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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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의 책을 처음 본 것은 대학 초년 시절 본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이었다. 지금 보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당시만 해도 간신히 읽고 잘 이해도 안갔었다. 전공이 경제학이었음에도 말이다. 책에서 유시민은 경쟁과 그를 위한 자유를 강조하는 것이 경제의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소위 자유주의 계열의 부자의 경제학과 평등과 복지,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빈민의 경제학'을 나눠 제시하였다. 

 이번 '역사의 역사'도 그렇게 나눴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오직 객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입장과 주관적인 서술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물론 당연히 저자는 이 정도 생각은 해보았을 것이고 그게 좋지 않다는 생각에 서술을 했을 것이다. 

 책 '역사의 역사'에서는 고대 역사의 시작으로 알려진 시점부터 최근의 역사서술을 망라한다. 물론 중요한 역사서와 사람만이다. 처음으로 다룬 것은 당연히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와 투기디데서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만큼 역사를 저술했고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저술했다. 두 사람 모두 문자시대 초기의 사람으로 당시 대부분의 정보는 구술로 전해졌고 문자로 접한 것도 구술을 문자화한 것이었다. 많은 정보가 전달과정에서 즉시 사라졌고 살아남아도 전승되는 과정에서 마구잡이로 왜곡, 각색, 변형되었다. 이들은 이런 시대를 살았기에 상당히 지금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많은 역사서를 쓸수 밖에 없었지만 매우 의미있는 작업을 해내었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당대의 문명이었던 그리스 세계와 ,페르시아, 이집트 등의 문명에 대한 지리, 인정, 도시 ,민족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내었다. 그리스 인임에도 이들 문명에 대해 불편부당하지 않았고 적절한 분량을 나누어 서술하였는데 그래도 그의 성향은 딱딱한 사실 중심보다는 군데군데의 빈 이야기를 주관적으로 채워나가는 서사꾼이나 이야기꾼에 가까웠다. 반면 투키디데스는 정보의 진위와 가치를 비교적 꼼꼼하게 점검하였고 사실을 시간순으로 배치하며 신화와 전설을 최대한 배제하였다. 그래서 그의 역사서는 현대의 역사서와 비슷한 형식과 내용을 갖췄다. 여기에 주요사건들이 서로 몇년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서술하여 현대의 역사가들이 해당 사건의 연도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아시아의 역사가로는 역시 사마천이 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크고 작은 전쟁, 국가의 흥망, 다야한 사회 제도의 특성과 변화, 개인의 생애, 전설과 신화에서 한 왕조에 이르는 수천년 중국 사회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서술하였다. 중국은 기록을 중시한 나라로 종이가 없었음에도 많은 기록이 남아있었다. 사실을 중시한 사마천은 사기를 쓰며 무려 103종의 책을 참고 했다. 역시 죽간이 없었기에 최초의 사기는 죽간에 남았다. 본기 12권, 표10권, 서8권, 세가30권, 열전70권 총 130권이다. 본기는 황제나 그에 준하는 권력자의 행적과 업적을, 표는 중요한 역사적 서술을 연대순으로 배열했다. 서는 도덕, 음악, 군사, 천문, 치수 등 고대 중국 문화나 제도의 특징과 변화를, 세가는 춘추전국시대 왕과 제후를 비롯하여 황제까진 아니지만 세상에 영향을 미친 권세가에 대해, 열전은 지식인, 정치인, 강도, 자객, 광대까지 독특한 개인의 생애를 다뤘다. 

 사마천의 이런 역사서술체계는 기전체라 불리며 19세기 후반까지 중국 문명권의 역사서술을 지배한다. 하지만 사실에 입각한 사마천의 사기도 약점은 많다. 우선 주변민족이나 국가에 대해서는 자신이 비판한 공자의 춘추필법을 따라 부정확하고 단편적이며 편향적으로 서술한다. 여기에 기록된 사실이 빈약한 열전에서는 문학적 상상력도 많이 발휘한다. 물론 이 부분은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이슬람 세계엔 그 유명한 이븐 할둔이 있다. 그는 역사 서설을 썼는데 그의 특이한 점은 문명을 환경의 산물로 간주하고 세계를 7개의 기후대로 나누어 환경과 문명의 관계를 살피면서 인류사를 서술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역사서설은 과학과 역사의 첫 만남이라 할 수 있으며 그래서인지 책 뒷부분에 언급하는 총균쇠 및 사피엔스와 닮았다. 이븐할둔은 뜬금없게도 역사서설 중반중반에 과도할 정도로 신에 대한 찬양을 하는데 유시민은 당시 종교적 압박이 강했던 이슬람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이것을 파악한다. 

 유럽으로 돌아가 랑케가 등장한다. 그의 시대는 산업과 과학의 시대로 랑케는 많은 학문들이 전문화하고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에 태어나 자신의 전문분야에 전문역사학자로 일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보수적 성향으로 군주제를 옹호했기에 유럽의 여러 각종 문서와 왕실 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었다. 랑케는 과학기술문명은 진보하나 인간의 정신은 진보하지 않는다는 특유의 역사철학을 보였는데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니 신학과 군주정이 옹호되었다. 랑케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가졌다. 이런 그의 생각은 역사에 대한 하나의 큰 사고를 불러왔다. 물론 이는 불가능하고 터무니없는 것이었지만 역사가 객관적 학문이라는 생각을 불러와 많은 역사가들을 정치적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점도 있었다. 

 유시민은 맑스도 역사가로 본다. 그의 공산당 선언이 역사의 주체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맑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역사가들의 관심 밖에 놓였있었던 노예, 농노, 노동자, 농민 등의 피지배계급을 사회를 변혁하고 역사를 만드는 주역으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의 유물사관도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만 해도 물질적인 것 보다는 세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질서나 이성, 법칙에 대한 관심이 사회에서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맑스는 물질이 먼저이고 인간의 정신과 의식은 나중이라는 유물론을 주장했다. 

