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내 이름은 빨강 1~2 - 전2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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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작품을 읽으면 대개 서양의 것이나 한국 아니면 간혹 일본이나 중국의 것을 보게 된다.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아프간출신 사람이 쓴 '연을 쫓는 아이' 정도가 내가 읽은 책중 아마 이런 지역을 벗어난 유일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인 '내 이름은 빨강'은 또 다른 예외가 될 것 같다. '내 이름은 빨강'은 터키작가의 작품이다. 때문에 문체와 세계관, 작품에 녹여있는 인물들의 생각이 그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매우 독특한 것이었다. 형식도 무척 특이한데, 그러다보니 책이 매우 재미있는 내용임에도 빠져드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책은 기본적으로 예술을 기반으로 한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인데(에코의 장미의 이름으로와 비슷하다) 16세기 후반 다소 기울기 시작한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상황과, 실질적 지배자인 술탄과 극단적 무슬림세력의 등장과 갈등, 이슬람세계의 회화예술과 서양미술의 충돌과 만난, 그리고 사랑이 같이 자리한다. 이런 이질적 요소들을 하나로 무리없이 묶어낸 작가의 실력은 상당히 놀라운데 책의 형식도 매우 특이해서 더욱 인상적이다.

 책의 각 챕터는 나는 ___ 이다. 라는 식으로 이뤄진다. 내 이름은 카라. 나는 세큐레,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 나를 올리브라고 부른다. 이런 식이다. 책의 전개는 대개 시간순인데 동일한 사건과 만남에 대해서 같이 있던 인물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그것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상당한 재미와 자극을 준다.

 책 내용은 이렇다. 배경은 1591년 술탄이 지배하는 오스만투르크제국으로 예니시테와 그의 딸 세큐레가 있다. 예니시테는 이슬람최고 지배자 술판의 명령으로 임무를 하나 수행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슬람최고 지배자의 주문이니 마땅히 목을 내놓고 수행해야하는 임무일터이지만 더욱 부담스러운 것은 술탄은 이 그림책을 서양 스타일로 꾸밀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문은 이후 이책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다. 

 당시 이슬람 세계의 회화양식은 부감법과 비슷한 느낌인데 여기엔 종교적 영향과 과거 몽골제국의 지배로 인한 중국문화의 영향이 자리한다. 책 내용을 살피면 원래 이슬람세계에서는 신과 그가 만든 이 세계를 감히 그림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원제국의 지배를 받고 중국의 그림이 유행하며 신과 그 세계를 그림으로 그리게 된 듯 하다. 또한 모든 것을 신의 눈으로 보는 듯 묘사를 해야했기에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듯한 부감법처럼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과거 이런 신의 눈, 즉 그리는 스타일을 완성한 고대작가를 묘사해그리는 것이 화가들의 임무였다. 즉, 화가 개인은 없는 셈이었고 자신만의 화풍도 없는 세계인 것이다. 

 이런 이슬람 세계에 베네치아 즉, 서양의 화풍이 등장한다. 서양의 그림들은 르네상스 시기를 지나 신에게서 벗어나 인간중심의 세계를 그러내고 있었다. 원근법으로 세계를 사실과 가깝게 묘사하고 있었고, 신이나 술탄같은 지배자가 아님에도 개개인의 초상이나 물건같은 하찮은 것들을 과감히 크게 자세히 묘사하고 있었다. 또한 개별화가들의 스타일이 있어 그림마다 화가의 서명까지 들어가고 있었다. 이는 이슬람회화세계에서 용납하기도 상상하기도 힘든 것들이었다. 하지만 예니시테는 젊어서 베네치아를 사신으로 오가며 그들의 미술에 강한 영향을 받았고 그의 제자들은 이런 그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예니시테는 술탄의 명령에 따라 그림을 그리며 자신이 아끼는 제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냈는데 마지막 10번째 장을 앞두고 금테를 두르던 작가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두개골이 깨어진채 외딴 우물속에서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작업이 중지된다. 그리고 살인자는 금테 작가에 이어 예니시테마저 살해한다. 

