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0분의 남자 스토리콜렉터 10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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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을 한 5년 전에 우연히 보게 되어 지금껏 보고 있다. 재밌기 때문이다. 그의 책에는 에이머스 데커라는 경관이 등장한다. 한 때 미식축구 선수였지만 경기 중 사고로 머리를 다친 후로 그는 인간적 감정을 잃었으나 대신 모든 것을 기억하고, 사건 현장에 공감각으로 반응한다. 그에게 살인은 푸른 색이다. 그런데 이번에 본 데이비드 발디치의 책에는 에이머스 데커가 없다. 대신 퇴역 군인 트레비스 디바인이 등장한다.

 디바인의 아버지는 아일랜드 계, 어머니는 그리스 계다. 형과 누나는 아버지를 닮았지만 그 혼자 엄마를 닮았다. 그리고 형과 누나는 뛰어난 기업운영자이고 의사다. 디바인은 홀로 공부를 못했는데 그런 그에게 실망한 아버지에 반발해 웨스트 포인트에 들어가 군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반항으로 시작한 군 생활이 그와 너무 잘 맞았다. 그는 대위까지 올라갔고 무수한 훈장을 받았으나 갑작스레 전역해버린다. 그는 동료의 아내와 외도를 벌인 한 장교를 추궁했다. 그 대위는 디바인의 친구와 외도한 것도 모자를 그를 살해했는데 군 경찰은 정치적 이유로 이를 조용히 덮었다. 분노한 디바인이 이 사실을 추궁했고, 그와 몸싸움이 벌어져 그에게 치명상을 입힌 후 방치해 죽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이유로 군경찰은 이 마저도 조용히 덮었다.

 전역한 디바인의 선택은 놀랍게도 카울앤 컴리라는 투자회사에 취직한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만 이를 환영했다. 디바인은 동료를 살해한 자신에게 형벌을 준 것이었다. 디바인은 매일 새벽 4시에 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고 6시 20분 통근기차를 탄다. 통근기차는 재밌게도 부유층의 거주지를 지나가는데 매일 아침 고급주택에서 수영을 하는 미인의 자태를 보는 것이 기차를 탄 남자들의 유흥거리였다. 

 그러다가 회사동료 새라 유즈가 살해된다. 디바인은 새라를 좋아했고 잠자리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새라가 죽은 날 디바인에겐 새라의 살해를 알리는 메일이 도착한다. 그래서인지 경찰은 디바인을 강력한 용의자로 추측한다. 물론 경찰은 이메일 것은 모른다. 위기에 몰린 디바인에게 퇴역 장성에 접근한다. 그들은 디바인의 군전역 비밀을 알고 있었고, 이것과 지금의 상황을 지렛대로 디바인에게 군의 첩자로 일할 것을 강요한다. 선택이 없던 디바인은 이를 수락한다. 

 디바인은 러시아 출신 룸메이트에게 메일의 해킹을 부탁하고, 상당히 수상쩍은 자신의 회사 최고경영자 카울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상당히 많았다.

 책은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지만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이 그렇듯 재밌게 술술 넘어간다. 그는 사회비판은 잘 안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통해서 월가에 대한 비판을 상당히 많이 한다. 디바인은 새롭게 만든 캐릭터인데 군전역자로 전투력이 매우 훌륭하다는 매력이 있긴 하지만 에이머스 데커만큼은 아니었다. 그리도 발다치의 소설에서는 데커의 초능력이 사건을 갑작스럽게 해결하는데 개연성있는 장치로 다가오지만 아무런 수사경력이 없는 전역 군인 디바인이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내는 과정은 조금 어색했다. 

 그래도 매우 재밌는 책이었다. 올 여름 휴가 추리 소설 읽기는 이 책으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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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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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소설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다만 협박이 있는데 스키장에 폭파물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범인은 스키장 측에 3천만엔의 금액을 요구한다. 스키장 측은 고민을 한다. 경찰에 알리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이제 막 시작한 시즌을 통째로 날릴 우려가 있었다. 이미지도 훼손되어 다시 정상화되기까지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범인에게 돈을 보낸다. 그리고 범인은 폭파물의 정확한 위치 대신 슬로프 중 안전한 곳 일부를 알려주기만 한다. 그리고 더 정확한 위치를 위해 또 다른 3천만엔을 요구한다. 그리고 스키장 안전 요원인 패트롤 중 일부가 돈을 범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윽고 이들은 범인을 압박하고 추적하는 시도도 한다.

