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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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도서 분야는?

자신은 없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의 수험서적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1위는 소설, 2위는 여러 종류의 감성 에세이들 그리고 3위는 여행도서라고 생각한다.(아마 4,5위는 각종 투자서적과 아직 위력이 좀 남아 있는 자기계발서적이 아닐런지)

 그러나 이들 셋은 불행히도 내가 가장 기피하는 도서종류이기도 하다. 정말 인생과 세계를 잘 바라보고 담아낸 소수의 것들이 아니라면 대개 일시적인 감정소비나 고양정도로 끝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때론 인생에 강제라는 것이 부여되는 일이 있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강제가 항상 나쁜 결과만을 불러오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인생은 이상하다.

 여행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여행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작스레 휴가가 생긴다면 누군가는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 떠나겠지만 난 집에서 책을 보거나 게임할 확률이 대단히 높은 인간이다. 물론 세계와 다른 지역에 호기심은 왕성하다. 타고난 문과체질에 학생시절 잠 안오면 보는게 세계지리부도였고 수능때 선택한 사회과목도 세계지리였다. 웬만한 지리와 나라 문화는 적당히 알고 있으니 백문이불여일견이 아닌 정말 백문만 하는 사람인 셈이다.

 그럼에도 작가 김민철의 여행 책은 내 마음에 어느정도 훅 들어왔다. 이름이 저래서 믿기 힘들겠지만 자꾸 남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이 분은 여자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일단 시작은 마음에 안들었다. 다들 그러하듯 유럽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나 역시 유럽을 무척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주구장창 유럽만 가는게 웬지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웬지 그네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이미지에 농락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대주의 같기도 하고, 엄청난 돈이 드는데 그만한 가치는 정말 있는지 의아하기 때문이다.(더욱 이상한 것은 한국인들은 유럽은 많이 가면서 미국관광은 좀체 가질 않는다. 그리고 관광은 많이 가면서 좀처럼 유럽에 이민은 많이 안간다. 그러면서 미국엔 많이들 살러간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사진들이 이상했다. 대개 여행책들에는 유럽의 유명건물들과 명소,맛집들이 즐비한데 책의 사진들은 마치 한국의 뒷골목 사진같은게 대개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유럽에서는 비교적 가난한 편인 포르투갈의 사진이  많아 그러한 느낌이 더욱 강했다. 책에서 작가는 남들의 별점이 가득한 그러한 여행이 아닌 자신만의 별을 만드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사람은 여행지에서 평소 바쁜 생활에 치여 느끼지 못한 사람냄새와 평안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고 한다. 처음엔 여느 사람들 처럼 이곳저곳 명소를 찾아다니고 맛도 제대로 못보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패키지 여행처럼 이러저리 스스로를 끌고다녔다고 한다. 비싼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한 여행이니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오랜 여행의 내공은 작가가 여행지에서 일상을 찾게 만들었다. 때문에 이 책에서는 유럽의 명소나 좋은 곳에 대한 정보는 전혀 얻을수 없다. 대신에 진정한 여행의 마음가짐을 엿보게 되는 것 같다. 때문에 여행책은 어이없게도 한국 망원동에서 마무리된다. 작가가 살고 있는 곳인데 가장 사람냄새 나는 일상이 살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여행지에서 가장 용이하게 써먹은 말은 그 나라 인사법도 문화에 대한 이해도 아닌, "What's your favorite?"이었단다. 뭔가 갈만한 장소를 물을때, 그리고 뭔가 먹을 만한 곳을 고를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매우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주었다고 한다. 단순한 질문에서 어찌보면 그 사람의 삶을 파고들어 가치를 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도 외국인이 식당을 물을때 그렇게 물어본다면 정말 진지하게 최선을 다할 것 같다.

 마무리하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관광을 와서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이상하다. 가장 비싼 택시를 타기 일쑤이며, 가장 맛없으면서도 비싼 식당에가고, 영화나 드라나 촬영지에나 가며, 가이드에게 이러저리 끌려 별로 대단치도 않은 곳에서 돈만 많이 쓰고 무던히 보기 위해 기다리다 돌아간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외국에서 하는 관광일 것이다.

