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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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과 관련한 생명과학 책을 간혹 보는 편인데 책마다 항상 거론하는 인물이 있다. 다윈이다. 그리고 다윈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제법 언급되는 사람이 리처드 도킨스다. 그리고 그 인물보다 더 자주 거론되는 단어는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다. 이리 언급이 되니 책 '이기적 유전자'는 항상 마음의 짐이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는데 막상 무서워서 겁나는 책. 그리고 실제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거의 15년정도 전에 감히 보려고 도전했다 포기하고 접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막상 원전의 공포로 인해 그것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책만 엄청나게 보곤 한다. 대표적인게 '자본론'이 아닐런지. 나도 당연히 그런 부류인데, 적절한 타의로 인해 이 책을 마침내 보게 되었다. 

 1970년대에 나와 고작 40년정도의 역사를 가진 이 책을 감히 고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난 솔직히 고전이라 생각한다. 고전이란 오랜 역사동안 살아남은 생명력과 후대에 강한 파급력을 가진 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40년이란 긴 역사란 많은 논란을 제공한 시각과 밈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덕에 마땅히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본다. 


1. 자기 복제자의 탄생 

 책은 우선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늘 말하듯 무척이나 결핍된 지구지만 생물이 없을 땐 뭐든지 나름 풍요로웠다. 자연계의 원자들은 상황에 따라 불안정하기도 안정하기도 한데, 당연히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고,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도킨스는 최초의 자연선택은 안정한 원자들이 선택되고 불안정한 것은 배제된 것이었을 것으로 본다. 안정된 무리들이 차츰 결합해 제법 커졌고, 어쩌다 보니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 등장했다. 이미 만들어진걸 복제하다보니 계속 새로 시작하는 녀석들보다 훨씬 바르게 수가 증가했다. 

 그리고 자기 복제자들끼리의 경쟁이 시작되어 안정성이 더욱 높은 녀석들이 자연선택되었고,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슬슬 결핍환경이 다가오니 경쟁복제자의 구조를 파괴하는 화학적 물질을 어쩌다 양산하여 그들의 구성요소를 자기복제에 활용하는 원시적 포식능력 까지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방어하는 입장에선 화학적 방어막이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단백질 벽을 구축하는 군비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도킨스는 이것이 최초의 살아있는 세포의 탄생일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 이기적 유전자와 생존기계

도킨스는 이런 자기복제자를 이기적 유전자라고 부른다. 도킨스는 자연선택의 단위는 앞서말한 것처럼 시작부터 이들이었으며 지금도 이들 유전자 수준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이 유전자들은 자신들의 무한한 복제를 위해 여럿이 뭉쳐 서로 협력하여 생존기계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생존기계란 바로 지구상의 DNA를 가진 모든 생물을 말한다. 도킨스는 책 내내 동물이나 식물, 생물이란 표현보다는 압도적으로 생존기계란 용어를 고집한다. 자기 복제자들은 이 생존기계의 구축이란 방식으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번영해왔는데 진화한 자신의 가장 최근 버전으로 이 생존기계의 몸과 마음을 구축한다. 

 여기서 약간 문제가 발생하는데 자기복제자들은 도킨스의 비유를 들자면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의 구동방식을 설계해서 짜지만 이후에는 몸안에만 갇혀 아무것도 할수 없게되므로  실제 프로그램인 생존기계들은 이후 상황에 따라 시행착오를 거치며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자기복제자들은 하는수 없이 이 생존기계들에게 기억과 의식이라는 프로그램을 짜넣는다. 기억을 통해서 생존기계는 무엇을 하는게 생존에 이득이고 무엇을 하지 않는게 생존에 불리한지를 학습해 나가며 기계안의 유전자들을 보호하고 복제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마치 독이 있는 풀을 매번 먹어보고 결정하는 무식한 방법은 한계가 있기에 자기복제자들은 목적성을 갖는 의식을 부여한다. 이 의식을 통해 고도로 발달한 생존기계들은 기억에만 의존해 직접 문제를 시행착오를 거쳐 해결해나가는 방식보다는 시뮬레이션 방식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점검하고 해결해나간다.

 이런 시뮬레이션 시행을 위해서는 고도로 발달한 뇌가 필요하며 그 정점에 속한 인간은 적어도 다른 생존기계들과는 다르게 감히 자신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될 정도로 발달한다. 도킨스가 말한 것처럼 자위를 하거나 아이를 감히 낳지 않는 생존기계의 행동과 의식을 분명 유전자의 의도 밖의 것이었을 것이다.  


