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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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사형제도가 존재하지만 김대중 정권 이후로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UN은 한국을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국가로 분류한다. 20년 이상을 실행하고 있지 있다면 형법 상 사형제도를 없애도 될 것 같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국민감정이 엄연히 사형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형수와 무기수는 엄연히 다르다. 무기수는 장기간 수형생활을 하고 나면 가석방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형수는 잘해봐야 무기수 정도의 지위로 내려오기에 평생 감옥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범죄자를 감옥 즉, 교도소에 보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한 행위에 대한 응보적 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그 대부분이 결국 사회로 돌아올 것이기에 다시는 일탈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화를 하는 것이다. 모든 국가의 교도소는 이 두 가지 기능을 실행하지만 무게 중심을 어디냐 두느냐는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미국은 철처히 응보적 조치에 초점을 둔다. 그 증거는 재범률과 교도소에서 수형자의 생활로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재범률은 매우 높고, 교도소 안에서의 범죄도 많다. 거기에 그들은 상당한 노역을 한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웬만한 국가들이 보기엔 이해가 안될 정도로 교도소 내에서 수형자들의 자유도가 높으며 시설도 훌륭하다. 그리고 재범률도 낮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응보적 조치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재범률은 매년 변하지만 25%정도다. 즉, 범죄자 4명 중 1명은 다시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교도소 시설도 매우 좋지 않다. 매우 비좁은 공간에 거의 군내 내무반 수준으로 죄수를 수용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각자의 사생활은 거의 없다. 여기에 냉방도 해주지 않는다. 가끔 교도소에 에어컨을 설치해야한다는 사회적 의견이 나오나 강력한 비토여론에 묻히기 일쑤다. 오죽하면 고 신영복 교수가 독재정권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할 때, 겨울이 좋다고 하셨을까. 그는 비좁고 냉난방이 잘 안되는 교도소에서 겨울은 서로의 온기로 버틸 수 있어서 좋았고, 여름은 그 반대로 싫었다고 한다. 사형제도가 엄연히 남아 있는 것도 응보적 조치에 초점을 두는 한 증거다.

 사형은 가장 강력한 응보적 조치이나 문제점이 많다. 일단 사람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기에 반인권적 조치가 된다. 사람 죽이는 놈을 죽이는게 뭐가 문제냐 싶지만 이미 문명 국가의 형법은 함무라비 식으로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형은 그것을 행하는 교도관에게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누군가는 실행하는 버튼이라는 것을 눌러야 하고, 그것을 한 사람은 여러 보호장치로 자기가 한 것이 분명치 않더라도 사람을 죽였다는 외상에 시달리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사형은 정치사회적 문제도 많다. 한국근현대사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사형은 독재자가 정적을 제거하기 매우 좋은 수단으로 쉽게 악용된다. 조봉암은 실제로 사형당했고, 김대중도 사형선고를 받았었다. 그리고 사형은 돌이킬 수 없다. 사람이 구축한 사법시스템은 당연히 허점과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사람을 사형시켜버리면 이후 반전의 기회란게 아예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수로 살려 두었다면 억울한 이를 구제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이런 경우는 적지 않게 발생한다. 

 책 '13계단'은 이런 사형제도에 대해 고민할 만한 여러 가지를 던져준다. 책은 준이치란 사형수가 출소하며 일어난다. 그는 한 사내를 술집에서 시비끝에 죽인다. 시비는 상대방이 걸었고, 준이치는 다투다 밀쳐진 상대방이 넘어지며 후두부를 물체에 강타당해 죽게된다. 상당히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살인은 살인이었다. 상해치사로 그는 2년형을 받았다. 하지만 가석방으로 출소하게 된다.

 돌아오니 집은 엉망이었다. 가족은 범죄자를 배출한 가족으로 낙인찍혀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그 결과 동생은 고교를 자퇴했다. 부모는 희생자 유족은 7억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느라 가세가 크게 기울었다. 준이치는 망연자실했는데 그런 그에게 교도관 곤노가 다가온다. 곤노는 준이치에게 제안을 한다. 한 사형수가 있는데 그의 범죄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보니 조사해볼 만한 사안이었다. 그리고 곤노는 거액의 수당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이 준이치에게 매우 크게 다가왔다. 총 1억 5천 정도의 보수금이었던 것이고 이는 부모님의 무거운 짐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을만한 금액이었다

 곤노와 준이치는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해당사형수는 살해동기도 마땅한 증거도 없음을 알 게된다. 사건은 여러 반전이 있는데 추리 소설치곤 많이 재밌진 않았다. 이야기의 설계는매우 훌륭한데 좀 쫄깃한 맛이 조금 부족했다. 오히려 수형생활과, 교화, 사형제도에 대한 고민이 좀더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유명한 일본 작가 가즈아키의 데뷔작으로 읽어볼만 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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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3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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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년 정도 전, 전자책을 한창 구매할 무렵,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을 본 적 있다. 예쁜 분홍색의 표지와는 달리 르포 형식으로 작가가 직접 축산업계에 취직해 소위 고기로 태어난 한국 농장의 소, 돼지, 닭, 개들의 실태를 드러낸 책이었다. 참 좋은 책이었다고 기억한다. 무척 충격적이었고 그 일로 인해 동물의 실태와 권리, 더 얽혀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을 적지 않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모처럼 그 작가의 후속작을 만났다. 이번 책은 '동사의 멸종'이다. 책에서 말하는 동사는 네 가지로 '전화받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 이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엄청난 자동화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자동화는 인간에게 많은 편의성과 생산성의 향상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이나 그만큼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첨단기술은 마치 사이드미러 같다고 말한다. 즉,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는데 그걸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체될 만한 대표적 일로 저자는 위의 4가지 동사에 해당하는 일을 골랐다. 선정 기준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 그러면서도 우리 일상에서 누구나 자주하고 흔히 접하는 밀접한 것으로 골라냈다. 그래야 더 피부에 잘 와 닿을 것이고 아무래도 저자가 취업하기도 보다 손쉬웠을 것이다. 


1. 전화받다.

 전화받다는 콜센터 상담원을 말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상당히 많다. 웬만한 마트, 제조업체, 기업들은 상담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저자가 경험한 콜센터 업계는 개인정보 유출에 상당히 민감했다. 그래서 상담원은 출근해서 자기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되고 업무 외에 개인적 메모는 금지되며, 심지어 동료와의 업무이야기도 안된다. 콜센터의 취직한 수습기간의 마지막은 업무 중 알게된 사실에 대해서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여러 장의 서약서 서명으로 마무리된다. 

