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크리스 반 툴레켄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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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식단을 즐긴다. 그리고 여기엔 초가공식품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초가공식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싸고 맛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먹기 위해 많은 시간과 요리라는 노력을 들일 필요도 없다. 초가공식품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책은 표준 가정에서 볼 수 없는 물질이 하나라도 들어 있다면 초가공식품으로 판단한다. 하여튼 초가공식품은 식품첨가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는데 현대 영국인은 1년에 약 8kg정도의 식품첨가물을 섭취한다. 


1. 비만을 유발한다.

 초가공식품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우선 인간의 자기조절능력을 파괴하여 사람을 비만으로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인간은 지방조직에서 렙틴을 배출하여 뇌에 섭식 중단 신호를 보낸다. 렙틴은 몸에 지방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로 장기적 신호다. 그리고 몸은 단기적으로 간, 췌장, 위장, 소장, 대장, 마이크로옴가 음식 섭취 후 소화관과 혈액의 당분, 지방, 단백질, 기타 분자를 감지하여 뇌와 신호를 주고 받아 섭식을 조절한다. 이 시스템은 수억년 간 진화한 것으로 연쇄적이고 긴밀하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은 매우 맛이 중독성이 강하고 크게 보상회로를 자극하기에 필요이상으로 만이 먹게 만들어 인간 몸의 항상성을 붕괴시킨다.

 현대인간은 주요 선진국에서 비만도가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를 활동량 부족량과 연계시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 활동성이 매우 과도하지만 않다면 총 에너지 소비량이 동일하게 유지된다. 활발하게 활동하면 신체는 비필수 신체활동을 축소시킨다. 면역계나 내분비계, 생식계,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 에너지 총량을 어느 정도 맞추기에 매일의 에너지 소비량을 비슷해진다. 이런 정지는 오히려 이런 시스템의 회복에도 중요하다. 때문에 빕만은 결국 신체활동의 부족보다는 식품섭취량의 증가 때문이라 볼 수 있다. 


2.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게 되는 이유

 초가공식품은 자연식품을 가장 기본적인 분자 성분으로 환원시킨 다음 그것을 변성시키고 새로 합쳐서 식품 비슷한 형태로 질감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소금, 당분, 인공색소, 향미료를 잔뜩 추가해서 만든 재구성물이다. 

 초가공식품은 상당한 변성을 거치기에 식이섬유와 수분이 크게 부족하고, 소금은 많이 들어가 있다. 때문에 잦은 섭취는 많은 수분 섭취량을 일으켜서 소변을 자주 보게하고 이는 수면장애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수분 부족과 식이섬유 부족으로 대변이 덩어리지면서 변비와 치열을 발생시킨다. 

 초가공식품은 대개 제품의 점성을 통제하여 생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다. 그리고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많이 먹게 한다. 그렇다보니 상당 수의 초가공식품은 지나치게 부드러워 씹을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대 인류의 턱을 변형시켰고 피개교합문제를 발생시켰다. 오늘날 12세 미만의 영국과 미국 아동의 1/3이 피개교합문제가 있다. 과거 산업화 이전의 농부들은 사랑니 문제가 5%미만이었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의 등장 이후 덜 씹어서 턱근육과 뼈의 미발달로 현대인은 턱뼈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되었다. 때문에 현대인의 사랑니 문제는 70%에 달한다.  

 그리고 초가공식품의 부드러움은 더 많이 먹게 만든다. 초가공식품으로 식사하면 하루 평균 500kcal정도를 더 섭취한다.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수분이 적어 세균이 잘 번식할 수 없어 유통기한이 매우 길다. 또한 칼로리 밀도가 매우 높다. 이렇게 유통기간을 길게하고 부드럽게 한 것은 모두 가공식품 기업의 이윤을 늘려준다. 실제로 비가공식품, 가공식품, 초가공식품의 분당 섭취 칼로리는 34:54:69의 비율로 나타난다. 초가공식품이 같은 시간 부드럽고 중독성이 강해 빨리 먹게 되고 칼로리 밀도도 높다보니 이런 높은 비율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3. 초가공식품의 영양 불일치

 초가공식품의 기본구성물질은 변성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고 이들은 가공과정에서 거의 모든 화학적 복잡성이 제거된다. 초가공의 강도가 높다는 것은 비타민 파괴, 식이섬유 환원, 폴리페놀 같은 기능성 분자의 상실을 의미한다. 식품 제조업계는 법에 따라 이런 미량원소의 보충을 위해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식품에 첨가한다. 하지만 자연식품에는 첨가하는 것보다 수천가지 분자가 더 들어있기에 이를 절대 만회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런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비만을 일으키면서 오히려 칼로리는 높은데 영양결핍으로 이어진다. 

 최근 고칼로리에 대한 공격으로 초가공식품 업체는 저칼리로 음식을 내보이고 있다. 저칼로리 감미료는 최근의 연구결과 오히려 설탕음료보다 2형 당뇨 및 비만과 연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칼로리 감미료가 들어간 음료와 음식을 먹는 경우는 물과 음식을 먹는 경우보다 더 높은 과잉섭취를 유발한다. 또한 인체는 저칼로리 감미료를 섭취해도 실제로 당도가 높음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반응을 유발한다. 즉, 저칼로리 감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미각을 그것을 고당도 음식으로 인식하며 신체는 다량의 당분이 들어온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슐린을 수치를 높이게 된다. 당이 부족한 상태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니 혈당은 더욱 급격히 내려가고 이로 인해 허기가 강하게 유발되어 다른 음식을 과다섭취하게 되는 원리다 

 

4. 마이크로옴 교란

그리고 인공감미료는 소화관과 마이크로옴의 교란을 일으킨다. 인간의 소화관은 수분, 단백질, 당단백의 혼합물인 점액으로 코팅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점액에 마이크로옴이 거주한다. 이들은 생물막을 형성하여 해로운 균의 침입을 막아 자신과 인간을 보호한다. 마이크로옴은 인간이 합성하지 못하는 비타민을 만들고 소화불가능한 음식을 이로운 분자로 전환한다. 이들의 먹이는 식이섬유인데 이것을 발효시켜 스스로가 쓸 에너지를 만들고 휘발성 단쇄지방산이라는 폐기물 분자를 만든다. 인간은 이 지방산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성하고 염증을 줄이고, 면역반응을 조절하고 심장과 뇌가 사용하는 특수연료로 이용한다. 마이크로옴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 결정에 관여한다. 즉, 이들이 인간이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살아갈지에 적지 않은 비중으로 관여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중요한 마이크로옴을 초가공식품은 교란한다. 초가공식품에는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 마이크로옴은 원래 자리에 있으면 인체에 유익하지만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염증성 장질환, 괴사성장염,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질환 ,대사질환, 암, 정신질환 등을 유발한다. 유화제 폴리소베이트80과 카부시메틸셀룰로오스는 대표적인 식품첨가물 중 하나인 유화제다. 이들은 12주간 쥐에게 투여하자 쥐의 점액 장벽이 손상되었다. 그래서 마이크로옴이 소화관과 직접 접촉하게 되었고 그 결과 소화관이 누수되고, 염증수치가 증가하였다. 또한 포도당 관리 능력이 교란되어 음식물 섭취가 증가하여 쥐가 비만해졌다. 

