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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매우 당연 시 여기지만, 생물의 역사를 바라본다면, 그리고 지금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본다면 자의식 관념은 생각보다 얻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생물이 나라는 관념을 진화시킨 것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라는 관념으로 자신을 외부와 구분하여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생존기계인 신체를 내적으로 보호하고 존속 시키는고자 하는 매커니즘을 갖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 '나라는 착각'은 이러한 나라는 도구에 대한 논의다. 나의 시점은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뉜다. 그리고 인간 정도의 고등 생물은 거의 유일하게 이 세 가지를 매끄럽게 연결하며 통일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실제로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 천양지차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사실상 왜곡해서 기억한다. 미래의 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과거의 나의 경험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여 대비한다. 그리고 순간 순간 지나가는 현재의 나는 사실상 순간을 대응하기 위한 망상에 가깝다. 하지만 과거를 종합해 현재를 구성해 미래를 대비하는 순간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 하고 있다.
과거는 사실상 개인에게 정체성의 단단한 기반이 된다. 인간은 과거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않는다. 과거는 사실상 무수한 파편에 불과한데 인간의 뇌는 이러한 파편들에 의미를 부여해 현재의 자아로 이어지는 서사 도구를 만든다. 그리고 이 지난 일을 토대로 평가하여 미래를 예측하는데 그것이 미래의 자아라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뇌는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하여 인식한다.
이처럼 당연한 일을 쉽지 않다. 그래서 인간의 뇌가 개발한 도구가 바로 이야기다. 이야기는 일련의 사건을 표현하는 매우 효율적 방법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당연히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하지 않으며 시간 순서상 인과가 있는 중요한 것들만 엮은 것이다. 때문에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을 압축하여 기억하게 만드는 매우 효율적 도구가 된다. 그래서 서사 구조를 제대로 갖춘 이야기는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일어났는지 설명한다. 인간은 이야기를 이용하여 우리 주변의 세계와 우리 자신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를 이해하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도구는 결국 기억이다. 그래서 책은 기억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룬다. 기억은 과거의 자아의 근원인데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내부적 근원과 외부적 근원이다. 내부적 근원은 우리의 기억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외부적 근원은 외부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야기나 사진, 영화, 오디오, 문자 매체를 포함한 기록, 타인의 기억 등이다.
인간은 이런 기억으로 자신을 구성하는데 기억엔 당연히 망각과 일부만의 기록으로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이런 빈틈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내부적, 외부적 근원을 통해 메우려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의 정확도는 더욱 떨어지는데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더욱 믿으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부정확한 기억은 고정되기 보다는 계속 왜곡되어 우리 뇌에 깊이 새겨진다. 기억은 사각지대가 있는데 뇌는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없는 것, 놓친 것을 채워 넣는다.
결국 과거의 기억은 미래를 대비하는 현재의 나를 구성하기에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어린 시절이 그렇다. 인간은 잘 기억하기 위해 서사를 형성하며, 인간이 형성하는 서사의 구조에는 바로 어린 시절 부모와 주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중대하게 원천으로 작용한다. 서사를 위해 뇌는 기억을 서로 다른 유형으로 분리하여 처리한다. 비선언적 체계는 언어나 라벨링이 필요 없는 기억으로 자전거 타기, 악기 연주, 운동 기억이 그렇다. 매우 다양한 형태로 두뇌의 여러 곳에 기억된다. 선언적 체계는 사실과 사건에 관한 지식으로 뇌 측두엽 해마에 의존한다. 이들은 사실지식와 의미지식으로 나뉜다.
뇌는 기억을 하기 위해 경험을 일시적으로 즉각 기억하는 암호화를 한다. 이는 일시적인 단기기억으로 이것이 오래지속되려면 결국 장기 저장 시스템으로 이동해야 한다. 통합은 기억을 장기 저장 시스템으로 옮기는 과정으로 몇 분이나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잠은 통합이 일어나는 과정이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억은 오직 통합 후에만 가능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매우 중요하지만 뇌의 미성숙으로 인해 잘 남지 않는다. 기억에 중요한 해마와 감정적 과정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의 연결은 가장 먼저 성숙하는데 그 시점이 5세 정도다.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은 5세 이전의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물론 두 살이 되면 해마시스템이 연결되고 죽음과 같이 높은 각성 상태를 일으키는 사건이 뇌에 저장되기에 충격적 사건은 기억에 남긴 한다. 그래서 청소년기가 되어도 2.5세 정도까지는 대략 기억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년기의 기억은 결국 나이가 들면서 오래되어 서서히 의미를 잃어 사라지게 된다.