 콜센터엔 몇 가지 금기어가 있다. 우선 '보상'이다. 그리고 보상 다음으로 금기시 되는 말은 언제까지 뭘, 어떻게 하겠다는 확답이다. 그리고 마 고객과 절대로 절대로 싸우지 않는 것이며 마지막은 절대로 전화를 먼저 끊지 않는 것이다. 다만 과거보다는 조금 나아져서 고객이 욕설이나 폭언 등을 하는 경우에는 두 차례에 걸쳐 경고 후 상담사가 먼저 통화를 종료할 수 있고, 성희롱의 경우는 1회 경고 후 끊을 수 있다. 성희롱은 발생하면 즉시 관리자에 보고 후 겨우 30분 정도 휴식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에 회사는 상담사에게 고객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지 못한다. 여러 사람이 사단이 난 후에야 간신히 생긴 프로토콜 같다.

 콜센터 상담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철저히 모니터링된다. 그들의 행동은 4가지다. 소프트폰이란걸 업무 중 사용하는데 이는 컴퓨터와 연결되어 버튼이 통화, 대기, 이석, 작업으로 구성된다. 통화는 고객과 통화하는 것이고, 대기는 통화대기 중, 이석은 화장실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 작업은 상담이력서를 쓰거나 작업 처리를 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전화상담사의 하루 업무요구량은 65콜 정도다. 초보때는 조금 봐주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올라도 이것을 소화하지 못하면 관리자의 갈굼이 시전된다. 콜센터는 기본적으로 혼자하는 일이기에 직원문화도 없고 상호간 교류도 거의 없다. 팀이 있긴 하지만 자리가 한 달에 한 번 바뀌며 고된 감정노동이기에 퇴사가 잦아 회사는 한 달에 한번은 새직원을 선발한다. 

 콜센터에는 한달의 한명 법칙이 있다. 한달에 한 번은 상담사가 진상고객을 상대하다 울면서 뛰쳐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그들은 다신 여기로 돌아오지 않는다. 또 다른 법칙은 마지막 콜의 저주다. 가장 고약한 전화는 특이하게도 퇴근 직전에 온다는 것이다. 누구나 퇴근이 임박해서 일하고 싶지 않기에 콜센터에서는 마지막 콜을 피하기 위해 작업버튼으로 적당히 버티다 대기로 넘어가 통화를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관리자에게 모니터 되고 누구나 쓸수 있는 방법이기에 수 싸움이 상당하다. 

 콜센터는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실시간으로 관리자에 의해 콜에 대응한 정도가 나타나기에 직원의 자율권의 거의 없다. 특히 한창 바쁠때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이석 버튼을 누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콜센터에서 방광염이나 치질은 흔한 질병이다. 

 고객은 콜센터에 전화하며 그들이 거의 모든 것을 알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콜센터 직원에겐 웬만한 어떠한 정보도 없다. 배송에 관련 된 것이면 그들 역시 회사가 달라 배송사에 알아봐야 하고, 재고에 관한 것이면 역사 고객처럼 따로 알아봐야 한다. 그래서 콜센터에 전화하면 그들도 다른 부서로 전화돌리기 바쁜 것이다. 거기에 홈페이지는 통한 구매는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많아 고객에 불만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의 무능함과 무책임으로 인한 땜질은 모두 상담사가 맞는다.

 그래서 상담사는 이런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통화 중에는 죄송합니다. 그리고 통화 후에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이다.


2. 운반하다.

 택배상하차를 소위 까대기라 칭한다. 워낙 몸만 쓰는 일이기에 여기엔 나이, 이름, 경력 유무 정도만 바로 일하는게 가능하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투명하게 속이 비치는 소재의 가방에 담배, 물병, 간식거리 등이 잔뜩 들어있다면 십중팔구 택배상하차 종사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곳은 반입을 허가하는 가방이란게 집락백이나 PVC소재의 속이 비치는 투명백 정도이기 때문이다. 

 택배상하차는 기본적으로 일용직이기에 관리자를 빼면 모두 근무시작 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이후 안면인식앱으로 출근 등록을 한 후 혈압을 측정하는데 정상치를 벗어나면 일을 하지 못한다. 

 처음 일하는 자는 노란 헬멧을 착용하는데 초짜라는 뜻이다. 하차반은 주황색, 상차반은 파랑색, 분류반은 흰색을 쓰고, 관리자는 야광띠를 두른 흰색 헬멧을 쓴다. 

 까대기는 기본 3인 1조다. 경력이 적은 둘이 짐을 내리고 경력이 높은 최고참이 크기 형태 별로 짐을 분류한다. 까대기엔 죽음의 레일이 작동한다. 레일은 항상 빠르게 움직이는데 여기에 몸이 맞춰 움직이니 쉴틈이 없고 고되다. 레일은 시작 위치에 바코드 리더기가 있어 이것을 통해 화물의 종류와 수, 지역, 트럭기사의 차량번호, 연락처까지 알 수 있다. 레일은 세 갈래로 하나는 중소형 화물, 하나는 대형, 하나는 이형이다. 

 택배 상하차 조에 요구되는 하루 작업량은 트럭 9대 정도다. 이 정도를 하면 그들은 하루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은 처음엔 빠르게 하는데 그래야 뒷 차량을 조절하며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해 상하차엔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데 이는 트럭기사와 관련한다. 회사에서 지불하는 요금이 시간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하차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록 회사의 비용이 증가하기에 살인적 수준의 속도가 요구된다. 

 컨테이너 안은 무척 깜깜하고 먼지로 가득하다. 대개 상자는 던져버리는데 그래봤자 파손되는 경우는 별로 없고 파손되면 기업이 책임진다. 어찌보면 그런 파손보다 속도를 중시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것 같다. 레일은 일정한 속도로 흐르기에 각 작업 조마다 작업 속도가 드러난다. 레일에 촘촘히 박스가 깔려 있다면 작업을 빠르게 하는 것이고 듬성듬성하다면 느린 것이다.

 까대기에서 쉬는 시간은 수분보충의 시간이다. 땀이 물처럼 흐르기에 반드시 수분 보충이 필요하며 땀이 너무 많이 나기에 의외로 화장실을 잘 가지 않게 된다. 노동강도는 살인적인데 하루 12대 트럭을 처리하면 한 트럭엔 1000개 정도의 상자가 있다. 각 상자의 무게가 5kg이라면 상하차하는 둘이서 하루 25톤을 들고 내리는 것이다. 

 트럭은 난이도로 구분된다. 소위 꿀차는 가벼운 짐으로 가득하면서도 한 종류의 상자로만 가득한 것이다. 택배 상하차는 무게는 차치하더라도 박스 종류가 단순한게 좋다. 높낮이가 맞아야 쌓기도 내리기도 편하고 같은 자세로 계속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똥차는 무거운 짐이 가득한 차다. 가벼운 것이라도 잔바리라고 다양한 형태의 짐이 많으면 계속 자세를 바꿔 효율이 떨어지기에 똥차다. 쓰레기차는 그래서 온갖 종류의 짐으로 꽉 찬차다. 폭탄차는 책, 농산물, 액체로 가득한 차다. 특히 액체가 가장 무겁다. 

