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과 제왕 - 문화인류학 3부작 넥스트 3
마빈 해리스 / 한길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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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빈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은 꽤 유명하다. 몇년 전 돌아가신 지인이 추천해준 책인데, 그 당시 사놓고 쟁여만 놓고 있었다. 책도 좀 오래돼 보이고 문화인류학이라는 것이 그닥. 한물간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휴가철을 맞아 일주간 매일 반나절 정도 나만의 시간이 생기는 행운덕에 그동안 구매만 했던 책들을 본격 소비하고 있다. 모처럼 소비가 구매를 초월하고 있다. 그러다가 서재 제일 아랫칸에 묻힌 이녀석을 발견했다. 이녀석을 본건 사실 우연이 아니다. 지인이 죽고나서도 꽤 오랜기간 가상공간에 여러 흔적이 있었는데 며칠전 우연히 지워진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보였을 것이다. 

 책은 놀라웠다. 책의 출간 시점이 94년인만큼 97년 정도인 총균쇠를 앞선다. 그게 아니었음 총균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책으로 오인했겠지만 사실은 당연히 반대다. 어찌보면 총균쇠는 이 책을 다양한 사례와 균 정도를 보충하고 좀더 전시대를 자세히 보며 자신만의 의견을 강하게 보충한 책에 불과할지도 모를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지리학계의 도킨스인 셈이다. 

 문화인류학이라고는 하지만 기실 이 책은 지리책에 가깝다. 상당히 지리적 결정론적 관점에서 쓴 책이다. 그 문화라는 것이 철저히 지리로 인한 생산력과 기후, 동물 및 생태계군에 절대적 영향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도 문화보다는 그를 파생한 지리 이야기가 대다수다. 해리스는 공식을 보이는데 처음 정착지에서 생식압력(인구증가압력)이 생겨나고 이를 위해 생산력을 증가하기 위한 노력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된다. 그러면 이를 극복할 새로운 생산양식이 출현하여 문명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이를 문화유물로적 결정론이라고 했으며(지리적 환원로이나 지리적 결정론이 더 잘어울리는데......) 이래 놓고서도 애써 자신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창의력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쨌든 책은 수렵시대부터 농경의 시작, 원시국가, 전쟁, 식인, 자본주의의 탄생과 그 한계를 다룬다. 인류역사 전체를 다룬 셈이고 시기순으로 다루었음에도 좀 시기마다 도약하는 듯한 모습과 주제별로 다룬 면이 있어 통사적인 느낌은 의외로 별로 없다.

 수렵시대에는 인류는 평방마일당 2-3인의 인구밀도를 유지했다. 그 이상이면 생산력 저하가 급격히 오기 때문인데 마땅한 인구조절 방법이 없던 시기 해결책은 노인 살해 및 영아 살해였다. 당시 평균수명이 30세정도였고, 여성의 가임기시작부터 그 나이까지 생존하면 8회 정도의 임신이 가능하다. 절반정도의 아이가 여러 이유로 초기에 자연사해도 위의 인구밀도를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정도여야 한다. 그러면 2-3명정도를 살해할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영아 살해는 수렵시대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 이르기직전까지 암묵적으로 꾸준히 유지되며 주로 여아에 집중된다. 해리스는 그 증거로 각 시대마다 인구밀도 과잉으로 인한 생산력 위기시에 등장하는 비 정상적 성비를 보여준다. 남아선호가 한창이던 20세기 말의 한국의 저리가라 할정도이며 1자녀 정책으로 남아를 선호하는 중국역시 명암을 못내밀 정도다. 이런 수렵인들에게도 나름의 인구조절 피임법이 있었는데 자로 수유기간을 길게 갖는것과 단백질 위주의 식습관이다. 이는 출산후 생리를 현저히 늦춘다

 재밌는건 수렵시기라고 해서 인간에게 농경시대의 특징은 가축화와 재배기술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이미 사람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었고, 정식 농경까지는 아니지만 농경기술을 적지 않게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발현하지 않은 것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직 충분히 많은 수의 잡아먹을 동물과 식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개 결핍이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빙하기의 끝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

 BC 1만3천년경 온난화로 동물의 터전인 목초지가 대규모로 사라지고 숲이 등장하게 된다. 게다가 인간이 수렵기간동안 상당수의 대형동물을 절멸시킨 상황이어서 상황은 설상가상이었다. 자연히 인간의 식생활은 토끼나 사슴따위의 전에는 눈여겨 보지도 않던 작은 동물로 향하게 되었으면 조개류나 물고기도 주요 식량원이 되었다. 거기에 식물재배에도 노력을 기울여 농경이 시작되었고 육식위주의 오랜 식습관에서 채식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게 되었다. 아마 온난화로 식물을 매우 잘 자랐을 것이다. 

