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는 총 110권의 책을 읽었다. 제프리 삭스의 지리, 기술, 제도를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 살 더 먹어야 완독하게 될 듯 하다. 늘 골고루 읽으려 하지만 나의 취향과 개인적 상황으로 편식은 있는 편이다. 올해 편독한 책은 교육 분야다. 교육분야를 작년에 비해 올해도 많이 읽었다. 최근 교육과정 개정과 공간혁신, 그리고 에듀테크가 부상하며 유독 그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상반기엔 문학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하반기에 많이 읽었다. 문학은 특히, 상대적으로 책이 읽기 힘든 여름에 집중해서 읽는 편이다. 그래서 7-8월이 포함된 후반기에 아무래도 많이 읽게 된다. 미래 관련해서는 메타버스 책을 좀 읽었다. 알뜻 말뜻해서 좀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경영투자 책을 별로 보지 않았다. 나오는 책도 좀 뜸하고 아무래도 양적완화로 풀린 불경기 자산상승의 꼭지가 느껴진듯 하다. 어차피 하지도 않을 투자 읽어서 무엇하랴. 과학은 좀 아쉽다. 20권 정도는 항상 보려하는데 아무래도 어렵고 손이 잘 안가다보니 11권만 읽고 말았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힘이 나고 여유가 있는 1월에 진화심리학 핸드북 1-2권을 완독한 것에 만족한다.


2021 독서 목록


교육(28권) : 블렌디드, 우리반 연극 수업 어떻게 할까? 로컬이 미래다. 구글클래스룸수업, 고학년을 위한 교육 연극 수업 이야기, 구글 클래스룸 수업 레시피, 온작품을 만났다 낭독극이 피었다. 사시사철생태놀이,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 AI 교육혁명, 최고의 교실, 블렌디드 러닝 온라인 수업도구 싹스리, 잠자는 거인을 깨워라, 학습자주도성 미래교육의 거대한 착각, 학교자치스쿨퍼실리테이션, 수업방해, 혁신교육 미래를 말한다.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교실, 공부머리독서법, 2030대한민국 미래교육보고서, 메타버스 for 에듀테크, 학교자치, 인공지능 for 클래스룸, 우리 아이AI, 교사를 위한 미래교육 안내서, 마을로 걸어간 교사들 마을 교육과정을 그리다, 어린이라는 세계, 당신의 문해력


예술건축(11권) : 1페이지 미술365,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공간 혁신, 학교공간 이렇게 바꿨어요, 우리가 학교를 바꿨어요. 함께 만드는 학교 공간 이야기, 클림트,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뭉크, 내가 사랑한 화가들, 기묘한 미술관, 교실 한 구석에서 시작하는 학교공간혁신, 


경영투자(3권) : 나는 배당투자로 한달에 두번 월급을 받는다. 서울아파트 황금지도, 앞으로 5년 집을 사고 팔 타이밍은 정해져 있다, 


경제(3권) : 부의 대이동, 악의 번영,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


과학(11권) : 진화심리학 핸드북 1-2권, 유감스러운 생물 수컷, 울트라 소셜, 바디, 공감의 배신, 노화의 종말, 휴먼카인드, 엔드 오브 타임,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신호와 소음


역사(6권) : 가루 전쟁, 인삼의 세계사, 12전환점으로 본 제2차 세계대전,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한중일의 갈림길 나가사키


인문(11권) : 나는 말하듯이 쓴다. 아리스토텔레스, 작가수업, 청춘의 독서, 다시보는 5만년의 역사, 서점일기,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실천윤리학, 동물해방, 신 만들어진 위험, 나의 비거니즘 만화


문학(22권) : 니클의 소년들, 물에 잠긴 세계, 불타버린 세계, 크리스털 세계, 파친코1-2권, 진홍빛 하늘아래, 유튜브 전쟁, 연을 쫓는 아이, 사자와 수다, 아처, 헬프1-2권, 지구 끝의 온실, 완전한 행복, 대불호텔의 유령, 다시 만날 때까지, 내 이름은 빨강1-2권,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전에, 공중그네


지리(2권) : 풍운의 도시 난징, 각자 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사회(9권) : 인구의 힘, 갈등도시, 70년대생이 운다. 조국의 시간. 중국의 선택, 차별의 언어, 지구인의 도시 사용법, 팬데믹 제2국면,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미래(4권) :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 미래직업 다이어리1-2권,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


2021 올해의 책 10권


10.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지구 상의 인간의 수는 많고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더욱 잘 살게 되면서 지구를 이용하는 행위도 늘어났다. 대규모의 곡식 재배와 육지에서의 목축과 바다에서의 양식, 에너지의 사용, 그리고 이로 인한 환경오염이 그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태어난 1968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우린 풍요로워졌지만 이 지구는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담담함 수치로 표현하는데 그게 자못 충격적이다. 책을 얇지만 무거웠고 잔잔한 큰 충격을 주는 책이다.