 그럼에도 밤새 상하차를 하고 퇴근하면 마음이 가볍고 뿌듯하다고 한다. 내가 직접 세상에 뭔가 도움이 되는 엄청난 일을 밤새 해낸 느낌. 조금만 하다 못하겠다고 나가 떨어진 사람을 대신해 내가 해낸 것 같은 느낌을 아침햇살이 맞이해준다. 최저 시급에 가까우나 제법 묵직한 일당도 그럴듯하다. 하지만 몸과 수명을 깎아내 하는 일이기에 절대 지속적 직업이 될 수 없다.


3. 요리하다.

 주방에서 일하려면 요리사 자격증 보단 보건증이 필요하다. 폐결핵, 장티푸스, 감염성 피부질환 등이 없어야 한다. 특히 장티푸스 검사를 위해서는 항문에 면봉을 2-3cm 넣어야 하는데 이게 보통 고역이 아니다. 콜센터, 택배상하차와는 다르게 식당은 유난히 경력자를 선호한다.

 저자는 뷔페 식당에 취업한다. 여긴 핫파트, 콜드파트, 멀티파트로 주방을 구분한다. 핫파트는 수프, 국, 밥, 튀김, 찜등 불을 쓰는 요리를 콜드파트는 샐러드 나물, 과일, 게장등을 다룬다. 멀티파트는 고기를 썰고 양념을 재우고, 디저트와 유부초밥을 한다.

 주방은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다. 엄청난 화력의 화구가 곳곳에서 불을 뿜고, 큰 칼과 날카로운 것 투성이인데다 사방이 복잡하고 미로 같으면서도 심지어 바닥이 미끄럽다. 의의로 요리를 잘 할 필요가 없는데 요즘은 대부분 조리 법이 계량화 되어 있어 그것대로만 몇번 해보면 통상의 맛을 누구나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뷔페에선 요리에 타임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시간 개념은 아니고 뷔페 음식이 한 번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5-6인분이다.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면 타임개념이 좀 변해 1/2에서 1/3정도의 음식만 나가고 한창 때면 한방에 2타임 분량의 음식을 한다. 

 주방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요리와 프렙, 청소다. 요리는 글자 그대로 요리를 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정신 없다. 뷔페에선 음식이 항상 자리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손님이 생각하기에 늘 늦지 말아야 하며, 개별로 주문하는 것들도 받아내야 한다. 동시에 여러 개를 조리해야 하기에 늘 정신이 없다. 프렙은 요리를 위해 재료를 준비해놓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 하거나 요리 중 틈틈이 한다. 파스트 프렙이 가장 힘든데 삶은 면이 굳지 않게 참기름으로 버무려 한 타임 분량을 소분해 놓는 것이다. 뷔페는 마감까지 음식이 가득해야 하기에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가 항상 발생한다.  청소를 시작하면 싱크대부터 화구, 튀김기, 웍, 냉장고까지 철로된 모든 것을 닦아 내야 한다. 바닥청소가 가장 고통스러운데 음식찌꺼기가 낀 모든 곳을 닦아내야한다. 바닥을 청소하면 필히 개수구가 막히는데 이 경우 거의 어깨까지 하수구로 집어 넣어 막힌 곳을 손으로 빼내야 한다. 모든 쓰레기통을 비우고 새 비닐을 씌운 다음 주방 설비의 물기를 모두 닦아내야 청소가 끝난다.

 주방은 극단적은 습관의 장소다. 미로처럼 복잡하고 혼잡하기에 바로 손이 가는 곳에 물건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초보가 함부로 물건을 이동시켰단 사단이 난다. 주방은 일의 경계가 모호하기에 서로 다툼이 잦다. 내가 못하면 다른 사람이 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못하면 내가 해야 하기에 항상 서로가 잘 하는지 주시한다. 거기에 서열도 무척 강하다. 


4. 청소하다.

 청소는 고령을 선호한다. 60대를 선호하고, 적어도 50대 중반은 되어야 한다. 여태까지 저자가 일한 직종에선 나이를 묻고, 좀 친해지면 여자친구가 있는가를 묻는다. 하지만 청소에서는 고령자들이 많아 양친이 살아계신지를 묻는다. 

 청소는 여태까지의 일 중 급여가 가장 적은 편이다. 연가는 연중 15일이나 3일만 허용되며 나머지 12일에 대한 보상이 이 적은 급여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은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하는데 그 건물에서 결혼식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에선 흡연장 청소가 고달프다. 흡연장 자체가 건물 바깥에 있기에 하루 종일 바깥에서 일해야 하고, 금방 쓰레기통이 가득차기엔 툭하면 치워달라는 호출이 온다. 겨울철이면 흡연자들이 무신경하게 뱉어낸 가래와 침등이 얼어붙어 꽃삽으로 긁어내야 한다. 하역장엔 쓸만한 물건이 많다. 사물실이 하나라도 철수하면 괜찮은 물건들이 쏟아지는데 이런 것들이 청소업체 직원들의 것이 된다.

 눈이나 비라도 오면 청소는 힘들어진다. 비가 오면 비를 않고 오는 사람들이 바닥을 금방 진흙 투성이로 만든다. 이를 계속 닦아내야 한다. 눈이 오면 지상주차장, 화단, 건물 외곽의 눈을 쓸어야 하기에 힘들다. 하지만 가장 힘든 일은 외벽의 유리 닦기다. 곤돌라를 타고 유리외벽을 닿는 전문업체는 3층까지만 작업을 해주기에 2층은 청소작업자의 몫이다. 매우 긴 막대기를 이용하여 외벽을 아슬아슬하게 닦아야 하기에 힘도 많이 들고 위험하다. 