 동물이 귀해짐에 따라 농경과 더불어 가축화가 시작되었는데 이는 염소나 소등의 가축들이 다행스럽게도 인간이 먹지 않는 식물의 다른 부위를 먹기에 무리없이 가능했다. 불행히도 아메리카는 구대륙보다 더 빠르게 대형동물이 절멸하여 딱히 가축화할 동물이 남아 있지 않았다. 거기에 구대륙만큼 농경에 적합한 식물도 많지 않았다. 총균쇠에 나온 것처럼 이 커다란 차이는 향후 더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다. 왜냐하면 가축은 생산력증강과 단백질 공급은 물론이요 힘쓰는 동물로 사용한 경우, 바퀴나 축, 도르레등 기술발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에서도 발견된 바퀴가 고작 애들 장난감으로만 쓰인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해리스는 이런 가축화를 전무후무한 동물 보호운동이라 했는데 정말 기가막힌 표현이었다. 

 농경이 시작됨에 따라 수렵채집인들에게 가능했던 피임법은 사용이 불가해졌고, 인구증가와 이를 위한 생산증강활동으로의 농경과 가축화는 삼림을 파괴하고 토양을 산성화 시키며 가축을 통한 질병까지 불러왔다. 농경시대의 전쟁은 이 해결책중 하나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쟁의 기원은 조금 다르다. 원리는 비슷하지만. 과거 국가 시스템이 전무하고 영토개념이 없던 시기 전쟁은 인근 부족을 쫓아내어 인근 배후 지역에 무인지대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무인지대는 생태계의 보고로 향후 생산활동에 필요한 농물과 식물보호 역할을 하였다. 전쟁의 다른 이유는 인구조절기능이다. 전쟁에서는 주로 남자가 죽지만 사실 남자의 살해를 통한 인구조절효과는 매우 일시적이다. 실제로 한국전쟁이나 세계2차대전후 세계 각국은 베이비붐을 통해 빠른 속도로 인구를 수년안에 회복한다. 하지만 몇세대 걸리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여성의 살해다. 남성은 수가 적더라도 여러 여성을 상대함으로 인해 인구조절에 기능이 없지만 여성의 경우는 다르다. 인구의 수는 여성의 수만큼 늘수가 있다. 때문에 초기 인류의 전쟁에서 인구조절은 여아살해에 초점이 이루어졌고, 전쟁을 통해 남성을 중시하게 되는 남성위주의 문화를 통해 남아선호를 통한 일상적 여아살해기능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리스는 원시국가의 기원을 태평양지역 부족의 빅맨에서 찾고 있다. 빅맨은 부족 전체를 돌보고시혜적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이는 재산상 빅맨에게 상당한 마이너스인데 이들 빅맨과 그 추종자들은 그럼에도 그 존경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행한다. 하지만 집약적 농업과 곡물이 대량수확되면서 이들 초기 지도자들은 상설 군대의 유지와 생산수단으로의 접근권을 제한할 권력을 갖게되며 본격적인 지배자로 올라선다. 이들 초기국가는 인구밀도가 과해지면서 분리되는 다른 촌락에 대해 재분배 기능을 제공하는 조건 혹은 패한 다른 촌락에 대해 추방대신 복종을 요구하며 성장해나간다. 초기 중심국가 주변에는 제2기 국가들이 들어서는데 이들은 초기국가에 대한 군사적 방어의 필요성과 초기 국가의 부로 인핸 무역 및 그 약탈을 위해 발생한다. 

 이런 국가의 성장을 이야기하던 해리스는 갑작스레 아즈텍의 식인문화로 향한다. 구세계의 주요 종교와 문화 및 관습들은 대개 식인을 금기시한다. 물론 다른 문화권에서도 일부 허용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아즈텍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권장된 곳은 없다. 해리스는 정말 놀랍게도 이를 가축화할만한 동물이 부족하여 만성적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던 아즈텍의 자연환경에서 찾는다. 아즈텍의 신들은 인간의 피와 심장에 굶주려 있는데 피라미드위에서 산체로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낸후, 신관들은 이 시신을 피라미드 아래로 굴린다. 문제는 이 시신이 아래쪽의 사람들에게 고기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물론 해리스는 아즈텍에서 포로로 잡아 인신공양에 사용된 사람의 숫자가 전체 사람들에게 충분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만한 수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사람고기는 비싼법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는 하위관리와 일부백성에게 지급되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반란을 막는 정도로는 충분하다고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아즈텍에도 칠면조와 개라는 고기가 있긴 했지만 칠면조는 사람이 먹는 곡물의 낟알을 먹으며 개는 고기를 먹는다. 때문에 단백질 공급원으로 매우 부적격이었기에 왕이나 일부 신관만이 사치스럽게 즐겼다. 또한 적절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만한 리마나 기니피그를 가진 잉카문명에 식인습관이 없었던 것도 이를 어느정도 뒷받침한다. 

