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냉전 시대
제이슨 솅커 지음, 김문주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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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냉전이 기억 난다. 미소 양국은 적대적으로 상호확증파괴 무기를 개발했고, 핵으로 인한 공포로 인해 영미권에서는 핵전쟁 드라마나 영화도 많이 제작되었다. 그 냉전이 끝난지 30년, 이젠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되어 세계화 시대를 마무리하고 사실상의 제2차 냉전이 시작되었다. 책은 이 용어를 제시하고 이를 개념화한다.

 사람들은 제1차, 제2차 대전을 별개로 생각한다. 시간 차도 좀 있고, 인류 역사상 미친 영향과 사상자수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독일이란 주인공을 중심으로 양차 대전은 사실상 독일 문제에 대한 전쟁이다. 독일 문제는 19세기 독일인이 거주하는 영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일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독일어를 쓰는 민족과 영토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대독일주의와 이를 북독일로만 국한하는 소독일주의가 있다. 문제는 대독일주의의 실현이었다. 

 이처럼 1, 2차 냉전도 중국을 주인공으로 보면 일관된다. 1차 냉전은 지금의 러시아인 소련이 주인공이지만 중국도 주역이었으며 미국이 중국이 아시아에서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오래된 경향을 막아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이라면 제1차, 제2차 냉전은 일관성있게 연결된다.

 제2차 냉전의 전조는 적대적 연합의 형성, 경제와 기술을 탈동조화, 대리전과 하이브리드전, 사이버-정보전쟁으로 구분한다. 

 제1차 냉전은 미소의 대결이었지만 양측의 직접 충돌은 사실상 없었다. 대리전이 치뤄졌는데 한반도와 베트남, 아프간 등이 주 무대였다. 제2차 냉전의 대리전은 러우전쟁, 이란의 대 테러전과 이스라엘, 대만에서 일어난다. 두 개는 실현되었고 마지막 하나는 가장 파급력이 높고 파괴적이며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2차 대전에서 연합국은 교훈을 얻었다. 그들은 히틀러의 체코 주데텐 지역 합병을 승인하였는데, 이를 통해 히틀러는 영국, 프랑스가 개전의지가 없음을 깨닫고, 체코 전지역을 병합하고 2차대전 마저 일으킨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체코 주데텐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독일은 불리한 산악지대에서 싸웠어야 했고, 사전의 독일의 전술과 무기체계에 대해 적응하고, 전면전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러우전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개입하여 상당한 시간을 벌었다. 러시아의 무기전략체계를 알 수 있었고, 사실상 무방비였던 나토의 국방비와 방어력이 상당히 증가하였으며 동유럽에 나토 상비군마저 배치할 수 있었다. 우크라 합병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성과와 대비다. 

 하마스의 공격은 이란과 러시아 그리고 제2차 냉전의 동반자들이 추구하는 지정학적 목적을 뒷받침하는 광범위한 합동 대리전이다. 이는 주요 자원 수송로인 중동을 위협하여 미국과 유럽의 상당한 군사자원을 이쪽으로 돌리게 만들어 러우전을 러시아와 중국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이란의 대리전에 핵심역할을 했다. 바그너 그룹이 이란의 후원단체와 협력을 강화하였고, 군사훈련, 안보협력, 무기기술을 제공했다. 이란은 후티반군에 탄도미사일, 트론, 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공했다. 후티반군을 이를 이용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타격해 미국와 나토의 군사역량을 이리로 집중시켜 우크라이나 지원 역량을 줄였다. 

 중국은 연합리검작전 2024A와 2024B를 실행했다. 이는 대만봉쇄 및 침공상황에 대한 작전이다. 중국의 해군은 사상최대규모다. 2년마다 무려 프랑스 함대 전체 수준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2025년까지 항모도 두 척 추가 진수예정이다. 스텔스 구축함과 강습상륙함도 신속히 증가중이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를 군사화했다. 오바마 정권 당시 이를 묵인한 것이 미국과 동맹의 패착이다. 10년간 피어리크로스, 수비, 너스치프 암초를 군사화하여 장거리 레이더 시스템, 전투기, 폭격기 수용활주로, 미사일 격납고와 대함/대항공기 포대, 연료보급 및 재공급을 위한 심해해군시설이 구축되었다. 미국과 동맹은 대만 침공시 이 시설로 인해 상당히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북한은 제2차 냉전의 불안한 대리전 당사자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러우전쟁에 상당한 물자와 병력을 공급했다. 핵과 미사일 능력도 확대중이다. 태평양과 미본토 타격이 이미 가능하다. 중국은 밀무역과 에너지를 평양에 공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군사기술, 식량원조, 외교적 지지를 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시 북한에 남한으로의 도발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후티반군이 한 것처럼 미국과 동맹의 자원을 양쪽으로 분산시켜 대만침공에 유리한 발판이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로도 전선을 확대 중이다. 경제지원, 군사원조, 정치공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자원, 전략적 항구, 경제발전으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아프리카에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대규모 차관으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이미 중국에 종속되고 의존중이다. 부채상환의 어려움으로 인해 중요 전략자산을 중에 넘겨야 하는 부채함정외교에 빠진 상황이다. 중국은 지부티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뿔 주변을 지나는 핵심해상항로에 대한 권한과 통제권을 확보 중이다. 중국은 여러 나라를 도우면서도 특히, 자신들과 같은 권위주의적 정권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바그너 그룹도 말리,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분쟁 지속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친크렘린 정권을 지원한다. 그리고 대가로 금, 다이아,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 중이다. 

 남미 역시 중국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브라질, 아르헨, 칠레, 페루 같은 나라의 핵심 농업과 에너지, 광업 분야에서 중국의 통제력이 확대중이고, 투자하여 의존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와의 관계를 광하중이다. 이들 국가에 무기, 감시기술,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권위주의 정권을 강화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있다. 남미는 중국과 러시아가 부추기는 대리전에 취약하다.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군사적 유대관계를 맺고, 중국이 남대서양과 남극대륙 근체에 전략적인 통제를 확립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SNS는 은밀한 방식으로 사회를 해체하고 가짜뉴스를 현실로 왜곡하는 호위 합의 편향을 이용해 분열을 부추긴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서사는 대중을 동원해 혁명의 불을 지폈다. 인지적 억압, 경제적 어려움, 국가적 굴욕이 주요 메시지다. 이를 분노와 두려움, 억울함, 자부심 같은 정서를 자극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자꾸 이것을 퍼뜨려 그것이 마치 널리 퍼진 합의라도 되는 양 만든다. 중국과 러시아는 AI생성콘텐츠와 봇을 이용하여 범세계적 담론을 조직하고 이를 서구의 화합파괴에 이용한다. 