 예식으로 인해 주말에 출근하면 힘들다. 특히 음식물 짬 처리가 힘든데 이것들을 모두 비우면 온갖 음식물이 튀어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남은 음식들이 작업자들의 몫이 되기도 하기에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청소일은 일이 고되고 어렵고 급여도 가장 적지만 퇴근 시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더군다나 성취감도 제법 되는데 난장판을 치워서 깨끗해지면 그것이 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렇게 네 동사에 따른 네 가지 직업의 장을 생동감 있게 몸으로 정리하고 마지막은 약간 소설 느낌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섞에 '쓰다'라는 장을 만들었다. 저자의 과거 이야기부터 이어져 인공지능으로 인해 작가라는 쓰기의 동사가 사라져가는 과정을 상상해 그려냈다. 저자가 말한 네 가지 동사의 직업은 무척 고되고 사회적으로 무시받는 직종이다. 그것들은 무척 힘들고 급여도 적으며, 사람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갉아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사람은 자신이 뭔가를 해내 이 사회와 타인에 도움을 준 느낌이 들면 공통적으로 기뻐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자신의 상담이 도움이 되어서 고객이 감사를 표시할때, 상하차는 그 많은 걸 해치우고 퇴근의 아침햇살을 맞이 할때, 요리는 고객이 맛있게 먹을때, 청소는 더러운 곳이 깨끗해져 있을 때이다. 사람은 이런 것에서 삶의 만족감과 노동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 그렇기에 이런 힘들고 말이 안되는 일도 사람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지탱한다. 그런 것마저 사라질 때를 저자는 걱정하는 것 같다. 인간에게 큰 위기의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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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3
최성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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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제 시대의 수탈, 그리고 목포는 항구, 목포의 눈물 같은 노래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흔적이고 요즘은 관광으로 더 유명한 느낌이다. 최근 목포는 관광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데 연예인 박나래의 고향이고 쫀드기로 주목 받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2019년 개통한 해상케이블카가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생이 목포 인근 무안에 살고 있어 이 해상케이블 카를 여러 번 타보았는데 목포를 갈 때마다 반드시 타게 된다. 우선 가성비가 좋다. 가격은 보통 케이블카와 비슷하면서도 길이가 엄청 길어 왕복 40분을 타게 된다. 한 번은 케이블카에서 존 적도 있다. 말이 되는가? 케이블카에서 존다는 게, 끝내주는 풍경도 좋다. 목포에서 유달산 정상을 거쳐 고하도를 향하는데 목포 전체 시내의 풍경과 산의 경치, 해상의 경치를 모두 볼 수 있다. 고하도에서 내리면 바다의 데크와 고하도를 돌 수 있는데 이 것도 제법 괜찮다. 그래서 여길 다 돌고 오면 돌아오는 케이블카에서는 졸 수도 있는 것이다.

 목포는 최근 도시 같지만 유구한 역사를 지닌다. 영산강 물길과 전남 내륙의 통로이고, 해상교통의 요지이다 보니 고대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호남과 경상 남부로 통하는 조운로이다보니 왜구의 침입이 끝이지 않아 조선시대에는 수군진이 설치되기도 했다. 이순신은 명량에서 승전한 후 고하도에 진을 친다. 여기서 106일가까이 머무르며 수군을 재건한다. 이순신은 여기에 머무르며 고하도에 성을 쌓기도 했으며 이후 그의 5세손이자 삼도수군통제사인 이봉상이 이충무공비를 고하도에 건립한다. 이 기념비는 일제가 훼손했다가 1947년 복원된다. 

 목포는 예항이라 불릴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인이 많이 배출되었다. 미술의 허건과 문학의 박화성과 차범석, 무용의 최정자, 문학가 김우진, 최하림, 황현산, 김지하, 김현, 가수 이난영과 남진이다. 그래서인지 인구 24만에도 불구하고 시립예술단체가 6개나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 김대중이 있다. 그의 고향은 신안군 하의도이지만 정치적 고향이 목포다. 그래서 목포 삼학도에는 그의 노벨평화상 기념관이 조성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목포는 쌀과 면화를 일본으로 옮기는 곳이다보니 경제 특수를 누린다. 일본인이 밀집한 선창가는 각종상업시설, 회사, 공장이 밀집했고, 은행과 백화점, 극장등이 일찍이 생겨난다. 해방후에도 전남 1도시를 유지했는데 보해양조, 남양어망, 행남자기, 조선내화, 호남제분등의 향토기업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1990년대 후반 신도심의 개발로 경제축이 목포역에서 하당권으로 이동하며 경제가 빠르게 쇠퇴했다. 최근 해상케이블카의 조성과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의 개통, 국토부의 뉴딜사업, 목포의 근대역사문화공간사업으로 인해 다시 부흥하고 있다. 

 목포의 김우진은 문학가로 유명하지만 가수 윤심덕과의 투신자살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18세 일본 구마모토 농업학교에 입학한다. 당시 그의 졸업논문을 영친왕이 하사금을 줄 정도로 유망했으나 본인은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와세다 대학 예과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한다. 그는 최초의 근대극작가이자 최초의 신극운동가였다. 가수 윤심덕은 평양출신으로 동경음악학교를 졸업한 한국 최초의 성악가이자 소프라노 가수다. 김우진은 이미 결혼한 몸으로 아내와 자녀가 있었으며 문학을 하고 싶었으나 사업을 이어받길 원하는 아버지와 갈등하고 있었다. 윤심덕은 신여성이었지만 전통적 여성상을 강요하는 사회분위기에 갈등하고 있었다. 둘의 사랑은 이런 갈등을 감당하지 못한 이유로 보인다. 

 목포는 축제가 많다. 유달산 꽃 축제, 세계마당페스티벌, 목포항구축제 등이다. 목포항구축제의 모티브는 파시다. 파시는 말 그대로 해상에서 물고기를 거래하는 것으로 과거 흑산도의 조기 파시, 임자도 민어 파시, 하의도 봉도 꽃게 파시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목포 항구축제는 파시 길놀이, 선상파시 경매, 전통한선체험, 노젓기 대회 등이 있다. 

 목포는 민어와 삼합, 세박낙지, 꽃게무침, 갈치조림, 우렁간국, 병어회, 아구탕, 준치무침이 유명하다. 민어는 백성민으로 그 만큼 흔했단 뜻이지만 지금은 귀하고 비싸다. 영문명이 croaker인 만큼 민어는 물속에서 부욱부욱하는 소리를 내기에 과거 속이 빈 나무를 물에 넣고 소리를 들어 잡았다. 민어느 성질이 급해 육지에서 금방 죽기에 활어회보다는 선어 상태로 먹는다. 민어의 뱃살과 부레는 백미이고 7-8월 산란을 위해 북상해 임자도 인근에서 많이 잡힌다. 

 홍어의 홍을 넓은 홍자다. 바다 깊이 서식해 잡기가 어려우며 흑산 홍어가 으뜸이다. 하지만 최근 국산이 적어 대부분 수입산이 거래된다. 흑산도에서는 원산지로 홍어를 싱싱한 회로 먹는다. 그러나 육지로 이송하며 4-7일이 소요된다. 그 사이 홍어가 발효되는데 이게 삭힌 홍어의 유래로 보인다. 홍어와 막걸리는 궁합이 좋아 둘을 같이 즐기는 것을 홍탁이라 한다. 홍어는 물컹거리며 식감이 좋은 홍어코와 아가미가 일품이다. 

 세발낙지는 발이 가늘어서 세발낙지다. 좀 더 크게 갯벌에서 집히는 것이 뻘낙지로 주낙으로 잡은 것보다 인기가 좋다. 낙지는 작은 것을 나무 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으나 큰 것은 산채로 잘라 탕탕이라 한다. 최근 소고기 육회와 낙지 탕탕이를 합친 것을 육회탕탕이라 하며 인기가 좋다. 

 목포 먹갈치는 품종이 다른 것이 아니다. 갈치는 은색이지만 그물에서 서로 부딪히면 상처를 입어 다친 부분이 회색빛으로 변한다. 그래서 다소 까맣게 되어 먹갈치라 하는 것이다..

