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미래에 2023년 7월 18일과 9월 4일은 훗날 한국 교육 대변환의 기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7월 18일은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날이며, 9월 4일은 그 교사의 49재로 전국 교사들이 추모를 위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한 날이며 다음 주 월요일이다. 전국의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날로부터 매주 토요일 전국교사집회를 서울에서 열고 있다. 교사들은 노동자의 기본권인 파업권 및 집회권 등이 없기에 수뇌부가 존재하는 조직적인 집회를 열지 못한다. 때문에 이 집회는 자발적인 성격으로 모이고 있는 한국 최초의 기이한 형태의 집회라 할 수 있다. 9월 2일에도 어김없이 집회가 열렸는데 7회차로 10만명 정도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을 훨씬 상회하여 무려 2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였다.

 다른 여타 투쟁들은 집회가 계속 될수록 구성원들이 지쳐 동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참여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와 달리 전국교사집회는 그 회차가 거듭될수록 참여 인원과 강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교육 당국과 정치권의 행동이 교사들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그만큼 교육현장이 교사의 생존권과 인권을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9월 4일 추모집회에 대한 교육당국의 강압적 태도가 크게 작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이유는 좀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두 명의 초등 교사가 또 다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의 유초중등교원수는 거의 50만명으로 3일 집회 참여자가 25만명이라는 이야기는 무려 50% 이상의 교원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뜻이 된다. 이는 49재가 바로 이틀 후이고,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교육부가 협박성 공문과 자의적 법해석으로 억압했기 때문이다.

 사실 49재 모임 공교육 멈춤의 날은 서이초 교사가 사망하고 나서 바로 일각에서 제기된 의견이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그 실행 여부는 상당히 불분명 했다. 전국의 교사들은 태생적으로 선생이라 학생을 버리고 학교 현장을 떠나는 것을 쉽사리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교사모임이 거듭 될 수록 공교육 멈춤의 필요성과 열기가 대두되었고 개학과 더불어 전국 거의 모든 학교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었다. 원래는 멈춤이었으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사명인 직업이기에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사를 조정하여 9월 4일을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고, 공교육을 멈추는 것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초중고교는 수업 일수가 연간 190일 이상으로 9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경우 일선 학교들은 기존의 겨울방학을 하루 줄여 못한 그날 못한 수업을 하루 더 하게 된다. 때문에 이는 사실상 공교육 멈춤이나 학습권 침해라고는 볼 수 없는 결정이었다. 현장의 열기에 미적지근했던 교장들도 대개 재량 휴업일 지정에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재량 휴업일과 당일 교사의 연가, 병가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심지어 9월 4일 재량휴업일 지정이나 개별 교사의 연가, 병가에 대해 파면,해임까지 언급되었다. 이에 겁을 먹은 대다수의 교장들은 재량 휴업일을 철회했고 현재 학교 현장은 이 문제로 교사와 관리자들 간의 갈등이 불거지게 되었다. 사실 재량 휴업일은 학교장 고유의 권한으로 대개 학사가 시작되기 전 거의 모든 학교에서 지정한다. 지정일은 대개 개교 기념일이나 징검다리 휴일을 연휴로 만들기 위해 많이 지정하는데 역대 정권들이 갑작스레 휴업일을 만드는 경우에도 학기중 학교운영 위원회를 열어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곤 했다. 

 이번 정권도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는데 일선 학교가 만약 이 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고 교육부가 일관성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것도 긴급사태가 아니니 불법이 되고 말 것이다. 교육부는 과연 그 때도 그런 협박성 공문을 보낼지 두고 볼일이다. 이런 사례를 잘 알고 있을 교육부가 공교육 멈춤의 날에 학교가 재량 휴업일을 지정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그래서 자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처음엔 개인의 고유 권한인 병가까지 불법으로 규정했는데 본인들도 이게 무리란걸 알았는지 이후 공문엔 병가만 슬며시 빼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음 주 월요일인 9월 4일은 심각한 교육 파행이 우려된다. 전국의 유초중고 교원의 상당수가 공교육 멈춤을 위해 병가를 쓸 예정이지만 재량 휴업일이 아니기에 학생들은 모두 등교하게 된다.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은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출근하는 교사가 많은 학교는 교장이나 교감 및 보건, 영양, 사서교사 등 학급을 맡지 않는 잉여인력으로 공백을 메꿔보겠지만 그것이 안되는 상당수 학교들은 합반을 시키거나 그것도 도무지 감당이 안되어 당일 아침에서야 긴급 휴교령 같은 것이나 귀가 조치 안내가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급식 역시 전교생의 출석을 전제로 준비하였는데 학생들이 귀가하게 된다면 이 식재료 역시 못쓰게 된다. 이 모든 사태가 아침 1교시 이전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당일의 사태는 더욱 급박하고 어려울 것이며 여러가지 안전사고 문제가 날 가능성도 높다. 

 전국의 교사들이 9월 4일 역사상 최초로 공교육 멈춤을 하는 이유는 그간 교육 현장에서 바로 자신의 시민으로서의 인권과 생명체로서의 생명권, 그리고 교사로서의 가르칠 권리인 교권과 다른 대다수 건전한 학생들의 학습권이 작금의 교실 현장에서 거의 완전히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과거 존경 받는 직업으로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권위있던 교사의 위치가 이렇게 까지 전락한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상당히 복잡히 작용했다.

 우선 90년대 김영삼 정부가 내세운 교육 소비자 개념이다. 독재 정권 시절 항상 국민의 단결을 요구 당할 때마다 군관민이 합심 하여란 표현이 자주 쓰였다. 이처럼 군과 관은 항상 시민 위에 있었던 존재였다. 그러던 것이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부터 민관군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높은 군과 관의 위상을 낮추고 시민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쓰인 표현이다. 그리고 이 때부터 시민에의해 관에 제기되는 민원은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문화와 제도가 각급 관청과 기관에 확산하게 되었다. 교육계도 이러한 요구를 받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학생과 학부모는 자신들을 교육 소비자로 그리고 학교와 교사를 자신들의 요구에 응하는 교육 공급자 정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교사라면 누구나 학부모 심지어 학생에게서도 몇 번 쯤 들어봤을 "당신 월급 내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라는 천박한 인식은 이런 흐름과 수준을 같이 한다. 이런 인식은 자신을 사장이나 손님으로 교사는 피고용이나 서비스 직원 정도로 인식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교육 현장에 대한 오랜 불신이다. 현재의 대부분의 학부모는 빠르게는 80년대 늦게는 200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다. 당시만 해도 교권은 강했고, 교육 현장은 모든 면에서 열악했으며 교사에 의한 체벌과 학생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 언행, 촌지, 불공정한 대우 등이 많았던 시기다. 더군다나 능력주의에 의해 학교가 돌아갔기에 극히 일부만 성공하게 되는 당시 학교현장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학교에 대해 개인과 공동체의 성장과 행복이라는 좋은 인식이 남아있지 않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이와 상당히 거리가 있게 바뀌었으며 근무하고 있던 교사들 대다수도 같은 과거 교육 폐해의 피해자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자기가 받은 인식으로 해당 영역을 기억하기 마련이다. 

 세 번째는 능력주의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능력주의는 사실상 긍정적 기능을 거의 모두 상실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때문에 진학과 졸업 후 인력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학교에서 내 아이가 받는 정서적, 학업적 손해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전국 각급 학교에는 영어말하기 대회가 많이 시행되었는데 학부모의 능력주의 열망에 가장 심하게 투영된 영역을 대회로 진행하다보니 결과와 과정에 대한 민원이 학교 현장을 상당히 황폐하시켜 몇년간의 실행후 폐지되게 되었다. 이른 능력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학부모는 자신의 교육현장의 공동체성보다는 자신의 아이의 이익만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는 교원에 대한 과도한 민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네 번째는 미완의 시민성이다. 유시민이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시민은 아직 시민성이 결여되어 있다. 시민성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준수 외에도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잘 인식, 준수하고, 타인에 대해서도 공감과 그 권리를 잘 인식하고 지켜주는 태도다. 하지만 학부모는 교사를 자신과 같은 권한을 갖는 시민으로 인식하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자신의 요구와 감정을 모두 받아줘야 하는 감정 배설구나 민원창구 혹은 가게 점원 정도로 인식하는 것에 가까웠다. 여기서 서로 간의 예의 및 경계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이는 상당수 학부모의 시민성의 결여를 의미한다. 작금의 문제를 일부 학부모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설문조사에 의하면 50만 교원의 99.2% 사실상 전원이 학부모의 갑질을 경험했다고 한다.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서 50만의 학부모가 갑질을 했단 이야기인데 그 수를 절대 소수라 볼 수 없다.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대충 570만 정도로 비율로만 50만은 10%에 가깝다. 한 반에 20-30명의 학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담임 교사 한 명 당 갑질을 하는 학부모를 매년 2-3명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섯 번째는 공동체성의 붕괴다. 과거 한국 사회가 비교적 살만했던 것은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여 이렇다할 학벌이나 자격 조건 없이도 누구나 적당한 기술을 배워 쉽게 취업하여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고, 전통적인 농경 사회에서부터 이어진 공동체성이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동체 정신은 서울 및 수도권 신도시에 거주하게 된 농경 2세대, 그리고 아파트에서 자라는 그들의 3세대가 부모가 되고, 그들의 자식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희석되어 그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모르는 이웃의 아이를 맡아주거나 같이 교류하거나 평상 같은 것을 공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결책은 이런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시민성이나 공동체성의 담보는 상당히 오래 걸리는 일이며 사태가 급박한 만큼 당장의 법적인 해결책 및 제도적 해결책이 중요하다. 