 스키장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매입 시부터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지역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당시 지역에서 전체 매입을 요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구매한 곳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그 지역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난다. 한 가족의 어머니가 스키를 타다, 스노보드를 타던 사람들의 엣지에 경동맥이 잘려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이다. 여기는 호쿠게쓰 지역인데 스키장은 수익성이 낮던 이 지역을 사건을 핑계삼아 폐쇄한다.

 하지만 호쿠게쓰 지역의 마을 사람들과 가게들은 이 조치로 더욱 상황이 어려워진다. 안 그래도 장사가 안되던 판국에 더 어려워 진 것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동계스포츠 인구는 정점을 찍고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스키인구는 지구 온난화로 영업일수가 줄어들고, 다양한 레져거리가 국내외에 생겨나고, 무엇보다 이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젊은 세대의 감소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한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상황이기도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스키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스키장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여러 개 되기 때문이다. 물론 스키장이 배경이라고 해서 더 재밌는건 아니다. 나 같은 경우 이쪽 분야에 전혀 아는 바가 없는데 그래서 오히려 이해가 안가는 면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소설은 이 호쿠게쓰 지역과 스키장의 경영난, 어려워진 지역의 사정이 맞물려 사건이 형성되고 굴러간다. 초반부터 다소 예측이 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그래도 볼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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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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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워서 계속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보고 있다. 책은 읽고 싶고, 머리는 많이 쓰고 싶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을 때 추리 소설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책도 별 생각 없이 잡았는데 책이 나온 시점이 10년도 더 전이었다. 다만 한국에 최근 출간되었을 뿐이다. 책의 형식도 독특했다. 단편 모음집이다. 그런데 그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소설가와 관련한 일이다. 그래서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한 이야기는 출판사의 편집자 4인이 한 유명 작가의 초대를 받으며 시작된다. 이들은 같은 차로 소설가의 집으로 향한다. 소설가는 이들 4인에게 거의 모두 출간을 어느 정도 허락한 상태인데 안 그래도 출판업계가 어려워 편집자들은 애가 탄다. 집에 도착하자 작가의 나이 어린 비서가 이들은 맞이한다. 작가의 아내는 최근 죽었다. 작가는 자신이 쓴 소설의 대목을 던지며 범인을 추리해내라고 한다. 시간은 겨우 하루다. 그 안에 맞춰야만 작가의 새 추리 소설 출간이 가능해진다. 물론 결론은 어이없게 이어진다.

 다른 이야기는 고령화와 관련한다. 또 한 편집자가 추리 소설 작가를 만난다. 작가는 90대로 워낙 고령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기 시작했고, 과거 형성되었던 종이 책 독자들이 그대로 고령이 되었다. 작가 역시 새롭게 공급되지 않아 그 전의 작가들이 고령이 되어서도 활약하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90대 작가가 아직도 추리 소설을 쓰고 있다. 편집자는 그의 글을 받자 기가 막힌다. 배경도 너무 옛날인데다 작가가 치매라도 왔는지 내용이 도무지 뒤죽 박죽이고 엉망이다. 편집자는 이런 노환 작가의 글을 받아 거의 본인이 다시쓰다 싶이 한다. 이런 세태가 무척 아쉬운 편집자는 본인 역시 남들이 일선에 있기는 늙었다 타박하는 70대란게 반전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마치 지금의 인공지능 사태를 예견한 듯한 글이다. 한 추리 소설 비평가가 있다. 그는 많은 소설을 읽고 비평을 해야 한다. 생활을 위해서는 많은 글을 읽어야 하는데 이게 버겁다. 그러던 그에게 한 사람이 찾아와 기계를 소개한다. 이 기계는 소설을 순식간에 읽고 내용을 요약 정리해줬다. 이것만 보고 비평을 써도 무척 편안해졌다. 여기까진 무료였다. 그러자 판매원은 다시 찾아와 이젠 아예 비평까지 써주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추천한다. 이건 제법 비쌌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들이자 헤어 날 올 수 없었다. 그렇게 편하게 비평을 쓰던 그에게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출판계 관련자가 다른 사람의 비평이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한 것. 그는 대충 둘러댔으나 그 역시 같은 기계를 구입한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과 관련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던 소설가가 특별한 한 해 대박 작품을 터뜨려 제법 괜찮은 소득을 얻었다. 문제는 그 동안 생각지 못했던 세금이다. 번 돈을 마구 썼지만 소득이 커져서 세금도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세금을 공제 처리 하기 위해 세무사 친구와 상담한다. 친구가 제시한 답은 공제처리 되기 위해서는 산 물건이나 여행이 모두 소설에 등장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 때부터 그의 소설은 배경과 쓸데없는 장면이 마구잡이로 등장하며 기상천외해진다.