9.실천윤리학

공리주의자 피터싱어가 쓴 책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존을 위한 협력 도구이며 상당히 상호호혜적인 것으로 그렇기에 상당부분 계산적이다. 피터싱어는 윤리의 대상은 인간을 넘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감각적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주요 윤리적 문제인 안락사와 임신중절, 동물해방등에 대해서 다룬다. 이 책을 읽고 동물해방과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연달아 읽었는데 내가 플렉시테리언으로 어느 정도 변화하는데 크게 일조한 책이다. 물론 책은 쉽지 않다. 피터싱어의 책을 보기를 원한다면 동물해방을 더 추천한다. 


8.중국의 선택

중국에 대해 저명한 국내 저자가 쓴 책이다. 중국의 특색 사회주의와 시진핑의 전략을 잘 설명한다. 미국과의 대결로 중국의 정책은 외부와 내부를 모두 견인하는 쌍순환 정책, 그리고 외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일대일로정책, 창의력과 기술력을 견인하고자 하는 정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내 외부의 경쟁력을 모두 갖추어 미국과의 장기전에서 승리할 심산이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결국 창의성을 말살하는 독재정치에제에서 창의력이 나올 것인지와 내부의 자원 부족 문제, 역시 내부의 민족 문제들이다. 좋은 싫든 중국은 한국의 중요국가이고 막강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이런 이들에 대해서라면 무조건 잘, 많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이 만한 책이 없다.


7.엔드 오브 타임

믿고 보는 브라이언 그린의 책이다. 우주의 시작과 끝을 엔트로피라는 개념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며 새로운 시도였다. 우주는 이 법칙에 의해 빅뱅이후 항상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존재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행성은 이 법칙에 반한다. 하지만 이런 존재로 인해 오히려 전체적인 엔트로피 수치는 커지게 되므로 사실 법칙 위반이 아니다. 인간존재가 자신이 생존하려고 매우 엔트로피가 큰 열을 계속 방출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사고하는 존재 역시 우주의 엔트로피가 계속 커지며 결국 사라지게 되는데 지성과 우주의 종말이 같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어째서 우주는 매우 낮은 엔트로피에서 매우 커진 상태로 나아가는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우주의 시작과 끝임은 분명해 보인다.


6.공감의 배신

공감도덕은 지금의 주류 도덕이다. 하지만 저자는 공감에 기반한 도덕을 비판한다. 감정적 소모가 크고, 매우 편향적인 도덕적 판단을 하게 하며, 도덕적 판단의 대상을 좁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린 매일 죽어가는 6-7명의 한국 노동자에는 거의 공감하진 않지만 그보단 훨씬 적은 비율로 학대당해 죽는 한국의 아동에게 엄청나게 공감한다. 어떤 것이 더 주목해야할 문제일까. 계산상으로는 분명하다. 그래서 저자는 몰입하는 공감의 도덕보다는 이성 및 연민에 의한 도덕을 주장한다. 공리주의적 성향도 좀 보인다. 하여튼 여러 면에서 신선한 책이었다.


5.노화의 종말

생물은 반드시 죽지만 사실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이전 개체가 죽어야만 이후 세대를 위한 생물학적 공간이 생겨나고, 유전자가 분열되어 돌연변이를 해야만 진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여튼 생물은 죽고 그 원인은 노화지만 저자는 그 노화의 매커니즘을 밝혀낸다. 인간의 유전자는 보통 손상을 입고 수리를 받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기능이 떨어진다. 다만 환경이 좋지 못하면 번식하지 못한 시기라 판단하고 이 유전자가 복구에 집중하는데 이것이 노화를 늦춘다. 안좋은 환경이란 식량의 부족, 추위, 극심한 체력소모같은 것들이다. 즉, 적게 먹고 운동하고 좀 춥게 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도 있다. NMN이나 레스베라트롤등이다. 책을 읽고 아버지께 NMN을 사드렸다. 효과가 있는 듯 하다.


4.악의 번영

경제 책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류의 세계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꿰뚫어보는 종류의 책이었다. 정주 이후 농업의 생성과 인구증가 발전, 그리고 오랫동안 멜서스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계를 다룬다. 산업화 이후 제조업이 등장하며 인류는 비로소 규모불변의 법칙에서 벗어나 멜서스의 덫에서 탈출해 본격적 인구성장과 발전을 이룩해낸다. 하지만 악은 여전하다. 대규모 환경파괴와, 폭력들, 불평등이다. 그리고 이는 저성장이 지속될수록 서로 시너지를 내며 확장된다. 책은 그런 우려들로 가득찼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되가고 있어 무척 걱정이다.

3.각자 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국가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와 지속성이 필수다. 쓸모있는 토지, 안정적 식량 공급, 방어가 용이한 지형, 지속가능한 인구, 현대적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자원에 대한 안정적 접근이다. 현재 전세계는 미국이 만든 제1질서에 의해 이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대결에 몰리면서 이 제1질서는 급격히 와해되고 있다. 서로간의 동맹으로 쪼개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는 1질서가 붕괴되 모든 것을 어느정도 알아서해야하는 각자도생의 새로운 세계로 돌입하고 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세계 각 지역과 주요 나라를 분석하고 스스로 위 4가지 요소를 갖춘 나라를 높게 평가한다. 역시 미국과, 유럽의 프랑스, 영국, 일본,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호주다. 현재 세계가 한국의 요소수 사태에서 볼수 있듯 코로나와 미중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며 국제 분업체계가 붕괴하고 안보의 관점에서 어느정도의 자생대체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시기로 치닫고 있다. 현재의 맥을 잘 짚은 책이란 생각이다. 물론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 관점을 고수하고 있기는 하다. 


