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능력주의 -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김동춘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마이클 센델을 비롯해 많은 학자들이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더욱 심화하면서 직업과 재산 소유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부터다. 이전에도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은 있어왔지만 부작용이 더욱 커지며 비판도 날이 서는 느낌이다.

 능력주의가 가장 심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이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첨병이기에 능력주의가 강하고, 넓은 땅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겹치며 그런 경향이 시작되었다. 때문에 미국은 사회주의 및 복지가 취약하다. 중국과 일본, 한국의 능력주의는 과거제도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있다. 귀족들이 신분으로 세습하며 정치경제권력을 장악하는 부작용을 막고자 도입된 합리적 제도이지만 과거제 역시 문제가 많았다. 과거제 역시 다수를 떨어뜨리는 학력시험이다보니 실제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사람이 관료로 선발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율곡이이는 과거 공부가 진정 선비가 해야하는 학문을 방해한다고 비판까지 하였다. 

 이런 과거에 전통으로 인해 한중일은 학력을 가진 자에 대한 신망이 강하다. 그리고 산업혁명으로 인한 서구화의 물결이 밀어닥치자 일본은 서구식 교육을 통해 나라를 이끌 사람들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이점이 능력주의를 강화시켰다. 서구유럽사회는 근대식 학교교육이전에도 의사나 법조인, 상인, 과학자 등 다양한 전문직이 사회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나 양성되었다. 하지만 그런 전통이 전혀 없는 일본에서는 나라를 이끌어나갈 전문 인재를 막 도입한 서구식 교육과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로 충원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시험능력주의에 상당히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일본을 통해 근대화한 한국도 일제시대와 해방이후에도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전후 근대화를 시도하는 한국사회에서 시험 능력주의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한줄기 빛과 같은 것이었다. 내가 양반출신이 아니고 재산이 많지 않아도 공부해서 시험을 잘 보면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있었다. 국가가 시행하는 선발시험인 이것에는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작용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공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난한 사정으로 인해 충분한 역량이 있었음에도 학력을 획득하지 못해 직장과 사회에서 차별받은 사람들은 학력을 통한 능력주의를 더욱 몸에 뼈져리게 새기고 자식들에게 그것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시험능력주의가 개인의 일이 아닌 가정에서의 총력전이 되고 만 것이다. 한국이 고도성장을 하던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고졸출신의 기능직 노동자도 충분한 재산 형성을 할 수 있었고 안정적인 정규직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고도 숙련이 아니더라도 중반, 초급 숙련자에게도 이런 일자리가 주어졌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이 닥치면서 기업은 일을 외주화, 자동화, 정보화 하기 시작했고 경제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많이 이동했다. 때문에 고졸출신을 위한 일자리는 크게 사라졌고, 성장한 대기업 사무직 및 전문직 종사자와의 급여차이는 상당해졌으며 중소기업이나 하청기업으로 전전하게 되어 고용도 크게 불안해졌다.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한국의 시험능력주의는 더욱 강력해졌다. 불안해진 사회경제적 입지로 90%가 넘는 시험능력주의의 패배자들은 이런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연대하기보다는 개인으로 원자화되었고 오히려 자신보다 더한 처지에 몰린 패배자를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의 시험 능력주의는 사실상 문제가 상당히 많으며 망국병의 근원에 가깝다. 우선 용어와는 다르게 시험능력주의가 정작 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시험은 1단계와 2단계로 첫 번째는 대입시험이고 두 번째는 고시 및 입사 시험이다. 과거엔 1단계의 통과가 2단계의 통과를 보장하였기에 시험능력주의가 크게 강화되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은 한국의 시험이 종합적인 실질 역량을 검증하는 것이 아닌 암기력 및 기초사고력 테스트에 가깝기에 시험을 통과해 해당직위에 이르렀을 때 반드시 뛰어난 역량을 보이진 못한다. 때문에 시험을 통한 선발은 오래 전부터 실질 인재를 획득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나타냈고 이를 자각한 최근의 한국 기업들은 역량을 초점을 둔 블라인드 테스트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시험 능력주의의 또 다른 문제는 이것이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행해지는 불공정 게임이라는 점이다. 시험능력주의 신화가 큰 힘을 얻는 것은 바로 공정하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같은 학교에 입학해 같은 것을 배우고 같은 시험을 통해 그간의 노력과 능력을 검증받고 그에 걸맞는 지위와 보상을 얻는 것이 무척이나 객관적이고 타당해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보이듯 현재의 시험성적은 부모가 가진 경제력과 상당히 연관성을 보인다. 실제 서울 25개 자치구중에서 서울대 합격 비율은 고소득층이 많이 자리한 강남지역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의 상속 부자 및 전문직들은 본인들이 가진 재산 및 사회적 네트워크와 권력 정보를 이용하여 자녀를 어릴적부터 전략적으로 사교육을 시키고 해외 및 국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본인들이 가진 도구를 이용해 지위를 세습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고위 관료라 하더라도 자식을 과거에 합격시키는 것 만큼은 어찌 할수 없는 일이었는데 현대사회가 이런 면에서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시험 능력주의의 세 번째 문제는 시험 통과자에 대한 과도한 보상과 패배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이다. 시험에 통과한 이들은 대기업 사무직이나 고시를 통한 고위 관료, 법조인, 의사등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직종들은 하나 같이 소수의 자리만을 허용하며 상당히 많은 권한을 갖는다. 한국의 검사집단은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여 권력을 휘두르고 판사는 소수로 상당히 많은 일을 처리하는 고충을 감내하며 본인들의 권력을 지킨다. 의사 역시 상당한 고수익을 누리고 있으며 심지어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 박탈 및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공익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며 시험 통과로 인해 자신의 보상과 지위가 과도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정치권에 진출하여 정치 및 경제권력을 모두 획득하는 길로 나아간다. 한국 국회의원의 평균재산은 보통사람들의 10배인 22억에 달하며, 대부분 고시를 통과한 고위 행정관료, 법조인, 교수, 언론인 들이다. 반면 대다수의 패배자들은 시험의 실패로 인해 학창시절부터 상당한 상처를 입고 이 트라우마를 평생 갖고 살아간다. 보다 높은 지위를 얻지 못한 현실은 사회구조에서 찾기 보다는 자신의 무능으로 돌리며 오히려 시험 통과자들이 과도한 지위 및 정치권력을 얻는 것을 용인한다. 그리고 서로를 견제하고 자신보다 더 못한 패배자를 멸시 혐오하며 이런 체제에 협조한다. 이런 분위기이나 패배자들에게는 중소기업, 하청업체, 비정규직, 배달노동자 등의 자리가 제공되며 이런 직종들은 급여가 적고, 고숙련노동자로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개인의 성장을 막고, 승진에 제한이 있으며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과도하여 건강과 생명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이런 직종들은 대개 소규모 사업장이거나 그것도 아니어서 단체교섭권도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며 중대기업처벌법에서도 유예 및 예외 대상이다.  