 조선의 역사가도 언급된다. 우리의 역사가로 유시민은 박은식과 신채로 백낙준을 거론한다. 박은식은 조선망국과정을 정리한 한국통사와 이순신전, 안중근전을 남겼다. 박은식은 다소 옛 인물로 개명유학자이기에 한문이 가장 편해서인지 순한문체로 저술했다. 때문에 초기엔 보수적인 시각도 남아있었지만 독립운동에 투신하면서 훗날 쓰는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서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민족주의자로 변모한다. 신채호는 고대사 검증에 주력했다. 신채호는 조선상고사를 남겼는데 사실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다루고 싶었으나 무장투쟁운동에 주력하고 체포되고 옥사하게 되면서 단군부터 백제의 패망까지만을 다루게 되었다. 신채호는 우리 민족의 주터전이 한반도로 국한된것이 아니라 만주나 요동까지였음을 밝혀냈다. 

 에드워드 카는 랑케와는 다르게 정확성은 역사가의 미덕이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사실은 이야기로 남아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다. 역사가가 그 사실을 남기고 다루어야만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랑케는 객관적 역사 서술을 위해 문헌을 무척 중시했지만 사실 이 문헌조차 어떤 역사가가 과거의 특정 사실만을 주목해 기록으로 남긴 것에 불과하다. 크로체는 그래서 모든 역사는 현대사로고 선언했다. 역사는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으로 현재의 문제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가의 임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평가하는 것이 된다. 역사가와 사실은 평등한 주고 받는 관계다. 역사가는 끊임없이 해석에 맞추어 사실을 만들고, 반대로 사실에 맞추어 해석을 만들기도 한다. 즉, 역사란 오늘을 사는 역사가들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19세기까지 역사가들은 민족이나 가문, 왕조, 사회, 지역, 국가를 단위로 역사를 서술했다. 하지만 토인비가 등장하면서 역사는 문명단위로 승격된다. 토인비는 유럽은 역사가 모두 연결되어 대영제국을 제외한다면 개체로 연구할만한 국가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슈팽글러의 영향을 받았는데 슈팽글러는 서구의 몰락이라는 저서에서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한물간 천동설과 동격취급한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역사도 중시하는 자신의 역사관을 지동설로 취급하고 스스로를 역사학의 코페르니쿠스로 칭하기도 했다. 토인비는 그의 관점을 받아들여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역사를 서술했다. 토인비는 20개가 넘는 당대 문명에 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였고 문명의 흥망성쇠를 지배하는 일반 법칙을 찾았다. 그는 인종과 환경설을 모두 배척하였고 문명은 외부환경의 도전에 대한 성공적 응정과 실패로 흥망성쇠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토인비가 말하는 도전은 다섯 가지로 척박한 땅이 주는 도전, 새로운 땅이 주는 도전, 갑작스러운 외부의 충격(침공), 외부의 계속적인 압력, 사회 내부 집단에 대한 제재(압제)다. 사회의 진보는 이런 도전에 대해 소수의 창조적 천재에 의해 이뤄진다. 이들이 이런 도전을 창조적이고 성공적으로 다루면 비창조적 다수가 결국 이를 따르게 되고 사회는 성공한다. 이를 미메시스라고 한다. 하지만 창조적 소수자는 언젠간 그 창조력을 잃는다. 그러면 비창조적 다수는 기존의 미메시스를 철회하는데 이것이 네메시스다. 

 창조적 소수자는 기존의 성공방식을 고수하다 망하는데 일시적인 자아의 우상화, 일시적인 제도의 우상화, 일시적 기술의 우상화가 그것이다. 용어는 다르지만 기존의 성공방식을 고수하다 새로운 도전에 적응못해 나타나는 문제다. 토인비의 패러다임에서는 세 집단이 있는데 창조적 소수자와 내적 프롤레타리아트, 외적 프롤레타리아트다. 내적인 집단 내부의 노예, 농노, 천민, 노동자등 피지배 계급이며 외적은 문명 외부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집단으로 야만인이다. 이 세 집단의 상호관계가 문명의 향배를 좌우한다. 

 최근엔 역사서술의 하나로 인류사가 등장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첫 등장에서 가장 최근을 다루는 인류사가 역사서술의 단위로 대두한 것이다. 인류사는 실제 과학과 역사를 전면 통합한다. 그래서 총균쇠나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및 그외 여러 학자가 다루는 최근의 인류사 책을 보면 이것이 과학서적인지 인류학 서적인지 헷갈리는 이유다. 총균쇠를 쓴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토인비와는 다르게 환경을 인류사에 주 원인으로 다뤘다. 인간의 차이 및 사회 문화와는 크게 무관하게 인류사는 환경이 좌우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륙마다 가축, 작물의 분포가 큰 차이를 보이고 확산과 이동의 속도가 대륙마다 지형, 기후에 의해 크게 다르며, 대륙마다 고립도가 다르고, 대륙마다 인구과 민족 분포가 다름을 제시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4가지는 객관적 증명이 가능한 것으로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더 나아가 인류사는 사실 역사적 사건이 아닌 생물학적 사건이라 말한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혁명인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이 일어났는데 다른 모든 혁명을 사실상 촉발한 첫번째 혁명인 인지혁명이 인간 뇌의 생물학적 변화로 가능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라리는 과학혁명이 인류사의 마지막 혁명이 될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통해 인간은 호모사피엔스에서 벗어나 호모 데우스의 길로 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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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06-28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방대한 내용을 기준점을 잡아 정리하는 능력 참 부럽습니다.

