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데이비드 A. 싱클레어.매슈 D.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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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죽는다. 너무나 오랬동안 그래왔기에 이는 매우 당연한 진리처럼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간혹 죽음을 초연히 여기거나 마땅히 받아들여야하는 순리처럼 여기기도 한다. 한 때 미래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한 독서토론을 하면서 사람이 꼭 죽어야 하는가? 영원히 살게 되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생보다 죽음을 선호했다. 다들 건강하게 남들 정도 만큼은 오래살고 싶어하진 했지만 영생은 마치 하면 안될 것 같은, 그리고 무척이나 끔찍한 것이며 인생을 의미없게 한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다. 죽음에 대한 이런 반응은 어느 집단에서나 마찬가지 일 것 같다. 

 이쯤 되고 보면 인간과 다른 생물들은 죽음을 육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받아들이게끔 설계된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곤 한다. 죽음을 극도로 거부하는 진화한 생존기제들을 강하게 갖고 타고났지만 막상 죽을 때가 되면 이를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정신적 기제도 같이 진화한건 아닌지 한다. 

 사람은 왜 죽어야할까? 아마도 앞선 개체들이 죽는 것이 진화에 필수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선 개체가 죽지 않는다면 아마도 번식은 하지 않을 것이다. 죽지 않으니 영원한 DNA 보관 그릇이 있는 것이며 그로 인해 번식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번식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생식기관을 만들고 보존하고 운영해야 하며, 유성생식인 경우 성경쟁이 치열하다. 그리고 개체가 영생하는 상태에서 번식하면 그 종은 가까운 시일내에 강한 환경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모세대가 죽으며 자연히 자녀세대가 그 서식지의 자원과 짝짓기 대상을 차지하게 되는 것인데 부모세대가 영생하며 남아있다면 자라난 자녀세대와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부모세대가 영생한다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그런 경쟁 대상인 후손을 낳을리 만무하다.  

 때문에 영생을 하는 개체는 번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데 문제는 번식하지 않으면 진화도 없다는 것이다. 이미 완성된 개체는 유전자가 변형하지 않아 변이하지 않는다. 변이는 번식에 의해서만 생기는데 번식하지 않으면 돌연변이도 없을 것이고, 그 돌연변이중 우연히 주변 환경에 맞아 적합도를 높이는 진화한 새로운 형질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즉, 영생은 진화자체를 막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생물은 당연히 진화, 즉, DNA의 안정적이고 영속적인 전달을 위해 다소의 변이를 각오하면서도 앞세대의 죽음을 전제로한 번식과 진화를 택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원히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 프로그램보다는 꾸준히 업그레이드 하는 프로그램이 당연히 훨씬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어이없게도 진화는 죽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정작 생물의 유전인자에는 생물을 죽으으로 이끄는 유전자가 없다. 일정시간 생존하고 나면 반드시 발현해 생물을 죽이는 그런 유전자가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생물의 죽음은 시한폭탄이 터지는 느낌보다는 시스템 전체가 조금씩 붕괴해 어느 한 부분이 임계점에 달해 다른 부분마져도 억지로 기능이 멈추어져 전체가 죽게되는 것에 가깝다. 심장이 멈췄다고 다른 부분이 죽는 것은 아니며 심장의 멈춤으로 인해 다른 부분에 혈액이 공급이 되어 죽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책 '노화의 종말'에서는 이런 인간의 죽음을 어떻게 하면 현 시점에서 가장 늦출 수 있는지, 그리고 언젠간 노화가 질병으로 규정되고, 미래의 과학기술로 인해 인간이 죽음에서 완전히 탈피할수 있을 미래를 그린다. 


1. 생존회로

40억년전 열수분출구 옆에 물웅덩이가 있다. 행성 표면은 운석이나 혜성에서 온 유기분자가 표면을 뒤덮고 있었고 이 물웅덩이엔 이 유기분자들이 있었다. 일반 표면이었다면 그냥 분자상태였겠지만 이것들은 열수분출구 옆의 웅덩이에 있는지라 열로 인해 녹았다고 가장 자리에 말라 붙곤 하며 특수한 화학과정이 진행되었다. 

 이것이 핵산의 형성이다. 그리고 핵산이 농축되면서 중합체를 형성하였고, 이 중합체가 RNA로 DNA의 선구물질이다. 이 핵산가닥은 유전물질이 되었고, 이 유전물질이 지방산에 감싸지며 일종의 미세한 비누방울처럼 되었는데 이 비누방울이 최초의 세포막이 된다. 이 세포들은 주위 물질이 당연히 충분히 않았으므로 경쟁이 시작된다. 당연히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생존매커니즘이 진화하였는데 이것이 유전적 생물매커니즘의 탄생이다.

 이 매커니즘에서는 유전자 A가 탄생한다. A는 환경이 안 좋을 때 번식을 멈추는 관리자다. 그리고 유전자 B가 탄생한다. B의 역할은 침묵단백질을 형성하는 것이다. B는 상황이 안좋을 때 유전자 A에 달라 붙어 유전자를 끈다. 즉 상황이 않좋으니 A를 꺼서 번식을 멈추고 생존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B에는 이후 하나의 기능이 추가되는데 DNA를 수선하는 기능이다. DNA가 손상되면 B는 A떠나게 되고 DNA를 수선하는 동안 생식과 번식활동을 중지한다. 저자는 이 생존회로가 바로 노화의 원인이라고 본다. 


2. 노화이론

노화이론은 꾸준히 발달해왔다. 1930-60년대에는 돌연변이의 축적에서 원인을 찾았고, 1963년 이후에는 오류 파국 가설로 유전자 복제과정에서의 오류축적을 노화의 원인으로 보았다. 1970-1980년대에는 짝이 없는 자유라디칼이 산화를 일으켜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이 자유라디칼이 많은 미토콘드리아가 주로 손상되어 노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지금도 인기가 좋은 항산화물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하지만 책에서는 노화의 원인은 바로 정보의 상실이라고 본다. 생물은 두 종류의 정보를 갖고 있으며 양자는 부호화 방식이 다르다. 우선 DNA인데 여기에는 디지털 정보가 사용된다. ATCG 4진수의 디지털 코드가 이것이다. 다음은 아날로그 정보로 후성유전체에 이용된다. 후성유전체는 수정 후 발생하면서 주변 환경에 따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체로 이 부분이 아날로그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유연하게 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정보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손상이 잘 일어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노화의 원인이 된다. 

 생물에겐 앞서 언급한 생존메커니즘 유전자 B에 해당하는 것으로 서투인이 있다. 서투인은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번식 대신에 개체의 생존에 치중한다. 당장 에너지를 아껴 허리띠를 조이고 당뇨, 심장병, 알츠하이머, 골다공증, 암 등의 주요 질병으로부터 몸을 지키라 명령한다. 만성적 과잉염증을 억제하고 세포 죽음을 예방하며 미토콘드리아까지 활성화한다. 실험에서 생쥐에게 서투인을 활성화시키자 DNA수선이 활성화하고, 기억력과 운동지구력이 올라갔으며 많이 먹었음에도 비만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투인에겐 또 다른 역할이 있었으니 후성유전체로써 다른 유전자가 발현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역할이다. 서투인은 일인 이역을 하는 셈인데 여기서 노화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개체가 오래살면서 주변의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DNA 손상이 잦아지면서 서투인도 바빠지게 되는데 서투인이 수선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후성유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몸의 여러부분의 세포가 정체성을 잃고 혼란에 빠져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노화라는 것이다. 즉, 정보의 상실이 노화이자 죽음이라는 거인데 이것이 노화를 설명하는 정보이론이다. 

 포유류는 7개의 서투인 유전자를 갖는데 SIRT1, SIRT6, SIRT7은 DNA를 수선하고, SIRT3, SIRT4 SIRT5 는 미토콘드리아와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며 SIRT2는 세포질을 돌아다니며 세포분열과 건강한 난자생산조절을 돕는다. 


3. 어떻게 노화를 막고 건강해지는가

 정보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노화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적절하게 서투인을 비롯한 생존유전자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과도한 손상이나 파괴는 죽음이나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불러오며 언급한것처럼 서투인 유전자가 유전자 손상에 치중하느라 건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때문에 적절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생존유전자를 작동시키는 비법이 된다. 그리고 이것을 호르메시스라고 한다.

 적절한 호르메시스로는 우선 적절한 열량제한이 있다. 영양실조 없는 열량의 적절한 제한은 장수로 이어진다. 포도당을 덜 먹인 효모는 더 오래살고 유달리 DNA가 압축되어 있었다. 불가피한 ERC의 축적과 , 인폭발, 불임이 상당히 지연되었다. 인간에게도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1992년 바이오스피어2의 사람들은 자급자족적 실험조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열량제한에 시달렸다. 그들은 실험 이전과 이후 철저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체중이 15-20%줄고, 혈압이 25%이상 저하했으며 혈당도 21%저하하고 콜레스트롤도 30%이상 저하했다. 열량을 적절히 제한하는 방법에는 간헐적 단식이 있는데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늦게 먹는 16시간 공복, 8시간 먹기 방법이 있다. 또한 일주일에 이틀은 열량을 75%정도로 줄인 5:2식단과 분기마다 일주일 정도를 굶는 방법도 있다. 이처럼 간헐적 단식을 포함하는 열량제한은 무엇을 먹는지보다는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다. 몸에 공급되는 아미노산이 적으면 몸이 스트레스를 받아 생존회로가 활성화한다. mTOR효소가 억제되면 세포가 분열할 때 쓰는 에너지가 줄고 자가포식과정에 에너지가 많이 사용된다. 그 결과 손상되거나 비정상적인 구조를 지닌 단백질이 분해되어 재활용된다. 필수아미노산중 메티오닌은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달걀에 많다.메티오닌 농도가 체내 적어지면 몸의 방어체계가 향상된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조건부 아미노산인 아르기닌, 아이소류신, 발린의 낮은 농도도 비슷한 작용을 한다. 때문에 아미노산을 줄이고 이를 식물성에서 얻으라는게 책의 충고다. 