 말토덱스트린도 초가공식품에 흔한 당분자의 합성사슬이다. 이는 식감을 부여하고 유통기한을 늘려준다. 하지만 역시 쥐 실험결과 세포 스트레스를 늘리고 점액성 내벽을 손상시키고 내장염증을 높이고 면역반응을 낮추었다. 

 여러 종류의 검은 식품첨가제중 하나로 점증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검은 흔들거나 짤때는 일시적으로 묽어져 잘 나온다. 하지만 다시 놔두면 걸쭉해져서 잘 달라붙는다. 치약이나 잘 삼키지 못하는 사람의 음료로 이용된다. 잔탄검은 기존 마이크로옴이 아닌 다른 특정 세균의 먹이가 되는 물질이다. 때문에 검이 많이 들어간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소화관 내의 마이크로옴의 조성 변화를 가져와 면역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5. 생각보다 매우 허술한 식품첨가물 관리체계

 미국엔 FDA란게 있다. 워낙 자주 다뤄지는데 한국으로 치면 식약청일 것이다. 무척 엄격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정규직 기술인력이 100명에 불과하고, 연간 예산도 10억 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1만가지 이상의 화학물질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산업을 규제한다. 

 미국에서 식품첨가물이 식용가능해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FDA의 전면 검토 승인이다. 가장 엄격하며 수년의 세월을 소요하고도 안될 수도 있다.

 다음은 그라스다. 이는 일종의 우회방법으로 식초나 설탕, 소금처럼 흔히 쓰이는 성분을 가공업체가 사용하는 경우라면 번거로운 FDA승인 안전성 검토 절차를 우회할 수 있게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천연물질 이외에도 이 그라스 목록에 수백 가지 화학물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율결정이다 .1960-80년대에 그라스 신청이 대거 몰리자 회사들은 FDA에 보고하지 않고 비밀리에 자율적으로 안전성을 판단했다 .이것을 자율결정이라고 하는데 1997년 FDA가 이를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2016년 규칙으로 확정되었다.

 2000년 이후 FDA 승인 안전성 검토 요구는 고작 10건이었다. 하지만 그 기간 식품 공급망에 추가된 식품첨가물은 766가지나 된다. 그리고 이중 987%인 756건이 자율결정으로 포함된 것이다. 즉, 지금의 초가공식품 체계는 국가적인 안정성 체계 검증이 거의 미약하고, 우회적 방법이나 자체검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초가공식품의 가격이 저가 일수록 소규모 회사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회사일수록 자율결정 첨가물의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때문에 저가의 초가공식품을 선호하는 저소득층일수록 위험함 첨가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6. 초가공식품이 또 다른 해악

 초가공식품의 해악 중 하나는 기후위기다. 초가공식품 산업 체계는 탄소의 배출을 가속화한다. 초가공식품은 산업작물이 기반하는데 이 산업작물은 사료로 쓰이거나 초가공식품의 첨가물질 원료로 사용된다. 

 2015-18년 팜유생산을 위해서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 1300km2가 파괴되었다. 이는 런던과 그 주변지역의 크기 이상이다. 또한 브라질은 대두를 많이 생산한다. 대두는 초가공식품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브라질은 열대우림을 파괴하여 대두를 경장하는데 이로인해 가뭄이 심각해졌다. 아마존을 이루는 브라질의 내륙에는 기존에 촘촘한 나무로 인해 해안의 비구름이 수분을 꾸준히 보충받아 비를 뿌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나무가 크게 줄어든 지금은 해안의 비구름이 내륙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때문에 브라질 아마존은 가뭄을 겪고 있고 우기자체가 10년전보다 한달 가량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아마존은 이미 탄소의 저장고에서 탄소의 배출고로 변화하였다.

 초가공식품의 또 다른 해악은 플라스틱의 배출이다. 2020년 대표적인 초가공식품 업체인 펩시코, 코카콜라, 네슬레는 3년 연속 세계 최고의 플라스틱 오염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이들은 매년 막대한 플라스틱을 초가공식품의 유통과 소비를 위해 배출하지만 그 해결에는 이렇다할 기여를 하고 있지만 않다. 인간이 지금까지 배출한 플라스틱의 91%가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 초가공식품은 거의 유통 소비를 위해 거의 반드시 플라스틱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초가공식품은 막는 방법으로 우선 정책을 만드는 사람과 정책의 기반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을 식품업계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받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 양자가 기본적으로 적대적으로 대해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한 초가공식품의 마케팅도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초가공식품은 맛과 광고로 인해 그 중독성과 영향력을 강화한다. 진짜 자연식품은 수익이 낮아 광고도 딱히 하진 않지만 자신이 영양가가 높고 신선하고, 몸에 이롭다고 굳이 광고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은 실제로 그런면이 전혀 없기에 자신이 그렇다고 억지로 광고한다. 마지막은 개인의 선택이다. 개개인이 초가공식품을 피하고 사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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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신정과 구정이 지나버렸다. 이젠 확실한 2025년이다. 작년에 읽은 책을 정리해본다. 작년엔 100권을 읽었다. 힘든 해였다. 직장에서 처음하는 중책을 맡았고 아버지도 돌아가셔서 이제 양친이 남아계시지 않으며, 부쩍 몸과 마음이 늙었다고 생각했던 해였다. 책은 꾸준히 읽었지만 이렇게 책을 읽어나가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란 생각도 적잖이 들었다. 


과학[16권]-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사피엔스의 죽음, 물고기는 알고 있다, 암완치 로드맵, 

            열방약국 말기암 통합요법 상담소, 자폐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 새의 감각,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 나라는 착각, 지방의 역설, 도둑 맞은 집중, 익스텐드 마인드

            지금 과학,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우리는 왜 죽는가,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경제[10권]-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 바이오 대박넝쿨,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어떻게 살 것인가,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만들어진 붕괴,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기술 전쟁, 금리의 역습 

             


문학[17권]-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리스인 조르바, 막손이 두부, 비밀, 사선을 걷는 남자

            지켜야 할 세계, 아침 그리고 저녁, 보트 하우스, 생의 수레바퀴, 수용소 군도1, 저지대

            시선으로부터, 죽음의 수용소에서, 제노사이드, 채식주의자, 13계단, 건널목의 유령


교육[19권]-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 개념기반 교육과정 및 수업,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대한민국 교육트렌드2023, 미래교육나침반, 

             대한민국 미래교육트렌드, 디지털 소양을 기르는 인공지능 수업 디자인, 

             교육혁명2030, 선생님 죽지 마세요, 주도성, 새로운 학교의 탄생, 

             코스페이시스 스타터,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에듀테크의 시대, 교육이 없는 나라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평가에 확신을 더하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십대들의 중독 


사회[12권]-고통 구경하는 사회, 장하리, 축소되는 세계, 중독의 시대, 대한민국 소멸보고서, 

            가불선진국,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60년 생이 온다. 세계는왜싸우는가

            어쩌면 사회 주택, 어떤 동사의 멸종, 퀴닝 

           


인문[6권]-휴먼 에이지,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인류의 여정, 오늘의 베트남, 넥서스 

            팀북투로 가는 길, 


예술[4권]-난처한 동양미술이야기3,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 그림의 힘2

            좋아하는 건축가 한 명 


역사[3권]-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블랙어스, 역사와 책임


지리[7권]-지정학,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 원주, 목포,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한국 도시의 미래 


미래[3권]-AI이후의 세계, 세계미래보고서2024-2034, 트렌드 코리아2025


경영투자[3권]-나는 배당투자로 매일 스타벅스 커피를 공짜로 마신다, 돈은 빅테크로 흐른다. 