엥겔은 인간의 서사 발달을 연구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먼저 2-3세 아이들은 확장된 자아를 갖는다. 이들은 어느 시점에 자신이 과거를 갖고 있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과거와 현재의 자아를 연결하려면 정신적 시간 여행이 가능한 특별한 인지적 하드웨어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인간만의 특징이다.
3세가 되면 아이들은 타인, 특히 가족 구성원에게 일어나는 동시 발생적인 사건을 자기 삶에 끼워 넣는다. 가족과 이갸기하며 직접 경험 외에도 공유지식을 기반으로 과거 정보를 흡수한다.
3-5세가 되면 더욱 확장되어 친구의 이야기도 서사에 포함한다. 또래 아이들은 재미 있다고 여기는 사건에 반응하고 무엇이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빠르게 익힌다. 경험한 이야기를 눈으로 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나 다른 사람의 눈에서 설명을 아직 불가능하다.
5-9세가 되면 이야기의 레퍼토리가 늘어난다. 어느 이야기가 적합한지 피드백을 일으키고 부모와 또래에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 시점이 되며 아동은 바야흐로 놀라운 이야기꾼이 된다. 이 때는 자신을 의식하지 않은 채로 개인적 세부 사항 회상도 가능하다.
9세에서 사춘기가 되면 안정화가 특징이다. 정체성의 근간을 형성하는 모형이 잡혀감에 따라 이야기의 레퍼토리가 점차 간소화한다. 현실을 알게 되고 받아들이는 이야기의 범위가 늘며 편집을 학습한다. 전제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배우게 되며 이제 사건과 기억의 조각들은 논리적인 판든을 거쳐 서사 구조에 녹아들게 된다.
이렇게 서사 구조가 개인에게 형성되면 이는 자아의 형성과 연결된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말하는 이야기의 토대가 되며 초기 이야기는 뒤 따르는 모든 이야기의 모형을 형성하므로 이 때의 이야기는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는데 가이드이자 방파제가 된다. 다가오는 사건의 중요성은 그 사건의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사건이 진행 중인 서사에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그래서 개인은 직면하는 사건이 안 맞는 이야기인 경우 이야기 자체를 왜곡하여 바꾸거나 아예 사건을 포기한다.
인간은 생존 기계로서 항상 에너지를 아끼고 고효율로 진화했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으며 모든 것에 주목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뇌에는 모든 사건의 중요한 일부를 인과로 엮는 서사가 있다. 이야기는 언급한 것처럼 중요한 것을 의미 있게 인과로 엮기에 고효율적이다. 뇌는 어쩌며 효율적 저장을 위한 기저 함수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을 사용한 압축 표현이 스키마다. 스키마는 기존의 정보를 회상하고 새로운 사건을 인코딩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스키마가 한 번 형성되며 우리 뇌는 그 이후로 보고, 듣는 정보를 스키마와 일치하도록 편향한다. 그래서 새로 입력된 정보가 스키마의 일치하지 않으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기존의 모형과 가장 잘 맞도록 기억을 바꿀 수도 있다. 스키마와 서사의 역할을 매우 비슷해 보인다.
인간은 효율적으로 기억하기에 기억은 연속적이지 않고 사건 경계에 의해 정의된다. 실험 결과 피실험자가 이동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지 않는, 즉 사건 경계가 없는 경우이므로 그 반대의 경우에 비해 5배나 기억이 5배나 압축되었다. 즉, 신경 쓸만한 사건이 5분 간 빈발하며 인간의 기억은 5분 정도를 거의 기억하나, 그냥 무의미 하게 걷거나 일상적인 행위를 하면 5분 중 그 행위를 1분 정도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어떤 도전적 프로젝트를 동료와 의견충돌을 거치며 협의하며 해결해나간 2시간은 실제 2시간이지만 그냥 가벼운 산책 길을 걸은 기억은 2시간이 아니다. 아마 20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뇌는 생존을 위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지금의 감각 기관에 들어오는 정보를 계산하여 미래를 꾸준히 예측한다. 이런 사후 확률의 계산에는 과거 경험한 사전 확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뇌는 기억의 한계로 모든 사전 확률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인식 판단에 따라 몇 가지 확률만 고려하여 판단한다. 그리고 이는 매우 효율적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마땅한 사전 확률이 없는 경우 무언가를 잘못 판단하는 인지 오류가 생긴다. 이런 해석을 오류를 경험하면 인간의 뇌는 이 경험을 활용하여 외부 세계에 대한 기존의 믿음을 평가하고 감각 입력의 기준을 갱신하여 올바른 사후 예측이 가능하도록 대비하게 된다.
