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산다는 것 - 삶의 끝에서 헤닝 만켈이 던진 마지막 질문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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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문학에 관심이 크게 없는지라 저자인 헤닝 만켈이란 사람을 처음 알았다. 처음 만난 작가의 책이 유작이라니 기분이 묘해지는 시점이다. 작가는 폐암에 걸렸다. 그리고 이 책은 폐암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쓴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지금의 나의 상황이 인생에서 제법 힘든 순간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나름 노력해서 세운 2년간의 사업을 송두리째 남에게 빼앗겼다. 다행히 직업이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직업이라 내년엔 반드시 옮길 생각이지만 적어도 올 한해는 나의 사업을 빼앗아간 도둑놈과, 그것을 승인한 상관도둑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 

 남들은 인생 길게 봐야 할 일이다. 사회생활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남의 인생이기 때문에 쉽게 해줄수 있는 말이다.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리고 이상하게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명히 인식하는 동료들도 그들의 사회생활때문에 도덕적으로는 잠시 혐오할 그 가해자와 역시 웃으며 같이 잘도 지낸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인생이란 참. 

 책 내용으로 돌아오면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자신의 인생을 구성했던 순간순간을 의미담아 엮었다. 때문에 글은 삶에 대한 유한성, 사랑, 인류애, 자신의 성장과정과 경험, 위기의 순간들, 타인의 죽음에 대한 경험등 다채로우면서도 진중한 장면들로 구성된다. 

 저자는 작가로 활동하고 또한 극단의 운영자로도 활동하였으며 상당히 자유로운 삶을 살았기에 고향인 스웨덴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지역을 다녔으며 그로 인한 경험도 풍부하다. 그래서 인지 작가의 글에는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과 독특한 경험이 많다. 

 많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지만 무척이나 당연히 책을 좋아했을 작가가 자신의 서재에서 더이상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암판정을 받고 아직 항암치료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전. 치료가 먹혀서 좀더 연명하거나 살수 있을지 아니면 시한부 판정을 받을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작가는 더이상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과거 책들은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 그 책들이 작가에겐 상황이 상황인지라 새롭게 다가온다. 결국 항암치료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작가는 다시 새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인생의 햇빛도 다시 찾아들었다고 말한다. 인생에게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려면 삶이 보장되어야 했던 것이다. 

 많은 여운과 복잡한 마음에 위로를 해준 책이었다. 아직은 심경이 복잡하지만. 아래는 책을 읽으면 귀찮게 폰카메라를 찍을 정도를 감수할 만큼 마음에 든 구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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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에 죽기 직전 병실에 누운 상황이 온다면, 그래도 책을 읽고 싶군요. 마지막이 다가오는 시간을 아무 것도 안 하거나 못한다는 건 불행해요.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

닷슈 2017-02-27 17:45   좋아요 0 | URL
제 지인도암걸린상태에서 끝까지 독서하다갔습니다 아직도 병실에수북히 쌓인책이 생각나는군요

yureka01 2017-02-2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앞에두고 무기력에 빠지거든요.그런데 작가는 위대했습니다..글을 썼거든요....그런데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 모두는 죽음을 앞에 예정하고 있거든요. 책이라도 읽고 리뷰라도 남겨 볼 일입니다~~~가치란 무기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무기가 아닐런지요..

닷슈 2017-02-27 17:45   좋아요 0 | URL
그런것같습니다
 
플랫랜드 - 모든 것이 평평한 2차원 세상
에드윈 애벗 지음, 윤태일 옮김 / 늘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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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랜드는 우리가 사는 3차원의 세계보다 한차원이 부족한 2차원의 세계다.

우리는 누구나 2차원의 세계를 창조해본적이 있다. 도화지에 뭔가를 그려서 말이다.


책은 소설이지만 거대한 서사는 없다. 크게 2부인데 1부는 우리가 당연히 이해 못하니 플랫랜드에 대한 설명이 2부는 어쩌다 보니 플랫랜드의 한 정사각형이 3차원 세계에서 온 구를 통해 3차원의 세계를 이해하고 이를 플랫랜드에 전파하려는 노력이다.


 이 책에서 재밌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플랫랜드를 정말 재밌게 창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사회를 통한 현재 사회의 비판일 것이다. 

 플랫랜드의 모든 것들은 다 도형이다. 사람, 사물, 뭐 등등 할 것없이.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모든 것들이 다 직선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사각이든 오각이든 높이가 없는 상태이니 다 길이가 다른 직선으로 보인다. 이들은 놀랍게도 서로간의 감별법을 개발했는데 하나는 정말 본능적으로 만져서 '느껴보는 것'이고 하나는 '시각감별법'이다. 다소 무식한 만져보는 느낌법은 상류층에겐 금지되고 있으며 상류층은 유독 안개가 많은 플랫랜드에서 각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또렷이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착안해 상대방이 어떤 각형인지를 통찰하는 놀라운 시각감별법을 사용한다. 상류층은 이 감별법을 공부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며 전문가도 따로 있을 지경이다.