                 부자아빠는 주식투자만 가르치지 않는다. 


10, 채식주의자

기념비적인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대표작이다.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책은 치밀하게 설계되어 폭력성과 비주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주인공은 여성이자 약자, 피해자로 비주체적 삶을 산다. 다만 한 계기로 폭력과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 육식, 그리고 삶을 거부하며 나아간다. 종착점이 죽음이라는 것인 인간 본연 존재가 그것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암시 같기도 하다. 주인공은 3장이 이르는 구성에서 단 한번도 소설을 풀어가는 주체화자가 되지도 못한다.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장치로 보인다. 



9. 어떤 동사의 멸종

작가 한승태의 르포성 한국 직업 실태보고서라 할 수 있다. 오래전 그의 저서 '고기로 태어나서'를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었다. 이 책도 그 못지 않다. 한국에서 식용고기나 자본의 소모품 인간이나 착취당한다는 측면에선 비슷한 신세다. 작가가 체험한 직업은 어렵고, 위험하며, 사람의 생을 갉아먹지만 이 마저도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겐 소중하다. 이젠 미래사회의 인공지능과 로봇이 이것마저 위험하다. 언젠가 이런 시대마저 그 때가 좋았지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8. 사피엔스의 죽음

죽음에 대한 두 남자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책이다. 죽음은 개체에겐 불행이나 진화에선 필수 요소다. 이전 개체는 진화를 위해 번식까지만 생존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유전자는 생존기계가 번식이 가능한 시점과 양육을 위한 시기까지만 살아남게 설계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한 진화적 고찰이다. 딱딱한 과학책이 싫다면 진화와 죽음, 생명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며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재밌다.


7. 넥서스

유발 하라리의 오랜 만의 신작이다. 과거 그의 인류 3부작 만큼 반향이 없어서 좀 아쉽다. 사람들의 실망은 약간 전작의 동어 반복 같은 느낌을 받는 것과 딱히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서인 듯 하다. 나도 이전 만큼의 인상을 받진 못했으나 인공지능에 대한 그의 걱정과 통제방법, 역사를 고찰하면서 견제장치가 있는 분산된 네트워크형 민주주의가 아직까진 인간이 가진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도 부정하긴 어렵다. 난 그래도 이 책을 추천한다.


6. 새의 감각
동물은 자신들의 감각체계에 따라 세계를 구성한다. 인간의 감각세계와 세계에 대한 이해는 철저히 가시광선과 가청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그것은 새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래서 책은 새의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자기력 감각에 대해서 다룬다. 새에 대한 많은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최고라는 오만함과 그들과 우리의 유사상과 차이점을 알기 위해서라도 이런책은 꾸준히 봐야 한다.


5. 물고기는 알고 있다
인간은 물고기를 단순히 먹이 취급하지만 이들은 유구한 진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시각체계 등을 갖고 있다. 이들 역시 통증을 느끼고, 다양한 사회관계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물고기는 생각보다 인지능력과 기억이 우수하며 무리짓기를 하며 집단 행동을 한다. 책은 이런 물고기에 대한 재미난 사실을 늘어놓고 이들의 우수성을 역설하며 인도적 대우를 주장한다. 

4. 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만 보면 마치 철학책 같지만 철저한 실용서다. 한국인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만큼 이것의 취득과 사용이 무척 중요하다. 향후 인구구조와 청년 계층의 어려움으로 한국의 부동산을 암울하게 전망한다. 집값을 수요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철저히 분석하고 있으며 한국의 수많은 투기 세력이 공급이고, 집을 사고자 하는 욕망과 실질적 필요가 수요가 된다. 이에 따른 집값의 변화를 잘 분석했다. 얇은 책이지만 많이 배운 책이다.

3. 블랙 어스

역시 사 놓고 오래 쟁여놓다 해결한 책이다. 생각보다 읽기 힘들었고 두께도 제법이다. 2차대전을 일으키고 학살을 자행한 히틀러에 대한 생각을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2차 대전 동유럽에서 일어난 학살과 현지인의 협조에 대한 생각도 우수했다. 해당지역이 무정부상태이고 한 번 다른 국가에 의해 점령된 적이 있다는 배경은 학살의 협조를 가속화 했다. 이를 독일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 독일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관련시켜 총체적으로 잘 분석 망라한 책이다. 다만 생각보다 어려우며 2차 대전에 대한 배경지식과 유럽 지도 정도는 보지 않고도 떠올릴 수 있어야 그나마 읽기가 쉽다.


2. 도둑맞은 집중력

이 책은 단순히 디지털을 비판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논의는 훨씬 깊었다. 현대 사회 인간은 디지털에 의해 사유와 이성을 사실상 읽은 상태다. 플랫폼이 이걸 강화했고 선진국 사람들의 생활기반을 빼앗아버린 신자유주의가 그 기반을 만들었다. 정보는 너무 빠르게 흘러 사람들이 생각과 확인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영상과 숏트에 의존하는 건지 모른다. 우리 사회와 세계를 위해 인간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집중력을 회복할 시점이다. 우리에겐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1. 익스텐드 마인드

제목처럼 확장된 마음이다. 인간의 뇌는 단단한 두 개골에 갇혀 있지만 신경이 연결된 감각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며 상호작용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뇌와 학습, 발달, 성장은 내적인 측면에서는 인간의 말이나 행동, 몸짓과 관련하며 환경과 관련해서는 자연, 인문, 인지 공간과 관련하며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모방대상과 협업, 동기화와 관련한다는 책이다. 과학, 인문, 교육, 사회, 예술 모든 측면에서 많은 함의를 주는 책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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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다트넬의 신작 '인간이 되다'가 출간했다. 전작 '오리진'을 워낙 감명 깊게 본지라 이번 저서도 적잖게 기대가 되었다. '인간이 되다'를 보며 알게 되었는데 루이스 다트넬은 인류 문명 3부작으로 이 책들을 진행했다고 한다. 첫 작은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지식', 두번째가 오리진, 세 번째가 인간이 되다 순이다. 오리진은 동아프리카 지구대와 지구의 자연지리 환경의 변화가 인간의 진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물질, 환경, 지리면에 초점을 두었다면 '인간이 되다'는 인간 자체의 문화의 심리에 대해 중점을 두었다. 


1. 인간 이타성의 진화, 독재자의 출현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인간이 이기적이라 생각하지만 인간은 존재 자체가 협력적이다. 세포의 연합을 이루어 다세포 상태로 서로 분화하고 협력하여 하나의 생명을 이루고 있고, 그 세포 안에서는 미토콘드리아와 같이 공생한는 상태며, 같이 한 몸이 아니어도 장속과 온몸에 세균과 소화 및 다른 여타과정에서 협력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사람과도 매우 협력적이며 타고나게 선하다. 이런 면을 강조한 책은 '협력의 유전자', '휴먼 카인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등이다. 

 '인간이 되다'에서도 사람의 이런 협력적 진화를 강조한다. 인간의 협력을 위해서 두 가지 심리가 진화했다. 공격성의 감소, 유례없는 수준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성의 발달이다. 공격성은 반응성 공격성과 주도성 공격성이 있다. 반응성은 위협에 대응하는 본능 같은 것이며 주도성은 충동과 감정이 아닌 사전에 계획하는 공격이다. 인간은 전자는 크게 줄이고 후자는 더욱 정교화시켰다. 