 운동 역시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이다. 운동은 NAD농도를 증가시키고 이는 생존회로를 활성화해 장수조절인자인 AMPK, mTOR, 서투인이 새혈관을 형성하고 심장과 폐를 더욱 건강히 하며 텔로미어의 길이도 늘린다. 운동은 일주일에 6-8km를 뛰는 정도가 좋으며 강도가 중요하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좋다.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또 다른 활동은 체온의 조절이다. 실험에서 생쥐의 체온을 0.5도 정도 낮추자 수명이 암컷은 무려 20%, 수컷은 12%증가했다. 낮은 체온은 등과 허벅지의 갈색지방을 활성화하는데 좀 춥게 지냄으로써 이 갈색지방이 활성화 해 안에 들은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한다. 

 이처럼 열량제한, 아미노산의 조절, 운동, 추위는 생존회로를 자극해 장수를 도모한다. 이는 언급한 것처럼 호르메시스다. 그리고 호르메시스처럼 작용하는 이종호르메시스가 있다. 인간은 직접 주변 환경을 체험하며 스트레스를 겪고 이에 대비하였지만 이는 다소 어리석은 방법이다. 직접 겪지 않고 주변 환경에 경고를 통해 대비하는 것이 선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주변 생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만든 물질을 섭취할 경우 주변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생존회로를 작동시킨다. 이것이 이종호르메시스다.  

 이종호르메시스로 우선 메트포로민이 있다. 메트포로민은 당뇨약이다. 그런데 메트로포몬을 설치류에 투여하자 수명이 6%나 늘고 LDL콜레스트롤도 내려가고 신체능력이 강화되었다. 메트로포민은 TOR억제 대신 미토콘드리아의 대사반응을 제한하여 우리의 세포발전소가 다량 영양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늦춘다. 메트로포민은 암세포의 대사도 억제하고 잘못접힌 단백질도 제거했다. 인간에 대한 결과도 있는데 당뇨치료를 위해 메트로포민은 투여받은 61-80세의 노인 4만1천명에 대한 조사결과 치매는 4%, 심혈관질환은 19%, 암은 4%노화는 24%우울증은 무려 16%나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호르메시스로는 이외에도 라파마이신, 레스바라트롤, NAD 증진제등이 있다. 이중 NAD는 7가지의 서투인을 모두 활성화한다. NAD는 20세기초 알코올 발효 증진제로 발견되었으며 비타민 나이아신의 산물로 500가지 넘는 효소에 쓰인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뇌, 혈액, 근육, 면역세포, 췌장, 피부, 모세혈관등에서 NAD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2004년 비타민 B3의 한 형태인 NR이 NAD를 늘리고 NR은 몸에서 NMN 으로 전환되고 이것이 다시 NAD로 전환됨이 밝혀졌다. 동물실험결과 NR이나 NMN이 섞인 음료를 먹이면 2시간 이내 NAD농도가 25%증가했다. 그래서인지 이미 시중엔 NR, NMN 관련 약품이 많다.


4. 의학의 미래

저자는 앞으로 인간의 수명이 150세까지 늘어날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의 의학은 문제가 많은데 우선 무차별적 처치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각 유전체가 다른데 이를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같은 약물이나 처치를 한다는 것이다. 개별 유전체가 모두 밝혀지고 이에 따라 처방이 이루어질 미래에 이같은 과거는 무척이나 야만적인 행위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의학은 대기시간이 무척 길다. 환자는 오래도록 기다려 매우 짧은 시간의 만남으로 진단 및 처치를 받으며 이로 인해 오진도 무척이나 많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미래에 동영상 가정 방문 진료능력 기술이 개발되고 간단한 시료를 껌처럼 씹어 의사가 원하는 환자의 대사산물과 유전체가 한꺼번에 파악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 의학의 또 다른 문제는 선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도 자연 치유에 기대하며 대부분 시기를 놓친 강한 통증사태에서 병원을 방문해 시기를 놓치곤 한다. 하지만 항상 신체를 체크하는 이식 칩이나 센서등의 도입으로 환자의 상태가 항상 체크되고 위기 상황 시 이를 의사는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알리는 선제적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의학적 처치와 우리의 생존프로그램을 잘 자극하는 관리가 이루어지면 인간은 영생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에 대한 언급도 재밌다. 의외로 밝지 않다. 우선 환경오염이다. 미국인은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식품은 3배이상 물은 250배를 사용하며 하루 쓰레기를 2kg이나 배출한다. 이런 인간의 수가 영생으로 이어져 많아진다면 지구의 환경허용량을 가까운 시일내에 초과할 것이다.(이미 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가 밝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다른 밝지 않은 미래는 정치적 문제다. 나이든 사람들은 범죄를 일으키거나 충동성은 적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다. 사람은 정치적 성향이 쉽게 바뀌지 않으며 역사적으로 진보는 기존의 사람들이 바뀌기보다는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젊은 사람들에 의해 바뀌었다. 하지만 이런 젊은 이들이 적어지고 생각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나이 많은 사람들만 많아지만다면 사회의 진보는 쉽사리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영생으로 가는길에 장점도 있다. 생산성의 증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할때쯤 경험과 지식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의 능력을 젊은이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법과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야 한다. 그런것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사회는 최고의 생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않을까? 경지에 도달한 장인이 계속해서 경지를 향해 나아가게 되는 셈인데 모르겠다. 생산력은 높겠지만 혁신적인 마음은 역시나 부족하지 않을런지.

 하여튼 이런 논의를 여러번 던지며 책은 끝난다. 노화와 건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다소 아쉽긴 하지만 노화가 상당히 미뤄진 미래 세계에 대한 고민도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겠단 생각도 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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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2021-07-07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당선축하드려요^^

닷슈 2021-07-08 11: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7-07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07-08 11: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7-07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닷슈 2021-07-08 11: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mini74 2021-07-07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닷슈 2021-07-08 11: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 2021-07-07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아~

닷슈 2021-07-08 11: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7-08 0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닷슈 2021-07-08 11: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잠자는 거인을 깨워라 - 학교혁신을 위한 교사리더십
메릴린 캐천마이어 외 지음, 양성관 외 옮김 / 에듀니티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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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놀랍게도 학교엔 리더가 없는 편이다. 물론 어느 학교나 법적으로 보장된 공식 리더가 있긴 하다. 교장이다. 하지만 학교 교직원 대부분은 학교장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르지만 그가 학교의 리더라고 까진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장들이 그만한 교육철학이나 비전, 리더십, 인성, 교육이론과 실천에 정통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거의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장이 아니라면 학교를 혁신으로 이끌어가야할 리더는 누구일까? 이 책은 그것을 교사리더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은 교사리더 역할은 누가 맡아야 하고, 또 그런 사람이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을 발굴하고 지원할수 있을까에 대해서 서술한다. 

 오늘날 교육현장의 리더를 교사중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데는 그간의 교육실패가 있었다. 1970-80년대에는 교육과정에서 아예 실천가인 교사를 배제했었다. 외부전문가인 교사나 고위 교육행정직들이 강제적 개혁을 요구했고, 교사는 대부분 이를 무시했다. 교육현장에 대해 이렇다할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배울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리더십은 부장교사정도가 갖고 있었으며 교과목이나 학년 운영같은 형식적인 차원의 리더십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야 미국 정도에서 공유된 의사결정이나 집단적 교사리더십 개념이 등장했고 지금 우리나라의 혁신교육에서 많이 도입된 개념인 전문적 학습공동체 개념이 대두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학교현장기반교수리더십으로 책무성과 더불어 탁월한 능력을 갖춘 개별교사에 의한 교사리더십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가 영향력이 미쳐 학교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책무성에 대한 정책효과 연구에 따르면 학생의 성과 향상을 가져오는 현명한 투자는 더 많은 평가가 아닌 교사와 교사의 학습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리고 해결이 쉽지 않은 교육문제에 대한 해답도 지금처럼 교사와 관리자를 구분해서 관리하는 관료적 교육시스템이 아닌 교사의 재능을 활용하는 학교공동체의 구성에 달려있다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교사리더십은 크게 4가지다. 하나는 학급 안팎에서의 리더십 수행이다. 교사리더는 대개 담당학급에서 탁월한 교수능력을 보이며 이를 바깥으로도 전수해 리더십을 갖게 된다. 다음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기여다. 세 번째는 교수 능력의 향상을 위한 영향력 행사다. 교사리더는 성실, 혁신, 다양한 능력으로 학생의 동기를 고취하고 언제나 다른 교사에 도움을 준다. 마지막은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다. 교사리더는 다양한 시도와 혁신을 수행하며 이것을 성공시키기 위한 강한 책무성을 갖는다. 

