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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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도 더 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클림트 전을 했던게 기억이 난다. 한국에 온 진품은 일부고 주요 작품은 그냥 화면으로만 전시했던 기억이다. 지금보다도 미술에 대해 잘 모를 때였는데 클림트의 작품은 상당한 끌림이 있었다. 화려하고 그림을 정말 잘 그렸음에도 이상하게도 그림 속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이나 풍경이 마치 이질적인 타일을 붙여놓은 듯 했다. 그리고 그 타일은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색이 많았다. 그래서 주인공은 더 빛나는 것 같기도 하고 더 가려지는 것 같기도 했다. 거의 여성만 그렸는데 무엇이나 사랑이 고픈 사람이거나 사랑을 많은 받은 사람일거 라고 생각했었다. 미술에 미자도 모르는 문외한이 갑자기 작품을 보고 이렇게 마구 떠드니 당시 같이 갔던 사람은 무척 이상하게 여기며 말많다고 불편해했었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구스타프라는 이름에 스웨덴일거라 생각했었다. 클림트는 1852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태어나 1918년에 죽었다. 그가 살던 시기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었다. 그리고 평생을 빈에서 살아간 클림트도 도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프란츠요제프 1세의 치하에 있었다. 유명한 마리아 테레지아 황제의 아들인 그는 전통주의자였다. 19세기 였음에도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입헌군주제가 아닌 직접 통치를 하였으며 전기와 자동차, 수세식 화장실도 거부할정도로 꼰대였다.  

 그래서 19세기 말의 빈의 분위기는 모더니즘이 한창이던 다른 나라와 무척 달랐다. 요제프주의와 비더마이어로 대표될수 있는데 요제프주의는 황제의 강력한 왕권과 이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예술사업 독력, 비더마이어는 이런 전제정치로 시민들의 정치적 무기력과 소시민주의, 정치적 체념, 카톨릭신앙심, 독일 특유의 순응주의와 아름다움에 대한 매료가 결합한 것이다. 때문에 당시 빈의 예술 역시 모더니즘이 판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전통을 중시한다. 

 클림트는 이런 분위기에서 금세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금을 잘 다룰 수 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한데, 그는 어린나이부터 예술가컴퍼니를 구성하고 주어진 천정화 작업을 잘 수행하면서 좋은 편팡을 얻게 된다. 당시의 천정화나 그림들은 매우 전통적인 형식으로 클림트가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상징주의 스타일로 변하자 그는 곧 같은 컴퍼니 사람들과 결별하게 된다.

 그런 클림트가 들어간 곳이 빈 분리파다. 빈 분리파는 모더니즘의 바람을 빈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빈 특유의 분위기처럼 인상파나 야수파보다는 장식 예술과 건축에 매료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1회 전시회는 아바가르드 예술이 전 유럽에서 외면과 경멸을 받은 것과는 다르게 당국의 환영을 받았다. 이는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여러 민족을 병합하고 있어 예술을 후원함으로써 민족 고유의 문화 말살이라는 제국내 민족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함이었다. 

 클림트는 1901년 완성한 유디트에서 처음으로 금박을 사용한다. 그는 자신이 전통주의자임을 알면서도 그런 전통을 뛰어넘을 뭔가를 원했다. 클림트는 이탈리아 라벤나 여행으로 그 답을 찾아낸다. 1500년전 초기 기독교 시대에 제작된 라벤나 모자이크가 그것이다. 동로마제국의 모자이크 예술양식에서 그는 원형의 순수와 위대함, 그리고 금이라는 재료가 주는 영원과 무한함에 눈을 뜨게된다. 클림트는 거기서 평면성의 상징성을 발견하고, 평면자체가 오히려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새로움을 깨닫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가장 먼 과거를 향해 예술과 종교의 원형을 향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하에 클림트의 대표작들이 탄생한다. 키스, 유디트, 물뱀1, 다나에, 베토벤 프리즘, 아델레블로그-바흐의 초상화들이다. 클림트는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워낙 많은 습작을 하며 시간을 두는 까닭에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다. 클림트의 다음 변화는 풍경화와 장식과 동양의 세계다. 1908년정도를 기점으로 클림트는 더이상 황금을 사용하지 않는다. 화려한 문양과 모자이크 풍의 황금대신 인물은 그대로지만 그를 덮고 있는 상징과 문양이 동양적인 것으로 바뀐다. 동양적 문양과 색상이 인물을 뒤덮게 된 것이다. 