 시험능력주의의 마지막 문제점은 바로 교육의 파괴다. 한국의 교육은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의 많은 부작용을 깨닫고 여러 개혁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능력주의에 따른 노동 및 사회구조가 같이 변화하지 않으면서 자연히 모든 교육 개혁도 실패했다. 입시위주의 교육은 교육을 시험에 종속시켜 그 본연의 목적을 실행하지 못하게 한다. 교육의 목적인 개개인이 타고난 적성과 능력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올바른 지적능력과 인성을 가진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험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이와 같은 것들을 실행되지 못한다. 또한 학생들은 입시경쟁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스트레스는 학교의 다른 친구, 교사, 학부모에게 발산되며 이로 인해 학교폭력이 잦아진다. 

 저자는 이런 시험능력주의의 해결책도 제시한다. 해결책은 우선 좁은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다. 현재는 시험에 통과하여 명문대의 간판을 얻고 이를 통해 고시 및 전문직 시험과 대기업 입사시험을 통과하는 사람들만이 사회적 지위와 보상을 얻는다. 이를 다양화 하고 그 수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의사라면 공공의대를 꾸준히 설립하여 그 수를 늘리고 판검사의 수를 늘리고 그들이 갖는 과도한 권력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또한 고소득 전문직종을 공채로 뽑아 문을 닫기보다는 아래쪽으로부터의 루트를 통해서도 접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가령 서울 중앙언론의 아나운서를 수천대 일의 공채로 선발하기 보다는 지역언론사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능력과 경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도 열어주자는 것이다. 교사를 임용고시로만 뽑기보다는 기간제교사로 꾸준히 일하면서 수업 및 교육과정 역량과 인성을 갖춘 이들도 정규교사로 전환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다른 해결책은 아래쪽의 형편 개선이다. 시험능력주의가 강화되는 것은 위에서 얻는 떡이 큰 것도 있지만 아래쪽에서 얻는 떡이 너무 형편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국가사회적으로 고졸출신의 기능직이 꾸준히 성장하고, 좋은 직종을 얻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을 양성하고 소재부품기업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적 보호장치 및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이들의 소득을 보존해주고 법적으로 보호해줄 필요도 있다. 