 교사리더십은 최근 무척 요구되는 상황인데 우선 교사 리더십은 조직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교사들은 자신만의 자율성을 무척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마땅히 변화가 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교사리더는 개별교사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학생 학습에 대한 통일적 접근과 모든 교사를 위한 양질의 전문적 학습이 강조되는 학교문화를 구축한다. 그리고 민주적 공동체 모델이다. 교수활동은 복잡하며 학교의 독특한 환경엔 민주적 공동체가 가장 잘 적합함이 입증되었다. 이런 상황에 수직적 리더십보다는 교사리더같은 수평적 리더십이 어울린다. 다음은 교사의 권한 강화와 전문성 향상이다. 이 역시 교사리더로 인해 강화된다. 

 이 같인 교사리더십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갖는다. 우선 전문가로서의 효능감증대, 그리고 우수 교사의 장기근속(공무원으로 정년이 보장된 한국과 다르게 미국교사는 적은 급여와 대우로 이탈이 매우 잦다) 변화에 대한 저항 극복, 경력 개발, 교수전문성 개발, 동료교사에 대한 영향, 결과 책무성, 지속적 발전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능력의 차이가 매우 많으며 이로 인해 발전과 변화를 거부하는 교사도 제법이다. 처음엔 열심이였지만 구조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교육현장에 환멸을 느낀 교사, 현실에 안주하는 교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사, 외부 탓으로 돌리는 평범한 교사, 무능한 교사가 이들이다. 때문에 교사리더는 이런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ADS인데 서로 간의 차이점을 확인하고 자신의 가치와 관점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단계다. 

 이를 통해 다른 교사들과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형성되면 교사리더는 학교변혁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자신의 입장을 명활학게 확인하고 진술하며 그 입장을 지지할 데이터를 사용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고 탐색하며 이를 통해 다른 서로에게 중요한 현안을 파악하게 된다. 특정상황, 문제 해결을 위한 옵션을 마련하게 되고 마지막으로는 사안에 대해 합의하게 된다.  

 이처럼 교내의 탁월한 교사를 통한 학교의 변혁은 최근의 화두다. 그를 통해 단순한 개인적 탁월함의 추구에서 벗어나 학교의 교사들은 협업을 통해 교육력을 극대화나가게 된다. 책은 교사리더뿐만 아니라 그를 구조적으로 방해하고 또는 도울 수도 있는 학교장과 교육청의 역할도 중시한다. 이들의 주 역할을 권한을 위임하고 이런 사람을 발견하고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대학의 역할을 예비교사시절부터 교사리더와 리더십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교사리더를 양성하고 발견하는 과정에 학문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혁신교육감들이 많이 당선되면서 현장의 훌륭한 경험이 담긴 교육도서와 교육연수들인 무척 많아졌음을 느낀다. 2000년대 혹은 2010년초반만 하더라도 교육관련책은 사실 볼것이 많지 않았다. 그만큼 교사리더가 많아 진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역시 갈길이 먼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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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6-03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어려운 문제인거 같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를 따르려 하지만, 리더가 진짜 존재하는 조직이 있는지 궁금해 집니다.
만약 어느 조직이나 참 리더가 없다면, 상투적으로 각 개인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또 개념상 리더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도 조직은 방향을 갖고 굴러가는 걸 보면, 결국 조직에 리더나 각 개인이 중요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건 뭘까라고 잠시 생각해 보면, 소견으로 시스템이나 구조 아닐까 생각듭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과 구조를 지배하는 건 다수의 이데올로기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학교를 잘 모르지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닷슈 2021-06-04 13:15   좋아요 1 | URL
저는 한국엔 리더가 참 있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오래전 형성된 나이나 직위에 따른 위계질서에 따른 리더 형성, 그리고 실제 역량보다는 공정성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둔 상위직 시험등으로 리더가 다른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역량을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자도생인 경우가 많고 형식적 리더가 도움이 되기 보다는 안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최근뉴스를 보니 한국의 구글이나 애플을 자처하던 네이버같은 곳도 그렇구요.
그래서 한국에 진정한 리더가 들어서려먼 말씀하신 그 시스템과 구조를 지배하는 위계질서와 역량을 배제한 시험등이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거기에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겠죠. 진정한 리더를 원하면서도 가짜 리더에 저항하지 않거나 봉사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희망찬샘 2021-06-04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에 무척 공감하며 이 책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별점을 낮게 주셨어요. 읽을만하지 않다는 뜻일까요?

닷슈 2021-06-05 14:19   좋아요 0 | URL
책은 학교내 교사리더십에 관하여 읽을만 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야를 다룬 교육학 책은 드물기에 가치가 있습니다. 별점이 좀 낮았던건 미국책이라는 특징 때문입니다. 미국 책들은 핵심내용을 꾸준히 순차적으로 전개하기보다는 좀 쓸데없는 중언부언으로 분량을 늘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책도 다소 그랬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기에 미국상황에서 서술한 이 책에서 좀 한계가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읽을많다는 평가입니다. 제가 좀 교육학 책에 별점이 짭니다.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 인류의 문화, 충돌, 연계의 빅 히스토리
타밈 안사리 지음, 박수철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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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류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책은 적으면서도 많다. 그리고 하나 같이 재밌다. 이런 책들의 관점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데, 그 미묘한 차이를 보는 것도 재밌다.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의 세계가 서양이 만든 과학기술과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의 지배를 받는 만큼 이런 책들은 동서양의 운명을 가른 차이점도 반드시 살펴본다. 그 원인 역시 서로 매우 유사하면서도 약간 다르게 집어내는데, 지리적 차이, 그 지리적 차이가 만들어낸 철학과 사상의 차이, 종교적 차이, 지리에서 비롯된 농업과 생산형태의 차이,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사회문화적 구조의 차이등 다양하다.

 이런 류의 책들로 내가 본 것은 하라리의 '사피엔스 3부작 시리즈',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마빈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 시리즈', 이언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루이스 다트넬의 '오리진'이 있다. 하나 같이 배울게 많은 책들이었다.

 이번 책은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다. 이런 류의 책을 많이 보아서인지 특별한 것은 없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모르는 내용의 살을 채울만한 지식과 통찰이 돋보였다. 읽으면서 노트를 많이 한 것만 봐도 그랬다.

 책으로 들어가면 책 오리진 처럼 5500만년전 있었던 인도와 아시아의 충돌에서 시작한다. 이 충돌로 히말라야가 생성되었고,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습기를 막아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많은 비가 내리게 해 이 지역에 울창한 열대우림이 생겨나게 되었다. 하지만 습기를 빠진 이 바람이 인도양을 돌아 동아프리카로 향하게 되어 정작 이 지역이 건조기후로 바뀌게 되었다. 이 환경변화는 인류의 진화를 이끌어낸다. 

 동아프리카 지역은 건조해져 울창한 숲에서 관목림으로 바뀌게 되고 인간의 조상은 나무에서 내려가 직립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지역은 기후 변화가 잦아 환경변화에 따른 많은 진화와 지능의 발달을 촉발시켰다. 영장류는 도구를 사용하여 이런 환경변화에 적응하였고, 결정적으로 언어 사용으로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차별화되었다. 

 언어는 도구를 더욱 정교화시켰고, 도구 제작 발달을 가속화했다. 언어로 도구를 만드는 방법이 전수되고, 학습되어 기술이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1. 강의 문명들

 문명은 강에서 발달했다. 나일강은 무려 6400km로 훌륭한 간선수로다. 강은 북으로 흐르지만 운이 좋게도 바람은 남으로 불어 양방향 통행이 가능했다. 여기서 발달한 이집트 문명은 방어에 매우 유리했는데 남쪽의 강상류는 지형이 험해 오기 힘들었고, 동쪽엔 위협 세력이 없었으며 지형도 거세고 메랄랐다. 서쪽은 알다시피 사하라다. 강에 의한 교류로 문명은 동질화했고, 강을 관리할 필요성으로 강력히 중앙집권화하였다.

 티그리스 유프라테스는 나일처럼 지형에 따른 상하류의 구분이 없다. 때문에 하나의 연속적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고, 개별적 관계망이 지금의 지도처럼 마구잡이로 나타났다. 거기에 사방이 탁트였다. 농경 및 유목 모두에 적합해 침략이 잦았으며 이에 따라 장벽으로 세운 도회지인 도시국가가 필연적이었다. 사방이 탁트였으니 인구대비 큰 규모의 군대도 필수다. 

