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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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2011년 알라딘 선정 올해의 책이었는데, 시대를 달리하여 다시 개정되어 나왔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눈에 들어왔던 책이지만 손과 마음이 가질 않았다. 유시민씨가 정계에서 물러나 본격작가라 돌입하던 시기, 유난히 책을 쏟아내던 때라 좀 희소성이 떨어져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이 국가를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난 국가를 확실히 싫어하는 편이다.

 국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와 같다. 같이 어울려 좋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북한과 비교하며 자유를 강조했던 내 나라는 사실 학교서부터 이상하리 만치 자유가 거의 없었다. 특히, 저녁 5시 쯤으로 기억하는 국민의례를 위해 모두의 시간이 멈춘기억은 정말 압권이다. 커서는 남자이고 신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강제징집 당했고 인생에 가장 빛나는 2년의 시간을 날렸다. 그것은 국가가 나에게 가한 가장 큰 폭력이었는데, 제대후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하는 장면에서 도저히 표정이 찡그려지며 할 수 없었을 때는 내가 국가를 얼마나 싫어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유시민씨의 기억은 나보다 훨씬 더하다. 어려서는 박정희를 경험했고,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로 자신이 국가의 부속품임을 인지하게 되었으며 좀 커서는 학생인데도 군복비스므레한 것에 총까지 주며 군사훈련을 시켰다. 대학에 가서 독재정권의 상황을 더욱 자각하고 시위를 하고 글도 쓰지만 그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된다. 이런 그에게 국가는 나보다 훨씬더 심한 증오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오래도록 국가란 무엇이고, 어떠한 것이 올바른 국가가 되는 길인지를 고심한 책이 이 책인것 같다. 이 책을 보고나니 국가에 대해 내가 가져야 할 생각이나 태도, 그리고 어떤 것이 올바른 국가인지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먼저 책은 국가를 4가지의 부류로 나눈다. 국가주의 국가, 자유주의 국가, 마르크스주의 국가, 목적론적 국가가 그것들이다.

 우선 국가주의 국가는 사회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의 침략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국가이다. 이 것들이 최우선 가치이며 국민의 국가의 부속품에 가깝고, 위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들은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홉스의 국가론이고 매우 시대에 걸맞지 않는 국가론 같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의 상당수의 국민이 이 국가론의 신봉자다. 이 국가론은 외부의 침략에 대한 집단의 보호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가장 강력한 감정인 두려움에 기반한다고 유시민은 날카롭게 지적한다. 

 자유주의 국가론에서는 개인이 중시된다. 국가의 부속품이었던 개인의 위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이젠 국가가 개인을 위해 복무하는 조직이 된다. 로크는 국가가 시민들의 동의로 성립하고 법에 의해 통치한다고 했으며 스미스는 사회의 부를 증진한다는 목표하에 국가는 어떤 자의적 간섭과 특권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밀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 기본권으로 보고 국가가 어떤 경우에도 이를 침해하면 안된다고 했으며. 루소는 국가는 영속할 수 밖에 없지만 순간순간 국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정부를 계속 바뀐다고 보았으며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정부는 언제든 전복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이처럼 자유주의 국가론은 오늘날의 정치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나라 헌법정신에도 상당수 반영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마르크스 주의 국가론은 자본주의와 자본계급을 위해 국가가 존속한다는 날카로운 분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실제적 형태로 존속하지 않는다. 또한 마르크스 주의 국가론은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를 전복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국가를 정립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유시민은 마르크스 주의는 정치의 무력함을 내포한다는 칼포퍼의 말로 이를 정리한다. 

 목적론적 국가론은 의외로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다. 플라톤과 맹자에 의해 제시되었는데 둘의 공통점은 국가가 선이나 정의, 덕의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의 차이점은 플라톤은 국가를 지식과 지혜를 갖춘 철인이 다스려야 한다고 한 점, 맹자는 덕이 있는자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본 것이다. 