 그의 풍경화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클림트는 이전에는 상당히 신비롭고 공허한 분위기는 나는 풍경화를 그렸다. 그는 빈에 주로 머물렀지만 일년에 두어달 가량을 아더 호수에 머물렀다. 자연히 아더 호수 주변의 풍경을 많이 그렸는데 건물이 항상 없었지만 이 시기부터 풍경화에 건물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클림트는 나이가 들며 죽음에 대한 공포에 집착한다. 그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58세에 죽었는데 자신 역시 60세를 넘기지 못하고 그렇게 될거라는 공포와 집착이 있었다. 그는 건강하고 운동도 많이 했지만 공교롭게도 아버지와 같은 나이에 같은 증상으로 죽고만다. 클림트는 자신이 살아간 오스트리아처럼 모순의 예술과 모순의 삶을 살아간 사람이다. 전통에 기반하면서도 모더니즘을 추구했고, 수많은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음에도 한명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그의 삶이 그림에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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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시사철 생태놀이
박항재.옥흠.박병삼 지음, 소노수정 그림 / 뜨인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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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목표로 자연물을 주로 이용하거나 생물의 습성을 토대로 여러가지 놀이를 하는 것이 생태놀이다. 도시에 살고,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도 아파트건물 같은 학교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이런 생태놀이도 필경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이론적 토대는 플로러닝에서 따왔다. 플로러닝은 하나의 목적을 향하여 물이 흐르듯 이어지는 놀이나 활동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4가지 동물의 특성에서 각 단계가 비유적으로 나왔는데 수달, 까마귀, 곰, 돌고래다. 

 1단계인 수달에서는 하루종일 어른이 되어도 장난을 치는 수달의 열정에 빗대 재미있고 활동적인 놀이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단계다.2단계는 까마귀로 까마귀의 민첩하고 지적인 관찰력을 빗대어 오감을 집중하고 활용하는 놀이를 통해 감성을 높이고 관찰력을 기르는 단계다. 3단계는 곰으로 곰이 온몸으로 자연을 만나는 것이 비유해 자연을 몸으로 직접 느끼는 놀이나 활동을 통해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는 단계다. 4단계는 초음파로 서로 의사소통 하는 돌고래의 습성에 비유해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서로 나누는 놀이나 활동을 통해서 감동이 한층 깊어지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단계다. 

 책은 이 4단계에서 몸과 마음을 열어요, 함께 알아봐요, 온몸으로 놀아요, 감동을 나눠요 의 4단계로 모든 놀이를 구성했다. 

 놀이도 놀이지만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과학적 설명도 많다는 것이다. 다람쥐, 청설모, 어치등은 도토리를 좋아한다. 타닌의 떨떠름함 맛 때문에 사람은 묵이나 쑤어야 간신히 먹지만 많은 동물들에게 도토리는 소중한 식량이다. 이들은 도토리를 땅에 묻고 보관하는데 땅속은 습도가 높고 온도도 높아 도토리가 싹 틔우기 좋은 여건이다. 또한 어치의 경우 자신이 보관한 도토리의 무려 70-90%를 잃어버린다고 한다. 

 플라나리아는 생긴것과는 다르게 1급수에 산다. 플라나리아는 항문이 없고 입만 있는데 입이 머리 부분에 있는게 아니라 몸통부분에 위치한다. 그래서 먹이를 발견하면 몸통부분에서 긴 집게가 나와 먹이를 뜯는다. 현대의 공중급유기는 이런 플라나리아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공중급유기들의 기름 탱크는 몸통에 있으니 당연히 거기서 긴 집게가 나와 서로 연결하여 급유한다. 

 경기 고양 장항습지에는 말똥게와 버드나무 군락이 있다. 둘은 공생관계인데 버드나무 주변 생태계에서 말똥게가 먹이를 얻고 나무위로 오르거나 숨어 천적을 피신한다. 말똥게는 버드나무 밑에 굴을 판다. 그 굴의 크기가 공교롭게 버드나무 뿌리 굵기와 거의 맞다. 그래서 나무 뿌리까지 산소가 닿아 성장이 좋고 말똥게의 배설물이 거름 역할을 한다. 말똥게는 과거 주민들이 이를 삶아 먹으려 했는데 말똥냄새가 났다 하여 붙인 이름이란다. 

 나비와 나방은 차이가 있는데 나비는 주로 주행성이고 나방은 야행성이다. 나비는 앉을 때 나비를 접는데 반해 나방은 날개를 그대로 펴고 앉는다. 나비는 더듬이가 방망이 모양이지만 나방은 빗살 모양이다. 