3. 이타성의 발달

책 제목과는 다르게 도킨스는 책의 상당부분을 이타성을 위해 할애한다. 이타성은 기본적으로 유전적 근연도를 갖는 혈연집단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만을 생각하기에 유전적 근연도가 있는 혈연집단의 다른 생존기계에 대해 이타성을 발휘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화는 당연히 초기부터 주변의 다른 경쟁복제자들과의 관계에서 시작했기에 그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공진화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타성을 유전적 근연도가 부족한 집단과도 상당히 일찍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도킨스는 유전적 근연도를 갖는 혈연집단에서 이타성이 발휘되는 조건으로 당연히 서로간의 유전적 근연도와 상대방의 기대수명, 근연도의 확실함을 꼽는다. 유전적 근연도는 당연한 전제조건이며 아무리 근연도가 높아도 상대방의 수명이 내일모래라면 그들을 위한 이타성은 낭비가 된다. 또한 근연도의 확실함 역시 필수적이다. 이타성엔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이타성을 발달하여 어느덧 근연도가 낮은 다른 개체로도 향한다. 이런 호혜적 관계가 서로 즉각 주고 받는 경우라면 상관이 없지만 실제 자연세계에서 즉각적 주고 받기는 거의 이루어질수 없다. 당연히 호혜적 관계는 지연성이 되는데 이런일이 발생하면 소위 말하는 '먹튀' 배신자가 나타난다. 즉 도움만 받고 자신은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연성 호혜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런 배신자를 식별하고 응징하기 위해 서로를 개체로서 식별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지연성 호혜주의는 이런 능력을 갖춘 종에서만 발달한다.

 도킨스는 이타성의 발달이 이기적 유전자 입장에서 이득이라는 점을 보이기 위해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제시한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서로 협력하면 대충 3점 정도를 얻게 되며 양자중 하나가 배신하면 배신자만이 5점 정도의 큰 점수를 얻고 속은 자는 마이너스의 점수를 얻게 된다. 또한 둘다 배신하면 당연히 둘다 마이너스의 점수를 얻게 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이 단 한번만 이루어진다면 어떤 경우든 당연히 배신하는 쪽이 가장 이득이 크다. 하지만 게임이 계속된다면 배신은 무의미해진다. 따라서 당연히 협력이 생존가능성을 높이므로 그러한 방향으로 전환이 되는데 도킨스는 여러전략을 사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마음씨 좋고 관대하면서도 분개할줄 아는 전략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게 됨을 보여준다.

 즉, 초기에 협력적으로 나가다가 상대방의 배신을 발견하면 응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물론 응징은 서로간의 영원한 복수를 부르므로 적절한 응징후 다시 협력적 관계 회복을 위해 관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데 이건 한두번 정도로 족하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는 개체군의 대부분 구성원이 일단 그 전략을 선택하면 다른 대체전략이 좀처럼 그 전략의 효용성을 능가할 수 없다는 전략이다. 즉, 초기에 이타성을 갖춘 전략이 환경의 불리함에도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 되면 이는 곧 일반적인 전략이 된다는 셈이다. 이는 자연계의 상당수 생존기계들이 이타성을 그들의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잘 뒷받침하는 나름의 근거가 된다.


4. 성의 분화

생존기계들 중 수컷과 암컷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도킨스는 생식세포가 그 수가 매우 많고 작은 것이 수컷이고 그 반대 성향을 가진 것을 암컷으로 제시한다. 최초에는 성구분이 없는 동형배우자끼리 상호간에 접합으로 번식이 이루어졌는데 한 동형배우자가 어느날 양분을 더 많이 갖고 덩치를 키우자 자녀 발생에 유리해졌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자 동형배우자들은 경쟁적으로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난자의 시작이다. 또한 이런 난자를 겨냥하여 이들의 영양분을 착취하고 자신의 유전자만을 결합시키고자하여 영양분을 몽땅 털어내고 운동성만을 갖는 동형배우자가 탄생했는데 이것이 정자의 탄생이다.

 이런 성향의 차이로 인해 기본적으로 암컷은 자식부양에 많은 투자를 하고 이로 인해 상대방의 선택에 상당히 신중해지는 경향을 갖게 된다. 반면 수컷은 자식부양을 거의 하지 않고 상대방의 선택에 당연히 신중하지 않고 많은 상대방을 만나고자 하는 성향을 갖게 된다.

 때문에 상당수의 암컷들은 자식부양에 대한 착취를 피하고자 가정적이고 성실한 수컷을 고르는 전략을 수립하게 되는데 생존기계들중 일부는 이를 위해 오랫동안 접촉을 거부하고 수줍어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둥지를 짓게하는등의 에너지를 쓰게하는 행위, 먹이를 요구하는 행위등을 전략으로 구사한다.