 SNS는 감정이입과 창의력을 감소시킨다. SNS는 위기와 분노,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하여 전반적으로 대중을 공감피로 상태로 몰아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통에 둔감해지고 프로파간다에 도덕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게 한다. 알고리즘의 콘텐츠 피드는 복합적 사고를 막고 단기적 사고만 하게 한다. 반응적이고 초당파적 담론이 늘며 섬세한 논의가 어려워진다. 이는 사안에 대한 이성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을 막는다. 그래서 제2차 냉전은 국가 정체성과 진실, 디지털 회복력을 위한 싸움이 된다. 

 체제 위기에는 5가지 징후가 있다.

 첫 번째는 군사적 위험이다. 대리전, 봉쇄, 무력충돌이다. 언급한 것처럼 중동, 대만, 한반도, 아프리카가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경제적 위험이다. 무기화된 무역, 부채함정, 자원의존도가 위협이다. 서구 경제를 불안하게 하기 위해 중국은 산업우위, 러시아는 에너지 우위를 이용한다. 중국은 산업경쟁력에서 이미 미국의 영향력에서 상당히 자립했다. 그러면서도 희토류 제련을 독점해 언제든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제조업이 붕괴하여 주요 기술과 군사부품에서 적대적 공급망에 의존중이다. 세번째는 기술적 위험이다. 인공지능 전쟁, 사이버 위협, 산업스파이다. 중국은 인공지능과 사어비전쟁, 디지털 감시에 선도적이다. 이것으로 전 세계적 담론을 조장하고 거짓 선도으로 민주주의를 뒤흔든다. 산업스파이는 미국과 유럽의 기술을 탈취한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의 무려 60%, 첨단 반도체의 경우 90%를 생산한다. 중국의 대만 봉쇄나 침공은 큰 위협이다. 네 번째는 정치적 전략적 위험이다. 언급한 것처럼 민주주의 진영 내 거짓 선동으로 내부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마지막은 디지털 위험과 심리적 위험이다. SNS의 무기화로 적대세력이 대중의 정서조장, 정치담론 형성, 사회결속력을 약화한다. 양극화로 정서적 고갈과 사회불안이 늘어난다. 

 제2차 냉전은 세계 질서를 재편한다. 금융과 에너지 시장, 기술, 무역,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기업은 투자전략을 바꾸고 위험노출을 재평가해야한다. 경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하고, 금융의 흐름을 변화하고, 기술경쟁의 구조를 조정하고, 통상적인 관계를 재정립한다. 이는 국가안보와 기업전략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북극은 새로운 전장이다. 해동하면 막대한 양의 에너지 자원과 희토류, 북극항로가 대상이다. 러시아는 구냉전시대의 기지를 재가동중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고 북극함대를 강화한다. 중국 역시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억지로 근북극권국가를 주장하며 경쟁에 뛰어든다. 극지실크로드 전략으로 에너지프로젝트, 운송인프라, 군사연계 연구소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중이다. 미국과 나토는 이에 대응해 북극해상경비를 강화하고 쇄빙선 함대를 확장중이다.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와의 동맹도 강화중이다. 

 우주도 전장이다. 중국은 우주군사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우주자산감시, 사이버공격, 미국와 동맹의 우주자원에 대한 전자적 수행이 가능하다. 중국은 우주실크로드로 저궤도 통신과 달자원채굴을 노린다. 미와 동맹도 이에 대응해 위성 이용과 프로그램, 인공지능기반 궤도 방어시스템, 우주기반 미사일 요격기동을 준비중이다. 

 미국과 동맹은 환적을 엄격히 감시하여, 중국기업의 제3국을 통한 구멍을 차단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기반의 무역 감시와 블록체인 기반의 추적 체계 덕에 앞으로는 상품의 원산지와 감시, 공급망 부정행위 추적 기술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경제안보는 경제적 힘과 경제적 자급자족으로 구분한다. 국가의 GDP는 자본, 노동, 기술의 결합이다. 최근 기술이 점점 핵심요소로 부상 중이다. 경제적 자급자족은 전략적 자원의 비축, 강력한 국내 생산기반, 독립적인 기술확보, 다변화된 공급망,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산업용 금속 및 핵심소재의 안정적 공급이다. 미국은 경제적 힘은 우수하나 경제적 자급자족에서 취약하다. 반면 중국은 경제적 힘에서는 미국에 뒤쳐지나 경제적 자급자족은 상대적으로 낫다. 이로 인해 제2차 냉전시대의 미국과 동맹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희토류 채굴, 제련 능력을 늘리고 중국 의존도를 감소

2.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로 새 에너지 파트너 구축 및 다각화

3. 소듐이온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로 개발로 리튬과 코발트 의존 줄이기

4. 동맹 내의 신재생에너지 구성품 생산장려로 중국 의존도 줄이기

5. 미국, 캐나다, 멕시코와 우호적 페르시아만 국가로부터 에너지 수출을 늘리고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줄이기

6. 신흥국에 대한 인센티브로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 확대

7. 유럽연합과 아시아로  LNG수출 확대, 러시아 LNG 의존도 줄이기

8. 에너지 인프라 개발로 대외원조 활용


 중국의 지정학적 위협으로 인해 리쇼어링, 니어쇼오링, 프랜드쇼어링 전략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의약품, 바우이산업, 첨단 제조 부품 등 공급망 안보가 국가안보의 우선순위인 산업일수록 이런 경향을 두드러진다. 국제 무역의 미래는 다음과 같다.


1. 경제 및 국가안보를 위해 관세의 광범위한 사용

2. 세계 공급망의 재편

3. 경제적 자급자족 압력 강화

4. 중국 견제

5. 군사화하는 무역 항로의 위험성 증가


이런 경향으로 인해 세계화가 마무리된 이후 지난 10년간 세계의 무역 규제는 무려 100배나 증가했다. 

 향후 기술적 우위 전쟁도 극적이다. 세계는 사실 상 두개의 기술 지역으로 구분되고 경쟁중이다. 양자 우위는 더 이상 단지 컴퓨팅의 문제가 아니다. 사이버 보안과 정보지배, 암호의 우위 문제다. 중국은 양자부호화로 서구의 암호 프로토콜을 파훼하고 기업과 금융거래, 군사정보에 접근하려 한다. 중국은 양자 부분의 특허량이 미국을 압도한다. 

 반도체 전쟁은 인공지능과 양자, 첨단기술의 지배를 의미한다. 반도체 생산을 장악한 국가가 세계 경제와 군사력을 좌지우지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2차 냉전의 시나리오 4개를 제시한다.

1. 정체

 지정학적, 경제조건이 변화하지 않으며, 정체된다. 관세, 동맹, 제재, 갈등 위협이 현 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로 현실성이 낮다. 