닷슈 2022-06-29 16: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런데 자꾸 정리만 하고 제 생각이 잘 안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꼬마요정 2022-06-29 18:38   좋아요 1 | URL
네엣? 닷슈님 생각이 안 들어가다니요ㅠㅠ 너무 잘 쓰시는데 이렇게 겸손하기까지 하시다니... 또 부러워하면서 배워갑니다^^
 
BTS와 철학하기 - 소유에서 존재로, 넘버원에서 온리원으로, 진리에서 일상으로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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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그룹 BTS가 활동 중단에 들어갔다. 전 세계 아미들이 큰 충격을 받을 만도 한데, 아직 그룹 해체로 이어진 것도 아니고, 군대라는 예상해 왔던 현실적 문제가 있으며, 서로가 새로운 성장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유 등 갑작스런 활동중단에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충분한 이유가 많았다. 그리고 몇몇 구성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혼자 활동을 바로 시작하기도 했기에 활동 중단에 따른 사회적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 큰 그룹이 될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초창기엔 무척 작은 기획사의 그러 그런 그룹이었다. 2014년에 아는 초등학생이 BTS를 좋아한다기에 대체 그것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방탄소년단이라길래 난 박장대소하며 대체 왜 그런 애들을 좋아하냐고, 당시 인기 많던 인피니티 같은 그룹도 있지 않냐고 했었다. 그리고 조롱하며 그 그룹은 무대에 방탄조끼라도 입고 나오냐고 비아냥댔었다. 2018 평창올림픽 때 개막식과 폐회식에 많이 사용된 건 한국 가요였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무대에 섰던 것은 EXO였다. BTS는 그때를 거의 기점으로 세계적 그룹으로 치고 올라갔으니 하나의 분기점이었던 셈이다.

 하여튼 이 책은 독특하다. 세계적 인기 그룹의 노래 가사를 철학과 연결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책이 인상 깊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내가 BTS의 노래들을 잘 모르고, 뭣보다 철학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BTS가 워낙 유명하기에 그들의 노래를 여기저기서 제법 많이 듣기는 했는데 워낙 90년대 느린 노래들의 가사도 잘 듣지 못하는 편이라 그들의 빠른 노래 가사는 사실 전혀 듣지를 못한다. 그래도 이해한 바로 책의 철학 주제를 정리해본다면 문화와 자본주의, 다른 모든 사회구조에 얽매이지 않는 주체로서 자신의 자유, 그리고 완성을 위한 아픈 성장이라 할수 있을 것 같다. 

 주제가 이래서인지 책은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에서 철학적 핵심어들을 찾아내어 연결해나간다. 저자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세상을 창조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은 선과 악, 자신의 문화적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당연히 모든 것을 의심하고 생각의 틀을 넘어야 한다. 이 시도가 방황인 것이다. 그래서 이 답을 강하게 찾고자 하는 욕망이 드는 청소년기와 20대에 사람들은 많이 방황한다. 자유롭기 위해 방황하고 그 방황이 자유를 위한 성장을 낳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존재와 존재자를 구분한다. 존재는 있음이고 존재자는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철학에서 존재론은 있는 것을 연구했기에 답을 찾을 수 없었다고 본다. 하이데거는 존재를 찾기 위해서는 있음에서 없는 것은 모두 제거하면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모두 제거하니 결국 남는 것은 없기에 유와 무가 사실 같아짐을 깨닫게 된다. 때문에 있음인 삶은 없음인 죽음과 같은 것이 된다. 그래서 인간은 유한한 시간을 의식해야 하며 그를 통해 살아있음과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고 제대로 존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본래적 존재 방식을 실존이라고 한다.

 실존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피하지 않고 미리 마주보는 실존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렇게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것은 삶과 존재의 방식을 바꾼다. 주어진 세계에서 사물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관심이나 목적에 따라 세계를 만들어가며 본래적인 자유로운 삶은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삶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산다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고 소유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성취와 소유만 추구하면 정작 나의 삶은 사라지고 나의 존재도 사라진다. 소유할 것이 워낙 많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화한다. 

 에리히 프롬은 삶을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였는데 소유지향의 삶과 존재지향의 삶이다. 소유지향의 삶은 삶은 성취, 소유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존재 지향의 삶은 삶은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프롬은 맑스가 사회구조가 변화하면 세상이 변화할 것으로 파악한데 반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프롬은 사회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인간의 성격과 성향도 함께 변화하해야 사회가 비로소 바뀐다고 보았다. 실제 사회주의 국가는 사람이 바뀌지 않았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사회가 바뀌는데 있어 구조를 바꾸느냐 사람은 바꾸냐는 중요한 문제다. 조선왕조의 개창자 정도전은 왕이라는 변수가 심한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 왕을 철저히 견제하고 보좌하는 관료 중심의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그 관료인 양반이 세월이 지날수록 부패하는 모습을 보였고, 세종이나 정조처럼 신하에 의지 않고 개혁을 스스로 이루는 왕들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양자는 같이 가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책은 사람의 자유를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로 욕망을 꼽는다. 사실 이는 계속 언급하는 소유하는 삶, 실존하지 않는 삶과 관련한다. 욕망은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대상에 대한 일반적 욕망과 욕망 자체에 대한 욕망이다. 전자는 직접적 욕망으로 생물로써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필요한 본래적이고 생득적인 것이지만 후자는 간접적이고 보다 사회문화적인 것이자 경쟁으로 인해 생겨나는 역시 생득적인 것이기도 한다. 이런 욕망은 매우 다양하지만 후자의 욕망일수록 늘 그것을 채워도 채워도 공허해진다. 결국 나만의 욕망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통해 얻는 것이기에 이기고 나면 부질없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만의 고유한 실제세계로 돌아가 온갖 상징의 가면을 벗고 다른 사람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본능에 충실한 삶은 살아야 한다고 한다. 