 예니시테의 딸 세큐레는 이일로 곤경에 처한다. 원래 세큐레는 자신보다 12살이 많은 사촌인 카라를 좋아했다. 카라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카라는 오래전 멀리 여행을 떠나버렸다. 세큐레는 결혼을 해야했기에 직업군인과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았지만 그가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지 어언 4년이 지났다. 한편 시동생인 하산은 이스탄불 최고 미인인 세큐레에 노골적으로 연애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세큐레는 시댁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그려려면 이혼이 필요했고 이혼을 위해서는 남편의 사망을 증명할 증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 카라가 이스탄불로 돌아온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둘은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할수 있었다. 세큐레는 카라는 움직이고 아버지 예니시테를 설득할 요량이었는데 예니시테가 죽어버린 것이다. 세큐레는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하고 슬픔을 뒤로하고 놀랍게도 살인현장을 수습한다. 그리고 이를 카라에 알리고 카라는 발빠르게 주변인을 매수하여 가짜증인을 만들고 이맘들을 섭외하여 서둘러 세큐레를 이혼시키고 바로 결혼식을 올려버린다. 그리고 결혼후 이틀후 그들은 예니시테의 죽음을 공표한다.

 한편 예니시테가 죽자 술탄은 노한다. 그는 카라를 불러 부하를 통해 심문한다. 술탄의 위압과 공포에 카라는 예니시테의 죽음에 대해 모든 사실과 자신의 결혼에 대한 사실도 말한다. 그리고 술탄은 궁정화가 오스만을 불러 화풍을 통해 범인을 카라와 함께 추적하게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삼일로 술탄은 궁정화가들 중 범인을 찾지 못하면 화가 전체를 고문하여 범인을 찾을 것이라 말한다. 오스만과 카라는 범인의 화풍을 알아내기 위해 범인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랜 그림을 보기 위해 숱탄의 하렘에도 들어간다. 

 이런 노력끝에 마침내 카라는 범인을 찾아낸다. 카라는 의심되는 궁정화가 황새, 나비, 올리브를 모두 찾아가는데 이등중 범인이 있었다. 다른 두명의 화가와 함께 범인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바늘로 눈을 찔러 눈을 멀게하지만 방심하다 카라는 어깨를 단검에 찔리고 범인은 도주한다. 하지만 범인을 카라와 같은 편으로 착각한 세큐레의 시동생 하산의 분노로 범인은 어이없게 목이 달아난다. 카라는 세큐레의 곁으로 돌아갈수 있게되고 둘은 남은 26년을 같이 살게 된다. 

 책 내용은 무척 재밌고 서술도 재밌으며 형식과 전개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가끔 죽음이나 빨강, 개나 새등 사람이 아닌 것도 말을 걸고, 서술하다 갑자기 독자에게 말을 거는 경우도 있다. 책을 통해 터키인들이 생각하는 방식, 말하는 방식, 문화와 예술, 종교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간접적으로 조금 알수 있게 되었고 예술을 소재로 갈등이 벌어지며 살인사건이 이뤄지고 거기서 사랑과 더불어 현실적 처신을 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전개방식도 매우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주인공은 여성 세큐레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화가도 범인을 잡는 역할도 하지 않지만 그 모든 이들과 주요하게 관련하고 사랑하며, 그들을 이용하고 조종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 장도 세큐레의 장이다. 이 모든 어려움속에서도 종교나 이념, 갈등과 세력다툼속에서도 어떻게든 사랑하며 현실을 살아가야하는 이슬람 세계의 약자 여성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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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9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ㅅ^

닷슈 2021-12-09 19:2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추운데 늘 글 잘읽고 있습니다.

mini74 2021-12-09 16: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

닷슈 2021-12-09 19:23   좋아요 1 | URL
감사하고 저도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12-09 1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재미있게 읽은 책!
지금 읽었다면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책!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 책!^^
이달의 리뷰 축하드려요

닷슈 2021-12-09 19:23   좋아요 2 | URL
제가 좀 늦게 읽긴 했습니다. 재밌고 색다른 책이었어요.