2.휴먼 카인드

인간은 스스로를 대단하다 여기면서도 의외로 도덕성 면에서는 자신들을 악하다고 여긴다. 성악설에 무게가 많이 실려있다. 물론 도덕성이 있고 협력적이지만 어려운 상황에선 누구나 이기적이며 기본 본성은 이기심이 앞선다는게 통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걸 뒤집는다. 인간은 기본 본성이 선하며 협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이기심을 증명한 스탠퍼드 실험이나 교도소 실험등 각종 실험의 설계상의 약점을 드러낸다. 이렇게 선한 인간이 악해지기 시작한 것은 수직사회의 등장때문이다. 일부 지배자들 때문에 인간은 신분사회에 종속되었고 전쟁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결과 악을 행하게 되었는데 이는 그럼에도 인간 본성과 멀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현대에서도 이런 면이 계속되어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교육은 모두 인간의 악한 본성을 상정하고 작동한다. 저자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연민에 의한 도덕, 서로 다른 집단의 상대와의 오랜 접촉등을 제시한다. 인간 본성을 다시 보게 만든 매우 좋은 책이었다.


1.진화심리학 핸드북1-2권

인간 진화심리학을 총 망라한 책이다. 핸드북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각 권이 내용만 1000쪽이고 참고문헌까지 하면 1200-1300에 달한다. 각 권을 1주에 걸쳐 읽었다. 1권은 번식 패턴이나 성경쟁, 공격성등 인간 개체에 초점을 두었고 2권은 도덕과 종교, 문화, 정치, 예술등 인간의 문화적 면에 관련한 진화심리학을 다루었다. 진화심리학 최첨단의 여러 학자들이 참여한 작업이라 최신 흐름을 알수 있어 좋았다. 다음버전이 빨리 나와 인간에 대해 더 잘 알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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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0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 발암물질에서 방사능까지, 당신의 집이 위험하다!
최병성 지음 / 이상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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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건축물은 철큰 콘크리트 방식으로 짓는다. 튼튼하고 싸며 계절변화에도 강해 도시의 높고 좁은 고층건물을 짓기에 무척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콘크리트의 주재료는 시멘트다. 다행히 한국은 석회석이 많아 시멘트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 시멘트에 문제가 많다면 어떨까. 사실 시멘트가 좋지 않다는 소문은 널리 퍼져있다. 그래서 신축 아파트들은 반드시 베이킹을 실시하며, 요즘 유행하는 전원주택들은 목조로 짓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시멘트의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진 못했는데 책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을 보며 이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우선 시멘트는 그 자체로 좋지 않다. 생쥐실험에서 같은 규격의 상자를 각각 콘크리트, 금속, 나무로 만든 후 여기에 생쥐를 20일간 가두었다. 모든 조건이 동일했는데 콘크리트에서는 7%만이 생존했고, 금속은 41%, 나무는 85%가 생존했다. 황토 상자와 시멘트 상자에도 암수 각각 5마리의 생쥐를 넣고 4주간 관찰하였는데 황토에서는 모든 생쥐가 생존하고 심지어 수컷은 54%, 암컷은 56%나 몸무게가 증가했다. 하지만 시멘트 상자의 생쥐는 수컷은 한마리가 폐사하고 나머지 4마리도 고작 0.14% 무게가 증가했으며, 암컷은 모조리 폐사했다. 금붕어 실험도 있었는데 두 어항에 각각 금붕어 10마리를 넣고 한 어항엔 황토벽돌, 다른 하나엔 시멘트 벽돌을 넣었다. 황토가 들어간 어항은 금붕어가 1마리만 폐사하고 66일간 모두 나머지 모두가 생존한 반면, 시멘트가 들어간 어항에선 3일만에 10마리가 모두 폐사했다. 즉, 시멘트는 자연상태에서도 생물의 거주지로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자연적으로도 좋지 못한 석회석 덩어리 시멘트에 온갖 쓰레기가 섞여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원래 시멘트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섞어 유연탄으로 소성로에서 1400도까지 가열하여 고온에 태워만든다. 이때 클링커라는 검은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곱게 갈아 가공한 것이 시멘트다. 그런데 여기에 석회석은 그대로지만 철광석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철로 바뀌고 연료가 되는 유연탄 대신 열을 내는 온갖 폐유나 폐타이어등을 가연물질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기분이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시멘트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시멘트는 만드는 소성로에는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등의 가연성 쓰레기와 소각재, 하수슬러지, 공장의 슬러지, 제철소 슬러그 등의 비가연성 쓰레기가 석회석과 같이 태워진다. 살짝만 생각해봐도 비상식적인 이런 일이 합법이 된데는 환경부의 역할이 컸다. 1999년 외환위기로 기존 많은 기업이 휘청거렸고 시멘트 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환경부는 언급한 이런 산업쓰레기들을시멘트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주었다.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탄생이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은 이 행위가 양자 모두에게 큰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가능했다. 시멘트 업계입장에서는 매우 손쉽게 원래는 돈주고 구입했어야 할 철광석과 유연탄을 대신해 열량을 내줄 쓰레기를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업계들을 산업폐기물처리법에 의거해 엄격히 큰돈을 주고 처리해야 할 이런 폐기물들을 저렴한 돈에 시멘트 업체에 넘길수 있으니 이득이었다. 즉, 쓰레기 시멘트 업체들은 돈을 받고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시멘트를 제조해 판매함으로써 이중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환경부의 이득은 손쉬운 전국의 골치아픈 폐기물의 처리였다. 이를 시멘트 업체의 소성로에 태워 처리함으로써 난제가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시멘트가 다른 무엇도 아닌 한국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건축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대충 2000년대 이후 지어진 신축 건물에 이런 쓰레기 시멘트가 사용되었을 것인데 2010년에서 2015년 5년 간 186만 가구의 아파트가 건축되었다. 아마 쓰레기 시멘트가 사용된 건축물은 그 이상으로 상당한 비중을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같은 기간 한국인의 아토피 유병률은 무려 13배가 증가했다. 신축 건물을 베이킹을 해야하느니, 방사능 라돈을 측정해야하느니의 난리가 난 것도 이시기다. 