 욕망과 관련해 라깡과 들뢰즈의 욕망도 언급된다. 라깡의 욕망은 결핍을 채우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것이다. 반면 들뢰즈가 언급하는 욕망은 생산적이고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것이다. 라깡의 욕망은 인간이라는 주체가 있는 욕망이나 들뢰즈의 욕망은 인간이라는 주체를 넘어선 무생물도 갖는 비인격적 욕망이다. 그래서 들뢰즈의 욕망은 기본적으로 생산하는 힘을 갖고 에너지기에 혁명적이다. 이것은 끝없이 떠돌고 유랑하기에 유목적이다. 라깡의 욕망은 욕망하는 대상이 분명하나 들뢰지의 욕망은 그 대상이 비어있다. 끊임없이 새롭게 무한한 것이 들어오는 것이다. 

 들뢰즈는 자본주의가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자본주의는 욕망의 운동장에서 분열증을 일으키는데 이것은 다른 욕망을 금지하는 영토화돤 보통의 욕망들의 선을 무너뜨린다. 무엇이든 욕망하게끔 부추기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그러면서도 다른 욕망의 선을 마구잡이로 넘어서 돈이라는 거대한 욕망의 영토를 만들어 놓고서는 다른 욕망은 그곳으로 오지 못하게 막는다. 사랑이나 감정, 해방등의 모든 욕망도 돈으로 종속되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인간 본연의 혁명성에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나라는 주체, 가족, 자본주의라는 세 가지 억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상품이 아니라 기호를 소비한다고 말한다. 기호가 만들어지고 생산 유통 소비되는 과정을 시뮬라시옹이라 하고 이 기호는 차이를 본질로 삼는다고 보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호라는 가치가 중요한데 인기 있는 이미지나 브랜드들은 그만의 기호로써 가지는 가치가 있다. 때문에 그런것들을 소비함으로써 소비자는 차이라는 기호를 사게 된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개 남과의 차이를 드러내는 성취나 소유로써 으스대는 이미지다. 

 보드리야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나만의 개성이나 고유함이라는 욕망이 억압되고 끊임없이 다른 것으로 욕망이 이동함으로써 욕망의 미끄러짐 현상에 빠져있다고 보았다. 나라는 고유함을 차이라는 기호에서 찾으려하니 채워도 채워도 밑빠진 독처럼 공허함만 남게되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이처럼 나만의 고유함보다 차이라는 기호나 이미지를 욕망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시뮬라르크의 사회라 칭했다. 보드리야르는 이런 구별짓기나 시뮬라시옹의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교환이나 대체불가능한 본래의 억압된 개성찾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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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카인드
잉그리드 뉴커크.진 스톤 지음, 김성한 옮김 / 리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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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우주를 연구하고 다양한 과학기술의 연구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정작 지구 자체와 인간 자신,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종에 대한 연구는 완벽하지 않다. 지구상엔 약 900만종의 생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간은 그 중 15%정도만을 알고 있다. 인간의 환경파괴로 생물들은 꾸준히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이 발견도 하지 못한 생물종을 이미 절멸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책 애니멀 카인드는 크게 두 부분을 나뉜다. 앞부분은 동물의 갖고 있는 놀라운 능력에 대한 설명이다. 그들이 진화과정에서 갖게됨 다양한 능력을 이해함으로써 경이로운 대상이자 동등한 존재로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시도같다. 뒷부분은 동물에 대해 인간이 하고 있는 행위다. 그것이 얼마나 굳이 필요없고, 쓸모가 없으면서도 매우 잔학한 행위임을 보여줌으로써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용과 학대를 멈추려는 시도다. 

 인간은 새를 멍청이 취급한다. 그들의 뇌가 작고 지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는 뇌는 비교적 작으나 지적능력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들은 뇌가 작은 대신 무게당 뇌세포 수가 대부분의 포유동물보다 높으며 문제해결력이 영장류의 유사한 수준이다. 새는 뼈가 비어있고 그 안에 심지어 산소를 받아들이는 공기주머니까지 있다. 깃털이 있어 공기가 날개의 위보다는 아래로 더 빠르게 흘러 양력이 형성되어 새는 쉽게 떠오를 수 있다. 여기에 새가 날개를 아래로 펄럭이면 날개 아래의 고압의 공기가 날개 위의 저압의 공기로 이동해 상승기류가 생겨난다. 이래저래 날기 좋기 위해 진화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새들은 집단적으로 날면서 편대를 이룬다. 사람도 올림픽에서 달리기를 하면 앞사람이 공기저항을 받게 되는데 새는 이 공기저항을 잘 흐트려 뒷 부분의 새들은 이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때문에 일부 새들은 제대로 된 날개짓 하나 없이 상당히 먼 거리를 날아가는게 가능하다. 

 제왕나비의 진화는 무척 신비롭다. 이들은 이주하면 살아가는데 그것이 무려 4세대에 걸쳐 이뤄진다. 1세대 제왕나비들은 3-4월에 탄생한다. 2-6주간 살아 번식한다. 2세대 제왕나비들은 5-6월에 탄생하고 역시 2-6주 살아 번식한다. 3세대 제왕나비들은 7-8월에 태어나고 역시 2-6주 살아 번식한다. 9-10월 탄생하는 개체들이 대단한데 이들은 무려 6-8개월을 생존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지역을 찾아 무려 4000km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동부에서 일어나는 이동도 신비롭다. 아프리카 동부해안에서는 매년 대 이주가 일어난다. 매년 누 150만 마리, 얼룩말 20만 마리, 가젤 40만 마리가 아프리카 응고롱고에서 케냐 마사이마로 이동한다. 누는 1-2월 탄자니아에서 몇 주간 35만 마리의 새끼가 일거에 태어난다. 포식자들로썬 파티인 셈인데 누들이 한꺼번에 새끼를 낳기에 생각만큼 많이 먹지 못한다. 새끼를 살리려는 누 집단의 행동인 셈이다. 새끼누는 3월이면 가뭄이 시작되므로 바로 이동한다. 6월에 이동해 8월이면 케냐에 도착하고, 기력을 회복한 후 10월에 다사 돌아가서 번식을 준비한다. 

