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의 순간들 더 갤러리 101 1
이진숙 지음 / 돌베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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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대를 훔친 미술'로 유명한 작가 이진숙의 책이다. 저자는 책 '인간 다움의 순간들'에서 그것을 졸고라 칭하지만 사실 내가 본 미술 책들 중 '시대를 훔친 미술'은 단연 최고 중 하나다. 그 책에서 작가 이진숙은 서구에서 예술은 시대를 다소 앞서기도 때론 뒤따라가기도 하였는데 그것을 재밌게 잘 풀어냈다. 

 이번 책은 갤러리 101 시리즈 총 3권의 첫 번째 작품이다. 갤러리 101 시리즈는 제목처럼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조망하며 작가 101명의 삶과 작품, 시대에 대해 풀어낸 시리즈이다. 어찌 보면 시대를 훔친 미술을 더 상세하게 쓴 격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책을 보다 보면 여러 작품과 작가들이 등장해 방향을 잡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책은 친절하게도 큰 장을 들어설 때마다 시대의 흐름과 주요 사건, 그에 따른 미술 사조를 설명해준다. 또한 책의 쪽의 좌측엔 작가의 이름 오른쪽엔 그 작가가 따른 사조를 기입하는 친절을 보이기도 한다.


1. 르네상스

 책 '인간 다움의 순간들' 은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를 다루는데 시기는 16세기부터 19세기 정도까지라고 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이 시기의 미술 사조를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르네상스다. 고대 그리스 로마 이후 서구는 종교가 지배하는 중세 천년의 암흑기에 있었다. 예술은 종교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당연히 소재도 종교를 벗어날 수 없었다. 르네상스는 신에서 인간이 모처럼 중심이 되었으므로 예술의 소재도 인간으로 전환된다. 당시 르네상스의 근간이 되는 철학은 신플라톤주의다. 아름다움의 궁극적 원인인 이데아를 추구하는 미적 이상주의 자연을 재현하되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려는 이상화태도다. 때문에 르네상스 시기의 작가들은 자연과 인간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려면서도 본질적인 미를 드러내기 위해 이상화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그래서 재현이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는다. 재현은 눈에 보이는 자연, 사람을 그대로 묘사하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일점소실 원근법과 공기 원근법, 명암법 등 다양한 회화기법이 등장한다. 이런 경향은 19세기 인상주의 까지 지속적 영향력을 갖게 된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회화를 그리는 방법으로 프레스코화와 템페라가 있다. 프레스코화는 벽에 회칠을 한 후 젖은 상태에서 빠르게 그리는 수채화의 일종이며 벽에 그리다 보니 공공미술의 성격을 띄었다. 템페라는 계란 노른자에 안료를 풀어서 그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양자 모두 현실 재현에 부족함을 갖는 방법이기에 마침내 유화가 등장한다. 유화는 안료를 기름에 풀어서 그리는 방법으로 이로써 예술품은 더 강한 질감과 표현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으며 현실의 재현도 강력해졌다. 더 나아가 유화는 인간 심리의 미묘한 감정과 심리, 영혼의 미세한 떨림까지 표현 가능하게 하였다. 

 이 시기는 지금은 매우 흔한 이젤 페인팅이 등장한다. 이동이 가능한 이젤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게 가능해지면서 예술품은 사적인 재산의 일부가 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초상화가 등장한다. 기존에 초상화는 신화나 종교적 인물만이 대상이었으나 이젠 평범한 세속의 인물이 주인공이 되면서 개인의 가치가 서서히 증대됨을 보여주었다. 

 르네상스를 연 작가로는 이탈리아의 마사초가 꼽힌다. 마사초가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은 그가 그림자를 그려 넣었기 때문이다. 중세 천년간 예술의 대상은 신이나 성인으로 이들은 모두 빛 그 자체이므로 그림자가 존재할 수 없다. 때문에 그림자를 그렸다는 것은 예술이 종교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 되며 그림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그림 안에 빛의 방향이 결정되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원근법이 등장한다. 중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중시했기에 거리와 상관없이 중요한 것을 크게 그려넣었다. 그리다 보니 신과 성인, 왕이나 귀족이 크게 그러졌으며 평민은 그려지지 않거나 가장 작았다. 하지만 원근법이 등장하면서 신분과 상관없이 거리에 따라 크기가 달라졌다. 그 자체가 혁명적 시도였던 것이다. 

 중세에 등장한 그림 중 현재까지도 가장 가치가 높은 작품은 단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모나리자의 가치가 높은 것은 몇몇 장치 덕분인데 우선 평범한 여성이 등장하면서 심지어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웃음이 무슨 문제인가 싶겠지만 서양문화의 두축인 헬레니즘과 히브리즘 모두에서 웃음은 금기시된 것이었다. 양자는 무거운 엄숙한 문화인데 특히 중세엔 중교적 구원이 중요시되면서 현실의 삶은 경시되었다. 때문에 현실에서의 웃음을 작품으로 드러내는 것은 지금 여기서의 삶이 즐겁게 의미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된다. 심지어 모나리자에는 배경이 있는데 당시 초상화의 대상은 왕이나 귀족이었고 그들의 배경은 당연히 그들의 영지였다. 그런데 모나리자에는 당돌하게도 배경이 존재한다. 다빈치는 모나리자에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회화의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윤곽선을 자연스럽게 번지듯 그려 넣는 일종의 명암법이다. 또한 당시만 해도 아직 캔버스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모나리자는 목판에 그려진 작품이다. 