 플랫랜드에서 방향의 구분은 인력과 비에 의해서다. 플랫랜드의 모든 것들은 한쪽방향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는데 그 부분을 남쪽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플랫랜드에서는 비가 항상 오는 방향이 있는데 그곳을 북쪽으로 정했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런 현상으로 볼때 플랫랜드는 살짝 기울어져 있는 평면일 것 같다. 그러니 아래 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빗방울은 그 반대에서 내릴 수 밖에.

 플랫랜드에서 남자는 모두 다각형인데 반해 여자는 직선에 불과하다. 여자를 한차원 낮은 존재로 상정하는데 플랫랜드에서 지적수준은 한 내각의 크기와 절대적으로 비례하므로 여성은 지적수준조차 낮은 존재다. 그런 여성에게도 무서운 점이 있으니 플랫랜드에서 살인의 방법은 도형을 파괴하는 것인데 당연히 각이 뾰족한 것이 유리하다. 때문에 직선이어서 각이 무한히 날카로운 여성의 무력이 남성을 상회한다. 이에 옆에서 보면 직선이어서 볼수 있지만 앞이나 뒤에서 보면 점이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여성을 구분하기 위해 플랫랜드에서 직선 여성은 항상 기묘한 동작을 지속하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한다. 마치 이슬람의 히잡같다.

 각이 많을 수록 지적수준이 높아지므로 신분이 가장 높은 도형은 원이다. 물론 진정한 원은 없으며 각이 워낙 많다보니 원으로 간주되는 이들이 성직자 계급으로 이 사회를 지배한다. 플랫랜드에서는 자손대로 갈수록 각이 하나씩 늘어나는데 정사각형이 남자아이를 낳으면 정오각형의 아들이 나오는 식이다. 물론 차원이 낮은 여성은 심지어 원이 낳았어도 여전히 직선이다.

 삼각형에 직선이 하나 붙으면 사각형이 되는 셈이니 매우 직관적인 진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것은 아니어서 육각형이 갑자기 십각형이 되는 등의 진화의 도약이 있기도하다. 플랫랜드에서는 사실상 정삼각형부터가 사람 취급을 받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밑변이 매우 짧아 아주 뾰족한 이등변삼각형이다. 이들이 자손대대로 열심히 살아가면 대마다 조금씩 맽변이 넓어져 언젠가는 정삼각형에 도달하여 사람취급을 받게 된다. 참 놀라운 설정.  

 이처럼 플랫랜드는 이야기 자체보다는 그 설정과 사회비판이 더 재밌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층, 남녀차별, 종교에 대한 비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보수층의 노력등 독특한 세계관에 사회 비판이 잘 어우러진 매우 독특한 소설이다. 근데 더 놀라운 건 이 책이 100년 정도 전에 나온 것이고 심지어 쓴 사람이 수학자도 아닌 교장선생님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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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2-2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비판의 은유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닷슈 2017-02-25 00: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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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구누구의 서재, 누구 인생의 100권의 책, 명문가의 서재, 등등 이런 식의 책이 참 많다. 책을 좋아해서 이런 책을 여러번 건드려봤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 저자와 관심사와 흥미가 모두 다르고 정작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다보니 이런 식의 책은 깊이 자체를 느낄 수 없는, 즉 그 책 자체는 별 내용이 없었기 때문

 그래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구입하고 보는데 많이 망설였다. 솔직히 북플에 소개글들이 좋지만 않았더라면 구입후,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은 제법 두껍다. 600페이지에 달하는데 다행히 그 중 4분의 1가량은 서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무척 흥미로웠는데, 그 덕에 책에서는 좀 냄새가 많이 났다. 앞의 서문을 보니 이 서재를 드러내기 위해 사진을 무려 만장이 넘게 찍었다고 한다. 사진이 담아낼수 있는 크기에 한계가 있다보니 부분부분을 찍은후 붙였다고 한다. 정말 정밀해서 서문처럼 진짜 알아챌수 없었다. 

 다카시의 서재는 상당히 방대해서 서재를 위한 건물이 따로 있다. 그게 책에 나오는 고양이 서재, 아예 서재를 위한 건물이 따로 있다. 이런건 정말 부럽다. 자신만의 서재라니. 근데 의외로 서재는 정리가 엉망이다. 책을 가지런히 놓여있지도 않고, 위에 켜켜이 쌓이기도 하고 어디는 가로 정렬 어디는 세로정렬. 게다가 십진분류표에 의해 엄중히 분리하지도 않았다. 저자가 자신의 책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걸 보니 전산화도 당연히 안되어 있는듯하다. 