 동물은 기억력도 인상적이다. 자연환경에서 닭은 쪼는 서열이라는 복잡한 계층을 형성한다. 그래서 모든 닭은 무려 100마리 이상의 다른 닭의 얼굴과 서열을 기억한다. 이를 통해 사회 위계질서 속에서 자기 위치를 파악한다. 닭은 30가지 이상의 발성 방법ㅇ로 육지나 상공에서의 위협도 구분한다. 고래는 인간처럼 일정한 공통의 지적능력이 있다. 그들은 수생 포유류 중 뇌 대 신체비율이 가장 크며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식한다. 일부 돌고래는 도구를 이용해 사냥하며 돌고래는 매우 사회적이라 12마리가 소집단을 이룬다. 돌고래는 피부가 민감해 수중 음파를 탐지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울음소리를 낸다. 돌고래는 무려 20년전에 한 번 들은 다른 돌고래의 휘파람까지 기억한다. 이는 인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사회적 기억이다. 연구에 의하면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생각보다 인간의 발화패턴과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큰 귀박쥐, 십자매, 돌고래의 울음소리가 그러하다. 어쩌면 소음 같은 동물의 소리는 사실 무한정 복잡한 언어일 가능성도 있다. 

 동물의 성생활도 인간과 유사하다. 새들은 일부일처가 많은데 조류의 90%이상이 일부일처제다. 고니는 평생 같이 하는 비율이 무려 95%이고 비둘기도 평생 짝을 바꾸지 않는다. 거대새 알바트로스는 알을 하나낳고 새끼의 성숙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인지 그들 역시 일부일처제를 강하게 고수한다. 설치류중 드물게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건 프레리들쥐다. 이들은 새끼를 낳은 후 열성적으로 지키고 서로 긴장의 순간에 파트너에게 위안을 준다. 이 쥐들은 배우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들 특유의 키스와 포옹으로 위안을 준다. 설치류는 단 3%만이 일부일처다. 자연속엔 동성애도 나타난다. 일본 눈 흰 원숭이, 수컷 초파리, 알바트로스, 침팬지, 보노보가 동성애를 보인다. 이들은 서로간의 유희와 친밀감 향상을 위해 동성애를 즐긴다.

 동물은 자신의 감정 뿐만 아니라 상대의 고통을 느끼는 공감 능력도 있다. 개의 2/3은 친구의 사망 이후 식욕저하, 집착, 무기력증 등 사람이나 보일 법한 슬픔의 징후를 보인다. 무려 60%의 개와 63%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낮잠을 자던 장소를 다시 계속 차즌다. 개들은 연구결과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 보다는 슬피 우는 사람에게 더 많이 접근하였는데 이는 그들의 선천적 고통 이해능력을 보여주는 결과다. 1959년 러셀 처치는 레버를 누르면 인접 우리의 쥐가 전기 충격을 받는 실험을 설계하였는데 이 사실을 깨달은 다른 우리의 쥐들은 더 이상 레버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1962년 아그네스 스콧갈리의 연구원은 쥐가 벨트를 내리는 레버를 작동시켜 인접 방의 다른 쥐들을 풀어주려 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한 연구에서 붉은 털 원숭이는 친구를 감전시키면 음식을 얻을수 있는 실험에서 차라리 11일간 단식하는 것을 선택했다. 또한 쥐들은 다른 쥐가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면 향후 상당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은 놀이를 한다. 놀이는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자 학습 및 인지를 강화한다. 놀이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뇌의 뉴런 연결을 강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다. 즉, 놀이는 진화상 강한 이점이 있는 것이다. 영장류를 혼자 공 같은 것을 가지고 즐겨 노는데 이런 비사회적 놀이는 도구사용법과 창의성을 강화한다. 같이 하는 놀이는 사회의 위계질서를 탐색하는데 활용되는 속임수 같은 복잡한 행동과 연관이 있다. 영장류들은 놀이를 같이 하면 할수록 피질-소뇌 시스템의 크기가 커진다. 이 부분은 감각 정보로 공유기억을 발달시키는 학습 영역으로 놀이를 통해 개체를 더욱 똑똑하게 만든다. 개는 놀이를 통해 몸쓰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먹이를 찾고 자신의 방어법을 배운다. 고양이는 포식자 본능 놀이를 하는데 어려서부터 설치류 잡기를 흉내내어 형제의 목덜미를 무는 놀이를 한다. 고양이는 성체가 되어서도 놀이를 하는데 이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억눌린 에너지를 방출한다. 고양이는 잡은 먹이를 가지고 노는데 얼핏 잔인해 보이는 이 행동은 고양이의 신체구조와 관련한다.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주둥이가 짧다. 때문에 먹이의 힘을 충분히 빼놓지 않는 경우 눈을 포함한 얼굴 주변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고양이는 포식전 안전해질때까지 먹잇감의 힘을 충분히 빼어놓는 것이다. 