 우선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아동학대법은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이렇다할 물적 증거 없이 의심만으로도 신고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신고를 당한 교사는 거의 직위 해제가 되고 짧게는 1-2년 길게는 2-3년을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며 스스로 무고함을 입증해야 한다. 악성 학부모와 학생은 이를 상당히 악용하고 있는데 명백한 거짓 신고를 해도 그런 의혹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기에 터무니 없는 거짓 신고를 하여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 상당히 기울어져 있는 셈인데 이런 형국으로 인해 교사는 문제 학생이 어떤 짓을 하여도 교육적 제재를 하기 어려우며 자신이 그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물리적으로 공격 받아도 방어 수단이 전혀 없다. 때문에 다수 학생의 학습권, 교사의 생명권 및 인권,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는 교사의 명확한 역할 수행을 위한 지원이다. 초중등교육법에 의하면 교사는 법령에 의해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학교에서의 역할이다. 이는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수립 및 운영, 수업의 실행, 평가 등의 본연적 업무와 이를 위한 직접적인 교육계획 수립 정도가 교사의 법적 역할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선 학교에서 교사는 CCTV관리, 위생점검, 안전훈련,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운영위원회등 간접적이라고도 이야기 하기 어려운 수많은 비법적인 업무를 떠맡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 의하면 이러한 업무는 행정직원 및 교육공무직의 일이지만 이들은 인적충원이 되었음에도 이러한 역할수행을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부분에 선을 확실히 그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공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역사상 교육부는 많은 정책을 수행해왔고 교사 및 공교육을 개선하려 했으나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이는 하향식이란 권위적 접근외에도 실제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게 해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 요인이다.

 세 번째는 책무성의 감경이다. 현재 일선 학교의 교사는 가진 권한은 거의 없는 반면 교실에서 아니 담당학생이 학교 밖에서 벌이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 현행 학교 폭력은 학교 안팎에서 학생에게 벌어지는 모든 폭력을 대상으로 한다. 즉, 학교현장에서의 폭력 행위 외에도 학생이 방학 중 해외여행가서 만난 다른 한국 학생에게 당한 폭력, 교회에서 일어난 폭력,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폭력, 학원에서 일어난 폭력, 이웃 아이끼리 싸운 폭력 까지 모두 학교폭력의 범주안에 들어간다. 일이 이렇다 보니 교사가 밤낮, 휴일 경계없이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학생이 교외에서 당한 사건, 수업 중 자신의 부주의 및 장난으로 일어난 사건, 다른 학생의 악의 및 장난이나 실수에 일어난 사건 등이 모두 교사의 책임이 된다. 경북 영주에서 수학 여행중 한 학생이 숙소에서 취침시간에 화살을 만들어 날려 다른 학생을 실명시키는 일이 일어났는데 교사와 학교장에 거액의 배상금이 확정되었다. 교사가 어딜 가든 모든 학생의 손발을 묶기라도 해야할까? 임장지도와 사전 안전 교육 및 주의가 사전에 이뤄졌다면 면책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도한 책무는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악성 민원인의 처벌과 거부권이다. 학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학교의 거의 모든 교사를 언제든지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고 뉴스에 나온 것처럼 온갖 절차에 시비를 걸고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학교 전체를 마비 시킬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해당 교사와 행정직원이 소모되어 다른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교직원들은 자괴감에 인권이 말살된다. 이런 것들을 법적으로 막고 처벌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교육현장 정책 수립과 교육과정 개정의 현직 교원 중심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이 늘 겉돌고 실패하는 것은 실질적 데이터와 경험을 가진 현장 교사를 참고용으로만 썼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육정책 수립과 교육과정 수립에 법적으로 현장 교사가 중심이 되게 해야 한다. 이는 법적으로 상설 팀을 구성하여 교육부내에 배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 현장 교사가 교육부 정책을 수립하는 최고 직위에 올라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경찰이나 검찰, 군인, 소방관등 모든 별정직 공무원들은 현장 출신들이 당연히 최고 직위에 올라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이 공감할 정책 수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교육부만큼은 정책을 수립하는 고위직을 그냥 교육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교육행정직이 독점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부의 정책은 늘 현장의 공감을 받지 못하며 실효성이 없다. 현장에는 뛰어난 교육능력과 더불어 행적능력에 자질과 의욕을 보이는 교사가 많이 있다. 

 여섯 번째는 학생 정신 건강 관리 책임의 체계적 구축이다. 현재 일선 학교의 학급에는 소위 금쪽이로 불리는 통제 불능의 학생이 다수 있다. 이들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거부하거나 욕설 및 폭행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학생에게도 그런 행동을 하며 교실 현장을 마음대로 이탈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현장은 대응책이 딱히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부모는 이런 학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공교육이나 무조건 받으라는 무책임한 대응을 하기 일수다. 때문에 입학과 동시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정서행동검사를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여기에 교사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판별을 하거 확실해지면 학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교육치료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생이 다시 공교육을 받을 만한 수준까지 진행되어야 하며 이 모든 기록은 졸업이후엔 지자체로 이어져 어른이 되어서도 정서행동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그래야 제2의 최원종, 조선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내일인 다음 주 월요일 이후가 어찌 될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상당히 많은 수의 교원이 학교 현장을 비우게 되어 학교 현장이 파행되면 여론이 교사를 탓할지 재량휴업일 및 연가 병가에 대한 위협으로 교원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은 교육부를 비난할지는 알 수가 없다. 실제 교육부의 위협처럼 징계가 이뤄지면 교육 현장에 상당한 분노를 일으키게 될 것이며 더 큰 공교육 멈춤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사태가 어떻게 흐르든 최근의 일련의 흐름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교육현장의 오랜 병폐를 해결해 한국공교육이 죽음에서 다시 태어나는 원년의 해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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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03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봅니다.

닷슈 2023-09-04 10:13   좋아요 0 | URL
저도 꼭 잘되길 바랍니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 인간의 소비심리를 지배하는 뇌과학의 비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강영옥 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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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나 가게의 마케팅은 잘못된 신화에 빠져있다. 

 1. 고객은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2. 고객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3. 중요한 단 한 가지는 가격이다.

 4. 고객은 복잡다단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예측 불가능하다.

 5. 중장년층의 지갑은 쉽게 열 수 있다.

 6. 마케팅에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7. 소비자는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위의 신화들은 기업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의 원칙에 가깝다. 하지만 현대의 진화론과 뇌과학에 입각한 마케팅 연구들은 위의 신화를 하나하나 부정한다. 다른 동물들처럼 인간은 감정을 갖는다. 감정은 주변 환경과 다른 사물 및 같은 동종 개체에 대한 평가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평가 기준은 이것이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은 적응도를 올려주는 주변 환경과 생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며, 반대되는 경우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때문에 감정은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생존과 번식이라는 삶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는 일반화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동기는 감정 프로그램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과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감정은 비교적 영속적이고 일정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주변 환경은 늘 변화하기에 동기는 이를 맞춰주고자 하는 장치가 된다.  

 인간 뇌의 주요 감정 시스템은 3가지로 균형 시스템과, 지배 시스템, 자극 시스템이다. 이는 생물의 목적인 생존과 지배를 위한 장치로 균형은 안전과 보호, 자제 및 절약을 하게해 생존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며, 자극은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용기를 부여해 새로운 식량과 기회, 성적 파트너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지배는 다른 개체와 경쟁하여 더 많은 자원과 성적 파트너를 얻고자 하는 행동과 관련한다.

 이중 가장 강력한 것을 균형 시스템으로 이는 안전에 대한 욕구다. 안전과 평화를 지향하고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피해 조화를 추구한다. 이는 항상성을 추구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균형시스템의 명령은 다음과 같다. 모든 위험을 피하고, 모든 변화를 피하며, 습관을 만들어 가급적 오래 유지한다. 모든 방해물과 불확실성을 피하고 내외적 안전을 추구하며, 에너지 균형을최적화하고 쓸데 없는 에너지 낭비를 피한다. 

 자극 시스템은 체험에 대한 욕구다. 자극 시스템은 알려 지지 않은 새로운 자극을 찾아내고 벗어나며 주변 환경을 발견하고 탐험하게 한다. 새로운 보상을 찾고 지루함을 피하고자 하며 다른 사람과는 차별된 존재가 되려고 한다. 자극 시스템은 새로운 자원과 환경, 기회, 성적 파트너를 찾게 하여 예상치 못한 보상과 새로움을 선사한다.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기에 자극 시스템은 인간의 중요한 감정으로 당연히 자리한다. 자극 시스템은 현대 사회에서도 잘 작용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혁신, 호기심,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추구하게 한다. 이러한 성향이 인간 문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은 자명하다.  