2. 붕괴

 탈세계화가 멈추고 무역 규제가 철회되어 미중 갈등 이전의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화 시대로의 회귀다. 역시 가장 현실성이 낮다.

3. 지속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2차 냉전이 꾸준히 진행하고 탈세계화, 무역전쟁, 대리갈등, 미중격돌이 격화한다.

4. 포물선

 2차 냉전이 장기화하여 분쟁이 가속화하고, 직접 군사충돌도 일어난다. 역시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저자는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대국 간의 소통채널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치열한 이성적 계산에 근거하기 보다는 소통 실패와 억제 전략의 오판, 보복의 악순환에서 시작했다. 실제 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봄의 전쟁이 가을이면 끝날 것으로 오판했고 2차 대전의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의 체코 합병의 의도를 오판했다. 

 향후 각 나라와 기업들은 위와 같은 흐름을 잘 살펴 정책과 투자 및 경영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기업은 공급망을 재편하고,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며, 금융 탈동조화와 경제적 파편화에 대비해아 한다. 에너지, 원자재의 확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식량자급률이 20% 초반에 불과하고, 미중 대리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대만 및 북한과 인접한다. 향후 기업과 정부에 상당한 위기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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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 수능에서 IB 교육으로 대한민국 시험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김신완 지음, 이혜정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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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객관식 시험을 최고로 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공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입을 결정하는 수능 시험인데 몇 달 전부터 보안을 위해 출제진이 숙소에 감금되고, 시험지는 마치 은행의 현금처럼 철저한 보안 속에 전국 각지로 시험일이 임박하여 수송 된다. 또한 몇몇 학생이 시험 당일에 배가 아프거나 차를 잘못 타서, 혹은 엉뚱한 고사장으로 가서 시험을 놓칠 뻔하다 경찰차를 타고 간신히 시험장에 도착하기도 한다. 그리고 고교 후배들은 시험을 보는 선배들을 위해 새벽부터 응원전을 펼치는 등 이 시험과 관련한 온갖 이야기들이 나라 전체에 가득하다. 

 그런데 이 시험은 세계에서 가장 싸구려 시험이다. 문제 개발을 하는데 좀 공을 들이긴 하지만 시험 기간이 매우 짧고, 무엇보다 채점이 아주 손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객관식 시험을 당연시 하나 대입 시험은 객관식으로 보는 나라는 OECD 38개국 중 한국과 일본, 중국, 칠레, 멕시코, 미국 뿐이다. 한국은 이 객관식 수능이 대입에 절대적인 기준인 반면 사실 다른 나라들은 보조 수단이거나 대입에 반영되는 하나의 요소 정도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사실 한국이 객관식 시험을 전통적으로 신봉한 것도 아니다. 조선의 과거 시험은 구술, 논술형 시험이었다. 경전에 관한 문제도 있었지만 철저히 현실 정책에 대한 질문이 따랐다. 응시자는 이를 자신만의 논리로 풀어내야 했다. 한국에 객관식 시험이 자라잡은 것은 일제시대 부터다. 일제는 피재배민으로 조선인이 생각하기보다는 체제에 순응하고 시키는 것을 이해하고 따르기를 바랬다. 그런 사람을 양성하는데는 객관식 시험이 제격이다. 답은 애초에 출제자로부터 주어져있고 이를 잘 수용해야 높은 성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광복 후에도 이어졌다. 

 입시는 여러 번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러다 전두환 신군부가 교육정상화와 과외 과열을 문제로 예비고사와 대학 본고서를 없애고 객관식 시험인 학력고사를 전면 실시하면서 객관식이 대입 최종시험으로 확고히 자리잡는다. 이후 수능이 학력고사를 대체하긴 했지만 이미 도입 후 30년이 지났고, 여러 개선이 있었으나 결국 서열화를 위한 객관식 시험이라는 틀에 갇혀있다.

 문제는 이런 객관식 서열화 평가가 많은 문제점을 갖는다는 점이다. 우선 제대로 된 능력을 평가하지 못한다. 개인의 진정한 능력은 실생활의 문제해결에서 나온다. 이는 매우 능동적인 표현능력과 여러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전이하여 적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수능 같은 객관식 시험은 이런 타당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공정성과 신뢰도에 묻혀있으며 서열화를 위한 난이도 조정과 공정성에만 힘을 쓰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의 교과 선택권은 그의 진로와 흥미, 적성의 발현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수능은 상대평가이기에 교과 선택권이 사실상 무력화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나 흥미보다는 등급을 보장하는 교과를 선택한다. 또한 선택 교과 간의 표준점수 차이는 또 다른 공정성 시비를 낳는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을 비인간화한다는 점이다. 2018년 한중일미 4국의 학생 1천명을 대상으로 고교 생활이 함께하는 과정인지 거래하는 시장인지 사활을 건 전장인지를 물었다. 학생들은 3가지를 모두 선택하였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3번의 경우 일본은 14%, 미국은 40%, 중국은 41%를 선택한데 비해 한국은 무려 81%였다. 학생에서 협력을 통해 함께 성공하는 연대하고 화합하는 시민으로 자라나기 보다는 경쟁하며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배한 자는 낙인을 갖고 평생을 살아가는 환경을 고교에서 경험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한국의 교육개혁 과제는 대학 입시를 전면 논서술형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객관식 시험을 보조의 수단으로 병존시키고, 내신을 논서술형, 구술, 장기 보고서 및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입시와 내신에서 학생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선택과목을 보장해야 하며,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일부 고교들이 과거에 취했던 것처럼 성적을 부풀리는 편법을 막는 방법이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논서술형은 주관식 시험이기에 이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의 확보를 위해 채점의 전문성을 크게 강화하고, 그 기준의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저자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것은 국제 바깔로레아, 바로 IB다. IB는 여러 모로 한국 교육에 적합하다. IB는 일단 특정 국가 맞춤형이 아니기에 한국 교육과정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표준화된 평가시스템을 갖춰 타당성은 고려도 않고 공정성과 신뢰도에만 매몰된 한국에 적합하다. 또한 학습 능력이 높은 학습자와 낮은 학습자를 모두 성장시키며, 사교육이 거의 실행되기 어려워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며, 무엇보다도 일선 교육현장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IB는 실용적인 관점에 기반하며 학생을 평생 학습자로 키우는데 중점을 둔다. IB는 토론과 상호협력이 중요해 모든 학생이 경청이 습관화 되어 있으며 정답이 없는 교육을 실시하고, 무조건적 주장이나 입장 보다는 그 근거를 중시한다. 