 시험능력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험능력주의가 소수의 강자가 불공정한 상황을 이용하여 과도한 보상을 얻는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며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문화적으로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은 물질적 보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만은 사회를 그리고 나머지 조사대상국들은 모두 가족을 선택했다고 한다.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교육도 필요하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들 중 거의 유일하게 시민 교육 및 노동 교육이 부족하다. 이를 교과로 편성하거나 교육과정에 강력하게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능력주의는 개개인의 노력도 포함되기는 하지만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선천적 능력 및 사회적 여건(태어난 가정이나 국가 및 지역)에 의해 좌우된다. 때문에 그것이 주는 보상을 자신의 소유물이라기 보다는 공유재적 측면이 있다. 이런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또 다른 해결책은 대학 서열의 완화다. 서울대를 포함한 모든 국공립대를 통합하여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지방의 대학을 양성하여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고 이를 통해 지방의 대학과 산업체가 같이 지역을 발전시켜나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정 중심 피드백 -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김선.반재천 지음 / AMEC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드백은 어떤 사람이 한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조언을 하여 도움을 주는 것이다. 교육엔서 그 의미가 좀 더 구체적인데 교실에서 피드백은 교수학습과정과 결과에서 형식적, 비형식적 평가 활동을 통해 학생의 다양한 학습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 및 해석한 후 교사와 학생에게 학습의 개선과 향상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말은 조금 어렵지만 학교다니면서 내가 푼 문제나 글, 여러 수행에 대해 선생님이 주었던 칭찬이나 지적 등이 피드백이다.

 피드백은 다 잘되라고 해주는 것이지만 사실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피드백이 긍정적이면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부정적이면 감정적 자극을 받고 심지어는 분노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세 가지로 나뉘는데 진실자극, 관계자극, 정체성 자극이다. 진실 자극은 피드백 자체가오류가 있거나 내용이 도움이 안된다고 느낄때 일어난다. 관계 자극은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과 그의 태도에 부정적 느낌을 가질 때 생기는 자극이다. 정체성 자극은 피드백의 옳고 그름과 태도에 상관없이 피드백이 받는 사람의 정체성을 무너뜨려 위협을 느끼거나 평정심을 잃을 때 나타난다. 

 때문에 피드백은 효과적이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

 우선 도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이지 분명히 해야한다. 그리고 학생의 현재 수행수준을 알아야 하며, 학생의 현재 상태와 목표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피드백은 기준에 따라 상세히 분류된다. 

 기능면에서는 조언적 피드백과 평가적 피드백이 있는데 조언적 피드백은 수행한 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은 이를 조언으로 인식한다. 반면 평가적 피드백은 수행한 것에 대한 판단으로 학생은 이를 자신을 통제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복잡성으로 분류하면 확인적 피드백과 정교화 피드백이 있다. 확인적 피드백은 수행 여부에 대한 정답 알려주기, 이전과 같은 방식의 학습 기회 제공의 방식이다. 반면 정교화 피드백은 학습한 것의 핵심내용을 제시하고, 학습 단서를 안내하여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학습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참조유형으로 분류하면 규준참조, 준거참조, 목표참조, 자기참조 피드백이 있다. 규준참조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서열적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누구 보다 못하다 낫다 식이다. 준거 참조는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기술한 성취기준 혹은 준거와 비교하여 학생의 수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목표참조 피드백은 학습목표를 기준으로 학생이 어느 정도 성취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기참조 피드백은 학생의 수행을 과거 자신의 수행 및 자신에게 기대되는 수행과 비교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이 중 과정중심 피드백은 준거, 목표, 자기참조 피드백이다.

 피드백의 초점에 따라 분류하면 과제 혹은 산출물 수준, 과정 수준, 자기조절 수준, 자아수준 피드백이 있다. 과제 혹은 산출물 수준 피드백은 과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수행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과정수준은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이나 기술에 대한 피드백이다. 자기조절 수준 피드백은 자신의 활동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와 점검에 대한 피드백이다. 자아수준 피드백은 개인적인 논평이나 평가적 판단을 피드백 하는 것이다. 자아수준은 가장 비효과적으로 개인의 자질에 대한 결과적인 판단을 내리는 만큼 학생 스스로의 발전을 정지시킬 수 있다. 