 책에 있는 놀이는 아이들이 꽤나 좋아할 만한 것들이 많다. 자연물을 손으로 느껴서 뽑아 무엇인지 맞추거나 포식과 피식 관계를 주로 착안하여 서로 잡고 쫓는 일이 많다. 그러면서 포식이란게 생각보다 힘들고 자연의 균형이란것도 몸으로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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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학교 공간 이야기
고은석 외 지음 / 북트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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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본 학교공간개선 책들은 사실 장밋빛 같았다. 책에 수록된 사진 하나하나가 정말 예뻤고, 이런 학교라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며 아름다운 교육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런 학교를 짓기 위해서 수면 아래서 열심히 그리고 처절하게 갈퀴를 휘저어야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책에 수록되었다. 책 표지에는 교육청 추천도서인데 정말 처절하게 교육청을 비판한다. 

 아직 학교공간 개선이 어색하던 2017년 한적한 광주광역시의 작은 시골학교에 한 선생님이 학교공간 개선을 추진한다. 혁신교육감이 등장하고, 학교 공간에 대해서도 윗선에서 나름 떠들고 약속도 하던터라 기대에 부풀었다. 힘들게 선생님들, 학부모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거 거의 교육기부다 싶은 금액으로 업체도 입찰한다. 이 모든걸 학교 선생님이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데 교육청이 어깃장을 놓는다.

 분명 사용자 참여설계를 한다고 했는데 그들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원하는 실과 교실 갯수를 물어보고 총액을 설정해버린다. 교육주체들의 의견이 반영된 주요 시설들도 안전을 이유로 관행을 이유로 법을 이유로 퇴짜놓아 버린다. 아마 지금 어른들은 잘 모를 것이다. 일선 학교에 그네가 없다는 사실을. 대충 10여년 전인가 한 아이가 그네에서 놀다 다쳤고 그후로 안전을 이유로 학교에선 그네가 사라졌다. 그 뿐이 아니다. 십수년을 멀쩡히 있던 놀이터를 갑자기 안전진단을 했고 그 멀쩡한게 대부분 안전진단 불합격을 하자 반년 혹은 수개월을 펜스를 쳐놓고 아이들이 이용못하게 했다. 그리고 돈을 들여 기존 것과 거의 다를바 없는 새로운 놀이터를 구축했다. 이게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여튼 건축에서도 비슷했나보다. 벽돌을 흰색으로 하고 싶다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단가를 맞추느라 붉은 벽돌을 가져오고, 간신히 주무관을 가르치고 시선을 유도해놓으면 어느샌가 보직이 변경되어 다른 사람이 와서 다시시작하게 만든다. 교육장이나 장학사니 하는 사람들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선생님은 상당히 직설적으로 그들을 비판하는데 이런건 정말 필요하다. 잘못한 사람은 잘못했다고 호되게 나무라고 비판해야 한다. 언제까지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계적 균형이나 맞추고 앉아야 할까나.

 학교공간 개선에 있어 저자는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 단계가 유용해보인다. 우선 학생 워크숍

1. 기억하자

-일상을 기억하고 학교를 들여다보기

2.탐색하자

-학교지도 표현하고 장소 소개하기

3.만들자

-내가 바라는 학교 전체 모습 구상하기

4.상상하자

-키워드 배치를 바탕으로 학교 공간 모형 만들기

5.공유하기

-우리가 바라는 미래 학교 이야기하기


교사 워크숍

1.학교 살펴보기

-학교에 대한 이미지, 우리 학교에 해당하는 단어, 교사들의 장소 인식 및 현황 해석

2.학교의 구조, 공간과 행위

-학교의 구조 파악, 우리 학교에서 원하는 활동과 공간의 해석

3.학교의 환경 비전과 요구

-우리 학교 기대공간과 공간 내 활용

4.교실 보기와 학교공간 구성

-학교 교실 활용 현황과 관련 영역 확인


학부모 워크숍

1.학교 일상의 기억

-학교에서 가장 기억나는 하루 표현하기, 학교 지향점 공유

2.학교 공간의 탐구

-교육 지향점에 따른 공간 키워드, 키워드가 담긴 학교 공간 이미지 표현하기

3.교육 공동체속 학교 공간의 지향점 찾기

-학교교육 공동체의 의미와 지향점, 교육 공동체의 구체적 역할 놀이

4.다시 만든 학교에 가기

-학교 공간 디자인 이슈 발견하기, 학교 필요공간 도출, 교실의 역할과 범위 논의


책은 학교 공간개선에 관한 책이지만 학교교육과정에 과한 논의도 깊다. 양자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근무한 학교는 분교였다고 다시 본교가 될정도로 무척 작은 학교였다. 그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정말 많은 예술활동과 도전활동이 학교교육과정에 들어차있었다. 때문에 담임교사가 무엇을 할 여지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는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학교교육과정은 목표와 방향성만을 제시해야지 지나치게 촘촘하면 안된다고 한다. 