 분량을 늘리는 소설 부분도 그렇다. 한 소설가가 원고지 800매 분량의 소설을 집필한다. 그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을 그에게 중요했다. 그러자 편집자는 이 소설을 1000매도 아니고 무려 2000매 분량으로 늘리자고 한다. 작가는 불가능하다 생각했지만 그가 방향을 알려주자 이게 가능해진다. 등장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쓸데없는 살을 붙이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면 소설이 늘어진다고 싫어했지만 이미 독자들은 같은 값이라면 긴 소설을 선호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소설을 늘리고 그 덕에 제법 책이 팔리게 된다. 기가 막힌 상황이었지만 서점에 나가보니 정말 다른 소설들도 그런 식으로 글밥을 늘린 상태였고, 자신은 오히려 책이 얇은 형편이었다. 원래도로 800매자리 책이었다면 주목조차 받지 못한 지경이었다.

 이렇게 책은 소설가만이 경험하고 알고, 상상할 수 있을 만한 단편으로 구성된다. 그것만의 독특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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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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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이 열풍이다. 이것이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은 이미 자명해보이고, 다만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각종 기기와, 클라우드의 의존해 구현되기에 뭔가 공중에 붕 떠서 작동하는 느낌이다. 물론 인공지능 외에도 다른 디지털 도구들도 그러한 그낌을 준다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탄생하고, 유지되고, 잘 기능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기반과 그것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요소는 필수적이지만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유튜브를 하면서 누가 그것을 검수하는 사람과 데이터센터와 인터넷 망과, 전력망과 프로그래머를 생각할까?

 책은 제목처럼 인공지능 역시 결국 사람과 물리적 기반에 의존함을 드러내며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전근대 혹은 식민시기에 만들어진 시스템에 의해 착취당하고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인공지능 책이라기 보다는 사회시스템을 드러내는 책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추출기계에 가깝다고 본다. 생겨나고, 제대로 작동하고, 유지되려면 막대한 자본과 권력, 천연자원, 노동, 데이터, 집단 지성이라는 인적, 물적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만든 것인 만큼 아직까지 사람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기반하며, 데이터를 분류, 차별하고, 예측하는 모든 과정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권력 구조를 반영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결국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들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을 개발한 빅테크들은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편의성만 강조하지만 그 아래에는 물리적 기반과 노동이 숨겨져있다. 

 인공지능의 개발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위 빅테크들만 이것을 할 수 있다. 상당한 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필요한데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 센터의 절반 이상을 단 3개 기업이 보유한다. 현재 인공지능 기업들은 라이센서 판매, 구독, 기존 서비스에 인공지능 통합, 인공지능 임대 서비스로 수익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그 위력으로 인해 플랫폼과는 다르게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인식된다. 인공지능 개발에 이렇게 막대한 돈이 들다보니 인공지능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역시 약탈적이고 불공정하며 무역협정을 통해 자원을 수탈한 신식민주의의 모습을 띤다. 