 책에서 유시민은 의외로 가장 고리타분해 보이고 현실성도 없어보이는 이 목적론적 국가론에 주목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들이 가야할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유시민이 주장하는 목적론적 국가는 정리하면 정치적으로 진보자유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국가가 이루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점진적 개량주의의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복지국가이다. 

 유시민이 책에서 말하는 진보자유주의는 어떤 형태의 절대주의를 부정하며 자유, 복지, 안전, 평등, 평화, 환경등 헌법이 규정한 사회 최고의 목표 또한 최고의 가치는 모두 평등한 지위를 갖는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떤 특정한 가치를 절대화 할 경우 결국 국가주의 국가론이나 전체주의로 빠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정으로 점진적 개량주의를 옹호한 것은 혁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회상황이 있으나 혁명은 반드시 유혈과 방향성에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역시 전체주의로 빠질 개연성이 높으며 역사는 혁명정부의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같은 진보자유주의와 개량주의를 통해서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것이 유시민이 생각하는 올바른 국가이며 복지국가는 사회보험, 공적부조, 보편서비스등을 통해 시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는 그것을 목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책의 서문에서 이를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종류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고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국가라고 간단히 정의했다. 책을 읽고나서 국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것 같다. 국가라는 조직에 대한 생각, 그 방향성에 대한 생각 여러가지 등이다. 책은 확실히 자신이 국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떤 국가관을 자신이 갖고 있는지, 어떤 국가의 형태를 옳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해보는 계기를 준다. 국가가 싫다고 해도 피할수는 없다. 내가 설사 이민을 갈지라도 나는 어느 국가에 결국은 소속하게 되며, 유시민씨가 서론부분에 제시한 것처럼 나의 한계와 경계를 상당부문 결정하는 것도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으며 책의 별점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정말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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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4-05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생각에 또 공감하고 갑니다. 닷슈님의 글을 읽을 때 왠지 제 글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닷슈님의 글이 이론적인 설명도 많고 더욱 깊이가 있지만요.ㅎㅎ

닷슈 2017-04-05 07:35   좋아요 1 | URL
과찬이십니다요
 
[전자책] 퇴사학교 : 이대로 회사를 다닐 수도 무작정 떠날 수도 없는 시대, 준비된 퇴사를 위한 로드맵 - 이대로 회사를 다닐 수도 무작정 떠날 수도 없는 시대, 준비된 퇴사를 위한 로드맵
장수한.신지원.김연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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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란 조직에 속해있다면 퇴사란 누구나 피할수 없다. 중간에 그만두건, 짤리건, 운좋게 정년이란걸 채울수 있던 말이다. 마치 죽음처럼 퇴사역시 누구나 피할수 없지만 죽음처럼 터부시되는 퇴사에 대해 잘 다룬 책이다. 대기업이란 곳이 입사를 할때 축하받고 퇴사를 하면 더 축하받는게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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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 28인의 과학자, 생물학의 지평을 넓히다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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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과 관련한 28개의 기념비적 논문을 다룬 책이다. 과학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발견과정과 간단한 생애, 그리고 과학적 내용이 있어 재미난 책이다. 발견한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 정말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간략하게 들어있는데 설명이 자세한 것 같으면서도 아닌 부분도 많아 어려운 부분도 약간 있다. 인상적인 부분을 몇개 살펴보면


1. 암억제 유전자 p53

이 유전자는 17번 염색체 상에 존재하는데 암에 걸린 부분의 17번 염색체가 손상되어 있어 이 부분에 암과 관련한 유전자가 있음을 예측하게 되었다. p53은 평소에는 암억제를 유발하며 세포에 암이 발생하면 세포분열을 억제시킨다. 문제는 세포분열의 저하가 곧 노화란 점이다. 이 유전자는 방사성이나 스트레스등 주변 환경이 악화되면 활발히 작용하나 쉽데 돌연변이 되는 특성이 있어 암에 걸리면 오히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로 돌변한다. 과학자들은 암을 억제하기 위해 암발생부위에  p53을 투입하였는데 암은 억제되었으나 노화의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2. 개화유전자 FT 

개화에 관여하는 유전자이며 신기하게도 잎에서 활성화해서 단백질 형태로 꽃봉오리부근으로 이동한다. 주변에 개나리나 벚꽃등이 잎이 없는 상태에서 개화하는데 이 경우는 이미 여름 가을에 이 유전자가 활성화하여 꽃봉오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며 겨울이 그 잠복기에고 봄애 개화한다.