 한국에 대해 잘아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관광을 한 사람이 한국에 대해 정말 맛을 보고 갔다고 할 수 없다. 재래시장도 가보고 이런 저런 싼 한국음식을 먹어보고, 되지도 않는 한국어로 심지어 주인과 가격흥정도 해보고, 관광객인 좀처럼 찾지 않는 골목의 숙소에 머물며, 한국인의 일상을 엿보고, 그 동네의 술집도 가보고, 어쩌다 그 주인집에 초대도 받아보는게 진정 그 나라를 어느정도 맛본걸 것이다. 작가가 한 것이 바로 이런 여행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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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7-06-20 01:19   좋아요 0 | URL
역시그렇죠

오거서 2017-06-20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을 마구 다니고 비싼 택시를 타고 비싼 식당에 가고 핫 플레이스 탐방 등,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닷슈 2017-06-20 08: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cyrus 2017-06-2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지인들은 여행 경비가 싸다해서 일본을 자주 가요.

닷슈 2017-06-20 08:58   좋아요 0 | URL
부산살면 대마도는 쉽게 갈수있을거같습니다 대마도방언으로 바지가 우리말바지더군요
 
SF의 힘 - 미래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대담한 통찰 10
고장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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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나에게 SF는 그저 어릴적 재밌게 본 공상과학 만화영화정도, 그리고 인터스텔라 같은 최근에 본 몇몇 영화가 생각나는 정도였다. 동심을 잃은 어른에게 SF는 그저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함일 것이다. 마치 잃어버린 산타할아버지 같다고 할까. 책을 다 읽고 보니 생각보다 SF가 내 삶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다스베이더도 실은 SF다. 정말 좋아하는 에일리언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SF책은 거의 보지 않았는데 책 SF의 힘에는 정말로 많은 SF책이 등장한다. 어찌 이리 한권도 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몇년 전에 한권본게 생각난다. 제목이 '멀리가는 이야기'였는데 몇개의 재밌는 단편이 모인 책이었다. 함께 읽고 이야기한 지인은 그 상상력에 놀라면서도 문학적 가치는 부족하다고 평했다. 그에 동의했지만 SF는 SF나름의 독특한 가치가 있는게 아닐까. 책'SF의 힘'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

 책은 무려 10가지 주제를 다룬다. 모두 미래과학기술과 관련한 것이어서 어찌보면 이 책은 SF를 빌려 미래를 논하는 책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세계화, 유전공학, 세계의 멸망, 인간수명의 연장, 우주개발, 외계인, 초능력 등이다. 가장 재밌게 본 부분은 외계인 부분이다. 생각할 거리를 제법 던져주었다. 재밌는 부분은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대응방식, 외계인의 모습, 외계인은 사실상 이방인이라는 것이다. 모두 외계인이라는 주제와는 다르게 인간중심적인 면을 느낄수 있었다.

 책에 의하면 외계인이 등장하는 SF에서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대응은 4가지로 분류한다.

1. ET의 경우처럼 평화롭게 잘 지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고, 외계인이 평화적이어도 인간의 호전성으로 분쟁이 나는 경우가 SF의 대부분이다.)

2. 갈등이 일어나지만 결국 인간이 승리한다.

(가장 많은 경우인것 같다. 대부분의 SF에서 고전하지만 결국 인간이 승리한다. 아마도 인간본성이 가장 바라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겨서 여전히 최상위포식자로 다른종을 지배하는 것. 이 경우 대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경우가 절대다수인데 상대편이 지구로 이동할수 있고, 우리는 갈수 없다는 측면에서 사실 게임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이기곤 하는데, 우리의 바이러스에 외계인이 당하거나 심지어 우리의 형편없는 기술수준에서의 컴퓨터 바이러스등에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총균쇠에서 보았듯 상대지역으로 갈수 있음과 없음으로 인한 현격한 과학기술의 차, 그리고 더 발달한 문명이 바이러스도 더 셀수 밖에 없다는건 이미 역사에서 경험한바 있다.)

3. 갈등이 일어나지만 외계인이 승리한다.

(가장 현실적이지만 우리가 싫어하는 결론이므로 거의 없다)

4. 서로 철저히 무관심하거나 아예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어쩌면 실제적으로 이게 더욱 현실적일 수 있다. 너무 다르게 진화한 존재이니 아예 의사소통이 불가능 한것이다. 또한 서로의 존재방식이 너무달라 아예 파악하지 못할수도 있다.)