 지배 시스템은 권력에 대한 욕구다. 이는 사람들에게 각종 자원과 섹스 파트너를 둘러싼 싸움에서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신의 권력을 구축하여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위를 얻고자 노력하고, 타인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 하며, 권력을 취하고, 경쟁자를 물리치고, 영역을 확장하며, 자율성을 보존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지배 시스템으로 인해 인간은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시스템은 언제나 목표를 추구하며, 그것은 진화론적인 것이다. 모든 감정시스템은 긍정적이고 즐거운 측면,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측면, 혐오감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뇌에는 전체 감정의 일부분인 두 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보상 시스템과 회피 시스템이다. 이중 보상 시스템은 두 개로 나뉘는데 보상기대 시스템과 실제 보상 시스템이다. 보상 기대 시스템은 보상을 찾으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도파민의 의존한다. 실제 보상 시스템은 보상을 실제 찾으면 얻는 보상으로 엔돌핀에 의존한다. 둘 중 더 강력한 것을 보상 기대 시스템이다. 보상 기대는 영원한 만족이 없으며 한 번 주어진 보상에 익숙해져 다음 보상에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보상 기대 시스템은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히 탐욕하게 만드는 장치로 필요가 아닌 욕망의 경제인 현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회피 시스템은 처벌 기대와 실제 처벌 시스템으로 나뉘며 처벌은 보상의 2배 강도가 되다. 그래서 사람은 100만원을 벌 때 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 더 큰 고통과 상실감을 겪는다. 

 사실 인간의 균형, 자극, 지배 시스템은 진화론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원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소비 자본주의로 변한 현대에도 그대로 작용한다. 지배, 자극 시스템은 고객의 뇌리를 낙관적으로 만들고 활성화 시킨다. 반면 균형 시스템은 소비와 관련하여 억압적이고 비판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양자의 균형과 반복은 경기 순환의 심리적 생물학적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감정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파악하는데 시사점을 준다. 이미 현대 자본주의는 과잉생산경제로 필요에 의해서 상품을 사기 보다는 욕망에 의해 상품이 과다 소비된다. 따라서 소비자의 감정 시스템을 사로잡을 때만 상품과 서비스는 가치가 있게 되며 잘 팔리게 된다. 예를 들어 드릴의 경우 단순히 구멍을 뚫는다는 기능으로만 접근한다면 판매에 실패한다. 그런 본연적 기능 외에도 드릴은 힘과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균형 자극, 강한 힘으로 인해 사용자의 권력을 증가시킨다는 지배 시스템을 자극한다. 자동차는 단순 이동 기능이외에도 생활반경과 자신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지배 시스템을 자극하며 우리의 이동 노력을 줄여준다는 면에서는 균형 시스템을 자극하기도 한다. 

 특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 지위 경쟁을 하게 된다. 때문에 소속감을 주면서도 차별화된 느낌을 갖게 하는 상품을 인기가 많아지게 된다. 특히, 상품이 개별인간을 확실히 타인과 구별해주는 개성, 지위, 성적 매력을 부여한다면 소비자는 이것에 한해서는 균형자극의 경제를 무시하고 상당한 돈을 기꺼이 지불하게 된다. 

 인기가 있는 상품은 이런 면에서 뇌를 자극한다고 볼 수 있다. 뇌를 자극하지 않는 상품은 본연적 기능에만 집중하는 생필품이다. 연필이나 청소용품, 화장지 등이 그것으로 그래서 이것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과다한 구매 욕구를 불러 올 수 없기에 가격이 싸나 반드시 필요하기에 많이 팔린다. 반면 인기가 있는 상품은 언급한 감정 시스템을 마구 잡이로 자극한다. 과자 같은 기호 식품이나 패션, 영양제, 책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아가 뇌를 유혹하는 상품도 있다. 이들은 본연적으로는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것 들이지만 인간의 감정 시스템을 강하게 유혹하고 중독시키기에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여기게 만든다. 스포츠카,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 패션, 최신 스마트폰, 스토리가 담긴 상품, 영적 구원을 약속하는 상품들이 그렇다. 

 그리고 상품이나 서비스는 인간의 다양한 동기나 감정을 자극하면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예가 커피다. 사실 커피는 여러 음료 중 독보적으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커피가 맛이나 기능성에서 그런 위치를 차지할 만한 것은 아니다. 커피가 인기 있는 것은 멀티 동기성 때문이다. 커피는 다양한 품종이 있어 향유 동기를 갖게 하며, 카페인으로 활력을 주기에 활력 동기를 자극하며 각성효과가 있어 관철 동기를 주고, 한잔 이란 휴식을 주어 균형 동기를 주고, 개성 라이프 스타일, 의식, 사회적으로 같이 즐기며 소속감 마저 부여한다. 이러니 인기가 많은 것이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구분되며 이들의 역할은 다르다. 좌뇌는 낙관적이며 우뇌는 비관적이다. 즉, 좌뇌는 감정 시스템 중 자극, 지배 시스템에 주로 작용을 하며 각각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감정을 활성화한다. 우뇌는 반면 균형시스템에 주로 작용을 하며 나아가거나 행동하는 것에 망설임을 주게 한다. 인간 뇌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한 신피질은 중요한 정보를 계산하고 저장하는 저장센터다. 배외측전 전두엽은 고유의 법칙으로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보상을 얻는 방법과 확률을 계산하다. 이것은 매우 직관적이고 순간적인 경우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오래 이뤄지는 경우도 있으며 따라서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런 계산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결정은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뇌는 결정에 있어서 의식을 배제한다. 이유는 정보가 의식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동기 및 감정프로그램을 통해 행동으로 전환되면 반응이 빨리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그리고 동기 및 감정프로그램과 함께 저장된 경험은 이미 검증된 해결책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식을 언급한 것처럼 상당한 비용을 소모한다. 뇌는 인간기관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의식이 비활성화 되기만 해도 에너지 소비량은 1/4로 줄어든다. 이렇기에 의식은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 것, 지적인 문제해결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변연계가 각종 경험과 여러 조언을 위해 활성활 할 때만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상품과 서비스는 인간의 감정은 자극하되 지나치게 복잡하고 새로워 소비자로 하여금 인지적 과부하에 걸리게 하는 것을 피하는게 좋다. 뇌는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것을 좋아해 이미 경험한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매한 후 성공적 경험을 한 것을 계속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너무 새로워 판단이 자동화 되지 않으면 감정적 고통 및 처벌 중심부가 활성화 하여 소비에 극도로 비판적이 된다. 

 인간의 세 가지 감정 시스템은 자극, 균형, 지배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진화는 인간 성격의 다양화를 허용한다. 즉, 사람에 따라 진화의 빈틈, 적응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더 강조하는 부분이 있게 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성격이 형성되고 이는 구매유형의 다양화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 정도는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문화에 따라 변화하고 차이가 있다. 책은 독일 인구 12만을 연구하여 이를 유형화하였는데 총 7가지 유형이다.

 우선 전통주의자로 균형 중심의 사람이다. 비관적 사고를 담당하는 우뇌가 활성화되어 있고, 꼼꼼하고 오래 검증하며 불안하고 조심성이 있고 개방적이지 않다. 이들은 상품의 안정성, 신뢰감, 품질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며 구매 습관에 거의 변화가 없다. 

 조화론자는 역시 균형에 초점을 두는 사람으로 돌봄을 중시한다. 그리고 전통주의보다는 다소 개방적이다. 이들의 가정의 안정성과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정원, 가정, 반려 동물이 주 관심사다. 

 개방주의자는 양뇌가 모두 활성화 되어 있다.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타인과 접촉을 중시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여 문화공연이나 이벤트에 적극적이다. 비용에 신경을 쓰는 편이며 균형에 의지해 원산지도 중시한다. 건강 관련 상품에도 긍정적인 편이다.

 쾌락주의자는 자극에 집중한다. 심사숙고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종류의 보상을 탐한다. 당장 필요없는 것을 쇼핑하는 충동구매 경향이 있고 신나는 체험과 자신의 표출이 중요하다. 건강엔 큰 관심이 없으며 유행과 화장품을 탐닉한다.

 모험가는 좌뇌가 활성화 되어 있다. 쾌락주의자의 즐거움에 전투적이고 충동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입증하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뛰어난 성능과 즐거움을 좋아한다. 건강에 흥미가 없고 위험 의식도 적어 스릴 넘치는 스포츠를 즐긴다.

 실행가는 역시 좌뇌 중심이다. 구매 장소와 상품이 자신의 영리함과 높은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타인과 차이를 두기 위해 고급 제품을 이용하면서도 영리한 소비도 추구한다. 하지만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절대 돈을 아까지 않는다.

 규율 숭배자는 비판적 성향의 우뇌가 우세하다. 비관과 불신이 많고 변화 추구가 없으며 불필요한 소비를 피한다. 순수하게 기능성을 고려하며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기에 구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독일 인구 조사에서는 조화론자가 29%, 전통주의자가 19%, 개방주의자가 13%, 쾌락주의자가 13% 모험가가 6% 실행가가 10% 규율숭배자가 10%로 분포했다. 이들의 소비 성향은 자신들의 감정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스포츠 용품의 경우 100을 기준으로 할 때 관심도는 모험주의자가 268로 가장 높은 반면 조화론자는 63의 관심도를 보인다. 반면 정원 용품은 규율주의자가 132의 관심도를 보인 반면 쾌락주의자는 62정도의 관심도만을 보인다. 자동차의 경우 실행가가 168의 관심도를 보인 반면 규율주의자는 겨우 68 정도의 관심도는 나타냈다. 