3. 미각

사람의 미각을 그동안 나는 짠맛, 단맛, 쓴맛, 신맛만 있는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감칠맛도 인간은 느낄수 있다. 감칠맛은 고기의 맛으로 아미노산의 구조를 파악하는 미각을 사람은 갖고 있다. 단맛과 감칠맛은 당분과 아미노산에 대한 것으로 영양분의 정보와 관련하며, 쓴맛은 독에 대한 정보 파악, 짠맛과 신맛은 각각 나트륨과 수소에 대한 맛으로 생리활성정보와 관련한다.


4.노화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며 당뇨, 심혈관계질환등의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노화는 생식률과 생존율과 관련하는데 당뇨나 심혈관계질환과 관련한 유전자는 젊을때는 성적활동을 왕성히 하나 후에는 병을 일으킨다. 과거 평균수명이 짧았으니 이 같은 유전자는 오히려 잘 퍼졌을 것이다.

 노화는 수명과도 관련이 깊어 오래 생존하는 생물들은 생식력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수명이 짧은 생물들은 생식력이 매우 강하다. 책에서는 쥐와 박쥐를 예로 드는데 생식력이 강한 쥐는 수명이 2년정도이며, 생식력이 다소 약한 박쥐는 무려 20년이다. 

 인간 여성의 폐경은 과학에서 매우 미스테리한 부분이다. 인간 여성은 폐경이후에도 오늘날 무려 30-40년 가량을 더 생존하기 때문이다. 이는 나이가 든 상태에서 임신을 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자손을 성공적으로 생존시킬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폐경으로 인해 더이상 자손을 만들지 않고 기존의 자식들의 생존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폐경은 자신의 유전자 생존에 유리해진다. 


5. 생물의 분류체계

스웨덴의 린네는 생명의 형태에 따라 식물계와 동물계로 분류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초등과학교과서에 그대로 사용될만큼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분류이다. 이를 보완하여 후에 진핵생물에 속하는 식물계와 동물계, 원생생물계, 균계, 원핵생물에 속하는 모네라계의 5가지로 더욱 체계화되었다. 

 그러나 최근 생체분자 분석을 통해 진화과정을 재현하는 분자진화학에 발생하면서 우즈교수는 진핵생물과, 원핵생물중 고세균과 진정세균의 3계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진핵생물이 오히려 연구결과 지구상에 거의 남이 있지 않은 원시환경을 좋아하는 고세균과의 유사성이 더욱 많아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6. 동성애

동성애가 후천적이냐 선천적인것이냐는 매우 논란이다. 자연계에도 있는 만큼 선천적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동성애에 허용적인 문화권에서 더욱 동성애자가 많이 생겨나는 이유로 후천적인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책에서는 동성애를 선천적인 것으로 제시한다. 인간의 뇌에 시상하부에는 핵이 있는데 대개 남성의 핵이 여성의 것보다 큰 편이다. 과학자들은 남성동성애자의 핵이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실제 해부결과 남성동성애자의 핵은 이성애남성의 절반크게 정도였다. 

 핵의 크기는 남성의 경우 태아때 남성호르몬에 대한 노출정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 때문에 동성애적 성향은 선천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자료(해부할 동성애 여성의시신)가 부족하여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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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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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책 제목만 보고 쉽게 낚이곤 한다. 저자가 주경철 교수 정도로 대단하다면 더욱 그러하다.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또 낚인 것인지 아닌지 조금 애매했다. 책의 성격도 바로 그러하다. 이번에도 건명원 모음글이었다.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은게 바로 얼마전인데, 이것 역시 건명원 책인 줄을 몰랐다. 잘은 몰라도 건명원이 무척 재미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그냥 책 제목을 보고 뭔가 거대하게 꿰뚫는 사유를 주경철 교수가 보여주신게 아닌가 싶었다.  다 읽고 나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책은 1492, 1820, 1914, 1945년 네가지를 가지고 역사의 중요한 분기를 잡아낸다. 주로 서양과 동양의 갈림길이기도 하고 공통적으로 가야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년도들이 매우 중요한 연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솔직히 난 1914는 잘 몰랐다. 그리고 실제로 책에서 1914에 부여하는 의미가 가장 좀 자의적이고 애매하기도 하다.