 인더스 유역은 5천년전 무려 500만이 거주할정도로 탁월했다. 80km2 구역에 무려 1천개 이상의 도회지가 있을 정도였다. 유역이 물이 풍부해 관개가 매우 쉬웠고 농사도 잘되었다. 생산력이 높아 여가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초기문명인 하라파엔 예술, 공예, 공학이 발달한다. 하라파의 위쪽 히말라야 저편 고지대에는 유목민이 거주했다. 이들은 3500년전 하라파로 이주한다. 하라파가 세련된 도시민이자 벽돌로 큰 집과 창고를 건설했고, 대규모 농사와 풍요의 여신을 숭배했다면 유목이주민은 소농에 진흙, 대나무, 풀따위로 작은 오두막을 짓는 시골민이었다. 그들은 말을 탔고, 철제무기와 안장, 이륜전차를 갖고 있었으며 스테베엇 기원한 바람, 천둥, 태양, 불의 자연 남신을 섬겼다. 이들은 인더스에서 점차 동으로 이동해 갠지스에 이르렀으며 '베다인'이라 불렸다. 

 중국의 황하는 토양이 매우 건조하고 비옥했다. 관개가 필요했고 경사면이 가팔라 계단식 논밭이 필요했다. 황하는 교통 및 운송에 부적합해 동질적 문화가 생기지 않았으며 독자적 공동체가 강 유역을 따라 길게 형성되었다. 제방이 워낙 자주 범람해 재난 상황을 대비한 사전 권한 체계 구축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위계, 질서, 규율, 복종이 중시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지혜를 알고 있는 연장자는 매우 중시되었고 이들은 심지어 죽어서도 숭배되었다. 이런 중국의 작은 공동체가 조금씩 합쳐져 마침내 하왕조를 형성한다.  


2. 유목세계

유럽동부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극동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스텝 유목세계가 있다. 초원지대에 거의 평지라 중요한 발견, 발명, 기술이 스텝 유목 지대 양끝으로 빠르게 퍼질수 있었으며 이 전파에 속도를 붙인 것은 말이었다. 말의 가축화로 등자와 안장이 개발되었고, 말을 타기 위해 바지를 처음 입기 시작했다. 셔츠, 셔츠의 소매도 모두 말을 타기 위해 만든 복장이다. 말의 가축화로 유목민은 더욱 빠르고 멀리 퍼지게 되었는데 말의 기동력과 인근 지역의 풀을 남김없이 먹는 말의 습성때문이었다.

 스텝에선 말을 이용한 이륜전차도 발명했다. 제자리 회전이 가능했고, 기동력을 위해 가벼운 바큇살의 바퀴를 사용했다. 합성궁도 만들었는데 기존 활은 한 가닥의 나무로 활을 만들어 파괴력으 높이기 위해선 활이 장궁이어야 했다. 하지만 합성궁은 말발굽에서 만든 접착제로 여러가닥의 나무를 붙여 파괴력은 높이면서도 여전히 크기가 작을 수 있었다. 그리고 활이 작아져 말위에서의 기사가 가능해졌다. 

 유목민은 침략에도 능했지만 교역에도 능했다. 정보망이 널리 퍼진 그들은 어느 장소에 좋은 물건이 있고 어디에서 그것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았다. 그들은 교역망을 형성하고 도로와 오솔길을 만들어냈으며 이들의 교역로가 교차하는 곳에 자연히 도시가 형성되었다. 유명한 곳이 페트라인데 농경에 부적합하지만 홍해와 레반트 해안, 페르시아 항구사이를 오갈때 지나야 하는 협곡의 암벽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고대의 가장 분주한 교역망은 소아시아-이란고원-아프간 지역을 잇는 곳으로 여기에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등 고대 4대문명이 모두 접한다. 이 지역엔 거칠고 메마른 땅이 다수지만 수많은 개울이 흘러 이 개울을 따라 작은 자급자족형 촌락과 유목민이 거주했다. 이들은 4대 문명의 세련된 도심지를 교역으로 이었고, 아랄해, 카스피해, 흑해, 지중해, 에게해, 아무다리야강, 홍해, 페르시아만, 인더스강 등의 수역이 있어 원거리 교역에 더욱 유리했다. 


3. 다른 지역들

 지중해는 대양만큼 크지만 막혀서 잔잔하다. 흑해와 통하고, 홍해와 인접했고 폭풍이 없으며, 폭포와 습지가 없어 교역에 적합했다. 온대 기후여서 해안 풍경이 다양했고 환경의 차이로 지역마다 산물이 달라 교역이 활성화했다. 지중해의 문명은 크레타-페니키아-미케네로 이동한다.

 사하라 이남은 인구가 희박했다. 대륙중심부는 밀림으로 농사에 부적합했고, 모기와 체체파리등이 있어 인구손실이 많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사하라 이남의 서아프리카는 사정이 좀 달랐다. 노크문명이 발달해 들판을 경작하고 소떼를 돌보았다. 북쪽과 달리 독자적 구리 제련법을 알아냈고 기원전 1000년경 철기시대에 진입했다. 기원전 500년 이 노트인은 사라졌는데 아무래도 환경파괴로 아프리카 이남으로 이동하면 세력을 넓힌것 같다. 사하라 이남에선 반투어가 공통어인데 아무래도 반투어의 사용자가 노크인의 후손인듯 하다. 반투어 사용자들은 철제도구가 있어 나무를 자르고 관목지대를 뚫고 식물의 뿌리를 캐내어 적도의 숲을 통과하고 농경을 할 수 있었다. 철제 무기는 기존 수렵채집인을 물리치기에도 충분히 강력했다. 반투는 농경후 토질이 떨어지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관목을 태워 토질을 확보했는데 관목이 모두 사라지면 이동하는 식이었다. 동아프리카까지 이동한 그들은 중간세계의 교역망에 편입하였고, 그 결과 아랍어와 섞인 스와힐리어가 탄생한다. 


4. 서사의 등장

 인류의 원시적 거대 서사는 당연히 특정 환경이라는 지리적 조건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 거대서사는 점차 커지면서 진실과, 거짓, 부적절한 것들을 흡수하고 걸러내며 더욱 그럴듯해져갔는데 이후에는 지리적 조건을 넘어서 진실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지리적 조건에 의한 상호의존성으로 모두가 서로 은혜를 입고 은혜를 베푸는 관계가 되었다. 삶은 하나의 사회적 부채망의 연결이라 할 수 있었다. 이를 집대성한 것은 공자로 그는 모든 사람이 개별 상황에서 도덕적 통찰력을 갖는게 가능하다 보았다. 그리고 사회적 과업에 발맞춤으로써 모든 사람이 의미와 목적 있는 삶을 영위하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이상사회를 위한 처방이었고, 이상사회는 제국과 가정에서의 삶이 쌍둥이 같았다. 

 중국이 세상을 자신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동심원처럼 보았다면 인도에서 세상은 다층세계였다. 인도의 신은 역동적이고 여러 차원에 존재했으며 사회에는 카스트가 있었다. 갠지스의 철학자들은 우파니샤드라는 성가를 통해 세상을 환상으로 여기고 실재를 단일하고 통합된 전체로 바라보는 시각을 완성했다. 우파니샤드엔 우주의 철학인 카르마가 담겨있다. 

 인도 하라파 문명의 전성기에 아리아인이 남하한다. 그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한 무리는 인더스로 향해 산스크리트어와 베다, 다층신, 데바(악)와 아수라(선)를 만들었다. 다른 무리는 이란으로 향해 아베스타어, 양극신, 다에바(선)와 아후라(악)을 만들었다. 인도에선 사라진 불의 신 아그니와 미트라가 이란에선 인가가 좋았고 아그니는 이후 생명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로 미트라는 계약의 신으로 자리한다. 이란 고원이 교역의 중심지이니 계약의 신은 당연히 중요했다. 

 이란의 신은 동심원과 다층성으 모두 버리고 직선으로 투쟁과 결말이 중요하는 세계관을 갖는다. 조로아스터는 30세에 아후르에게 계시를 받는다. 아후라는 자신만큼 강한 아리만과 투쟁관계의 신이다. 인간은 우주차원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대결사이에 존재하며 그로 인해 선과 악사이에서 자유의지를 갖고 도덕적 선택이 가능하며 이 선택이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조로아스터교의 성향은 향후 기독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늘 잦은 권력 교체로 불변의 세계관이 형성되지 않았다. 도시마다 신이 많았으며 점령당하거나 점령해도 그 신들은 부정되지 않았다. 다만 힘의 차이로 인해 어떤 신이 더 강하고 약한지 정도가 있었으며 자신이 잘못을 하면 신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즉, 한 도시가 다른 도시에 패배하면 자신들의 잘못으로 신에게 보호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런 메소포타미아의 남부에서 히브리가 생겨난다. 아브라함의 인도로 이들은 티그리스 유프라테스를 거쳐 북으로 이동하다 다시 서로가서 지중해 해변으로 다시 남으로 가서 레반트의 가나안에 정착해 농사를 짓는다. 이후 이집트에 머무른다. 이는 성경에 잘 나와있는데 아무래도 유목민 차원에서의 이주인듯 하다. 

 히브리는 불과 풍요의 신 야훼를 섬겼다. 그들은 각 가정마다 신성한 돌을 갖고 있었는데, 성궤라는 휴대용 용기에 이 돌을 넣고 이동했다. 잦은 이동을 하는 유목민이니 성전따윈 없었다. 히브리는 이집트에서 노예로 전락하고 십계 이후에 다시 레반트로 돌아간다. 거기서 처음으로 정착해 이스라엔, 유다왕국을 세워 번성하고 성전도 짓지만 바빌로니아에 정복되어 성전이 파괴되고 50년간 바빌론에 끌려가 비참하게 생활한다. 