 그 다음엔 정확히 반대로 고기를 안먹는 쪽으로 간다. 바로 중동지역의 돼지금기와 인도의 소금기다. 농경이 심화되며 전세계 문화권은 늘 먹던 고기를 금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는 인구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재배지가 넓어지고 이에따라 가죽을 위한 유휴지가 부족해졌기때문이다. 게다가 가축은 노동력제공, 비료 공급, 섬유질 공급등 쓰임새가 많았다. 때문에 고기는 모두의 음식에서 사치품이 되어갔으며 종교차원에서 육식을 금지하는 교리가 생겨나게 된다. 

 돼지는 고기공급원으로서의 가치는 매우 높지만 젖을 제공하지도 노동력을 제공하기도 힘든 동물이다. 따라서 사치품이 되어갔다. 특히나 돼지는 스스로 열을 발산하지 못해 습기가 많은 지역을 선호하는데 사막지역인 중동에서는 정말 쥐약인 셈이다. 거기에 돼지는 자연상태에서 돼지감자, 과일, 견과류등 비싼것만을 먹어치우니 자연스레 중동지역에서는 돼지에 대한 혐오감을 발달시키고 금기시하게 되었다. 

 소는 정확히 반대다 소의 금기는 신성화로 나타났다. 돼지는 필요없음에 소는 너무나 필요했음에 나타난 현상이다. 인도 갠지스 강 유역의 인구밀도는 매우 조밀했다. 거기에 여건상 관개수로가 매우 약하다보니 변덕이 심한 몬순의 강우량에 지역전체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때문에 농경이 매우 중요해졌는데 소의 노동력이 더욱 절실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재밌는건 암소의 신성화다. 수소는 노동력의 제공으로 가정에서 사육되지만 암소는 방목한다. 하지만 일상에선 크게 필요치 않은 암소도 기근이 심하여 노동력이 더욱 절실해지거나 수소의 재생산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보호받는 수소에 비해 일상에서는 보호하지 않은 암소를 신성으로 보호했다는 것이 해리스의 견해다. 

 하지만 이런 소의 신성화의 경우 소를 사용한 다른 몬순 아시아 지역에서는 어째서 소의 신성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일까? 해리스는 중국의 예를 든다. 중국에서도 역시 소는 농경을 위해 귀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도 그렇지만 인도와 인구는 비슷하면서도 몇배에 달하는 영토를 갖는다. 거기에 농경생산성도 인도의 두배에 달해 소에 대한 의존도가 인도에 비해 낮았다. 게다가 다른 가축을 위한 땅 및 기후조건도 좋아 굳이 소의 신성시까지 갈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 부분은 자본주의외 의회민주주의다. 해리스는 왜 이 것이 세계 다른 지역이 아닌 알프스 이북의 북유럽에서만 등장할수 있었는지를 살핀다. 우선 아시아지역을 살피는데 인도및 중국 지역의 문명을 비트포겔의 개념을 빌려 수력사회로 간주한다. 수력사회는 문명이 주로 건조 및 반건조지역에 위치에 하천의 물을 끌어다쓰는 평원과 계곡에 발달한 사회를 말한다. 이 사회에서는 생식압력에 대처하고자 필연적으로 수리시설의 강화가 필요하며 이는 이를 관리하기 위한 강력한 관료제를 동반한다. 수력사회에서 왕조의 순환은 다음과 같다. 초기 왕조는 치수-관개생산양식을 회복하거나 개선한다. 이로 인해 인구가 다시 조밀해지며 생산력을 한계에 도달한다. 그리고 왕조의 지속에 따라 이를 해결해야할 관료조직 역시 부패해지며 생산력이 더욱 떨어져 일반 백성은 극빈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패권을 다툴 반란 혹은 외부 침입이 일어나고 그 결과 새로운 왕조가 탄생하여 이 쳇바퀴를 다시 돌리게 된다. 

 이런 수력사회는 관개의존성으로 인해 강력한 중앙집권적 전제체제를 갖게되며 국가가 대내적 수탈 대외적 수탈, 공공기관을 통해 국내의 모든 재산을 통제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생기기 매우 어려운 여건에 놓이게 된다.

 반면 알프스 이북의 기후는 겨울의 많은 강설량과 봄비로 연간 충분한 습기가 공급된다. 게다가 이렇다할  큰 강도 존재하지 않아 강 주변에 문명이 집중하는 수력사회에 적합치 않다. 이로 인해 인구가 전역에 분산되며 문명이 지방 분권적 경향을 갖게 된다. 국가형성 이후에도 이런 경향이 이어져 로마제국이 붕괴하고 중세장원경제체제하에서도 왕과는 별도로 장원경제가 돌아갔다. 생산수단에 대한 확실한 접근제한권을 갖고 있던 수력사회와는 달리 유럽지역을 왕이 이렇다할 칼자루를 갖지 못했던 셈이다. 