 재밌는 부분은 포유류, 파충류, 조류는 대개 헌신적 수컷이 극도로 부족한 반면 어류에 있어서는 가시고기처럼 상당히 헌신적인 수컷들이 많은 편이라는 점이다. 이는 수정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전자들은 암컷의 체내수정을 통해 번식하며 수컷이 정자를 뿌린후 암컷이 자식을 가진상태에서 먼저 달아나는게 가능하다. 하지만 어류는 물속에서 암컷의 난자와 수컷의 정자가 방사를 통해서 번식하는데 암컷의 난자는 영양분으로 무거워 물속에서 어느정도 시간동안 고착이 가능한 반면 수컷의 정자는 바로 물속으로 흩어진다. 때문에 입장은 정확히 반대가 된다. 수정을 위해선 수컷이 정자를 먼저 방사한 후 도망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망이 가능한 것은 오히려 암컷이기에 어류에 있어서는 헌신적 수컷이 나타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밌는 부분은 대개의 동물들이 성적인 선전을 수컷들이 하는 반면 인간은 여성들이 그것을 한다는 점이다. 도킨서는 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하지 않지만 자연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있다. 


5. 병목형 생활사

병목형 생활사는 다음 세대로 넘어감에 있어 몸이 일부분에서 자라서 떨어져나가거나 분리되서 자라는 것이 아닌 다시 하나의 세포로 돌아가 처음부터 새로운 개체로 다시 발생하는 방법을 말한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이 번식방법에 대해 도킨스는 이것들이 진화상의 장점이 있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몸의 일부가 상당히 자란 상태에서 떨어져나가 그대로 다시 자라는 것이 훨씬 에너지도 덜 들고 위험부담이 적다. 하지만 생존기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힘든 방법을 택하는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도킨스는 말한다. 

 우선 진화상의 돌연변이 발생시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형태는 그 반영이 지극히 어렵다. 하지만 유전자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를 다시 하나의 세포수준에서 반영할 경우 설계도를 다시 그리는 것 같은 효과로 돌연변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둘째로는 처음부터 발생하는 것이 시기에 맞는 기관의 발달을 위한 최적의 생장주기를 정형화하는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떨어져나가는 형태의 경우 유익한 돌연변이가 발생시 그 부분만 돌연변이되 떨어지기전 다른 유전자들과 협력적 관계가 잘 구축되지 않을 염려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발생하는 경우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모든 세포가 공유하므로 당연히 불협화음이 생길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려 40여년 전에 나온 책이란 점이 다소 놀랍다. 다 읽고나니 내가 나름 읽어온 진화와 관련한 생명과학 책들은 도킨스의 영향력을 많이 받은게 틀림 없어보인다. 사실 몇몇 저자들은 도킨스가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진화론을 잘 종합하고 이기적 유전자란 관점의 제시와 밈의 제시정도를 업적으로 보는데 그것 역시 맞는 것 같다. 이 역시 상당한 능력이다. 밈의 경우 밈학을 탄생시킨 책 치곤 다루는 분량이 의외로 상당히 적으로 도킨스 역시 당시엔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열어놓고 큰 가능성만을 보았을 뿐 던져놓은 듯한 느낌이 많이든다. 밈이 이정도로 발전하고 다른 학문을 자극할지 본인은 과연 그당시 알았을지. 우수한 책이지만 오래전의 책이다보니 약간 가독성이 떨어지며 아직 젊고 패기있을 당시의 도킨스라 말도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도킨스는 이타적은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시뮬레이션을 채택했는데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기위한 작위적이란 느낌이 좀 들고, 의식과 관련한 설명에서는 70년대의 한계가 느껴지기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40년의 세월을 충분히 많이 뛰어넘고 충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책 말미에 자신의 새로운 책 확장된 표현형을 무척 광고하는데 짐을 하나 덜었더니 또하나의 짐이 생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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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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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면서 여성의 심리에 대해 분석한 책이 제법 많은 만큼 남자를 위한 그런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물론 남자의 심리를 본 것은 맞지만 내용은 대개 한국남자가 갖는 잘못된 사고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는 남자이면서도 책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분노하면서 쓴듯한 느낌을 많이 받게한다. 그래서인지 구구절절 맞고 쉽게 읽히면서도 막상 뭔가 머리를 뒤흔들만한 그런 날카로움은 아쉽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들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은 군대문화, 여성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문제, 가사에 대한 문제,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여성을 대하는 문제 등이다. 읽으면서 대부분 상당히 그렇다. 좀 개인적인게 아닌가. 이건 좀 무리한 주장인듯하기도한데...... 라는 느낌을 가지며 책을 읽었다. 워낙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 사실 하루면 읽힌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80%정도는 상당히 동의가 되는 편이었다. 물론 그게 뭔가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한국남자들이 종업원에게 이모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이에 문제를 느끼고 자신의 강의 학부생들에게 이모라는 호칭을 종업원에게 쓰는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대부분 이모라는 호칭이 주는 편안함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생각해보면 그렇다. 이모와 고모는 혈연관계상 정확히 나로부터 똑같이 떨어져 있지만 한국의 가부장적 가족관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모는 모계 친척이므로 우리 가족에 대해 영향력이 거의 없지만 고모는 부계 친척이므로 감히 남동생이거나 오빠인 우리 아버지의 가족에 참견할 권한이 있다. 그리고 사실 저자의 말처럼 고모는 결혼만 안했다면 그 대단한 시누이다. 이런 형국이니 누구나 한번쯤 고모에게 부담을 느낀 어릴적 경험이 있을테이고 마냥 상대적으로 친절하기만 한 이모는 편안한 것이다. 이런 호칭에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영향력을 찾아내는 일. 이게 사회학자가 할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음은 우리나라 아침드라마가 왜 막장인가라는 점이다. 아침드라마의 소재가 엄청난 것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지적된 일이다. 이런 전통이 유지되는 이유로 저자는 엄마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꼽는다. 엄마들의 아침은 이미 자신들의 아침이 아니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그들의 생산성과 생산성을 위한 준비로의 공부를 책임져야 하고 그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 스트레스로 막 해방하는 순간 맞닥뜨리는 것이 아침드라마다. 많이 눌린 만큼 그것의 해소도 막장이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생산성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남자들의 지저분한 밤문화도 언급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이 되는 것이 아침드라마라는 것이다. 이러니 더욱 막장에서 벗어날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주장이다. 