 이시기 에스겔과 이사야 같은 선지자는 고통의 이유로 메소포타미아 특유의, 우리가 잘못해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서사를 전개한다. 히브리는 이과정에서 메소포타미아 최초로 유일신 개념을 만들어낸다. 신은 물리적 형태가 없고, 신전이 아닌 모든 곳에 존재하며, 그로 인해 신상은 신성모독이 된다. 유대는 지역 특유의 부족사에서 벗어나 과거, 현재, 미래를 종합하는 종교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로아스터교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 

 그리스의 신들은 신보다 더 크고 무관한 자연의 세계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걸핏하면 심사가 뒤틀리는 신에 대해서도 알아야 했지만 잘 살아남으려면 자연도 잘 알아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신에 의한 운명의 필연성도 받아들이지만 현실세계에서 잘 살기 위해 용감하게 싸우는 삶도 중시했다.  


5. 고대 제국의 통치수단

 고대에서 하나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속도는 하나의 권력이 통치할 수 있는 영역의 크기를 결정했다. 선사시대는 그래서 통치반경이 최대 48km였고, 말을 이용한 고대 국가는 최대 560km가 되었다. 그리고 메시지 내용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문자가 사용되었다. 

 페니키아는 인간이 낼 수 있는 몇 십가지에 불과한 소리를 표시하는 문자를 개발한다. 간략한 몇가지 음소로 거의 무한대 단어 생성이 가능했다. 중국은 한자를 개발한다. 상형문자에서 표의문자로 발달하여 문자 자체가 언어가 되었다. 한자는 매우 어렵고 페니키아것보다 뒤떨어지지만 특정한 입말에서 벗어난 문자이므로 권력자가 중국이라는 여려 언어를 쓰는 백성을 다스리기에 적합했다. 

 숫자는 상인의 필요에 의해 형성되었다. 사물에서 벗어나 고유의 기호로 표현 가능한 항목이었고 문자보다도 더욱 문화적 경계를 건널 수 있었다. 

 화폐도 생겨난다. 화폐는 물물교환의 대체수단이라기 보다는 신용과 부채의 계산에서 생겨났다. 왕이 백성에게 납세수단으로 받은 물품은 대개 화폐가 되었다. 

 이처럼 고대국가는 거대 서사, 문자, 화폐, 숫자로 연결되었다.


6. 고대국가들과 종교의 탄생

중국은 역사 신화에서 달과 해가 다니는 길 같은 초자연적 능력을 지난 삼황과 농사, 문화, 비단등 실생활을 만들어낸 오제를 중시한다. 그리고 중국을 통일한 시황제는 이 삼황과 오제가 하나가 된 최초의 사람이다. 하지만 시황제의 진은 일찍 망하고 한이 그 뒤를 잇는다. 중국의 한은 유교질서의 회복이 목표였다. 그래서 고대 경전에서 학식을 입증한 남자들을 공무원을 사용한다. 한자는 익히기 어려워 관료들이 중국 특유의 지적, 정치적 지도층을 형성하게 된다.

 로마는 기원전 509년 왕을 축출하고 수백의 남자로 구성한 원로원이 나라를 다스린다. 원로원은 해마다 두명의 집정관을 선출해 독재를 막았다. 지주와 소작농, 귀족과 평민 갈등이 심해지자 평민대표인 호민관이 선출되었고 호민관은 원로원의 제안에 거부하는 단 하나의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12표법이 완성되어 귀족, 원로원보다 높은 최고의 개념이 생겨났다.

 중국 인근에선 월지가 다른 유목민은 흉노에 패한다. 월지는 이주하여 중앙아시아에 쿠샨제국을 세우는데 쿠샨은 인더스에서 아랄해에 이르렀다. 위치가 위치이니 만큼 쿠샨은 그리스 일부 제국의 해체과정에서 그리스 유산과 인도의 힌두교, 불교를 모두 흡수한다. 본디 불교도는 부처의 신상을 거부하지만 쿠샨은 그리스 색채로 부처상을 조각해 그리스 조각같은 분위기로 만들어낸다. 이란의 미트라신은 본래 계약의 신이지만 쿠샨에선 인간 어머니와 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초자연적 존재로 변모한다. 그로 인해 미트라는 영원성과 일시성의 경계에 위치하며 중간이기에 인간을 죽음에서 영원으로 이끄를 존재가 된다. 그래서 미트라는 불교의 열반과 극락이 혼존하는 세계에서 극락세계로 넘어가기를 원하는 이를 경계선에서 돕는 고귀한 미륵보살이 된다. 

 그리고 대승불교가 탄생한다. 쿠샨제국은 교역의 중심지다. 원거리 교역과 불자들이 섞이다 보니 한층 더 상업적 불교가 되었고 현실적으로 상업에 종사하면서도 구원을 원하는 이들을 도울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모두가 열반을 위한 고된 생활과 명상이 없이도 소수의 경건한 승려가 미륵보살처럼 도우면 열반에 이를수 있따는 대승불교가 탄생한다. 상인과 일반인들은 승려를 지원하면 되었고 산이나 숲 혹은 돌아다니는 승려가 머물며 일반인을 위해 수련하는 사찰이 탄생하게 된다. 불교사찰은 열반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재물을 받았고 이를 사적으로 쓰기보다는 교역에 투자한다. 즉, 평신도는 불교사찰을 통해 자신의 구제와 교역에 모두 공헌하는 셈이었다. 

 로마는 파르티아에서 이 미트라 밀교를 접한다. 미트라 밀교엔 동정녀 아나히타가, 미트라의 생일은 12월 25일, 미트라 옆엔 황도 12궁에 해당하는 12제자가 있다. 기독교가 그대로 베낀 셈이다. 한편 유대인은 바빌로니아에 이어 로마에도 땅을 빼앗겼다. 전보다 더 초조해졌고 유일신을 넘어 이젠 해방의 길로 이끌 권능을 신에게 부여받은 구세주를 찾게 되었다. 구세주를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 두드러진 선각자가 요한이었고 그에게 세례를 받은 예수가 돋보였다. 사실 그는 처형당하기 전까지 세력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처형후 부활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신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로써 예수의 추종자들은 정통 유대교에서 이탈하였고 두 가지가 수정되었다. 하나는 구원이 하느님과 유대인만이 아닌 하느님과 전 인류의 서약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세주인 예수가 인간이자 동시에 신이라느니 것이다. 이는 로마제국에서 잘 수용할 만한 개념이었다. 기존 그리스 로마의 신과 세속세계의 공존, 그리고 구원의 대상을 넓혀 실제 주민의 삶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로마가 노예제, 불평등으로 비대해지며 국가기능을 상실해가지 일반 피지배층의 삶은 더욱 기독교 조직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들은 로마를 본따 속주의 총독처럼 교구를 편성하고 주교를 임명했다. 그리고 자연히 로마주교가 가장 권위가 높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의 황제가 이 기독교 조직을 제국통치에 활용하고자 공인하기에 이른다. 

 게르만족은 유목민처럼 느껴지지만 아니다. 그들이 거주한 로마 외곽은 넓은 초원지대가 아닌 울창한 삼림이며 그들은 이런 농경에 부적합 땅에서 옮겨다니며 농경을 하는 시골민에 가까웠다. (진짜 유목민이었으면 훈족에 그리 밀리진 않았을 것이다.) 게르만은 로마 국경에서 로마인과 교륙하고, 동화되고 때론 다투었다. 그렇게 게르만은 로마의 외부자에서 내부자가 되어갔다. 우리 생각처럼 로마의 멸망은 게르만의 대대적 침공이 아닌 서서히 이루어진 침투에 의해 자리를 내어준 것에 가깝다. 

 이슬람은 유대교와 유사하다. 유일신에 기독교와는 달리 종교와 세속적 삶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슬람은 부족을 넘어선 초공동체주의로 핵심교리만 받아들이면 누구가 합류가 가능하며 세례같은 의식도 없다. 이런 확산으로 이합집산이던 아라비아부족은 이슬람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정치, 사회적 틀을 갖게 되었다. 이슬람은 신의 사도인 무함마드 사후 그의 뜻에 따라 공동체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칭호인 칼리프가 다스리게 디었다. 물론 이 칼리프는 현재까지 이어진 것처럼 세 개로 쪼개진다. 

 이슬람의 핵심교리는 5가지로 신의 유일성을 증거하고 무함마드를 신의 사도로 인정, 매일 5번의 기도, 수입의 일정 부분을 자선 목적으로 기부, 1년 중 특정 달에 금식, 평생 적어도 1회 이상 메카를 방문하는 것이다. 이슬람은 확장하였다. 재밌는게 종교에 강요가 없었다. 다만 개종시 면세를 비롯한 혜택을 주므로 웬만하면 개종이 이루어졌다. 북아프리마의 기독교는 이단으로 몰린 아리우스파로 이슬람과 비슷했다. 그들은 비잔틴의 통제를 따를 경우 니케아 공의회의 결론을 따라야 했으므로 차라리 이슬람 치하에서의 자유를 선호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노크가 있었던 지역에선 가나제국, 말리제국, 송가이제국이 차례로 부흥했다. 이들 역시 교류를 통해 이슬람을 받아들인다.