 또한 학교교육과정에 안식년도 필요하다고 한다. 첨 듣는 주장인데 신박하다. 모두가 과도한 교육과정에서 버리기를 해야한다고 하는데 사실 다 필요해서 뭣하나 버릴게 없다. 이럴때 다 같이 한번 유예하는 안식년을 두자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 번 안해보면 그 필요함과 필요없음에 대해 절감하지 않을까나. 

 마지막으로 재밌던건 학교 공간 개선 과정에서 남향건물에 대한 포기였다. 건축업체는 관성처럼 남향 교사건물을 디자인해왔는데 그리되면 아이들이 운동장으로의 접근성과 동선이 크게 퇴행하였다. 때문에 건물을 서향으로 바꾸어 동선을 확보했다. 또한 학교 교실이 남향일 경우 수업시간인 낯시간에 해가 강하게 들이쳐 하루종일 블라인드를 해야한다는 점. 그리고 남향이 가장 효과적인 겨울철 정작 학생을 방학이라 학교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참 좋았다. 또한 최근 학교공간 혁신에서 아이들의 운동장 및 숲속, 텃밭등으로의 접근성을 강조해 교실을 1층에 배치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 학교 아이들은 작은 학교 아이들이어서인지 1층 교실을 싫어했다. 높은 곳에서 학교의 풍경을 조망하고 싶어했고 그 결과 3-6학년 학생들은 2층에서 생활하게 건축이 진행되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다들 아파트에 살아서 익숙해서 그렇지 어릴적 단독 살땐 항상 높은 풍경을 그리워했다. 높은 곳이 주는 묘미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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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를 바꿨어요! - 공간 디자이너가 된 아이들 내가 바꾸는 세상 5
배성호 지음, 서지현 그림 / 초록개구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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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리고 가르치기 전에 아이들이 볼만한 책이다. 서울 삼양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 곳곳을 둘러보며 건축학과 대학원생들 그리고 선생님, 건축전문가와 함께 학교 공간을 바꾼 사례다. 

 나아가는 과정이 재밌다. 먼저 아이들의 생활을 관찰하며 그들의 말 하나하나를 기록했다. 공동의 아이디어를 마련하기 위해서인데 말에 대해서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프로젝트 참여자인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학교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임을 인정해주고 학교에서의 시간과 공간 놀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놀이다. 좋아하는 피구, 학교 어딘가에서 누워서 자기, 수다떨기 등을 한다. 학교 다닐때 정말 하루종일 하고 싶었던 것들이다. 

 밑밥을 그만 깔고 이제는 활동을 본격화하여 쉼, 바람, 추억으로 주제를 나누어 팀별로 학교를 탐색했다. 같이 공간을 탐색하면서 어린이들이 주목하는 장소가 발견되었다. 그 장소에서 다른 친구들이나 동생들이 어떻게 노는지도 관찰했는데 이러한 수많은 학교 공간 중 개선할 곳 3곳을 정했다. 그리고 개선하고 싶은 아이들의 디자인을 받고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시공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공간이 더 그럴싸하게 원하는 목적으로 바뀐 것을 보고 자신들의 힘과 공간의 변화가 주는 힘이 놀라워한다. 최근 학교 공간 개선이 많이 이뤄지는데 전면 구축이 아니더라도 부분 개선도 충분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었다. 

 학교공간 개선 하면 전체적인 공간에 대한 공사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을 보면 당장 학급에서라도 충분히 가능해보였다. 아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배치를 바꾸어 본다던지, 텐트를 놓는다던지, 학교 어딘가에서 굴러다니는 버려진 소파를 놓는다던지, 아니면 벽면을 같이 도색을 해본다던지 이런 작은 실행 가능한 변화가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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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 이렇게 바꿨어요! - 미래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권미나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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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OECD 컨퍼런스에서 학교공간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는 한국의 혁신교육에 학교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움을 주는 사건이었다. 학교공간은 학생들의 학습과 정서적 성장, 태도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물리적 조건과도 얼추 맞아들어간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 학교 중 4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건물은 무려 20%에 달한다. 그리고 딱 5년만 지나면 그 비율은 무려 30%에 육박한다. 자연스런 대규모 재건축, 리모델링 시기와 학교공간의 혁신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공간혁신 접근법은 다음의 순서에 따른다. 우선 학교고유의 교육적 가치와 목표를 설정한다. 이 교육적 목표와 가치의 실현에 적합한 교육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교육적 목표와 가치 달성을 위한 교육과정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부적 실현을 위한 교수학습방법과 학교운영방식도 결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현재 학교의 건물과 대지가 이러한 교육적 가치와 목표의 실현에 적합한지 재검토하는 것이다. 목표에 부합한다면 감히 새로 짓거라 굳이 리모델링할 필요는 없다. 검토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중기장기 마스터 플랜을 실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완성한 혁신적 공간을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면서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계속 수정 보완해나가는 것이다.