 실제로 다른 영장류들은 제법 평화로운 보노보까지 쳐도 인간에 비해 물리적 공격빈도가 100배에 이른다. 서로 이렇게 공격적이니 협력이 될리 만무하다. 그래서 인간은 수렵사회에서도 대개 평등하고 독재적 알파나 서열 싸움이 거의 없다. 그리고 인간이 발전시킨 협력성과 도구는 압도적 독재자의 출현을 상당히 오랜 시간 견제했다. 인간은 서로 협력하여 2인자 및 다른 약한 무리가 협력하여 손쉽게 1인자를 제거한다. 또한 인간은 도구로 무기가 있기에 제법 강한 일인자더라도 멀리서 여럿이 원거리 무기를 사용해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에서 개인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물리적 힘이 아닌 사회적 관계망에 힘과 관대함, 협조를 기반으로 쌓은 명성, 즉 평판이 되었다. 그래서 초기 수렵채집사회의 우두머리나 지도자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항상 나누고 평판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농업의 발전과 초기 문명이 출현하면서 독재자가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수렵사회에서는 음식의 저장이 거의 불가능했다. 또한 항상 이동했기에 저장하더라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매우 번거로웠다. 하지만 농경은 잉여생산물을 발생시켰고 양곡은 저장이 용이했다. 때문에 나누는 것보다 저장을 하고 축적과 배분에 관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세습을 하여 부가 축적되어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특권층이 생겨나고 사회가 계급화되었다. 

 또한 금속기술의 발전이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과거 석기와 나무가 무기일 때는 누구나 무기의 재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청동과 철기는 귀했고, 제련에 특별한 기술과 시설이 필요했다. 부가 축적된 소수가 이것을 손에 넣는 것이 가능했고 그들이 이것을 자신을 보위할 사람들에게 무기로 만들어 무장시켜 군대로 조직할 수 있었다. 

 이타성의 발전은 상호이타성에서 시작한다. 상호이타성은 친족이 아닌, 즉 유전적 연관관계가 없는 개체들끼리 서로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쥐가 굶주린 다른 박쥐를 위해 먹은 피를 게워서 전해주는 것이다. 호혜를 받은 박쥐는 이를 기억했다 다음 번에 반드시 돕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물과 수렵채집 수준의 인간은 잉여를 저장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에 다 먹지 못할 남는 것을 다른 개체에게 나눠주는 것이 다음번을 위한 보험수단이자 안전장치가 되었다.

 다음 단계는 간접적 호혜성이다. 사회가 커지면 내가 호혜를 베푼 개체를 기억하기도 다시 만나기도 어렵다. 때문에 간접적 호혜성은 내가 다른 개체를 돕고, 도움 받은 개체는 또 다른 개체를 도와서 사회 전체가 항상 다른 개체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제의 구축이다. 이 경우 내가 도움 받을 만한 개체인지가 중요하다. 이것이 평판이다. 그리고 평판이 가능하려면 다른 사람에 의한 뒷담화와 목격이 필요하다. 또한 무임승차자나 사기꾼을 처벌하기 위한 이타적 처벌도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은 공정하지 못한 것, 사기에 대해 매우 불관용적이며 민감하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며 목격과 뒷담화에 의한 평판도 쉽지 않아졌다. 그 다음 단계가 종교적 계율이나 신, 성문법이다. 특히 성문법은 제도화된 평판 체계라 할 수 있다. 오늘 날에는 P2P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사람들은 다시금 낯선 사람들 간의 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평판제도를 리뷰 및 별점등으로 진행하고 있다. 


2. 감염병


 





 

 지구상의 수많은 미생물 중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은 1128종이다. 50%가 세균, 20%는 바이러스, 10%는 균류와 기생성 원생동물이고 나머지 287종은 기생충이다. 병원성 미생물 중 60%는 인수감염능력이 있다. 인간은 농경을 시작하면서 같이 모여 살고, 가축을 키우게 되었는데 이는 감염병의 창궐과 발생을 불러왔다. 동물과 오랜 시간 같이 하다보니 동물의 감염병이 인수감염병으로 진화하였고 또 모여 살기에 더 잘 전파되었다. 

 감염병의 역사에는 인간을 대량으로 살상한 감염병의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농경의 배신'에서는 농경이 인간을 절멸시킨 하나의 원인으로 감염병의 창궐을 꼽았고, '한국인의 기원'에서는 지구 기후의 한랭하는 생산성과 영양상태를 악화시켜 감염병의 창궐로 사회를 붕괴시키고 이동을 촉진했음을 주장한다. 

 감염병 중 말리라이는 원래 사하라 이남의 풍토병이고 황열병은 아메리카의 토착병이다. 황열병은 초기 고열과 근육통, 두통, 간과 신장을 손상시켜서 치사율이 매우 높다. 감염병은 인간의 역사에서 생각보다 많이 다뤄지지 않지만 그 영향은 생각보다 절대적이다.

 미국은 영국과 독립전쟁을 하면서 초창기 매우 불리했다. 개전 2년간 승전이 없었을 정도다. 영국은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고 병력을 정예병이었다. 미국은 2년만인 1777년 10월 뉴욕주 새러토가에서 처음 승리했는데 이로 인해 전황이 뒤집협 유럽의 각국이 영국을 견제하고자 미국에 협력하면서 전세가 기울 수 있었다. 

 영국은 미 남부에서 고전했다. 미 남부는 아열대 기후로 말라리아와 황열병이 창궐하는 곳이다. 당시 말라리아 약인 기나나무 껍질이 알려져 있었지만 영국은 인도에서 이를 상당 수 소진했다. 반면 미국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었고, 이미 미 이민자들이 세대를 거치며 남부의 질병에 적응한 상태였다. 때문에 남부에서의 승리는 미국이 독립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다.

 히스파이올라 섬은 카리브해에서 쿠바 다음으로 큰 섬으로 지금의 아이티다. 프랑스가 여기에 식민지를 건설했고 1775년 세계 커피의 50%, 설탕, 목화와 담배, 코코아, 인디고를 수출한 경제의 중심지였다. 열대의 고된 노동으로 50만의 흑인 노예를 유지했고 노예 손실도 많아 매년 3만을 보충해야 했다. 1791년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영국은 이에 불안을 느껴 2만 3천병력을 파병했으나 무려 60%가 황열병과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노예출신 투생 투베르튀르가 생도맹그, 즉 아이티를 흑인 독립국가로 선포한다. 1802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경제의 중심지를 되찾고자 2만 5천 병사를 파병한다. 최정예인 이들은 지도자 투베르튀르를 생포하고 승기를 잡았으나 적들이 내륙으로 숨어 게릴라전을 펼치자 결국 감염병을 당해내지 못하고 1/3의 병력이 감염되고 많다. 이후 지속된 전쟁에서 프랑스는 무려 5만의 병력을 병으로 잃게 된다. 

 원래 나폴레옹은 아이티를 되찾고 이를 거점으로 경제력을 회복하여 루이지애나주를 경영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감염병으로 인해 실패함으로써 식민지를 정리하고 유럽의 경영에 전념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그래서 신생국 미국에 루이지애나를 판매하게 된다. 여러모로 미국은 감염병에 상당히 신세지게 된 셈이다. 