 IB는 중등과정이 5년이고 고등과정이 2년이지만 각 나라의 학제에 맞게 변경이 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중등 과정이 3년으로 실행되고 고2-3때 고등과정을 하고 고1 때는 준비과정을 거친다. IB의 초중등학교 프로그램은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다.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방안이 있을 뿐이며 그렇기에 각 나라는 자신들의 교육과정을 포함시킬 수 있고 그 학습 방법과 평가를 IB가이드에 맞춰 실행한다.

 IB의 고등학교 과정은 다음과 같다. 

1영역- 언어A: 모국어 문학, 모국어 언어와 문학

2영역- 언어B: 외국어, 외국어기초, 고전어

3영역- 개인과 사회: 역사, 경영, 경제, 지리, 철학, 심리학, 국제정치, 인류학 등

4영역- 과학: 화학, 생물, 물리, 컴퓨터 과학, 환경, 스포츠와 건강

5영역- 수학: 분석과 접근, 응용과 해석

6영역- 예술: 연극, 영화, 미술, 음악, 무용


 학생은 위 3영역 중 3개를 심화과정으로 3개를 표준과정으로 이수한다. 심화과정의 경우 240시간은 이수해야 하고, 표준 과정이면 11시간을 이수한다. 그리고 이 외에 지식이론, 소논문, 창의체험봉사가 필수다. IB는 6개 영역이 각 7점 만점이며 3개의 별도 영역이 각 1점 씩이다. 총 45점 만점으로 24점을 획득해야 디플로마가 수여된다. 물론 지식이론과 소논문이 합산 점수가 D이사이어야 하고 세 과목 이상에서 3점 이하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2023년 상반기 18만 명의 학생이 외부평가에 응시했고 80%가 디플로마를 획득했다. 평균 점수는 30.24점으로 과목당 6점, 핵심 과목에서 2점이면 총점 38점으로 이 정도면 해외 명문대학 지원이 가능하다. 6점은 A에 해당하고 7점이면 A+등급이다. 2023년 기준으로 40점 이상은 8.87%로 만점자는 179명에 불과하다. 

 IB는 외부 출제 평가와 내부 출제 평가로 구분한다. 내부 출제 평가는 해당학교 교사가 하는 것이며 외부 출제 평가는 IB 본부에서 실행한다. IB 본부에는 무려 4만의 채점관이 등록되어 있다. 채점관은 일반 채점관, 선임 채점관, 책임 채점관, 수석 채점관으로 나뉜다. 채점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선임 채점관들이 먼저 평가 문항에 대한 채점 기준을 개발한다. 이것이 시드 페이퍼인데 3개로 구성하여 1개는 일반 채점관의 교육에 1개는 일반 채점관의 시험 채점 테스트용으로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답안지에 숨겨 일반 채점관이 올바로 채점하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일반 채점관의 채점이 시드 페이퍼와 멀어지거나 일반 채점관 2인의 불일치가 심하면 이들을 재교육하거나 채점관 자격을 박탈한다. IB본부는 교차채점을 하는 것이다. 채점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채점관이 이를 해결하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수석채점관이 학생의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매우 엄정한 구조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학생은 이런 구조에도 점수에 불만이 있거나 대입에 필요한 요건에 미약하게 미도달할시 비용을 부담하여 재채점을 요구할 수 있다. IB 본부는 이 경우 재채점을 실시하여 문제가 발견되면 학생에게 비용을 돌려준다. 그리고 학생은 재시험을 볼 수 도 있다. 

 내부평가는 사전에 문항을 같이 연구 개발하며 채점기준도 그렇게 만든다. 특히 자신이 채점한 것에 대한 근거를 다른 교사에게 증명해야 하기에 고도의 객관화가 강제된다. 그리고 IB 본부는 내부 평가 전체를 모두 샘플링하여 이를 검토하다. 그래서 이것을 조정하고 만약 채점이 과도하게 부실하면 해당학교의 인증을 취소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IB학교들은 국가나 지역, 학교 간의 특성과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적 표준화가 가능하다. 과거 한국의 고교 내신 절대평가가 실패한 것은 학업이 낮은 학교 일수록 서로 시험을 쉽게 내기 경쟁을 해 성적을 부풀렸기 때문인데 IB본부처럼 중앙에서 관리하면 이런 것이 불가능하며 실제 학교간에 타당도가 높은 학업 성취도 비교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높은 신뢰도로 인해 한국에서 성행하는 평가 결과에 대한 민원도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된다. 

 구체적인 수업을 살펴보면 IB수학은 문제 풀이 시간은 적고 대신 수업 시간을 조사하고 추론하는 탐구활동에 할애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각자 정리한 이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관심 이슈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지수로그함수를 배우고 그것을 망각 곡선에 적용해 직접 공식을 도출하는 식이다. IB수학은 감점이 아닌 가점의 관점으로 채점한다. 그래서 학생이 정답의 계산을 틀렸어도 그 과정이 옳다면 만점을 가깝게 점수를 부여한다. 

 역사 수업의 경우 일반 학교는 연대사나 통사를 고수한다. IB 역사는 시대, 사건, 인물에 대해 역사적 사료를 분석하고 관련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고 어떻게 판단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IB화학은 실험중심이다. 반응열을 계산하는 실험을 수행한 후 구한 데이터로 그린 그래프를 해석하는 것이 과제다. 중요한 것은 실험을 실패해도 괜찮다는 점이다. 왜 실패했는지 점검할 가이드가 제공되며 교사가 피드백 한다. 실험에서 겉도는 학생도 없다. 모둠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IB는 내부 보고서의 마감이 학기 후반부로서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시간이 충분하며 상대평가가 아니기에 앞서가는 학생이나 모둠을 보며 불안감을 갖지도 않는다. 

 IB를 실시한 학교는 큰 변화를 가져온다. 우선 학생의 일정 관리 능력 향상이다. IB는 지식 위주보다는 그것을 획득하거나 적용하는 보고서나 과제 중심이다. 이것들이 모든 과목에서 행해지기에 학생은 개인, 모둠과 협동하며 계획을 촘촘히 짜야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것을 대학이나 직장생활을 하며 실시하는데 확실히 빠르다. 그리고 서로 돕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기에 경청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생기고, 경쟁이 없기에 학교 폭력이 크게 감소한다. 또한 교권이 신장한다. 상대평가와 서열화에서 공교육의 교사는 메이져 학원 교사에 밀린다. 하지만 IB같은 식의 수업과 평가를 실시하면 학생은 교사와 같이 성장하며, 꾸준히 피드백을 얻으며 친말한 관계, 즉 진정한 사제지간을 형성한다. 당연히 교권이 보장된다. 마지막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완화다. IB수업은 학원이 성적을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구조다. IB라고 해서 학원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철저히 보조수단으로 전락하여 학부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낼 필요가 크게 줄어든다. 