 르네상스 시기는 개인이 탄생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는 예술에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초상화가 그 증거다.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무려 상인계급의 첫 초상화다. 중세인은 거실이란 공동공간에서 거주했는데 그러다 문이 생기고 공간이 분할되어 사적인 공간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런 개인이 등장해 초상화와 더불어 자화상도 생겨난다. 1500년 알브레히트 뒤러는 놀랍게도 정면 초상화를 그렸는데 중세만 해도 정면 초상화는 신을 그릴 때만 가능했다.  


2. 매너리즘과 바로크

 매너리즘은 1520년에서 1600년까지 미술, 조화, 발전, 진보에 대한 르네상스적인 낙관을 잃어버린 시대에 예술가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나타났다. 그래서 이들은 형식적인 유희에 탐닉하게 된다. 매너리즘적 인간은 르네상스적 확인과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로 그들의 신체는 고전적인 비례를 잃고 길쭉하게 변형되어 그려지게 된다. 바로크는 17세기에 번성한 미술 양식으로 찌그러진 모양의 진주라는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했다. 바로크 미술에서 인간은 분열하고 불안해진 세계를 살아가는 결점투성이 개인이다. 당시는 종교갈등으로 인해 구교는 권위회복과 교회의 영광을 위해 교회미술에 큰 관심과 투자를 했는데 이것이 바로크 미술의 원동력이 된다. 

 이 시기는 카라바조, 푸생, 루벤스, 벨라스케스, 램브란트, 프란스 힐, 페르메이르가 등장했으며 이들은 그림 앞에 마주서면 실제 사건을 보는 듯한 최고조의 환영주의를 이끌었다. 테네비브리즘이라는 극단적 명암대조법도 등장했는데 사건의 중요한 부분은 환하게 나타내고 나머지는 어둡게 처리하여 사건에 집중하게 하는 방법으로 카라바조가 시작해 램브란트가 이를 최고 경지로 이끌었다. 

 17세기에 네덜란드는 스페인에서 독립한다. 네덜란드는 시민의 힘으로 독립하여 강한 자긍심과 원동력을 갖고 있었고 보통 사람들에 의한 황금기를 경험한다. 이런 평민들의 시대는 풍경화와 풍속화 정물화가 하나의 장르로 등장하는 계기가 된다. 

 카라바조는 회화의 세기인 17세기를 연 화가다. 그는 테네브리즘, 자연주의, 드라미티즘을 개발했다. 그의 자연주의는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 것으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고 추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래서 카라바조가 그린 몸은 인간의 육체적 한계, 생로병사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며 신성한 기적을 거부한다. 

 아우구스부르크 종교화의로 일국 일교의 원칙이 정해진다. 그래서 각 국이나 지역의 종교는 왕이나 제후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으며 예술도 이를 추종해 신의 영광을 찬양하던 미술에서 왕의 권력을 찬양하는 미술로 전환한다. 그래서 17세기 중반 이후 궁정 바로크 미술이 크게 발전하게 된다. 군주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왕권신수설을 주장했고, 지동설을 옹호했는데 이는 천동설을 고집하는 교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태양과 비유되던 왕권을 강화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같은 차원에서 자신들의 초상화도 많이 그렸다. 때문에 왕권의 정당성이 부족했던 프랑스의 마리 드 메디시스나 영국의 찰스 1세, 러시아의 예카테리나2세, 나폴레옹등이 요란하게 초상화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왕과 성직자, 광대를 모두 그린다. 그는 이들을 미화하지 않고 그려냈는데 그림에 담은 그의 인물 해석은 17세기의 관습과 편견을 넘어섰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신분이나 부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교황도 그렸는데 그의 고집스러운 면과 불안한 표정을 그대로 그려내 교황자체가 매우 불안하게 여겼다고 한다. 


3.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루이 14세의 사후 그 손자가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섭정시대가 등장한다. 그리고 섭정양식이라 불리는 섬세하고 장식적인 귀족 중심의 문화가 펼쳐지고 이것이 로코코다. 로코코 속 인간은 전원에서 사랑을 나누는 카사노바적 인간이거나 돈과 능력은 있으나 정치권력에서 소외한 인간이다. 신 고전주의는 퇴폐적 로코코를 비판하면서 등장한 미술이다. 그리스 스타일을 모범 삼아 표현과 포즈에서 고귀한 단순함과 고요한 위대함을 추구한다. 프랑스 혁명 초기 주요세력이 원하는 이성적인 사회질서에 상응하는 미적 이상을 보여주는 인간이 주인공이 된다. 낭만주의는 신고전주의의 보편적 미 원칙을 거부한다. 이성보다는 감정, 보편보다는 특수, 합리보다는 비합리를 추구한다. 신고전주의가 그리스 로마라는 보편을 지향했다면 낭만주의는 각국의 역사라는 개별을 향한 운동이다. 그래서 각국의 민족적 특성에 관심이 있었으며 예술가들은 인물의 개성에 주목한다.