쎄인트saint 2021-12-09 1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12-09 19: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12-09 1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닷슈 2021-12-09 19: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12-09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닷슈 2021-12-13 20: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학교 자치 - 학교 자치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 학교 자치 1
김성천 외 지음 / 테크빌교육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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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중국, 일본과 더불어 농경과 이를 위한 기반시설 마련을 위해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초기부터 구축해왔다. 이런 오랜 전통은 과거엔 좋은 점으로 작용했지만 민주시민 사회,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민주주의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으로 작용한다. 자신들이 지역단위에서 중앙의 명령에 의하지 않고 뭔가를 해본 경험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것은 하면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낭비적이거나, 곧 사라질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유럽에 지방자치제도가 잘 자리잡은 건 우리와 반대의 이유다. 중앙집권국가를 형성하는게 늦었고 그렇다 하더라고 지방의 권한이 막강한 봉건국가였기에 지방자치의 경험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중요한 것은 교육도 마찬가지다. 사실 지방자치보다 교육자치는 더욱 늦었다. 지자체단치장을 선거로 뽑은지는 거의 20여년이 되가지만 교육감 선거는 그 절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거연령이 낮아져 교육의 주인인 학생이 자신들의 교육을 담당할 교육감을 직접 뽑게 되는 상황에도 민감함을 보이는 한국의 풍토를 보면 교육자치는 멀었단 생각이다.

 그래도 교육자치가 처음 나온 것은 무려 6차교육과정이다. 6차교육과정은 교육부가 제공하는 국가교육과정 이외에도 처음으로 지역교육과정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은 교육자치에 이어 학교자치가 언급되는데 사실 양자가 다르다는 생각도 많이 해보진 못했다. 학교자치의 필요성은 사실 학교교육력의 증대와 관련이 깊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살아갈 지역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머무르는 학교공간에서 그곳의 주인으로 서는 경험을 하면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학교는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의 의견을 받아내고 이를 통해서 움직이는 민주공간이 되어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자치가 필요하다. 

 자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 재정, 정책의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이중에서 어떤 것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학교자치라는 용어는 법적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객관적 조건으로 학교자치가 이뤄질만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립학교다. 이들은 교원이나 직원의 인사권과 예산권이 독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재단과 이사장의 독재로 학교자치와는 오히려 가장 거리가 먼곳이기도하다. 적절한 견제 역시 필요하단 이야기다.

 학교차지를 위해서 우선 거론되는 것은 역시 인사권 그중에서도 교장 선출 보직제다. 현재 학교장은 학교의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위치로 교원의 승진을 통해 임명된다. 이런 닫힌 구조를 혁파하고자 교장공모제가 도입되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을 가진 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과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개방형,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형이 있다. 이중 초빙형은 기존 교장의 임기연장수단으로 변질된지 오래이며 개방형이나 내부형은 반발이 심해 그 비중이 적어 큰 의미가 없다. 교장선출보직제는 학교의 교육 3주체가 지신의 손으로 직접 리더를 뽑는다는 점에서 학교자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선출보직이기에 제왕적인 부분도 많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으며 교육 주체의 주인의식이 높아지고 굦아 일인의 독단적 판단에 의한 무분별한 사업을 막고 교육적 효과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자치를 위해서는 예산 독립도 중요한데 현재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안정적인 예산의 배분과 더불어 예산 사용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 대안으로 꼽힌다. 현재는 특별 교부금이나 목적사업비로 학교에 예산을 교육청이나 다른 기관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이 경우 용도가 정해져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된다. 거기에 사후 사업비 정산의 업무까지 추가된다. 때문에 책은 교육청 내부 조직을 혁파하여 조직을 위해 정책사업을 만들어내고 목적사업비를 내리는 관행을 없애고 이런 예산들을 학교에 자유롭게 배부하는 학교기본운영비를 확대하는 것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또한 교육3주체의 법제화도 필요하다. 현재 학교는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학교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학교장을 대상으로 매년 교육 3주체에 의한 학교민주주의 설문조사를 매년 실행한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고, 권장수준이며 수준이하의 민주주의 지수가 나오더라도 학교장의 거취에 이렇다할 불이익이 없다. 일부 학교장에 망신스러워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교사회와 학생회, 학부모회의의 권한과 책임을 법적으로 부여하고 서로 간의 소통과 협력 문화를 구축한다면 학교자치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제시한다. 