 유럽인들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에 접근했고 침투하려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감염병이 워낙 드세 해안의 좁은 범위에만 거주했고 케이프타운 지역 정도에만 거주가 가능했다. 때문에 오랜 흑인 노예무역도 아프리카 자체 집단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9세기들어 말라리아를 막는 키니네가 보급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키니네는 매우 써서 설탕을 탄 탄산수에 녹여 먹었는데 이것이 인디언 토닉 워터로 진토닉 칵테일의 근원이다. 1880년대에 이르러 네덜란드 인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고품질의 열나무 껍질을 대량생산하면서 키니네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였는데 이로 인해 아프리카의 전대륙 침탈 및 식민지화가 본격화하였다. 

 감염병의 확산에는 교역과 전쟁도 크게 한몫한다. 전쟁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병사들이 더럽게 비위생적인 곳에 모여 살았고, 영양상태와 부상으로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들은 또한 처음 보는 먼지역에 가서 감염병에 걸리고 전쟁 후에는 귀국하여 자기 지역에 이를 퍼뜨리게 된다. 항생제가 생기기전 대부분의 전쟁에서 전사자는 대개 전투보다는 감염병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1850년 크림 전쟁에서 영국군은 전투보다 이질과 발진티푸스로 사망한 병사가 1배나 더 많았다. 17세기 전반 신성로마제국의 30년 전쟁에서 군인 사상자는 50만이었는데 이중 66%가 질병으로 사망했다. 

 기원전 1000년 경 유라시아 문명들은 높은 인구 밀도와 교역망을 세웠는데 감염병도 같이 전파되었다. 아테네 역병이 그것이다. 로마의 전성기에 로마의 인구는 100만이었다. 하지만 165년 파르티아와 싸우던 로마군에 안토니우스 역병이 전파된다. 이 병은 잘 닦여진 로마의 도로와 교역로를 따라 전파되어 로마 인구의 10-30%를 죽게 만들었다. 249년 키프리아누스 역병이 에디오피아에서 발생한다. 이 역시 로마 전체에 퍼지게 되었고 로마 전체인구의 1/3인 500만이 사망하게 된다. 이 당시는 로마의 위기였고 대량 사망과 사회혼란으로 정치혼란과 금융시스템이 붕괴하고 기독교 전파의 결정적 계기기 된다. 동로마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제2의 전성기를 마련하고 로마 제국의 영토 대부분을 수복한다. 하지만 541년 가래톳 페스트가 창궐한다. 창궐 2년만에 동로마 콘스탄티노플의 인구 절반 가까이가 사망한다. 그리고 동로마 전지역에서 무려 2천만에서 5천만의 인구가 죽는다. 동로마 인구의 인구 격감으로 경제불안과 세수가 감소하였고 심지어 군인 봉급을 크게 삭감해 반란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국방력의 약화로 동로마 제국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으며 동로마와 라이벌인 사산조 페르시아가 감염병으로 쇠퇴한 틈을 마호메드의 이슬람 세력이 차지하게 된다. 

 1346년 흑해의 카파를 포위한 몽골군은 페스트로 죽인 시체를 투석기로 날리는 최초의 생물학전을 수행한다. 1347년 유럽 시칠리아에 페스트가 처음 도착하였고 피렌체 수민은 60%가 사망한다. 흑사병은 1353년까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인구의 1/3에서 1/2를 사망하게 한다. 5천만에서 1억 수준인데 향후 인구회복에는 무려 200년이 걸리게 된다 .노동력의 급감으로 농민과 장인의 권한은 크게 강화되었고 이로 인해 중세봉건제가 붕괴한다. 땅값의 하락으로 농민은 땅을 구매하게 되었고 임금증가로 삶의 질이 개선되고 불평등이 감소하였다. 봉건제에서는 토지를 농민이 사용하는 대가로 노동력을 제공하였지만 흑사병 이후로는 임금노동과 지대지불의 현대적 형태로 변모하게 되었다. 또한 인구 감소로 인해 양곡에 여유가 생기면서 주식작물만 재배하던 것에서 다양한 농산물재배로 변화하게 된다. 또한 인구 부양을 위해 거의 모든 토지가 경작지였지만 목초지로 일부를 돌리는 것이 가능하였고 이는 모직산업을 발전시켜 영국의 경우 나라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게 된다. 

 천연두는 아메라카 대륙을 절멸시켰다. 유럽인 토착 전 아메리카의 인구는 5500만에서 6천만으로 추정되지만 천연두의 창궐 이후인 1600년에는 500만 수준으로 줄어든다. 90%가 사망한 것이다. 추정이긴 하지만 이런 아메리카 토착민의 절멸로 인해 대륙의 경작지 상당수가 초지로 돌아가 대기중의 이산화 탄소 흡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온실효과가 낮아져 17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소빙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1918년 미국 캔자스 주의 한 육군 병원에서 스페인 독감이 처음 보고 된다. 일반 독감의 10배 치명률이었고 사망W곡선을 보여 20-40대에게도 병이 치명적이었다. 면역계에 과잉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독감 팬데믹은 당시 세계인구의 1/3인 5억명을 감염시켰고 이중 5천만에서 1억이 사망했다. 1차 대전 당시 독일 군은 서부와 동부전선에서 싸우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으로 동부전선의 병력을 서부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독일에 독감이 퍼져 상당수 병력이 감염되어 전투를 원활히 수행할 수 없었다. 감염병이 패퇴의 한 원인인 셈이다. 인도도 스페인 독감으로 무려 1200만에서 1800만이 사망한다. 당시 1차 대전 중이라 영국은 인도의 병력과 식량을 모두 동원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영양 불량을 일으켜 감염병을 더욱 확대시켰다. 전후 인도인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항의하고 자치권을 얻어내려 했으나 영국은 이를 거부한다 .1919년 인도 내에 대대적인 사회운동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향후 인도 독립의 원천이 된다. 


3. 인구의 힘








 인구는 고대 전쟁에서 절대적 요인이다. 전쟁을 위한 보급, 물자의 보충에 인구는 절대적이다. 특히 현대전에서는 총력전이 이뤄지기에 대규모 징집과 군수공장의 운영에 전 국민이 동원된다. 때문에 책 '인구의 힘'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 인구의 힘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구는 수요로 작용하기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발전을 과학기술의 발달로만 생각하지만 경제성장을 급격이 이뤄낸 모든 나라들은 그것이 인구성장과 더불어 같이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인구가 감소하거나 쇠퇴하는 곳들은 경제적 활력이 크게 줄어든다. 

 프랑스는 1803-1812년 나폴레옹 전쟁기간 100만이 사망한다. 이런 사회적 혼란으로 출산율이 크게 감소하는데 그래서 산업혁명 당시 다른 유럽 경쟁국들이 인구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프랑스는 인구가 정체한다. 원래 중세까지 프랑스는 유럽의 최강국이었고 여기엔 인구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프랑스 인구는 유럽 인구의 25%를 차지했다. 나폴레옹때도 2800만으로 러시아 다음이었고 독일보다 10%많았고 영국보단 2배나 많았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유럽 인구가 2배 증가하는 동안 프랑스는 고작 40%증가에 그친다. 19세기 말 프랑스 인구는 4천만에 머무는데 영국은 그 사이 4배증가하여 인구에서 프랑스를 추월했고 독일은 5600만에 이른다. 결국 인구에서 뒤진 독일은 비스마르크에 패배하고 이후 독일과 영국에 계속 열세를 보이게 된다. 프랑스의 인구 정체는 나폴레옹 전쟁기도 영향을 미쳤지만 당시 평등주의를 바탕으로 장자상속제를 폐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가정은 재산의 보존을 위해 자녀의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니었으며 산업혁명의 여파로 인구가 크게 증가했을지도 모른다. 