 사실 쓰레기 시멘트를 쓰지 않는 것은 개인에게도 손쉬운 문제다. 의외로 아파트 분양가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분양면적 105.6제곱미터당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의 가격은 총 1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쓰레기가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시멘트로 바꾸어도 가격은 17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베이킹에, 방사능이 적다는데 본인과 가족,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이정도를 마다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40만원 정도의 가격 상승은 지금의 아파트 분양가를 생각한다면 0.1%정도밖에 안되는 부담수준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곳곳에서 쓰레기를 집어오는데 면면이 하나같이 놀라웠다. 제철소에선 고철을 녹여 철을 만들고 바닥에 남은 슬래그와 분진을 집진한 더스트라는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고철자체가 방사능에 오염된 경우 이 두 쓰레기에도 방사능이 잔류한다. 그리고 이걸로 시멘트를 만들면 그 시멘트가 방사능 시멘트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른 나라들은 일본산 고철을 수입금지했는데 유독 한국 시멘트 업계에서만 이를 잔뜩 수입했다.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꼼수를 부려 방사능 검사기가 없는 전북 군산항을 이용해 일본산 고철을 수입했다고 한다.

 반도체 공장의 슬러지도 가져온다. 그리고 반도체 공장은 온갖 화합물이 가득한 곳으로 실제 많은 근로자들이 시력을 잃거나 백혈병, 뇌종양으로 산업재해를 당한 곳이다. 폐타이어도 가져오는데 폐타이어는 열량이 높아 유연탄을 대체하는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타이어는 그 자체가 고온 고압의 환경을 견디기 위해 온갖 화학물질이 첨가된 것이다. 폐타이어를 소각하면 아연, 납, 구리, 카드뮴이 검출되는데 이게 시멘트에 들어가는 것이다. 

 석탄재도 가져오는데 이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때고 남은것으로 화력발전소마다 처리에 골치를 앓는 물질이다. 당연히 이도 일본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다. 이 석탄재 안에는 상당량의 우라늄, 토륨, 라돈 같은 방사성 원소가 포함된다. 비소와 셀레늄등의 중금속과 다환방향족 화합물이 섞여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쓰레기 시멘트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한다. 우선 한국에 유통되는 국산 시멘트가 쓰레기 시멘트임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시멘트 등급제의 실시다. 주거용 건축에 쓰레기 시멘트 사용을 금지하는 것, 시멘트 제품에 원산지와 성분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일개 목사로 어쩌다 국산 쓰레기 시멘트의 위해성을 알게되었고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지식도 없는 상태로 해외 자료를 찾아 논문을 읽고 공부하고 시멘트 업체에 잠입하고 관계자를 만나고, 쓰레기가 수입되는 장면을 적발하고 촬영하고, 환경부와 시멘트 연합에 반발하고 장관과 국회의원 기자까지 만나게 되며 이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였다. 행동하는 양심이 무엇인지 보여준 셈이다. 책은 7년전에 나온 것으로 2000년대 후반 저자의 활동과 여러사람의 노력으로 시멘트 문제가 크게 다뤄졌었다. 지금은 얼마나 해결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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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12-31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환경부가 아닌 국가 전체가 기업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ㅎㅎ
내년에도 좋은 글과 좋은 책 소개 많이 부탁드립니다. ^^

닷슈 2021-12-31 15:15   좋아요 0 | URL
고용노동부와 환경부가 특히 그런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처럼 구색은 갖춰서 존재하되 기업이 활동하는데 있어 고용부분과 환경부분의 편의를 봐주는 조직 같다는 생각 많이합니다.