 남여의 성차도 상품 관심도에 중요한 요소다. 남여의 뇌는 매우 다른데 두 뇌를 연결하는 뇌랑은 여성이 더 두껍다. 변연계 속의 다수 신경 중추 중 성생활, 아이를 돌보는 부분의 남여 차가 뚜렷하며 남성은 편도체와 시상하부에 있는 지배 중추와 공격 중추가 여성의 2배에 달한다. 여성을 돌봄과 사교적 태도를 관장하는 변연계 부위가 남성의 2배다. 그리고 남성은 여성보다 한쪽 반추에 의자하는 특정화 성향이 더 강하며 여성은 회색질이 더 많아 신경 세포체가 많고 반면 백질은 남성보다 적어 신경 세포 돌기는 적다. 그리고 양측의 신장 체중차를 보정해도 여성의 뇌가 남성의 뇌보다 100g 정도 더 가볍다. 

 이런 남여차는 그대로 상품에 대한 관심도 차로 이어진다. 여전히 100을 기준을 했을 때 남성과 여성은 스포츠 용품은 160대 43, 자동차는 181대 23, 주거용 장식 및 패브릭 상품은 29대 168, 식료품은 54대 144, 세제 및 피부관리 제품은 43대 155의 관심도 차를 보였다. 제품의 디자인에 있엇도 남성은 정사각형 모양의 직선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를 선호하는 반면 여성은 부드럽고 둥그런 형태를 선호한다. 남성은 구매 시 세부 관찰을 하지 않고 진열대를 대충 보는 반면 여성은 세부적으로 꼼꼼히 관찰한다. 남성은 예측 가능하고 세계 지배에 유용하며 권력을 상징하는 제품을 선호하여 자동차, 기계, 기술장비, 스포츠용품을 선호한다. 여성은 소설, 예술처럼 상상력을 자극하고 배려 및 아늑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선호한다. 

 남여의 뇌차이는 당연히 성격 유형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남성은 모험가, 실행가, 규율숭배자의 비율이 여성의 두 배에 달하며 쾌락주의자, 개방주의자는 비슷하고, 조화론자, 전통주의자는 여성이 남성 비율의 두 배에 달한다. 

 상품의 구매에는 나이도 큰 변수다. 8-12세는 즉흥적 구매자다. 이들은 발달단계상 학습이 최우선이라 자극 시스템이 강하게 작용한다. 놀이, 싸움 모듈이 활성화하고 도파민이 분출되 호기심이 증가한다. 신피질에 새로운 경험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기존 네트워크와 결합한다. 8세의 뇌는 성인 뇌의 2배 에너지를 소모하고 신경세포 망도 어른의 20배나 된다. 뇌가 매우 느린 속도로 작업하고 신경망의 속도를 높이는 미엘린 수초가 미 생성되어 정보 전달이 느리다. 전전두피질이 성숙하지 않았고, 세분화된 가치관 형성도 미흡하다. 그렇다 보니 구매가 충동적이고 매우 즉흥적이며 무비판적이다. 

 14-20세는 젊은 야만인에 가깝다. 아직도 전전두피질이 미성숙하고 충동적이고 리스크를 즐기며 자기 관리가 미흡하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급상승해 자극시스템과 지배 시스템, 균형시스템이 모두 활성화해 충돌하여 감정이 급변한다. 이 나이엔 성차도 유의미하게 드러나는데 남자 아이들은 독립 추구와 결합추구로 인해 또래 집단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권력과 독립성, 확신을 동시에 충족한다. 자극, 지배 감정이 강화되어 전투적이고 남성적 우월함을 즐기며 모험을 좋아하고 쿨한 느낌의 브랜드를 선호한다. 여자 아이는 미의 경쟁을 벌인다. 고급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에 빠져들고 소년들과는 달리 폐쇄적 집단이 아닌 여러 개개인과 동시 관계를 구축한다. 관계적 공경성이 활성화하고 그로 인해 뒷담화를 많이 한다. 싸움 뒤에 쉽게 화해하는 남아들과 달리 갈등이 장기화하기도 한다. 

 20-30세는 소비가 즐거운 시기다. 욕구는 거대하고 신체도 최고 상태다. 하지만 이를 충족할 소득이 아직 낮다. 전전두피질이 드디어 성숙하여 미래 계획이 가능하지만 아직 욕구가 강하다. 성적 경쟁, 번식, 서열과 영역을 확정하는 시기로 경쟁자보다 더 강하고 아름다우며 똑똑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함 모험도 어느 정도 감수한다. 자극시스템과 도파민이 지적능력과 새로운 길에 대한 욕구를 키우기에 이 연령대는 지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학문 영역의 혁명 90%가 이 나이대의 남성에 의해 이뤄진다. 그래서 이 나이대는 모험가, 실행가, 쾌락주의자가 전체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규율주의자, 조화론자, 전통주의자는 절반에 불과하다. 

 30-40세는 가정을 꾸리는 시기로 여성을 돌봄 모듈이 활성화 해 아이를 우선하고 구매도 아이와 가정 중심이 된다. 남성도 프로락틴의 증가로 정조관념이 생기고 가정에 충실하다. 그래서 가족 밴을 구입하고 보험에 가입하며 집 마련을 추구한다. 

 60세 이상은 안전과 건강 욕구가 강하다. 돈은 많으나 소비 지향이 매우 낮다. 자극, 지배 시스템의 연료인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매우 감소하고 스트레스와 부안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크게 증가한다. 반면 내적 여유를 담당하는 세로토닌은 적어져 인내심이 크게 적어져 작은 불편에도 여유를 보이진 못한다. 그래서 60세 이상은 조화론자나 전통주의자, 규율주의자의 비율을 모두 합치면 85%에 달하게 된다. 

 마케팅에서 브랜드는 인간의 감정 및 뇌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는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우선 인간은 인지적 복잡함을 싫어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오랜 성공경험으로 구매효과에 대한 확신을 주어 결정의 불확실성을 낮춰준다. 즉, 변연계에서 신피질을 활성화할 필요없이 바로 성공적 결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효율적 지표다. 그리고 브랜드는 인간의 감정을 마구 자극한다. 특유의 안정성으로 돌봄, 균형감정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약속하여 자극을 주고, 새로운 것과 자극을 선사하기도 하며, 지위와 우월감을 주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장악하는 균형과 통제의 느낌도 충족해준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든 처음 시장에 진출하면 새로운 것이기에 당연히 전두피질을 자극하게 되며 이에 변연계는 신속학습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오래 노출되어 성공경험을 주면 그 브랜드의 감정 가치는 오래되고 깊숙한 위치에 있는 편도체에 저장되어 자동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이 때 그림, 소리, 사건 등 외부의 자극과 신체 내부의 감정, 내면의 소리가 서로 결합하게 되며 정보의 실제 관련성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때문에 광고는 상품의 기능성이나 주요 정보보다는 항상 상품과 그것과 관련한 특정 감정 유발 메시지를 주로 담아 소비자의 변연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상품과 감정적인 광고 메시지가 등장하는 빈도가 높을 수록 네트 워크게 속해 있는 신경 세포 사이의 결합이 크게 증가한다. 그렇기에 시장에 막 등장한 브랜드는 강하게 광고를 자주한다. 반면 이미 변연계에 들어간 오래된 브랜드는 잘 광고를 하지 않는다. 

 구매 결정은 원칙적으로 뇌가 주도하는 감정적 효용성 계산에 의해 좌우된다. 브랜드의 수퍼 코드는 눈에 띄는 것 뿐만 아니라 브랜드 특유의 감정을 활성화 시켜야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 하게 된다. 우리 뇌는 감정과 결합되어 있는 대상에게서만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성공적이고 강력한 브랜드는 두 가지 부분은 전형적 형태와 명료한 감정적 영역을 모두 보유한다. 배려 돌봄의 니베아, 911형태로 지배의 포르쉐, 전형적 모양의 캔 용기와 자극, 모험을 상징하는 레드불이 그러한 예다. 

 상점의 공간 형태 및 배치등도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상점은 인간에게 모르는 영역으로 균형 감정을 자극한다. 그래서 공간이 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 전체를 둘러보고 방향을 정하는데는 최대 15초가 허용된다. 그 이상이 되면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고 과도한 균형 자극을 받아 구매에 비판적이 된다. 그래서 입구를 가급적 깔끔히 하고 친절한 방향 제시를 해야한다. 움직일 때는 좌뇌가 활성화 하기에 사람은 대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입구에서 오른 쪽 부분에 첫 번째로 보기에 좋은 상품을 진열하고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점에 첫 번재 코너는 청과 코너다. 청과는 가장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천연의 이미지가 있어서 입구부터 좋은 경험을 주어 무의식적으로 전체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갖게 한다. 청과는 특유의 맛과 향으로 고객의 자극 시스템을 자극하고 발걸음을 느리게 한다. 상품 진열을 전체를 볼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하며 최소 30cm를 간격을 두어야 눈에 들어온다. 이보다 넓거나 좁으면 판매가 떨어진다. 작은 경우는 나란히 배치해도 된다. 고객은 브랜드 별 진열 보다는 같은 기능 별 상품 배치를 좋아한다. 가전 회사별 진열보다는 세탁기는 세탁기 끼리 티비를 티비끼리 진열하는게 좋다는 이야기다. 진열대는 인간의 눈높이와 시야 제한으로 인해 150-175cm높이가 가장 인식이 잘 되어 판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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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상의 여러 생물들이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협력을 하는 것처럼 인간도 협력을 한다. 인간이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생물학적 장치와 사회문화적 밈에 해당하는 증거는 많다. 의사소통을 위해 생겨난 언어, 기본적으로 처음 보는 타인에게도 협력을 우선적으로 제공하려는 착한 마음, 눈동자의 방향을 상대방에게 공개하는 투명한 공막, 협력을 위해 생겨난 규칙으로서의 윤리 규칙, 종교 및 사회 제도 등이 그렇다. 