 다음은 학교자치를 위한 교육청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다.

1.학교지원역할

 교육청 조직을 개편하고, 일하는 방식을 학교지원으로 개선하며 이를 위해 교육청 전체를 재구조화하고 학교로부터 상향식 평가를 받는다.


2. 학교권한확대

불필요한 규제 및 제도를 폐지하고, 교사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확대하며 교원행정업무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학교 기본운영비를 확대하며, 교장교감의 선발을 다양화하고 내부형 교장공모를 확대한다.


3. 학교민주주의강화

민주적 의사결정을 확대하여 민주적 학교문화를 조성하고 교육3주체를 법제화하여 이들이 실질적인 학교운영에 참여하도록 한다.


책은 교육자치와 분권의 종착점은 학교자치여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학교자치엔 적절한 제한과 견제도 필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은 상급기관의 지시와 명령이 아닌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책무성을 확인하면서 개선해나가는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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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FOR 에듀테크 - 게더타운, 제페토, 이프랜드, 가상현실 코스페이시스 메타버스 시리즈
변문경 외 지음 / 다빈치books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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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요 기술중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성큼 다가섰다. 특히, 최근엔 메타버스가 가장 강조되는 듯 하다.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이 나올때만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직접 체험하고 활용하면서 그 가능성을 엿본게 시작이 아닌가 싶다.

 사실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도 코로나를 전후해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로블록스는 2006년에 시작되었지만 2018년에 모바일에 최적화되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한국의 제페트는 2018년 이플렌드는 2021년, 미국의 게더타운은 2020년 설립되었다. 책 메타버스 for 에듀테크는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하자는 취지로 쓰인 책이다. 가까운 미래에 많은 학생들이 실제 학교가 아닌 가상의 학교 공간에서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 함께 교육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 뿐일까, 인간은 영화 메트릭스처럼 많은 수가 잘 만들어진 메타버스에서 실제 세계 이상의 비중으로 거주할 가능성도 높다. 누구나 이중생활을 꿈꾸고, 누구나 이루지 뭇한 꿈을 꾸며, 누구나 과거 돌아가고 싶은 세계 혹은 상상의 세계로 가고 싶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나같으면 내가 좋아하는 게임 드래곤 퀘스트나 드래곤볼의 세계 혹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90년대로 돌아가 생활해 보고 싶다. 얼마나 재미있을까.

 책은 주요 메타버스 4개를 소개한다. 우선 로블록스. 2006년 출시했지만 2018년 모바일 사용이 가능해지고 회원수 10억 이상에 기업가치만 42조이상이다. 다양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컴퓨터 모바일 엑스박스와도 연동된다. 로블록스 스튜디오에서 루아코딩으로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다른 사용자가 이를 플레이하는게 가능하다. 게임내 아바타와 아이템이 모두 로벅스라는 가상폐로 구매및 판매가 가능하고 이 가상화폐는 당연히 현실세계의 돈과 융통된다. 로블록스의 가장 인기게임은 탈옥수와 경찰로 9세아동이 개발했으며 매월 25만 달러의 수익을 거둔다고 한다. 로블록스 개발자 중 1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개발자는 1000명에 달한다.

 제페토와 이프랜드는 한국에서 만든 메타버스로 제페토는 가장 아름다운 아바타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프랜드는 다양한 아바타 및 가상 테마 공간을 제공해 실제 행사도 이뤄진다.