 남성들의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여성들, 그리고 이 책에서 지적하는 남성중심적 사고 방식의 일반적 남성들이 이 책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그리고 기분나쁘거나 도저히 동의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 읽고 알아보니 저자는 진격의 대학교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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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7-11-24 0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책 제목보고 너무 자극적인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닷슈님 글을 보면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됩니다. 상식적인 비판이라면 다소 감정적이라도 이해가 갑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반발감만 커질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무작정 남성을 혐오하는 식으로 쓰여졌다면 당연히 비난 받을 수 밖에 없겠지요. 과거 저자의 책을 의미있게 읽었기에 책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닷슈 2017-11-24 08:22   좋아요 1 | URL
좀 보기나름입니다만 제가보기엔 전체적으로 동의할만한 이야기가많았습니다
 
가장 완벽한 시작 - 알, 새로운 생명의 요람 사소한 이야기
팀 버케드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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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세포 진핵생물을 제외한다면 다세포동물들이 가장 선호하는 번식 방법은 바로 알이다. 알을 통해 번식을 하는 동물이 많다보니 자연히 아무런 저항이 없는 알을 노리는 동물도 많다. 대표적인게 우리 인간인데, 우리가 먹는 알의 수는 영국인의 경우 일인당 연간 200개에 달한다고 한다. 한 나라가 이러할 지니 전세계인이 연간 먹는 달걀의 수가 얼마인지 짐작하기 힘들정도다. 참고로 중국에서만 생산하는 연간 달걀의 갯수가 무려 4900억개라고 한다.

 책 가장 완벽한 시작은 도통 먹기만 할뿐 관심이 좀체 없었던 새의 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책을 읽고나니 알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늘었지만 얼마나 과학계에서 알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지도 알게 되었다. 알에 인간이 얼마나 의지하는지를 생각한다면 이는 상당히 의외의 면이다. 

 알은 크게 껍질은 난각과 흰자, 노른자로 구성된다. 책은 우선 난각부터 살펴보기 시작한다. 난각은 배아를 보호하는 첫 방어막으로 어미새의 무게는 견딜만큼 강하면서도 부화는 충분히 가능할만큼 약하게 만들어져야하는 미묘한 곳이다. 껍질이 알의 모양을 결정할 것 같지만 초등과학시간에 식초에 담가 난각을 제거한 알이 모양을 잡고 있는 것처럼 알은 모양이 이미 결정된후 그것에 맞게 껍질이 생성된다. 

 알을 만들기 위해 어미새는 많은 양의 칼슘이 필요하여 이 시기에 칼슘을 집중섭취하는데 환경오염으로 인한 산성비와 그로 인한 달팽이의 감소는 난각이 부실한 알을 양산했으며, DDT 역시 난각형성을 위한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여 새의 개체수를 줄이는 작용을 하였다.  

 난각을 현미경으로 잘 살펴보면 기공이 있는데 이 기공을 통해 외기가 유입되어 혈관에 산소를 공급하고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발달하고 있는 배아는 대사과정에서 대사수라는 물을 발생하는데 이 기공을 통해 대사수도 배출된다. 이 작용이 없다면 배아는 자신이 만든 물에 익사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사수는 알 무게의 15%가량인데 대사수의 배출로 인해 배아의 체내 수분함량이 일정해지고 빠져나간 공간만큼이 공기로 채워져 후일 부화에 필요한 산소를 배아에 제공하게 된다.

 새의 알은 그 모양이 다양한다. 완전한 구에서 타원, 길쭉한 모양, 서양배의 모양등으로 크게 구분한다. 알은 구형이 아닌 편이 많은데 그 이유로는 구형이 부피 대비 표면적이 가장 적어 어미새가 품는 것을 통해 열을 전달하기 불리하다는게 가장 설득력이 있는 편이다. 