 목포의 시내에도 먹거리가 있다. 중깐이라는 것이 있는데 목포의 중화루 간짜장을 준말이다. 곱게 다진 야채와 돼지고기를 춘장에 강한 화력으로 볶은 다음 가늘게 뽑은 면으로 만든다. 쏙굴레는 쏙을 빚어 만든 찹쌀떡 경단에 콩고물을 묻히고 묽은 조청에 굴려 먹는 간식이다. 코롬방 제과점은 목포 역 인근의 제과점으로 전국 5대 빵집이다. 

  목포 앞바다에는 삼학도가 있다. 전설이 있는데 유달산에서 수련을 하던 한 청년을 세 처녀가 사모하게 된다. 청년은 수련을 이유로 처녀들을 돌려보내는데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나가자 청년은 자신도 그녀들을 사모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맘을 전하고자 배로 활을 날렸는데 그만 배에 구멍이 뚫려 세 처녀가 죽고 만다. 그녀들은 학으로 변하여 솟아올랐고 지금의 삼학도 자리에 내려앉자 섬으로 변했다는 전설이다. 삼학도는 개항 이후 불법적으로 일본인이 팔리게 된다. 그리고 해방 후 매립되어 섬으로의 기능을 잃는다. 여러 산업시설이 조성되었고 심지어 사창가도 생겨난다. 최근엔 섬사이로 물길을 조성하여 어느 정도 섬의 풍광을 되찾았다. 

  목포의 고하도에는 감화원이 있었다. 일제는 1923년 조선감화령을 내리는데 8-18세 미만으로 불량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자이면서 친권이 없는 자를 수용대상으로 했다. 우려가 있는자에 친권이 없는자이나 마구잡이로 들여보내기 딱 좋았다. 총독부가 1938년 감화원을 고하도 용머리 해안가에 신축했다. 일제는 친권이 없는 저능아를 수용했다. 환경은 혹독했다. 강제노역과 굶주림을 참지 못해 2년간 도망가다 10명이 익사했다. 도망치다  잡히면 잔혹한 폭행이 이어졌다. 이런 감화원은 광복 후에도 이어져 1954년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140명 지적장애아동을 수용했고 정신감정결과 이들 중 60명이 정상이었다고 한다. 마구잡이로 넣었다는 이야기다. 이 감화원은 대도 조세형이 여기 출신이기도 하며 1967년에야 문을 닫는 흑역사를 가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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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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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은 '시선으로부터'이다. 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누군가의 시선을 소재로 제목을 정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랬는데 사실 저자는 중의적 의미로 책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책에는 한 가족이 나오는데 이미 작고한 그들의 어머니의 이름이 심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제목은 두 가지 의미로 생각이 되는데 심시선이라는 사람이 만든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가부장적 문제, 서양의 오리엔탈리즘, 한국의 군사정권, 한국전쟁에서 자행된 학살문제가 다뤄지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심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만들어낸 가족을 통해 이런 문제를 다루는 의미로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심시선은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한국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인데 가족들이 서울 북부와 의정부 족에 거주하는 바람에 피난이 늦었다. 그렇다보니 가족이 북한군 점령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는데 일본에 유학을 갖다온 삼촌을 누군가 공산주의자로 밀고하면서 일가족이 거의 모두 학살당하게 된다. 시선은 친척집에 맡겨질 뻔 했으나 그 친척은 시선을 하와이로 보내버린다.

 당시 노동력이 부족했던 하와이 농장에서 시선은 고된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한 독일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였다. 우연히 만난 동양여자, 거기에 그림을 그리는 시선을 보며 그는 시선을 독일로 데려간다. 내가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말과 함께.

 시선은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겠지만 그는 성불능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역의 여자를 두루 섭렵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시선은 미술 공부를 하게 되었지만 폭압적이고 강압적이며 가부장적인 그에게 많은 육체적 심리적 폭행을 당한다. 그러다 요제프 리란 독일인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한국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인간 마티아스는 시선에 대한 마지막 폭력으로 그녀를 원망하는 유서와 함께 자살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작품과 유산을 그녀에게 남긴다.

 시선은 한국으로 돌아와 요제프와 사이에서 아이 둘을 났지만 향수병을 못이긴 요제프를 독일로 돌아간다. 시선은 한국에선 마티아스로 인한 상처로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지만 대신 글을 쓰며 한국의 문학계와 예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도움을 준  광고업체 사장 홍낙한과 결혼하게 된다. 

 시선은 요제프 리와의 사이에서 세 아이를 그리고 홍낙한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둔 딸까지 총 네 아이를 키우게 된다. 시선은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던 사람들은 몰래 숨겨주기도 한다. 그녀는 말년에 건강악화로 죽게되고 절대 제사를 지내지 말란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의 첫째 딸 명혜가 제사를 지내자고 동생들에게 제안하게 되고, 이들 가족들이 모두 시선의 10주기를 맞이해 그녀가 자랐던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선의 딸과 손주들은 모두 시선으로부터 나온 만큼 매우 독특한 직업과 성격을 갖는다. 반면 대조적으로 아들이거나 손주, 사위인 남자들은 매우 평범하게 나온다.

 시선의 일대기를 서술했지만 책은 가족들의 일상과 그들이 겪언 사건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로 쭉 이어지며 매 장마다 시선이 과거에 인터뷰했던 내용이나 방송내용들이 나오고, 시선에 대한 가족들의 회상으로 인해 시선의 일대기를 알 수 있다. 

 가족들은 시선으로부터 나온만큼 직업도 독특하다. 예술품 복원가, 괴수제작자, 광고업체경영자, 잠자리 연구자 등이다. 심지어 아직 학생인 손주도 새 연구를 꿈꾼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화나 생각은 모두 재밌고 독특하다. 직업 세계를 드러내는 부분도 재밌는데 아마도 저자가 이런 직업의 사람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적절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가족의 내용이 많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진 않는다. 저자는 그런 느낌으로 책을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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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책 익스텐드 마인드를 읽었다. 글자 그대로 생각의 확장이다. 인간의 사고의 중추는 당연히 두뇌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의 사고력을 강화하고 발전하려면 두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 익스텐드 마인드'는 제목처럼 사고력의 발달은 그 두뇌에 자극을 주는 환경과 관련지어야 함을 주장한다. 뇌는 두개골에 갇혀 있지만 다른 신체 및 감각기관에 의해 다른 것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책에서 두뇌의 확장으로 보는 것은 3가지 항목으로 나의 몸과, 공간, 타인이다. 먼저 몸을 살펴본다.