 이슬람은 사산 페르시아도 정복한다. 다만 페르시아의 오랜 역사에 아라비아의 문화는 거부되고 오직 이슬람만이 받아들여졌다. 이슬람의 선한 공동체, 선과 악의 대결, 최후의 심판을 대비한 인간의 행동은 조로아스터교와 유사했다.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것이니 당연했다. 이란에서는 무함마드의 사위와 그 아내인 페르시아의 공주 샤흐르바누의 아들은 후세인을 정통후계자로 여겼다. 그래서 시아파로 갈라져나왔으며 이들은 지금도 후세인의 순교일을 가장 중요한 날로 여긴다. 

 중국에선 수와 당이 들어섰다. 수는 대운하를 건설해 분열한 중국을 하나로 이루었다. 그는 교역망을 갖춘 불교세력을 이용하기 위해 불교와 그 사찰을 비호하였다. 그리고 수당시절 인도로의 행렬이 이어진다. 중국인은 인도에서 얻은 경전을 한문으로 번역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개념을 한자로 표현해야했다. 마침 좋은 도구가 있었으니 도교다. 중국인은 도교의 여러 개념을 불교에 사용한다. 이렇게 중국 불교는 도교의 영향을 받았고 선불교가 탄생한다. 열반으로의 여정이 이승에서 융화를 이루는 참선기법으로 이어지고 선불교는 자연을 음미하고 관조적 은거를 선호했다. 당은 이렇게 운하로 양쯔강 유역의 여러 문화를 흡수해 불교, 도교, 유교사상이 혼합된 중국 특유의 문화를 형성한다. 

 인도는 마우리아 왕조 이후 여러 왕국이 흥망을 거듭하지만 사회 조직에 큰 영향이 없다. 항상 하나여야 하는 동심원적 세계관의 중국과는 달리 다층적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카스트가 지배적인 분위기에서 불교는 지배층을 중심으로 거부된다. 불교는 힌두교에 흡수되지 않았다. 힌두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종교적 성향으로 오히려 부처를 수많은 신 중 하나로 여겼다. 불교는 그렇게 인도 남부로 밀련고 남부에선 대승 불교를 거부한 상좌부불교, 소승불교로 거듭나게 된다.

 

7. 중세시대

중세에 중간세계인 이슬람 세계는 융성한다. 무슬림은 상업지향적 태도를 가졌고 그래서 번역이 중요했다. 그들은 도서관을 아라비아어와 페르시아어로 번역한 동서고금의 주요사상과 저작으로 채운다. 그들은 여러 철학에 노출되 백과사전을 편찬하고 원대한 철학의 종합을 시도한다. 그들은 신이 유일무이하다면 세계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플라톤의 이데아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 매료된다, 무슬림은 추상적 기본 원리를 탐색하고 완전하게 구현된 수학을 향한 관심을 보였다. 0을 숫자의 하나로 취급하고, 자릿값에 의한 계산법을 흡수했다. 그리고 특정한 미지수를 표기하는 방법을 추가했다. 이슬람 수학자들은 여러개의 가능한 값을 필요한 단일 값으로 압축하는 체계적 방법을 궁금해했다. 역서 대수학인 알자브라고 나왔고, 알고리즘을 뜻하는 왈콰리즘이나왔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문화가 특이하게도 온대가 아닌 열대지역에서 일어났다. 그들도 대규모 기반 시설 건조에 착수했고, 정교한 예술품을 만들고, 수학 천문학을 발달시켰다. 차이는 다른 지역에선 물을 대는 것에 관심이 이었던데 반해, 열대지역이라 물의 제거에 몰두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다른 문명은 범람에 대처했고 이는 통제가능했으며 문명의 발전을 가속화했지만 아메리카는 강우량에 의존했고 이는 대처 불가능해 잦은 흥망성쇠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세 유럽은 매우 가난했다. 로마에 비해 기술수준은 떨어지고 유지 관리가 안되며 기반시설이 붕괴하고 책을 읽고 쓸수 있는 자는 줄어들었다. 중세유럽은 교역을 싫어했고 돈을 의심했다. 그들은 진정한 부는 토지와 용사들의 용맹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유럽에선 이시기 노르만이 출몰했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서로 떠난 사람들은 바이킹으로 불리고 영국에 도착하면 데인인 그리고 동으로가서는 루스인이라 불렸다. 동으로 떠난 이들은 교역을 주로 했는데 토착민인 슬라브인을 잡아다 비잔틴이나 이슬람에 노예로 팔았다. 그래서 노예의 영어 어원인 슬레이브다. 일부 루스인은 슬라브와 결탁해 하나가 되었고 지방귀족이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루스인에서 러시아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러시아인은 비잔틴 근위대에도 들어가고 기독교로 개종해 그리스 정교회에 속하게 된다. 러시아인은 장사꾼으로 흑해 ,카스피해, 무슬림 시장과 맞닿아 활동했다. 이들은 지역의 하자르족을 거의 전멸시키고 중앙아시아 초원 세력과 대결하며 성장해 키예프 왕국을 세운다. 러시아 이전 초원의 유목민은 중앙아시아에서 우랄산맥과 흑해사이의 빈틈으로 이동했는데 여기를 러시아가 막아버린 것이다.  

 가난한 유럽도 다소 변화가 시작된다. 9세기 들어 소작농은 연장과 농법을 개선하는데 땅을 깊이 가는 심경과 쟁기에 옆널을 달아 흙을 뒤집는 장치를 달아 한번에 두가지 일을 하였다. 또한 북쪽 지방의 축축한 토질도 개간이 가능해져 농업생산량이 급증했고 3년에 한번 휴경하기 시작해 경작지가 25%증가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로 여유시간이 생기고 다양한 물품이 생산되었으며 이로 인해 시장과 도회지가 생겨난다. 반면 생산성의 증가로 추방되는 농노도 늘어나 이들이 유랑하여 유민화하고 로빈후드 같은 이야기도 생겨난다. 


8. 십자군 전쟁, 몽골제국

 유럽기독교 왕국은 종교적 광신자들과 토지는 없고 전쟁에 목마른 기사들, 큰 야심을 품은 공작과 국왕들로 들끓었다. 십자군 전쟁은 이들에게 하나의 분출구였다. 십자군 전쟁으로 동으로 향하는 항구도시가 형성되어 발칸반도는 육로 여행객에게 이탈리아 도시는 해로 여행객에게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베네치아가 가장 수혜를 보았는데 여기의 금세공업자들은 여행자의 주화및 귀금속을 교환한 후 나중에 그들이 돌아올때 다시 교환해주면 이득이 발생하는 것을 알아냈다. 은행이 형성되었고 이들은 여행자의 귀금속을 보관해주고 증서를 발급한후 후에 수수료를 받고 귀금속을 다시 내주었다. 그리고 이 증서를 여러사람에게 유통되며 화폐역할을 한다. 유럽에 이슬람의 아라비아숫자, 자릿값, 십진법, 알고리즘, 대수학이 빠르게 도입되었다. 

 십자군은 레반트에 몇몇 왕국을 건설하였는데 이로 인해 유럽과 레반트간 거래가 늘어난다. 성전기사단은 중간에서 송금업무를 맡았으며 처음엔 직접 돈을 보내다 나중엔 돈을 보관하고 회계증서만 보내는 형태로 송금업무를 변화시켰다. 

 몽골제국은 유럽에 여러가지를 선사했다. 우선 여러 지역의 느슨한 교역망이 하나로 묶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히말라야의 토착병인 흑사병이 유럽에 퍼지게 된다. 1345년 몽골은 흑해도시 카파를 공격하며 흑사병에 걸린 시체를 성으로 던졌는데 카파는 살아남았지만 이 병이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퍼져 유럽 전체 인구의 1/3을 죽이게 된다. 유럽의 영주는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고, 임금은 상승했고, 소작농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주한다. 

 유럽에 선사한 또 다른 것은 경쟁자의 파괴다. 몽골은 유럽에 가진 않았지만 러시아 이슬람, 그리고 멀리는 중국을 파괴해 유럽의 경쟁자들을 크게 약화시켰다. 그리고 이시가 연결로 많은 동양의 물품이 유럽에 전해지는데 화약, 소형화기, 인쇄 출판술, 의학지식, 화학실험장치, 증류기술, 기계식 시계, 자기나침반, 삼각돛, 육분의등이 그것이다. 

 한편 십자군 운동으로 유럽은 무슬림이라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기독교인은 동일한 목적을 공유하며 유럽이라는 공동의식이 다소 생겨났다. 물론 이 정체성은 타자에 의해 생긴 것이기에 무슬림이라는 타자가 십자군 전쟁의 끝으로 사라지자 내부로 향해 종교재판으로 이어진다. 


9. 기울어진 추

 몽골제국으로 인한 파괴로 몽골 이후 중국과 이슬람에선 복원이라는 서사가 이루어진다. 이들은 과거 잘나가는 제국이었기에 복원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편 유럽의 포르투갈인들은 캐러벨이라는 쾌속 범선을 제족했고, 스페인은 아메리카로 향했다. 스페인은 무슬림과 유대인이 아메리카로 향하는 배에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돼지를 승선시켰는데 이 돼지가 신대륙에 가서 급속도로 퍼지며 유행성 균을 퍼뜨렸다. 때문에 스페인 침략자들은 토착민을 보기도 전에 이미 텅비어버린 도시나 마을을 보기 일수였다. 