 새의 알에는 또한 색이 있다. 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있고 역시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색의 역할에는 우선 포식자로부터의 보호와 햇빛과의 상관성이다. 알이 보호색을 띨 경우 포식자로부터 보호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알의 색에 따라 배아에게 도달하는 빛의 색의 변화하고 조절됨으로서 부화를 돕고 배아를 보호하는 역할이 가능하다. 알을 땅에 묻처 부화하는 파충류의 경우 위의 두 인자와 무관하므로 알이 자연스러운 칼슘의 색인 흰색이라는 점은 위의 두 견해를 어느 정도 지지한다.

 색이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탁란에 대한 방지이다. 고유의 색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입힘으로써 탁란한 새의 알과 자신의 알을 구분하고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한 새는 낳는 알이 뒤로 갈수록 색상이 옅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어미새의 색소부족이란 견해도 있지만 색소를 옅게하여 빛의 투과량을 늘리고 부화를 촉진시켜 늦은 녀석의 부화를 빨리하려는 목적이란게 가장 그럴듯하다. 

 책이 다음으로 다루는 부분은 흰자다. 흰자의 역할을 크게 3가지로 배아에 물과 단백질을 공급하며 물리적 충격에서 배아를 보호한다. 또한 항세균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100가지 이상 가지고 있어 미생물로부터 배아를 최종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흰자의 미생물 방어전략을 놀라울 정도인데 우선 단백질로 이루어지고 그나마도 항균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침입한 미생물을 철저히 고사시킨다. 또한 미생물이 싫어하는 알칼리성을 띄고 있으며 어미새가 알을 잘 품어 온도를 올려줄 경우 항균성 단백질의 항균성은 더욱 강화된다.  

 마지막은 노른자이다. 노른자는 영양덩어리로 그 크게에 비해 놀랍게도 단세포이다. 새는 발생때부터 상당히 많은 수의 난자를 갖고 있는데 이들 중 배란기가 되면 일부가 노른자로 발달한다. 어떤 기제로 일부가 노른자가 되고 일부는 도태되는지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바가 없다. 노른자는 카르티노이드로 인해 노란 빛을 띄는데 양계업계에서는 달걀을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카르티노이드를 주입한다고 한다. 카르티노이드는 항산화 물질로 노른자에 많이 분포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새의 배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발달하는 만큼 산화과정이 많이 일어나므로 이에 대한 부작용을 막기위해서란 추측이 압도적이다. 

 부화과정에서 어미새는 알 뒤집기를 하는데 알을 뒤집는 경우 배아의 외부 혈관망 발달이 촉진되고 알속의 영양분과 물이 고르게 확산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배아가 노른자와 흰자를 고려하여 최적의 위치를 잡도록 보장하는 역할이 있다고 한다. 

 책은 과학교양도서임에도 다른 과학교양도서에 비해 가독성이 높고 빠르게 읽히는 편이다. 항상 먹기만 하던 알에 대해서  여러가지 측면을 배울 수 있는 면도 장점이다. 책은 알에 대한 과학적 내용과 더불어 학자들의 시대적 연구와 발전과정도 비중있게 제시하는 편인데 과학사를 알수 있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내겐 오히려 좀 알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느낌도 있었다. 책에는 노른자를 흰자안에 고정시키는 끈의 존재를 언급하는데 책을 보다 배가 고파 라면에 넣을 달걀을 풀기위해 깨어보니 과연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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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1-24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흰 달걀보다 황색 달걀이 더 단단한 걸 생각해보니 유통을 위해 황색 달걀을 더 많이 생산하게 된 게 아닌가 싶군요. 요즘 노른자 너무 인위적으로 노래서 먹기 부담스럽기까지 해요;

닷슈 2017-11-24 08:24   좋아요 1 | URL
그럴듯한데요 확실히 황색이 뭔가있을것같습니다
 
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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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노벨상 수상자의 책으로 솔직히 노벨상 수상으로 인해 보게되었다. 나도 그렇지만 노벨상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본 사람이 지금처럼 많진 않았을 것이다. 책도 2009년 판으로 보면서 약간 오래된 책의 느낌과 냄새가 감각을 자극했다. 책 뒷부분에 역자가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붙어있기도 했다.

 소설의 배경은 공간은 영국의 남부, 그리고 시간적으로는 2차대전 이후다. 물론 중간중간 회상장면이 적지 않아 사실상 시간적 배경은 1차대전 직후, 그리고 2차대전 전의 상황인 것 같은 느낌을 많이 준다. 