 결국 효과적인 피드백이란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피드백은 평가보다는 조언적, 일반적인 내용보다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조언적 피드백은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자기조절 수준이어야 하며 목표지향 성취동기를 갖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효과적인 피드백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는다

 우선 학생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개선점을 제안한다. 시의 적절 해야 한다. 두 세가지 잘된 점을 제시하고 한 가지 개선점을 제안한다. 2인칭이 아니라 1인칭, 3인칭으로 제시한다. 내용은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학생들이 피드백을 사용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세 가지 유형의 프롬프트의 사용이다. 상기, 비계, 예시로 상기는 학습 목표의 되새김, 비계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나 구체적 도움, 예시는 학생이 해내야 하는 학습 목표의 예를 드는 것이다. 

 책에는 피드백의 상세한 분류 및 피드백을 얻는 구체적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피드백에 관심이 있고 개선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볼만 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 하나의 방정식 - 궁극의 이론을 찾아서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계, 물리학계는 궁극의 이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우주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하나로 통일하고 팽창하는 공간에서 소립자의 미세한 운동에 이르는 우주 만물을 설명하는 것이다. 시작은 뉴턴이었다. 뉴턴은 운동 및 중력이론을 제시하여 기존의 운동법칙을 하나로 묶은 최초의 통일 이론을 만들었다. 그의 이론은 대칭성을 갖고 있는데 이는 어떤 대상을 재배열해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다음 법칙은 전기와 자기에서 나왔다. 패러데이가 자석을 고리형 전선안에서 움직이니 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것이 확인되었다. 전기와 자기의 밀접한 관계가 발견된 것이다. 맥스웰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전기와 자기가 서로 뒤바뀌는 것에 착안했다. 이 상생이 반복되면 전기와 자기가 끊임없이 뒤바뀌는 파동이 되어 앞으로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이 파동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거의 일치했다. 그래서 맥스웰은 빛이 전자기파라고 주장했고 이는 사실이었다. 빛은 전기와 자기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에서 방출된 횡파다. 전기와 자기는 수학적 대칭관계로 동일한 힘의 두 가직 측면이었던 것이다. 

 이번엔 아인슈타인의 차례였다. 당시 뉴턴의 운동방정식과 맥스웰의 방정식은 서로 모순되었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에 따르면 운동은 상대적이어서 내가 빠르게 어떤 물체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면 그 물체는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빛은 그렇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내가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빛은 속도가 항상 같았다. 아인슈타인은 이게 가능하려면 시간과 공간이 달라져야함을 깨달았다. 즉, 내가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리게 가야 이 원리가 말이 되는 상황인 것이었다. 

 시간과 공간이 변하면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변해야했다. 빠르게 움직이면 질량이 늘어나는데 이 초과 질량은 운동에너지에서 오는 것이다. 즉, 운동에너지의 일부가 질량으로 변한 것으로 여기서 E=MC2이라는 유명한 식이 나왔다. 아인슈타인은 이 상대성 이론으로 시간과 공간을 통일하고 질량과 에너지도 통일했다. 여기까지가 특수상대성이론인데 문제는 물체가 가속도 운동을 하는 경우와 중력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걸 포함한게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물체의 속도가 빠를수록 공간이 진행방향으로 줄어들이기에 물체도 진행방향으로 수축된다. 회전목마가 회전하면 중심에서 가장 자리로 갈수록 회전속도가 빠르기에 가장자리 공간이 더욱 수축한다. 광속에 가까울수록 심하게 아래 원판이 수축되어 그릇을 뒤집은 듯한 곡면이 된다. 때문에 만약 누군가 그 위를 지나면 눈을 감고 있다면 마치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힘을 느끼게 되는데 이게 원심력이며 이는 중력의 원리와 같다. 즉, 중력은 잡아당기는 힘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때문에 생기는 것이었다. 

 다음은 양자역학이었다. 슈뢰딩거는 전자는 작은 원자핵을 둘러싼 파동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원자에는 특별한 파장을 갖는 전자의 파동만 들어 갈 수 있었다. 전자가 원자 안에 자리를 잡으려먼 궤도의 길이가 전자파 파장의 정수배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래서 원자 안에서 전자의 궤도는 띄엄띄엄 존재하고 전자수가 많은 수록 원자핵에서 멀어지며 궤도가 멀어질 수록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전자수가 많아진다. 최외곽 궤도에 들어있는 전자의 수가 같으면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비슷하다. 슈뢰딩거의 방정식은 큰 성공을 거두나 입자의 속도가 느려야 방정식이 적용되고 상대성 이론이 반영이 안되고 대칭도 없었으며 시간과 공간을 따로 취급해 계산이 복잡했다. 