 신고전주의는 로코코의 몽롱한 유희에서 벗어나 다시 의미 있는 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등장한다. 때문에 신고전주의는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교훈이 담겨야 하며 그래서 그 주인공은 영웅이다. 그래서 자크 루이스 다비의 그림에는 유독 죽음이 많으며 대상은 트로이의 핵토르나 소크라테스, 프랑스 혁명의 마라등이다.

 앵그르는 터키탕을 그렸다. 그림은 특이하게도 원형인데 이는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남성 중심의 관음증을 의미한다. 앵그르의 시대에는 비너스를 그리는게 이미 낯간지러운 시기가 된다. 그래서 비너스의 자리에는 마음놓고 쳐다봐도 되는 새로운 약자인 오달리스크라는 동양 여자가 자리한다. 이는 남성위주의 제국주의적 시각이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 그리고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으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하지만 과거의 혁신적 강자 스페인은 아직도 절대왕정과 종교재판에 갇혀있는 전근대적 국가였다. 프란시스 고야의 그림은 그래서 어두운 낭만주의가 된다. 자식을 삼키는 사투르 누스나 5월 3일의 저항 등은 그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낭만주의에서 테오도로 제리코도 어둠움을 그린다. 그가 주목한 것은 시신과 정신병자다. 그는 메두사호의 뗏목을 그려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러냈으며 정신질환자들을 초상화의 대상으로 삼았다. 흔히 비정상으로 분류되던 그들을 초상화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제리코는 그들을 인간의 영역으로 복귀시켰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어리석음과 약함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제리코의 낭만주의는 이성 중심의 계몽주의 철학과 신고전주의가 놓치고 있던 한 측면을 예술로 발전시켜 이후 현대 예술사에서 추가 중심으로 자리 잡는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19세기 초반에는 현재의 상황을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빗대어 그리는 관행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건을 직접 다루는 역사화가 등장한다. 이는 새로운 역사적 주체인 민중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독일 낭만주의는 독일 국민의 민족 의식 자각과 관련이 있으며 그들은 신고전주의는 프랑스 양식으로 간주하여 거부하고 게르만의 뿌리는 찾으려는 노력으로 낭만주의를 전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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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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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5억년 전에 지구에서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진화하며 번성했다. 하지만 이후 다섯 번 정도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끔찍했던 것이 페름기 대멸종이다. 90%이상의 생물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의 주범은 놀랍게도 극단적 '지구 온난화'다. 판게아로 지구가 하나로 연결되있던 당시 지구의 온도는 지금보다 6도 이상 높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지구 상의 환경이 극심하게 변하여 멸종이 일어났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금의 시베리아에서 마그마가 상당히 대규모로 넓게 분출한다. 그런데 이 마그마는 지층 틈사이로도 수백km를 파고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대규모의 석탄층을 만났는데 잠자던 이 층은 뜨거운 마그마와 만나 폭발하고 대규모 산소와 만나 그야말로 엄청난 불기둥을 내뿜는다. 대기에는 이렇게 엄청난 탄소가 보급된다. 이산화탄소와 황의 분출로 지상엔 강한 산성비가 대규모로 내며 생명체를 사멸시킨다. 여기에 달궈진 지층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염화메틸과 메틸브로마이드를 배출하는데 이는 성층권으로 올라가 오존층을 파괴한다. 이로써 지상의 생물들은 강한 자외선에 강한 산성비, 온난화로 인한 극초온에 시달리게 된다.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한 지상에는 풀한포기 남아있지 않다. 대체로 가물었는데 어쩌다 폭우가 내리면 이것이 모든 토양층을 휩쓸고 지나가 대지를 불모지로 만들었다. 이런 육상의 풍부한 유기물은 폭우로 대량으로 바다에 유입되었는데 이로써 바다도 죽어버린다. 안그래도 고온으로 대양의 산소가 고갈되고 바닷물이 뜨거워져 아래로의 산소공급도 끊긴 상황이었다. 여기에 육지로부터의 부영양화로 녹조가 발생하고 산소는 더욱 고갈된다. 때문에 당시의 바다는 거의 무산소화가 되어 대부분의 바다 생물도 사멸한다. 이것이 페름기 멸종의 진상이다. 문제는 이것이 자연적이기는 하나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지구 온난화로 인함이었고 이것이 인위적으로 당시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로 인간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은 1도부터 6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면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인간에게 하나하나 경고한다. 이 책은 2007년 정도에 나왔던 책인데 당시만 해도 어느 정도 희망이란 걸 갖고 있던 저자는 개정판을 내는 10년 후의 상황이 더욱 암울해지자 더욱 강한 어조로 책을 통해 경고를 한다.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인류와 지구 상의 아무 죄 없는 생물들의 생존가능성은 낮아진다. 분야별로 정리해봤다.