 이런 장원경제는 점차 붕괴되기 시작하는데 해리스의 공식처럼 장원경제체제의 생산력이 인구밀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자연스런 여아조절로 성비가 130대 100에 달할정도로 인구조절에 들어가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장원의 생산성에 관심이 많은 영주와 농민들은 수입원 보충 수단으로 양모를 얻기 위한 양치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양을 위한 목초지가 재배지를 집어삼키면서 농민의 토지는 감소하였으며 땅을 잃은 농민들은 빈민화 하거나 먹고 살기 위해 발달하고 있는 도시노동자로 변모한다. 이는 도시노동자의 임금을 극적으로 저하시키는 효과를 낳아 제조업이 발달하는 최저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가 발달하게 되었으며 자본주의 체제는 개인의 부 축적을 방해하던 여러 정치적, 사회적, 도덕적 제약을 풀어헤침으로써 역사상 최고의 생산력 약진을 가져온 제도로 해리스는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해리스는 화석연료에 의지한 지금의 생산력이 화석연료의 고갈 및 생태계 파괴로 인해 다른 문명들처럼 곧 생산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한다. 책을 쓴 시점이 94년이니 그럴만도 한데 무려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화석연료에 충분히 의존하고 아직 그 고갈에 큰 신경을 안쓰고 있으며 환경을 더욱 크게 파괴되었지만 매우 더워진 지구에서 그럭저럭 버티며 4차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인류를 보면 저자가 어떤 혜안과 반응을 보일지 자못궁금하다. 하긴 당시만 해도 지구온난화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본격화되고 심각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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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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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읽은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는 인간의 정신적 행복과 불멸적 생존을 향한 인간의 과거 여정과 미래상을 그린 책이었다. 하라리는 책에서 행복은 심리적기둥과 물질적 기둥이 받치고 있는 유리천장같은 비유를 했었다. 하라리의 주제가 호모데우스인 만큼 행복에 관하여 더 깊게 다루진 않았는데 그런 아쉬움을 다소 달래줄 책이 있었으니 바로 '행복의 기원'이다. 

 책은 행복에 관한 접근으로 인간을 철저히 동물로 보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행복을 고찰한다. 대부분의 인간에게 왜 사냐고 물으면 행복하려고라고 대답한다. 그외 여러가지 각론적 대답이 있을순 있다. 성공하려고, 돈을 많이 벌려고,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려고, 심지어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봉사하려고 등등. 하지만 그 뒤의 공통적 총론은 결국 행복이다. 그런데 이 행복 역시 알고보니 각론에 불과한 것이. 행복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생겨난 심리적도구 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생명체가 가진 모든 생김새와 습성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도구라는 진화론의 중요한 핵심이 들어가있다. 물론 정신적 도구도 마찬가지다. 

 행복과 관련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신의 감정을 쾌와 불쾌로 양분한다. 이는 그 감정이 생긴 경험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보다 생존과 관련한 결정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불쾌의 감정은 그것을 피함으로서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여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고, 쾌감의 감정은 그것을 계속추구함으로서 역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은 쾌감의 감정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행복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행복 역시 인간의 감정이라는 점에서 기인하는데 인간의 감정은 두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오래가지 않는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속시간은 평균 3개월정도이다. 금메달의 영광도, 부모나 배우자의 죽음도 유통기한은 3개월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백일장을 지내는 것일까? 다른 하나는 감정반응의 기준선이 상대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금메달을 딴 선수가 다음 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다면 그 기분은 반대의 순서와 천양지차일 것이다. 이런 감정의 특성은 적응때문인데 적응은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게 심리적 도구가 있는 것은 결국 모두 행복이라는 감정의 계속적 추구를 위한 생존도모라고 할수 있다. 지속이 길고 절대적이라면 인간은 가장 큰 쾌감을 얻은후 더이상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응은 결국 이를 막고 생존을 위해 인간을 계속움직인다. 이 적응으로 인해 인간은 행복이란 도토리를 향해 철장에 갇혀 쾌락의 쳇바퀴를 영원히 굴리는 다람쥐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한계에도 행복에 관해 최근 많은 다양한 심리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결국 공통적으로 밝혀진 것은 두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이며 다른 하나는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에 크게 관련한다는 것이다. 이 유전적 특성은 외향성이다. 객관적 삶의 조건이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기에 작가는 외향성에 더 주목한다.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개인차에는 이 외향성이라는 유전적 변인이 약 50%나 관련한다고 한다. 내성적으로 태어나면 참 힘든세상이다. 이 외향성의 특성은 자극을 추구하며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기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에 초점을 둔다(여기까진 맘에 들었다.) 그리고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며 이성을 잘 꼬시고 그에 따라 첫경험시기가 빠르며 성관계 경험도 많다(여기서 좋지 않았다.)

