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 - 진화학자 장대익의 인간 탐구
장대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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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익 교수의 또 다른 책으로 이번에는 인간의 5가지 특성에 대해서 진화론의 입장에서 접근했다. 늘 주장하는 인문학과 과학이 통섭된 시도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초반 부분은 좀 재미가 없는데 뒤로 갈수록 역시 장대익 교수다라는 생각을 하면 보게 되었다. 

 5가지 부분은 탐구하는 인간, 따라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신앙하는 인간, 융합하는 인간이다. 앞의 4가지는 확실히 인간 본성이라 생각되지만 마지막 융합하는 인간은 저자가 현재 인간사회에 바라는 부분이다. 따라하는 인간은 모방과 관련하여 인간의 지식을 쌓고 전수가 가능하여 문명을 이루게 된 것과 관련이 있으며 공감하는 인간은 도덕성의 발달과 그것의 동물로까지의 확장, 신앙하는 인간은 종교와 각각 관련이 있다. 

 책 내용들은 장대익 교수의 책을 꾸준히 본 사람이라면 크게 새롭지는 않다. 이 책에서 특별히 재밌게 본 부분은 두가지다. 

 

1. 가족의 탄생

 장대익 교수는 가족의 탄생에 성의 분화를 전제로 깐다. 무성생식을 한다면 당연히 가족은 필요없다. 1인 가구만 무한할 뿐. 현재 세계는 1부1처제가 보편적인 편이다. 하지만 인간의 고환의 상대적크기(고환무게/몸무게)는 일부다처인 침팬지와 완벽한 일부일처인 고릴라의 중간정도에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애매한 셈인데, 실제로 일부일처를 종교의 영향으로 완성한 서양문명이 지배적이 되기 전에는 인류 문명의 80%이상이 일부 다처제였다고 한다. 우리도 그러했고, 아직도 그러한 나라들이 많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머리가 크고 신체적으로 상당히 미숙한 태아를 갖게 되었는데, 그 결과 남성의 장기간 보호가 요구되었다. 어머니 혼자만으로 그 미숙한 아이들 돌보는 것은 단연 무리이기 때문. 또한 남성 입장에서도 인간 여성은 배란기를 숨기는 재주를 갖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녀석이 내 아이인지 도저히 알 수 가 없으니 장기적으로 함께 거주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2.융합 혹은 통섭

통섭이나 융합개념이 회자한지 상당히 오래이지만 나 역시 그렇고 오해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저자는 일종의 유행처럼 들끓다가 끝나지 않을까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대학이나 학교에서 융합을 교과나 과목간의 경계를 없애는 통폐합을 생각하는편이다. 물론 이것도 융합이지만, 저자는 진정한 융합이란 질문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주제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교과나 학문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다. 교육계에서 말하는 주제중심의 통합인 셈이다. 

 또한 대학에서 자신의 전공과목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융합이 무리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게는 이렇게 말한다. 대학에서 학부생의 융합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의 융합이라고. 즉, 연구를 해내가는 과정에서의 융합인 셈이고 그 과정에서 융합적 지식보다는 융합적 태도를 강조한다. 

 장교수는 이처럼 융합의 개념이 진정성 있게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사회의 융합은 아직 큰 도움이 안되는 야생의 밈으로 파악한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융합을 길들여진 밈으로 만드는 것이다. 비유조차 뼛속까지 진화론자다. 


장대익 교수를 잘 알건 모르건 상당히 재밌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임이 분명하다. 마지막에 또, 과학 관련 도서를 추천하는 것은 이 사람의 특징이다 매번 해결 불가능한 숙제를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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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3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섭’의 개념을 잘못 알면, 보편화된 하나의 학문이 소규모 수준의 학문들을 통합하는 걸로 인식할 수 있어요. 학생 수가 많고, 취업이 보장된 A 학과와 학생 수가 적은 비인기 B 학과를 통폐합하는 경우가 그런 거죠.