 스페인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광산을 개발하고 대규모 농장을 조성한다. 포르투갈은 동으로 향해 아시아의 거점에 요새를 구축하고, 진귀한 아시아 물건을 구입해 큰 이문을 남긴다. 스페인에는 아메리카의 막대한 은이 유입되었는데 그들을 이를 생산성 강화에 쓰지 않고 전함건조, 군대 양성, 물품구입에 탕진한다. 반면 스페인에서 유입되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등으로 향한 은은 생산성 향상에 쓰인다. 

 경제도 크게 발전하는데 합자회사가 처음 등장한다. 뜻을 모은 상인 여러명이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자본을 여럿이 함께 대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다. 유한책임회사도 나타나는데 영국 엘리자베스는 동인도 회사를 유한책임회사로 선포한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주식을 발행하는데 일부를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그들에게 이익을 일부 나누고 주식의 판매도 허용한다. 

 유럽인은 당시 다양한 주화를 사용했는데 테두리를 깎아내거나 은 함량이 부족한 악화가 유행한다. 이에 네덜란드는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사업을 원하는 이는 누구나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고 계좌설립을 의무화 한다. 그후 그들의 주화가치를 중앙은행이 평가해 그 금액만큼 지폐를 발급하고 이로 인해 화폐는 불확실한 물질의 영역에서 벗어나 순수한 수학적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국은 윌리엄 3세가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은행업자들에게 100만파운드의 빚을 진다. 채권을 발급하였는데 이 채권이 사실상 양도가 가능한 화폐로 사용된다. 그리고 윌리엄은 이 빚을 갚지 않는다. 이 채권이 영국의 화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유럽인은 중국과 교역하며 그들의 차와 비단, 자기를 선호했다. 중국은 상거래에 사람들이 많의 쓰는 은을 사용했는데 은이 조정은 은을 세금으로 납부하게 하였고, 많은 중국인들은 은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은의 공급처가 유럽이다. 정확히는 아메리카-유럽-중국으로 은이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차와 비단의 생산을 위해서는 경작지가 필요하였는데 쌀생산량이 부족한 중국에선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유럽인에 의해 신대륙에서 고구마, 감자, 옥수수등의 새작물이 들어오며 이들이 잘자라는 황무지가 새로운 경작지가 되어 식량 공급이 충분해졌다. 이에 차와 비단이 많이 공급되어 중국의 상인은 부를 축적한다. 

 한편 1600년이 되자 소빙하기로 중국에 흉작이 든다. 생계수단을 잃은 농민은 도시로 몰리지만 마침 이시기 스페인도 경제위기로 은 공급이 감소해 중국내 일자린 감소한 상황이었다. 이에 여기저가시 반란이 일어나고 이 틈을 타 청이 발흥해 중국을 차지한다. 영국은 인도 캘거타에 요새를 설치하고 인도인이 반발하자 플라시 전투로 벵골 지역을 차지한 후 인도 전체를 장악한다. 인도의 토양과 기후는 양귀비 재배에 무척 적합했는데 영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었다. 1800년 영국은 4500상자의 인도산 아편을 중국에 판매하고 1834년엔 4만 5천 상자를 판매한다. 마침내 아편 전쟁이 발발하고 영국은 승리하여 중국에 더 많은 항구의 개항과 치외 법권, 자유거래를 요구한다. 


10. 산업혁명의 기계가 바꾼 삶

 증기기관이 발명된다. 증기기관은 밀폐된 용기 내부에서의 연소작용으로 생기는 힘을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여러 발명이 계속되는데 낱장 윤전 인쇄기는 시간당 무려 1만 8천장의 인쇄가 가능했다. 미국에서는 1833년 최고 유통물도 구독자가 4300에 불과했다. 당시 벤저민 데이는 뉴욕선을 창간하고 1부에 1페니라는 저가 정책으로 대박을 친다. 처음 신문은 살인이나 방화, 강도등의 사건을 실었지만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 아닌지라 뉴스를 찾아 돌아다니는 기자라는 직업이 생겨나게 된다. 

 전신기술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대서양 너머의 일도 알게 되었다. 대서양 횡단 통신은 당연히 매우 비쌌으므로 6개의 신문사가 전신비를 공동부담하는데 이것이 AP통신의 원조다. 한편 기계는 인간의 생물학적 기제를 교란하기 시작한다. 공장에서의 근무는 2교대, 3교대로 이루어졌고, 제트기로 시차적응문제가 생겨났으며 전기불로 밤낮의 정의가 바뀌었다. 

 기계는 가처분 소득을 보유한 유례없는 규모의 중산층 계급을 창출했다. 이들은 자신의 기능을 상품화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어느정도의 풍요로움을 누릴수 있었다. 생산의 기계화로 인해 사람들은 대규모 혈족집단에서 핵가족, 개인으로 쪼개졌으며 사람들은 대규모로 직장을 찾아 이주하기 시작했다. 산업화의 생산력은 엄청나서 역사상 가장 많은 이들이 사회나 개인의 생존에 직접 연관이 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기계는 성별에 따른 분업도 변화시켰다. 과거 여성은 가사 육아등 사적 영역을 남성은 전쟁, 정치, 사회등의 공적 영역을 맡았다. 하지만 기계가 등장하자 여자들과 가정을 결부시킬 필연성이 약해졌다. 여성의 공적사회진출을 활발해졌고 가사노동을 돕는 기계의 발명으로 가사노동의 필요성과 강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국민국가도 등장한다. 과거 제국은 넓었고 깊이가 없었다면 국민국가는 응집력이라는 깊이가 있다. 과거 제국의 국경은 애매했던 반면 국민국가의 국경은 지리적으론 가깝지가 서로가 천양지차다. 국민국가는 모든 구성원의 삶에 국가가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통제하며 영토안에서 동일한 법률, 언어, 화폐가 사용된다. 이런 국민 국가의 등장으로 모든 제국내에서 자치권을 주장하는 신흥 국민국가세력이 등장하였고 그 결과 지금의 국경은 과거 제국시절부터 무척이나 촘촘하다. 하지만 국민국가역시 일치한 국민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분쟁과 독립요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현대에 들어선 다국적 기업도 들어섰다. 다국적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쫓아 여러 국가에 진출한다. 다국적 기업은 꾸준히 그 규모를 키워 1970년대에 이르자 몇몇 기업들은 웬만한 국민 국가의 국내총생산 규모를 넘어서게 되었다.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를 망라하지만 과거에 대한 비중이 더 큰 책이다. 현대 부분에 들어서면 압축한듯 빨리 진행되는 느낌이 있을 정도다. 특이점등을 제시하며 미래에 대한 부분도 다르지만 현대 부분과 미래 부분은 다소 아쉽다. 물론 그랬다면 책은 580쪽이 아닌 780쪽 정도로 마무리 되었을 것 같긴 하다. 하여튼 과거 고대와 중세 부분에서 아쉬운 퍼즐을 좀 채울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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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디드러닝 온라인 수업도구 싹쓰리
우치갑 외 지음 / 디자인봄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몇 달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 상황이 1년 반 가량 지속되고 있다. 작년에 쓸데 없이 과도한 방역으로 등교를 막았던 교육부는 올해 상황이 훨씬 악화되었음에도 정신을 차리고 제법 많은 등교를 허락하고 있다. 2학기엔 전면 등교를 장담하였는데 어찌 될진 두고볼 일이다. 하여튼 이미 거의 모든 학교는 어느 정도 등교를 하고 있으며 소규모 학교는 이미 예전처럼 전면 등교를 하고 있다. 

 이런 등교반 원격반의 블렌디드 상황에서 교사들은 수업에 필요한 온라인 수업 도구를 많이 찾게 되었고, 책 '블렌디드 러닝 온라인 수업 도구 싹스리'는 그래서 제법 유용하다. 아마 코로나 상황이 끝나더라도 이런 온라인 도구와 디지털 플랫폼의 활용법을 익힌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의 교육력 차이는 더욱 현격히 벌어질 것이다. 

 책은 패들렛, 팅커벨, 멘티미터, 플립그리드, 티쳐메이드, 구글클래스룸, 잼보드를 소개한다. 많은 교사들도 느꼈겠지만 온라인 상황에서 학생의 협업과 의견을 공유하는 이런 플랫폼이나 도구를 제공하는 것은 모두 미국업체다.(팅커벨만 아니다.) 그리고 한국인에게 직관적 친숙함과 편의성을 주지 않는 외국업체들이 많든 도구다보니 교사들의 적응이 더 늦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네이버가 최근 구글의 크롬처럼 웨일이란 브라우저를 새로 만들고 구글 워크 스페이스를 본 딴듯한 웨일 스페이스를 곧 출범할듯 한데 어찌될진 두고 볼 일이다. 웨일 스페이스는 곧 유료화하는 줌처럼 실시간 영상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도 제공하며 크롬처럼 여러가지 기능을 탑재한 듯 하다. 