1. 몸

 가. 내수용 감각

 내수용 감각은 글자 그대로 사람이 자신의 신체 반응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다. 예를 들면 심장박동을 들 수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그 횟수를 셀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감지 하지 못하나 흥분상태인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상당한 정보량을 수집하고 저장한다. 이것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처리되는 것은 다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두뇌가 처리하기엔 너무 과다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정보는 미래에 생존을 위한 판단에 매우 중요한 데이터로 작용한다. 우리 몸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적인 정보를 찾아내고 저장하면서 미래에 그 정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태그를 붙인다. 그리고 이 태그를 붙인 패턴이 나중에 감지되면 우리의 내수용 감각이 이에 반응하여 이를 알려주게 된다. 

 책 '자유의지는 없다'는 이와 비슷한 설명을 한다. 사람은 의식적으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최근의 뇌 연구는 선택을 하기 전 이미 판단이 이뤄진 상태고 의식은 이런 판단을 했다는 생각을 후천적으로 하게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의 판단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데, 다만 인간의 의식과 평소의 생각이 무의식에 판단하는 데이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평소 나의 의지와 의식은 그런 식으로 나를 개선시킬 수는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신체 감각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이른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패턴을 다소 의식적인 차원에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내수용 감각을 보다 잘 인지하게 되는데, 연구 결과 최후통첩 게임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제안을 거부한다. 이는 합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감정적으로 반응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내수용감각을 잘 인지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불공평한 제안을 보다 잘 수용했다. 

 내수용감각은 꼭 타고나는 것은 아니며 학습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 방법은 우선 자신의 감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떠한 판단을 할 때 그 순간 나에게 발생한 신체 내부의 감각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명명하는 것이다. 

 내수용 감각에 대한 자각은 이처럼 개인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리게 하게 하고, 스트레스에서 더 쉽게 회복하게 도우며, 더 다채롭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 움직이기

 현대 사회는 인간이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를 요구하며 움직이는 것은 그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움직이는 학생과 직장인을 학교의 교사와 기업의 관리자는 절대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대부분을 수렵채집생활을 하며 보냈는데 이는 사람에게 격렬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실제 인간은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때 시각계가 더 예민해진다. 연구결과 방사선 전문의들은 앉아서 할 때보다 트레드 밀 위를 걷고 있을 때 엑스레이상 더 문제 있는 결절을 잘 찾아냈다.

 조인성과 정우성이 검사로 나오는 영화 '더 킹' 에서는 조인성의 고교시절이 나온다. 그는 원래 공부못하는 문제 학생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쌈판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책의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이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책 '운동화 신은 뇌'는 운동과 학습의 관련성을 조명한다. 대부분의 통념은 운동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운동은 뇌를 강하게 자극하고 활성화한다. 연구결과 학습하기 전 적절한 운동은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학습을 위한 뇌세포를 만들어낸다. 때문에 학습전의 운동은 오히려 학습을 위한 적절한 준비가 되며 그 효과를 증대시킨다는 것이 책' 운동화 신은 뇌'의 골자다.

 인간의 뇌가 커진데에는 사회가 커진 것, 육식을 하게 된 것, 문명이 발달하게 된 것등 여러가지 요인이 제기되지만 익스텐드 마인드에서 저자는 인간의 뇌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격렬한 운동을 통해 유산소 활동이 극적으로 증가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몹시 흥미로운 주장이다. 이 모든 것들은 같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체활동과 정신적 예민함은 병존함에도 도시 거주 현대인은 수렵채집활동 시기에 비해 신체활동이 하루 14배나 감소했다. 학생은 하루 중 절반의 시간을 앉아 있으며 성인은 근무시간의 무려 2/3을 앉아서 보낸다. 이는 정신적 둔함을 불러옴과 동시에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저 소모는 13%나 증가하며 정신적으로 더 예민해질 수 있다. 그래서 스탠딩 데스크의 도입이 중요한데 이를 사용하면 학생의 실행기능 향상과 학업이 증가하며, 직장인은 생산성이 향상한다. 

 2016년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의 정신과 교수 줄리 슈비아처는 ADHD진단을 받은 10-17세 아이를 연구했다. 이 아동들은 산만하여 쉽지 않은 정신 과제를 수행할 때 어려움을 겪었는데 놀랍게도 움직임을 허용하자 과제 해결에 필요한 인지능력이 증가했다. 

 그리고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적절한 움직임은 개인마다 상이하다. 일부 사람들은 꼼지락 거림 만으로도 최적의 인지능력을 얻을 수 있다. 꼼지락 거림은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로 이어지는 긍정적 감정상태로 인간을 유도한다. 낙서 역시 지루한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되는데 낙서를 하는 경우 29%나 정보를 더 많이 기억했다. 이런 행위는 대부분의 수업과 직장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운동의 강도 역시 중요하다. 운동은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를 나뉠 수 있는데 이것과 인지기능의 역U자형 곡선을 보인다. 즉, 저강도 일 때 낮은 인지 능력, 중강도 일 때 높은 인지능력, 다시 고강도일 때 낮은 인지능력 향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의 중강도 운동이 적절하다. 이는 높은 각성상태와 뇌의 혈류증가, 뇌의 정보전달 효율성과 뇌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경물질 분비 증가와 관련한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 뇌 상태는 중강도 운동 이후 2시간 동안 유지된다. 

 고강도 운동은 인지 능력의 향상에 방해가 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고강도 운동은 다시엔 인지에 방해가 되나 오히려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변성상태를 가지고 온다. 그러면서 생각과 느낌이 자유롭게 섞이면서 독특하고 예상치 못한 생각이 나중에 떠오르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강도 운동은 최대 심박 80%정도의 강도가 40분 이상 유지되는 정도의 운동을 말한다. 


다. 움직임과 제스처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몸짓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한다. 인간은 언어가 있지만 이전엔 몸짓으로 대화했을 것이 분명하며 지금도 비지시적 언어가 상당부분 인간의 의사소통에 자리하고 있다. 행위화 효과는 움직임과 정보를 연결하면 두 가지 유형의 기억이 모두 활성화 하고 기억이 더 정확해진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일반인이 보기에 말도 안되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98% 정확도로 암기한다. 심지어 촬영이나 공연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나도 90%의 정확도를 보이곤 한다. 이는 놀라운 수치인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의 대사가 바로 몸짓과 관련하기 때문이다. 실제 배우들은 공연이나 영화에서 뻣뻣이 있는 상태가 아닌 상당한 움직임과 같이 대사를 구사한다. 

 때문에 학습전략에 있어 움직임을 포함한 학생은 암기 내용의 76%를 다시 상기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비율이 36%까지 떨어지게 된다. 사고력 강화와 관련한 움직임은 4가지로 동일한 움직임, 새로운 움직임, 자기지시적 움직임, 은유적 움직임이다. 