닷슈 2017-03-31 10:3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악용되기도 하는것같습니다
 
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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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별을 세개주려다 계속 읽다보니 네개는 된다고 바뀐 책. 앞부분은 다소 가볍게 느껴지지만 뒤로 갈수록 무겁고 재밌다. 뒷부분이 정치관련 이야기가 많아서일까나? 스스로를 셀프디스하는 개그코드도 좋고 간혹 던져주는 문장에서도 삶의 깊이가 느껴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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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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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혹은 버스나 기차안에서 잔잔한 음악과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책. 한자리에서 단숨에 읽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출퇴근하며 보아도, 자기전에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보아도 좋겠다는 책.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다. 작가가 삶에서 남에게 듣고, 자신이 생각하며 삶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썼으며 그러한 말들은 모두 작각의 말처럼 온도를 갖는다.

인상이 깊었던 구절을 정리했다.


p18.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p81.

상대가 부담스러워하는 관심은 폭력에 가깝고

노력을 강요하는 건 착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p91.

세상사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p101.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클로스가 되는게 인생이야.


p231.

그리고 어쩌면 활활 타오르던 분노는 애당초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서 잠시 빌려온 건지도 모르겠다.


p303.

인간은 얄팥한 면이 있어서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종종 착각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안도감이지 행복이 아니다.

얼마 못가 증발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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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7-04-05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ㅎ 공감되는 문장이 많았죠.ㅎㅎ

닷슈 2017-04-05 07:35   좋아요 1 | URL
그렇죠
 
[eBook]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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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2011년 알라딘 선정 올해의 책이었는데, 시대를 달리하여 다시 개정되어 나왔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눈에 들어왔던 책이지만 손과 마음이 가질 않았다. 유시민씨가 정계에서 물러나 본격작가라 돌입하던 시기, 유난히 책을 쏟아내던 때라 좀 희소성이 떨어져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이 국가를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난 국가를 확실히 싫어하는 편이다.

 국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와 같다. 같이 어울려 좋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북한과 비교하며 자유를 강조했던 내 나라는 사실 학교서부터 이상하리 만치 자유가 거의 없었다. 특히, 저녁 5시 쯤으로 기억하는 국민의례를 위해 모두의 시간이 멈춘기억은 정말 압권이다. 커서는 남자이고 신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강제징집 당했고 인생에 가장 빛나는 2년의 시간을 날렸다. 그것은 국가가 나에게 가한 가장 큰 폭력이었는데, 제대후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하는 장면에서 도저히 표정이 찡그려지며 할 수 없었을 때는 내가 국가를 얼마나 싫어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유시민씨의 기억은 나보다 훨씬 더하다. 어려서는 박정희를 경험했고,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로 자신이 국가의 부속품임을 인지하게 되었으며 좀 커서는 학생인데도 군복비스므레한 것에 총까지 주며 군사훈련을 시켰다. 대학에 가서 독재정권의 상황을 더욱 자각하고 시위를 하고 글도 쓰지만 그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된다. 이런 그에게 국가는 나보다 훨씬더 심한 증오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오래도록 국가란 무엇이고, 어떠한 것이 올바른 국가가 되는 길인지를 고심한 책이 이 책인것 같다. 이 책을 보고나니 국가에 대해 내가 가져야 할 생각이나 태도, 그리고 어떤 것이 올바른 국가인지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먼저 책은 국가를 4가지의 부류로 나눈다. 국가주의 국가, 자유주의 국가, 마르크스주의 국가, 목적론적 국가가 그것들이다.

 우선 국가주의 국가는 사회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의 침략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국가이다. 이 것들이 최우선 가치이며 국민의 국가의 부속품에 가깝고, 위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들은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홉스의 국가론이고 매우 시대에 걸맞지 않는 국가론 같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의 상당수의 국민이 이 국가론의 신봉자다. 이 국가론은 외부의 침략에 대한 집단의 보호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가장 강력한 감정인 두려움에 기반한다고 유시민은 날카롭게 지적한다. 