 1492년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 앞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섬, 즉 서인도제도라고 잘못 이름 붙여진 곳에 도착한 해이다. 콜럼버스가 이탈리아 사람인 것은 지금은 정설이나 콜럼버스가 워낙 영향력이 큰 인물인지라 유럽의 이나라 저나라에서 서로 자기네 인물이라고 오랬동안 우겼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지자체들에서 어떻게든 건져보려고 유명인물이 자기네 출신이라고 싸우는 격과 비슷해보인다. 그리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네모났고 콜럼버스 정도 되는 인물만이 구형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하며, 콜럼버스와 함께한 선원들 역시 계속 가다가 떨어질까봐 겁을 냈다는 통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책은 당시 지구 구형설은 매우 일반적이었으며 콜럼버스는 오히려 지식이 부족해 지구의 크기를 실제보다 작게 여겼다고 한다. 당시 서양의 지식인층들은 지구의 크기를 크게 생각하고 있어 콜럼버스의 계획의 현실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토록 여기저기 문전박대 당한 것이다. 당시 통일과 이슬람 세력 축출에 막 성공한 스페인이 새롭게 생성된 국력의 배출구가 필요했었다는 행운이 없었다면 세계역사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콜럼버스는 매우 종교적인 인물이었고, 이러한 종교적 열망이 항해의 주 동인이었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의 사실이었다. 꼭 합리성과 제대로된 이론을 가진 사람이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1820년은 서양과 동양의 힘의 균형이 확실히 깨지는 시점이다. 산업혁명의 완료시기로 보기도 한다. 주경철은 과거 인류 문명의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이동수단으로 배, 수레, 카라반을 꼽는다. 이중에서 근대이전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것으로 카라반을 꼽는데, 카라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낙타이다. 낙타는 중동사막지역과 초원지대에서 운송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문명의 교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1000년 이상 북아프리카와 스페인에서부터 중동과 인도 북부, 중앙아시아에 세력을 가졌던 이슬람 세력이 세계의 중심으로 서양과 동양을 연결해주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낙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산업혁명과 더불어 배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서양못지 않게 막강한 해양력을 가진 중국이 스스로 해금에 빠지게 된것이 서양과 동양의 힘차이를 불러일으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저자는 중국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데는 명대에 들어 북방민족에 대한 경계심과 이로 인한 수도의 북방으로의 이전, 그리고 중국의 오랜 숙원인 티벳지역과 북방민족에 대한 정벌을 이유로 든다. 확실히 중국입장에선 오랜 숙원을 해결하고, 지금의 강대한 영토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지만 힘의 균형추를 완전히 내어주었다는 면에서 패착일수 밖에 없다. 또한 중국의 해금정책으로 과거 동남아 지역과 인도양에서 적극적으로 교류했던 중국인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지원역시 끊겨 정착민이 화교가 되었다는 설명은 재미난 부분이었다. 반면 서양은 제국들이 중국처럼 하나가 되지 못하고 분열된 상태였다. 그리고 스스로 끊임없는 전쟁속에서도 서로를 멸하지 못하였는데, 이와 같은 분열이 외부제국 구축을 위한 강한 동력이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총균쇠에 나오던 최적 분열의 법칙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1914년은 의외로 환경과 관련한다. 생태제국주의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는 큰 대륙의 생물들이 작은 대륙의 생물을 자연경쟁에서 압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 대륙의 쥐나 토끼, 엉겅퀴같은 생물들은 호주나, 뉴질랜드, 고립되었던 섬의 자연환경을 압도적으로 지배했다. 유럽의 식민지 경영결과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찾아낸 새 지역에 자신들에게 익숙한 환경을 이식하고자 했고, 그 결과 오늘날 같은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마지막 1945년은 2차대전의 마침해이다. 가장 참혹한 전쟁중 하나였던 만큼 이 분기점의 키워드는 평화이다. 스티븐 핑거의 예를 들며 인류의 문명발달로 평화가 도래하고 점차 폭력이 감소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단순수치에 의거한 핑거의 다소 낙관적 시선을 경계하는 편이다. 저자 역시 인간의 미래를 어느정도 낙관하면서도 조심성을 버리지 않는 것이 문명의 붕괴에서 보여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태도와 비슷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편이다. 