 공간혁신 접근법중 사용자에 중점을 둔 사용자 참여 설계의 단계도 있다. 우선 '시작하기' 단계에서는  TF팀을 구성하고 사업개요를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안내하며 전체적인 학교공간 혁신진행 일정을 협의한다. '이해하기' 에서는 학교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교사들의 생각, 학부모의 생각을 듣고 서로 공유한다. '탐험하기'에서는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공간을 혁신한 다른 학교 공간 탐방을 진행한 다음 관찰한 내용과 공간 탐방 결과를 정리하고 공유하여 의견을 나눈다. '상상하기' 에서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한다. '만들기'는 건축사가 지금까지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시공, 감리를 진행한다. 마지막 '돌아보기'에서는 실제 변화한 학교 공간을 사용한 후 학교 구성원에게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학교공간 혁신에서 교사가 하는 일은 학생들의 시선에서 관찰을 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미 있는 지점을 찾아 거기서 확장된 생각을 구체화하고 실현할수 있게 연결짓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실행을 위해 많은 대화의 시간과 교육과정 디자인을 통한 학교공간변화 수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공간혁신에서 학교는 복합적 생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생의 일과를 분석해보면 학생들이 학교공간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수 있는데 공부하는 곳일 거라고 교사, 학부모의 생각과 달리 학생들에게 공간은 집과 같은 생활공간에 가깝다. 공부도 하지만 놀이와 관계, 쉼이 꾸준히 일어난다. 그래서 학교는 수업 ,학습 ,놀이 등의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고, 각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그 효율성과 활용도가 높아진다. 

 학교공간을 혁신하는 과정에서는 언급한 것처럼 학생, 학부모, 교사간의 의견과 철학이 매우 상이할수 있으며 같은 교사, 학부모 집단안에서도 그것이 매우 달라질수 있다. 이 경우 공간 혁신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이 일어난다. 원하는 것을 모두 구현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효율성과 연결성이 문제가 생기고, 실제 예산과 공간도 부족해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다. 이렇게 공간에 대한 생각이 다를때의 판단 기준은 공간의 유연성과 공간의 다목적성, 그리고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려 학교공간을 디자인하자는 마음이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마음과 의견이다. 이를 토대로 한다면 갈등상황에서도 원만한 해결이 가능하다. 

 학교공간을 혁신하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미래학교 구축이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 이후의 미래학교를 고민하고 있는데 양자는 다른 것은 아니며 연속성상에서 새로운 미래 요소를 더해나가는 것이다. 생각은 좀 다르지만 미래학교가 무엇인지 지금 시점에서 정의한다면 미래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것 하나하나에 집착하기 보다는 미래 기술을 학생들이 활용하고 공유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곳이다. 학생은 미래학교의 공간에서 미래기술을 활용하면서 유연한 사고와 모둠끼리의 협업태도, 간단한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 결과물을 생산 공유할 수 있다. 

 학교공간의 혁신은 많은 변화를 불러 온다. 서울 당곡고의 경우 공간을 구성하니 학생의 자치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공간의 변화는 기존의 강의식 수업에서 토의토론이나 프로젝트 수업등 학생 중심 수업으로의 변화도 가지고 왔다. 그리고 학생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에 따라 학교내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자발적 시도가 학생과 교사 양집단에서 늘어났다.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모두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고, 다양한 교육과정과 교육활동들이 이전보다 늘어났다. 

 이처럼 학교공간은 많은 긍정적 변화를 불러온다. 하지만 학교의 구성원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바뀐다. 때문에 철학과 비전, 지역의 요구를 바탕으로 학교 공간을 새로이 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특수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에서 미래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요구된다. 그리고 이는 학교 공간의 유연성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유동성과 다용도성, 확장성, 수정가능성, 전환성이다. 특수하되 일반적이면서 혁신적이고 전환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일반적 이론 외에도 다양한 초중고교들의 학교공간 혁신 과정과 그 결과물이 수록되어있다. 사진자료도 풍성한 편이다. 학교공간에 관심이 있는 모든 교육주체들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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