 1차 대전도 사실상 인구싸움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 헝가리오스트리아제국, 오스만 제국은 2500만의 군대를 동원했지만 상대방인 연합국은 3800만명을 동원했다. 

 소련은 2차 대전에서 2600-2700만의 인구를 상실했다. 때문에 제2의 인구대국에서 2차 대전 후 젊은 남자의 부족으로 출산율이 급감한다. 러시아는 2차 대전의 영향으로 인구 부양비가 요동쳤다. 1990년 중후반에서 2000년 초반 러시아는 경기가 매우 좋았는데 이는 유가상승도 있었지만 이는 당시 인구구조로 인해 인구부양비가 급격히 적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이제 2030년까지 인구는 급감하면서 인구부양비가 크게 증가할 예정이다. 소련은 전쟁으로 성비도 붕괴했다. 2차 대전후 성비는 0.64였는데 이로 인해 기혼 여성수가 급감하고, 이혼율은 증가했으며 나이 차가 많은 부부가 증가하고, 혼외 자녀도 늘어났다. 러시아의 성비는 이때의 여파로 지금도 0.87에 불과하다. 여성과잉으로 이혼과 혼외출산, 혼전 성관계가 지금도 많다. 

 16-19세기 대서양으로 끌려간 아프라키인은 무려 1250만에 달한다. 이 중 무려 200만에 몇달에 걸친 고된 항해로 인해 사망한다. 그외 사하라 종단 무역, 홍해 노예무역, 인도양 노예 무역으로 600만이 추가로 유출되었다. 그래서 사하라 이남의 인구는 19세기 5천만에 그쳤는데 노예 무역으로 인한 인구유출이 아니었다면 1억 정도의 인구를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예상인은 남성 노예를 선호했다. 그래서 1.8:1정도의 성비로 노예를 팔아넘겼다. 그래서 사하라 이남은 장기가 남성부족 현상에 시달렸고 전통적인 남성일을 여성이 하는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이런 남성 유출지역들은 지금도 성평등적 문화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남성이 부족하다보니 일부 다처제가 성행하고 있으며 이는 성병의 확산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서아프리카는 에이즈 감염률이 높게 나타난다. 언급한 것처럼 풍토병으로 노예의 공급과 수급을 유럽인이 담당하지 않고 현지 부족들을 이용했다. 그렇다보니 수백년간 서로 간의 신뢰가 끊어졌고 불신의 문화가 팽배해졌다. 그리고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진출하지 못한 지역에 제도와 사회적 기반 시설을 건설하지 않았는데 이런 것들이 아프리카 지역의 미발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이 독립하기 이전 영국은 미국으로 매년 죄수를 2천명 씩 보냈다. 그것이 교도소에 보내는 것보다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독립으로 곤란해지자 호주로 선회한다. 1868년까지 15만 7천명의 재소자를 보냈는데 당연히 84%가 남성이었다. 때문에 호주에 초기 심각한 성비불균형이 일어난다. 


4. 중독 물질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하도록 진화하였고 이런 행위를 할 때마다 특정 호르몬이 만족감을 주는 보상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자연계의 특정 물질들은 그것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보상호르몬을 강력하게 불러일으켜 생존과 역행하는 행동임에도 인간은 이를 강하게 추정하게 되었다. 이런 물질들을 중독물질이라 부르며 이는 상당한 경제규모를 형성했고 인간 역사를 움직였다.

 먼저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에 재료가 다를 뿐이지 인간 문명에 보편적이다. 알코올은 수인성 전염병을 일이크닌 미생물을 죽이기에 안전한 수분 섭취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알코올은 인간의 전전두엽을 억제하여 제어 기능이 느슨해져 긴장이 풀리고 불안감이, 자의식이 적어져 사람을 외향적으로 변화시킨다. 

 인간은 알코올 탈수소 효소를 사용해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다른 영장류보다 40배나 강력하다. 영장류는 오래도록 알코올 분해효소를 진화시켰는데 아마 떨어진 과일이 자연 발효된 것을 먹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효모균은 양조 과정에서 당을 분해하여 에탄올로 바꾸는데 너무 높은 알코올 농도로 인해 더 이상 성장 못할 때 까지 성장하고 이 한계가 14도다. 하지만 인간은 증류를 통해 이 농도를 넘어선다. 에탄올은 끓는 점이 78도에 불과해 술을 끓이면 에탄올이 먼저 증발하고 이를 냉각시키면 고농도의 술이 되는 것이다. 증류주는 고농도의 알코올이기에 쉽게 변질되지 않아 먼거리 수송이 가능했다 .

 럼은 16세기 브라질에서 포르투갈인이 사탕수수 즙으로 만들었다. 17세기 중엽 영국인이 바베이도스에서 설탕 재료의 부산물인 당밀로 제조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그래서 럼은 가격이 싸면서 농도가 높아 보존이 오래되어 대서양 무역의 한축을 담당하게 된다. 돈 대신 아프리카에서 럼을 주고 노예를 구입하고 그 노예를 사탕수수 농장으로 보내어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부산물로 럼을 생산해서 다시 노예를 사오는 방식이다. 

 카페인도 인간을 중독시킨다. 세계 인구의 90%는 카페인을 섭취한다. 카페인은 커피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가공식품과 음식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커피는 튀프키예의 카흐베이서 유래한 말이다. 이탈리아로 퍼져 카페란 말이 영어의 커피가 되었다. 유럽에서 초기 커피하우스는 토론과 계몽사상의 전파에 이바지한다. 

 차와 커피에 대한 열정은 장거리 해상 교역을 촉진한다. 18세기 초까지 유럽의 커피는 모두 예멘의 것이었으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인도 제도의 식민지들에게 커피를 재배하는데 성공해 암스테르담이 커피의 수도가 된다. 이후 생도맹그에서 프랑스가 커피를 재배한다. 하지만 아이티 독립으로 농장이 황폐화하자 다음 농장은 브라질이 된다. 19세기 브라질의 커피 생산은 1822년 독립한 이후로 무려 75배나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커피는 사치품에서 대중화하게 된다.

 차는 네덜란드가 커피를 장악했기에 영국이 집중했다. 영국은 국제무역에서 잘 손상되지 않는 발효되고 산화한 홍차를 거래했다. 그리고 여기에 설탕과 우유를 들이부어 지금의 밀크티를 만들어낸다. 차도 대량생산과 수입으로 대중화한다. 영국은 중국이 차 생산을 독점하자 차나무를 빼돌려 인도 아삼 지역에서 재배하기 시작한다 .

 차는 미국의 독립과도 관련한다. 식민지 미국은 차를 수입했는데 밀거래로 네덜란드 산은 싸게 수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동인도 회사에 차 재고가 쌓이게 되자 영국의회가 차조례를 통과시킨다. 중국에서 아메리카로 차를 직접 수출하게 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를 세금 전가로 파악하여 분노하였고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난다. 영국은 메사추세츠주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보스턴항을 폐쇠하고 이로 인해 미국 독립 전쟁이 일어난다. 