 물론 그런 와중에 자신의 숨겨진 책을 간만히 찾기도 하고, 실수로 중복해서 산 책을 낭패로 여기지 않고 보관하고 선물로 주는 즐거움이 있다고 하니 이건 뭐 정리가 엉망인데서 오는 즐거움이다. 아마 방송인중 노홍철이나 서장훈이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할 서재인건 분명.

 서재는 엄청난데 막상보니 큰 감흥이 없다. 이건 순전히 책이 모두 아주 당연히 일본어이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모르니 책표지와 제목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책은 이런 다카시의 서재를 층마다 돌아가며 대담형식으로 다카시가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그 부분과 관련해 연구한 과정, 직접 공부하거나 취재한 과정을 들려준다. 

 공감과 이해가 많이 어려웠는데 이건 다카시의 방대한 관심 분야가 나의 좁은 것을 당연히 훨씬 넘어서고 일본인이다보니 당연히 일본적인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정희나 김종필, 노무현, 함석헌이 어쩌고 하면 눈이 커지지만, 나카소네나 요시다는 관심이 부족하다. 

 때문에 이 책은 안타깝게도 모가 되지 못하고 도였다. 물론 책의 탓이라기 보다는 나의 탓에 가까우나. 저명한 한국인 애독가가 이와 같은 서재를 갖고 있고 비슷한 부류의 책을 썼다면 훨씬 재밌었을 거란 아쉬움이 많다. 

 이런 서재가 부럽기도 하지만 언젠가 tv 책을 말하다에서 한 패널이 자신은 서재가 작고 중앙에 항상 가장 최근에 인상적인 책을 100권만 보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100권은 자신의 독서와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뀐다. 그렇게 스스로를 계속 재구축해나간다고 했다. 방대한 서재를 보고 그말이 떠올랐으니 그것도 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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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2-23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패널분과 같이 큰 공간과 많은 책보다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책만 소량 소장하고 싶어요. 아주 과감하게ㅎ
그리고 그 서재는 그 책들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폭넓게 읽고, 또 읽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꾸미고 싶은게 저의 꿈입니다.^^

닷슈 2017-02-23 17:58   좋아요 1 | URL
저도 작은서재가 좋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cyrus 2017-02-23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이 잔뜩 꽂힌 것만 봐도 흥분되었어요. 한때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냥 아무 책이나 더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

고양이라디오 2017-02-24 18:27   좋아요 0 | URL
저도 압도적인 양에 흥분되더라고요ㅎ

닷슈 2017-02-23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띠지와 겉표지 벗기니 책 겉면에 서재가 확들어와 놀랍더군요 압도적이고 부러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24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리뷰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네요^^ 저는 아직 저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ㅋ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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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검사에서 INTJ형이 분명할 것으로 추정되는 분이 쓴글. 합리적인 근대성을 갖춘 개인주의자가 부족한 한국의 현실을 잘 꼬집었다.공감이 많이 되는 편이며 울분을 토하면서도 현실과 타협하는 소시민적 모습이 더욱 현실적이고 와닿는 편이다. 이분이 올해쓴 전국의 부장들에게 쓴글을 단연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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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2-2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일 빡센 성격인데요. INTJ라면. 저자가 완벽주의자인가봐요.

닷슈 2017-02-21 20:38   좋아요 0 | URL
intj같긴한데 완벽은 아닌듯해요

2017-02-21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7-02-21 20: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는 힘있는자들이집단주의를 자신의 이기주의로 쓰고있는듯해요

머꼬 2023-07-06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티제
 
조선을 떠나며 -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
이연식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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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무려 36년간 일제 식민지를 겪었다. 36년이라는 시간은 평균수명이 50대였던 당대에는 2세대 혹은 3세대에 이르는 긴 기간이다. 기간이 길다보니 당시 조선에는 무려 100만명이 넘는 일본인이 살고 있었으며 이들 중에 상당수는 조선이 고향인 사람들었다. 우리에게 약탈자와 가해자로 불리우는 이들은 패전과 동시에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나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되며 그 부분을 다루는 것이 이 책이다. 

 때문에 이 책은 양자에겐 서로 잊고 싶은 틈새의 역사 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절대적 피해자인 조선민족으로서는 이들의 퇴거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응분의 대가로 여겨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일본 역시 그들을 무리한 전쟁을 일으킨자, 식민지배를 정당화하여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년 전 우리나라에 큰 충격을 안긴 '요코 이야기' 갖은 책들은 이런 맥락에서 다루어질 수 있다. 