 패들렛은 8가지의 형태를 제공한다. 각각의 형태는 수업에 맞게 사용하면 되는데 개인 활동이나 모둠활동 그리고 토의토론에도 적합한 폼들을 제공한다. 패들렛은 별도의 앱 설치나 회원 가입 없이 주소만으로도 들어가 공동작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렇다보니 들어온 사람들이 모두 익명으로 되어 학생들이 이를 사용할때는 주의도 좀 필요해보인다. 패들렛은 지도도 사용가능한데, 구글 드라이브상의 지도가 우수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데스크탑에서만 지원이 되므로 패들렛은 이 경우 더 유용해 보인다. 패들렛에 작성한 모든 내용은 실시간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죽어라 작업에 열중한 나머지 저장을 소홀히해 모든게 날아가는 기억은 곧 완전히 과거의 일이 될듯 하다. 이미 대부분의 플랫폼이 자기내 서버에 작업물을 실시간 저장해주고 오프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써도 대부분 시간별로 자동 저장을 해준다. 날려먹기도 쉽지 않다. 

 팅커벨은 한국의 아이스크림에서 만든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교육이 컴으로 넘어가는 21세기 초반 등장한 업체다. 원래는 티나라라는 업체가 인기 있었는데 단순히 교과서 답만 보여주는 티나라에 비해 동영상이나 동기유발 자료가 좀더 있었던 아이스크림이 티나라를 압도해 지금에 이르렀다. 팅커벨은 5가지의 퀴즈와 6가지의 토의토론폼을 제공한다. 퀴즈는 선택형과 , OX퀴즈, 단답형, 빈칸형, 서술형이다. 토의토론은 찬성반대, 신호등, 가치수직선, 투표, 씽킹보드, 워드클라우드이다. 교사가 토의토론이나 퀴즈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업체답게 학년, 학기, 교과, 단원, 내용등을 클릭하게 해서 팅커벨 서버에 남을 자료가 분류되게 해놓았다. 그러니 한국 교사들을 팅커벨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작업한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큰 장점이다.

 멘티미터는 이미 여러 연수나 교육현장에서 동기유발 자료로 많이 사용된다. 처음엔 접할땐 우와 했는데 이젠 좀 식상하다. 멘티미터는 내가 원하는 도표를 간단히 만들어주고, 결과가 빠르고 쉽게 공유 가능하다. 직관적이고 설문도 무한히 많이 만들수 있다. 

 플립그리드는 동영상 사이트다. 플립그리드 상에서 학생들은 영상을 만들고 공유할수 있으며 영상으로 서로 간에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 동영상 저장 공간도 필요 없고 간단한 동영상 편집도 플립 그리드 상에서 가능하다.

 티쳐메이드는 좀 놀랍다. 많은 교사들이 평가에 종이시험지를 사용한다. 디지털로 만드는게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이다. 티쳐메이드는 교사가 만든 워크시트지를 이미지 파일로 변환하여 올리면 이걸 디지털 워크시트지를 바꿔준다. 단원평가 20문항짜리 시험지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로 답안을 입력할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티쳐메이드는 이걸 채점까지 해준다. 교사가 문항마다 배점을 하지 않으면 그냥 전체를 n분의 1해서 퍼센트로 점수가 나간다. 20문제중 2개 틀리면 90%이런 식이다. 구글 클래스룸과 연동이 되며 단답형, 드롭다운, 선택형, OX, 매칭등 대부분의 시험지들 문항이 커버가능하다. 

 구글클래스룸은 너무 유명하다. 협력과 공유가 가능한 구글 문서, 구글슬라이드, 구글스프레드시트를 제공한다. 몰랐던 기능인데 책에 의하면 글자가 있는 이미지 파일을 구글드라이브에서 텍스트로 변환도 해준다. 다소 제한이 있는듯 하지만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다. 구글엔 잼보드도 있다. 잼보드는 패들렛과 비슷하다. 패들렛에 비해 프레임을 20개까지 만들수 있고 구글의 앱이다 보니 구글 클래스룸과 연동이 더 잘 되는 장점도 있다.

 최근 온라인 도구가 넘쳐난다. 선생님들이 이 모든걸 다 배울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몇가지 만이라도 좋으니 조금씩 활용해 보는 게 어떨까? 분명 온라인 상황 이후에도 개별화 교육이나 학생들 자체가 이미 디지털 세대이므로 이런 요구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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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교실 - 아이의 미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다이앤 태브너 지음, 우미정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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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교육 관련 책을 보면 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한국은 그래도 서열화에서 좀 벗어난 사람들이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라고 선언하는 반면 미국은 그래도 서열화에서 좀 벗어난 사람들임에도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라고 선언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교육관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임에도 정반대의 서술이 일어난 건 한국은 아직도 공부를 잘 하는 것을 남보다 잘 하는 상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미국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스스로가 잘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로 아직도 한국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점수나, 스펙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미국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보편적 역량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실제 수행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으로 생각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다이엔 테브너는 모두가 공부를 잘 하는 학교인 공립고등학교인 서밋고등학교를 만들었다. 이름 처럼 모두가 정상에 오를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195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고용주가 중시한 가치는 빠른 속도로 오래 일하는 능력, 세부사항과 방향 기억 능력, 산술계산능력이었다. 하지만 2020년인 지금 기업은 인재들에게 복합문제해결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인간관계능력, 타인과의 조정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혁신적 사고와 독립성 그리고 자기주도성에 기반한 능력들이다. 때문에 서밋 스쿨은 프로젝트 기반학습과, 깊은 사고, 협업을 기반으로 삼는다. 이 세 가지 활동을 통해 위와 같은 역량들이 양성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행하는 것을 교사이기에 서밋은 교사 채용시 두 가지를 고려한다고 한다. 우선 이 교사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걸 믿는지, 그리고 이 교사가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의 경험과 훈련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다. 즉, 교사가 지금가지 평균적으로 해온 믿음과 철학을 버리고 새로운 철학과 믿음을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일부 혁신적인 학교에서도 프로젝트 학습은 부분적으로만 운영된다. 각 교과가 모두 분절제시되어 있고, 각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도 다르며 각 교과의 목표나 성취기준은 그 교과만을 위해서 설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가 이 모든 것들을 프로젝트로 꿸만한 디자인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 하지만 서밋은 매일 프로젝트 학습을 구성한다. 프로젝트는 학생들과 그들의 공동체 그리고 그들의 삶과 관렪나 문제 및 질문, 도전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문제를 직접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거나 관련 도전을 받아들이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서빗에서 학습은 일정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역량과 지식을 배우고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으로 정의된다. 서열적, 객관적, 분절적 지표가 아니라 삶에서 필요한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을 얻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 학습의 과정은 철저히 자기 주도적이다. 모든 학생의 관심사와 능력,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유와 자료를 마음껏 주고 이에 대해 접근이 가능하게 한다. 독서나 영상, 팟캐스트, 온라인 모의체험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후 학생은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보며 스스로 완전히 학습했음을 입증하면 학습이 성공이고 이에 실패하면 성공할때까지 다시 공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각각의 자료가 범주별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고, 배워야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기를 원했고, 문제를 더 연습할 기회를 얻기를 원했으며, 자신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알기를 원했다. 즉,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해줄때 존중받은 느낌을 갖고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밋은 경쟁이 아닌 협업을 택한 학교다. 연구 결과 한 명이 결정하는 것보다 집단 지성을 발휘한 다수의 결정이 66%정도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 때문에 서밋은 학교분위기와 문화, 학습방법으로 협업을 강조한다. 서밋의 협업은 프로젝트나 학습에서의 협동 뿐만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와 성장속도 학습방법의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에서 서밋스쿨의 학생은 서로 돕고 같이 성장한다. 이런 협업시스템 속에 서밋의 아이들은 자신만의 삶에 대한 전망과 자신만의 진로를 설정하는 잠재력도 생겨난다.

 서밋스쿨에서도 학교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혁신적이고 열정넘치는 교사를 선발했지만 그들 역시 기존의 사고에 젖어 있는 부분이 많았고, 이로 인해 학교 혁신과정에 진통이 적지 않았다. 서밋 역시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에 만장일치를 선호한다. 다수결의 의한 결정은 빠르고 과반을 대표하지만 과반이 크지 않을 경우 대표성의 문제와, 패배한 소수가 방해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만장일치를 선호하지만 모든 문제가 만장일치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서밋은 만장일치를 강요하는 강한 의사결정 도구를 만들었다. 이는 구성원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으로 D는 의사결정을 내릴 권한을 갖는 사람으로 해당문제에서 가장 권위가 높다. 하지만 그에겐 이 문제를 만장일치로 이끌어야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V는 결정에 반대하는 역할을 맡은 자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기 위해 더 나은 제안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P는 결정에 대해 제안을 할 수 있는 자이며 I는 단순히 의견을 낼 수 있는 자이다. 그리고 이 외에 해당 문제에 대해서 정보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다수로 구성된다. 이런 역할을 맡고 회의가 진행되면 주어진 역할들로 인해 보다 생산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만장일치로 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말이다. 

 이 같은 방법은 한국의 혁신학교나 일선학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도구로 쓰이면 좋을 듯하다. 워낙 반대를 위한 반대도 많고, 주체성을 잃고 타성에 젖은 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서밋의 여러 가지가 인상적이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철학이었던 것 같다. 모든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철학. 그것이 서밋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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