 당연히 IB에서는 교사도 변화한다. 일반 학교에서 교사의 스트레스 요인은 교내질서 확립문제와 학부모의 민원 처리, 행정업무다. 하지만 IB학교에서 교사의 스트레스 요인은 학업성취도 제고, 수업설계고민, 저학력 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 방안이다. 교사 본연의 업무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처럼 IB는 교육을 정상화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다. 일본은 IB로 교육을 전면 전환하고 있다. IB가 반드시 답안은 아니겠으나 한국이 비교적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이다. 혁신 교육은 많은 학교 민주화와 교육 혁신을 이뤘지만 이렇다할 중앙 센터가 없어서 일선 학교의 질적 변화를 지원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입시를 변화시키지 못했으며 일부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교사들을 제외하면 변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IB는 많은 학교 개선 경험과 믿음직한 증앙 기관, 높은 채점 기구를 확보하고 있다. 전면적으로 시도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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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텐베거 투자 - 뉴사이클에 진입한 AI 혁명 산업, 10배 종목 발굴을 위한 전략서
이형수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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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중진국의 함정을 넘어 선진국에 진입한 거의 유일한 국가다. 하지만 최근 그 힘이 다한 듯 보인다.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전환에는 선도적으로 진입했지만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서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부분도 그러한데 인공지능 시대에 잘 진입한 TSMC와 다르게 한국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는 커녕 HBM도 잘 만들어내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인터넷과 모바일 시기에 멀리 감치 떨어뜨렸던 대만이 다시 국민 일인당 소득 역전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은 기술혁신과 스타트업의 성장,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강력히 필요하다. 과거 영화를 누렸던 석유화학, 철강, 정유는 중국과의 경쟁과 환경규제로 그 힘을 잃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인공지능과 첨단 반도체, 바이오, 친환경에서 미국과 중국에 비해 취약하다. 전통 제조업에서 탈피하고 이 부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의 개발에는 막대한 양의 엔비디아 GPU가 필요하다. 여기엔 수십조원의 돈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를 정부가 해야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 정부는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 조성에는 상당히 선도적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이재명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민간합작 AI 국책사업을 벌이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AI혁명이 가속화할 수록 이차전지 소재, 탄소섬유, 반도체 소재 같은 영역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반도체 역시 인공지능과 HBM에 집중될 것이고 기존 레거시인 D램과 낸드 플래시는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여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반도체는 수출 비중의 20% 수준이다. 자동차는 10%수준이다. 2030년이면 인공지능은 세계 경제의 무려 19.9$를 차지하며 이는 세계 GDP의 3.5% 수준이다. 현재 많은 인공지능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우려에 불과하다. 원래 신기술은 초기 투자비용은 높고 수익은 후에 이뤄지나 막상 흑자전환되면 그 성장세와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실제로 1994년 창업한 아마존은 2001년이 되어서야 흑전했고 구글 역시 창업 3년만인 2001년에야 흑전했다. 당시 이 기업들이 적자라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무척 어리석은 일이었을 것이다.

 인공지능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은 기업들의 흑자전환을 늦추고 있다. GPT5의 훈련은 GPT4에 비해서 46배의 컴퓨팅 파워가 요구되었다. GPT-40의 모델 훈련 비용은 1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리고 2027년에는 생성형 인공지능 훈련비가 1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국 유수의 빅테크들은 인공지능 개발에 사활이다. 테슬라는 이미 전기차 기업이 아니다. 그들은 그록인공지능 시리즈와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기업이다. 테슬라는 전력생산, 저장, 충전, 자원 재활용에 이르는 거대한 자체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메타는 인스타와 왓츠앱이라는 세계 최대의 sns를 보유하고 있어 40억 이용자의 데이터 수입에 용이하다. 그들 역시 인공지능 연구시설과 인재를 갖고 있다. 최근 선보인 모델이 라마인데 이를 파인 튜닝해 앱을 개발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요즘 인공지능 개발 트렌드가 변화중이다. 기존 학습에서 추론으로의 전환이다. 중국의 딥시크는 인공지능 개발에 규모의 법칙을 무시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딥시크 개발이 필요한 제반 여건에 들어가는 비용을 추산하며 그 법칙을 무시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추론은 더욱 큰 규모의 컴퓨팅 파워와 그를 위한 물리적 기반을 욕하기에 스케일링의 법칙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서는 SW와 HW가 모두 중요하다. SW는 불필요한 추론 과정에서의 비용문제 해결이 과제이며 HW에서는 더 많은 프로세스 활용, 네트워크 대역폭 지원등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인프라는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데이터 센터는 더욱 폭증할 것이다. 특히 스위치 장비와 실리콘 포토제닉스 기술이 중요하다. 기존 GPU는 학습에 ASIC(AI주문형 반도체)는 추론에 유리하다. 기존 인공지능은 질문을 받으면 즉시 답변을 생성한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답변도 적잖은데 추론으로 넘어가면 질문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단계를 거치며 결론을 도출한다. 다만 과정이 복잡한 만큼 기존에 비해 컴퓨티 파워가 100배 이상 필요하다. 이는 인공지능 자체의 개발은 물론이고 이를 기반한 거대한 물리적 장치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 센터는 그래서 더욱 커진다. 2023년 3730억 달러 규모인 것이 2029년이면 6420억 달러로 추산된다. 추론으로 인해 데이터 트랙픽이 더욱 커질 것이고, 인공지능 가속기, 전력 소비, 냉각 방식이 일반 데이터 센터보다 더욱 중요해진다. 

 미국은 트럼프 출범 이후 인공지능 경쟁을 위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인공지능 관련 모든 미국 기업이 총 망라되었고 협조와 투자는 국제적이다. 클라우드와 인프라 서비스에는 오라클과 MS, 인공지능 반도체에는 엔비디아, ARM,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네트워크에는 브로드컴, 아리스타 네트웍스, 코히어런트, 원전과 천연가스에는 코스텔레이션 에너지, 비스트라 에너지, NRG에너지, 탈렌 에너지 드으이 기업이다. 초기 지분투자에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 MGX 등이 활약하며 무려 40만장의 GPU를 갖춘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미 텍사스에 건설할 예정이다. 