 게더타운은 2020년 설립한 것으로 최근 기술동향에 맞지 않게 모든게 2d로 이뤄졌다. 이는 로딩시간을 짧게 하여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도다. 게더타운은 가장 현실세계의 미러월드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바타를 통해 동료와 협업기능이 특화된 가상오피스 플랫폼 구성에 좋고 25명이하는 무료지원이다. 단순한 환경이나 비디오, 오디오 ,실시간 채팅 서비스를 지원하고 오피스, 강의공간 꾸미기가 직접 가능하고 수업 외부용으로 활용가능한 아이템의 비치가 장점이다. 

 코스페이스는 독일에서 만든 것으로 매우 재미난 메타버스다. 교사가 학급을 만들수 있고 학생들을 초대할수 있다. 3D로 가상공간을 개인 혹은 협력하여 꾸밀수 있고, 멀지기능을 활용하면 구글카드보드나 VR 기기를 활용하여 AR 경험도 가능하다. 기본 캐릭터와 배경이 주어지지만 팅커캐드나 다른 도구로 디자인한 3D 입체물을 불러오는 것도 가능하다. 캐릭터들은 코딩이 가능한데 무료상황에서는 매우 단순한 코딩만, 유료로 전환하면 복잡한 코딩도 가능하다. 

 이런 메타버스를 활용하는데는 몇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우선 학생에게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인지, 개인맞춤형 설계가 되는지, 교사학생이 개인 콘텐츠 공유가 가능한지, 교육적으로 해로운 콘텐츠 차단이 가능한지, 스팀교육, 소프트웨어교육, 인공지능교육이 고려되는지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디지털 격차와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맞는 인재양성이 가능하며 상상력의 발현이 가능하다. 

 가까운 시일내에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매우 자명해 보인다. 많은대비와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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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는 미래학교 - 2030 대한민국 미래 교육 보고서
조현희 외 지음 / 박영스토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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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이면 개정교육과정이 발표된다. 2015개정교육과정 발족 이후 7년만이다. 2022개정교육과정은 2025년부터 순차적용될 예정이다. 7차개정교육과정 이후 교육과정 개정은 -차라는 이름의 전면개정을 버리고 철학과 비전을 어느정도 고수하며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 2007, 2009, 2015에 이어 그 4번째 부분 개정이다. 2007과 2009의 개정은 간격이 매우 짧은데 당시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로 바뀐게 크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개정도 정권이 바뀐다며 이 좋지 못한 전처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2019년 미래교육위원회를 발족한다. 미래 인재의 상으로 창의와 도전정신, 다양성과 포용, 기술과 인간의 소통을 제시한다. 그리고 미래교육의 집중논의가 필요한 4대분야로 교육과정, 공간혁신, 디지털전환, 진로교육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미래사회가 불확실성의 시대, 초연결성의 시대, 기술공존의 시대, 탈표준화의 시대라는 점이 작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래교육의 키워드로는 인간, 배움, 돌봄, 성장이라는 기존의 것들이 그대로 강조됬다. 학습의 집중으로서의 배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으로의 돌봄, 결과중심의 경쟁보다는 과정중심의 질적변화로의 성장이다. 결국 미래교육의 초점도 새로움의 도입속에 오랜가치의 변화가 아닌 실현에 초점을 두는 느낌이다. 과거에도 이것은 실행하지 못했음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의 미래교육 목적과 방향을 다음과 같다.

비전 : 세계 일류의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미래창의혁신인재양성

목표 :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미래창의혁신인재양성교육

       개인의 창의성, 다양성이 존중되고 행복한 삶과 건강한 사회의 지속발전에 기여하는 교육

핵심가치 : 학습자의 창의성, 다양성, 유연성 실현

4대 미래교육 혁신방향

1. 미래교육 시스템 혁신

 - 유연한 학제, 자율적 교육과정과 평가, 다양한 장학복지

 - 다양한 진로, 진업교육, 자율적 입시제도와 대학제도


2. 미래학교 혁신

 - 제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 창의적 미래학교와 스마트학교

 -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

 - 교사역할과 교사시스템 및 교사의 영역변화

 - 교육 공간의 변혁

 - 직업학교와 대학 모습의 변화


3. 미래교육 콘텐츠 실현

 - 제4차산업혁명 시대 대응 창의적 인지역량

 - 인성적 정서 역량, 협력적 사회 역량

 - 생애 학습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


4. 미래교육 거버넌스 혁신

 -제4차산업력명 시대 대응 새로운 미래의 교육정책 결정 프로세스

 - 교육 거버넌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 미래 대학 학교단위의 거버너스의 변화


이에 따른 미래학교의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다.