 문어도 놀이 행동을 보인다. 문어는 매우 영리하며 미로를 잘 통과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모양과 무늬도 구별한다. 관찰을 통한 학습도 가능하다. 일부 문어는 심지어 서로의 안면도 인식한다. 문어는 피부세포의 색과 패턴 변화로 의사소통을 한다. 이런 대단한 문어는 뇌라고 할만것이 없다. 다만 신경계가 사방으로 퍼져있을 뿐이며 뉴런의 2/3이 몸과 다리의 신경절에 분포한다. 때문에 문어의 다리를 산채로 자르는 것은 상당한 고통을 가하는 일이 된다. 문어는 무척추 동물중 뇌대 신체질량 비율이 가장 높으며 일부 척추동물을 능가하기도 한다. 

  

 이런 놀라운 동물을 인간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필요이상으로 잔학하게 남용하며 살해한다.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동물실험, 의류 및 상품 제작, 의약품 및 화장품의 임상 실험, 먹이로의 이용등이다. 

 의학의 발전 이후로 동물은 꾸준히 의학 실험에 사용되어 왔다. 수술의 대상, 새로운 처치의 대상, 장기 이식의 대상, 약물의 대상 등등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7만 마리의 영장류가 연구에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좁고 고립된 작은 우리에 수용된다. 또한 연간 6만 마리의 개가 실험에 사용된다. 쥐는 무려 수천만 마리다. 현재 미국법은 화장품 동물 실험을 요구하지 않으나 금지는 하지 않으므로 많은 회사들이 이를 실행한다. 

 영국은 최초로 동물 보호법을 만들었다. 3R로 대표되는데 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로 대체, 감소, 개선을 의미한다. 이는 이후 세계적으로 채택되었다. 최근 인간 대상 임상 실험 기술의 발달로 보건상의 발전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동물 연구는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 투여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신약실패가 일어나고 있다. 효용이 있는지 의문이다. 

 동물은 인간의 오랜 의류였다. 밍크는 작은 우리에 갇혀 살며, 밍크의 생가죽을 최대한 깨끗이 얻기 위해 업자들은 밍크가 있는채로 우리를 고압 세척한다. 밍크는 일산화탄소가 가득한 통으로 들어가 질식사하며, 운이 좋게 살아있다면 다시 탱크행이거나 아니면 목을 부러뜨린후 가죽을 벗긴다. 물론 산채로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소는 고기와 우유를 위해 사육되나 가죽 제공도 적지 않게 한다. 자동차나 소파등 큰 제품에 소가죽이 흔히 사용된다. 2015년 세계 3대륙에 26개 공장을 보유한 JBS는 세계 최대 가죽 생산업체로 천만개 소가죽을 자동차 업체에 공급했다. 타조도 가죽이 이용되는데 의식이 있는체로 거꾸로 매달라 전기로 기절시킨 후 목을 베고 가죽을 얻는다. 물론 그전에 산채로 깃털부터 뽑아낸다. 악어도 가죽으로 이용되는데 배설물이 넘쳐나는 콘크리트 우리에 갇혀 있다. 등 윗 부분이 칼로 베어지고 업자들이 척추에 쇠막대기를 박아넣어 도살한다. 가죽손상을 없게 하기 위함인데 다수의 악어가 이 과정에도 살아남아 상당기간 의식을 유지하다 죽는다. 

 양은 인간에 의해 교배되어 털이 무한정 자라난다. 양털깎기는 수익성을 위해 빠른 시간안에 이뤄진다. 때문에 양을 매우 폭력적으로 다뤄지고 상처를 입는다. 심지어 털을 깎기 수일전부터 음식과 물을 주지 않는데 겁먹은 양이 배설물을 지려 털이 오염되는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양은 어릴때 털을 위해 뮬싱을 당한다. 양은 배설하면 항문 주의 털이 오염되고 여기에 파리가 알을 낳아 양의 털과 해당부위가 손상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때문에 새끼때 마취없이 해당 부분을 도려내는 뮬싱을 행한다. 

 다운은 거위의 털로 구스다운으로 잘 알려져있다. 점퍼와 이불에 많이 사용된다. 다운은 일반 털이 아니라 새들의 두꺼운 외부 깃털 안에 있는 단열 기능의 부드러운 깃털이다. 보통은 새가 털갈이를 할때 이 부분이 드러나 채취하곤 하는데 때로는 그냥 뽑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새는 엄청난 공포와 고통을 느끼게 된다. 한 농장에 연간 구스다운은 15톤 생산하는데 거위 한 마리당 57g미만이 나오므로 25만번의 채취가 행해져야 가능한 수치가 된다. 

 견직물은 곤충을 향해 행해지는 행위이므로 의외로 비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역시 잔인하다. 견직물을 얻으려면 고치 안의 누에를 산 채로 삶아 죽이고 견사를 감아내야 한다. 450g의 견직물을 얻는데 누에가 무려 3천마리 필요하다. 옷 한벌이라면 누에게 무려 5만 마리 산채로 삶아져야 한다는 말이다. 

 동물은 유희거리이기도 하다. 동물원이 대표적인데 동물원은 그 서식지를 아무리 훌륭하고 넓게 꾸밈에도 절대 원래의 서식지 기능을 하지 못한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은 자유롭게 놀거나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원하는 짝과 짝짓기도 하지 못하며, 대개 자기가 낳은 새끼를 바로 빼앗긴다. 코끼리는 자연수명이 56세 정도이지만 동물원에서 자라날 경우 17세 정도까지 밖에 살지 못한다. 경마는 평생에 걸쳐 말을 학대하는 행위다. 말은 뼈가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을 투여해가며 경주에 참여한다. 그 결과 평생에 걸쳐 부상, 긴장, 스트레스에 시달리가 결국은 대부분 뼈가 부러져 사망하게 된다. 북미에서는 매일 3마리의 말이, 연간 수백마리의 말이 이 과정을 통해 죽는다. 살아남아도 그 말은 대개 5세면 퇴물이 되고 이후 도살장으로 향하여 말고기가 되고 만다.