 그리고 사람은 협력을 하기 위해 서로를 마주 본다. 서로 마주할 때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서로의 얼굴이다. 협력을 하려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내야 하는데 인간은 언어 외에도 몸짓 그리고 주로 얼굴의 표정과 눈빛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하건, 회의를 하건, 사랑을 하건, 싸움을 하건, 협력을 하건, 대결을 하건 늘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기에 특정인과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는 것을 우린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외면이라 표현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죽일 때 심지어 동물을 죽일 때 조차도 그들의 눈을 가리거나 얼굴을 가리고 보지 않으려 하는 것도 외면이란 단어와 깊은 관련을 지닌다.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감정이 가득 담긴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와 같은 일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도 사람은 무엇을 하든 서로를 만나고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기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대면은 사실 매우 당연한 것이기에 그다지 주목 받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2020년 전 세계를 코로나19 팬데믹이 강타하면서 서로 직접 마주하며 얼굴을 마주보는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대면이란 용어는 새롭게 부각되었고 그에 반대되는 말로 비대면이란 말도 거의 새롭게 주목받았다. 코로나 이전에 과연 비대면이란 용어를 우린 얼마나 사용했었을까. 하지만 대면의 정확한 반대말은 비대면이 아니라 언급한 것처럼 외면이다. 책 대면, 비대면, 외면은 이걸 잘 지적한다. 

 그도 그럴것이 비대면은 원격수업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매체로 어찌되었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부족할지언정 관계를 연결해주는 작용을 해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물리적으로 대면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연결하게 해주기에 사람의 연결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대면보다 잘 시행하는 측면조차 있다. 하지만 외면은 어떤 수단이 있든 특정인과의 관계를 완전히 끝어내는 것이기에 대면의 완전한 반대말이 되게 된다.

 농경사회 이후 산업사회로 접어든 현대사회는 외면의 사회로의 전환이라 볼 수 있다. 과거 사람들은 서구이든 동양이든 자기가 태어난 지역에 거의 묶여 살았다. 직업도 신분도 거의 평민에 농민이었기에 모두 가난했고, 먹고 살기 위해 좁은 공동체에서 서로에게 강하게 의지하며 살았다. 특히 공동 노동이 더욱 요구되는 동양의 벼농사 중심 농경 사회에서 이런 경향성이 훨씬 강했다. 때문에 외면이란게 있을 수 없었다. 생존을 위해 서로의 협력이 강하게 요구되었고 이로 인해 관계는 강화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 사회가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도시에 제조업 및 많은 서비스 업이 생겨났고,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신분에서도 해방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농촌의 좁은 공동체에 갇혀지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사회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예전보다 더욱 서로에게 의지하는 구조를 만들어 냈지만 그 의존하는 구조는 오히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거 내가 신을 신발은 내가 만들거나 인근의 사람이 만들어주어 의존을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지금 가게에서 내가 산 신발은 판매자가 만든 것도 아니고 그조차 모르는 머나먼 곳의 여러 사람이 불특정하게 조금씩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직업에 종사하건 전통 농경사회에 만큼의 절대적 협력이 요구되는 직업은 매우 줄어들었으며 공간적으로도 이사가 잦아 공동체 형성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사람은 도시에 오히려 과거보다 높은 밀도로 뭉쳐 살면서도 서로를 외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협력하는 존재로 진화했기에 자신이 소외되어 외면 받는 것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견디지 못한다. 즉, 외면 받는 사람은 정신적 물질적으로 불행해진다. 그리고 외면 받는 사람이 많아져 그들이 불행해지면 그들을 외면한 사람도 결국 불행해지게 된다. 한국은 어떻게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외면 사회로의 전환이 가장 빠른 나라라고 볼 수 있다. 그걸 증명하는 지표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압도적인 저출산율과 빈부격차, 사회 전체에 만연한 갑질,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증가다. 

 과거 한국은 전통 농경사회에서 현대자본주의 산업사회로 빠르게 전환했다. 그렇기에 외면 사회를 위한 물질적 조건이 갖춰졌음에도 사람들은 농경사회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던 버릇이 남아 바로 외면사회로 전환하지 않았다. 서울의 아파트에 살면서도 이사 왔다고 주변에 떡을 돌리고, 평상을 같이 만들어 공동 이용하고, 옆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셋방 살이 하는 집의 잔치 날이라도 되면 주인 집이 거실을 내어주고, 모르는 사람이 집을 방문해도 일단 주스 한 잔 정도는 내어주고, 부자의 조건이 오직 돈많은 아니라고 대답했던 80-90년대 정도까지의 생각은 그래서 가능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물질적으로도 크게 소외되지 않았다. 고도 경제성장기라 학력이 매우 낮아도 간단한 기술을 배워 어렵지 않게 취직되었고, 월급도 꾸준히 올라 집 하나 장만하여 가정을 이뤄 가난을 탈출해 평범한 삶을 이루는 것이 지금처럼 매우 어렵진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중산층이 가장 두텁게 형성되었던 것이 이 시기다.

 그래서 복지의 '복'자도 흔적도 거의 없던 90년도 중반 정도까지의 한국 사회에서 외면과 그로 인한 소외는 과거보다는 확실히 심해졌으나 그리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이 전환된다.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농경사회의 부모를 지닌 이들이 조부모나 그 이전 세대가 되고 이후 세대는 도시가 고향이 되어버리며 농경 사회의 공동체 문화는 확실히 깨져나갔다. 여기에 돈이 우선 시 되는 상황이 생겨났으며 세계화와 자동화로 지방의 제조업이 무너져나가며 대도시권 대기업과 지방 기업간 소득 격차가 상당해졌다. 그로 인해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심해져 지방과의 격차가 더욱 심해졌고,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과도하게 올라버려 지방에서 올라오는 젊은이들은 지옥고에 갇혀 살게 되었다. 복지는 조금씩 생겨났지만 충분하지 않아 사회안전망이란게 부실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심해졌다. 사람들은 과거 초기 산업화때 교육기회를 통해 계층 이동에 성공했던 경험을 통해 능력주의를 종교처럼 신봉하며 많은 돈을 사교육에 쏟아붇고 있다. 그리고 능력주의는 사회의 부조리의 원인을 무능력한 자신에게로 돌리게 해 사회구조의 개선을 어렵게 하고 소외 받은 이들의 처지를 정당화해 그들을 더욱 외면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외면 받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고, 서로 간의 가진 것의 차이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해졌으며, 자기와 가족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갑질이 사회전체적으로 펴졌으며, 물질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외면 받은 이들이 무분별하고 잔혹한 범죄를 대낮에도 여기저기서 일으켜, 여성이 밤늦게 도시를 돌아다녀도 별일이 없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좋다는 장점도 거의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해결방안은 서로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 간의 관계의 회복이다. 즉, 다시 대면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서로 외면이 가능한 자본주의 사회로 들어선 만큼 공동체의 회복은 사회적 제도적 경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학교 교육의 회복이 필요하다. 최근 서이초 초등교사의 자살사건이 일어날 만큼 한국의 공교육은 사망 상태에 가깝다. 하지만 학교는 여러 어린 학생들을 모아 서로 협력하고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사회의 일차 기관이다. 때문에 서로를 대면하게 하고 외면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시작이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법이 과다 적용되어 약간의 생활 지도만으로도 교사가 소송에 시달리고, 학부모가 무차별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에선 이런 교육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관계의 붕괴와 능력주의의 부작용으로 인해 갑질이 만연한 사회인데, 초기 손님이 가게주인에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사회의 약자인 여러 서비스 응대자와, 하급 민원 대응 공무원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어느덧 과거 함부로 하기 어려웠던 교사에게까지 미치게 되었다. 최근 이런 갑질을 일부 학부모의 일로 국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전국의 교사들은 매주 서울에서 수만명이 운집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교사 집단은 매우 낮은 교직단체 가입률에서 볼 수 있듯 좀처럼 뭉치지 않는 집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집회가 한 달 이상 지속된다는 것은 이런 갑질이 대부분의 교사가 생존의 위기를 느낄 정도로 만연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전국의 유초중고 교사의 수는 40만 정도인데 이들이 한 번씩만 갑질을 당했다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무려 40만에 가까운 학부모가 갑질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여튼 아동학대법의 개정과 적절한 생활지도권의 부여로 교권이 자리 잡고 교실 내의 질서가 자리잡혀야 학교교육의 회복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래서 교사가 의욕과 여유를 갖고 과거의 전통적인 지식 전달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다양한 문제를 서로 협력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는 참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사회 복지 제도의 확충이다. 과거 농경사회는 가난한 이를 마을에서 도왔고 친족이 도왔다. 하지만 지금은 친족의 수도 줄었고 농경사회처럼 어려운 이를 돕는 전통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사회 복지를 통해 이들을 도와야 한다. 이는 물질적 지원 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도 포함한다. 최근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물질적으로도 불우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학창시절부터 촘촘한 정신건강상태의 관리와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성인이 된 후엔 이것이 지역 행정기관으로도 이어져 관리가 되어야 한다. 현 정부와 일부 사람들은 이런 강력 범죄가 일어나자 처벌의 수위를 높이거나 경찰력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가까우며 많은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외면을 받아 정신적 물질적으로 붕괴하고 자기 중심적 사고에 빠져 남을 탓하며 범죄를 일으키는 이들은 대개 잡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때문에 애초에 그런 사람이 생겨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능력주의 사회로 대학입시까지 단 한 번의 기회를 주고 실패자를 영원히 낙인찍고 경쟁의 승리자에겐 과도한 보상을 평생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인생의 여러 차례에서 다시 기회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위한 꾸준한 학습기회에 지원을 제공한다. 