1. 학습자 주도 맞춤형 교육과정

 - 기존의 학습자중심교육과정이 동일한 목표의 도달을 위해 차별화(수준별 지도), 개인화(개인별지도)를 하였다면 학습자 주도 맞춤형 교육과정은 학생에 따라 교육 목표와 내용,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2. 융합형 교육과정

 - 다양한 교과의 지식과 기술을 연계, 통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 그리고 이를 활용해 개인과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


3. 역량 교육과정

-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역량)을 바탕으로 알아야 하는 것(지식)을 선정하고 조직해나가는 교육과정 설계방식


4. 민주적 교육과정

-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상상하고 학교교육과정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개발되고 운영


책에서는 포용교육과 미래교육매체, 진로교육을 따라 강조한다.

먼저 포용교육은 모든 학생의 존엄의 동등성을 보장하고 개별학생이 지닌 고유성의 탁월한 발현을 공교육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다. 그간 학교는 학생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해 그들의 잠재력을 제한하고 사회집단 간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꼬리표를 부과하고 학생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훼손하고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이 보이는 차이를 스스로 지우도록 강요해왔다. 이를 학습자 주도형 맞춤 교육과정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학생은 미래 전 학교급에서 학급제가 아닌 대학같은 강의제형태, 그리고 학년제가 아닌 학기제로 생활하게 될 것이다. 수업은 네트워크의 힘으로 전국 또는 세계의 같은 수업을 원하는 집단과 함께하게 될 것이며 실시간 통역으로 이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AI에 의해 학생이 보이는 수준과 관심사에 따라 각각 다른 강의와 학습자료가 제공 될 것이다. 

 교육매체는 1910년대 시청각 기재자에서 1950년대 통신이론의 등장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까지 그 개념이 확장되었다. 지금은 기자재와 메시지를 넘어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교육기능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교육활동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최근 교육매체가 대두되며 학생의 지식정보처리역량, 디지털리터러시, 미디어리터러시 같은 역량이 강조도니다. 향후 학교교육에서는 다양한 테크놀로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것이 미래교육을 추동하는 강력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최근의 교수매체들을 보조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학습환경을 형성하거나 학습에 적극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구클클래스룸이나 가상현실 기반의 메타버스 활용수업등을 보면 그러하다. 

 하지만 테크놀로지 교육을 실행하는 것도 교사인만큼 교사가 관련 지식을 갖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자신감과 학습에 대한 구성주의적 신념, 그리고 이것의 실현이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진로교육은 과거 진학 및 직업 교육과 동일시되어왔고 지금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이 개념으 큰 효용이 더이상 없다. 미래사회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향후 미래교육의 개인의 자기에 대한 지식과 정체성, 적응력을 높여주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한 개인이 삶의 영역 전반에서 경험하는 하나의 학습과정이자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고 있지만 이 공부가 정작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따라서 진로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이란 개인의 삶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대상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속에서 생겨나는 정서적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자기를 개발하는 노력과 끈기의 정서적 습성을 길러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다음은 앞서 제시한 미래교육의 4대 분야에 대한 방향이다.