 동물은 인간의 식량이기도 하다. 단백질과 지방이 인간에게 준 진화상의 혜택은 상당히 클 것이다. 하지만 산업과 기술이 발달한 지금 인간은 이 모든걸 식물에게서 얻어낼 수 있다. 게다가 인간은 잡식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채식동물이다. 육식동물을 먹이를 통째로 삼키고 강한 산성으로 살코기를 분해 살균하며 장이 짧아 신속히 소화가 이뤄진다. 이는 고기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은 영장류처럼 길고 구불구불한 내장을 가졌다. 이는 과일과 채소의 소화에 적합한데 실제 침팬지는 식단에서 3%만이 육식이다. 인간은 위산이 충분히 강하지 않기에 고기의 살균이 충분치 않다. 또한 고기가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 이로 인해 장안에서 부패하여 감염과 대장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억 마리, 전세계로는 연간 500억 마리 동물이 인간의 먹이로 희생된다. 지난 세기 공장식 축산과 저가 동물 제품은 크게 성장해는데 이는 사실 거짓 가격으로 보조금에 의한 것이다. 미 정부는 육식을 줄이라고 하면서도 육류와 유제품 업체에 매년 380억 달러의 보조금을 사용한다. 이는 낙농가 수익의 73%에 달하는 수준이다. 어류의 사육도 문제인데 어류는 양식장에서 과밀, 부상, 굶주림,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기생충과 부딪힘도 상당하다. 양식장은 폐기물과 살충제, 기타 화학물질 배출로 주변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환경 부담도 큰데 양식장에서 물고기 1t 사육을 위해 8t의 물이 필요하다. 새우 사육에는 무려 80t이 필요하다. 

 책은 동물실험, 동물포식, 동물의류, 동물학대 및 유희를 모두 반대하며 이것을 자행하는 업체를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대체할만한 충분한 수단과 방법을 제공한다. 사람들에게 의지만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방법도 알려주는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동물을 생존을 위해 쓸수 있는 수준을 오래전에 넘어섰다. 그리고 이는 동물의 행복 및 살아갈 권리와 인간 자신의 생존, 그리고 지구환경을 위해 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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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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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참여정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이 대선 참패 이후 이명박의 집권을 바라보며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 펴낸 첫 번째 책인듯하다. 이후 헌정질서 유린의 9년간 유시민은 참 좋은 책을 많이 펴냈다. 정말 야인 초기 시절이라고 느껴지는게 책에선 아직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고 살아있다. 가까운 시일내에 일어날 참극을 아직 모르는 저자를, 독자인 나는 그 사실은 안 채로 책에서 만나니 가슴이 좀 먹먹했다.

 책 제목인 후불제 민주주의를 보고서는 선분양 아파트, 후분양 아파트 같은 개념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린 늘 정치인을 선거때의 유세와 그 소임을 맡기전 이미지, 그리고 소속 정당만 보고 막연히 뽑았다 그 부실에 대한 대가를 혹독히 치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시민이 아마도 이런 선분양 정치인을 비난하고 후분양식의 어떤 정치나 선거체계를 제시하지 않을까나 싶었다.

 물론 예상은 늘 빗나간다. 책에선 말하는 후불제 민주주의는 사실 시민사회의 미성숙도와 그 궁극적 원인인 시민 개개인의 정치적 미숙과 자각, 앎의 부족에 대한 지적이다. 한국은 미군의 점령으로 인한 미국법의 도입, 그리고 독일의 첨단 법을 베낀 일본의 법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어떤 역사적 기반도 없이 상당히 선진적인 법체계를 광복후 도입했다. 그래서 수십년이 흐른후 한국의 선진적인 노동법이 현실에서는 하나도 적용되지 않음을 깨달은 전태일은 분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명시적인 법이었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완성된 법상으로만의 선진적 민주주의 였기에 한국 시민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뤄냈다. 4.19 혁명과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월항쟁, 2017년의 촛불혁명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불제 민주주의가 된다. 민주적 법의 실제 실천을 위해 시민사회가 뒤늦게 막대한 비용을 치루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지불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서구 사회에서 경제적 선진화와 상당 수준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나라로 꼽히지만 갈 길이 멀다. 이번 대선에서 대결했던 두 후보는 대장동 사건과 고발사주라는 큰 두 개의 아킬레스 건을 갖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양자는 비슷한 수준의 논란이 될만한 문제라고 본다. 하나는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부패를 다른 하나역시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정치적 부패였다. 하지만 시민 사회의 반응은 일방적으로 전자에 집중되었다. 물론 여기엔 보수 언론과 지난 정권에 대한 실망, 그리고 목도한 집값폭등이란 절망감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양자를 비슷한 수준으로 보지 못하는 오히려 정치적 부패를 더욱 심각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시민 개개인의 미성숙이 더 근본적으로 자리한다. 

 대선과 총선, 지선을 대하는 한국민의 자세에서도 지불이 끝나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한국인은 거의 동등한 세 가지 선거에 대해 대선과 총선, 지선의 순으로 관심을 가지며 실제 그 반영인 투표율도 딱 그 순서대로이다. 하지만 실제 나의 삶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치자면 지선, 총선, 대선의 순이 맞다. 대통령은 막강하고 큰 것을 정하지만 그가 대단한 독재자라도 되지 않는한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거주하는 마을의 구청장, 시장, 지역의원이 미치는 영향은 나의 삶에 매우 직접적이다. 선진사회로 갈수록 시민 개개인의 자각수준이 높아질수록 관심사는 이렇게 가야한다.