닷슈 2021-12-31 15:15   좋아요 0 | URL
그리고 좋은 글과 좋은 책 소개는 제가 더 부탁드립니다.
 
교실 한구석에서 시작하는 학교 공간혁신 - 학교, 삶과 배움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디자인하다
한현미 지음 / 맘에드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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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당연하게도 교육의 방향은 점점 학생이 중심이 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배움중심수업과 학생중심교육과정, 성장중심평가가 이미 많이 논의되었고, 이제 공간도 다루기 시작했다. 공간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생은 학교교육이 학생을 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인이 아니었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건물은 공공기관중 그 건축비가 교도소보다도 낮은 가장 적은 축에 속했으며 구조는 판옵티콘을 빼박았다. 천편일률적인 사각형 건물에 좁고 긴 복도, 가운데 큰 중앙현관은 출입이 금지되거나 상패, 쓸데없는 역대 교장들의 사진이 자리했다. 쉼의 공간은 없었고, 배움과 놀이의 공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학교공간에 공간주권을 주자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공간주권은 학생들이 학교공간안에서 자신들이 그 공간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며 공간을 주도적으로 구성 및 변화시킬 수 있는 권리다. 단순한 공간 사용자가 아니라 공간의 생산자로의 도약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학교에서 불고 있는 사용자 중심 설계가 이런 예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수업과 교육과정에만 주목하지만 공간이 가진 교육효과도 놀랍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회색의 차가운 벽에 차디찬 의자와 불편한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과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이고 바깥엔 자연이 보이는 고급 카페에서 학습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를 불러온다. 그래서 카공족이란 것도 생겨난 걸지도 모른다. 집이나 독서실보다 훨씬 편안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영국 34개 학교 학생 75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학교공간의 디자인은 학습진도에 영향을 미쳤다. 색상, 선택권, 복잡성, 유연성, 조명, 연결성등의 변수가 학습에 영향을 끼쳤다. 대충 25%정도 학습진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가장 뛰어난 디자인의 학교교실과 가장 엉망인 디자인의 학교공간에서는 학습진도차가 무려 1년치에 달했다. 

 이렇게 공간이 학생의 학습에 중요하기에 미래사회 학교공간은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우선 학교공간은 아이들의 삶을 담아내고 풍요롭게 해야 한다. 단지 학습 공간이 아니라 동아리실, 명상실, 다락방, 알코트, 작업공간, 신체활동공간, 가상체험공간, 중정, 노작공간 등 다양하고 개별적인 학생의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은 다양한 배움활동이 가능한 유연한 공간이어야 한다.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유연하게 공간을 구성해야한다는 것이다. 교육이 매우 가변적이기에 필요한 사안이다. 공간은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미래 사회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공간을 재구조화하면 흔히 물리적 공간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공간의 색상도 매우 중요하다. 학교의 색은 대개 무채색에 천편일률적이다. 거기에 조명마져 모두 같다. 빨간색은 정열의 색이지만 교육엔 좋지 못하다. 빨간색에 노출된 사람들은 뇌에서 감정활동, 기피활동을 하는 우축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그 결과 긴장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교육은 녹색이나 다소 차가운 색이 좋다. 특히, 진하고 어두운 색에 비해 엷고 밝은 연한 색은 인지력이나 운동능력을 섬세하게 해주고 긴장을 떨궈준다. 담록색이나 청록색, 복숭아색이 그렇다. 분홍색은 심장박동을 늦추고 맥박을 낮추며 혈압을 내리고 공격성도 줄여준다. 녹황색, 오렌지색, 하늘색은 학습에 유익하다. 오렌지색은 문제행동의 개선과 사회적 기술을 향상시키며, 파란색은 상상의 세계로 삶을 이끌어 창의성과 상상력에 도움이 된다. 다만 색은 사용자 설계에 있어 비전문가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생각하고 적용하기 쉽지 않다. 집을 지을때만 봐도 벽의 채색이나 벽지선택에서 작은 조각만을 본 것과 넓은 면을 실제 칠한것은 커다란 차이를 불러온다. 대문에 색의 적용엔 전문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 공간엔 자연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 사람은 가정에서도 누구나 넓은 강과 산세, 혹은 바다나 호수가 보이는 곳이 선호된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에도 이것이 반영된다. 반면 학교건물엔 좀처럼 자연이 없다. 이런 학교공간에 자연을 들이는 방법으로 일단 채 나눔이 있다. 학교 건물은 굳이 규정이 있지 않음에도 건폐율이 낮다. 즉, 넓은 대지를 가짐에도 건물이 적단 이야기다. 넓은 대지를 자연이나 정원,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면 모르겠지만 그저 넓은 운동장로 방치할 뿐이다.게다가 그 운동장의 활용도도 그리 높지 않다. 채나눔은 건물을 단층으로 여러개를 지어 건물 상호간의 이동상황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연접근성을 높이는 개념이다. 