 내용은 스티븐슨이라는 집사가 달링턴이란 귀족의 집에서 생활한 내용과 관련한다. 그리고 집사 스티븐슨의 경력은 대개 달링턴 경을 모시고 달링턴 홀에서 주요 국제적 귀빈을 맞이하며 정점을 달렸었다. 달링턴 경은 노환과 정치적 판단미스로 우울한 죽음을 맞이하고 스티븐슨은 현재 새로운 달링턴 저택의 주인인 미국인 패러데이를 모시고 있다. 스티븐슨은 마치 집주인의 이름처럼 전기와 기술의 발전으로 저택에 필요한 노동인원이 크게 줄어들며 제법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모처럼의 휴가를 맞아 과거 그와 함께 일했던 켄턴양을 떠올린다. 웬지 빠릿빠릿했던 켄턴양이라면 지금의 부족한 인원으로 최적의 인적자원운영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 새주인은 여행의 기름값을 대준다고 했으며 아름다운 영국의 산천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직장에서 헤어진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스티븐슨과 켄턴은 서로 서신을 주고 받는 사이였다. 물론 이건 최근 일이다. 웬지 서신에선 켄턴양을 달링턴 저택에서의 삶을 그리워만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여러가지 호기와 동기가 겹쳐 스티븐슨은 켄턴양을 만나러 향한다. 그 과정에서 켄턴양과의 과거 집사로서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마침내 켄턴양을 만나는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스티븐슨은 집사로서 상당한 프로의식을 갖춘 사람으로 자신의 아버지대에부터 집사를 수행하고 있는 집사 집안이다. 집사로서 그들의 의식은 상당히 강박적이기 까지 한데, 그의 아버지는 술에취해 자신의 주인을 모독하는 고급손님들을 집사로서의 품격으로 제압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노환에도 끝까지 집사직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질세라 스티븐슨 역시 달링턴 홀에서의 여러 국제행사를 잘 치뤄냈으며 함깨 일하게 된 아버지가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일을 선택할 만큼 만만치 않다. 

 스티븐슨에게 품격이란 집사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면서도 항상 이상적으로 삼는 것인데 항상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면서 사적으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버지의 임종에서도 행사를 치루기 위해 곁은 지키지 않았고, 심지어 아버지를 위해 부른 의사가 이미 아버지가 죽은 후에 도착하자 병환을 앓던 저택 손님에게 보낸다. 또한, 주인이 유능한 하녀 둘을 유태인이란 이유만으로 해고하려들자 잘못된 생각이란걸 알면서도 이에 순응한다. 그리고 달링턴 경의 판단이 옳지 못함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이런 면 때문에 어찌보면 그에게 품격이란 집사직을 위해 개인을 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그가 가끔 겉으론 엄격히 집사직을 수행하기 위함이란 핑계로 업무와 관련하여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켄턴양이다. 젋은 켄턴은 상당히 일을 빨리 배웠고 총무로서 스티븐슨의 눈에 들게된다. 그런 그녀를 이상하게도 스티븐슨은 말같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업무적으로 괴롭힌다. 마치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짖궃은 어린 아이같이. 켄턴도 만만치 않은지라 이런 스티븐슨을 무시하거나, 스티븐슨의 아버지가 노환으로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들의 이런 갈등은 이상하게도 썸으로 발전한다. 둘은 어느새 바쁜 와중에도 정기적으로 업무를 빙자하여 티타임을 즐기는 사이로 발전한다. 물론 수년간 둘은 업무이야기만하며 둘 사이엔 어떤 애정행각도 어떤 관계의 발전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스레 마음을 깊어진거 같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30줄이된 켄턴은 스티븐슨에게 사실상 마지막 제안을 한다. 자신에게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하지만 스티븐슨을 여전히 바쁜 집사일에만 집중한다. 

 약속 후 돌아온 켄턴은 만난 사람은 정인이고 그가 청혼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해 스티븐슨의 의향을 묻는다. 켄턴이 이정도까지 들이댔음에도 스티븐슨은 여전히 집사로만 남고 켄턴을 그대로 떠난다. 

 수십년이 흘러 여러 고장을 거쳐 다시 만난 스티븐슨에게 켄턴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솔직히 말한다. 자신은 사실 스티븐슨을 좋아했고, 그로 인해 남편과의 삶이 불행했다고. 하지만 세월히 흘러 계속 함께해준 남편을 어느덧 사랑하게 되었고, 이 곳이 자신의 자리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항상 품격있던 스티븐슨은 이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게 아픔을 느낀다. 그럼에도 스티븐슨이 자신이 그녀를 사랑했었음을 인정하는 생각이나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그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다 읽고 나니 책 내용이 제법 재밌었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론 고루해보이기만 하는 스티븐슨의 많은 자기변명적 생각을 듣는 것도 제법 괜찮았고, 오묘한 켄튼 과의 관계도 재밌으며 1-2차대전과 관련한 세계사적 내용과 당시 귀족상류층의 생각역시 재밌는 부분으로 다가온다. 평생 스티븐슨은 농담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그가 농담이란걸 아는 사람이었다면 모든게 바뀌지 않았을 런지.