 디렉은 4차원 시공간에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반영하는 파동방정식을 유도한다. 디렉은 방정식에서 잔자의 스핀이 자기장을 만든다고 예측했는데 스핀에서 생성된 자기장은 전자 주변의 자기장과 일치한다. 이것이 자성의 기원이다. 디렉은 반물질도 얘견했는데 반물질은 일반 물질과 물리 법칙은 동일하나 전하가 반대인 것이다. 

 독일 물리학자 막스 본은 파동의 실체는 각 위치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라 주장했다. 이는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는 뜻이며 하이젠 베르크의 불완전성의 원리로 이어졌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정확하게 측정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전자는 입자이지만 주어진 위치에 전자가 존재할 확률은 파동함수로 주어진다. 그래서 빛은 이중슬릿 실험에서 입자와 파동 두가지 성질을 모두 보인 것이다. 

 그리고 전자에 관한 디렉 방정식과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을 하나로 묶어서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만족하는 빛과 전자의 거동을 서술하는 양자전기역학이 나타난다. 1930년 오펜하이머는 전자와 광자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서술하면 양자적으로 보정된 양이 무한대라는 결과를 냈다. 이는 심각한 오류였다. 이에 양자전기역학은 전자의 질량과 전하를 특정값으로 주어진 디렉 방정식과 맥스웰 방정식에서 출발하고, 처음 전하값과 질량값을 무한대로 가정하고 보정하면 무한대가 상쇄되는 유한한 의미있는 값을 얻어냈다. 이는 무척이나 작위적이지만 실험실에서 매우 정확한 값을 도출하여 아직까지 잘 통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양자역학에 이어 입자의 발견이 이뤄졌다. 자연에는 두 가지 핵력이 있는데 강력과 약력이다. 강력은 원자 핵의 양성자의 척력을 이겨내며 이들을 견고하게 붙여내는 힘으로 매우 강력하다. 약력은 중성자를 묶는 힘으로 강력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때문에 중성자는 자주 붕괴한다. 입자가속기가 생겨난 후 과학자들은 양성자 빔과 양성자의 충돌로 매번 수많은 입자를 얻어냈다. 이들은 너무 방대했고 규칙성도 없는 것 같았다. 이에 겔반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기본 입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세 개의 쿼크를 포함하는 방정식을 제안했으며 이는 성공적이었다. 그 결과 강력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세 개의 쿼크로 이뤄져 있다는 겔만의 대칭에 기초한 이론이 되었고 약력은 전자와 뉴트리노 사이의 대칭에 기초하여 전자기력을 결한합 이론이 되었다.  

 초기 우주는 빅뱅이 일어나는 순간 네 가지 힘이 거대한 대칭을 만족하는 하나의 초힘으로 통일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빅뱅 이후 이 대칭이 붕괴한 것이다. 우주는 원래 완벽한 대칭이었고 모든 입자는 동일한 대칭의 일부이고 질량이 0이었다. 질량이 없어 배열상태를 바꿔도 방정식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미지의 원인에 의해 상태가 불안정해지면서 가짜진공상태가 생겨났고 이들이 진짜진공상태인 대칭붕괴상태로 이동하면서 힉스장이 생겨났다. 힉스장도 전기장처럼 골고루 퍼져나갔고 힉스장이 어떤 이유로 붕괴하면서 작은 거품이 생성되고 이 거품내부에서 입자가 질량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품이 빅뱅으로 빠르게 펴저셔 지금의 우주가 된 것이다. 