1. 교육과정

 -다양성을 발굴하고 길러주는 교육과정

 -성공의 개념해체, 성장개념에 대한 집중

 -공부이외의 다른 분야 역량 발휘

 -다양한 재능을 발굴하고 길러주는 교육

2.공간혁신

 -교육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유연하고 다양한 학교공간혁신

 -물리적 재구조화를 넘어 공간혁신 과정 자체가 학교교육과정으로 도입, 정착

3.디지털 전환

 -미래인재의 다양함을 포용하는 hw, sw의 전방위적 활용

 -다양한 인재상에 감응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줄 수 있는 과정과 가치가 공교육에 제공될 필요성

 -교육 콘텐츠 댐이나 AI 기반 맞춤형 테크놀로지 제공

 -주로 hw에 치중하는 경향 개선

4.진로교육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재정의

 -배움의 가치와 즐거움을 인식하고, 현재를 향유하며 살아가는 자기도적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으로서의 전환이 필요

 -삶에 대한 안목과 가치관, 삶의 대조와 방식, 삶의 힘을 기르는 교육이 진로교육의 핵심


마지막은 미래교육을 위한 15대과제다.

1.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도입과 정착

2. 학점제형 교육과정에 조응하는 학교시설 재구조화

3. 학점제형 교육과정에서 지역, 학교간 편차 극복을 위한 기술 활용

4. 진로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콘텐츠 개발

5. 학교 밖 교육 혹은 학습자 개별 경험에 대한 교육인정시스템 구축 및 확장

6.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진로교육의 확정

7. 공간혁신 퍼실리테이터 제도의 개선

8. 고교학점제 시대, 자기주도적 진로역량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개별화 방안 모색

9. 공간혁신을 위한 퍼실리테이터-교원간 협력모델 개발

10. 학교공간혁신 예산 확대

11. 학교공간의 유연성 및 복합성 확대

12. 교육 데이터의 체계적 축적 및 활용

13. 디지털 전환 시대의 조응하는 교수학습 및 평가방식의 변화

14.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요한 학부모 대상의 기술 활용 이해교육

15. 디지털 학습격차의 대처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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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때까지
임지수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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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는 자식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 죽고싶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 보호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인 자신들이 먼저 죽는다면 친지들을 포함해 이 사회의 어느 시스템도 그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기에 할 수 밖에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임지수는 장애를 가진 딸을 낳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 '내 인생의 무지갯 빛 스승' 을 그 딸과 함께 썼다. 2015년에 나온 책인데 후속작인 이 책은 안타깝게도 그 딸인 유재윤이 루게릭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장애를 가진 딸을 성인까지 키워내는 것만해도 엄청난 일인데 그 일을 해내자 딸에게 다가온 불치병, 그리고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죽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비극이다.

 딸 재윤은 사지기형으로 태어나 온갖 수술을 이겨내고 성인이 되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딸은 잘 커주었고 힘들지만 이제 보통사람들과 비슷한 삶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딸과 함께 쓴 책은 파리도서전에도 출간되었다. 둘은 초청도 받았다.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였지만 가지 못한다. 재윤이 다시 아팠기 때문이다. 재윤은 집인근 카페에서 1년간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워낙 밝고 사교성이 좋아 손님들과도 잘 어울렸고, 벗과 같은 단골손님도 생겨났다. 엄마는 걱정이 많았지만 전국 자전거 일주를 우려와 걱정속에서도 어떻게든 해낼만큼 강한 딸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딸이 자꾸 다치기 시작한다. 마시던 잔을 떨어뜨리고 갑자기 넘어지고, 급기야는 퇴근 중 제대로 넘어져 코뼈가 골절되고 만다. 딸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꾸 힘들다고 말하곤 했다. 엄마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딸을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다. 

 가족들은 리마인드 웨딩 사진도 같이 찍었다. 그 때만해도 딸은 아직 서있고 걷고 움직일만 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악화된다. 골절된 코뼈가 다시 골절된 만큼 크게 넘어졌다. 뭔가 많이 이상했지만 설마설마 하며 무시하던 신호를 더는 무시할수 없게되어 병원으로 향한다. 무엇이 원인인지 빨리 알고 싶어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을 피하고 믿을 만한 지역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엄청난 길이의 바늘이 몸을 여기저기 찌르는 무시무시한 검사가 깊은 생채기를 남겼을 뿐 결국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거기서도 힘든 검사가 이어졌고, 결국은 루게릭이었다. 엄마는 검사중 재윤의 증상과 직접 본 경험을 토대로 이미 루게릭을 짐작하고 있었다.