 인공지능 산업을 글로벌 디지털 분업체계를 갖춘다. 고임금의 안정적 직업은 미국 등 선진사회에 분포하며 저임금의 불안정하고 위험한 작업은 남반구의 저개발국가에 집중된다. 그 대표가 데이터 주석 센터의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노동은 철저히 감시 및 통제당하며, 고용은 단기간으로 불안정하고, 급여는 하는 일의 가치에 비해 매우 적다. 그리고 데이터 주석 노동은 대개 하청의 하청으로 이뤄진다. 빅테크가 일을 의뢰하고 받은 곳이 또 의뢰하고 다시 의뢰하는 형식이다. 그 과정에서 사측이 이득을 봐야하니 결국 노동자에게 가는 몫이 줄어들게 된다. 

 이들은 데이터 주석 노동자를 감시하는데 대개 하나의 팀을 구성하고 그 팀의 리더가 각 구성원의 작업속도와 작업의 질을 감시한다. 작업의 질이 좋지 못하거나 속도가 늦으면 즉시 호출되고, 급여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프리카의 데이터 주석 노동자들은 주 최소 45시간을 일하는데 감시당하기에 극도로 집중해서 일하게 되며 그럼에도 임금은 한달에 200달러, 시급1.16달러 정도를 번다. 작업에 대해서는 95%의 정확도를 요구한다. 

 인공지능의 훈련 시간의 80%가 데이터 주석작업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동은 인공지능의 탄생과 품질에 결정적이다. 데이터 주석 시장은 규모가 상당한데 2022년 22억 2천만 달러였고 매년30%씩 성장중이다. 하지만 이런 기여에도 데이터 주석노동자들은 노동권, 병가, 연금 같은 사회안전망이 전무하다. 독립계약자로 대개 시간당 2달러 남짓의 급여를 받으며 언급한 것처럼 기관 관계자들이 노동결과물이 만족하지 못하면 무보수다. 성과의 30%가 대개 무보수로 진행된다. 

 데이터 주석 노동에는 높은 수준의 언어 능력이 필요치 않기에 쉽게 아웃소싱된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로 간혹 문제가 발생한다. 데이터 주석 노동자들은 단결하고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 데이터 노동이란것 자체가 최근에 생겨나 일반 생산직들이 사무직이나 기능직, 프래랜선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고 노동조합도 없으며, 무엇보다 빅테크가 생산기지를 쉽게 옮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노동자에는 데이터 검수자도 있다. 전 세계의 플랫폼에는 다양한 영상과 사진이 실시간으로 엄청나게 올라온다. 이들 중에는 살인, 강간, 폭력, 범죄, 선정적 요소 등 공익에 부합하지 않은 많은 것들이 있다. 일반인들은 이를 플랫폼에 머무면서도 쉽게 볼 수가 없는데 이런 일을 데이터 검수자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데이터 주석노동자 못지 않게 감시당하며 엄청난 강도로 그것들을 본다. 하지만 검열 데이터 중 사람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이 많기에 문제가 있다. 이들은 큰 충격을 받으면서도 일을 쉼없이 수행해야 하며, 감당하기 어려울 시 비전문상담가인 팀내 상담가랑 그것도 자신의 휴식시간을 할애하며 상담받는 것이 고작이다. 

 인공지능에는 막대한 물리적 기반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데이터 센터다. 고속광섬유 케이블이 들어서면서 유럽에서 아이슬란드가 데이터 센터의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데이터 센터가 과열되어 화재로 이어지기 쉼상이기에 날씨가 서늘한 아이슬란드가 유리한 것이다. 여기에 데이터 센터는 운영비의 40%가 냉각비다. 그렇기에 비용절감효과도 상당하다. 또한 아이슬란드는 100%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에 re100의 준수에도 용이하다. 아이슬란드는 자국 전력의 30%는 지열발전 70%는 수력으로 해결한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안정되었고, 자국민의 능숙한 영어와 고학력도 장점이다.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물도 사용한다. 이 역시 냉각 때문이다. 하루 최대 1700만 리터의 물을 소모하는데 이는 인구 5만명 규모 도시의 하루 사용규모와 같다. 데이터 센터는 큰 땅과 막대한 양의 자원을 요구하고 소모하지만 고용유발 효과는 거의 없어 지역 사회의 기여도 많지 않다. 