 향후 모든 것을 통일할 이론으로 끈 이론이 대두된다. 끈이론의 장점은 중력이 자연스레 포함된다는 것이고 특별한 조작이 없이도 끈의 최저에너지 진동모드 중 하나가 중력자에 대응된다. 끈이론은 시공간이 4차원이 아니라 10차원이나 11차원이라 말한다. 끈이론이 옳다면 초기 우주는 10차원이었고 상태가 불안정해지자 6개의 차원이 아주 작은 공간속으로 돌돌 말려들어 지금의 4차원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여분의 차원은 매우 작기에 관측이 되지 않는다. 끈이론은 우주가 무한대로 존재함을 말한다. 이 이론의 약점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중력자가 보유한 에너지는 플랑크 에너지 수준으로 이를 검출하려면 은하계 크기 만한 입자가속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물의 이론은 무수히 많은 해가 존재하고 초기 조건에 따라 하나의 해로 줄어든다. 이는 뉴런의 운동방정식, 맥스웰의 운동방정식도 마찬가지로 왜 초기 조건이 이렇게 결정되는지는 큰 의문으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의 미래,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열다 - 실천에서 길어 올린 전학공 생생 키워드 6 (전학공) 새로운학교 총서 3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외 지음 / 살림터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혁신교육은 학교현장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지고 왔다. 하나하나 매우 뜻 깊은 것들이며 그 중엔 전문적 학습공동체도 자리한다. 교사는 전문직의 하나로 당연히 연구집단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혁신교육 이전의 교사집단을 연구집단으로 보긴 어렵다. 교육부와 지역교육청은 교사에게 각종 행정업무를 부과하고 자신들의 연구과제를 실행하는 집단으로 과제를 부여하기만 하였다. 때문에 교사는 내려오는 연구를 실천하기 위한 집단이거나 지시를 이해하는 그룹일 뿐, 그들 스스로 연수를 통해 자기연찬하는 집단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정책은 중앙집권적이고 교사를 타율적으로 제한시키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아래서부터 시작한 혁신교육이 관의 정책이 된 혁신교육감 시절부터 현장 교원을 연구의 주체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 제도가 실행되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학교운영의 핵심 조직이 되는데 교사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함양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제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학생주도성을 넘어서 교사 주도성이 주목받고 있다. 교사가 학교변화를 위해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교사 주도성이라고 하는 데 교사가 이러한 역량을 갖춰야만 학교가 지역 및 학생의 특색을 반영하여 진정한 학생 주도적 교육의 실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교사 주도성은 개인적 재능이나 역량으로서 행위자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자원적, 구조적 요인의 조화를 통해 성취된다. 이는 타고나는 것은 아니며 잘 발휘될 수 있는 환경과 맥락을 통해 성취된다. 그리고 이 교사주도성을 가장 잘 활성화 할 수 있는 것이 전학공이다. 

 이런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 목표이자 방향인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전과 철학의 공유를 바탕으로 새로운 구성원과 기존 구성원을 환대와 지지에 기반하여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제대로 된 학습조직이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피터 센게는 학습하는 조직의 5가지 규율을 제시한다. 우선 개인적 숙련이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배우고 익히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개개인이 학습하지 않는 조직에서 집단의 학습이 일어날리 없다. 두 번째는 정신 모델이다. 모든 사람은 신뢰할 만하다는 믿음이다. 세 번째는 공유 비전으로 비전의 공유를 통해 강한 유대감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다. 네 번째는 팀학습이다. 조직목표 달성을 위한 개인의 학습을 넘어서 팀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다섯번 째는 시스템 사고다. 학교를 살아움직이는 유기체적 관점으로 보고 학교를 구성하는 부분들이 상호작용하여 영향을 주고 받는 조직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는 혁신교육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지만 아직 현장에 완전히 자리 잡진 못했다. 언급한 것처럼 진정성 있게 이 조직이 움직이려면 여러 가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일선 학교에서는 전학공이 안 그래도 부족한 업무 처림 및 연구시간을 해치는 또 하나의 업무이거나, 교사 동아리 수준, 혹은 일반 업무처리를 위한 회의로 전락한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교육감이 바뀌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어찌 될지 걱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자연에 적응해 보금자리를 만들어왔다. 집이 시작인데 땅을 파고 나무나, 가죽, 돌, 여러 가지를 동원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다 종교적 건물, 요새, 성, 궁궐, 식당, 목욕탕 등 여러 가지 문화시설을 짓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 지구상엔 인간이 구축한 건물로 공간이 꽉찬 도시란 것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쯤되면 인간은 건축하는 동물이라 칭할만 하지만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인간은 자신이 건축한 건물에 대해 그리 신경쓰지 않아왔다. 