 그러고 보니 일본인들은 유럽 귀족 사회의 집사라는 계층에 대한 묘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다루지 않는 집사를 유독 일본에서는 소설, 만화, 영화, 심지어 게임등 굉장히 다양한 매체에서 자주 다룬다. 거기에 그 집사들은 하나 같이 주인의 뺨을 후려칠정도로 외모도 뛰어나고 능력이 출중한 경우가 상당수다. 이시구로 가즈오를 일본인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역시 일본계인 것도 사실이기에 집사에 대한 일본의 이런 관심에 주목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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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1-24 0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시구로 주인공들은 왜 다 이렇게 답답한 것인가 작가 탓을 하게 되더라는^^;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 기상천외한 공생의 세계로 떠나는 그랜드 투어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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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투명인간은 한 가지 과학적 오류가 있다. 사람몸에 투명해지는 물질을 넣어 사람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인데, 인간이 투명해진다한들, 사람 몸속에 있는 미생물과 피부게 있는 미생물들의 존재로 인해 결국 투명해질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몸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정말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데, 평균적인 인간은 식품 1g당 무려 백만마리의 미생물을 삼키고 있으며, 한 시간마다 몸에서 3700만 마리의 미생물을 분무한다고 한다. 사람의 세포수보다 몸에 공생하는 미생물의 수가 더 많다고 하니 실로 이 안보이는 이웃의 존재감은 실로 가공할만한 수준이다.

 책은 이런 우리의 아주 오랜 보이지 않는 이웃들에 대한 재조명을 한다. 여기에는 린 마굴리스가 주창한 공생과 진화, 면역, 앞으로의 이 미생물과 함께할 미래가 담겨 있다. 책은 일단 이 미생물 군집을 가리키는 용어로 마이크로 바이옴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 마이크로 바이옴은 지구상의 생명체라면 모두 갖고 있는데 인간의 경우 태아의 상태에서는 무균상태였다고 신생아로 태어나며 어머니로부터 3/4가량의 마이크로 바이옴을 사실상 이식 받는다

(산도를 통해서 이식받으며, 이후에는 젖을 통해 공급받는다. 따라서 제왕절개후 우유를 먹으며 자란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마이코로바이옴을 이식받을 기회를 크게 상실하는 셈이다.)

 마이크로 바이옴의 영향력은 실로 광범위하여 백신에 대한 반응성, 항암제에 대한 반응성, 영양소의 흡수능력에 관여한다. 또한 비만이나 천식, 당뇨, 결장, 자폐등의 질병도 마이크로 바이옴의 변화를 수반한다. 이는 마이크로 바이옴의 변화가 질병의 원인이나 결과임을 반증하는데 어느 쪽이 맞든 그것이 인간의 건강에 의미하는 바는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세균의 발견 이래로 인간은 이런 미생물의 상당수가 인간과 공생관계를 구축하거나 무해함에도 감염병의 우려로 이런 미생물들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제거에만 힘써왔다. 대표적인 것이 항생제인데 항생제는 2차대전에 사용되어 수많은 인명을 구한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항생제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남용할 경우 내성균을 키우는 부작용도 있지만 그 무차별성으로 인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교란한다. 즉, 장내에 건강한 마이크로 바이옴을 공격 및 무력화하여 오히려 유해한 외부세균으로의 감염을 촉진하는 것이다. 항생제의 문제는 가축들에게도 이어지는데 집단사육한 가축들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고자 저용량의 항생제를 사용하면 동물들의 마이크로 바이옴이 교란되어 체중이 증가하고 성장이 촉진된다는 사실은 가축농가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간의 면역계에도 오해가 있다. 사람들은 면역계가 주로 인간과 외부를 철저히 구분하고 외부의 것으로 부터 사람의 몸을 방어하거나 적을 파괴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상 면역계의 핵심 기능은 숙주인 인간과 함께 공생하는 미생물간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적정해야하는데 면역기능의 설정이 너무 낮으면 인간은 미생물의 과다 침입으로 감염에 노출되며 너무 설정이 높으면 공생하는 건전한 미생물을 공격하여 다양한 건강문제와 염증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간은 과도한 위생과 항생제의 남용, 그리고 미생물이 크게 정제된 현대식단의 결합으로 본의아니게 면역 설정을 인위적으로 상승시켰다.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자가면역 질환은 그 일환일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물체들은 자신의 몸에 침투하고자 하는 미생물들을 적절히 관리하는 방법을 진화해왔는데, 척추동물의 경우는 점액질이나, AMPs, 명역세포등을 통해 소화관에 머무는 미생물 종을 결정한다. 인간의 경우에는 모유에 다양한 HMOs를 포함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올리고당의 일종인 HMOs를 인간 아기는 소화하지 못한다. 이 HMOs는 B 인판티스라는 미생물의 먹이로  B 인판티스는 HMOs를 먹고 단쇄지방산을 방출하며 이를 아기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즉, 모유가 B 인판티스를 먹이고 B 인판티스는 아기를 먹이는 공생관계인 것이다. 인간에게만 HMOs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 학자들은 B 인판티스가 뇌성장에 필요한 시알산을 배출하므로 뇌의 성장이 필요한 태아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며 B 인판티스가 태아의 장에 잘 정착할 경우, 다른 유해세균을 차단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른 동물로 돌아가보면 초식동물은 대개 육식동물의 비해 미생물의 수가 매우 다양하고 많은 편이다. 이는 먹이 때문인데 식물의 경우 강력한 세포벽과 독성물질을 많이 포함하므로 이를 소화하는데 많은 미생물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포유류는 대부분의 목이 초식동물로 진화하면서 공룡의 빈자리를 성공적으로 매우고 다양한게 종분화하였는데 이는 식물을 먹이로 삼는게 가능했기 때문이며 여기엔 미생물의 역할에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초식동물은 이 미생물을 보유하기 위해서 미생물이 작업할 만한 적절한 공간과 시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초식동물들은 소화관의 일부를 미생물을 위한 발효실로 제공하였는데 이 발효실이 소화관의 가장 앞에 있는 경우와 반대로 가장 뒤에 있는 경우로 구분된다. 발효실이 가장 앞에 있는 경우는 미생물에게 먹이의 에너지를 먼저 제공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이 먹이를 에너지로 삼은 미생물 자체를 소화과정에서 흡수하며 미생물이 먹이를 소화하기 쉽게 미리 만들어 놓아 소화효과를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발효실이 가장 소화관의 뒤에 있는 경우는 미생물보다 먹이의 영양소를 최대한 먼저 흡수하는 효과를 갖는다. 딱 봐도 느낌상 앞에 있는 것이 유리해 보이는 만큼 상당수의 초식동물들은 발효실을 소화관의 가장 앞에 갖는 편이다. 