 강의 글 모음이고 저자의 내공이 워낙 대단해 단숨에 읽힌다. 역시 좀 시간이 된다면 하루만에 일독이 가능하다. 제목의 대단함에 비해 크게 세계 역사를 관통하는 느낌은 확실히 부족하다. 약간 억지로 꿴느낌도 좀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재미있는 개념과 숨겨진 역사적 사실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해서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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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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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서강대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여튼 건명원이라는 곳에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모음집이다. 그래서 매우 잘 읽힌다. 좀 시간이 있다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흔히 모음글들을 엮은 책은 주제의 일관성에서 좀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책은 그런 면도 전혀 없다. 오히려 일관된 주제를 여러 용어로 약간의 차이나는 관점에서 계속 주장하는게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여러 용어와 다양한 삶의 이야기, 과거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하나 인것 같다. 바로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나 문화 등 세속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자존감과 자신의 속이 알찬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장자가 말하는 '진'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주장이 새롭진 않다. 내가 아주 어린 나이였던 90년대부터, 혹은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이전부터 그러한 담론은 있었으며 어느 정도 실천하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지금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경제, 사회, 문화 여러 측면에서 거의 지금의 시스템과 영토내에서의 한계점이 이르렀고, 과거의 독창적 철학자들 역시 주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철저히 철학의 수입국이라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단순히 공자나, 맹자의 동양철학과 데카르트, 칸트, 플라톤 등의 서양철학의 내용이 아니다. 바로 시대를 앞서 나가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꿰차서 설명하는 높은 시선에서의 전략적 차원의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지 못한 국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전략가가 짜놓은 장기판에서 놀아나는 전술가가 될수 밖에 없다. 장기판의 룰은 모두 전략가가 정하며 전술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그룰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의 강국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철학을 같고 있다. 중국의 동양철학, 일본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탈아입구, 영국은 언어철학과 논리실증주의, 프랑스는 실존주의, 독일은 관념론, 미국은 실용주의, 러시아의 사회주의가 그것들이다. 

 반면 한국은 철학의 수입국으로 과거에는 중국의 동양철학, 최근에는 서양철학과 미국의 실용주의들을 수입해서 따라가는데 급급한 형편이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새로운 판을 짜고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따라가기만 해서는 지금처럼 중진국정도에 도달하는 것이 한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평화상을 제외한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아직 없으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국인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외국의 시스템상에서 자라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저자는 남의 철학을 따라가기만 하는 자들을 그들의 세계에 종속된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왕조들이 중국철학을 주체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사대적으로 흐른 부분들 오늘날 미국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모습들은 이러한 부분을 매우 잘 보여준다. 이런 종속들은 물론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할 수 없듯이 새로운 철학적 시선을통한 창의력의 발산은 뭔가로 꽉 채워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 왕조들의 높은 수준의 문명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 그리고 지금 상당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현대국가로 거듭날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강력한 철학을 가진 문명국이 존재하고 이를 잘 수입하여 활용하였던 결과 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 것 같다.

 책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인 수준의 개인이 요구된다고 한다. 좀 돌려 말한다면 자본주의의 구조와, 여러 이념들, 사회 현상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눈으로 파악하고 판단 할 수 있는 진정한 시민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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