 이런 경향은 현대에 들어와서 더 심해진 느낌이 있는데 거의 모든 도시의 현대적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상당히 천편일률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책은 이런 무미건조하고 어떤 자극과 위안도 주지 못하는 건축이 들어찬 곳을 장소의 비장소화라 칭한다. 장소의 비장소화가 일어난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비용의 문제다. 건축업자는 건축을 하면서 각종 법률적 제한과 용도 제한, 토지 거래와 건축 인허가등 무수한 문제와 부딪혀야 한다. 이런 와중에 인간적 건축이란데 신경을 쓰는것은 쉽지 않다. 다음은 시간적 문제다. 건축은 시간의 문제다. 공기가 길어질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축업자가 투자자로부터 혹은 은행으로부터 혹은 구매자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선금을 받고 사업을 이어가기에 오랜 시간 공을 들려 건축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인식의 문제다. 건축업자들은 건축물의 인간적 디자인에 대해 공부해본적이 없고 관심도 갖고 있지 않다. 놀랍게도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디자인에 대해서 공부하지만 신경건축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과거 주요 유명한 디자인은 인간을 편안하게 하고 적당히 자극하기보다는 편의성이 없고 매우 독특하며 자극적인 건물이 많이 지어졌다. 이는 그들을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이나 정부관계자들 심지어 그들의 수요자인 건축물의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건축 디자인에 대해 사람들이 눈을 뜨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신경건축학이 등장한 것은 2004년의 일로 불과 20년도 되지 않았다. 신경건축학은 인간의 인지사고 과정이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에 기반을 두고 그 인지적 영향을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는 학문이다. 체화인지, 기반인지, 상황인지 등의 패러다임이 출현하며 신경건축학은 힘을 얻었는데 건축환경은 인간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 사람을 형성하고 사회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강한 영향을 준다.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자는 것이 신경건축한인 셈이다. 

 건축의 중요성은 도시로 갈수록 커진다. 도시는 건축물로 꽉찬 곳이고 당연히 건축이 중요하고 자연과 동떨어진 곳이므로 자연을 대체할 만한 건축공간이 무엇보다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330년까지 인구 100-500만의 도시는 550개, 500-1000만 사이는 41개, 1000만 이상의 메가시티는 41개로 늘어날 얘정이다. 도시가 크게 늘어날 예정인 셈인데 사정이 녹록치 않다. 국민일인당 소득 7만달러에 달하는 미국에서도 새건축물의 85%에 디자이너가 배제된다. 여유가 있음에도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가난한 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남아시아 인구의 30%가 도시의 슬럼에 거주하고, 사하라 이남 인구의 60%가 슬럼에 거주한다. 세계적으로는 무려 10억 인구다. 이들의 거주 공간은 비좁고 비위생적이며 사람으로 들끓으며 치안도 엉망이다.

  이런 가난 자체도 문제지만 공간이 자라날 어린이들에게 주는 악영향도 문제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북적되고 시끄럽고 좁고,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넓은 공간에서 자라는 아이보다 전체적 발달이 느리다.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가정, 학교에서 문제행동이 많으며 질서가 없다. 이는 집이라는 공간이 올바른 자아를 형성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간이 넓고 조용하며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공간에 대한 자율성과 자기통제력이 생기며 올바른 자아정체성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공간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보다 큰데 영국에서는 34개 학교 751명 학생을 연구한 결과 건물의 디자인이 학습진도에 25%나 영향을 미쳤다. 영향을 미친 주요인은 색상, 선택권, 복잡성, 유연성, 조명, 연결성이었다. 이런 것이 좋으려면 학교에서 학생의 머리위에 바로 조명이 있고 카페테리아 같은 폭신한 가구 같은 책상과 의자에, 자연 채광, 창문, 환기가 잘 되어야 한다. 최근 대학생들이나 중고생이 공부장소로 독서실을 팽개치고 카페를 택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카페는 위의 조건을 대부분 만족시킨다. 머리위에 조명이 있고, 창이 바로 옆에 있으며 경치가 대부분 좋고, 앉은 의자와 책상은 안락하며 넓고 쾌적하고, 잔잔한 음악에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가 있다.