 동일한 움직임은 이해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신체요소를 도입하여 낯설고 새로운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다. 독서를 하며 책의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나 더하기 빼기를 하며 실제로 앞 뒤로 이동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움직임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신체표현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익히는 것이다. 물리학의 각속도나 구심력을 실제 회전 행위로 경험해볼 수 있다.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우리 몸을 지적 활동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며 광선 위에 올라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자신을 DNA나, 염색체, 면역계, 암세포라고 상상하는 것도 그러하다. 이런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새로운 지식을 자신의 정체성, 경험과 관련 짓는 행위를 통해  일종의 통합 접착제 기능을 하게 되며 이는 깊은 이해와 다른 관점을 고려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은유적 움직임은 정신을 자극하는 동작을 통해 은유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태로 몸을 밀어넣는 것이다.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을 인간적 척도, 체화된 용어 그리고 구경꾼들이 동작하는 사람의 관점을 정신저긍로 시뮬레이션 하기 쉬운 행동으로 만들어준다. 효과적인 제스처를 사용한 회사 설립자들은 신규자금을 유치하는 가능성이 12%나 상승한다. 제스처는 시각적 신호나 운동 신경 신호로 구어를 보강하여 기억력을 상승시키고 정보를 뇌가 아닌 몸으로 떠넘겨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다. 그리고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의 이해와 표현에 도움을 준다.

 부모가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아이는 더 광범위한 언어를 습득하며, 실제로 고소득 부모는 저소득 부모보다 제스처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 결과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부모의 자녀는 14개월 때 90분 간 24개의 제스처를 사용했고 저소득 부모의 자녀는 같은 조건에서 13개의 제스처만을 사용했다. 그 결과 두 부류의 아이들은 입학 때 고소득 자녀는 어휘이해력 점수가 평균 113점이었던 반면 저소득층 아이들은 93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교사는 몸짓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몸짓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교육영상중 무려 68%가 제스처의 핵심은 손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2. 공간

 가. 자연환경

 뇌는 기본적으로 뇌가 작동하는 환경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현대의 인간은 예리한 선과 완벽한 질감의 현대적 건물과 고속도로를 건설했지만 사람은 이런 환경에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는 처리할 수 있는 감각 자극이 있는데 현대의 것들은 이것과 부적합하여 인간의 정신적 자원을 고갈시킨다. 사실 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편안한 환경은 자연환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현대적 도시에 머무르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의 평생의 겨우 7%다. 미국 성인의 60% 이상이 매주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5시간 이하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안전하고 자원이 풍부해 보이는 풍경을 선호한다. 나무와 초원, 수원이 있는 곳들

이다. 책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에서는 인간이 좋아하는 풍경으로 사바나의 환경을 제시한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으로 이곳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은 매우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 반복이 있는 프랙털 환경을 보여준다. 책은 인간이 이런 것을 선호하는 것도 보여준다. 프랙털의 복잡성은 0-3인데 이중 자연은 1.3-1.5정도를 보이며 인간은 이를 가장 선호하고 평안함을 느낀다.

 자연을 산책한 사람은 이전보다 부정적인 반추가 줄어들고 작업기록도 20%나 향상한다. 인간의 정신자원은 쉽게 고갈하는데 자연풍경은 이를 다시 채워준다. 자연경관은 도시보다 원색이고 단순하며 색변화가 적고 직선보다 곡선이 많다. 그리고 가장 자리가 빽빽히 채워진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도시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작 정보를 제공하지만 익숙한 프랙털패턴이기에 인지적 부담이 없다.

 자연을 바라보면 20-60초 사이에 심박수가 줄고 혈압이 내려가고 호흡이 규칙적이 된다. 그로 인해 뇌활동이 편안해지고 눈도 한곳을 오래 응시하고 깜빡임이 줄어든다. 자연에서 사람은 스트레스가 줄고, 정신적 평정이 오며, 회복력이 올라가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상승한다. 

 바이오 필리아 가설이 있다. 이는 인간이 생명이나 생명이 느껴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본능이 있고 이와 연결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뇌는 식물에 내재한 일관된 구조와 중복된 정보를 선호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식물이 있으면 주의력과 기억력, 생산성이 향상한다. 이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바라보는 경외감은 사람을 더 친화적 이타적으로 만들고 이기심을 줄여 공동작업의 효율을 높인다.

 


나. 건축학

 

신경건축학은 우리 니가 건물과 건물 내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는 책 '공간 혁명'에서 제시된 용어로 익스텐드 마인드에서도 등장한다. 인간은 이런 신경건축학을 무시한 소위 비정신적 공간을 건축했다. 그 이유로 책은 3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이 의식적으로 인위적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런 사려 깊은 건축은 효율을 앞세운 직선과 네모진 건물에 비해 시간과 노력, 비용을 더 많이 요구한다. 마지막은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대담한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그런 건축을 추구하다보니 사람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건축을 행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 날 우리는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공간에서 배우고 일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효과적인 사고가 어렵게 되었다. 

 인간의 건축에서 벽은 문명의 발달과 같이 등장한다. 추상적 사고에 대한 요구와 개인적 보호라는 본능이 자리하면서 벽이라는 구조물이 등장한다. 벽은 낯선 고밀도의 타인에게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게 하여 타인을 경계하는 인지적 부담에서 개인을 해방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축학에서 벽은 방해물로 여겨지게 되었다. 공유공간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앨런 곡선은 물리적 거리와 의사소통의 빈도 사이의 일관된 관계를 의미한다. 1.8미터 간격이 20미터 간격보다 규칙적 대화가능성을 4배나 높인다. 가까운 물리적 거리는 마주침의 가능성을 높이고 비공식적 교류를 늘려 생산성 협력에 이바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앨런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통과해 지나가는 공유 공간이 만남을 장려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미MIT에는 무한 복도가 있는데 이는 여러 건물을 관통하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개방공간과 만남은 오히려 창의성과 인지적 사고를 방해한다. 인간은 자신의 활동이 밖으러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작업이 빠르고 더 효과적이다. 지나치게 개방된 공간은 자기 재량을 감소시켜 사람들의 대화를 오히려 피상적으로 만들고 대화 자체의 빈도도 줄인다. 그래서 충분한 만남과 개방 및 공유공간과 더불어 자기 공간도 중요하다. 인간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더 자신감이 있고, 능률적이고 생산적이며 집중력이 높다. 

 공간이 자기 것이 되려면 그곳에 대한 주인의식과 통제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결과 단출한 사물실, 집기가 잘 갖춰진 사무실, 자기 권한이 있는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1배, 1.15배, 1.3배의 효율성 차이를 보였다. 사람은 자기 공간을 꾸미기를 좋아하는데 직접 벽지를 바르거나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 외에도 단순히 책상에 본인이 원하는 피규어나 용품 등을 가져다 놓는 행위도 그러하다. 하지만 각급 학교와 직장은 이를 잘 허용치 않는다.


다.  인지 공간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장소법을 활용한다. 특정 항목을 우리 인간이 공유하는 장소와 연결해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연구결과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특별한 뇌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들은 해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학습전략을 잘 사용한다. 인간의 사고는 이처럼 물리적 공간과 관련이 깊은데 실제 사람은 과거는 뒤, 미래는 앞이라고 말하며 , 목표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몸을 낮게 굽혀야 한다고 말한다. 