 동물들은 서로의 대변을 먹는 습관을 통해 서로의 마이크로바이옴의 장점을 잘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의 대변에 불쾌감을 갖는 인간에겐 사용하기 어려운 방법인데 대변미생물총 이식술은 이를 해결하는 방편이다. 이는 글자그대로 상대의 대변을 채취하여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방법인데 마이크로바이옴 전체가 이식된다. 한 임상실험에서 강력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을 사용한 그룹과 대변미생물총 이식 그룹을 나누어 치료효과를 검증한 결과 항생제그룹은 20%정도의 치료율을 보인 반면 대변 그룹은 무려 94%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 심지어 부작용도 없이. 대변미생물총 이식은 우울증이나 비만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에 가능성을 보이곤 있지만 글자그대로 전체 미생물총의 이식이 갖고올 결과에 대한 검증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유망한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는 편이다. 

 이와 같은 미생물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숙주와 공생하며 공진화했다고 볼수 있다. 린마굴리스는 공진화의 개념을 오래 주장하며 진핵생물의 세포내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존재로 공진화를 당당히 진화의 한 부류로 입증했다. 린 마굴리스는 더 나아가 진화는 한 개체가 아니라 그와 함께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함께보내는 생물들의 집합체인 전 생활체의 수준에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화의 개념이 전생활체 수준인 만큼 유전자 역시 개체의 유전자 만이 아니라 개체의 유전자와 미생물의 유전체를 합친 전유전체 개념에서 봐야한다는 주장역시 이끌려 나오게 된다. 이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으며 이미 숙주와 완벽히 융합되어 유전자까지 공유하는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소의 경우는 이의가 없지만 공생에서 언제든지 기회만 오면 감염으로 치닫는 일부 기회주의자적 미생물과 유전자수준까지 공유하지 않는 미생물들의 존재로 아직은 공인받지 못하고 있다. 

 책은 이런 미생물이 인간에게 줄 미래의 단편을 보여주며 마무리로 치닫는다. 미생물들은 숙주의 건강을 돕는 프로바이오틱과 이 프로바이오틱을 선별적으로 먹여살려주는 물질은 프리바이오틱이 있는데 책은 미래에 이들을 활용한 개인화된 주입의 시대가 다가올거라 말한다.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이 다른 만큼 개인의 면역계와 유전적 특성, 마이크로 바이옴을 고려한 프로바이오틱인 주문 제작될 것이라는 것. 

 아기들의 장난감으로는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작은 공이 있는데 이공에는 미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구멍들이 파여있으며 각각의 구멍에는 아기에게 유익한 프로바이오틱과 프로바이오틱을 배양할 프리바이오틱이 포함되어 있다. 아기가 이를 만지고 빨면서 자연히 유익한 장내 바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래의 건물들 역시 무균과 외부로부터의 차단이 아닌 미생물의 마음껏 유입되고 인간에게 필요한 미생물을 사람이 자연히 생활하면서 접할수 있게끔 설계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미생물이 인간의 건강에 기여하고 실제로 뎅기열이나 사상선충감염의 차단에 성공한 것처럼 적절한 조작을 통해 질병까지 막아낼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책을 보면서 이미 나와 아주 오랜시간 공생하고 공진화한 이웃들에 대한 재조명, 그리고 이들을 둘렀싼 많은 편견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느낄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방송을 들었는데 매일 조금씩 읽으란다. 읽기 힘드니. 다소 그런면도 없지 않았지만 가독성이 높은 편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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