인간의 자아 관념의 물질적 근거는 뇌의 중앙선을 따라 이어지는 피질 스트림의 활성화다. 이 부분은 물리적 감각을 처리하는 감각 시스템과 기억 상징적 표현에 의존하는 더 추상적인 표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배열된다고 여겨진다. 이 피질스트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항상 활성화되어 있다. 그리고 자아를 구성하는 모든 시스템을 결합하기 위해 협력한다. 피질스트림은 외부 활동에 집중하면 감소하는데 이 과정이 몰입이다. 즉, 몰입하면 자아감은 상실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린 그러한 경험을 한다.
비인격화 현상은 자아와 관련하는 또 다른 중요한 도구 중 하나다. 이는 자신의 생각, 감정, 감각, 몸행동에 대해 비현실적이거나 분리되었거나 외부 관찰자가 되는 것 같은 경험이다. 매년 전체 인구의 1/5정도가 이런 비인격화 증상을 겪는다. 생각보다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빈도이기에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해리 증상을 겪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해리는 자아를 몸과 분리하는 현상으로 도무지 쓸모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이야기는 공간과 시간에 제약된다. 하지만 해리는 이런 제약으부터 해방을 가져온다. 우리가 다른 시점으로 해리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인간은 이런 해리를 본질적으로 좋아하기에 다른 사람의 시점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는 RPG게임이나 코스프레 게임이 인기가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뇌에는 서사를 위해 해리와 예측, 압축이라는 삼위일체의 도구가 존재한다. 뇌는 이 도구를 적절히 이용해 사건을 연결해 서사를 구성한다. 이 서사는 인과로 이어져 있으나 그것이 실제적 인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서사 구조에 대해서는 연구가 있다. 2017년 버몬트 대학교 연구자들은 쿠텐베르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소설 1327권을 분석한 것이고 모두 달라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6개의 서사구조로 분류한 것이다. 서사구조는 빈털터리에서 부자, 부자에서 빈털터리, 구덩이에 빠진 남자, 이카루스, 신데렐라, 오이디푸스 구조가 있다. 빈털터리에서 부자는 나락에서 시작해 정점에 오르는 구조다. 부자에서 빈털터리는 정반대로 정점의 영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전형적 비극 구조다. 구덩이에 빠진 남자는 좋은 조건을 갖춘 이가 위기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를 극복하고 예전의 지위를 회복하는 구조다. 이카루스는 바닥에서 시작해 정점에 올랐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조다. 신데렐라는 영웅의 여정이다. 바닥에서 시작해 정점에 올랐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막바지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정점을 향하게 된다. 마지막은 오이디푸스 구조로 잘나가던 사람이 나락에 떨어지고 다시 정점에 올랐다가 마지막엔 다시 바닥으로 가는 구조다.
인간은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렇기에 나라는 관념은 다시 한번 부정 당하기 쉽다.인간은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에 이를 위해서 나의 개인적 의견 보다는 집단, 즉 다수의 의견을 따르도록 진화했다. 물론 이를 어길 순 있으나 이는 집단에서 배제된다는 생존의 위기를 감수하는 행동하기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즉,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합리성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주변 대다수의 의견에 의존하고 편향한다는 것이다.
테트리스 같은 게임에서 같은 모양을 찾기 게임이 있다. 이 모양은 회전하면 달라 보며 그리 쉽진 않다. 실험 참가자들은 혼자 하는 경우 정답률이 86%였다. 하지만 게임의 다수가 거짓말을 하여 거짓답을 다수가 제시하고 이것이 공개되는 경우 이것을 추종하여 정답률이 무려 59%까지 떨어졌다. 정상적으로 혼자서 답을 한 경우 피험자의 뇌는 두정엽이 활성화했다. 여긴 정신 회전 작업을 담당한다. 하지만 거짓말에 둘러싸여 압박을 느낀 경우 편도체가 활성화했다. 여긴 감정을 담당하는 곳으로 거짓임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인간은 무리에서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추종한다. 실험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반대하는 경우 편도체와 마찬가지로 각성과 관련한 대뇌섬이 활성화했다. 이런 일련의 결과는 인간은 무리에 속했고 그것을 보호와 자원, 성적 접근을 허용했다. 때문에 인간은 무리 다수, 혹은 무리의 우두머리의 의견을 따르도록 진화했다. 다른 권위에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에서 개인을 해방시켜 정보의 처리와 저장에 들어가는 에너지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인간의 뇌는 고유의 서사를 갖고 있으며 이것은 상당히 굳건하지만 환경의 적응이 중요한 만큼 변화하기도 한다. 그 주요 방법은 이야기를 듣거나 읽어서 거기에 몰입하는 것이다. 소설을 읽는 경우 뇌 영역의 활성화는 그 사건들이 개인적인 서사에 통합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감각운동대가 놀랍게도 독서 후에도 지속적인 패턴을 보이는데 이는 소설이 마음 속 해동을 재현하였음을 의미한다.