 실제로 행복 상위 10%집단과 불행 상위10%집단을 비교 연구해보니 행복집단이 자신의 시간중 72%를 타인과 보내고 있었으며 불행집단은 겨우 48%의 시간만을 타인과 보내고 있었다. 또한 행복한 집단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원을 다른 사람과 관련한 것에 쓰는 경향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은 공연이나 여행같이 다른 사람과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데 시간과 자원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불행집단은 당연히 물건 같은 물질적인 것에 시간과 자원을 많이 쓰고 있었다. 

 전제로 돌아가면 이 외향성에 우리 뇌는 어째서 행복감을 선사하는 것일까? 그것은 외향성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타인과 어울려 돕고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자원과 지원을 얻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손해이기에 우리 뇌는 행복이라는 강력한 자극으로 이 손실감을 상쇄하고 외향성에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이것이 외향성이 행복감과 관련이 있는 설명이다. 그리고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무조건불행한 것도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이 무조건 쾌감만을 주는 것은 아니며 양날의 검처럼 함께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불쾌감을 주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 내향적 사람은 적극적 쾌감의 추구보다는 불쾌를 좀더 피하는 성향을 볼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향성이든 외향성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성향이다. 사회적인 부분도 필요한데 작가가 주목한 것은 그 사회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성향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무엇인지는 다 알고있지만 저자는 개인과 집단의 뜻이 충돌하는 경우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로 구분한다. 저자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의 행복수치가 서구권의 행복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의 원인으로 집단주의를 지목한다. 

 개인주의가 심리적 자유를 허락하는 반면 집단주의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즉, 타인이 자신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리며 이로 인해 행복의 본질이 뒤바뀌게 된다. 따라서 내적인 기준보다는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외부적인 것이 기준이 되어버리며 과도한 사회적 성공과 물질적 추구만을 하게 되는 경향이 짙어진다.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며 돈이 이러한 기준으로 쉽게 사용되는데 돈 역시 생존과정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으로 타인의 보호와 도움의 대체재라고 볼수도 있다. 실제로 실험전에 돈의 사진을 잠깐 보여준 것 만으로도 실험집단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타인을 덜 돕고, 도움도 덜 받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돈이란게 발명된지 오래진 않아 타인들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행복감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결국 약간 모순되는 것럼 느껴질수도 있지만 사람에 둘러쌓여도 집단주의로 인해 그 불쾌감이 크다면 외향성이란것이 주는 행복도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행복에 기원에 관한 아주 시원스런 대답은 아니지만 책이 갖는 전체적인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재밌고 짧으며 쉽게 잃을수 있는 책이다. 물론 개인성향에 따라 기분이 좋지 못할수는 있다. 앞부분에 다양한 심리실험이 있는데 그부분도 재밌다. 보여드리며 마친다.

 

1. 거의 모든 암컷은 자식을 갖지만 수컷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사회가 일부일처제라 지금의 성비는 비슷하지만 보통 일반 포유류 의 성비는 3:7로 암컷이 압도적이다. 이는 소수의 수컷만이 암컷을 차지하고 나머지가 도태되며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암컷은 잃을게 없으니 전체적으로 안정지향의 전략과 성향을 보이며 수컷은 모든 것을 거는 극단적인 전략과 성향을 선호한다.


2. 근친은 유전적으로 좋지 못한 것으로 동물들은 대개 생득적으로 근친을 탐지한다. 인간은 이 탐지기능이 없어 근친을 파악하는 요소로 이 다른 성이 유아기에 나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했느냐로 탐지한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공동마을에서는 근친이 아니어도 공동육아로 인해 공동마을 남여간 혼인비율이 지극히 낮다. 또한 가임기의 여대생들은 근친을 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와 연락을 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든다. 초등동창과 결혼한 당신은 뭔가를 넘어선 것이다.


3. 성경쟁으로 남성들은 남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 거주할 수록 카드 빛과 부채율이 높아진다. 성적 경쟁심때문이다. 


4. 남자들에게 만화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재밌는 캡션을 달게 했다. 한 집단에는 잘하면 상금을 준다고 했고 다른 한집단에는 그냥 캡션들 달면서 아름다운 여인과 해변을 거니는 걸 상상하라고 말만해줬다. 결과는 여인 집단의 압승. 훨씬 창의적이고 재밌는 캡션들 달았다. 이를 피카소효과라고 한다. 왜인지는 피카소의 인생을 조금만 반추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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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정 2017-08-0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책을 다시한번 읽은 것 같이 내용이 떠오르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닷슈 2017-08-08 18:37   좋아요 0 | URL
저도 일전에 쓰신 이책 리뷰잘봤습니다
 
강자의 조건 -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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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시드마이어의 문명5 게임을 좋아한다.(이미 6탄이 나왔는데도 거의 5년째 5탄만 하고 있다.)