 예전부터 느끼는 바이지만 책은 외계인의 외양도 지적한다. 지나치게 지구적이거나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의 외계생물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참신하다 생각했지만 실상 아바타에 외계생물들은 매우 친구생물과 유사하다. 색만 푸른색이고 눈이나 뿔정도가 몇개 더 있을뿐 상당히 비슷하다. 제법 살벌한 외계인으로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 같은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이녀석들도 상당히 인간과 유사하게 생겼다. 실제로 이 시리즈의 초기물은 인형에 사람이 들어가 연기했다. 얼마나 인간친화적인가. SF의 외계생물이 지구 생물과 유사한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지구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이고, 지나치게 지구적이지 않은 외계인이 SF에 등장할 경우 독자들이 이해자체를 못하기 때문이다. 책에는 암컷수컷으로 성이 고작 2개인 지구생물에 비해 성이 6개인 외계인을 다룬 SF를 소개하는데 이런걸 우리가 이해할수 있을리 없다.

 실제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우리와 매우 다를 것이다. 칼세이건은 기체행성인 목성에서 대기를 유영하는 마치 해라피 같은 녀석들을 상상했었다. 책에는 우리가 탄소기반 생물인데 반해, 다른 항성계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원소를 중심으로 한 생물이 발생 할수 있다고 본다. 거기서 나오는 외양은 정말 천양지차일 것이다.


 다음은 이방인을 투영한 외계인이다. 공교롭게도 외계인과 이방인을 뜻하는 영어단어는 모두 에일리언으로 같다. 같은 직장내 원어민의 서류를 처리해주다 에일리언으로 신분이 표시된걸 봤는데 이게 정말 맞는 표현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자신들 이외의 외부인을 뜻하던 단어로서의 에일리언이 원조이고 외계인이라는 지극히 최근의 개념이 생겨나며 이 이방인의 뜻이 외계인으로까지 확장되었을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오히려 원조의 뜻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왔으니 이상한 일이다.

 책에서는 인간사회가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현실에 이용한 사례를 3가지로 분류한다.

1. 정치와 사회를 풍자하기 위한 상징으로서의 외계인

2. 종교적 시각에서 본 외계인

3. 인종주의 혹은 패권주의적 시각에서 본 외계인이다.

많은 SF에서 외계인은 괴물로 나오거나 불순한 세력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그 사회 외부의 적을 외계인으로 투영한 경우가 많다. 과거 70-80년데 스타워즈의 제국세력이 공산주의 세력처럼 느껴진 것은 이때문이다. 스타워즈의 제국세력의 특징은 독재의 정치체제, 붉은 색 계열의 광섬검과 블라스트 사용, 검은색의 복장 등으로 사실상 공산주의를 연상케한다. 반면 연합군은 민주주의, 파란색과 녹색 계열의 무기사용, 자유의 가치 옹호, 그리고 최후의 승리자라는 면에서 자본주의 진영을 상징한다. 일본 만화 건담 역시 그러하다. 연방군은 당연히 자본주의 세력, 지온세력은 공산주의 세력을 투영했다. 무기나 제복역시 건담은 푸른색 계열, 지온은 붉은 색이었다.


 책은 SF장르는 어떤 매체 형식에 담기건 해당사회의 역사적 고정관념과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SF는 사회의 내부, 그리고 외부세력에 대한 반응의 건강함을 읽어내는 하나의 유용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SF는 열린 문학이라고 하였다. 아직 현실성이 없는 첨단과학을 다루고, 배경이 현실이 아니기에 이를 이용해 현실을 투영하여 다양하게 비판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SF를 통해 언젠가 다가올수 있는 미래사회의 여러 미래문제에 대해 검토할 기회를 갖고 대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또한 SF의 가치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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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1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FO를 심취한 사람들을 보면, ‘외계생명체’보다 ‘외계인’을 더 많이 씁니다. ‘외계인’이라는 단어가 ‘외계에 사는 인간’의 의미로 볼 수 있어서 ‘인간의 특성을 닮은 외계생명체’를 있을 거라는 상상력과 기대감을 가지기 쉬워요.