 해마는 물리적 공간 탐색과 관련이 깊은데 해마는 또한 우리의 생각과 기억을 일반적으로 체계화하는데 관여한다. 

 인간은 유아기에 기억 상실이 있곤 한데 이는 아직 이동능력이 없어 공간과 기억을 연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는데 책 '나라는 착각' 에서는 유아기의 기억 상실을 아직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사람의 모든 지식은 이야기의 구조를 띠고 있으며 인간은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하지 않고 선별하기에 특정 부분을 인과적으로 연결하여 주목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여튼 공간에 의지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2배나 확장이 가능하다. 이런 공간은 반드시 물리적인 것 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미 유명한 개념 지도는 우리 아는 것을 성찰하고 논리 정연하게 구조화하는 것이다. 개념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안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 

 초대형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시각화 작업의 평균 속도를 10배나 늘린다. 시야가 더 넓어지고 주변부를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한 화면이 아닌 여러 화면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때 56%나 기억력이 상승했다. 화면이 작다는 것은 우리의 개념을 구성하는 지도가 그 화면 자체에 완전히 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계속 머리에 남겨야 하고 그것이 인지를 고갈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여러 컴퓨터 화면을 사용하고, 큰 칠판에 같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정리하며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런 것에 대한 인지때문일지도 모른다. 


3. 다른 사람

 가. 모방대상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이다 보니 모방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한 창조는 거의 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성과물과 학습은 모방에서 출발한다. 과거 유럽엔 도제제도가 있었으며 그것은 거의 모방으로 이뤄졌다. 도제는 처음에 과제를 소리내어 설명한다. 다음은 학습자가 직접 그 과제를 시도하고, 학습자의 과제해결능력이 향상되면 서서히 학습지도를 줄여나가며 마지막은 학습자가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정도로 나아간다.

 모방에 대한 부정적인 사조는 18세기 낭만주의에서 기원한다. 당시 산업화로 인해 같은 공산품의 양산되고 인쇄기의 보편화로 모방이 폄훼 및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모방은 긍정적 효과가 많다. 우선 그 대상자를 긍정적으로 여기게 하며 단지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역동적 행위자로 통찰을 얻게 하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관심을 타인으로 확장하게 한다.

 모방이 성공적인 이유는 이미 모방 대상이 성공적인 모델이므로 다른 가능한 옵션을 선택범위에서 제거해 모방자의 인지적 부담을 준인다는 점이다. 또한 그로 인해 다른 것을 선택하는 실수를 줄 일 수 있으며 모방자는 속임수나 비밀유지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직접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좋은 모방대상으로는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는 습관적으로 여러 작업을 하나의 정신 단위로 묶어나 압축한다. 이는 초보자가 모방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전문가는 전분야에 걸쳐 초보자와 다르게 사안을 본다. 그들은 당면한 상황의 가장 중요한 측면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빠르고 완벽하게 큰 그림으로 파악한다. 이런 전문가의 성향에 대한 모방은 인지력과 학습력을 키우기 위한 매우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나. 협업하기 

 4년 간 수백명의 대학원생의 지적 발전을 추적한 결과 그들의 발전은 가설 생성, 실험 설계, 자려 분석 같은 중요한 기술이나 지도 교수의 가르침이 아닌 연구실에서 그들의 동료들과 함께 하는 밀접한 활동과 관련했음이 밝혀졌다. 

 사실 인간의 지적 사고의 발달은 사회적 과정이다. 심지어 혼자 생각할 때 조차 인간은 자기 자신 혹은 가상의 존재와 대화하는 형식을 갖는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인 과정과 비사회적 과정을 따로 저장하는데 당연히 사회적인 과정의 것을 더 잘 저장하고 활용한다. 

 연구결과 인간의 뇌는 읽거나, 수동적으로 듣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실제 대화할 때 하위 중앙영역이 활성화 한다. 이 부위는 우리가 대화 상대의 말을 예측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학습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게 하는 방법은 효과적일 수 있다. 이 방법은 전통적인 것으로 대개 공부를 잘 하는 사람에게 시키게 하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에게도 이러한 방법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인간은 대개 확증편향으로 인해 자기 자신의 의견은 잘 평가하지 못하지만 타인의 의견엔 상당히 잘 평가한다. 이는 타인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함인데 그래서 사회적 상호학습이 중요하다. 

 협업하기는 반드시 모여서 뭔가를 연구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서로 간의 업무나 학습에 대한 이야가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인간은 인과 관계의 증거를 찾으려 하기에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실제 인간은 글보다 이야기에 담긴 정보를 훨씬 더 잘 기억한다. 다양한 직역에서는 순간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다. 이런 모든 것을 메뉴얼로 만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같은 직역의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이런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된다. 때문에 건강한 조직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가십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다. 


다. 동기화

 동기화는 집단 구성원들이 강한 결속력을 갖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적 관점에서 동기화는 타인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보이게 한다. 다른 사람과 동기화한 그룹은 더 포괄적으로 그룹을 형성하고 더 효율적으로 작업한다. 그래서 세계 각지는 사회적 결속력과 협동의 증가를 위해 의식이나 의례를 통해 동기화를 일으키는 생리적 각성도구를 사용한다.

 모든 국가와 일선 기업이나 조직, 학교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표식이나 노래 등을 거의 반드시 갖고 있는데 이런 장치들은 구성원을 모두 동기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책' 도둑 맞은 집중력'에는 우리 사회가 집중력을 빼앗겨 한 문제에 같이 집중하는 성향이 사라진 점이 강하게 지적한다. 이는 공유된 주의력인데 타인과 동시에 사물이나 현상에 집중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문제해결은 타인과 같이 집중할 때 더 잘 해결된다.
 사람은 어떤 그룹에 속해 있고 그것에 대해 진심 어린 소속감을 느끼면 개인의 정체성이 그룹의 성공에 단단히 결속된다. 이런 멤버십은 강력한 동기 부여의 원천이 된다. 
 이런 집단성은 향상시킬 수 있는데 우선 직접 만나 같이 배우고 익혀야 하며, 교육과 훈련을 같이 하고, 무언가를 느끼며, 의식을 치루고, 같이 행사, 식사하기. 걷기 등의 일상을 공유해야 한다. 즉, 집단성은 같은 근거리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일하는데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툭하면 모든 조직이 같이 밥을 먹고, 여러 행사로 무언가를 같이 하려는 행위는 이런 집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다.  
 동기화를 통한 집단성은 지식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복잡성이 크게 늘어난 현대사회에 필수적이다. 오늘날 과학기술 논문 중 저자가 1인인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그리고 특허 출원의 70%가 공동이다. 이미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기는 매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개인 모델에서 벗어나 그룹으로 작동하고 집단 심리가 원활하게 작용하는 새로운 행동양식을 제도화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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