1. 식량부족

 21세기 말까지 인간은 개체수가 100억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들을 부양하려면 지금의 2배 정도의 식량생산이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로 식량생산량은 줄어들 전망이다. 당초 2도 정도까지의 기온 상승이라면 이산화탄소 비료 효과로 식물이 오히려 더 잘 자랄 수 있다는 기대찬 희망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가 못하다. 여기에 이산화탄소가 식물이 과공급되면 다른 미네랄 함량을 떨어뜨려 작물의 영양가마저 떨어지게 된다. 기온이 급상승하면 밀, 옥수수, 콩, 쌀 등 인간의 주산물이 견딜 수 있는 내열한계를 넘어서게 되어 사실상 노지재배가 끝장나게 된다. 

 물론 이들의 재배지를 북상으로 옮긴다는 현실적인 대책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시베리아의 토양은 개척된 적이 없으며 기후만 적합해질 뿐이지 토양이 재배에 적합한지도 미지수다. 또한 상당수의 가축들도 열로 인한 스트로스와 가뭄, 질병의 창궐로 지금처럼 많은 식량을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방법은 재배지를 사전에 북상시키고 미리 경작 준비를 해 놓는 것, 그리고 유전자 조작으로 내열성과 가뭄에 잘 견디는 품종의 개발,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수직농업이나 배양육처럼 실내에서 식량을 보급하는 것을 강구하는 것이다.


2. 식수부족

 인간의 민물의 의존하며 지구 상의 중요한 강들은 많은 경우 산악빙하에 유량을 의존하기도 한다. 산악빙하가 기온 상승으로 고갈하면 아랄해와 중앙아시아 타림 분지의 강유역들, 인더스, 갠지스, 바라마푸트라 강의 유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더스, 갠지스, 브라마푸트라 강은 9억의 인구가 의지하는 강이다. 

 기온이 계속해서 오르면 빠른 증발로 지구 표면은 점차 건조기후화 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의 좁은 지역과 남미 일부와 뉴기니섬, 방글라데시와 인도 중부, 캄보디아 서부와 중부는 오히려 강수가 증가한다. 그리고 알래스카와 캐나다 서부와 중부, 영국, 스칸디나비아, 시베리아, 한국과 일본 지역은 오히려 강수가 보통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 외 나머지인 지구의 절대 다수 지역은 강수가 크게 감소한다. 지중해와 호주, 남아프리카, 남미는 건조화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아마존의 건조화 가능성이다. 아마존은 상당한 생물량으로 1500-2000억 톤의 탄소를 저장중이다. 기온 상승으로 인하 기후 변화로 이 지역은 점자 강수량이 줄고 있는데 물이 부족하면 나무의 생장저해로 숲의 탄소저장 효과가 무려 10억톤가량 감소한다. 아마존 뿐만 아니라 현재 열대상록수림의 2/3이 강우량이 감소하고 있다. 아마존은 내부에서도 벌채가 상당히 진행중인데 이로 인해 건조한 사바나로 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된다면 탄소를 흡수하는 것에서 방출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변해 지구 온난화에 양의 되먹임을 하는 주요 지역이 되어 버린다.

 

3. 바다의 산성화와 산소고갈

 여름 날 바깥에 나둔 탄산 음료의 운명이 그러하듯 액체는 기온이 높아질 수록 기체를 녹이지 못하고 방출한다. 바다도 그러하므로 기온이 상승할 수록 바다의 기온이 상승하여 산소가 없는 죽음의 공간이 넓어진다. 반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는 너무 많아져 이것이 바다에 녹아들어가 바다를 산성화시킨다. 

 바다가 산성화하면 가장 먼저 탄산칼슘을 이용하여 몸의 형태를 구성하는 생물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들이 바다 생태계의 가장 하부이자 중추적 역할을 하는 플랑크톤이나 크릴새우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죽으면 바다 생태계는 아래부터 붕괴되어 아무것도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산호초 역시 사멸하고 있다. 높아진 바다의 기온으로 산호는 죽고 있다. 산호군은 놀랍게도 달의 위상과 주변 환경을 이용하여 멀리 떨어진 군락들이 서로 동시에 정자와 난자를 배출하여 수정하는 방식으로 번성한다. 하지만 해수온도 상승으로 이 동시성에 문제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1970년대 이후 산호의 번식성공률은 80%이상 감소했다. 산호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4. 생물군의 절멸