닷슈 2017-06-16 11:42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AgalmA 2017-06-2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과학하고 앉아있네>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요. 외계인이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건 나름 근거가 있더군요. 지구상 생물 중 인간이 지능이 가장 뛰어난데 우주의 원소는 알려진대로 동일하게 분포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능이 뛰어나다면 인간과 비슷한 진화를 거쳤을테니 외양도 비슷하겠지 않나 하는...

닷슈 2017-06-22 16:52   좋아요 0 | URL
그런이야기도있더군요
 
맥주 맛도 모르면서 - 맥주에 관한 두 남자의 수다
안호균 지음, 밥장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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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지 않지만 술중에 가장 만만한 이미지가 맥주다. 아마 도수가 낮아 가볍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대중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맥주가 과거엔 고급술이었단다. 좀 놀랍다. 앞부분에 과거 사람들의 맥주에 대한 격언도 재밌다. 마르틴 루터가 맥주 먹은줄 몰랐다. 그외엔 소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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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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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이름은 린코다. 한국어로하면 윤자인 셈인데, 희안하게 미자, 순자등 과거 할머니들이 갖고 있던 남아선호사상과 일본식의 성격을 갖고 있던 이런 이름들은 일본어로 바뀌면 제법 듣기가 좋다.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순자란 이름은 슌코로 알고 있다.

 무려 10년간 도시서 식당을 차릴 꿈을 갖고 있던 주인공에게 어느날 날벼락이 떨어진다. 갠지스강의 냄새가 나던 인도인 남친이 떠나버린 것이다. 막판 해설을 보고 알았는데 린코가 모아놓은 돈과 도구들도 싹쓸이 해갔다. 애초에 이런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헤어지면서 그런 것일까?

 어쨌든 린코는 이 일로 고향에 돌아가게 된다. 돈도 없고 갈곳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격으로 목소리는 투명해졌다. 말을 할수 없게 된것이다. 정신적 충격에 의한 실어증이다. 사람들은 목소리에 색을 자주 부여하고는 한다. 우리는 개성있는 목소리엔 색깔이 있다곤 한다. 

 그리고 정신적 의지가 되어주던 할머니 마저 이미 죽고 없다. 린코는 할머니가 돌아가실때 희안하게도 옆에서 할머니를 생각하며 요리를 해먹었다. 짧지만 무척 이상한 장면인데, 어찌보면 소설 후반에 나올 깜짝 놀랄 반전에 대한 사전 예고 정도였던것 같다.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이 소설에서 요리와 죽음의 관계를.

 고향에 돌아온 린코는 엄마의 가게에 딸린 거대한 창고를 이용해 달팽이 식당을 차린다. 테이블은 한개이고 넓으며 침대도 있다. 식당은 맞춤 운영식으로 예약을 받고 사람들의 사정에 따라 그에 맞는 요리를 제공한다. 다만 식당운영에 조건이 있었다. 엄마가 키우는 돼지 엘메스를 돌보는 것이다.

 그렇게 린코는 요리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도 조금씩 치유해 간다. 요리 부분은 의외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일본인이 아니란게 다행일 정도였다. 일본요리라 듣고도 모르고 상상할 뿐인데 만약 한국요리였다면 읽는 내내 매우 배가 고팠을 것이다. 무한도전 미래 예능 편에서 김치등뼈찜으로 시각과 후각, 청각에 대한 무한 공격을 하였는데, 이소설 역시 그정도 급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잔잔하게 나아가던 소설은 식당의 휴지기인 겨울철 엄마가게의 행사에서 복어요리를 술과 함께 즐긴후 드러난 진실들로 갑작스레 충격적이고 극적으로 전개된다. 흔히들 말하는 식스센스급 반전이다. 이렇게 반전이 있는게 나았을가 아니면 그냥 계속 아름답게 전개되어 나가는게 나았을까? 이 소설의 최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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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호르몬 밸런스 - 하버드 의대가 밝혀낸 젊고 건강한 사람의 비밀
네고로 히데유키 지음, 이연희 옮김 / 스토리3.0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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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보다는 생각보다 상식적인 내용으로 꽉 찼다. 결국 다들 아는 것처럼 건강에 좋은 행위, 적당히 잘 먹고, 적당한 스트레스, 가벼운 운동, 잘 자기. 햇볕쬐기, 자기전 블루라이트 금지, 살찌지 않기 등이 건강의 비법이다. 그러면 호르몬이 잘 나와 젊고 건강해진다. 그게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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