 세계 인구는 매년 800만이 사망한다. 이중 15%가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다. 이게 다 유럽인이 아메리카에서 담배를 들여온 후 전 세계로 퍼뜨린 까닭이다. 영국은 담배 농장을 시도하였는데 이것이 미국의 정착으로 이어졌다. 담배는 환금 작물이었는데 이로 인해 식민지 미국이 자급 농업 경제에서 상업 농업 경제로 이행하게 된다. 상업이 성장하자 더 많은 이주민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담배는 지력을 심하게 고갈시킨다. 동부해안에서 점차 서부로 경작지를 옮길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토착민과의 갈등이 일어났고 미국은 점차 서부로 확장하게 된다. 그리고 담배는 고도의 노동집약 농업이다. 노동력이 부족했고 당연히 이를 노예 무역을 더욱 확장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사실 책 '중독의 시대'에 나온 것처럼 담배는 중독물질로 해악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유럽에서 팽배하였다. 하지만 1차 2차 대전에서 연합국 측은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궐련 형태의 담배를 제공하였고 대부분이 이에 중독되어 담배가 사회적으로 해악이라는 분위기는 크게 희석되고 만다. 

 마지막으로 중독물질은 아니지만 레몬주스 부분을 정리한다. 18세기까지 유럽의 장거리 항해와 해군의 고질병은 괴혈병이었다. 비타민 부족으로 생기는 이 병의 해결방안으로 영국은 레몬주스를 고안해내었고 이런 해군의 강력함은 영국이 해상을 제패하고 나폴레옹을 패퇴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레몬은 엉뚱하게도 시칠리아 마피아를 낳았다.

 영국의 해군 본부는 1795-1814년까지 레몬주스는 730만 리터나 수입하였는데 이 대부분이 감귤류의 주산지 이탈리아 시칠리아 산이었다. 시칠리아는 당시만 해도 유럽 본토에 비해 매우 낙후하였고 심지어 19세기까지 봉건제가 유지되었다. 갑작스런 부의 유입으로 시칠리아는 근대적인 상업행정, 사법, 치안 제도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흔들리게 되었다. 특히 치안 부재로 각종 감귤 농장이 도난에 시달리게 되었고 농장주들이 생각한 방법은 토착 폭력배를 고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 주객이 전도되어 폭력배들은 오히려 강제로 보호받는 것을 강제하게 되었고 이를 명목으로 막대한 보호비를 뜯어내게 되었다. 마피아는 이렇게 시칠리아에서 성장해 이탈리아 본토의 정계, 재계로 진출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가난한 이탈리아 남부 사람들은 대거 미국으로 이민하게 되었는데 이들 중 마피아도 같이 가서 미국 영화 대부의 주인공들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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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최소한의 경제 토픽 - 달라진 세계를 이해하는 21세기 경제사 수업
홍춘욱 지음 / 리더스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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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최소한의 경제토픽인 만큼 현재 세계 경제의 주요 흐름만 잘 짚어준다. 쉽고 막판 요약정리도 훌륭하다. 쉽다고 하긴 했지만 그렇다기 깊이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바쁜 사람들을 위해 여러모로 잘 정리한 책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일원이었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들이 그들이 어느 순간 자본주의와 민주주주의에 편승할 것이라 보았지만 그들의 속내는 전혀 달랐다. 도광양회로 속내를 숨기다 본색을 드러낸 것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이다. 1위를 했고, 성장한 국력을 과시했다. 특히 2008 경제 위기에 미국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더욱 자신감을 얻은 듯 하다. 중국은 이후 10년간 미국과의 대결을 위해 일대일로에 무려 2400억 달러 이상을 퍼부었다.

 육로와 해로의 일부를 개척하긴 했지만 문제도 있었다. 우선 공급과잉이다. 지속적인 투자로 생산능력을 올리다보니 중국내 만성적 디플레이션이 형성되었다. 미중갈등 이전엔 세계 다른 나라로 물량을 밀어낼 수 있었지만 이젠 그것도 어려우며 관세장벽에 부딪혔고 반감도 크게 사고 있다. 둘째는 정부의 효울성의 감소다. 경제개발 초창기 개발하는 곳곳 성공했지만 경제가 성숙해지며 옥석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아졌다. 일당독재 국가에서 이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중국은 2020년 이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이 무너졌는데 이 영역은 GDP의 20% 고용의 30%를 담당했다. 그렇다보니 청년의 실업률이 21.3%에 달했다. 중국은 노동자가 학력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학구열이 강한 나라지만 그것은 지금의 이야기이며 1950-60년대의 대약진운동이 실패하며 당시 4500만이 아사했다. 이후 출생률이 반등해 1962-1975년까지 4억명의 베이비붐세대가 탄생했고 이들이 중국 경제성장의 주역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려운 시기에 출생하여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중국의 고졸 노동자가 겨우 28.8%에 불과한 이유다. 이들은 지금의 정보혁명에 적응이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양극화다. 중국은 호구제로 인해 농민공이 생겨났다. 농민들이 호구가 농촌임에도 도시 지역의 일자리를 위해 도시에 몰래 사는 것이 농민공인데 그렇다보니 자신들과 그 자식들이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 의료, 교육,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여기에 도시민들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며 해안가의 주택가들을 넘겼는데 이를 통해 거액의 부를 챙길 수 있었다. 현재 농촌과 도시 지역의 소득차는 2.3배정도다. 

 중국의 또 다른 문제는 저출산이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2800달러 수준이지만 벌써 출산율이 1.1명까지 떨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 경제는 고유가로 인해 21세기 초반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크름반도 침공으로 경제제재를 당하며 경제고 곧두박질 쳤는데 그럼에도 푸틴은 전쟁을 택했다. 결과는 참당하다. 20만의 젊은이가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20만은 카자흐로, 7만은 조지아로 6만 6천은 유럽연합으로 징집을 피해 떠났다. 러시아는 인구가 점차 감소중인데 이번의 전쟁으로 인해 젊은 층이 대거 감소하여 그 여파가 더욱 강해지게 되었다.

 러시아는 미국처럼 제조업이 붕괴했다. 소련 시절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었는데 70년대 1차 석유파동으로 고유가의 단맛을 보며 에너지에 의존하는 경제체제로 전화되기 시작했다. 원유를 팔다보니 달러가 유입되어 환율이 상승해 제조업 부분의 수출경쟁력은 더욱 악화했다. 

 저자는 푸틴의 이번 전쟁이 마지막 발악이라고 보고 있다. 제조업의 붕괴로 더 이상 첨단 무기를 만들기 어렵고,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보이기에 군사적 확장을 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보았다는 것이다. 

 독일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잘 나가다 몰락했다. 독일은 메르켈 때 원전을 없애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택했다. 그리고 과도기로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했다. 에너지 가격이 저렴해 수출에 도움이 크게 되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공급이 끊겨 에너지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독일은 중국 의존도가 크다. 독일의 실물 및 금융 수출의 10%가 중국이다. 하지만 2015년 디젤게이트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늦어졌고, 코로나 19로 중국의 내수가 침체하며 타격을 입었다. 