 생물은 주변 환경에 맞게 진화했으며 여기엔 당연히 기후대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적합한 기후대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 온난화 때문이다. 온난화로 동식물의 적합 서식지는 10년 간 극지로 약 17km이동했고 고도는 10m나 상승했다. 문제는 생물종이 이를 따라가진 못한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 조류와 나비는 각각 212km, 135km나 뒤쳐졌다.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이 정도이니 걷지 못하는 식물이나 이동에 제약이 많은 육상동물의 사정은 더하면 더했지 못할리가 없다. 이들의 이동이 쉽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적합한 모든 환경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야 자동차나 걸어서 조금만 이동해도 모든 식량과 집등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이 있지만 자연 생물은 그렇지 않다. 갑작스런 원거리 이동은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쉬운 이동이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폭염은 이들의 생식력 마저 감소시킨다. 한번의 폭염은 딱정벌레의 생식력을 절반을 줄이고 두 번의 폭염은 이들을 거세시킨다. 질병도 창궐한다. 양서류인 개구리, 도롱뇽은 전염성 피부염으로 개체군이 크게 줄었다. 최소 501종의 양서류가 기온 상승으로 멸종했고 124종은 90%이상 개체수가 줄었다. 

 주요 곤충군은 40%이상 감소했는데 이들은 인간이 주요 식량원으로 삼는 작물의 수정을 담당하기에 식량 수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5. 해수면 상승

 기온이 지금처럼 상승하면 그린란드의 빙하와 산악빙학, 북극의 방하, 남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수미터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 세계 각 지역의 해안 혹은 강가 근처의 인구는 늘 위험체 노출되게 된다. 피신해야 할 인구는 10억 이상이다. 이미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해안에 방어선을 구축 중인데 이를 유지 보수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 해안 지역에서 해수면 상승에 맞서기 위해 향후 20년간 필요한 돈만 최소 4천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간 부동산 업자들은 해안지역과 하천 주변에 마구잡이로 주택을 지어 고가에 팔아왔는데 이 엄청난 자산이 좌초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수면 상승은 문화유적과 자연유산도 파괴한다. 카르타고의 유적, 베네치아와 그 지역의 석호, 이스터섬의 조각상, 헤르클라네움의 로마 유적, 티레의 옛 도시, 런던 탑, 자유의 여신상,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가 모두 보존이 어렵다. 


6. 질병 창궐

 기온이 올라가니 당연히 질병이 는다. 기온이 3도만 상승해도 지구의 1/3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매년 20일 이상 죽음의 문턱에 해당하는 기온과 습도에 인간이 노출된다. 당연히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하게 될 것이다. 특히, 선진국 지역에서는 에어컨이 있는 지역에 머물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의 사람들과 하층민들은 극도의 열스트레스로 인한 죽음에 노출될 것이 뻔하다. 여기에 이렇게 높은 기온은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방해하게 된다. 여름철이면 노동이 가능한 시간이 아침 저녁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며 이로 인해 생산저해효과는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모기에 의한 뎅기열은 내부출혈을 일으킨다. 바이러스성이라 항생제 효과가 없다. 이 병은 1970년대 9개 나라에 있었으나 지금은 100개 나라의 풍토병이다. 기온 상승 때문이다. 매년 3억 9천만의 뎅기열 환자가 온난화로 생길 것이며 어린이 사망자만 1만 2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뎅기열을 감염시키는 흰줄숲모기와 이집트 숲모기의 서식지가 온난화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무서운 사실은 지구 온난화가 극심화하면 지금의 열대 지역은 모기도 살 수 없을 정도로 더워진다는 사실이다. 뎅기열과 더불어 말리리아도 확산할 것이다.


7. 정치적 혼란

 온난화로 식수 및 식량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이 사단에 가장 적은 기여를 한 가난한 나라가 먼저 붕괴하게 될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북아프리카 및 중동의 가난한 독재 국가들은 가장 먼지 정치체계가 붕괴했다. 이후 이 지역에서 대량 난민이 발생해 이들이 가장 가까운 선진사회인 유럽으로 이동했고, 이 난민에 대한 반감으로 극우정이가 유럽사회에서 세력을 키우게 되었다.

 온난화로 식수가 고갈되고 이로 인해 식량 자급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당연히 생존을 위해 이주를 하려 할 것이다. 이주에는 국경을 초월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식량 및 식수가 간신히 자급이 가능한 주요 선진국들은 문을 걸어 잠글것이 자명하다. 당연히 내부에서는 생존을 위해 외부인을 혐오하고 차별짓는 정치가 횡횡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이를 에코파시즘이라 칭했는데 매우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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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독서교육 - 초등학교 교실에서 책과 친해지는 책 읽기
신현주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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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에 읽은 '책 읽는 뇌'에서는 인간은 독서를 위해 진화하지 않았고 독서는 그래서 많은 노력과 다른 여러 기능과 신경 통로들이 총체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고급 기능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독서를 하지 않는 지금의 세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말 지금의 아이들이 그러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에 둘러싸여 영상과 함께한 지금의 아이들은 글씨로 가득한 지금의 책에 어떠한 흥미도 보이질 않는다. 책은 재미도 없고 시간 투자가 필요하며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다. 만화 정도만이 간신히 그들의 흥미를 끈다.