 인공지능은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마구 잡이로 수집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인간 창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했다. 이에 예술가 3명은 인공지능의 저작권 침해 혐의를 제기하며 미드저니에 소송을 걸었다. 또한 2023년 1만 1500명의 시나리오 작가를 대표하는 헐리우드 작가노조와 16만 배우 및 미디어 종사자를 대표하는 배우 노조는 인공지능 사용문제를 핵심쟁점으로 내세우며 대규모 파업을 단행했다.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목표로 직원이나 프리랜서의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려고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창작자의 일자리나 임금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많은 예술가나 창작가들은 초기 인정받기 전까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며 자신들의 권리를 계약회사에 쉽게 주장하지 못한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이들의 처지는 더욱 곤궁해질 것이며 인공지능과 그 회사에게 자신들의 권리도 잘 주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회사의 노동자를 감시하는 도구다. 아마존의 스카우트는 연간 5천억 달러 매출의 아마존의 전체를 관리한다. 4가지 핵심기능이 있는데 수요예측, 주문처리계획수립, 전체주문처리, 네트워크 관리다. 이 시스템은 지식과 의사결정권한을 고위 관리자와 시스템 자체에 집중하게 하여 노동자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업무숙련도는 낮추고 노동강도는 높인다. 

 아마존은 자신들의 감시, 관리 시스템을 물류투자로 포장한다. 인공지능의 결정을 고도로 정교한 기술적 판단으로 보이게 만들고 시스템에 사회적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 이는 경영자, 투자자, 정책 당국자의 지지를 얻어내겠지만 노동자의 순응유도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아마존의 인공지능도 결국 아마존의 노동자와 인프라에 의존한다. 그 지능은 수백만의 창고노동자와 배송기사들의 노동활동에서 추출된다. 

 2020년 이후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직장 내 감시 기술을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많은 기업들이 노동자의 업무 전반에 걸쳐 거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다. 하지만 정작 직원은 자신이 감시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기업은 알고리즘으로 노동자의 행동패턴에 대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감시기술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중이다. 초기에는 운송와 배달, 돌봄서비스의 긱워커가 대상이었지만 이젠 전방위가 될 것이다. 이런 감시도구는 노동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인공지능 예측기능과 결합하여 관리자의 노동통제를 더욱 정밀하게 할 것이다. 

 이런 모든 인공지능의 개발과 그 방향은 실리콘 벨리의 소수의 의해 좌우되는게 더 문제다. 그 파급력이 전방위적인데도 선출직이나 사회적 공론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실리콘 벨리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실리콘 벨리는 오랫동안 자유지상주의 세계관과 신자유주의에 입각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좌파의 낭만주의와 개인주의, 보수주의의 반정부성과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신념이다. 

 극단적 개인주의와 기술낙관주의가 있었으나 성차별과 기후위기 등으로 2010년대 들어서는 새로운 감시시스템, 기술독점, 알고리즘으로 차별이 커지고 정치가 양극단화하자 각 계로부터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요구받게 되었다. 그래서 진보나 보수의 입장을 표명하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은 창업자 중심사고를 갖는다. 이는 기업에 민주주의가 없고 자신이 옳다는 독단적 사고와 결정이다. 그럴만도 한게 물려 받은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맨땅에서 기업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선출직 정치인보다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세상이 발전하고 있으며 여기에 자신이 혁신적 역할을 한다고 여긴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자기 선의 확신이 있고 민주적 투표와 공공정책은 걸림돌일 뿐이다. 

 이런 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노동자가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3가지가 있다. 연대행동과 초국적 연합, 초국적 노동조합이다. 그래야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가치와 착취 정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연대를 통해 구분되고 분할됨을 피하여 테크 기업에 타격을 주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노동조합과 노동자 조직의 집단적 힘을 강화하고, 시민사회가 조직적으로 기업을 견제하고 책임을 물으며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고, 노동자들이 기업을 직접 소유하고 경영참여를 구조적으로 보장하며, 기업을 넘어서 전체시스템의 불평등과 부정에 맞설 필요가 있다.