 자연을 들이는 다른 방법으론 창문이 있다. 학교의 창문은 역시 어디나 천편일률적이다. 창문은 햇살과 바람을 들이는 것으로 심리적 편안함을 준다.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큰 대형소제창을 폴딩도어 형태로 여러 건물에 설치하면 공간의 다양함은 물론 개방성을 높여준다. 특히 건물 한 면 전체를 투명한 창으로 구성하면 답답함이 크게 줄어들고 채광이 좋아진다. 

 테라스나 베란다 등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교의 중앙현관은 앞으로 돌출되었는데 그 위의 넓은 공간이 항상 죽어있다. 중앙현관과 연결된 2층 벽면을 터서 이곳을 베란다로 만들면 매우 좋은 휴식 공간이 된다. 또한 1층의 교실이 한 벽면이 폴딩도어로 되면 야외 운동장이나 정원과 바로 연결되어 자연을 끌어들이고 학교공간을 가변적으로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학교의 복도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복도는 매우 좁고 길어 수업으로 지친 아이들이 머물만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 너무 좁아 다른 사람의 통로를 막기 쉽기 때문이다. 미래학교의 복도는 단순한 이동기능을 넘어서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뛰놀며 쉬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층마다 공간을 다양한 컨셉으로 다양하게 하기도 하고 신축이라면 복도공간을 넓게 해서 다양하게 구성할수도 있다. 

 한국 학교의 놀이터는 3S로 대표된다. seesaw. slide, swing, 즉, 시소, 미끌럼틀, 그네다. 한국은 유독 안전에 유난을 떠는 편이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작은 위험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땅에 붙어있는 1층 정자에서도 아이들이 떨어질 수 있다고 안전조치를 하라고 난리치는게 한국의 부모다. 하지만 유럽의 좋은 놀이터는 그렇지 않다. 적절히 위험하고 무정형이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새롭게 창의적인 놀이를 하며 도전하는게 그들의 놀이터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그들은 그런 놀이터가 안전하다고 말하며 실제 안전사고 발생비율도 낮다. 

 좋은 놀이터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놀고 싶은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지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찾는 이에게 완전 개방된 곳, 인식 제어 조종할 수 있는 적절한 위험이 있는 곳, 다양한 분위기, 관심, 욕구에 맞춰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곳이다. 때문에 새로운 학교의 놀이터는 이런 요소를 갖춘 무정형이면서도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고 개방적이며 다소의 위험요소를 갖춘 곳이 좋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학교 공간을 혁신하는 절차다.

1. 설문조사하기

 공간 사용자를 대상으로 공간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생각이 드는지 설문조사한다. 공간에 대한 이아들의 감정, 느낌 정도를 미리 파악해두어 공간혁신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2. 공간 관찰하기

실제 활동 모습을 보며 불편한 사항, 자주가는 공간을 관찰하는 것이다.


3. 바꾸고 싶은 공간 결정하기

4. 공간 체험하기

 이 단계에서는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실제 공간 혁신이 이뤄진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다. 공간재구조화를 실시한 학교뿐만 아니라 인근의 잘 디자이된 상가나 건물, 도서관, 카페등을 방문하여 영감을 얻는 단계다.


5. 상상하고 표현하기

6. 설계 및 시공하기

7. 이름 짓기과 규칙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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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5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크리스마스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닷슈 2021-12-25 12:17   좋아요 1 | URL
스콧님 성탄절 잘 보내세요. 저는 어제 밤늦게 혼자 모지스 할머니 책을 봤네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책이라.
 
EBS 당신의 문해력 (워크북 포함 한정판) - 공부의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힘 EBS 당신의 문해력 시리즈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 기획, 김윤정 글 / EBS BOOKS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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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세종대왕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두어 세계에서 유래없이 만든 이가 분명하고 가장 최신기술이 적용된 첨단 문자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문맹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며 알파벳이 적어 문자자체를 배우는데 걸리는 시간도 무척 짧다. 하지만 글을 단순히 기호로 읽을 수 없는 문맹과 그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문해력 차이의 간극은 크다. 특히, 우리는 한글이 배우기 쉽다는 점과 글을 읽는 것을 숭상하는 오랜 문화 속에 이 문해력이라는 부분을 많이 간과하며 살아왔다. 