 하지만 영상이 책을 대체하긴 쉽지 않다. 영상은 책 만큼 길어지기 어렵고 의외로 많은 정보를 간단히 담기도 어려우며 제작도 책보다 훨씬 어렵다. 무엇보다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들기에 시청자로 하여금 숙고와 자기 생각을 만들어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에도 책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종이가 되었든 전자의 형태가 되었든.

 그래서 독서 교육이 중요하다. 어릴적부터 책을 가까이 하고 읽어내고 좋아하는 힘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에 실패했기에 한국인은 연간 5권 미만의 책을 볼 뿐이며 그나마도 가벼운 문학과 투자, 에세이에 집중된다. 천천히 스며드는 독서교육은 글자 처럼 바로 책을 대하기 보다는 책을 읽는 아이를 이해하는 일에서 출발하여 아이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책을 읽는 모습을 관찰하는 활동 등을 통해 접근해 가는 방식이다. 

 최근 아이들은 문해력이 많이 떨어져있는데 이는 상상력의 부재가 한몫을 한다. 아이들은 글을 읽고 이를 상상해 본 경험이 적다. 바로 영상으로 실체를 보여주는 매체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이 언어를 지배하는 지금의 시대는 책을 읽기가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독서 교육엔 더 촘촘한 활동이 필요한데 저자는 책을 읽고 그림으로 이를 묘사하기, 그리고 줄거리를 10줄로 요약하기, 친구들과 모둠별로 5분간 서로 줄거리 발표하기, 한 편의 글을 연극으로 표현하기 등을 교육활동으로 제시한다. 

 책에는 몰입독서 부분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인상 깊었다. 몰입독서는 다른 독후활동을 자제하고 읽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교육이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거의 책을 보지 않고 방과후엔 학원을 가며 집에서는 스마트폰에 집중하기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때문에 반 아이들이 다 같이 집중하여 수업시간에 책을 읽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몰입독서에서 처음에 중요한 것은 잔소리 하지 않기다. 아이들은 책을 자주 읽어 보지 않았기에 초반엔 자주 책을 바꾸고, 좀처럼 앉지 못하고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를 참고 견디며 활동을 지속하면 이런 활동일 놀랍게 줄어든다. 교사는 독서관찰일지를 마련하고 학생이 고른 책들과 읽을 때의 특징을 기록하고, 학생의 취향과 관심사로 읽기 수준을 짐작한다. 몰입 독서 후에는 학생이 읽은 책의 목록과 주인공의 이름, 읽은 횟수, 시간을 정리한다. 학생들은 몰입 독서 후에 이구동성으로 자유와 집중, 성취를 경험한다. 강제로 시킨 것 같은 이 활동에서 자기가 원하는 책을 골라 자유롭게 시간을 쓰게되니 자유를 경험하고 같이 자신도 놀랄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며 글밥이 가득한 두꺼운 책을 읽어냈다라는 성취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책에는 스며드는 독서 교육 뿐만 아니라 수업 중에 이뤄지는 다양한 독서 교육법과 학생들이 학년급별로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수록되어 있다. 독서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꼭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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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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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리우의 또 다른 책이다. 이번이 세 권째인데 역시 단편 모음집이다. 장편은 없는 건가, 겉면만 보고 쉽게 알 수 없기에 좀 고민이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각각 장단이 있다. 단편은 다양함이 있고 작품이 많다보니 그래도 내 취향이 뭐하나라도 걸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분위기와 이야기에 들어가야 하니 그게 좀 귀찮다. 장편은 한번 빠져들면 긴 몰입감으로 책을 쭉쭉 읽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하나라 취향을 타주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여튼 켄 리우의 책은 모두 재밌었지만 이번 책은 지난 주 읽은 책과 상당히 유사해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두 부분 정도가 인상깊었다. 하나는 멀리 떨어진 자식이 와병중인 부모를 원격으로 로봇에 접속해 로봇을 움직이며 병문안하고 간병하는 이야기였다. 이 로봇은 죄의식을 덜어주기 위해 개발되었다는데 그는 로봇을 통해 아픈 어머니의 똥기저귀 냄새, 죽음의 냄새등을 맡지 않아도 된다. 켄 리우는 마치 가족 중 중환자가 있었던 경험이 있는 것처럼 이 장면을 그리고 간병을 해야하는 가족의 심리를 잘 묘사했는데 이를 또 과학기술과 접목하니 탁월했다.

 다른 장면은 역시 인공지능 부분이다. 삼부작이 연결되었는데 내용은 이렇다. 사람들의 뇌를 스캔하여 가상 세계에서 물질을 초월해 영생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에 사람들은 하나 둘 현실 세계를 떠나간다. 처음엔 죽음을 앞둔 사람, 병에 걸린 사람들이었겠지만 나중엔 멀쩡한 사람들도 그 길을 따라간다. 그렇다보니 현실은 초토화된다. 발전을 하는 사람도, 도시를 관리하는 사람도, 공무원도 직장인도, 기업인도, 상인도, 농업인도 사라진다. 남은 사람들은 모든 도시 기반 시설이 망가진 상황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한 가족은 그런 삶은 영위하면서 진정한 삶은 물질에 기반하여 죽음을 맞는 삶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의 어머니가 병에 걸리고 아버진 자신과 그녀의 신념에 반하지만 그녀를 잃을 수 없기에 영생 시술을 강행한다.