 마지막은 결국 공동체의 재생이다. 한국은 박정희정권이 없애버린 지방지차제도를 부활시킨지 거의 30여년이 되어가지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된 사례가 거의 없다. 노동시간의 단축, 그리고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주고, 제도적으로 예산 사용 및 제도 제안 권한을 많이 부여하여 스스로 살아가는 지역을 개선시키는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잘 정착되면 지역에 애착을 갖고 살아가게 되어 지역에 정착하는 경우도 많이 생겨나 도시로의 집중 현상도 다소 완화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소규모 지역 단위로 관계가 회복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매우 심각한 저성장 국면에 확실히 접어들었으며 저출산고령화로 나라의 노동력 및 소비력이 줄어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중갈등이란 대외적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선 열대화가 사회 하층민부터 그 생존을 위협해 나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관계의 회복보다는 외면을 더욱 크게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사회, 살만한 사회라 사람들이 생각하게 될 것이고 다시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믿으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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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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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아는 만큼 보고 관심 있는 만큼 무언가를 바라본다. 그 외에 나머진 무의미한 배경으로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건축가라면 당연히 어딜 가든 땅과 건축물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건축가 유현준은 그런 눈으로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건축물을 보고 인상에 남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30개를 선정해 수록하고 소개한 것이 이번 책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이다. 

 사실 전 세계는 아니고 아무래도 건축이 발달한 선진 사회 위주인데 유럽과 북미(사실상 미국이다.) 아시아(거의 일본과 중동) 3부분으로 나눠 자신이 선정한 최고의 건물 30개를 소개한다. 물론 고대 건물은 제외되며 20세기 이후 만든 현대 건물만이 그 대상이다. 

 인간의 건축은 철근콘크리트 공법이 발견되며 크게 변화한다. 비로소 중력과 주변 환경에 따른 기후의 제약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었으며 건물은 매우 높게 지어졌고 집적도가 매우 높은 메가시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열팽창 계수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서든 철근과 콘크리트의 혼합은 그로 인해 균열 같은게 생겨나질 않는다.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의 선구자로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매우 사랑했고, 이것이 건축의 미래라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콘크리트를 활용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은 다음과 같다.

1. 1층 필로티가 가능해졌다. 기존 서양건축은 벽이 힘을 받는 구조였지만 철근콘크리트 기둥으로 인해 벽이 힘을 받지 않아 1층을 비울 수 있게 되었다. 이 1층은 작은 건물은 주차장이나 다른 공간, 대형 건물에선 광장으로 이용될 수 있다.

2. 역시 벽이 힘을 받지 않다 보니 자유로운 형태의 평면 설계가 가능해졌다.

3. 역시 벽이 힘을 받지 않다 보니 자유로운 입면 설계가 가능해졌다.

4. 역시 벽이 힘을 받지 않다 보니 기존의 세로 긴 창에서 가로 긴 창으로 파노라마 뷰 등이 가능해졌다.

5. 옥상에 방수 처리를 하여 과거처럼 기울어진 지붕이 아닌 평면 옥상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옥상에 다양한 시설이나 옥상 정원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1. 퐁피두 센터

 건축물의 구조체와 기계 설비를 그대로 드러낸 스타일을 하이테크 건축물이라고 한다. 과거의 건축물은 중력을 이겨내는 거대한 기둥들이 그대로 보여 사람들에게 감탄사를 일으켰지만 현대의 건축물은 대개 이들을 감추는데 하이테크 건축은 이를 다시 드러낸다.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를 철골 트러스 구조가 건물의 입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파이프는 3가지 색을 띤 부분이 있는데 녹색 파이프는 상수도 관, 파란 파이프는 공기순환 공조 덕트, 노랑 파이프는 전기선을 안에 품고 있다. 이 센터의 구조가 노출된 이유는 사실 내부의 기둥을 없애 넓고 다양한 전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건축에서는 건물이 클수록 중력과 땅의 흔들림, 그리고 바람에 의한 횡압력을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의 경우 철근을 가득 품은 기둥을 땅에 깊숙히 많이 박아 무게를 지탱한다. 하지만 횡압력이 문제가 되는데 당기는 힘에 강한 철근을 입면에 정사각형으로 배치하고 엑스자 형태로 이 철골구조의 휨을 방지하여 이를 해결한게 퐁피두 센터다. 

 퐁피두 센터가 더 대단한 것은 광장 때문이다. 퐁피두 센터는 건물 앞에 드넓은 광장을 확보하였는데 이 땅을 기울어져 있다. 물론 땅은 센터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따라서 걸어다니는 사람은 중력에 이끌리듯 자연히 건물로 향하게 되며 앉은 사람도 당연히 건물 쪽을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다. 


2. 루브루 박물관

 루브루는 원래 성곽이었던 것이 그 자리에 궁이 건설 된 것이다. 루이 14세가 귀족 세력 약화를 위해 베르사유에 궁을 지어 옮긴 이후 루브르는 왕실의 보물 수장고가 된다. 프랑스 혁명 4년 후에 개방되어 지금같은 박물관이 된다. 1980년대 프랑스는 넘쳐나는 작품과 보물로 인해 루브루의 증축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건축가 페이는 루브르의 중정 앞에 35m*35m*22m의 유명한 뜬금없는 유리 피라미드를 건축했다. 이는 지하로 증축된 루브르의 입구 역할을 한다. 이는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 볼 수 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루브루 안에 입구와는 달리 지하로 향하는 유리 피라미드도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는지하공간에 많은 빛을 들어오게 하는 역할을 하며 지하의 역방향 유리 피라미드는 전통처럼 돌로 만든 작은 피라미드와 맞닿아 있다. 중국계인 페이가 아무래도 중국의 음양설의 영향을 받아 이처럼 설계한 것이 아닐까라고 저자는 추정한다.


3. 롱샹 성당

 일반적으로 건축물은 좌우 대칭이다. 그리고 그 중심선은 권위자의 권력을 세워주는 선 역할을 한다. 그런데 롱샹성당은 신이라는 권위자가 있음에도 네 개입 입면과 평면도가 모두 좌우 비대칭이다. 종교 공간은 신의 공간이기에 대개 권위적이다. 공간상 제단과 사람을 떨어뜨리고 공간이 모자라다면 예배당 앞쪽은 좁게 뒤쪽은 점점 넓어지게 좌석을 구성하여 멀게 느껴지게 한다. 롱샹성당은 이를 도치한다. 제단쪽으로 갈수록 자리가 넓고 뒤로 갈수록 자리가 좁아져 제단이 가깝고 친근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신과 권위적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롱샹 성당은 서양건물 치곤 이상하게 동양의 나무 건축 처럼 육중한 지붕을 갖고 있다. 다만 지붕과 벽 사이에 틈을 두어 빛이 들어오고 육중함을 낮췄다. 큰 지붕은 큰 하중을 요구하는데 건축가는 보와 기둥을 지붕과 벽에 숨겨 이를 감췄다. 다만 그러다 보니 벽이 상당히 두꺼워지게 되었는데 기둥이 있어 벽의 윗 부분은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고 아래부분은 두껍다. 그리고 건축가는 여기에 다양한 크기의 창을 낸다. 벽이 두꺼우니 창은 당연히 깊게 들어가며 상부 및 하부에 위치함에 따라 깊이가 달라져 다양한 빛의 효과를 낸다.


4. 피르미니 성당

 르코르뷔지에는 말년에 경사로에 심취한다. 경사로는 방문객들이 자신의 보폭대로 걸으면서 주변 경관을 편안히 감상하며 건물로 진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피르미니 성당은 신과 신도 간의 관계를 3가지로 설정하여 3가지 공간을 마련했다. 제단과 같은 층의 예배석은 제단을 우러러 보게 되는 공간이다. 제단의 다른쪽의 예배석은 경사지며 올라가게 지어져 제단을 내려보며 편안하게 예배를 보게 하는 공간이다. 다른 하나는 2층의 예배석으로 제단을 확연히 위에서 내려다보며 관조하는 자리다. 


5. 유니테 다비타시옹 

 역시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아파트다. 보통 아파트의 상가는 저층에 위치하는데 특이하게도 상가가 8-9층에 복층으로 지어졌다. 한쪽엔 창으로 빛이 들어오며 이는 상가의 주인이 입주민임을 의미한다. 