 근육신경이 모두 죽어 움직일 수는 없게되고 급기야는 소화기관과 호흡기관 마저 멈추어 죽음에 이르는 병,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정신은 멀쩡히 남아있게 되는 잔인한 병이었다. 사지기형도 모자라 왜 이런 일이 자신과 딸에게 발생한 것일까. 부모는 이 병명을 끝까지 딸에게 말하지 못한다. 그저 잘 쉬고 열심히 노력하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재윤보다 6살 어린 동생에게도 그 말을 하지 않는다. 너무 잔혹한 일이라 말할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힘들어지기 전 그들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다. 식당이며 코스 모든걸 재윤이 기획한다.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이후 재윤은 다시 여행을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악화된다. 남편도 지방으로 발령이나 엄마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지경이 된다. 20년을 딸과 함께 고생했는데 이젠 더 한 간병의 시작이었다. 사회복지의 손길이 시급했다. 관청에 온갖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바라는 손길을 많고 지원은 한정적인지라 이리저리 요구하는게 많았다. 한참을 노력하여 사회복지등급을 받고 간병인 서비스를 지원받게 되었다. 

 조금 숨통이 트인 엄마는 오카리나를 배우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래야 살 수 있었다. 그리그 그 와중에 딸 재윤은 대학을 진학한다. 미디어학과였다. 방송영상을 만드는 것을 배우는 곳으로 딸은 예능피디가 되고 싶어했다. 지금상태만으로도 힘든 엄마를 몰라주는 것 같아 야속했지만 그래도 엄마는 딸을 대학에 보낸다. 먼거리를 통학 해 시험을 보게했고, 그렇게 한 학기를 다녔다. 장학금도 받았다. 하지만 딸은 다음학기에 더 이상 대학에 가지 못한다. 상태가 많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발병 후 대충 삼년이 지나 결국 재윤은 죽음을 맞는다. 동생은 언니가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서야 병명을 듣게된다. 재윤은 죽으면서도 자신의 병명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걸 차마 말해주지 못한 부모님의 심정도 이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엄마는 장애를 가진 딸을 힘겹게 키워내며 같이 성장하고 성숙했다. 그리고 그런 딸이 죽었다. 감내하기 깊은 고통과 심경을 엄마는 이 책에서 절절히 풀어낸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이해하기 힘든 고통에 왜를 묻기도 하고 이해해주지도 못하고 상황에 맞는 공감능력도 부족한 주제에 한참위에서 어디서 들은 위로말이나 건네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래도 받아들여야 함을,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노력을 보인다. 그래서 책의 문장은 화가 난 것 같기도, 슬프기도하고, 분노한 것 같기도 하면서 절절하기도 한, 여러가지가 응축된 느낌이다. 

 딸의 삼년상을 치루며 저자는 이 책을 썼고, 안나푸르나 등반을 다녀온다. 저자가 안나푸르나에서 지나온 길로 한국의 교사들이 눈사태로 실종사망하였는데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딸 재윤은 살아생전 뉴스로 누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 몸 나를 주지란 말을 했다고 한다. 생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지만 재윤과 엄마를 보면 내가 정말 감당하기 힘든 것일까란 생각이 들기도하며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당장에 죽을 병이 있는게 아니고 나와 내 가족이 특별난게 없지만 건강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고 다행이란 걸 느끼게 된다. 

 엄마는 책을 통해 이렇게 탈상하며 언젠가 딸을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개인적으로 내세와 종교를 믿지 않지만 결국 그런 날은 올거라 생각한다. 영혼의 형태이든 물질의 형태이든 결국 우린 하나고 언젠간 만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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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1-08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안타깝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닷슈 2021-11-09 23:04   좋아요 1 | URL
좋은 책입니다.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21-11-09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퍼서 못 읽을 것 같아요...

닷슈 2021-11-09 23:05   좋아요 1 | URL
슬프지만 저자가 극도의 슬픔과 절망을 억누르고 풀어헤치고,헤아리고 받아들이면서 쓰셔서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먹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