 그리고 가상 세계로 들어간 어머니는 변화한다. 그녀는 남은 가족들에게 이 세계로 들어올 것을 권한다. 아버지는 그녀를 따라간다. 그리고 가상세계의 사람들은 그 안에서 아이들을 탄생시키는 방법도 알아낸다. 그래서 아이들은 물질 세계를 경험한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구분된다. 가상세계의 아이는 살아가며 로봇에 들어가는 것을 통해 물질세계 지구를 구분한다. 가상세계에선 3-4차원의 낮은 차원을 무척 지루해하던 그들이었지만 3차원에 불과한 물질세계가 주는 느낌과 경험, 감각에 압도된다. 

 만약 인간 사회에 가까운 시일내에 이런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하다. 인간이 사라져 문명은 초토화되었으나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지구 생물권은 놀랍게 회복된다. 그리고 가상세계인들은 자신들의 문명을 긍정하며 과거 야만적으로 자신들이 살기 위해 지구를 파괴했던 과거를 경멸한다. 그런데 그들의 가상세계도 아마도 거대한 데이터 센터와 통신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등의 물질세계가 필요하다. 그건 어떻게 된 것일까. 책엔 자세한 설명은 나오진 않는다. 하여튼 이 같은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때 인류 대부분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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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이 24주년 기념으로 당신의 독서기록 행사를 했다. 매년 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좀 더 보기 좋고 감각적인 느낌이 든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 기분을 좋게 해주지만 그렇게 내가 한 살을 더 먹어 좀 더 죽음에 가까워졌고, 얼마 안되는 인생에서 생각보다 많은 지분을 책에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돈도 물론이다. 

 작가 유시민의 책을 비교적 꼬박꼬박 보는 편인데 의외로 알라딘 기록에 의하면 내가 구입한 유시민 책은 고작 4권 뿐이었다. 그의 책을 직접 사기도 샀지만 내 계정이 아닌 다른 경로로 샀거나 아주 일부는 도서관, 그리고 역시 극히 일부는 알라딘을 이용하기 이전에 직접 서점에서 샀던 것 같다. 이런 불일치는 대충 그렇게 설명이 된다. 

 이번에 나온 그의 '문과남자의 과학공부'를 보면서 유작가가 나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지만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되어 무척 좋았다. 나 역시 전형적인 문과생이지만 과학책을 꾸준히 보고 이젠 인문학 책보다 과학교양서가 인간 이해에 대해 더 대단하고 얻을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나는 인간이라는 학문이 있다면 그것의 뼈대와 주요 근간을 이루는 총론은 과학이 설명하고 있으며 다양하게 나타나는 문명을 비롯한 인간이 만들어낸 학문과 각종 현상의 구체적 설명은 다른 학문영역들이 각론으로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자는 물론 동등하지만 총론을 벗어난 각론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때론 각론도 총론에 유의미한 방향성이나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시민과 내가 과학책을 보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어디까지나 우연과 약간의 필요성 때문이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사회과학과 철학에서 채워주지 못한 인간 근본에 대한 이해욕망을 채워주어 향후 독서 비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도 그렇다. 이렇게 생각보다 많이 본 유시민의 책을 이번에 정리해보았다.


1. 부자의 경제학과 빈민의 경제학

 유시민은 지금은 작가이자, 주요 시사 프로그램의 논객이지만 원래는 정치인이었으며 그보다 전에는 학생운동가였고 원래는 대학의 경제학도였다. 그런 유시민이니 당연히 경제학 책이 한 권쯤 있을 만하다. 젊어서 빈부격차와 독재정권의 폐해에 대해 고민했던 그였기에 부자를 위한 경제학과 빈자를 위한 경제학을 구분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했다. 이 책은 그런 성향을 가지 경제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경제학을 정리한 것이다. 대학 초년때 읽은 책으로 무척 오래되었다. 개정판으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2.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의 책 중 초창기에 가장 성공한 책이란 생각이다. 지금이야 잘 드러나있지만 20-30년전 만해도 숨겨진 역사는 대중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숨겨진 역사란 국가권력이나 서구열강국가들에 희생된 그 국가의 사람들이나 피해국가의 상황들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 드레퓌스 사건을 알게 되었고 젊은 날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베트남전 역시 충격이었다. 베트남은 공산국가로 그들의 승리는 한국 주류 정치와 역사에 부정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며 한국은 그들의 통일전쟁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상당히 오랜기간 많은 병력을 파병했기 때문이다. 