거의 중독수준인데 이 게임의 중독성은 코에이사의 삼국지에 비할바가 아니다. 게임 문명에는 참으로 다양한 문명이 등장하는데 다 내노라하는 문명들이다.(안타깝게도 한국문명은 기본판에는 항상 없고 확장판에서나 간신히 등장하곤 한다) 때문에 게임 문명과 관련해서 이 책을 참 재밌게 읽었다. 문명 게임에서 등장하는 몇몇 유닛과 지도자의 명성과 지역의 명칭들에 대해서도 좀더 잘 알게 되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번에 본 책 강자의 조건에서 선정한 강자들은 게임 문명에 모두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로마, 몽골, 영국, 네덜란드, 미국이 강자들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들의 공통 분모로 다양한 종교와 인종, 사고에 대한 관용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사회의 다원성을 강자의 조건으로 꼽았다. 

 우선 시대순으로 로마부터 시작한다. 주지하다시피 로마의 시조는 늑대젖을 먹고자란 로물루스 형제다. 이 형제들은 거의 초기엔 산적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여자가 부족했는지 인근 사비니 부족을 초대하여 거짓연회를 베푼후, 남자들을 공격한 후 여자들을 취한다. 이 지저분한 전술에 격분한 사비니 남자들은 술에서 깨어난후 로마인을 공격하나 패한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양편에 남편을 두게된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 그리고 로마인들의 혜안으로 그들은 하나로 융합하고 심지어 왕들도 서로의 지도자가 공동으로 하게 된다.

 이런 로마의 확장 방식은 역사적으로 계속 이어져 삼니움을 비롯한 주변 라틴소국들과도 이런 식의 통합을 하게 된다. 즉 로마의 영토로 편입되면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로마제국의 동등한 일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용은 노예에게도 이어져 가정에서 일하는 노예의 경우 수십년을 일한 후 독립하여 자유민이 될수 있었고 자유민의 다음 후손은 로마시민권을 가질수 있었다. 대대손손 노예가 아니라 나 하나 고생하면 자손은 당당한 로마시민으 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노비가 알면 경천동지할 노릇이다. 

 로마에 위기가 찾아오니 카르타고와의 전쟁이다. 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한 한니발의 아버지 바르카는 본국에 실망한 나머지 일가를 이끌고 스페인으로 바르셀로나 지역으로 이주한다. (바르카의 이름을 따서 바르셀로나가 된 것이다.) 이 일대를 평정한 후, 그 아들 한니발은 로마를 침공한다. 그것도 5만대군을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서. 한니발의 작전은 이러했다. 알프스를 넘어서 로마 정예를 깨부순 후, 로마동맹을 흔드는 것. 실제로 본국과 동맹간의 차별이 심했던 과거 아테나와 스파르타, 페르시아는 정예병이 깨어지자 동맹이 배신하며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리며 자멸했다. 이런 역사의 교훈을 한니발은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전투의 천재인만큼 한니발은 칸나이 전투와 여러 전투에서 로마군을 궤멸시키나 로마 동맹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이것은 관용과 다양성에 기초한 로마의 제국확장방식때문이었다. 이미 로마와 동등한 시민인 동맹들은 좀처럼 배신하지 않았다. 이것이 한니발의 가장 큰 패인이었다. 그리고 전쟁에서 이긴 로마는 아시다시피 한동안 역사의 주인공으로 군림한다.

 다음은 몽골이다. 몽골제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만큼 수십만 대병을 몰고 다닐거라고 생각했는데 몽골이 세계정복시 운용한 병력은 고작 10만 가량이다. 하긴 수나라도 근거리인 고구려 원정에 백만을 동원하며 병참에 애를 먹었으니 수천킬로미터를 원정하는 몽골병사는 당연히 소수정예일수 밖에 없다. 몽골의 칭기즈칸 역시 관용과 다양성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정벌하는 나라들마다 인력을 흡수해나갔다. 빠른 정벌을 위해 항복을 권하고 불응할시 무자비한 살육이 따랐지만 일단 항복하거나 제국의 일원이되면 동등하게 대우하며 그들의 기술을 흡수해나갔다. 오죽하면 프랑스군이 몽골의 한 장교를 잡았는데 알고보니 영국국적이었다고 한다. 유목민은 공성전과 수전에 약할수 밖에 없는데 다른 문명의 기술을 흡수하여 공성무기를 만들고 수군을 양성하여 이슬람의 높은 성벽과 남송의 양자강 방어선을 무력화시켜 대제국을 이룰수 있었다. 

 이는 사상에도 영향을 미쳐 몽골의 수도 카라코룸에서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도간의 종교토론이 일상회되었으며 기독교도인 몽골의 대칸도 참여하였다. 몽골은 동과 서를 역사상 처음으로 이어 사상과 문물의 교류를 이끌어 왔으며 정복된 나라들도 제국의 일원으로 참여하였다. 

