성을 주기에 신성화에 어울렸고 돼지는 젖도 부족하고 쟁기도 끌지못하며 전쟁에도 사용될 수 없기에 아무런 효용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비하게도 돼지의 이런 사육한계는 이슬람의 지리적 한계와도 일치한다. 이슬람이 퍼진 지역은 돼지가 자라기 어려운 건조지역이며 돼지사육에 적합한 지역에선 이슬람은 더이상 뻗어나가지 못했다. 돼지 고기의 맛때문에 사람들은 이슬람은 거부한 것일까?

 

3. 말고기

말고기는 매우 붉은 색을 띠는데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늙어서도 고기가 연하고 순살코기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말은 식물을 고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굳이 뛰어나지 않은 소나 돼지보다는 훨씬 낮다. 말은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먹은 풀의 소화흡수가 떨어지고 거기에 신진대사까지 높아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말고기가 식용으로 권장되고 금기되는 것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말의 희소성과 관련한다. 말이 많아지고 다른 고기가 희소해지면 말의 소비가 권장되고 허용되었으며 말이 여러가지로 희귀해지면 고기 소비가 금기시되었다.

 유럽에서 말고기가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은 남부유럽의 경우 말의 서식지인 초지 부족이 주이유였다. 다른 유럽지역에선 말의 높은 가치 때문이었는데 우선 말은 전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동물이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말은 그 농업적 가치 역시 인정받았는데 유럽 북부의 경우 젖은 토양이었으므로 농사에 소보다는 말이 보다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4. 곤충

곤충은 제법 영양가가 높은 동물이지만 오랜 시간 인간에겐 주식이라기 보다는 간식거리였다. 곤충 하나하나는 잡은 것도 매우 쉽고 단위 무게당 비교적 높은 열량과 단백질을 제공하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 큰 동물을 먹는것에 비해 효용이 매우 떨어진다. 하루종일 파리를 쫓아다니며 백여마리를 잡아 먹는 것과, 토끼 한마리를 사냥한 것과 비교해보라. 

 때문에 곤충은 큰 동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로 고기로 이용된다. 곤충을 고기로 이용하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수는 무척이나 많고 잡기도 쉽지만 이들이 너무 산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주로 떼로 몰려 다니는 곤충이 주로 식량으로 채택된다. 메뚜기들이 대표적 예이다.

 정리하면 곤충의 식량화는 큰 동물이 부족하면서 곤충을 떼로 사냥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지역은 지구상에 아마존이나 아프리카 열대밀림지역이다. 정반대의 곳은 유럽이나 캐나다로 이런 지역에서 곤충혐오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먹지 못하는 곤충을 혐오하는 것은 당연하다. 곤충이 식량으로 유용하지 않다면 인간에게 마땅한 효용을 주는 측면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로 인간의 식량을 축내기도 하며 물고 괴롭히며 전염병을 옮기기도 한다. 이러니 곤충이 식량이 아닌 지역에선 곤충혐오가 일어나는 것이다.

 

5. 애완동물

애완동물의 전제조건은 일단 이녀석들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먹기에 적합한 동물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효용성으로 인해 애완동물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애완동물인 개나 고양이등을 봐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완동물이 효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효용성이 없었다면 인간은 그들을 가축화하고 기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며 그러면 애완동물화 하는 일도 일어나기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개나 고양이 말등은 사냥이나 재산의 보호 쥐잡기, 수송, 전쟁등 적지 않은 이득을 인간에게 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애완동물이 주는 가장 큰 효용은 바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는 물론 과거에도 기능했던 것이지만 현대사회는 의식주와 여러 건강문제를 해결했음에도 인간 상호간의 높은 사회적 유대 관계를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부족사회나 농경사회에선 인간은 서로간에 강한 사회적 유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끊어졌으며 이를 오늘날의 애완동물이 대신하고 있다. 이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이유다.

 

6. 식인

인간이 인간을 먹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효율적인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단백질을 구축하려면 다른 단백질을 분해해 우리 몸에 맞는 단백질로 재구축을 해야하기 때문인데 인간단백질을 섭취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 사냥은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다른 동물을 사냥한다면 적은 인원으로 떼로 몰아 대량으로 사냥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간과는 전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냥꾼 자기 자신이 크게 다치거나 오히려 쉽게 사냥감이 될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거 소규모 부족 사회시절 인간은 쉽게 식인을 했다. 사로 잡은 적들을 자신들의 부족사회 구성원으로 만다는 정치적 기술이 부족했고, 전쟁 후 손쉽게 식량을 확보하는 방안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사회가 등장하며 이 관계는 역전된다. 발달한 국가는 정복지와 정복민을 흡수할만한 정치체계를 보유했고, 이들을 생산자로 둔갑시켜 더 높은 식량생산을 이룰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이 잉여물을 착취할 세금체계와 군사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포로를 먹지 않고 잡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 때문에 국가의 등장이후 인류문명은 식인 문화를 금기시하게 된다.

 하지만 국가체제가 있었음에도 식인이 계속된 문화가 있으니 바로 아즈텍이다. 그들의 피라미드 제단과 해골거치대의 규모를 분석해보면 당시 무려 16만개 이상의 해골을 거치대에 전시했음을 알 수 있다. 아즈텍의 식인 문화는 그들의 자연과 관련하는데 그 지역은 반추동물 가축과 돼지가 없으며 개나 칠면조 정도가 유일한 동물성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짐을 들거나 농사에 활용할 만한 큰 초식동물 가축도 없어 포로는 식량생산자로서도 의미가 없었다. 이런 자연적 한계와 동물성 식품의 부족은 아즈텍이 강력한 정치체계를 갖추었음에도 식인문화가 유지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시리즈는 볼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 일년후 쯤 마지막 권을 보게 될 듯하다. 이 시리즈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에 나온 것인데 이렇게 오래되었음에도 그럴듯 하기에 대단한 책이란 생각이다. 음식문화의 수수께기는 식인과 제왕에 비해 깊이는 부족했지만 먹을 거리에 대한 통찰을 주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먹을 순 있지만 모든 것을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연적 한계와 이를 금기시하는 여러 장치들, 문화가 어우려져 작용한다. 그리고 이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책이 주는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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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2-07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관심 있는 주제가 ‘식인’인데,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원래 이 책 대신에 <식인과 제왕>을 읽으려고 했어요.

닷슈 2018-12-07 13:48   좋아요 1 | URL
제목과 다르게 식인과 제왕은 식인을 많이다루진 않습니다 식인이라면 이녀석이 조금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