 이런 미국의 진격에 EU도 태세 전환 중이다. EU는 기존에 인공지능에 대해 개발보다는 인권보호와 민주주의 수호 측면에서 규제에 집중했다. 프랑스는 민간 포함 인공지능 유치에 163조를 투입할 예정이고 오픈 AI의 대항마로 미스트랄 AI를 보유 중이다. EU는 소버린 AI 구축으로 인공지능의 군사활용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가속화 중이다. 인도 역시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들은 무케시 암바니가 이끄는 리라이언스가 인도 자만카트에 무려 3GW 급 세계 최대의 데이터 센터를 계획 중이다. AI의 확산은 4단계다. 우선 데이터 인프로 증설, 네트워크 고도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의 대중화, AI 디바이스의 보편화다. 인공지능의 수요 확대로 HBM, ESSD도 성장이 지속된다. 

 빅테크들은 AI 모델에서 엔비디아 칩 의존을 줄이기 위해 자체 설계칩인(ASIC)의 적용을 원한다. 브로드컴이 이 부분의 강자다. ASIC 시장은 2024년 203억 달러에서 2031년에는 328억 달러로 성장 예정이다. 마벨테크놀로지는 AI 데이터 센터의 수혜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브로드컴에 밀리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신에 유리로 코어를 만든 기판이다. 유리기판은 실리콘의 장점은 매끈한 표면, 낮은 열팽창계수를 가지면서도 유리 특유의 장점은 낮은 열 전도율과 유연한 강도, 저렴한 비용이라는 장점을 갖는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서버 내 반도체 통신 구간에서 구리와 전기 신호대신 광자로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반도체는 광신호를 받을 수 없어서 광신호와 전기신호를 바꿔주는 트랜시버장치가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인공지능에 필요한 기판 면적이 커지는데 유리기판이 이에도 적합하다. 

 한국의 유리기판 제조업체는 SKC앱솔릭스가 있다. 이들은 AMD에 HPC용 유리기판을 공급계획 중이다. 그리고 2022년 조지아주 뉴튼 카운티에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유리기판은 5조원대의 FC-BGA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실리콘 인터포저도 유리인터포저로 대체될 수 있다. 유리기판은 TGV 공정, 최초 빌드업 공정, 기판을 자르는 싱귤레이션 공정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혁명은 인공지능 가속기, 서버와 데이터 센터, 전력 인프라를 넘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요구한다. 셀레스티카는 메타와 아마존에 인공지능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한다. 코히어런트와 아리스타네트웍스 등은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한다. 

 광통신은 반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신호로의 전환이 중요한데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통해 포토닉스 IC전자직접회로를 결합해 광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한다. 코히어런트가 실리콘 포토닉스 기업이며 국내에는 퀄리타스 반도체,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이것을 한다.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은 2020년 10억 달러에서 2027년 46억 달러로 성장 예정이다. 

 CPO는 실리콘 포토닉스와 첨단 패키징 결합 기술이다. TSMC와 삼성전자고 도입 중이다. CPO에서는 산화막 제거 물질은 플럭스를 배제한다. 플럭스는 반드시 필요한 공정이나 잔여물질은 남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광통신을 방해한다. 광반도체 기술은 미래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업체들인 이 부분의 기술이 취약하다. 

 ASIC는 유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GPU를 대체하진 못한다. 보완재 성격이다. ASIC로 인해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맞춤 역할이 가능하며 구글의 TPU가 대표적이다. ASIC 시장의 성장으로 파운드리 수혜기업인 TSMC의 앞날이 더욱 밝아졌다. 삼성은 2019년 대대적인 파운드리 성장을 예고했지만 당시 파운드리 점유율 19%였던 것이 지금은 오히려 10%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분발이 요구된다.

 HBM이 인공지능 혁명 메모리 전쟁의 1막이라며2막은 온디바이스용 AI 메모리가 될 것이다. SOCAMM, LLW D램, LPW낸드 플래시 등 다양한 온디바이스 커스텀 메모리가 새 부가가치를 낼 것이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기술은 스마트폰과 PC를 넘어서 레벨3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XR등 새로운 디바이스에 적용될 것이다. 

 늦었지만 한국 정부는 GPU 3만장을 2027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GPU는 가격도 비싸지만 수요가 넘쳐나 쉽게 도입하기도 어렵다. 강한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국내 엔비디아 H100물량은 겨우 3천-5천장 수준이다. 단일 기업으로 수만개를 가진 미국 빅테크와 비교해 무척 초라하다. NHN클라우드가 1천장, 네이버 계열사들이 1천장, 삼성SDS가 1천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거의 다른 모든 영역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 이는 반도체 부분도 마찬가지다. 2022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반도체에서 중국을 앞서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고 수준을 100으로 보았을 때, 고집적 저항기반 메모리 기술은 한90.9, 중94.1, 고성능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기술은 한 84.1, 중 88.3, 전력 반도체는 한 67.5, 중 79.8, 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은 한 81.3, 중 93.9, 첨단 패키징은 한 74.2, 중74.2로 모든 차세대 분야에서 열세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2025년 테크주들이 고성장 랠리를 보이고 있어 주가가 30%이상 상승했다. 

 중국은 첨단 분야에선 아직 제조에서 밀리지만 레거시 분야에서는 가격파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괴롭히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실행하고, 실패한 90% 기업을 생존한 10%기업이 흡수해 기술을 이어나간다. 여기에 과거의 한국처럼 필요하면 밤을 세우는 유연한 근로체계와 인력들의 동기부여 자체가 매우 강력하다. 

 인공지능의 개발에는 매우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미 웰스파고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수요가 미국의 경우 2023년 3테라와트시인 것이 2030년이면 652테라와트시로 무려 21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타게이트 사업에는 최대 20개의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며 이들의 전력 규모는 5GWH다. 원전 한 기가 통상적으로 1GWH를 제공하기에 무려 100기가 필요하다. 전력 수요의 증가는 유틸리티, 태양광과 ESSD, 원자력에 수혜를 줄 것이다. 유틸리티 기업은 초기 전력 수요 증가를 기존 발전 설비로 쓸 수 밖에 없어 수혜를 보게 된다. 그리고 향후 3-4년은 태양광과 ESSD의 시대로 퍼스트 솔라, 넥스트래커, 플루언스 에너지가 주목된다. 2027년부터는 소형모듈원자로가 필요하다. 이는 원자로를 모듈형태로 미리 공장에서 제작해 소규모로 빠르게 설치가 가능하다. 최근 이재명대통령이 말한 15년 건설 기간이 필요한 원전은 기존의 원전이다. 소형모듈원전은 발전단가가 현재의 1/3수준으로 떨어져 신재생에너지와도 가격경쟁을 해볼만 하다.