 그는 건물을 증기선처럼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건물 2층이 7미터나 들려있고 1층은 피로티구조인데 기둥이 위는 굵고 아래는 오히려 얇아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다. 옥상엔 진짜 증기선 처럼 큰 굴뚝이 있다. 이 집합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단위가구 설계다. 단위 세대는 작은 단층에서 복층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코르뷔지에는 입주자를 1-8인까지 6개, 연령은 영아에서 노인 7단계로 분류했다. 그래서 14개 타입의 집이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에서는 복도와 같은 공용면적을 최소화하고 전용면적을 극대화히기 위해 호텔처럼 복도가 가운데 있고 집이 복도의 양측면에 위치한다. 이 경우 복도가 매우 어둡고 해가 들지 않게 되며 집들도 한쪽이 서로 막혀있어 통풍이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복도를 한쪽으로 놓으면 위의 문제는 해결되나 방이 복도와 접하는 면적이 좁고 건물이 폭이 좁고 높아지는 문제가 생겨난다. 코르뷔지에는 중복도를 유지하면서 한 집은 기억자형 한 집은 니은자형으로 설계하여 이를 해결한다. 

 아파트의 바깥에는 빛의 삼원색과 색의 삼원색에서 착안하여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4가지 색을 번갈아가며 칠했다. 그래서 집들이 외곽에서 바라봐도 개성있어 보인다.


6. 구겐하임 미술관

 낙수장으로 유명한 로버트 라이트의 작품이다. 그는 코르뷔지에와는 정반대로 자연과 어울리는 건축을 이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은 도시 한복판에 있는 것으로 이렇다할 자연환경이 없다. 그래서 그는 이 경우 환경보단 건축물의 용도에 집중한다.

 미술관의 용도는 당연히 미술품의 전시다. 그리고 전시를 위해서는 미술품의 대부분이 회화인 만큼 벽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그래서 여러 개의 방은 갖고 있는데 누구나 경험한 것처럼 방을 빙빙돌다보면 관람 경로가 헛갈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술관엔 반드시 화살표가 있다. 

 로버트 라이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30미터나 되는 기다란 벽을 연속되게 만들었고 이를 경사로로 하였다. 그래서 관람객은 아래층부터 경사로의 벽을 따라 설치된 미술품을 관람하여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된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런 구조이기에 밖에서 보면 마치 아이스크림 처럼 보이게 된다.

 경사로 가운데는 여섯 층이 뻥뚫린 빈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 위에는 천장을 두어 햇빛이 들어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경사로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것의 방지를 위해 상부로 올라갈수록 경사로의 폭이 오히려 넓어지고 내려 갈수록 좁아지게 구성했다. 


7. 시티그룹 센터

 도심의 건물을 개발하여 높게 짓기 위해서는 넓은 땅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주변 건축물이나 토지의 구매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공중권을 사들려 해결할 수 있다. 공중권은 해당 건물의 윗부분, 공중을 개발할 권리다. 이걸 팔 수 있는데 대형 건물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가 주변 건물의 공중권을 사서 윗 부분을 크게 지을 수 있게 된다. 

 시티그룹 센터는 12층 아래로 건물을 비워 시민을 위한 공지를 제공했다. 그 덕에 용적률이 상향되었다. 시티그룹 센터는 근처에 교회가 있어 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중권을 매입하고 과감히 큰 건물의 아래 부분이 비웠다. 대개의 직사각형 건물은 꼭짓점에 기둥이 있는데 이 건물은 모서리 각 중앙에 기둥이 있다. 그리고 아래 빈 공간쪽으로 역삼각형 모양으로 기둥을 모아 건축했다. 그 덕에 특이한 모양이 되었고 아래 부분이 크게 비해 개방된 광장을 조성하게 되었다.

 이 경우 바람에 취약해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층부에 동조질량 감쇠기를 설치했다. 이는 네 개의 끈에 매달린 무거운 추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이동해 건물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구조를 안정화 시키는 공법이다. 


8. 허스트 타워

 허스트 그룹은 1928년 6층짜리 사옥을 지어 활용했다. 하지만 시대가 지니면서 46층짜리 고층 건물을 지으려 했는데 구사옥을 보존할 필요가 있었다.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의 결론은 구옥의 내부는 모두 철거하되 입면을 남기고 그 자리에 신형 46층 건물을 올리는 방안이었다. 

 그는 기존 구옥에 수직으로 구멍을 여러 개 뚫고 철골 기둥을 넣었다. 이 철골 기둥에 철골 가지는 붙여서 기존 건물의 입면을 양쪽에서 붙잡게 만들었다. 그렇게 구옥의 입면을 유지하고 신사옥을 올렸는데 구옥의 높이만큼은 과감하게 로비홀로 구축했다. 그래서 이 구간에는 건물을 받히는 기둥과 로비, 엘리베이터만 존재한다. 그리고 구옥과 신사옥 사리에는 거리를 몇 미터 두고 여기에 창을 설계하여 매우 밝은 로비를 구축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층 건물일수록 횡압력을 견디기 어려운데 허스트 타워는 대각선 부재를 사용하여 이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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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더 갤러리 101 2
이진숙 지음 / 돌베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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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101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은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이다. 르네상스에서 낭만주의까지 다룬 1권에 이어 인상주의에서 추상주의까지의 예술 사조와 작가, 작품, 시대를 다루고 있으며 시기는 19세기 중반에서 1차대전까지이다. 1권이 신에서 왕과 귀족, 그리고 평민으로 예술의 주도권이 넘어가며 미술에 인간의 시대가 도래함을 다룬 것이라면 2권은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모든 것이 흔들리고 인간이 소외되는 과정에서의 예술을 다룬 것이다. 때문에 제목이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이 아닌가 싶다.

  이 시기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시대가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때문에 모든 가치관과 정체성에 흔들리게 되었고 그에 따라 예술도 사조가 상당히 빠르게 변화한다. 19세기 중엽에서 1차대전까지는 근대의 형성기다. 벨에포크와 데카당스의 시기이자 새로운 희망의 20세기와 그와 반대인 절망적 전쟁이 일어난 극단의 시기다. 근대 사회 인간은 마침내 신분과 종교의 속박에서 자유로운 개인이 되었으나 반대급부로 이젠 개개인이 자신이 무엇이 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정해야하는 혼란의 시기였다. 

 20세기 과학의 발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낙관론을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반대 급부로 서구 이외 외 지역에 대한 식민지 착취와 폭력, 자연에 대한 착취가 이뤄졌다. 개개인은 더 이상 사회의 관행에 순응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통상적 여성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그래서 팜파탈이 예술의 주 소재가 된다.

 

1. 라파엘전파, 바르비종파, 리얼리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라파엘 전파는 산업화 이후 부르주아 문화의 속물성에 저항하며 라파엘 이전의 가식없는 미술로 회귀하자는 주의다. 디테일을 중시한 사실주의적 그림이 이들의 특징이다. 바르비종파는 파리 근교의 바르비종에서 활동한 풍경화가들을 가르킨다. 이들은 자연광에서 자연을 직접 관찰하여 그리는 것을 선호했고 자연을 그리는 새로운 감수성과 방식을 가졌다. 리얼리즘과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했다. 리얼리즘은 혁명 이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모습을 진실하게 기록하는 것을 중시하는 사조와 미술과 문학에서 동시 등장했다. 기존의 관점에서 보면 고사하지 못한 주제와 소재도 편견없이 예술로 가져와 다뤘기에 이후 예술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바꾼다. 인상주의는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색채 속에서 자연 묘사를 중시하는 예술가 그룹으로 그와 더불어 파리 시민의 삶을 미술의 주제로 삼은 본격적 근대 미술운동이다. 하지만 편견없이 눈앞에 보이는 현상을 묘사하는 객관주의는 결국 개인의 순간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주관주의로 전환되는 모순을 야기하기도 했다. 신인상주의는 인산주의의 경험적인 리얼리즘에 반발해 고적주의적 정신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사조다. 점을 찍어 표현하는 점묘파가 대표적이다. 

 19세기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로 그야말로 명암이 분명한 시기였다. 산업혁명과 제국주의로 나라로 과도한 부가 들어오고 있었으나 어린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에 동원되고 착취되어 성년이 되기도 전에 죽음을 맞았고 템스강은 죽음의 강이 되었다. 또한 도덕적으로는 금욕의 시대였지만 그 어느때보다 사창가가 번성했고 식민지에 대한 착취가 정당화된 모순의 시기였다. 

 이런 시기 밀레는 전통적 삶이 남은 시골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밀레는 당시 주류 아카데미와 반대의 길을 걸었는데 그들은 신화나 역사의 인물을 주로 다뤘다. 반면 밀레는 평범한 시골의 사람들을 그렸다. 이는 사람들의 요구와도 다소 부합되었는데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향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순되게도 시골의 사람들이 주인공이기보다는 배경이기를 원했는데 밀레가 다룬 시골의 농민들은 마치 영웅처럼 그림의 주인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당대 프랑스인들은 밀레의 작품에 불편함을 느꼈고 미국에서 인기가 좋아 현재 밀레의 작품 다수는 미국이 소장하고 있다. 반 고흐는 이런 밀레의 시골 배경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 

 구스타프 쿠르베는 미술사에서 탄생과 죽음에 대한 태도변화를 가져온 인물로 꼽힌다. 그는 오르낭의 장례식을 그리며 진행하는 사제는 권태스럽고 냉정하며, 이해관계를 다지는 듯한 사람들, 하늘을 잘라낸 듯 그림을 길게 그려 지상의 문제만을 강조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램피아도 당시 큰 비난을 받았다. 일단 올랭피아란 이름 자체가 당시 매춘부의 흔한 이름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과감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으며 전통적인 여신처럼 8등신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 인간의 몸을 갖고 있었다. 이는 예술을 관람하는 남성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더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불쾌감을 안기게 된다. 마네는 이처럼 더러운 현실을 비판하고 그대로 드러내어 직시하게 함을 물론이고 누드는 비너스로만 표현되던 회화의 관행까지 같이 전복시켰다. 