 인간은 자연친화적 동물로 야외로 나가 자연과 함께 하기를 항상 갈망한다. 그래서 정원이 있고 주말만 되면 교외로 향하는 도로가 막힌다. 자연은 인간에게 즉각적으로 유익한 영향을 준다. 자연풍광을 20초만 접해도 빨라진 심장 박동이 진정이 되고 3-5분이면 혈압이 정상화한다. 그런데 세계 주요 도시의 녹지비율은 엉망이다. 보고타는 4%,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8.9%, 이스탄불은 1.5%, 로스엔젤리스는 6.7%, 뭄바이는 2.5%, 파리는 9.4%, 서울은 2.3%, 상하이는 2.6%, 도쿄는 3.4%에 불과하다. 하지만 높은 곳도 있다. 런던, 시드니, 싱가폴, 스톡홀롬은 녹지비율이 무려 35% 넘는다. 주요 정책 입안자들과 도시 설계자들, 시민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경건축학으로 잠시 돌아가면 인지의 볼진과 인지가 건축 환경 경험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탐구하려면 다음 세 가지 사실이 중요하다. 우선 신체는 인간의 정신적 사고 작용을 형성하며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인간은 신체적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은유하는데 어릴 적 자신보다 절대적으로 큰 부모에게 의지한 경험은 큰 것은 안전하고 위대하며 권위적이라는 은유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세계 모든 문명의 권위적 건물은 크고 웅장하게 지어져 사람을 압도한다. 또한 인간은 부모품의 따뜻함을 경험하여 그러한 촉감과 온도를 가진 건물을 안정적으로 느낀다. 두 번째는 인간의 신체는 그간 살아온 환경에 따라 형성되며 내면의 인지적 삶 대부분은 인간의 의식 수준 아래에서 일어나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라난 건축환경이 그 인간의 자아형성에 상당한 작용을 하며 그 영향을 그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용한다는 점으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은 이런 요소는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다르게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복도식 아파트나 여러집이 공유하는 골목길에서 자라는 사람과 다른 이웃을 전혀 접하지 않는 계단식 아파트에서 자라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고 이해하는 방식을 필경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프라임이란 개념이 있다. 프라임은 사람이 비의식적으로 지각하는 환경적 자극으로 기억이나 정서 다양한 인지적 연상을 활성화해 이후의 사고나 느낌,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추위와 쓰레기 냄새에 노출되면 신체적 불쾌감이 높아져 이는 마음 속 분노와 고독감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그의 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이 집을 나서며 쓰레기를 추위에 노출된 외곽의 더러운 곳에 버릴 수 밖에 없을때 누군가 그에게 전화를 한다면 사소한 일로도 싸울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프라임은 우리가 사는 모든 건축요소가 될 수 있다. 모든 표면, 모든 건축이 잠재적 프라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프라임이 되진 않으며 대부분의 환경요소는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건축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집이다. 장소 애착이란 개념이 있는데 이는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장소에 애착이 강한 사람은 행복감을 더 느끼고, 공동체와의 유대감도 강하며 이기적인 태도와 사리사욕을 보리고 타인과의 공감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인간은 건축물에서 조망과 피신 두 요인이 필요한다. 집은 피신 공간이다. 집에서는 자율성과 통제력이 커지며 집은 이런 요소를 잘 갖출수 있도록 지어져야 한다. 여러 사람이 같이 머물면서도 각자의 공간이 있고 시끄럽지 않으며 천정은 적당히 높고 자연공간과 가까워야 하며 자연광이 잘 들고 환기가 잘 되어야 한다. 

 이런 집처럼 도시 지역의 여러 경관도 인간이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지어져야 한다. 그러려먼 다음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우선 장소의 디자인이 인간의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너무 웅장하고 장엄하여 들어가기 부담스럽다던가, 아름답지만 머물만한 공간이 없는 로비는 불합격이다. 반면 노르웨이 오슬로의 국립발레극장은 지붕을 경사지게 완만하게 계속 아래로 내려 호수가와 맞닿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 건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여길지 쉽게 예측되는 부분이다. 둘 째는 이런 활동사이의 조화를 유도하는 방식과 공간내 물체의 패턴화된 배치다. 인간은 자연에서 규칙성, 즉, 패턴을 본능적으로 찾는다. 때문에 너무 단조롭지 않은 적당한 자극을 주는 패턴이 건축물에 필요하다. 마지막은 물체의 형태가 유도하는 연상작용이다. 인간은 체화된 인지로 은유하는데 건축물이 주는 은유가 많은 부분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은 해안에 위치해 돛을 연상하기도 하고, 조개껍데기를 연상하기도 하며 바닷가의 오래된 생명체를 연상시킨다. 또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은 새의 둥지를 형상화했다. 새의 둥지는 무척 약하지만 이 경기장의 둥지는 강철로 매우 튼튼하다. 이런 은유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한 재미를 갖게 하고 이 장소에 애착을 갖고 계속 찾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을 인식하고 다양한 시도가 시작되었다. 교육에서도 영향을 미쳐 교육부는 이미 학교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그린스마트학교 사업을 시작했다. 학교공간을 학습친화적으로 인간친화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이며 이 과정에서 주체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된다. 이들이 교육과정을 통해 학교공간 재구조화 프로젝트를 하고 이를 디자이너가 검토한 후 서로 의견 조율을 통해 이를 구현해나가는 것이다. 탄소배출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장소의 비장소화를 가장 크게 구현하는 아파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책에 보면 건축물 층사이에 물결무늬를 돌출시켜 건물 전체가 역동적으로 파도치는 모습으로 구현한 건축물이 있었고 다소 튀어나온 물결 부분은 발코니로 쓰이고 있었다. 아파트에도 이런 시도가 가능한 것이다. 친인간적인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전환 및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