 자유주의 국가론에서는 개인이 중시된다. 국가의 부속품이었던 개인의 위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이젠 국가가 개인을 위해 복무하는 조직이 된다. 로크는 국가가 시민들의 동의로 성립하고 법에 의해 통치한다고 했으며 스미스는 사회의 부를 증진한다는 목표하에 국가는 어떤 자의적 간섭과 특권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밀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 기본권으로 보고 국가가 어떤 경우에도 이를 침해하면 안된다고 했으며. 루소는 국가는 영속할 수 밖에 없지만 순간순간 국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정부를 계속 바뀐다고 보았으며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정부는 언제든 전복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이처럼 자유주의 국가론은 오늘날의 정치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나라 헌법정신에도 상당수 반영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마르크스 주의 국가론은 자본주의와 자본계급을 위해 국가가 존속한다는 날카로운 분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실제적 형태로 존속하지 않는다. 또한 마르크스 주의 국가론은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를 전복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국가를 정립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유시민은 마르크스 주의는 정치의 무력함을 내포한다는 칼포퍼의 말로 이를 정리한다. 

 목적론적 국가론은 의외로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다. 플라톤과 맹자에 의해 제시되었는데 둘의 공통점은 국가가 선이나 정의, 덕의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의 차이점은 플라톤은 국가를 지식과 지혜를 갖춘 철인이 다스려야 한다고 한 점, 맹자는 덕이 있는자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본 것이다. 

 책에서 유시민은 의외로 가장 고리타분해 보이고 현실성도 없어보이는 이 목적론적 국가론에 주목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들이 가야할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유시민이 주장하는 목적론적 국가는 정리하면 정치적으로 진보자유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국가가 이루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점진적 개량주의의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복지국가이다. 

 유시민이 책에서 말하는 진보자유주의는 어떤 형태의 절대주의를 부정하며 자유, 복지, 안전, 평등, 평화, 환경등 헌법이 규정한 사회 최고의 목표 또한 최고의 가치는 모두 평등한 지위를 갖는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떤 특정한 가치를 절대화 할 경우 결국 국가주의 국가론이나 전체주의로 빠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정으로 점진적 개량주의를 옹호한 것은 혁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회상황이 있으나 혁명은 반드시 유혈과 방향성에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역시 전체주의로 빠질 개연성이 높으며 역사는 혁명정부의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같은 진보자유주의와 개량주의를 통해서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것이 유시민이 생각하는 올바른 국가이며 복지국가는 사회보험, 공적부조, 보편서비스등을 통해 시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는 그것을 목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책의 서문에서 이를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종류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고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국가라고 간단히 정의했다. 책을 읽고나서 국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것 같다. 국가라는 조직에 대한 생각, 그 방향성에 대한 생각 여러가지 등이다. 책은 확실히 자신이 국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떤 국가관을 자신이 갖고 있는지, 어떤 국가의 형태를 옳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해보는 계기를 준다. 국가가 싫다고 해도 피할수는 없다. 내가 설사 이민을 갈지라도 나는 어느 국가에 결국은 소속하게 되며, 유시민씨가 서론부분에 제시한 것처럼 나의 한계와 경계를 상당부문 결정하는 것도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으며 책의 별점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정말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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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7-04-05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생각에 또 공감하고 갑니다. 닷슈님의 글을 읽을 때 왠지 제 글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닷슈님의 글이 이론적인 설명도 많고 더욱 깊이가 있지만요.ㅎㅎ

닷슈 2017-04-05 07:35   좋아요 1 | URL
과찬이십니다요
 
[eBook] 퇴사학교 : 이대로 회사를 다닐 수도 무작정 떠날 수도 없는 시대, 준비된 퇴사를 위한 로드맵 - 이대로 회사를 다닐 수도 무작정 떠날 수도 없는 시대, 준비된 퇴사를 위한 로드맵
장수한.신지원.김연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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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란 조직에 속해있다면 퇴사란 누구나 피할수 없다. 중간에 그만두건, 짤리건, 운좋게 정년이란걸 채울수 있던 말이다. 마치 죽음처럼 퇴사역시 누구나 피할수 없지만 죽음처럼 터부시되는 퇴사에 대해 잘 다룬 책이다. 대기업이란 곳이 입사를 할때 축하받고 퇴사를 하면 더 축하받는게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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