 세번째는 엘리자베스 치하의 영국이다. 당시 유럽의 패자는 스페인이었다. 이들은 레판토해전에서 오스만 해군을 무찌른 만큼 해군이 막강했으며 그래서 별칭이 그 유명한 무적함대이다. 당시 영국은 유럽의 삼등국가로 일개 도시국가인 밀라노공국보다도 세수가 적을 만큼 가난했다. 이런 영국이 감히 스페인과 대적하게 되는데 이는 종교전쟁과 연관이 크다.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2세는 카톨릭의 신봉자였고, 당시 신교가 난립하는 네덜란드 독립전쟁중이었다. 펠리페는 스페인이 커진 방식 그대로 영국의 신교문제도 정리할겸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였으나 일언지하에 거부당한다.(펠리페의 이름을 딴 나라가 필리핀이다.) 거기에 도버해협바로 건너편에 있는 네덜란드를 순망치한으로 여긴 영국이 네덜란드에 병력을 지원하자 전쟁을 결심한다. 

 당시의 해전은 일단 대포를 인사치레 가볍게 쏜후 접근하여 갈고리를 걸고 백병전을 벌이는 방식이었다. 사실 배위에서 싸울뿐 사실상의 육전이었다. 그리고 스페인은 배도 많고 육군도 당대 최강. 섬이라 아예 육군은 없다시피한 영국은 해전의 개념을 바꾼다. 일단 붙으면 지니 멀리서 화포를 사격하는 방식으로 하고 배 역시 이를 위해 가볍운 형태로 개량해 나간다. 당시 대포는 청동으로 만들었는데 청동이 녹이슬지 않고 신축성이 있어 연사에도 깨어져나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동은 비쌌다. 청동은 업고 철만 많은 영국은 주철대포를 제작하였는데 가격은 삼분의 일 가량이면서도 그 성능은 우수했다. 결핍이 발전을 부른 것이다. 그리고 영국은 전쟁에서 해적도 등용하는 다양성과 관용으로 우수한 선박 및 대포기술자 역시 유럽 각지에서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관용과 그로 인한 다양성의 확보는 승리의 키워드였다. 영국 부분에서 사략선이 나온다. 게임 문명에는 사략선유닛이 있는데 사실 해적선이다. 게임이지만 국가에서 해적선을 만드는게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당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 문명에서 해적은 사실상 국가와 연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다음은 오렌지의 네덜란드다. 오렌지도 나지 않는 나라가 왜 오렌지를 이렇게 좋아하는 싶었는데 오렌지는 네덜란드 독립전쟁의 공헌자 빌렘 드 오랴네를 영어식으로 읽은 것이라고 한다. 이당시 역시 종교전쟁 시기로 네덜란드에는 칼뱅파 신교도가 많았다. 이는 칼뱅파의 교리가 소명주의를 핵심으로 해서인데 소명주의로 자신의 직업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카톨릭에서는 금융업을 죄악시 했는데 칼뱅파의 소명의식에 의하면 더이상 금융업이나 상인이라는 직업은 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네덜란드 입맛에 맞는 신교가 난립하자 스페인 펠레페 2세는 강도높은 신교도 박해에 들어간다. 이에 반박해 독립전쟁이 시작되었는데 스페인은 패하고 만다. 

 이과정에서 남부의 10개주는 스페인에 순응해 독립전쟁에서 빠지게 되며 이 부분들이 지금의 벨기에가 된다. 스페인이 패한 것은 네덜란드와 영국 탓도 있지만 자멸의 원인이 컸다. 과거 스페인은 이슬람의 영향으로 유대인과 이슬람, 카톨릭 모두가 공존하는 다원주의 국가였다. 하지만 레콩키스타 이후 카톨릭 일변도로 변하게 되었고 그결과 나라의 힘을 불어넣던 유대인과 기술자 집단들이 사라지게 된다. 스페인은 당시 신대륙에서 들여온 은과 금이 넘쳐났는데 이를 제대로 운용할 전문 금융집단이 사라지게 된것이다. 스페인은 유럽 각지에서 전쟁을 벌이며 많은 자금이 필요하였는데 이자를 무려 40%나 물어야 했다. 

 이런 스페인의 자멸로 네덜란드는 독립후 빠르게 성장한다.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여 유럽 각지에서 인구가 유입되어 빠르게 인구가 성장하였고 전문가 집단을 확보하였다. 영국보다도 더 저렵하고 빠른 상선을 개발하여 화물운송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각지의 무역지를 개척해나간다. 특히나 아시아에 진출하며 많은 투자가 필요해졌는데 이 때 등장한 것이 동인도회사이다. 근대적 주식회사의 개념으로 분산투자를 하며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거기에 위험에 대한 투자까지 더해져 파생상품까지 등장한다. 