 미국은 전력은 물론이고 이를 송전할 배전 설비도 오래되었다. 기반 시설이 1970-80년대 조성되어 노후화하였다. 버티브 홀딩스는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에 특화하였고 배전 설비 기업이며 액체냉각방식을 사용한다.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는 열을 많인 내뿜기에 기존 공랭식보다는 액체냉각설비로 갈 수 밖에 없다. 한국은 경우 DH현대일렉트릭과 LS 일렉트릭이 미 전력설비 교체 수요의 수혜를 볼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으로의 전환은 지금 시작이다. 이는 인공지능 자체를 개발하는 기업과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설계 및 공급 기업, 그 반도체를 더욱 효율적이고 성능을 좋게 하는 소재 기업, 반도체를 굴리는 데이터 센터 기업,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 그 전력망을 구축하는 기업들에 모두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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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Bagger 2025-09-1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려주신 글 큰 도움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몇 가지 오탈자 있어 수정 부탁드립니다
19.9$ -> 19.9조$
ESSD - > eSSD
생성형 인공지능의 수요가 -> 생성형 인공지능의 전력 수요가
DH현대일렉트릭 -> HD현대일렉트릭
 
단식 존엄사 - 의사 딸이 동행한 엄마의 죽음
비류잉 지음, 채안나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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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간 수명이 늘어나며 죽음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의료기관이 발달하지 않았을 땐 사람들은 병이 있어도 진단 받거나 치료 받지 못했고, 그저 심각해졌을 때 앓아눕다 대개 수일 내에 집에서 죽었다. 와병 기간은 길어야 수 개월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개 이런 병이 진단되고, 치료받지는 못하고 관리만을 받은 채 연명한다. 그래서 와병 기간은 수 년 혹은 심지어 수십 년으로 늘어났으며 죽음을 맞는 곳도 대개 병원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문제다.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자립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와병하게 하는 소위 관리 기간만 늘어난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환자 자신과 그를 돌봐야하는 가족에게 거대한 심리적, 육체적, 금전적 고통을 불러오며 공적으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게 하여 국가재정을 악화한다. 아마 그들로 인해 돈을 벌게 되는 의료 기관과 요양 기관만 좋을 것이다. 

 모두가 이런 부작용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고치지 못한다, 가족의 정과 의무감으로 부양가족은 환자를 쉽게 떠나 보내지 못하며, 국가사회는 이들에게 평안하고 존엄한 죽음을 허용할 법과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와병자를 돌보는 일부 가족은 삶이 질이 크게 저하하고,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동반자살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책의 저자는 대만의 의사로 그의 어머니 가족은 척수소뇌실조증을 앓았다. 이는 유전병으로 저자의 어머니가 늦은 나이에 발병하여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친인척들과 후손들은 이 병이 어릴 적 발병하여 어린 나이에 와병하다 고통스레 죽음을 맞았다. 

 치료 불가능한 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죽음을 허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만 역시 논의가 진행하다 멈춰있다. 환자가 고통스러워 정 죽고 싶다면 거액을 돈을 들려 이를 허용하는 일부 유럽 국가에 가야하고 거기서도 심사란 걸 받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자는 단식 존엄사를 제안한다. 그리고 저자의 어머니는 단식 존엄사를 택했다. 건강한 일반인이 단식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죽음으로 이르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쇠약해진 와병환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이미 죽음에 가까워 있고 신체도 쇠약해진 상태로 10일이나 2주 정도면 비교적 편안하게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물론 단식 존엄사라고 해서 바로 곡기를 끊는 것은 아니다. 식사량을 조금 씩 줄여나가고 나중에는 물도 끊는다. 임종을 앞둔 상태에서의 단식은 허기나 갈증을 잘 일으키지 않고 뇌에서 모르핀이 나와 오히려 행복감이 느껴진다. 탈수가 오면 혈액 점도가 높아져서 의식 지수가 몽롱해지는데 이는 과도한 고통을 줄여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한국에도 치료의 희망이 사라진 채 단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연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가족을 떠나 보내기 힘들어 이런 기관에 환자를 수년 동안 모시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환자 본인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크게 저하된다. 한국에서도 암암리에 이런 단식 존엄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안다. 오래 요양기관에서 연명하던 분들은 집으로 모시면 쓸데 없는 관리가 사라져 수년 무의미한 삶을 고통으로 지속할 사람도 수 주나 수개월만에 돌아가시는 경우를 여러 봤다. 

 이를 국가사회적으로 공인화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제까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치르면서 유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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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이충호 옮김, 장대익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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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커즈와일은 미래학자로 저서'특이점이 온다'로 유명하다. 무려 20년 정도 나온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의 여명도 잘 안보이는 상태에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한 특이점 개념과 그 실현 시점을 비교적 상당히 정확하게 예상했다. 이는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금의 인공지능 발전상을 보면 2040년에 인간의 종합적 능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는 후속작인 '마침내 특이점이 온다'에서 이런 논의를 지속한다. 향후 인간의 모든 역량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5년 내에 등장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정체성, 자존감에 혼란을 일으키고, 인간은 심리적 보상을 갈구하고 기계보다 나은 마지막 영역을 찾아 헤멜지도 모른다고 본다. 그는 의식의 기반은 정보로 파악하고 이를 6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물리법칙과 화학의 탄생으로 빅뱅 후 수십 만년이 지나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인 중심부 주위를 전자가 돌면서 원자가 탄생한 순간이다. 그리고 수십 억 년 뒤 원자가 결합하여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분자가 생겼다. 특히 탄소 원자는 무려 4개의 다른 원자와 결합해 다양한 분자를 생성할 수 있어 생명의 탄생에 기여한다. 2단계는 생명의 시대로 복잡한 분자가 생성되고, DNA를 가진 생물이 생겨 진화한다. 3단계는 DNA로 설명되는 동물들에게서 스스로 정보를 저장, 처리하는 뇌가 생겨난 것이다. 4단계는 동물이 엄지와 뇌를 이용하여 고차원적 인지능력으로 생각을 복잡한 행동으로 옮기는 시점이다. 5단계는 생물학적 인간 인지가 디지털 기술의 속도 및 힘과 융합하는 것이다. 6단계는 우리의 지능이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 보통 물질을 컴퓨트로 웜으로 변화시키는 시점이다. 컴퓨트로늄은 궁극적인 계산 밀도로 조직한 물질이다. 현재 인류 문명은 4단계로 5단계로의 이행을 막 시작하려하는 시점이다. 

 뇌의 최초는 원시 신경망이다. 그것이 나타나고 세 부분으로 나뉜 중앙 집중식 뇌가 나타나는데 1억년이 걸렸다. 그리고 기본적인 신피질이 최초로 나타나기까지 거기서 3억 5천만-4억년이 소요되었다. 현생 인류로의 뇌진화에는 거기서 다시 2억년이 필요했다. 포유류의 신피질은 소뇌의 고정행동패턴에서 벗어나서 행동교정을 느린 진화의 속도로부터 탈출시켰다. 신피질은 잘 협응된 조직체로 새로운 사고능력을 가능하게 하여 불과 몇 일이나 몇 시간 만에 새로운 행동을 발명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신피질을 가진 동물은 학습이 가능하게 되었다.