수 천년의 문화적 진화는 인간의 뇌가 이들 주인공의 서사를 흡수하게 했다. 자신만의 서사로 가득 차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을 읽으면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를 강화하고 발전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그 캐릭터에 동화되고 그 경험이 결과적으로 독자인 나의 뇌를 변화시켜 나의 서사구조를 변화한다.
현대 사회는 매체가 다양해져 인간의 다양한 매체로 다른 인물의 서사구조를 경험한다. 저자는 TV와 영화도 이야기와 비슷한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한계를 지적한다. 우선 양자는 독서에 비해 수동적인 소비를 하게 한다. 그리고 독서에 비해 몰입 시간이 짧고, 인지적 요구가 적다. 그렇기에 뇌의 서사구조를 바꾸기엔 효과가 다소 부실하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독서는 비교적 오랜 시간을 요구하고 그렇기에 읽으며 새로운 기억과 그것이 새로운 서사구조에 통합될 충분한 시간을 부여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좋은 소설은 독자를 다른 사람의 몸 안에 집어 넣고 그들 처럼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며 독서 후에도 며칠 간 뇌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인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서사구조에 의해 세계를 파악한다. 하지만 세계엔 인간을 유혹하고 설득하는 서사구조를 가졌으면서 옳지 못한 정보와 가치를 가진 것들이 존재한다.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음모론은 소문에 기반하기에 내편과 적이라는 집단 극단화를 촉진한다. 그래서 음모론은 무리에 속하고, 전문가에 의견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강하게 자극한다. 또한, 음모론은 인간이 좋아하는 서사구조 중 하나인 영웅의 여정구조다. 대개의 음모론은 하나의 비극적 사건으로 시작하여 그것의 책임이 외부집단의 누군가에 있다는 식으로 이어진다. 음모론을 주창하는 사람 자신아니 그 가족이 이 과정에서 희생되었다면 순교자로 여겨져 더욱 강화된다. 예를 들면 코로나 백신에을 맞고 사망한 사람들이 다수 발생했다. 물론 그 과학적 인과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도탄에 빠진 희생자 가족 집단에 한 무리가 이것이 정부가 은폐한 백신의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그들을 이 완벽한 서사구조에 완벽히 빠져든다. 그런데 음모론을 제기한 자들 중 일부가 과학자이거나 그들 자체가 피해자라면 순교자효과라 발생하며 음모론은 크게 강화하게 된다.
저자는 그렇기에 우리가 사회와 개인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서사를 갖추도록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엔 저자가 말한 뇌의 구조와 서사에 대한 이해가 다시 요구된다. 뇌는 효율을 위해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일부를 기억하며 그 일부들을 연결하기 위해 서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서사는 압축을 필요로 하며, 이를 바탕으로 뇌는 사전확률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해리를 통해 자신을 넘어서 사전확률을 더욱 확장시킨다.
인간에겐 이렇게 만들어진 중심적 서사구조가 있다. 서사는 쉽게 바뀌지 않으며 인간은 독립적이지도 않고 다수와 외부의 의견을 쉽게 추종한다. 하지만 그게 항상 옳지만은 않기에 서사를 바꾸는 힘도 있다. 그것을 책 읽기를 통해 가능하다. 그래서 인간은 옳다고 여겨지는 건강한 정보와 서사를 담은 지식, 이야기를 꾸준히 소비하는게 중요해진다. 그래야 음모론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서사를 갖춰나가며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예측과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아의 형성과 서사, 뇌와 관련한 재미난 책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간에게 어떻게 주요 서사구조가 세계 보편적으로 생겨났는지에 대한 연구의 결여다. 아마 그런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여섯가지는 인간이 집단에서 생애를 살아가며 보이는 과정과 결과의 거의 전부일 것이다. 누구나 위로 올라가고 아래로 떨어지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그 중의 하나를 겪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여섯가지만 있고 그것에 강하게 공감하며 반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책은 본질적으로 지식도 이야기로 파악한다. 맞기는 하나 양자는 조금의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도 아쉽다. 하지만 책은 매우 훌륭하고 인간의 자아 관념과 탄생, 인식구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