 유시민은 책에서 후불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한국의 헌법 가치 하나하나를 제시하며 그것의 완성을 위한 노력과 이를 파괴하는 보수세력을 비판한다.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허가제로 바꾼 것, 직무상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할 수 있게끔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아야 할 공무원들에게 그것을 꺼꾸로 의무로 바꾸어 버린 것, 사실상 많은 것을 할 수 없는 대통령이 마치 메시아라도 되는 것처럼 그가 모든 것을 바꿀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태도, 진정한 애국이 국가라는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 헌법가치를 수호해야한 다는 것 등이다. 

 법치주의는 부패세력이 행하는 것처럼 나의 반대자나 지배하려고 하는 집단을 억누르기 위해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은 이 같은 자의적인 권력행사와 공평하지 못한 법집행을 금지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본질이다.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무너지면 법치주의가 설곳이 없어진다. 이 원리가 무너지면 법률은 큰 고기는 정작 모두 빠져나갈수 있음면서도 약자만 잡아내는 촘촘한 그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무려 13년전에 펴낸 책의 이 구절은 안타깝게도 지금도 유효하다. 역사는 앞서가나 뒤쳐지거나 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만 때론 정말 뒤로만 가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유시민은 책에서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경쟁력과 수준은 해당 국가 시민의 그것은 넘지 못하며 권력의 도덕과 능력도 장기적으로 대중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는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며 시민들은 자신들의 평균적 수준 정도의 정치집단과 정부를 소유할 수 있다. 더 나은 집단을 선택하여 이들을 도태시키는 안목과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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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1~2 세트 - 전2권 (스페셜 에디션) - 고흐의 시선과 열정을 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박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 예술가는 아마도 거의 반고흐일 것이다. 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마 안되는 예술가와 그 자품 목록 에 가장 먼저 고흐의 이름과 작품들이 떠오르는 건 확실하다. 이는 어른들 뿐만 아니고 학생들도 대개 마찬가지인데 특별히 여러 다른 예술가나 그들의 작품들을 언급해주지 않으면 각종 감상 미술 과제에서 반고흐는 손쉬운 선정 대상이 된다.

 그는 귀를 자르고 친했던 고갱과 결별했으며 워낙 평생 불우하게 살아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해바라기' 등이 유명하고 그의 괴팍한 얼굴을 더욱 괴팍하게 그린 자화상도 못지 않게 유명하다. 이런 괴팍함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본 두 책은 반고흐가 동생 테오 그리고 같은 예술가 친구인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이다. 1권은 동생 테오에게 보낸 것이라 십년 정도의 기간이 수록되어 있고 2권은 라파르트에게 보낸 것이라 5년정도만 수록되어 있다. 테오에게 보낸 편지가 끝난 것은 반고흐가 의문이 많은 자살을 해서이고,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가 끝는 것은 둘의 우정이 사실상 끝나서였다. 

 편지를 보면 보면 고흐는 상당히 예민하고 감수성이 높으며,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을 꾸준히 실천해나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사는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는 수준이다. 37세까지 밖에 살지 못했지만 처음엔 집안 전통처럼 화상으로 출발했다, 목사가 되었다가, 대학에 다녔다가 아카데미를 잠시 다녔다가 결국 화가가 되었다. 집안에 사정도 순탄치 못했다. 이리저리 방황하는 고흐를 그의 아버지는 현실감각 없는 철부지로 취급했던 것 같으며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집안에 다시 들어와서도 누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다리 다친 어머니를 돌보고서야 겨우 밥값을 했다는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동생 테오에게 만큼음 달랐다. 테오는 평생 고흐를 돌보고 그의 그림을 팔았으며 경제적 지원을 해주었다. 형제간 우애가 남달라서인지 테오는 고흐가 죽자 반년도 안되어 31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고흐는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어지간한 고백은 모조리 거절당했고 고흐의 마음을 받아준 것은 남자에게 임신한체로 버림 받은 매춘부와 10살 이상의 연상녀뿐이었다. 그나마도 오래가지 못했다. 매춘부 여성은 2년가까이 지났지만 결국 고흐와 멀어졌고 10살 이상의 연상녀는 가족들의 반대로 맺어지지 못했다. 고흐의 또래나 일반적 여성은 고흐의 고백에 모조리 퇴짜를 놓았는데 그는 괴팍하고 외모도 준수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했기에 그리된게 아닌가 싶다.

 고흐는 예술에 대한 비타협성과 성격의 괴팍함으로 여러 예술가들과도 오랜 관계를 지속하지 못했다. 고흐는 그들에게 자주 화를 냈고 폴고갱과는 잠시 동거하기도 했지만 서로의 견해차이로 헤어진다. 책에는 고흐가 길에서 반난 고갱에게 화를 내며 면도칼을 들이댔다는데 맨정신에 할일이 아니다. 하여튼 2권에서 이런 고흐를 길게 견뎌내준 라파르트와도 결국 결별한다. 고흐가 죽자 라파르트는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성격이 그런 고흐란도 예술가로써 인정할 만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보면 그림과 그의 기괴한 성격으로 인한 사건으로만 알려진 인간 고흐에 대해 잘 살펴볼수 있다. 항상 경제적으로 곤궁함을 고민하며, 동생에게 신세짐을 미안해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여성에게 차일때마다 고민하는 그의 모습이다. 예술가로써 자연과 일반인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사랑, 인상을 그려내고자 고민한다. 색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느껴지는데 밝은 색채, 그리고 이를 돋보이게하기 위해 푸른 계통의 대비를 주는 그의 특유의 그림은 이런 마음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고흐는 그 기괴함에도 편지에선 상당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하긴 글은 순간적인 감정이나 행위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그리고 부치기 전까지도 고민하며 고쳐나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 책에 나오는 고흐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괜찮다. 유명한 작품 외에도 스케치와 석판작품, 수채화 작품도 많이 남겼으며 유명한 그의 말년 작품들과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처럼 계절이 좋은 날에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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