3. 청춘의 독서

 나온지 오래된 책이지만 난 최근에 읽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띄었던 듯 하다. 유시민이 인상 깊게 본 책과 저자들의 소개가 쭉 나오는 책이다. 뛰어난 독서가 분들은 굳이 볼 필요는 없고 대학초년생들이나 독서에 관심이 많은 고교생 정도가 보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막 대학에 들어가서 교양을 쌓고 싶은 새내기에게 선물로 딱이란 생각이다. 난 나이가 들어 봤지만 역시 유작가의 책이라 빠르면서도 즐겁게 보았다. 당연히 그가 추천해준 작품과 작가 중 처음 접하는 사람도 많았다.


4.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이 정치인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고 본격적으로 작가로 전업하면서 쓴 책이다. 유시민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것들과 부딪히며 치열하게 살았지만 그것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 가는게 행복이지 고민도 많았다. 그런 생각을 집대성 한게 이 책이라 볼 수 있다. 유시민 책 중 수필 느낌이 나는 책으로 좀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미워하는 사람도 많고, 옳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많았던 그 시기에 뭔가를 놓은 것 같은 관조의 느낌이 나는 책이다. 이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즈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 진보와 보수의 특징을 구분하는데 이 성향을 상당히 선천적으로 보고 있어 이미 이즈음에도 과학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5.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의 책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을 꼽으로면 난 이 책을 꼽는다.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불과 2-300년전에 형성된 국민국가에 소속되어 살기에 이를 당연시 하지만 실제 그 역사는 오래지 않았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독재정권에 의한 국가의 폭압이 가득한데 한편으로 사회계약론 같은 것을 살펴보면 국가는 국민을 위한 일종의 합의적 계약체이고 헙법도 그런 면을 많이 보인다. 이런 이중적인 국가의 면을 바라보며 유시민은 국가를 책에서 4종류로 구분한다. 국가주의적 국가, 자유주의적 국가, 마르크스적 국가, 목적론적 국가다. 국가가 존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시민의 공동체의 선으로서의 목적을 중시하는 목적론적 국가를 가장 중시하며 이를 지향점으로 제시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준 책이었다.


6. 나의 한국 현대사

 이 책은 유작가의 책 중 두 번째로 인상 깊은 책이다. 그는 독재탄압과 노무현의 상실이라는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다소 놀랍게도 한국의 보수주의를 인정한다. 그들이 옳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하나의 입장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입장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게 이 책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산업화로 상징되는데 그래서 그는 한국의 양 세력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으로 나눈다. 그리고 한국사에서 그들이 한 일을 잔잔히 짚어내고 보여준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다.


7.후불제 민주주의

 한국은 서구열강을 제외한다면 거의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다. 이런 한국의 길은 다른 나라들도 쉽게 밣을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다른 후속 주자는 전무하며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는 미래엔 아예 어려울지도 모른다. 한국의 불타는 기질과 남에게 쉽게 굴종하지 않으면서도 권력에 잘 순응하는 복잡한 면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강력한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형식적 민주화를 이뤄냈음에도 아직 그것을 내실있게 뒷받침할만한 서구 사회 수준의 지역적, 풀뿌리적 시민성을 갖추질 못했다. 그렇게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부침을 거듭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론 잘못된 선택으로 그 대가를 치루곤 하는데 그게 바로 후불제 민주주의다. 웬지 지금도 그런 것 같다.\\


8.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작가의 책 중 가장 의외다 라면 읽은 책이다. 그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기에 글을 쓰는 법에 대한 책을 냈는데 그것이 이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서 오염된 일본식 표현, 미국식 표현등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 그는 우리 말을 잘 쓰게 의식을 심어준 분으로 이오덕 선생을 꼽는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교육계에서 유명한 분으로 따지고 보면 지금의 혁신교육의 뿌리라고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여튼 이 책을 보고 더 짧고 단순하게 한국식으로 쓰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하게 된게 큰 소득이다. 짧게나마 유시민이 쓴 소설도 볼 수 있다. 단락 수준이지만.


9.역사란 무엇인가

유시민의 책을 사면 거의 바로 보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일 이년을 서재에 묶혀두었다 읽었다. 그만큼 좀 어려운 느낌의 책이었다. 역사 서술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방식과 사람들을 망라했다. 헤로도토스의 투키디데스, 사마천, 이븐할둔, 맑스, 토인비, 에드워드카 등이 언급된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역사서술방식으로 인류사가 거론되는데 그 유명한 사피엔스나 총균쇠등이 그것이다. 인간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서술하며 변천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보기 좋은 책으로 정리가 잘 되어있다. 물론 읽기 쉽진 않았다.


10.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가장 최근 나온 책으로 인문학도인 그가 과학의 영향을 받고 생각을 바꾸고 지평을 넓히게 된 계기를 밝힌 책이다. 그가 읽은 과학책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이를 인문학적 생각들과 연결시키고 그만의 생각을 제시하는 부분이 좋다. 교양서라고 하지만 상당히 수준 높은 어려운 과학책을 많이 보았고 과학 내용도 독자가 알기 쉽게 정리했다. 책 말미에 유시민이 읽은 과학책 목록을 정리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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