 사실 냉정히 한국인의 문해력은 다른 여타 비슷한 수준의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한국의 기업 10곳 중 무려 6곳은 20-30대 젊은이들이 국어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보고서나 기획안등 문서능력이 가장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회의 및 토론, 발표능력은 낫다고 한다. OECE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한국의 문해력 점수는 2000년부터 하락하가 시작하였고 특히 최하위 문해력 수준의 아동비율은 2000년 5.9%에서 2018년 15.1%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국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진단평가 결과도 심각하다. 단지 36%만이 대학교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갖고 있었고 53%는 중고생 수준, 11%는 초등학교 수준이었다. 이중에는 무려 초등1학년 수준의 글쓰기 수준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의 문해력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2000년대 들어 디지털 강국인 만큼 통신망과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동영상 및 SNS의 사용량이 급증한 것과 관련한다. 실제로 10대의 일일 평균 동영상 시청시간은 2019년 151.5분에서 불과 1년 후인 2020년 189.1분으로 크게 늘어났다. 10대의 99.6%가 최근 1주일 유튜브를 시청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최초로 접촉하는 시기도 상당히 빠르다. 12개월 미만이 7.8% 만1세인 경우가 무려 45.1%에 달했다. 생후 1년만에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한국의 아이가 절반이 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며 영상이 중요한 시대다. 하지만 영상정보는 정보량이나 가치적인 측면 등 여러 면에서 문자에 비해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정보 역시 문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조사결과 한국학생의 사실과 의견 식별률은 25.6%였는데 OECD 평균은 47.4%였다. 문해력이 낮은 한국의 아이들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수록 문해력은 더욱 중요해지며 이에 세계 각국은 문해력을 상당히 중요한 역량으로 인식하고 공교육에서 책무교육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성인이 된 학생들이 자신들의 학창시절 공교육이 제대로 된 문해력 교육을 제공하지 않아 손해를 보았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놀랍게도 학생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미국 사회에 문해력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각인시킨 계기였다. 영국 역시 초1-2학년을 대상으로 문해력 교육을 강하게 실시하고 있으며 다른 유럽 각국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는 초2학년에 테스트 결과 문해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되면 리딩 리커버리를 실시한다. 매일 30분씩 1:1 개별화 수업으로 연간 90-120시간까지 문해력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시기 문해력 교육에 집중하는 것은 문해력이 다른 여타교육과와 관련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수학적 사고력이나 과학적 사고력, 혹은 예술 및 신체적 능력이 우수하더라도 교과에서 요구하는 설명이나 이론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면 해당 교과에서 부진할 수 밖에 없다. 분수의 나눗셈을 할 수 있더라도 그 문제가 분수의 나눗셈을 사용해야하는 것임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문제를 풀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기초 문해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빠르게 학습부진으로 빠져들며 자신감을 상실하고 뒤쳐지게 된다. 때문에 이 시기에 세계 각국은 공교육 차원에서 문해력을 다루는 것이다. 문해력은 놀랍게도 수명 및 소득과도 관련한다. 영국에서 문해력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평균수명이 무려 25세이상 벌어졌다. 또한 어릴적 문해력이 높은 집단은 그렇지 못한 집단에 비해 평균 연봉도 무려 200만원 이상 많았다. 문해력이 높아 학업성취도가 높고 그로 인해 좋은 직업과 좋은 소득을 갖게 되고 이것이 삶의 질과 건강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문해력을 키워주는 시기는 생각보다 무척 빠르다. 바로 신생아때다. 이 때부터 아이에게 부모가 소리를 내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어릴적부터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어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아이들은 문해력 차이를 보인다. 다음에는 생후 48개월 시기가 중요한데 이 시기 언어가 빠르게 발전하며 말문이 트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만 4세 무렵에는 자음과 모음을 소릿값으로 인식하고 조작하는 음운론적 인식을 갖춰주어야 한다. 이것이 어렵게 느껴져 아이가 글자를 통으로 접근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아이가 글자를 통으로 외우게 되어 가방의 가와 가게의 가 글자가 엄연히 같음에도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음운론적 인식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는 말놀이가 있다. 거꾸로 말하기 놀이가 있는데 거꾸로 말하며 머릿속에서 글자를 한자한자 뒤짚게 되므로 글자의 소리를 인식하게 된다. 잰말놀이는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을 말하는 것으로 간장공장공장장을 생각하면 된다. 의성어-의태어놀이는 소리를 말하고 그것을 맞추는 놀이다. 칙칙폭폭을 말하고 기차임을 맞추는 것이다. 

 문해력이 떨어지고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의 경우 책 읽기를 매우 어려워한다. 이 경우 읽어주는 방법으로는 흥미를 일으켜주는 방법이 있다. 책의 제목이나 표지의 그림을 보고 내용을 유추해보고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는 방법이다. 다음은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와 책을 읽으며 대부분 무엇을 가르쳐주는 교수적 발화를 많이 한다. 하지만 답이 없는 질문을 던져 아이와 의사소통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글보다는 그림에 집중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어줄때 부모는 글을 보지만 아이는 그림을 본다. 이것이 반복되어 아이가 그림책에 충분히 익숙해지면 그제서야 글을 보며 소리를 인식한다. 

 초등1년이 되어도 소릿값을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글자를 음절로 분절하는 것이다. 정을 저와 c 으로 그리고 다시 붙이기를 하면서 소릿값을 익히는 것이다. 첫소리가 같은 글자 찾기도 좋다. 가구, 가방, 가게 등이다. 글자수 확인하기도 있다. 2음절부터 시작해 학교면 박수를 두 번, 골짜기면 세번이다. 마지막은 글자의 소릿값을 확인하는 것으로 글자마다 소릿값을 확실히 익히는 것이다. 