 신피질은 인간 뇌 무게의 80%를 차지한다. 신피질은 약 100개의 신경세포의 반복 구조다. 이 모듈은 패턴을 배우고 인식, 기억한다. 스스로를 계층적으로 조직하는 법을 학습하여 더 높은 단계에 있는 것일수록 더 복잡한 개념을 구현한다. 이 반복적인 하위단위를 신피질 소기둥이라 한다. 신피질의 소기둥에는 신경세포가 100개 정도 분포하므로 전체 신피질 소기둥 수는 2억개에 달한다. 

 신피질은 3가지 특성이 있다. 주어진 개념에 대한 신경세포의 발화 패턴은 그것이 유래한 특정 영역 뿐만 아니라 구조 전체로 널리 전파가 가능하다. 그리고 주어진 발화 패턴은 다른 여러 개념의 비슷한 측면을 서로 관련 지을 수 있고, 연관이 있는 개념들은 연관된 발화 패턴으로 나타낼 수 있다. 신피질 전체에서 수백만 가지의 패턴이 동시에 발화할 수 있고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 할 수 있다. 

 신피질 내부의 매우 복잡한 연결은 풍부한 연상 기억을 가능하게 한다. 뇌의 한 기억은 많은 곳에 접속이 가능하다. 그래서 냄새, 맛, 소리 등의 감각 입력도 기억촉발을 가능하게 한다. 신피질의 발화 패턴이 지닌 유사성은 유추 사고를 촉진한다. 그래서 인간은 지위가 더 나은 사람을 윗 사람이라고 하고, 못한 사람을 아랫 사람이라고 유추적으로 지칭한다. 이처럼 별개의 분야에서 유사성을 찾는 신피질의 능력은 역사에서 중요한 지적 도야를 낳았다. 

 이처럼 신피질의 다층계사을 모형화한 연결주의적 접근법이 딥러닝이다. 현재 인공지능 모델은 특정 종류의 과제 내에서 유연성을 갖추는 것을 넘어서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고차 유연성으로 빠르게 발전 중이다. 인공지능은 맥락 기억과 상식, 사회적 상호 작용에서 약점을 보이는데 가까운 시일내에 극복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간의 지능은 단일 통합체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여러 개의 병렬적 섬유다발에 가까운데 이는 인공지능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20년 이내에 인간의 뇌는 시뮬레이션 될 가능성이 높다. 뇌-컴퓨터 연결은 인체에 무해한 나노 전극을 혈류를 통해 뇌에 넣어 이뤄질 것이다. 모든 뇌를 다 연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고등사고는 신피질에 의존하기에 여기만 연결한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이 연결이 성공하면 인간의 뇌는 클라우드 접속이 가능해진다. 뇌 안의 생각은 언어와 몸짓으로만 전달이 가능한데 뇌의 공통접속과 초지능으로의 연결은 이런 불완전한 전달을 완전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마음과 지능이 지금보다 수 백만배 성장할 것이다. 

 의식은 주변을 인식하고 자신의 내부 생각과 그것을 구별하는 외부세계를 모두 인식하는 듯이 행동하는 기능적 능력이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주관적 경험을 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인간은 물질적 객체가 이런 의식적 경험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느냐에 따라 가치부여를 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동물권에 대한 논쟁도 주로 의식 수준이 높아보이는 종에 대해서만 한정되는 것이 그 이유다. 사실 모든 동물은 움직이며 포식활동을 하거나 그것을 피하려는 노력을 하기에 의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더 정교한 행동을 지원할 만한 뇌에 따라 그 양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생명체는 진화하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의식을 갖게 되는데 저자는 이런 의식에 대해서 차머스의 범원형신론을 채택한다. 이는 의식을 우주의 기본적 힘으로 취급하지만 단순한 물리적 힘의 효과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본다. 우주는 언젠든지 의식이 발현할 수 있는 장이지만 그것이 활성화하려면 뇌가 정보처리를 복잡하게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이는 이원론과 일원론의 중간정도되는 입장이다. 

 그리고 인간처럼 의식이 있는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그가 온전한게 유지하는 정보와 기능이다. 물질은 아니다. 실제로 인간의 신체는 계속 교체되고 재구성된다. 그럼에도 그가 동일 의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주관적 의식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미래에 인간의 뇌가 컴퓨터와 결합하고 신체의 상당 수가 기계화 되어도 인간의 정체성엔 변함이 없고 여전히 의식이 존재한다고 본다. 미래에는 인간의 의식과 신체구조가 그대로 복제된 소위 레플리컨트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제기할 문제는 다음과 같다.

 복제인간을 완전한 인권과 시민권을 가진 인간으로 간주해야 하는가, 복제 이전의 사람이 행한 계약이나 범죄에 대해 복제인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복제인간에게 자신이 대체한 사람이 한 일이나 사회적 기여에 대한 공로도 인정해야 하는가, 사별한 배우자가 복제인간으로 돌아오면 재혼해야 하는가, 복제인간은 차별당하거나 추방당할까, 어떤 조건에서 복제인간의 생성을 허가하거나 불허해야할까 등이다. 저자는 2040년대가 되면 나노봇이 살아있는 사람의 뇌로 들어가 그 사람의기억과 개성을 형성하는 모든 데이터를 복제해 두 번째 나를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인간의 수명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향상하다가 한계를 맞고 있다. 수명연장은 4단계다. 1단계는 감염병과 외상등의 해결. 2단계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결합으로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적 돌연변이, 텔로미어의 마모, 암을 해결하는 것이다. 3단계는 세포수준의 유지 보수를 하는 나노봇이 인체에 침투하는 단계이며, 4단계는 인간의 마음의 디지털 복제가 가능해 사실상 영생에 접어드는 단계다. 현재 인간은 2단계가 시작되는 지점에 와 있다. 

 2단계가 현실화하고 3단계에 접어드는 시점에 되면 인간은 수명탈출 속도에 들어서게 된다. 수명탈출속도는 남아 있는 여명보다 자신의 기대수명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시점이다. 즉, 인류 역사상 최초로 나이가 들어감에도 죽음에서 멀어지게 되는 수준인 것이다.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인공지능의 발전, 즉 특이점이 인간 사회에 가져올 수 많은 이점을 설명한다. 에너지의 해결, 수명의 해결, 직업의 굴레에서의 해결, 식량의 해결 등이다. 이 모든 문제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국제적 갈등 요소도 크다. 이것들이 모두 해결되는 낙관론이 펼쳐진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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