 첨단 인공지능 시대 역시 그것이 산업사회처럼 인간의 착취와 감시에 이용되며, 인적물적 조건에 기반하고, 사회적으로 감시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공감하는 바가 크지만 책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인공지능은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치열한 패권경쟁에서 그 폐해보다는 개발에 앞장서게 될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저자의 생각이 현실성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낮아보여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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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퍼레이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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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 소설을 딱히 선호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나만의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에 등장해 나를 나보다 더 잘 분석해주는 시기가 온다면 '주인님은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게 분명하다. 1년 중 몸과 마음이 소진되어 일과 가정 생활이 힘들고 더불어 취미인 책 읽기도 같이 힘들어지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면 회복을 위해 소설을 보곤 하는데 이런 경우 거의 추리 소설을 골랐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년은 아니지만 2-3년에 한 번 정도는 만나는 작가인 것 같다.

 추리 소설은 늘 두껍지만 막상 그 세계에 빠져들면 그야말로 완독은 그야말로 순삭이다. 추리소설은 무엇보다 재밌고,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하며, 살인 사건이라는 사람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고, 그 사건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유라는 것이 붙기 때문이다. 특히 살인의 피해자나 가해자는 둘 중 하나가 악인인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든 그들이 벌을 받게 되는 과정 또한 사람의 감정을 해소해주는 것 같다.

 침묵의 퍼레이드 역시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한 마을의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에게는 사오리란 딸이 있었다. 큰 딸이었고, 재능이 뛰어나 마을의 전문가에게 훈련 받으며 프로 가수로의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이 나면 가게 일을 돕던 그 큰 딸이 어느 날 실종된다. 3년의 시간이 흘러 가족이 이 일에서 회복하려는 무렵, 큰 딸의 사체가 발견된다.

 사체는 마을과 꽤 멀리 떨어졌고, 가족 및 사오리와도 어떤 연고도 없는 지역의 한 집에서 발견되었다. 그 집에서는 한 노파가 죽은지 6년이나 지난 시점에 같이 발견되었고, 사오리는 그 집의 아래에 묻혀있었다. 노파의 아들이었고, 한 때 가족의 식당에 방문해 사오리에게 추파를 던졌던 기분나쁜 사내 하스누마 간이치가 용의자로 떠오른다.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임을 가리켰다.

 게다가 하스누마 간이치가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사건 23년전 당시 12살이던 모토하시 유나의 살인사건 용의자였다. 그 당시에도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임을 가르켰지만 하스누마는 경찰의 모진 심문을 이겨내고 묵비권으로 일관하며 무제를 얻어낸다. 결정적 한방을 날릴 직접적 증거나 목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스누마는 이번 사오리 사건에서도 풀려났고 놀랍게도 사오리의 마을로 돌아온다. 경악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강한 증오를 품는다. 그리고 며칠 후 하스누마가 사망하여 발견된다. 그는 질식사했지만 방안에 누워있는 상태였고 어떤 저항흔도 없었다. 게다가 하스누마에 원한을 가질만한 거의 모든 이들이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한다. 그는 경찰인 구사나기를 도와 사건의 전무를 파악하고 추리를 한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이런 인물이 등장한 적을 본 적이 없어서 물리학자가 갑작스레 사건에 돌입해 뛰어난 통찰력을 보이고 셜록 홈즈처럼 구는 것이 좀 당황스러웠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작까지 9번의 책에서 그를 등장시켜서 사건을 해결시켰던 것 같다. 책의 광고에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는 아마 이걸 의미하는 것 같다.

 하여튼 책은 그의 뛰어난 추리를 바탕으로 경찰이 하나하나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심문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악인이고 가해자가 선한 보통사람들이라 사건의 전개가 다소 재미나게 그려진다. 책은 두껍지만 하루 만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밌다. 갈릴레오 시리즈를 알게 된게 무척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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