 드가는 발레리나와 여가수 등 여성을 매혹적으로 많이 그려낸 화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평생 독신이었고 인간혐오 염세가였다. 그가 이런 것은 인간의 마뜩지 않은 감정을 읽는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가가 갈던 시기는 영웅이 아닌 범인의 시대였고 자본주의의 등장으로 필요의 경제에서 욕망의 경제로 이행하는 시기였다. 1852년 몽마르셰 백화점이 등장하고 중산층 부인의 소비가 증가한다. 당시 여성에겐 거의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았는데 그나마 가능한 게 소비활동이었다. 평범한 일상사가 예술의 주제가 되면서 거대담론에 가려진 다양한 인간사가 의식되고 시민사회의 속물성과 부조리를 드러내는 갈등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럭저럭 잘 굴러가면서 많은 시민들이 권태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드가는 이 만성적 권태를 회화로 잘 표현했다. 압생트 마시는 사람들이나 자두 브랜디 등의 작품에 권태로운 표정이 묻어난다. 

 과거 회화는 그 주제가 신화, 중교, 역사로 검증받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원근법과 비례등의 장치도 그림은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전제는 세상에는 신이 하나이고 진리도 하나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관행에 마네는 의문을 제기했고 미술의 낡은 상상의 질서를 해체했다. 그리고 그림에 담아야할 내용과 그리는 형식에 대해 선입견 없이 자연을 그대로 그리고자 한 것이 인상주의다.

 따라서 모네 같은 인상주의에서는 루앙대성당을 그릴 때 여러 장면을 그리게 된다. 매 순간의 변화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모네는 수련 연작을 그리면서 마지막에는 하늘과 물의 구분이 사라지고 물과 수련의 구분도 사라지는데 이는 서양의 전통적 이분법을 넘어선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런 인상주의의 방식은 매순간을 그려야 한다는 불가능한 인상의 함몰로 이어지게 되었으며 그래서 인상주의는 훗날 상징주의와 추상화로 이어지게 된다. 

 모네는 눈앞의 생생한 현장을 캔버스에 옮긴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조르주 쇠라는 이 과정을 하나로 체계화, 과학화, 방법화 하려 시도한다. 대부분 인상주의자는 순간의 인상이 중요해서 구상을 위한 스케치를 거의 하지 않았으나 쇠라는 대충 스케치를 하고 공간 배경을 확정하고 인물 없이 배경을 그리고 이후 인물을 그려냈다. 쇠라 이전엔 색을 혼합했지만 그는 점묘법으로 혼합하고자 하는 색들을 점으로 주변에 배치해 혼색의 효과를 드러냈다. 이런 분학주의는 인상주의를 과학 체계화하고자 하는 시도였으며 쇠라는 색조, 색상, 선의 대위로 그림을 체계화하였다. 


2. 후기 인상주의, 아르누보

 후기 인상주의는 세잔, 반고흐, 고갱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들은 형식상의 공통점은 없었고 인상주의 이후 현대미술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으로 회화, 조각, 건축의 분리는 기초로 하는 시스템이 반발해 공예를 포함한 종합예술을 지향했다. 기존의 역사적 양식을 모두 거부하고 동양적, 장식적 성격을 갖는다. 

 세잔은 매일 아뜰리에에서 그림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그리는 소재도 제한되 사과와 정물, 생트빅투아르산과 고향 액상 프로방스의 풍경만을 그렸다. 사람도 주변 인물만을 제한적으로 그렸다. 세잔은 확정된 진리의 모방으로써의 미술을 거부한다. 세잔은 사과의 신화, 실용적 목적을 모두 걷어내고 사과 자체를 바라보는 시도를 한다. 즉, 감각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세잔은 세세히 그리지 않고 사과를 바라 보았을 때의 감각을 상기 시키는 정도로만 된다는 생각으로 그린다. 세계는 풍교롭고 광대하며 아름다우나 이를 표현하는 화가의 재료는 유한하다. 하지만 그중 가장 무한한게 색채다. 그래서 세잔은 색채를 다양화하며 비슷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비슷한 것을 꾸준히 그려나간다. 

 종합예술을 지향한 아르누보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발전시킨다. 당시는 세기말과 벨에포크라는 두 얼굴의 시대였고 소비의 활성화로 광고라는 새로운 창이 열렸다. 알폰스 무하는 광고에서 스타로 유명세를 떨친다. 광고는 불특정 다수에 호소력을 가져야 했는데 이것이 대중성이다. 소비는 욕망의 대중화와 욕망의 민주화를 가져왔다. 이것은 진정한 세속화의 길로 중요한 것이었다. 소비는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특권적 행위가 아닌 유행에 따르는 대중적 행위가 되었다. 하지만 무하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이것을 느꼈지만 그의 조국 체코는 동유럽의 식민지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는 민족주의자이면서 코스모폴리탄이었으며 이를 위해 조국으로 돌아가 헌신한다. 


3. 나이브 아트, 야수주의, 입체주의, 미래주의, 표현주의, 추상미술, 아방가르드

 야수주의는 입체주의의 주지주의와 대조적으로 주정주의적 성격이다. 표현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입체주의는 하나의 시점은 원근법을 파기하고 다시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재구성하고자 했다. 미래주의는 기계 문명에 대한 찬양, 역동성과 속도감을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전쟁찬양과 여성멸시, 파시즘 스캔들을 야기했다. 표현주의는 르네상스 이후의 사조인 자연의 재현보다는 인간의 내적 상태를 구현하고자 했다. 감정의 직접 표현을 위해 형태의 왜곡과 과감한 색채를 사용했고 청기사파, 다리파, 신즉물주의 등의 독일 미술의 주요 특징을 이룬다. 추상미술은 눈에 보이는 자연과 사물을 묘사하지 않는다. 칸딘스키의 추상미술,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가 해당한다. 아방가르드는 군사용어로 첨병이라는 뜻이다. 전위 예술로 관습을 타파하는 혁신적 예술을 지칭한다.  

 정제된 쾌락주의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베르그송은 인간의 지성은 진화의 최고 산물이지만 창조적 진화를 인식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의 본능이 생명과 근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기에 지성에서 해방된 직관만이 이를 통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베르그송의 철학은 비지성적, 직관적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마티스의 특징은 단순함에서 오는 힘과 명징함에서 오는 원숙함이다. 당시 화가들은 음악의 조화로움 때문에 음악을 미술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았다. 그 조화 방법 중 하나가 색채인데 마티스는 초록, 주황, 청색, 갈색 등의 단순한 색채를 사용했다. 마티스는 색채와 관련한 모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였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은 여성의 참정권 요구와 매독등의 공포로 팜파탈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항으로 순종적인 여성인 팜마르질 모두 팜파탈과 더불어 남성을 기준으로 여성을 바라 본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쟁으로 남성의 생산력에 의존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여성이 등장한다. 독일의 케터 콜비츠는 시대의 아픔과 정신적인 고통을 육체의 언어로 번역한 예술가다. 표현주의 화가들이 대개 소외감이나 근원에 대한 갈망 등 개인 내면에 천착했다면 콜비치는 사회적 이슈를 대상으로 삼았다. 

 말레비치는 검은 사각형을 그렸다. 그는 작품을 전시장의 동쪽에 전시했는데 이는 러시아 전통에서 동쪽 모서리에 이콘화를 설치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은 이 그림이 일반적 그림이 아니라는 의미이며 검은 사각형은 절대주의의 신호탄이 된다. 그는 3차원 공간의 대상세계가 진실이 아닌 환영이고 세계의 참된 실재를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말레비치는 예술가는 순수한 느낌의 절대적 우위를 가진 존재로 모든 대상적 사상에서 해방된 우주적 운동을 경험하고 이를 대상 세계와 아무 연관 없이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의 색면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칸딘스키는 자연 그래로의 감정을 표출하는 표현주의와 표면적인 일상만을 다루는 리얼리즘, 인간 내면의 힘을 일깨우지 못하는 탐미주의 모두 낡은 것이라 보았다. 그는 예술이 그동안 잊힌 정신적인 것인 인간의 내적인 필연성에 따라서 영혼의 상태를 드러낼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대라고 칸딘스키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음악을 참조한다. 칸딘스키는 회화를 인상, 즉흥, 구성으로 구분한다. 인상은 외부 자연의 즉흥적 느낌으로 재현적 요소다. 즉흥은 즉흥적인 정서적 반응으로 무의식, 자연발상, 내재적, 비물질적인 것이다. 구성은 오랜 기간 준비와 예비를 통해 탄생하는 궁극적 예술이다. 그의 구성에서 대상은 사라지고 주체가 파악한 세상의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재배치하여 완전한 추상에 도달하고자 하였다. 

 몬드리안은 말레비치, 칸딘스키와 다소 다른 길을 갔다. 말레비치는 현실과 단절하고 4차원의 세계로 나아갔다면 칸딘스키는 인상, 즉흥, 구성의 세 단계를 통해 세상과 가깝고 멀어지는 영혼의 상태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들은 방법은 다르나 주체가 세상을 어떻게 수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몬드리안의 추상은 현실에서 본질을 추출하고자 했다. 몬드리안에게 색채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데 빨강은 인간의 육체, 노랑은 이성, 파랑은 영혼을 의미한다. 그는 이들을 조화시키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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