 마지막은 미국이다. 미국부분은 주로 흑인 인권운동에 초점을 두었는데 관용과 다양성이 국가를 성장시킨 앞의 4나라와는 약간 어긋난다. 미국은 남북전쟁후에도 흑인인권이 제대로 서지못했는데 이는 미국이 연방국가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흑인이 노예신분에서 벗어났음에도 남부의 여러주들은 흑인의 투표권을 무력화시키는 다양한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1960년대까지 이어지게 되며 이때서야 다양한 인권운동으로 흑인들의 인권이 확보되어 간다. 재밌는 점은 이전까지 남부의 주들이 미국평균소득의 절반에도 못미칠 만큼 가난했는데 오히려 흑인이 사실상의 노예신분에서 벗어나자 소득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거저나 다름없는 노동력의 확보로 혁신을 게을리한 남부가 여기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어찌보면 이 책은 세계역사에서 관용과 그로 인한 다원성이 빛나는 시기를 찾아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역사의 일부를 들춘 셈이지만 무척 재밌고, 사건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다. 쉽고 재밌게 써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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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슬로리딩과 함께 - 초등학교 전 학년 슬로리딩 수업 이야기
슬로리딩 수업 연구회 지음 / 살림터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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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독서교육은 사실 매우 단순한 편이다. 독서기록장 같은 걸해서 학기 내에 많은 책을 읽으면 상을 준다던가, 아니면 특정 책들에 대한 지식을 시험보는 독서골든벨, 독후감쓰기 대회 정도이다. 학급내에서라면 좀더 다양한 방법도 있겠지만 상당히 단순한 편이다.

 국어교과서에는 대개 문학 작품이나 글들이 필요한 부분만 파편으로 제시되는게 일반적이다. 알쓸신잡에서 작가 김영하씨가 교과서내 작품이 분절적으로 제시된데 아쉬움을 표한바 있기도하다. 하지만 교과서는 한 작품에 비하면 얇을 수 밖에 없고 다양한 학습주제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어쩔수 없는 부분이 크다. 아마 시나 짧은 기행문이나 수필정도가 아니라면 분절되서 제시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문학작품 하나를 통으로 배우는 수업방법이 있으니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하지만 이 책에 제시하는 슬로리딩이다. 일본의 한 교육자가 전후에 실행한 방법이라고 하는데, 글자그대로 책을 천천히 통으로 다 읽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초등 1-6학년 선생님들이 한 수석교사의 도움속에 슬로리딩 교육을 한 학기동안 적용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슬로리딩을 위해 교사들이 가장 먼저 고심한 것은 책 선정이다. 아무래도 학년 수준에 맞으면서 한 학기에 교과서로 배워야할 학습주제를 모두 담아내야 히기 때문이다. 책 선정이 끝나면 배워야할 교육과정내 성취기준을 책 내용과 연관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어찌보면 한 학기동안의 큰 계획인 셈이다. 더러 다른 교과와 연계한 교사도 있었지만 책 속의 대부분 교사는 국어과내에서만 수업을 실행했다. 

 학생들은 교사의 계획에 따라 한권의 책은 온전히 읽고 활동을 통해 국어수업을 한 학기 동안 해나간다. 책은 상황에 따라 아침시간이나 수업중에 읽기도 하고 책읽기의 재미를 위해 역할에 따라 연기하며 읽기, 역할극, 짝과 함께 읽기, 모둠별 읽기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학생들이 책에 나온 어휘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자신만의 단어카드 만들기, 감정카드 만들기, 단어 책자 만들기, 사전찾기 등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였고, 책의 내용을 세세히 이해하기 위해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 인상적인 부분 책자 만들기, 모둠별 책 내용퀴즈 내기 등등의 방법도 많이 사용되었다.

 하나의 책을 한학기 내내 읽고 활동하니 무척 지겨울만도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교과서로만 진행한 수업보다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있었고 무엇보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두꺼운 책 하나를 소화해내고 문자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았다는게 가장 큰 소득인 것 같았다. 하나의 인상적인 국어수업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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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07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기록장은 책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나열ᆞ정리한 기록물입니다. 어떻게 보면 독서기록장은 일기와 비슷해요. 그래서 작성된 독서기록장을 상대방에게 공개하는 일이 드물어요. 독서기록장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교사인데, 단순히 얼마나 많이 썼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라서 피드백을 바랄 수 없습니다. 독서를 좋아하지만, 독서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독서기록장을 일기처럼 써오던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이건 & 호킹 : 우주의 대변인 지식인마을 8
강태길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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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대한 입문용 책으로 괜찮은 것 같다. 대폭발 이론과 별의 일생, 시공간에 대힌 이론, 블랙홀, 외계인의 존재등 호킹과 세이건의 연구부분들을 잘 다루었다. 이시리즈는 항상 뒷부분의 양 학자의 만남을 넣는데, 96년에 했다는 이것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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