 기초문해력은 다섯가지 요소가 있다. 소릿값의 이해, 소릿값과 철자를 연결하는 파닉스 익히기, 어휘력, 유창성, 독해능력이다. 그리고 이중 문해력과 가장 연관이 깊은 것이 어휘력이다. 때문에 어휘학습법이 중요하다 어휘학습법으로는 문장의 빈칸에 적절한 단어를 넣어보기, 배운 단어를 활용한 한 문장 쓰기 연습, 학습에 꼭 필요한 학습도구어의 공부, 유의어 반의어를 활용해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있다. 

 이처럼 문해력은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문해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런 저런 다른 것에 판단을 맡길 가능성이 높기에 더욱 중요해진다. 공교육과 각 가정에서 문해력에 관심을 갖고 주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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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리커버 특별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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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편모음집이면서도 그렇지가 않다. 이유는 매 단편마다 공통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고 그가 하는 짓도 매우 일관되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사건전개와 결말마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인 신경정신의학과 의사인 이라부다. 이라부가 근무하는 병원 이름도 이라부 병원인데 이라부의 아버지가 아무래도 병원장인 듯하다. 이렇게 금수저인 이라부는 무려 100kg에 달하는 거구고 마유미라는 야시시한 의상을 자랑하는 간호사를 데리고 있다. 이 간호사는 주사를 무척 아프게 놓는데 맞는 환자가 남자인 경우 그의 복장에 얼이 빠져 통증도 있고 맞고만 만다. 

 이라부자체도 매우 이상한 성격이다. 모든 환자에게 비타민 주사를 맞추려하고 그걸 보며 쾌감을 느낀다. 거기에 환자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다. 환자들은 하나같이 마지못해 이라부에 휘둘려 그걸 해준다. 심지어 프로야구 선수가 일개 의사와 캐치볼을 해준다. 이라부의 성격은 매우 이상하고 제멋대로인데 사람들은 이런 이라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나같이 그의 의도대로 놀아난다. 이라부는 묘한 성격고 간혹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으로 사람을 조종한다.

 매화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강박증이 있다. 하긴 그러니 신경정신과를 찾아가겠지. 첫 장의 환자는 야쿠자인데 어느 날 날카로운 물건을 두려워하게 되어 고민한다. 야쿠자는 자신이 칼을 쓰거나 칼을 쓰는 상대를 반드시 만나게 되니 낭패가 아닐수 없다. 이라부는 날카로움을 두려워하는 야쿠자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마구잡이로 주사를 놓는다. 적응시킨다는 이유라나. 그는 항상 칼을 갖고 다니는 경쟁야쿠자와 갈등을 빚게 되는데 이라부가 진단해보니 그 야쿠자는 칼이 없으면 불안한 강박증환자였다. 

 이라부의 친구인 다쓰로는 같은 의사다. 문제는 다쓰로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의국의장이자 장인인 노무라의 존재다.  그는 가발로 대머리를 숨기고 있는데 누가봐도 티가 난다. 문제는 이걸 본인만 모른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다쓰로는 이 범접할수 없는 존재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 참을수가 없어진다. 

 한 서커스단의 고참은 공연의 대가다. 무엇하나 못하는게 없는 그는 언젠가터 가장 쉬운 공중그네를 할 수 없게 된다. 파트너가 바뀌고서 부터인데 그녀석이 자신의 위치를 시기해 일부러 잡지 않는 것이란 생각에 주먹으로 때리게 된다. 

 여성 소설가도 나온다. 그녀는 날카로운 연애심리를 문장으로 잘 드러내 인기를 끈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오랜 기간 준비해서 쓴 역작이 고작 3만부밖에 팔리지 않자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누가봐도 잘 쓴 작품이었고 평단에서도 호평을 얻었지만 그 실패 이후 작가는 구토증세마저 나타난다. 

 한 프로야구 선수는 3루수인데 갑자기 공을 못던지게 된다. 뛰어난 신인이 등장하고서부터인데 그는 그 풋내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을 못던지는건 점점 심해져 이젠 기본적인 송구마저 폭투로 이어지게 된다. 

 이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마음이 약하고 이로 인해 강박이 생겨난다. 인습이나 전통으로 인해 고통받기도 하고 경쟁자가 나타나 그렇게 되기도 한다. 이라부는 이런 모습을 정확히 잡아내고 그만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치유로 유도한다. 물론 이라부가 그리 전문적이진 않다. 간혹 날카로운 말을 하긴 하지만 그보단 이라부는 오히려 의뢰인의 직업세계에 빠지는걸 즐긴다. 야구선수가 오자 갑자기 야구를 하려하고 서커스 단원이 오자 공중그네를 타려하며 소설가가 오자 등단하려는 등의 행동이다. 사람들은 이런 이라부에 휘둘리며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동참하기도 하고 이라부의 말을 들으며 알면서도 다루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기도 한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매우 유쾌한다. 전적으로 이라부라는 캐릭터, 그리고 환자들이 그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개연성이 없기도 한데. 그리 큰 흠은 아니며 재밌게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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