 독일은 최근 정치상황이 심각하다. 극우정당인 AfD가 득세하고 있다. 이들은 남유럽 구제금융에 반대하며 생겨났고 최근 동독 지역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으며 세력이 커졌다. 반면 기존 사민당은 지지율이 하락했는데 이민정책에 관대하여 기존의 지지세력은 노동조합의 이탈이 뼈아프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와 가치가 30%나 하락했다. 영국은 지난 20년간 총요소생산성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영구은 금융과 석유, 바이오가 강세인데 석유는 떨어지는 해이고, 바이오는 비만 치료제 부분에서 약점이 있어 미래가 어둡다. 파운드화의 약세로 인플레이션이 심한데 브렉시트로 인하여 6%의 경제성장 손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다 죽어가던 경제가 아베노믹스로 크게 살아났다. 아베노믹스는 양적오나화, 대규모 재정정책, 민간중심 경제성장이다. 양적완화의 이점은 컸다. 우선 엔저 현상이 발생해 수출경쟁력이 생겼고 앤캐리 트레이드가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둘째는 금융기관의 경영수지 개선이다. 일본은행이 자금을 확보해 이를 일본 국채와 증시에 투자했다. 그 결과 일본 닛케이 지수가 4배나 상승했다. 마지막은 금리하락이다. 이로 인해 주택 구매 부담이 낮아져 주택 구매 수요가 늘었고, 채권 보유자는 가격 상승으로 차익을 거두었고 일본 국채를 보유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미래는 어둡다. 이 나라는 48년 건국 이후 계속 전쟁 중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대교를 신봉하나 크게 4집단으로 나뉜다. 근본주의자인 하레디는 종교적 가치를 우선시하여 고대 경전 토라를 공부하고, 직장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다티는 하레디와 세속주의 유대인의 중간 성격이나 우파적 성향이 강하다. 마소드티는 다티보다 조금 더 개방적이다. 세큘라는 세속주의 유대인으로 이들은 유대교를 믿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사실상 이스라엘을 이끌어가는 집단이다. 문제는 하레디의 출산율이 무려 6.6명인데 비해 세큘라는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사실상 무임승차 집단임에도 하레디의 정치적 발언권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남자는 30개월 여자는 24개월 의무 군복무를 한다. 그런데 임신 및 출산하거나 육아중이면 면제가 되고, 종교학교 예시바에서 토라를 공부하는 학생도 면제가 된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하레디가 면제가 된다. 2012년 이스라엘 대법원이 하레디의 병역 특례를 위헌 결정하였지만 하레디는 인구 12%임에도 종교정당에 지지를 몰빵하고 분열된 정국에서 줄타기를 잘 하여 아직까지 병역을 유예받고 있다. 

 하레디는 군복무는 하지 않으면서도 주변 아랍민족들에게 대해 매우 강경하다. 미국의 유대인은 대부분 중부유럽 출신의 아슈게나트인데 하레디는 중동과 남부 유럽출신이다.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감정과 정책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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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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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6년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거의 200여년 만에 다시 두 개로 쪼개진다. 하나는 서부와 동부 해안지대를 차지한 연방공화국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플라이오버 스테이트들을 장악한 공화국연맹이다.  

 연방공화국은 자유와 경제적 평등을 추구한다. 그들은 지금의 민주당 계열로 사회보장을 추구하고 모든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부해안과 동부해안의 주들이 편입되었고 히스팩닉과 흑인등 유색인종의 70%이상이 연방공화국을 택했다. 하지만 연방공화국은 공화국연맹의 테러와 공격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모든 시민에게 심어놓은 생체칩을 통해 그들의 행동과 모든 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자유를 위해 자유를 억제하는 셈이다. 연방공화국은 미국 민주주의의 실패가 사실상 경제적 불평등에서 왔음을 인지하고 모든 기업의 매출 5%를 세금으로 걷어 그것을 사회 복지에 사용한다. 때문에 사회는 매우 안정되었고 범죄가 거의 사라졌다.

 공화국 연맹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포퓰리즘의 결합이다. 국가의 지배자는 사실상 12사도라 불리는 인물들이다. 모든 시민은 기독교를 믿어야 하고, 결혼과 분리된 섹스는 불법이다. 낙태도 금지되고 있으며 오직 남과 여 두 개의 성만이 허용된다. 유색인종은 사실상 2등 시민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연방과의 체제경쟁을 위해 자신들이 더 자유롭다고 선전하며 실제로 그렇다. 이들은 중심 계율에선 상당히 엄격하나 그 외의 것에서는 의외로 자유로우며 국민을 실시간으로 감시하지도 않는다.

 미국이 갈라진 근본 원인의 시작은 레이건 때 시도된 신자유주의의 시도다. 미국 사회를 지탱해오던 거의 모든 사회보장책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백인 중산층이 일자리를 잃고 그들의 거주지역이 별 볼일 없는 플라이오버 스테이트가 되어 버렸다. 트럼프의 재선은 이렇게 벌어진 사회에 더 큰 균열을 내고 실질적인 분열의 시작이 되었다. 바이든 이후 계속 공화당이 집권하고 그들이 상하원을 장악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은 모두 보수 인사로 가득해져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를 짰기에 민주당은 계속 패배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등 국제적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과정에서 클리블랜드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난다. 극단주의자들이 기관소총으로 무장하며 수천명을 학살한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미국은 분열한다. 유명한 기업의 CEO 채드윅은 군대를 포섭하여 공화당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미국의 분열을 주도한다. 각 주는 투표를 통해 연방공화국이 될지, 공화국연맹이 될지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주가 원치 않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사람이 이주해야 했다. 이주 과정은 과거 인도 파키스탄 분리때처럼 대혼란이었고 수십만의 사람들이 이동과정에서의 폭력으로 사망한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배경인데 사실 이 내용자체가 소설보다 더 재밌었다. 소설은 연방공화국은 정보국 요원 샘스텐글에게서 시작한다. 그는 막심이라는 요원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 막심은 트랜스젠더로 신성모독을 하다 공화국연맹에 납치되어 화형당한다. 놀랍게도 공화국 연맹은 이를 생중계하며 이런 화형영상을 다른 나라에 팔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린다.

 샘스텐글에게는 작전이 떨어지는데 놀랍게도 자신의 이복동생인 케이틀린 스텐글을 암살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지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샘스텐글은 자신에게 이복동생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었다. 작전의 수행을 위해 샘 스텐글을 성형까지 해가며 신분 세탁을 하고 중립지대인 미네소타의 한 도시로 향한다.

 이 부분도 재밌는 상황인데 주 전체가 한 진영을 택한 다른 주들과 달리 미네소타 주는 반으로 쪼개져 갈라졌고 그러다보니 마치 냉전시대 베를린처럼 양 진영이 모두 소유하여 갖는 중립지대 도시가 생겨난 것이다. 샘스텐글은 정확히 이 중립지대로 파견되어 작전을 실행하게 되며 그 결말까지가 소설의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 자유주의가 경제적 피폐를 낳고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중산층들이 일자리를 잃어 그 생계가 위협받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국제사회 및 민주주의가 해결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분노늘 파고든 극단주의 포퓰리즘 집단이 정치적 지형을 넓히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유럽에도 해당이 된다. 디지털 플랫폼은 민주적 융합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는 커녕 잘못된 정보와 주장도 마구잡이로 나르며 오히려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

 때문에 이런 소설이 나온 것이다. 소설의 배경을 한국에 대응해도 지금 상황에선 전혀 이상하지 않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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