 패전 일본인은 크게 지역에 따라서는 세 지역, 그리고 계층에 따라서도 3 계층정도로 다른 운명을 맞게 된다. 지역은 만주지역, 북한, 남한 지역이며 계층은 정보력과 무력을 가진 군인과 고급 공무원들의 고위인사, 적당한 정도의 부유층, 그리고 일반인들이다. 이 패전 일본인들은 이처럼 계층과 지역에 따라 퇴거과정에서 상당히 다른 운명을 맞게 되는데 이는 지역에 따라 점령한 세력이 다르고 계층에 따라 정보력과 힘에서 차이가 나 퇴거과정에서 상당히 다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계층별로 살펴보면 정보력과 힘을 갖고 있었던 군인계급과 고위공무원들은 패전과 거의 동시에 일본으로 빠르게 돌아갔으며, 어느정도 돈을 갖추고 있던 일본인들은 밀선이나 조선인 브로커에게 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재산도 어느정도 챙겨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일반 일본인의 경우, 이룬 거의 모든 것을 잃고 돌아 갈 수 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 약탈, 상당히 비좁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의 수용과 아사 및 동사, 그리고 겨우 돌아간 고국에서의 문전박대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우선 가장 평안한 운명을 맞았던 것은 남한지역의 일본인들이었다. 이들은 겨우 1년여만에 일본으로 모두 돌아갈 수 있었으며 남한에 있었던 재산의 상당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미군정의 비호하에 그래도 북한과 만주지역의 일본인보다는 상당히 편안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들은 패전후 조선인들의 만세소리와 몰려다님에 적잖히 당황하였고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짤려, 자신이 우습게 보던 하위직 조선인들의 눈치나 보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군인이나 경찰력들의 무장이 남아 있어 패전초기에는 오히려 만세를 부르던 조선인들이 이들에게 살해당하는 경우도 빈번하였다. 

 그리고 조선인들의 경우 일본인들을 좋게 돌려보내자는 분위기도 의외로 상당하였는데, 이는 일본인들과 같이 짐승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일본에서 돌아와야하는 조선인도 상당하였다는 이유에서 기인한다. 조선에서 퇴거하는 일본인에 가해지는 위해는 그대로 일본에서 돌아오는 조선인에게 가해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기 때문.

 만주지역과 북한 지역의 일본인의 운명은 남한보다 훨씬 위태로웠다. 이는 소련군의 열악한 상황때문이기도 한데, 당시 소련군은 열악한 상황으로 월급이나 물자등의 모든 것이 점령지에서의 현지조달이었다. 때문에 일본인은 물론이고 심지어 조선인들까지 소련군의 약탈의 대상이었으며 이는 상당기간 지속된다. 또한 소련군은 수감자 출신들도 많아 더욱 군기강이 해이했다. 

 또한 소련은 전쟁으로 인한 상당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만주와 북한지역에서 산업시설을 모조리 반출해갔으며 이는 북한 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점령지의 일본남자들을 1년이상 시베리아로 압송하여 강제노역케 하였다. 이런 소련군의 행태에 일본 여인네들은 윤간을 피하기 위하여 머리를 삭발하고 검댕칠을 하는등 갖은 노력을 다하였다고 한다. 또는 일반 부녀자의 피해를 막기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를 조직하려는 시도까지 행한다. 개버릇 남 못준다.

 이처럼 우여곡절끝에 돌아간 패전일본인들을 기다리는 것은 고국에서의 문전박대였다. 일본 본토인들은 전쟁기간에도 조선출신인들과 결혼을 피하는등 차별하는 풍토가 있었으며 심지어 패전후에는 전쟁의 책임을 그들에게 묻기도 하였다. 이들이 패전식민지에 놓고 온 재산에 대한 배상도 사실상 거부하게 된다. 이런 나라니 당연히 식민지 패해 보상역시 할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책은 쫓겨난 일본인의 고난에 가까운 실상을 담담하게 드러내면서도 그들에 대한 섣부른 동정은 경계한다. 요코이야기의 저자를 포함한 이들 역시 자신들의 피해만 알고 식민지배를 통해 수탈한 조선에 대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민지배 기간동안 일본인과 조선인은 그 거주지가 공간적으로 구분되었으며 조선의 일본인들이 겪은 조선인 역시 친일파이거나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이었다. 때문에 이들에게 조선인은 마치 과거의 양반가의 노비처럼 속 가득한 불만을 전혀 내세우지 못하는 원래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광복이 가져온 조선인들의 기쁨과 일본인에 대한 분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자신들의 피해자적 시각만 가득한 요코이야기 같은 책의 저술이 가능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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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내용이 흥미롭군요. 생각해보니 사실 광복 이후 국내에 남은 일본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 과정을 조명한 책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닷슈 2017-02-21 15: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틈새를 본 가치있는책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